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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나 국가에는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 그림자, 부(負)의 부분과 함께 살아가는 길을 인내심 있게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7)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안데르센문학상을 받으며 역사수정주의와 배외주의(排外主義·외국의 문화와 사상을 배척하는 것)를 경계하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안데르센의 탄생지인 오덴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그림자의 의미’라는 제목의 영어 연설을 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연설에서 그림자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다가 결국은 자신의 주인을 살해한다는 내용인 안데르센의 작품 ‘그림자’를 인용해 “우리는 때로 그림자로부터 눈을 돌리려고 하고 무리하게 이를 없애려 한다”고 말했다. 또 “밝고 빛나는 부분이 있으면 이와 균형을 맞추는 어두운 면이 있다. 가끔은 자신의 어두운 면과 맞서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그림자는 언젠가 더 강대한 존재가 돼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림자에 직면해야 하는 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담을 높게 쌓아도, 아무리 엄격하게 외부인을 배제해도, 유리한 쪽으로 역사를 다시 쓰더라도 결국은 우리 자신을 다치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무라카미는 ‘그림자’와 ‘담’이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민자 배척 문제 등 세계정세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과거사를 왜곡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역사수정주의 움직임과 혐한 시위를 일삼는 일본 내 극우세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놨다. 안데르센문학상은 2007년에 만들어졌으며 ‘해리포터 시리즈’로 알려진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 ‘악마의 시’를 쓴 인도 출신의 영국 작가 살만 루슈디 등이 이 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는 이번 수상으로 상금 50만 크로네(약 8500만 원)와 미운 오리 새끼 동상을 받았다. 무라카미는 지난해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이)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국의 마음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고 (상대국이) 말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사죄에 인색한 일본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2009년 이스라엘 최고 문학상인 예루살렘상 수상 연설에서는 “만일 높고 단단한 벽과 그에 부딪치는 달걀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의 편에 설 것”이라며 이스라엘을 비판했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29일 촛불시위를 기점으로 해외 언론 보도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AP, AFP통신 등은 촛불을 든 시민들이 ‘누가 진짜 대통령이냐’, ‘박근혜 퇴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여했다며 “경찰 추산 1만2000명이 모여 최근 몇 개월 사이 서울에서 열린 반(反)정부 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라고 긴급 타전했다. 로이터통신도 “화난 국민들은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고 정부를 잘못 운영했으며, 이로 인해 국정을 이끌 권위를 상실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9일(현지 시간) ‘커져 가는 추문으로 붕괴 직전까지 몰린 한국 대통령직’이란 장문의 기사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조차 위협받는 최대 위기에 몰렸다고 분석했다. WP는 그 추문은 비선 실세, 정실 인사, 부정 이익 취득, 섹스 스캔들의 조짐까지 ‘막장 드라마(soap opera)’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한국의 라스푸틴’과 ‘팔선녀(eight fairies)’ 같은 미신적 요소까지 등장한다고 꼬집었다. 24일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전하며 비선 실세로 지목받은 최 씨 문제를 처음 보도했던 뉴욕타임스(NYT)는 27일 최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자세히 보도했다. 특히 최 씨를 ‘무당 점쟁이(shaman fortuneteller)’로 비난받는 ‘그림자 조언자(shadowy adviser)’라고 전하며 그가 ‘한국의 라스푸틴’으로 비난받은 최태민 씨의 딸이라는 점에서 한국민의 분노가 더 크다고 전했다. 중국의 런민일보 해외판은 29일 “박 대통령이 취임 이래 최대 정치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하면서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도 어려움을 맞게 됐다고 주장했다. 런민일보는 한국 국방대 전략연구소 관계자를 인용해 “사드 배치에 대해선 한국 국내에서도 일부 반대 의견이 있고 최근까지 시위가 계속됐다”며 “(최순실 사태가) 중장기 관점에서는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 측근은 이날 마이니치신문에 “박근혜 대통령은 말을 하면 지키는, 믿을 수 있는 정치가다. 이번 위기는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현 정권의 국정동력이 떨어질 경우 위안부 합의 이후 한일관계 회복세를 이어나가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발언이다. NHK는 “일본 정부 내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정치 이슈로 들썩거리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금 애니메이션 한 편 때문에 열도 전체가 떠들썩하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 감독의 신작 ‘너의 이름은’이 그 주인공이다. 8월 말 개봉했는데 관객이 벌써 1000만 명을 넘었다. 흥행 수입은 24일 현재 ‘아바타’를 제치고 역대 9위를 기록 중이다. ‘애니메이션의 신’으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작품을 빼면 역대 애니메이션 중 최고다. 작품의 배경이 된 지역마다 ‘성지순례’를 온 팬들이 몰려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다. 신카이 감독은 과거 애니메이션을 발표할 때 동명의 책을 출판하곤 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개봉 직전 같은 제목의 책(사진)을 펴냈다. 영화가 크게 성공한 덕분에 책 역시 100만 권 이상 팔리며 대박이 났다. 책의 줄거리는 애니메이션과 거의 같다. 도쿄에 사는 남자 고등학생 다키는 어느 날 갑자기 기후(岐阜) 현 이토모리 마을에 사는 여고생 미쓰하와 수시로 몸이 바뀌게 된다. 