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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 등에서 대단한 성적을 내 귀감을 줬던 어린 선수들처럼 저도 되고 싶었는데….”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천종원(25·노스페이스)이 또 한 번의 한국 선수단 깜짝 메달을 향해 선전을 펼쳤으나 아쉽게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천종원은 3일 일본 도쿄 아오미 어반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스포츠클라이밍 남자 콤바인 예선에서 스피드, 볼더링, 리드 종목 합산 10위에 올라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도쿄 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은 3종목 순위를 곱해 점수가 가장 적은 선수가 1위가 된다. 스피드는 높이 15m, 95도 경사면 벽을 빠른 시간으로 올라가는지 가리고 볼더링은 로프없이 4.5m 벽의 여러 루트를 올라 꼭대기를 얼마나 적은 시도로 잡는지 겨룬다. 리드는 15m 경사면에 돌출되게 설치된 인공 구조물을 잡고 6분 안에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종목이다. 천종원은 스피드 1차 시기 실수를 범해 떨어졌지만 2차 시기에서 6초21로 5위에 올랐다. 정상 타임 패드를 찍고 내려온 천종원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포효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맡아 천종원을 금메달로 이끈 황평주 감독(본지해설위원)은 “1차 실수로 2차 시기 부담이 컸을텐데 너무 잘 이겨냈다”며 박수를 보냈다. 2015, 2017년 세계 1위에 오른 자신의 주종목 볼더링에서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4개 코스를 자신있게 공략했지만 3번째 코스에서만 꼭대기(TOP)를 잡고, 3차례 탑 아래 지점 존(Zone)을 잡아 10위에 머물렀다. 4번째 코스에서 존을 잡고 꼭대기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래도 마지막 리드 종목을 남겨두고 50점(5위×10위)으로 5위를 유지하며 결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지만 리드에서 다시 26번째 구조물을 잡고 떨어지면서 16위에그쳤다. 총점 800점(5위×10위×16위)으로 10위에 그치면서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천종원은 결선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첫 올림픽 출전에서 값진 경험과 자신감을 얻었다며 3년 뒤 올림픽을 기약했다. 천종원은 “2~3위 정도 예상한 볼더링에서 경기 운영을 잘 하지 못했다. 변수가 많지만 대처를 못했다. 비인기 종목인데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는데 죄송하다”며 “그래도 스피드에서 1차 시기에 떨어진 상황에서도 긴장과 위축됨 없이 2차 시기 좋은 기록을 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후련하게 웃었다. 천종원은 “진천선수촌 웨이트장에 걸린 역대 메달리스트들의 사진을 보며 나도 저기에 걸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훈련에 집중을 했는데 아직은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더 성장한 선수로 돌아오겠다. 여자 스포츠클라이밍에 출전하는 (서)채현이가 꼭 잘했으면 좋겠다”며 인생 첫 올림픽을 의미 있게 마무리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체조가 숨겨 놓았던 비장의 카드 신재환(23·제천시청)이 2020 도쿄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새로운 ‘뜀틀 황제’에 등극했다. 신재환은 2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83점을 받아 데니스 아블랴진(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과 동점을 이뤘다. 하지만 두 선수의 1, 2차 시기 시도 점수 중 신재환이 2차 시기에 시도한 여2(난도 5.6) 점수가 14.833점으로 가장 높았기 때문에 우세 판정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아블랴진의 최고 점수는 2차 시기(난도 5.6)의 14.800점이다. 전날 한국 여자 체조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메달(동메달)을 따낸 여서정(19·수원시청)에 이어 한국 체조는 연이어 남녀 뜀틀에서만 두 개의 값진 메달을 건졌다. 2012 런던 올림픽 체조 남자 뜀틀 양학선 이후 9년 만에 나온 한국 체조 사상 두 번째 올림픽 금메달이다. 한국 체조는 이번 대회에서 금 1, 동 1개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거뒀다. 신재환은 경기 뒤 “2차 시기까지 뛰고 그냥 ‘잘했다’는 안도감으로 기뻤다. 1차 시도 때 안 될 줄 알았다. 뜀틀에 손을 짚자마자 느낌이 안 좋아서 무조건 착지 때 잘 서자고만 생각했는데 운이 작용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결정지은 2차 시기에 수행한 기술은 ‘여2’다. 여서정의 아버지인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의 이름을 딴 기술이다. 신재환은 여2 기술에 대해 “90% 완성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한국 체조의 대선배인 여 교수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여2’ 기술로 은메달을 목에 건 데 이어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은 23세 신재환이 완벽한 ‘여2’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여 교수는 TV 해설위원으로 후배의 우승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에서 6번째 금메달을 땄다. 남자 개인 종목 선수의 금메달은 처음이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의 여자 체조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입니다.” 자신의 딸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체조의 역사를 새로 쓰자 TV 해설위원으로 생중계를 담당한 아버지가 환호성을 질렀다. 딸은 한국 체조의 희망 여서정(19·수원시청), 아버지는 한국 체조의 전설 여홍철 경희대 교수(50)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체조 뜀틀 결선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얻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체조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1960 로마 올림픽에 처음 여자 체조 선수가 출전했으나 60년 넘게 시상대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아버지 여홍철 교수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뜀틀에서 당시 한국 체조 최고 성적인 은메달을 획득했다. 부녀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한국 스포츠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연기를 마친 뒤 눈물을 쏟은 여서정은 “아빠는 내가 여홍철 딸로 불리지 않고 아빠가 여서정 아버지라고 불리고 싶다고 말했었다. 동메달을 땄으니 이제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여서정은 뜀틀 결선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이 붙은 ‘여서정’ 기술(난도 6.2)을 시도했다. 공중으로 치솟으면서 720도 비틀고 내려온 뒤 거의 완벽한 착지를 보였다. 점수는 15.333점으로 8명 결선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2차 시기에서 착지 실수로 14.133점을 받아 순위가 밀렸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성공만 하면 메달권이다.” 여서정(19·수원시청)이 3년 전 자신의 이름을 건 ‘여서정(난도 6.2)’ 기술을 처음 시도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듣던 소리다. 결국 여서정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이 기술을 완벽히 성공시키면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체조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자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50)에 이은 한국 첫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이 탄생했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뜀틀 결선에서 5번째 순서로 나섰다. 여유 있는 미소를 지은 뒤 힘차게 도약해 1차 시기부터 ‘여서정’ 기술을 시도했다. 착지에서 짧게 두 발이 밀리긴 했지만 감점 없는 거의 완벽한 연기였다. ‘여서정’ 기술은 뜀틀을 짚고 두 바퀴 몸을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720도 회전)로 여기에서 반 바퀴만 회전을 더 하면 아버지인 여 교수가 올림픽 메달을 딴 기술인 ‘여2(뜀틀을 짚고 두 바퀴 반을 비틀며 회전하는 기술·900도 회전)’가 된다. 