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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겨울패럴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마사회는 최근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협약식(사진)을 갖고 50억 원을 기부했다. 마사회는 또 평창 올림픽 기간에 외국어 분야 요원으로 자원봉사 인력을 파견한다. 농어촌 지역 취약 계층 관람 지원을 위해 약 800장의 입장권을 구매했다.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은 “전 세계인의 축제이자 국가적 행사인 평창 겨울올림픽과 겨울패럴림픽에 동참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리듬체조 스타로 이름을 날린 손연재(24)가 ‘좋아요’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손연재는 29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인스타그램에 “저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로 소트니코바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는 것을 알게 돼 저 또한 너무 놀랐다”면서 “저의 실수로 여러분께 실망감을 안겨드리게 돼 정말 죄송하다”는 글을 올렸다. 손연재는 26일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의 사진에 ‘좋아요’ 표시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당시 소트니코바는 완벽한 연기를 펼친 김연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 홈 텃세와 편파 판정 논란을 일으켰다. 게다가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 출전을 기피하면서 금지약물 복용 의혹까지 받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손연재가 소트니코바의 금메달 사진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논란에 휘말렸다. 비난에 시달리자 손연재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한 뒤 29일 다시 공개하면서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 손연재는 “현재 해외에 혼자 체류 중인 상황인 데다 과거 악플로 인해 너무나 힘들었던 시기가 갑작스레 떠올랐고 당황하고 겁이 나 그런 조처를 하고 말았다”고 그동안의 상황을 설명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남반구 뜨거운 태양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할 열기를 뿜어냈다. 수은주는 섭씨 39도까지 치솟았다. 역사적인 20번째 정상 정복에 나선 ‘테니스 황제’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대기록을 향한 로저 페더러(37·스위스)의 열정은 물이라도 끓일 듯 후끈 달아올랐다. 그런 페더러를 향해 1만5000명 관중은 마치 여기가 스위스라고 착각할 만큼 쉴 새 없이 “레츠 고 로저”를 외치며 일방적인 응원을 보냈다. 전무후무할 20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확정 지은 페더러는 두 팔을 번쩍 들며 눈물을 쏟았다. 95개의 타이틀을 차지했던 그에게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2003년 윔블던에서 당시 22세의 나이로 처음 메이저 타이틀을 안았던 페더러. 그로부터 15년이 흘러 30대 후반에 네 아이를 둔 가장이 됐지만 여전히 권좌를 지키고 있다. 세계 랭킹 2위 페더러는 28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테니스를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환상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세계 6위 마린 칠리치(30·크로아티아)를 3-2(6-2, 6-7, 6-3, 3-6, 6-1)로 눌렀다. 이로써 페더러는 자신이 갖고 있던 메이저 최다 우승 기록을 20회로 늘렸다. 대회 2연패이자 호주오픈 최다 타이인 6번째 정상에 선 페더러는 앞서 윔블던 8회, US오픈 5회, 프랑스오픈 1회 우승했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상대가 미처 준비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템포의 공격으로 쉴 새 없이 칠리치를 몰아붙였다. 시속 200km를 넘나드는 파워 서브와 절묘하게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175km 내외의 스핀 서브를 섞어 가며 서브 에이스를 24개나 올렸다. 정현과의 4강전에서 2세트 도중 기권승을 포함해 결승에 오를 때까지 한 세트도 잃지 않은 무결점 행진이 이날 2세트에서 멈춘 게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준결승까지 6경기에서 총 10시간 50분을 뛰었을 만큼 경제 테니스를 구사한 페더러는 이날 칠리치의 거센 반격에 막혀 3시간 3분 동안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5세트에선 1게임만 내준 채 승부를 결정짓는 관록을 과시했다. 페더러는 “20번째 우승은 특별하다. 오랜 시간 내 땀과 열정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모두 보관하고 있는 그의 집 캐비닛은 새 식구를 추가하게 됐다. 302주 동안 세계 1위를 지켰던 페더러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장수의 비결이다. 테니스 선수 미르카 바브리네츠와 9년 열애 끝에 결혼한 뒤 9세 된 딸 쌍둥이와 4세 아들 쌍둥이를 뒀다. 2012년 이후 슬럼프에 시달리며 무릎 부상으로 은퇴설까지 돌았으나 강한 체력 훈련과 절제된 출전 스케줄로 지난해 메이저 2승에 이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여자 단식에서는 캐럴라인 보즈니아키가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서며 모국 덴마크의 첫 그랜드슬램 대회 챔피언이 됐다. 세계 2위 보즈니아키는 결승에서 세계 1위 사모나 할레프(루마니아)를 2-1로 꺾었다. 남자 골프 스타 로리 매킬로이와 파혼했던 보즈니아키는 지난해 약혼한 미국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이비드 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43번째 도전 끝에 메이저 우승의 한을 풀며 눈물을 쏟았다. 우승 상금은 남녀 단식 똑같이 400만 호주달러(약 34억5000만 원)이다. 멜버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메이저 대회 ‘4강 신화’를 쓴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사진)이 28일 수많은 팬들의 환영 속에 금의환향했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아픈데도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에 오르는 투혼을 보인 정현은 “이렇게 많은 사람을 보니 제가 큰일을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라며 웃었다. 정현은 “4강에서 기권해 팬들과 로저 페더러(스위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자 입국장은 대낮처럼 환해졌다. 정현(22·한국체대)은 조금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내 담담한 표정을 되찾았다. 1시간 전부터 정현의 등장을 기다리던 300여 명의 인파는 “정현 파이팅”을 외치며 그를 반겼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와 준 걸 보니 제가 큰일 하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웃음).”