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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과 함께 암 생존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국가에서 전체 암의 5년 생존율은 이미 70%를 넘어섰다.미국암학회(American Cancer Society)가 13일(현지 시각) 발표한 최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은 미국인의 70%가 최초 진단 후 최소 5년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70년대 약 50% 수준이었던 생존율과 비교하면 큰 진전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암 평균 5년 생존율은 72.9%로 미국보다 더 높다.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극히 낮은 생존율을 보이는 암이 있다. 췌장암이 대표적이다. 전체 암 생존율이 70%를 넘는 것과 달리,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한국 16.5%(2018~2022년), 일본 11.8%(2012~2015년), 미국 13%(2015~2021년)에 불과하다. 세 나라 모두에서 췌장암은 주요 암 가운데 5년 상대 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으로 꼽힌다.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 2002년 월드컵 영웅 유상철을 각각 56세, 49세의 나이에 떠나보낸 것도 췌장암이었다. 배우 김영애와 패트릭 스웨이지, 흑인 음악의 거장 퀸시 존스, 20세기 최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역시 같은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왜 췌장암은 유독 치명적인가?췌장암의 예후가 나쁜 가장 큰 이유는 발견이 늦고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은 몸속 깊은 곳에 있어 초음파 검사로도 관찰하기 어렵고, 혈액 검사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흔히 ‘침묵의 암’으로 불린다. 주요 증상으로는 황달, 소변 색 변화, 지속적인 피로감, 복통, 체중 감소 등이 있다.췌장암은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지기 전에 수술로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암이다. 그러나 진단 시점에서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약 10~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는 항암치료 등을 통해 생존 기간 연장과 증상 완화를 목표로 치료가 이뤄진다.노화와 췌장암, 그리고 ‘속도’췌장암은 단순히 운이 나빠 생기는 병이 아니다. 유전적 요인과 함께, 노화와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췌장암의 발병 원인 가운데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요인으로는 유전적 소인과 노화가 있다. 반면 흡연, 비만과 대사 이상, 만성 췌장염, 제2형 당뇨병, 음주, 그리고 붉은 고기·가공육·고온 조리 음식 위주의 식습관 등은 조절할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이다.이는 ‘저속 노화’와 관련된다. 즉, ‘노화를 멈출 수는 없지만, 노화가 질병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늦출 수 있다’라는 저속 노화의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생활에서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게 최선”한성식 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 교수는 “췌장암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위험 요인을 피하는 것”이라고 작년 7월 동아일보에 말해다. 그는 “흡연은 췌장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고지방·고열량 음식을 피하며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또 “췌장암 발생과 연관성이 있는 당뇨병이나 만성 췌장염 환자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위험 요인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구강 건강도 췌장암 예방에 중요구강 건강이 췌장암 위험과 연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미국 뉴욕대학교 의대 연구팀은 구강 내 유해 세균과 곰팡이가 침을 통해 췌장으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키고, 췌장암 발병 위험을 최대 3.5배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작년 미국 의사협회 저널 종양학(JAMA Oncology)에 발표했다. 특히 잇몸병을 일으키는 미생물 27종이 구강 내에서 과도하게 증식할 경우, 췌장암 발생률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양치질과 치실 사용은 잇몸병 예방을 넘어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입속 세균은 단순한 위생 문제가 아니라 전신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저속 노화 관점에서 본 췌장암췌장암은 여전히 치명적인 암이지만, 동시에 노화와 생활 습관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흡연을 피하고, 체중과 혈당을 관리하며, 술을 줄이고, 식습관과 구강 위생을 개선하는 일상적 선택은 단기간에 눈에 띄는 효과를 주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여 질병으로 이어지는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것, 이것이 바로 저속 노화의 핵심이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설탕의 단맛은 포기하기 어려운 매력을 가졌지만 건강에는 해롭다. 그래서 설탕 특유의 맛을 유지하되 비만·당뇨병·충치 등의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가 100년 동안 이어져 왔다. 사카린 같은 초기 감미료부터 스테비아 같은 최신 대안까지 잇따라 등장했지만 목표를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못했다. 맛은 2% 부족했고, 장기적 안전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미국 터프츠대학교 연구진이 자연에 극미량만 존재하는 희귀 당류 ‘타가토스(tagatose)’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합성 기술을 개발하면서, 차세대 설탕 대체재로서 타가토스가 주목받고 있다. 국제 학술지 에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타가토스는 설탕과 매우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고 추가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타가토스란 무엇인가?타가토스는 포도당, 과당, 자당처럼 우리가 흔히 먹는 당류와 구조가 비슷한 자연 유래 희귀 당이다. 우유 속 락토스가 열이나 효소 작용으로 분해될 때나, 사과·오렌지·파인애플 같은 일부 과일에서 아주 소량 발견된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는 전체 당류의 0.2%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희귀하다.이 때문에 지금까지 타가토스는 식품에서 직접 추출하기보다는 공정을 통해 제조했으나 생산 비용이 많이 들어 널리 사용하지 못했다. 터프츠대 연구진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조작 대장균을 활용해 포도당을 타가토스로 전환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박테리아 안에 특정 효소를 넣어 일종의 ‘미니 공장’처럼 작동하게 한 것이다. 이 방식의 수율은 최대 95%에 이른다. 이는 기존 제조 방식의 수율( 40~77%) 대비 크게 향상된 수치이며, 비용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타가토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타가토스의 가장 큰 장점은 설탕과 맛이 매우 비슷하면서도, 몸에 가해지는 부담은 덜 한다는 점이다.단맛은 설탕의 약 92%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열량은 설탕의 약 40% 수준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혈당과 인슐린 수치에 미치는 영향이 설탕보다 훨씬 적다. 소장에서 일부만 흡수되고 대부분은 대장에서 발효되기 때문이다.타가토스는 구강 건강에도 긍정적일 수 있다. 충치를 유발하는 박테리아의 먹이가 되는 설탕과 달리, 타가토스는 일부 유해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 따르면 구강과 장내에서 유익균을 돕는 프로바이오틱 효과가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음식을 조리할 때도 설탕과 유사하게 작동한다. 설탕처럼 갈색화되고, 제빵·요리에 필요한 ‘부피감’도 제공한다. 설탕의 부피감이란 음식의 형태, 질감,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의미한다.이 때문에 타가토스는 소량으로 강한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와 달리, 단맛을 내는 동시에 음식의 양과 질감까지 제공할 수 있어 설탕을 대체하는 ‘벌크 감미료’로 평가된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타가토스를 ‘일반적으로 안전한 물질(GRAS)’로 분류한다. 이는 소금·식초·베이킹소다와 같은 등급이다.다른 감미료와 무엇이 다를까?아주 소량으로 강한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아스파탐, 사카린, 수크랄로스, 아세설팜K)나 자연에 존재하는 당을 원료로 삼아 공업적으로 제조한 당알코올(에리스리톨, 자일리톨, 소르비톨, 만니톨)은 혈당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내 불편감이나 장기적 건강 영향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연구들은 감미료와 인지 건강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지난해 12월, 미국 신경과학회 공식 의학 저널인 ‘신경학’(Neurolog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상파울루대학교 연구진은 평균 연령 52세의 성인 1만2772명을 대상으로 7가지 감미료의 영향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아스파탐 △사카린 △아세설팜K △에리스리톨 △자일리톨 △소르비톨 △타가토스였다.그 결과, 감미료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은 가장 적게 섭취한 그룹보다 전반적인 사고력과 기억력이 62%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 노화가 약 1.6년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이 중 타가토스만 유일하게 인지 기능 저하와 유의미한 관련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타가토스가 다른 감미료와 달리 소장에서 20~30%만 흡수되고 나머지는 대장에서 미생물들에 의해 발효되는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장에서 흡수율이 낮으면 혈당과 인슐린 저항성을 급격히 올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뇌혈관 손상, 인슐린 저항성, 대사 스트레스와의 연관성이 낮아진다. 아울러 대장에서 장내 미생물들에 의해 분해 될 때 단쇄지방산이 생성되는 데, 이는 장 점막 보호, 전신 염증 감소, 인슐린 감수성 개선과 관련 있다. 뇌-장 축(gut-brain axis)을 통한 신경 보호 효과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완벽한 설탕 대체재’일까?가능성은 있지만 아직은 모른다. 타가토스에 대한 장기적 대규모 인체 연구는 아직 제한적이며, 과도한 섭취 시 다른 당류와 마찬가지로 소화 불편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타가토스는 맛, 조리 특성, 혈당 영향, 인지 건강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감미료로 평가된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통풍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표현할 만큼 극심한 관절 통증을 유발한다. 통풍은 요산이 과도하게 쌓이면서 관절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인데, 음주는 통풍의 대표적인 악화 요인이다.