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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흡연 사실이 드러난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최승현(예명 탑·30·사진) 씨가 기소됐다. 2월 시작된 최 씨의 의무경찰 복무도 중지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최 씨를 5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가수 연습생 한모 씨(22·여)와 지난해 10월 9∼14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대마초를 2차례 피우고, 액체화시킨 대마를 전자담배로 2차례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악대 소속이던 최 씨를 이날 서울경찰청 산하 4기동단으로 발령 냈다. 피고인 신분이 된 최 씨가 더 이상 경찰 홍보 업무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다. 최 씨는 이날 오후 5시 50분경 악대 내무반이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4기동단이 있는 양천구로 떠났다. 최 씨는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했다. 검찰 기소 내용이 담긴 통보서를 경찰이 수령하는 순간 최 씨는 직위 해제돼 집에서 대기하게 된다. 이 기간은 복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 이상이 확정되면 강제 전역된다. 경찰이 이날 인기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본명 손가인·30)에게 대마초를 권유했다는 박모 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면서 대마초 파문이 연예계 전반으로 번질지 주목된다.권기범 kaki@donga.com·김준일 기자}

인기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가인(본명 손가인·30·사진)이 지인으로부터 대마초 흡연을 권유받았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가인은 4일 오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박○○ 씨가 제(저)에게 떨을 권유하더라”며 “살짝 넘어갈 뻔했다”는 글을 올렸다. ‘떨’은 대마초를 뜻하는 은어다. 이어 “저는 누구보다 떳떳하게 살았다. 나한테 대마초를 권유하면 그땐 ××다”라며 권유를 뿌리쳤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가인은 박 씨의 실명을 공개하며 자신의 연인인 배우 주지훈 씨(35)의 지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와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문자메시지도 올렸다. 박 씨로 추정되는 남성의 메시지는 “뭐라도 어떻게든 네 기분을 풀어주고 싶어서 얘기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경찰은 가인의 폭로에 대해 수사할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SNS 게시물만 갖고 수사하기는 어렵다”며 “권유만 한 것이라면 다른 정황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마초 흡연 사실이 드러난 아이돌그룹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30)은 이날 자필 사과문을 통해 “많은 분께 큰 실망과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을 다해 사과드리고 싶다. 다시는 이런 무책임한 잘못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일명 ‘마약 풍선’으로 불리며 유흥가와 대학가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해피벌룬’ 가스를 마신 20대 남성이 숨졌다. 국내에서 해피벌룬 가스 흡입으로 인한 사망은 사실상 처음이다. 4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 따르면 4월 13일 오후 1시경 수원시의 한 호텔 객실에서 A 씨(20)가 침대 밑에 쓰러져 있는 것을 외출했다가 돌아온 여자친구 B 씨(20)가 발견해 호텔 측에 알렸다.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하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A 씨는 끝내 숨졌다. 경찰은 현장의 물품을 수거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 결과 A 씨가 해피벌룬 가스를 과도하게 흡입하다 숨진 것으로 봤다. 국과수는 “해부학적으로 사망 원인은 ‘미상’이다. 그러나 아산화질소(N2O) 과다 흡입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을 최근 경찰에 보냈다. 아산화질소는 질산암모늄을 열분해할 때 생기는 투명한 기체다. 마취 보조 가스의 주성분으로 외과 수술 때 많이 쓰인다. 아산화질소를 들이마시면 순간적으로 정신이 몽롱해진다. 이 때문에 웃음가스라고도 불리는데 최근 아산화질소를 넣은 풍선이 해피벌룬이라는 이름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A 씨가 투숙한 객실에서도 캡슐 형태의 아산화질소 120여 개와 함께 풍선, 고무관, 검은 봉지 등이 발견됐다. 아산화질소 캡슐 중 20여 개에는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런 유형의 사고는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산화질소 규제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의료용이 아닌 일반인의 아산화질소 사용에 대한 규정은 없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는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하루빨리 아산화질소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권기범 kaki@donga.com / 수원=남경현 기자}
현직 경찰이 근무시간에 여고생과 성매매를 했다가 적발됐다. 또 서울의 한 경찰서는 존속살해범 검거 사실을 발표하며 부적절한 표현으로 빈축을 사는 등 경찰 안팎이 시끄럽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여고생 A 양(17)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가진 혐의(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최모 경위(38)를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경위는 29일 오후 4시경 서울 은평구의 한 주택에서 A 양을 만나 20만 원을 건넨 뒤 성관계를 가졌다. 당시는 근무시간이었다. 조사 결과 최 경위는 A 양과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났다. 범행 장소는 A 양 친구의 집이었다. 경찰은 채팅 앱 모니터링 중 성매매 관련 내용을 파악하고 현장에 잠복했다가 성관계를 하고 나오던 최 경위를 붙잡았다. 최 경위는 성매매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A 양이 미성년자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부적절한 발표로 비난을 자초했다. 송파서는 29일 치매를 앓는 노모(老母)를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했다가 1년 3개월 만에 자수한 50대 아들 사건을 발표했다. 문제가 된 건 발표 자료에서 끔찍한 패륜 범행을 ‘비정한 아들의 마지막 선물’로, 시신을 유기한 행위를 ‘시멘트 관(棺)’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경찰이 범행을 비꼬는 것 같다’ ‘비유도 좋지만 선물이나 시멘트 관 같은 표현은 너무 심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의 비정한 범행을 강조하려다 다소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 같다”고 해명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하경 기자}
