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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대기업 A사는 올 3월 서울 소재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기 위해 40MW(메가와트)의 전기 사용 신청서(전력계통영향평가서)를 산업통상부(현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냈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요구량에 비해 전력량이 부족한 데다, 특히 수도권은 전력 포화 상태라 더더욱 허가가 어렵다”고 전했다. 엔비디아가 한국에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했지만 국내에 이를 활용할 전력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GPU는 대부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사용할 예정인데, 이들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력 소비량이 막대해서 지금의 전력 공급 능력이나 송전망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전력 생산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을 경우 비싼 비용을 들여 GPU만 들여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구 20만 신도시 2곳 연간 전력량 필요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신 GPU 26만 장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2.7∼4.4TWh(테라와트시)로 추산된다(GPU 26만장 활용 위해 필요한 312∼499MW 데이터센터를 1년 내내 풀가동했다고 가정). 이는 인구 20만 명인 신도시 두 곳이 1년간 쓰는 전력량과 비슷한 정도다. 또 하이퍼스케일(100MW급) 데이터센터 3∼5개 규모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GPU 26만 장을 소화하려면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관련 전력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최소 6, 7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지만 현재 전력 인프라로는 새로운 GPU를 받아 구동하기는커녕 이미 설치된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데이터센터 활용을 위해 한국전력에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신청한 318건 가운데 최종 통과된 사업은 6.6%인 21건(9월 말 기준)에 그쳤다. AI 산업 발전으로 기업들의 전력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정작 전력 생산량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면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송전망 등 전력 인프라도 부실하다. 현재 수도권은 전기가 부족하지만 원자력, 태양광, 화력 등 발전소를 대규모로 돌리는 경북, 전남, 강원 등의 지역은 전기가 남아돌고 있다. 그런데 막상 이들 지역에서 만든 전력을 수요가 많은 수도권으로 보낼 송변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한전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총 54건의 송·변전 설비 건설사업 중 55%(30건)가 지연 또는 지연 예상 상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력 인프라의 부실 문제는 열공해나 전자파 등을 우려한 지방자치단체의 반대 여론 때문에 더 악화되고 있다. 최근 대학이나 기업, 기관에서 설립을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민원에 부딪쳐 보류 또는 무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따라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관련 인프라 건설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전남 등에서 생산한 전력을 사업비가 높고 지역 민원이 많은 육로 대신 해저 케이블로 수도권까지 보내는 사업이다.● AI 시대 각국 원전 복귀하는데 한국만 나 홀로 ‘감원전’ AI가 막대한 전력 수요를 촉발하고 있지만 한국의 전력 공급 정책은 역주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과거 환경 우려로 탈원전을 추진했던 해외 주요 국가들이 AI 시대에 맞춰 앞다퉈 원전 복귀를 선언하고 있지만 한국은 나 홀로 ‘감원전’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50년 가까이 대형 원전 사업에 나서지 않다가 최근 정책 방향을 180도 바꿨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원자력 르네상스’를 외치며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4배로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스위스는 2030년 원전 사용을 종료할 계획이었지만 2023년 원자로 4기의 계획 수명을 10년 연장했다. 하지만 한국은 정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연 100GW로 확대하겠다는 감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2기의 건설 논의 역시 12차 계획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미 ‘9분 능선’을 넘은 고리 원전 2호기 재가동 결정도 미루고 있다. 9월과 10월 두 차례 회의에도 계속운전 허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한국은 2029년까지 대형 원전 10기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데 계속운전이 중단되면 2030년에 서울시 한 해 전력량을 웃도는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 원전 10기 발전량은 59.7TWh로 서울시 한 해 전력 사용량(2024년 기준 50.4TWh)과 비슷하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한미 양국이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최종 타결한 관세 협상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 확정 및 발표를 위해 견해차를 좁히는 최종 조율 작업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는 이달 중 대미 기금조성 법안을 발의하고, 미국 정부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시점을 이달 1일로 소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 장관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참석해 “적절한 시일 내에 미국과의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서명할 것”이라며 “이달 중 기획재정부와 공동으로 MOU 이행을 위한 기금조성 법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 관세의 경우 (15%로 인하되는 시점이) MOU 이행을 위한 기금조성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 발효되도록 협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애초 자동차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추는 시점을 8월 7일로 소급 적용해 줄 것을 미국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사진 기자에게 포착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의 휴대전화 문자에는 박정성 산업부 통상차관보(전 무역투자실장)가 관세 협상 과정을 설명하며 “관세 인하 시기와 관련…우리가 제안한 8.7일 대신”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8월 7일은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율을 확정하고 공식 발효한 날이다.