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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1995년까지 진행된 보스니아 내전 때 무슬림과 크로아티아계 등 비(非) 세르비아계 사람들에 대한 ‘인종 청소’를 지휘해 ‘발칸의 학살자’란 명칭을 얻은 세르비아계 정치 지도자 라도반 카라지치(71·사진)에게 징역 40년 형이 선고됐다. 24일(현지 시간) CNN 등 주요 외신들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가 카라지치에 대해 학살과 반인륜 범죄 등의 혐의를 인정해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카라지치는 1991년 옛 유고 연방의 붕괴 후 발발해 총 10만 명 이상이 사망한 보스니아 내전에 연루된 최고위급 인사다. 2008년 체포된 카라지치는 대량학살, 전쟁범죄, 인권침해 범죄 등 11개 혐의로 기소됐고 2014년 9월 종신형을 구형 받았다. 이날 ICTY는 카라지치가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를 44개월 동안 포위한 후 테러와 저격 등 각종 공격을 감행해 1만20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것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또 1995년 7월에는 무슬림 거주 지역인 스레브레니카에서 8000여 명의 무슬림 남성과 소년들을 학살한 뒤 집단 무덤에 파묻은 것에 대해서도 책임을 인정했다. 국제사회에서 카라지치에 대한 재판은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전범 재판 이후 가장 중요한 재판으로 여겨져 왔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나치 전범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었던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 이후 처음으로 1993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로 설립된 국제전범재판소가 ICTY이다. ICTY는 유고 연방 해체 과정에서 발생한 전범 행위와 관련해 모두 161명을 기소해 149명에 대한 심판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지치에 대한 재판은 한국 출신인 권오곤 ICTY 부소장이 주재해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22일 브뤼셀 테러로 벨기에가 ‘유럽 테러리스트의 온상’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 스위스 등과 함께 유럽의 대표적인 강소국으로 꼽히지만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온 아랍계 이민자들을 제대로 동화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이민 2, 3세들 가운데 일부가 벨기에 사회를 적대시하고 종교적 뿌리인 이슬람의 극단주의에 빠져들면서 테러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해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테러의 경우 총책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지난해 11월 19일 사살)부터 18일 체포된 살라 압데슬람(26)까지 주범 9명 중 5명이 벨기에 출신이다. 2014년 5월 브뤼셀 유대인박물관에서 총기를 난사한 메흐디 네무슈(31) 등 많은 유럽 내 테러 연루자들도 벨기에 출신이다. 이들 대부분은 아랍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브뤼셀의 몰렌베이크 출신이다. 이곳은 실업률이 약 30%이고 벨기에 정부도 관리가 안 된다고 인정할 정도로 벨기에 사회와 단절돼 있다. 와하비즘(근본주의)을 신봉하며 극단주의를 전파하는 중동 출신 이슬람 지도자들이 이 지역을 자주 방문했는데 벨기에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한 벨기에 출신 무슬림 약 250명이 ‘이슬람국가(IS)’의 지하디스트(전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 중 인구당 IS 지하디스트 비율이 가장 높다. 지리적으로도 벨기에는 유럽에서 테러가 발생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브뤼셀은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정치 중심지다. 또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 같은 큰 도시와 기차 버스 등으로 연결된 교통 중심지이기도 하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막말대장’ 도널드 트럼프(70)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가 ‘순한 양’으로 돌변했다. 유대계 로비단체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에서다. 21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열린 AIPAC 연례총회의 대선 경선 주요 후보 초청행사에서 트럼프는 조심스럽게 말했고 공격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YP) 등이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측은 이례적으로 연설문을 사전 배포했다. 트럼프는 유대인과 결혼해 출산을 앞두고 있는 딸 이반카가 “곧 예쁜 유대인 아기를 낳을 것이다”, “유대인들의 영원한 수도인 예루살렘으로 미국 대사관(현재 텔아비브에 위치)을 옮기겠다”고 하는 등 유대인들의 마음을 사는데 공을 들였다. 이스라엘의 안보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나라로 꼽히는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해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 미국이 ‘중립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민주당 대선 경선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이스라엘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것과도 큰 차이가 난다. 그가 이날 표변한 이유는 미국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의 마음을 얻지 않으면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대인은 미국 전체 인구의 3%인 600여 만 명이지만 금융계를 중심으로 정·관계와 법조 등에 포진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54년 미국 내 유력 유대인 지도자들이 설립한 AIPAC은 이스라엘의 국익 수호를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미 정·관계를 상대로 강력한 로비활동을 벌여왔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트럼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랍비(유대교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유대인들은 트럼프가 그동안 보여 온 ‘무슬림 이민자 반대’ 관련 발언 등에서 인종주의, 나아가 세계 제2차대전 때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잔인함이 느껴진다고 지적한다.