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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작품은 지금도 필독서로 꼽히며,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지고, 새롭게 해석된다. 400주기를 맞아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관련 책들을 살펴보면서 이 위대한 작가가 전하는문학의 아름다움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살 것이냐 아니면 죽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보거나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독백은 너무나 익숙하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약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 “털도 안 난 풋내기들과 악수하느라 손바닥의 감각을 둔하게 만들지 마라.” “싸움에 드는 것을 경계해라.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본때를 보여주어라.” 옥스퍼드영어사전에 따르면 ‘햄릿’은 이 사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은 문장이 발췌된 작품이다. 실제로 21세기 한국의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17세기 ‘햄릿’의 문장들은 자주 인용된다. 그만큼 시공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이 ‘햄릿’의 문장에 공감했다는 의미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기념해 ‘햄릿’(문학동네)이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템페스트’와 ‘베니스의 상인’에 이어 문학동네출판사에서 세 번째로 소개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템페스트’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역작이고 ‘베니스의 상인’이 캐릭터 창조력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라면 ‘햄릿’은 수수께끼처럼 복잡한 성격과 플롯이 특히나 매력적이다. 예컨대 왕위를 빼앗긴 왕자 햄릿이 선왕의 혼령이 당부한 복수를 지연시키다 자신의 죽음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야기한다는 식의 복수극 구성은 오늘날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호기심을 자극한다. 햄릿과 그 주변 인물의 복잡다단한 성격은 매번 새로운 해석과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햄릿’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 유일하게 현저히 서로 다른 3개의 판본이 존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 비극이 매력적인 이유를 “자신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햄릿’은 세상에 나온 지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고전이 됐다. 영문학자인 이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번역하고 해설을 썼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번역으로 1997년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한 이 교수는 ‘셰익스피어 비평사’ 저술로 2003년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한 셰익스피어 전문가다. 출판사는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햄릿’ 중 가장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했다”고 자랑한다. 작품과 함께 실린 해설 부분은 역자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노학자는 심미 비평을 경계하며 작가의 본래 의도가 본문에 보다 정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주력했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분석을 비롯해 ‘햄릿’의 비극성과 그 힘에 대해 100쪽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햄릿’ 출간과 더불어 앞서 내놓은 책 ‘템페스트’와 ‘베니스의 상인’ 등 3권을 함께 엮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스트 컬렉션 세트(문학동네)’도 나왔다. 출판사 측은 “향후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도 새롭게 번역해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어린이날이 꼭 2주 남았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잘나가는 장난감은 품절되기 일쑤. 요즘 인기 장난감들은 정교한 세계관도 갖고 있다. 장난감 회사들이 캐릭터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에 공들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아이를 매료시킨 인기 장난감 캐릭터의 세계관을 소개한다.○ 터닝메카드(대상층 4∼13세 남아·제조사 손오공·가격대 1만6800∼6만9600원) 터닝메카드는 1년간 장난감 분야 부동의 1위다. 미니카가 카드와 결합하면 로봇으로 변신한다. ‘메카니멀’로 불리는 이 변신로봇은 툭하면 신제품이 나와 현재 모델이 36개에 이른다. 조만간 37번째 모델이 나온다. ‘등골메카드’라고 불릴 만도 하다. 포켓몬스터가 그랬듯, 주인공 나찬은 끊임없이 숨겨진 메카니멀을 찾거나 배틀을 통해 상대의 메카니멀을 획득하며 ‘테이머(조련사)’로 성장한다. 메카니멀 수집에는 당연히 ‘대의’가 있다. 지구를 지키고 사라진 아버지를 찾는 것. 애니메이션 1기에서 나찬은 악당 블랙미러 세력에 의해 세뇌된 아버지(알고 보니 메카니멀 발명가였다!)를 구해 지구로 돌아왔다. 5월 중순 방영하는 2기에서 나찬은 지구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 ○ 또봇(4∼7세 남아·영실업·9600∼14만6000원) 터닝메카드 전에 자동차 변신 로봇으로 또봇이 있었다. 2009년 기아자동차를 모델로 개발한 이 로봇은 한때 ‘또덕(또봇 덕후)’이란 말을 낳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또봇X, 또봇Y로 시작한 모델은 현재 27개에 이른다. 애니메이션은 19기까지 나왔을 만큼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또봇 세계의 중심은 서울을 닮은 ‘대도시’. 하나, 두리, 세모, 딩요 등 주인공들은 파일럿이 돼 각자의 또봇과 함께 대도시를 지배하려는 무리를 상대로 싸운다. 악의 무리는 시즌마다 변했다. 최근 19기에는 최종 배후에 닥터 M이라는 거대한 악당이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하나와 두리의 과학자 아빠가 개발한 또봇의 핵심에는 마인드코어라는 감성프로세서가 있다. 그래서 또봇은 파일럿과의 교감을 중시한다. 큰 힘을 발휘하려면 마음을 먼저 모아야 한다. ○ 레고 프렌즈(6∼12세 여아·레고코리아, 7900∼16만9900원) 장난감 판매 상위권 제품은 죄다 남아용이다. 여자 아이들은 새 모델에 대한 집착이 덜하고 ‘바비’ ‘미미’ ‘쥬쥬’ 등 브랜드를 가리기보단 우선 예쁘면 된다. 레고 프렌즈는 흔치 않게 인기를 끄는 여아용 장난감 시리즈다. 레고 프렌즈의 세계는 하트레이크 시가 전부다. 그러나 에피소드는 로봇 배틀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주인공 다섯 소녀는 예쁠 뿐 아니라 수학과 과학에 재능이 있거나 학교 뉴스 편집장을 맡고 TV 오디션에 나가 1등을 하는 등 재주꾼들이다. 레고코리아 측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웹툰도 연재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웹툰 에피소드에서는 캠프에서 운동을 잘하는 미아가 남자 아이들을 제치고 1등을 해 시기를 받는다. 장난감 세계에서도 알파걸이 대세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대하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의 각본을 쓴 신봉승 작가(사진)가 19일 오전 경기 성남시 자택에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강원 강릉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희대 국문과 재학 시절인 1960년 ‘현대문학’에서 시·문학평론을 추천받아 등단했다. 1961년 국방부 시나리오 현상 응모에 ‘두고 온 산하’가 당선되며 영화와 방송작가로 입문했다.