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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대형 전자·통신제품 제조회사인 화웨이(華爲)에 “미 정부가 제재 대상국으로 지정한 북한 등에 기술과 제품을 수출한 모든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의 간판 정보기술(IT) 기업인 화웨이의 대북 거래 의혹에 대한 전면조사에 나서면서 북핵 해법을 둘러싼 미중 간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앞서 미 재무부는 1일(현지 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며 북한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도 제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최근 화웨이에 북한, 시리아, 이란, 쿠바, 수단 등에 미국 기술이 일정 비율 이상 포함된 제품을 수출한 자료 5년 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또 화웨이가 본사가 아닌 제3의 회사를 통해 이들 국가로 보낸 화물 기록도 제출하라고 압박했다. 이번 조치는 화웨이가 미 정부의 수출 규정을 어겼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미국은 자국의 기술이 일정 부분 이상 포함된 제품을 자국 기업은 물론이고 제3국 기업들이 북한, 이란, 시리아, 수단, 쿠바 등 제재 대상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상무부는 NYT에 “조사가 이뤄지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도 할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화웨이는 3일 중국 언론에 보낸 대변인 성명에서 “회사는 업무와 관련된 법률과 법규를 지키고 있으며 수출 통제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상세한 정책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중화왕(中華網)은 “미국은 3월에도 또 다른 중국의 주요 무선 설비업체인 중싱(中興·ZTE)에 수출 금지 부품과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이란에 수출했다는 이유로 제재 조치를 내렸다가 중국 측의 항의를 받고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이번에 다시 국제법도 아닌 국내법으로 중국 기업을 제재하려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이후 공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던 미국과 중국이 북한 문제로 다시 첨예하게 맞서면서 동북아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2월 통과된 미 의회의 대북제재강화법(HR757) 후속 조치의 하나로 1일(현지 시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처음 지정한 것은 북한과 함께 김정은 정권을 감싸 안으려는 중국을 향한 공개 경고장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에 대해 미국 금융기관과의 달러 거래를 단절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효력을 낼 수 있는 조항도 담고 있다.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하면서 북-중 관계 복원을 시도하자 북한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금융기관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조치를 꺼낸 것이다. 미 정부는 두 달여 전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키로 하고 발표 시기만을 고르고 있었다. 워싱턴 소식통은 “백악관은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중국에 경고 메시지를 줄 시점을 기다리다가 시 주석의 이수용 면담 직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고 전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그 어떤 국가가 자신의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며 반발했다. 미중은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긴장 수위를 꾸준히 높여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일환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지속해왔다.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 일행을 면담한 것도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수용의 방중은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며 “북한은 국제사회 제재를 완화시킬 틈새를 찾으려 했고 중국은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깨졌다고 보고 ‘북한 껴안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은 3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릴 15회 샹그릴라 대화와 6, 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8차 미중 전략대화에서 다시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우경임 기자}

북한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던 1일 오후 4시 10분.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전달받던 시 주석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3년 전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냉랭한 표정으로 맞이할 때와는 달랐다. 그동안 한국이 공들여왔던 한국 미국 중국 간 대북 공조가 흐트러지는 순간이었다. 같은 시간 박근혜 대통령은 케냐 나이로비를 출발해 프랑스 파리로 향하고 있었다. 한국이 북한의 우방국인 아프리카 3개국을 만나는 동안 북한은 제재의 핵심 고리인 중국의 손을 잡음으로써 북한 고립 작전에 대한 무력화를 시도했다. 중국은 북한이 내민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면 ‘북한 껴안기 카드’를 꺼내 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한국의 대응은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수용이 중국으로 떠난 지난달 31일 외교부·통일부 당국자는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당 대 당 차원의 관례적 교류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수용 방중 사실도 사전 통보를 받았다고 간접적으로 시사하면서 북-중 관계가 급격히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1일 중국 신화통신과 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면담 분위기는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두 매체는 “중국과 조선(북)이 우애를 발전시키고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지키자”는 내용의 대화를 했다고 함께 보도했다.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악화 일로를 걷던 북-중 관계에도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북핵 문제에 대해 북한 매체는 “새로운(경제-핵) 병진 노선은 추호도 변함없다”고 당당히 주장했다. 