도쿄를 동경하던 시골 여고생 미쓰하는 카페에서 제멋대로 비싼 음식을 시켜 먹기도 하지만, 다키가 동경하던 오쿠데라 선배와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등 도움도 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몸이 바뀌는 일이 중단되고, 미쓰하를 찾아 나선 다키는 이토모리가 3년 전 운석 충돌로 사라진 마을이라는 걸 알게 된다. 이 작품은 1200년 만에 찾아오는 혜성을 재앙으로 설정했지만 작품을 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떠올리게 된다. 하늘이 무너지느냐 땅이 꺼지느냐의 차이는 있지만 예상치 못한 재앙이 평화롭게 살던 이들을 덮친다는 점이 닮았기 때문이다. 신카이 감독은 “대지진 때 내가 했던 기도와 바람이 이뤄지는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의 기록적인 흥행도 이 작품이 5년 전 대재해의 ‘진혼곡’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스비(結び)’다. 신사의 무녀(巫女)인 미쓰하의 할머니가 강조하는 이 단어는 이어짐, 매듭 등을 뜻하는데 미쓰하의 머리끈, 혜성의 꼬리, 시간의 흐름 등으로 작품 속에서 계속 변주된다. 그리고 결국 인간은 누구나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져 있다는 작품의 주제에 닿는다. 책과 영화의 차이도 있다. 내용은 책이 더 자세하다. 머리끈의 숨겨진 의미, 미쓰하가 도쿄에 다녀온 뒤 머리를 자른 이유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다만 책의 결정적인 약점은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신카이 감독의 뛰어난 영상미를 즐길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영화를 보지 않고 책만 읽으면 비현실적이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신카이 감독 자신은 영화와 책이 ‘상호보완적’이라고 밝혔다. 또 책 후기에서 “소중한 사람이나 장소를 잃고도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들, 아직 만나지 못한 무언가를 언젠가 반드시 만나리라 믿고 손을 내미는 이들의 이야기를 화려한 영상과 별개로 절실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며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정부가 27일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논의를 재개키로 하면서 중국에도 GSOMIA 체결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소식통은 28일 “정부가 27일 주한 중국대사관 무관부를 통해 GSOMIA 체결을 제안했다”며 “아직 중국에서는 반응이 없다”고 전했다. 한국과 중국은 국방부 차관급 회의체인 한중 국방전략대화 등으로 일반적인 대북 정보에 한해 대화하고 있으며 북한 핵 및 탄도미사일에 대한 군사기밀 등을 주고받는 협정이나 약정은 체결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12년 7월에 열린 제2차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처음으로 중국에 GSOMIA 체결을 제안했지만 중국은 당시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4년여 만에 중국에 GSOMIA 체결을 다시 제안한 것은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는 단계에까지 올라섰고,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의 실전 배치가 코앞까지 온 만큼 대북 정보 수집량을 늘려 효과적인 군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탐지 거리 5500km 이상의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를 4대 이상 운용하는 등 북한을 비롯한 주변국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과 GSOMIA가 체결되면 중국이 수집한 양질의 인적 정보(휴민트)까지 활용할 수 있어 북한 내부 동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27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5차 중-러 동북아안보대화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비판했다. 이런 기류는 중국이 한국의 GSOMIA 체결 요청에도 부정적으로 나올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국방부 실무자들도 최근까지 GSOMIA에 대해 일절 검토한 바 없다고 하더니 지금 이 시점에 발표하는 건 국면 전환용 카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에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할 때부터 정보 공유의 필요성이 커져 내부 논의 끝에 발표한 것이지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또 한 장관은 한일 간 GSOMIA 체결은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필요한 군사 정보를 주고받는 일에 관한 협정일 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국회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GSOMIA 논의 재개를 제안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상황에서 실제 협정 체결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박 대통령이 12월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위해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며 “(방일에) 부담되지 않도록 11월 중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10월에 논의 재개를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순실 사태’를 거론하며 “(문제는) 국내 반대 의견을 무릅쓰고 강행할 체력이 박근혜 정권에 있는지 여부”라는 외무성 간부의 발언을 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한국 미국 일본 3국은 27일 도쿄(東京)에서 외교차관 협의를 갖고 독자 제재를 포함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3국은 또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응징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가 나올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도쿄 외무성 이쿠라(飯倉) 공관에서 회의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정은 정권이 비핵화 협의에 성의 있게 임할 때까지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날카롭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외에 다른 선택을 못 하게 할 것”이라며 “기존 안보리 결의의 빈틈을 메울 수 있도록 새로운 요소가 포함된 신규 결의 채택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와 북한 인권 문제가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북한의 위협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고 있어 이제까지와는 다른 대응을 해야 한다”며 “모든 나라가 안보리 결의를 전면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독자 제재에 대해선 “안보리 결의를 지켜보면서 한국,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타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기야마 차관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수 주일이 걸렸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 100점은 아니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결의를 내자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말해 조만간 안보리 결의가 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일 3국 협의를 마친 블링컨 부장관은 28일 서울을 거쳐 29일 중국을 방문한다. 