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은 바다 수면 위로 잠시 솟아 있는 땅덩어리에 불과하다. 바다가 지구 표면적의 7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으니 지구는 땅으로 덮인 구형이 아니라 마땅히 바다로 둘러싸인 ‘해구(海球)’다.”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구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만큼 인류의 삶에 바다가 준 영향력은 크다. 그런데도 바다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다. “우주 탐사보다 심해 탐사가 더 늦었고 해저 지형에 대한 정보가 달 앞면의 지형보다 더 늦게 알려졌다”는 사실은 우리가 해양의 세계에 얼마나 무심했고, 무지했는지 깨닫게 한다. “우주의 비밀을 다 알기도 전에,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멸종할지도 모르는” 세상을 살면서 말이다.
이 책은 ‘해양도서 서평 에세이’를 표방했다. 바다와 관련한 대표적 픽션과 논픽션 97권을 선정해 문인과 번역자, 학자, 평론가, 언론인 등이 개인적인 체험을 녹여 비평했다.
문화평론가 김봉석은 근대 세계사를 바다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 ‘문명과 바다’를 소개하며 근대 이전의 바다가 서양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국 명나라의 정화는 바다를 통해 동아프리카 해안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이 도전은 해상 팽창을 주도했던 환관 세력이 유교를 앞세운 관료들과의 세력다툼에서 패하면서 물거품이 된다. “지대물박(地大物博), 땅은 넓고 물자도 많으니 유교 사상으로 잘 다스리면 바깥에서 구해올 것이 없다는 논리였다. 결과는? 중국의 몰락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계를 보지 않고 우리 안에서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은 필연적으로 패망의 지름길로 이어진다.”
과거 명이나 청 같은 대륙 국가를 문명의 중심으로 본 탓인지 다수의 한국인 역시 대륙 중심적인 사고를 해왔다. 하지만 200여 년 전 실학자 정약전은 ‘자산어보’를 쓰며 바다를 탐구 대상으로 삼았다. 이 책을 읽은 시인 손택수는 우리가 여전히 육지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무력한 바다를 기억해 보라. (중략) 슬프다. 유배 기간의 고독을 빛나는 별자리로 바꾼 200년 전 ‘실학의 바다’는 묻는다. ‘바다의 실학’이 이 땅에 과연 있는가 하고.”
소설 ‘파리대왕’이나 ‘달과 6펜스’처럼 제목에서 바다와의 연관성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책도 있고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해외의 바다 책도 소개했다.
꽤 욕심을 부린 책이다. 노고는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책의 요약과 함께 바다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해설이 쏟아지다 보니 참고서를 읽는 느낌도 든다. 한 번에 읽기보단 틈틈이 나눠 읽으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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