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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9일 예상을 깨고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자 정부엔 비상이 걸렸다. 한반도 안보 지형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고, 대책을 숙의하느라 하루 종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 유세 기간에 ‘주한미군 철수’ 등 파격적인 대한(對韓) 공약을 내세운 만큼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만간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고위 당국자 파견 등을 통해 트럼프 진영과 대북정책 및 한미동맹 현안을 조율할 방침이다. 동맹의 틀을 새로 짜고 기존 무역협정을 미국 기업과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바꾸겠다던 트럼프의 구상이 신고립주의로 이어지면 그동안 미국이 유지했던 전후 질서와 동맹 체제를 흔들어 한반도에도 큰 충격파를 미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 대북 선제 타격론 공론화하나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북핵 이슈는 핵심 외교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김정은과 회의 테이블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초기엔 북한과의 대화 탐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또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직접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방치하기 어려운 만큼 북핵을 용인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미국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트럼프가 “중국이 더 깊이 개입해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처럼 중국의 등을 떠밀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이 이란 제재에 사용했던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은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견제 압박할 수 있는 만큼 트럼프가 매력적인 카드로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무역 역조현상을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던 만큼 중국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카드가 모두 통하지 않는다면 북핵 위협에 대응한 대북 선제 타격론도 공론화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스스로도 “(북핵 대응에서) 모든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강행할 경우 대북 선제 타격론이 실행 가능한 군사적 옵션으로 논의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전면 철수’ 아닌 ‘감축’ 가능성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강력히 요청하되 주한미군 철수 같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극약 처방’을 하진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올해 발표된 공화당의 정강정책을 보면 동맹 및 우방국과의 협력의 중요성이 잘 기술돼 있다”며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집중적으로 조언을 받게 되면 과격한 정책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면 철수는 아니더라도 국방예산 절감 차원에서 주한 미 지상군 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양국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주한미군을 3만7500명에서 2008년까지 2만5000명으로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북한의 군사 위협을 고려해 감축 계획을 중단하고, 2만8500명 선에서 동결했다. 아울러 미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배치 검토 등 대한(對韓) 확장 억제의 실효적 강화와 사드 배치 등 양국이 추진 중인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책들이 비용 분담 문제로 축소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의 핵무장은 핵개발 도미노로 이어지거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만큼 대선 과정에서 언급했던 한국의 핵무장 허용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미 의회는 초당적으로 일관되게 핵 비확산 원칙을 지켜왔다”며 의회가 견제할 가능성을 내비쳤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손효주기자}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걸고 대외적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해 온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70)가 예상을 뒤엎고 제45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한국 등 우방국과의 동맹관계 재조정과 무역협정 재검토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해 온 세계 질서에 격변이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한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을 쳤다.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으로 국정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는 국내 상황에서 내년 1월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한미동맹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8일(현지 시간) 미 전역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트럼프는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289명을 확보(9일 오전 8시 반 현재)해 218명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69)에게 압승을 거뒀다.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모두 다수당 자리를 유지해 트럼프는 행정부와 의회 권력을 동시에 갖는 강력한 대통령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부동산 재벌이자 정치 경험이 전무한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대통령 부인과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친 클린턴을 누른 것은 기성 워싱턴 정치에 분노하고 중산층이 붕괴된 미국 사회에 절망한 백인 노동자(앵그리 화이트)들의 변화 요구에 따른 것이다. 출구조사 결과 대학 졸업장이 없는 백인 남성의 72%가 트럼프에게 몰표를 던졌고 백인 여성의 51%도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최대 승부처인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노스캐롤라이나 등 동부 지역 경합주를 싹쓸이했다. 100석 중 34석을 놓고 치러진 상원 선거 결과 공화당은 전체 100석 가운데 51석을 차지하면서 다수당을 유지했다. 435석 모두를 놓고 치러진 하원 선거에선 최소 235석을 차지해 과반을 얻었다. 트럼프가 공화당 지도부 지원 없이 백악관에 입성한 만큼 당내 일각의 반대에도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를 통한 불법 이민자 추방, 무슬림 입국 시 신분 조회 등 자신의 선거 공약을 추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역대 가장 지저분한 대선을 치르면서 사분오열된 미국 사회는 더욱 깊은 격랑 속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9일 오전 2시 47분 뉴욕 맨해튼 힐턴호텔에서 승리 연설을 하며 “이제는 미국이 분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때인 만큼 단결된 국민으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맹국들의 우려를 의식한 듯 그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만 모든 이와 다른 나라들을 공정하게 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을 축하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9일 오전 트럼프에게 축하전화를 걸고 트럼프를 백악관으로 10일 초청해 대통령직 인수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북한 문제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양국 간 공조가 더욱 굳건해지길 기대한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우리는 내일 역사에 남을 시험대에 놓이게 된다. 