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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명문 예술고인 안양예고가 한 여교사 문제로 내홍을 앓고 있다. 학부모들은 ‘문제 교사’라며 내쫓으려 하는데 학생들은 “선생님을 구해 달라”며 구명운동을 벌이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반대에도 학교 측은 “문제가 커질 수 있다”며 그 교사의 수업을 중단시키고 해임 절차를 밟고 있다. 안양예고에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부실교사 vs 헌신교사’사건은 두 달 전 이 학교 음악과 2학년 학부모 몇 명이 담임교사 A 씨를 부실교사로 지목하면서 시작됐다. 영어를 가르치는 A 교사가 수업용 유인물을 단 한 건도 나눠주지 않고 학생들이 수업 중 잠을 자도 가만 놔둔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었다. 이들은 “A 교사가 레슨에 가야 할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두고 자습을 시키는 등 음대 준비에 집중해야 할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며 다른 학부모들을 상대로 “A 교사를 교단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설득했다. 이에 동조한 학부모 10여 명은 23∼25일 학교 앞에서 “A 교사를 파면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를 주도한 학부모 대표 B 씨는 “딸이 담임인 A 교사에 대해 ‘수업이 부실하다’며 자주 불만을 토로했다”며 “넉넉지 않은 형편에 일반 학교보다 몇 배나 비싼 수업료를 내고 있고, 영어는 주요 입시과목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하지만 A 교사 학급 학생들 상당수와 최근 1, 2년간 A 교사가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은 “선생님은 절대 그런 분이 아니다”며 시위 중단을 요청했다. 학부모들의 민원을 접수한 학교 측이 A 교사의 담임직을 박탈하고 사직을 권고하는 등 해임 절차를 밟자 학생들은 인터넷에 ‘우리 선생님을 구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리는 등 구명운동에 나섰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해당 학급 간부와 학생들, A 교사의 수업을 듣는 학생 30여 명을 취재한 결과 문제를 제기한 학부모들의 주장은 학생들의 생각과 크게 달랐다. 또 A 교사 학급 학생 40명 중 본보가 접촉한 24명은 모두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는 것을 반대한다”고 답했다.학생들은 “선생님이 매 과를 마칠 때마다 문법과 단어를 정리한 유인물을 두 번씩 나눠줬고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이 있으면 깨워서 뒤로 내보낸 뒤 필기를 열심히 하면 다시 앉게 했다”고 입을 모았다. 성적이 상위권인 한 학생은 “수업내용에 알맹이가 있고 다른 영어수업과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A 교사가 레슨에 늦게 보낸 것에 대해선 “선생님이 학기 초 수업 태도가 안 좋은 몇 명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방과 후 2, 3번 자습을 시킨 것”이라며 “하지만 선생님이 레슨의 중요성을 이해한 뒤론 그런 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인터뷰에 응한 학생들 중엔 A 교사에게서 도움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A 교사가 담임을 했던 한 학생은 “집에 빚이 많아 사채업자들한테 걸릴까 봐 학교를 며칠 결석했는데 선생님이 ‘누가 와도 네 학생부는 절대 보여주지 않겠다’며 위로해줬고 교내 장학금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한 남학생은 “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둬야 할 뻔했는데 선생님이 장학금을 챙겨주신 덕분에 계속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구를 위한 교사 퇴출인가학부모들은 9월 해당 학급 학생들을 한 영어학원으로 불러 중국음식을 시켜주며 A 교사에 대한 불만사항을 물어봤다. 그 자리에서 일부 학생은 “수업이 재미가 없다” “수업이 너무 빡빡하다” 등의 의견을 냈다. 하지만 한 학부모가 실제로는 미혼인 A 교사에 대해 “(너희) 선생님은 ‘돌싱(돌아온 싱글·이혼한 남녀)’이다”란 말을 하며 A 교사를 깎아내리자 한 학생은 “어머니들이 이렇게 모여서 선생님을 부당하게 몰아내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며 자리를 떴다고 한다. A 교사가 지난달 16일 교단에서 떠난 뒤 해당 학급 학생들이 동요하자 학부모들은 교실을 찾아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한 것”이라며 다독이기도 했다.음악과 2학년 학생 중 대다수는 A 교사의 퇴출에 반대하지만 극히 일부는 찬성하면서 학생들 간에도 갈등 기류가 생기고 있다. 이 학급의 한 학생은 “예전엔 서로 격의 없이 대했던 친구들인데 요즘엔 뭔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느껴진다”고 말했다.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A 교사는 “학기 말이라 실기평가와 기말시험이 있어 아이들에겐 공부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인데 이런 상황 때문에 혼란을 겪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지난 19년간 늘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한 동료 교사는 “치맛바람에 교권이 침해당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섣불리 나섰다간 A 교사를 감싸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마땅히 도와줄 길이 없다”며 “요즘은 초등학생들이 교사한테 ‘우리 엄마한테 말해서 선생님 자를 거예요’라며 겁을 주는 일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학부모 대표 B 씨는 “우리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지만 A 교사가 3학년에도 우리 아이들 담임을 맡게 될까 봐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막아야 했다”며 퇴출운동이 불가피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한 교사가 같은 과 학생들을 연이어 다음 학년까지 맡는 건 거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경찰이 자체적으로 토론회를 열어 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또다시 성토했다.30일 오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열린 형사소송법 개정안 토론회에서 황운하 송파경찰서장은 “이번 형소법 개정안의 입법취지와 지향점은 검찰 개혁이며 이는 시대적 과제”라며 “이번 입법예고안에는 검찰권이 강화되고 경찰의 자율성이 축소되는, 시대에 역행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강조했다. 비공개로 열린 토론회에는 서울 강남권 일선 6개 경찰서 소속 100여 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경찰의 주장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고 형사소송법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검찰 비리, 수사지휘를 빙자한 검찰의 업무 전가, 이유 없는 검찰의 수사 중단 지시 등에 대해 성토했다.경기지역 경찰도 8개 권역별로 열린 토론회에서 조정안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경찰서별로 수사부서 과·팀장과 수사관 10∼20명이 토론회에 참석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근본 취지는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한다는 것인데 입법예고안을 보면 경찰이 내사 건까지 검찰에 보고해야 해 결과적으로 개악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도 이날 “국무총리실이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국가인권위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한편 강남권 토론회를 주관한 황 서장은 이날 경무관으로 승진해 전반적인 수사 행정을 총괄하는 경찰청 수사기획관을 맡게 됐다. 황 서장은 1999년 성동서 형사과장 재직 시절 검찰에 파견된 부하 형사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려 검사에 대한 항명 논란을 일으키는 등 ‘강경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찰 수뇌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둘러싼 ‘2라운드’에 대비하기 위해 기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이완규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장(50·사법시험 32회·사진)이 30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반영된 형사소송법 시행령에 반발해 ‘수사지휘권 침해조항을 막지 못한다면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사퇴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뒤 사표를 냈다.이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37분 검찰 내부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내사 (범위 축소)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이 경찰의 이의제기권을 인정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제한한 개별 조항”이라며 “대검은 그저 내사 문제에 대한 경찰 반발에 대응할 뿐 다른 조항들에 대해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법무·검찰 수뇌부를 비판했다. 