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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기자도 대답하는 선수도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한마디 한마디 힘들게 입을 뗐다. “어떻게 지냈냐”고 묻자 금세 그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천장을 쳐다보더니 울먹였다. 20일 캐나다 밴쿠버 하이엇호텔 코리아하우스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맏형 이규혁(32·서울시청)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규혁은 자신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남자 500m에서 15위, 1000m에서 9위에 그쳤다. 그는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 많은 분이 격려해 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죄송스럽다. 사실 이 자리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조만간 마음을 추스르겠다”며 힘들게 말을 이었다. 이규혁은 13세의 어린 나이에 태극 마크를 달고 20년 가까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이번 올림픽이 5번째 도전이었지만 결국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은 완벽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밤에 잠이 없고 아침에 잠이 많은데 올림픽을 위해 4년 전부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도록 연습했다. 시간 패턴을 위해 4년을 소비했고 성공적으로 적응했지만 경기 전날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에게는 특유의 느낌이 있다. 500m 경기 직전 내가 우승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안 되는 것을 도전한다는 게 너무 슬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계속 아쉬워했다.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그는 “후배들이 나한테 고마워했다고 들었다. 이제는 후배들에게 충고하는 것도 나한테는 욕심인 것 같다. 후배들은 실력이 뛰어난 데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메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올림픽 이후의 계획을 잡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음고생이 심한 것이 사실이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 이후에 차차 생각하겠다”고 밝혔다.밴쿠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북한 노메달로 마감선수 2명의 미니 선수단을 파견했던 북한이 메달 없이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마감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고현숙(25)과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이성철(24)을 출전시켰다. 2008년 2월 노르웨이컵 국제빙상대회 여자 500m와 1000m를 석권했던 고현숙은 17일 여자 500m에서 9위, 19일 1000m에서는 13위에 그쳤다. 17일 피겨 남자 싱글에 출전한 이성철은 쇼트프로그램에서 25위로 밀려 24위까지 주어지는 프리스케이팅 출전 자격을 놓쳤다. 북한은 처음 출전한 1964년 인스브루크 대회 때 한필화가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3000m에서 은메달,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황옥실이 여자 쇼트트랙 5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밴쿠버 기록실|◇21일▽쇼트트랙 남자 1000m ①이정수 1분23초747 ②이호석(이상 한국) 1분23초801 ③안톤 오노(미국) 1분24초128▽쇼트트랙 여자 1500m ①저우양(중국) 2분16초993 ②이은별 2분17초849 ③박승희(이상 한국) 2분17초927▽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①마르크 타위터르트(네덜란드) 1분45초57 ②샤니 데이비스(미국) 1분46초10 ③호바르 뵈코(노르웨이) 1분46초13 ⑤모태범(한국) 1분46초47▽알파인스키 여자 슈퍼대회전 ①안드레아 피슈바허(오스트리아) 1분20초14 ②티나 마제(슬로베니아) 1부20초63 ③린지 본(미국) 1분20초88▽스키점프 남자 라지힐 ①시몬 아만(스위스) 283.6점 ②아담 마위시(폴란드) 269.4점 ③그레고어 슐리렌차워(오스트리아) 262.2점▽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30km 추적 ①마르쿠스 헬네르(스웨덴) 1시간15분11초4 ②토비아스 앙게러(독일) 1시간15분13초5 ③요한 올손(스웨덴) 1시간15분14초2◇20일▽알파인스키 남자 대회전 ①악셀 룬 스빈달(노르웨이) 1분30초34 ②보드 밀러(미국) 1분30초62 ③앤드루 바이브레히트(미국) 1분30초65▽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5km 추적 ①마리트 뵈르겐(노르웨이) 39분58초1 ②안나 하그(스웨덴) 40분07초0 ③유스티나 코발치크(폴란드) 40분07초4 ○59이채원(한국) 47분34초6 ▽스켈리턴 남자 ①존 몽고메리(캐나다) 3분29초73 ②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 3분29초80 ③알렉산드르 트레탸코프(러시아) 3분30초75 ○22조인호(한국) 2분43초16▽스켈리턴 여자 ①에이미 윌리엄스(영국) 3분35초64 ②케르슈틴 심코비아크(독일) 3분36초20 ③아냐 후버(독일) 3분36초36}