미국인들의 삶을 좌우할 모든 이슈가 담긴 투표지를 받게 된다. 나중에 여러분의 자녀가 ‘2016년에 뭐 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투표장에 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모두 투표장에 나서 달라.” 7일 오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독립기념관 앞 광장. 3만3000여 명의 지지자가 빼곡히 들어선 마지막 유세장에 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클린턴은 이날 하루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등 핵심 경합 주를 돌며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놓고 불복 운운할 수 없도록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라고 호소했다. 7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필라델피아 유세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힐러리 올스타’가 총동원돼 대선 레이스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오전 백악관을 떠나 하루 종일 미시간 뉴햄프셔 등 경합 주를 돈 뒤 이곳에서 클린턴과 합류한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내가 대선에 나섰을 때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외쳤고 8년간 해냈다. 힐러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우리가 해 온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라고 호소했다. 대선 기간 최고의 ‘힐러리 도우미’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판세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내일 여러분이 투표장에 나서면 힐러리가 이기고, 집에서 놀고 있으면 트럼프가 된다. 그러면 미국은 끝장”이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이날 유세장에는 민주당원인 팝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공화당원이지만 클린턴 지지를 선언한 록가수 존 본조비가 등장했다. 본조비는 “나는 공화당원이지만 이번만큼은 힐러리와 함께한다”라고 말해 환호를 받았다. 클린턴이 마지막 유세에서 미국의 미래를 이야기한 것에 반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하루 종일 5곳의 경합 주를 돌며 “힐러리가 집권하면 오바마 3기 정부가 된다”라며 지지층 결집에 막판 피치를 올렸다. “우리가 지면 그동안 미국을 바꾸고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쏟아부은 모든 노력이 허사가 된다. 그것을 원하느냐. 다시 오바마가 나서기를 원하느냐.” 트럼프가 노스캐롤라이나 주 롤리 유세에서 이렇게 묻자 지지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거론하며 “그를 구속하라”를 외쳤고, 일부 지지자는 클린턴에 대해 “악마이자 마녀”라는 막말을 퍼부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유세에서는 “정말 대단한 선거였다. 정치를 잘 몰랐던 나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것은 유권자들의 희망을 담은 그런 정치 운동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광으로 생각한다”라며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대선을 치른 소감을 밝혔다. 트럼프의 강력한 우군인 장녀 이방카 등 자녀들도 이날 트럼프와 별도로 움직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방카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고령에도) 하루에 5군데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변화를 바라는 미국인들의 열정 덕분이었다”라고 말했다.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최종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오차범위 내에서 트럼프를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는 6일까지 실시해 7일 발표한 최종 여론조사에서 경합 주를 포함해 클린턴이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확보하면 승리) 중 303명, 트럼프가 235명을 얻어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을 90%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이 선거인단 중 268명을, 트럼프는 151명을 얻고 경합 주는 119명이라고 집계했다. 클린턴이 경합 주에서 한 곳만 이겨도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뉴햄프셔 미시간 네바다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핵심 경합 주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민심이 흔들릴 정도여서 두 후보가 얼마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느냐에 최종 승부가 달렸다는 분석이 많다. 모든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대부분의 조사가 클린턴 우세를 예측한 것과 달리 8일 오전 현재 클린턴이 203명, 트럼프가 164명, 경합 주는 171명이라며 막판까지도 아주 보수적이고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45대 미국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8일(현지 시간) 0시 뉴햄프셔 주의 딕스빌노치 등 시골 마을 3곳에서 시작해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미국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냐, 워싱턴 아웃사이더의 백악관 입성이냐를 결정지을 이번 선거의 윤곽은 8일 밤(한국 시간 9일 낮 12시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딕스빌노치에선 8표 중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이 4표를 얻어 2표에 그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를 이겼다. 하지만 3곳 합산에서는 트럼프가 32표를 얻어 25표를 얻은 클린턴을 7표 차로 눌렀다. 미국 주요 매체는 이날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실상 클린턴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경합주를 제외하고 클린턴이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 중 최소 275명을 확보해 215명에 그친 트럼프를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CNN은 클린턴이 과반 선거인단에서 2명 모자란 268명을, 트럼프는 204명을 얻을 것으로 봤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이날 하루 종일 경합주를 돌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클린턴은 미국 독립운동의 시발점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와 공동 유세를 하며 “트럼프가 선거 불복론을 운운하지 못하도록 압도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이 처음 승리했던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 유세에서 “내일 우리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외쳤다. 