한국은 MOU 서명과 함께 미국 연방관보에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 내용을 게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인하를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견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박 차관보는 김 장관에게 보낸 문자에서 “관세 인하 연방관보는 MOU 서명 후 제출”이라며 “(미국은) JFS(조인트팩트시트·합동설명자료)’가 있으니 별도 보장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한미 관세 협상의 공식 문서화가 완료되더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투자금 납입이 이행되지 않으면 미국이 관세를 인상할 수 있다”며 “집행 과정에서 (납입이 잘 이행되도록)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근 10년 새 국민 소득 대비 해외 투자 비중이 과거 대비 5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생산성 둔화가 자본의 해외 유출을 촉발해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경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시됐다.4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해외 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를 통해 “생산성 둔화는 자본수익률 하락을 통해 국내 투자를 해외 투자로 전환시킨다”며 “이를 통한 GDP 감소 폭은 생산성 하락률의 1.5배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2000년 이후 생산성 증가 속도가 급격하게 둔화되면서 자본수익성이 하락했고, 국내 투자 대신 해외 투자를 선택하는 국민과 기업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민 소득 대비 순해외투자 비중은 2000∼2008년 0.7%였지만 2015∼2024년에는 4.1%로 5배 확대됐다. 생산성이 0.1% 하락할 때의 거시경제 영향을 분석한 결과 GDP는 0.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 하락의 1.5배만큼 GDP가 줄어드는 것이다. KDI는 “국내 경제의 활력을 강화하기 위해 생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경제 구조개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유망한 혁신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고 한계기업은 퇴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해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를 작성한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연간 200억 달러 한도로 총 200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는 한미 관세협상 내용이 국내 투자를 위축시킬 가능성과 관련해 “(대미 투자는) 수익성에 따른 유출이 아니라 이번 분석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면서도 “자금이 작지 않은 규모로 나가기 때문에 국내 자금 시장 그리고 국내 투자에 일부 부정적인 요소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대통령 선거를 앞둔 올해 5월, 경북의 한 숙박업소로 ‘더불어민주당 홍보실장’이라고 밝힌 남성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선거 운동차 방문하겠다”며 객실 10개를 예약했다. 이어 “도시락 100개를 특정 업체에 주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업주는 의심 없이 주문과 함께 대금 800만 원을 송금했지만, 모든 게 거짓이었다. 남성과 가짜 도시락 업체는 한통속이었고, 이들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노쇼 사기단’이었다. 3일 강원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군 간부와 정당·대통령경호처 등을 사칭해 560건의 노쇼 사기를 벌여 69억 원을 가로챈 국내외 조직원 114명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검거해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5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조직이 콜센터로 이용한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내 ‘웬치(범죄단지)’를 급습해 일부 피의자를 검거했다. 해외총책을 포함한 나머지 일당도 계속 추적 중이다. 한편 국세청은 한국인 납치·감금 범죄와 연루된 것으로 의심받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그룹’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프린스그룹은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국내 투자자로부터 1인당 최대 수억 원의 자금을 모아 국외로 송금했다. 후이원그룹은 국내 환전소를 운영하며 수수료를 탈세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경찰청도 두 그룹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국의 2000억 달러 규모 대미(對美) 투자 계획과 관련해 “미국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우선 활용할 수 있도록 혜택이 돌아가게 된다”고 밝혔다.김 장관은 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 강연회’에서 “‘현금 투자’로 돼 있는 2000억 달러가 그냥 미국에 주는 돈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 사용처가 미국과 한국의 협의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투자위원회와 한국의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협력위원회가 동의해야만 대미 투자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기준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캐시플로(Cash Flow·현금흐름)가 창출 가능한 사업에 가게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2000억 달러 사용처의) 상세 내용을 각 협회와 기업에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한미 관세협상 결과를 문서화하는 작업은 조만간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장관은 “양해각서(MOU)나 팩트시트(설명자료) 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오늘내일 중이라고 말하지 못하겠지만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김 장관은 최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CEO 서밋 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매우 터프한 협상가’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살면서 터프하다는 소리를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분에게 들었다”며 “처음으로 그런 말을 들었는데,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지난달 한국의 수출액이 595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10월 기준 최대치로 나타났다. 슈퍼 호황기를 맞은 반도체와 세 자릿수 증가율을 보인 선박이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한 595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로 전년 대비 조업일수가 이틀 줄었음에도 10월 기준 가장 큰 수출 규모다. 실제 조업일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일평균 수출액은 29억8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미국발(發) 관세와 10월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에도 예상을 넘어선 수출 실적을 달성한 것은 반도체와 선박 수출의 영향이 컸다. 10월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25.4% 증가한 157억 달러로 역대 10월 중 최대치를 경신했다. 서버에 주로 공급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신형 D램(DDR5) 등 고용량·고부가 메모리에 수요가 몰리면서 고정 가격(대형사와 장기 단위로 체결하는 계약 가격)이 상승한 영향이다. 한국 수출의 반도체 의존도도 커졌다. 올해 10월 한국 수출액 중 반도체 수출 비중은 약 26%로 전년 동월(약 22%) 대비 4%포인트 올랐다. 해양플랜트까지 포함한 선박 수출은 46억9000만 달러로 131.2% 늘었다. 풍부한 수주 잔량으로 선박 인도 물량이 증가했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비중이 확대된 결과다. 