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뉴욕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유대인 사위까지 얻었음에도 트럼프가 유대인들의 의심을 받는 이유다. 한편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이스라엘의 안보는 협상 불가능하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트럼프와 경쟁 중인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텍사스)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64)도 이스라엘의 안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대인인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버몬트)은 유타 주 유세 일정을 이유로 나오지 않았다. 샌더스 의원은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유세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스라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과도 친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선에서 유대인임을 밝힌 적이 없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에 중립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부패하고 억압적인 카스트로 정권을 정당화해주는 선택으로 미국과 쿠바 모두의 미래에 치명적이다.”(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에 도착했는데 라울 카스트로(쿠바 국가평의회 의장)는 공항에 나오지도 않았다.”(도널드 트럼프·70) 20일 미국 대통령으로는 88년 만에 쿠바 땅을 밟은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행보’에 대해 공화당의 대선 경선 선두 주자인 트럼프와 크루즈 의원이 오랜만에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유화 정책이 1959년 1월 공산혁명에 성공한 뒤 집권한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90)과 라울 카스트로 현 의장(85)의 ‘형제 독재’를 사실상 인정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 카스트로 형제가 자행한 인권 탄압도 눈감아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쿠바계인 크루즈 의원의 날선 비판의 이면에는 아픈 가족사가 있다. 그의 아버지는 쿠바 바티스타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붙잡혀 옥고를 치렀고 미국으로 탈출했다. 크루즈 의원은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명인들이 포함된 수행단과 함께 쿠바 수도에서 라울과 그의 심복들과 어울릴 것”이라며 “그러는 동안 정치범들은 지하 감옥에서 고통받으며 ‘당신들 뒤에는 아무도 없다’, ‘세상은 당신들을 잊었다’는 메시지만 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쿠바 인권·국민화해위원회(인권단체)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1141명, 1월에는 1447명이 정치적인 이유로 구금됐다”며 “쿠바의 자유는 독재를 인정해 주는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쿠바의 ‘의전’을 문제 삼았다. 그는 트위터에서 “라울 카스트로가 교황과 다른 이들은 공항으로 영접을 나갔지만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선 안 그랬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브루노 로드리게스 파리야 외교장관이 영접한 건 외교적 결례라고 꼬집었다. 그는 오바마의 쿠바 포용정책을 반대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쿠바와 재협상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고 공언해왔다. 이에 대해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카스트로 의장이 공항에 나오는 건 사전에 전혀 검토되거나 논의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쿠바 측은 월요일 아침 오바마 대통령과 카스트로 의장이 만나는 행사를 공식적인 환영식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은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정책을 지지하는 쪽이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방문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만들려는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20일엔 트위터에 “미국은 건전한 판단에 기반을 둔 외교 정책을 통해 반복되는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적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보다는 신중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쿠바와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튀니지는 아랍권의 ‘민주주의 모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민주화와 경제성장 성공 경험이 있는 나라가 튀니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튀니지 독립 60주년을 맞아 20일 기자와 인터뷰한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주한 튀니지 대사(57·사진)는 “‘아랍의 봄’ 사태가 터진 지 5년이 지난 지금 튀니지는 민주적인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고 있으며 경제 살리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튀니지의 잠재력을 고려해 적극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튀니지는 실업률이 15%에 이를 만큼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아랍의 봄을 경험한 나라들(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예멘 등) 가운데 유일하게 민주정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아랍권에서 수준 높은 시민사회를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프티 대사는 “튀니지는 60년 전에 일부다처제와 조혼 금지, 여성의 교육기회 보장 등을 담은 헌법을 제정해 아랍권에서 가장 진보적인 법체계와 사회 분위기를 갖춘 나라로 꼽힌다”고 강조했다. 나프티 대사는 “튀니지의 잠재력을 알리기 위해 한국의 중견 기업인을 많이 만나고 있다”며 “교육계와 과학기술계 인사들과의 교류도 넓혀 한국의 성장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북한인 2명이 거액의 달러를 현금으로 소지한 채 스리랑카에서 비행기를 환승하려다 적발돼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17일 보도했다. 