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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 큰 가치 속에서 화합하는 공화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 정신은 국민의 민생 향상을 위해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지양하고, 서로를 인정 존중하며 생산적인 실천방법을 찾는 중도실용주의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 공감한다. 그러나 시대착오적 이념에 매몰돼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부인하며 국민을 오도하는 세력까지 끌어안을 수는 없다.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 선조들은 민주공화제를 채택해 대한민국을 세웠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개방과 법치를 선택해 세계가 놀라는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었다.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그 원천이 되는 가치다. 북한도 이런 가치를 지향했더라면 오늘날 2400만 주민을 저토록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진 대한민국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다져야 하건만 이를 흔드는 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적화(赤化)통일 노선에 따라 남한에서 암약하다 잡힌 비전향 장기수와 빨치산을 추모하고 미화하는 행사에 학생들을 데리고 참가한 교사가 법원에서 무죄를 받는 세상이다. 사법부 일각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문제의 전교조 교사는 판단력이 미약한 어린 학생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비전향자와 만나게 했다. 경찰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현장에서 지키는 공권력의 집행자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집행 방해사범 2519명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 가운데 54%인 1352명의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법치에 대한 도전에 온정적인 것으로 비칠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질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목을 흉기로 찔러도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법원이 법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은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커다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대한민국 정체성이 지켜진다는 전제 아래서만 ‘조화’의 의미가 있다. 몰가치적 통합은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없지 않다. 우리 체제가 아닌 북한 체제 중심의 통일론을 들먹이는 세력마저 대승적 화합의 대상으로 삼을 순 없다. 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세력까지 끌어안기에는 국민적 비용이 너무 크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첫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14일 SBS TV ‘8시 뉴스’는 25개 기사 중 16개를 관련 기사로 보도했다. KBS와 MBC는 국민의 높은 관심에도 단신으로 처리하는 무시 전략으로 맞섰다. 지상파 3사의 볼썽사나운 행태는 SBS가 밴쿠버 올림픽 독점중계권을 7250만 달러에 사들이면서 불을 붙였다. 이 액수는 지상파 3사의 중계권 협약인 ‘코리아풀’에서 합의한 6300만 달러보다 950만 달러나 많다. 110억 원에 가까운 국부가 유출된 셈이다. SBS가 스포츠중계 시장을 독점하고 KBS와 MBC는 올림픽 보도를 외면함으로써 시청자는 채널선택권을 잃었다. 지상파 3사는 여러 참가국의 다양한 종목을 보여주지 못해 수준 높은 겨울 스포츠팬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SBS 홈페이지에는 ‘골고루 경기를 감상할 수 없어 올림픽 재미가 반감됐다’는 항의 글이 잇따라 오른다. KBS뉴스의 인터넷 게시판에도 “시청자를 볼모로 방송싸움 하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국민관심 행사 등에 대한 중계방송권자 또는 그 대리인은 일반 국민이 이를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방송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여야 한다’(방송법 76조 3항)는 규정이 무색하다. 일본은 공영방송인 NHK가 전체 경기의 절반가량을 중계하고 나머지는 민영 방송사들이 순번을 정해 방영한다. 독일은 하루에 열리는 모든 경기는 한 채널이 맡도록 해 시청자들의 혼란을 막는다. SBS는 2012년과 2014년(겨울), 2016년 올림픽의 중계권까지 사들여 이런 사태가 되풀이될 우려가 없지 않다. 고액의 독점 중계권료를 지불한 SBS가 지금에 와서 단독 중계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KBS와 MBC에 올림픽 뉴스보도를 위해 필요한 화면은 인색하지 않게 제공해주는 것이 도리다. 케이블 골프 전문채널 J골프는 작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0∼2014년 독점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공식적인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LPGA는 홈페이지에서 “투어 역사상 가장 많은 액수”라고 밝혔다. 이때는 SBS골프가 피해자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외화 낭비를 막고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전에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야 한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이 11일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를 지원하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이 없어 유럽 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그리스도 EU에 제출한 개혁안에서 공공분야 임금 삭감, 공공 복지지출 감축으로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로 줄이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 계획이 없어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리스가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것은 한마디로 정부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작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13%로 유로지역 평균 80%보다 훨씬 높다. 씀씀이를 줄이거나 생산성을 높였어야 할 텐데, 공공부문이 국가경제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대하고 비효율적이어서 그리스 경제의 재앙 요인이 되고 있다. 1974년 민주화 이후 36년 중 22년을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좌파이념의 정책이 득세한 탓이 크다. 그리스 재정의 대부분은 공공부문 임금과 연금으로 들어가 정부가 생산적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런데도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대신에 임금만 유럽에서 가장 가파르게 올렸다. 작년 10월 사회당은 공공부문 임금인상과 복지확대라는 포퓰리즘적 공공복지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정권을 탈환했다. 그리스 공공노조는 나라가 부도위기에 처했는데도 정부의 지출삭감 정책에 반발해 10일 총파업했고 24일에도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우리 일각에도 ‘선한 의도’를 지닌 정부가 공공지출을 확대해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공공부문 민영화는 흐지부지됐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복지지출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 경쟁을 벌인다. 작년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6%로 추계된다. 여기에다 공공기관 부채, 국가보증 채무,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까지 합치면 126.6%로 껑충 뛴다.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기업은 원래 상응하는 자산이 있기 때문에 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형식논리는 그렇더라도 공기업 경영이 방만해지면 종국엔 세금으로 뒷설거지를 해야 한다. 공공분야의 부실과 방만, 그들만을 위한 과다한 임금과 복지 혜택을 획기적으로 개혁해야 할 때다. 