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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지휘 체계를 조정한 개정 형사소송법이 1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경찰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대한 실무 지침을 마련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법 개정 과정에서 불만이 컸던 경찰이 법을 바꾸지 못할 바에는 법령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검찰과의 관행적인 주종(主從)관계를 청산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경찰청이 지난해 12월 30일 전국 경찰서에 내려보낸 ‘대통령령 제정 시행에 따른 수사 실무지침’을 보면 검사의 수사지휘에 관한 구체적 한계와 관련 법규정이 일일이 명시돼 있다. 경찰이 법 테두리 안에서 수사주체로서 재량권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 경찰이 2일 검사의 내사 지휘를 처음 거부한 데 이어 인천에서도 같은 사례가 연이어 나오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 “관행 빙자한 검사의 횡포 이제 그만” 경찰은 우선 검사가 경찰 수사를 중단시키거나 사건을 넘기라고 명령할 경우 사건 관계인의 인권침해 가능성이 명백할 경우에만 지휘에 따르기로 했다. 피의자 등이 경찰 수사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경찰관의 불법 체포·감금·폭행 등 가혹행위가 있을 때만 사건을 검찰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사가 넘기라고 하면 무조건 송치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앞으론 법에 근거해 처리하겠다는 것”이라며 “피의자 인권침해 여부에 대해 검찰과 경찰의 판단이 엇갈리면 담당 경찰관이 이의신청을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검사들이 불시에 유치장 감찰을 나와 사무 감사를 했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피의자가 체포·구속돼 있거나 과거에 불법구금을 당했다는 상당한 의심이 있는 경우만 검사에게 관련 서류를 보여주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유치장 감찰은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경찰에 대한 군기잡기 식으로 악용돼온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내사종결 전에는 검사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경찰이 검찰에서 내려온 사건 중 고소·고발건만 수사하고 진정·탄원은 접수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검찰이 지난해 고소·고발건 외에 경찰에 이첩한 진정 및 탄원은 8321건. 검사와 수사관 등 검찰이 6544명의 인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검찰이 접수된 진정·탄원을 직접 조사하려면 1인당 연간 1.3건의 사건을 더 맡아야 한다. 경찰은 “1인당 연간 내사 건수가 경찰은 13건인 반면 검찰은 1.6건에 불과하다”며 “경찰이 이를 거부하더라도 검찰 업무에 거의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 경찰에 이어 인천 중부경찰서와 부평경찰서는 3일 인천지검이 수사 개시 전 내사 지휘한 사건 2건에 대해 경찰청 지침에 따라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인천 검찰이 중부경찰서에 넘기려 했던 사건은 80대 남성이 “누가 나를 죽이려 한다”며 진정한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개정 형소법 시행령에 근거해 검사는 수사에 대해서만 경찰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수사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진정 탄원 풍문 등을 경찰에 이첩하는 것은 내사에 해당해 지휘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검경이 서로 사건을 미루면 애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경찰이 접수를 거부한 사건의 진정인 A 씨는 “검찰에 진정을 하면 좀 더 투명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런 갈등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검찰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검경 수사권 조정안 대응부서인 형사정책단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하지만 “경찰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수사실무 과정에서 대통령령에 맞게 수사지휘 방식을 정립해 나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주장을 반박해 갈등을 키우기보다는 실제 수사지휘 과정에서 실리를 챙기겠다는 취지다. 경찰이 진정사건에 대한 내사지휘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선 “개정된 형소법과 대통령령에 따라 수사지휘를 하되 논란이 되는 세부사안에 대해 좀 더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선 “경찰이 법령을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맞춰 해석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진정 및 탄원사건은 형식상 내사라고 해도 수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수사과정의 일부”라며 “규정을 고의로 편협하게 해석하는 것은 국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수사 단서가 될 만한 진정사건의 경우 내사가 아닌 수사로 분류해 수사지휘를 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또 법령과 실제 업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검찰사건사무규칙을 정비하고 경찰과 조율해 수사협의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른 대통령령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해온 경찰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그동안 검찰이 관행적으로 경찰에 의뢰해 수사해오던 진정 등의 사건을 더는 경찰이 대신 수사해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한마디로 검찰이 경찰을 수족 부리듯 해온 ‘하청 수사’ 관행의 고리를 끊겠다는 뜻이다. 경찰의 이번 조치는 ‘준법투쟁’의 성격이 강하다. 1일부터 시행된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수사 지휘는 받되 엄밀한 의미의 ‘수사’에 대해서만 지휘를 받겠다는 것이다. 통상 고소 고발은 범죄혐의가 비교적 분명해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만 진정이나 탄원, 첩보 등은 수사의 전 단계인 ‘내사’ 사안으로 분류되는 만큼 검사가 지휘할 대상이 아니라는 게 경찰 측 시각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에는 검찰이 고소 고발 건뿐 아니라 진정이나 탄원, 풍문도 경찰서에 내려보내면 관행상 대부분 조사를 했다”며 “하지만 이번 형소법 대통령령 논의 과정에서 수사에 대해서만 검사 지휘를 받는다는 게 분명해진 만큼 수사 요건에 해당하는 고소 고발 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이 같은 방침을 정한 것은 검사의 수사지휘 원칙을 규정한 개정 형소법 대통령령 제2조에 근거한 것이다. 이 조항은 ‘검사는 사법경찰관을 존중하고 법률에 따라 사법경찰관리의 모든 수사를 적정하게 지휘한다’고 돼 있다. 수사에 대해선 예외 없이 검사 지휘에 따르겠지만 수사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검찰의 진정이나 탄원 사건에 대해선 경찰이 대신 조사해줄 법적 근거도 없고 지휘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전국의 일선 경찰서로 모두 확산될 경우 검찰 수사는 사실상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에서 접수하는 고소 고발뿐 아니라 진정이나 탄원 사건의 80%가량을 그동안 경찰이 수사해왔는데 경찰이 고소 고발 사건만 수사한다면 검찰에 들어오는 진정 탄원 풍문 첩보 등 대부분의 범죄단서는 그대로 묻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10만1108명에 이르는 전체 경찰 중 수사를 전담하는 경찰관은 18.3%인 1만8457명. 