성별에 따라 통풍 위험을 높이는 주종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남성은 소주, 여성은 맥주가 각각의 요산 수치 상승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본부 강미라 교수와 의학통계센터 김경아 교수·홍성준 박사,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안중경 교수 공동 연구팀은 알코올 섭취량이 같더라도 성별, 술의 종류, 음주 방식 등에 따라 요산 수치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4일 밝혔다.통풍은 혈액 내 요산이 몸 밖으로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 안에 과도하게 쌓여서 생기는 염증성 질환이다. 음주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렇다. 알코올은 신장에서 요산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을 방해한다. 특히 과음을 하면 혈중 요산 농도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특히 맥주에 많은 퓨린은 체내 대사를 거쳐 요산으로 전환되며, 알코올 대사 과정 자체도 요산 생성을 늘린다. 소주와 위스키 같은 증류주도 맥주보다는 퓨린 함량이 낮지만 요산 배설 억제 효과 때문에 통풍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위험도는 맥주, 증류주, 와인 순이다.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최근호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2011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1만 7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분석 결과 소주·맥주·와인 모두 음주량이 증가할수록 혈중 요산 수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타났다.다만 요산 농도 증가와 더 강하게 연관된 술의 종류는 성별에 따라 달랐다.남성은 소주를 마실 때 요산 수치 상승이 두드러졌다. 하루 소주 반 잔 정도의 음주에도 그 위험이 커졌다.반면 여성은 맥주 섭취가 요산 수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연구진은 맥주와 소주는 와인에 비해 한번 음주 시 더 많은 양을 마시기 때문에 요산 상승에 미치는 ‘양적 효과’가 더 큰 것으로 해석했다.선호하는 술의 종류에 따라 함께 섭취하는 음식의 특성이 다른데, 이 역시 요산 수치 상승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분석됐다.남성은 주로 소주 또는 여러 주종을 섞어 마시는 사람일수록, 여성은 주로 맥주를 마시는 사람일수록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을 보였다.강미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단순히 술의 양이 아니라, 한국 특유의 술과 음식의 조합 특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통풍이나 고요산혈증 환자 교육 시 성별과 음주 습관, 음식 선택까지 고려한 맞춤형 생활 지도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안중경 교수는 “요산 수치가 높은 환자에게 무조건 금주를 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번 연구는 성별에 따라 어떤 술과 어떤 음식 조합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임상 현장에서 실질적인 생활습관 교정 가이드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잘 안 빠지는 뱃살, 하루 10분 운동으로 빼는 비법’, ‘내장지방 집중 제거하는 다섯 가지 식품’다이어트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다. 이는 사실일까?과학은 이런 주장에 고개를 젓는다. 특정 부위, 특히 배에 낀 지방만 골라서 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이기 때문이다.뱃살만 뺄 수 있다는 주장이 왜 과학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지 지 BBC 사이언스 포커스의 관련 보도를 바탕으로 재정리했다.지방은 모두 나쁘다는 오해우리 몸의 지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하나는 피하지방이다.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지방으로, 엉덩이·허벅지·팔 등에 많이 분포한다. 체온을 유지하고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쿠션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은 남는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한다. 피하지방이 그 역할을 한다. 일정 수준의 피하지방은 건강에 꼭 필요하다.문제는 내장지방이다. 이는 배 안쪽 깊숙한 곳에서 간·췌장·심장 같은 장기 주변을 둘러싸고 쌓인다. 겉으로 보이는 뱃살은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이 섞여 나타난 결과다. 뱃살이 두툼할수록 내장지방이 많을 확률이 높다.왜 내장지방이 위험할까?내장지방은 단순히 외모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건강과 직결되는 지방이다.내장지방은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염증 물질을 더 많이 분비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지방산을 혈액으로 방출해 당뇨,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위험을 키운다.의료계에서는 체중보다도 허리둘레와 허리-엉덩이 비율을 중요한 건강 지표로 본다. 줄자를 사용해 엉덩이의 가장 넓은 부분과 허리의 가장 잘록한 부분을 재고, 허리둘레를 엉덩이둘레로 나눈 값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허리-엉덩이 비율은 남성 0.90 미만, 여성은 0.85 미만이 건강한 범위로 권고된다(여성은 신체 구조상 엉덩이가 더 넓어 기준값에 차이가 있다).뱃살, 집중 공략하면 빠질까?그렇다면 복부 지방만 집중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결론부터 말하면 그건 본인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방이 어디에 쌓이고, 어디부터 빠지는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다.지방의 분포는 성별, 호르몬, 나이,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로 허리-엉덩이 비율과 관련된 유전자만 300개 이상 발견됐다. 누군가는 살이 찌면 배부터 나오고, 누군가는 허벅지나 엉덩이에 먼저 쌓이는 데, 이는 개인마다 타고난 특성이다. 바꿔 말하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체형과 지방 분포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뱃살을 빼는 것이 남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뱃살 제거 비법’ 광고의 함정그런데도 뱃살 제거 비법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체중이 줄면 자연스럽게 복부 지방도 함께 줄어든다. 특정 부위의 지방만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뱃살 제거 비법’ 광고는 뱃살 감소를 집중 부각해 소비자를 현혹한다. 체중이 줄어 전신의 지방이 함께 감소한 것인데, 유독 배가 들어간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이 방법이 뱃살에 효과가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실제로는 팔, 다리, 얼굴, 엉덩이 지방도 함께 빠진 결과다.즉, 뱃살만 빠지는 것처럼 보일 뿐, 특정 부위를 겨냥한 감량은 아니다.특정 영양소를 끊으면 뱃살이 더 잘 빠질까?저탄수화물 식단이나 키토제닉 다이어트처럼 특정 영양소, 특히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뱃살이 빠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특정 부위의 지방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거의 없다. 전체적인 체지방 감소 효과는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내장지방도 함께 감소한다.운동도 만능은 아냐체중 감량의 핵심은 단순하다. 섭취 칼로리보다 더 많은 열량을 소모하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늘리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떤 운동도 뱃살만 골라서 줄이지는 못한다.예를 들어 뱃살을 빼기 위해 복근 운동에 집중하더라도 기대하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 운동은 특정 부위의 근육을 단련해 체형을 바꿀 수는 있지만, 지방 분포 자체를 조정하지는 못한다. 뱃살을 빼려고 윗몸일으키기만 하는 것보다 전신을 고르게 움직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내장지방을 포함한 체지방 감소에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간헐적 단식도 마찬가지다. 섭취 열량이 줄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내장지방만을 선택적으로 줄인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현실적인 결론내장지방이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하지만 내장지방만 따로 빼는 지름길은 없다.현실적인 해법은 단 하나다. 전체 체중을 줄이면 내장지방도 함께 줄어든다는 것이다.꾸준한 운동과 지속 가능한 식습관을 통한 체중 감소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유일한 내장지방 감소 방법이다. 2025년 미국 의사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실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과일, 채소, 통곡물, 콩류, 견과류, 올리브유 섭취를 중심으로 하고, 생선·가금류·달걀·유제품은 적당히, 붉은 고기와 단 음식은 되도록 적게 먹는 지중해식 식단과 함께 신체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내장지방을 포함해 체지방 증가를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The Odyssey)는 2026년 가장 기대를 모으는 영화 중 하나다.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55)은 이 작품에서 고대 그리스 전사를 연기하기 위해 몸무게를 크게 줄이고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었다. 그는 십대 이후 가장 마른 몸 상태로 영화를 촬영했다고 밝혔다.데이먼은 최근 NFL(프로 미식축구 리그) 스타 출신 제이슨 켈시와 트래비스 켈시(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약혼자) 형제가 진행하는 팟캣스트 ‘뉴 하이츠’(New Heights)에 출연해, 놀란 감독으로부터 “마르면서도 강한 모습이어야 한다”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그는 “평소 체중이 84에서 91㎏ 사이였는데, 영화 촬영 내내 76㎏을 유지했다”며 “고등학생 때 이후 이렇게 가벼웠던 적이 없었다. 엄청난 운동과 아주 엄격한 식단 관리가 필요했다”라고 설명했다.데이먼은 체중 감량의 핵심으로 글루텐을 완전히 끊은 식단을 꼽았다. 그는 담당 의사와 상의한 뒤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실천했다고 말했다.“글루텐을 끊었다. 완전 글루텐 프리로 살고 있다. 글루텐 없는 맥주도 찾았다. 글루텐을 안 먹은 지 너무 오래돼서 맛이 좋은지조차 모르겠다. 그게 오히려 좋은 신호다.”데이먼은 극사실주의를 고집하는 놀란 감독이 상상한 그리스 신화 속 영웅 오디세우스의 외모를 거의 완벽하게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몸을 만들기 위해 선택한 글루텐 프리 식단이 다이어트에 효과적인지는 불분명하다.글루텐은 무엇이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글루텐은 밀, 보리, 호밀에 자연적으로 들어 있는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으로 이뤄진 단백질 복합체다. 글루텐은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를 잡아 반죽이 부풀어 오르게 하고, 가열하면 구조가 고정돼 빵이나 면의 식감을 쫄깃하게 만든다. 빵, 제과류, 파스타, 시리얼 등이 대표적 글루텐 함유 식품이다.글루텐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지만, 셀리악병이나 글루텐 민감성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해롭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셀리악병 환자의 경우 글루텐 섭취가 자가면역 반응을 유발해 소장을 손상시킨다. 