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 ‘산불’, TV 드라마 ‘한명회’ 등 숱한 히트작을 썼다. 특히 1983년부터 1990년까지 집필한 MBC 역사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은 한때 시청률 70%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기존 야사 위주의 역사 드라마에서 벗어나 조선왕조실록을 토대로 당시의 정치사회상까지 그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소설 ‘이동인의 나라’, 에세이집 ‘양식과 오만’ 등 10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한국시나리오작가협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냈다. 한국방송대상과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했고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남옥각 씨와 아들 종우 씨(개인사업), 딸 소영 소정 씨, 사위 공헌주(신경외과 전문의) 한규영 씨(개인사업), 며느리 조주연 씨(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1일 오전 7시. 02-3410-6917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결과가 충격이긴 했나 보다. 최근 인공지능(AI) 관련 신간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부분 외서다. 너무 어렵거나 오래된 책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덕이 많다. 뇌 과학 전문가인 저자가 지난해 인공지능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한 것을 책으로 엮어서인지 생생한 사례가 많고 비교적 쉽다. 인공지능의 정의부터 시작해 인간처럼 학습하는 알고리즘―딥러닝(deep learning)이 무엇이며, 인공지능의 발전 단계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두루 훑는 한편, 그 과정에서 인문학도 넘나든다. 저자는 최근 인공지능 개발이 딥러닝과 빅데이터를 통해 속도를 내고 있으며 조만간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2013년 옥스퍼드대 논문은 “미국에서 직업의 47%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저자는 과거 산업혁명 당시 유럽에서 공교육과 사회보장제도, 세금제도를 도입해 위기를 헤쳐 나갔던 것을 돌아보면서 “향후 20∼30년 후에 새로운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인류는 아직 아무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터미네이터’ 같은 강한 인공지능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하다는 증거도 없고 불가능하다는 증거도 없다”고 한다. 이처럼 강한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할 때 “(인공지능이 보기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지구 전체로 볼 때 더 낫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며 인류 멸망의 가능성도 내다본다. 암울하지만 그래도 결론은 유익하다. “내가 하는 일이 기계 같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간이 가진 유일한 희망은 ‘우리는 기계와 다르다’입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유시진 대위를 이젠 못 본다는 게 너무 슬프네요.” 막바지 시청률이 30%를 웃돈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태후)가 14일 최종편(16회)을 끝으로 종영됐다. 이날 ‘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연장 방송을 해달라”는 시청자 청원이 수백 건 게재됐다. 13일 총선 개표방송 속에서도 자체 최고 시청률(34.8%·닐슨코리아 전국)을 기록했을 정도. 방송가에서도 그동안 한 편도 성공하지 못했던 사전 제작 드라마가 시청률 30%를 넘긴 점, 신데렐라나 출생의 비밀 없이 성공한 점, 드라마 한류를 재점화시킨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사전 제작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막판 스토리가 개연성이 없었고, 간접광고가 난무했던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불사조 유시진 ‘태후’는 가상 국가인 우르크를 무대로 파병 군인과 의사의 달달한 로맨스를 중심에 두고 현실감 높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하지만 중반 이후 무대가 서울로 옮겨지면서 이야기가 옆길로 새고 황당한 전개의 연속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유시진(송중기)이 갑자기 북한군 첩보전에 투입돼 서울 한복판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가슴에 총을 맞는 13회가 압권이었다. 심정지까지 일어난 유시진은 강모연의 심폐소생술 몇 번에 벌떡 일어나 북한 군인을 찾아 나선다. 15회에서도 황당한 전개가 이어졌다. 유시진은 서대영(진구)과 함께 해외 작전에 투입됐다가 총상과 폭파 사고로 실종된다. 1년 후 죽은 연인을 잊기 위해 봉사활동에 몰두하던 강모연 앞에 나타난 유시진은 이렇게 말한다. “이쁜이는 뒤를 돌아봅니다. 오버.” 사전 제작 드라마치고는 지나치게 허술한 구성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일부 대목은 이 드라마가 어떻게 신드롬을 일으켰는지 이해 못 할 정도”라며 “사전 제작 목적이 완성도가 아니라 중국 판매였기 때문에 서사가 겉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삼의 후예 ‘태후’ 13회를 보며 헛웃음을 터뜨린 시청자들이 많았다. 수시로 등장하는 간접광고(PPL) 때문. 유시진은 홍삼과 아몬드를 먹고 강모연의 식탁에는 특정 상표의 중탕기가 등장한다. 서대영은 운전 중 자동주행 버튼을 누른 후 운전대를 잡지 않은 채 키스를 한다. 이 역시 모 자동차 회사의 PPL. ‘태후’는 PPL로 약 30억 원의 수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최주현 씨(25)는 “‘태양의 후예’가 아니라 ‘홍삼의 후예’란 우스개가 나온다”며 “130억 원의 제작비 탓에 PPL을 해야겠지만 몰입을 방해할 정도면 문제”라고 말했다.○ 송중기와 한류 드라마가 끝까지 승승장구한 원인은 ‘송중기’의 매력 덕분. 송중기가 연기한 유시진은 강인하지만 부드럽고, 자상하면서도 단호한 캐릭터로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중기의 차기작인 영화 ‘군함도’ 역시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송중기는 독립군을 맡는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송중기에게 수십억 원의 광고 출연료를 주겠다는 중국 측 섭외가 들어온다고 한다”며 “차세대 한류스타 입지를 다졌다”고 밝혔다. ‘태후’ 종영 이후 한국 드라마의 제작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태후’는 처음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제작됐고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 회당 2만5000달러와 러닝 개런티를 받는 조건으로 수출됐다. ‘태후’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사전 제작을 통해 중국 등 해외 시장을 노리는 제작 시스템이 정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태후’를 웰메이드라고 보긴 어렵지만 사전 제작, 글로벌 콘텐츠를 제작하는 새로운 성공 사례를 남긴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종 zozo@donga.com·구가인 기자}

