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교조 교육감’으로 학교 물들이겠다는 전교조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9일 03시 00분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내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르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할 것은 한다”고 했지만 그가 언급한 ‘선거 참여 홍보와 각 후보의 교육 공약 수용여부 공개’는 실정법의 한계를 넘어서는 행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04년에 당시 전교조 원영만 위원장이 전교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민주노동당 지지를 밝힌 데 대해 선거법 9조(선거에서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올해 4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전교조와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 좌파진영의 단일후보로 당선됐다. 정 위원장은 이에 고무된 것 같다. 경기도교육감 선거 당시 민주노총 소속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노조원 3명은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후보는 김상곤 후보”라며 조직적인 선거운동을 벌여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정 위원장이 내년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 개입하겠다니 법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년 선거에서 전교조의 지지를 받는 교육감이 여럿 나와 전국에서 전교조식 교육실험이 판을 친다면 교육현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김 교육감은 취임 두 달 만에 전교조의 요구에 따라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했고, 시국선언에 나선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를 유보했다. 최근 내놓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안’ 초안엔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반성문 서약서 등 진술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김 교육감은 교사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교권보호헌장 제정도 지시해놓고 있다. 만일 교권헌장에 ‘자신의 사상·양심에 반하는 내용의 교육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들어갈 경우 경기도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어떤 이념을 가르칠지 걱정스럽다.

전교조는 1989년 창립 선언문에서 “교육 민주화와 사회 민주화 그리고 통일의 그날까지 동지여, 전교조의 깃발 아래 함께 손잡고 나아가자”고 선언했다. 우리나라 노조법은 노조를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로 규정하고 정치활동을 주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노조로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학교 밖 문제인 사회 민주화와 통일을 외치는 전교조는 노조라기보다는 정치단체에 가깝다.

전교조의 선거 개입은 국가공무원법과 전교조법을 모두 위배하는 행위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들이라면 제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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