한국의 수출 실적 호조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된 덕분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한미 양국이 관세 협상의 세부적인 사항에 합의하면서 그간 우리 수출에 제약 요소로 작용했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들어 9월까지 설비투자가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전기차·자율주행 등에 투자가 늘어난 자동차와 초호황기에 들어선 반도체가 이런 흐름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2일 국가데이터처의 산업활동 동향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 산업 설비투자지수(원지수)는 1년 전 동기 대비 4.3% 올랐다. 동기 기준으로 2021년(11.3%) 이후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투자 증가세는 자동차와 반도체가 이끌었다. 올해 1∼9월 자동차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15.6% 늘었다. 증가율이 2000년(33.9%) 이후 25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는 국내 자동차 대기업들이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도 15.7% 증가했다. 이는 2021년(57.2%) 이후 최대 폭이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라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최근 더 거세지고 있다. 올해 9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12.7% 늘었다. 이는 올해 2월(21.3%)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분기 기준으로도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8%, 올해 1분기(1∼3월) ―1.7%로 부진했다가 2분기(4∼6월)엔 보합으로 개선됐고 3분기(7∼9월)에는 5.8% 증가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극적으로 관세협상을 타결한 한미가 30일 대미(對美) 투자펀드 세부실행 방안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 하루 만에 반도체 관세 인하 여부와 대미 투자펀드 투자처 선정, 농축산물의 추가 시장 개방 등 핵심 쟁점을 두고 이견을 드러낸 것. 이에 따라 관세합의에 대한 조인트팩트시트(joint factsheet·공동 설명자료)와 투자 양해각서(MOU) 조율 과정에서도 줄다리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관세 합의 이후 “국력을 키워야겠다”라며 “이 협상에 만족하지 않는다. 국민과 국가를 위해 조금 더 좋은 안을 마련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美 반도체 관세·투자처 두고 딴소리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30일 X(옛 트위터)에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관세협상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직접 설명에 나선 한국과 달리 미국은 러트닉 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합의 개요를 공개한 것. 러트닉 장관은 이 글에서 한국에 적용될 관세율에 대해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는 15%로 맞춰졌다”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어 “반도체에 대한 관세는 이번 딜(deal·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은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철강처럼 반도체에 별도의 품목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실장은 전날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러트닉 장관은 다른 설명을 내놓은 것. 가장 먼저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유럽연합(EU)은 반도체에 대해 15%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했고 일본은 EU와 같은 수준을 의미하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러트닉 장관의 주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의 관세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산 반도체 제품에 적용할 관세율이 미정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투자처를 두고도 엇갈린 설명을 내놨다. 김 실장이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가운데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에너지 인프라, 핵심 광물, 첨단 제조, AI 및 양자 컴퓨팅을 포함한 미국 내 프로젝트에 2000억 달러 (투자)를 지시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 정부가 대미 투자펀드를 한국 기업이 경쟁력이 있는 반도체, 이차전지, 원전, 바이오 등의 분야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밝힌 가운데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투자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참여 여부가 결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두고도 러트닉 장관은 “한국이 자기 시장을 100% 완전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며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 시장에서 추가 개방을 막았다”는 한국 정부와는 다른 주장을 이어 갔다. 이에 대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한 방송에서 “이번 합의에서 농산물을 포함해 추가적인 관세 철폐나 시장 개방을 약속한 것이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정치인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자국민을 위해 한 말에 대해 저희가 하나하나 논박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일도 투자액 1000억 달러 차이 나 강 비서실장은 “수일 내에 문서화로 정리되면 논란은 잦아들 것”이라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각오로 국익에 부합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투자 MOU가 발표되더라도 한미 간 줄다리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이번 합의의 핵심으로 꼽히는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두고도 한미 간 이견이 돌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2000억 달러의 현금 투자를 연 200억 달러 한도로 분할 투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은 매년 200억 달러가 모두 투자돼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각각 발표한 대미 투자 관련 문서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아사히신문 등이 30일 보도했다. 일본 측 문서에는 21개 사업에 대해 총 4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미국이 공개한 문건에는 5000억 달러가 투자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경주=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국세청이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개통하고 부동산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세 행위 차단에 나선다. 탈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보할 경우 1000만 원에서 최대 40억 원까지의 포상금도 지급할 계획이다. 또 부동산 탈세 거래를 신속히 잡아내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도 전수 조사할 방침이다.30일 국세청은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를 31일부터 운영한다고 밝혔다. 특정 개인이나 법인이 부동산 취득이나 보유, 양도 등의 과정에서 진행한 탈세 행위를 알고 있을 경우 구체적인 증빙 자료를 첨부해 국세청 홈페이지나 ARS(국번 없이 126), 우편 및 방문 등의 방법으로 제보하면 된다. 