한국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블링컨 부장관이 베이징에 가기 전에 미국의 동맹국들이 모여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중국을 겨냥해) 궐기대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을 위한 논의를 재개한다고 27일 공식 발표했다. 국방부는 이날 “어느 때보다 심각해진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일본과 직접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12년 6월 밀실 처리 논란으로 무산된 지 4년 4개월 만에 논의가 재개되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전 배치 수순에 들어가고 4, 5차 핵실험을 거치며 핵무기 완성도를 높임으로써 기습 핵공격 가능성이 커진 만큼 GSOMIA 체결을 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 2012년 6월 29일 GSOMIA 서명식을 50분 남기고 체결을 연기했다. 당시 “과거사 및 독도 영유권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일본과의 협정을 밀실 추진했다”는 여론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국방부는 2012년에 이미 협정의 목적, 군사비밀정보 보호의 원칙 등을 21조에 걸쳐 담은 합의문을 완성해 둔 상태고, 북한의 핵무기 완성에 가속도가 붙은 만큼 가급적 빨리 협정을 체결할 방침이다. 현재 한일 양국은 직접적인 정보 교환 대신에 2014년 12월 발효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에 의거해 미국을 매개로 북핵 및 탄도미사일 관련 정보만 공유하고 있다. 북핵 및 미사일 관련 정보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탐지해야 하는 ‘시간과의 전쟁’이지만 미국을 거쳐야 하는 탓에 신속한 정보 공유가 어려웠다. 일본은 지상의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의 0.4m급 광학위성 4대와 야간레이더위성 2대 등 북한을 빈틈없이 감시하는 정찰위성을 6대나 보유하고 있다. 또 2021년까지 해상도 0.25m급 고성능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GSOMIA가 체결되면 일본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자산으로 수집한 북한 잠수함 동향 및 무기 개발 수준 관련 정보, 탄도미사일 탄착지점 정보는 물론이고 대북 인적정보(HUMINT·휴민트)를 활용한 북한 내부 동향 정보까지 신속하게 제공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협의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기야마 신스케(杉山晋輔)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일본 기자들과 만나 “(2012년에) 서명 직전까지 갔던 것이기 때문에 제로부터 협상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12월 초 일본에서 열릴 가능성이 있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협상을 타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아베 신조일본 총리가 2021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집권 자민당이 현재 최대 6년인 총재 임기를 9년까지 늘리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아베 총리가 2021년 9월까지 물러나지 않고 일본을 이끌면 재임 기간이 10년으로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된다. 현재 자민당에는 아베 총리에게 맞설 인물이 없어 2021년까지 재임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자민당은 26일 당 정치제도개혁실행본부 회의를 열고 현재 ‘연속 2기 6년’으로 제한돼 있는 총재 임기를 ‘연속 3기 9년’으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당칙을 개정하기로 했다. 2012년 자민당 총재가 된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최대 6년 규정에 따라 아베 총리 임기는 당초 2018년 9월에 끝나게 돼 있었으나 당칙 개정에 성공하면서 3년 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당칙 개정은 내년 3월 당 대회에서 공식 확정된다. NHK는 “회의는 반대 의견이 나오지 않고 끝났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5년 뒤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된 아베 총리는 자신의 숙원인 평화헌법을 고쳐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드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 없이는 ‘전후 체제(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으로서 받아들인 평화헌법 체제)’ 탈피가 불가능하다는 게 아베 총리의 인식이다. 아베 총리는 또 자신이 유치한 2020년 올림픽도 치를 수 있게 됐다. 자민당은 이달 초 총재 임기를 ‘연속 3기 9년’으로 연장하거나 연임 제한 규정을 철폐하는 방안 등 두 가지를 검토하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에게 판단을 일임하기로 했다. 고무라 부총재는 이날 ‘3기 9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임기 한도를 없애도 되지만 ‘3기 9년’ 쪽이 여론의 이해를 얻기 쉽다”고 말했다. 임기 한도를 없앨 경우 지나치게 독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정부가 육아휴직 기간의 일정 부분을 아버지에게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파파쿼터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남성들도 육아 책임을 나눠 갖도록 해 여자 직원의 직장 이탈을 줄이고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일본 정부는 또 현재 최대 1년 6개월까지 가능한 육아휴직 기간도 2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 신문은 “여성이 육아휴직으로 1년 반을 쉰 뒤 연장을 희망할 경우 휴직기간을 2년으로 늘려 주는 대신 남성에게 3개월 또는 6개월을 의무 할당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육아휴직 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이지만 보육시설을 찾지 못한 경우에 한해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후생노동성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높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까지 논의한 뒤 내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지난해 일본 여성의 육아휴직률은 81.5%였지만 남성은 2.65%에 불과했다. 