생산성으로 연결되지 않는 공공복지 포퓰리즘은 결국 나라와 국민을 수렁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그리스가 보여주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당헌에서 자유 평등 해방을 최고의 가치로 내걸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투쟁할 뿐만 아니라 당내에 민주주의를 엄격히 적용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한 이른바 진보 정당이다. 민노당은 또 어느 당보다 도덕성을 강조해왔다. 그런 당이 정당가입이 금지돼 있는 교사와 공무원들로부터 당비를 받은 것도 모자라 불법계좌를 만들어 100억 원 이상을 관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어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민노당 명의의 계좌에서 지난 3년간 100억 원이 넘는 자금이 선관위 등록 계좌로 흘러간 기록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민노당 오병윤 사무총장이 회계책임을 맡은 동안에만 55억 원이 출금됐고, 이 중 700만 원이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조합원들의 입금액이라는 설명이다. 선관위에 신고된 계좌를 통해서만 당비 등 정치자금을 관리하도록 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이다. 민노당은 조직적인 불법행위에 나섬으로써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조직적 모범’을 보여주겠다던 당헌을 스스로 어겼다. 경찰이 밝혀낸 총출금액과 전교조 전공노 조합원들이 낸 금액 간에 차이가 너무 커서 나머지 자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의문이다. 교사와 공무원 외에도 불법 당비를 내는 사람이 상당수 더 있거나, 당비 외의 불법자금을 모으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돼야 한다’고 정치자금법은 규정하고 있다. 민노당의 2008년 당비 수입은 68억8600만 원으로 민주당보다도 많았다. 당비의 상당액이 출처가 불투명하고 그것도 불법계좌로 받는 당이라면 국민의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민노당은 경찰의 합법적인 수사를 ‘정치탄압’ ‘공안수사’라고 주장하면서 수사 대상자들의 당원 가입이나 당비 납부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을 피해 인터넷 서버의 하드디스크 2개를 무단 반출하는 증거 인멸을 하고도 ‘정당한 재산권 행사’라고 억지를 쓰고 있다. 그렇게 정정당당한 정치활동이고 깨끗한 정치자금이라면 왜 드러내놓고 당원으로 가입시키고 당비를 내도록 하지 않았는가. 민노당 강령은 ‘민중이 쟁취한 민주주의가 부패한 보수 정당에 의해 유린당하고 있다’며 자기들만 도덕적 정당인 것처럼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는 실정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유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인간해방의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런 모습인지 묻고 싶다.}

‘듣보잡’이란 누리꾼 사이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란 뜻으로 쓰이는 비속어다. 진보신당의 인터넷 게시판과 자신의 블로그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듣보잡’이라고 비난한 진중권 씨가 어제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진 씨가 ‘듣보잡’ 등 모욕적 표현을 한 것이 인정된다”고 유죄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진보신당은 “‘듣보잡’이 모욕적인 표현이라 형법상의 죄가 성립된다면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표현의 자유를 어떤 이유로도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자유로 아는 모양이다.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는 민주국가는 없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 씨가 “나는 듣보잡이다”라고 하는 건 표현의 자유지만 “너는 듣보잡이다”라고 하면 모욕죄가 될 수 있다. 변 대표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면, 내가 진보신당 사람들이 뇌물 먹고 다닌다고 주장할 경우 진보신당은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진 씨는 ‘변 대표가 매체를 창간했다 망하기를 반복했다’고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실임을 소명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제44조 7항엔 “누구든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선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당원 게시판이 아니라 개인홈페이지나 블로그라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망은 사실상 만인에게 열려 있는 까닭이다. ▷얼굴이 안 보인다고 인터넷에선 어떤 글을 쓰든 괜찮은 줄 아는 누리꾼이 적지 않다. 한 대학교수는 허위사실에 근거한 논평으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놓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반발한 일도 있다.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언론의 자유가 아니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범죄행위다. 이번 판결이 누리꾼들에게 경각심을 주었다면 진 씨는 본의와는 다르게 인터넷의 ‘진보’에 기여한 셈이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정부가 자립형사립고(자사고)를 3월 말까지 자율형사립고(자율고)나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임을 밝혔다. 작년만 해도 ‘희망할 경우 자율고 전환이 가능하다’던 정부가 말을 바꿔 자사고를 없애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사고인 전주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잘하는 학교를 밀어주지는 못할망정 없애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학교를 당장 그만두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한 해에 수십억 원씩 사재를 투입해 온갖 노력을 쏟아 상산고를 전국 중학생들이 선호하는 명문 고교로 만든 홍 이사장의 허탈감은 클 것이다. 다른 자사고 관계자들의 심정도 마찬가지다. 2002년 고교 교육의 다양화, 특성화 방안의 하나로 시범 운영되기 시작한 자사고는 작년 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및 학업성취도 평가분석결과에서 일반고 상위 20∼30% 학생 수준의 인재를 교육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노무현 정부 평가 때도 수업의 질 개선, 고교 선택 기회 확대, 수월성(秀越性) 교육 제고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학교 설립자가 책임의식을 갖고 재정을 지원하며 학교 운영과정과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평가도 주목할 만하다. 자사고의 성가와 학생 선호도가 높아질수록 교육평등주의자들의 공격 목표가 됐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외고가 마녀라면 자사고는 마왕”이라고 몰아세웠다. 자사고 없애기는 포퓰리즘적 발상이다. 자사고는 정부 예산 지원 없이 학부모들이 자비(自費)로 교육시킨다. 여기서 여유가 생긴 정부 예산으로 공립고 교육 여건을 높이고 장학금을 늘리면 부(富)를 자연스럽게 분배하는 효과가 생겨 윈윈이 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12월 11일 대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자사고가 대한민국에 6개 있는데 여기를 들어가려고 과외를 한다. 수요가 많은데 공급을 줄여야 하느냐. 전국에 자립형사립고 100여 개를 만들어 농어촌 학생들에게도 교육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래놓고는 이 정부가 8년간 시범 운영을 통해 높은 평가를 받아온 자사고를 없애고 단 하루도 운영해본 적 없는 자율고를 법제화하려고 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교육의 ‘다양성’을 꾀한다는 말이라도 안 했으면 좋겠다. 요즘 교육정책을 주무르는 사람들은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면 교육의 본질을 해쳐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다고 사교육이 쉽게 줄어들 것 같지도 않다. 지난 정권도 차마 없애지 못했던 자사고를 없애는 것은 중도실용 아닌 좌파적 평등주의이다. 나라 경쟁력을 주저앉히는 ‘평등 교육’의 해악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조의 교사 및 공무원 290여 명이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하거나 당비를 낸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정진후 전교조위원장은 민노당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를 내고 2006년부터 16차례나 당내 투표에 참여했다. 