증상은 소화기 문제부터 성장·발달 장애까지 다양하며, 두통, 피로, 여성의 생식 문제 등 전신 증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비(非)셀리악 글루텐 민감증은 신체 손상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글루텐을 섭취했을 때 복통이나 설사 같은 불편 증상이 나타난다. 글루텐 프리 식단은 이러한 질환의 증상 완화·치료를 위해 개발됐다. 역대 최고의 남자 테니스 선수로 평가받는 노바크 조바코치가 이 식단으로 전성기를 맞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조코비치는 글루텐 섭취 후 신체 이상을 겪었고, 의료진과의 상담 끝에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시작한 뒤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알려져 있다.일부 연구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단이 편두통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13년 연구에서는 셀리악병과 편두통의 연관성이 제시됐으며, 셀리악병이 없더라도 글루텐 민감성이 있는 사람에게서 글루텐이 편두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글루텐 프리 식품은 의학적으로 글루텐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됐다. 그러나 이러한 의학적 문제가 없다면, 막연히 건강이나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글루텐을 끊으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글루텐 프리 제품을 일반인이 섭취했을 때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오히려 일반 식품보다 칼로리·당류·지방 함량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글루텐 프리 제품은 대부분 밀, 호밀, 보리와 같은 글루텐 함유 곡물을 사용하지 않아 다량 영양소, 미량 영양소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글루텐이 없어 식감과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설탕이나 지방, 전분을 더 많이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글루텐 프리 식품에 흔히 쓰이는 쌀·감자·옥수수 전분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정제 탄수화물로, 단백질·지방·식이섬유·미량영양소 거의 없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섭취해도 포만감은 낮고 혈당을 빠르게 올려 인슐린 분비를 크게 자극할 수 있으며, 이런 식품을 자주 섭취할 경우 비만과 당뇨 위험이 커질 수 있다.글루텐 프리 식단은 일부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필요가 없는 일반인의 경우, 글루텐 프리 식단이 특별이 건강상 이점을 제공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선택하는 식품에 따라 영양 균형에 불리할 수 있다.따라서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게 식단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전 세계는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마스크는 생존을 위한 필수품으로 여겨졌다. 매년 찾아오는 독감 역시 공기 전파 가능성이 강하게 의심되며, 겨울마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됐다.그런데 최근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독감의 공기 전파가 특정 조건에서는 매우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핵심은 간단하다.감염자와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반드시 독감이 옮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기침이 독감의 공기 전파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됐다.독감 환자들과 2주간 함께 지냈지만 감염자는 ‘0명’연구진은 이미 독감에 걸린 평균 나이 21세의 대학생 5명과 30대 중반의 건강한 성인 11명을 대상으로 볼티모어 인근 호텔의 격리된 한 층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2주 동안 서로 가까이 앉아 마주 보며 대화를 하고, 요가나 스트레칭 같은 신체활동을 통해 일상적인 접촉이 이뤄졌고, 독감 환자가 만진 태블릿 PC, 펜, 마이크 같은 물건도 함께 사용했다.결과는 의외였다.실험 기간 14일 동안 추가로 독감에 걸린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연구진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공기 전파의 가장 큰 요인은 ‘기침’독감에 걸린 학생들의 코에서는 바이러스가 다량 검출됐다. 하지만 이들은 기침을 거의 하지 않았다. 즉, 몸속에 바이러스가 많더라도 기침을 통해 공기 중으로 뿜어내지 않으면 전파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연구진은 “독감 전파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은 기침”이라고 강조했다. 독감 환자가 기침을 거의 하지 않는다면 바이러스 공기중으로 배출될 확률이 낮아 공기 중 바이러스 농도는 낮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환기 또한 강력한 방어 수단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환기와 공기 흐름이었다. 실험이 진행된 공간은 난방기(히터)와 제습기 덕에 공기가 끊임없이 섞이고 순환했다. 이 과정에서 공기 중에 떠도는 적은 양의 바이러스는 빠르게 희석됐다.이에 연구진은 “공기 흐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과 아주 가까이, 얼굴을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 가장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마스크는 언제 꼭 필요할까?언뜻 보면, 굳이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하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유용하다. 특히 기침을 하는 감염자가 있다면, 마스크는 가장 확실한 보호 수단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특정 조건, 즉 기침이 거의 없고 환기가 잘 되는 실내에서는 동일 공간에 머물더라도 독감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매우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반대로 독감 환자가 기침을 하거나 환기가 잘 안되는 공간이라면 공기 전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독감 예방을 위한 현실적인 해법이번 연구에 따르면,같은 공간에 독감 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기침이 독감 전파의 핵심 요인이다. 기침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환기와 공기 흐름 또한 강력한 예방 수단이다. 연구진은 “공기를 순환시키는 동시에 정화하는 휴대용 공기청정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기침하는 감염자와 근접 접촉 상황에서는 환기만으론 부족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에 7일(현지 시각)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달걀값이 치솟고 있다. 축산유통 정보 ‘다봄’에 따르면 11일 대형 마트 기준 특란(60~67g) 30구(한 판)의 평균 소비자 판매가는 7999원으로 1년 전 6510원보다 22.9% 더 높다.달걀이 귀한 몸이 되면서 조금 오래 된 달걀을 먹어도 될지 버려야 할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유통기한이 다 된 달걀을 한꺼번에 삶아 두면 더 오래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먼저 알아야 할 개념은 유통기한이다. 유통기한은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계란은 세척 계란이며, 냉장 보관을 전제로 포장일로부터 30~45일이다. 미세척란은 상온에서 포장일로부터 30일이다. 계란의 난각번호 첫 네 자리 숫자가 산란일을 나타내므로 유통기한을 추정할 수 있다.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은 소비기한이다. 소비자가 실제로 안전하게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이 지난 후에도 16~25일 정도 냉장 보관한 계란은 안전하다고 본다. 소비기한은 대개 계란 포장지에 표기돼 있다.계란, 삶으면 오히려 안전 섭취 기간 짧아져소비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계란을 삶아 보관하면, 오히려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기간이 더 짧아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계란 껍질에는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기공)이 있어 공기와 수분이 드나든다. 블룸(bloom) 또는 큐티클(cuticle)이라고 부르는 자연 보호층이 이 구멍들을 막아줌으로써 세균이나 오염균이 껍질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줄여주고 수분 증발을 억제한다. 이 보호막은 암탉이 계란을 산란하기 직전 표면을 코팅해 형성된다. 하지만 계란을 삶는 과정에서 이 보호막이 제거되거나 손상돼 미생물이 더 쉽게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또한 삶는 과정은 달걀 내부 단백질을 응고시키는 동시에 내부 효소나 항균 구조 일부를 파괴할 수 있다. 삶는 과정 자체는 계란에 존재할 수 있는 식중독 원인균 살모넬라균을 제거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보관 단계에서는 보호막이 사라져 오히려 보관 안전 기간이 짧아진다.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삶은 계란은 2시간 이내 냉장 보관하고 늦어도 1주일 안에 섭취하라고 권고한다.물을 활용한 신선도 확인 방법소비기한을 알 수 없고, 산란 일자가 오래돼 안전이 의심된다면 물을 활용해 간단히 테스트 할 수 있다.그릇에 계란이 완전히 잠길 만큼 찬물을 받아 계란을 넣어본다. 바닥에 가라앉되 옆으로 누우면 매우 신선한 상태다. 가라앉기는 하지만 수직으로 선다면 약간 오래되긴 했으나 먹어도 안전한 수준이다. 하지만 완전히 떠오르면 너무 오래돼 먹기 어려운 상태이므로 버려야 한다. 계란이 물에 뜨는 이유는 내부 수분 손실로 인한 밀도 감소와 공기 증가 때문이다. 달걀은 오래될수록 껍질의 기공을 통해 수분과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고, 그 자리를 외부 공기가 채우면서 껍질과 내용물 사이의 공기주머니(기실)가 점점 커진다. 이 기실이 충분히 커지면 달걀의 평균 밀도가 물보다 낮아져 물에 뜨게 된다.냉장고 선반 맨 아래 칸 가장 깊숙이 보관계란은 매장에서 구입해 집으로 가져온 즉시 냉장(4~5℃ 이하)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의 가장 차가운 부분 즉, 선반 맨 아래 칸 가장 깊숙한 곳에 둬야 한다.매장에서 구입한 계란은 실온에서 2시간 이상 두면 안 된다. 박테리아 증식과 살모넬라균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계란에 있는 박테리아는 실온에서 빠르게 증식할 수 있다. 냉장고에 있던 달걀을 상온에 두면 껍데기에 물방울이 맺히는 응결 현상이 생겨 주변에 있던 박테리아가 달걀 표면으로 이동해 더 쉽게 퍼질 수 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김치가 미국민을 위한 식이 지침 최신판에 포함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개정 발표한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2025∼2030)’의 장 건강 항목에는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김치, 독일식 양배추절임인 사우어크라우트, 우유나 양젖 발효 음료인 케피어, 일본식 된장인 미소 등 발효식품을 채소나 고섬유질 식품과 함께 섭취하라고 권고했다. 5년 주기로 발표하는 미국인을 위한 식이 지침에 김치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마이크로바이옴이란 우리 몸, 특히 장(臟)에 살고 있는 수조 마리의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 군집의 총칭이다. 이들은 단순히 공존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몸의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공동체에 가깝다.