제보자가 세금 추징에 ‘중요한 자료(탈루 수법, 내용, 규모 등 정황상 중요한 자료)’를 제출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추징세액이 5000만 원 이상 납부된 경우에는 탈세 제보 포상금도 지급된다. 포상금은 추징세액 규모에 따라 최소 1000만 원에서 40억 원까지 주어진다. 국세청은 부동산 탈세 거래를 신속히 잡아내기 위해 자금조달계획서도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자금조달계획서는 6억 원 이상이거나 규제 지역 내에 있는 주택을 구입할 경우 부동산 취득 자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를 적어 관할 지자체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서류다. 관할 지자체는 이를 국토교통부와 공유하고, 국토부는 이상 거래로 판단될 경우 국세청에도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국세청은 전달받은 자료를 재산·소득 과세자료와 교차 검증해 탈루 세금을 추징해 왔지만 앞으로 지자체가 받는 자금조달계획서를 국토부와 마찬가지로 모두 공유받아 자금 조달 계획의 적정성과 탈세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갭투자 거래가 증가하고, 개인 간 채무 등 ‘부모찬스’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도 늘고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부모로부터 취득자금을 편법 증여받았거나 매출누락 등 소득신고를 누락한 자금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인 것이 30대 사회초년생 A 씨의 사례다. A 씨는 서울 소재 초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기존에 보유한 아파트 처분 대금을 자금 원천으로 자금조달계획서에 기재했는데 조사 결과 기존 아파트를 분양받아 취득할 당시 모친으로부터 분양대금 전액을 현금 증여 받고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증여세를 추징당했다.국세청은 “부동산 탈세 의심거래를 적시성 있게 포착하고, 자금출처 분석체계를 한층 고도화해 탈루혐의자를 정교하게 선별해 탈세에는 강력 대응하고 성실 신고하는 납세자의 불편은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무역합의 후속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미국으로 수출 시 한국 자동차 및 부품에 부과되던 25%의 고율 관세가 15%로 낮아지게 됐다.또 다른 한국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은 관세’로 합의됐다. 7월 ‘반도체 관세 최혜국 대우’ 합의에선 한발 물러선 조치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日-EU처럼…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자동차 관세율 인하 적용 시점은 11월 1일이 유력하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인하 시점은 미국과 세부 협의를 거쳐 최종 문서화 작업이 완료돼야 알 수 있다”면서도 “유럽연합(EU)은 의회에 대미 투자 관련 법안이 제출된 달의 1일부터 자동차 관세 인하를 받았는데, 우리도 EU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MOU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금 신설이나 보증채 발행 등에 관한 (대미 투자) 법이 제정돼야 한다”면서 “그 법안이 마련되면 우리는 11월 중순쯤 법안을 제출하고, 제출 사실을 미국에 알릴 것”이라며 절차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만약 법안의 국회 제출이 12월로 넘어가면 인하 시점이 12월 1일로 밀릴 수도 있다. 자동차 관세가 15%로 낮아짐에 따라 월 5000억 원에 달하는 수출 피해를 봐왔던 자동차 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상호관세는 올해 7월 말 한미 무역합의 직후부터 15%가 적용되고 있지만 미국이 앞서 경쟁국인 일본, EU와 15% 자동차 관세에 합의하면서 우리 기업은 경쟁사들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율을 감수하던 상황이었다.미국이 품목관세를 매기기 전에는 일본이나 EU 자동차 대미 관세는 2.5%,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0%였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에 대한 자동차 관세율이 12.5%가 돼야 과거와 같은 경쟁 조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간 수출 피해가 막대했던 자동차 업계는 일본 EU 수준으로 내려간 것만으로도 우선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 23억8000만 달러로 3월 이후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주신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앞으로도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대만 수준’,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다른 품목들도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하게 됐다. 품목관세 중 의약품, 목재 제품 등은 최혜국 대우를 받고, 항공기 부품,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김 실장은 밝혔다. 반도체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대만은 한국과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으로 묶여 있는 협업 관계이면서도 파운드리 반도체 최대 경쟁국이다. 미 행정부는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해외 기업의 반도체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관세에 대해 ‘최혜국 대우’가 아닌 ‘대만 수준’이라는 점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7월 한미 관세합의 당시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적용받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EU와 일본 등은 미국과 반도체 관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상한선을 약속받았다. 향후 일본이나 EU 대비 불리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올해 6월부터 부과된 철강 관세도 50%로 유지됐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이번 무역 합의를 환영한다면서도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에 대해서는 50%의 고율 관세가 유지돼 관련 중소기업들이 대미 수출에 큰 어려움을 겪는 만큼 후속 보완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경제인 행사인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이 29일 공식적으로 막을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서밋 연설에서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며 “위기 순간마다 서로 손잡고 연대하는 상호 신뢰가 번영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다자주의적 협력을 선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이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가 고개를 들며 협력·상생·포용성장이라는 말이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위기일수록 APEC의 역할이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20년 전 부산 APEC에서 단결된 의지를 모아냈던 대한민국이 다시 APEC 의장국으로서 다자주의적 협력의 길을 선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이날 개회식에는 이 대통령과 CEO 서밋의 의장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석했다. 구글과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이끄는 경영진도 자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서밋 특별 연설에서 “한국은 미국의 소중한 친구이자 동맹”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매우 특별한 유대를 가지고 있고 조선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미국이 번영하면 우리의 파트너들도 번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글로벌 기업 투자 파트너십’에서는 미 AWS와 프랑스 르노 등 7개 글로벌 기업이 향후 5년간 한국에 총 9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등 한국 정부가 중점 육성하는 전략산업에 집중된다.