대한민국 헌법은 31조와 7조에서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당비 납부,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하지 않은 후원금 기부는 헌법은 물론 국가공무원법, 정당법, 정치자금법에 명백히 위배된다. 뚜렷한 정치적 편향성을 지닌 민노총에 공무원노조가 가입하는 것도 적절치 않은 판에 헌법과 법률이 금지하는 정당 가입까지 한 것은 국가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법률이 교사의 정치활동을 막는 이유는 대학교수들과 달리 지적으로 미성숙한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이다. 교사가 정파적이면 학생들에게 정파적으로 편향된 가치관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공무원은 국민을 대상으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복(公僕)이기에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더구나 이들이 가입한 민노당은 정강정책에 ‘약육강식의 사회는 자주적 민족통일국가를 좌절시킨 분단의 역사와 만물을 상품화하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비롯됐다’며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계승하면서 창조적 실천으로 진보정치를 구현한다’고 못 박아 놓고 있다. 이 정강정책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있다는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헌법을 준수하는 정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말로는 민주주의와 진보정치를 외치면서 폭력과 불법시위가 벌어지는 현장에는 늘 민노당이 있었다. 진보신당은 민노당 주사파의 종북(從北)노선에 반발해 갈라져 나왔다. 이런 정당에서 교사와 공무원이 활동하고 당비를 내고 있다니 묵과할 수 없는 행태다. 공무원들이 다루는 행정 정보가 민노당으로 흘러가 정치투쟁에 악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08년 부산지방법원노조 상근직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자 및 광우병 촛불시위 관련자들에 대한 영장(令狀) 정보를 빼내 피의자들에게 알려준 적도 있다. 법을 위반해 정치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보 빼주기인들 못할까 싶다. 교사와 공무원들이 굳이 정치활동을 하고 싶다면 공직을 떠나서 하면 된다. 국민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면서, 낮에는 공무원을 하고 밤에는 민노당원을 하는 것은 비겁하다. 민노당원임이 그렇게 자랑스럽거든 이름과 얼굴을 내놓고 당당하게 하기 바란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허위 왜곡한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선고는 국민의 건전한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판사는 어제 “보도에 다소 과장이 있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인 사실과 합치돼 허위라고 볼 수 없다”며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문 판사가 허위보도가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은 MBC PD수첩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1심과 2심에서 이미 허위보도로 인정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민사 1, 2심은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는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이 인간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94%에 이른다’는 보도가 허위이므로 정정보도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1심보다 허위보도 범위를 더 넓혔다. 형사소송에서는 처벌의 수위를 정하기 위해 범행의 동기를 더 따지기는 하지만 사실 판단을 놓고 민사와 형사재판이 다를 수는 없다. 2008년 4월 29일 방영된 PD수첩의 허위 왜곡은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가장 공신력 있는 기구인 국제수역사무국(OIE)의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보도의 중요한 부분이 허위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는 1, 2심 법원의 결론을 하급심 단독판사가 무시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문 판사는 우리 사회를 혼란 속으로 내몰았던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 등 상당한 근거를 갖고 비판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PD수첩이 동물보호단체가 동물학대 고발 목적으로 촬영한 다우너 소의 영상을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광우병에 관해 권위 있는 기관이나 학자들의 견해를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따지지 않았다. 서울고법은 ‘MBC의 허위보도로 농식품부의 신뢰와 명예가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처벌여부를 결정하자면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를 더 따져봐야 하겠지만 허위보도가 아니라거나 ‘농식품부의 명예나 신뢰가 훼손되지 않았다’는 문 판사의 결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최근 국민의 상식을 뛰어넘는 판결이 쏟아져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그제 “판결에 적용되는 논리는 확립된 법리와 국민의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사법부 판결을 공개 비판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일부 판결에 대한 비판이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지금은 누구도 법원이 간섭받는다고 여기지 않을 만큼 사법부는 독립돼 있다. 일부 법관이 아집에 사로잡혀 상식과 사리를 벗어난 판결을 하는 것은 독재권력 이상으로 위험하다. 사법부가 건강성을 잃으면 법의 지배는 의미를 상실한다.}

“당명 개정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당명 개정에 나서겠습니다.” 2004년 7월 19일 한나라당 새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표(이하 박근혜)가 수락연설에서 다짐한 말이다. 물론 당명은 바뀌지 않았다. 이듬해 초 연찬회에서 의원 10여 명이 “(당의) 변화 없는 당명 개정은 무의미하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당명 개정 표결 제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10여 명의 반대에 주저앉았던 그가 지금 ‘국민과의 약속’을 들어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대못’을 지키는 야합의 정치 세종시 관련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충청지역은 세종시 원안 찬성이 많고 비(非)충청지역은 수정안 찬성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동아일보 조사에서 이 문제를 ‘국민과의 신뢰 측면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55.5%)이 ‘국익 차원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38.6%)보다 높게 나온 건 흥미롭다. 즉, 세종시가 특혜성 종합선물세트라는 것은 충청주민들도 인정할 정도지만 신뢰가 국익보다 중요하다는 국민감정이 세종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가 원안 강행을 고수하는 것 역시 이런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터다. 일찍이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성이란 감정의 노예”라고 했다. 특히 정치적 뇌는 이성 아닌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정치적 뇌’를 쓴 미국 에머리대 드루 웨스턴 교수는 강조했다. 약속이나 신뢰, 초지일관 같은 말은 감정을 울리는 단어다. 반면 이익이나 경쟁, 변화와 개혁 같은 말은 긴장을 일으킨다. 글로벌 시대엔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걸 이성적으론 알면서도 “그래, 너 잘났다!” 외치고 싶어진다. 2020년까지는 유럽을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지역으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싱크탱크 리스본카운슬의 앤 메틀러 사무총장이 “경쟁력, 자유화, 친시장 같은 단어는 잘 안 먹힌다”며 ‘녹색 성장’이라는 말을 쓰자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부지런한 미국의 학자들은 이를 또 뒤집는 연구를 열심히도 해낸다. 정치인에게 일관성이 중요하다지만 그것도 나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얘기라고 미 노스다코타대 심리학자인 케빈 매콜 교수는 지적한 바 있다. 