장내 유익 미생물의 비중과 개체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소화기관뿐 아니라 뇌, 면역, 대사 기능 등 전신의 건강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김치 같은 발효식품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유익균(프로바이오틱스) 자체를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프리바이오틱스)도 함께 들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특히 김치는 배추, 무, 마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기반으로 하고, 자연 발효 과정에서 다양한 유산균이 생성되며, 이 유산균들이 장내 환경을 더 다양한 반응으로 자극해 마이크로바이옴의 다양성을 키우는 식품으로 평가된다.세계김치연구소에 따르면 김치 담금 초기에는 유산균이 1g당 10만 마리가량 존재하지만, 숙성되면 1억 마리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김치에 포함된 특정 젖산 박테리아가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만성 염증이 비만부터 신경퇴행성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과 연관되어 있다.한편 새로운 식이 지침에서는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1㎏당 1.2~1.6g으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기존 일일 단백질 섭취량 0.8g/kg의 최대 두 배 분량이다.이어 붉은 고기·전지방(full-fat) 유제품·버터 등을 건강한 지방과 동일 선상에 배치했다. 식물성 기름뿐 아니라 버터나 소기름 같은 동물성 지방도 조리용으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새 지침은 미국인이 섭취하는 열량의 55%를 차지하는 포장 베이커리 제품, 짭짤한 스낵 등 초가공 식품과 정제 탄수화물 식품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음주 기준도 바꿨다.기존에는 남성 하루 두 잔(맥주 355㎖ 2캔), 여성 한 잔을 안전한 수준으로 봤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선 이를 폐기하고 “건강을 위해 술을 덜 마시라”는 포괄적 권고로 대체했다. “가능하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미다. 이는 단 한방울의 알코올도 암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들을 반영한 것으로 여겨진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엘리베이터나 대신 계단을 몇 개 층만 올라도 숨이 차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량이 줄수록 이런 느낌은 더 흔해진다. 이는 걱정해야 할 일일까?전문가들은 “대부분은 정상적인 반응이지만, 특정 증상이 동반된다면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계단 오르기는 평지를 걷는 것보다 훨씬 많은 힘과 산소가 필요하다. “계단을 오를 때 몸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스쿼트나 런지 자세를 취하는 것과 같다. 그냥 걷는 것보다 훨씬 힘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미국 메이오 클리닉의 운동·체력 전문가 칼 에릭슨이 허프 포스트에 말했다. 계단 한두 층을 오른 뒤 숨이 차고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은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며 보통 1~2분 이내에 호흡이 가라앉는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그는 설명했다.특히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긴 중년층이라면 계단 한 층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수 있다.문제는 ‘변화’다. 예전에는 괜찮았는데 최근 들어 계단을 오를 때 유독 숨이 차거나, 숨 가쁨이 점점 심해진다면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특히 “계단을 오른 뒤 3분 이상 호흡이 가빠진 상태가 지속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또한 숨이 가빠지는 것과 함께 가슴 통증, 두통, 어지럼증, 시야 변화 등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해 볼 문제라고 루이빌대학교 병원 스포츠의학 전문의 캐서린 폴기어스가 말했다. “사람들이 ‘아, 큰일 났다, 죽는 거 아니야’라고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내가 그냥 체력이 안 좋아서 그래’라고 넘겨버리는 것도 피해야 한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이러한 증상들을 심장 질환, 폐질환, 빈혈,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등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 흡연자나 비만, 만성 질환이 있는 사람일수록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전문가들은 “숨이 찬다는 사실 자체보다, 얼마나 빨리 회복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계단을 오른 뒤 1~2분 정도 숨이 차는 것은 괜찮지만, 일상적인 활동에서 예전보다 운동 능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면 검사가 필요하다.반대로 특별한 이상 증상 없이 장바구니를 들고 3~4층을 오를 수 있다면 전반적인 심폐기능과 근력이 양호하다는 긍정적인 건강 지표가 될 수 있다. 가슴 통증, 두통, 시야 변화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숨이 차는 것은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다.만약 숨이 가빠지는 것이 걱정된다면 생활 속에서 천천히 체력을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평소 아파트, 회사, 지하철역에서 계단을 조금 더 이용하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목적지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 걷고, 틈틈이 가벼운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 계단 오르기가 점점 수월해 질 수 있다. 다만 무리하게 운동강도를 올리기보다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춰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의사가 말했어요. 제 아들의 나이를 몰랐다면, 70세 치매 환자의 뇌라고 생각했을 거라고요.”영국 잉글랜드 노퍽에 살던 안드레 야햄(Andre Yarham)은 2024년 6월, 만 23세 생일을 몇 주 앞두고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불과 1년 반 뒤인 2025년 12월 27일, 그는 감염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24세. 영국에서 치매로 숨진 최연소 사례로 알려졌다.너무 이른 나이에 맞은 죽음. 그의 가족은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안드레의 뇌를 치매 연구를 위해 기증한 것이다.“치매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어머니 샘 페어베언(49)은 BBC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치매는 노인에게만 오는 병이 아니에요. 나이를 가리지 않습니다.”그녀가 아들의 변화를 처음 느낀 것은 2022년 말이었다. 그해 11월, 아들의 양아버지와 재혼한 후부터 안드레의 행동이 조금씩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예전과 달리 부적절해 보이는 행동을 종종 했다. 기억력 저하도 두드러졌다.“집 근처 가게에 다녀오겠다고 나간 뒤, 한참 후 시내 한복판에서 집에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몰라 헤맨 적도 있었죠 .”처음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상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전두엽 치매가 진행되면 의사결정과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충동적이거나 예측 불가능하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격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나이 모르면 70세 노인의 뇌라고 할 것”결정적인 순간은 뇌 영상 검사였다. 노퍽·노리치 대학병원에서 촬영한 뇌 MRI(자기공명영상)에서 뇌가 비정상적으로 쪼그라든 것을 확인했다. 이후 케임브리지의 애든브룩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그때 의료진의 반응을 어머니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전문의가 그러더군요. ‘나이를 몰랐다면, 70세 치매 환자의 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요.”영국의 한 치매 단체(Dementia UK)에 따르면 30~64세에서 발병하는 조기 치매는 인구 10만 명당 92명꼴이다. 백분율로 나타내면 0.092%로 지극히 낮은 확률이다. 30세 미만 치매 환자는 세계적으로도 희귀 사례다. 너무 젊어 치매를 의심하기 쉽지 않았다. 검사와 진단도 더디게 이어졌다. 결국 2024년 6월, 전두측두엽 치매라는 공식 진단이 내려졌다.유전자 돌연변이, 그리고 너무 빠른 악화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안드레의 치매는 ‘타우(tau)’ 단백질을 조절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관련돼 있었다. 이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면 비정상적으로 엉킨 타우 단백질이 쌓여 뇌세포를 파괴한다.어머니는 “고령 환자에게서는 수개월에 걸쳐 나타날 변화가, 안드레에게서는 몇 주, 때로는 며칠 만에 진행됐다고 의사들이 말하더군요”라고 설명했다. 젊은 나이 때문에 병의 진행이 유난히 빨랐으며 의료진조차 그 속도에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어머니는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을 전적으로 돌봤다. 옷 입히기, 씻기기, 먹이기까지 모두 가족의 몫이었다.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2024년 9월, 그는 느리지만 걸어서 요양시설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 달 남짓 만에 휠체어에 의존하게 됐다. 12월 초 감염으로 입원한 뒤, 호스피스에서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30세 생일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25세도 채우지 못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뇌 기증, 아들 성격이라면 ‘멋진 일’이라고 했을 것” Dementia UK에 따르면 전전두엽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5%에 불과하다. 특히 45세 미만에서 발병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재로서는 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법도 없다.어머니는 말했다.“암에는 항암 치료도 있고, 부분적으로 완화(remission)하는 희망도 있잖아요. 하지만 치매는 달라요. 아무것도 없어요.”안드레는 순식간에 증상이 악화해 본인 스스로 장기 기증을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가족은 안드레의 뇌를 연구 써달라며 애든브룩 병원에 기증했다. “기증한 뇌 연구 덕에 단 한 가족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몇 년이라도 더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어머니는 말했다.이어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자기 뇌가 연구에 쓰인다는 걸 ‘쿨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남을 돕는 걸 정말 좋아하던 아이였거든요”라고 확신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도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처럼 생물학적 노화가 더 빠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핀란드의 쌍둥이 자매 1만 4836명을 50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아이를 낳지 않은 여성, 아이를 많이 낳은 여성, 그리고 첫 아이를 아주 이른 나이에 낳은 여성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반면 평균적으로 약 2명의 아이를 낳고, 첫 출산은 24~25세, 마지막 출산은 29~30세에 경험한 여자들은 노화 속도가 가장 느리고 수명이 더 긴 경향을 보였다.