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하며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쓴 정현이 28일 금의환향했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정현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지만,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상처 때문인지 다리를 약간 절뚝였다. 그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의 4강전에서 발바닥에 난 물집이 악화돼 기권했다. 정현은 “발에 통증이 있어 다음 주부터 병원에 다니면서 몸 상태를 확인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보라는 질문에는 “일단 하나만 꼽으라면 못 꼽을 것 같다. 노바크 조코비치(31·세르비아)를 꺾고 한국 선수 최초로 8강에 진출했던 것도 기억에 남고, 페더러와의 4강전도 그렇고, 모든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 그는 “이 대회를 진짜 잘하기 위해 세웠던, 우리 팀만 알고 있던 목표를 이제는 공개하겠다”며 “코트 안팎에서 인스타 10만 명 만드는 거였는데 그 목표를 이뤄서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인스타그램에 썼었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호주오픈 기간 동안 10만 명을 돌파해 28일 현재 12만 명을 넘었다. “하루에 300개 넘는 축하 메시지가 왔어요. 연락처를 아는 분들에게는 일일이 답변을 해드렸죠. 그렇다고 절대 ‘복붙’(복사 후 붙여넣기)은 하지 않아요. 휴대전화 중독이라 빨리 치거든요(웃음).” 인파 속에서 까치발을 한 채 지켜보던 직장인 최모 씨(36·여)는 “중국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이다. 정현이 온다는 소식에 이곳에 서서 기다렸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 분이 아닌가. 제2의 박세리, 박찬호가 돼 계속 희망을 전해주는 선수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현의 모교 수원 삼일공고에서도 11명의 학생과 관계자들이 입국장을 찾아 축하했다. 정현의 사진과 함께 ‘테니스의 왕자’라고 적힌 피켓을 든 허덕구 씨(58)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복식)을 땄던 때의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해놓을 정도로 팬이다”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보여준 당당하고 재치 있는 모습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공항을 떠나기 전 정현은 “몸 상태를 확인한 뒤 2월 초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대회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들과 페더러에 대한 미안함 입국 하루 전인 27일 호주 현지에서 만났던 정현은 팬들과 페더러에 대한 미안함을 먼저 표시했다. “분하다기보다는 모든 분에게 죄송했어요. 특히 로저 페더러에게 미안했습니다. 조금 허무하게 끝났잖아요.” 정현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찢어진 발바닥 사진을 올린 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기를 포기하기 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팬분 앞에서, 훌륭한 선수 앞에서 100%를 보여주지 못하는 건 선수로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라고 썼다. “연초부터 안 좋았는데 조코비치와의 16강전을 앞두고 더 심해졌죠. 양발에 모두 진통제를 맞은 뒤 감각이 없어져 더 격하게 뛰게 됐고, 그래서 악화됐어요. 페더러와의 경기에 앞서 모든 물집을 터뜨리고 다시 진통제를 맞았지만 속살까지 드러날 정도가 돼 약효도 없더군요. 걷기도 힘들었어요.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2주 차까지 뛴 것도, 4강까지 가본 것도 처음이잖아요. 내 발도 한계를 못 넘은 거죠. 다음엔 무리 없이 버틸 수 있을 겁니다.” 정현 어머니 김영미 씨(물리치료사 출신)는 아들 부상이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뼈가 보인 건 아니다. 그랬다면 아마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아버지 정석진 씨는 “현이가 어려서부터 아파도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계 카메라 화면에 ‘캡틴 보고 있나’라는 문구를 자신과 함께 속해 있다가 해체된 삼성증권 테니스팀 김일순 전 감독(여)에게 적어 보내기도 했다. 정현은 “김 감독님은 늘 대회 도중엔 한 번도 연락을 안 하신다. 부담을 줄까 봐 그렇다. 어제 통화했는데 (문구 적는 걸) 제대로 못 봤다고 나중에 다시 하라고 하셨다(웃음)”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받은 정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회 기간 국민들께서 보내주신 많은 관심과 성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답글을 올렸다. 정현은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체대 동료들이 많은 쇼트트랙 경기를 보며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테니스를 포함한 아시아 테니스가 저로 인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는 그는 “지금까지는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이었지만 인기 종목으로 끌어올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돼지고기 먹고, 실컷 누워 있고 싶은 20대 젊은이 정현은 장롱면허 소유자다. 겁이 많아 운전을 못한다고 했다. 운전 연습할 시간에 공이라도 한 번 치는 게 더 낫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한때 유명해지면 고급 승용차를 사고 싶다고 했다. 호주오픈에서 약 7억5900만 원의 상금을 받은 그는 “이제는 차에 관심이 없어지고 집에 관심이 많다. 20대 후반에 혼자 힘으로 집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지낸 시간이 많은 그는 “외국에선 쇠고기 위주로 먹게 된다. 한국 가면 돼지고기부터 실컷 먹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엔 보통 하루 4끼를 먹어요. 샐러드나 과일로 첫 끼를 시작한 뒤 그 다음 빵 또는 밥을 먹고 경기 전에 파스타를 주로 찾죠. 경기 후 영양이 충분한 스테이크나 중국 음식으로 마무리해요.” 정현은 “취미 가운데 하나가 침대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구는 거다. 질리도록 한번 누워있고 싶다”며 웃었다. 태블릿PC로 전자책 읽기를 즐긴다. 정현은 “전쟁, 총싸움이 많이 나오는 판타지 액션물을 즐겨 본다. ‘갓 오브 블랙필드’라는 책이 너무 재밌다. 책 때문에 늦게 자기는 처음이다”고 말했다 ‘천재형이 아니고 노력형’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한 그는 “관중 1만5000명이 꽉 찬 큰 코트에 입장할 때의 환호, 하나도 잊을 수 없어요. 이런 무대에 왜 서고 싶은지, 얼마나 잘하고 싶은지 저절로 알게 됐어요. 더 이상 기권해서 물러나는 일이 없도록 몸 관리부터 철저하게 할 겁니다. 오늘보다 더 좋은 날이 올 거예요. 계속 지켜봐 주세요”라고 말했다.멜버른=김종석 kjs0123@donga.com / 인천=김재형 기자}