정말 중요한 이슈에선 정치인의 말 뒤집기나 약속을 지키느냐가 문제 되는 게 아니라 지금 어떤 태도인지가 의미 있다는 것이다. 수정안이 발표된 뒤 박근혜는 “원안을 안 지킨다면 국민들이 앞으로 한나라당의 약속을 믿어주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그 원안은 나라의 이익에 맞지 않고, 그 약속이라는 것도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못’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수정안 안 되면 차기로 넘겨야 박근혜는 2003년 12월 한나라당이 손을 들어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통과된 데 대해 “국가 중대사를 놓고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나 의견수렴, 타당성 검토가 없었다”고 공식 사과했다(2004년 6월 21일). 그러나 2005년 2월 23일 의총에서 신행정도시법안이 ‘권고적 당론’으로 추인되기까지 국민과의 공감대는커녕 당내에서도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소속의원이 120명인데 찬성 46표, 반대 37표에 불과했겠나. 이 법을 밀어붙인 이유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통령선거용 충청표심 때문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 2005년 3월 2일 국회 졸속통과 이틀 후 행정도시법 처리와 과거사법 처리 유보를 놓고 여야 간 묵계가 있었다는 ‘빅딜설’이 불거졌고, 김덕룡 원내대표가 당직을 전격 사퇴했다. 당연히 물증은 없다. 그로부터 사흘 후 한나라당이 빅딜설을 제기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으며, 과거사법은 5월 3일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사실만 남아 있을 뿐이다. 앞으로 세종시 논란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감정과 이성,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의 갈등이 충청과 비충청의 나라 가르기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전면 폐기하는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이상, 수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현 정부에서 ‘세종시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정 아쉽다면 미래권력을 자임하는 박근혜 측이 국가예산 지출 상한을 8조5000억 원으로 못 박은 세종시 원안을 들고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통과해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표에 눈먼 정치인들이 계속 문제를 키워 수정안도 가고 행정부처도 가는 ‘세종시판(版) 용산 사태’의 반복을 근절하는 일이다. 비충청 사람들은 눈물이 날 만큼 질투 나는 수정안을 놓고 이렇게도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건 너무했다. 세종시에 죄지은 것도, 빚진 것도 없는 국민이 언제까지나 세종시에 죽는 시늉을 할 순 없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당명 개정은 국민과의 약속인 만큼 당명 개정에 나서겠습니다.” 2004년 7월 19일 한나라당 새 대표최고위원으로 선출된 박근혜 전 대표(이하 박근혜)가 수락연설에서 다짐한 말이다. 물론 당명은 바뀌지 않았다. 이듬해 초 연찬회에서 의원 10여 명이 “(당의) 변화 없는 당명 개정은 무의미하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당명 개정 표결 제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고작 10여 명의 반대에 주저앉았던 그가 지금 ‘국민과의 약속’을 들어 세종시 원안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대못’을 지키는 야합의 정치 세종시 관련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충청지역은 세종시 원안 찬성이 많고 비(非)충청지역은 수정안 찬성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동아일보 조사에서 이 문제를 ‘국민과의 신뢰 측면에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응답(55.5%)이 ‘국익 차원에서 보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응답(38.6%)보다 높게 나온 건 흥미롭다. 즉, 세종시가 특혜성 종합선물세트라는 것은 충청주민들도 인정할 정도지만 신뢰가 국익보다 중요하다는 국민감정이 세종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신뢰의 정치인’ 박근혜가 원안 강행을 고수하는 것 역시 이런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일 터다. 일찍이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이성이란 감정의 노예”라고 했다. 특히 정치적 뇌는 이성 아닌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정치적 뇌’를 쓴 미국 에머리대 드루 웨스턴 교수는 강조했다. 약속이나 신뢰, 초지일관 같은 말은 감정을 울리는 단어다. 반면 이익이나 경쟁, 변화와 개혁 같은 말은 긴장을 일으킨다. 글로벌 시대엔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걸 이성적으론 알면서도 “그래, 너 잘났다!” 외치고 싶어진다. 2020년까지는 유럽을 가장 경쟁력 있는 경제지역으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싱크탱크 리스본카운슬의 앤 메틀러 사무총장이 “경쟁력, 자유화, 친시장 같은 단어는 잘 안 먹힌다”며 ‘녹색 성장’이라는 말을 쓰자고 했을 정도다. 하지만 부지런한 미국의 학자들은 이를 또 뒤집는 연구를 열심히도 해낸다. 정치인에게 일관성이 중요하다지만 그것도 나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때 얘기라고 미 노스다코타대 심리학자인 케빈 매콜 교수는 지적한 바 있다. 정말 중요한 이슈에선 정치인의 말 뒤집기나 약속을 지키느냐가 문제 되는 게 아니라 지금 어떤 태도인지가 의미 있다는 것이다. 수정안이 발표된 뒤 박근혜는 “원안을 안 지킨다면 국민들이 앞으로 한나라당의 약속을 믿어주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그 원안은 나라의 이익에 맞지 않고, 그 약속이라는 것도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못’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수정안 안 되면 차기로 넘겨야 박근혜는 2003년 12월 한나라당이 손을 들어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 통과된 데 대해 “국가 중대사를 놓고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나 의견수렴, 타당성 검토가 없었다”고 공식 사과했다(2004년 6월 21일). 그러나 2005년 2월 23일 의총에서 신행정도시가 ‘권고적 당론’으로 채택되기까지 국민과의 공감대는커녕 당내에서도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하기 어렵다. 오죽하면 소속의원이 119명인데 찬성 46표, 반대 37표에 불과했겠나. 이 법을 밀어붙인 이유가 2006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통령선거용 충청표심 때문이라는 건 세상이 다 안다. 2005년 3월 2일 법안 졸속통과 이틀 후 행정도시법 처리와 과거사법 처리 유보를 놓고 여야 간 묵계가 있었다는 ‘빅딜설’이 불거졌고, 김덕룡 원내대표가 당직을 전격 사퇴했다. 당연히 물증은 없다. 그로부터 사흘 후 한나라당이 빅딜설을 언급한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으며, 과거사법은 5월 3일 여야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사실만 남아 있을 뿐이다. 앞으로 세종시 논란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짐작하기 힘들다. 감정과 이성, 현재권력과 미래권력 사이의 갈등이 충청과 비충청의 나라 가르기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이명박 정부가 행정부처의 세종시 이전 계획을 전면 폐기하는 대신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로 바꾸는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이상, 수정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현 정부에서 ‘세종시는 없다’는 점은 분명히해야 한다. 정 아쉽다면 미래권력을 자임하는 박근혜 측이 국가예산 지출 상한을 8조5000억 원으로 못 박은 세종시 원안을 들고 한나라당 대선 경선을 통과해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표에 눈먼 정치인들이 계속 문제를 키워 수정안도 가고 행정부처도 가는 ‘세종시판(版) 용산 사태’의 반복을 근절하는 일이다. 비충청 사람들은 눈물이 날 만큼 질투 나는 수정안을 놓고 이렇게도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건 너무했다. 세종시에 죄지은 것도, 빚진 것도 없는 국민이 언제까지나 세종시에 죽는 시늉을 할 순 없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중국 정부는 그제 “우리의 인터넷 관리 조치는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방식에 부합한다”며 “국제적 인터넷기업들이 중국에서 법을 지키면서 영업해 나가는 것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표현은 외교적이지만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12일 ‘인터넷 검열 반대’ 선언을 한 데 대한 비난이다. 