“이요원(사진)이 누굴 뽑았는지 다 보이네요.” 20대 총선이 치러진 1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투표하는 배우 이요원의 사진이 관심을 모았다. 한 온라인 매체는 이요원이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는 사진을 이날 게재했다. 하지만 이요원이 용지를 제대로 접지 않은 탓에 어디에 기표했는지가 드러난 것. 누리꾼들은 “정당투표 용지인데 ○번을 찍은 것 같다” “저렇게 공개된 건 무효표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진 찍은 기자가 선거법 위반 아니냐” 등의 글을 올렸다. 공직선거법 167조에는 ‘투표의 비밀은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으며, 공개된 투표지는 무효로 한다’ 같은 항목이 있다. 이요원의 경우는 어떨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 공개 여부는 투표장의 참관인이 판단하는데 이요원의 경우 문제없이 투표를 끝냈다. 언론에 공개된 사진 역시 기자가 의도를 가지고 올린 게 아니라 꼼꼼히 챙기지 못한 실수로 보여 문제없다”고 밝혔다. 이요원의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구’는 해당 언론사에 사진 교체를 요청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엄마는 친구 같고 좋아요. 그런데 아빠는 말도 안 통하고, 냄새도 나고, 술 먹고 늦게 들어오시고….” 초등학생들의 행복에 부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그러나 심층인터뷰에서 만난 여학생들은 엄마보다 아빠에 대해 점수를 짜게 주었다. 남학생들이 매긴 ‘엄마 점수’와 ‘아빠 점수’는 각각 4.75점과 4.69점으로 0.06점 차이가 났다(5점 척도). 이에 비해 여학생들의 ‘엄마 점수’(4.87점)와 ‘아빠 점수’(4.63점)의 차이는 0.24점이었다.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10대에 접어든 딸은 신체적 변화를 겪으면서 그동안 쌓아온 아빠와의 친밀감을 재정립하려고 한다. 반면 아빠는 아직도 딸을 어린애처럼 대하다 보니 갈등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딸 바보’ 아빠는 10대에 접어든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전문가들의 조언을 Q&A로 정리했다. Q: 딸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엄마에겐 안 그러는데 나하고는 말도 잘 안 하려 한다. A: 엄마보다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아무래도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2차 성징이 나타날 무렵부터 딸은 더 예민해진다. 아빠는 더 이상 ‘슈퍼맨’도 아니고, 아빠 말고도 송중기처럼 멋진 남자가 많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빠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은 딸이 여성이 되어가는 과정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신호다. Q: 툭하면 토라지니 말 걸기가 무섭다. A: 무시당하더라도 섭섭해하지 말고 끊임없이 애정 표현을 해야 한다. 집에서 배부른 아이가 밖에 나와 구걸하지 않는 것처럼 사랑도 마찬가지다. “네가 어떻게 해도 난 널 무조건 사랑한다”는 믿음을 줘야 딸이 세상에 나와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다. 초등학교 3, 4학년쯤 되면 딸들은 아빠의 포옹을 거부하기 시작하니 이때부터는 말로 애정을 표현해야 한다. 대화법을 고민하자. Q: 둘 사이에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하나. A: 엄마는 중재자가 되어야 한다. 딸에게 아빠의 마음을 전해주는 메신저가 될 수 있고, 서운한 남편을 위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Q: 딸의 성장을 아빠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A: 성취감이 높은 아이들은 아빠와의 관계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엄마가 아이의 감성적인 부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남성인 아빠는 아이의 호기심이나 이성적인 성장에 좀 더 민감한 편이다.도움말: 이명화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 손석한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초등학교 5학년생 은지는 엄마에게 “나무랄 데 없는 딸”이다. 하지만 은지는 “난 100점 만점에 30점짜리”라고 했다. “딱히 뒤처진 건 아니지만 그냥 모든 분야에서 부족한 것 같아요. 성적이나 외모, 인기 같은 거…. 뭐 하나 확 뛰어난 게 없으니까요. 최고가 되고 싶은데….” 》○ ‘알파걸 스트레스’ 겪는 아이들집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딸”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학교에선 “남학생들보다 나은 모범생”이라며 칭찬받는다. 모든 면에서첫째간다는 뜻에서 ‘알파걸’이라 불리는 10대 초등 여학생들. 하지만 ‘알파걸’들은 또래 남자아이들에 비해 덜 행복하다. 서울에사는 초등 4∼6학년 남녀 학생 64명과 그 어머니 64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여학생들은 스스로 “최고가 되고 싶다”고 하면서도자신감이 없고, 부모의 기대와 친구 관계의 미묘함을 버거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딸 둔 어머니들은 “딸에게 더 기대하고, 더엄격해지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생활 태도부터 성적까지 모든 면에서 첫째로 앞서 나가 ‘알파걸’이라 불리는 여학생들. 2020 행복원정대 취재팀이 심층 인터뷰한 초등 4∼6학년 여학생들은 “알파걸들은 스트레스도 알파급”이라고 했다. 남학생들은 조금만 잘해도 칭찬받는데, 여학생들은 똑 부러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하소연이었다.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 건 은지만이 아니다. 심층인터뷰에서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문항에 여학생들은 3.97점, 남학생은 4.06점을 주었다(5점 척도). ‘나는 좋은 자녀다’에 대해 여학생들은 3.97점, 남학생은 4.00으로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래 아이들의 심리에 대한 기존 연구들에서도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사건을 부정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대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 4학년 2844명을 대상으로 중학교 2학년까지 5년간 발달 변화를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4학년 때부터 남학생들보다 더 우울감을 느낀다. 스트레스지수는 4학년 때는 남녀 차이가 없었으나 5학년 때부터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박미현 등의 2012년 8월 아동학회지 논문 ‘초등학생 아동의 스트레스와 우울의 5년에 걸친 발달 변화’).○ “여학생은 초등성적이 대학까지 간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사는 5학년 서현이는 최근 엄마의 권유에 따라 학원 수업을 3개에서 4개로 늘려 오후 10시가 돼야 집에 돌아온다. 성적이 떨어졌기 때문은 아니다. 서현이 엄마는 “지금까진 상위권이지만 초등학교 땐 원래 여자아이들이 잘한다. 남자아이들은 나중에 뒤집기가 가능한데 딸은 그게 어려우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학년 때 학교 영재로 뽑혀 주말마다 영재 교육을 받았던 재은이(서울 양천구 목동)는 4학년이 돼 다시 치른 영재 선발 시험에서 떨어졌다. 재은이는 “주말에 친구들과 놀 수 있어 좋지만 엄마가 서운해해서 미안했다”며 “하지만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했다. 학업 부담은 딸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예전엔 예쁘고 착한 딸이면 충분했지만 이젠 공부도 잘해야 한다. 초등학생 때는 오히려 딸의 성적에 대한 잣대가 더 엄격하다. ‘여자아이는 초등 성적이 대학까지 간다’ ‘딸은 성적 역전이 어렵다’ 같은 속설이 딸 가진 부모를 초조하게 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 6학년 여학생 33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제1의 스트레스 요인으로 ‘가정생활’ ‘친구관계’ ‘외모’ 등을 제치고 ‘학업’을 꼽았다(신정애의 2015년 인하대 교육대학원 석사논문 ‘여자 초등학생의 정신건강 분석’). 서울 송파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들은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부모가 이기지 못한다. 반항이 거세질까 봐 지나친 압박을 삼간다. 