이날 행사에 참석한 AWS의 맷 가먼 대표는 “한국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31년까지 50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르노의 니콜라 파리 한국 대표도 “한국은 미래차 전략에 매우 중요한 위치”라며 “기존 생산라인을 전기차 신차 생산설비로 전환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경주=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경주=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정부가 ‘슈링크플레이션’(가격 유지하며 양 축소) 방지를 목적으로 34년 만에 계량법 손질에 나선다. 오차 허용 범위 내에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꼼수를 개선하기 위해 ‘평균량’ 방식을 도입하고, ‘정량표시제도’의 적용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28일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량표시상품 관리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정량표시상품의 정확한 계량과 표시 관리를 통해 소비자 권익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다. 정량표시상품이란 길이·질량·부피 등으로 표시된 상품 중 용기나 포장을 개봉하지 않고는 양을 증감할 수 없게 한 제품을 말한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곡류, 채소, 우유, 과자류 등 27종이 대상이다. 정량표시상품 관리 제도는 1991년 계량에 관한 법률(계량법)을 통해 도입됐다. 계량법에 따르면 정량표시상품 사업자는 제품 포장에 정량을 표시해야 하며 실제 내용량이 해당 정량의 ‘허용 오차’를 초과할 수 없다. 국표원이 10년간 6985개 상품을 조사한 결과 전체 상품의 21.7%는 실제 내용물이 표시량보다 적었다. 또 이런 상품의 79.8%는 법적 허용 오차 범위 내에서 용량을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자들이 법에서 허용하는 오차 한도 내에서 용량을 줄이는 꼼수로 이득을 봐왔다는 의미다. 국표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균량 방식 도입을 추진한다. 기존에는 상품당 3개 샘플을 검사할 때 개별 제품의 용량만을 기준으로 허용 오차를 계산했다. 300mL 우유 한 팩당 9mL의 오차를 허용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3개 샘플의 평균 용량이 해당 제품의 표시 정량보다 적을 경우에도 규제에 나설 예정이다. 정량표시상품 관리 제도 적용 대상도 길이·질량·부피·면적·개수 등을 표시하는 모든 상품으로 확대하기로 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1년 전보다 소득이 늘면서 소득 분위 계층이 상승한 국민은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득 하위 80%에 속한 국민이 소득 상위 20%로 진입하는 비율은 3.5%에 그쳤다. ‘부(富)의 사다리’를 오르기 어려워지며 소득 계층이 고착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득 분위 이동 비율 3년째 하락 27일 국가데이터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소득이동 통계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통계에서 ‘소득’은 개인의 근로·사업 소득을 의미한다. 재산·이전 소득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소득 분위가 전년 대비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이동성’은 34.1%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35.8%) 이후 3년째 떨어지고 있다. 벌이가 늘면서 소득 분위가 높아진 국민은 17.3%였고, 소득 분위가 낮아진 사람은 16.8%였다. 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39세)의 소득 이동성이 40.4%(상향 23%, 하향 17.4%)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중장년층(40∼64세)은 31.5%(상향 14.7%, 하향 16.8%), 노년층(65세 이상)은 25.0%(상향 9.9%, 하향 15.1%)로 나이가 들수록 소득 이동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령화의 영향,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로 하락 추이에 있는 부분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이동 상향과 하향이 다 줄어드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층 고착화에 경제 역동성 저하 우려 소득 이동성이 낮아지는 흐름은 상·하위 계층의 고착화로 연결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1년 뒤에도 같은 소득 분위에 머무른 사람들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분위 유지율은 5분위(소득 상위 20%)와 1분위(소득 하위 20%) 순으로 높았다. 2022년 5분위에 속했던 사람이 2023년에도 5분위에 머무른 비율은 85.9%에 달했고, 1분위 유지율은 70.1%로 집계됐다. 중산층인 4분위와 3분위 유지율은 각각 66.0%, 56.0%였고 2분위는 51.4%였다. 특히 노년층은 빈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1분위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79.4%는 2023년에도 빈곤층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1분위 유지율이 각각 12.0%, 35.8%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이동성 둔화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의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경제에 활력이 돌 텐데 지금처럼 계층 고착화가 계속되면 근로 의욕이 저하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겠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각종 투기를 통해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행태가 만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1년 전보다 소득이 늘면서 소득 분위 계층이 상승한 국민은 5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득 하위 80%에 속한 국민이 소득 상위 20%로 진입하는 비율은 3.5%에 그쳤다. ‘부(富)의 사다리’를 오르기 어려워지며 소득 계층이 고착화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소득 분위 이동 비율 3년째 하락27일 국가데이터처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소득이동 통계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해당 통계에서 ‘소득’은 개인의 근로·사업 소득을 의미한다. 재산·이전 소득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소득 분위가 전년 대비 올라가거나 내려간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이동성’은 34.1%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35.8%) 이후 3년째 내리막이다. 벌이가 늘면서 소득 분위가 높아진 국민은 17.3%였고, 소득 분위가 낮아진 사람은 16.8%였다.연령대별로는 청년층(15~39세)의 소득 이동성이 40.4%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중장년층(40~64세)은 31.5%, 노년층(65세 이상)은 25.0%로 나이가 들수록 소득 이동성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최바울 국가데이터처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고령화의 영향, 경제성장률이 저성장 기조로 하락 추이에 있는 부분 때문에 계속적으로 소득이동 상향과 하향이 다 줄어드는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층 고착화에 경제 역동성 저하 우려소득 이동성이 낮아지는 흐름은 상·하위 계층의 고착화로 연결되면서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실제로 1년 뒤에도 같은 소득 분위에 머무른 사람들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분위 유지율은 5분위(소득 상위 20%)와 1분위(소득 하위 20%) 순으로 높았다. 2022년 5분위에 속했던 사람이 2023년에도 5분위에 머무른 비율은 85.9%에 달했고, 1분위 유지율은 70.1%로 집계됐다. 