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다지는 統合이라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작은 차이를 넘어 큰 가치 속에서 화합하는 공화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 정신은 국민의 민생 향상을 위해 소모적인 이념논쟁을 지양하고, 서로를 인정 존중하며 생산적인 실천방법을 찾는 중도실용주의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낡은 이념의 틀에 갇혀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 공감한다. 그러나 시대착오적 이념에 매몰돼 대한민국의 정통성마저 부인하며 국민을 오도하는 세력까지 끌어안을 수는 없다.

3·1운동의 정신을 이어받은 우리 선조들은 민주공화제를 채택해 대한민국을 세웠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개방과 법치를 선택해 세계가 놀라는 발전과 번영의 길을 열었다. 대한민국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그 원천이 되는 가치다. 북한도 이런 가치를 지향했더라면 오늘날 2400만 주민을 저토록 힘들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진 대한민국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다져야 하건만 이를 흔드는 행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적화(赤化)통일 노선에 따라 남한에서 암약하다 잡힌 비전향 장기수와 빨치산을 추모하고 미화하는 행사에 학생들을 데리고 참가한 교사가 법원에서 무죄를 받는 세상이다. 사법부 일각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문제의 전교조 교사는 판단력이 미약한 어린 학생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비전향자와 만나게 했다.

경찰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현장에서 지키는 공권력의 집행자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집행 방해사범 2519명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 가운데 54%인 1352명의 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이 법치에 대한 도전에 온정적인 것으로 비칠 때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질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목을 흉기로 찔러도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법원이 법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통령은 “다양한 생각을 존중하되 작은 차이를 넘어 커다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대한민국 정체성이 지켜진다는 전제 아래서만 ‘조화’의 의미가 있다. 몰가치적 통합은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없지 않다. 우리 체제가 아닌 북한 체제 중심의 통일론을 들먹이는 세력마저 대승적 화합의 대상으로 삼을 순 없다. 국가의 기본을 흔드는 세력까지 끌어안기에는 국민적 비용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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