중국 매체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일관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우회적으로 보도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양국이 북핵 문제에 대해 각각 입장을 언급했으나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는 아니라는 뜻”이라며 “중국이 미국 중심의 동북아 구도를 바꾸기 위해 북한을 끌어안는 베팅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중조(中朝·중-북)우호는 한반도 국면의 중요한 자산’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참여한 상황에서 중조 관계가 대립으로 가고 나아가 동북아의 갈등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다수의 세력이 있다”며 “이는 중조 모두에 불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방중은 북-중 관계 회복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수용의 방중이 김정은 방중의 길 닦기가 된다면 한국의 북핵 외교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명확해지면서 한국 외교가 움직일 공간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랐던 박 대통령의 대중 외교를 재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의 대북 정책은 늘 ‘미국 팩터’에 의해 결정된다”며 “주요 2개국(G2) 간 갈등 관리에 따라 북-중-러 삼각동맹 복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핵에 관한 전향적인 입장 표명 없이 김정은의 방중이 성사되긴 힘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비핵화라는 목표로 나아가려면 대화가 필요하다는 게 중국 입장이므로 한미일이 주도하던 국면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이날 이수용이 2박 3일간의 방중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했다. 북한은 고위급 인사 교류 및 신압록강대교 개통, 개성∼신의주 고속철도 건설 인프라 협력 등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 재무부가 1일(현지 시간) 꺼내 든 북한의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카드가 대북 제재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국제사회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2005년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가 북한 계좌를 동결한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이 BDA에 있던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자금 2500만 달러(약 300억 원)를 한순간에 묶어버리자 갑자기 달러 공급원이 막힌 북한 정권은 “피가 마른다”며 고통스러워했다. 60일간의 예고 기간을 거쳐 시행되는 이번 조치는 북한과 미국 금융기관 간 거래를 금지하고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금융기관까지 미 정부가 제재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갖췄다. 미국 내 북한의 금융거래가 거의 없고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조치다.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 대행은 1일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은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적 조치이며 다른 나라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과 중국 양국을 정조준한 것임을 분명히 못 박은 것이다.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부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면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은 뒤 미국 금융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 있다”며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기관, 개인이 미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공식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해외 공관원, 무역회사, 위장회사를 활용해 중국 금융기관들과 차명으로 하는 지하 금융거래를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북한 금융기관은 이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2270호)에 따라 블랙리스트로 지정돼 있는 만큼 북한의 실질적인 돈줄을 형성하는 각종 차명·은닉 계좌를 얼마나 파악하느냐에 따라 제재 효과가 좌우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 정부가 BDA 제재 당시 연방수사국(FBI)을 동원해 북한의 각종 돈세탁, 위조지폐 의혹 관련 증거를 잡아낸 노하우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북-중 간의 은밀한 거래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 당국은 현재 북한이 중국 상하이 등지의 여러 은행 가명·차명 계좌 수십 개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비자금 수억 달러를 예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이 근로자 송출 등을 통해 번 달러를 평양으로 운반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올 3월 북한인 2명이 15만 달러(약 1억8000만 원)를 운반하다 스리랑카 세관에 적발된 것처럼 해외 근로자들이 외환사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높다. 중국은 2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뾰족한 대응 수단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하다 걸려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를 못하게 되면 ‘달러 기축통화 질서’ 체제에서는 중국만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전 세계의 달러 거래는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이 국내법과 국내 은행 통제로 세계금융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과 비공식 거래를 하는 중국 금융기관 상당수가 지방 소도시 은행이어서 미국과의 거래 자체가 별로 없어 제재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BDA 제재 이후 미 정부의 감시망을 피하려고 뭉칫돈이 아니라 소액으로 분산해 중국 지방 은행에 계좌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제재는 달러화 거래만 해당되기 때문에 위안화, 루블화 등 중국, 러시아 화폐를 이용해 제재를 피해 갈 수도 있다. 한국 외교부는 2일 “북한의 비핵화와 실질적 변화를 위해 강력한 대북 제재를 지속하겠다는 미국의 단호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검토 마감 시한보다 앞당겨 발표된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2월 미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미 정부는 법 발효 후 180일(8월 16일)까지 검토 조치를 마쳐야 하지만 이보다 훨씬 빠른 104일 만에 지정 작업까지 끝냈다.