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31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비롯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대응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장관은 이날 오전 20분가량 전화 통화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확고한 동맹 태세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최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과 관련해 양측은 북한이 한미 양국의 전환기적 상황을 오판해 언제든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측은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출격 등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와 굳건한 연합방위 태세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 즉각적이고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등 중국의 대한(對韓)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드는 계획대로 배치한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군 관계자는 “양국 장관이 사드를 차질 없이 배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르면 올 상반기에 (사드 1개 포대가) 배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취임 후 첫 해외 순방지인 한국을 2∼3일 방문한다. 미 국방장관이 취임 직후 한국을 첫 순방국으로 선택한 것은 1997년 윌리엄 코언 전 장관 이후 처음이다. 매티스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동맹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미국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 장관에게 설명했다고 군은 전했다. 매티스 장관은 2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예방한 뒤 3일 한 장관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을 갖는다. 양측은 회담 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3일 한 장관과의 회담에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도 만나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매티스 장관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현역 시절 별명인) ‘미친 개(Mad Dog)’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며 “동맹국 장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한국 언론에서) 이런 표현의 자제를 부탁한다”고 전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이민 빗장 굳게 잠근이민자의 나라트럼프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지구촌 대혼란#. 27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멘 등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비자 발급 및 입국을 90일간 중단하는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트럼프가 터트린 이 폭탄에 한국 설 연휴기간 미국 주요 국제공항은졸지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 무슬림들의 사연으로가득찼습니다.#. 시리아 출신의 사하르 알고나이미 씨.그는 아픈 어머니의 병 수발을 위해 이날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입국을 거부당하고 거주지 사우디아라비아로 돌아갔죠.#. 스탠퍼드대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니스린 오메르 씨(39)미국서 24년간 거주했지만 수단 출신인 그가 연구차 수단을 방문했다이날 뉴욕 JFK 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하자공항 관계자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5시간 동안 억류했습니다.#. 이라크에서 미군 통역사로 10년 간 일한 뒤특별 이민비자를 받아 27일 JFK 공항에 도착한 하미드 칼리드 다르위시 씨도19시간 동안 억류됐다 겨우 풀려났죠."수많은 미군을 위해 일했다. 왜 나에게 수갑을 채우는가"#. 뉴욕 워싱턴 시카고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는 거센반(反)트럼프 규탄 시위가 일어났습니다.참가자들은 트럼프의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한'Make America Kind Again(미국을 다시 친절하게)'를 비롯해"예수도 난민이었다" "내가 무슬림이다"라는 피켓을 들었죠.#. 나라 밖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지역 출신과 신념을 가진 이들 모두에게테러 혐의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영국 이라크 이란 등도 반발하고 있죠.#. 엘리트 이민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실리콘밸리도 난리가 났습니다."나도 난민 출신"이라고 외친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구 소련 출신)를 비롯해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창업주 등이 일제히 트럼프를 규탄 했죠.#. 이번 조치로 탈북민도 4개월 간 미국에 입국할 수 없는데요. "2017 회계연도 난민 수용 인원이 5만 명으로 줄었고난민 수용 프로그램도 향후 120일간 중단된다"미국의 소리 방송(VOA) #. 미 언론은 7개국 선정 기준의 공정성과 실효성에 대해서도 비판합니다.911 테러 주범 19명 중 18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출신이지만이 세 나라는 7개국에서 빠졌죠."트럼프 회사가 사업을 진행하는 중동 국가는 빼놓은 것 아니냐"CNN 비판#. 세계적 반발을 알면서도 트럼프가 이번 조치를 강행한 건보수 기독교 세력을 결집해 국정 운영 동력으로 삼으려는 목적 때문입니다.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 81%의 지지를 얻었죠.#. 그가 29일 트위터를 통해"중동에서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처형됐다이런 끔찍한 일이 계속되도록 할 수 없다""미국은 튼튼한 국경과 엄격한 입국 조사를 필요로 한다"라며 기독교인의 적대감을 자극한 것도 이 때문이죠.#. 민주당이 이번 행정명령을 무효화하는 입법 투쟁에 나서기로 했지만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데다설령 입법화되더라도 트럼프가 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효력은 크지 않습니다.#. 탈선을 개의치않고 무작정 돌진하는 기관차처럼폭주에 폭주를 거듭하는 트럼프.과연 그를 멈출 수 있을까요?세계는 얼마나 더 큰 혼란을 겪어야 할까요?원본: 이승헌-한기재-조숭호-이세형 기자기획-제작: 하정민 기자-김한솔 인턴}

미국 스탠퍼드대 인류학 박사과정에 다니는 니스린 오메르 씨(39)는 27일 졸지에 수갑을 찼다. 미국에서 24년간 거주한 수단 출신 영주권자인 그는 연구차 수단을 방문했다가 이날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90일 동안 일시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여서 오메르 씨는 약 다섯 시간 동안 억류된 채 수단을 방문한 이유와 정치 성향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모욕적이었다”라고 말한 오메르 씨는 뒤늦게 입국이 허가돼 풀려났지만 “나보다 더 형편없는 취급을 받고 본국으로 송환되는 사람도 있다”라고 한탄했다. 트럼프가 떨어뜨린 반(反)이민 행정명령 ‘폭탄’에 한국의 설 연휴 기간 미국 주요 국제공항은 졸지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한 외국인들의 사연으로 가득 찼다. 이라크에서 미군 통역사로 10여 년간 일하고 특별 이민 비자를 받아 27일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하미드 칼리드 다르위시 씨는 19시간 억류된 끝에 시민자유연맹(ACLU)의 백악관 상대 소송 덕에 다음 날 풀려났다. “내가 이 나라에 무슨 일을 했길래 수갑을 채우는가”라고 항변한 다르위시 씨는 “이 손으로 수많은 미군과 일해 왔다”라며 “나를 범법자 취급해 놀랐다”라고 토로했다. 같은 공항에서 28일 억류된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대학원학생회 회장인 이란인 바히데 라세크 씨는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서명을 거부한 끝에 우크라이나행 비행기에 강제 탑승됐다가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석방됐다. 