중산층인 4분위와 3분위 유지율은 각각 66.0%, 56.0%였고 2분위는 51.4%였다.특히 노년층은 빈곤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1분위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의 79.4%는 2023년에도 빈곤층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1분위 유지율이 각각 12.0%, 35.8%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득 이동성 둔화가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의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경제에 활력이 돌 텐데 지금처럼 계층 고착화가 계속되면 근로 의욕이 저하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며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겠다는 희망이 사라지고, 각종 투기를 통해 일확천금만을 노리는 행태가 만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다가 ‘유턴 기업’으로 선정돼 2023년 한국으로 돌아온 한 부품업체 대표 A 씨는 “다시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업체는 정착할 예정이던 지방자치단체에서 수억 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했지만 당초 예정됐던 공장 설비 계획이 틀어지면서 아예 지원을 받지 못했다. 민간 투자자 이탈로 일부 사업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자체 예산이 확정돼 당초 신청 사업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고 했다”며 “외부 환경에 따라 사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다음 예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뿐이니 보조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마련해 놓은 설비로 몇 년을 버틸 순 있겠지만 관세와 인건비 등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했다. ● “이미 산단 텅텅… 혼자 어떻게 돌아오나” 국내 복귀를 준비하는 기업 수는 매년 줄고 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14년 27곳이 유턴 기업으로 선정됐지만 이후 2021년(26곳)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는 9월까지 11곳만 선정되면서 규모가 더 쪼그라들었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200개 기업 가운데 87곳(43.5%)은 국내 투자 계획을 완료하지 못해 여전히 국내로 복귀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이전했던 한 화학업체는 2020년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후 정부로부터 2400만 원의 컨설팅 비용도 지원받았지만 ‘내부 투자 계획 변경’을 이유로 지금도 미복귀 상태다. 국내 제조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이유다. 2023년 중국에서 복귀를 시도하다가 포기한 부품업체 대표 B 씨는 “황폐해진 산업단지에 혼자 불 켜고 들어가 봐야 소용이 없다”며 “기업이 생산을 하려면 협력사 등 여러 업계가 함께 모여 생태계를 이뤄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복귀 메리트가 없었다”고 했다. 정부 지원의 실효성이 부족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것이 법인세 감면 혜택이다. 현행 기준 유턴 기업은 법인세를 7년간 100%, 이후 3년은 50%를 감면받을 수 있다. 하지만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4년간 유턴 기업이 받은 법인세 감면액은 약 81억 원에 불과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첨단 산업처럼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은 법인세를 감면해줘도 실제 감면 혜택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며 “국내 복귀 초기 비용을 절감해주는 등 복귀 혜택을 미리 앞당겨서 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해외 진출 기업 10곳 중 9곳 “유턴 계획 없다” 해외로 이전한 국내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022년 8월 해외 진출 기업 30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5%가 국내로 돌아올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국내 사업 환경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근로시간, 임금 등에 대한 노동 규제를 꼽았고, 두 번째는 법인세 등 세제였다. 당시 윤석열 정부가 7월 첫 세제 개편안을 내놓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4%로 1%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발표한 때였다. 3년이 지난 지금 국내 기업 환경은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세제를 ‘정상화’하겠다며 법인세율을 다시 1%포인트 높이는 방안을 첫 세제 개편안에 담았다. 근로시간에 대한 논의는 주 52시간에서 더 나아가 주 4.5일제로 확대됐다. 산업재해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고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2차에 걸친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박양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미국 관세 등 대외적 불확실성과 함께 노란봉투법, 주 52시간 규제 등 한국의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유턴 기업 경쟁력 활성화를 위해 복귀 지역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보조금을 파격적으로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올해 상반기(1∼6월) 해외 투자로 빠져나간 기업이 2400곳이 넘지만 국내로 복귀한 ‘유턴 기업’은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이 상호관세를 본격화한 4월 이후 해외에 투자한 기업 수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직접투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에 신규로 진출한 법인 수는 2437곳으로 전년 동기(1488곳) 대비 63.8% 증가했다. 해외 신규 법인 수는 보통 분기마다 600∼700곳이었는데 올 2분기(4∼6월)엔 1745곳이었다. 지난해 2분기(732곳)와 비교하면 138.4% 급증했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어난 건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월 2일(현지 시간) 한국과 세계 각국에 전례 없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 기업들은 관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 올 2분기 미국에 신규 설립된 법인 수는 264곳으로 1년 전(149곳)보다 77.2% 늘었다. 미국의 현지 투자 압박과 관세 장벽으로 향후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해외에 나가는 기업은 늘어나는데 돌아오는 기업은 손에 꼽는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산업통상부로부터 제출받은 ‘유턴 기업 현황’에 따르면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상반기 5곳이 전부였다. 3분기(7∼9월) 6곳이 추가됐지만 올해도 전년(20곳) 대비 감소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턴 기업’은 정부가 해외로 나간 기업의 복귀를 위해 지원하는 기업을 말한다.