두 후보는 막판까지 상호 비방을 멈추지 않아 누가 당선돼도 사분오열된 미 사회의 재통합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가 낙선할 경우 공공연히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주장해 대선 후유증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개인 e메일 추가 수사 방침을 선언했던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9일 만인 6일 갑작스레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미국 대선이 막판에 롤러코스터 같은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투표 시작 시간을 불과 40여 시간 앞두고 내려진 전격적인 조치에 미 대선은 다시 요동쳤다. 마치 한국 검찰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의혹에 대해 전격 수사에 착수한 뒤 대선 직전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떠올리게 한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일요일인 6일 미 하원에 보낸 긴급 서한에서 클린턴에 대한 추가 수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7월 내린 불기소권고 결정을 유지하겠다”며 클린턴에게 면죄부를 줬다. 당초 FBI는 “언제 수사가 종결될지 알 수 없다”며 대선 전 수사 결과 발표가 불가능하다고 강력히 시사했다. FBI가 신속한 결정을 내린 표면적인 이유는 새로 발견한 클린턴 e메일에서 기밀 유출 내용을 추가로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FBI는 클린턴의 최측근 후마 애버딘 클린턴 캠프 부위원장의 노트북에서 65만여 개의 e메일 기록을 찾았지만 국가기밀 유출과 관련한 내용은 발견할 수 없었다. 수사 당국자는 CNN 인터뷰에서 “애버딘의 노트북이 10년도 더 된 구형이라 그 안에 엄청난 분량의 e메일이 있었지만 (클린턴 불기소라는) 우리의 판단을 바꾸어야 할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e메일 대부분은 7월 수사 결과 발표 당시 파악했던 e메일의 복사본이었다는 것이다. 추가 수사 결정 후 코미 국장과 FBI 조직이 직면한 정치적인 부담은 이번처럼 신속한 결정을 내리게 된 외부적 배경이다. 코미 국장은 민주당을 중심으로 퇴진 압력을 받는 등 대선 개입 논란에 휩싸이자 대선 전에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FBI 관계자는 의회 전문 매체인 더힐과의 인터뷰에서 “코미 국장이 클린턴에게 별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최대한 빨리 이를 공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선 막판 최대 변수였던 FBI 추가 수사가 매듭지어지면서 클린턴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브라이언 팰런 캠프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FBI의 무혐의 결정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이날 미시간 주 유세에서 FBI 결정에 대해 “내 그럴 줄 알았다. 클린턴은 조작된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다”며 강력 반발했다. 트럼프 측의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코미 국장이 엄청난 정치적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며 정치적 의혹을 제기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경합 주인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유세에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흑인 스타인 르브론 제임스 등과 나서 “트럼프가 제시하는 미국은 너무도 어둡다. 모든 미국인이 대우받는 그런 미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FBI의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추가 수사 발표가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던 판세를 다시 클린턴에게 유리하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클린턴은 문제 있는 대선 후보”라는 이미지가 확산되면서 막판에 마음이 흔들렸던 지지층 상당수가 투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FBI가 클린턴에게 불확실한 투표 환경을 말끔히 해소해줌으로써 다시 트럼프와의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표 때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클린턴에게 유리한 극적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CNN은 “이미 사전투표가 상당히 진행됐고 유권자들이 극명하게 양분돼 있어 이번 결정은 판세의 불확실성을 다소 줄이는 정도의 영향만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개인 e메일 계정 사용 의혹에 대해 추가 수사에 나섰던 미 연방수사국(FBI)이 9일 만인 6일(현지 시간) 돌연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했다.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내려진 이번 결정으로 미 대선판은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됐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이날 미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 보낸 서한에서 “FBI 수사팀은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주고받은 모든 e메일 문서를 검토한 결과 7월에 발표한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7월 FBI는 클린턴 e메일 사건을 1년간 수사한 끝에 법무부에 불기소를 권고했다. 클린턴 캠프의 제니퍼 팔미에리 공보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FBI의 불기소 결정을 기대했는데 다행스럽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미시간 주 스털링하이츠 유세 도중 “클린턴이 조작된 시스템으로 보호받았다”고 맹비난하면서 “(기밀 유출이라는) 끔찍한 범죄에서는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간의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미 대선은 8일 실시된다. 두 후보는 막판까지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며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초박빙 접전을 벌였다.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7일 오전 현재 분석 결과 클린턴은 46.4%로 트럼프(44.4%)를 불과 2%포인트 차로 앞섰다(양자 대결 기준). 투표는 미국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8일 0시 뉴햄프셔 주 딕스빌노치에서 시작해 9일 오전 1시 알래스카에서 끝난다. 한국 시간 9일 오전 11시 주요 언론사 출구조사 결과로 승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막판까지 표심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합 주에서의 유권자들 선택에 백악관 새 주인의 향방이 결정된다. 경합 주는 인구 분포가 급변하면서 표심까지 변하고 있어 아직도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각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7일 오전 현재 분석 결과 경합 주는 14개 주로 전체 선거인단 538명 중 171명이다. 클린턴(216명) 트럼프(164명) 중 누구도 과반수(270명)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경합 주 ‘빅4’로는 플로리다(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오하이오(18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가 꼽힌다. 플로리다는 경합 주 중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갖고 있는 동시에 히스패닉 밀집 지역이다.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공약으로 히스패닉들의 비난을 사고 있으면서도 플로리다가 경합 주로 분류된 것은 이 지역 히스패닉들이 쿠바를 등진 보수 성향이고 자영업을 통해 어느 정도 부를 일구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로리다 남부 지역의 젊은 쿠바계 미국인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민주당을 선호하는 편이다. 