21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박승희(18·광문고)는 경기 후 “사람들이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을 아무도 기대하지 않아서 부담도 적었고 내심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박승희의 말처럼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여자 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적었다. 하지만 최광복 여자 대표팀 코치는 지난달 미디어데이 때 “3일 훈련량을 하루에 소화할 만큼 혹독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최 코치가 예고한 반란은 21일 1500m 은, 동메달로 실현됐다. 이은별(19·연수여고)과 박승희.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둘이 이뤄 낸 값진 메달이었다. 둘의 선전은 올림픽 5연패를 노리는 3000m 계주를 앞두고 팀의 사기를 끌어올렸다.이은별은 월드컵 랭킹 3위로 한국 대표팀 선수 중 가장 높다. 152cm, 46kg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작은 체격. 하지만 지독한 연습벌레로 어릴 때부터 각종 대회를 휩쓴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2008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1500m 2위와 종합 2위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이듬해에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2위에 올랐다.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에이스라는 짐을 졌지만 그는 누구 못지않게 당차다. 밴쿠버로 가기 전 어머니 김경애 씨(52)에게 “마음을 비우고 즐겁게 놀다가 올게”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기 후에는 “중국의 저우양에게 너무 쉽게 금메달을 내준 게 아쉽다. 계주에서 중국이 강하지만 우리도 연습을 많이 해서 실력이 좋아졌다”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이은별보다 한 살 어린 대표팀 막내 박승희의 동메달은 예상 밖 수확이다. 그는 레이스 중반 한때 선두로 달렸지만 뒤따르던 캐서린 로이터(미국)가 그의 허벅지를 건드리며 리듬을 잃었다. 깜짝 금메달은 놓쳤지만 그는 “1500m가 약점 종목인데 동메달도 너무 잘한 것”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이은별과 박승희는 예전 올림픽의 전이경, 진선유처럼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둘은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차세대 에이스다.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성장한다면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여자쇼트트랙은 다시 세계 최강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그 전에 놓칠 수 없는 것이 25일 열리는 3000m 계주 금메달이다. 이번 올림픽은 중국이 한 수 위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10대 에이스들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승희는 “계주와 개인 종목 훈련이 반반일 정도로 계주에 많은 신경을 썼다.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이승훈 등과 팀추월 결선 나서 “금메달, 은메달을 땄으니 이제 동메달까지 따면 그때는 진짜 울 거예요. 그것도 무릎을 꿇고 울 겁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는 처음으로 2개의 메달을 목에 건 모태범(21·한국체대)은 18일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이렇게 말했다. 왜 다른 한국 선수들처럼 메달을 따고도 울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21일 캐나다 밴쿠버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남자 1500m 결승. 기대됐던 모태범의 ‘눈물 세리머니’는 다음 기회로 미뤄지게 됐다. 14조 아웃코스에서 레이스를 펼친 모태범은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1분46초47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중간 선두로 올라섰다. 모태범은 15조까지 1위를 지켜 메달의 희망을 가졌지만 16조의 이반 스코브레프(러시아)가 1분46초42를 찍으면서 선두를 내줬고, 17조의 마르크 타위터르트(네덜란드·1분45초57)와 호바르 뵈코(노르웨이·1분46초13)가 선전하며 4위로 추락했다. 마지막 조에서는 1000m 금메달리스트 샤니 데이비스(미국)가 전체 2위 기록(1분46초10)으로 골인했다. 결국 모태범은 동메달리스트 뵈코에게 0.34초 뒤진 5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전공이 아닌 1500m에서 선전한 모태범은 “중간 순위 1위에 오른 뒤 뒷조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 정말 애가 탄다. 메달을 조금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태범에게는 아직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 모태범은 28일 이승훈 등과 함께 남자 팀추월 결선에 나선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팀추월:2006년 토리노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한 팀은 3명의 선수로 구성되며 2팀이 대결해 이긴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팀은 반대편에서 3명씩 동시에 출발하며 남자는 8바퀴(3.2km), 여자는 6바퀴(2.4km)를 돈다. 마지막 주자의 골인 시간이 그 팀의 기록이 된다. 팀 선두가 상대팀 마지막 주자를 따라 잡아도 승리하기 때문에 팀추월이란 이름이 붙었다.‘미운 털’ 오노 미국선 ‘영웅’1000m 銅 추가… 겨울올림픽 美선수 역대 최다 7개 메달 한국 선수와 잇단 악연을 맺은 미국 쇼트트랙의 간판 아폴로 안톤 오노(28)가 이번 밴쿠버 올림픽을 통해 미국 내 최고의 겨울스포츠 스타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다. 오노는 21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엄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이정수(단국대) 이호석(고양시청)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동메달을 추가했다. 이번 대회에서 은 1개와 동메달 1개를 딴 오노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부터 올림픽에 세 차례 출전하는 동안 7개의 메달(금 2, 은 2, 동메달 3개)을 수확해 미국 선수 가운데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을 딴 주인공이 됐다. 오노는 경기장 밖에서도 미국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선수다.