오만을 출발한 이들은 14일 스리랑카의 수도인 콜롬보 공항에서 15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를 소지한 채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스리랑카에서는 1만 달러 이상의 외화를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보유한 사람은 외국환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들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직접 현금을 가지고 북한으로 들어가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확한 신분이 확인되지 않은 이들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소지한 돈은 오만 건설 현장에서 받은 자신과 동료들의 월급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2일 통과시킨 새 대북제재 결의 2270호는 사실상 북한의 국제 금융 활동을 금지시켰다. 북한 당국과 외화벌이 담당자들은 이전에도 러시아와 중국, 중동 등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은행이 아닌 현금 운반 방식으로 본국으로 들여왔다. 스리랑카 경찰은 입국이 아닌 환승 과정에서 적발됐기 때문에 처벌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스리랑카를 관할하는 주인도 북한대사관도 스리랑카 정부에 이들을 풀어주고, 현금도 반환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국 공군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0대씩 총 40대를 도입하기로 한 F-35A 스텔스 전투기(사진) 가격이 2019년부터 현재보다 대당 180억 원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군사 전문 매체인 ‘밀리터리 닷컴’에 따르면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의 제프 바비언 사업단장은 현재 대당 1억 달러(약 1200억 원)인 F-35A 가격이 2019년에는 8500만 달러(1020억 원)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 팔과 레이저 시스템 등 제작 기술 발전으로 생산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F-35A의 가격 인하는 한국 국방부에도 ‘호재’다. 정부 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에 따르면 F-35A 개발 비용이 올라가면 도입국이 차액을 부담하고 반대로 개발 비용이 떨어지면 차액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한국 국방부가 2014년 록히드마틴과 F-35A 전투기 도입 계약을 체결할 당시 총사업비는 7조3418억 원으로 여기에는 기체 가격(엔진 포함)과 운영 유지비 등도 포함됐다. 당시 기체 가격이 대당 1211억 원, 총 4조8440억 원(40대)이어서 가격이 전망치대로 떨어진다면 기체 구입비 5700억 원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군 관계자는 “제작 원가가 떨어지고, 양산 단계로 접어들면 F-35A의 전체 도입비는 계약금액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록히드마틴은 공군용 모델인 F-35A에 비해 무게가 많이 나가고 주문량도 많지 않은 해병대용(F-35B)과 해군용(F-35C) 모델은 2019년까지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어떻게 해야 북한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있을까요?”“통일로 가는 과정에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합니까?”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를 방문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석사과정 학생 13명은 탈북자 출신의 국제부 주성하 기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대학원에서 ‘한반도 통일’ 수업을 듣는 이들은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기말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12일 한국에 왔다.학생들은 국제사회의 골칫거리인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 및 ‘통일 한국’의 미래상에 큰 관심을 보였다. 에밀리 포토스키 씨는 “주기적으로 핵실험을 하고 주변국들을 위기에 빠뜨리는 북한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애쉴리 패턴 씨는 “통일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이고, 통일된 한국의 모습이 어떨 것 같으냐”고 질문했다. 에너지와 환경정책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중국계 학생 매기 야오 씨는 “현재 북한의 전기와 연료 같은 에너지 부족 상황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느냐”고 물었다.이에 대해 주 기자는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핵 보유를 정식으로 인정받고 이를 토대로 체제 안정을 보장받는 게 최종 목표”라며 “북한은 체제 안정을 확신하기 전까지는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은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에 적합한 사고방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고 답했다.학생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불러온 변화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고, 과학기술 발전이 북한 사회를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을 인솔한 임은정 교수는 “동아일보와 채널A는 가장 적극적으로 북한 및 통일 이슈를 보도하며 북한의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판단해 찾아왔다”며 “학생들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학생들은 20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국회와 국방부, 통일부, 통일준비위원회, 하나원 등을 방문한다. SAIS는 미국에서 국제관계학 분야의 이름 있는 대학으로 꼽힌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영국 대형 은행 직원들이 로봇에 일자리를 빼앗기게 됐다.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는 투자 자문역 220명과 보험상품 자문역 200명 등 55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RBS는 8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자 경비 절감을 위해 개인의 재정상태에 맞는 투자상품을 온라인으로 안내하는 ‘로봇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확대하는 대신 창구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로봇 어드바이저는 환율과 금리, 원자재 가격 같은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에게 맞는 투자 상품을 추천해준다. 