플로리다에서 실시한 조기투표 결과 히스패닉 투표율이 2012년의 17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돼 이들이 누구를 지지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백인 인구가 80%를 넘는 ‘러스트 벨트’(미 중부의 낙후된 공업지역)에 속한 오하이오는 선거 바람에 유독 민감한 편이다. 오하이오 내에서도 클리블랜드와 콜럼버스 등 지역마다 민심이 다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오하이오에서 승리했지만 현재는 트럼프가 박빙 우세다. 최근 공화당 대통령 중 이곳에서 지고 백악관에 입성한 사람은 없다. 트럼프가 대선을 거머쥐려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곳이다. 클린턴은 오하이오 표심을 돌려세우려고 6일 클리블랜드를 찾았다. 펜실베이니아는 지난 6번의 대선에서 모두 민주당 대선 후보를 선택했지만 또 다른 ‘러스트 벨트’여서 트럼프 지지세도 만만찮다. 트럼프는 필라델피아대를 졸업한 인연을 내세우면서 이곳의 흑인 및 백인 노동자층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는 클린턴이 트럼프를 2.4%포인트 차로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동부이면서도 남부 지역으로 분류되는 노스캐롤라이나는 백인뿐 아니라 롤리, 샬럿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도계, 흑인 등 소수인종이 대거 유입돼 누구에게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곳이다. 클린턴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려면 2012년 대선 때처럼 흑인 투표율과 대도시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반면 트럼프는 노스캐롤라이나 동부 지역 등 공화당 성향이 강한 농촌 지역을 집중 공략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인 조지아(16명)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남부 ‘바이블벨트’(기독교 성향이 강한 남부 보수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조지아는 1992년 빌 클린턴을 마지막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를 줄곧 지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젊은 흑인층과 아시아계가 몰려들면서 표심이 급변하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대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모두 경합주를 샅샅이 누비고 있다. 클린턴은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이 시작된 5일(현지 시간) 하루 플로리다 곳곳을 훑은 뒤 선거 막판에 경합주로 분류되는 미시간으로 날아갔다. 트럼프는 이날 하루에만 플로리다 위스콘신 네바다 콜로라도 등 미 남부와 중부를 거쳐 서부로 이동하는 숨 쉴 틈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클린턴은 플로리다 주 펨브로크파인스에서 가진 유세 도중 폭우가 내리는 중에도 비를 맞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클린턴은 “내게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람, 내게 투표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플로리다에 사는 사람 일부가 지지하고 있는 트럼프가 과연 그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 주 탬파 유세에서 “힐러리와 버락 오바마가 망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 여러분은 진정 오바마 3기 정부를 원하느냐”고 반문하며 “남은 기간 내 모든 것을 동원해 우리가 비기거나 앞서고 있는 곳으로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의 흑인 밀집 지역까지 찾아가 ‘흑인들은 트럼프 편(Black for Trump)’이라고 적힌 푯말을 나눠주며 클린턴이 강세를 보여 온 흑인 유권자 공략에 나섰다. 트럼프는 6일엔 미네소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거나 클린턴 승리 예상 지역을 집중 방문한다. 트럼프는 전날 플로리다 유세 중 “우리가 경이적으로 잘 해내고 있는데 그들(민주당과 클린턴)이 믿지 않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두 후보는 경합주에 마지막 남은 선거자금을 다 쏟아 부을 계획이다. 특히 7일 하루에만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등 중대형 경합주를 대상으로 마지막 선거 광고를 준비하고 있다고 의회전문 매체 더힐이 전했다. 클린턴은 트럼프 자질론을 집중 거론하며 지지층을 대상으로 “미국을 지키려면 우리가 단합해야 한다”며 이성에 호소하는 광고 문구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기성 정치권이 우리가 새로운 무역협정을 짜고 불법 이민자를 차단하고 더 나은 외교정책을 마련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며 오바마-클린턴을 싸잡아 비난하는 콘셉트를 잡았다고 더힐은 전했다. 양측은 동원 가능한 인적 자원도 총동원하고 나섰다. 클린턴은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 연설로 화제를 모은 무슬림 전몰용사 부친인 키즈르 칸과 합동유세에 나선다. 특히 지난주부터 전국을 돌며 클린턴 지지 유세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도 막판까지 트럼프 융단 폭격에 가세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 대표적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주 페이엣빌주립대 체육관에서 “노스캐롤라이나는 내가 두 번의 대선에서 모두 승리한 곳인데 이번엔 경합주로 분류되고 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라면서 “트럼프는 장애인을 조롱하고 이민자를 범죄자, 성폭행범으로 부르는 사람이다. 이런 무자격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과 6일 위스콘신 주에서 공동 유세에 나섰다. 사전투표에서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라이언 의장은 5일 공화당 내 소식지를 통해 “대선 당일 공화당 상하원 의원 후보는 물론 우리 당 후보 트럼프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막판 연방수사국(FBI)의 클린턴 개인 e메일 추가 수사 결정으로 판세가 흔들리자 다시 트럼프에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커피를 사려는 고객들에게 컵 색깔 선택권을 줘 대선 판세를 파악한 결과 지난달 말 기준으로 민주당 상징인 파란색 컵을 선택한 고객이 31%로 공화당 상징색(빨간색)을 선택한 고객 비율(29%)보다 2%포인트 많았다. 어느 당 후보도 지지하지 않은 고객(보라색 컵)은 무려 40%에 달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모두 ‘역대 최고 비호감 후보’라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뉴햄프셔 주의 한 농산품 판매점에서 실시된 ‘트럼프 화장실’ 대 ‘클린턴 화장실’ 투표, 요리·가정잡지 ‘패밀리 서클’이 실시한 ‘클린턴 쿠키’ 대 ‘멜라니아(트럼프 부인) 쿠키’ 대결에서도 클린턴이 모두 이겼다. 마음에 드는 후보 마네킹이 서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두 후보 측이 제시한 쿠키 만드는 법 중 더 맛있는 걸 고르는 방식으로 투표가 이뤄졌다. 캐나다 아일랜드 뉴질랜드의 섬 휴양지 등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싫어서 이민 가고 싶은 미국인들은 우리에게로 오라”는 내용의 광고까지 내보내고 있다고 미 공영 라디오방송 NPR가 전했다. 특히 캐나다 북부 노바스코샤 주의 작은 섬 ‘케이프브레턴’은 올 초부터 홈페이지에 “트럼프가 이기면 케이프브레턴으로”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미국 정부가 북한 자금세탁 우려국 지정 시행을 위한 세부규칙을 확정해 발표했다. 미 재무부 금융범죄단속반(FCEN)은 4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올 6월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최종 확정해 이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2월 발효된 대북제재강화법에 근거한 것으로 북한 금융기관과 미국과의 금융거래가 전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등 제3국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거래할 경우에도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미 재무부는 조사를 통해 제3국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실명 또는 차명계좌를 유지하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금융기관과의 거래도 중단할 방침이다. 