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림픽 방송 중계경쟁의 피해자는 시청자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첫 금메달과 은메달을 딴 14일 SBS TV ‘8시 뉴스’는 25개 기사 중 16개를 관련 기사로 보도했다. KBS와 MBC는 국민의 높은 관심에도 단신으로 처리하는 무시 전략으로 맞섰다. 지상파 3사의 볼썽사나운 행태는 SBS가 밴쿠버 올림픽 독점중계권을 7250만 달러에 사들이면서 불을 붙였다. 이 액수는 지상파 3사의 중계권 협약인 ‘코리아풀’에서 합의한 6300만 달러보다 950만 달러나 많다. 110억 원에 가까운 국부가 유출된 셈이다.

SBS가 스포츠중계 시장을 독점하고 KBS와 MBC는 올림픽 보도를 외면함으로써 시청자는 채널선택권을 잃었다. 지상파 3사는 여러 참가국의 다양한 종목을 보여주지 못해 수준 높은 겨울 스포츠팬들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 SBS 홈페이지에는 ‘골고루 경기를 감상할 수 없어 올림픽 재미가 반감됐다’는 항의 글이 잇따라 오른다. KBS뉴스의 인터넷 게시판에도 “시청자를 볼모로 방송싸움 하느냐”는 비판이 거세다. ‘국민관심 행사 등에 대한 중계방송권자 또는 그 대리인은 일반 국민이 이를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방송권을 다른 방송사업자에게도 공정하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 없이 제공하여야 한다’(방송법 76조 3항)는 규정이 무색하다.

일본은 공영방송인 NHK가 전체 경기의 절반가량을 중계하고 나머지는 민영 방송사들이 순번을 정해 방영한다. 독일은 하루에 열리는 모든 경기는 한 채널이 맡도록 해 시청자들의 혼란을 막는다. SBS는 2012년과 2014년(겨울), 2016년 올림픽의 중계권까지 사들여 이런 사태가 되풀이될 우려가 없지 않다. 고액의 독점 중계권료를 지불한 SBS가 지금에 와서 단독 중계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KBS와 MBC에 올림픽 뉴스보도를 위해 필요한 화면은 인색하지 않게 제공해주는 것이 도리다.

케이블 골프 전문채널 J골프는 작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0∼2014년 독점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공식적인 계약금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LPGA는 홈페이지에서 “투어 역사상 가장 많은 액수”라고 밝혔다. 이때는 SBS골프가 피해자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외화 낭비를 막고 국민의 시청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전에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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