검찰은 2044명에 불과한 인력으로는 접수하는 사건을 모두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사건을 경찰에 이관해 처리해왔다. 경찰의 이 같은 강공 대응에 검찰은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이 이날 밤 공식 입장을 곧바로 결정하지 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 검사 사이에서는 불만이 대단하다. 수도권의 한 재경 검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꼭 고소 고발이 아니더라도 첩보가 구체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내려보낸 것이고 수사지휘에 따르는 것은 검찰에 대한 의무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비난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검경 수사권 조정안(대통령령)이 정식 시행된 뒤 이틀 만에 양측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구수성경찰서는 2일 “대구지검이 수사 개시 전에 내사 지휘한 사건의 접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박상기 대구수성경찰서 수사과장은 이날 “대구지검의 고소 고발 사건은 접수했지만 수사가 개시되기 전의 검찰 내사 지휘 사건은 접수하지 말라는 경찰청의 지시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며 “접수 자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 내용도 정확히 모른다. 내용 때문에 거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경찰이 접수를 거부한 사건은 대구 수성구 상동 지역 택지개발사업과 관련해 주택조합 관계자가 택지 보상금을 횡령한 의혹과 관련된 내용이다.앞서 경찰청은 지난해 말 검찰에서 경찰에 이첩하는 사건 가운데 고소 고발 사건이 아닌 진정이나 탄원은 접수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국 지방경찰청에 하달했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개정 형사소송법 대통령령에 따라 검사의 수사 지휘는 받지만 고소 고발 등 수사 절차가 진행된 사건에 대해서만 지휘를 받겠다는 것이다.경찰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진정이나 탄원 등은 한쪽의 일방적 주장이나 풍문에 불과한 경우가 많아 수사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따라서 접수해 조사하거나 검사 지휘를 받을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자세한 사건 내용과 경위를 파악한 뒤 대응하겠다”며 “이번 내사 지휘가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등 다각도로 따져본 뒤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대구=노인호 기자 inho@donga.com }
올해부터는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을 때 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어진다. 경찰청은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이나 경찰서 등 운전면허 재발급 기관에서 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건강검진 기록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열람시스템을 2일부터 가동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운전면허를 재발급 받으려면 건강보험공단 지부나 병원을 방문해 4000원을 내고 신체검사를 받은 뒤 관련 서류를 경찰서나 운전면허시험장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건강보험공단이 해당 신청자의 검진기록만 보유하고 있으면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 경찰은 민원인이 간소화된 절차를 적용받으려면 운전면허재발급 기관에서 자신의 의료기록을 접속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공단에 사전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내가 먼저 ‘왕따’를 안 시키면 오히려 ‘왕따’를 당할 것 같아서요.” 경기도의 한 여고에 다니는 이모 양(16)은 급우들에게 극심한 언어폭력을 행사해 10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말끝마다 욕설은 기본이고 공부를 잘하면 ‘잘난 척한다’, 얼굴이 예쁘면 ‘노는 오빠들한테 몸을 대줬다’는 등의 소문을 주도적으로 퍼뜨렸다. 이 양이 집요하게 괴롭힌 학생 중 2명은 학교를 쉬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이 양도 초등학교 때부터 5년 넘게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다. 이 양은 “따돌림을 오래 당하다보면 매사에 많이 위축되는데 나보다 못나 보이는 아이들을 먼저 왕따시키니까 다른 애들이 더는 나를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구들을 향한 악의적인 뒷담화는 잠시 이 양의 자존감을 높여줬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이 양은 ‘전방위 악플러’라는 새로운 낙인이 찍혀 또다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이 양은 우울증에 시달리다 이달 들어 학교를 나가지 못했다. 이 양은 “한 명이 ‘왕따’로 정해지면 다들 군중심리에서 앞다퉈 괴롭히기 경쟁을 한다”며 “누군가를 괴롭히면 그게 부메랑이 돼 자기도 피해자가 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실 강자에 붙어 ‘호가호위’하기도 ▼동아일보가 학교폭력 가해자 상담 기관인 ‘사랑의 교실’ 수강생들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이 양처럼 집단 괴롭힘의 피해자였다가 가해자로 변신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왕따’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더는 그런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자기보다 약한 친구들을 앞장서서 따돌리고 괴롭히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김모 군(15)은 교내 ‘일진’들의 ‘군기반장’으로 악명이 높았다. 유난히 큰 덩치를 이용해 수시로 주먹을 휘둘렀고 경찰 조사도 여러 차례 받았다. 상담 결과 김 군은 교내에서 ‘잘나가는’ 친구들에게 잘 보여야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어린 시절 의붓어머니가 데려온 자녀들 틈에서 자라면서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컸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군은 상담 과정에서 “내가 나서서 싸움을 걸고 대드는 아이들을 정리해주면 주변 친구들이 ‘역시 넌 의리 있고 박력 있어’라며 인정을 해줬다”며 “집에선 나한테 아무 신경을 안 쓰는데 학교에선 해결사로 주목받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시절 ‘뚱뚱하고 둔하다’는 이유로 자주 놀림을 당했던 김 군은 해결사로 인정을 받기 위해 친구들 앞에서 더 혹독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상담기관 측은 “교실의 강자에게 붙어 호가호위(狐假虎威·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하는 걸 생존 전략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런 심리 때문에 피해자가 가해자가 돼 돌아오는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군은 폭력 대신에 탁월한 운동신경으로 인정을 받으라는 상담기관의 권유에 따라 올해 체육중학교로 전학을 갔다. 육상대회에서 입상하는 등 소질을 발휘하고 있는 김 군은 이후 한 번도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다. 홍나미 인천 청소년상담지원센터 대외협력팀장은 “일부 피해학생은 무기력에 빠져 자살을 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힘을 키워 내가 당한 걸 갚아줘야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을 갖기도 한다”며 “이런 악순환을 막으려면 자녀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 때 학교나 부모가 피해 사실을 빨리 인지해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