치매를 앓던 70대 노모(老母)를 죽인 뒤 암매장한 50대 남성이 범행 1년여 만에 경찰에 자수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자신의 어머니 A 씨(78)를 살해한 뒤 유기한 혐의(존속살해 및 사체유기)로 아들 채모 씨(55·무직)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채 씨는 지난해 3월 13일 오전 4시경 서울 강서구에 있는 당시 자신의 집에서 베개를 이용해 A 씨의 얼굴을 막아 숨지게 했다. 채 씨는 이후 천 등을 이용해 어머니의 시신을 묶은 뒤 집 현관 옆 계단 아래쪽에 있는 빈 공간으로 옮겼다. 1㎡도 되지 않는 공간에 시신을 넣은 뒤 흙과 벽돌, 시멘트를 이용해 시신을 은폐했다. 채 씨의 범행은 1년 3개월이 29일 오전 6시 30분 채 씨가 스스로 경찰을 찾아와 범행을 실토하면서 비로소 드러났다. 채 씨는 경찰 조사에서 “치매를 앓는데다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어머니를 수발하는 게 힘들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제 장례를 치러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씨의 진술을 들은 경찰은 이날 오후 채 씨의 옛 거주지인 해당 건물을 찾아 A 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발견 당시 A 씨의 시신은 ‘ㄷ자’로 접혀 있었고 천 등으로 둘러싸인 상태였다. 경찰은 시신을 부검하고 범행 동기 등을 추가로 조사한 뒤 채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3분 안에 먼지 제거를 끝내야 하는데 ‘혹시라도 통제가 안 된다면…’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불안합니다.” 28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 순환 9-4번 승강장 앞. 검은 양복을 입고 이곳을 찾은 서울메트로 선릉PSD(플랫폼스크린도어) 소속 임선재 씨(34)가 말했다. 임 씨는 지난해 9월 안전업무직으로 입사했다. 임 씨가 말한 스크린도어의 장애물 검지 센서 이물질 청소는 지난해 같은 날 바로 이곳에서 사고로 숨진 김모 씨(당시 19세)의 마지막 작업이었다. 임 씨는 “작업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종합관제실이나 승무원이 한눈이라도 팔면 같은 사고가 반복될 수도 있다”며 “위급할 때 정비요원이 승강장으로 피신할 수 있는 비상문도 일부 역에만 도입됐다”고 말했다.○ 1년 지났지만 위험은 여전하다 구의역에서 혼자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씨가 열차에 치여 숨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이날로 1주년이 됐다. 사고 이후 서울시 등이 내놓은 안전 대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1년 만에야 나온 검찰의 수사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이후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PSD 담당 안전업무직을 기존 146명에서 206명으로 늘렸다. 121개 역을 담당하는 관리소도 2곳에서 4곳으로 늘렸다. 2인 1조 근무 수칙도 정착됐다. 그러나 인력 부족 등으로 직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17명 안팎이 하루 15시간 동안 30개 역사를 관리한다. 그러다 보니 이상이 생겨 출동하는 데 20∼30분씩 걸리는 등 과부하가 걸린다는 얘기다. 현장에서는 관리소를 2개 더 늘리고 인원도 40명은 더 충원해야 문제가 해소된다고 말한다. 안전업무직 직원 처우도 문제다. 안전업무직은 서울메트로 소속이지만 무기(無期)계약직이어서 정규직과는 급여 기준 등이 다르다. 노조 관계자는 “4조 2교대를 시범 운영 중인 정규직과 달리 안전업무직은 3조 2교대”라며 “처우에서도 차별이 있는 사실상 비정규직”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뒤 ‘지하철 비정규직 사망재해 해결과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이 내놓은 권고사항 이행 여부를 두고 서울시와 조사단의 평가도 엇갈린다. 17일 조사단이 내놓은 평가 및 의견서에 따르면 서울시가 이행한 권고사항은 58개 중 6개. 그러나 서울시는 36개를 완료했다고 주장한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 ‘늑장 논란’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성상헌)는 이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전 서울메트로 사장인 이모 씨(53), 은성PSD 대표 이모 씨(63)를 비롯한 9명과 서울메트로, 은성PSD를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각각 5, 6개월씩이나 걸리는 등 늑장 수사 논란도 일었다. 경찰이 사고현장 분석과 합동수사 등에 5개월을 쓴 데다 지난해 11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피의자 14명 소환조사와 법리 검토에 6개월이 걸렸다. 수사 결과 발표가 사고 1주년에 맞춰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 관련 업체가 많아 사실관계 확인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았다”며 “발표 시점을 일부러 조정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구의역 9-4번 승강장 앞에는 김 씨를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김 씨가 수리하던 스크린도어에는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제목의 투명 게시판이 설치됐다. 게시판은 추모 글이 적힌 접착식 메모지로 가득했고 바닥에는 국화가 놓였다. 사고 당시 김 씨의 가방에 있던 컵라면을 상기하듯 컵라면에 포스트잇을 붙여 놓기도 했다. 1년 전 은성PSD 소속으로 김 씨와 함께 일했던 박창수 씨(29)는 이날 생일(29일) 하루 전 숨진 김 씨를 위해 초 2개가 꽂힌 케이크를 바치기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등 정치인도 찾았다. 그러나 ‘위험의 외주화’ 문제 해결과 관련된 법안이 10여 건 발의됐지만 국회에서 1년간 한 건도 처리되지 않았다.위은지 wizi@donga.com·권기범 기자}
“프로야구 경기 무료입장이라는데 실화(實話)입니까?” 21일 낮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갑자기 쏟아진 질문 내용이다. 같은 시간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는 ‘프로야구’와 ‘무료입장’이라는 키워드로 들썩였다. 프로야구 경기장에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경기장은 한 곳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가 열린 5곳 중 서울을 제외하고 대전과 광주, 경기 수원, 경남 창원 등 4곳의 구장에서 일제히 같은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경기장에 이미 입장한 사람들은 앞다퉈 ‘인증샷’을 올렸다. ‘일반석을 무료로 개방합니다’라는 내용이 뜬 전광판 사진들이었다.○ 예매 사이트 7시간 동안 마비 프로야구 경기가 어린이날 등 특별한 기념일에 열릴 경우 특정 관객을 무료로 입장시키는 경우는 가끔 있다. 그러나 이날처럼 무작위로 공짜 관중을 받은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날 소동은 다름 아니라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시작됐다. 오전 10시 20분경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6곳과 발권 계약을 맺은 관람권 예매 사이트 티켓링크가 갑자기 ‘먹통’이 됐다. 접속 장애는 7시간 동안 계속됐다. 홈페이지에는 ‘서비스 일시 점검 중’이라는 공지가 떠 있었다. 사이트 접속이 되지 않는 걸 확인한 각 구장은 곧장 대응에 나섰다. 혼란을 막기 위해 현장 발권을 중단하고 티켓링크 측과 협의해 관중을 무료입장시키기로 했다. 원래대로라면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낮 12시부터 입장이 시작돼야 했지만 이보다 30분 늦게 입장이 시작됐다. 일부 구단은 아예 공식 트위터로 “별도 티켓 확인 절차가 없다. 야구장으로 오라”며 초대 멘트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무료입장 과정에서 관중끼리 좌석을 놓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경기장마다 티켓을 예매했다가 환불받은 관중과 처음부터 그냥 입장한 관중이 ‘자리 소유권’을 두고 말다툼을 벌였다. “기존 티켓 예매 관중에게 자리를 양보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지만 혼선은 계속됐다. 