이 같은 큰 격차는 남성의 육아휴직을 용인하는 기업문화가 갖춰지지 않은 데다 사회 분위기도 조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육아휴직 기간을 2개월 연장해 주지만 이용률은 미미한 편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사진)이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해 양국의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필리핀 어민의 조업이 재개돼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정한 국제중재재판소 판결에 대해서도 “중국 지도부와 이견이 있었다. 지금은 판결을 거론하지 않지만 언젠가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중 기간에 중국은 위대한 국가라며 우호를 강조하고 미국과는 결별을 선언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3일 태풍 피해 지역인 카가얀 주 투게가라오에서 한 연설에서 “중국이 자국 어민들에게도 어족 보호 등을 위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를 떠나라고 했다지만 약속을 지킬지 알 수 없다”며 “스카버러에서 조업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며칠 더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중국은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던 스카버러 암초를 2012년 강제 점유했다. 이에 대해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4일 ‘두테르테 대통령이 귀국 후 변검(變검·순간적으로 가면을 바꾸는 전통 공연) 하느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당혹감을 보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미중 간에 양다리를 걸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잇단 탈미친중(脫美親中) 발언에 놀라 필리핀으로 급파된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는 이날 필리핀의 외교 당국자들과 만난 뒤 AP통신 등에 “필리핀은 여전히 가깝고 신뢰하는 동반자”라고 밝혔다. 이어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에 미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당혹스러웠고 두테르테 정권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며 “필리핀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마약 척결 과정에서 벌어지는) 무분별한 즉결 처형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혀 두테르테 대통령이 껄끄러워하는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지난주 중국 국빈방문을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친밀감을 쌓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25일부터 사흘간 일본을 방문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대면한다.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과 반대 입장인 일본 정부는 두테르테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경제협력 확대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새누리당은 24일 박근혜 대통령의 깜짝 ‘개헌 카드’에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까지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나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 진영 모두 판 흔들기를 내심 기대하던 터였다. 그러나 이날 저녁 최순실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에 받아 일부 수정했다는 의혹이 방송 보도를 통해 제기되면서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달라졌다. 개헌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수그러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왔다.○ 친박 지도부 ‘개헌 드라이브’ 이정현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당 대표가 되고 나서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회동할 당시 대통령과 잠깐 독대하는 시간에 개헌에 대한 건의 말씀을 드렸고, 그 뒤에도 여러 차례 개헌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당청 간 사전 교감 속에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이 나왔음을 강조했다. 여권 주류는 개헌을 통해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고 야권을 교란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수시로 “내년 대선 때까지 중도 보수와 급진 진보 세력이 헤쳐 모이는 정계 개편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개헌 추진을 염두에 두고 중도 보수의 호남 세력까지 포괄하는 새누리당 중심의 정계개편론을 펴온 것이다. 친박계인 조원진 최고위원도 “정부에서 개헌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야당은 ‘개헌 대 반(反)개헌’ 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며 “정치 빅뱅도 가능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은 “지금까지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돼 있으니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됐으면 좋겠다”며 힘을 실었다. ○ 김무성 “애국의 결단”, 유승민 “블랙홀” 온도차 비박 진영 중에선 김무성 전 대표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정권이 출범한 이후 오늘이 제일 기쁜 날”이라며 박 대통령의 개헌 추진 공식화를 ‘애국의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내년 4월 12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가 함께 이뤄지는 게 최적”이라고까지 했다. 