검찰이 ‘영장전담판사’처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전담해 심사하는 영장전담검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보호를 위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꼼꼼히 검토하겠다는 취지지만 수사지휘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측면이 있어 경찰의 반발이 예상된다. 27일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검은 이르면 내년 2월부터 모든 일선 지검 및 지청에 ‘수사지휘전담부’를 신설하는 방안을 마련해 최근 법무부에 의견조회를 요청했다. 수사지휘전담부는 지검·지청별로 관할 경찰서에서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 △계좌추적 영장 △구속영장과 관련 수사기록을 바탕으로 증거관계 및 법적 타당성을 검토한 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거나 재지휘하게 된다. 이 부서는 부장검사를 비롯해 1∼5명의 검사로 구성된다. 검찰 내부에서 근무성적이 우수한 검사들이 우선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당직 검사나 형사부 및 특별수사부 검사들이 돌아가며 청구 여부를 검토해 왔다. 이 때문에 자신이 맡은 인지사건이나 고소사건을 직접 수사하기도 바쁜 검사들로선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서둘러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그러나 경찰은 “영장전담검사제의 도입은 사실상 경찰의 자율적인 수사권을 통제하고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경찰의 독자적 수사권을 보장하되 검찰의 사후 통제를 받도록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검사의 사법경찰 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 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규정안은 경찰이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거나 현행범을 긴급체포한 뒤 입건하지 않고 내사를 종결하더라도 검찰에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 검사의 수사지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재지휘 건의를 하고 수사지휘는 서면(書面)으로 하도록 규정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일선 경찰관들에게 서한을 보내 “형사소송법 개정 취지와 정부 기관 간의 신성한 합의정신이 무시된 결과”라며 “향후 형소법 재개정을 통해 경찰이 1차적 수사기관으로서 책임수사를 하고 검찰은 경찰 수사를 사후에 통제하는 일본식 절충형 수사구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관들은 “법률 재개정에 앞서 경찰 수뇌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도 보였다. 반면 검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법경찰관이 책임감을 갖고 수사를 개시·진행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경기도의 한 여고 3학년인 이모 양(18)은 집 창문이 흔들리는 소리만 나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학교 동급생 6명이 종종 각목이나 벽돌을 들고 집에 찾아와 창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이들의 폭행이 무서워 학교에 빠진 날이면 그 6명은 어김없이 이 양의 집을 찾았다.이 양이 집단 괴롭힘을 당하기 시작한 건 중학생이 되던 6년 전부터. 당시 같은 반이던 이 6명은 ‘얼굴이 꾀죄죄하다’ ‘옷이 촌스럽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이 양을 놀렸다. 이들은 점심시간이면 밥이 담긴 이 양의 급식판을 일부러 뒤엎었다. 이 양이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리면 우르르 몰려다니며 테이블을 차지해 이 양은 선 채로 밥을 먹은 적도 많았다.집단 괴롭힘은 고교 진학 후에도 계속됐다. 이 양에겐 ‘임신을 했다’ ‘돈을 훔쳤다’는 거짓 소문이 늘 따라다녔다. 그나마 이 양과 친분이 있었던 친구 2명은 화장실에 불려가 폭행당한 뒤 모두 전학 갔다. 두 살 어린 남동생도 누나 탓에 따돌림을 당했다. 이 양은 올해 초 이름까지 바꿔 다른 도시로 전학 갔다. 이 양은 “왕따 사실이 들통 날까 봐 늘 초조하다”며 “일본 사람이 쓴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을 100번도 넘게 읽었지만 죽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고 말했다.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청소년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2일 대전의 한 여고생이 14층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고 20일에는 대구의 한 중학생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본보가 23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입수한 상담 자료집을 보면 교실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10대들의 절규가 그대로 녹아 있다. 평소 괴롭힘을 당해온 고교 1학년 남학생은 한 폭행 사건의 가해자로 억울하게 몰리고도 “결백을 주장하면 더 큰 보복을 당한다”며 별다른 항변도 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급우에게 매주 3만 원씩 상납했던 한 중학생은 “돈을 안 가져오면 죽도록 때리겠다”는 협박에 부모 지갑에서 수십만 원의 돈을 훔치기도 했다. 이 학생은 5년 넘게 괴롭힘을 당하고도 “괜히 걱정만 끼치고 보복을 당할까 봐” 가족에게 고민을 털어놓지 못했다.일선 교실에서는 학생 10명 중 1명 이상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4명 중 1명이 가해 경험이 있을 정도로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이 만연해 있었다. 동아일보가 23일 서울 노원구의 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100명씩 모두 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해 본 학생이 26명으로 전체의 13%였다.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에 가담해 본 학생은 55명으로 28%에 달했다.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해 본 학생의 62%는 자살을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피해자 중 42%는 누구에게도 고민을 말하지 못했다. 또 가해 학생 중 42%는 ‘단순 호기심’이나 ‘다른 친구들이 하니까 따라했다’고 답했다.경기 안산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예전에는 따돌림을 당하다 전학을 가는 피해 학생에게 최소한 ‘잘 가라’는 인사는 했는데 요즘 애들은 ‘넌 지구를 떠나야 된다’ ‘넌 죽어버려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말을 하는 친구를 말리는 학생도 없다”고 말했다.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환경을 기반으로 한 ‘사이버 왕따’가 확산되고 있다. 특정 학생에 대한 험담을 인터넷에 퍼뜨리거나 안티카페를 만들어 괴롭히는 것이다. 한 학생을 지목해 메신저 접속을 단체로 차단하거나 일촌 신청을 집단 거부하는 방법도 사용된다.별명이 ‘바이러스’인 여중생 박모 양(14)은 평소 학교에서 “너를 쳐다보기만 해도 눈이 썩는 것 같다”는 놀림을 받았다. 한 남학생은 박 양을 기괴한 괴물로 묘사한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고, 친구들은 수십 개의 댓글을 달았다. 해당 게시물은 다른 사이트로 급속히 퍼졌고 그 충격으로 박 양은 올해 2학기 학교를 전혀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고 있다.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동물들은 한두 마리의 ‘속죄양’을 만들어 조직의 응집력을 강화시키려는 본능이 있는데 사람도 비슷하다”며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도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과감히 조직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고 그 안에 남아 고통을 인내하려는 심리가 있다”고 설명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고현국 기자 mck@donga.com }