이날 창원시 마산구장을 찾은 유모 씨(31)는 “무료로 입장한 관중이 ‘좋은 자리를 맡겠다’며 경기 시작 뒤에도 내야석을 계속 휘젓고 다니는 통에 경기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며 “일부러 주말 시간을 빼서 왔는데 기분이 상했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에서 공짜로 열린 좌석 수는 모두 6만2000석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킹이나 디도스 공격 아니다” 티켓링크를 운영하는 NHN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이날 마비 사태는 서버가 있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네트워크 장애 탓으로 보인다. 이날 티켓링크 외에도 NHN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게임포털 한게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벅스 등도 같은 시간 접속 장애를 겪었다. 다만 이 사이트들은 티켓링크보다 빠른 낮 12시 45분부터 순차적으로 복구가 진행됐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원인은 파악 중이나 일각에서 제기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등은 사실이 아니며 내부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도 “자체 파악 결과 해킹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티켓링크와 각 구단 측은 무료입장과 환불 등으로 구장이 입은 손해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약 1억7000만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티켓링크 측이 보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ISA 등에 따르면 20일 서울 서초구의 인터넷 기반 시험(IBT) 토플 시험장에 있던 컴퓨터가 랜섬웨어에 감염되면서 시험이 취소됐다. 이로 인해 시험장에서 대기하던 수험생들이 시험을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KISA는 감염 악성코드가 최근 세계를 한 차례 공포에 빠뜨렸던 랜섬웨어 ‘워너크라이(WannaCry)’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주관사 측은 밤새 복구 작업을 벌여 21일 시스템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주관사 관계자는 “시험용 프로그램은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어 해킹되지 않는다”며 “일시적으로 PC의 방화벽을 해제하는 과정에서 악성코드가 침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험을 보지 못한 수험생에게는 재시험과 환불 등을 할 방침이다.권기범 kaki@donga.com·임현석·강홍구 기자}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당신을 추모합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사고가 생기질 않길…’ 17일 오후 8시 1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 지하철 출구 가림막 벽에 ‘추모의 포스트잇’이 다시 등장했다. 1년 전 일어났던 ‘강남역 살인사건’으로 숨진 A 씨(당시 23세)를 추모하기 위해 접착식 메모지 3만여 장이 붙었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이날 행사는 ‘강남역10번출구’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단체와 시민단체 21곳으로 구성된 ‘범페미네트워크’가 연 이날 행사에는 모두 5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 앞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 참가한 뒤 현장을 찾았다.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사전에 알린 ‘드레스코드(복장규정)’에 맞춰 검은색 계열의 드레스와 티셔츠 등을 입고 모여들었다. 한 손에는 국화를, 또 다른 손에는 ‘우리의 두려움은 용기가 되어 돌아왔다’는 내용이 적힌 보라색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행렬은 사건 현장인 노래방 건물에서 한 차례 묵념한 뒤 강남역 10번 출구 앞으로 이동해 메모지를 붙이고 마스크를 던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A 씨의 부모님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구 2명과 함께 추모제에 참석한 강세미 씨(25·여)는 “이렇게 사람이 많고 번화한 곳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게 아직도 믿기질 않는다”며 “사회가 여성과 약자들의 고통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등 서울 도심에서도 집회와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강남역 여성살해 사건 1주기 여성·인권·시민사회단체 공동행동’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등지에서 6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A 씨를 추모하고 여성 관련 안전 대책 강화를 요구했다. 대구와 부산, 경남 창원 김해 진주에서도 추모 행사가 열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추모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공존과 사랑의 정서로 바꿔야 한다”고 썼고,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사건 피해자 가족에 대한 후원 프로젝트를 공유하기도 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A고교 동창생 150여 명이 참여하는 단톡방(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7일 페이스북 캡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캡처 사진에는 ‘이 시각 PK(부산경남)의 바닥 민심입니다. 패륜 집단의 결집이 무서울 정도’란 글이 선명했다. 문용식 전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대책단장이 전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내용이다. 동창들 사이에선 ‘패륜 집단’ 발언을 놓고 한바탕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각 후보의 선거운동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과거 대선과 확연히 달랐다. 후보들의 전략 변화를 이끌어낸 건 바로 유권자였다. 대선 내내 유권자들은 지지 후보의 ‘전략기획본부장’을 자처했다.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후보와 쌍방향 소통에 나섰다.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 위해 후보들은 전례 없이 ‘진한 스킨십’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유권자 그리고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수용한 후보의 모습은 대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나의 대통령’ 위한 자발적 선거운동 유권자들은 자신과 지지 후보가 다른 친구, 가족, 동료를 설득하는 일을 ‘영업’이라 부른다. 설득에 성공할 때마다 SNS에 인증샷도 자랑하듯 올린다. 올 2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투표 당일 SNS 선거운동이 가능해지는 등 일반 유권자의 온라인 선거운동 제약이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영업’을 위한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리케이션 장터)에는 휴대전화로 통화할 때마다 자동으로 상대방에게 투표 독려 문자와 이미지를 보내주는 ‘투대문(투표하면 대통령은 문재인)’ 앱이 나왔다.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 채팅’ 기능을 이용해 지인 또는 무작위로 지지를 호소하는 건 흔하다. 취업준비생 이모 씨(25·여)는 최근 30명가량의 단체채팅방에 초청돼 ‘○○○을 찍어야 나라가 산다’는 지지 호소글을 받았다. ○○○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는 서로 맞장구를 쳤지만,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는 반대하는 이유를 남기고 방을 나갔다. 