학생회 측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며 “이번 행정명령은 차별적이며 우리 친구와 동료들의 권리를 뺏어 간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규탄 시위는 외국인 억류가 이뤄진 국제공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이자 버지니아 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제럴드 코널리 하원의원은 29일 워싱턴 관문 덜레스 국제공항 로비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반헌법적인 이번 조치를 규탄하며 즉각 이민자들을 수용해야 한다”라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시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패러디해 “Make America Kind Again(미국을 다시 친절하게)”를 외쳤고 일부는 “예수님도 처음에는 난민이었다”, “내가 무슬림이다”라는 피켓도 들었다. 반트럼프 성향이 강한 뉴욕, 샌프란시스코는 물론 텍사스 주 댈러스,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등의 국제공항에도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었다. 미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행정명령 해석은 전국적 혼란을 증폭시켰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28일 “미 영주권자도 (이민 제한 대상 7개국 시민권을 동시에 보유한 경우) 입국 제한 대상에 포함된다”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같은 날 미 영주권자의 경우 추가 심사를 받을 것이라고 다소 다른 해석을 내놨고,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은 29일에야 “합법적 영주권자들의 입국은 국익에 도움이 된다”라며 기존 입장 번복을 확인했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29일 오전 CBS방송에 출연해 “어제 미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총 32만50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구금된 사람은 109명 정도고 그마저도 대부분 추후 풀려났다”라며 진화에 나섰다.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약 400년 전 종교와 경제의 자유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 1776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이민자의 나라로 불려온 미국의 ‘친(親)이민 정신’이 무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7일(현지 시간) 이슬람 7개국 국민의 미국 비자 발급과 입국을 90일간 중단하고 모든 난민 수용을 120일간 멈추는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대혼란에 빠졌다. 한국이 설 명절을 보내는 동안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소말리아 리비아 예멘의 여권을 소유한 이들 중 최소 375명의 미국 입국과 미국행 비행기 탑승이 금지되고 상당수가 공항에 억류되거나 아예 발길을 돌렸다. 워싱턴과 뉴욕 등 미 주요 대도시 공항은 물론이고 영국 런던 등 세계 주요 도시 공항에선 이번 조치에 항의하는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져 글로벌 반트럼프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선 29일 300여 명의 시위대가 입국장에서 하루 종일 ‘노(NO) 트럼프’ ‘우리는 무슬림 이웃을 사랑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정명령 철회를 요구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난민 수용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특정 지역 출신과 신념을 가진 이들 모두에게 (테러) 혐의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맞서는 등 국제 연대가 넓어지고 있다. 해당 7개국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제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라크 의회 외교정책위원회는 29일 긴급회의 후 성명을 내고 “이슬람국가(IS)라는 테러리즘에 맞서 최전선에서 (미국과 함께) 싸우는 이라크를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 정부에 보복 조치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은 “이번 조치는 무슬림 금지이며 (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에게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이번 행정명령을 무효화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뉴욕 주 등 15개 주와 워싱턴 시의 법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행정명령은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긴급 성명에서 “이번 조치는 종교에 관한 게 아니라 테러로부터 미국을 안전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트위터에선 “기독교인들이 중동 지역에서 (IS에 의해) 참수되고 있는데 이는 멈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한미 동맹 강화 및 북핵·미사일 공조를 재확인했다.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100% 한국과 함께하겠다”며 “한미 관계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좋을 것(better than ever before)”이라고 밝혔다고 국무총리실은 전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30분간 이뤄진 통화에서 황 권한대행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는 한미 공조에 기반을 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 문제에 있어서 100% 한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2일 예정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 간 동맹의 연합방위능력 강화와 북핵 공조 방안에 대한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이 황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확장 억제 제공 등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철통같은(ironclad)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연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위협을 가하는 가운데 이뤄진 통화에서 양측이 ‘한미 동맹’과 ‘북핵 공조’를 거듭 강조한 것은 북한을 향한 경고 메시지로도 풀이된다.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적인 반발에도 무슬림 7개국 국민에 대한 반(反)이민개혁 행정명령을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종교적, 반인종적 논란에도 이 같은 조치를 밀어붙이는 것은 미국인의 안전과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의 핵심적 조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논란이 확산되자 이례적으로 개인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무슬림 금지도 아니고 종교에 관한 게 아니다. 기성 언론은 알면서도 말하지 않지만 이는 테러로부터 미국을 안전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종교 탄압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중동의 테러 위험국 출신 국민들에 대한 입국 심사를 강화해 미 본토에서 테러의 싹 자체를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면서 “(7개국 외) 다른 40개 무슬림 국가는 이번 조치와 무관하다”며 “시리아 난민들이 겪고 있는 충격적인 인도주의적 위기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억압을 피해 (미국으로 오려는) 난민들의 심정도 계속 이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핵심 참모들도 총출동해 이번 조치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나섰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로 인한 공항 억류 사태 등에 대해 “미국 안보를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우리를 해치지 않고 평화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고문은 CNN에 “향후 모든 외국인 방문객이 입국과 동시에 어떤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지, 어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지 관련 정보를 미 정부에 제공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해 추가 조치 도입 가능성을 예고했다. 