또 “언제부터 검찰이 대통령이 화를 내면 지휘권을 떡 내놓듯이 내놓는 기관이 되었습니까. 언제부터 검찰이 총리실에 가서 수사지휘권을 구걸하는 조직이 되었습니까”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한상대 검찰총장은 “국민과 검찰을 아끼고 사랑하는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한다”며 사표를 반려했지만 이 부장의 뜻은 완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올 6월 형사소송법 개정 당시 대검 형사1과장으로 일하며 검찰 측 실무진을 이끌었다. 이 부장은 1991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형사소송법 분야 박사학위를 받는 등 검찰실무와 법이론에 모두 정통한 검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이 부장의 글에는 “충정을 이해한다” “사퇴를 재고해 달라”는 댓글이 100건 넘게 달렸다.하지만 경찰 측 고위관계자는 “수사지휘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은 검사는 무조건 옳다는 구시대적 사고”라며 “이의제기권은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명문화한 것일 뿐 실효성은 거의 없어 이 부장의 사퇴는 뜬금없는 결단”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손동권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청법 7조에 상급 검사의 부당한 지휘·감독에 대해 하급자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있는데 검경 관계에도 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며 “검찰이 시대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경찰이 검사를 수사할 때 검찰 지휘 안 받으면 인권 침해 소지가 생긴다.”“그건 검찰이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를 감싸려는 속셈 아닌가.”수사권 조정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검경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맞짱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는 총리실 직권중재안에 집단 반발하고 있는 경찰과 사태 추이를 지켜보던 검찰이 공개석상에서 벌인 첫 난상토론이었다. 500석 규모의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날 토론에는 전현직 경찰관 1000여 명(경찰 추산)이 몰려 검찰이 수세에 몰린 가운데 공방이 벌어졌다.○ ‘벤츠 검사’ 수사권 논란에도 불똥경찰 측 토론자로 나선 이세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은 최근 논란이 된 ‘벤츠 여검사’ 사례를 거론하며 포문을 열었다. 검사나 검찰 수사관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독립적으로 해야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단장은 “벤츠 검사 사건은 검사가 변호사와 결탁해 경찰 수사를 부당하게 지휘한 단적인 사례”라며 “총리실 중재안은 피고인 등 사건 관계인이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바로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러면 검찰 비리는 처벌이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그러자 이두식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은 “검사 비리 사건을 지휘를 받지 않는다면 모든 수사에 관해 지휘를 받도록 한 형소법 개정안에 어긋난다”며 “검사가 피의자가 되면 일반인보다 비난 받을 소지가 높아 인권 침해 가능성도 크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기 전인 내사 단계부터 검사 지휘를 받도록 한 총리실 중재안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이세민 단장은 “형사소송법 논의 과정에서 관행상 입건 전 단계까지를 의미하는 내사는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는데 그런 합의가 완전히 무시됐다”며 “내사까지 검사가 지휘하겠다는 건 검찰이 경찰을 완전히 장악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검찰 측 이두식 단장은 “내사의 범위를 두고 형식설과 실질설이 있는데 입건 전이라도 소환조사나 압수수색 등 실질적 수사 활동을 했다면 내사가 아닌 수사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실질설이 더 우세하다”며 “경찰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한 뒤 ‘아무것도 아니네’ 하고 마음대로 종결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의 문제는 누가 감시하겠는가”라고 맞받았다.○ 경찰의 성토장이 된 토론장이날 토론장에서는 총리실 중재안에 대한 경찰의 불만이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휴가까지 내고 토론장을 찾은 1000명의 경찰관은 겉옷에 ‘형사는 검찰의 TV 맞짱 토론을 촉구합니다’라고 쓰인 스티커를 붙이고 있었다. 토론장 입구 주변에는 ‘총리실 수사권 조정안의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미치도록 수사하고 싶습니다. 검사의 비리를’ 등의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검찰 측 인사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토론이 시작되자 방청석에 앉지 못한 경찰관들은 계단이나 통로를 가득 메웠다. 토론장에 들어가지 못한 수백 명은 별도의 방에서 생방송으로 토론을 지켜보며 토론자들의 검찰 옹호 발언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검사와의 ‘TV 토론’을 제안했던 경남 진해경찰서 양영진 수사과장도 토론장을 찾아 “검찰과 밥그릇 싸움을 하자는 게 아니다. 총리실 직권중재안처럼 검사의 권한만 강화되면 결국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검경이 29일 국회 토론회에서 다시 한 번 격돌한다. 경찰이 총리실 직권중재안에 반발하며 수갑 반납 등 집단행동을 하면서 적극적인 여론몰이에 나서자 검찰도 공개 토론에 나서는 등 맞대응을 하겠다는 전략이다.28일 경찰에 따르면 진해경찰서 양영진 수사과장은 경찰 내부망을 통해 ‘검사와의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양 과장은 지난 주말 충북 청원군에서 열린 일선 경찰관 토론회를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최근 수사경과 반납 운동도 촉발했던 인물이다.양 과장은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제대로 된 의견 수렴절차 없이 단 한 번의 검경 합숙토론을 통해 총리실의 직권중재안이 입법예고됐다”며 “일선 형사들과 검사들이 서로 의견을 내놓고 공정한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 의견이 도출된다면 경찰과 검찰 모두 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검찰은 양 과장이 제안한 ‘맞짱 토론’에 응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은 채 29일 국회에서 열리는 ‘형사소송법 대통령령 총리안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검찰의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인기 국회 행정안전위원장 등 국회의원 14명이 참가하는 이날 토론회는 검경이 공개석상에서 벌이는 첫 난상토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경찰 측에서는 이세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과 최광식 전 경찰청 차장이, 검찰 측에서는 이두식 대검 형사정책단장과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가 토론자로 나선다. 이날 토론회는 이번 총리실 중재안에 비판적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주최했고 일선 경찰관도 대거 참석할 예정이어서 검찰로서는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모양새다.한편 조현오 경찰청장은 28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수뇌부 회의를 열고 “수사권 조정이 조직 간 권한 다툼으로 비치지 않도록 정상적인 방법으로 조정안의 부당성을 알려야 한다”며 “경찰 의견이 끝내 반영되지 않는다면 형소법 개정 운동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전·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민원실에서 성명을 통해 “조정안의 내사 관련 내용을 경찰 요구대로 원상회복하고 총경 이상 경찰 지휘부는 이번 일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통장에 뻔히 수천만 원이 있는데 제가 왜 대부업체에 돈을 구걸해야 하느냐고요.” 토마토저축은행에 적금 6000만 원을 부은 주부 박모 씨(51)는 며칠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막내아들 등록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박 씨는 이달 초 만기가 된 적금을 타서 아들 등록금을 댈 계획이었다. 입시 준비로 미뤄온 아들의 허리 디스크 수술비로도 쓸 꼭 필요한 돈이었다. 하지만 9월 거래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으로 분류돼 영업정지 되면서 그 계획은 완전히 무산됐다. 내년 3월엔 큰아들 결혼도 시켜야 하는데 박 씨는 수중에 돈이 없다. 가지급금으로 받은 2000만 원은 위암 투병 중인 시아버지 수술비에 이미 다 썼다. 남편은 몇 년 전 명예퇴직을 해 시중은행 대출도 어렵다. 