누리꾼들이 동영상, 짤방(한 장짜리 간단한 사진) 등으로 재생산한 TV토론 콘텐츠는 오히려 TV토론의 영향력을 넘어섰다는 평까지 나온다. 패러디도 이어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MB 아바타’ ‘갑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돼지 발정제’, 문 후보는 동성애 반대 발언 등이 확대 재생산됐다. 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과거엔 캠프 측의 주도로 이런 내용이 확산됐지만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치적 캠페인을 한다”며 “유권자들이 스스로 정치를 바꿀 수 있다는 정치적 효능감이 굉장히 높아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직접 소통으로 눈높이 맞추는 후보와 유권자 7일 문 후보가 어버이날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효도하는 정부’를 약속하는 글을 올리자 댓글이 약 260개 달렸다. 유권자들은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지정해도 현장 노동자는 혜택을 못 본다” 등 각자 처지에서 공약 보완을 요구하는 댓글을 달았다.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알려 “당선인의 공약도 내가 만든다”는 분위기였다. 후보 게시글에 댓글을 자주 올리는 워킹맘 남지선 씨(38)는 “후보가 유권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눈여겨본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댓글을 읽고 참고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후보도 소통에 열심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성차별 논란과 단설 유치원 신설 자제 논란에 휩싸이자 페이스북에 직접 해명했다. 18대 대선에서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두 개의 인혁당 판결’ 발언으로 과거사 인식 논란을 일으킨 뒤 보름 가까이 지나서야 해명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또 18대 대선 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트위터 등을 운영했지만 일방향 메시지 전달이 많았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후보 본인이 직접 올린 트위터 게시글 수도 박 후보가 단 3건, 문 후보가 17건이었다. 반면 페이스북이 중심이 된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주요 후보들은 적게는 20여 건, 많게는 100건 가까이 직접 글을 올렸다. ○ 뚜벅이, 허그…한층 진해진 스킨십 대선 후보가 대규모 유세장에서 일장 연설을 마친 뒤 군중에게 손 흔들고 다른 곳으로 서둘러 떠나는 풍경은 이번에 거의 사라졌다. 안 후보는 선거 막바지인 4일부터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도보유세를 통해 직접 거리로 뛰어들었다. 도보유세 생중계 방송은 114만 회 이상 조회됐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인형탈을 쓰고 동물원을 찾는 등 허물없이 다가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현장에서 즉석 문답식 대화를 갖는 특유의 스킨십을 선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의 계기를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서 찾는다. 지지했던 대통령이 탄핵된 태극기 세력과 용납할 수 없는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 세력 모두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겠다’는 의식이 강해진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선거운동은 소통의 방식으로 진화했고, 5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친밀하고 진정성 있는 방식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기범·홍정수 기자}

5·9대선 사전투표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투표용지가 두 종류’라는 괴담이 퍼져 유권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 같은 괴담을 유포한 A 씨 등 11명을 5일 검찰에 고발했다.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4시 반경, 회원이 97만여 명인 인터넷 카페에 ‘투표용지가 왜 다른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공식 투표용지는 후보별 기표란 사이에 (0.5cm의) 여백이 있는데 그 여백이 없고 기표란 사이가 빈틈없이 붙은 투표용지를 받았다’는 주장이었다. 2015년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투표용지 후보자 칸 사이에는 반드시 여백을 둬야 한다. 개정 전에 치러진 18대 대선 때는 기표란이 붙은 투표용지가 쓰였다. 이 글은 소문이 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퍼졌다. 같은 날 오후 5시 반경에는 “선관위와 통화를 했다. 여백이 없는 투표용지는 미분류표가 돼 사람 손으로 개표한다고 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와 곳곳에 퍼졌다. 이 글이 올라온 이후 투표용지가 두 종류라는 괴담은 사실인 것처럼 포장돼 보다 빠르게 확산됐다. 투표용지 괴담이 퍼지면서 오후 6시 이후에는 일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투표용지 여백’이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트위터에서 “인간의 기억은 사후왜곡 가능성이 크다”며 “허위 사실 유포에 현혹당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논란은 5일에도 계속됐다. “사퇴한 후보의 기표란에 ‘사퇴’ 표기가 안 된 투표용지를 받았다” “내가 (문제의 투표용지를) 직접 봤다”는 동조 글까지 나왔다. 몇몇 시민은 이 같은 루머를 확인하려 투표장을 찾기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의 사전투표장을 찾은 직장인 정모 씨(32)는 “SNS 단체 채팅방에서도 지인들의 말이 엇갈려 일부러 왔다”며 “(여백이 있는) 투표용지를 직접 눈으로 보니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전국적으로 동일한 프로그램을 이용해 여백이 있는 투표용지만 출력하기 때문에 다른 모양의 용지는 나올 수 없다”고 단언했다. 선관위 김수연 사이버선거범죄대응센터장은 “‘가짜 뉴스’가 이번 대선에서만 이미 3만 건을 넘어섰다”며 “허위 사실이 진실인 것처럼 퍼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금정구 장전1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용지 1장이 사라져 부산시선관위가 조사에 나섰다. 부산시선관위에 따르면 전날 이곳 사전투표소의 관외선거인 투표용지 교부 수보다 회송용 봉투 수가 1장이 적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전날 투표한 관외선거인은 3672명으로 이들에게 교부된 관외선거인 투표용지는 3672장이었다. 그러나 투표함을 확인해 보니 회송용 봉투는 3671장뿐이었다.권기범 kaki@donga.com·신진우 / 부산=조용휘 기자}