전 세계 무슬림 사회의 반발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이번 조치를 강행하는 데에는 미국 내 보수적인 기독교 세력을 결집해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보수적인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 중 81%의 지지를 받아 미 남부 지역과 일부 중서부 지역을 석권했다. 트럼프는 많은 미국인들이 교회에 가는 일요일인 29일 트위터에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중동 지역에서 처형당하고 있다. 이런 끔찍한 일이 계속되도록 할 수 없다”며 종교적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행정명령을 무효화하기 위한 입법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답지 않고 악랄한 이번 조치를 무효화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겠다.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울먹이면서 선언했다. 공화당 중진인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공동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테러리즘과의 싸움에서 자해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이번 조치는 행정명령인 만큼 민주당이 공화당 일부의 지지를 얻는다면 행정명령보다 상위인 법률로 무력화할 수 있다. 하지만 공화당이 의회의 상하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설령 입법화되더라도 트럼프가 이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다른 형태의 행정명령을 통해 얼마든지 반이민 조치를 만들 수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입국 제한 7개 국가의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공정성과 실효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이날 2001년 발생한 ‘9·11테러’를 주도한 19명의 테러범 중 18명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출신이었는데, 이 나라 여권을 소유한 사람들은 미국 입국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소유한 기업인 트럼프 코퍼레이션이 사업을 진행하는 중동 국가들이 제한 리스트에서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파이서 대변인은 “행정명령 대상 7개국은 오바마 정부 때 ‘테러 위협이 높다’는 이유로 비자면제 프로그램 등과 관련해 제재를 가하던 나라들”이라며 “행정명령 대상이 아닌 무슬림 국가가 46개국이나 된다”고 반박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이슬람국가(IS)는 기독인들을 참수하고 그 장면을 온 세계에 (동영상으로) 내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IS 등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벌이기 위해 필요하면 고문을 부활시키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는 이’, ‘불에는 불’로 맞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가적 사고 체계를 담고 있어 고문 부활은 시간문제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트럼프가 테러 집단에 이런 초강수를 예고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도발할 경우 경제 제재를 넘어 군사 조치라는 초강경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워싱턴 일각에서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IS는 우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우리는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라는 말을 자주 반복하며 고문 부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원 인준 청문회 등에서 고문 부활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안보 담당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매티스 장관, 폼페이오 국장 등이 원하지 않는다면 고문을 부활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들이 원한다면 그 방향으로 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고문 부활을 위한 행정명령 초안을 이미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현 ‘고문금지법’이 미국 내에서 고문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테러리스트를 가두는 ‘비밀 감옥’을 해외에 다시 설치해 물고문인 ‘워터 보딩’ 등 이른바 ‘강화된 심문 전략(enhanced interrogation)’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폐쇄를 추진했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고문 부활 행정명령안의 존재가 알려지자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것이며, 미국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라고 반대했다. 이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명령안에 대해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다”라며 일단 부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사에서 ‘박멸’ 의지를 천명한 수니파 과격단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집단과 싸우기 위해 고문을 허용하겠다고 밝혀 국제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지키기 위해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 고문이 효과적이라 생각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테러리즘이라는) 불에는 불로 대응해야 한다(fight fire with fire)”며 “최근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들에게 ‘고문이 그런 단체들에 효과적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답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중앙정보국(CIA)이 테러리스트를 고문하기 위해 운영했던 ‘비밀감옥’ 부활 등을 담은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미 상원은 2015년 고문금지법을 통과시켜 현재는 모든 형태의 고문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행정명령안은 미국이 가입한 다자 조약을 재검토해 기준에 맞지 않는 기구에서 탈퇴하고 유엔 등에 내는 분담금의 최소 40%를 삭감하는 한편 새로운 다자 조약에 가입하지 않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분담금의 22%를 책임지는 미국이 이 행정명령을 발동할 경우 유엔의 활동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와, 트럼프가 소처럼 일하고 있네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폭스뉴스의 한 앵커는 25일(현지 시간) 트럼프의 취임 후 행적을 분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20일 취임 후 그야말로 폭풍 같은 일주일을 보냈다.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뉴욕 맨해튼 사교계의 제왕으로 통했던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빈둥거릴 거라는 관측은 빗나갔다. 트럼프는 거의 매일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20일 취임식 직후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폐기를 위한 행정명령을 시작으로 25일까지 13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루 평균 거의 2개꼴이다. 내용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멕시코 국경지대 장벽 건설, 불법 이민자 추방, 키스톤 XL 송유관 프로젝트 재개 등 미국 안팎을 뒤흔드는 초대형 이슈들이다. 트럼프는 벌써 중앙 부처 2곳을 공식 방문하는 등 사업가 출신 특유의 ‘스피드 행정’을 선보이고 있다. 21일 오후에는 겨울비를 뚫고 백악관 인근 중앙정보국(CIA)을 찾았고, 25일에는 국토안보부를 찾아가 연설했다. ‘워싱턴 아웃사이더’인 트럼프는 취임 후 수시로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이며 의회와의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물론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적(政敵)들도 백악관에 초대됐다. 26일에는 취임 후 처음으로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을 타고 공화당 의원 연찬회가 열리는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로 출장을 간다. 