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지가 온라인으로 실시한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겨울올림픽 출전 선수’ 설문 조사에서 그는 37%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를 차지한 미국의 피겨 영웅 브라이언 보이타노(21%)를 크게 앞질렀다. 스노보드의 세계적인 아이콘인 숀 화이트는 오노가 얻은 지지의 절반도 얻지 못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일본계 미국인인 오노의 성공 스토리를 21일 비중 있게 다루며 조명했다. 오노는 뛰어난 경기력뿐만 아니라 ‘스타와 함께 춤을’ 같은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연예인 못지않은 끼를 발휘해 왔다. 피플지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에도 여러 번 뽑혔다. 조류인플루엔자를 극복하고 최근 3개월 동안 해초를 먹으며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1440km를 뛰는 극한의 방법으로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그의 영웅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노르웨이가 겨울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 100개를 돌파했다. 노르웨이는 19일 바이애슬론 여자 15km에서 토라 베르게르가 40분52초8로 우승해 통산 100번째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어 열린 남자 20km에서는 에밀 헤글레 스벤센이 48분22초5로 금메달 1개를 추가했다. 2006년 토리노대회까지 20번의 올림픽에서 98개의 금메달을 땄던 노르웨이는 전날 마리트 비에르겐이 여자 크로스컨트리에서 금메달을 딴 데 이어 이날 2개를 보탰다. 노르웨이는 19일 현재 통산 메달에서도 288개(금 101, 은 101, 동 86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선수는 남자 크로스컨트리의 비에른 델리로 8개를 목에 걸었다. 델리는 1992년 알레르빌과 1998년 나가노에서 각각 금 3개와 은 1개를 땄고 1994년 릴레함메르에서는 금 2개와 은 2개를 보탰다. 토마스 알스고르(크로스컨트리)와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바이애슬론)은 각각 5개의 금메달로 뒤를 이었다. 노르웨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메달을 딴 국가는 미국으로 19일 현재 84개다. 연방 해체 전 소련은 78개의 금메달을 땄고 이후 러시아는 34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20개의 금메달로 가장 많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는 짧은 시간에 가장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야 하는 빙상 종목이다. 16일 이 종목에서 우승한 모태범(21·한국체대)은 그래서 남자 육상 100m 세계신기록 보유자인 ‘번개’ 우사인 볼트(24·자메이카)에 비견된다. 종목 자체가 다르고 장비와 코스 등도 크게 달라 단순 비교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두 선수에겐 적지 않은 공통점이 있다.○ 기록 단축의 열쇠는 스타트단거리 종목에서 스타트는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다. 모태범은 스타트에 일가견이 있다. 체육과학연구원이 지난해 테스트한 자료에 따르면 모태범의 스타트 반응 속도는 0.23초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빨랐다. 모태범은 또 이번 대회 2차 레이스 초반 100m에서 31번의 피치(스케이트로 얼음을 한 번 밀어내는 동작)로 시간을 단축했다.볼트는 키가 196cm의 장신이기 때문에 초반 순발력이 떨어지는 편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m에서 당시 세계신기록인 9초69로 우승하긴 했지만 스타트 반응 속도는 0.165초로 최하위권이었다. 볼트는 이후 스타트 훈련에 전력을 기울였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0.146초로 이를 단축했다. 9초58이라는 기록 역시 스타트 향상에서 나온 셈이다. ○ 100m 경주의 승자는 볼트 “바다거북하고 조오련하고 수영시합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에 나오는 대사다. 그러면 모태범과 볼트가 경주를 하면 누가 더 빠를까. 이 가상 대결은 거리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모든 조건을 배제하고 100m 결과로만 보면 볼트가 빠르다. 볼트는 지난해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초58로 테이프를 끊었다. 시속으로 환산하면 37.6km다. 모태범의 첫 100m 기록은 1차 레이스와 2차 레이스가 각각 9초63과 9초61이다. 100m 이후에는 가속도가 붙은 후 모태범의 스케이트가 빛을 발한다. 이후 400m를 모태범은 25초29에 주파했다. 시속 56.9km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다시보기=모태범, 한국 빙속 사상 첫 번째 금메달 쾌거}

한국은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에서 금 6, 은 3, 동메달 2개로 종합 7위에 올랐다. 역대 겨울올림픽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쇼트트랙을 제외하고 나온 메달은 이강석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딴 동메달 1개가 고작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지난 대회까지 금메달 17개를 포함해 모두 31개의 메달을 수확했는데 그중 29개가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선 한국의 메달밭이 다양해졌다. 16일 현재 4개의 메달(금 3, 은 1) 중 3개의 메달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왔다. 이승훈이 남자 5000m에서 깜짝 은메달로 스타트를 끊었고 15일과 16일에는 모태범과 이상화가 기적 같은 레이스로 남녀 500m를 석권했다.당초 한국 선수단이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잡은 금메달은 남자 쇼트트랙 3개, 남자 스피드스케이팅과 여자 피겨 각 1개 등 총 5개.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한국의 초반 메달 레이스는 기대 이상이다. 이런 페이스라면 사상 최초의 두 자릿수 금메달도 노려볼 만하다.