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다 해도 상당수가 국내로 돌아올 마음을 접고 있다. 2013년 ‘유턴 기업 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유턴 기업으로 선정된 200곳 가운데 한국에 정착한 기업은 68곳뿐(34%)이었다. 나머지 87곳(43.5%)은 국내 투자 계획을 완료하지 못해 미복귀 상태고, 45곳(22.5%)은 자격 요건을 맞추지 못해 중도에 선정이 취소됐다. 계속해서 해외로 나가는 기업은 느는데 들어오는 기업이 줄어들면 산업 공동화 현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보호무역주의 추세 강화로 세계 주요국이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는 상황에서 정부가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진출 기업 대부분은 비용 경쟁력 때문에 해외 이전을 택했다”며 “미국, 일본 등 경쟁국보다 낮은 인건비, 완화된 규제, 혹은 복귀에 따른 파격적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올해 KAIST 가을학기 원자력 전공 지원자가 4년 만에 ‘0명’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원자가 끊긴 것으로 풀이된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를 뒷받침해야 할 주요 에너지원인 원전 기술의 인재 저변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KAIST에 따르면 올해 2학년이 되는 학부생 가운데 가을학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지망생은 0명으로 지난해 4명에서 급감했다. 가을학기 신청자가 0명이 된 것은 정부의 ‘탈(脫)원전’ 기조가 한창이던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이에 따라 올해 이 학교 원전 전공생은 봄학기 지원자 4명에 그치게 됐다. KAIST 신입생은 ‘무학과(무전공)’ 전형으로 들어와 2학년에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한다. 학계는 향후 원전 연구 기반이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AI발 전력 수요 폭증으로 세계 각국 정부와 빅테크 기업들까지 원전 건설 및 연구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만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탓이다. 정부는 최근 국내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를 시사하며 ‘감(減)원전’ 기조를 사실상 확인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졌다”며 “이대로 가면 20년 후 제대로 된 원전 기술자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AI 전력수요 느는데… 탈원전→부흥→감원전에 전문인력 줄어KAIST 원전 전공 신입생 0명… 국내 원전전공 지원 8년새 23% 뚝학과 폐지로 이어져… 15개교만 남아2030년엔 인력 4500명 부족 전망“담당 부처 이원화, 사실상 수출포기”… 정권마다 정책 급변 산업 붕괴 우려국내 원자력 인재 저변이 약화된 건 K원전이 겪고 있는 혼란이 고스란히 투영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8년 동안 탈(脫)원전→원전 부흥→감(減)원전으로 정권마다 에너지 정책 방향이 급변해 원전 생태계가 이미 흔들려 왔다.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속에 세계 각국이 미래 원전 기술에 투자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원전 전문 인력 감소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8년 새 원전학과 입학생 23% 줄었다2017년 이전까지만 해도 KAIST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선택한 2학년은 매년 20명을 넘겨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된 2017년 진입생이 9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2년에는 4명까지 줄었다. 2023년에 다시 10명으로 늘었지만 올 들어 다시 4명으로 떨어진 것이다.다른 대학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원자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545명에 달했던 국내 대학 원자력 전공 입학생(학사 기준)은 지난해 418명으로 23.3% 줄었다. 학·석·박사를 합친 원자력 전공 재학생 규모 역시 2016년 2543명에서 지난해 2156명으로 15.2% 감소했다.입학생 감소는 학과 폐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원자력 전공 학과가 있는 대학은 2016년 전국 18개교였지만, 2018년 영남대 기계공학부를 시작으로 단국대 원자력융합공학과(2020년), 위덕대 에너지전기공학부(2023년)가 연이어 사라지면서 지금은 15개교만 남았다.울산과학기술원(UNIST) 관계자는 “지난해 1학년 정원 440명 중 올해 2학년이 되면서 원자력공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9명뿐”이라며 “원전 업계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원전 경쟁 치열한데 韓은 인력 부족국내 원전 전공생 급감은 원전이 정치 이슈화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7년 탈원전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는 일감 부족으로 와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출범 직후 산업 부흥을 외치다 다시 이재명 정부 들어 감원전으로 급변하는 등 8년간 정책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이달 초부터는 원전 담당 부처가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원화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책 혼선은 국정감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3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서라도 원전은 필요하다”고 한 반면 14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서 확정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에 대해 “필요성이 없다면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불확실성을 더욱 키웠다.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원전 건설·운영과 수출은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담당 부처를 이원화한 것은 사실상 원전 수출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문제는 최근 글로벌 원전 건설 및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한국만 정책 혼선 속에 미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450여 기에 달하는 전 세계 가동 원전 규모가 2050년에는 최대 1000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원전 산업 매출액은 2023년 24조3000억 원에서 2030년 32조8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인력 수요 역시 3만7500명에서 5만1500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지만 2030년 공급 인력은 4만7000명에 그치는 등 인력 부족이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재 저변 약화로 향후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같은 미래 연구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원전 기업들도 국내 일감이 끊긴 상태에서 해외 수출로 원전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장기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전 주기기 제작 및 보조기기 부품 공급을 담당하는 국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국내 원전 산업 공급망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원전 정책이 필수”라며 “정치적 이념이 아니라 현실적이고 공학적인 판단으로 에너지 정책이 수립되고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올해 3분기(7∼9월)까지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이 1년 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발(發)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거나 미국 시장에 집중한 탓으로 풀이된다. 15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FDI 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FDI(신고 기준) 금액은 206억5000만 달러(약 29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0% 줄었다. 