트럼프가 이렇게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는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막내아들 배런이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를 마치는 6월까지는 뉴욕 맨해튼에 살면서 주말에만 백악관에 오기로 해, 트럼프는 평일엔 가족이 없는 ‘나 홀로 할아버지’ 생활을 하고 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멜라니아, 배런과 많은 시간을 보내 왔는데 갑자기 이들이 없는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빡빡한 일정을 잡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취임 후 거의 매일 저녁식사는 워싱턴 정치인들과 같이 하고 있다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가급적 오후 6시 반 ‘칼 퇴근’해 가족과 저녁을 먹은 뒤 다시 밤에 집무실로 출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멜라니아와 배런은 26일 오후 잠시 백악관으로 돌아와 주말을 보낸다. 트럼프는 25일 ABC 뉴스에 방송된 인터뷰에서 취임 선서 직후 군 통수권자로서 핵 발사를 지시할 수 있는 코드를 받은 것은 “정신이 번쩍 나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어떤 종류의 파괴를 말하는 것인지 설명을 들었을 때 대단히 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취임 후 소회와 하루 일과를 담담하게 밝혔다. 오전 6시 전에 일어나 신문을 보고 케이블 TV를 시청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아침 식사는 과일, 페이스트리 등 빵류에 평소 즐기는 L사의 감자칩으로 때운다. 폭스뉴스 등을 즐겨 보는 트럼프는 24일 밤 이 뉴스를 보다가 시카고에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트위터에 “올해만 42명이 총기 사고로 죽었다. 연방수사국(CIA) 요원을 시카고에 보낼 것”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백악관 생활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집무실에 있는 전화기는) 내 인생에서 사용한 것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전화기들”이라며 “여기는 가장 안전한 시스템이 구비된 세계다. (내가 한) 말들이 공기 중에서 그냥 폭발해 버린다”라고 말했다. 도청이 안 된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들이 지냈던 침실에도 애착을 드러냈다. 그는 “매우 아름답고 품격 있는 숙소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잤던 곳이라는 걸 안다면 더욱 특별해진다”라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이슬람국가(IS)는 기독인들을 참수하고 그 장면을 온 세계에 (동영상으로) 내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IS 등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벌이기 위해 필요하면 고문을 부활시키겠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에는 이' '불에는 불'로 맞대응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트럼프 특유의 협상가적 사고 체계를 담고 있어 고문 부활은 시간문제라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트럼프가 테러집단에 이런 초강수를 예고하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도발할 경우경제 제재를 넘어 군사적 조치라는 초강경 맞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워싱턴 일각에서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ABC 인터뷰에서 "IS는 우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우리는 왜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는 말을 자주 반복하며 고문 부활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원 인준 청문회 등에서 고문 부활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안보 담당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매티스 장관, 폼페이오 국장 등이 원하지 않는다면 고문을 부활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들이 원한다면 그 방향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워싱턴포스트(WP)는 백악관이 고문 부활을 위한 행정명령 초안을 이미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현 '고문금지법'이 미국 내에서 고문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만큼 테러리스트를 가두는 '비밀 감옥'을 해외에 다시 설치해 물고문인 '워터 보딩' 등 이른바 '강화된 심문전략(enhanced interrogation)'을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폐쇄를 추진했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고문 부활 행정명령안의 존재가 알려지자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잘못된 것이며, 미국인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이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명령안에 대해 "출처가 어딘지 모르겠다"며 일단 부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선언 등으로 ‘무역 장벽’을 쌓은 데 이어 국경 장벽 건설에 착수하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자신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멕시코와의 국경지대 장벽 건설과 이슬람 국가 난민 입국 제한 등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토안보부를 취임 후 처음 방문해 이 같은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이에 앞서 24일 트위터에 “내일은 국가안보에 관한 중요한 날(Big day)! 무엇보다도 우리는 (국경) 장벽을 세울 것이다!”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을 위해 최소 100억 달러(약 11조6000억 원)가 필요하다고 보고 늦어도 4월에는 관련 예산을 의회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초 그는 장벽 건설 비용을 멕시코에서 받아내겠다고 했지만, 신속한 장벽 건설을 위해 예산으로 먼저 충당한 뒤 나중에 돈을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일각에선 논란이 여전한 장벽 건설에 세금을 쓰는 데 반감을 표하고 있어 의회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시리아 예멘 리비아 이라크 수단 소말리아 이란 등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난민에 대한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한다. CNN은 “국토안보부가 시리아 난민의 미국 입국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이슬람 국가 국민에 대한 입국 비자 발급 제한 및 중단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비자 신청 시 새로운 심사를 도입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에 대한 폭력 등에 개입된 전력이 있는 사람은 비자 신청 과정에서 입국을 불허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환경 파괴를 이유로 중단된 대형 송유관 사업인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프로젝트를 재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후변화 어젠다를 위해 중단시킨 이들 사업을 부활시켜 트럼프 행정부의 지상 과제 중 하나인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후 “2개 송유관 프로젝트 재개를 위한 조건들이 재협상 대상”이라며 “이들 사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2만8000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미 네브래스카 주를 잇는 키스톤 XL 송유관 프로젝트를 불허한 바 있다. 송유관이 환경보호 지역을 지난다는 이유에서다. 다코타 대형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는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아이오와, 일리노이 등 4개 주를 잇는 총연장 1931km로 현재 미주리 저수지 335m 구간 건설을 남겨 놓고 있다. 