이번 조치는 사실상 북한 대외교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을 겨냥해 대북 제재 이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중국은 민생용 북한 석탄 수출도 금지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어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논의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은 두 달 가까이 공전하고 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조치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미국이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내린 북한 계좌 2500만 달러(약 260억 원) 동결 조치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자연스레 중국에 대한 압박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BDA 제재 이후 각종 비자금을 미국과 별로 거래할 일이 없는 중국의 중소 은행에 나눠 예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제재의 실효성이 얼마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조치로 미국이 지정한 자금세탁 우려국은 미얀마 이란 북한 등 3개국으로 늘어났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판세에 영향을 끼칠 만한 막바지 변수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투표율과 후보들의 말실수, 주요 매체의 막판 폭로전 등을 중대 변수로 꼽았다. 특히 두 후보가 어느 때보다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투표율이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지층이 실제로 얼마나 투표장에 나오느냐에 따라 표 결집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12년 대선에서 인종별 투표율은 백인 64.1%, 흑인 66.6%였다. 2000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을 땐 흑인 투표율이 60%에 미치지 못했지만 2012년엔 흑인들이 대거 투표장을 찾으면서 미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흑인 후보가 없는 만큼 흑인 투표율이 2012년보다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율은 종전보다 높아졌지만 백인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이전보다 상승한 반면 흑인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점은 힐러리 클린턴에게 불리한 조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일 클린턴 지지 유세에 나서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공약으로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있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클린턴에겐 큰 우군이다. 2012년 대선 당시 48%라는 저조한 투표율에 그친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이어 실제 투표장에 더 많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히스패닉 커뮤니티는 표로 트럼프를 심판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가 막판에 어떤 실수를 하느냐도 판세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막말 후보로 이미 판정 난 트럼프보다 클린턴이 말실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클린턴은 지난달 유세 도중 트럼프 지지자들을 겨냥해 ‘개탄할 만한 집단’이라고 했다가 사과해야만 했다. NYT 워싱턴포스트(WP) 등 주류 언론은 물론이고 위키리크스 등이 아직까지 공개하지 않은 막판 결정타가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기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연예잡지 내셔널인콰이어러가 트럼프와의 혼외 관계를 주장하는 한 전직 모델 이야기를 독점 보도할 권리를 사들였지만 정작 보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이 잡지의 모회사인 아메리칸미디어가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모델이었던 캐런 맥두걸에게 트럼프와 관련된 이야기를 독점 보도할 수 있는 권리금 명목으로 8월 초 15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줬지만 아직 보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맥두걸은 2006∼2007년에 10개월 정도 현 부인인 멜라니아와 결혼한 상태였던 트럼프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5일 멜라니아가 취업비자 없이 미국에서 모델로 일해 돈을 벌어들인 새로운 증거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멜라니아가 1996년 10월 미국 취업비자를 취득하기 약 7주 전부터 10차례 모델 활동을 하며 2만56달러(약 2310만 원)를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한편 USA투데이는 5일 테러감시 단체인 시테(SITE)를 인용해 이슬람국가(IS)가 선전매체인 ‘알 하야트 미디어센터’에 미 대선 전후 테러를 선동하는 글을 실었다고 보도했다. IS는 선언문에 “IS 전사들이 당신을 도륙 내고 투표함을 박살내려고 왔다”고 적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대선(8일)이 불과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후보 간 초접전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선 오차범위 내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앞서지만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상승세가 꾸준해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등 핵심 경합주를 중심으로 막판에 지지층이 얼마나 결집하느냐에 따라 최종 당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 유권자의 27%(1억4600만 명 중 약 3969만 명)가 5일까지 이미 사전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나 클린턴 진영에선 다소 안도하는 모습이다. 미 언론들은 히스패닉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가 늘어 사전투표 결과는 클린턴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동일 유권자 그룹을 대상으로 여론 추적조사를 벌이는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은 6일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48%, 43%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했다. 매클래치-매리스트가 4일 발표한 여론조사는 클린턴이 44%, 트럼프가 43%로 불과 1%포인트 차다. 조사 대상 중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는 클린턴 50%, 트럼프 42%였지만 아직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클린턴이 40%, 트럼프가 44%로 오히려 역전됐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 판세는 클린턴이 216명, 트럼프가 164명을 확보했지만 표심이 정해지지 않은 13개 경합주의 선거인단이 158명이나 돼 판세를 점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대체 누가 될지 종잡을 수가 없다.” 8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혼전 양상을 보이자 워싱턴 정가는 숨죽이며 대선 레이스를 지켜보고 있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3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중 누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동안 클린턴의 당선을 점쳐 왔던 언론들도 지금은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의 당선 가능 시나리오 4가지를 공개한 데 이어 클린턴에게 우호적인 CNN도 3일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는 6가지 시나리오를 보도했다. CNN은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등 4개 주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는 전제 아래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가장 유력한 안은 트럼프가 이 4개 주를 이기고 네바다, 뉴햄프셔, 네브래스카 주에서도 승리할 경우 정확히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클린턴(268명)을 꺾는다는 시나리오다.