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글의 검색 혁명과 한국형 포털의 현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세계적 검색엔진 기업 구글이 7일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이용한 휴대전화 사진정보 검색 기능을 소개했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영국 런던 템스 강변의 ‘런던아이’를 찍고 ‘구글 고글’ 검색 버튼을 누르면 런던아이와 관련된 정보를 휴대전화로 받아보는 서비스다. 국내엔 아직 안드로이드폰이 들어오지 않아 이런 검색을 이용할 수 없지만 인터넷 이용자라면 누구나 매료될 만한 서비스다. 컴퓨터에 이어 휴대전화 인터넷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더 빨리 더 적확하게 찾아내기 위해 ‘더 똑똑한 검색’ 기능으로 진화를 거듭하는 구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은 매일 인터넷에서 약 2억4000만 건의 검색을 할 만큼 인터넷 의존도가 높다. 검색 건수는 초고속 인터넷이 본격 보급되고 국내 최대 검색업체인 NHN이 창립된 1999년보다 200배나 늘었다. 하지만 NHN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면 가장 위에 뜨는 것이 스폰서링크, 파워링크 등 광고와 연결된 정보다. 구글이 사용자가 가장 많이 원하는 콘텐츠 순서대로 ‘기계적으로’ 배열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광고비를 내는 업체부터 배열하는 셈이다. 국내 검색사이트가 상업적 의도로 지식 배열 순서를 정해 지식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털사이트가 여론 형성 공간을 제공하고, 편집 담당자가 뉴스와 블로그, 토론 글을 취사선택하면서 정치적 방향성까지 제시하는 편향성도 잘못이다. 작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 미디어다음은 거짓정보를 무차별 확산시켰다. 이후 네이버가 뉴스편집 중단을 선언했으나 올 초부터는 메인화면에 소개하는 뉴스의 언론사 수를 제한하는 새로운 ‘편집권력’을 발휘한다. 포털사이트가 안내자 아닌 통제자로 변질되면서 지식과 정보의 정치적 상업적 왜곡이 심화되는 현상을 방치해선 안 된다.

검색 기능은 뒷전으로 미룬 채 게임 부동산중개 등 문어발 사업을 벌이면서 허위 유해 콘텐츠를 여과 없이 유통시키는 점도 문제다. 10월 박상돈 자유선진당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부동산 매물의 절반 이상이 이미 팔렸거나 사실과 다른 허위매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 송훈석 의원에 따르면 음란 도박 자살 사이트 등 유해 정보들이 대형 포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구글은 첨단 검색 기능 개발로 인터넷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가고 있는 판에 한국형 포털이 안방에 안주해 소비자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키면 인터넷 강국의 명성을 잃고 구글에 먹힐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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