이날 예선 1위 시몬 바일스(24·미국)가 심리부담을 이유로 기권하면서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제이드 케리(21·미국·예선 2위)가 여서정의 바로 앞 순서에서 1차 시기 기술을 시도조차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 뒤였지만 여서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서정이 1차 시기에서 15.333점(기술점수 6.2 수행점수 9.133)을 기록하며 이날 출전한 전체 선수의 기록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자 주변이 술렁거렸다. 전광판에 1위를 제칠 수 있는 타깃 포인트 기록이 14.833으로 찍혔다. 2차 시기 신청한 난도는 5.4로 평소 연습 때는 거의 실수가 없이 수월하게 해냈던 기술이라 큰 실수만 없으면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서정은 착지에서 세 발을 물러나는 실수로 14.333점(기술점수 5.4 수행점수 8.733)을 기록해 평균 14.733점으로 브라질의 레베카 안드레이드(15.083점), 미국의 미카일라 스키너(14.916점)에 이은 3위를 확정지었다. 여서정은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며 가수 아이유의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다. 여서정은 “여기까지 오기에 너무 힘든 시간을 버텨서 ‘그렇게 오랜 시간 내가 되려고 아팠던 걸까’ 이 가사가 많이 와 닿았다”고 말했다. 체조 선수였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으로 9살 체조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올림픽을 꿈꿨던 소녀는 그렇게 한국 여자 체조 최초의 메달을 수줍게 목에 걸었다. 올림픽 메달을 따게 된다면 “침대에 누웠을 때 바로보이는 천장에 대롱대롱 달아놓고 잘 때, 일어날 때 매번 볼 것”이라던 그는 이제 매일 메달을 보며 잠들고 메달을 보며 눈을 뜨는 꿈에 그리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물론 딸의 바람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여 교수 역시 “딸이 더 유명해져서 내가 ‘서정이 아빠’로 불리고 싶다”던 바람을 이루게 됐다. 이제 여서정은 시선은 아버지를 넘어 그리고 그 다음 올림픽과 신기술에 향해 있다. 여서정은 “아빠가 먼저 체조를 시작했으니 아빠의 그늘에 가려져 있지 않았나 싶다”며 “아빠는 은메달이고, 나는 동메달이니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2024년 파리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목에 걸면 아버지를 이기게 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이번 올림픽 전부터 신기술을 연마 중이다. 여 교수는 “반바퀴 더 도는 ‘여서정2’ 기술을 연습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에서 멋진 도약에 성공한 여서정. 벌써 파리에서의 멋진 착지가 기대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한국 축구가 도쿄 올림픽 8강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를 만난다. 31일 4강 진출을 놓고 멕시코와 맞붙는다. 23세 이하(U-23) 대표팀 간 대결에서는 한국이 3승 4무 1패로 앞서 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만나 이겼다. 하지만 멕시코는 특유의 유연성과 개인기를 갖추고 있어 상대하기 까다로운 팀이다. 멕시코는 선발과 후보 명단에 포함된 선수 18명 중 17명이 자국 리그에서 뛰고 있다. 해외보다 연봉을 많이 주기 때문에 선수들이 밖으로 안 나간다. 자국 리그에서 오래 보고 뛰기 때문에 호흡이나 조직력도 좋다. 멕시코는 4-3-3 포메이션을 주로 쓰면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집중해 오는 공격이 위협적이다. 와일드카드로 뽑힌 최전방 공격수 엔리 마르틴이 폭넓게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공간을 내면 좌우 측면 날개인 알렉시스 베가와 우리엘 안투나 등이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기회를 만든다. 우리 측면 윙백 수비수들이 중앙 수비수들과 약속된 플레이로 위험 지역 밖으로 밀어내든가 공간을 미리 선점할 필요가 있다. 전체적으로 공격에 숫자를 많이 두지 않지만 미드필드 지역에서 점유율을 높이며 밀고 들어오는 스타일이다. 압박을 느슨하게 해 멕시코가 할 것을 다 하게 하면 안 된다. 반대로 한국도 측면 공격에서 경기를 풀어야 한다. 이동준(울산)의 측면 공간을 파고들며 헤집는 움직임이 물이 올랐다. 패스 투입의 우선순위를 측면으로 가져가야 한다. 멕시코의 좌우 측면을 흔들면 날개 공격수들도 수비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 온두라스전에서는 원래 왼쪽 측면 수비수인 김진야(서울)가 왼쪽 날개로 나서 공격도 해주고 빠르게 수비 가담을 해주면서 팀이 속도전을 펼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줬다. 멕시코전의 키는 평정심이라고 본다. 두 경기 대승으로 자신감이 상당히 올라간 상태일 것이다. 선수마다 ‘우리한테 적은 없다’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조별리그와 8강은 또 다르다. 들뜬 기분을 누르고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야 한다. 초반에 기본적인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잔 패스 실수들이 나오면 분위기가 묘하게 이상해진다. 공격과 수비에서 약속된 패턴을 지켜가며 흐름 싸움을 벌여야 한다. 정리=도쿄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세트 스코어 5-5.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은 이제 슛오프에서 단 한 발로 결판나게 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스무 살 신궁 안산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이자 ‘아니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젓기도 했다. 사대에 오른 안산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가 노란색 중앙에 꽂혔다. 10점 만점. 과녁을 응시하던 안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8점을 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옐레나 오시포바는 허탈하게 웃었다. 비로소 안산은 류 감독의 품에 안기며 승리의 환호에 젖어들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8-27<10-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산은 혼성전과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며 한국 선수로는 첫 여름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겨울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진선유, 안현수가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 종목 우승을 휩쓴 데 이어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대회에서 5개 금메달 석권에 한 개만 남겼다. 31일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29)이 마침표에 도전한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슛오프를 치르는 숨 막히는 접전에도 두 번 모두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결승 슛오프에서 안산의 심박수는 118bpm이었던 반면 오시포바는 167bpm까지 치솟았다. 안산은 “끝나고 나니 더 긴장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서 울지 마 울지 마 했는데 나왔다. 한국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양궁장에는 방탄소년단(BTS)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세계 양궁을 평정한 안산을 위한 축가였다. 김민정(24)은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ROC)와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4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다. 박상영(26), 권영준(34), 송재호(31), 마세건(27)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펜싱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지바=김정훈 기자 hun@donga.com}