남녀 500m를 제패한 모태범과 이상화는 각각 18일과 19일 1000m에 출전해 2관왕에 도전한다. 남자 1000m에서는 대표팀 맏형 이규혁과 중장거리 전문인 문준도 메달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태범과 문준은 21일 남자 1500m에도 나선다. 선수단에서는 대회 마지막 날인 28일 열리는 남녀 팀 추월에서도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전통의 효자 종목 쇼트트랙에서는 남자 1000m와 5000m 계주에서 무난히 금메달을 딸 것으로 예상된다. 여자 쇼트트랙은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지긴 하지만 최근 선수단의 사기가 크게 올라 계주 등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26일 ‘겨울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여자 피겨 스케이팅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면 한국은 역대 최상의 겨울올림픽 시나리오를 완성하게 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워낙 변수가 많아 메달 목표를 높이지는 않았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큰일을 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한국이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도 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AP) 무명에 가깝던 모태범이 16일 밴쿠버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기적 같은 금메달을 따내자 AP와 AFP, 로이터, dpa통신 등 외신은 일제히 주요 기사로 이 소식을 타전했다. dpa는 “모태범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쇼트트랙 이외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21번째 생일을 자축했다”고 전했다. AP는 “한국 선수들이 빅 오벌에서도 매우 잘한다는 사실을 모태범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빅 오벌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가 열리는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동안 18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쇼트트랙 경기장보다 규모가 훨씬 큰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도 한국 선수가 위세를 떨쳤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모태범이 깜짝 생일 선물로 스스로를 놀라게 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빙상 종목을 사랑하는 네덜란드 팬들이 모태범의 깜짝 금메달에 울긋불긋한 모자를 빙판 위로 던져 축하를 전했다”고 전했다. 모태범은 그 모자를 쓰고 재미있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빙판을 돌았다. AFP는 “생일을 맞은 코리안 보이가 세계를 제패했다”면서 “모태범의 생각은 벌써 1000m와 1500m를 향하고 있다”고 썼다. 모태범은 18일과 21일 각각 1000m와 1500m에 출전해 다관왕에 도전한다. 중국 신화통신은 정빙기 고장으로 1시간 이상 경기가 지연된 혼돈상황 속에서도 500m 랭킹 14위 모태범이 끈기와 평상심을 잃지 않았다고 평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빙상의 간판 이규혁(32·서울시청)은 태릉선수촌의 터줏대감이자 한국 겨울올림픽의 산증인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빙상 신동 소리를 들었던 그는 13세 때 처음 태극 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올해 밴쿠버 대회까지 5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이규혁은 유독 올림픽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답게 늘 메달 후보로 주목 받았으나 역대 최고 성적은 2006년 토리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거둔 4위였다. 4전 5기의 도전에 나섰던 이번 대회. 어느 때보다 메달 가능성은 높아 보였다.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2009∼2010시즌 월드컵에서 그는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4차 대회 500m 2차 레이스에서 금메달을 땄고, 5차 대회에서는 1, 2차 레이스 모두 우승했다.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세계스프린트선수권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올림픽의 여신은 그를 외면했다. 이규석은 16일 열린 남자 500m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34초26)에 한참 뒤지는 기록(1차 35초145, 2차 35초34, 합계 70초48)으로 15위에 그쳤다. 메달에 대한 부담감이 가슴을 짓눌렀고 경기장 사정도 최악이었다. 1차 레이스에서 이규혁이 출전하기 전 정빙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1시간 넘게 경기가 지연돼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m 은메달리스트인 김윤만은 “경기 시간이 늦춰지면 선수들은 심리적 압박감이 커진다. 이규혁도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경기장은 안 그래도 빙질이 나쁘기로 악명 높은 곳이라 코너워크에 강점이 있는 이규혁에게는 더욱 치명적이었다. 밴쿠버 올림픽은 그에겐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이다. 그에겐 최후의 반전 카드가 남아 있다. 이규혁은 18일 오전 9시에 열리는 1000m 결선에 모태범과 함께 출전한다. 9회말 2사 후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 몰린 이규혁은 과연 마지막 타석에서 역전 홈런을 쳐낼 수 있을까.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아시아 출신 최초의 메이저 대회 챔피언 양용은(38)과 일본의 골프 천재 이시카와 료(19)가 국가의 명예를 걸고 맞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될까. 2004년 한 번 열렸다가 폐지됐던 남자 프로골프 한일대항전이 6년 만에 부활한다. 