경찰청 보안국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모하는 인터넷 카페 2곳을 적발해 운영자를 파악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추모 카페는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에 개설됐다. 아직 회원 수는 10명 이내고 방문자도 100명 안팎 수준. 게시글은 카페 운영자가 “사망한 김정일 위원장을 추모하자”는 내용으로 1, 2건만 올린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카페 운영자의 신원을 파악해 카페 개설 이유 등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1978년 북한에 피랍됐다가 1986년 탈출한 원로배우 최은희 씨(85)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저와 남편(고 신상옥 영화감독)을 납치했던 걸 떠올리면 분하지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안 됐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김정일 위원장이 잘 대해줬는데…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그는 19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납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 위원장이 저녁 식사에 초대했는데 내가 슬퍼하니까 ‘최 선생, 나 좀 보시오. 난쟁이 똥자루 같지 않습네까’라고 해 웃지 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탈출 후 북에서 ‘다시 오지 않겠냐’고 제안했는데 거절했고 이후에는 북과 어떤 연락도 취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저세상에서 김 위원장이 남편(신상옥 감독)을 만나면 신 감독이 ‘잘못을 뉘우치고 함께 기도하자’고 할 것 같다”고도 했다.‘통영의 딸’로 유명한 신숙자 씨의 남편 오길남 씨는 1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가족을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색했다. 오 씨는 “이제는 가족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해도 되지 않겠냐”며 “정부가 더욱 주도권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관리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1987년 북한의 지령을 받고 대한항공 항공기를 폭파해 115명을 희생시킨 김현희 씨는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통쾌하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기의 독재자가 죽어 통쾌하지만 KAL 폭파, 납치 등 그가 지은 죄에 대한 사과를 받지 못하게 돼 아쉽다”고 했다. 이어 김 씨는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북한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김정일이 죽은 것에 대해선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까’ 기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북전단 살포 운동을 해 온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김정일이 군림했던 40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고립돼 북한 동포 300만 명이 굶어죽었는데 앞으로 경제를 개방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2년 만에 최고 지도자 자리에 오르게 돼 엄청난 견제를 받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북한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탈북자들과 실향민들은 통일이 앞당겨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향후 정치·군사적 불안정 가능성을 우려했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는 “북한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구심점이 무너졌으니 통일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북한 정권의 권력 승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북한 내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고 말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경찰이 수사할 때 아예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방침을 세우고 이를 추진 중인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는 검찰의 지휘 없이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에 검찰의 지휘를 받는 ‘일본식 검경관계’를 모델로 형소법을 재개정하겠다는 것. 올해 6월 형소법 개정으로 수사 주체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총리실의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자 강수를 둔 셈이다. 하지만 50년 넘게 유지돼왔던 ‘상명하복’식 검경 관계를 뒤집는 것이어서 법무부와 검찰의 반대가 거셀 것으로 예상돼 법이 실제 개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은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사의 지휘권이 명시된 형소법 체계가 바뀌지 않고서는 수사권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게 총리실의 시각”이라며 “일본식 검경관계를 참고해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경찰은 검찰에 사건을 넘기기 전까진 외부 간섭 없이 수사를 한다. 검찰은 2차적 수사권자로서 경찰에서 넘어온 사건에 대해 필요한 부분을 직접 수사하거나 경찰이 수사하도록 지휘한다. 영국과 미국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원천적으로 분리해 경찰의 독자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반면 독일 등 대륙법계 국가는 수사와 기소에서 검찰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도 경찰이 수사를 전담토록 하면서 검사의 감독 권한을 명시하는 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수사는 경찰이 맡고 검사는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영미식 모델을 추구하고 있지만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수사 현실을 고려해 이 같은 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자체적인 입법권한이 없어 현재 형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조 청장은 16일 일선 경찰관들에게 ‘경찰청장 서한문’을 보내 “수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형사소송법 재개정’의 대장정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조 청장은 “경찰의 수사 주체성을 인정하는 형소법 개정이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졌지만 총리실이 입법 취지에 배치된 강제 조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경찰이 나갈 길이 분명해졌다”며 “이제는 바위를 깨뜨리는 데(형소법을 개정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검경은 17일 수사권 조정에 관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 마련을 위해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주재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차관급, 검찰과 경찰의 차장급 인사가 1명씩 참석한 가운데 5개 기관 협의를 진행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선관위 공격 대가로 돈이 오갔을 가능성도 있습니다.”