한국 여름올림픽 사상 첫 3관왕에 오른 스무 살 신궁 안산은 주변의 평가대로 멘털 ‘슈퍼갑’이었다. 16강전 이후부터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표정이 바뀌거나 큰 동작을 취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결승전 1세트 첫 발을 8점에 쐈지만 이후 2세트까지 5발 연속 10점을 명중시켰다. 4강과 결승전에서 한 차례씩 활시위를 당기다 멈칫하는 동작을 취했지만 결과는 각각 9점과 10점이었다. 화살이 문제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바로 자세를 만들어 슈팅을 했다.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이어 1발로 승부가 결정나는 슛오프를 치렀지만 모두 10점 만점을 쐈다. 경기 도중 80대 bpm에 머물던 안산의 심박수도 결승 슛오프에서는 118bpm으로 올랐지만 오시포바는 167bpm을 찍을 만큼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경험 많은 선수들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슛오프 상황을 여자 양궁 대표팀 막내인 그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금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안산이 “‘쫄지 말고 대충 쏘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슛오프 상황을 복기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한번 더 놀랍다는 탄식이 터졌다. 경기 내내 혼성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일궜던 김제덕(17·경북일고)이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목이 아프겠다 싶었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경험했던 대선배들도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게 안산의 ‘포커페이스’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홍성군청 코치(본보 해설위원)는 “산이의 포커페이스에 이은 과감한 슈팅은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다. 그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멘털”이라며 놀라워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관왕 장혜진도 “평소 경기 때의 평정심, 포커페이스 유지는 최미선(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이 최고일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안산은 5차례 대표 선발전을 치르는 동안 2925발을 쐈다. 선발된 3명의 대표 가운데 가장 많다.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선발전을 통해 그의 멘털은 더욱 강해졌다. 산(山)이라는 자신의 이름처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포커페이스도 시상식에서 ‘봉인 해제’가 됐다. 애국가가 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자 눈물을 훔쳤다. 시상식이 끝난 후 공식 인터뷰 자리에 은메달, 동메달리스트가 늦자 셀카를 찍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지런히 사진을 올리는 모습은 평범한 여대생 그대로였다. 시상식 전달자로 나선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기도 했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안산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엄마가 해주는 애호박찌개를 먹고 싶다. 조금 매콤하게 한 거”라고 답했다. 개인전 직전 자신의 짧은 ‘쇼트커트’ 머리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부담을 경기장으로 갖고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 오전 정의선 회장이 안산에게 격려 전화를 해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경기를 해달라”고 했다. 안산도 16강전부터 결승까지 오는 동안 관련 질문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시상식 때도 관련 질문을 피했던 안산은 이번 대회 모든 일정을 마친 뒤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국민들의 많은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위대한 성취 뒤에는 반복되는 훈련과 지독한 외로움이 있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한다”며 “서로의 삶에 애정을 갖는다면 결코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끝까지 이겨낸 안산 선수가 대견하고 장하다”고 썼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한국 양궁 역사상 첫 올림픽 3관왕에 오른 스무 살 안산은 주변의 평가대로 멘털 ‘갑’이었다. 16강전 이후부터 매 경기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지만 표정이 바뀌거나 큰 동작을 취하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간간이 미소를 지었다.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와의 결승전 1세트 첫 발을 8점에 쐈지만 이후 2세트까지 5발 연속 10점을 명중시켰다. 4강과 결승전에서 한 차례씩 활시위를 당기다 멈칫하는 동작을 취했지만 결과는 각각 9점과 10점이었다. 화살이 문제가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바로 자세를 만들어 슈팅을 했다. 경험 많은 선수들도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두 번의 슛오프 상황에서도 대놓고 10점을 맞혔다. 금메달 시상식이 끝난 뒤 안산이 “‘쫄지 말고 대충 쏘자’라는 생각을 했다”며 슛오프 상황을 복기하자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한번 더 놀랍다는 탄식이 터졌다. 경기 내내 혼성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일궜던 김제덕(17·경북일고)이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다는 얘기를 듣고는 “목이 아프겠다 싶었다”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경험했던 대선배들도 최고라고 치켜세우는 게 안산의 ‘포커페이스’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홍성군청 코치(본보 해설위원)는 “산이의 포커페이스에 이은 과감한 슈팅은 다른 선수들이 갖지 못한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다. 그 누구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멘털”이라며 놀라워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관왕 장혜진도 “평소 경기 때의 평정심, 포커페이스 유지는 최미선(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이 최고일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도 안산을 ‘엄근진’으로 부른다. 경기에서만큼은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는 뜻이다. 결승전 직전 자신의 짧은 ‘쇼트커트’ 머리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란이 크게 불거졌지만 부담을 경기장으로 갖고 들어오지 않았다. 이날 아침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안산에게 격려 전화를 해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경기를 해달라”고 했다. 안산도 16강전부터 결승까지 오는 동안 관련 질문을 정중하게 사양했다. 시상식 때도 관련 질문을 피했던 안산은 이후 대한양궁협회를 통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선 알고 있었지만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국민들의 많은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한 사람의 위대한 성취 뒤에는 반복되는 훈련과 지독한 외로움이 있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한다”며 “서로의 삶에 애정을 갖는다면 결코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을 끝까지 이겨낸 안산 선수가 대견하고 장하다”고 썼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오히려 긴장이 되는 안산이다. 그래서 감정도 올라온다고 했다. 포커페이스도 시상식에서 ‘봉인 해제’가 됐다. 애국가가 울리고 하이라이트 부분에 이르자 눈물을 훔쳤다. 시상식이 끝난 후 공식 인터뷰 자리에 은메달, 동메달리스트가 늦자 셀카를 찍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지런히 사진을 올리는 모습은 평범한 여대생 그대로였다. 시상식 전달자로 나선 정 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기도 있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안산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엄마가 해주는 애호박찌개를 먹고 싶다. 조금 매콤하게 한 것을”이라고 답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세트 스코어 5-5. 금메달과 은메달의 주인공은 이제 슛오프에서 단 한 발로 결판나게 됐다. 긴박한 순간에도 스무 살 신궁 안산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류수정 여자 대표팀 감독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보이자 ‘아니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젓기도 했다. 