워싱턴=이승헌 기자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숭호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김정은의 구두친서를 갖고 방중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했다. 이로써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얼어붙었던 북-중 관계는 전환의 계기를 맞게 됐다. 시 주석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면담한 것은 2013년 5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이후 3년여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이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과 만나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추가 도발 중단을 촉구한 것이다. 시 주석이 ‘유관 당사국들’이라는 복수형 주어를 사용한 것은 미국에 대해서도 한반도 긴장 완화에 협조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시 주석과의 면담에서 지난달 열린 7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은 친서에서 “중국과 공동 노력으로 중조(中朝) 간 우호 전통 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북한과 공동 노력으로 북-중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고 공고히 하며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올 2월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중국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례와 같이 세계 금융기관들이 북한과의 금융거래를 꺼리게 돼 북한의 자금줄이 한층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의 이 부위원장 면담은 지난달 초 북한이 7차 당 대회에서 ‘핵과 경제 병진’ 정책을 천명한 것을 중국이 승인하는 모양새를 갖춘 것이다. 베이징 소식통들은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의 면담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유엔의 대북제재 동참으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는 했다고 보고 이제는 실리적으로 동맹국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와 미국 유럽 등의 개별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을 ‘포위 탈출 외교’의 창구로 삼았다고 할 수 있다. 북한 특사의 시 주석 면담 성사로 이제 관심은 김정은의 방중이 언제쯤 이뤄질지에 쏠리고 있다. 김정은의 방중이 추진될 경우 양국 간 물밑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일본 도쿄에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 북한의 지난달 31일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비난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위한 대북 압박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중국이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를 준비 중이며 선포 시기는 미국의 중국 영토 주권에 대한 도전이 어느 정도로 이뤄지는지에 달려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SCMP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가까운 소식통이 “선포 시기는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배치 및 미국과 주변 국가들의 관계 등 지역 내 안보 상황에 달렸다”면서 “미군이 중국의 주권에 도전하는 도발적 행동을 지속하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국방부도 SCMP가 보낸 서면 질의에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주권국가의 권리”라며 “선포 시기는 중국이 영공 위협에 직면했는지 영공의 안전 위협이 어떤 수준인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국은 일본과 영토 갈등 중인 센카쿠 열도 부근 동중국해 일대에 2013년 11월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으나 미국 일본 등은 인정하지 않았다. 미국은 B-52 폭격기를 사전 통보 없이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에 들여보내 무력시위를 벌였다. 미국이 인공섬 및 군사시설 건설에 반대하며 중국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경우 해상에 이어 하늘에서도 미중 양국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이곳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해당국에 미리 비행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중국이 선포할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필리핀과 베트남 등이 이미 선포한 배타적경제수역(EEZ)과도 일부 겹칠 것으로 예상돼 지역 내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SCMP는 중국의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 주장이 3일부터 사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샹그릴라 회의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중국 일본 및 아시아 주변국 군 관계자들이 두루 참석하는 회의를 앞두고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회의에는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쑨젠궈(孫建國)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부참모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리는 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잇단 도발 행위에 대해 강력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1일 보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면담으로 얼어붙었던 두 나라 관계는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북한은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이어 지난달 스위스와 유럽연합(EU)의 독자 제재가 잇따라 나오면서 외교적으로 갈수록 곤경에 처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특사가 중국 최고지도자를 면담하면서 북한이 중국을 등에 업고 ‘포위 탈출 외교’의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관영 신화통신이 전한 시 주석과 이 부위원장의 대화 내용만 보면 북한의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주문과 답변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날 면담에서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도발 자제를 촉구한 것이지만 상당히 완화된 표현이라는 평가다. 