(조현오 경찰청장) “저는 (청장과) 견해가 다릅니다.”(황운하 경찰청 수사기획관) “가만 있어봐. (대가성이 있을) 가능성은 열어둬야지.”(조 청장) 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장과 수사 실무책임자가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경찰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국회의원 수행비서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지은 것에 대해 두 사람의 견해가 충돌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조 청장은 “공 씨의 단독 범행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시각을 보였지만 황 기획관은 “배후가 있다는 단서는 없었다”고 맞섰다. 조 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공격 가담자들에게 1억 원을 준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 씨가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반응이 나왔다면 대가성 거래일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좋다”며 “하지만 황 기획관이 수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이들의 금전거래가 범죄와 연관이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김 씨에게서 1000만 원을 받은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 씨가 공격을 실행한 강모 씨에게 별다른 대가도 없이 돈을 줬다고 하는 부분을 포함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고도 했다. 하지만 간담회에 동석한 황 기획관은 “조사 결과 이들의 자금 출처와 거래 내용에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단독 범행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견해차는 15일에도 드러났다. 경찰은 15일 조 청장의 뜻을 반영해 “선관위 공격에 배후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논지의 보도자료를 냈지만 배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황 기획관은 “공 씨의 단독 범행이란 결론은 변함이 없다”고 받아쳤다. 황 기획관은 “열흘이라는 시간적 한계에도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했지만 단독 범행 외의 가능성은 찾기 어려웠다”며 “의혹이 제기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 때문에 없는 사실을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지휘부 내부의 혼선과는 별개로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경찰의 미심쩍은 행동 역시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경찰은 김 씨가 공 씨를 만나 범행 계획을 듣기 전에 청와대 국내의전팀 박모 행정관과 저녁식사를 한 사실을 언론에 숨기려 했다. 박 행정관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인터넷 홍보담당 비서를 지냈다. 경찰은 김 씨가 범행 연루자들과 거액의 금전거래를 했다는 점을 파악하고도 범죄와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아 ‘은폐수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는 국회의장 전 비서 김 씨를 16일 소환했다. 김 씨는 디도스 공격 전 공 씨에게 1000만 원을 보내고 선거 뒤인 지난달 11일 공범인 정보기술업체 대표 강모 씨에게 9000만 원을 송금해 범행을 모의하고 대가를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15일 최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국회의장실에서 임의 제출을 받아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박종준 경찰청 차장(47)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14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박 차장은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고향인 충남 공주에서 출마하기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경찰 측 입장을 총괄 지휘해온 박 차장은 최근 총리실의 수사권 조정안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박 차장은 이에 대해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총선 출마를 위해 공직 사퇴 시한 내에 물러나는 상황에서 수사권에 대한 항의를 운운한다면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차장과 함께 동반 사퇴 가능성이 거론됐던 조현오 경찰청장은 조직 안정을 위해 당분간 사퇴는 고려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10·26 재·보궐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15일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박희태 국회의장실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으나 국회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임의제출 방식으로 관련 서류를 확보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검찰이 사건 핵심 당사자인 박 의장의 전 비서 김모 씨(30)와 최 의원의 보좌관 공모 씨(27·구속수감),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강모 씨(25·구속수감) 사이에 이뤄진 1억 원의 돈거래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본관 3층 박 국회의장 비서실에 수사팀을 보내 김 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 2개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받았다. 국회의장 비서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입법부 수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강제집행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집행하지 않은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반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과 임의제출은 국회의장실과 의원실 전체가 아니라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과 관련된 공간에만 제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다른 핵심 관련자인 공 씨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 6층에 있는 최 의원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5개와 각종 서류를 압수했다. 경남 진주시에 있는 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공 씨 자택에서도 이날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한편 경찰은 선관위 공격 전후 공 씨와 강 씨에게 1억 원을 준 국회의장 전 비서 김 씨를 상대로 돈의 대가성 여부를 묻는 거짓말탐지기 조사 결과 거짓 판정이 났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14일 김 씨를 불러 “공 씨에게 빌려준 1000만 원이 디도스 공격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느냐”고 물었을 때 김 씨가 “몰랐다”고 답했지만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다는 것이다. 경찰은 당초 김 씨가 공 씨와 강 씨 등 선관위 공격 가담자들과 주고받은 1억 원이 범행과 관련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후 추가 조사를 벌인 결과 △김 씨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사된 점 △평소 금전거래가 없다가 선관위 공격 전후 처음 돈거래를 한 점 △차용증 없이 돈거래를 한 점 등 석연치 않은 점이 있어 이들 사이에 오간 1억 원이 범행 대가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