정현(22)의 4강 진출로 뜨거운 관심을 받은 호주오픈이 기아자동차와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5년 연장했다.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 조직위원회는 27일 대회가 열리고 있는 호주 멜버른파크 미디어센터에서 기아자동차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파트너십 계약을 연장하는 조인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기아자동차 박병윤 부사장, 호주테니스협회 제인 하디카 회장, 호주오픈 토너먼트 디렉터 크레이그 타일리, 호주 테니스 전설 로드 레이버가 참석했다. 2002년 처음 호주오픈 타이틀 스폰서가 된 기아자동차는 올해까지 17년 동안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테니스 대회 역사상 최장수 메이저 스폰서라고 소개했다. 하디카 회장은 호주오픈 4강에 오른 정현에 대해 “너무나 특별한 어린 선수의 업적이 자랑스럽다. 정현은 에너지와 열정을 한국의 모든 가정에 전달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상으로 경기를 포기해 안타까웠다. 머잖아 그랜드슬램 대회 결승에서 보기를 희망한다”고 칭찬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맹활약한 정현에 대해 레이버 역시 “정현의 멋진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아마 노바크 조코비치를 놀라게 하며 너무 멋진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17년 동안 기아자동차는 호주오픈 공식 차량으로 600만 km를 운행하며 선수와 귀빈들의 ‘발’이 됐다. 기아자동차는 스페인의 왼손 천재 라파엘 나달을 후원하고 있다. 멜버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정인선 서울 아이미성형외과 원장이 한국실업정구연맹 신임 회장에 선출됐다. 정 원장은 26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연맹 대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3년 임기의 회장에 뽑혔다. 정 원장은 평소 생활체육으로 정구와 인연을 맺었다. 동호인 정구대회에도 자주 출전할 만큼 수준급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정인선 원장은 “국제대회 효자 종목인 정구 육성에 힘쓰겠다.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이 조화를 이뤄 정구 저변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객지에 와서 먹고살기 힘들 때도 많은데 큰 힘을 줬어요. 고등학생 두 아들이 응원 갔다 와서 너무 좋아하더군요.” 호주오픈 취재를 위해 찾은 호주 멜버른에서 만난 한국교포 김성환 씨는 정현 돌풍을 감격스러워했다. 11년 전 온 가족이 이민을 왔다는 김 씨는 관광가이드로 일하며 틈틈이 운전기사로 부업을 하고 있었다. 김 씨는 “이민 생활을 동경하는 분도 계시지만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처럼 고달픈 순간도 많다. 1만3000명 정도 되는 멜버른 교민이 요즘처럼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때도 없다. 정현 선수 덕분이다”고 말했다. 호주 현지 신문은 대부분 정현 기사와 사진으로 대서특필하며 코트의 새 얼굴 탄생에 주목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준결승을 치른 26일 교민들은 태극기와 정현의 경기 후 인터뷰 때 화제를 모은 사인을 패러디한 ‘보고 있다. 충 온 파이어’ 등 다양한 응원 문구를 들고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4시간 30분 전 연습 시간부터 수십 명의 현지 팬이 몰려들어 “싸랑해요” “청현 청현” 등을 연호했다. 한류 스타가 따로 없었다. 이번 대회는 앤디 머리(영국), 니시코리 게이(일본) 등 톱 선수들이 부상으로 불참했다. 게다가 정현에게 패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기권패한 라파엘 나달(스페인) 등 거물들이 조기 탈락하면서 흥행 차질이 우려됐다. 하지만 아시아 선수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강호들을 연파한 정현이 인기 몰이의 선봉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기아자동차도 정현을 앞세워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2002년부터 줄곧 대회를 후원하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 선수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대회 담당자인 고명영 이노션 스포츠마케팅팀장은 “글로벌 시장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기아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정현은 한국 테니스 유망주들에게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넣어주고 있다. 정현이 한국 테니스는 국내용이라거나, 서구 선수들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면서 꿈나무들에게 도전의식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가 1회전에서 패한 권순우는 “현이 형이 보여준 끈질긴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20번, 30번까지 가는 랠리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차세대 유망주 정윤성은 “현이 형이 인터뷰를 잘하는 건 알았지만 재치 있고 센스 있는 영어 실력에 놀랐다. 테니스뿐 아니라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코트 안팎에서 할 게 많다”고 입을 모았다. 비록 부상 때문에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한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쓴 정현의 투혼이 코트 밖에서 ‘희망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멜버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22·한국체대·사진)이 발바닥 부상으로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세계랭킹 58위 정현은 26일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세계 2위 로저 페더러(37·스위스)와 겨루다 발바닥 물집이 악화돼 2세트 도중 기권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대기실에 앉아 있던 정현(22·한국체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올 정도로 발바닥 상태가 나빴다. 심하게 터진 물집은 오른발에 2개, 왼발에 1개가 있었다. 생살이 벌겋게 드러날 정도였다. 저 발을 갖고 한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정현이 부상 악화로 호주오픈 테니스 준결승에서 기권했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은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남자 단식 4강전에서 세계 2위 로저 페더러(37·스위스)에게 1세트를 1-6으로 내준 뒤 2세트 게임스코어 2-5, 30-30에서 심판에게 경기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정현은 2세트 1-4에서 메디컬 타임아웃을 부르며 계속 플레이 의지를 밝혔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경기 후 정현은 3회전을 마친 뒤 물집이 심해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와의 16강전부터 계속 진통제를 맞고 코트에 나섰다고 털어놓았다. “처음엔 오른발에만 맞다 나중엔 왼발까지 안 좋아져서 진통제도 듣지 않는 것 같았다”고 했다. 