한국프로골프협회와 일본골프투어기구는 9월 중순 인천에서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프로골퍼들이 총출동하는 국가대항전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여자 한일대항전은 지난해까지 10차례 열렸으나 남자 대항전은 그동안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열리지 못했다. 올해 부활하는 남자 한일대항전은 한국의 대기업 한 곳이 스폰서로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구체적인 경기 일정과 장소 등을 3월 초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은 양용은 최경주 등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와 김경태 허석호 등 일본에서 뛰는 선수를 포함해 10명 정도의 선수를 선발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이시카와를 포함해 상금 랭킹 10위 이내의 선수를 내보낼 것으로 전해졌다. 양용은과 최경주는 PGA 투어 일정과 겹치지 않을 경우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첫 대회 때는 연장전에서 양용은이 버디를 잡아내며 한국이 승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선 꼴찌가 금메달을 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 5명이 나선 결선에서 가장 뒤처졌던 그는 앞선 4명의 선수가 결승선 앞에서 연쇄 충돌하면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신체 접촉이 빈번한 쇼트트랙은 이처럼 변수가 많다. 14일 밴쿠버 올림픽 남자 1500m 결선에서도 성시백과 이호석이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충돌하면서 한국은 금, 은, 동메달 석권을 놓쳤다. 3위에서 끼어들기를 시도한 이호석은 실격 처리됐고, 2위를 달리던 성시백은 결국 5위로 골인했다. 성시백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규정상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김범주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심판이사는 “결선이 아니라 예선이나 준결선이었다면 다른 선수의 방해가 인정돼 어드밴티지를 받아 다음 라운드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결선에서는 보상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다시보기 = 남자 쇼트트랙 첫 금메달 순간…아쉬운 싹쓸이}
일본계 미국 쇼트트랙 선수 아폴로 안톤 오노(28·미국)는 국내 팬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1500m 결선에서 나온 할리우드 액션이다. 당시 김동성은 가장 먼저 결승전을 통과했으나 오노는 반칙을 당했다는 과장된 몸짓을 보였고, 심판진은 김동성에게 실격을 선언했다. 금메달은 결국 2위로 골인한 오노에게 돌아갔다. 이 사건은 한국 팬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그해 열린 축구 월드컵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 안정환이 골을 넣은 뒤 오노의 액션을 그대로 따라한 골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8년 만에 오노가 다시 구설에 올랐다. 오노는 14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시엄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1500m 결선에서 골인 직전 앞서가던 성시백과 이호석이 부딪쳐 넘어지는 바람에 행운의 은메달을 차지했다. 오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솔트레이크시티 때처럼 또 다른 실격이 나오길 기대했다”며 한국 팬들의 안타까움에 불을 지피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술 더 떠 오노는 15일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전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의 방해가 없었다면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노는 “한국 선수 중 한 명을 인코스로 추월하려 했는데 그 선수가 왼손으로 나를 막는 바람에 속도가 줄었다”며 “나는 한 번도 다른 선수의 팔이나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메달을 딴 이정수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노의 몸싸움이 심했다. 시상대에 올라와서는 안 될 선수다. 심판이 못 보면 반칙이 아니라지만 팔을 너무 심하게 썼다”고 지적했다.한편 오노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에는 “이정수의 금메달 축하. 동메달을 딴 JR(셀스키)는 정말 축하. 와, 한국 선수들은 언제나처럼 강했다”고 썼다. 오노는 이날 은메달로 통산 6개의 메달(금2, 은2, 동2)을 따내 올림픽 3연패를 한 빙상 여제 보니 블레어(46)와 함께 미국인으로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대한항공은 후반기를 앞두고 ‘원조 괴물’ 레안드로 다 실바(27·브라질)를 데려왔다. 레안드로는 2006∼2007시즌 삼성화재에서 득점왕과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레안드로는 국내 복귀전인 15일 현대캐피탈과의 인천 경기에서 양 팀을 통틀어 최다인 30점을 올렸다. 서브 에이스 4개, 블로킹 2개, 후위 공격 15개로 트리플 크라운에 블로킹 1개가 모자라는 대단한 활약이었다. 하지만 서전트 점프 80cm를 뛰었던 레안드로는 예전의 탄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 1-3(25-22, 22-25, 23-25, 23-25)으로 역전패했다. 지난해 성탄절 이후 이어온 10연승 행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1세트에서 10점을 쏟아 부은 레안드로는 2세트에서 4점에 그쳤다. 3세트에서 11점으로 반짝하는가 싶더니 4세트에서 다시 5득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무엇보다 고비마다 현대캐피탈의 높은 블로킹 벽을 뚫지 못했다. 지휘봉을 잡은 뒤 2패째(14승)를 당한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대행은 “그나마 오늘은 레안드로 덕분에 버텼다. 범실만 줄이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대한항공에 3연패 뒤 첫 승을 거둔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3위로 끌어내리고 2위로 올라섰다. 