사대에 오른 안산의 손을 떠난 화살이 70m를 날아가 노란색 중앙에 꽂혔다. 10점 만점. 과녁을 응시하던 안산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8점을 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옐라나 오시포바는 허탈하게 웃었다. 비로소 안산은 류 감독의 품에 안기며 승리의 환호에 젖어들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3관왕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슛오프 끝에 6-5(28-28, 30-29, 27-28, 27-29, 28-27<10-8>)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안산은 혼성전과 여자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휩쓸며 한국 선수로는 첫 여름 올림픽 3관왕에 올랐다. 겨울 올림픽에서는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남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른 진선유, 안현수가 각각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한국 양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개 전종목 우승을 휩쓴 데 이어 혼성전이 추가된 이번 대회에서 5개 금메달 석권에 한 개만 남겼다. 31일 남자 개인전에 김우진(29)이 마침표에 도전한다. 안산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연속 슛오프를 치르는 숨 막히는 접전에도 두 번 모두 10점을 쏘는 강심장을 과시했다. 결승 슛오프에서 안산의 심박수는 118이었던 반면 오시포바는 167까지 치솟았다. 안산은 “끝나고 나니 더 긴장된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린 그는 “갑자기 (감정이) 차올라서 울지마 울지마 했는데 나왔다. 한국에 있을 때 너무 힘들어서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이 확정되자 양궁장에는 BTS(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가 울려 퍼졌다. 세계 양궁을 평정한 안산을 위한 축가였다. 김민정(24)은 사격 여자 25m 권총 결선에서 비탈리나 바차라시키나(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와 38점으로 동률을 이룬 뒤 슛오프에서 1-4로 져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한국 사격의 첫 메달이다. 박상영(26), 권영준(34), 송재호(21), 마세건(27)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에페 대표팀은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을 45-41로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에페 개인전에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 뇌이며 금메달을 딴 박상영이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도쿄=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내 안의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 것 같다.” 황선우(18·서울체고)가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수영 스타로 떠올랐다. 황선우는 28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경영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7초56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황선우는 준결선 1조에서 3위를 차지하며 전체 4위로 상위 8명이 오르는 결선에 진출했다. 황선우는 하루 전 세 차례나 레이스를 치렀다. 오전에 자유형 200m 결선을 뛰었고, 오후에는 자유형 100m 예선과 계영 800m 예선까지 치렀다. 온몸은 녹초가 됐지만 그는 “너무 피곤해서 그런지 오전 2시 정도에 겨우 잠이 들었다”고 했다. 극심한 피로 속에 이날 오전 경기에 나섰지만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괴력을 발휘했다. 하루 전 100m 예선에서 47초97로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한국기록(48초04)을 0.07초 단축한 황선우는 하루 만에 이 기록을 0.41초나 앞당겼다. 또 2014년 닝쩌타오(중국)가 세운 47초65의 아시아기록을 7년 만에 0.09초 앞섰다. 전광판에 아시아기록을 의미하는 ‘AS’가 표시되자 장내는 술렁였다. 놀라운 회복력을 보인 황선우는 “100m는 한 바퀴만 돌면 되니까 200m보다 체력적인 부담이 덜하다는 생각으로 임한 게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10대 ‘수영 천재’는 2차례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포함 4개의 메달을 딴 박태환(32)도 가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같은 자유형이 주 종목이지만 둘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박태환은 교과서적 영법과 경기 운영을 하며 뒷심으로 후반부 역전을 노렸다. 이에 비해 황선우는 미국, 유럽, 호주 선수들이 구사하는 파워 수영으로 초반부터 승부를 본다. 박태환이 안정적인 주행을 하다가 속도를 높이는 중형 세단이라면 황선우는 수 초 안에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터보 엔진 스포츠카에 비유할 수 있다. 황선우는 왼팔보다 오른팔을 더 길고 힘차게 내지르는 ‘엇박자’ 스트로크를 한다. “물을 타는 재능이 조금 있다고 생각한다”는 자신의 말처럼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엄청난 추진력을 낸다. 자신감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스타트 집중력까지 좋아졌다. 28일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황선우의 스타트 반응 속도는 0.58초였다. 준결선에서 뛴 선수 16명 중 황선우보다 반응 속도가 빠른 건 스위스의 로만 미튜코프(0.56초)밖에 없었다. 미튜코프는 준결선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황선우는 빠른 스타트 후 특유의 파워 영법을 앞세워 아시아 신기록까지 세웠다. 결선 진출자 8명(평균 스타트 반응 속도 0.64초) 가운데 1위다. 남기원 동아대 수영부 감독(전 수영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은 “확실히 박태환보다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빠르다”며 “오른팔을 강하게 만들어 속도를 높이는 것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약점도 있지만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와 영법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황선우가 박태환의 장점까지 보완한다면 금상첨화다. 이병호 서울체고 감독은 “불과 몇 달 전 대표 선발전 때 100m에서 48초04를 찍더니 어제오늘 사이에 연달아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상승세가 정말 가파르다”며 “황선우는 항상 주변 사람들의 예측을 넘는 퍼포먼스를 보여 온 선수다. 체력을 보완하고 경기 운영 능력을 키우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준결선에서 올림픽 다관왕에 빛나는 세계적인 스타 케일럽 드레슬(25·미국) 옆에서 경기를 했던 황선우는 “드레슬을 보며 뛰어서 굉장히 영광이었다. 29일 결선에서도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도쿄=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5년 전의 패배를 되갚으며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8강에 올랐다. 4강 티켓을 놓고 다투는 상대는 멕시코다. 한국은 28일 일본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기민한 움직임으로 경기를 주도하면서 황의조(보르도)의 해트트릭과 원두재(울산), 김진야(서울), 이강인(발렌시아)의 연속 골로 온두라스에 6-0 완승을 거뒀다. 온두라스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에서 한국에 0-1 패배를 안겼었다. 조별리그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2012 런던 올림픽(동메달)과 리우 대회 8강에 이어 3회 연속 8강 진출이다. 한국은 31일 오후 8시 A조 2위에 오른 멕시코와 4강 진출을 다툰다. 한국은 멕시코 천적으로 부를 만하다. 해당 연령대 상대 전적에서 7전 3승 4무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올림픽 본선에선 1996 애틀랜타, 2004 아테네, 2012 런던, 2016 리우까지 네 번 만나 2승 2무를 기록했다. 올림픽 3회 연속 맞대결이다. 한국에 이어 뉴질랜드가 조 2위로 8강에 진출해 일본을 만난다. 한국과 일본은 결승에서나 만나게 됐다. 4-0으로 대승을 거둔 루마니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부터 살아난 2선 공격진의 폭넓은 움직임이 온두라스 수비를 무너뜨렸다. 