메디컬 타임 상황에 대해 그는 “오른발은 응급조치조차 의미가 없을 만큼 상황이 안 좋아 왼발에만 테이핑을 다시 했었다”고 설명했다. 기권에 앞서 심각한 고민도 했다. 정현은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준결승까지 왔는데 팬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하지만 너무 아파 걷기조차 힘들었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페더러는 “정현은 차세대 선두주자가 분명하다. 세계 1위, 메이저 우승 같은 부담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 테니스는 스케줄이 너무 빡빡하기에 잘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현은 ‘톱10’에 들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은 준결승에 오르기까지 7경기(복식 2경기 포함)를 치렀다. 직전까지 메이저 대회에서는 3회전이 최고였다. 이날 멜버른에는 보기 드물게 굵은 비가 쏟아져 경기장소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의 지붕을 덮고 경기를 해 사실상 실내경기였다. 반면 메이저 19회 우승에 빛나는 페더러는 한 템포 빠른 플레이로 정현을 집요하게 괴롭혔다. 습도가 높고 메아리가 큰 실내경기에서 페더러의 묵직한 스트로크는 더욱 위력을 떨쳤다. 가뜩이나 발놀림이 안 좋은 정현은 페더러의 속사포 공격에 제대로 스텝을 옮길 수 없었다. 정현은 “아쉬움은 물론 크다. 하지만 올해 목표였던 한국 선수 최고 랭킹 기록과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을 모두 깨뜨렸다. 이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코트를 떠나는 정현은 관중석을 향해 한 손을 흔들었다. 재치 있는 사인 이벤트는 없었지만 1만5000명의 만원 관중은 떠나는 정현에게 기립박수와 위로의 박수를 보냈다. 정현은 페더러를 상대로 서비스 에이스도 기록했고 페더러의 허를 찌르는 패싱샷을 선보여 팬들의 환호를 자아내기도 했다. 정현은 10세 때인 2006년 서울에서 열린 페더러와 나달의 시범경기에 테니스 선수인 형 정홍과 볼보이로 나선 인연이 있다. 이날 호주오픈 조직위원회는 당시 기념촬영 사진을 트위터에 공개하며 둘 사이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꼬마 정현은 자신에게 사인을 해준 페더러 같은 대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사연으로 정현은 이날 안 좋은 몸 상태에도 의욕을 보였다. 테니스 감독 출신인 정현의 아버지 정석진 씨는 “현이가 이렇게 오랫동안 뛰어본 것도 처음이다. 많은 걸 배웠을 것이다”고 말했다.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어머니 김영미 씨는 “통증 정도를 1-10으로 구분한다면 현이 상태는 11 이상이었다고”고 전했다. 정현은 28일 귀국한다. 역대 메이저 최다인 20번째 우승을 노리는 페더러는 28일 결승에서 세계 6위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와 맞붙는다. 멜버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객지에 와서 먹고 살기 힘들 때도 많은데 큰 힘을 줬어요. 고등학생 두 아들이 응원 갔다 와서 너무 좋아하더군요.” 호주오픈 취재를 위해 찾은 호주 멜버른에서 만난 한국교포 김성환 씨는 정현 돌풍을 감격스러워 했다. 11년 전 온 가족이 이민 왔다는 김 씨는 관광가이드로 일하며 틈틈이 운전기사로 부업을 하고 있었다. 김 씨는 “이민 생활을 동경하는 분도 계시지만 한국에 온 외국인 근로자처럼 고달픈 순간도 많다. 1만3000명 정도 되는 멜버른 교민이 요즘처럼 어깨에 힘주고 다니는 때도 없다. 정현 선수 덕분이다”고 말했다. 호주 현지 신문은 대부분 정현 기사와 사진을 대서특필하며 코트의 새 얼굴 탄생에 주목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데러(스위스)와 준결승을 치르는 26일 교민들은 태극기와 정현이 경기 후 인터뷰 때 화제를 모은 사인을 패러디한 ‘보고 있다. 충 온 파이어’ 등 다양한 응원 문구를 들고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 시작 4시간 30분 전 연습 시간부터 수십 명의 현지 팬들이 몰려들어 “싸랑해요.” “청현 청현” 등을 연호했다. 한류 스타가 따로 없었다. 이번 대회는 앤디 머리(영국), 니시코리 케이(일본) 등 톱선수들이 부상으로 불참했다. 게다가 정현에게 패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기권패한 라파엘 나달 등 거물들이 조기 탈락하면서 흥행 차질이 우려됐다. 하지만 아시아 선수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강호들을 연파한 정현이 인기 몰이의 선봉에 나섰다는 평가다. 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맡은 기아자동차도 정현을 앞세워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2002년부터 줄곧 대회를 후원하고 있지만 그동안 한국 선수의 존재감은 미약했다. 대회 담당자인 고명영 이노션 스포츠마케팅팀장은 “글로벌 시장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기아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정현은 한국 테니스 유망주들에게도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넣어주고 있다. 정현이 한국 테니스는 국내용이라거나, 서구 선수들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편견을 깨면서 꿈나무들에게 도전의식을 불어넣고 있다. 이번 대회 출전했다 1회전에서 패한 권순우는 “현이 형이 보여준 끈질긴 수비가 인상적이었다. 20번, 30번까지 가는 랠리에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차세대 유망주 정윤성은 “현이 형이 인터뷰 잘하는 건 알았지만 재치 있고 센스 돋는 영어 실력에 놀랐다. 테니스 뿐 아니라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다. 코트 안팎에서 할 게 많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쓴 정현의 코트 투혼이 코트 밖에서 ‘희망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있다. 멜버른=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관중들이 일방적으로 현이를 응원했어요. 만원 관중이 현이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어요. 밥 먹으러 멜버른 시내를 돌아다니면 이젠 제법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어요.” 호주오픈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정현(22·한국체대)이 현지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머니 김영미 씨(49)는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호주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테니스 선수 출신인 정현의 아버지 정석진 씨(52)와 역시 테니스 선수인 정현의 형 정홍(25) 등 가족들이 함께 머물고 있다. “결승 가야죠. 응원 더 많이 해주세요”라는 김 씨의 목소리는 밝기만 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 현이를 너무 예쁘게 봐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계속 잘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 씨는 24일 8강전에서 정현이 테니스 샌드그런(미국)을 3-0으로 꺾은 뒤 중계 카메라를 향해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려 화제가 됐다. 