핀란드 헬싱키대학교와 미네르바 재단 연구진이 진행한 대규모 쌍둥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에 8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연구진은 참가자 1054명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여러 종류의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를 적용, 생물학적 나이를 평가했다. ■ 미출산 여성에서도 노화 가속 관찰이번 연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결과는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미출산 여성)에서 관찰됐다. 예상과 달리 이들은 생물학적 노화 지표 자체가 실제 나이보다 빠르게 진행된 경향을 보였다.기존 연구들은 주로 “출산을 많이 하면 노화가 빨라진다”라는 결과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에 미출산 여성의 노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 연구진은 “임신·수유가 일부 호르몬 관련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고, 자녀를 통한 사회적 지지의 부재 또는 건강·생활 습관 요인이 출산과 노화 모두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제시했다.■ 다산 여성도 마찬가지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뿐 아니라, 평생 4명 이상을 출산한 다산 여성에서도 생물학적 노화 가속과 사망 위험 증가가 함께 관찰됐다.연구진은 이를 ‘에너지 배분의 문제’로 설명했다.진화생물학의 ‘생애사 이론’에 따르면,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생식(임신·출산·수유)과 신체 유지·회복 사이에 나눠 써야 한다. 출산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할수록, 장기적으로는 신체 회복과 노화 관리에 쓰일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연구진은 “임신, 출산, 수유는 특히 젊은 산모에게 큰 생리적 부담을 주며, 조기 출산 여성은 양육과 관련된 신체적·정서적·경제적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 있고, 누적 스트레스와 알로스테틱 부하(allostatic load·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신체의 마모 또는 손상)가 더 높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첫 출산 너무 이른 여성도 빨리 늙어첫 아이를 아주 이른 나이에 낳은 여성에서도 노화 속도가 빠른 경향이 관찰됐다.연구진은 진화적 관점에서 조기 생식이 세대 간 간격을 줄여 가계의 전체 생식 성공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그 대가로 이후 생애에서 노화 가속이라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해석했다.다만, 이는 조기 출산 자체의 효과일 수도 있지만, 이번 분석에서 완전히 통제되지 않은 다른 생활방식이나 건강 관련 요인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느리게 늙은 여성들의 공통점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가장 느리고, 평균 수명 또한 가장 긴 경향을 보인 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였다.△출산 횟수: 평균 2~2.4명 △첫 출산: 평균 24.4세 △마지막 출산: 평균 29.8세연구진은 이를 “특별한 선택이라기보다, 당시 사회·경제적 환경에서 가장 흔했던 평균적인 생애 경로”라고 설명했다.생애사 이론에서는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고,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선택’이 가장 안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이번 연구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길었던 여자들의 생식 패턴이 바로 이런 ‘중간값’에 가까웠다는 점은, 이 이론의 예측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아울러 생물학적 요인 외에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 주거 환경과 가족 구조, 의료 접근성, 아이를 키우는 데 따르는 부담 같은 사회경제적·문화적 조건이 평균적인 출산 시기와 출산 규모를 자연스럽게 제한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구진 “개인의 선택에 적용하지 말아야” 당부연구를 이끈 미이나 올리카이넨 박사는 “이번 연구는 인구 집단 수준의 통계적 연관성을 보여줄 뿐, 어떤 여성이 아이를 몇 명 낳아야 건강해진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며 “따라서 개별 여성은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출산 계획이나 이에 대한 바람을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연구진은 출산 이력에 따른 생물학적 노화와 수명의 관계는 시대적·문화적 배경, 사회경제적 조건,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일반화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가공 식품과 음료의 변질을 막고 유통 기한을 늘리기 위해 흔히 첨가하는 보존료(식품 방부제)가 암과 제2형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프랑스 연구자들이 수행한 두 가지 연구는 프랑스 국민 17만 명 이상의 온라인 식이·생활 습관 설문 자료를 국가 의료 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와 비교·분석하는 프랑스 영양·건강 코호트 연구인 뉴트리넷-상테(NutriNet-Santé)의 일환이다.보존료와 암암 관련 연구는 에 7일(현지 시각) 게재됐다.연구진은 뉴트리넷-상테 연구가 시작 된 2009년 당시 암이 없었던 약 10만 5000명을 2023년까지 최장 14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에는 24시간 식이 기록을 반복적으로 제출한 참가자만 포함했으며, 보존료 섭취가 가장 많은 그룹과 가장 적은 그룹을 비교했다.2024년 기준, 전 세계 식품 정보를 담은 오픈푸드팩츠(Open Food Facts)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약 350만 개 식품·음료 가운데 70만 개 이상이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보존료를 포함하고 있다.연구진은 참가자의 10% 이상이 섭취한 보존료 17종을 집중 분석했다. 그 결과, 11종은 암과 무관했지만 6종은 암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었다. 이 6종은 모두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한 물질이다. 해당 물질은 아질산나트륨, 질산칼륨, 소르빈산염, 메타중아황산칼륨, 아세트산염, 아세트산이다.CNN보도에 따르면 가공육(베이컨, 햄, 델리미트 등)에 흔히 사용하는 아질산나트륨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그룹보다 전립선암 위험이 32% 높게 나타났다. 유사 물질인 질산칼륨은 유방암 위험을 22%, 전체 암 위험을 13% 높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가공육을 대장암과 직접 관련된 1급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소르빈산염, 특히 소르빈산칼륨은 유방암 위험을 26%, 전체 암 위험을 14% 높이는 것과 연관됐다. 이 물질은 와인, 제과류, 치즈, 소스류에서 곰팡이와 효모 증식을 막기 위해 사용한다.와인과 일부 맥주 제조에 자주 쓰는 메타중아황산칼륨은 유방암 위험을 20%, 전체 암 위험을 14% 높이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식물성 원료를 이용한 자연 발효 공정으로 생산해 육류, 소스, 빵, 치즈 등에 사용하는 아세트산염은 유방암 위험을 25%, 전체 암 위험을 15% 증가시키는 것과 관련 있었다. 식초의 주성분인 아세트산 역시 전체 암 위험을 12%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위 6종은 미생물 증식을 억제하거나 식품 부패로 이어지는 화학 변화를 늦추는 비항산화 보존료에 속한다.이와 달리 산소와의 접촉을 막거나 제한하는 항산화 첨가제 중에선 에리소르빈산나트륨 등 에리소르빈산염 계열 2종이 암과 관련이 있었다. 이 물질들은 유방암 발생률을 21%, 전체 암 위험을 12% 높였다.제2형 당뇨병과 보존료같은 날 에 게재된 제2형 당뇨병 연구는, 연구 시작 당시 당뇨병이 없던 약 10만 9000명을 대상으로 보존료 섭취와 당뇨병 발생 위험을 분석했다.역시 전체 참가자의 10% 이상이 섭취한 17종을 대상으로 개별 분석을 진행했다.2009~2023년 동안 10만 8723명 중 1131명이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17종 중 12종의 보존료 섭취량이 가장 높은 그룹은 최저 섭취 그룹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47% 높은 것과 연관이 있었다.암 위험을 높인 비항산화 보존료 가운데 소르빈산칼륨, 메타중아황산칼륨, 아질산나트륨, 아세트산, 아세트산나트륨은 당뇨병 위험도 49% 증가시켰다. 여기에 곰팡이와 세균 성장을 억제하는 프로피온산칼슘도 추가로 위험 증가와 연관됐다.항산화 첨가물 중에는 알파-토코페롤(비타민 E), 아스코르빈산나트륨(비타민 C의 나트륨염), 로즈마리 추출물, 에리소르빈산나트륨, 인산, 구연산 등이 당뇨병 위험을 약 42%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보존료와 암·제2형 당뇨병 발생과의 연관성을 처음으로 분석한 연구”라며 “추가 검증이 필요하지만, 여러 보존료가 해로울 수 있다는 기존 실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라고 설명했다.연구진은 또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식품 첨가물 사용 규제를 재검토해야 할 근거를 제시했다고 덧붙였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돈도 명예도 건강하지 않으면 소용없다.해마다 1월이면 많은 사람이 더 건강해지기 위한 ‘결심’을 한다. 체중 감량이 가장 흔한 목표다. 하지만 체중 감량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구에 따르면, 속성으로 살을 빼더라도 줄인 체중을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유행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도 예외는 아니다.살 빼기가 건강의 핵심이 아닐 수도 있다.체중이 정상보다 살짝 높은 과체중일 때 오히려 생존율과 건강 상태가 더 좋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있다.꼭 체중을 줄이지 않더라도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 영국 링컨대학교(University of Lincoln)의 생리학자 레이첼 우즈 조교수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체중 감량과 무관한 건강 개선 방법 다섯 가지를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소개했다.1. 식물성 식품 더 많이 먹기채식주의자가 되란 얘기가 아니다. 고기를 좋아하면 계속 먹되, 식물성 식품의 양과 종류를 늘려 함께 섭취하면 된다.22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기존 연구를 종합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육류를 되도록 피하고 식물성 식단을 꾸준히 유지한 사람들은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암, 전체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고기를 즐기는 잡식 식단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하루 과일·채소 섭취량이 200g 늘어날 때마다 관상동맥 질환, 암, 뇌졸중, 조기 사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식물성 식품에는 과일과 채소뿐 아니라 곡물, 견과류, 씨앗류, 허브, 향신료, 콩류도 포함된다.2. 운동하기운동만큼 건강 개선에 효과적인 것이 있을까. 운동은 체중 감량과 연결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살을 빼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운동의 진짜 가치는 체중을 유지하고 전반적인 건강을 지키는 데 있다.운동을 하면 여러 건강 지표가 개선된다는 증거가 있다.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고, 심혈관 질환 위험을 키우는 중성지방 수치는 낮춘다. 혈당 조절 능력을 개선하고, 동맥을 더 유연하게 유지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줄인다. 또한 간 지방을 줄여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위험을 낮춘다. 이러한 효과들은 체중이 그대로여도 나타날 수 있다.이뿐만이 아니다. 