박 씨는 “한창 논술 준비에 집중해야 할 막내가 ‘대학에 붙으면 바로 아르바이트를 뛰겠다’고 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씨 같은 피해자들 가운데는 이미 고리 사채를 끌어 쓴 경우가 적지 않다. 제일저축은행에 1억 원을 예금한 이모 씨(57·여)는 지난달 말 만기였던 예금을 찾지 못해 연 30%의 이자로 사채를 빌려 썼다. 이달 초 음식점을 열면서 건물주에게 잔금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노점상을 하며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난생처음 가게를 여는 거라 기뻤지만 신용이 없어 은행 대출은 불가능했다”며 “가난할 때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사채를 또 쓰게 됐다”며 울먹였다. 30년 넘게 정화조를 청소하다 은퇴한 오모 씨는 퇴직금 1억3000만 원을 후순위채권에 투자했다가 해당 저축은행이 망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 그는 은행에서 매월 이자 70만 원을 받아 유방암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며 살 계획이었지만 그 꿈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18일로 부실 저축은행 7곳이 영업정지를 당한 지 두 달이다. 대부분 서민인 피해 고객들은 그사이 사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상당수는 7월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앞으로 더는 저축은행 영업정지는 없다”고 공표한 것을 믿고 돈을 빼지 않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이미 법에 명시된 ‘예금 5000만 원까지 보장’이란 규정뿐이다. 한 60대 피해자의 말이 실감난다. “전에는 저도 몰랐죠. 한데 나라를 믿었다가 피눈물을 쏟아 보니 정부에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는 요즘 젊은이들이 이해되더라고요.”신광영 사회부 neo@donga.com}
교통안전공단의 전·현직 노조위원장이 인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조합원에게서 수천만 원의 뒷돈을 받아 챙겨 오다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사측의 인사전횡을 감시하라며 노조 대표자를 인사위원회에 참여시켰더니 ‘승진 브로커’ 짓을 한 것이다. 또 임원급 승진자 중 40%가 노조나 공단 고위층에게 인사 직전 뇌물을 바치는 등 이 공단은 비리로 얼룩져 있었다.○ 인사비리 감시하랬더니 ‘승진 장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승진 부탁과 함께 2007년부터 3년간 조합원 4명한테서 5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교통안전공단 노조위원장 정모 씨(50)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또 정 씨의 전임자였던 김모 씨(56)도 인사 특혜를 대가로 직원 10명에게서 1억1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경찰 조사 결과 정 씨와 김 씨는 매년 인사철이 되면 “공단 임원들과 친분이 두텁다. 승진을 하거나 좋은 보직으로 옮길 수 있도록 인사위원회에서 힘을 써주겠다”며 조합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공단은 인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승진이나 보직 배분을 결정하는 인사위원회에 노조 대표가 참여해 논의 과정을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노조위원장들이 ‘감시견’ 역할을 못하자 공단 고위 임원들은 자신에게 로비해온 직원들을 마음 놓고 승진시켰다. 이 공단 경영지원본부장 권모 씨(56)는 2008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인사 청탁과 함께 49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권 씨의 전임자 유모 씨(57) 역시 직원들의 승진 부탁뿐 아니라 지인의 자녀를 채용해주는 대가로 6명한테서 53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공단 직원들은 3번 이상 선정되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근무성적 부진자(C-Player) 선정을 취소해 달라며 이들에게 돈을 건네기도 했다.경찰은 “인사위원회에 들어간 공단 임원들과 노조 대표는 한통속이 돼 움직였다”며 “임원들이 청탁을 해온 직원들을 먼저 승진 대상자로 올리면 노조위원장은 이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자신에게 로비해온 조합원들에 대한 특혜를 보장받았다”고 설명했다.○ 임원급 간부 40% ‘뒷돈 승진’경찰 조사 결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첫 임원급 보직인 처장(2급)으로 승진한 12명 중 5명이 인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인사 특혜를 바라며 금품을 제공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공단 직원만 20명이고, 인사 비리에 연루된 인원이 41명에 달할 정도로 비리가 만연해 있었다. 하지만 경찰수사 개시 전인 2010년 11월 이전에 공단이 자체적으로 인사비리를 적발해 징계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경찰 관계자는 “직원들이 원하는 지사나 검사소에 근무하기 위해 인사 직전 돈을 뿌리고 승진 후에는 사례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경찰 수사로 노조위원장 정 씨 등 관련자들이 직위 해제되자 한 공단 직원은 경찰에 편지를 보내와 “노동조합이란 이름으로 직원들 위에 군림하고 자신들만이 회사를 생각하는 양 많은 이들을 현혹시켜 온 사실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은 국토해양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불법구조변경 차량 단속이나 새 자동차 성능 검사 등 국민 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맡고 있다. 경찰은 노조가 승진 심사과정에 참여해 금품을 받고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인사 부조리가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현오 경찰청장은 14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3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 “많은 인원이 집회에 참여했는데도 매우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시위가 이렇게 진행된다면 경찰도 차벽 설치를 하지 않는 방안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 2만여 명(경찰 추산)은 서울광장 주변 등 도심 한복판을 행진하면서 인도에 가까운 쪽 차로 1, 2개만 점거한 채 이동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에 이강덕 경기지방경찰청장이 내정되는 등 경찰 치안정감 인사가 9일 단행됐다. 경북 포항 출신인 이 내정자는 그동안 경찰 안팎에서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말을 함께할 유력한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이 내정자는 현 정부 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과 대통령치안비서관을 지낸 뒤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내정자가 경찰청장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경찰청장에는 이철규 경찰청 정보국장이 내정됐다. 박종준 경찰청 차장은 유임돼 검·경 수사권 조정을 마무리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 내년부터 치안정감으로 한 단계 격상되는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서천호 현 청장이 유임돼 사실상 승진했다. 경찰대학장은 경찰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강경량 전북지방경찰청장이 승진 내정됐다. 이번 인사로 치안정감 5명 중 4명이 경찰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 서울청장 내정자와 강 경찰대학장 내정자, 서 부산청장이 경찰대 1기다. 유임된 박 차장은 2기다. 비(非)경찰대 출신은 이 경기청장 내정자(간부후보 29기)가 유일하다. 출신 지역은 이 경기청장 내정자가 강원 동해, 강 경찰대학장 내정자는 전남 장흥, 서 부산청장은 경남 남해, 박 차장은 충남 공주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많은 시민이 동참한 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당시 시위대 사이에선 미국산 소를 이용해 만든 화장품이나 기저귀만 써도 광우병에 감염되고, 미국에선 수십만 명의 인간 광우병 환자가 있다는 등의 괴담이 사실로 둔갑해 퍼져 나갔다. 괴담들은 이후 모두 허위로 판명 났지만 당시 정부는 여론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미국과 재협상을 했다. 3년이 지난 올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 움직임은 그 당시와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건강 문제로 의제 단순화 2008년 광우병 시위의 키워드 중 하나는 ‘뇌송송 구멍탁’이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 광우병에 걸려 끔찍하게 죽어간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한미 FTA 반대론자들은 ‘건강’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FTA가 통과되면 의료민영화로 맹장수술비가 900만 원으로 오르는 등 병원비가 폭등하고 복제약 사용이 불가능해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운 약값을 부담해야 한다는 괴담을 만들어낸 것이다. 