반면 딸은 대부분 시키는 대로 따라 오다 보니 더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 조숙한 알파걸, ‘남의 시선’에 민감 또래 남자아이들에 비해 사춘기를 빨리 겪는 여학생들은 신체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도 그만큼 심하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사는 6학년 하연이는 갑작스레 찾아온 몸의 변화가 당황스럽다고 했다. “차라리 남자로 태어났으면 귀찮은 일도 없고, 외모 때문에 고민을 안 해도 될 텐데 힘드네요.” 같은 또래 아영이(서울 마포구 도화동)는 150cm대 초반에서 맴돌고 있는 키가 걱정이다. 우유를 많이 마시고 줄넘기도 열심히 하지만 “생리를 시작하기 전에 키가 더 커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다. “엄마랑 키 크는 주사를 맞을까 얘기한 적도 있어요. 제가 바라는 목표는 169cm에 49kg이에요.” 관계지향적인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타인의 시선을 더 많이 의식한다. 이들은 특히 친구들의 평가를 중시한다.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고학년 여자아이들은 이합집산이 활발하다. 끊임없이 서로를 평가하고 무리 짓기를 하다 보니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학교 밖에서도 끊임없이 소셜미디어 대화방을 만들어 소통하다 보니 또래 집단의 평가는 예전보다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는 심층 인터뷰에서 수치로도 확인됐다. 여학생들은 ‘나는 좋은 친구다’라는 문항에 4.11점을 주었다. 남학생 점수는 4.38점이었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소아청소년 정신의학)는 “여자아이는 또래 남자보다 1∼2년 발달이 빨라 자신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서 “내외부의 기대치가 높고 비교를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을수록 열등감이 생긴다. 사회적 순응도가 높은 여자아이들은 불만이 생겨도 반항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속으로 삭일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장근영 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성은 남성과 달리 사회화 과정에서 자신을 선택받는 존재로 생각하도록 훈련받는다”면서 “딸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을 갖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은 지난달 24일 일본에서 올해 사업을 전망하는 콘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주목받은 것은 ‘초코’라는 이름의 꼬마곰 캐릭터. 초코는 라인 이모티콘을 활용한 11번째 캐릭터다. 인기 캐릭터 ‘브라운’의 여동생인 초코는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여자 곰”으로 인스타그램 계정도 있다. 초코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개설 일주일 만에 5만 명을 넘어섰다. 심상아 라인프렌즈 과장은 “여자 곰 캐릭터에 대한 요청이 많았다. 향후 여성 화장품이나 패션 제품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올 초 갈기 없는 사자 ‘라이언’을 내놨다. 3년 만에 선보인 새 캐릭터다. 1년간 준비해 내놓은 라이언은 출시된 지 얼마 안 돼 다른 캐릭터 상품보다 먼저 품절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카카오프렌즈 관계자는 “캐릭터가 지속적으로 사랑받으려면 그들 사이의 이야기가 더 풍성해질 필요가 있어 캐릭터를 추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와 라인은 정보통신(IT) 업계의 ‘디즈니’가 될 수 있을까. 두 메신저 기업의 메신저용 이모티콘에서 출발한 캐릭터들이 최근 오프라인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013년 라인이 캐릭터 상품을 파는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뒤 양사는 캐릭터 상품 매장을 경쟁적으로 열고 있다. 화장품, 식음료 등에 캐릭터를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도 내놨다. 캐릭터와 관련한 별도 법인을 두지 않았던 두 회사가 지난해 라인프렌즈와 카카오프렌즈를 설립한 배경이다. 두 회사는 현재 캐릭터 매출 관련 성장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라인의 캐릭터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47% 성장했고, 지난해 6월 설립된 카카오프렌즈의 매출은 103억 원으로 3분기(41억 원) 대비 4분기에 50%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브랜드의 선호층은 차이가 난다. 카카오 캐릭터는 한국의 10, 20대 여성의 반응이 뜨겁다. 초등학생 민모 양(11)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자주 봐서인지 캐릭터에 애착이 간다.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선물 중에도 카카오 캐릭터 상품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라인 캐릭터는 외국인, 특히 중국권 출신의 구매 비율이 월등히 높다. 라인의 인기에는 한류 드라마가 큰 역할을 했다. 이달 초 서울 명동 라인프렌즈 매장을 찾은 중국 상하이 출신 첸 씨(20)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들이 이모티콘 캐릭터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중국에서도 라인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 간다니까 친구들이 라인 신상품을 사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모티콘 캐릭터는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시아권에서 인기 있다”며 “온라인에서 상품성 평가를 마친 캐릭터는 오프라인에 나오면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IT 기업의 빠른 의사결정 구조가 캐릭터 사업을 성장시키는 데 유효했다는 해석도 있다. 두 회사가 캐릭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1년 만에 라인과 카카오의 캐릭터 상품 수는 각각 4000종, 1000종에 이르게 됐다. 라인프렌즈는 올해 안에 합자사업을 통해 중국에 라인 캐릭터를 활용한 대형 키즈카페를 열고 태국에 테마파크도 조성할 계획이다. 카카오프렌즈 역시 사업 다각화 계획을 밝혔다. "이모티콘 캐릭터들이 오프라인 세상 곳곳을 '점령'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출근길 지하철에서 안대를 낀 채 잠을 자고 있는 남자.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잠을 자는 그의 안대에는 ‘강남역에서 내려주세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지하철이 강남역에 가까워지자 주변의 누군가가 그를 깨운다. 남자는 고마움의 표시로 안대에 넣어뒀던 버거킹 커피 쿠폰을 꺼내 전한다. 버거킹이 지난해 커피 메뉴를 선보이며 진행한 ‘아침은 왕처럼’ 캠페인 광고의 일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이 가장 적다는 사실에 착안해 기획된 이 캠페인 광고는 TV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통해 많은 이에게 알려졌다. 지난해 칸 국제 광고제 은상에 이어 최근에는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 온라인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광고를 만든 이들은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의 ‘선(先)제안 팀’이다. 오형균(34) 황성필(36) 김지아 씨(29)는 자신의 팀을 “대한민국 유일무이 팀” “이단아” “별동부대” 같은 말로 설명했다. 보통 광고가 광고주의 요청으로 만들어지는 것과는 달리 이 팀은 이름 그대로, 먼저 광고를 기획하고 그에 걸맞은 광고주를 찾아가 제안한다. “과거 미국 오렌지 농가가 판매 부진으로 고민하던 중 광고 기획자가 오렌지를 짜 마시는 캠페인을 제안했죠. 그게 선키스트 주스의 시작이 됐고요. 해법까지 제시하는 광고야말로 저희가 지향하는 거죠.”(오 씨) 선제안 팀은 지난해 1월 꾸려졌다. 이들의 광고는 물건을 파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많다. 최근 서울시 친구명찰 캠페인이 대표적인 예. 학교 명찰에 신고 버튼을 내장해 자신이나 친구가 학교 폭력을 당할 때 버튼을 눌러 즉시 교사에게 알릴 수 있게 했다. 