운동은 체력, 삶의 질, 수면, 우울 증상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운동이 뇌 혈류를 증가시키고, 엔도르핀 같은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을 분비하며, 수면과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생체리듬을 안정시키기 때문이다.가장 좋은 운동은 본인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다. 헬스장, 조깅처럼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각 잡고’ 하는 운동이 아니어도 된다. 계단 이용하기, 출퇴근길 일부 걷기, 자전거로 이동하기 같은 일상 속 움직임도 충분히 효과적이다. 3. 스트레스 관리스트레스 관리가 가능할까? 많은 사람이 갖는 의문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 맞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건강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만성 스트레스는 면역력을 약화하고 혈압과 콜레스테롤을 높이며 수면을 방해한다. 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스트레스는 식습관도 바꾼다.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40%는 평소보다 더 먹고, 40%는 덜 먹으며, 20%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지방과 당분이 많은 ‘위안 음식’을 찾는 경향이 강해지며, 과일과 채소 섭취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스트레스의 원인을 들여다보고, 이를 관리하거나 완화할 방법을 찾으면 건강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4. 충분한 수면수면이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수면 부족은 고혈압, 심장병, 치매, 우울증 등 다양한 신체·정신 질환과 관련이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7~9시간의 수면이 권장되나 개인차가 있다. 수면 시간과 함께 수면의 질도 매우 중요하다. 수면무호흡증, 잦은 각성 같은 수면 장애가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수면은 식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잠이 부족하면 식욕과 섭취량이 늘어나고, 단 음식이나 패스트푸드 같은 고열량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이는 수면 부족이 배고픔과 갈망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교란하기 때문이다.암막 커튼, 잠들기 전 술과 카페인 섭취 제한, 스마트폰 멀리하기, 취침 시간 일정하게 유지 등이 불면증을 피하고 숙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5. 음주 줄이기알코올은 각종 암, 심장병, 간 질환, 인지장애 등 장기적인 건강 위험과 관련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에 있어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라고 경고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하는 암 예방을 위한 국민 암 예방 10대 수칙에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량 음주도 피하라’고 권고한다. 해마다 약 300만 명이 알코올 문제로 사망하는 것으로 WHO는 추산한다. 물론 정신적 위안, 사회적 교류 등 긍정적인 면도 있다. 술을 마신다면 음주량에 신경 써야 한다. 남성은 한 번에 7잔 이상, 여성은 5잔 이상을 주 2회 이상 마시는 행위는 ‘고위험 음주’에 해당한다.표준 1잔을 순수 알코올 약 12g으로 정의하면, 4.5% 맥주 약 338㎖, 16% 소주 약 95㎖에 해당한다. 맥주 355㎖ 한 캔, 소주 두 잔 분량이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와인 애호가 사이에 널리 퍼진 신화가 있다.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보다 더 건강한 술이라는 믿음이다. 한때는 적당히만 마시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와 맞물리며, 레드 와인은 몸에 좋은 술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레드 와인에 포함된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핵심이다. 레드 와인은 껍질과 알맹이를 함께 발효하기 때문에 항산화·항염 작용을 하는 식물성 화합물인 폴리페놀 함량이 더 높다. 반면 화이트 와인은 대개 껍질을 제거하고 발효한다.레드 와인에 들어 있는 폴리페놀에는 프로시아니딘, 플라보노이드, 레스베라트롤 등이 있다. 붉은 색을 만드는 안토시아닌도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레스베라트롤은 실험실 연구에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세포 자살을 유도하며, 암 전이를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성분들의 건강 개선 효과는 와인 몇 잔으로 얻을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높은 농도에서 관찰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령 매일 레드 와인 두 잔을 마셔도 체중 1kg당 레스베라톨 섭취량은 약 27㎍(마이크로는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 체내에서 활성화하지 않는다.레스베라톨을 충분히 섭취해 암 예방 효과를 보려면 간이 심하게 망가질 정도로 레드 와인을 들이부어야 한다. 잠재적인 항암 효과를 보기도 전에 간이 망가져 죽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미국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의 에릭 림 교수는 “레드 와인 속 폴리페놀 농도는 매우 낮아서, 실제로 의미 있는 효과를 보려면 적정 음주량보다 어마어마하게 더 많이 마셔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림 교수는 대신 블루베리 같은 진한 색 베리류, 사과, 양파, 녹차, 홍차, 다크 초콜릿 등에서 안토시아닌을 섭취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조언했다.미국 브라운 대학교 연구진이 작년 국제학술지 에 발표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레드 와인은 화이트 와인과 비교해 암을 예방하는 이점이 없었다. 해당 연구는 레드 와인이 건강에 더 좋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음을 명확히 보여줬다.게다가 레드 와인은 두통이나 알레르기 유사 증상을 유발할 수 있는 단점도 있다.레드 와인으로 인한 두통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붉은색 껍질에 풍부한 탄닌,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히스타민, 그리고 포도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인 케르세틴이 관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존력을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아황산염 역시 일부 민감한 사람에게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나, 두통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근거는 제한적이다.한 연구에서는 와인 불내증이 있는 사람들이 화이트 와인보다 레드 와인을 마신 뒤 코막힘, 가려움, 얼굴 홍조, 위장 불편 같은 알레르기 유사 증상을 더 자주 겪었다고 보고했다.와인은 수천 년 전부터 인류와 함께한 식문화의 일부다. 하지만 통념과는 달리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잇따라 확인됐다.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이 다른 알코올 음료보다 더 건강하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똑같이 몸에 해로운 술이라는 얘기다.세계 보건기구(WHO) 산하 국제 암연구소(IARC)는 알코올을 1군 발암 물질로 분류했다.최근 알코올에 관한 연구들은 ‘한 방울의 알코올 섭취조차 암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일관되게 보여준다. 알코올은 일부 암 외에 인지장애, 치매, 심장 질환, 수면 장애와도 관련이 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쌓이고 있다.결국 건강을 위해서는 어떤 술을 마시느냐보다 얼마나 어떻게 마시느냐가 더 중요하다. 최선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가 치매나 인지장애를 겪게 되면, 부부 모두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같은 상황에서도 성별에 따라 느끼는 결혼 생활의 스트레스는 정반대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남편이 뇌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아내들은 결혼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뚜렷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내가 치매나 경도 인지장애를 겪는 경우 남편들은 오히려 결혼 생활의 부담을 덜 느끼는 것으로 파악됐다.연구 개요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캠퍼스와 시카고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전국 단위 고령자 조사 자료를 활용해 기혼 부부 620쌍을 5년간 추적 관찰했다.인지 검사를 통해 참가자들의 뇌 건강 상태를 ‘정상’, ‘경도 인지장애’, ‘치매’ 세 가지로 분류했다.결혼 스트레스는 ‘배우자가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비판한다고 느끼는 빈도’를 기준으로 측정했다. 이는 전반적인 결혼 만족도가 아니라 생활 습관 개선 등에 관한 요구와 비판으로 인한 부담감에 초점을 맞춘 지표다.주요 결과분석 결과 남녀에 따른 차이가 명확했다.남편이 치매를 앓는 경우, 아내들은 인지적으로 건강한 남편을 둔 아내들에 비해 결혼 생활에서 훨씬 더 큰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답했다. 남편이 경도 인지장애일 때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지만 강도는 다소 약했다.반면 치매나 경도 인지장애를 겪는 아내를 둔 남편들은 인지적으로 건강한 아내를 둔 남편들보다 결혼 생활의 스트레스가 더 낮다고 밝혔다.아내들이 더 힘들어하는 이유연구진은 결혼 생활에서 남녀가 맡은 역할의 차이를 주된 이유로 지목한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대화 유지, 정서적 유대, 관계의 조율 등 이른바 ‘감정노동’을 더 많이 담당한다. 남편에게 인지 문제가 생기면 정상적인 대화가 어렵고 정서적 친밀감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아내들은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잃었다고 느낄 수 있다.여기에 사회적 기대도 더해진다. 남편이 아프면 아내가 돌봐야 한다는 압박이 강하다.연구진은 이를 정서적 상실과 돌봄 부담이 동시에 오는 ‘이중 위기’라고 설명했다.다시 말해, 남편에게서 받던 정서적 지지는 사라지거나 약해지는 대신 간병, 관리, 책임은 늘면서 결혼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한다는 것이다.남편들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느끼는 이유남성은 상황이 다르다. 연구진은 남편들이 직접 돌봄을 맡기보다는 성인 자녀의 도움을 받거나 외부 간병 서비스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한 가지 이유로 제시했다. 즉, 아내를 돌보는 부담을 직접 몸으로 떠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내들이 겪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체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또 하나의 설명은 다소 불편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많은 아내가 평소 ‘남편 병원 예약 챙기기’, ‘약 복용 관리’, ‘나쁜 생활 습관 지적’ 등 남편의 건강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는 남편의 건강에는 도움이 되지만, 듣는 사람 처지에서는 간섭이나 비판, 잔소리로 느낄 수 있다. 