작년 말 중국 해커들이 중국 인권운동가들의 구글 e메일인 지메일(Gmail)을 해킹하면서 불거진 사건이 중국 정부 대 세계적 인터넷기업의 갈등 차원을 넘어섰다. 이젠 인터넷검열 대 인권 및 표현의 자유, 권위주의체제 대 자유민주주의체제, 심지어 중국과 미국의 대결로 번져가는 조짐이다. 구글이 중국 시장 철수를 각오하고 벌이는 투쟁에 미국의 백악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지지를 표명했다. 중국이 주장하듯이 사이버세계라고 해서 무제한 표현의 자유가 허용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인터넷 공간에서 헌법과 실정법을 무시한 표현의 자유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세계의 문명국들이 테러나 마약 유통, 청소년의 정신을 좀먹는 포르노 같은 반인권, 반윤리적 정보의 인터넷 유통을 막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중국과 구글의 갈등 이면에는 중국이 주장하는 질서와 보편적인 세계질서 간의 충돌이 있다. 중국 정부는 30여 년 전 시장경제를 채택함으로써 세계질서에 편입돼 비약적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글로벌 경제에 국경이 없는 것처럼 인터넷 역시 국경이 없다. 인터넷에서도 세계 어디서나 통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질서와 가치가 적용된다. 중국 정부가 ‘톈안먼’ ‘파룬궁’ 같은 단어가 들어간 인터넷 검열을 당연시하고, 중국 해커들이 구글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중국이 공산당 일당 지배에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한다고 해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비켜갈 수는 없다. 19세기 중국은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받아 반(半)식민지 상태로 전락한 역사가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헌법은 전문에서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표현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자국의 질서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제국주의의 전철을 밟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특히 미국과 함께 21세기 새 질서를 선도하는 주요 2개국(G2)이 되려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중국의 질서를 조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구글을 상대로 한 중국의 행태를 보면 세계의 지도국이 되기엔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 든다.}
여야가 도입하려는 대학 등록금 상한제를 놓고 대학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는 어제 긴급총회를 갖고 “법으로 등록금 인상을 규제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전국 국공립대총장협의회도 그제 “대학 재정에 대한 정부 지원의 개선 없이 등록금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은 대학 선진화와 자율화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등록금 상한제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를 놓고 여야가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대두됐다. 민주당의 반대로 ICL 법안 처리가 표류해 올해 1학기 시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여론의 비판이 빗발치자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댔지만 민주당은 ICL 법안 처리와 등록금 상한제 도입의 연계를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작년 말 등록금 상한제와 ICL 법안을 같이 논의해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등록금 상한제는 대학 등록금의 인상을 물가상승률과 연동해 법으로 제한하는 것이어서 ICL 법안 처리와 연계해 다룰 일이 아니다. 정부가 등록금을 통제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대학교육의 경쟁력 저하 등 상당한 후유증이 우려되는 반(反)시장적 교육정책이다. 일반상품도 가격통제를 하면 질이 떨어지거나 양이 줄고 암거래가 성행하는 부작용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평균치의 절반에 불과할 정도로 빈약한데, 대학 등록금 상한제까지 두면 무슨 수로 세계 바닥권인 대학경쟁력을 끌어올린단 말인가. 등록금 상한제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ICL도 안 된다는 야당의 물귀신 작전은 옳지 않다. ICL 역시 학비 마련이 어려운 C학점 이상의 대학생들에게 등록금 걱정 없이 공부하게 해준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대학생 90.5%가 C학점 이상을 받을 만큼 학점 인플레가 심하다. 정부가 빚을 내 모든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대준 뒤, 나중에 소득(2009년 기준 4인 가족 최저생계비 연 1592만 원 이상)이 생기면 갚으라는 설계로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 이 제도 운영으로 연 1조8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연구도 있다. 정부는 다음 정권에 부담을 안길 것이 아니라 꼼꼼하게 보완한 뒤 시행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부실 대학교육과 부실 대학생 양산을 부채질해선 안 된다.}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르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할 것은 한다”고 했지만 그가 언급한 ‘선거 참여 홍보와 각 후보의 교육 공약 수용여부 공개’는 실정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4년에 당시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이 전교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노동당 지지를 밝힌 데 대해 선거법 9조(선거에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올해 4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전교조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좌파진영의 단일후보로 당선됐다. 정 위원장은 이에 고무된 것 같다. 경기도교육감 선거 당시 민주노총 소속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노조원 3명은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후보는 김상곤 후보”라며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벌여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정 위원장이 내년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 개입하겠다니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년 선거에서 전교조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이 여럿 나와 전국에서 전교조식 교육실험이 판을 친다면 교육현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김 교육감은 취임 두 달 만에 전교조의 요구에 따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했고, 시국선언에 나선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 최근 내놓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 초안엔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서 등 진술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김 교육감은 교사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교권보호헌장 제정도 지시해놓고 있다. 만일 교권헌장에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교육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갈 경우 경기도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어떤 이념을 가르칠지 걱정스럽다. 전교조는 1989년 창립 선언문에서 “교육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 그리고 통일의 그날까지 동지여, 전교조의 깃발 아래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노조법은 노조를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로 규정하고 정치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학교 밖 문제인 사회 민주화와 통일을 외치는 전교조는 노조라기보다는 정치단체에 가깝다. 전교조의 선거 개입은 국가공무원법과 전교조법을 모두 위배하는 행위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라면 제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기 바란다.}