그 얘기를 꺼냈더니 “관중들의 성원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감사 표시를 한 것이다. 보디랭귀지였다”며 웃었다. 그는 또 “뉴욕타임스에 내 하트 표시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큰 영광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세계 테니스계는 신체 조건이 뛰어난 미국 유럽 호주 등 서구 선수들이 주름 잡았다. 이런 모습을 깨고 있는 정현에게 찬사가 쏟아졌다. 김 씨는 “동양의 어린 선수가 강한 상대를 맞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잘하니까 좋은 평가를 해주고 있다. 현이의 정신력과 멘털을 높이 산다”며 “테니스 선수로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를 알기 때문에 호주 사람들이 현이의 모습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정현은 전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와의 16강전에서 이긴 뒤 중계 카메라에 ‘보고 있나’라는 사인을 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관중석에 있어서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는 김 씨는 “너무 놀랐다”며 과거 사연을 말했다. “현이가 속해 있던 삼성증권 팀이 해체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 직전에 아시아경기 우승까지 했는데도 그런 일이 생기자 팀을 지키지 못했다며 마음고생을 크게 했죠. 김일순 감독님(여)과 윤용일 코치님을 위해 동료 선수들과 잘되면 뭔가 해보자고 약속을 한 거죠.” 정현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남편의 공이라고 했다. “애 아버지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는 필수라는 말을 밥 먹듯 했어요. 언젠가 해외에 나갈 텐데 말을 못 하면 안 된다는 거죠. 영어 과외도 많이 시켰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네발 고드윈 코치와 다니면서 영어로 말하는 게 부쩍 늘었어요.” 이번 대회에서 정현은 강호들을 연파했다. 고비는 오히려 자신(58위)보다 랭킹이 낮은 샌드그런(97위)을 만난 8강전이었다고 했다. 김 씨는 “현이가 샌드그런을 ‘도깨비’라고 불렀어요. 희한하게 공을 치고 어떤 플레이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워서죠. 계속 잘하다 이렇게 엉뚱한 선수에게 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며 코트에 나섰어요. 첫 서브 성공률을 높이는 데 주력했지요”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어느새 테니스 전문가가 돼 있었다. 김 씨는 물리치료사로 일했다. 남편 정 씨는 건국대와 대한항공에서 테니스 선수를 하다 20대 중반에 허리 부상으로 일찌감치 은퇴를 한 뒤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을 지냈다. 김 씨는 두 아들을 위해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주고 식단도 꼼꼼히 챙긴다. 김 씨는 “체력 소모가 많아 대회 기간에는 아미노산, 전해질 위주의 특수 음료를 마시게 한다. 도핑테스트 때문에 보약은 먹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부분도 챙긴다. 김 씨는 “가족끼리는 테니스 얘기나 경기 관련 화젯거리는 잘 꺼내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편하게 해주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정현은 오래전부터 “엄마가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나와 형이 아닌 다른 테니스 선수들 음식도 자식처럼 챙겨주시는 분이다”고 고마워했다. 정현은 26일 오후 5시 30분 ‘테니스 황제’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김 씨는 “현이가 어릴 때 페더러 경기를 보면서 라켓을 잡았다. TV로나 보던 그런 선수와 처음 맞붙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외국 기자들이 ‘정현 때문에 한국 테니스가 발전하게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테니스의 전설로 불리는 이형택(42)은 24일 정현의 호주오픈 4강 진출을 자신의 일인 양 기뻐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은 이형택이 2차례 기록했던 한국 선수 메이저 무대 최고 성적인 16강 진출을 뛰어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테니스 아카데미를 하고 있는 이형택은 “시차 때문에 (정)현이와 노바크 조코비치 경기는 오전 4시까지 인터넷 문자 중계로 봐야 했다. 가슴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는데 소름이 돋았다”며 기뻐했다. 이형택은 “테니스인을 뛰어넘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경사를 맞았다”며 “정현은 이제 세계적인 레벨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그는 4강 상대인 로저 페더러에 대해 “페더러는 다른 선수들과 상대하는 느낌이 다르다. 현이도 압박을 느끼겠지만 페더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형택은 선수 시절 2003년과 2007년 페더러와 두 차례 맞붙어 모두 패했었다. 이형택은 2007년 세계 랭킹 36위까지 올라 한국 선수 역대 최고 랭킹 기록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에 정현이 30위 이내에 진입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다. “기록은 언젠가 깨지는 것 아닌가. 이제 한국 테니스 역사에서 정현 다음에 넘버2가 되는 게 오히려 좋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형택 이후 한국 테니스에는 ‘제2의 이형택’으로 불리는 수많은 유망주들이 있었지만 정작 원조를 넘어서는 선수는 없었다. 이형택은 “앞으로는 ‘제2의 정현’이 되려는 정현 키즈들이 많이 생겨나 한국 테니스 저변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승부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4강까지 내달렸다. 이번 대회 5경기를 치르는 동안 5차례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이기며 연승의 발판으로 삼았다. 세트 스코어 6-6 상황에서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7포인트를 먼저 따내면 그 세트를 따내는 타이브레이크 제도는 전체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분수령으로 꼽힌다. 간발의 차로 세트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이긴 쪽과 진 쪽이 받는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 특히 정현은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였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로 두 차례 타이브레이크를 모두 이겨 3-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고도의 집중력과 위기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 농구 버저비터처럼 터져 나온 결정적인 패싱샷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조코비치는 “정현은 위기에서 믿을 수 없는 샷을 구사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대표팀에서 정현을 가르쳤던 노갑택 명지대 교수는 “정현은 긴박한 상황에서 오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자기 플레이를 최대한 펼쳤다. 