온라인을 통해 재정 정보를 입력한 뒤 투자 목적과 기간, 목표수익률 등의 질문에 답하면 투자유형과 성향을 분석해 적합한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무거운 벌금을 물어야 하는 등 투자자문의 법적 책임이 강화된 것도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는 이유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금융권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분석 플랫폼 업체인 켄쇼테크놀로지 창업자 대니얼 내들러 씨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연봉 50만 달러를 받는 애널리스트들이 40시간을 투자해 할 수 있는 일을 몇 분 만에 처리하는 금융 프로그램도 이미 선보였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지 여사 측에 맞설 대통령 후보로 군 장성 출신의 강경파 인사인 민 스웨 양곤 지사(64·사진)를 선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3일 보도했다. 군부 몫의 부통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이 인사는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스웨 지사는 1992년부터 2011년까지 미얀마를 지배했던 탄 슈웨 장군의 측근으로 양곤 지역 사령관이던 2007년 승려들이 주도했던 반(反)정부 민주화시위인 ‘사프란 혁명’을 강경 진압했다. 미국은 그의 이런 ‘반(反)민주’ ‘군부 독재’ 경력을 문제 삼아 국무부의 무역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미얀마의 대통령) 후보 선정 절차와 후보 개인(스웨 지사)에 대해 우려한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미얀마 국민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되는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스웨 지사의 과거 행적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나타냈다. 미얀마는 상하원과 군부가 각각 1명씩, 3명의 대통령 후보를 지명한 뒤 양원 의원들이 투표해 최다 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나머지 2명은 부통령이 된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는 15일 진행된다.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상하 양원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수지 여사의 운전기사 출신으로 하원 지명을 받은 틴 우(70)가 대통령 자리를, 소수 민족인 친족 출신으로 상원이 지명한 헨리 반 티 유(58)가 부통령 자리를 따놓은 상황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바덴뷔르템베르크, 라인란트팔츠, 작센안할트 3곳의 의회를 새로 구성하는 주 의회 선거가 13일 일제히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사진)의 난민 개방 정책에 대한 독일 국민의 첫 심판대로 부를 만하다. 지난 한 해에만 110만 명의 난민이 몰려든 독일은 지난해 말 쾰른 집단 성추행 사건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메르켈 총리의 난민 정책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빚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4연임 여부를 결정할 시험대인 이번 선거를 앞두고 메르켈이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CDU)과 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10일 공영방송 ZDF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기민당은 텃밭인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지지율이 10%포인트 떨어진 29%에 머물렀다. 이는 녹색당에 처음으로 뒤지는 수치다. 라인란트팔츠에서는 35%로 사민당(36%)에 뒤졌고, 작센안할트에서는 안정적인 지지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2013년 창당한 뒤 반(反)난민 정서를 파고든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무섭게 약진했다. 작센안할트 주에선 반년 만에 지지율이 5%에서 20%로 뛰었고, 나머지 2개 주에서도 두 자릿수로 지지율이 치솟았다. 전국 평균 지지율도 12%로 CDU와 SPD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히틀러 키드(Hitler kid)’라 불리는 40대 여성 당대표인 프라우케 페트리(42)는 과격한 우파 민족주의 노선으로 세력의 결집을 이끌었다. 올 초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국경을 불법적으로 넘으려는 난민들에게는 국경 관리 요원들이 총을 쏠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는 극단적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나치의 전쟁범죄와 관련해서도 “독일인 특유의 죄책감이 너무 자주 부각돼 우리(독일)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왜곡되게 하고 있다”며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겼다. 여성 기업인 출신인 페트리는 2014년 7월 베른트 뤼케를 꺾고 신임 당수에 올랐다. 동독 출신에 이공계 박사학위가 있고 루터교와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서 메르켈 총리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한스요아힘 푼케 베를린자유대 정치학과 교수는 “그는 냉정하고 지적이며 집권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민당 소속의 ‘메르켈 키즈’가 메르켈 총리와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르켈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도 난민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홍보하는 입장을 고수하자 라인란트팔츠 주 후보로 나선 율리아 클뢰크너 기민당 부대표는 그를 비판하는 ‘배신의 정치’를 시작했다”며 “메르켈도 이를 알지만 묵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우베 바크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정치학과 교수는 “AfD의 약진을 애써 무시하던 메르켈 총리가 최근 AfD와 페트리 당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가 얼마나 조급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난민 포용 정책에 반감을 가진 유권자들이 대거 AfD에 투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외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면초가에 몰린 메르켈 총리가 안팎에서 정치력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이설 snow@donga.com·이세형 기자}