측면에서 패스를 주고받다 반대편 측면으로 길고 빠른 크로스 전개로 득점 활로를 뚫었다. 1, 2차전 무득점에 그친 황의조의 방향 전환 킬패스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오른쪽 측면으로 쇄도하면서 황의조의 공간 패스를 받아 돌파를 시도하던 이동준이 수비수에게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전반 12분 황의조가 깔끔하게 차 넣었다. 선제골에 힘입어 한국 분위기는 확 살아났다. 온두라스는 여유 있게 패스를 주고받다가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한국 선수들을 막느라 허둥댔다. 전반 19분 원두재가 다시 상대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황의조는 전반 추가 시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든 데 이어 후반 7분에도 페널티킥 골로 해트트릭을 올리며 지난 대회 패배의 복수전을 자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이 한 경기에 페널티킥으로 3골을 넣은 건 처음이다. 자신의 두 번째 골을 터뜨리고 활시위를 당기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황의조는 “양궁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우리의 목표를 담았다. 목표는 금메달이다”면서 “그동안 첫 골이 안 터져 부담이 컸다. 마음이 놓인다”며 후련한 표정을 보였다. 양궁 2관왕 김제덕이 축구팬이라는 것에 대해 “김제덕이 3관왕을 이루지 못했는데 나머지 한 개를 우리가 따겠다”고 말했다. 후반 황의조와 교체돼 들어가 쐐기포를 터뜨린 이강인은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강인은 “(야구 올림픽 대표인) 강백호 선수와 우연히 알게 됐다.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관심을 받는 두 종목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밝혔다.요코하마=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축구 8강전에서 패해 4강 진출이 좌절되며 대성통곡했던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29·토트넘)의 한이 드디어 풀렸다. 한국 축구 역사에 남을 통괘한 복수는 동갑내기 친구 황의조(브로도)가 해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5년 전의 패배를 되갚으며 2020 도쿄 올림픽 축구 8강에 올랐다. 한국은 28일 일본 요코하마의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기민한 움직임으로 경기를 주도하면서 황의조의 해트트릭과 원두재(울산), 김진야(서울), 이강인(발렌시아)의 연속 골로 온두라스에 6-0 완승을 거뒀다. 온두라스는 2016 리우 대회 8강에서 한국에 0-1 패배를 안겼었다. 조별리그 2승 1패(승점 6)를 기록한 한국은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2012년 런던올림픽(동메달)과 리우 대회 8강에 이어 3회 연속 8강에 올랐다. 온두라스는 이날 한국의 속도 전에 말려 전반 주전 수비수 카를로스 멘델레즈가 퇴장을 당하는 등 자멸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한국에 이어 뉴질랜드가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31일 오후 8시 A조 2위와 같은 장소에서 8강전을 벌인다. 4-0으로 대승을 거둔 루마니아와 조별리그 2차전부터 살아난 2선 공격진의 폭넓은 움직임이 온두라스 수비를 무너뜨렸다. 측면에서 패스를 주고 받다 반대편 측면으로 길고 빠르게 반대편 크로스 전개로 득점 활로를 뚫었다. 1, 2차전 무득점으로 칼을 갈고 나온 황의조의 방향 전환 킬패스 한 방이 승부를 결정지었다. 오른쪽 측면으로 쇄도하면서 황의조의 공간 패스를 받아 돌파를 시도하던 이동준이 수비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전반 12분 황의조가 깔끔하게 차넣었다. 선제골로 한국이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온두라스는 여유 있게 패스를 주고 받다가 뒷 공간으로 빠져 들어가는 한국 선수들을 막느라 허둥댔다. 전반 19분 원두재가 다시 상대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황의조는 전반 추가 시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든데 이어 후반 7분에도 페널티킥 골로 해트트릭을 올리며 친구를 위한 복수전을 자축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한국이 한 경기에 페널티킥으로 3골을 넣은 건 처음이다. 자신의 두 번째 골을 터트리고 활 시위를 당기는 세리머니를 선보인 황의조는 “양궁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우리의 목표를 담았다. 목표는 금메달이다”며 “그동안 첫 골이 안 터져 부담이 컸다. 마음이 놓인다”고 후련한 표정을 보였다. 양궁 2관왕 김제덕(17)이 축구팬이라는 것에 대해 “김제덕이 3관왕을 이루지 못했는데 나머지 한 개를 우리가 따겠다”고 말했다. 후반 황의조와 교체돼 들어가 쐐기포를 터트린 이강인은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강인은 “(야구 올림픽 대표인) 강백호 선수와 우연히 알게 됐다. 골을 넣으면 세리머니를 해주기로 약속했다. 관심을 받는 두 종목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밝혔다. 요코하마=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빛의조’ 황의조(29·보르도·사진)가 동갑내기 친구 손흥민(토트넘)을 위한 복수전에 나선다.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전에서 0-1로 패배의 아픔을 안긴 온두라스와 28일 오후 5시 30분 요코하마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 축구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리벤지 매치를 벌인다. 첫 경기에서 뉴질랜드에 0-1로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루마니아를 4-0으로 대파한 한국은 무승부만 거둬도 조 2위까지 올라가는 8강에 진출한다. 하지만 온두라스전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는 없다. B조는 4개국이 모두 1승 1패다. 온두라스에 지면 뉴질랜드-루마니아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한국은 탈락이다. 루마니아전에서 2선 공격진 이동경(울산)과 이강인(발렌시아)이 골을 넣으며 살아났고 김민재(베이징 궈안)를 대신해 와일드카드로 긴급 수혈된 박지수(김천)가 루마니아전에 처음으로 나서 안정적인 수비와 매끄러운 후방 빌드업을 보여줬다. 다만 스트라이커 황의조의 득점포가 터지지 않은 것이 옥에 티다. 문전에서 움직임이 나쁘지 않았지만 마음이 급하다 보니 결정적인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5년 전 올림픽대표팀에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8강에서 온두라스의 문전을 노린 손흥민의 역할을 이번에 황의조가 맡는다. 당시 손흥민은 부지런히 골을 노렸지만 후반 14분 온두라스의 역습에 실점을 하고 패한 뒤 경기장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손흥민이 소속팀 설득까지 하며 도쿄 올림픽 출전 의지를 강하게 보인 건 온두라스에 대한 복수를 염두에 둔 이유도 있다. 당시 손흥민을 2선에서 지원했던 권창훈(수원)이 이번 올림픽에서도 와일드카드로 합류해 황의조와 호흡을 맞춘다. 김학범 감독은 27일 훈련을 마친 후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권)창훈이는 당시 경기를 뛰기까지 했다. 우리 선수들은 온두라스에 설욕한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경기와 A매치를 통틀어 손흥민으로부터 6차례 도움을 받아 골을 넣은 황의조가 손흥민의 찜찜했던 기억을 지워 주는 기분 좋은 복수로 보답할지 주목된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막상 떨어지니 속이 후련하고요. 더 배워야겠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2관왕인 17세 천재 궁사 김제덕(경북일고)의 3관왕을 향한 질주가 아쉽게 멈췄다. 김제덕은 27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2회전(32강)에서 독일의 플로이안 운루에게 3-7(30-28, 27-27, 27-28, 26-27, 28-29)로 덜미를 잡혔다. 랭킹 라운드 1위로 64강에서 말라위의 데이비드 아레네오를 6-0으로 가볍게 꺾은 김제덕은 32강 전에서도 1세트에 10점 3개를 연속으로 명중시키며 쉽게 경기를 이기는 듯 했다. 그러나 3-1로 앞선 3세트 태풍권 영향에 들어온 양궁장의 강한 바람에 조준점이 약간 흔들리며 연속으로 3세트를 내주고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김제덕이 당연히 결승까지 갈 줄 알았던 국내외 취재진과 자원 봉사 요원들이 경기 결과에 일제히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첫 날 랭킹 라운드와 혼성전을 치른데 이어 26일 남자 단체전을 소화하고 다음 날 개인전에 나서는 빡빡한 일정이 올림픽을 처음 경험하는 김제덕에게 체력적, 심리적으로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제덕은 단체전 경기 중 계속 파이팅을 외치느라 목이 쉬어 이날 개인전에서는 차분하게 경기에 임했다. 샤우팅과 소리를 내지르며 자신있게 활 시위를 당기는 자신만의 스타일과 다르게 사대에 선 것이 오히려 집중에 방해가 됐다. 64강이 끝난 후에도 “태풍이 오는 듯 하다. 과감하게 슈팅을 해야될 것 같다. 어제는 좋은 꿈을 안 꿨다”며 집중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경기 후 아쉬움에 눈가가 촉촉이 젖은 김제덕은 “3세트에 좌우로 부는 바람에 헷갈렸다. 3시, 9시 방향으로 순식간에 바뀌는 바람에 버벅거리면서 경기를 했다. 