반정부·반미 정서를 활용하는 것도 비슷하다.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주도한 단체는 ‘2MB탄핵연대’ 등 반정부 단체들로 쇠고기 수입 문제를 반미 이슈로 활용해 반정부 세력을 결집시켰다. 이번 한미 FTA 반대 움직임도 ‘이명박 심판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등 반정부 단체들이 괴담을 주도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연예인인 ‘소셜테이너’들이 논란의 촉매역할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2008년 여배우 김민선(김규리로 개명)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 소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넣겠다”는 글을 남겨 논란의 불을 지폈다. 올해는 소설가 이외수 씨가 트위터에 “(한미 FTA로) 너무 많은 것을 잃게 된다”고 했고 소설가 공지영 씨 등이 이를 퍼 나르면서 반대여론을 키웠다. 여론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의 태도도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정부는 ‘명박산성’이라는 비아냥을 낳을 정도로 대국민 소통에 미흡해 반정부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바라만 봤다. 이번에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실을 홍보해 괴담을 잠재우기보다는 괴담 유포의 진원지로 꼽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한 단속으로 대응하고 있다. ○ 광우병 땐 서울광장, FTA는 SNS로 차이점도 눈에 띈다. 2008년 광우병 시위 땐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시민이 참여했지만 이번에는 20, 30대 젊은 여성들이 반대 여론을 주도하는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온라인상에 퍼지는 한미 FTA 반대 여론을 주시하기 위해 20, 30대 여성들의 온라인 미용 카페인 소울 드레서(회원 수 16만 명), 화장발(34만 명), 쌍코(10만 명) 등 3곳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회원 60만 명 사이에서 한미 FTA 괴담이 주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온라인을 통해 여론이 증폭되다 MBC PD수첩 보도 등을 통해 불이 붙으면서 한순간에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것과 달리 한미 FTA 반대 움직임은 아직 온라인의 이슈에 머물고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미 FTA 반대 시위 참가인원은 수백 명에서 최대 2000여 명 규모. 다만 최근 SNS를 통한 ‘무한 리트윗(퍼 나르기)’ 등으로 한미 FTA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속도는 2008년보다 훨씬 빠르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경찰 전현직 인사들이 최대 1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0명이 모두 총선에 나올 경우 사상 최대다.2009년 경찰청장에 내정됐다 용산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김석기 주오사카 총영사가 돌연 사의를 표하고 7일 총선 출마의사를 밝힌 데 이어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코레일 사장, 윤재옥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등도 출마자 물망에 오르고 있다.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8일 “김 전 총영사가 출마 의사를 밝혔고 조만간 경찰 수뇌부 인사를 앞두고 있어 내년 총선에 나갈 전현직 경찰 인사의 윤곽이 곧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출마설이 있었던 조현오 경찰청장은 최근 유임이 확실시되면서 총선 출마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검찰 출신 국회의원이 국회에 포진해 있는 가운데 불리하게 싸워왔다. 그 바람에 경찰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 때는 경찰 출신 의원들이 많아 나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김 전 총영사는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총선 출마를 위해 7일 귀국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고 윤 전 청장도 23일 자서전 성격의 책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허 사장은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했다. 김 전 총영사는 후임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표를 내고 귀국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보은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전 총영사는 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8개월짜리 총영사 자리는 애초에 거절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 한 달 전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에 이미 사임 의사를 밝히고 필요한 절차를 모두 밟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강덕 경기경찰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이동하고 새 경기경찰청장에 이철규 경찰청 정보국장이 승진 기용되거나 박종준 경찰청 차장이 옮겨갈 가능성이 유력하다. 박 차장은 유임 전망도 나온다. 경찰대학장과 부산청장에는 조길형 기획조정관과 강경량 전북경찰청장, 채한철 서울경찰청 차장 등이 거론된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경찰이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종백 회장이 지난해 2월 치러진 회장 선거에서 대의원들에게 수억 원대 금품을 살포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인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중앙회 직원들이 이용하는 직장 새마을금고와 강원 춘천중부새마을금고 등 2곳에 개설된 신 회장 계좌와 그의 차명계좌를 지난주 압수수색했다. 춘천중부새마을금고는 신 회장이 중앙회 회장에 당선돼 서울 본부로 올라오기 전까지 이사장으로 있던 곳이다.경찰 관계자는 “신 회장이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일부에게 1인당 수백만 원의 금품을 뿌렸다는 첩보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춘천중부새마을금고에서 당사자도 모르는 차명계좌가 만들어져 대출이 이뤄진 흔적을 발견했다”며 “신 회장이 이런 방식으로 공금을 횡령해 선거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신 회장에 대한 금융자료를 제출받아 비자금 조성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지난해 선거에서 신 회장을 지지했던 대의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금품수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신 회장은 1994년 춘천중부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거쳐 새마을금고연합회 강원도지부장을 지냈다. 신 회장은 지난해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해 150여 명의 대의원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40여 표를 득표해 2위를 했지만 2차 투표에서 90여 표를 얻어 최종 당선됐다. 새마을금고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신 회장이 2006년 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지만 20여 표를 득표해 낙선한 뒤 3, 4년 동안 열심히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준 의혹이 제기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서민 금융기관인 새마을금고는 전국 1480개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거래자 수는 9월 말 기준 1597만 명이고 총자산은 91조2000억 원이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총자산 중 20조 원가량을 직접 관리·운용하고 있다. 지역과 직장 새마을금고를 감사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이 최근 인천 장례식장 조직폭력배 난투극 사건을 계기로 법적인 틀 안에서 불법행위를 일삼는 기업형 폭력조직을 최우선적으로 척결하기로 했다. 최근 조폭들이 건설업이나 사채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주가조작, 불법적 기업 인수합병, 보험사기 등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조현오 경찰청장은 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조직폭력 근절 추진단’ 현판식에서 “조폭은 초기엔 지역 상인들이나 주민들을 괴롭히지만 차츰 성장하면 이권이 많은 곳을 찾아 진출하게 되고 결국 기업형으로 변모한다”며 “조폭에 자금력이 생기면 일본 야쿠자나 미국 마피아처럼 경찰이 통제하기가 어려워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경찰이 최근 적발한 기업형 조폭의 사례를 보면 조폭들이 사채시장에서 사업가로 위장해 기업들에 고리로 자금을 빌려준 뒤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물리는 방식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수법이 늘고 있다. 