“아무 걱정 없이 밤거리를 산책할 수 있는 나라, 어린이가 어디서든 안전한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청소년, 아동 성폭력 범죄자를 사형까지 포함해 강력한 엄벌에 처해야 한다.”(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2012년 대선 때 주요 후보들은 이처럼 치안 공약의 맨 앞에 아동 안전을 강조했다. 같은 해 7월 경남 통영시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이 이웃의 성폭행 전과자에게 납치돼 살해되고, 8월 전남 나주시에서 7세 여자 어린이가 납치된 뒤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탓이다. 아동을 노린 흉포한 범죄에 여론이 들끓었고 대선에서도 관련 공약이 쏟아졌다.○ 사건 잦아들자 관심도 시들 5년 후 치러지는 19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치안 공약은 어떨까. 본보가 5당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 아동 안전 관련 내용은 5년 전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아동 폭력(학대) 조기 발견 시스템 강화 및 대응 인프라 확충’,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아동 학대 예방부터 사후 조치까지 종합 대책 마련’ 등이 겨우 눈에 들어왔다. 여기에 안 후보는 24일 정책공약집을 발표하고 아동 보호 전문기관 및 학대 피해아동 쉼터 단계적 확충, 영·유아 정기 검진 시 아동 학대 예방 부모 교육 의무화 등을 추가로 내놓았다. 가짓수는 늘었지만 신선도는 떨어진다는 평이 많다. 장화정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안 후보의 조기 발견 시스템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정책”이라며 “심 후보의 종합대책도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궁금하다”고 진단했다. 몸무게 16kg의 11세 여자아이, 찬물과 락스 학대로 숨진 7세 신원영 군 등 안타까운 아동 학대 사건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도 커졌지만 시간이 지나자 시들해졌다. 유권자들도 보육 정책 등에 비해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다. 이창무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선거공학적으로 정책을 발굴하다 보면 중요한 아동 안전도 당장 이슈가 아니다 보니 비중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여성 안전대책 앞다퉈 내놔 올해 치안 공약의 특징은 여성과 젠더(gender·사회적 의미의 성)다. 지난해 5월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됐다. 살해 동기가 여성 혐오 범죄로 알려지면서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나아가 분노하는 사회적 현상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당시 현장을 찾은 뒤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합니다”라고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은 여성 안전 대책을 앞다퉈 내놓았다. 문 후보는 몰래카메라, 스토킹, 데이트 폭력 범죄 처벌 강화를 포함한 ‘젠더 폭력 방지 기본법’(가칭) 제정 추진을 공약했다. 심 후보도 주요 3가지 범죄에 대한 대응 강화를 약속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성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범죄를 젠더 이슈로 만들어 접근한 측면이 있다”며 “단편적인 접근으로 범죄를 억제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흉악범 사형 집행, 흉악 범죄자 보호 수용 제도 도입으로 ‘국민 보호’를 공약했다. 이에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간주된 현실에서 대통령의 말만으로 실현되기는 어려운 정책”이라고 밝혔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기범·김하경 기자}

“정말 답답합니다. 미래를 향한 발전적 토론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23일 오후 열린 TV토론회 초반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토론 상황을 평가하며 ‘미래’를 언급했다. 그는 이날 미래라는 단어를 6번이나 꺼냈다. 이런 식으로 안 후보는 대선 정국에서 미래라는 단어를 200번이나 입에 올렸다. 본보가 4∼23일 5당 대선 후보의 연설과 토론회 발언, 인터뷰 내용 등 단어 약 17만 개(글자 수 약 76만 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중의 한 내용이다. ‘국민’ ‘우리’ ‘대통령’ ‘대한민국’ 등은 모든 후보가 많이 언급한 단어였다. 하지만 이런 공통 단어를 제외하면 각 후보가 강조하려는 단어들의 차이가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일자리’(252회) ‘경제’(205회) ‘산업’(110회) 등 정책과 관련한 단어를 자주 말했다. 배영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정부의 의미와 역할을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이념 논쟁으로 가면 불리한 구도가 벌어질 수 있으니 정책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정권교체’라는 단어도 170회나 꺼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제1야당이 가진 프리미엄을 적극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대중의 ‘정권 심판’ 심리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미래를 강조하는 것에 전문가들은 “과거와 미래라는 프레임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했다. 윤 센터장은 “본인은 미래고 다른 후보는 과거라는 프레임을 계속해서 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과거와 미래라는 구도가 구축되면 문 후보에 비해 자신을 ‘미래 세력’으로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육’(150회)이라는 단어도 많았다. “교육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 안 후보의 주요 의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서민’(208회)이라는 단어를 유독 강조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스스로를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로 설명하며 중산층과 서민을 챙기겠다는 점을 앞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233회) ‘노조’(143회) 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념적 대립 구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보수’(167회)라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언급했다. 자신이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하려는 뜻으로 풀이됐다. 홍 소장은 “‘분열’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보수 주도권 싸움’을 1차적인 목표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정책 분야에서 ‘경제’(172회)를 자주 언급하는 등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는 평가를 들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개혁’(133회) ‘촛불’(104회)을 자주 언급했다. ‘장애인’(87회) ‘농민’(78회) ‘노동자’(61회) 등의 발언 빈도도 높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상대적으로 지지층 외연 확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특성을 강조하고 이념적 노선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위은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을 팔고 서초구 내곡동에 새집을 마련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2013년 2월 25일 대통령에 취임해 청와대에 들어갈 때까지 약 23년간 이곳에 살았다. 또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에서 나온 3월 12일부터 같은 달 31일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될 때까지 삼성동 자택에 머물렀다. 박 전 대통령 측은 늦어도 다음 주말까지 이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21일 밤 삼성동 자택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내곡동 집으로 이동해 이사 준비를 했다. 앞서 19일경 박 전 대통령이 아끼는 피아노 한 대가 가장 먼저 내곡동 집에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3월 헌재에서 탄핵심판을 받는 동안 이사 갈 곳으로 내곡동과 경기 파주 등 3곳을 검토하다 내곡동으로 최종 결정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3월 13일 28억 원에 이모 씨(69·여)에게서 내곡동 집을 매입했다. 