이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구두친서를 통해 양국 관계의 복원 의지를 내비쳤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중국정책연구소장)는 “시 주석이 언급한 ‘냉정과 절제’는 이제 더 이상 사고치지 말라는 뜻”이라며 “그러나 북-중 모두 서로의 핵심적인 주장은 수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관계 개선의 새 돌파구를 찾았다기보다는 북-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은 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 의견 일치를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을 만난 것을 놓고 지난달 열린 북한 7차 당 대회의 핵심 기조인 ‘핵과 경제 병진’ 원칙을 중국이 간접 승인해 주는 모양새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회견을 전한 신화통신은 양국의 전통적 우호 강조와 7차 당 대회에 대한 덕담을 강조해 상대적으로 비핵화 부분을 소홀하게 취급했다. 북한이 이 부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이 자신들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지지하는 것처럼 알리는 선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이 부위원장이 전날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쑹 부장이 “중국 당과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조선노동당과 인민이 자기의 실정에 맞는 발전의 길로 나가는 것을 확고부동하게 지지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중국이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지지한 게 아니라 전통적 친선 관계를 염두에 둔 원론적인 언급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을 통해 소개된 양측의 대화 외에 북한 비핵화와 관련된 내용이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지난달 7차 당 대회에서 핵-경제 병진 원칙을 천명했기 때문에 핵 포기와 같은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시 주석이 이날 이 부위원장을 만난 것은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전략적으로 큰 가치가 있는 북한과의 관계를 2년 이상 냉각 관계로만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욱이 한미일 3국이 일본에서 중국을 뺀 3자회담을 가지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최근 베트남과 일본을 거치며 대(對)중국 포위 외교에 나서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에서도 미일 대 중국의 대립 구도가 점차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명분 때문에 전통 우방인 북한과 악화된 관계를 계속 방치할 수 없다는 실리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중국 최고지도자와 북한 특사의 만남을 지켜보는 우리 정부의 속내는 무척 복잡하다. 대북 제재의 한 축이던 중국의 시 주석이 전격적으로 면담에 응한 것은 북-중 관계 개선을 바라는 북한의 요청에 화답하는 모습으로도 비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이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전달한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북한에 대한 경고성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이는 한국을 향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자제하라고 할 때의 얘기와 같다는 점에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자제한 만큼 제재에서 대화로 넘어갈 수 있는 타이밍으로 중국은 판단했을 것”이라며 “한미일이 가까워지면서 중국이 북한을 끌어안고 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까지 하면서 강공에 나섰던 한국 외교에 까다롭고 도전적인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우경임 기자}

북한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31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 4차 핵실험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가 시작된 지 약 90일이 되는 시점에서 이뤄진 이날 방문이 북-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90일을 앞두고 5월 22일 최룡해가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전격 방중한 것과 유사하다. 당시 대화 의사를 밝힌 뒤 중국의 제재 완화를 이끌어냈던 북한이 이번에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후견인이자 최측근인 이수용은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 숙소를 정했으며, 이날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중국 지도부를 만났다. 이수용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지도 관심사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외신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 면담 여부에 대해 “(이수용이) 상당한 고위직임을 고려할 때 만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위원장이라는 새 직위에 추대된 만큼 김정은의 방중을 통한 북-중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을 등에 업고 제재로 인한 고립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수용이 방중한 31일 북한은 사거리 3000∼4000km에 달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무수단’ 발사를 시도하는 등 대화와 도발의 화전양면 접근법을 지속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20분경 강원 원산 일대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해 무수단 발사를 시도했지만 발사대 장착 상태에서 폭발해 인근에 있던 기술자들이 중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4월 15일 첫 실패 이후 4번 연속 실패를 한 셈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손효주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북한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자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정무국 소속)인 이수용의 전격적인 중국 방문은 3년 전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정치국 상무위원)의 중국 방문과 묘하게 닮았다. 정부 소식통은 31일 “김정은이 중국의 등을 타고 제재를 약화시킴으로써 국면을 전환하고 고립 위기를 탈출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1일 한미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일본 도쿄(東京)에서 회동하는 시점에 북-중 관계 개선을 통해 북-중 대 한미일 구도를 만들어 대북 제재 전선에 균열을 내려는 ‘포위 탈출 외교’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를 통과시키자 같은 해 5월 중국을 찾은 최룡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핵 6자회담 등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원한다”고 밝혔다. 