아내가 인지장애로 이런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잔소리나 비판이 줄어들면서 결혼 생활의 스트레스 강도가 낮아졌다고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스트레스 감소가 꼭 ‘좋은 신호’는 아냐연구진은 남편들이 느끼는 결혼 스트레스 감소가 결코 긍정적인 결과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의 건강 관리와 잔소리는 남성의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즉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것은 동시에 건강을 지켜주던 보호장치가 사라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연구진은 고령화로 치매와 인지장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부부를 지원하는 정책과 돌봄 프로그램 역시 남성과 여성의 근본적인 차이를 전제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고령화 속도가 특히 빠른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치매 환자를 돌보는 주 보호자는 배우자인 경우가 많고, 그중 상당수가 아내다. 장기 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 일상 돌봄과 정서적 관리, 병원 동행, 복약 관리 등은 여전히 가족, 특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아내가 주 1~2회라도 돌봄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등 성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에 이번 달 게재됐다.관련 연구논문 주소: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운동을 해도 몸이 다른 데서 에너지를 아껴 쓰기 때문에 살이 잘 안 빠진다.”최근 몇 년간 건강 분야에서 널리 퍼진 주장이다. 이른바 ‘에너지 보상(energy compensation)’ 이론이다. 운동으로 열량을 소모해도 몸이 기초대사나 면역·호르몬 기능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 결국 총소비량은 크게 늘지 않는다는 가설이다. 그런데 이 통념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Virginia Tech), 영국 에버딘대학교(University of Aberdeen), 중국 선전대학교(Shenzhen University) 공동연구에 따르면, 몸은 운동량이 늘면 실제로 하루 전체 에너지 소비를 더 늘리며, 이를 다른 생리 기능에서 상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연구 결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중 하나인 에 게재됐다.더 많이 움직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 소모연구자들은 “사람의 하루 에너지소비량은 고정돼 있는가, 아니면 운동에 따라 늘어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했다.이를 검증하기 위해 19~63세 성인 75명을 대상으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사람부터 울트라마라톤 선수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활동 수준을 비교했다.활동량과 그에 따른 에너지 소모량도 정밀하게 측정했다.참가자들은 특수한 동위원소가 섞인 물을 마신 뒤 2주 동안 소변을 제공했고, 연구진은 이를 통해 몸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생성됐는지 파악했다. 사람이 에너지를 쓰면(열량을 소모하면) 반드시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이산화탄소 생성량을 알면 하루 동안 쓴 칼로리를 거의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그 결과 명확한 흐름이 포착됐다.신체활동이 많을수록 하루 총 에너지소비량(TEE)은 선형적으로 증가했다. 운동량이 늘어도 기초대사량, 면역 기능, 생식·갑상선 기능에서 에너지를 줄인 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연구는 체성분과 관계없이 신체 활동량이 많을수록 칼로리 소모가 증가하며, 이러한 증가는 몸이 다른 기능에서 에너지 소비를 줄여 상쇄(보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라고 이번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버지니아공대 인간영양·식품·운동학과 케빈 데이비 교수가 설명했다.연구진은 적어도 일상적인 조건에서는, 몸을 더 움직일수록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왜 ‘운동해도 살 안 빠진다’라는 말이 퍼졌을까? 그렇다면 총 에너지소비량은 일정 수준에서 제한돼 신체활동이 증가해도 체중 감량 효과는 매우 적다는 오해는 왜 생겼을까.연구진은 그 이유로 ‘에너지 부족 상태’를 지목했다.운동량은 많지만 섭취 열량이 지나치게 적은 경우, 몸은 생존을 위해 실제로 에너지를 아끼는 모드로 들어갈 수 있다. 일부 과거 연구에서 관찰된 ‘상쇄 현상’은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이번 연구의 참가자들은 모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한 상태였다. 이 조건에서는 몸이 운동했다고 해서 다른 곳에서 에너지 지출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제1 저자인 버지니아공대 크리스틴 하워드 박사는 “보상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운동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과소 섭취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밝혔다. 즉, 섭취 열량이 부족하면, 몸이 극한 상황으로 인식해 신체활동으로 소모한 에너지를 다른 데서 줄이는 방식으로 보상함으로써 총에너지 소모량을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활동량 많은 사람,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 적어이번 연구에서는 활동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짧다는 사실도 드러났다.간단히 말해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하루 전체에 걸쳐 장시간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적고 더 많이 움직이는 생활 습관을 보였다.체중 감량의 열쇠는 여전히 ‘운동 + 섭취 조절’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운동만 하면 무조건 살이 빠진다”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체중 변화에는 식습관, 수면, 스트레스, 유전 등 여러 요소가 함께 작용한다.하지만 최소한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운동을 하면 몸은 그만큼 실제로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이번 연구는 ‘에너지 보상’ 이론을 이유로 운동의 가치를 깎아내릴 과학적 근거를 약하게 만들었다.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면,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칼로리를 극단적으로 줄이기보다 충분히 먹으면서 장기간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전략이 더 지속적이고 생리적으로 유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 습관의 일부로 만드는 전략이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새해 첫 사흘간 일본 도쿄도에서만 일본식 찹쌀떡 다이후쿠(팥앙금을 넣은 모찌)를 먹던 노인 7명이 질식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도쿄소방청이 4일 밝혔다.이 가운데 80대 여성 1명은 숨졌다. 이 여성은 1일 오전 1시 10분쯤 도교 미나토구 자택에서 다이후쿠를 먹다 목에 걸렸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도착 당시 이미 사망 판정을 받았다.현지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피해자는 모두 80~96세의 노인이다. 떡국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신정을 전후로 찹쌀떡이 들어간 국물 요리 오조니(お雜煮)를 먹는 풍습이 있다. 찹쌀떡은 질기고 탄력 있는 식감 때문에 생각보다 삼키기 어려워, 일본의 보건·안전 당국은 매년 질식 사고 위험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작년 12월 발표한 도교 소방청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0~2024년 도쿄에서 찹쌀떡이나 이와 유사한 음식을 먹다 목에 걸려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총 338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자였다.이 같은 사고의 거의 절반은 떡을 가장 많이 먹는 12월과 1월에 발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최소 33명이 떡을 먹다 질식해 숨진 것으로 확인돼 계절적 위험이 지속해서 존재함을 보여준다. 작년 신정 연휴 기간(12월 29일~1월 3일)에도 도쿄에서만 비슷한 사고로 9명이 입원했고 그중 2명이 사망했다. 최근 7년간 도쿄에서만 36명이 떡을 먹다 기도가 막혀 목숨을 잃은 것이다.도쿄소방청은 떡으로 인한 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공식 지침을 지킬 것을 거듭 강조했다.안내문에는 “떡은 먹기 쉬운 작은 크기로 잘라 섭취하고, 급하게 삼키지 말고 천천히 충분히 씹은 뒤 삼키세요”라고 적혀 있다. 또한 “영·유아나 어린이, 고령자와 함께 떡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옆에서 지켜보며 주의 깊게 살피고, 떡을 먹기 전에는 차나 국물을 마셔 목을 적셔야 한다”라고 당부했다.아울러 응급 상황에 대비해 구급상자의 위치와 사용법을 숙지하고, 질식을 막기 위한 하임리히법 등 기본적인 응급처치 절차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단 10분간의 고강도 운동만으로도 대장암 진행을 억제할 수 있는 생물학적 신호를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연구진에 따르면, 짧은 시간 동안의 격렬한 운동만으로도 혈액 내 분자 구성이 빠르게 변한다. 이 변화가 대장암 성장 억제와 DNA 손상 복구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국립 암센터에 따르면, 대장암은 갑상선암에 이어 국내 발병 2위 암이다. 사망률로는 폐암(전체 암 사망자의 21.8%)·간암(11.7%)에 이어 3위(10.9%)다. 2024년 9683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즉, 54분에 한 명씩, 하루 평균 26~27명이 대장암으로 사망한다는 얘기다.특히 50세 미만 젊은 대장암 환자가 급증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이런 가운데 운동이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추거나, 발병 자체를 예방하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어져 희망을 주고 있다.연구 개요영국 뉴캐슬대학교 연구자들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지만 그 외에는 건강한 50~78세 남(18명)·녀(12명) 3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참가자들은 10~12분간의 고강도 사이클 운동을 했고, 연구진은 운동 전과 후 이들의 혈액을 채취했다.이 혈액 샘플을 실험실에서 대장암 세포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격렬한 운동 직후 혈액에서는 염증 감소, 혈관 기능 개선, 대사 조절과 관련된 단백질 13종의 농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후 생성된 분자들은 대장암 세포에 작용해 DNA 복구와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유전자 활동은 억제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는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유전체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이 과정이 대장암 진행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운동으로 유도된 미토콘드리아 기능 회복은 암세포의 비정상적인 해당 대사(워버그 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 즉 운동이 암세포의 유전자 발현과 대사 작동 방식을 변화시킨 것이다.에 게재된 이번 연구 결과는 운동이 대장암을 예방하는 한 가지 기전을 설명해 줄 수 있다. 즉, 운동이 혈류를 통해 분자 신호를 보내 종양 성장과 유전체 불안정을 조절하는 유전자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연구를 이끈 임상운동생리학자 샘 오렌지 박사는 “놀라운 점은 운동이 건강한 조직에만 이로운 것이 아니라, 혈류를 통해 강력한 신호를 보내 암세포 안의 수천 개 유전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뉴캐슬대 연구 성명을 통해 밝혔다. 