헌재의 파면 결정 사흘 뒤였다. 청와대는 이 씨 뒷집을 경호동 건물로 사용하기 위해 매입을 추진 중이다. 그리고 보름이 지난 3월 28일 삼성동 집이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62)에게 67억5000만 원에 팔렸다. 박 전 대통령이 매입한 내곡동 집과의 차액은 39억5000만 원. 박 전 대통령은 이 돈으로 내곡동 집 잔금을 치른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1990년 삼성동 자택을 약 10억 원에 사들였다. 홍 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인에게서 삼성동 자택이 급매물로 싸게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투자 목적으로 구입했다”며 “박 전 대통령 집이라 부담이 됐지만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고민 끝에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집이 오래되고 전체적으로 낡아서 수리를 엄두도 못 내고 침실 보일러만 고쳐 침실에서만 지냈다고 한다”며 “삼성동 집에 내가 들어갈지, 아니면 재건축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충남 당진 출신인 홍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졸업한 서강대에서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최고경영자 과정’과 ‘오피니언 리더스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개인적 인연이 있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홍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돕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동생 박지만 EG 회장 등 누구와도 인연이 없다. 나 말고도 삼성동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홍 회장은 2015년 1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 씨(58)가 소유했던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를 118억 원에 매입했다. 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집은 차가 다니는 큰길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골목 끝에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대지면적 406m², 건물면적 570.66m²다. 한 공인중개사는 “지중해풍 콘셉트로 수입 자재를 써서 지은 고급 주택”이라고 홍보한 적이 있다. 이 집엔 원래 전 주인 이 씨의 딸인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신모 씨가 살았다. 여기서 직선거리로 390m 떨어진 곳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집을 지어 살려고 했던 터가 있다. 이 터는 2012년 편법 증여 의혹에 휩싸여 건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의 취약한 경호 문제를 해결하고 변호사 선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 집을 팔고 새집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유영하(55) 채명성 변호사(39) 외에 추가로 변호인을 선임하기 위해 고위 법관 출신을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만 회장은 변호사 선임에 도움을 주려다 박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측은 “박 회장이 아주 답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다음 달 2일 오전 10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측은 재판 준비가 덜 됐다는 이유로 연기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권기범·배석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가 매각됐다. 박 전 대통령은 거처를 서울 서초구 내곡동으로 옮길 예정으로 알려졌다. 내곡동 이전 예정지 주변에서는 이미 경호동 신축 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인터넷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사저에 대한 등기신청이 20일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에 접수됐다. 등기 목적은 소유권 이전으로 되어 있으며, 이전 대상은 땅과 건물 모두다. 아직 등기가 완료되지 않아 사저를 산 사람이 누구인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구매자는 3월 말 67억5000만 원에 사저를 산 것으로 알려졌다. 취득세는 2억3000만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대통령 측은 사저 매각 배경에 대해 “변호인 선임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한 지상파 방송 유명 예능프로그램의 PD가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클럽에서 20대 여성 2명을 성추행한 혐의(공중밀집장소 추행)로 모 방송국 PD A 씨를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A 씨는 주말에 방송되는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PD로 활동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16일 오전 3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에서 복도를 지나가던 여성 2명의 신체 일부를 손으로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성들은 경찰에서 “A 씨가 사과는 커녕 모욕적으로 느껴지는 발언을 해 신고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이 술에 취했고 진술이 엇갈려 일단 귀가시켰다. 경찰은 피해자 조사를 마친 뒤 20일경 A 씨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A 씨는 사고 당일 조사에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확보했으나 화질이 좋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조사 뒤 기소 여부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A 씨의 휴대전화로 연락했으나 전원이 꺼져 있어 통화를 하지 못했다.권기범기자 kaki@donga.com}

“지금 여러분이 선호하는 직장, 10년 뒤에도 그대로일까요?” 이달 6일 서울 중구 동국대 문화관.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이 ‘툭’ 던진 말에 강연장이 숙연해졌다. 어수선하던 100여 명의 대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홍 전 사장을 바라봤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으로 세상이 초 단위로 바뀌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나만의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곳에서 열린 동아일보의 ‘찾아가는 2017 청년드림 금융캠프 동국대 편’에는 홍 전 사장부터 이효진 8퍼센트 대표, 신한은행의 인사담당자까지 다양한 금융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대학생들에게 금융권 현황과 전망을 전했다. 또 인생 경험을 전하고 취업 전략을 짜주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냈다. 그는 은행원을 그만두고 창업에 도전해 2014년 12월 개인 간 거래(P2P) 대출회사인 8퍼센트를 차렸다. 이 대표는 “취업 뒤에도 나처럼 인생의 변곡점이 올 수 있다. 너무 먼 미래를 고민하지 말고 앞으로 3년간 스스로 뭘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해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은행권 취업 비법을 전수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영미 신한은행 인사부 과장은 신한은행의 채용 과정과 자기소개서 작성 전략 등을 소개했다. 