여자부에서는 선두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3-0(25-23, 25-20, 25-21)으로 가볍게 눌렀다. 흥국생명은 8연패에 빠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선 꼴찌가 금메달을 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 5명이 나선 결선에서 가장 뒤처졌던 그는 앞선 4명의 선수가 결승선 앞에서 연쇄 충돌하면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체 접촉이 빈번한 쇼트트랙은 이처럼 변수가 많다. 14일 밴쿠버 올림픽 남자 1500m 결선에서도 성시백과 이호석이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충돌하면서 한국은 금, 은, 동 석권을 놓쳤다. 3위에서 끼어들기를 시도한 이호석은 실격 처리됐고, 2위를 달리던 성시백은 결국 5위로 골인했다. 성시백으로선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규정상 보상을 받을 수 없다. 김범주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심판이사는 "결선이 아니라 예선이나 준결선이었다면 다른 선수의 방해가 인정돼 어드밴티지를 받아 다음 라운드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결선에서는 보상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경기가 너무 부당하면 심판의 권한으로 재경기를 선언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정상적인 플레이 중 발생한 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일본계 미국 쇼트트랙 선수 아폴로 안톤 오노(28·미국)는 국내 팬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결정적인 계기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 1500m 결선에서 나온 할리우드 액션이다. 당시 김동성은 가장 먼저 결승전을 통과했으나 오노는 반칙을 당했다는 과장된 몸짓을 보였고, 심판진은 김동성에게 실격을 선언했다. 금메달은 결국 2위로 골인한 오노에게 돌아갔다. 이 사건은 한국 팬들의 공분을 일으켰고 그 해 열린 축구 월드컵 한국과 미국의 경기에서 안정환이 골을 넣은 뒤 오노의 액션을 그대로 따라한 골 세리머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8년 만에 오노가 다시 구설에 올랐다. 오노는 14일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열린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1500m 결선에서 골인 직전 앞서가던 성시백과 이호석이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행운의 은메달을 차지했다. 오노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솔트레이트시티 때처럼 또 다른 실격이 나오기 기대했다"며 한국 팬들의 안타까움에 불을 지피는 듯한 발언을 했다. 한 술 더 떠 오노는 15일 시애틀 포스트 인텔리전서와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의 방해가 없었다면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노는 "한국 선수 중 한 명을 인코스로 추월하려 했는데 그 선수가 왼손으로 나를 막는 바람에 속도가 줄었다"며 "나는 한 번도 다른 선수의 팔이나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금메달을 딴 이정수는 경기 후 기자 회견에서 "오노의 몸싸움이 심했다. 시상대에 올라와서는 안 될 선수다. 심판이 못 보면 반칙이 아니라지만 팔을 너무 심하게 썼다"고 지적했다. 한편 오노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에는 "이정수의 금메달 축하. 동메달을 딴 JR(셀스키)는 정말 축하. 와, 한국 선수들은 언제나처럼 강했다"고 썼다. 오노는 이날 은메달로 통산 6개의 메달(금2, 은2, 동2)을 따내 올림픽 3연패를 한 빙상 여제 보니 블레어(46)와 함께 미국인으로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두산의 고졸 7년 차 내야수 김재호(25)는 한국에서는 특급 스타가 아니다. 하지만 전지훈련지인 일본 미야자키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두산의 연습장인 사이토 구장에는 김재호만 따라다니는 열혈 아줌마 팬이 한 명 있다. 오즈카 시게코라는 이 여성은 2008년 잠실구장을 찾았다가 김재호의 활약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특히 이튿날 한국의 스포츠신문을 장식한 김재호의 웃는 모습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오이타 현 나카쓰 시에 사는 오즈카 씨는 직장이 쉬는 날이면 3, 4시간 운전을 해 사이토 구장에 와 김재호를 따라다닌다. 두산 잠바를 입는 것은 기본이다. 사이토 구장에는 오즈카 씨처럼 두산 유니폼이나 두산 모자를 쓰고 선수들을 응원하는 일본인 팬이 꽤 된다. 두산 운영팀의 박진환 대리는 “가족 단위로 오는 분들도 있고 여성분들만 오는 경우도 있다.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김재호는 “오즈카 씨는 요즘도 가끔 한국에 와서 선물을 주곤 한다. 응원하는 팬이 있다는 생각에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고치에서 훈련 중인 SK의 최고 스타는 주전 도약을 노리는 5년 차 사이드암 투수 이한진(27)이다. 이한진은 건국대 재학 시절 연예기획사로부터 모델 섭외를 받았을 정도의 ‘얼짱’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데다 키도 190cm나 돼 늘씬하다. SK가 훈련 중인 고치 시영구장에는 항상 젊은 아줌마 팬 여러 명이 철조망에 매달려 이한진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 SK 김현수 과장은 “야구 열심히 하겠다고 머리를 짧게 자르고 왔는데 오히려 ‘짐승돌’ 이미지로 비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야자키 휴가에서 훈련 중인 KIA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후광을 톡톡히 받고 있다. KIA 직원들이 유니폼이나 잠바 차림으로 식당에라도 갈라치면 “한국에서 우승한 팀 아니냐”며 반긴다고 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일본과 상대했던 투수 윤석민이나 외야수 이용규는 여기에서도 스타 대접을 받는다고. 