선수는 사대에 들어가서 빨리 상황 캐치를 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알았다”며 “목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파이팅을 안 하고 차분하게 경기를 했다. 파이팅을 안하니 긴장감이 있었는데 컨트롤을 못했다”고 말했다. 개인전보다는 단체전에 집중하자는 목표를 이뤄 개인전 탈락에도 마음은 후련하다는 김제덕은 “모든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서면서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한국 선발전처럼 했다면 더 잘했을 것 같은데 올림픽 무대는 정말 다른 느낌이다. 큰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이 배워야할 것 같다”라며 팀 동료 선배, 지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제덕은 도쿄로 오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훌쩍 성장한 뒷 모습을 보여주며 경기장을 떠났다.도쿄=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40세와 29세, 그리고 17세. 언뜻 보면 한데 어울리기 어려운 조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고 ‘금메달’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친 세 남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의 호흡은 완벽했다. 각자 다른 듯하지만 재료마다 감칠맛을 내는 비빔밥 같았다. 세 선수는 26일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 나서기 전부터 각각 올림픽 금메달을 맛본 선수들이었다. ‘맏형’ 오진혁은 2012 런던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둘째’ 김우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그리고 ‘막내’ 김제덕은 불과 이틀 전 이번 대회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막을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1번 사수로 나선 김우진이 빠른 슈팅을 하면서 바람 등의 상황을 파악해 체크해 주면 2번 사수 김제덕이 김우진의 말에 따라 자신 있게 시위를 당겼다. 최고참 오진혁은 후배들의 플레이를 뒤에서 지켜본 뒤 미세 조정을 하며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 김제덕은 형님들이 깔아준 멍석 위에서 폭풍 기합과 파이팅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리며 천재 기질을 발산하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10점을 쏠 때마다 김제덕은 상대 앞에서 큰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하면서 포효했고, 선배들은 그런 막내를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홍승진 남자 대표팀 감독이 가끔씩 김제덕에게 ‘조금 자제하라’는 손동작을 할 정도였다. 준결승 상대였던 일본 선수들은 김제덕의 액션이 거슬리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제덕은 이날 경기 중에도 각각 23세, 12세 위의 형들에게 슈팅 때 느낀 부분을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상대 경기를 의식하지 않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다음 공략법을 찾아갔다. 금메달의 가장 큰 고비였던 일본과의 준결승전 승리도 팀워크의 승리였다. 세트스코어 4-4에서 치른 ‘슛오프’ 첫 발에서 김우진이 9점을 쏘면서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으나 김제덕이 김우진의 조언에 따라 곧바로 정중앙에 화살을 꽂았다. 김우진은 마지막 사수 오진혁을 위해 남은 시간을 “5, 4, 3…” 하는 식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나이 차이는 큰 편이지만 세대 차이는 없었다. 평소 대표팀 생활에서도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간격을 줄이고 또 줄여가며 완전한 ‘원 팀’이 됐다. 오진혁은 “오랫동안 대표팀에 소속되면서 거의 동생들과 생활했다. 동생들과 함께 있는 게 편하고 익숙하다. 나도 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좋다”고 말했다. 김우진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런 마음으로 서로 불편함을 없애면서 팀이 잘 만들어졌다. 제덕이의 파이팅을 진혁 선배가 잘 받아주면서 더 좋은 호흡이 유지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제덕이의 파이팅이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긴장이 잘 풀린다. 미리 하겠다고 얘기한 건 아니고 일방적으로 먼저 해 버렸다”며 웃었다. 형들의 칭찬에 어쩔 줄 몰라하던 김제덕은 “두 형들로부터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을 많이 배웠다. 경기 중에도 형들과 대화하면서 긴장이 풀렸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이들은 서로 주먹을 맞추고 등을 두드리며 친구처럼 퇴장했다. 3명이 경기 때 썼던 부속 장비 등이 담긴 박스는 막내가 아닌 허리에 해당하는 김우진이 들고 있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한국과 일본의 4강전. 금메달을 향해 승승장구하던 한국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세트 스코어 4-4에서 맞이한 ‘슛오프’에서 첫 번째 사수 김우진(29·청주시청)이 9점을 쏜 뒤 일본이 10점 과녁 선상에 화살을 꽂은 것. 남은 화살은 겨우 두 발이었다. 다음 차례는 17세 막내 김제덕(경북일고). 이틀 전 안산(20)과 혼성전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무거운 중압감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어느새 트레이드마크가 된 “파이팅”을 힘차게 외친 뒤 그의 손을 떠난 화살이 시속 198km의 속도로 70m를 날아가 과녁 정중앙 근처에 꽂혔다. 10점 만점. 결국 이 한 방이 한국을 정상으로 이끈 결정타가 됐다. 일본의 2, 3번 사수가 모두 9점을 쐈고 한국도 마지막 사수 오진혁(40·현대제철)이 9점을 기록하면서 28-28 동점이 되면서 승리는 한국에 돌아갔다. ‘슛오프’에서는 동점이 되면 과녁 정중앙에 가장 가까운 화살을 쏜 팀이 승리한다. 10점 표적의 지름은 12.2cm. 정중앙인 엑스텐(X-10)의 과녁은 지름 6.1cm의 원이다. 김제덕의 10점은 중심에서 3.3cm 떨어져 있었고, 일본의 10점은 5.7cm 지점에 박혀 있었다. 2.4cm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김제덕의 한 방으로 심장 쫄깃한 승리를 거둔 한국은 결승에서 만난 대만을 세트 스코어 6-0(59-55, 60-58, 56-55)으로 완파했다. 한국 양궁은 24일 혼성전과 25일 여자 단체전에 이어 사흘 연속 금메달을 수확하며 5개 전 종목 석권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한국 남자 양궁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제패에 성공했다. 1988년 이 종목이 시작된 뒤 전체 9개 금메달 가운데 6개를 휩쓸었다. 김제덕은 혼성전에 이어 2관왕에 올랐고, 김우진은 2016 리우 대회에 이어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오진혁은 “제덕이가 영웅이다. 가장 힘들고 중요할 때 10점을 쏴 줬다”고 치켜세웠다. 김우진도 “‘슛오프’에서 제덕이의 10점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앞으로도 영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형들이 오늘 하루만 더 미치자고 해서 더 파이팅을 했다”는 김제덕은 형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국 양궁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김제덕은 내친김에 31일 열리는 남자 개인전에서 올림픽 양궁 역사상 첫 3관왕에 도전한다. 역시 2관왕인 여자 대표팀의 안산은 30일 여자 개인전에서 3관왕에 먼저 오를 수 있다. 재일교포 안창림(27)은 유도 남자 73kg급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고향이 도쿄인 안창림은 루스탐 오루조프(아제르바이잔)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경기 종료 7초를 남기고 자신의 주특기인 업어치기를 극적으로 성공해 절반승을 따냈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40살과 29살, 그리고 17살. 언뜻 보면 한데 어울리기 어려운 조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금메달’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힘을 합친 세 남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진혁(40·현대제철),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의 호흡은 완벽했다. 각자 다른 듯하지만 재료마다 감칠맛을 내는 비빔밥 같았다. 