부실 사립대의 퇴출은 1년 전인 2008년 12월 27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통령업무보고 때 발표한 주요 업무였다. 교과부는 장관 자문기구로 4월 대학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진단기준 마련 및 실태조사를 마친 뒤 11월경 결과를 발표한다고 호언했다. 그러나 해당 대학들이 현재 입시 전형 중이고, 구조조정과 재산정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음을 이유로 저항하자 교과부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부실 대학 명단 발표가 해당 대학의 반발에 밀려 내년 1월 이후로 연기된 것은 심각한 교육개혁 후퇴다. 위원회는 6월에 “자율적 퇴출 경로가 없는 상태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잔여 재산을 공익법인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하도록 귀속특례 도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건의했다. 교과부도 이를 수용했다. 그래놓고 교과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해당 대학들이 아직도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가 미비하다고 주장한단 말인가. 교과부가 해당 대학들의 움직임에 겁을 먹었거나 로비에 넘어갔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교과부와 위원회는 신입생 충원율을 부풀리거나 고교 진학담당교사 등에게 금품을 제공해 신입생을 모집하고, 불법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 학생까지 무분별하게 유치한 대학을 10곳가량 적발했다. 2008년 전국의 전문대 147개를 포함한 405개 대학 가운데 신입생 충원율 80%가 안 되는 대학이 52개, 이 중 60% 미만인 대학은 13개나 된다. 대학 수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 크다. 이런 대학들이 학생 교육을 충실히 하리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부실 대학의 ‘학위 장사’를 방치하는 것은 미래세대에 죄를 짓는 일이다. 대학진학률이 84%나 되는데도 기업에선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이고, 대졸 백수가 쏟아지는 것도 부실 대학과 관련이 깊다. 그런데도 이런 대학이 또 신입생 장사를 하도록 내년까지 구조조정을 늦추는 것은 교과부의 중대한 직무유기다. 내년 합격자 발표를 보고 한바탕 기뻐했다가 갑자기 자신이 갈 대학이 퇴출 대상이 된 것을 알게 될 학생들은 대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사립대학만 닦달할 것이 아니라 국립대학의 통합작업도 속도를 붙여야 한다. 연말까지 ‘단일법인 연합대학’ 대상을 선정하는 국립대학 구조조정에도 교과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파정부의 개혁정책을 그들은 용납할 수 없었다. 비대한 공공부문을 작고 효율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공무원노조가 거리로 뛰쳐나오고 야당은 정권퇴진을 외쳤다. 해고를 자유롭게 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고? 파업과 데모에서 글로벌 명성을 자랑하는 노동조합들이 대정부 투쟁을 시작했다. 경찰에 욕 좀 한 소년이 총 맞아 죽었다고? 대졸 백수부터 고교생까지 방화 폭력시위에 나섰다. 결국 정부가 손을 들었다. 공공부문과 노조의 협조 없이는 도저히 나라를 살릴 수 없으니 차라리 좌파야당, 당신들이 해보시라고.勞公政이 망친 나라, 그리스 이게 11주 전 그리스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넘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코앞인데도 정부는 반대파에 발목 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사회당(PASOK)이 1981년 첫 집권 이래 9번의 선거 중 6번을 이긴 이 나라에선 좌파가 주류다. 세금 거둬 퍼주기식 수구좌파 포퓰리즘을 장기로 한다. “유럽연합(EU) 기준대로 재정긴축을 할 수 없는 우파정부가 사회당에 정권을 넘기려고 조기총선에 나선 것”이라고 세계사회주의자 웹사이트(WSWS)가 분석했을 정도다. ‘제2의 두바이’가 될 위기에 처한 그리스와 우리나라를 곧이곧대로 비교할 순 없다. 그럼에도 그리스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우리와 묘한 공통점이 있어서다. 우리에게 강성노조가 있다면 그리스엔 ‘헤라클레스 같은 노조’가 있다. 군사독재에 맞섰던 역사가 있어 국민은 폭력시위에 관대하고 법을 우습게 본다. 작년 말 학생폭동으로 아테네가 불탔을 때도 경찰은 법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정부가 변화를 시도하면 노조와 공무원, 정치권은 기득권을 잃을까봐 일제히 반격한다. 노조(勞)-공공부문(公)-정치(政)가 망친 나라가 그리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지금 그리스를 유심히 봐야 할 이유는 또 있다. 반대파의 요구대로, 그것도 시대와 변화에 역행하는 수구좌파로 정권을 넘겼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 생생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산안 통과는 안 된다며 국회 점거농성을 벌이는 민주당은 작년 말 국제망신을 시킨 폭력국회까지 가도 좋다는 태도다. 지난 주말 민주노총 등 ‘반MB공동투쟁본부’가 벌인 ‘이명박 정권 2년 심판 민중대회’는 태어난 지 백일도 안 된 정부의 퇴진을 외쳤던 작년 여름 광우병 쇠고기시위의 재연을 노리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됐는데도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를 인정할 수 없는 세력들이 아직도 대선 불복투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이 정부를 흔들어 정권을 되찾거나 아예 1987년의 민주화항쟁처럼 몰고 가겠다는 투지가 엿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처럼 집요하고도 치열하게 새 정부의 새 정책에 발목을 잡고 나설 수는 없다.반역의 세력, 역사가 두렵지 않나 반대파의 발목잡기에 정권이 바뀐 그리스는 그래서 어떻게 됐나 보자. 10월 4일 총선에선 예상대로 사회당이 승리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임금인상과 복지확대 공약대로 방만한 내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그러자 공무원 임금까지 대폭 깎은 아일랜드식 긴축 예산안을 기대했던 EU와 금융시장이 경악했다. 신용평가회사들은 대신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깎아버렸다. 당황한 총리가 14일 공무원의 월급은 동결하되 보너스를 좀 깎고 사회보장지출을 10% 줄인다는 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사흘 뒤 “총리는 누가 당신을 당선시켰는지 기억하라”며 60여 개 도시에서 노조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사회당과 연계된 공무원노조는 개혁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나라에서 노공정이 개혁안을 뒤집는 건 일도 아니다. 현 총리도 야당시절 우파정부의 대학개혁안을 지지했다가 교수노조의 반대에 물러선 전력이 있다. 그의 부친이자 사회당을 창당한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전 총리야말로 과다한 외자도입으로 오늘의 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으로 꼽힌다. 그리스 정부는 1981년 8963달러였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을 2007년까지 겨우 세 배(2만7612달러)로 만들 만큼 유능하지 못해 국제사회의 신망을 잃고 있다. 그런데도 이번 위기가 사회주의 정부를 불신하는 서유럽의 음모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는 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전언이다. 대한민국은 같은 기간 2949달러에서 2만4838달러로 여덟 배 이상 성장한 자랑스러운 나라다. 물론 이 정부가 다 잘한다고 하긴 힘들다. 그렇다고 어떤 꼬투리든 잡아서, 무슨 수든 써서 나라를 뒤엎거나 망하게 하려는 수구좌파 세력이 진정 국민의 편이랄 순 없는 법이다. 그들이 어떤 명분을 내세운대도 내각책임제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조기 대선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된 대안으로 점수를 따면서 다음 선거까지 기다리는 것밖엔 도리가 없다. 미망(迷妄)의 시위와 망신살 국회를 겪은 국민은 1년 전보다 훨씬 성숙해졌음을 이젠 그들도 알아야 한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경기도교육청이 도내 모든 초중고교가 지켜야 할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의 초안을 내놓았다. 김상곤 교육감은 “학생이 인권의 주체가 되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첫걸음의 하나”라며 자화자찬(自畵自讚)했다. 