인공지능(AI) 알파고에 세 판을 내리 진 이세돌 9단이 첫 승을 거두자 세계 바둑계와 외신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바둑’의 발상지인 중국의 바둑 1위 커제(柯潔·19) 9단은 13일 대국이 끝난 뒤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프로 바둑 기사의 존엄을 되찾았다”며 축하했다. 커 9단은 “컴퓨터가 버그를 일으켜 계산 착오를 일으킨 것 같다”며 “오늘 같은 수준이라면 나에게 도전할 자격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이 9단이 패한 알파고와의 3국이 끝난 직후에는 “알파고의 바둑은 거의 완벽했고 실수한 곳이 없었다. 같은 조건이면 나도 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의기소침했다.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인터넷판도 이날 이세돌 9단의 첫 승리 소식을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날 아침만 해도 이세돌 9단의 3연패 소식을 전하며 ‘충격적’ ‘공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던 이들 언론은 이 9단의 승리 소식을 ‘낭보’라 전하며 “인간의 의지를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알파고는 중반 승부처에서 돌연 흐트러졌다”며 “약점을 드러낸 형태가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 바둑 전문 사이트인 ‘히비네트’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한 번쯤 이겨줬으면 하는 세계 바둑 팬들의 마음을 이세돌 9단이 성취해 냈다”며 “그도 안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TV아사히도 “(같은) 인간으로서 기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서구 통신들도 AI 기술에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논평했다.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와이어드는 “알파고는 AI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고 앞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재창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며 “하지만 오늘 이세돌의 승리는 이 기술이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에서 인간이 3연패 뒤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알파고가 5시간에 걸쳐 치열하게 싸웠지만 결국 패했다”며 “알파고가 완벽하지 않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밝혔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 이세형 기자}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지 여사 측에 맞설 대통령 후보로 군 장성 출신의 강경파 인사인 민트 슈웨 양곤 지사(64)를 선정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3일 보도했다. 군부 몫의 부통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이 인사는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슈웨 지사는 1992년부터 2011년까지 미얀마를 지배했던 탄 슈웨 장군의 측근으로 양곤 지역 사령관이던 2007년 승려들이 주도했던 반(反)정부 민주화시위인 ‘샤프론 혁명’을 강경 진압했다. 미국은 그의 이런 ‘반(反)민주’, ‘군부독재’ 경력을 문제 삼아 국무부의 무역제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11일 “(미얀마의 대통령)후보 선정 절차와 후보 개인(슈웨 지사)에 대해 우려한다”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미얀마 국민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민주화 이후에도 계속되는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슈웨 지사의 과거 행적에 대한 불만과 함께 우려를 나타냈다. 미얀마는 상하원과 군부가 각각 1명씩 3명의 대통령후보를 지명한 뒤 양원 의원들이 투표해 최다 득표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한다. 나머지 2명은 부통령이 된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는 15일 진행된다.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상하 양원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수지의 운전기사 출신으로 하원 지명을 받은 틴 초(70)가 대통령, 소수 민족인 친족 출신으로 상원이 지명한 헨리 벤 티 요우(58)가 부통령 자리를 따놓은 상황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자유와 낭만의 도시란 이미지에 실리콘밸리와 가까워 많은 벤처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반(反)기업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고 8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도시에 기반을 둔 산업이나 기업에 애정이 많다. 자동차산업이 강한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의 프로농구팀이 피스턴스(자동차부품), 맥주 양조업 비중이 큰 밀워키의 프로야구팀이 브루어스(맥주 양조업자)란 이름을 쓰는 것도 이런 문화에 뿌리를 둔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주민들, 이른바 ‘샌프란시스칸’들의 상당수가 벤처기업은 오히려 생활에 불편을 줄 뿐 아니라 지나친 혜택을 받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NYT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늘면서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방 한 개짜리 아파트 월 임차료가 중간 값 기준으로 3500달러(약 424만 원)로 이는 미국에서 가장 높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이 일부 교사를 상대로 조사한 데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집값을 감당할 수 있다’고 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고교 교사인 데릭 타이넌코널리 씨는 “세입자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며 산다”고 털어놨다. 