예전엔 손목이 뻣뻣해 단순한 포핸드를 구사할 때가 많았는데 다양한 각도의 샷으로 타이브레이크를 유리하게 끌고 갔다”고 분석했다. 박용국 NH농협 스포츠단장은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세계 톱클래스 선수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은 호주오픈에서 1회전부터 4회전을 치르는 동안 네 경기에서 모두 자신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와 맞붙었다. 24일 8강전을 치른 테니스 샌드그런(미국)의 랭킹은 97위.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자신보다 낮은 랭킹의 상대를 만난 것이다. 경기에 앞서 정현은 “메이저 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모두 굉장한 실력을 갖췄다. 만만히 볼 상대는 없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런 정현에게 방심은 있을 수 없었다. 최고 시속 200km가 넘는 강력한 서브를 갖춘 샌드그런에게 안정된 리턴으로 맞섰다. 강서버를 맞아 흔들리지 않는 리턴을 펼친 것도 최근 달라진 면으로 꼽힌다. 뭘 해도 다 될 것 같아 보이는 정현이 로저 페더러마저 넘기고 결승 티켓을 차지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016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정현(22·한국체대)은 기자에게 “이대로는 올림픽에 나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 불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올림픽마저 포기할 만큼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였다. 어릴 때부터 지면 눈물을 펑펑 쏟는 강한 승부욕을 지닌 정현. 성격도 예민했다. 라켓을 한번 바꿀 때 불과 몇 그램 차이의 무게에도 민감해하며 수없이 교체를 요구했다. 정현은 여섯 살 때 테니스를 시작했다. 테니스 지도자였던 아버지 정석진 씨와 세 살 위 형으로 역시 테니스 선수인 정홍을 따라 테니스 코트에 놀러갔다 라켓을 잡았다. 정현은 수원북중과 삼일공고를 졸업했다. 아버지는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이었다. 아버지이자 스승이었던 셈이다. 일찍부터 유망주로 꼽혔던 정현은 중학교 때 스포츠매니지먼트사인 IMG의 후원을 받아 미국 유학을 떠났지만 적응에 애를 먹어 귀국했다. 이후 삼일공고로 진학한 뒤 삼성증권의 후원을 받았다. 이때 그가 8강전을 끝내고 적은 ‘캡틴 보고 있나’라는 메시지의 주인공 김일순 감독을 만났다. 정현은 2014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로 병역면제를 받은 뒤 본격적으로 해외 무대에 나섰다. 19세 때 세계 랭킹을 51위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세상은 녹록지 않았다. 정현에 대한 상대 선수들의 견제가 심해졌다. 약점인 포핸드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불안한 서브에 발목이 잡혔다. 정현의 승부욕과 예민한 성격은 덫이 됐다. 입스(심리불안상태)가 지속되면서 라켓도 못 잡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세계 랭킹은 100위 밖으로 추락했다. 그런 아들에게 어머니 김영미 씨는 “1000번 정도 져봐야 테니스를 알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현은 극약 처방을 내렸다. 대회 출전을 중단했다. 이후 테니스 스타 출신인 박성희 박사(심리학 전공)에게 멘털 트레이닝을 받았다. 박 박사는 “우선 생각부터 바꾸는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정현의 스윙은 교과서적이라고 할 수 없다. 자유분방한 스윙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처음부터 아들의 스타일을 존중하며 간섭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체육교사를 그만두고 아들 뒷바라지에 올인했다. 물리치료사 출신인 어머니는 대회 때 꿀 등 정현이 좋아하는 음식을 싸갖고 다니며 공을 들였다. 정현은 지난해부터 손승리 코치, 네빌 고드윈 코치(남아공)와 호흡을 맞추고 있다. 손 코치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로 세밀한 성격인 정현과 손발이 잘 맞았다. 고드윈 코치는 세계 유명 선수를 길러냈으며 서브 강화에 큰 도움을 줬다. 혹독한 성장통을 극복한 그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애칭인 ‘미스터 충(Chung)’ 신드롬까지 일으키고 있다. 정현은 부진 탈출과정에서 약점이었던 예민함과 정신력 부족을 극복했다. 이제는 오히려 여유로움과 유머감각이 돋보인다. 가족의 애정, 코치와의 호흡이 시너지효과를 일으켰다. 호주오픈 5경기를 치르는 동안 5차례 타이브레이크에서 모두 이길 만큼 고도의 집중력과 강심장을 보였다. 유창한 영어 실력과 유머 감각도 화제를 뿌렸다. 어려서부터 영어 책을 가까이하고, 지난 2년 동안 해외 투어를 돌면서도 영어 개인 과외까지 받은 덕분이다. 스스로 “속에 능구렁이가 10마리 들어 있다”고 말할 만큼 속을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요즘은 수다쟁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한층 밝아졌다. 여성 관객으로 경기를 지켜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원 염지현 씨는 “어린 나이에 역경을 딛고 강한 선수를 꺾는 스토리가 매력적이다. 특히 여성에게 저음의 굵은 목소리와 위트 있는 인터뷰가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부진에 허덕일 때 정현은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라는 수필집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하지만 어느새 그는 세계 테니스 정복을 노릴 만큼 부쩍 커 있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뭘 보라고 한 것일까.’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2·한국체대·사진)은 22일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거함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격침시킨 뒤 중계 카메라 렌즈에 한글로 “캡틴 보고 있나?”라고 썼다. 메이저 테니스 대회에서는 중계가 끝나면 승리자가 카메라 렌즈에 사인하는 이벤트를 벌이곤 한다. 3시간 30분 가까운 체력전을 벌인 정현은 경기 후 뭉친 근육을 푸느라 마사지를 받았다.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를 위한 조치가 취해진 뒤 공식 인터뷰가 다시 진행된다. 경기 직후 소감을 말했던 정현은 샌드위치로 요기를 한 뒤 현지 시간 자정이 넘어 다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보고 있나’라고 사인한 이유에 대해 “전 삼성증권 팀 김일순 감독과 약속을 했었다. 당시 팀이 해체되고 나서 마음고생이 제일 심하셨는데, 언젠가 잘돼서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애교로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에는 ‘캡틴’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그는 “캡틴 보고 있나”라고 썼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캡틴’은 김일순 전 감독이었던 것이다. 