그러나 조항을 찬찬히 뜯어보면 학부모들의 걱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초안 16조는 ‘학생은 사상·양심의 자유를 가지며, 특히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서 등 진술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학생의 신분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내용이다. 학생들에게 교육적 차원에서 반성문이나 서약서를 쓰게 하는 것을 두고 사상이나 양심의 자유까지 거론할 일인지 의문이다. 더욱이 조례안을 마련한 자문위원회가 연구보고서라며 소개한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지침서’는 그 예로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강제하거나 특정 국가관을 강요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 자문위원회 해석대로라면 경기도 학교에선 학생 조회를 할 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시키거나,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국가관을 가르쳐도 학생인권에 반(反)하게 된다. 요즘 일부 좌파단체가 국민의례를 하지 않고 민중의례를 하는 흐름과 맥이 닿는 것으로 보인다. 초안 20조는 ‘학생은 학교 운영 및 교육청의 교육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사고가 미성숙한 초등학교들도 학교 인사와 경영을 결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학생들에게 수업시간 외의 집회 권리를 허용한 것도 의도가 궁금하다. 신체와 지혜의 발달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성인과 같은 수준의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는 없다. 경기도교육청의 조례는 지난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지지를 업고 당선된 김 교육감이 좌파적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만든 문서처럼 보인다. 자문위원회의 곽노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좌편향 논란을 빚은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자문위원인 이재삼 경기도교육위원은 전교조 간부 출신이며 나머지 위원들도 대체로 이른바 진보단체 관계자와 김 교육감 지지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좌편향된 초안이 한나라당 성향이 강한 교육위원회와 도의회를 통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왜곡된 사고방식을 지닌 김 교육감과 주변 사람들이 경기도 교육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들은 편향된 교육지침에 따라 교육을 받는 경기도 학생들의 미래까지 과연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
한국노총이 한나라당에 노조 전임자의 통상적 ‘노조 업무’를 유급 근무시간으로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내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 무급제를 도입하되 단체교섭 등 통상적인 ‘노조관리 업무’ 시간에 한해 임금을 지급하는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제도)를 두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 범위를 상급단체 활동, 교육 등으로 넓히고 타임오프제를 어길 경우의 처벌조항을 없애라며 사실상 무제한 유급 노조활동 허용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당초 노사정이 합의했던 ‘노조 전임자 무급 원칙’은 유명무실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개악(改惡)이 된다. 현행법은 ‘전임자가 사용자로부터 어떤 급여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단 2009년 12월 말까지 적용을 유예했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요구대로라면 전임자가 파업을 준비하고 근로자에게 투쟁교육을 시키는 시간까지 포함해 사용자는 임금을 줘야 한다고 법으로 못 박는 것과 같다. 한국노총은 2년 6개월의 복수노조 유예기간에 모색하기로 한 창구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산별노조를 단일화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했다. 개별노조의 쟁의권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안이 수용되면 기업들은 중복 협상에다 잦은 쟁의행위 때문에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은 당초 노사정 합의를 깨고 개정안에 한국노총 요구대로 ‘통상적 노조관리 업무’ 조항을 타임오프제 대상에 끼워 넣었다. 한국노총은 문간에 발을 걸치기가 무섭게 안방까지 차지하려 들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책연대를 하는 한국노총을 무시하기 어렵겠지만 이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노사관계 선진화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선진국에서는 노조 전임자 임금을 포함한 노조 운영비 전액을 노조가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미국은 노조가 사용자에게 금전을 받으면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문다. 프랑스도 종업원 수에 따라 월 10∼20시간에 한해 유급으로 인정받을 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노조 전임자의 수가 많을수록 파업 발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일 안 하고 월급 받는 ‘노동귀족’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전임자들은 투쟁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주 “노조 전임자가 정치투쟁에 할애하는 시간은 노조활동 지원 대상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호전성은 해외에까지 악명이 높아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렸다. 노조를 정상화하지 않고는 기업 및 경제의 체질 개선도 국가 선진화도 어렵다.}
정부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생이 고교에 진학하는 2013학년도 이전에 전국 외국어고의 정원을 대폭 줄이거나 국제고, 자율형 공사립고, 일반고로 전환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과중한 사교육비가 서민 가계를 압박하고 출산율 저하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어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외고 개편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교육경쟁력 면에선 명백한 후퇴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분석에서 강창희 중앙대 교수는 학급 내 동료집단의 특성이 개별 학생의 학업 성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이 시행되면 우수 학생들을 치열하게 경쟁시켜 국내외 명문대학에 진학시키고 엘리트로 키워온 외고의 역할은 상당 부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평등주의에 집착하던 노무현 정부도 여론의 반대에 부닥쳐 외고를 없애지 못했다. 학교 자율과 교육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던 이명박 정부가 외고를 대폭 줄이고 성격을 바꾸고 간판을 바꿔 달게 하는 것은 ‘교육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국제고로 바꾼 뒤에도 우수 학생들이 계속 지원하면 다시 질시(嫉視)하는 여론에 기대 국제고도 없앨 것인가. 인적자원이 곧 국가경쟁력인 글로벌 경제시대를 맞아 우수 인재를 글로벌 수준으로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개편안은 교육경쟁력 강화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낸다. 정부는 외고가 설립 목적에 맞지 않는 운영을 했다고 비판하지만 우수한 학생들에게 수월성(秀越性) 교육을 제공한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부터 외고 입학전형에 중학교 2, 3학년 영어과목의 내신만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사교육비는 다소 줄어들지 모른다. 그러나 중학영어 만점받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향후 정원이 줄어든 외고 경쟁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 잘하는 학교와 학생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교육에 실망한 학부모들이 해외 조기유학을 택할 가능성은 없을 것인가. 내년부터 신입생 전원으로 확대되는 특목고의 입학사정관제가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독서 등 학생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본다지만 ‘독서 사교육’이 등장할 수 있다. 더구나 외고는 외국어 전공 분야에 진로 의지가 있는 지원자만 선발하게 된다. 