강연을 들은 동국대 학생들은 ‘기존의 취업 특강과 다른 분위기’라며 반겼다. 법학과에 재학 중인 이나라 씨(24·여)는 “취업 전략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금융권 분위기나 관련 지식도 소개해준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박재성 씨(25·산업시스템공학과)는 “스펙에만 몰두했는데 ‘숲을 봐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나만의 내공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현대카드의 디자인라이브러리와 트래블라이브러리에서는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동아일보·채널A,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청년행복 위크 페스티벌’이 열렸다. 5일 서울 종로구 디자인라이브러리에서는 최욱 건축가(54)가 ‘디자인, 청년의 상상력에 말을 걸다’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 건축가는 “사람은 자신의 기억으로 미래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실제 디자인라이브러리를 비롯한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 갤러리, 고급 와인레스토랑 두가헌 등 그가 설계한 건물들엔 그의 어린 시절 기억들이 녹아 있다. 그는 “네 살 때부터 살던 ‘마당-집-마당’이 반복되던 집터, 마당부터 대청까지 고무신을 벗어던지고 원스톱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그라운드 등 기억 속 여러 공간들이 재현됐다”고 말했다. 6일 서울 강남구 트래블라이브러리에서는 청년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년, 행복 쉼표를 찾다’ 행사가 열렸다. 청년들에게 여행 노하우를 알려주는 이날 행사에서는 여행 전문가인 정길영 컨시어지(타이드스퀘어 과장)가 나서 ‘행복하게 여행하는 법’을 주제로 1시간 30분가량 여행 계획 강연을 했다. 정 씨는 여행 동선 짜기, 최근 유행하는 숙박 공유 앱 이용 시 유의사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언을 했다.김성모 mo@donga.com·권기범·최지연 기자}

육상으로 이송된 세월호의 완전 거치는 11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남 목포신항 부두 한쪽 끝에 거치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선체의 변형이 심각해 현 위치에 그대로 거치된다. 10일 해양수산부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세월호에서 휘어짐 등 선체 변형이 발견됐다. 추가 손상을 막기 위해 현 위치에 배를 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다에서 40m 떨어진 곳이다. 해수부는 이날 곳곳에서 선체나 내부 시설이 뒤틀리거나 휘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손상 부위 파악에 나섰다. 이런 현상이 침몰 과정 또는 인양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세월호는 옆으로 누운 상태다. 선수에 비해 선미 쪽 기울기가 더 심하다. 선수와 선미의 기울기 차는 멀리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이날 부두에서는 세월호를 거치하기 위한 받침대 설치가 이뤄졌다. 이곳에 세월호를 거치하는 작업은 11일 오전 진행된다. 이 과정이 끝나면 최종 거치까지 모든 인양 과정이 마무리된다. 세월호가 침몰했던 전남 진도군 바다의 수중 수색도 진행 중이다. 세월호 선체가 받침목 위에 오르고 모듈 트랜스포터가 모두 이상 없이 빠져나가면 인양은 최종 성공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육상 이송은 업계에서도 초유의 일로 평가받는다. 특히 모듈 트랜스포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장비의 투입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현장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 있는 동원 가능한 모듈 트랜스포터는 모두 목포신항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에 모듈 트랜스포터를 투입한 업체는 동방 등 모두 7곳이다. 업체들은 주로 항만이나 조선업 현장에서 초대형 화물을 운송하는 장비 등을 운용하고 있다. 비용은 업계의 평균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투입된 모듈 트랜스포터 임차비(480대 기준)는 하루 약 6억 원 수준.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적으로 8억∼10억 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업이 예상보다 3일가량 지체되면서 추가로 기회비용이 발생해 7개 업체가 본 손해는 모두 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모듈 트랜스포터 임대업체 중 한 곳인 광진통운 김문식 대표(62·울산항만물류협회장)는 일주일간 울산 본사를 떠나 목포신항에 머물며 세월호의 육상 이동 현장을 챙겼다. 이동 막바지인 이날도 그는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선체 이동과 거치 작업 상황을 살폈다. 김 대표는 이번 작업을 위해 울산 지역의 한 증축 공사장과 맺었던 4억∼5억 원 규모의 계약 일부를 취소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미수습자 가족을 생각하니 돈이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작업 도중 세월호의 무게 중심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등 힘든 일도 있었지만 큰 사고 없이 작업을 마쳐 다행”이라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 / 목포=황성호 기자}

세월호가 마침내 땅 위로 옮겨졌다. 지난달 22일 본인양 착수부터 18일 만이다. 그동안 추정 무게가 수차례 바뀌는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본인양부터 최종 육상 이송까지 전체 과정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더 중요한 일이 남았다. 미수습자 9명과 희생자의 흔적을 찾고 사고 원인을 구체화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를 찾아야 한다.○ 선체 자르지 않고 수색 9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육상 거치가 마무리되면 우선 방역과 세척 작업이 진행된다. 수색은 미수습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3, 4층 객실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 관계자는 “수색 일정을 만드는 데 일주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색은 4개 팀이 맡는다. 20여 명으로 이뤄진 1개 팀은 이미 투입됐다. 해경과 구급대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누워 있는 세월호의 최대 높이는 22m. 이에 따라 ‘워킹 타워’라고 불리는 장비가 설치된다. 고층에 있는 작업 현장에 올라갈 수 있는 장비다. 주로 건물 공사 현장에서 볼 수 있다. 선조위 관계자는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세월호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수색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미수습자 유해가 발견되면 검사의 지휘 아래 해경과 국과수 직원 등이 투입된다. 유해는 전남 목포신항에 마련된 안치실로 옮겨진다. 1차로 검안 절차를 거친 뒤 유전자(DNA)를 국과수에 보낸다. 신원 확인에는 3주가량 걸린다. 3년간 수심 44m 바닷속에 있었던 만큼 미수습자 전원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상황과 원인 규명에 도움이 될 휴대전화 복원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년간 바닷물에 잠겨 있던 전자기기를 복원한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데이터 복구 전문기업인 ㈜명정보기술 이명재 대표(61)는 “전례는 없지만 휴대전화는 플라스틱 부품이 있고 기술 수준도 높기 때문에 충분히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10년 서해에 침몰한 천안함의 폐쇄회로(CC)TV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통째 인양’ 세월호 인양은 해외에서도 큰 관심사였다. 