송유관이 인디언 보호구역을 통과하자 기름 유출에 따른 식수 오염과 유적 훼손 등을 우려한 원주민들이 반대 농성을 벌였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하라”며 마지막 단계 건설을 불허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한국에 대해 조만간 환율 문제를 공식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워싱턴에서 제기됐다. 워싱턴의 대표적인 통상 분야 지한파(知韓派) 인사인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담당 수석부회장(사진)은 24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통상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결정하기 전에 한국과의 무역수지 적자는 물론이고 환율 조작(currency manipulation)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 문제에 대해선 주로 중국을 겨냥해 왔지만 그 대상을 한국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환율 관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당시 한국에 대해 “한국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 활동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도록 권장한다”고 밝혔다. 오버비 부회장은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대표 타깃인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환율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을 선언한 트럼프에게 통상 관련 다음 최우선 타깃은 (중국에 이어) 한국과 일본 등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 대표를 지낸 오버비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 노동자층의 지속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한미 FTA에 대해 재협상 등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 호황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그 이유를 주로 여러 나라와 맺은 FTA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유감스럽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다음 통상 이슈 타깃은 한국이나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통상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태미 오버비 미 상공회의소 아시아담당 수석부회장은 24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통상 문제를 불합리하게 정치 쟁점화하고 있지만 어쨌든 이를 추진하겠다는 게 현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대표를 지내는 등 한국에서 21년을 보냈고 지금도 미 정부와 의회에 한미 통상 이슈를 조언하고 있는 오버비 부회장은 한국 정부가 국정 공백 상태에 있는 만큼 어느 때보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한미 통상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나. “요즘 한국 친구들이 나에게 트럼프 시대 한미 통상 전망을 물을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대목인데 ‘토토, 우리는 더 이상 캔자스에 있지 않은 것 같아’라고 한다. 주인공 도로시가 돌개바람에 휩쓸려 ‘오즈의 나라’에 온 뒤 한 말인데, 지금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라는 전혀 다른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무역 정책은 현재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있다.” ―실제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선언할 수 있다는 것인가. “그렇다. 더 주목할 것은 한미 FTA 재협상에 나서기 전에 트럼프 통상팀은 미국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보는 적자 규모와 환율 조작 문제를 집중 거론할 것이라는 관측이 워싱턴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 조작은 중국이 핵심 타깃 아니었나. “중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도 환율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도 한국과 환율 문제로 심각한 대화가 오간 적이 있다.” 실제로 2015년 10월 미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후 내놓은 공동설명문에 ‘환율 조작 문제를 인식하고 상호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넣으려 했다가 한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한미 FTA로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 사실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틀린 주장이다. 지난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수지 적자는 283억 달러(약 33조200억 원)였는데 한미 FTA가 없었다면 적자가 440억 달러(약 51조3400억 원)에 달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그 이유를 주로 한미 FTA 같은 자유무역협정에서 찾는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자동화 설비 등 기술 발전에 따른 것이고 FTA로 인한 영향은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의 실직한 백인 노동자층을 집중 공략했고 이들의 지지를 계속 받기 위해서는 FTA라는 눈에 띄는 ‘희생양’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은 국정 공백 상태여서 트럼프 행정부가 환율 문제나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면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 정부에 조언한다면…. “이럴수록 정확한 ‘토킹 포인트’를 갖고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 접촉해야 한다. 가령 한미 FTA로 미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고 트럼프 측이 주장하면,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서비스업 교역이나 막대한 미 군수물자는 한미 FTA로 인한 ‘명세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트럼프나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는 모두 협상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하지만 한미 FTA는 미국이 체결한 가장 성공적인 ‘골든 스탠더드’ 중 하나라는 인식이 워싱턴엔 여전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설득하면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1일 1트럼프?TPP 탈퇴 등 트럼프 폭탄에美中 패권경쟁 가속·세계 경제질서 대혼란#.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요 현안에 대한 초강경 정책을 내놓으면서 세계 정치·경제가 휘청입니다. 특히 22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으로세계 무역질서 재편이 불가피해졌죠.말 그대로 1일 1트럼프 폭탄입니다. #. TPP는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 등 태평양 연안 12개 국가가참여하기로 했던 세계 최대의 무역동맹세계 경제의 37.4%에 해당하는 참가국 경제규모가유럽연합(EU)보다 커 관심을 모았지만미국 노동자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트럼프에 의해 와르르 무너졌죠.#. 러스트 벨트(낙후된 중서부 공업지역)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로 백악관 주인이 된 트럼프.지지기반 강화를 위해 이들의 입맛에 맞는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이들은 TPP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며트럼프에게 몰표를 던졌죠.#. 전임자 오바마의 흔적을 지우고 자신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 입지를 좁히기 위해TPP 탈퇴 카드를 초장에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오바마는 "중국 부상을 억제하기 위해 TPP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트럼프는 각 나라와의 개별 무역협정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하겠다고 주장합니다.다자협상은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미국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뜻이죠.