외고의 역할은 외국어 능통자 양성이 아닌, 세계무대에서 뛸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일이 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하늘이 두 쪽 나도 사교육을 잡겠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계고의 수월성 교육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지만 정부가 전교조의 반대를 이겨낼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외고의 위축이 미래세대의 경쟁력을 가로막는 백년대계의 퇴행(退行)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세계적 검색엔진 기업 구글이 7일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휴대전화 사진정보 검색 기능을 소개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런던아이’를 찍고 ‘구글 고글’ 검색 버튼을 누르면 런던아이와 관련된 정보를 휴대전화로 받아보는 서비스다. 국내엔 아직 안드로이드폰이 들어오지 않아 이런 검색을 이용할 수 없지만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매료될 만한 서비스다. 컴퓨터에 이어 휴대전화 인터넷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더 빨리 더 적확하게 찾아내기 위해 ‘더 똑똑한 검색’ 기능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구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은 매일 인터넷에서 약 2억4000만 건의 검색을 할 만큼 인터넷 의존도가 높다. 검색 건수는 초고속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고 국내 최대 검색업체인 NHN이 창립된 1999년보다 200배나 늘었다. 하지만 NHN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면 가장 위에 뜨는 것이 스폰서링크, 파워링크 등 광고와 연결된 정보다. 구글이 사용자가 가장 많이 원하는 콘텐츠 순서대로 ‘기계적으로’ 배열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광고비를 내는 업체부터 배열하는 셈이다. 국내 검색사이트가 상업적 의도로 지식 배열 순서를 정해 지식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털사이트가 여론 형성 공간을 제공하고, 편집 담당자가 뉴스와 블로그, 토론 글을 취사선택하면서 정치적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편향성도 잘못이다. 작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미디어다음은 거짓정보를 무차별 확산시켰다. 이후 네이버가 뉴스편집 중단을 선언했으나 올 초부터는 메인화면에 소개하는 뉴스의 언론사 수를 제한하는 새로운 ‘편집권력’을 발휘한다. 포털사이트가 안내자 아닌 통제자로 변질되면서 지식과 정보의 정치적 상업적 왜곡이 심화되는 현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 검색 기능은 뒷전으로 미룬 채 게임 부동산중개 등 문어발 사업을 벌이면서 허위 유해 콘텐츠를 여과 없이 유통시키는 점도 문제다. 10월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부동산 매물의 절반 이상이 이미 팔렸거나 사실과 다른 허위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에 따르면 음란 도박 자살 사이트 등 유해 정보들이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구글은 첨단 검색 기능 개발로 인터넷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가고 있는 판에 한국형 포털이 안방에 안주해 소비자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키면 인터넷 강국의 명성을 잃고 구글에 먹힐 수도 있다.}

1150쪽짜리 자료를 읽고 이렇게 피가 끓긴 또 처음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홈페이지에 실린 노조간부용 교재 ‘5기 노동자학교’를 보고 나면 국민의례를 더는 할 수 없어진다.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하는 관계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시장경제는 망할 수밖에 없는 제도이고 분단은 노동운동을 어렵게 하는 본질적 문제인데, 어찌 한가롭게 복수노조나 노조전임자 문제를 놓고 노사정 합의를 할 수 있는지 가소로울 정도다. 매끄럽게 서술된, 그러나 왜곡이 적잖은 내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말이다.反자유민주 反시장의 정치집단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회원국 노조가입률을 보면 47년간 세계의 노동운동은 내리막길이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가 10%이고 미국이 11.6%, 노조 천국이라는 프랑스는 7.8%다. 오랜 사회민주주의국가인 스웨덴은 70.8%지만 1993년 83.9%에 비하면 꽤 떨어졌다. 산업화의 핵이던 제조업 비중은 줄고 세계화 정보화로 비용과 기술경쟁이 치열해져서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가 강성노조의 온상이라는 개념은 잘못”이라는 노동장관의 발언까지 전했다.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한국노총을 빼면 조직률 5%도 안 되는 민노총이 나라를 뒤흔드는 걸까. 그들 스스로 밝힌 규약을 보면 알 수 있다. 민노총의 목적은 ‘노동자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이 보장되는 통일조국 민주사회 건설’이기 때문이다. 언론인 남시욱 씨가 ‘한국의 진보세력 연구’에서 “노조가 좌파 변혁세력인 건 어느 나라나 공통적이지만 민노총의 정치세력화는 특이하다”고 했을 정도다.이 목적을 위한 민노총의 첫 번째 사업 역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다. 노동조건 개선 같은 건 일곱 번째로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노조법은 ‘노조라 함은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이고 정치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민노총은 노조가 아니라는 얘기다.더구나 민노총의 두 번째 사업인 자주 민주 통일은 북한 대남투쟁의 3대 목표와 일치한다. 민노총이 건설하겠다는 통일조국 민주사회도 우리 헌법에 명시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나라와 거리가 멀다. 한미 정상이 6월 발표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대해 민노총이 격렬히 규탄한 걸 보면 안다. 자유기업원은 ‘민주노총의 이념과 노동운동 비판’이란 책에서 “이들은 노동자 계급의 독자성을 내세우며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한다”고 했다. 노조란 노동자를 교육하는 학교에 불과하다. 지금껏 노조전임자에게 월급을 준 기업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타도를 꾀하는 정치세력에 군자금을 바쳐온 셈이다.反자유민주 反시장의 정치집단그러니 민노총이 어제 정부와 자본가계급(한국경영자총협회), ‘수천만 노동자의 권리를 팔아먹은 모리배’(한국노총)의 합의에 반대투쟁을 선언한 것도 그들로선 당연한 수순이다. 노동자를 자처하면서도 머리띠 두르고 나서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직업투쟁꾼들이기 때문이다. 교재에서 고백했듯,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시행되면 일본식 노사협조주의가 나타나는 것도 두려울 거다. 파업을 무기로 좌파이념과 노동권력의 단맛을 누리는 그들이나, 핵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식량과 원조를 따내는 북한이나 막상막하다.물론 그들이 추운 날 아무리 거리로 뛰쳐나가봤자 대한민국이 적화통일된다고 걱정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교재는 ‘선거제도를 무시하고 궐기하여 썩은 정권을 갈아 치우는 정치세력화’가 결국 정의로운 항쟁으로 결론난다고 했다. 날씨가 도와줄지 의문이지만 민노총은 지난해 100여 일간 국정을 마비시켰던 쇠고기집회의 재현을 고대하는 게 뻔하다.어떻게든 투쟁을 일으키는 게 그들의 전술이라면 민주적 사회질서와 시장경제가 교란되기 전에 정부는 법대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착하고 순진한 국민도 민노총이 과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고, 명칭에 민주와 노조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정부의 정당한 대응을 독재회귀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교조가 바로 민노총에 가장 많은 대의원을 파견한 대주주라는 데 있다. 민노총은 두 달 전 공무원노조의 민노총 가입을 우려하는 여론이 들끓었을 때 “전교조도 공무원이지만 20년간 민노총 가입 활동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왜 흥분하냐”고 우리를 일깨워줬다.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민노총에 공무원의 가입을 허용할 수 없다면 교사에게는 더더욱 민노총 활동을 용납해선 안 된다. ‘개인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경쟁하다 강자는 남고 약자는 죽으라는 것이 시장’이라고 교육하는 민노총 소속 전교조 교사에게 우리 아이들을 맡길 순 없다.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