학년 초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명찰에는 ‘준서 친구 김민재’ 식으로 같은 반 친구의 이름을 함께 넣었다. 매 학년 초 평균 8.5건의 학교 폭력이 발생한 한 학교에서 올해 시범적으로 이 캠페인을 진행한 결과 지금까지는 한 건의 폭력도 발생하지 않았다. 광고들이 반향을 일으키면서 아트 디렉터인 오 씨와 황 씨로 구성됐던 팀에 카피라이터인 김 씨가 올 초 합류했다. 어려운 점도 있다. 구체화한 광고 아이디어는 70개 이상 되지만 아직 광고주를 못 찾았거나 보류 중인 게 많다. “진행하려던 통일 프로젝트가 얼마 전 북한 미사일 발사 때문에 잠정 연기됐어요.”(오 씨) “좋은 아이디어라도 10번 찾아가서 한 번 승낙받으면 성공이죠.”(김 씨) 광고주 없이도 팀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을 “팀의 생존”이라고 답한 이들은 어떤 광고를 꿈꿀까. “광고가 재미없는 이유는 조급하게 만들기 때문이죠. 저희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왕이면 기업과 사회가 함께 만족하고, 더 많은 사람이 행복해할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황 씨)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저성장 시대의 청년 문제는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한국의 ‘88만 원 세대’ ‘삼포 세대’처럼 유럽에서는 ‘1000유로 세대’(취업난에 시달리며 월 100만 원 남짓한 돈으로 사는 젊은층)가, 일본에서는 ‘사토리 세대’(돈벌이나 출세에 관심이 없는 청년 세대)라는 말이 유행했다.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이 문제 되는 것을 일컬어 ‘실업 세대(generation jobless)’라는 조어도 나왔다. 청년 문제를 담은 해외 저작물 두 권이 비슷한 시기에 국내 출간됐다. 한 권은 이웃나라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가, 다른 한 권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청년 실업 전문가가 쓴 책이다. ‘희망 난민’은 제목부터 꽤 도발적이다. 책에서 말하는 희망 난민이란 “희망이 있어도 그걸 쉽게 이룰 수 없는 현실 때문에 고뇌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포기하지 않으면 이뤄진다’는 말로 젊은이들을 기만하기보단 “빨리 (희망을) 단념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로 국내에 알려진 저자의 데뷔작으로, 2010년 도쿄대 총합문화연구과 석사 과정 논문을 수정해 낸 책이다. 희망 난민의 사례로서 찾아낸 게 국제 시민단체 ‘피스 보트’(세계 평화를 실현하는 세계일주 크루즈)라는 점은 흥미롭다. 100일간 실제 여행에 참가한 저자는 최근 일본 젊은이들이 피스 보트처럼 특별한 목적을 가진 공동체 문화에 참가하는 것은 졸업, 취직, 결혼 등 ‘정해진 길’이 사라지는 후기 근대사회가 “끝없는 자기 찾기에 빠진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피스 보트 같은 새로운 공동체는 현대인이 불안정한 세상에서 느끼는 외로움, 즉 ‘승인 욕구’를 채워 준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러한 공동체가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란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는 반박한다. 오히려 이런 ‘승인 공동체’는 “재분배의 문제를 덮어주며 좀처럼 정치 운동으로도 발전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피스 보트에 올라타 세계 평화 담론을 외쳤던 젊은이들은 여행을 마친 다음엔 전과 다를 바 없이 일상으로 복귀했다. 승인 공동체만 있다면 “돈이 없어도 친구들과 나름대로 즐겁게 산다” 식의 결론은 다소 거칠게 마무리한 느낌이지만 과거 일본과 유사한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제도를 갖췄으나 최근 급격히 변화를 겪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점은 많다. 희망 난민이 피스 보트에 돋보기를 대고 청년 문제를 분석한 책이라면 ‘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는 제목대로 보고서적 성격이 강하다. ‘미래일자리포럼’의 파트너인 저자는 국제노동기구(ILO), 유럽연합(EU) 등에서 나온 다양한 통계와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현 청년 실업 문제의 해결책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책은 전 세계적 청년 실업의 원인을 수요와 공급 양측에서 모두 살핀다. 청년 실업에는 지지부진한 경제 성장 못지않게 ‘니트족’ 같은 자발적 실업의 증가, 경직된 노동시장과 전 세계적 청년 인구 증가도 한몫했다. 더불어 좋은 일자리에만 구직자가 몰리는 현상, 기업이 원하는 인력과 노동 시장에 진입하는 인력 사이의 ‘숙련 불일치’ 문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예상치 못한 분석 결과도 있다. 캐나다 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자질로 창의성, 사업가적 기질, 요령, 전략적 계획 수립 능력, 유머 순으로 꼽혔다. 책 후반부에는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한 세계 각국의 사례를 집중해 실었다. 창업을 하려는 청년과 실제 스타트업 회사를 매치시켜 주는 옥스퍼드대의 ‘엔턴십(Enternship)’ 프로그램이나 3년간 1만 명을 고용한 다국적 기업 네슬레의 일자리 프로젝트 등 청년 고용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정책 입안자들이 참고할 만하다. 그러나 다수 통계에서 아시아 지역 데이터가 빠졌고 방대한 주제이다 보니 다소 겉핥기에 그치는 것은 아쉽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창가에 놓인 다섯 장난감은 뭔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점박이 올빼미는 달님을, 우산 쓴 꼬마 돼지는 비를, 연을 든 아기 곰은 바람을 기다린다. 그저 창밖을 보며 기다리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별 토끼도 있다. 이들이 기다리는 동안 창문 너머에선 계절의 변화가 펼쳐진다. 지난달 국내 출간된 미국 어린이책 작가 케빈 헹크스(56·사진)의 동화 ‘조금만 기다려 봐’(비룡소)는 출간 한 달여 만에 1만 부 가까이 팔리며 유·아동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신간이 나와도 반향이 일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유아책 시장에선 이례적인 일. 이달에는 헹크스의 다른 책 ‘빌리 밀러’(스푼북)와 ‘열한 살의 아빠의 엄마를 만나다’(내인생의책)가 출간됐다.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상을 세 차례, 아동청소년 문학상인 뉴베리 상을 두 차례 수상한 헹크스는 ‘아이 마음을 잘 아는 작가’로 통한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 비결에 대해 “어린 시절 느꼈던 것을 잘 기억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의 그림책에는 생쥐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내 사랑 뿌뿌’에는 담요에 집착하는 생쥐 웬델이, ‘난 내 이름이 참 좋아’에는 독특한 이름 때문에 고민하는 생쥐 크리샌써멈이 나온다. “생쥐 책은 사실 사람 얘기죠. 다른 동물 그림책은 성격이 달라요. 생쥐 책 삽화는 가늘고 거친 선에 세부 묘사가 많다면 다른 책들은 더 어린 유아를 위해 좀 더 굵은 선으로 그렸어요.” “일상 속 작은 조각과 단편으로부터 캐릭터를 찾는다”는 그는 “글을 쓰기 전까지 오랫동안 캐릭터에 대해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해 칼데콧 명예상을 안긴 ‘조금만 기다려 봐’는 동네 공방 창틀에 놓인 동물 조각을 보다가 생각해 낸 책이다. “조각 하나가 창밖을 보며 무엇을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저 역시 어린 시절 많은 것을 기다리는 아이였거든요. 학교가 끝나길, 저녁이 되고 주말이 오길, 내 생일이 되길 기다렸던 것 같아요.” 두 자녀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에게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법을 묻자 “아이를 잘 안다면 책을 어떻게 접해줘야 할지, 어떤 종류의 책에 반응할 것인지도 알 것”이라고 했다. “어릴 적 책을 꾸준히 접하는 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믿어요. 책 자체가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합니다. 책이 큰가 작은가, 그렇다면 왜 그런가…. 책 표지를 열기 전부터 이야기 나눌 게 끝이 없죠.”