서울시장 보궐선거 날(10월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비서 공모 씨(27·구속수감)와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강모 씨(25·구속수감)가 범행 전후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모 씨(30)와 1억 원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 과정에서 잘 모르는 사이인 강 씨에게 차용증도 안 받고 9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배후 인물이 거액을 대가로 공 씨 등에게 선관위 공격을 사주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의장 비서가 범행 전후 1억 원 송금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김 씨가 선관위 공격 6일 전인 10월 20일 공 씨에게 1000만 원을 송금했다”며 “이 돈은 공격을 실행한 강 씨에게 흘러갔다”고 14일 밝혔다. 또 “범행 보름 뒤인 지난달 11일 김 씨가 강 씨의 회사 계좌로 9000만 원을 보낸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가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착수금으로 강 씨에게 1000만 원을 지급한 뒤 성공보수로 9000만 원을 주려 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 친분 때문에 돈을 빌려준 것일 뿐 범행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14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공 씨가 사업투자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빌려 달라면서 이자로 매월 25만 원씩 주겠다고 해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강 씨에게 9000만 원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차모 씨(공 씨의 친구이자 강 씨 회사 직원)가 1억 원을 투자하면 20% 이상 불려주겠다고 해 투자한 것”이라며 “차 씨가 알려준 계좌번호(강 씨 회사 계좌)로 입금을 했을 뿐 강 씨에게 갈 줄 몰랐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의 회사 계좌를 거쳐 강 씨에게 전달된 9000만 원은 차 씨와 강 씨가 도박으로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지난달 17일과 26일 5000만 원씩 모두 1억 원을 김 씨에게 갚았다. 하지만 공 씨는 김 씨에게서 빌린 1000만 원에 대해 원금과 이자 모두 갚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공 씨와 강 씨에게 보낸 돈의 출처에 대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3억2000만 원짜리 전셋집에 살다가 아내가 임신을 해 처가가 있는 경기 고양시 일산으로 옮기게 됐다”며 “그곳 전세금은 1억5000만 원에 불과해 1억7000만 원의 차액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차용증도 없이 9000만 원 빌려줘 경찰은 선관위 공격이 공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발표한 데 이어 이들의 금전거래마저 범행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과 실제 자금 흐름이 일치해 단순 채무관계라는 그들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단서가 없다”며 “김 씨는 급여통장에서 돈을 보냈고 공 씨와 강 씨 등도 실명계좌를 쓰는 등 돈거래를 감추려 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적지 않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가 공 씨에게 빌려준 1000만 원은 며칠 뒤 강 씨에게 전달됐다. 강 씨는 이 돈을 직원들 급여로 지급했다. 공 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 씨가 급전이 필요하다고 해 김 씨에게 1000만 원을 빌려 전해준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씨에게서 돈을 빌린 뒤 며칠 만에 1억 원을 갚은 강 씨가 고작 1000만 원이 없어 공 씨에게 돈을 빌리려 했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공 씨의 범행계획을 알게 되자 “큰일 난다”며 적극 만류했던 김 씨가 실제 공격을 감행한 강 씨 측에 9000만 원을 선뜻 빌려줬다는 대목도 납득하기 어렵다. 김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 씨에 대해 “잘 모르는 사이”라면서도 “차용증은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는 14일 강 씨의 고향 후배이자 직원인 또다른 강모 씨(24)에 대해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경찰이 국회의원과 판검사, 정부 부처 내 고위 관료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전담 수집하는 범죄정보과를 신설한다. 범죄정보과에 모인 정보는 분류 작업을 거쳐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청 특수수사과나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제범죄수사대 등에 내려 보내 수사토록 할 방침이다. 한마디로 범죄 정보 수집기능을 하는 범죄정보과와 수사를 담당하는 특수수사과를 통합 운영해 검찰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14일 “경찰이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 비리 수사 등에서 검찰에 비해 수사역량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에 수사 주체성이 명확히 부여된 만큼 그런 분야에 있어서도 경찰의 수사 능력을 크게 제고하고 나아가 국민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전담팀을 신설키로 했다”고 밝혔다.경찰청은 이를 위해 20일 경찰청 수사국 산하에 범죄정보과를 신설하고 총경급 간부를 과장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 조직을 통해 전국의 수사 상황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면서 범죄정보과 자체 외근 요원을 동원해 고위 공직자와 기업 비리에 대한 정보를 집중적으로 수집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경찰청 수사국은 각 지방경찰청에서 올라오는 사건에 관해 보고를 받고 상황을 관리하는 수준이었지 이처럼 고위 공직자 비리 등 대형사건을 주도적으로 수사하거나 수사를 지휘하지는 않았다.경찰 관계자는 “일선에서 수집되는 개별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해 가치 있는 범죄 정보를 생산하고 나아가 국회의원, 판검사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에 대해서도 성역 없이 첩보를 수집해 적극적으로 수사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경찰청 관계자는 ‘검찰이나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절대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조현오 경찰청장(사진)이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총리실 중재안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경찰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 조 청장은 1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리실이 마련한 검사의 수사 지휘에 관한 대통령령 입법예고안에는 경찰을 수사주체로 인정한 형사소송법 개정 정신이 무시됐고 검찰 측 입장만 반영됐다”며 “대통령령이 이대로 정해져 일선 경찰관의 반발이 커지고 국민들 사이에서도 사퇴 여론이 인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이어 “청장 직에서 사퇴하더라도 총선 출마는 하지 않기로 (청와대와) 다 정리가 됐다”며 일각에서 제기돼온 총선 출마설도 일축했다. 