김 전 대표의 한 측근은 “협치와 연정을 기반으로 한 분권형 개헌으로 가면 정치를 잘하는 인물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며 “김 전 대표에게 (대선 주자의) 여지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은 “개헌 논의는 국민과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서는 국민이 그 의도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정부마저도 개헌이라는 ‘블랙홀’에 빠지면 국민과 국가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에서도 유일호 경제부총리에게 “부총리가 대통령에게 경제 위기를 보고해서 북핵이니 개헌이니 이런 것만 하지 말고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라는 건데, 보고할 시간도 잡지 못하느냐”며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꼬락서니)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반전을 꾀하는 다른 주자들도 서둘러 입장을 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일본 도쿄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리빌딩 차원에서 개헌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권력구조 개편에만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개헌을 내세우고 ‘늘푸른한국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 헌법으로 대선을 치르면 대선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분권형 개헌은 반기문 맞춤용? 여권의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개헌에 대해 아직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이 없다. 다만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맡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이 이뤄질 경우 외교·안보에 강한 반 총장이 더욱 강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 친박계 일각에선 공공연히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전제로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론’이나 ‘반기문-안철수 연대론’을 거론하고 있다.홍수영 gaea@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24일 도쿄(東京)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대한민국 리빌딩 차원에서 환영한다"면서도 "국면을 넘기기 위한 차원의 개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최순실 우병우 의혹을 단호히 처리해야 국면 전환용이 아니라고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쿄대 강연 등을 위해 23, 24일 일본을 찾았다. 남 지사는 "대통령께서 개헌 논의를 하자고 이렇게 빨리 말씀하실 줄 몰랐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뒤 "앞으로 1년간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대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개헌 절차에 대해서는 "이번 대통령 임기 내 하는 것도 방법이고 대선 후보가 각자 개헌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후보의 안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내용에 대해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좋을 것"이라며 "다만 대통령이 내각 구성을 정당의 득표수에 따라 배분하는 협치형 대통령제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또 "개헌 전에 국회의원을 뽑는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며 "권력을 가진 사람이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오픈프라이머리(국민경선) 도입을 논의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이어 "개헌이 권력 나눠먹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면 안 된다"며 "국민의 직접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수도 이전에 대한 내용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이날 오후 도쿄대에서 특강을 갖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돈이나 법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 지도자들의 따뜻한 사과 한마디가 필요하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등 지도자들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제1야당 민진당을 이끌고 있는 렌호(蓮舫·49) 대표는 17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평화헌법 개정 시도에 대해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해 국민투표에 부쳐지면 국민과 함께 당당하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개헌세력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국회 통과를 막지 못할 경우 국민투표 단계에서라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평화헌법의 핵심인 9조(전쟁과 군대 보유 금지)는 일본 평화주의의 이념이라며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단언했다. 지난달 대표 선거 승리로 제1야당의 당수가 된 렌호 대표는 이날 도쿄(東京) 당사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아베 정권에 맞서는 각오를 밝혔다. 또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 등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광고 모델, 뉴스 앵커를 거쳐 2004년 정계에 입문한 렌호 대표는 뛰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 논리 정연한 언변 등을 두루 갖춰 일본 내에서 ‘스타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가 대표 취임 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국회에서 날카로운 질의로 여러 차례 아베 총리와 각료들을 추궁해 ‘아베 저격수’로도 불린다. 렌호 대표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 “양국은 오랜 역사에서 문화적 인적 교류를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아베 정권이 들어선 후 일시적으로 냉각된 시기가 있었지만 민간 및 외교 차원에서 한층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헤이트 스피치(혐한 시위), 와사비 테러 등 일각에서 일고 있는 혐한 움직임에 대해선 “일부 분별없는 이들이 저지른 일이 부각돼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2001년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 씨 얘기를 꺼내며 “한국의 용기 있는 청년의 행동이 당시 많은 일본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양국의 신뢰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간 그의 눈이 촉촉해졌다. 