벤처기업 직원을 위한 셔틀버스가 대중교통 정거장에 맘대로 설 수 있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부 주민들은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데도 애로를 겪는다며 불만이 높다. 벤처기업 직원들과 일반 주민들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은 벤처기업 종사자들이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충돌이 적지 않다. 중학교 교사인 헬러나 코다 씨는 벤처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때문에 속앓이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코다 씨는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교사를 때려치우고 우리 업계로 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벤처기업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불쾌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저스틴 켈러라는 벤처기업 창업자가 “부자들은 (물가가 비싼) 도시 안에서 살 권리를 얻은 사람들이다. 출퇴근길에 노숙자들의 고통과 절망을 매일 보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자유와 낭만의 도시란 이미지에 실리콘밸리와 가까워 많은 벤처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 ‘반(反) 기업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고 8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사는 도시에 기반을 둔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애정이 많다. 자동차 산업이 강한 디트로이트의 프로농구팀이 피스톤스(자동차 부품), 맥주 양조업 비중이 큰 밀워키의 프로야구팀이 브루어스(맥주 양조업자)란 이름을 쓰는 것도 이런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주민들, 이른바 ‘샌프란시스칸’들의 상당수가 벤처기업은 생활에 불편을 초래하고, 지나친 혜택을 받아 박탈감을 느끼게 만드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벤처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방 한 개짜리 아파트의 월 임대료가 중간값 기준으로 3500달러(약 424만 원)인데 이는 미국에서 가장 높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레드핀이 일부 교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을 감당할 수 있다’고 답한 이가 한 명도 없었다. 고교 교사인 데릭 타이난-코널리 씨는 “세입자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벤처기업 직원들을 위한 셔틀버스가 대중교통을 위한 정거장에 마음대로 설 수 있는 것도 해당 기업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큰 불편을 주고 있다. 교통 체증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일부 주민들은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불평을 토로한다. 벤처기업 종사자들과 일반 주민들 사이에 갈등도 생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벤처기업 종사자들이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하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벌어지는 갈등이 많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하는 헬레나 코다 씨는 벤처기업에 다니는 친구들 때문에 자주 속앓이를 한다. 코다 씨는 “그들은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너무 자주 ‘교사를 그만두고 우리 업계로 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벤처기업에 다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불쾌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저스틴 켈러라는 벤처기업 창업자가 “부자들은 (물가가 비싼) 도시 안에서 살 권리를 얻은 사람들이다. 출퇴근 길에 노숙자들의 고통과 절망을 매일 보고 싶지 않다”는 글을 올려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의 현재 상태에 대한 인식은 같은 캘리포니아 주의 또다른 대도시인 로스앤젤레스에 비해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캘리포니아 공공정책 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 사람들 중 39%가 ‘캘리포니아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고 답해 2014년(29%)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반면 로스앤젤레스는 33%를 기록해, 37%였던 2014년에 비해 4%포인트 하락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처음부터 창업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주위 사람들이 좋아해서 학교 창업경진대회까지 나가서 놀랍게 1등을 했어요. 평가자들도 후하게 점수를 주셔서….” 어린이 안전용품 디자인 회사 ‘키두(KIDU·Kid와 You의 합성어)’의 유수진(28), 정세경(27) 공동대표는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회사 사무실에서 제품을 설명하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웃었다. KAIST 학부와 대학원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두 사람은 “아이의 안전을 가장 신경 쓰고 동시에 개성 있는 제품을 원하는 신세대 엄마들의 마음을 잡은 게 성공 비결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키두가 판매하는 ‘허그돌(Hug doll·껴안는 인형)’은 유아·어린이용 자동차 안전벨트 각도 조절 인형이다. 인형 가운데 뚫려 있는 공간으로 안전벨트를 집어넣어 사용할 수 있다. 많은 어린이들이 자동차에 타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안전벨트가 턱과 목을 지나가 불편하다고 투정을 부린다. 특히 아이가 안전벨트를 매고 차에서 졸 때 머리를 기대지 못해 불편함을 느낀다. 허그돌은 아이들이 자동차 안전벨트를 착용할 때 겪는 신체적, 정서적 불편을 해결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까칠한 촉감의 안전벨트 대신 푹신한 인형을 안거나 (인형에) 몸을 기댈 수 있게 디자인한 것이다. 