조 청장은 다만 “아직 입법예고안이 확정된 상황도 아니고 그 문제에 청장 직을 걸겠다는 뜻도 아니다”라며 “현재로선 총리실이 형소법 개정 취지를 잘 반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20대 한나라당 의원 운전기사가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마비시키겠다고 혼자 결심한 뒤 지인에게 공격을 지시해 몇 시간 만에 사이버테러를 감행했다. 공 씨와 범행을 상의한 국회의장 비서는 공격 직전 청와대 행정관 및 여당 의원 비서들과 만났지만 범행을 모의하진 않았다.” 경찰이 선관위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 씨(27)와 그의 주변 인물을 열흘간 조사한 결과다. 9일 경찰청은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던 10월 26일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으로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가 마비된 사건은 공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발표했다. 선거 결과에 영향을 주는 중대범죄여서 특정 정치집단의 계획적 범행이란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됐지만 경찰은 사건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 씨는 10월 25일 오후 11시 40분경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 씨(30)와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전 비서 박모 씨(35) 등 5명과 술을 마시다 김 씨에게 “선관위 홈페이지를 다운시키겠다”고 한 뒤 고향 후배 강모 씨(25)를 통해 공격을 감행했다. 조사 과정에서 김 씨와 박 씨는 공 씨와 술자리를 갖기 전 서울 광화문의 한 한정식집에서 청와대 국내의전팀 행정관 박모 씨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비서 김모 씨 등과 2시간 반가량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이들이 선관위 공격에 대한 사전모의를 한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보기엔 해소되지 않는 의혹이 적지 않다. 1년 2개월 경력의 20대 국회의원 운전기사가 자신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특정 후보를 위해 이런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특히 선거 전날 밤 공 씨가 자신의 고향 선배이자 ‘정신적 멘토’인 국회의장 전 비서 김 씨의 만류를 뿌리치고 굳이 범행을 감행한 것도 의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술김에 선관위를 공격했다”는 공 씨의 자백 외에 별다른 물증을 내놓지 못했다. 경찰은 9일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경찰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 씨(27)가 “나경원 후보를 돕기 위해 혼자 일을 꾸몄다”고 자백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은 또 “공 씨와 범행을 상의한 국회의장 비서가 공 씨를 만나기 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음식점에서 청와대 행정관을 만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고 덧붙였다.이에 따라 선관위 공격이 단독 범행이라는 공 씨의 주장은 사건 배후를 보호하려는 ‘꼬리 자르기’란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도 이 점을 감안해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9일 경찰에서 사건이 넘어오는 대로 재수사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 사건을 재조사할 예정이다.○ 공 씨, 공격 전 국회의장 비서와 상의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8일 공 씨가 고향 후배 강모 씨(25)에게 선관위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를 시인했다고 밝혔다. 공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 후보가 최 의원과 가까운 사이인 만큼 나 후보를 돕는 게 최 의원을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선관위가 마비되면 투표소를 찾기 힘들어지고, 그럼 젊은층 투표율이 떨어져 한나라당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공 씨는 또 선거 전날인 10월 25일 밤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 씨(30)와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전 비서 박모 씨(35) 등 5명과 가진 술자리에서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공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재·보선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문득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하면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강 씨가 도박사이트를 마비시킨 적이 있다고 자주 자랑해 그에게 일을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경찰은 또 술자리에 동석한 김 씨와 박 씨가 공 씨의 범행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 씨는 이날 오후 11시 40분경 강 씨에게 선관위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라고 한 뒤 김 씨를 룸살롱 밖으로 불러내 “(선관위 홈페이지를) 때리삐까예(때려버릴까요)?”라고 물었다. 공 씨는 2시간 뒤인 26일 오전 1시 40분경 강 씨로부터 “(테스트 공격을 해보니) 된다”는 답이 오자 김 씨에게 “된다는데요”라며 공격 의사를 밝혔다. 김 씨는 조사에서 “공 씨를 만류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박 씨에게도 공 씨의 범행을 얘기해 줬다”고 진술했다.김 씨와 박 씨가 공 씨와 술자리를 갖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실 박모 행정관(3급)과 2시간 반가량 저녁식사를 한 사실도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자리에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비서 김모 씨(34)도 동석했다. 박 행정관과 정 의원 비서 김 씨는 공 씨와의 술자리에 가지 않았다. 7일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에 소환된 박 행정관은 “내가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느냐”며 조사를 거부했다. 그는 8일 경찰에 재소환되자 경위서로 대체하겠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단독 범행일까 경찰은 공 씨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단독 범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공 씨가 누군가와 범행을 공모한 단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디도스 공격을 사전에 계획했다면 필요한 좀비PC의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공격 시연을 훨씬 일찍 해봤을 텐데 범행 직전인 26일 오전 1시경에야 시연해본 점도 우발적 범행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건에 배후가 있다는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20대 국회의원 운전사가 이 같은 중대 범죄를 혼자 꾸밀 동기가 불투명한 데다 공 씨가 고향 친구들에게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나 혼자 뒤집어쓰게 생겼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달 30일 체포된 공 씨가 계속 혐의를 부인해 오다 별다른 물증이 안 나온 상태에서 갑자기 심경 변화를 일으킨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공 씨의 형은 8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동생과 하루 세 번씩 면회를 했는데 ‘내가 한 일이 전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며 “동생은 혼자 그런 일을 벌일 이유도 없고 그럴 성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검찰은 9일 사건이 송치되는 대로 특별수사팀 구성을 마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봉석) 소속 인원 전원이 투입되고 대검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 인력까지 참여해 총 40여 명에 이른다. 