렌호 대표는 지난해 말 양국 정상이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외교 이슈를 정치 문제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국 정상의 합의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총리 명의로 위안부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는 한일 시민단체의 바람에 대해 아베 총리가 최근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편지 문제를 포함해 합의 내용을 진행하는 도중에 과거의 감정적인 부분이 나타나더라도 착실히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사람이 정치가였으면 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정권이 2014년 스톡홀름 합의로 대북 제재 완화를 결정한 것을 비판하며 “일본은 북한에 더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 (동시에) 6자회담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자각하도록 한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이 40%를 넘나드는 것에 비해 민진당 지지율은 10% 안팎이다. 그의 당선에는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도쿄에 출마해 전국 최다 득표를 기록한 ‘개인적 인기’를 바탕으로 민진당을 다시 일으켜 달라는 당원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그는 “대안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일본의 민주주의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계속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마지막 질문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묻자 그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고 친한 정치인도 있다”며 “중요한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조만간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정부가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일부 또는 전부를 러시아와 공동 통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복수의 양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쿠릴 열도는 러-일 간 영유권 분쟁 대상으로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4개 섬 중 하보마이(齒舞)와 시코탄(色丹)을 러시아로부터 반환받고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國後)와 이투루프(에토로후·擇捉)는 양국이 함께 통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대신 러시아가 원하는 경제 협력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1956년 일본-소련 공동선언에서 약속한 대로 러시아가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반환하면 나머지 2개 섬에 대해선 시정권(입법 사법 행정권) 일부를 행사하는 수준에서 만족하겠다는 것이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강한 시정권을 확보한다는 조건하에 4개 섬 전부나 3개 섬(하보마이, 시코탄, 쿠나시르)을 공동 통치 대상으로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측근은 공동 통치 안에 대해 “무승부로 해결하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의향을 고려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12월 15일 야마구치(山口) 현에서 열릴 예정인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합의안을 도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신문은 “푸틴 정권은 경제협력 진전에 따라 받아들일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정상이 공동 통치에 합의하더라도 경찰권과 재판권을 누가 어떻게 행사할지, 어떤 법률을 적용할지, 경제권을 어느 정도 보장할지 등 조율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 미일안보조약의 대상이 되는지 등 미묘한 문제들도 있다. 이 때문에 실무 협상과 입법 작업이 최소한 몇 년은 걸릴 것이란 예상이 많다. 쿠릴 4개 섬은 1905년 러일전쟁 승리로 일본이 차지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이 점령했다. 현재 1만7000여 명의 러시아인이 살고 있다. 두 정상이 영토 문제 해결안에 합의하면 평화조약 체결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양국 관계가 진전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발화 가능성을 우려해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의 항공기 반입을 금지하는 항공사들이 늘고 있다. 일본 항공사 전일본공수(ANA)는 15일 저녁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갤럭시 노트7에 내장된 리튬 이온 전지가 발화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토교통성 항공국의 지시에 따라 해당 제품의 항공기 운송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항공(JAL)도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국토교통성, 미국 연방항공청(FAA). 미국 연방교통부(DOT)의 지시에 따라 안전대책이 강구될 때까지 항공기 반입 및 수하물 접수를 받지 않겠다"며 "배터리를 분리한 상태에서도 운반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 항공사들은 갤럭시 노트7을 보유한 승객에게 전원을 끄도록 안내했지만 반입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다. 외신에 따르면 에어아시아(말레이시아), 싱가포르항공(싱가포르), 콴타스항공(호주), 에미레이트항공(UAE), 버진 애틀랜틱(영국), 에어뉴질랜드(뉴질랜드) 캐세이퍼시픽 항공(홍콩), 에어베를린(독일), 핀에어(핀란드) 등도 갤럭시 노트7의 기내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 교통당국이 14일(현지 시간) 갤럭시 노트7의 기내반입 전면 금지를 공표한 후 유사한 조치가 전 세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정부가 아키히토(明仁·83) 일왕의 뒤를 이을 나루히토(德仁·56) 왕세자의 대관식과 왕위 계승 행사를 2018년 11월에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내년 중 왕위 계승 관련 규정인 왕실전범을 개정한 후 내후년 11월 왕세자가 왕위를 계승하고 처음 여는 추수감사 제사 '다이조사이(大嘗祭)'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신문은 "행사 준비에 1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 정기국회에서 왕실전범 개정 등 법 정비를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왕위 계승을 대내외에 알리는 '즉위(卽位)의 예'는 그 직전에 열릴 전망이다. 