정 대표는 “어린 친척 동생이 안전벨트를 맨 뒤 투정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제품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간단한 제품을 만들어 지인들에게 테스트했더니 ‘아이의 안전벨트 투정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자신감이 생긴 정 대표는 대학원 졸업을 준비하던 2013년 7월 평소 마음이 맞고, 전공 관련 대화를 많이 나눴던 유 대표와 함께 KAIST 창업원이 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최종 결선에 오른 10개 팀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과 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 같은 깐깐한 평가위원들도 ‘아이디어가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유 대표와 정 대표는 대회 1위 상금(1000만 원)과 외부 용역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이듬해 2월 키두를 설립했다.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허그돌은 세계적 디자인 공모전인 ‘IF 디자인 어워드’(제품 디자인 부문)에서도 입상했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업종이 아니라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서 큰 자금이 필요하진 않았다. 하지만 브랜드와 명성을 따지는 업종에서 신생 업체가 인지도를 올리는 건 쉽지 않았다.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기도 버거웠다. 이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키두가 선택한 전략은 백화점 진출. 유 대표는 “‘엄마’들에게 인정받으려면 검증받은 제품이란 이미지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선 백화점 진출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판매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 제품을 얼마나 자주 어느 정도 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지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해 백화점 관계자에게 혼도 많이 났다”며 웃었다. 다행히도 백화점의 유아용품 담당자들 중 엄마들이 많았다. 허그돌의 디자인과 기능에 관심을 보였다. 결국 키두는 회사가 설립된 지 9개월 만에 백화점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현재 허그돌은 전국 50여 개 백화점(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등)의 유아용품 편집매장(한 장소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팔리고 있다. 올해 초 기존 모델(6만9000원)보다 저렴한 원단으로 제작한 ‘허그돌 라이트’(3만9000원)도 내놓고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정 대표는 “국내 유아용품 업체 중 아이디어 제품을 파는 곳이 드물다”며 “‘아이디어 유아용품=키두’란 공식을 만드는 게 미래 목표”라고 말했다.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무작정 창업을 결정하지 말고 평가부터 철저히 받아보라고 조언했다. 특히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주변 사람들과 창업대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대표는 “일단 주변 사람들로부터 제품을 냉정하게 평가받고, 창업경진대회 같은 검증된 경쟁에도 나가봐야 실제 제품의 경쟁력을 알 수 있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고 확신과 자신감이 생길 때 창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조언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일제강점기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도산 안창호 선생(사진)이 미국으로 건너간 목적과 당시 소회를 보여주는 새로운 자료가 발견됐다. 재미 학자인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리버사이드) 인종학과 교수가 지난해 10월 발견한 것으로 도산이 미 서부지역의 주요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한 1902년 12월 7일자 기사다. 기사 제목은 ‘한국, 잠자고 있는 땅: 특이한 사람들, 낯선 관습들, 깨어나는 자각’이다. 도산이 1902년 10월 14일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뒤 숙식을 신세 졌던 알레산드로 드루 박사(한국에서 8년간 의료선교 활동을 함)가 친분이 있던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기자에게 선생을 소개해 인터뷰가 이뤄졌다. 기사에서 도산은 “미국에서 많은 것을 배운 뒤 한국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도산은 또 “한국인들은 지금 세상을 우물 안 개구리처럼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산은 자신이 미국에 올 수 있었던 건 호러스 언더우드(연희전문학교 설립자)의 조언과 독지가들의 지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선 이 기사가 도산이 미국으로 건너가 신문물을 배우려 했다는 점과 당시 행적이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당시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한국과 지식인의 이야기를 미국의 주요 신문이 한 면을 통째로 할애해 다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기사에는 ‘한국에는 귀신을 숭배하는 사람이 많고, 기독교나 가톨릭을 믿는 사람은 적다’거나 ‘결혼은 부모가 정해주는 사람과 해야 한다’ 등 한국의 사회상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각도 담겨 있다. 장 교수는 미국 내 첫 번째 ‘코리아타운’ 관련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자료를 발견했다. 도산은 1904년 로스앤젤레스 동부에 있는 리버사이드에서 초기 한국인 이민자들과 함께 한인촌을 건설했다. 도산은 이곳에서 한인들에게 교육과 공동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교수는 11월 도산학회 세미나에서 도산의 리더십과 미국의 첫 번째 코리아타운 관련 내용을 담은 논문을 발표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오스트리아의 세계적인 지휘자로 ‘바로크 음악 부흥의 교황’이란 명성을 얻었던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사진)가 5일(현지 시간) 노환으로 사망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향년 87세. 