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말 당시 안병하 전남도 경찰국장(지금의 전남지방경찰청장·당시 52세)이 대학 2학년이던 막내아들 안호재 씨(58)에게 건넨 말이다. 안 씨에게는 마치 유언처럼 들렸다. 며칠 뒤 다시 전화를 건 아버지는 “서울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은 육사 8기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했고, 1962년 특채로 경찰이 됐다. 그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강경 진압을 주장한 신군부의 요구를 거절했다. “발포도 불사하고 전남도청을 진압하라”는 신군부의 지시에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게 경찰의 역할”이라며 맞섰고 경찰의 무기까지 회수했다. 이후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고 서울에서는 모진 고문을 당한 뒤 경찰을 그만뒀다. 신부전증 등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안 전 국장은 1988년 10월 세상을 떴다.
안 씨는 “아버지는 늘 ‘언젠가 나라에서 다시 나를 불러주겠지’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안 전 국장은 2005년에야 ‘순직 경찰’로 인정받아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그가 입었던 제복은 경찰에 기증돼 충남 아산시 경찰교육원의 ‘안병하홀’로 옮겨졌다.
15일 안 씨의 어머니 전임순 씨(84)는 청와대가 마련한 국가유공자 가족 초청 행사에 참여한다. 어머니 전 씨는 가족들을 대표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14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만난 안 씨는 “이제야 37년의 한을 보상받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동안 경찰 행정과 관련한 시민운동을 벌여온 그는 “수많은 경찰 순직자와 유가족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감시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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