일부 조폭은 애초부터 자금난을 겪는 기업을 먹잇감으로 정한 뒤 고리로 사채를 빌려주고 기한 내 갚지 못하면 폭력을 휘두르며 돈을 갚으라고 압박을 하다 결국 사업권까지 빼앗고 있다.또 부실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진으로 들어가 기업 자금을 횡령하고 자산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기업을 무너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축적한 자금을 활용해 주식시장에서 주가 조작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챙기는 방법도 등장했다.경찰은 조폭들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도 적극 진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연예인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사인회 등 각종 행사 출연을 강요하고 연예기획사를 직접 운영하면서 불공정 계약을 강압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이에 따라 경찰은 기업형 조폭에 대한 첩보 수집을 강화하고 뇌물을 제공하거나 관련 서류를 위·변조하는 등 기업형 조폭들이 저지르는 각종 불법 행위를 엄단하기로 했다. 또 금융당국과 협조해 조폭의 범죄 수익금을 추적하고 확인되면 적극 환수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조기에 와해시킬 방침이다.경찰은 아울러 경찰청 본청과 지방경찰청에 형사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조직폭력 근절 추진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경찰 인력을 구조조정하면서 조폭을 담당하는 폭력계가 많이 위축됐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과거 폭력계의 역할을 할 5명 정도의 전담팀을 신설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문신을 한 채 대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울산지역 조직폭력배 2명에게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범칙금 5만 원을 각각 부과했다고 3일 밝혔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에는 공공장소에서 90도로 인사를 하거나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노출시키는 등 불안감을 조성한 사람에게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찰이 이런 행위를 실제로 적발한 사례는 거의 없었던 만큼 이번 범칙금 부과는 조현오 경찰청장의 '조폭과의 전쟁' 선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울산지역 조직폭력배인 최모(39), 하모 씨(38) 등 2명은 1일 오후 4시 반경 각각 울산 남구의 대중목욕탕 2곳에서 상반신 앞뒤와 허벅지까지 용 문신을 드러내고 목욕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했다. 경찰은 인천 조직폭력배 난동 이후 이들에 대해 선제 단속을 실시하기로 하고 형사들을 조폭들이 자주 다니는 목욕탕에 손님을 가장해 들여보냈다. 경찰은 최 씨와 하 씨 등 2명이 목욕을 끝내고 나오자 순찰차에 태워 범죄 사실을 통보하고 범칙금을 부과했다. 이들은 경찰에 "문신을 한 것도 죄가 되느냐"며 의아해했지만 범칙금 부과에 순순히 응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들이 그런 경미한 사안까지 하나하나 챙기기가 어려워 그동안 경범죄로 적발한 적은 별로 없었다"며 "하지만 조폭 범죄를 근절하기로 한 이상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는 행위는 원칙대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앞으로는 피의자가 경찰이나 시민의 생명에 치명적 위협을 가하는 경우 경찰이 경고사격 없이 권총을 쏠 수 있게 된다. 경찰관들이 위급 상황에 놓여도 모호한 총기 사용 규정 때문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이 ‘경찰관 권총 사용 매뉴얼’ 초안을 마련한 것이다.경찰청이 1일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피의자가 흉기로 경찰관이나 시민을 공격하는 등 중대한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멈추라고 경고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 경고사격 없이도 권총을 쏠 수 있도록 했다. 경찰관을 급습하거나 타인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하는 범행이 눈앞에서 벌어지는 등 부득이한 상황에선 경고사격 없이 총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규정을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또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도주하는 범인이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이어서 놓치면 추가범행을 할 것이 명백한 경우에도 바로 권총을 쏠 수 있다.경찰 관계자는 “총을 쏠 수 있는 기준을 완화한 것은 아니고 기존의 기준을 좀 더 구체화한 것”이라며 “권총을 언제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현장 경찰관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매뉴얼을 정비 중”이라고 설명했다.현행 총기 관련 규정을 보면 흉기를 든 피의자가 경찰관에게 3회 이상 경고를 받고도 계속 저항하면 총기를 사용하도록 돼 있다. 새 매뉴얼 초안에는 ‘3회 이상 경고’ 등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대신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 치명적 위협이 있고 경고할 여건이 안 되면 총을 쏠 수 있게 했다. 또 피의자가 인질을 붙잡고 있어 경고사격이 더 큰 위해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거나 간첩 및 테러사건 등 은밀한 작전 수행 중에는 경고나 경고사격 없이도 총을 쏠 수 있다.경찰관이 총기를 쓸 수 있는 단계도 세부적으로 명시됐다. 총기나 칼을 휴대한 자가 거리를 배회하거나 흉기를 갖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을 때 경찰관은 권총의 안전장치를 풀어 언제든 쏠 수 있도록 준비하게 했다.2단계로 피의자가 흉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경찰의 경고에 저항하거나 피의자가 경찰관이나 시민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면 권총을 꺼낼 수 있다. 경찰관이 권총을 꺼내 피의자에게 3회 이상 경고를 했는데도 계속 흉기를 휘두르거나 피의자가 도주를 시도할 때 경찰은 3단계로 경고사격을 할 수 있다.경고사격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흉기로 경찰관이나 시민의 생명에 치명적 위해를 가하려 하고 체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는 직접 총을 쏠 수 있다. 경고사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주하는 흉악범에게도 역시 총을 쏠 수 있다.이 같은 내용의 초안에 대해 일선 경찰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서울 용산경찰서의 경위급 직원은 “현장에서 총을 쏘면 감찰조사를 받게 되는데 구체적 기준이 있으면 총을 왜 쐈는지 소명하는 게 수월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또 다른 경사급 직원은 “언제가 일반적 위협이고 언제가 치명적 위협인지는 결국 현장에서 경찰관이 판단해야 한다”며 “총을 쏘면 책임 추궁을 당하는 제도를 바꾸고 피의자 유족들의 민사소송에 대한 대비책 등이 마련되지 않으면 별로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근 3년간 경찰에 적발된 친북사이트 운영자 8명 중 1명은 초중학생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학생은 누리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을 찬양하는 자료를 끌어모은 것으로 조사돼 안보교육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친북사이트 운영 초중학생들 “조회수 늘리려”경찰이 2009년부터 인터넷상에서 북한을 찬양하거나 선전한 혐의로 적발한 사례를 분석한 결과 폐쇄조치한 친북사이트 281개 가운데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운영한 사이트가 37개로 전체의 13.2%였다. 이들 초중학생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나온 김정일 찬양 글과 사진을 퍼와 자신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게재했다. 게시물 중에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진, 북한 애국가 가사, 공산당 선언문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학생들은 “북한 관련 글을 올리면 방문자 수가 늘 것 같아서” “내용이 신기해서” “폼이 나 보여서” 등의 이유로 관련 자료를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적발된 학생의 부모에게 경고 조치하고 해당 사이트를 폐쇄했다.경찰 관계자는 “컴퓨터 수업시간에 홈페이지 링크나 개설 방법 등을 배우면서 학생들이 친북 게시물로 사이트를 채운 경우도 있었다”며 “어린 학생들은 북한을 찬양하는 글을 올리면 주변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좌파 성향 단체에 소속된 교사들이 교단에서 북한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유포시켜 학생들이 북한에 대한 그릇된 환상을 갖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이 최근 3년간 검거한 안보사범 360명 중 교사가 31명으로 단일 직종으로는 직업 운동가(138명) 다음으로 많았고, 이들은 모두 전교조 소속이었다. 