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대륙은 바다 수면 위로 잠시 솟아 있는 땅덩어리에 불과하다. 바다가 지구 표면적의 7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니 지구는 땅으로 덮인 구형이 아니라 마땅히 바다로 둘러싸인 ‘해구(海球)’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만큼 인류의 삶에 바다가 준 영향력은 크다. 그런데도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 탐사보다 심해 탐사가 더 늦었고 해저 지형에 대한 정보가 달 앞면의 지형보다 더 늦게 알려졌다”는 사실은 우리가 해양의 세계에 얼마나 무심했고, 무지했는지 깨닫게 한다. “우주의 비밀을 다 알기도 전에,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멸종할지도 모르는” 세상을 살면서 말이다. 이 책은 ‘해양도서 서평 에세이’를 표방했다. 바다와 관련한 대표적 픽션과 논픽션 97권을 선정해 문인과 번역자, 학자, 평론가, 언론인 등이 개인적인 체험을 녹여 비평했다. 문화평론가 김봉석은 근대 세계사를 바다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 ‘문명과 바다’를 소개하며 근대 이전의 바다가 서양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 명나라의 정화는 바다를 통해 동아프리카 해안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이 도전은 해상 팽창을 주도했던 환관 세력이 유교를 앞세운 관료들과의 세력다툼에서 패하면서 물거품이 된다. “지대물박(地大物博), 땅은 넓고 물자도 많으니 유교 사상으로 잘 다스리면 바깥에서 구해올 것이 없다는 논리였다. 결과는? 중국의 몰락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보지 않고 우리 안에서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은 필연적으로 패망의 지름길로 이어진다.” 과거 명이나 청 같은 대륙 국가를 문명의 중심으로 본 탓인지 다수의 한국인 역시 대륙 중심적인 사고를 해왔다. 하지만 200여 년 전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쓰며 바다를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책을 읽은 시인 손택수는 우리가 여전히 육지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무력한 바다를 기억해 보라. (중략) 슬프다. 유배 기간의 고독을 빛나는 별자리로 바꾼 200년 전 ‘실학의 바다’는 묻는다. ‘바다의 실학’이 이 땅에 과연 있는가 하고.” 소설 ‘파리대왕’이나 ‘달과 6펜스’처럼 제목에서 바다와의 연관성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책도 있고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해외의 바다 책도 소개했다. 꽤 욕심을 부린 책이다. 노고는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책의 요약과 함께 바다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해설이 쏟아지다 보니 참고서를 읽는 느낌도 든다. 한 번에 읽기보단 틈틈이 나눠 읽으면 좋을 듯하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자사 프로그램 이름을 딴 ‘런닝맨 운동화’를 내놓은 SBS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 SBS는 최근 온라인몰 G마켓에서 운동화 판매를 시작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신발 사업까지 나선 것은 새로운 수입원을 찾기 위해서다. 그러나 출연자를 활용할 수 없는 상태여서 제품 홍보에 한계가 보이고 있다. 이미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뛴 출연자들을 이용해 광고를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필요하다.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는 상황. 마케팅 분석법인 SWOT(강점 약점 기회 위협)로 이 제품을 분석해봤다. ▽S(강점) 이 프로그램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강하다. 이 때문에 운동화는 기획 단계부터 해외 마켓을 겨냥했다. 이주상 SBS 콘텐츠사업팀 부장은 “페이스북 런닝맨 팬이 약 266만 명인데 이 중 한국인은 20만 명 정도고 나머진 모두 해외 팬”이라고 했다. 실제로 G마켓에 따르면 운동화 구입자의 약 70%가 해외 고객이다. ▽W(약점) SBS 측은 “원가를 감안하면 많이 낮춘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7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어쩐지 비싸다. 이 정도면 아웃렛에서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너끈히 살 수 있지 않나. 해외 배송비가 추가되면 10만 원이 넘는다. 서울 명동에서 28년째 운동화를 팔았다는 한 상인은 “런닝맨을 내세운 게 장점인지 모르겠다. 외국인 중에서도 팬들만 살 것”이라고 지적했다. ▽O(기회) 중국에서 런닝맨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한국판 런닝맨뿐 아니라 중국판 런닝맨 ‘달려라 형제’가 최근 시즌3까지 나왔고, 런닝맨 이름을 딴 영화도 흥행에 성공했다. 브랜드만 알려진다면 대박의 가능성도 있다. ▽T(위협) 문제는 어떻게 알리느냐는 것. 운동화에 새겨진 R만 봐선 런닝맨 운동화만의 특이점이 느껴지지 않는다. 온라인상에서는 출연자들이 신었던 다른 브랜드 운동화도 ‘런닝맨 운동화’로 불린다. PPL을 했던 지난달 28일 방송을 봐도 일부 출연자는 다른 운동화를 신고 있다. 게다가 ‘짝퉁’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류 기념품 판매를 해온 또 다른 상인은 “사이즈, 디자인별로 종류도 많아 복잡한 운동화보단 티셔츠 같은 아이템이 더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SBS는 5월에 런닝맨 티셔츠와 모자도 선보일 계획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대청소를 부르는 계절이다. 이사나 집 정리를 할 때면 손길이 가지 않는 책을 처리하고 싶어진다. 이때 찾는 게 온라인 중고서점과 헌책방. 어떻게 하면 책을 잘 팔 수 있을까. 기자가 직접 만화부터 시집과 소설, 인문·사회서, 외서 등 책 10여 권을 들고 대형 온라인 중고서점과 서울 청계천 헌책방을 찾아가 파는 실험을 해봤다. 실험 가설은 ‘편의성은 온라인, 가격은 헌책방이 좋다’라는 것이었다.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대형 온라인 서점이 운영하는 중고책 판매 코너로 가봤다. 먼저 책명을 검색하면 가격을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여기서 중고책 판매를 신청하면 무료 혹은 박스당 1000∼2500원 정도의 택배비를 받고 책을 수거해 간다. 알라딘, 인터파크 등 일부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중고 서점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책을 다 팔지 못한다는 점이다. 변색, 접힘, 찢김, 얼룩, 밑줄과 부속물 포함 여부는 온라인 중고서점이 책 매입을 결정하는 중요 기준이다. A온라인 중고서점에서 기자의 소설책은 5쪽 이상 밑줄이 있다며 ‘매입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책 상태 판정은 인간의 영역(?)이라서 실수가 있기 마련. 밑줄이 꽤 있었던 영문 여행서는 최상급 판정을 받아 3000원에 팔았다. 앤디 워홀 화집은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이 없다며, 역대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소설과 최근 개정판이 나온 인문서, 백석 시집 등은 재고량 초과라며 거부당했다. A서점 직원은 “책 매입 여부는 컴퓨터에 설정된 프로그램과 매뉴얼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로 나갔다. 이곳 22개 헌책방의 기준은 온라인 서점과 달랐다. 대부분 책의 상태보다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밑줄이 있거나 조금 찢긴 책도 수요자가 확실히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 매입했다. 특히 절판된 책은 가치가 높았다. 예를 들면 법정 스님의 유언에 따라 절판된 스님 책은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ISBN이 없는 ‘은하영웅전설’ 구간 세트는 고가에 거래되는 책 중 하나다. 2대째 중고서점을 운영하는 상현서림의 이응복 사장은 “온라인 서점에 매뉴얼이 있다면 우리한텐 ‘짬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책이 너무 많으면 보관하기 힘들기 때문에 청계천 헌책방 역시 모든 책을 매입하지는 않았다. 