왕년의 에이스 이대진도 여기서 특급 스타다. 노대권 KIA 홍보팀장은 “한 아줌마 팬은 어디에서 구했는지 2001년 KIA 창단 당시의 이대진 유니폼을 들고 와 직접 사인을 받기도 했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 야구의 위상이 올라간 덕분인지 연습장면을 구경하는 팬들도, 아는 척하는 팬들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두산과 함께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LG는 지난해 엑스존을 설치했다. 공격 야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LG는 홈경기마다 잠실구장 펜스(중앙 125m, 좌우 100m)를 4m씩 당기고 펜스 높이를 2.7m에서 2m로 낮췄다. 엑스존은 기존 펜스와 간이 펜스 사이에 생기는 공간이다. LG는 지난달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회의를 거쳐 엑스존을 올 시즌에도 유지하기로 했다. 타자들은 물론이고 투수들도 동의했다고 한다. 지난해 LG 타자들은 엑스존에 29개의 홈런 볼을 떨어뜨렸다. 엑스존이 없었다면 안타나 외야 뜬공이 될 공이 홈런이 된 것이다. 반면 다른 팀 선수들은 33개의 엑스존 홈런을 쳤다. 단순 비교로는 손해지만 질적으론 이익이었다는 게 LG의 생각이다. LG 관계자는 “큰 점수로 앞서거나 뒤졌을 때 나온 홈런을 제외하고 승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홈런만 따져 보면 우리 팀이 2경기 앞섰다”고 분석했다. 엑스존은 사회 취약계층에도 도움을 준다. LG는 지난해 중순부터 엑스존을 엑스캔버스 존으로 명명했다. LG 선수가 엑스존 홈런을 치면 관계사인 LG전자가 엑스캔버스 TV 1대씩을 기부하기로 했다. LG는 10일 서울 지역 아동센터와 저소득 다문화 가정에 42인치 액정표시장치(LCD) 엑스캔버스 TV 29대를 기증했다. 금액으로는 2900만 원 상당이다. 하지만 엑스존 유지비는 만만치 않다. 엑스존을 설치하기 위해선 아르바이트생 10여 명이 서너 시간에 걸쳐 펜스를 조립해야 한다. 1인당 일당이 7만 원가량 된다. 66번의 홈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20여 차례에 걸쳐 펜스를 당겼다가 늘리는 데 연간 3000만 원가량이 소요된다. 엑스존에 떨어진 홈런 볼을 잡기 위해 뛰어내리는 팬들을 막기 위한 ‘엑스맨’도 고용해야 한다. LG 관계자는 “올해는 이병규와 이택근 등이 가세해 더 많은 엑스존 홈런을 기대하고 있다. 어려운 이웃도 돕고 팀 성적에도 기여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52)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히어로즈가 메인 스폰서를 구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9일 국내 3대 타이어업체인 넥센타이어와 2년간 메인 스폰서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히어로즈의 공식 명칭은 앞으로 2년간 ‘넥센 히어로즈’가 된다. 넥센타이어는 유니폼과 헬멧, 모자 등에 대한 광고권도 갖는다. 구체적인 후원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연간 50억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구단 운영비로 100억 원가량을 쓰는 히어로즈는 몇몇 서브 스폰서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어 구단 운영에 한결 숨통이 트이게 됐다. 2008년 출범 당시 메인 스폰서에 구단 이름을 팔아 운영비의 일부를 조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했던 히어로즈는 우리담배와 3년간 300억 원에 이르는 후원 계약을 했다. 하지만 우리담배가 그해 7월 메인 스폰서 중단을 선언하면서 재정난에 휩싸였다. 서브스폰서 체제로 지난 시즌을 어렵게 넘겼던 히어로즈는 지난 연말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택근(LG), 장원삼(삼성), 이현승(두산) 등 주축 선수 3명을 현금 트레이드로 타 구단에 보내기도 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후원 업체로 참여했는데 이때 큰 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남 창녕군에 1조 원 규모의 제2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한 넥센타이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히어로즈 후원이라는 스포츠 마케팅을 택했다고 밝혔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시진 감독은 “선수들이 의욕을 갖고 야구를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우리를 후원해 주는 기업이 부끄럽지 않게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52)의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히어로즈가 메인 스폰서를 구해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히어로즈는 9일 국내 3대 타이어업체인 넥센타이어와 2년간 메인 스폰서 계약을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히어로즈의 공식 명칭은 앞으로 2년 간 '넥센 히어로즈'가 된다. 넥센타이어는 유니폼과 헬멧, 모자 등에 대한 광고권도 갖는다. 구체적인 후원 금액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연간 50억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구단 운영비로 100억 원 가량을 쓰는 히어로즈는 몇몇 서브 스폰서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어 구단 운영에 한결 숨통이 트이게 됐다. 2008년 출범 당시 메인 스폰서에 구단 이름을 팔아 운영비의 일부를 조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했던 히어로즈는 우리담배와 3년간 300억 원에 이르는 후원 계약을 했다. 하지만 우리담배가 그해 7월 메인 스폰서 중단을 선언하면서 재정난에 휩싸였다. 서브스폰서 체제로 지난 시즌을 어렵게 넘겼던 히어로즈는 지난 연말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택근(LG), 장원삼(삼성), 이현승(두산) 등 주축 선수 3명을 현금 트레이드로 타 구단에 보내기도 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후원 업체로 참여했는데 이 때 큰 홍보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남 창녕군에 1조 원 규모의 제2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한 넥센타이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위해 히어로즈 후원이라는 스포츠 마케팅을 택했다고 밝혔다.