최룡해가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중국은 대북 제재를 완화했다. 유엔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리면서 제재는 흐지부지됐다. 이수용의 이번 방중도 4차 핵실험에 따라 3월 3일 채택된 안보리의 제재 결의 2270호 90일(2일)을 이틀 앞둔 시점인 만큼 ‘어게인 2013’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지난달 초 개최한 7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고 당(黨) 대 당 교류라는 전통적인 북-중 관계 복원을 시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9일 시 주석이 김정은의 노동당 위원장 추대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고, 이수용 방중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 북한 매체들이 북-중 친선농구대회에 참가한 김정은이 “북-중 간 두터운 친선”을 언급했다고 보도한 점도 주목된다. 이미 북-중 간에 관계 개선을 위한 물밑 접촉이 최소 한 달간 이뤄졌다는 뜻이다. 이수용이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시 주석을 면담해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외신 기자들을 만나 ‘김정은 방중 문제도 고위급 접촉 의제냐’는 질문에 “양측이 고위급 교류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가능성을 시사했다. 방중 대표단의 수는 40여 명으로 중국에는 2박 3일간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수용이 시 주석을 1일에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수용이 2013년의 최룡해처럼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다면 중국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비핵화를 거론하지 않되 대화를 통해 핵실험, 핵개발을 더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포기할 가능성이 적고 중국이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의미 있는 북-중 조율이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는 2월 개성공단 중단 등 대북 제재를 시작하면서 한국 정부는 대북 제재 3개월 뒤 제재가 흐지부지돼 온 ‘망각의 3개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3개월을 앞둔 시점에 나온 북한의 전방위 공세에 맞서는 정부의 북핵 외교도 시험대에 올랐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 베이징(北京) 시가 날로 심각해지는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 차량 운전자에게 교통유발부담금을 매기기로 했다. 30일 관영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베이징 시 환경보호국과 교통위원회는 최근 베이징 시 정치협상회의 주최 ‘스모그 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차량 5부제만으로는 대기오염과 교통체증을 막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베이징 시 스모그를 유발하는 주범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공장과 가정에서의 석탄 사용, 건설 현장의 먼지 등이 꼽힌다. 베이징 시는 본격적인 부담금 부과에 앞서 특정 지역을 지정해 이곳으로 진입하는 차량에 먼저 부담금을 물리는 영국 런던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또 운전자의 운행 횟수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는 싱가포르의 사례도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3년 2월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런던은 하루 5파운드(약 8700원)에서 시작해 지금은 10파운드로 부담금 액수를 높였다. 마오바오화(毛保華) 중국종합교통연구센터 집행주임은 “현재 베이징에서 차량 한 대의 평균 유지비가 4000위안(약 72만 원)인 것을 고려해 부담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시민의 소득 및 주차비 수준을 고려할 때 하루 20위안(약 3600원)∼50위안(약 9000원) 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 시는 대기 질 개선을 위해 도심을 관통하는 바람 길을 만들고 시 조례에 스모그를 ‘기상재해’로 명시할 계획이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의 한 세제업체가 흑인을 하얀 피부의 중국인으로 바꾸는 인종차별적 광고를 3개월가량 내보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30일 중국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上海) 레이샹(雷尙) 화장품 유한공사’는 ‘차이비(¤比)’라는 브랜드의 세제를 광고하면서 흑인을 중국인으로 바꾸는 상황을 설정했다. 광고에서 한 흑인 남성이 세제 구슬을 삼킨 후 세탁기에 들어간다. 세탁이 끝난 뒤 한 여성이 세탁기를 열자 하얀 피부를 가진 중국인 남성이 나타난다. 이 여성은 남성을 보고 매우 기뻐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 업체는 광고가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외국 언론을 중심으로 나온 뒤에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중국인들은 흑인 백인 황인종에 대한 차별이 없다”며 광고를 계속 내보냈다. 3월 중순부터 방송된 이 광고는 중국 웨이보에서 147만 명이 보고, 유투브에서도 692만 명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문판 BBC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이같은 악랄한 영업방법은 소비자와 시장을 우롱하는 것이자 국가의 얼굴에도 먹칠을 한 것”이라며 “이 브랜드를 영원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FT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중동 등에서 선량한 파트너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중국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난이 커지자 업체는 28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D 성명을 발표해 사과하고 광고 게재도 중단했다. 이 업체는 “우리는 인종차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비난한다”며 “광고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어떤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프리카인들에게 준 상처에 대해 사과하며 더 이상 언론 매체나 누리꾼들이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 광고는 9년 전 이탈리아에서 나온 세제 업체 광고와 닮아 표절 논란도 일고 있다. 다만 당시에는 평범한 남성이 근육질의 남성으로 바뀌어 나오는 설정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1970년대와 8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서구 경제 이론인 ‘공급 측 경제학’이 요즘 중국에서 부활했다. 시진핑 정부가 석탄 철강 등 국유기업의 공급 과잉 구조 타파 등 경제 혁신을 위한 화두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름은 같지만 내용은 차이가 있다. 