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이어서 270명 이상이면 이긴다. 또 트럼프가 플로리다,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주에서 모두 이기고 백인 노동자 계층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승리하면 최대 290명의 선거인단을 얻어 클린턴(248명)을 제칠 수 있다. 다만 이는 플로리다 등 주요 경합 주 승리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제 확률은 높지 않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하는 분석이 속속 나오자 지난달까지 트럼프의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며 적전분열 양상까지 보였던 공화당 지도부가 급속히 트럼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 철회를 선언했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트럼프에게 조기투표한 데 이어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도 3일 트럼프에 대한 첫 지원 유세에 나섰다. 크루즈는 이날 경합 주인 아이오와 주 프롤을 거쳐 오후에는 미시간 주 포티지에서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와 함께 공동 유세를 벌였다. 크루즈는 트럼프를 거론하지는 않으면서 “이번 대선에서 힐러리를 지지하면 공화당이 주도해 온 의회 권력이 무너진다”며 보수층의 위기의식을 자극했다. 일부 경합 주에서 백인들의 사전 투표율이 2012년에 비해 올라 트럼프가 반색하고 있다. 선거 분석 전문기관인 일렉션스미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까지 경합 주인 플로리다에서 사전에 투표한 사람 중 백인 비율은 64%로 2012년 같은 시기의 60%보다 상승했다. 흑인 비율은 15%로 지난 대선의 25%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대표적인 경합 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오하이오 주 등에선 흑인 유권자들의 사전 투표율이 낮아져 클린턴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선 전체 사전 투표자 중 흑인 비율이 4년 전보다 6%포인트 낮아졌고 백인들의 비율은 6%포인트 높아졌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들의 투표가 견고하지 못하다”며 2일 노스캐롤라이나 주를 찾아 민주당 지지층인 흑인들의 투표를 독려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트럼프의 ‘숨은 표’의 존재는 과장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잇따른 구설에 오른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특정 유권자층은 신기루”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에서 감지되지 않은 숨은 트럼프 지지층이 선거 당일에 대규모로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원이 직접 질문하는 전화조사와 대인 접촉이 없는 온라인 조사를 동시에 실시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조사도 나왔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클린턴은 전화조사에서 52% 대 47%로 트럼프를 앞섰고, 온라인조사에서도 51% 대 48%로 트럼프를 이겼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기재 기자}
8일(현지 시간)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예측 불허의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무난한 승리로 예상됐던 대선 레이스가 연방수사국(FBI)의 e메일 추가 수사 발표 이후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져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은 47%,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45%로 양 후보의 지지율이 2%포인트 차이가 났다. 하지만 같은 날 라스무센 조사에서는 클린턴 42%, 트럼프 45%로 트럼프가 3%포인트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인 IBD는 두 후보가 44%로 동률이라고 밝혔다. 대선의 향배를 가를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 전쟁에서도 트럼프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클린턴에게 우호적인 CNN은 이날 트럼프가 최대 29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버지니아대 래리 새버토 교수가 운영하는 선거분석 웹사이트 ‘새버토 크리스털볼’은 클린턴이 지난달의 352명보다 줄어든 29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8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되는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예측 불허의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무난한 승리로 예상됐던 대선 레이스가 연방수사국(FBI)의 e메일 추가 수사 발표 이후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져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은 47%, 트럼프는 45%로 양 후보의 지지율이 2%포인트 차이가 났다. 하지만 같은 날 라스무센 조사에서는 클린턴 42%, 트럼프 45%로 트럼프가 3%포인트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여론조사 기관인 IBD는 두 후보가 44%로 동률이라고 밝혔다. 대선의 향배를 가를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 전쟁에서도 트럼프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클린턴에 우호적인 CNN은 이날 트럼프가 최대 29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버지니아대 래리 새버토 교수가 운영하는 선거분석 웹사이트 '새버토 크리스탈'은 클린턴이 지난달의 352명보다 줄어든 29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대선이 나흘 남은 상황에서 주요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우세를 점칠 수 없는 경합주가 늘어나고 있다. 막판까지 예측 불허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일 나오는 주요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발표하는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선거인단(538명 중 270명 이상 확보하면 승리) 판세에 따르면 3일 오전 현재 클린턴은 226명, 트럼프는 180명을 확보했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경합주(11개 주)는 132명으로 집계됐다. 경합주 대의원 수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지난달 28일 클린턴 개인 e메일 재수사 방침을 밝힌 직후인 30일 111명에서 나흘 만에 21명이나 늘었다. RCP는 “버지니아(13명)와 펜실베이니아(20명)가 클린턴 우세에서 다시 경합주로 바뀐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플로리다(29명) 오하이오(18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 등 핵심 경합주도 아직 우열이 가려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NBC방송이 2일 공개한 선거인단 판세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달 중순 157명이던 경합주 선거인단은 180명으로 23명 늘었다. 