그는 “이러한 발견은 운동의 생물학적 효과를 모방하거나 강화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암 치료 효과와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가능성을 열어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운동은 암세포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단 한 번의 운동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10분간의 운동만으로도 몸 전체에 강력한 신호를 전달한다”라고 덧붙였다.대장암, 움직이면 약해진다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에 게재된 대규모 국제 연구와도 맥을 같이 한다.캐나다 호주 등 6개국 대장암 환자 88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운동 치료’는 대장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37%, 암 재발 위험을 28% 낮췄다. 연구 참여자 대부분은 표준 수술과 화학 항암요법을 받은 3기(90%) 또는 고위험 2기 암 환자였다.연구진은 2009년부터 2024년 사이에 각 환자를 약 8년 동안 추적관찰 했다. 환자들은 수술과 화학요법을 마친 후 절반은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나머지 절반은 회복 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설명하는 책자만 제공 받았다.운동그룹 환자들은 첫 1년 동안 한 달에 두 번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으며 운동했다. 이후 2년 동안은 한 달에 한 번 트레이너의 도움 속에 총 3년간 운동했다.참가자들은 각자 과거 좋아했던 운동 유형과 생활방식을 트레이너와 상의해 운동 계획을 세웠다.운동 그룹 대부분은 하루 45분 빠르게 걷기를 주 4회 한 것과 같은 운동량을 보였다.암 치료 5년 후 운동그룹은 80%가 암이 없는 상태를 유지한 반면 책자만 받은 그룹은 74%로 집계됐다. 즉, 운동 그룹의 대장암 재발 또는 새로운 암 발병 위험이 28% 낮았다.암 치료 8년 후 운동그룹은 445명 중 41명이 사망한 반면, 책자만 받은 그룹은 444명 중 66명이 사망했다. 운동 그룹의 사망 위험이 37% 낮았다. 이는 14명 중 1명의 생명을 운동이 구한 셈이라는 뜻이다.운동 효과는 다른 암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실제 지금까지 수행한 많은 연구에서 운동이 유방암, 결장암, 직장암 재발 위험을 최대 45%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전문가들은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인 일주일에 최소 150분의 중강도 운동(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또는 75분 이상의 고강도 운동(달리기, 오르막 오르기 등)을 하면서 2~3회 근력 운동을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인체 실험이 아닌 혈액과 암세포를 이용한 실험실 연구로, 실제 환자에게서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관련 연구논문 주소: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히거나, 숲에서 길을 잃어 고립된 상황에서 자신의 소변을 마시며 버티다 극적으로 구조된 얘기를 종종 듣는다. 물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소변을 마시는 것은 생존 기술에 속할까.전문가들은 손사래를 친다. 소변은 수분 공급원이 아니라 웬만하면 피해야 할 선택지라는 것이다.호주 그리피스대학교의 생명과학자 매튜 바턴 조교수와 본드대학교의 통증 생리학자 마이클 토트로비치 부교수는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소변 마시기는 극한 상황에서도 권장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수분은 우리 몸 전체 무게의 약 60%를 차지한다. 2%만 부족해도 갈증을 느끼며, 3~4%가 모자라면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체중의 6~9%가 감소하면 피부와 점막 건조, 기립 시 혈압 저하, 맥박수 증가 등이 나타나며, 체중의 10% 이상 감소하면 저혈압과 쇼크 상태에 이를 수 있다.소변은 ‘정수된 물’ 아닌 ‘못 쓰는 물질만 걸러낸 폐수’우리 몸의 수분 균형을 담당하는 신장은 하루 약 180리터의 혈액 성분을 여과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물질(약 99%)은 다시 혈액으로 돌려보내고, 불필요한 노폐물만 모아 배출한 것이 바로 소변이다.소변의 구성을 대략 살펴보면,물이 약 95%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단백질 분해 부산물인 요소(약 2%)와 근육 대사 부산물인 크레아티닌(약 0.1%), 염분과 기타 노폐물 등으로 이루어졌다.두 과학자는 소변을 우리 몸의 ‘생리적 쓰레기통’에 비유했다.수분 보충 효과, 조금도 없는 걸까?이론적으로는 몸이 건강한 상태에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한 직후 처음 배출하는 맑은 소변이라면, 아주 제한적으로 물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이때 소변은 물이 대부분이다. (물론 요소, 염분, 기타 노폐물은 여전히 포함된다)하지만 제법 오랜 시간 물을 마시지 못한 조난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산과 같은 야생에서 길을 잃은 사람은 땀으로 하루 약 450㎖, 숨으로 하루 약 300㎖의 수분을 잃는다. 더운 환경에서는 손실량이 훨씬 더 커진다.이때 신장은 수분을 최대한 붙잡기 위해 소변을 극도로 농축한다. 그 결과 소변 속에는 요소와 염분 등 반드시 몸 밖으로 버려야 할 독성 물질이 고농도로 포함된다. 따라서 극한 생존 상황에서 소변을 마시는 것은 갈증을 해소하기는커녕, 몸이 배출하려 했던 노폐물을 다시 몸에 넣는 행위가 된다. 고농도의 노폐물이 들어 있는 소변을 마시면 요소와 기타 대사 노폐물이 몸에 축적될 수 있다. 이는 특히 신경계 세포에 독성을 보일 수 있다. 그 결과 구토, 근육 경련, 가려움, 의식 변화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 요독증으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소변은 무균’이라는 말도 오해흔히 “소변은 무균이라 안전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신장에서 만들어질 때는 무균에 가깝다. 하지만 방광과 요도를 지나며 체내 상주 세균이 섞일 수 있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위산이 이런 세균의 상당수를 없앤다. 하지만 탈수, 영양 결핍 등이 동반된 생존 상황에서는 장 점막이 약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세균이 혈류로 침투할 위험이 커져 치명적인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조난 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다른 전문가들도 소변 마시기는 최후의 생존법이 아니라며 말린다.지난 2023년 튀르키예 지진 때 몇몇 생존자가 약간의 물과 소변을 마시고 생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모하나 아마르타라자흐 박사는 “분명 소변을 마시고 살았다는 사례가 있지만, 소변을 마시는 것을 권장하진 않는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탈수 상태가 점점 심해지고, 소변의 수분 함량도 내려가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로이터 통신에 설명했다.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교(UW) 응급의학과 스티븐 모리스 교수는 “소변·바닷물·술 등을 마시는 것은 아무것도 마시지 않는 것보다 더 빨리 탈수를 일으킬 수 있”며 “목이 너무 마르면 어떤 액체라도 마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생존의 관점에선 적절하진 않다”라고 같은 매체에서 지적했다. 정리하면, 소변 마시기는 생존 전략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쓰레기통의 오수를 마시는 것과 같다. 물 없는 숲에서 조난됐다면, 그늘에서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자제하며, 이슬, 빗물, 식물의 수분 등 대체 수분 원을 찾아 먹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한 선택이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군고구마는 겨울철 대표 간식 중 하나다. 고소하고 달콤하다. 고구마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다. 하지만 단맛 때문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도 있다.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오히려 체중 관리에 방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고구마의 영양 성분중간 크기의 주황색 찐 고구마 1개(약 140g)에는 약 130칼로리, 탄수화물 30g, 단백질 2g이 들어있다. 탄수화물 대부분은 복합 전분, 즉 소화가 천천히 되는 포도당 사슬 형태이며,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탄수화물 비율이 낮다.당 함량과 혈당 지수(GI)는 조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찌거나 삶은 고구마는 저항성 전분이 잘 유지돼 혈당 지수가 낮다. 반면 고온에서 구우면 맥아당(maltose)으로 더 많이 전환돼 혈당 지수가 높아진다. 한국영양학회 자료에 따르면 생고구마의 혈당 지수는 55로 보통 수준이다. 고구마를 찌면 70으로 소폭 증가한다. 하지만 구우면 90에 달한다. 이는 흰쌀밥(92)과 비슷하다. 즉, 군고구마의 혈당 지수는 ‘높음’으로 분류된다.따라서 고구마를 삶거나 찌면 저항성 전분이 유지돼 혈당 상승 속도가 완만해진다. 이는 식사 후 급격한 혈당 스파이크와 인슐린 분비를 줄여 지방 축적과 식욕 폭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리 후 식혀서 먹으면 저항성 전분이 더 늘어나 혈당 관리 효과는 더욱 커진다.식이섬유 풍부해 포만감 길어조리한 중간 크기 고구마 1개(약 140g)에는 식이섬유 4~6g이 들어 있다. 식이섬유는 위에서 소화 속도를 늦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고, 불필요한 간식 섭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껍질째 먹으면 섬유질 섭취량은 더 늘어난다.영양전문가들은 다이어트 중일수록 고구마를 단독으로 먹기보다 채소·단백질과 함께 섭취하면 혈당 안정과 포만감 유지에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변비 예방과 장내 환경 개선에도 효과적고구마의 장점은 더 있다. 생고구마를 자르면 나오는 하양 진액인 얄라핀이라는 전분 소화효소는 장의 연동운동을 도와 배변 활동을 촉진한다. 식이섬유와 함께 작용해 변비 예방과 장내 미생물 환경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이는 다이어트 중 흔히 겪는 소화 불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미량 영양소도 골고루 포함고구마에는 건강에 좋은 미량 영양소가 풍부하다. 칼륨, 구리, 비타민 C, 비타민 B6를 고르게 섭취할 수 있다. 특히 구리는 항산화 작용과 함께 피부·신경·뇌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색깔별 영양성분 차이고구마는 색깔에 따라 주요 영양성분에 차이가 있다. 보라색 고구마 껍질에 풍부한 안토시아닌은 체내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다. 노화 관련 질병 예방 가능성도 제기된다.주황색 속살에 많은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돼 면역 기능 유지는 물론 피부와 시력 건강이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이어트의 핵심은 조리법앞에서도 밝혔듯 고구마는 조리법에 따라 다이어트 효과가 달라진다. 고온에서 오래 구우면 당분이 늘어나 혈당 지수가 올라갈 수 있다. 반면 찌거나 삶으면 체중 관리에 유리하다.그렇다고 무턱대고 먹으란 얘긴 아니다. 먹는 양 조절은 필수다. 체중을 줄이려 혈당 지수가 낮은 식사를 계획할 때는 혈당 부하 지수(GL)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혈당 부하 지수는 혈당이 오르는 속도인 혈당 지수에 섭취한 탄수화물의 총량을 곱한 뒤 100으로 나눈 값이다. 혈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혈당 부하 지수가 상승해 문제가 될 수 있다.삶거나 찐 고구마 적당량(중간 크기 고구마 1개 이하)을 먹되 혈당 지수가 낮은 채소 등을 곁들여 먹어야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영양전문가들은 “고구마는 배를 채우면서도 혈당을 안정시키는 드문 탄수화물”이라며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보다 고구마처럼 질 좋은 탄수화물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체중 관리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