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김시진 감독은 "선수들이 의욕을 지니고 야구를 더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우리를 후원해 주는 기업이 부끄럽지 않게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월급통장에 7000만 원이 찍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는 두산 간판타자 김동주로 연봉은 7억 원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비활동 기간인 12월과 1월을 제외하고 10개월에 걸쳐 연봉을 나눠 받는다. 따라서 매달 25일 김동주의 통장에는 7000만 원이 입금된다. 김동주를 비롯해 매달 1000만 원 이상이 통장에 찍히는 프로야구 선수는 올해 110명으로 집계됐다.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10년 8개 구단 소속 선수 자료에 따르면 각 구단에 등록된 선수는 신인 62명, 외국인 선수 16명을 합쳐 총 474명으로 이 중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선수는 전체의 23.2%인 110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억대 연봉 선수 101명에서 9명이 늘어난 역대 최다. 올해 처음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한 선수는 31명에 이른다. 2년 연속 연봉 킹에 오른 김동주에 이어 롯데 투수 손민한과 삼성 유격수 박진만이 각각 6억 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4위는 LG 외야수 이진영으로 5억4000만 원을 받는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396명의 평균 연봉은 8687만 원으로 지난해(8417만 원)보다 3.2% 올랐다. 연봉이 가장 많이 오른 선수는 KIA 김상현이다. 지난해 5200만 원을 받았던 그는 홈런, 타점, 장타력 3관왕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까지 차지하며 2억4000만 원에 계약해 인상률은 361.5%에 이른다. 같은 팀의 최희섭은 2억 원에서 4억 원이 돼 인상 금액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구단별로는 지난 3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차지한 SK가 평균 1억1422만 원으로 5년 연속 선두를 달리던 삼성(1억214만 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병규, 이택근 등 고액 연봉 선수를 영입한 LG가 1억325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송진우, 정민철, 김민재 등이 은퇴하고 김태균(일본 롯데), 이범호(소프트뱅크) 등이 일본으로 진출한 한화는 5200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등록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지난해보다 0.1세 낮아진 27.5세였고 평균 신장과 몸무게는 각각 0.5cm, 0.9kg 증가한 182.9cm, 85kg이었다. 최고령 선수는 41세인 삼성 양준혁으로 최연소인 두산 김준호(19)와는 22세 차. 최장신은 두산 신인 장민익(207cm)이었고, 최단신은 KIA 김선빈(165cm)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월급통장에 7000만 원이 찍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올해 프로야구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는 두산 간판타자 김동주로 연봉은 7억 원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비활동 기간인 12월과 1월을 제외하고 10개월에 걸쳐 연봉을 나눠 받는다. 따라서 매달 25일 김동주의 통장에는 7000만 원이 입금된다. 김동주를 비롯해 매달 1000만 원 이상이 통장에 찍히는 프로야구 선수는 올해 110명으로 집계됐다. 8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10년 8개 구단 소속 선수 자료에 따르면 각 구단에 등록된 선수는 신인 62명, 외국인 선수 16명을 합쳐 총 474명으로 이 중 연봉 1억 원 이상을 받는 선수는 전체의 23.2%인 110명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억대 연봉 선수 101명에서 9명이 늘어난 역대 최다. 올해 처음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한 선수는 31명에 이른다. 2년 연속 연봉 킹에 오른 김동주에 이어 롯데 투수 손민한과 삼성 유격수 박진만이 각각 6억 원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4위는 LG 외야수 이진영으로 5억4000만 원을 받는다. 외국인 선수와 신인 선수를 제외한 396명의 평균 연봉은 8687만원으로 지난해(8417만원)보다 3.2% 올랐다. 가장 연봉이 많이 오른 선수는 KIA 김상현이다. 지난해 5200만 원을 받았던 그는 홈런, 타점, 장타력 3관왕에 정규시즌 최우수선수까지 차지하며 2억4000만 원에 계약해 인상률은 361.5%에 이른다. 같은 팀의 최희섭은 2억 원에서 4억 원이 돼 인상 금액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구단별로는 지난 3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1회를 차지한 SK가 평균 1억1422만 원으로 5년 연속 선두를 달리던 삼성(1억214만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병규, 이택근 등 고액 연봉 선수를 영입한 LG가 1억325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송진우, 정민철, 김민재 등이 은퇴하고 김태균(일본 롯데), 이범호(소프트뱅크) 등이 일본으로 진출한 한화는 5200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등록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지난해보다 0.1세 낮아진 27.5세였고 평균 신장과 몸무게는 각각 0.5cm, 0.9kg 증가한 182.9cm, 85kg이었다. 최고령 선수는 41세인 삼성 양준혁으로 최연소인 두산 김준호(19)와는 22살 차. 최장신은 두산 신인 장민익(207cm)이었고, 최단신은 KIA 김선빈(165cm)이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