특히 베스트셀러나 최신 정보가 빠진 여행 책은 대부분 매입을 꺼렸다. 또 시리즈 책은 낱권보단 세트를 선호했다. 그러나 서점마다 고객층이 달라서 한 서점에서 거부당한 책을 다른 서점이 반기는 사례도 있다. 그 예로 한 미술서적 전문 서점은 3곳에서 퇴짜 맞은 화집을 5000원에 사겠다고 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 현만수 평화시장서점연합회장은 “중고책의 매입가나 판매가 모두 알고 보면 우리가 온라인보다 훨씬 낫다”고 자부했다. 실험 결과 편의성은 온라인이, 가격은 헌책방이 좋다는 가설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각각의 약점도 있었다. 온라인에서 매입 불가 판정을 받은 책은 택배비를 내고 다시 돌려받아야 하는데 이건 배보다 배꼽이 클 수도 있다. 또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책은 헌책방 매입가가 온라인보다 낮게 책정되는 등 책에 따라 헌책방이 가격 면에서 꼭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책을 정리하는 제3의 길도 있다. 인터넷에 있는 중고책 오픈마켓에서 판매자로 등록해 팔 수 있다. 중고책 판매가 번거롭고 큰돈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기부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책을 기부하면 연말정산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출판 불황이라지만 중고책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터넷 서점 점유율 1위 업체인 ‘예스24’는 지난해 중고책 판매를 시작했고 다음 달 서울 강남역 인근 롯데시네마 건물 지하에 660m²(약 200평) 규모의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2011년 서울 종로에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처음 연 후 전국에서 2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고책 시장은 경쟁이 뜨겁지만 시장 규모에 대한 통계는 없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4년 말 도서정가제 시행 후 중고책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추정되지만 주요 사업자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알라딘은 ‘영업기밀’을 이유로 관련 항목의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고책 시장에 일찍 뛰어든 알라딘의 전체 매출은 2013, 2014년 모두 17% 넘게 성장했다. 다른 인터넷 서점의 매출이 정체된 것과 비교해 월등한 실적이다. 출판계에선 대형 온라인 서점이 중고책 시장에 뛰어든 이후 새 책의 판매량이 줄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출판사 대표는 “서점에 나오지도 않은 책이 중간 유통상을 통해 온라인 중고서점에서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 새 책 같은 중고책을 살 수 있는데 누가 서점에서 새 책을 사겠느냐”고 말했다. 성미희 한국서점연합회 실장은 “중고책 시장의 확장에 대한 정부의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국내 인문 베스트셀러 저자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그런 점에서 문학평론가 정여울 씨(40·사진)의 존재는 눈에 띈다. 4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여행서 ‘내가 사랑한 유럽’ 시리즈에서 여행과 인문학을 묶는 시도를 했던 그이다. 정 씨는 요즘 잘나가는 인문학 필자이자 희귀한 여성 파워라이터이기도 하다. 정 씨가 최근 ‘공부할 권리’(민음사)라는 인문 에세이집을 냈다. 이 책에서 그는 밀턴 에릭슨의 심리학을 얘기하면서 동화 ‘신데렐라’를 재해석하고 카뮈의 소설 ‘이방인’과 미국의 평론가 수전 손태그의 삶을 연결하는 등 문학과 철학, 심리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와 이런 가치를 담은 작품을 소개한다. 그는 “(독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힌트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제목이 눈에 띈다. 공부할 의무가 아니라 권리라니. “내가 말하는 공부란, 인문학이나 여행처럼 당장에 쓸모가 없더라도 인생의 기쁨을 주는 지식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일회성인 정보와 달리 이런 지식은 내면에 축적돼 오랫동안 지혜로 발휘될 수 있다. 인생이 고달프고 힘들 때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게 이런 지혜들이다. 공부가 권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실제로 공부가 삶에 도움이 된 적이 있었나. “공부의 가치가 빛나는 순간은 학교를 나와서부터인 것 같다. 내 삶을, 내가 사는 세상을 거리 두고 바라보는 능력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부를 통해 알게 됐다. 원래 쉽게 상처받는 성격이었는데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되면서 좀 더 나를 지킬 수 있게 됐다고 할까.” ―학부에서는 독문학을, 석·박사는 국문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심리학, 철학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문학이 포괄하는 영역이 넓다 보니 다양한 학문에 눈 돌릴 수 있었다. 내 성향 자체가 잡스럽기도 하다. 만일 다시 20대가 돼서 필요한 공부를 찾으라고 한다면 인류학이나 심리학을 선택할 것 같다. 좀 더 다양한 분야로 확산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 ―이번 책은 전작과 달리 경어체로 썼다. “처음엔 평서체로 썼다가 나중에 바꿨다. 내 또래뿐 아니라 더 젊은 독자층까지 쉽게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강의의 느낌을 살렸다.” ―책을 많이 읽는다. 효율적인 책 읽기 방법을 소개한다면…. “내 경우 과거에 읽었던 것을 다시 읽을 때 예전의 기억과 지금의 욕망이 결합되며 아이디어가 많이 생기는 것 같다. 비단 책 읽기뿐 아니라 타인의 삶과 체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타인의 삶과 내 삶의 연관성을 찾는 게 결국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쓰고 싶은 책이 있다면…. 혹시 소설은 안 쓰나. “소설가를 존경하고 부러워하는데 소설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한 번 썼다가 버린 적은 있다. 우선 있는 자료를 모아 평전 같은 논픽션에 도전해볼 계획도 있다. 가깝게는 지난해 낸 ‘헤세로 가는 길’에 이어 헤르만 헤세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망라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찾는 낭독선집도 준비 중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김수현 작가(73)의 40여 년 드라마 인생을 통틀어 이처럼 반응이 미지근했던 적이 있었을까. 지난달 시작한 김 작가의 SBS 주말극 ‘그래, 그런 거야’ 얘기다. 이 드라마는 10회를 넘긴 현재까지 시청률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편성 시간대가 불리하긴 하다. 동시간대에 지상파 경쟁 채널에는 시청률 20∼30%대 드라마가 있었고, 최근에는 케이블의 금토 드라마인 tvN ‘시그널’이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 제조기’ 작가의 부진, 왜? 하지만 작가의 명성을 감안할 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은 맞다. 특히 트렌드를 이끄는 20∼40대 시청률은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이유가 뭘까. “변하지 않는다.” “시청자를 가르치려 한다.” “‘꼰대’ 같다.” 프로그램 게시판이나 관련 기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노출되는 김수현 드라마에 대한 비판은 크게 세 가지다. 이번 드라마는 이 요소들이 집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 그런 거야’는 중산층 3대 가족의 이야기다. 주요 출연자는 이순재 강부자 양희경 노주현 송승환 김해숙 임예진 조한선 남규리 등 이른바 ‘김수현 사단’으로 묶이는 배우들이다. 