성인 역시 체제를 위협하는 이적단체를 온라인상에서 조직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개인적 호기심에서 친북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북 사이트 운영자들의 직업은 회사원이 77명(33%)으로 가장 많고 학생 69명(29%), 무직 40명(15%), 자영업 19명(7%) 순이었다. 회사원 중에는 건설업체 간부와 공기업 직원, 공무원 등 선망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았다.경찰 관계자는 “번듯한 직장에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사는 사람들이 북한의 이념에 심취해 자료 수집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운동 전력이 있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양극화 문제 등 사회 부조리를 보고 뒤늦게 북한 사상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경찰, 전방위 수사 방침하지만 경찰은 수천 명의 회원이 가입한 일부 종북사이트가 조직적으로 친북 게시물을 전파하는 등 안보의식을 크게 해친다고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사이트를 적발해 폐쇄해도 일부 회원들이 유사 사이트를 만들어 활동을 계속하는 것을 집중 단속하고 있다.법정에서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쳤던 건설업체 간부 황모 씨가 운영했던 종북사이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사방사)는 사이트 폐쇄 후에도 ‘임시 ○○○’ 등으로 간판을 바꿔 계속 운영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사이트 회원들은 활동 정도에 따라 처음 가입 회원은 ‘훈련 병사’, 시험 단계를 통과해 일반 회원이 되면 북한 인민군을 뜻하는 ‘철기전사’로 불렸다. ‘철기전사’ 등급을 받으려면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을 찬양하는 충성 맹세문인 ‘님에게 바치는 시’를 작성하고 국가보안법 철폐 서명을 해야 한다.이들 사이트 회원 중에는 오프라인 상에서 종북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방사 회원이었던 정모 씨(44)는 연평도 포격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 11월부터 연평도에 주거용 컨테이너를 마련해 머물면서 ‘연방제 통일방안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내놓으신 정당한 통일방도’라는 내용의 이적 표현물을 연평도 주민들에게 유포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4월에는 의사로 일하며 종북사이트를 운영하던 신모 씨(59)가 북한의 적화통일에 대비해 남한 내 민족반역자를 처단하려는 목적으로 통일대중당이란 이적단체를 구성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신 씨는 지난해 6월 스웨덴 북한대사관을 통해 북한으로 망명하려다 거절당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외 친북사이트가 북한의 선전도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사이버 수사 전문요원을 증원해 전방위적인 수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적발 친북사이트 미국-일본-중국 순친북 사이트에 대한 공안 당국의 수사가 강화되면서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북한을 찬양·선전하는 친북 웹사이트 수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 개설한 서버에 이적 표현물을 올릴 경우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 친북 웹사이트들이 이들 해외 사이트에서 사진과 동영상 등 선전 자료를 내려받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3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0년부터 올해까지 경찰이 적발한 해외 친북 웹사이트는 127개였다. 2000년에 5건, 2003년에 3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6건, 올해는 이번 달까지 19건이나 단속됐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53건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일본(29건) 중국(19건) 북한(5건) 독일(4건) 등의 순이었다. 해당 사이트에 게시된 북한 찬양·선전 게시물 수도 2009년 6752건에서 지난해 8316건, 올해는 이번 달까지 1만4714건으로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은 올해 말까지 지난해의 두 배를 넘는 1만8000여 건이 해당 사이트에 게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친북 웹사이트는 운영자가 국내에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며 “해외에 체류해 있으면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현실적으로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한편 경찰이 지난해부터 적발하기 시작한 트위터 등 해외 친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수는 지난해 33건에 이어 올해는 이달까지 186건으로 모두 219개였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신종대 전 대구지검장에 대해 금품수수 혐의로 내사를 벌이던 경찰이 서둘러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이 압력을 넣어 경찰의 내사를 무마시킨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의 내사가 끝난 지 열흘 만인 27일, 신 전 지검장이 돌연 사직서를 낸 것도 금품 수수 정황이 나온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28일 “신 전 지검장이 신변 문제와 부모님의 신병 문제로 사표를 제출해 수리했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의혹은 가시지 않고 있다.전남지방경찰청은 신 전 지검장이 건설 하도급업체 P사 회장 곽모 씨(62)에게서 2006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9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올 6월부터 내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P사의 불법 하도급과 곽 회장의 공금횡령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 곽 회장의 다이어리를 확보해 살펴보다 신 전 지검장에게 2006년 1월부터 모두 1400만 원이 전달됐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경찰은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5년임을 고려해 2006년 10월부터 줬다고 기록된 900만 원에 대해 계좌추적을 한 결과 수표로 90만 원이 전달된 것을 확인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신 전 지검장에게 전달된 90만 원 중 20만 원은 본인 계좌에 입금됐다. 나머지 70만 원 중 60만 원은 어머니 이모 씨 계좌에, 10만 원은 아버지 계좌로 각각 옮겨졌다.경찰은 금품이 오간 정황은 확인되지만 곽 회장과 신 전 지검장이 고향 선후배 사이로 친분이 있는 상태에서 소액을 줬고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해 17일 내사 종결처리했다. 그때까지 경찰은 신 전 지검장에 대해 서면이나 소환조사 등 혐의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떠한 절차도 진행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곽 회장이 돈을 준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신 지검장의 혐의가 너무 약해 수사에 착수해도 소득을 기대할 수 없었다”며 “상대가 검사장급 인사이고, 검경 수사권 문제로 예민한 시기에 ‘흠집 내기’ 수사로 비칠 소지가 있어 내사를 종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뇌물을 준 사람이 혐의를 잡아떼는 건 당연한데 신 전 지검장에 대해 이렇다 할 조사도 안 해보고 내사를 종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계좌추적뿐 아니라 다양한 경로로 추가 수사를 하면 뇌물 액수가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는데 너무 서둘러 사건을 축소해버린 것 같다”며 “입장을 바꿔 지방경찰청장이 그런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면 검찰은 훨씬 강도 높은 조사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당시 내사를 진행했던 전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담당 검사가 계좌추적 영장을 기각한다든지 수사에 무리하게 개입한 적은 없었다”며 “냉정히 판단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광주지검 관계자도 “경찰에서 17일 신 지검장에 대한 내사 내용을 처음 알려오면서 ‘내사 종결하겠다’는 의견을 밝혀와 승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최근 장례식장 유착비리와 조직폭력배 난투극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내부 징계를 단행한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해파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해파리는 조직의 수장이 무슨 일만 생기는 아래 직원을 ‘해’임하거나 ‘파’면하는 식으로 꼬‘리’를 자른다는 뜻에서 만든 조어다.