#. "미국과의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미국 노동자에게 해를 가하는 국가를 철저히 단속(crack down)하겠다"<20일 백악관이 공개한 6대 국정과제>crack down은 미 공권력이 마약 밀매나 성매매 등강력범죄를 단속할 때 쓰는 표현. 그만큼 미국 이익에 올인하겠다는 뜻입니다.#. 미국이 자유무역 리더 역할을 포기하면서 후발 주자 중국은 "내가 미국 역할을 맡겠다"고 나섰습니다.23일 중국 외교부는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의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죠.#. 중국은 한국 일본 인도 태국 등 16개국과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데요.참가국 경제규모는 세계 경제의 30.6%로 TPP보다 조금 작지만해당국 인구는 무려 35억 명으로 세계의 48.5%에 달합니다.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리더 역할을 할 지는 의문입니다."무역 리더가 되려면 다자협상 참여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지만 중국은 자국중심 무역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자국 시장을 잘 개방하지 않을 것이다."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 이에 세계 경제가 '리더 부재 시대'를 맞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성립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양대 기둥을 바탕으로 70년 넘게 이어진 세계 경제 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뜻이죠.#. 이는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입니다.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트럼프 정권이한미 FTA 재협상을 시도할 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죠."세계 무역질서 급변은 교역 의존도가 높은한국 경제에 압박이 될 수 있다"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자국 이익 관철을 위한미국과 중국의 총성없는 패권 경쟁저성장 장기화에 접어든 한국 경제가이 난관을 잘 돌파할 수 있을까요?원본 | 조은아 이승헌 구자룡 이상훈 기자기획·제작 | 하정민 기자 · 이고은 인턴}
“미국인, 특히 근로자들의 경제적 이익을 대표하는 게 우리의 정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지시한 행정명령의 맨 앞줄에서 이렇게 밝혔다. TPP 탈퇴는 미 근로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20일 취임사에서 밝힌 ‘미국 제품을 사라,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 조치’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무역 질서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TPP 탈퇴를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선언한 것은 정권의 연착륙과 국정 동력 확보라는 국내 정치적 목표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CNN은 지난해 대선에서 자신의 주력 지지층이었던 ‘러스트 벨트’(낙후된 중서부 공업지역)의 백인 노동자층을 끌어모아 지지 기반을 강화하는 게 트럼프에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들 노동자층은 TPP와 같은 자유무역협정으로 일자리를 잃었다며 지난해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 어젠다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졌다. 지난 8년간 미국에 남은 ‘버락 오바마 흔적’을 지워 버리겠다는 노림수이기도 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국의 굴기(굴起)를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추진했고 TPP는 그 핵심 수단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TPP 타결을 앞두고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를 쓰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TPP는 재앙적 조치”라고 일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바마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대표 어젠다인 오바마케어(건강보험 개혁법) 폐기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취임 후에도 사사건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민주당의 입지를 좁히기 위해 TPP 탈퇴 카드를 일찍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원래 노동자들을 주 지지층으로 하는 민주당은 TPP에 반대해 온 만큼 트럼프의 TPP 탈퇴 결정에 별다른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대선 기간 TPP 폐기를 공언했을 정도다. 오히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논평을 내고 “TPP가 사라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선호해 온 공화당의 일부 중진은 이번 조치를 비판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TPP 탈퇴는 중국에 경제 규칙을 만들 빌미를 줄 뿐 아니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골치 아픈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수위 시절 트럼프의 외교고문이었던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선택을 비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된 TPP 탈퇴는 미국의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고 아시아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주요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강경 입장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세계 정치·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전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이어 23일(현지 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를 선언하는 등 글로벌 통상규범을 뿌리째 뒤흔들면서 세계 무역질서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으로서는 회원국으로 참여하지 못한 TPP가 사실상 와해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무관세 자유무역 블록에서 소외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 글로벌 무역 활성화 수단으로 추진됐던 다자 자유무역협정(메가 FTA)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TPP 협상 중단 및 탈퇴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보내며 “미국에 공정하고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무역협정을 위해 TPP에서 영원히 탈퇴하고 앞으로는 각국과 ‘일대일’ 양자 협정을 체결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TPP 협상에 참여한 11개국에 탈퇴를 서면으로 통보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미국이 NAFTA 재협상을 선언하고 TPP 탈퇴를 예고하자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경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장쥔(張軍) 중국 외교부 국제경제사 사장(국제경제국장)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외신기자들에게 “중국이 세계 경제의 리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동력을 잃은 TPP의 빈자리를 자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채우자는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중국의 대외팽창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로 무장해 미국과 패권을 겨뤄 보겠다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공식 일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를 확실하게 할 것”이라며 남중국해를 둘러싼 중국과의 기싸움을 시작했다. 