몇몇 젊은 배우를 제외하고 이런 구성과 출연진은 김 작가의 전작 ‘인생은 아름다워’(2010년) ‘엄마가 뿔났다’(2008년) ‘부모님 전상서’(2004년)와 닮았다. 심지어 이 드라마에서 집안의 어른으로 나오는 이순재-강부자 커플은 20년 전 방영된 ‘목욕탕집 남자들’에서도 부부였다. 한 누리꾼은 SNS에 “자신들이 죽은지도 모르는 ‘귀신’들이 대가족 흉내를 내는 것 같다”는 혹평을 남겼다. 연출 스타일도 작가의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서울깍쟁이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 톤은 여전하고, 세상살이와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도 풍성하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나이 든 배우가 김수현 작가 식의 따발총 대사를 할 때 젊은 시청자는 피곤하다고 느낄 수 있다. 변하는 트렌드에서 노(老)작가가 본인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뒷심 발휘할 것” vs “화제성에선 한계” 하지만 여전히 ‘김수현 드라마’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3∼4% 남짓한 첫 회 시청률에 비해 현재는 2배 이상 올랐다. 드라마 관계자는 “원래 김수현 드라마는 중반부터 힘을 발휘했다. 60부작으로 이야기가 많이 남은 만큼 뒷심을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에 정덕현 드라마평론가는 “김수현 식 화법에 익숙한 중장년층 덕분에 기본은 하겠지만 화제성에선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법과 형식이 비슷해도 김수현 드라마는 시대적 화두를 탁월하게 짚어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그는 동성애, 전업주부의 안식년, 장애 아동과 그 가족의 이야기 등을 드라마에 담았다. 작가는 ‘그래, 그런 거야’에서 고령화사회를 배경으로 죽음을 앞두었거나 가족의 죽음 이후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 젊은이들의 결혼관과 직업관도 다루고 있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제목처럼 이번 드라마에선 관조하고 달관하는 태도가 늘었다. 자극적인 드라마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에게 가볍지 않은 주제를 어떻게 전달할지가 향후 성공의 관건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별 5개 만점)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14년간 ‘체험 삶의 현장’을 경험한 거죠.” 세월의 흔적을 감출 순 없었지만 코를 찡긋하고 웃는 모습은 여전했다. 배우 원미경(56)이 MBC 주말드라마 ‘가화만사성’으로 돌아왔다. TV 복귀는 14년 만이다. 1978년 미스 롯데로 데뷔 후 줄곧 톱스타의 자리를 지켰던 그는 시청률 40%를 육박했던 드라마 ‘아줌마’(2001년)를 찍은 이듬해 가족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 주로 떠났다. 오랜만의 복귀는 방송가에서 화제가 됐다. 그동안 평범한 엄마, 아내로 지냈다는 그는 “미니시리즈 찍는 것보다 더 바쁘게 지냈다”고 했다.》 “아이 셋 키우는 게 만만치 않잖아요. 한국에 있을 땐 아이들에게 세세한 관심을 못 줬는데 밀린 숙제를 한 거죠. 그만큼 재미도 있었어요. 왜 그런 거 있죠. 애들 성적이 올랐을 때 부모로서 느끼는 즐거움이 엄청나거든요.(웃음)” 처음부터 미국 정착을 생각한 건 아니었다. 1년 어학연수 겸 여행을 목적으로 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됐다. 드라마 PD로 ‘애인’ ‘눈사람’ 등을 연출했던 남편 이창순 씨는 현지에서 신학을 공부해 현재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한국을 떠날 때 여섯 살이던 막내아들은 얼마 전 대학에 들어갔다. 예술사를 전공한 큰딸은 미술관에서 일하고, 둘째 딸은 의학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다시 연기를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기던 그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한 것은 가족이었다. “둘째 딸이 먼저 연기를 권했어요. 나는 남편을 도와 선교만 하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은 뭔가 변화를 원했나 봐요. 나중에 딸이 그러더군요. 엄마는 그동안 우리에게 충분히 잘했다고.” 이번 드라마에서 그가 맡은 역은 중국집 가화만사성의 안주인이자 고집불통 남편(김영철)에게 평생을 순종하며 살아온 여자 배숙녀. 극중 60대인 배숙녀는 실제 그보다 나이가 많다. “한국에 와서 TV를 몰아 봤어요. 저보다 나이 많은 분도 젊게 나오더군요. 근데 나는 관리를 못했잖아요. 그래서 지금 역할이 딱 좋아요. 우리 애들도 평소 엄마 같다면서 친근하대요(웃음). 연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저와 배역이 딱 겹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쾌감이 상당해요. 지금은 내 안에서 배숙녀 닮은 걸 막 찾고 있어요.” 한국을 떠난 사이 변한 것도 많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밤새우며 촬영하는 문화나 배우와 스태프가 쉴 장소가 없는 건 여전하더군요. 한류라고 소문만 무성했지 똑같아서 실망했죠.” 오랜만에 복귀했지만 주름을 지우려고 따로 애쓰지 않는다. 서민 배역의 특징상 스타일리스트도 불필요하다고 했다. 과거 귀를 뚫은 후 노인 역을 못 할까봐 전전긍긍했다는 그는 “배우는 물과 같다. 그릇에 따라 그 모양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무서워서 점도 못 뺐어요. 그렇게 여태까지 살았는데 새삼스러워요. 배우 역시 세월이 흐르면 주름이 지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닐까요. 이거, 내가 너무 건방진가?(웃음)” 앞으로의 계획은 ‘미지수’다. 작정하고 복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 계획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요즘엔 “미국의 가족이 그리워 조금씩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그럼에도 새로운 배역에 대한 기대는 은근히 내비쳤다. “우리 딸이 나보고 악역 한번 해보면 좋겠대요. 세련되면서도 못된 시어머니 같은 거? 진짜 배우 같은 모습을 보고 싶은가 봐요.” :: 원미경 말말말… ::Q. 신출내기 PD와 결혼한 최초의 여성 톱스타?A. 글쎄 그게 특별한 일인가요? 우리는 평범하게 연애했어요.여의도 MBC 비상구 계단에서 데이트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결혼 29년째네요.Q. 1980년대 섹시 스타?A. 에이, 난 청순미란 얘긴 들었는데 그 얘긴 첨 듣네. 그때 좀 그렇게 불러주지.Q. 다시 만난 팬들에게.A. 그냥 예쁘게 봐주면 좋지 뭐. 근데 뭐 내가 열심히 해야 그렇게 봐주시겠지. 못하면 저건 왜 돌아왔나 하시지 않을까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초·중학생의 필독서다. 고백하자면 그 시절엔 그 책이 싫었다. 왕자와 여우의 일화는 좀 진부하지 않나. 왕이나 술꾼, 가로등지기 같은 등장인물도 잘 이해가지 않았다. 워낙 유명하니 따라 읽었고, 다들 ‘좋다’고 하니 ‘나도 좋았다’고 말했을 뿐이다. 하지만 여전히 세상 사람들은 ‘어린 왕자’를 읽는다. 책에 따르면 270개 이상의 언어와 방언으로 쓰인 ‘어린 왕자’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번역된 문학 작품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 같은 구절은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게도 통한다. ‘어린 왕자’는 만국 공통으로 공유된 하나의 문화 코드다. 게다가 파생상품은 얼마나 많은가.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삶과 집필 뒷얘기, 관련 콘텐츠 등을 소개한 이 사전은 어린 왕자의 팬뿐 아니라 어린 왕자에 대해 별다른 기억이 없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알프스 상공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중 갑자기 사라진 작가가 실종 전 스물세 살의 유부녀 간호장교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나, 지구를 위협하는 우주 물체를 관찰하려고 미국에 세워진 재단 이름이 ‘B612’라는 사실 등 사소한 정보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다가 책 말미에는 원작 소설이 부록으로 실렸다. 어른이 돼 다시 읽는 ‘어린 왕자’는 좀 더 재미있게 읽히는 느낌이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