김 전 감독은 정현이 힘들 때마다 바로잡아준 정신적인 지주다. 중학교 시절 일찌감치 유망주로 꼽혀 미국 유학을 떠난 정현은 현지 적응에 애를 먹으며 고전하다 2012년 고교 입학 후 삼성증권의 지원 속에 다시 성장할 수 있었다. 삼성증권 감독 시절 이형택을 길렀던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이 정현의 재능을 알아보고 후원을 주선한 뒤 제자인 김 전 감독에게 지도를 맡겼다. 정현은 고교 시절 승승장구하며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금융 불황 여파 등에 따라 팀이 해체됐다. 이 여파로 김 전 감독, 윤용일 전 코치와 남지성, 장수정 등 남녀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다만 정현만 홀로 남아 삼성증권의 후원을 계속 받게 됐다. 당시 정현은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당시 동료에 따르면 정현은 “도대체 우리가 얼마나 잘해야 팀이 없어지지 않는가. 나중에 잘되면 뭔가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자”고 말했다. 정현의 ‘보고 있나’ 사인은 당시 심경과 약속이 담긴 것이었다. 현재 개인 테니스 아카데미를 열고 있는 김 전 감독을 비롯한 삼성증권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친목을 다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현 자신도 삼성증권의 후원 계약이 3월 말이면 끝난다. 그동안 정현은 삼성증권으로부터 전담 코치와 트레이너 인건비, 해외투어 경비, 숙소 유지비 등을 지원받았다. 삼성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린 후 스포츠 분야에 대한 후원도 예전 같지 않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스포츠 지원을 재검토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현과의 재계약은 힘든 분위기로 알려졌다. 정현은 자신의 8강 진출 의미에 대해 “한국에서 야구, 농구, 축구의 인기가 높다. 다음 달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빙상 종목에도 관심이 많아 보인다”면서 “오늘을 계기로 테니스는 다섯 번째가 될 것 같다. 예전보다 인기가 올라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평생 잊지 못할 승리를 거둔 정현(22)은 마이크 앞에서도 여유가 넘쳤다. 정현은 22일 열린 호주오픈 16강전에서 거함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꺾은 직후 진행된 생방송 영어 인터뷰에서 유창한 영어 실력과 함께 숨어 있던 끼와 재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중계 진행자로 나선 테니스 전 세계 랭킹 1위 짐 쿠리어(미국)의 질문에 답하며 입담을 과시했다. 2년 전 이 대회에서 조코비치에게 0-3으로 완패를 당한 뒤 이번엔 3-0으로 이긴 데 대해 정현은 “이길 줄 몰랐다. 다시 경기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코비치처럼 유연하게 코너 구석구석을 찌르는 샷을 구사했다는 칭찬을 듣자 그는 “조코비치는 어릴 적부터 내 우상이었다. 그의 스트로크를 보면서 카피하려고 노력했는데 오늘 실제 경기에 나온 것 같다”며 웃었다. 관중은 정현의 유쾌한 답변에 일제히 환호했다. 정현은 3세트 6-6 타이브레이크에서 3-0으로 앞서다 3-3까지 쫓겨 위기를 맞는 듯했다. 마지막 위기였던 당시 심정을 묻는 질문에 정현은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 있었기에 설사 진다고 해도 남은 세트가 있어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조코비치보다 젊다. 2시간 더 경기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해달라는 주문에 정현은 “한국말로 해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한 뒤 한국어로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계신 팬분들, 늦은 시간까지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요일(8강전)에도 좋은 모습 보여 드릴 테니 조금만 더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정현은 TV 카메라에 ‘보고 있나’라는 한글 사인을 하며 행복한 승리의 뒤풀이를 마무리했다. 정현과 절친한 사이로 테니스 광팬인 가수 윤종신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보고 있어. 귀여워”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정현 영어’가 뜨기도 했다. 중학교 시절 미국에서 테니스 유학을 했던 정현은 해외 투어를 다니면서도 2년 가까이 개인 과외를 통해 영어 실력을 쌓았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정현(22·한국체대)은 어딘가를 향해 넙죽 큰절을 올렸다. 3시간 넘게 초조하게 자신을 응원하던 가족을 향해 보내는 감사 표시였다. 관중석에는 같은 테니스 선수로 학창시절 스승이기도 했던 아버지(정석진 씨), 트레이너 출신으로 그림자처럼 아들을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해 준 어머니(김영미 씨), 역시 테니스 선수로 동생과 같은 길을 가며 다음 달 5일 군 입대를 앞둔 형(정홍 씨)이 있었다. 집안의 경사를 뛰어넘어 한국 테니스 역사를 바꾼 테니스 가족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넘쳤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전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31·세계 14위)를 3시간 21분 만에 3-0(7-6, 7-5, 7-6)으로 누르는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5000명의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그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메이저 대회 8강 무대를 밟게 됐다. 정현에 앞서 1981년 US오픈 이덕희(여자단식), 2000년과 2007년 US오픈에서 이형택이 16강까지 올랐을 뿐이다. 정현은 2016년 이 대회에서 당시 세계 1위 조코비치를 1회전에서 만나 1시간 55분 만에 0-3(3-6, 2-6, 4-6)으로 당한 완패를 후련하게 설욕했다. 무결점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앞세운 정현의 끈질긴 수비 앞에 호주오픈 6회 정상을 포함해 메이저 대회 12회 우승에 빛나는 조코비치는 실수를 쏟아냈다. 8강 진출로 약 3억7000만 원의 상금을 확보한 정현은 24일 세계 97위 테니스 샌드그런(미국)과 맞붙게 돼 4강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만날 수 있다. 완벽한 ‘언더도그(Underdog·약자)의 반란’이었다. 2년 전 경기 도중 정현의 굿샷에 박수까지 보냈던 조코비치의 여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서브 난조에 허덕인 조코비치는 경기 내내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플레이가 뜻대로 되지 않자 수건으로 얼굴을 뒤집어쓰며 답답해하기도 했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낸 정현은 좌우 코너를 파고드는 예리한 스트로크로 2세트마저 따낸 뒤 3세트 만에 경기를 마무리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사이드라인을 파고드는 패싱샷이 일품이었다. 정현이 10개의 패싱샷을 치는 동안 조코비치는 단 3개에 그쳤다.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 6개월을 쉰 조코비치는 이날도 통증을 호소하며 더블폴트 9개를 기록했다. 