그만큼 조 청장에 대한 경찰 내부의 불만이 크다는 의미다. 경찰 관계자는 “조 청장이 최근 경찰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사건이 계속된 것에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인정하기보다는 부하 직원들부터 응징하는 것에 대한 반발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반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조 청장은 27일 서울 강남경찰서를 찾아 일선 형사들을 격려하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듣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책임은 경찰청장이 최종적이고 궁극적으로 져야 한다”고도 했다.일선 경찰관들은 26일 조 청장이 전 경찰에게 보낸 서한에서 “극소수로 추정되는 그릇된 경찰관이 10만 경찰의 명예를 저버리는 행위에 대해 어떤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신상필벌을 명확히 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 지역 경찰서의 한 경감급 간부는 “당시 서한에도 경찰의 잘못은 청장의 잘못이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있었을 뿐 사기가 떨어진 경찰관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내용은 찾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시장은 20∼40대 젊은층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 박 시장은 20대 10명 중 7명(69.3%)의 지지를 받았다. 30대에선 75.8%, 40대에선 66.8%라는 폭발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민주당 등 야권의 지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박 시장을 당선시킨 동력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20∼40대의 냉정한 심판이었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찍은 50, 60대 중 상당수도 대안 부재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많다. 동아일보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 정치권을 탄핵한 20∼40대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들어봤다. 》○ 20대 “취업난 - 등록금 고통 하소연 외면한 기성 정치권에 환멸”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 갈수록 좁아지는 취업문에 잠 못 이루던 20대들은 그동안 억눌린 분노를 이번 보궐선거에서 표출했다. 기성세대에게 ‘정치의식이 없다’고 손가락질 받던 새내기 직장인은 출근길 짬을 내 투표장에 들렀고 중간고사 시험을 치르던 대학생은 줄을 서서 투표했다.27일 만난 20대 유권자들은 ‘소통이 가능할 것 같은 인물을 뽑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원순 후보가 기존 정치권 출신 인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 방송인 김제동 씨 등 그동안 젊은 세대의 고민에 진지하게 귀 기울인 인물들이 지지하는 후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다는 설명이다. 취업준비생인 김지영 씨(27·여)는 “그동안 수많은 대학생이 등록금 부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 왔지만 피켓을 들고 길거리로 뛰어나갈 때까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역시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정말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출신 후보가 출마했더라면 선거 결과는 지금과 또 달라졌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무원 이모 씨(27)는 “무상급식이나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면 무조건 좌파라고 규정하는 기성세대의 좌우 프레임이 지긋지긋했다”며 “현실에서 우러나오는 젊은이들의 하소연에 공감해줄 리더가 필요했다”고 말했다.기성 정치권은 젊은 세대의 주요 소통 도구인 트위터 활용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렸다. 박 후보 측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기존 언론보다는 트위터를 활용해 젊은 유권자들과 수시로 소통했다. 직장인 연승 씨(28)는 “20대는 그동안 SNS를 통해 꾸준히 자신들의 뜻을 전달해왔지만 기존 정치권은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 씨(28)는 “140자로 압축해 전달하는 트위터 메시지를 기존 정치인들은 그저 어린애들 말장난 정도로만 받아들인 게 패인”이라며 “변화하는 시대상을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중요한 정치 능력이 됐다”고 말했다.다만, 20대 가운데 이번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한 SNS의 부작용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미지’만 남고 정작 ‘정책’은 실종된 선거였다는 것이다. 신아영 씨(22·여·고려대 3년)는 “SNS상에선 박 후보를 지지하면 ‘착한 사람’이고 나경원 후보를 지지하면 ‘보수 꼴통’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였다”며 “SNS만큼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효과적인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나 후보를 지지했던 취업준비생 김미희 씨(24·여)는 “나 후보는 오세훈 전 시장의 긍정적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박 후보는 모든 걸 다 바꾸겠다고 했다”며 “이런 정책적인 부분에 대한 토론이 이번 선거에선 없었다”고 지적했다.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늘 한쪽 구석 갑갑한 마음… 세상 변화됐으면” ▼“20대는 변화와 소통을 원했습니다.”고려대 2학년 고대신문 학생기자 장용민 씨(21·사진)는 “나와 친구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하며 변화와 소통의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장 씨는 주변에서 권하는 안정된 직업도 갖고 싶고 마음이 맞는 친구와 함께 창업도 하고 싶은 꿈 많은 대학생이다.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도 열심히 한다. 장 씨는 “친구들도 미래를 놓고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지만 시원한 해결책이 없어 늘 한쪽 구석에 갑갑한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낮은 취업률, 비싼 등록금을 생각하면 기운이 빠진다는 것이다. 장 씨는 “세상을 바꾸고 우리와 소통할 서울시장을 원했다”고 말했다.20대는 정치인이 자신들만 챙겨주길 바라는 ‘응석받이’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장 씨는 “20대가 기존 정당이 우리를 위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등을 돌린 것이 아니다”라며 “시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채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기존 정치권의 모습에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시장에게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장 씨는 “박원순 시장을 순수하게 지지했다기보다 기존 정치에 대한 싫증이 표로 나타났다”며 “박 시장이 선거운동 때 학교에 찾아와 우리 목소리를 들으며 받아 적은 수첩을 버리지 말고 꼭 소통에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30대 “삶은 팍팍하고 미래는 불안… 뾰족한 탈출구 안보여 분노”30대 유권자들이 이번 재·보궐선거를 통해 던진 메시지는 반칙과 특권에 대한 혐오였다. 이들은 통상 1990년대 초중반 대학에 입학해 1997년 ‘IMF 사태’라 일컬어지는 외환위기로 척박해진 취업시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어렵게 사회에 자리를 잡은 첫 세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힘겹게 이룬 결실을 부당한 방법으로 손쉽게 취한 사람에 대한 분노가 어느 세대보다 강하다. 이런 정서를 전문가들은 ‘IMF 트라우마(정신적 충격)’라고 칭한다. 그로 인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이 무소속 후보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년간 ‘취업재수’를 한 뒤 1998년 광고기획사에 입사한 14년차 직장인 이정환 씨(38)는 “나는 직장에서 아등바등하다 이제야 아이 둘 낳고 안정을 찾았는데 정치인들은 온갖 편법으로 제 밥그릇만 챙기고 있어 반드시 심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사태로 전세금으로 쓸 5000만 원이 꼼짝없이 묶이게 됐다. 12월 이사를 앞두고 가지급금 2000만 원은 받았지만 나머지 3000만 원은 대출을 받아야 하는 상황. 이 씨는 “저축은행 사태도 비리를 묵인해준 정부의 부실관리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기득권층의 ‘짜고 치는 고스톱’에 신물이 난다”고 말했다.자동차 영업사원인 이용석 씨(35)는 “매일같이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데 이러다가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나경원 후보가 똑똑한 건 알겠지만 정작 서민을 위해선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느냐”고 반문했다.30대 직장인들에게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매력적인 롤모델로 인식되고 있었다. 