세 선수는 26일 도쿄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 나서기 전부터 각각 올림픽 금메달을 맛 본 선수들이었다. ‘맏형’ 오진혁은 2012 런던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둘째’ 김우진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팍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다. 그리고 ‘막내’ 김제덕은 불과 이틀 전 이번 대회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막을 상대는 아무도 없었다. 1번 사수로 나선 김우진이 빠른 슈팅을 하면서 바람 등의 상황을 파악해 체크해주면 2번 사수 김제덕이 김우진의 말에 따라 자신 있게 시위를 당겼다. 최고참 오진혁은 후배들의 플레이를 뒤에서 지켜 본 뒤 미세 조정을 하며 깔끔한 마무리를 했다. 김제덕은 형님들이 깔아준 멍석 위에서 폭풍 기합과 파이팅으로 자신감을 끌어 올리며 천재 기질을 발산하는 분위기 메이커였다. 10점을 쏠 때마다 김제덕은 상대 앞에서 큰 동작으로 세리머니를 하면서 포효했고, 선배들은 그런 막내를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홍승진 남자 대표팀 감독이 가끔씩 김제덕에게 ‘조금 자제하라’는 손 동작을 할 정도였다. 준결승 상대였던 일본 선수들이 김제덕의 액션이 거슬리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김제덕은 이날도 경기 중에도 각각 23살, 12살 위의 형들에게 슈팅 때 느낀 부분을 적극적으로 얘기했다. 상대 경기를 의식하지 않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다음 공략법을 찾아갔다. 금메달의 가장 큰 고비였던 일본과의 준결승전 승리도 팀워크의 승리였다. 세트스코어 4-4에서 치른 ‘슛 오프’ 첫 발에서 김우진이 9점을 쏘면서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으나 김제덕이 김우진의 조언에 따라 곧바로 정 중앙에 화살을 꽂았다. 김우진은 마지막 사수 오진혁을 위해 남은 시간을 “5, 4, 3…”하는 식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나이 차이는 큰 편이지만 세대 차이는 없었다. 평소 대표팀 생활에서도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간격을 줄이고 또 줄여가며 완전한 ‘원 팀’이 됐다. 오진혁은 “오랫동안 대표팀에 소속되면서 거의 동생들과 생활했다. 동생들과 함께 있는 게 편하고 익숙하다. 나도 젊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 좋다”고 말했다. 김우진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런 마음으로 서로 불편함을 없애면서 팀이 잘 만들어졌다. 제덕이의 파이팅을 진혁 선배가 잘 받아주면서 더 좋은 호흡이 유지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진혁은 “제덕이의 파이팅이 처음에는 낮설기도 했는데 자꾸 듣다보니 긴장이 잘 풀린다. 미리 하겠다고 얘기한 건 아니고 일방적으로 먼저 해 버렸다”며 웃었다. 형들의 칭찬에 어쩔 줄 몰라하던 김제덕은 “두 형들로부터 경기를 운영하는 방식을 많이 배웠다. 경기 중에도 형들과 대화하면서 긴장이 풀렸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이들은 서로 주먹을 맞추고 등을 두드리며 친구처럼 퇴장했다. “제덕아 축하해.” 시상식을 준비하러 라커룸으로 걸어가는 김제덕에게 김우진이 재차 축하 인사를 건넸다. 3명이 경기 때 썼던 부속 장비 등이 담긴 박스는 막내가 아닌 허리에 해당하는 김우진이 들고 있었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9연패 신화를 쐈다, 神弓 코리아 ‘텐(10점). 텐. 텐.’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올림픽 여자 단체전에서 9회 연속 금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이 나선 여자 양궁 대표팀은 25일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8강과 4강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한국은 결승전에서도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6-0(55-53, 56-53, 54-51)으로 완파했다. 전날 김제덕(17·경북일고)과 짝을 이뤄 신설 종목인 혼성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자 대표팀 막내 안산은 다시 시상대 가장 위에 서며 이번 대회 전체 참가 선수를 통틀어 첫 2관왕에 올랐다. 안산은 남은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 최초 여름올림픽 3관왕도 노린다. 겨울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남자 안현수와 여자 진선유가 2006 토리노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적이 있다. 이로써 한국 양궁은 혼성전과 여자 단체전에 걸린 금메달을 휩쓸어 5개 전 종목 석권을 향해 순항했다. 한국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를 모두 차지했다. 한국 여자 양궁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 서울 대회부터 이번 도쿄 대회까지 9번의 올림픽 무대에서 그 누구의 도전도 허락하지 않으며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30년 넘게 한 국가가 특정 종목 올림픽 금메달을 9차례 연속으로 따낸 건 여자 양궁이 3번째다. 케냐가 육상 3000m 장애물에서 1984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가져갔다. 미국도 같은 기간 남자 수영 혼계영 400m에서 9회 연속 우승했다. 한국 양궁은 이날까지 역대 올림픽에서 25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겨울올림픽 종목인 쇼트트랙(24개)을 넘어 한국 스포츠 최고의 금맥이 됐다.공정한 경쟁이 낳은 女양궁 9연패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금메달이었다.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 출전한 안산(20)과 강채영(25), 장민희(22)는 8강부터 결승까지 단 한 세트도 상대 팀에 내주지 않았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25년 만에 올림픽에 나간 적이 없는 선수들로만 팀을 꾸려 경험 부족이 지적됐으나 퍼펙트하게 정상에 섰다. 상대 팀들은 한국과 경기를 한다는 것만으로 지레 위축돼 실수를 연발했다. 어떤 특혜도 없는 오로지 실력과 원칙에 따른 공정한 선발 과정은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을 이끌었다.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올림픽 대표 선발을 위해 6개월 동안 5차례 선발 과정을 거쳤다.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선발전에서 쏜 화살만도 1인당 2500발가량 된다. 매일 300발씩 1년에 10만 발을 쏜 선수도 있다. 안산은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49등을 했을 때가 너무 힘들었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솔루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2004 아테네,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인 이성진 본보 해설위원은 “백지 한 장 차이인 선수들이 바늘구멍 같은 대표 선발전을 거치며 강해질 대로 강해진다”며 “이제는 신인 선수들이 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강채영과 장민희, 안산은 경기 도중 웃고 장난까지 치며 편안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당당하게 선발된 최고 궁사에게는 철저한 준비와 전폭적인 투자가 따랐다. 양궁 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양궁 경기장과 주변 환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진천선수촌 양궁 세트에서 집중적으로 실전 훈련을 했다. 일정하지 않은 흐름으로 부는 강한 바람, 카메라 셔터 소리, 취재진 등의 이동 동선, 양궁장 주변 상공을 지나가는 비행기 소음 등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두 가정해 훈련을 했다. 대한양궁협회는 ‘도쿄 쌍둥이 세트’ 조성에 1억5000만 원을 투자했다. 해변에 위치한 도쿄 양궁장과 입지 조건이 비슷한 전남 신안군 자은도에서도 1주일 동안 강한 바닷가 바람에 적응하는 특별 훈련을 했다. 만약에 대비해 지진 상황 대처법까지 연습했다. 강채영은 “대한양궁협회가 올림픽 경기장 같은 환경을 만들어줘 매일 실제 올림픽 경기를 하는 것처럼 훈련을 했다. 진천선수촌 양궁장은 불이 꺼지지 않는 양궁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성진 위원은 “올림픽 전에 경기장을 똑같이 만들어서 훈련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도쿄 올림픽 양궁장이 선수들에게는 집 같았을 것”이라고 했다. 단체전에서 활 쏘는 순서는 평소 훈련 과정에 축적된 수천 발 결과에 따라 각자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조합으로 결정됐다. 짧은 시간 안에 과감하게 활을 쏘는 안산이 막내지만 1번 주자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김영숙 선임연구위원은 순번별로 선수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알려주면서 긍정적 마인드를 갖게 했다. 