그는 “인공섬들이 공해상에 있고 중국의 일부분이 아닌 게 맞는지가 관건”이라며 “한 국가(중국)가 점거하지 못하도록 국제적인 이익을 확실히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난사(南沙) 군도와 기타 부속 도서는 논쟁할 여지가 없는 중국의 주권 영역”이라고 반발해 양국의 군사적 대치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세종=이상훈 기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 질서를 구축해온 미국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한다며 자유무역의 리더 역할을 사실상 포기했다. 반면 글로벌 교역 무대에서 후발 주자였던 중국이 미국의 역할을 떠맡겠다고 나섰다. 주요 2개국(G2)의 리더십 재편이 삐걱대며 부쩍 어려워진 교역시장에 ‘리더 없는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각 나라와의 개별적인 무역 협정을 통해 국익을 극대화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상대국마다 경제 상황과 교역 내용이 서로 다른 만큼 일대일 ‘맞춤형 무역 협정’ 체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TPP 등 다자협상에서는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탓에 미국 입맛에 맞는 결론을 내기 어려웠다는 반성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양자 무역협정에 대한 강한 전투의지를 내비쳤다. 백악관은 20일 공개한 ‘6대 국정과제’에서 “미국과 맺고 있는 무역 협정을 위반하거나 우리 노동자에게 해를 가하는 국가들은 철저히 단속(crack down)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crack down’은 미국에서 경찰이나 연방수사국(FBI)이 마약 밀매, 성매매 등 범죄 현장을 단속할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그만큼 고강도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틈을 타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세계 자유무역 경제 패권을 꿰차려고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TPP 탈퇴를 발표한 23일 장쥔(張軍) 외교부 국제경제사 사장(국제경제국장)이 ‘중국이 세계 경제 질서의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리 계획된 고도의 정치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RCEP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기존 발언에 비해 수위가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교부가 이런 문제에 조심스러워했기에 장 사장의 발언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리더십을 잘 발휘하면 RCEP는 TPP보다 경제적 효과가 훨씬 높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TPP는 교역 규모가 큰 중국을 끌어들이지 못해 핵심이 빠진 협상이란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이 세계 무역 리더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 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 패권을 쥔 리더가 되려면 다자협상 참여국들이 경제적 효과를 누리도록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지만 중국은 자국 중심적인 무역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협력실 박사는 “중국은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자국 제품이 선진국에 밀릴 것을 우려한다. 막상 협상에 들어가면 시장을 잘 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CEP에 참여한 일본 인도도 중국에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김영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지역무역협정팀장은 “일본이나 인도는 국제사회에서 자국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크게 내기 때문에 RCEP가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과의 통상전쟁 때문에 당분간 RCEP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가 ‘리더 부재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 성립 이후 국제통화기금(IMF)-관세무역일반협정(GATT·1994년 세계무역기구(WTO)로 전환)이라는 양대 기둥을 바탕으로 70년 넘게 이어진 글로벌 경제 질서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워싱턴=이승헌·베이징=구자룡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틀 만에 보호무역주의 카드를 빼들었다. 22일 ‘미국 우선주의’를 위한 첫 조치로 멕시코, 캐나다와 맺고 있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NAFTA를 재앙이라고 규정했던 트럼프가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자신의 구상을 행동으로 옮기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재협상 요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백악관 참모진 시무식에 참석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곧 만나 NAFTA와 이민 문제, 국경에서의 치안 문제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31일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며 트뤼도 총리도 조만간 접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대통령 취임에 맞춰 발표한 ‘6대 국정 과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NAFTA 재협상을 공약했으며 우리의 파트너(국가)들이 미국 노동자들에 대한 공정한 재협상을 거부한다면 NAFTA를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당사국들에 통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통상정책 수장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로 하여금 미국이 맺고 있는 모든 무역협정을 점검해 필요하면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NAFTA는 협정을 맺고 있는 한 국가의 통보만으로도 재협상이 시작되며 이후 180일까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협상은 그대로 폐기된다. 그러나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NAFTA 규정을 바꾼다든지 NAFTA 폐기를 선언할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산 수입 제품 가격이 올라가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미국산 제품의 멕시코·캐나다 시장 접근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적지 않은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캐나다와 멕시코 정상은 이날 통화를 하고 북미 경제 통합 증진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합의하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백악관이 출범 직후부터 대대적인 언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어 또 다른 정치 쟁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통상 대통령 취임 초에는 정권의 연착륙을 고려해 백악관과 언론이 ‘허니문’ 기간을 갖기 마련인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 기간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뉴욕타임스 등 일부 기성 언론들이 트럼프 취임식과 8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취임식 인파를 비교한 데 대해 “요점은 취임식 인파의 규모가 아니라 취임 첫날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적법성을 훼손하려는 시도와 공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앉아서 그냥 받아들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언론의 공격에) 매일 필사적으로(tooth and nail) 맞서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NBC 방송에 나와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전날 취임식 인파를 부풀려 말한 데 대해 “이는 그 나름대로 ‘대안적 사실’을 말한 것이다. 거짓이 아니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하지만 콘웨이의 ‘대안적 사실’이라는 발언에 미 언론은 “대안적 사실은 사실이 아닌 만큼 결국 거짓과 뭐가 다르냐”고 비난하고 나섰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뉴욕=부형권 특파원}