아키히토 일왕도 올해 8월 국민들에게 생전퇴위 의사를 밝히면서 '2년 후 즉위 30년을 맞이하게 된다'며 2018년을 생전퇴위 일정으로 제시했다. 일본 언론은 아키히토 일왕이 2010년 7월 궁내청 자문회의에서 '80세까지 업무를 수행하고 건강 문제가 생기기 전 양위하고 싶다'고 생전퇴위 의사를 처음 밝혔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은 섭정(왕을 대신해 임무를 수행하는 사람)을 두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일왕은 난색을 보였다. 공무를 줄이며 왕위를 이어가는 방안에도 부정적이었다. 도쿄신문은 "회의는 오후 7시부터 심야까지 이어졌다"고 전했다. 당시 일왕은 2003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고 2008년 호르몬 치료 부작용으로 골다공증에 이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은 후였다. 생전퇴위에 대한 일왕의 강한 의사를 확인한 궁내청은 이후 내부적으로 역대 일왕의 사례와 유럽의 왕실 사례 등의 자료를 모아 검토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일왕의 생전퇴위 발표문 원안을 만들고 내용과 형식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일왕이 지난해 8월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행사 순서를 헷갈리고 이후 건강이상설이 표면 위로 떠오르면서 논의 속도가 빨라졌다. 17일에는 일왕의 생전퇴위 문제를 논의하는 전문가들의 첫 회의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참석하는 가운데 열린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정부가 올해 유네스코에 내기로 한 44억 엔(약 480억 원) 규모의 분담금 등을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중국 등의 시민단체들이 추진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민당 회의에서 현 시점에서 (유네스코)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다. 앞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이 아직 내지 않은 돈은 분담금 38억5000만 엔(약 420억 원)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복구비 등으로 약정한 5억5000만 엔(약 60억 원)이다. 아사히신문은 “지금까지 외무성은 매년 4, 5월에 분담금을 납부해 왔다”며 “10월까지 내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유네스코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고 있는 일본이 돈을 내지 않으면 유네스코 재정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분담률 2위인 일본보다 더 많은 분담금을 내야 하지만 2011년 10월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인정한 것을 이유로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일본의 의도적인 분담금 미납을 놓고 올 5월 한국 중국 네덜란드 등 8개국 시민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 2744건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일본이 분담금을 무기로 내세워 이를 저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을 때도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당시 “분담금 납부 중지를 포함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일본은 또 자국에 불리한 자료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심사 과정도 바꾸려 하고 있다. 복수의 국가가 관련된 사안의 경우 등재 심사 과정에서 관련국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자료 등재 과정에서 일본 측 주장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도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정부가 올해 유네스코에 내기로 한 44억 엔(약 480억 원) 규모의 분담금 등을 아직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저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자민당 회의에서 현시점에서 (유네스코)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다. 앞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이 아직 내지 않은 돈은 분담금 38억5000만 엔(약 420억 원)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복구비 등에 약정한 5억5000만 엔(약 60억 원)이다. 아사히신문은 "지금까지 외무성은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인 매년 4~5월에 분담금을 납부해 왔다. 10월까지 내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올 5월 한국 중국 네덜란드 등 8개국 시민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관련 자료 2744건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신청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분담금 납부를 무기로 이를 저지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중국이 난징(南京) 대학살 관련 자료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을 때도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유네스코 분담금 납부 중지를 포함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일본은 현재 복수의 국가가 관련된 사안의 경우 등재 심사과정에서 관련국 의견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자료 등재 과정에서 일본 측 주장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에 이어 유네스코 분담률이 2위(9.6%)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2011년 10월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인정한 후 미국이 분담금 납부를 중지해 이후 일본이 가장 많은 돈을 내 왔다. 