한때 클린턴으로 기운 듯하던 플로리다 등도 다시 경합주로 분류됐다. CNN-ORC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도 두 후보가 주요 경합주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클린턴은 플로리다(49% 대 47%), 펜실베이니아(48% 대 44%)에서 근소하게 앞섰고, 트럼프는 애리조나(49% 대 44%), 네바다(49% 대 43%)에서 한발 앞서 있다. 그동안 “지지율 경쟁과 무관하게 클린턴 승리가 유력하다”고 분석해 온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는 네 가지 시나리오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트럼프가 일부 경합주에서 이겨 최대 27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되는 두 가지 경우다. 첫 번째는 트럼프가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 밋 롬니가 승리한 주(206명)를 모두 가져가고 콜로라도(9명), 플로리다, 아이오와(6명), 오하이오, 뉴햄프셔(4명) 등 경합주 5곳에서 승리하는 경우 272석을 확보한다. 두 번째는 2012년 롬니가 이긴 노스캐롤라이나를 클린턴이 가져가고 트럼프가 네바다(6명), 위스콘신(10명) 등에서 승리하는 경우(273명)다. 다음으로 트럼프와 클린턴이 모두 269명으로 동률을 이루는 두 가지 경우다. 이 경우 하원이 대통령, 상원이 부통령 선택권을 가지고 있어 하원 다수당을 유지할 것이 확실한 공화당 소속 트럼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 막판 판세가 안갯속으로 빠지면서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는 도박사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2일 아일랜드 최대 베팅업체 패디파워를 인용해 10월 31일과 11월 1일 미국 대선 결과에 베팅한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건 금액은 약 10만 유로(약 1억2700만 원)로 전체의 91%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오와대가 연구용으로 운영하는 대선 선물시장에서 예측된 지난달 31일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도 불과 열흘 만에 9%에서 40%로 급상승했다. 양측의 막판 공세도 가열되고 있다.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이긴다고 해도 FBI 수사는 계속될 것이고 기소도 임박할 것으로 보인다. 헌법에 따라 하원에서 탄핵 심판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의 짐 조던 의원(공화·오하이오)도 “국무부와 클린턴 재단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대통령의 탄핵안은 하원이 발의해 출석 의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가결되고 상원 출석의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최종 결정된다. 이번 선거에서 압승하더라도 공화당이 상원의 3분의 2를 차지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탄핵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공화당이 하원 과반을 지킬 것으로 예상돼 클린턴 당선 이후에도 탄핵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한기재 기자}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무수단(사거리 3500km)을 발사하기 위해 이동식발사차량(TEL)을 강원 원산 인근 동해안에 전개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미국 대선(8일)을 앞두고 금명간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한미 양국에서 잇달아 나왔다. 2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동해안뿐 아니라 지난달 15일과 20일 무수단 발사에 실패했던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비행장 인근에서도 무수단 발사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폭스뉴스도 1일(현지 시간)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사흘 내에 무수단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발사 임박설에 힘을 실었다. 북한이 4월 15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무수단을 총 8번 발사해 7번이나 실패했으면서도 무수단에 계속 집착하는 이유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을 위협해 북-미 대화를 끌어낼 최후의 카드인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14’ 완성 의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1단 로켓 형태인 무수단에는 북한이 추진력 30tf(톤포스·30t의 추력) 엔진을 결합(클러스터링·clustering)한 엔진이 장착된다. KN-14는 2단 로켓 형태인데, 1단에는 R-27 개량 엔진 두 개를, 2단에는 엔진 하나를 장착하는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사거리가 9000∼1만 km에 달해 미 서부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 한편 미국 고위 정보 당국자들이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한국 내 일각에서 제기된 자체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추진에 대해 “한국인이 느끼는 심각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며, 이는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 당국자들은 1일(현지 시간) 방미 중인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원유철, 민주당 이인영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자체 핵무장이) 꼭 최선의 방법인가. 그래야만 하는가”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한국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고 원 의원 등은 전했다. 미 당국자들은 또 “미 대선이나 차기 대통령 이·취임식 등을 전후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물론이고 비무장지대(DMZ)에서 국지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빚어진 국정 공백이 주변국 정부의 우려와 함께 외교안보 일정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일(현지 시간)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보도를 봐서 알고 있지만 내가 언급할 내용은 아니다.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것 자체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얼마나 한미동맹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최순실 사태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게 한미동맹에 유익하다는 것으로 미국이 이번 사태가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에선 박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했다. 중국이 답을 안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정부도 그동안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가 최순실 사태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이날 공석인 대통령비서실장대행 자격으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 "날짜가 정해지면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연방수사국(FBI)의 개인 e메일 추가 수사에 이어 또 다른 e메일 스캔들에 휩싸였다. 이번엔 민주당 경선 토론 과정에서 특정 질문을 사전에 받아 봤다는 의혹이다. 지난달 31일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도나 브라질 민주당 전국위원회 임시위원장은 CNN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면서 경선 토론 질문을 클린턴 측에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e메일을 보냈다. 