단체전 9연패를 이룬 신궁 삼총사는 29, 30일 열리는 개인전에 나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랭킹 라운드에서 세 명이 1, 2, 3위를 휩쓸었기 때문에 4강전까지는 한국 선수끼리 맞붙지 않게 된 점도 개인전 우승을 향한 기분 좋은 집안싸움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3관왕을 노릴 수 있게 된 안산은 “단체전 금메달 목표를 이뤘기 때문에 개인전 욕심은 없다. 재미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장 강채영은 “경기장에서 흘러나온 음악이 BTS(방탄소년단) 노래가 아니라 아쉬웠다”면서도 개인전 의지를 다졌다.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재능과 멘털을 겸비한 17세 ‘양궁 천재’의 등장에 세계가 놀랐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턱걸이해 인생 첫 올림픽에 나선 김제덕(17·경북일고)이 24일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전에서 그동안 볼 수 없던 양궁 DNA로 금메달을 따내는 대형 사고를 쳤다. 심한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도 우렁찬 기합으로 당당하게 사대에서 서서 10점을 쏘는 대담함과 나이답지 않은 넉살, 조용한 양궁장에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경기의 상황과 포인트를 에피소드와 섞어 듣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인터뷰 스킬에 보는 팬들이나 한국 양궁 관계자들도 발칵 뒤집어졌다. 김제덕은 예전의 한국 양궁 스타들과 확연히 다르다. 한국 사회의 MZ세대(밀레니얼+Z세대)처럼 한국 양궁계에 나타난 새로운 세대다. 이전 선배들은 감정을 많이 표현하지 않았다. 묵묵히 자기 활을 쏘는 데 집중했다. 반면 김제덕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과감하게 덤비고 기쁜 감정을 즉시 표현한다. 혼성전에서 자신이 먼저 쏘고 바로 누나인 안산(20·광주여대)에게 열렬하게 조언하고 연방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긴장을 풀어줄 의도였는데 양궁장에서 흔치 않은 모습이었다. 많은 취재진 앞에서도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좋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좋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메시”로 답하며 구체적인 이유까지 설명한다. 금메달을 따낸 후 기자회견에서는 “좋은 징조의 뱀 꿈을 꿨다”고 먼저 화제를 던지는 여유를 보인다. 이런 겁 없는 캐릭터는 자신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제덕을 아는 지도자들은 그가 양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한 방향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양궁을 즐기면서 감정을 컨트롤할 줄 안다고 얘기한다. 기술적인 부분 등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단순하게 과녁의 중심에 화살을 모은다는 통 큰 마음으로 양궁을 대한 것이 빠른 실력 향상을 이끌었다는 얘기다. 김제덕이 양궁을 시작한 건 예천초 3학년 때다. ‘그저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힐 때의 쾌감이 좋아서’가 양궁을 시작한 이유다. 김제덕은 당시의 마음가짐을 지금도 항상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양궁은 즐기면서 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활로 쌓인 스트레스는 다시 활로 풀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세워 자연스럽게 양궁에 미치게 됐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라 주변 사람도 편하게 다가간다. 김제덕은 친구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레골라스 제덕’으로 불린다고 한다. 레골라스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인물이다. 최고의 궁수이면서 긍정적인 유머와 통쾌한 입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다. ‘대충 쏴도 텐텐’이라는 캐릭터까지 붙어 다녔다. 경북일고 양궁부 후배인 황정인은 “연습 때도 10점만 쏴서 언제든지 10점을 쏠 것 같은 믿음을 준다. 그냥 ‘10점 느낌 알잖아요’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형”이라고 말했다. 천재적 기질을 인정받은 것이 엿보인다. 김제덕은 “과거에는 100%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양궁을 알아가면서 운에 맡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채울 공간을 만들어내겠다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도 보여줬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재능과 멘탈을 겸비한 17세 ‘양궁 천재’의 등장에 세계가 놀랐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3위로 턱걸이해 인생 첫 올림픽에 나선 김제덕(17·경북일고)이 24일 도쿄 올림픽 양궁 혼성전에서 ‘별종’ 양궁 DNA로 금메달을 따내는 대형 사고를 쳤다. 심한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도 우렁찬 기합으로 당당하게 사대에서 서서 10점을 쏘는 대담함과 나이답지 않은 넉살, 조용한 양궁장에서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퍼포먼스, 경기의 상황과 포인트를 에피소드와 섞어 듣는 사람을 집중시키는 인터뷰 스킬에 보는 팬들이나 한국 양궁 관계자들도 발칵 뒤집어졌다. 역대 올림픽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양궁 선수들이 갖고 있는 스타일의 선입견을 김제덕이 완전히 바꿔 놓았다. ‘될 대로 돼라’는 식으로 과감하게 덤비고 기쁜 감정을 즉시 표현하는 스타일은 확실히 과거에 봐온 전형적인 양궁 선수들의 기질과는 다르다. 많은 취재진 앞에서도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좋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가 좋으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 없이 “메시”로 답하며 구체적인 이유까지 설명하고, 금메달을 따낸 후 기자회견에서 좋은 징조의 뱀 꿈을 꿨다고 먼저 화제를 던지는 여유에서 확실히 느껴진다. 김제덕을 아는 지도자들은 그가 양궁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확실한 방향을 설정해 놓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양궁을 즐기면서 감정 컨트롤을 할 줄 안다고 얘기한다. 기술적인 부분 등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단순하게 과녁의 중심에 화살을 모은다는 통 큰 마음으로 양궁을 대한 것이 빠른 실력 향상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김제덕이 양궁을 시작한 건 예천초 3학년 때다. ‘그저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꽂힐 때의 쾌감이 좋아서’가 양궁을 시작한 이유다. 김제덕은 당시의 마음가짐을 지금도 항상 떠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양궁은 즐기면서 쏴야한다”는 생각이 확고해졌고, “활로 쌓인 스트레스는 다시 활로 풀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세워 자연스럽게 양궁에 미치게 됐다. 복잡한 생각을 하지 않는 편이라 주변 사람도 편하게 다가간다. 김제덕은 친구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레골라스 제덕’으로 불린다고 한다. 레골라스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나오는 인물이다. 최고의 궁수이면서 긍정적인 유머와 통쾌한 입담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다. ‘대충 쏴도 텐텐’이라는 캐릭터까지 붙어 다녔다. 경북일고 양궁부 후배인 황정인은 “연습 때도 10점만 쏴서 언제든지 10점을 쏠 것 같은 믿음을 준다. 그냥 ‘10점 느낌 알잖아요’ 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형”이라고 말했다. 천재적 기질을 인정받은 것이 엿보인다. 자기 양궁에 대한 고집이 없기 때문에 쉽게 다가서고 받아들이는 것도 스펀지 같다. 혼성전에서 자신이 먼저 쏘고 바로 누나인 안산(20·광주여대)에게 열렬하게 조언하고 파이팅을 보내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모습은 낯설지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는 반응이다. 선배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배우겠다며 이제가 시작이라는 겸손한 모습도 김제덕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김제덕은 “과거에는 100%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양궁을 알아가면서 운에 맡길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채울 공간을 만들어내겠다는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도 보여줬다. 도쿄=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