이 정도 크기의 초대형 선박을 절단 없이 인양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인양업체 선정 당시만 해도 목표 시기는 2016년 6월이었다. 실제 인양은 그로부터 9개월가량 더 걸렸다. 지난달 23일 세월호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뒤에도 순탄치 않았다. 어렵사리 반잠수식 선박에 실어 목포신항에 도착했지만 배 안에 있는 바닷물과 펄의 양을 측정하는 데 실패했다. 추정 무게는 3차례나 바뀌었다. 육상 거치도 보름 뒤 다음 소조기로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극적으로 모듈 트랜스포터(육상 운송 장비) 추가 투입이 이뤄지면서 9일 세월호는 뭍으로 올라왔다. 세월호 인양에는 한국과 중국 영국 네덜란드 등의 업체와 관련 기술이 동원됐다. 특히 인양 업체인 중국의 상하이샐비지는 한국 정부로부터 916억 원을 받지만 실제 더 많은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양에 성공해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모듈 트랜스포터 운용은 영국 회사들이 맡았고 반잠수식 선박 ‘화이트말린’은 네덜란드 선사의 배다. 한편 미수습자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조은화 양(단원고)의 어머니 이금희 씨(48)는 “더 이상 세월호로 인해 희생되는 사람이 없도록 안전을 최우선으로 작업해 달라.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목포=황성호 hsh0330@donga.com / 권기범·신규진 기자}
“학교 끝나고 삼각김밥 하나를 입안에 쑤셔 넣으며 과외를 하러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눈물이 나지만 이런 생활을 그만둘 수는 없어요. 부모님이 빚을 내서 용돈을 주시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요. 그런데 너무 힘들어요.”(17일 서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 올라온 글) 동아일보 2020행복원정대 취재팀이 대학생이 주로 이용하는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청년들은 가족과 강한 감정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을 언급한 게시물은 불행과 관련된 게 많았다. 불행한 감정을 표출한 게시물이 행복 관련 게시물의 10.4배나 됐다. 취업 준비 등으로 ‘자기 앞가림’하기도 벅찬 청년들은 부모님의 빚에 대해 고민하고, 힘든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부모와 관련된 불행감을 언급한 게시물의 상당수는 돈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가족 관련 게시물에서 중심 단어인 ‘어머니’ ‘아버지’ ‘부모님’은 ‘등록금’과 ‘장학금’이라는 단어와 높은 연관성을 보였다. 부모와의 불화로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청년들도 있다. 게시물 중 “취업 시기를 두고 부모님과 자주 다퉈 고민”이라거나 “취업 준비 중인데 부모님의 기대가 스트레스”라는 하소연이 자주 등장했다. 서울의 한 공립대에 다니는 김모 씨(24)는 “부모님이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볼 때면 ‘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가 얼마나 좋은 아들인가’라고 고민하곤 한다”고 말했다. “대2병(대학교 2학년 때 방황한다는 뜻)에 걸려 앞날이 불안한 차에 오늘은 항상 저를 아껴주시는 어머니께 신경질을 내서 상처를 입혔다. 죄송한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지난해 6월 서울대 대나무숲의 게시글) 청년들은 가족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부담을 주는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랫동안 친밀하게 알고 지낸 사람에게 양가감정(兩價感情·특정인이나 사물에 대해 동시에 발생하는 모순된 감정)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어려운 사회 상황에서 청년들이 가족에게 의존하는 동시에 책임감도 함께 느끼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아연 기자}

박지만 EG 회장(59)이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두 사람의 마지막 만남은 2014년 1월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 변호사(43)가 둘째를 낳고 얼마 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박 전 대통령과 박 회장의 만남은 2013년 2월 대통령 취임식 후 4년 1개월 만이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3분경 사저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승용차를 세운 뒤 부인 서 변호사와 함께 걸어서 사저로 향했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자유한국당 윤상현 유기준 의원이 박 회장 부부와 동행했다. 사저에 들어선 박 회장 부부는 건물 2층에서 10분 남짓 박 전 대통령과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친박 의원들은 자리를 비켜줬다. 의원들에 따르면 박 회장은 “누나 잘 지냈냐, 괜찮냐”고 물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오랜만이다, 미안하다”라고 답했다. 박 회장 부부를 만나고 사저를 나서는 박 전 대통령의 눈가는 촉촉이 젖어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이 법원으로 떠나고 약 10분 뒤 사저를 나선 박 회장도 눈시울이 붉었다. 박 전 대통령은 사저를 찾은 의원들에게 “마음을 아프게 해 참 미안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법원에 청원서를 내줘서 감사하다”며 “(법원에) 가서 소명을 잘하겠다”고 말했다. 사저를 떠날 때는 “편안히 볼 날이 있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박 회장 부부는 사저를 찾기 전 친박 의원들과 근처의 한 호텔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누님은 돈 문제에 있어 개념이 굉장히 엄격한 사람이라 자신이 뇌물을 받았다고 하는 걸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는 국민 시각과 괴리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저를 나선 박 회장에게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왜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이들의 말을 듣기만 한 뒤 현장을 떠났다.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될 수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박 회장 부부는 곧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가 있는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오전 10시 50분경 도착한 박 회장 부부는 안수현 국립서울현충원장(57)과 인사한 뒤 묘소로 향했다. 굳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박 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은 개인적인 시간을 갖게 해 달라”며 “오늘은 인터뷰에 응하고 싶지 않다”고 짧게 답했다. 묘소 앞에 나란히 선 박 회장 부부는 짧게 묵념했다. 그리고 한동안 말없이 묘소를 바라봤다. 이어 주변을 돌아보며 손으로 어루만지기도 했다. 박 회장 부부가 10분 정도 참배한 후 돌아가던 순간 김관용 경북도지사 일행이 박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박 회장은 안 원장에게 “오늘은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 별다른 인사는 하지 않고 먼저 가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현충원을 빠져나갔다. 정동연 call@donga.com·권기범·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