“이게 대통령 취임사라고? 그냥 지난해 대선 유세 아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취임사를 마치자, 비교적 트럼프에게 우호적인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앵커는 이렇게 말했다. 그만큼 트럼프는 16분간의 짧은 취임사 내내 미 현대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전대미문의 직설화법을 쏟아냈다. 미국인들이 가장 충격을 받은 대목은 미국의 현 상황을 ‘살육(carnage)’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도심의 엄마와 아이들은 가난에 갇혀 있다. 녹슨 공장은 이 나라 곳곳에 묘비처럼 흩어져 있다. (중략) 미국에 대한 살육은 지금 당장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 임기 중 협력의 대상인 워싱턴 정치권을 향해서는 국민이 누려야 할 것을 빼앗아 거둬 간(reap)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바로 앞에 공화당 민주당 소속 의원 수백 명을 앉혀 두고서다. “너무나 오랫동안 워싱턴의 소수 그룹이 정부가 주는 보상을 거둬 갔지만 국민은 그 비용을 떠안았다. 워싱턴은 번창했다. 그러나 국민은 그 부를 나누지 못했다.” 그 후에도 희망보다는 ‘황폐(disrepair)’ ‘쇠퇴(decay)’ ‘상실(dissipate)’ 등 디스토피아적 어휘가 계속 등장했다. 이슬람국가(IS)에 대해서는 ‘박멸하겠다(eradicate)’라는 표현을 썼다. 대외정책에 대해서도 “수조 달러를 해외에 쓰는 동안 미국의 인프라는 황폐화되고 썩어서 쇠퇴했다. 우리는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면서 우리의 부와 힘, 자신감을 상실했다”는 선동적인 표현이 쓰였다. 그런 뒤 트럼프는 “오늘 이 시간부로 권력은 워싱턴에서 국민에게 이양된다”라며 “오늘은 국민이 다시 이 나라의 통치자로 자리매김한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주권’을 강조하는 듯하면서도,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에 기댄 채 철저히 기성 제도권을 겨냥해 온 트럼프의 선동적 포퓰리즘이 그대로 담긴 것이다. 트럼프 뒤편에 앉아 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취임사 내내 얼굴이 어두워진 채 기가 막힌 듯 종종 하늘을 올려다봤다. 취임사 작성에 참여한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21일자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연설은 포퓰리즘과 민족주의 색채를 보여 준 것”이라며 “19세기 대중적 지지를 기반으로 정치를 했던 앤드루 잭슨 대통령(7대) 이후 이런 연설은 없었다”고 자평했다. WP는 이를 토대로 ‘에이브러햄 링컨(16대)의 정당’으로 불리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서 로널드 레이건(40대)의 대선 구호를 흉내 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당선된 트럼프가 민주당 출신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인 잭슨을 연상시키는 취임사로 파격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역사학자들은 “잭슨 대통령은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들, 즉 노동자나 농민을 옹호하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그래서 기성 정치권력자 대부분이 그를 싫어했고, 언론도 그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대중에겐 인기가 높았다”고 평가한다. 대선 과정에서 ‘잊혀지고 소외된 사람을 대변하는 아웃사이더’ 이미지가 핵심인 ‘트럼피즘(Trumpism)’ 신드롬은 ‘잭슨이즘’을 닮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재무부가 ‘20달러 지폐 앞면 모델인 잭슨 대통령을 흑인 여성 인권운동가 해리엇 터브먼으로 교체할 계획’을 발표하자 “잭슨도 미국의 큰 성공을 이끈 역사적 인물인데 꼭 이런 식으로 교체해야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숀 윌렌츠 프린스턴대 교수(역사학)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트럼프는 잭슨 따라 하기에 나섰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잭슨은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지만, 트럼프는 지지율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거리 집회에서 나올 법한 연설”이라고 혹평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뉴욕=부형권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 시간) 취임사에서 제1 국정 운영 원칙으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천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방위 드라이브에 나섰다. 그는 취임식에서 “공허한 말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 행동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취임식과 거의 동시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추진하기 위한 6대 국정 과제를 발표했다. △미국 우선 외교 정책 △미군 재건 △모든 미국인을 위한 무역협정 △일자리 회복과 성장 △미국 우선 에너지 정책 △법질서 복원 등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핵 위협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안보 현안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미국 우선 외교 정책에 대해 백악관은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초점을 맞춘 외교 정책을 펼 것”이라며 “힘을 통한 평화가 외교 정책의 중심”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테러단체로의 자금 지원을 끊고 정보 공유를 확대하며 사이버전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 파트너국들과 공조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러집단을 이슬람국가(IS) 등으로 한정하지 않아 이란 등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게 워싱턴 정가의 평가다. 공화당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북한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추가 도발을 하면 테러집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NHK는 “북한이 새 엔진을 장착한 신형 ICBM 2기를 21일 새벽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기 전 이동식 발사대에 탑재해 평양 북쪽에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등 해외정보를 총괄하는 중앙정보국(CIA)을 취임 후 첫 정부기관으로 방문해 “우리는 테러집단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지금까지 우리의 진짜 힘을 다 사용하지 않았다”며 세계 최강 군사·정보대국의 힘을 본격적으로 발휘하겠다고 밝혔다. 미군 재건 정책과 관련해선 “북한과 이란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방어체계(MD)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마련된 국방 시퀘스터(예산 자동 삭감)를 끝내고 군사력 확충을 위한 새 예산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덧붙였다. 백악관은 무역협정에 대해선 “미국과 맺고 있는 무역협정을 위반하거나 우리 노동자에게 해를 가하는 국가들은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통상정책 수장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 후보자로 하여금 미국이 맺고 있는 모든 무역협정을 점검해 필요하면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한국과의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판단하면 이를 수정하거나 폐기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사에서 “이 순간부터 미국 우선주의라는 새로운 비전이 미국을 지배할 것”이라고 연이어 두 차례 강조한 뒤 “무역과 세금, 이민, 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 노동자와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추구할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며 “수십 년간 우리는 미국 산업을 희생하며 외국 산업의 배를 불렸고 다른 나라의 군대에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매우 슬프게도 우리 군대는 고갈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만간 주한미군 등 해외주둔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에 나설 것임을 전 세계에 공식 천명한 것이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