안 교수 때문에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는 은행원 강현미 씨(33)는 “안 교수는 의사라는 안정적 지위를 버리고 새로운 도전을 해 성공했다”며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 안 교수는 정신적 탈출구”라고 말했다.박 시장에 대해 “무늬만 서민을 표방한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30대도 적지 않았다. 중학교 교사인 신재웅 씨(36)는 “250만 원짜리 월세에 살고 백두대간 종단을 한다면서 대기업 ‘스폰’을 받고도 자신을 소박하고 깨끗한 사람처럼 홍보해 황당했다”며 “개혁성은 떨어져도 안정적인 나 후보가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사회복지사 김현민 씨(33)도 “박 시장이 선거 막판에 안 교수에게 손을 벌리는 것을 보고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게 없다고 느껴 장애인 딸을 가진 나 후보를 찍었다”며 “박 시장은 본인이 표방했던 깨끗한 시정을 펼쳐 시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정윤식 기자 jys@donga.com ▼ “특권의식 버리고 헌신해야 2030 마음을 얻을 것”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 김현중 씨(31·사진)는 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다. 박 시장에 대한 호감이 높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나라당을 특권계층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용지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결정적으로 여당에서 마음이 떠났다고 한다. 김 씨는 “수십억 원을 들여 땅을 매입한 과정이 불투명하고 아들 명의로 매입해 증여를 하려 한 의혹까지 있다”며 “결국 여당은 특권층이고 나경원 후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그는 학비용 대출금 1500만 원을 갚기 위해 대학 시절 레스토랑 접시닦이 아르바이트나 막노동을 했던 기억도 함께 떠올랐다고 했다. 2004년 연 2%대였던 학자금 대출금리는 졸업 무렵에는 7%대까지 뛰었다. 김 씨는 “다행히 군 복무 뒤 곧바로 취직했지만 요즘 또 구조조정 얘기가 돌아 마음이 불안하다”며 “내 처지에는 평생직장도 없는데 특권층으로 비치는 행태를 보면 분노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그는 “박 시장은 특권의식을 버리고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를 얻었다고 본다”며 “정치인들은 앞으로도 20, 30대의 마음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겸허하고 진지한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40대 “학부모가 무상급식 막겠나”… “겉보기보다 실질 혜택”40대는 선거 때마다 당락을 결정짓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세대다. 과거 민주화의 아이콘인 ‘386세대’로 상징되던 40대는 노무현 정부를 출범시키며 절정을 맞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는 40대가 ‘생활 정치’를 중요시한 결과다. ‘민주화’ ‘진보’ 등의 가치를 강조하던 40대의 관심사가 ‘실용’으로 옮겨간 것이다. 보수화한 40대는 2007년 대선에서 실용주의를 내세운 현 정권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그랬던 40대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다시 변화를 택했다. 보수화하던 40대가 전세난, 물가 상승 등 경제적 불안을 겪으면서 다시 한 번 기존 정치권을 향해 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박양순 씨(44·여·세탁소 운영)는 지금까지 모든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 왔지만 이번에 박 시장을 찍었다고 했다. 그는 “서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후보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며 “초등학생 아들이 무상급식을 받고 있어 참 좋은데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나경원 후보는 서민생활을 이해 못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나 후보를 지지한 40대도 기존 정치권에 반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뜻은 비슷했다. 박모 씨(40·증권회사 직원)는 “정책이나 시정 능력에서 나 후보가 낫다고 판단했다”라면서도 “똑똑한 사람보다는 서민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 한나라당과 나 후보는 서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던 40대들도 이번에는 변화를 갈망하며 적극적인 투표에 나섰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안철수 서울대 교수도 40대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박모 씨(48·대기업 간부)는 “기존 정치권에 물들지 않은 박 시장과 안 교수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특히 안 교수에게는 올바른 삶을 살아왔다는 믿음이 있었고 나같이 정치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선거에 참여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생활 정치’를 갈망하는 40대는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정책을 원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강력히 추진했던 한강르네상스사업과 디자인 서울 정책 등이 40대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나 후보 역시 오 전 시장과의 차별화에 실패했고, 40대는 이런 나 후보에게 등을 돌렸다. 한세종 씨(41·자영업)는 “이명박 정부와 오 전 시장은 중산층의 붕괴와 복지문제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아이디어가 많은 박 시장이 이런 일들을 해주길 기대했다”고 말했다.40대가 박 시장을 완전히 지지한 것은 아니다. 최모 씨(49·건축업)는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박 시장의 공약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적지 않았다”며 “기득권 세력을 물리치고 당선된 박 시장이 다른 정치인처럼 표만 쫓는다면 민심은 금방 이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민주화의 주역인 40대는 머리는 진보적이지만 삶 자체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선거는 경제적 안정을 기대했던 현 정권의 4년에 대한 ‘응징 투표’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분위기가 컸다”고 분석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아이 사교육비 허리 휘는데… 헐뜯기 정치 실망” ▼“수박 겉핥기식 사업들은 이제 정말 그만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이번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찍었다는 안경주 씨(44·여·정수기 관리업·사진)는 2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반문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들이 서민들에겐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세빛둥둥섬’을 만드는 게 우리 삶이 나아지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서민이 실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박 시장을 찍은 이유를 설명했다.요즘 안 씨의 가장 큰 걱정은 아이들 사교육비다. 매달 100여만 원을 들여 자녀 2명을 4년간 꾸준히 학원에 보냈던 안 씨는 최근 학원을 보내지 못한다. 그는 “학교에서도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라고 부추긴다”며 “보여주기 사업에만 치중하고 공교육 붕괴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기존 정치권에 너무 실망했다”고 말했다. ‘헐뜯기 정치’도 안 씨가 기존 정치권에 등을 돌린 이유다. 그는 “이번 선거처럼 네거티브 선거는 제발 하지 않았으면 한다. 민심은 그런 작전에 휘둘리지 않는다”며 “각자의 정책을 정확히 전달하고 정확히 검증받는 선거가 돼야 민심이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인기 인터넷방송인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는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측이 24일 정봉주 전 의원 등 나꼼수 방송 출연자들에 대해 ‘나 후보가 연회비 1억 원짜리 피부관리실을 다닌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수사를 의뢰해왔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민주당 이용섭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에 대해서도 각종 브리핑 자리에서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방송 당일 즉시 내사에 착수했으나 ‘선거중립성 차원에서 긴급한 사안만 즉시 수사한다’는 원칙에 따라 27일부터 공식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