브라질은 미시간 주에서 열린 CNN 주최 민주당 타운홀 토론회 하루 전날인 3월 5일 존 포데스타 클린턴 선거캠프 선대위원장에게 e메일을 보내 “한 여성이 미시간 주의 납중독 오염 문제에 대해 질문할 것이다. 클린턴이 대통령으로서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는지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토론장에서는 리 앤 월터스라는 여성이 클린턴과 경선 주자였던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에게 “취임 후 100일 내에 납중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브라질은 역시 CNN이 개최한 토론 전날인 3월 12일에도 클린턴 캠프의 제니퍼 팔미에리 공보단장에게 e메일을 보내 “내가 질문을 미리 볼 수 있다. 확보하면 미리 더 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지난달 초 위키리크스의 폭로에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위키리크스가 포데스타의 e메일 해킹 내용을 폭로하면서 밝혀진 것이다. 이에 CNN은 “브라질은 민주당 전국위 위원장을 맡은 뒤인 10월 14일 CNN 정치평론가를 그만뒀다”며 “브라질은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토론회 사전 질문을 알 수 없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위키리크스 폭로 내용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민주당 소속으로 선거와 관련해 다양한 이야기를 (후보 측과) 나눈다. 내가 공유할 수 있는 내용은 최대한 공유하려고 한다”고 애매한 답변을 내놔 오히려 의혹이 증폭됐다.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가 주장해 온 CNN 등 기성 미디어를 통한 선거조작론이 공화당 지지층을 중심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NYT는 “브라질의 e메일 의혹으로 민주당 경선의 공정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개인 e메일에 대한 추가 수사에 착수하면서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클린턴을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FBI 수사가 대선 판을 뒤집는 막판 복병으로 떠오른 것이다. 클린턴에 대한 표적 수사 논란에 휩싸인 FBI는 트럼프 후보의 전직 핵심 참모와 러시아 간의 연계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1일 공개된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는 46%를 얻어 45%인 클린턴에게 1%포인트 앞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7∼30일에 1128명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FBI의 클린턴 개인 e메일 추가 조사 결정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추가 조사 결정을 발표한 시점은 지난달 28일로 FBI 발표가 여론이 반전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같은 여론조사(지난달 25∼28일 조사)에서는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46% 대 45%로 1%포인트 앞섰다. ABC방송과 WP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제친 것은 5월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다른 조사에서도 트럼프가 판세를 리드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두 사람의 승부가 초박빙세를 보이는 가운데 NBC는 FBI가 트럼프 캠프의 전 선대위원장인 폴 매너포트와 러시아의 연루 의혹 등을 파악하기 위한 초동 수사에 들어갔다고 수사 당국을 인용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매너포트는 6월부터 트럼프 선거캠프를 총괄했지만 친(親)러시아 성향인 우크라이나 정치인들과 결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두 달여 만에 물러났다. AP통신은 워싱턴 로비스트 출신인 매너포트가 운영하는 로비회사가 2012년 당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위해 미 의회 등 워싱턴 정가에 로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FBI 수사 보도에 대해 매너포트는 NBC 인터뷰에서 “모두 사실이 아니다. 내가 아는 한 (나에 대해) 진행 중인 FBI 수사는 없다.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러시아 정치인들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부인했다. 미 언론들은 FBI가 갑자기 매너포트에 대한 수사 방침을 공개한 것은 클린턴의 개인 e메일 계정 사용 추가 수사 결정으로 불거진 정치적 편향성 시비를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NBC는 “FBI가 클린턴에 대한 추가 수사 결정으로 워싱턴이 시끄러워지자 불과 며칠 만에 트럼프 측에 대한 전면 수사도 아닌 초동 수사 결정을 흘렸다”고 분석했다. 핀치에 몰렸던 클린턴 측은 평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좋은 리더십을 가졌다”며 치켜세운 트럼프와 러시아가 모종의 연관을 갖고 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이 트럼프와 러시아 간의 커넥션을 밝혀줄 ‘폭발력 있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FBI 당국자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러시아 간 구체적인 연루가 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FBI는 클린턴 개인 e메일뿐 아니라 클린턴 재단 비리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하려다 법무부와 충돌한 것으로 드러나 대선을 앞둔 미국 공직 사회의 분열상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WP는 FBI 뉴욕 요원들이 올해 초 클린턴 재단 기부자에 대한 특혜 제공 여부 등을 수사하려 하자 법무부 공직청렴팀 검사들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은아 기자}

한미 양국이 대북 압박 공조를 변함없이 지속하기로 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최순실 사태를 염두에 두고 전 재외공관을 상대로 “국제사회에 북핵 문제 등 정부 주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유지해나가고 있음을 적극 설명하라”는 지시 공문도 발송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조지프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를 만나 북핵 대응 및 대북제재 문제를 협의했다. 이번 협의는 윤 대표의 취임 이후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간 첫 공식 협의다. 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을 수행해 ‘일본→한국→중국’을 순방했던 윤 대표는 귀국길에 다시 한국에 들렀다. 김 본부장은 “이번 협의는 최근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의와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한미 고위급 전략협의의 연장선”이라며 “미국 대선(8일) 이후 권력 이양기에도 한미 협력이 지속되고 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도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한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김 본부장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방한에 앞서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만났던 윤 대표는 미중 사이에서 진행 중인 대북 공조 진척 사항도 설명했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윤 대표가 북한의 석탄 수출 통제 강화를 포함한 신규 유엔 안보리 결의 추진, 최근 류전민(劉振民) 중국 외교부 부부장 방북 등에 대한 미국의 평가와 분석도 공유했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중국이 여전히 북한의 민생용 석탄 수출 금지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과 불법 거래 실태가 드러난 중국 훙샹(鴻祥)그룹을 대상으로 자산 동결, 금융거래 중단을 단행하는 등 한국의 독자 제재 방안도 검토 중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