투자 유형별로는 인수합병(M&A)이 28억8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54.0% 급감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대형 인수 건이 줄었기 때문이다. 공장이나 사업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해 운영하기 위한 목적의 그린필드 투자도 177억7000만 달러로 6.1% 감소해 전체 투자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투자 신고(49억5000만 달러)가 전년 대비 58.9% 늘었다. 화공·유통·정보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반면 유럽연합(EU·―36.6%), 일본(―22.8%), 중국(―36.9%) 등에서의 투자는 줄었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 경제·통상 사령탑이 일제히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 당국자들과 회동에 나서면서 한미 관세 협상이 분수령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대미(對美) 투자펀드에 대한 태도를 바꿔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번 방미 협상 결과에 따라 교착돼 있던 한미 관세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미국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의 대미 투자펀드를 일시에 현금으로 투자하면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국의 우려와 관련해 달러가 아닌 원화 계좌를 통한 투자 방안 등 여러 안전장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韓美, 외환시장 ‘안전장치’ 견해차 좁힌 듯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15일(현지 시간) 미 CNBC 방송 대담에서 ‘중국 외 어떤 무역 협상에 가장 집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을 꼽았다. 베선트 장관은 “한국과의 협상은 곧 마무리(finish up)될 것 같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지금 디테일을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주간의 장점은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이라며 “그때 그 문제를 두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했다. 방미하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협상을 예고한 것이다.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정부는 한미 간 관세 협상에 있어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이라며 “시한을 두고 서두르기보다는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미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앞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15일 “최근 미국이 우리 수정안에 상당히 의미 있는 반응을 보였고 새로운 대안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한국이 말하는 상황을 이해했다”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정부는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해 무제한 통화스와프 체결은 물론이고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 방식의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통화스와프 요구에 대한 확답 없이 한국 외환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원화를 넣을 수 있는 계좌를 만들어 미국에 투자하는 방식 등 우리 달러 보유량에 큰 타격이 덜할 대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통화스와프와 사실상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한미 간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정부 안팎에선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으로 투자금을 확보하거나 외환보유액을 담보로 특수목적펀드(SPV)를 세워 간접 투자하는 방안 등 외환보유액을 소진하지 않으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 경우 국가 부채가 급증하거나 장기적으로 외환보유액 유지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어떻게든 대미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금을 분할 납부하는 식의 협상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 한목소리로 “APEC서 관세 합의 목표”한미는 이날 한목소리로 APEC 정상회의를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실질적 목표 시점으로 내걸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에서 추가 무역 합의 발표를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으로 이동해 APEC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정상들을 만날 것”이라고 했다.김 실장도 이날 “(협상) 데드라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그렇게 자주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APEC이 실질적으로 큰 목표”라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금융적 베이스에 대한 양측 공감대가 마련되면 후속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다만 직접 투자·대출·보증 등 3500억 달러 운용 방식 및 수익 배분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투자 분산 등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3500억 달러가 일시에 나갈 수는 없다. 합당한 사업이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 제조업 부흥에 필요하고, 100% 한국 기업만이 아니라 한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모든 사업이 한꺼번에 될 수 없으니 일거에 그 돈이 갈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세종=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 중 순이익을 한 푼도 거두지 못한 곳이 47만 개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4만6000여 개 늘어난 수치로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이다. 9일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105만8498개) 중 법인세 산정 사업연도의 당기순이익이 ‘0원’ 이하인 기업은 47만1163개로 전년보다 4만5933개 늘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기업 실적이 급감했던 2021년 증가 폭(4만4394개)보다도 크다. 법인세 신고 법인 중 순이익이 0원 이하인 이들 법인 비중도 44.5%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법인세수는 지난 몇 년간 급감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내수 침체, 반도체 경기 불황 등으로 기업 실적이 악화한 탓이다. 2022년 103조5000억 원이던 실적은 2023년 80조4000억 원, 지난해 62조5000억 원으로 줄었다.경기 부진 장기화에 순이익 규모가 큰 기업 수도 줄고 있다. 지난해 법인세 납부 기업 중 1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신고한 법인은 3776개로 전년 대비 296개 줄었다. 순이익 100억 원 초과 법인이 줄어든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