경기 후 조코비치는 “정현은 오늘 톱10 선수의 플레이를 펼쳤다. 위기나 승부처에서 믿을 수 없는 샷을 구사했다. 얼마나 더 발전할지 모르겠다”고 극찬했다. 조코비치는 “코트에서 그는 마치 벽과도 같았다. 2년 전과 비교해 육체적으로 성장했지만 큰 경기들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성장한 것을 느꼈다. 오늘은 약점이 아니라 장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발걸음을 떼면서부터 형과 아버지를 따라나선 테니스 코트가 놀이터였던 정현은 6세 때 심한 약시 치료에 도움이 될까 싶어 라켓을 잡았다. 그가 두꺼운 안경을 쓰고 코트에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남자 복식 금메달을 땄다. 약점인 서브와 포핸드 문제로 슬럼프에 빠져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까지 포기했던 그는 지난해 재기에 시동을 건 뒤 연말 세계 테니스 유망주들이 출전한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넥스트 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이번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김종석 kjs0123@donga.com·김재형 기자}

정현(22·한국체대)이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진출했다. 그것도 지난 수년간 코트를 지배했던 노바크 조코비치(31·세르비아)를 꺾고 한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썼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전 세계 1위 조코비치(세계 14위)를 3시간 21분 만에 3-0(7-6, 7-5, 7-6)으로 누르는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이로써 정현은 한국 테니스 선수로는 그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메이저 대회 8강 무대를 밟게 됐다. 정현에 앞서 한국 선수는 1981년 US오픈 이덕희(여자단식), 2000년과 2007년 US오픈 이형택이 16강까지 올랐을 뿐이다. 정현은 2016년 이 대회에서 당시 세계 1위 조코비치를 1회전에서 만나 1시간 55분 만에 0-3(3-6, 2-6, 4-6)으로 당한 완패를 후련하게 설욕했다. 무결점 그라운드 스트로크를 앞세운 정현의 끈질긴 수비 앞에 호주오픈 6회 정상을 포함해 메이저 대회 12회 우승에 빛나는 조코비치는 실수를 쏟아냈다. 8강 진출로 약 3억7000만 원의 상금을 확보한 정현은 24일 세계 97위 테니스 샌드그린(미국)과 맞붙게 돼 4강까지 노리게 됐다.정현의 아버지 정석진 씨는 테니스 선수였으며 형 정홍 역시 테니스 선수다. 6세 때 라켓을 잡은 정현은 심한 약시로 어려서부터 안경을 써야 하는 역경을 극복했다. 물리치료사 출신 어머니 김영미 씨는 아들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뒷바라지를 다했다. 이날 정현은 자신을 응원 온 테니스 가족과 승리의 감격을 누렸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정현(22·한국체대)이 한국 테니스 사상 아무도 가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은 20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3회전에서 세계 4위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에게 3-2(5-7, 7-6, 2-6, 6-3, 6-0)로 역전승했다. 3시간 22분 만의 접전을 승리로 마무리한 그에게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한국 선수 첫 호주오픈 16강 진출이다. 한국 선수는 1981년 US오픈 이덕희(여자단식), 2000년과 2007년 US오픈 이형택이 16강까지 오른 적이 있지만 8강 진출에는 모두 실패했다. 정현 앞에는 전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사진)가 버티고 있다. 팔꿈치 부상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 코트를 떠나며 세계 14위까지 밀리긴 했지만 경력만 따지면 여전히 정현과 비교하기 힘든 거물이다. 정현은 22일 16강전을 치르는 조코비치와 2년 전 이 대회 1회전에서 맞붙어 0-3으로 완패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20일 “정현은 차세대 주자 중 한 명이다. 탄탄한 체격을 갖췄고 약점을 찾기 힘들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정현은 “롤모델 가운데 한 명인 위대한 선수를 다시 만나게 돼 영광이다. 호주오픈 첫 출전이었던 2년 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약점이던 체력을 보강했고, 평소 드물던 역전승이 늘었을 만큼 정신력이 강해졌다. 과감한 네트플레이도 돋보인다. 새롭게 호흡을 맞추는 네빌 고드윈 코치의 조언으로 서브가 강한 선수를 맞아서도 여유를 찾는 요령도 키웠다. 정현은 16강 진출로 24만 호주달러(약 2억1000만 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성지현(27)이 여자 실업팀 MG새마을금고를 떠나 인천국제공항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 세계 랭킹 6위 성지현은 최근 인천국제공항과 3년 계약을 마쳤다. 계약금은 대한배드민턴협회 상한선인 1억5000만 원에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국제대회에 출전 중인 성지현은 19일 “좋은 팀에서 뛰게 돼 기쁘다.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모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신다”고 말했다. 200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성지현은 단식 에이스로 주요 국제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성한국 전 대교 감독과 김연자 한국체대 교수도 모두 배드민턴 국가대표 출신인 셔틀콕 2세다. 지난해 코리안리그에서 우승한 인천국제공항은 성지현과 함께 다음달 한국체대를 졸업하는 기대주 김효민과 여고 랭킹 1위 심유진(충주여고)까지 영입해 전력을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은 남자 단식 세계 랭킹 5위 손완호와도 입단 사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안재창 인천국제공항 감독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한 만큼 올해 기대가 크다. 남자 팀도 함께 도약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스타 성지현(27·사진)이 여자 실업팀 MG새마을금고를 떠나 인천국제공항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 세계 랭킹 6위 성지현은 최근 인천국제공항과 3년 계약을 마쳤다. 계약금은 대한배드민턴협회 상한선인 1억5000만 원에 억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지현은 19일 “좋은 팀에서 뛰게 돼 기쁘다.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2009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성지현은 단식 에이스로 주요 국제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지난해 코리안리그에서 우승한 인천국제공항은 성지현과 함께 한국체대를 졸업하는 기대주 김효민과 여고 랭킹 1위 심유진(충주여고)까지 영입해 전력을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 인천국제공항은 남자 단식 세계 랭킹 5위 손완호와도 입단 사인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