일본이 분담금 납부를 중단할 경우 분담율 1, 2위 국가가 모두 돈을 내지 않는 것이어서 유네스코 재정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게 고추냉이(와사비)를 2배가량 넣은 초밥을 제공해 ‘와사비 테러’ 논란을 일으킨 초밥집이 이번에는 고추냉이를 전혀 넣지 않은 초밥을 제공해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인터넷에는 ‘이치바(市場) 즈시’ 난바점에서 한국인이 초밥을 주문하면 고추냉이를 전혀 넣지 않고 준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고추냉이를 왜 넣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직원은 “한국인들이 넣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이 초밥집 관계자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추냉이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 보니 외국인에게는 초밥에 고추냉이를 전혀 넣지 않는 대신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며 “이는 최근 본사 방침으로 한국인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이든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호를 물어보지도 않고 고추냉이를 완전히 빼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사카에서는 이달 초 여행을 왔던 14세 한국인 남학생에게 일본인 남성이 발차기 공격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혐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하태윤 주오사카 총영사는 “최근 고추냉이 논란과 관련해 오사카 지방정부에 ‘일본을 위해서도, 오사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유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에게 고추냉이(와사비)를 2배가량 넣은 초밥을 제공해 '와사비 테러' 논란을 일으킨 초밥집이 이번에는 고추냉이를 전혀 넣지 않은 초밥을 제공해 물의를 빚고 있다. 최근 한국의 인터넷에는 '이치바(市場) 즈시' 난바 점에서 한국인이 초밥을 주문하면 고추냉이를 전혀 넣지 않고 준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고추냉이를 왜 넣지 않느냐'고 물어보자 직원은 "한국인들이 넣지 말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이 초밥집 관계자는 1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고추냉이에 익숙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 보니 외국인에게는 스시에 고추냉이를 전혀 넣지 않는 대신 별도로 제공 중"이라며 "이는 최근 본사 방침으로 한국인뿐 아니라 어느 나라 사람이든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호를 물어보지도 않고 고추냉이를 완전히 빼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오사카에서는 이달 초 여행을 왔던 14세 한국인 남학생에게 일본 남성이 발차기 공격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는 등 혐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하태윤 오사카 총영사는 "최근 고추냉이 논란과 관련해 오사카 지방정부에 '일본을 위해서도, 오사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며 유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하다." 지난해 10월 13일 일본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츠리(당시 24세·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도쿄대를 졸업하고 일본 최대 광고기업 덴츠에 들어간지 반년이 지난 때였다. 그리고 두 달 뒤인 그해 크리스마스에 사택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카하시가 처했던 극단적 근무 환경은 어머니가 산업재해(이하 산재) 신청을 하면서 드러났다. 인터넷 광고 부서에서 자동차보험 등의 광고를 담당했던 그는 수습기간이 끝난 지난해 10월부터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부서 인원이 14명에서 6명으로 줄면서 휴일에도 출근을 해야 했고, 밤을 새는 일도 허다했다.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에만 잔업시간이 130시간에 달했다. 하지만 "잔업시간을 70시간 내로 하라"는 회사 방침에 따라 근무보고서에는 '69.9시간'으로 적어넣었다. 다카하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SNS를 통해 주변에 알렸다. 지난해 10월 14일에는 "자고 싶다는 것 외의 감정을 잃었다"고 썼고, 같은 달 21일에는 "벌써 (새벽) 4시다. 몸이 떨린다. 더 이상은 무리"라는 글을 남겼다. 하루 20시간 일한 날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상사의 폭언은 도를 넘었다. "너의 잔업은 회사의 낭비다"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는 등의 말을 들은 다카하시는 주변에 "매일 다음 날이 오는 게 무서워서 잠을 잘 수 없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회식 후에는 '반성회'가 열려 선배들로부터 심야까지 세세한 지적을 들어야 했다. 과로는 지난해 11월에 접어들며 우울증으로 번졌고 결국 크리스마스 날 아침 다카하시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살 직전 그의 수면 시간은 하루 2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어머니 유키미(53) 씨는 딸의 죽음을 과로사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했고 노동 당국은 지난달 말 "잔업시간이 월 100시간을 넘는 등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병이 생겼다"며 산재 인정 결정을 내렸다. 덴츠 측은 "사원의 자살에 대해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유키미 씨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딸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목숨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정부가 하루 빨리 기업에 대한 지도에 나서 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덴츠에선 1991년에도 2년차 사원이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다 못해 자살한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 내에서 상습적인 악덕 기업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다카하시의 산재 인정 사실이 알려진 이날 일본 후생노동성은 첫 '과로사 방지대책 백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지난해 1734시간으로 25년 동안 330시간 줄었다. 하지만 이는 파트타임 근로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지난해 일반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이보다 훨씬 긴 2026시간에 달했다. 정부가 정한 과로사 위험 기준인 '월 80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한 기업은 지난해 22.7%였으며 특히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44.4%에 달했다. 과로로 뇌출혈이나 심근경색이 발병했다는 산재 신청 건수도 연간 700~9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다. 과로사나 과로자살(미수 포함)이 산재로 인정된 경우는 지난해 189명이었다. 일본에서는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2014년 과로사 방지법이 시행됐고, 이에 따라 정부가 백서 발간 등 국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도쿄=장원재특파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