시 주석 스스로 “서방의 공급 측 개혁은 수요가 부진하자 주로 기업의 세금을 감면해 생산자들의 공급 의욕을 높여주는 것이었다면 우리는 생산 효과가 낮고 저부가가치인 제품 공급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을 늘려 수요 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공급 구조를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 지도자가 ‘정의’를 내리고 ‘훈시’를 하듯 설명하는 것을 보면 ‘공급 측 개혁’ 혹은 ‘공급 측 경제학’이 중국에서 경제 이론인지 정부의 방침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무튼 학문도 일당 집권하고 있는 공산당의 지침에 맞아야 하는 중국에서는 ‘공급 측 경제학’을 주제로 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 나온 ‘공급 측 경제학’ 관련 책을 읽는 것은 ‘중국판 공급 측 경제학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을 이끄는 중국 지도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필요하다. 올해 3월 출판된 ‘공급 측 개혁’(중국문사출판사)은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당과 정부에서 정책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두루 필자에 포함됐다. 당과 정부의 권위 있는 해석과 관점이 무엇인지 알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경제 정책의 큰 틀을 세우는 기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의 우징롄(吳敬璉) 연구원이 중국이 당면한 어떤 과제 때문에 공급 측 개혁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첫 장을 시작한다. 대표적인 국책 연구소인 중국사회과학원 세계경제 및 정치연구소 장빈(張斌) 연구원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 경제 현황을 심층 분석했다. 시 주석이 직접 조장을 맡고 있는 당의 경제 정책 형성 최고 기구인 중공중앙재경영도소조의 양웨이민(楊偉民) 부주임은 “세계적인 경제 성장 속도는 완만해진 반면 중국의 경제 규모는 커져 그만큼 세계 경제가 중국 경제를 이끌 동력이 떨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공급 측 경제 개혁이 필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양 부주임은 “국내적으로 기존 생산 구조는 중저소득층을 겨냥한 값싼 제품에 머물러 이미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중고소득층을 위한 제품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경제 침체가 소비가 아닌 공급 측의 문제라는 것이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장은 “중국은 인구 고령화 가속화, 16∼59세 노동인구의 감소, 임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중등 소득 함정’(개발도상국이 중간 소득 국가에서 성장력을 상실하여 고소득 국가에 이르지 못하는 현상)에 빠질 우려가 없지 않다”며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공급 측 개혁의 주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호구 개혁 등을 통해 건전한 도시화를 추진해 6억∼7억 명에 이르는 농촌 인구의 잠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을 제시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27일 일본 미에(三重) 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북한에 대해 “핵실험 및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장 강한 표현(the strongest terms)으로 비난한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폐막 후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히고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즉시, 그리고 완전하게 준수하고 (일본인) 납치 문제를 포함한 국제적 우려에 즉시 대처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엄중한 상황을 다른 정상들에게 설명했으며 그 결과 “G7 정상들이 (북한의) 핵 보유는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선언에서는 북한 관련 내용이 지난해의 3배로 늘어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해서는 “동중국해, 남중국해의 상황을 우려한다. 긴장을 높일 수 있는 일방적인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아 수위 조절을 했다. 세계 경제위기 대응에 대해 공동선언은 “재정전략을 기동적으로 실시하고 구조개혁을 과단성 있게 진행한다”고 밝혔다. 재정 정책을 강조하는 미국과 일본, 구조개혁을 우선시하는 영국과 독일이 의견 절충을 이룬 것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문제에 대해 G7 정상들은 “탈퇴는 성장에 있어서 한층 심각한 리스크”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광시좡족(廣西壯族)자치구의 한 행사에서 “히로시마(원폭 피해)는 주목받을 가치가 있지만 난징(南京)대학살도 잊으면 더욱 안 된다”며 “피해자는 동정을 받아야 하지만 가해자는 영원히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일본 아베 총리는 G7 회의를 빌려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는 분석기사에서 “G7은 마치 일본의 정치쇼와 같다”며 G7 정상이 이세신궁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 ‘개 짖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도쿄=장원재 peacechaos@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주석 취임 직후 남중국해와 맞닿은 하이난(海南) 도의 남부 항구도시를 방문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당시는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 간 해상패권 다툼이 불붙기 전이다. 중국의 새로운 최고지도자가 된 시 주석이 다른 방문지를 제쳐두고 남중국해 거점 항구도시부터 찾아간 것은 영토 주권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겨 있음을 보여준다. SCMP는 시 주석이 2013년 4월 8일 하이난 도 동남쪽 충하이(瓊海) 시의 항구도시 탄먼(潭門)을 방문했다며 당시 시 주석이 현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한 사진을 함께 보도했다. 이 사진은 탄먼의 길거리에 입간판으로 세워졌다. 탄먼은 남중국해로 나가는 어선의 90%가량이 속한 항구도시다. 시 주석이 탄먼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탄먼진 해상민병련(海上民兵連)’이었다. 어부를 모집해 평소에는 어업활동을 하지만 어민들에게 군사훈련을 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다. 중국의 비밀병기로 알려진 ‘어민병단(漁民兵團)’ 양성소인 셈이다. 어민 민병들은 미군 구축함이 ‘항행의 자유’ 확보를 위해 중국 인공섬 가까이에 나타나면 어선을 몰고 출동해 진로를 방해하는 등 중국 해군을 지원해 왔다. 