독일 베를린 출신인 아르농쿠르는 빈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1952년부터 1969년까지 빈 교향악단에서 첼리스트로 활동했다. 1972년부터 지휘자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과 카를 뵘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그는 고전 악기와 바흐, 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을 비롯한 고전 음악에 많은 관심을 보였고 관련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며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건강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2일 “중동 지역 젊은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지고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단체에 가입하는 큰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 절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시 대통령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한국 기업들이 이집트에 적극 진출해 일자리가 늘어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적극적인 진출을 요청했다. 시시 대통령은 “이집트는 최근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산업기반 시설을 대대적으로 늘리고 다양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했다”며 “한국 기업들이 제조와 물류 단지로 이집트를 활용할 경우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중동과 유럽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5주년을 맞는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는 질문에 대해선 “아직 문제가 있지만 결과를 평가하기에는 짧은 기간”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3일 시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이집트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양국은 공동선언에서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이행하기 위한 정치 대화를 강화한다”면서 “(북한을 제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에 대해 전적인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집트가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는 과정에서 안보리 이사국으로 적극 기여해준 것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또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 카이로 메트로 5호선 등 최대 36억 달러(약 4조4280억 원) 규모의 이집트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 및 협정·약정 9건을 체결했다.이세형 turtle@donga.com·장택동 기자}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미국 동부의 명문 사립대들이 오랫동안 간직해 온 학풍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 발전 추세에 맞춰 학교 발전 전략을 바꾸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문·사회과학 중심이던 대학이 이공계 중심의 발전 전략을 짜고 나아가 학생들의 창업에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경제학과 정치학 철학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유명한 프린스턴대는 1월 발표한 ‘대학 발전 전략’에서 ‘프린스턴 색깔을 담은 기업가 정신’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보기술(IT) 분야 투자를 늘리고 대학 내 창업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프린스턴대는 또 오랜 전통이자 경쟁력으로 꼽혀 온 소수 정예 대학원 교육 원칙을 공대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분야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도 검토 중이다. 대학원 규모를 키워야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을 할 수 있고 학생들의 창업 가능성도 커진다는 생각에서다. 하버드대도 인문·사회과학 중심에서 나아가 공학과 창업을 강조하는 학풍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하버드대는 지난해 6월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이며 이 대학 경영대학원 졸업생인 존 폴슨 폴슨앤드컴퍼니 회장에게서 4억 달러(약 4920억 원)를 기부받았다. 학교 역사상 최대 규모다. 하버드대는 공학 분야 단과대 이름도 ‘존 폴슨 공학응용과학대’로 바꿨다. 이 대학은 폴슨 회장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메인 캠퍼스가 있는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인근 올스턴에 대규모 공대 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서 컴퓨터과학, 로봇공학, 생명공학 등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특히 스탠퍼드와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비해 뒤지는 컴퓨터과학 랭킹을 짧은 시간 안에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미 최상위권 대학들이 공학과 창업 교육 강화에 적극적인 이유는 ‘실리콘밸리’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면서 창업과 첨단 기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프린스턴대만 해도 10년 전보다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4배나 늘었다. 또 3차원(3D) 프린팅과 로봇 등 신기술의 발전 속도가 급격히 빨라진 것도 변화의 이유로 꼽힌다. 김병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업원장은 “미래상을 크게 바꿀 기술이 대거 개발되는 상황에서 명문대들이 해당 분야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학교의 연구 역량과 우수 학생 유치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학 분야와 창업 활성화를 통해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고, 대규모 기금 유치에도 성공한 미 서부 명문대 스탠퍼드대 사례도 인문·사회과학을 강조해 온 명문대들을 자극했다는 평가가 많다. 엔지니어링 스쿨이 강한 스탠퍼드대는 최근엔 인문학과의 접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학은 1월 공대의 미래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탠퍼드대는 공대의 ‘연구문화’를 최대한 개방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 ‘액셀러레이터(가속기)’란 조직을 만들어 다른 학문 분야와의 협력 연구를 촉진할 계획이다. 퍼시스 드렐 공대 학장은 “미래의 많은 문제는 공학을 중심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공학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협력해야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