검찰은 자백만으론 의미가 없으며 혐의를 뒷받침할 물증을 찾아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재수사에 가깝게 면밀히 수사할 것”이라며 “제기된 모든 의혹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 씨(27)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을 시작한 직후 박희태 국회의장의 수행비서 김모 씨(30)와 2시간 동안 5차례나 집중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9일 이 사건이 경찰로부터 넘어오면 40여 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특별수사팀을 꾸려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공 씨가 디도스 공격을 실행한 강모 씨(25)와 범행 전후 29차례 통화를 하면서 강 씨 외에 통화를 한 제3자는 친구 2명과 국회의장 비서 김 씨라고 7일 밝혔다. 공 씨는 선거 당일인 10월 26일 오전 7∼9시에 김 씨와 5차례 통화했다. 경찰은 선관위 홈페이지가 다운된 시간이 오전 6시 15분∼8시 32분인 만큼 이들이 디도스 공격에 대해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안부전화였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단순히 안부를 묻기 위해 5번이나 통화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경찰은 또 공 씨가 강 씨에게 선관위 공격을 지시하면서 “투표가 시작되는 6시부터 공격을 하라”고 하는 등 공격 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는 진술을 강 씨로부터 확보했다. 경찰은 공 씨로부터 공격 지시를 받았다는 강 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된 만큼 공 씨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신문에 능한 특수수사 인력을 투입했다.경찰은 또 디도스 공격이 이뤄지기 전날 밤 공 씨와 술자리를 가진 국회의원 전현직 비서들이 공 씨를 만나기 전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비서 김모 씨(34)를 만났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희태 국회의장의 수행비서 김 씨와 공성진 전 한나라당 의원의 전 비서 박모 씨(35)는 10월 25일 오후 7시경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김 씨를 만나 2시간 반가량 저녁식사를 했다. 경찰은 저녁 식사가 끝나기 전인 오후 9시경 김 씨가 공 씨에게 술자리에 오라는 연락을 한 점으로 미뤄 이들 3명이 선관위 공격에 대해 사전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두 김 씨를 불러 조사했다.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 공모 씨(27)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직전 현직 국회의장 비서 등 정치권 인사들과 술자리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술자리에는 박희태 국회의장의 의전비서인 김모 씨(30)와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7급 비서를 지낸 박모 씨(35) 등 6명이 동석했다. 디도스 공격이 이뤄지기 직전 공 씨 등 한나라당 측 전현직 비서 3명이 한자리에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그 자리에서 선관위 사이버테러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술자리를 가진 경위와 대화 내용을 조사하고 있다.○ 선거 전날 술자리에서 범행 모의?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 밤 공 씨와 술자리를 가진 김 씨 등 5명을 소환 조사했다고 6일 밝혔다. 조사 결과 김 씨 등은 10월 25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B 룸살롱에서 만나 선거일인 26일 오전 5시까지 폭탄주를 마셨다. 공 씨는 10월 25일 오후 10시경 김 씨의 연락을 받고 술자리에 합류했다. 당시 술자리에는 김 씨와 공 전 의원의 전 비서 박 씨, 10년간 검찰 수사관을 하다 4, 5년 전 리조트사업을 시작한 김모 씨(39), 피부과 원장 이모 씨(37), 변호사 김모 씨(33) 등 5명이 있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병원 투자 문제로 만났을 뿐 선관위 공격 등 정치적 사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김 씨는 공 씨 바로 전 최구식 의원의 운전기사를 하다 지난해 7월 국회의장 의전비서로 자리를 옮겼다. 공 씨는 김 씨의 추천으로 최 의원 수행비서를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진주의 한 고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2008년 총선 때 최 의원 선거운동을 함께하면서 알게 돼 친분을 쌓아 왔다.김 씨는 6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인인 병원장이 분원을 내기 위해 투자자를 찾고 있었는데 공 씨가 도박사이트로 돈을 많이 벌어 투자처를 찾고 있는 친구가 있다고 해 대신 투자를 권유하려고 불렀다”며 “저 말고 4명은 모두 공 씨와 초면”이라고 말했다. 당시 공 씨가 김 씨에게 언급한 친구가 공 씨로부터 디도스 공격 의뢰를 받고 실행한 강모 씨(25)다.선거 당일 오전 5시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는 사업가 김 씨와 공 씨만 마지막까지 남고 나머지는 도중에 귀가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 씨는 10월 25일 오후 11시경 필리핀에 있던 강 씨와 처음 연락이 닿아 디도스 공격이 이뤄진 26일 오전까지 29통의 전화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의 통화 대부분이 그날 술자리에서 이뤄진 것이다. 공 씨는 선관위에 대한 시험공격이 시작된 26일 오전 1시부터 해당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복구된 오전 9시경까지 강 씨 외에 3명과 8차례 통화를 했다. 경찰은 당시 공 씨가 통화한 3명이 범행 동기나 배후를 밝히는 핵심 단서가 될 것으로 보고 신원을 확보해 조사할 계획이다.경찰 관계자는 “그날 술자리에서 디도스 공격에 대한 논의가 오간 단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참석자 중 3명이 정치와 관련이 있는데 선거 전날 정치에 관한 대화가 없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고 서로 입을 맞춘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6일 공 씨와 술자리를 가진 5명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또 국회 최구식 의원실에 있는 공 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의원실 동의 아래 확보해 분석 중이다.○ 국회의장실 비서 사표 제출한편 선거 전날 공 씨와 함께 술을 마신 김 씨는 파문이 커지자 5일 국회의장실에 사표를 제출했다. 의장실 관계자는 6일 “김 씨가 경찰 참고인 조사를 앞두고 의장실에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며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다”며 “사표 수리 여부는 사건 연루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