이 때문에 중국 매체들은 ‘어민 민병이 남중국해의 방어선을 지킨다’, ‘어민 민병이 필리핀과 베트남의 이상 동향을 정찰한다’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SCMP는 당시 시 주석의 탄먼진 해상민병련 방문을 보도한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시 주석이 어민 민병들과 악수하며 그들의 전투 능력과 규율, 애국심을 치하하고 현대적인 장비에 숙달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 방문 이듬해인 2014년 5월 26일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西沙 군도)에서 베트남의 목조 선박을 뒤에서 들이받아 침몰시킨 철제 트롤어선 ‘충둥팡(瓊東方) 11209호’가 탄먼진 해상민병련 소속이었다. 중국이 그해 5월 2일부터 해저 석유시추 작업을 시작하자 베트남 어선들이 접근해 항의를 벌이던 중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1985년 설립된 탄먼진 해상민병련은 어민 민병을 모집해 군사훈련을 시키고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 인공섬 건설에도 참여하는 등 ‘남중국해 영토주권 방어’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고 SCMP는 보도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달 중순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탈출해 동남아 국가에 머물고 있는 종업원들이 “열흘 안에 한국으로 올 것”이라고 북한전문매체 ‘뉴포커스’의 장진성 대표가 25일 말했다. 정부 소식통도 “중국 등 해외에 나온 북한인들의 탈북 러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번에 종업원들이 탈출한 식당은 “중국 산시(陝西) 성 웨이난(渭南) 시 하이루어우(海如구) 샤부샤부 식당으로 북-중 합작 형태”라고 밝혔다. 웨이난은 산시 성 시안(西安)에서 북동쪽으로 약 60km 떨어진 곳에 있다. 장 대표는 23일 종업원들의 탈출 사실을 처음 알리면서 “식당이 상하이 지역”이라고 밝힌 데 대해 “3명이 탈출해 2명은 육로를 통해 동남아 국가로 탈출했으나 1명이 탈출 과정에 문제가 생겨 연락이 끊기는 바람에 안전을 위해 식당 지역을 바꿔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나머지 1명도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구체적인 장소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25일 중국 내 북한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탈출 소식을 1면 톱기사로 내보냈다. 이 기사에는 ‘중국 내 북한식당이 종업원 탈북과 이익 감소로 휘청거리고 있다’는 제목이 달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 환추(環球)시보의 영문판인 이 신문은 여종업원들이 근무했던 식당에 기자를 파견해 보도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냈다. 중국 관영언론이 북한이 원하지 않는 탈북자 관련 보도를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전면적 무기 금수(禁輸)를 해제하고 베트남은 군사요충지인 깜라인 만에 미군 주둔 허용을 검토하는 등 양국의 ‘준(準)군사동맹’ 체결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중국 언론이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4일 ‘오바마는 퇴임 전 중국에 포위망 짜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베트남에 대한) 무기 금수를 완전히 해제해 베트남전쟁의 잔재를 없애면서도 중국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뻔한 거짓말”이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은 미중 간 전략적 대립이 격화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이 같은 조치가 중국을 포위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전 외교 업적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앞으로 베트남이 필리핀 한국 일본 호주 등으로 이어지는 미국 주도의 아시아 안보 체계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많은 전문가들도 미국의 대(對)베트남 무기 금수 전면 해제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양국은 앞으로 일종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기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는 “무기 금수 해제는 베이징 당국자에게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베트남은 중국을 겨냥해 ‘준군사동맹’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미국이 베트남에 대한 전면적 무기 금수(禁輸)를 해제하고 베트남은 군사요충지인 깜라인 만에 미군 주둔 허용을 검토하는 등 양국의 ‘준(準)군사동맹’ 체결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중국 언론이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4일 ‘오바마는 퇴임 전 중국에 포위망 짜는 것을 잊지 않았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베트남에 대한)무기 금수를 완전 해제해 베트남 전쟁의 잔재를 없애면서도 중국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뻔한 거짓말”이라며 “이로 인한 부작용은 미-중간 전략적 대립이 격화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이 같은 조치가 중국을 포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퇴임 전 외교 업적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앞으로 베트남이 필리핀 한국 일본 호주 등으로 이어지는 미국 주도의 아시아 안보 체계에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많은 전문가들도 미국의 대(對)베트남 무기 금수 전면 해제는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적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양국은 앞으로 일종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양다리 걸치기를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교수는 “무기 금수 해제는 베이징 당국자에게 이 지역에서 힘의 균형이 이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인 니러슝(倪樂雄)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국과 베트남은 중국을 겨냥해 ‘준 군사동맹’을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3일 ‘미국은 베트남을 필리핀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출발한 21일에 딱 맞춰 태국과 연합 해군 훈련을 시작하고 남중국해에서 실탄 사격 훈련도 진행했다. 환추시보는 “지난해가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이자 미국과 베트남 수교 20년인데 올해 들어서야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미국이 베트남에 ‘가장 중요한 국가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평가절하 했다. 이 신문은 또 베트남은 미국의 힘을 빌려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억제하기를 원하고, 미국은 베트남의 군사기지를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도 베트남은 좌고우면하고 이것저것 재는 것이 많아서 필리핀 같은 ‘동맹 같은 친구(盟友)’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욱이 베트남에 중국은 남중국해 영토 갈등에서는 적수지만 같은 사회주의 정치 체제를 가진 국가라며 중국은 베트남의 체제 안정을 바라는 가장 큰 지지자라고 했다. 중국은 앞서 21일 태국과 ‘블루 스트라이크 2016’ 연합훈련을 시작했다. 6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은 양국 해군과 해병대 1000여 명이 참가하며 태국 중부 촌부리 등의 육상과 해상에서 펼쳐진다. 또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중국 남해함대는 21일 서태평양 해상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고 중국군 공식 사이트 중국군왕(網)이 23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베트남과 일본 방문에 맞춰 진행되는 군사훈련은 미국의 아시아 포위 전략에 맞대응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도착한 23일 ‘미국은 베트남을 필리핀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과 베트남 간 대중 견제 전선 구축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을 출발한 21일 태국과 연합 해군 훈련을 시작해 미국의 중국 포위에 대한 맞대응에 나섰다. 환추시보는 “지난해가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이자 미국과 베트남 수교 20년인데 올해 들어서야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미국이 베트남에게 ‘가장 중요한 국가가 아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방문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이어 베트남은 미국이 무기 금수 조치를 완전히 해제해 주기를 바라지만 분명 뜻대로 안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의 인권 문제를 거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양측의 이견을 부각시켰다. 신문은 또 미국은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통해 베트남의 체제가 점차로 변하기를 바라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베트남은 이 점을 지극히 경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베트남은 미국의 힘을 빌어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억제하기를 바라고 있고 미국은 필리핀 싱가포르처럼 베트남의 군사기지도 활용하면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베트남은 필리핀과 달리 좌고우면하고 이것저것 재는 것이 많아서 필리핀 같은 ‘동맹 같은 친구(盟友)’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베트남에게 중국은 남중국해 영토 갈등에서는 적수지만, 베트남의 개혁개방은 중국을 따라서 하고 있는 데다 중국은 같은 사회주의 정치제제를 가진 국가로서 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베트남의 가장 큰 지지자라고 강조했다. 양국 모두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데 따른 관계도 특수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남중국해 영토 갈등이 긴장 국면이 되면 미국에 의존하다가도, 남중국해 문제가 평온해지고 국내적인 체제 변화 등의 정치 압력이 높아지면 중국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중요한 취급을 받는 베트남은 자국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도 ‘신중한 처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과 태국은 21일 ‘블루 스트라이크(BlueStrike) 2016’ 연합훈련을 시작했다. 6월 9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훈련은 양국 해군과 해병대 약 1000여 명이 참석하며 태국 중부 촌부리 등의 육상과 해상에서 펼쳐진다. 2014년 쿠테타로 집권한 태국 군사 정부는 중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22일 “이번과 같은 훈련은 2010년과 2012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라고 전했다.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중국 남해함대는 21일 서태평양 해상에서 실탄 발사훈련을 실시했다고 중국군 공식사이트인 중국군망(中國軍網) 등이 23일 보도했다. 구축함 허페이(合肥)호가 130㎜ 주포를 해상의 가상목표물을 향해 발사하고 프리깃함 싼야(三亞)호가 목표물을 조준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도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태국과 일본 방문을 즈음해 진행되는 이같은 중국의 군사 훈련은 미국의 아시아 포위 전략에 맞대응하는 기싸움으로 풀이된다.베이징=구자룡특파원 bonhong@donga.com}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사진)이 20일 취임사에서 중국이 요구하는 ‘92공식’(九二共識·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의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 인정을 거부한 데 이어 대만 정체성 강화 교육 방침을 밝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중국이 외교력과 경제력을 총동원해 ‘차이잉원 길들이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을 전제로 대만의 국제행사 참석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외교적 압박에 나설 계획이다. 대만은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정부 시절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옵서버로 가입해 활동해왔지만 중국이 강하게 반대하면 회의장에서 쫓겨날 수 있다. 이달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위원회에서 대만 무역대표단이 중국 측 반발로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 2008년 마잉주 총통이 집권한 뒤 ‘3차 국공합작’이란 말까지 나온 양안 간 경제협력도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420만여 명이었던 중국 관광객이 올 1월 차이 당선 이후 중국의 주요 국영 여행사에 쿼터 제한이 내려오기 시작해 3월에는 전년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양안 교역도 1∼2월 작년보다 10% 이상 줄어들었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차이 총통 취임 직전 대만과 마주보는 푸젠(福建) 성 일대에서 대대적인 상륙작전을 벌인 데 이어 대만 담당 51집단군은 물론이고 남해함대 등 중국군이 대만 주변 연안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할 가능성도 높다. 대만 정부는 국민당 마잉주 정부 때 개정돼 ‘중국 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은 ‘고등학교 학습지도 요령’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중국시보가 22일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21일 오전 취임 후 첫 외빈 면담으로 팔라우공화국의 토미 레멩게사우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자국 정부를 ‘중화민국(中華民國·Republic of China) 정부’ 대신 ‘대만 정부’라고 표현했다. 대만 언론은 중국이 연상되는 ‘중화민국’이라는 국호 대신 ‘대만’을 사용한 것은 ‘탈중국화’ 행보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