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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 등에게 금품로비를 벌인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가 문원경 전 행정자치부 차관을 상대로 낸 보관금 청구소송과 관련해 문 전 차관이 “유 씨와 돈거래를 한 적이 없다”는답변서를 낸 것으로 7일 확인됐다. 그동안 이 소송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던 문 전 차관은 지난달 21일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담당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민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규진)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변론 재개를 신청했다. 문 전 차관은 답변서에서 “나에게 돈을 줬다는 유씨의 주장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유 씨와의 관계에서 금전을 주고받은 사실도 없고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계약서나 영수증 같은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되기 직전 유 씨는 “2008년 문씨에게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포스코건설 공사현장에 개설되는 함바집 운영권을 준다는 약속을 받고 개설 준비비용으로 3차례에 걸쳐모두 2억 원을 지급했으나 진척이 없으니 돈을 돌려 달라”고 주장하는 등 총 5억5000만 원의 보관금 청구소송을 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매일 부모님 안부를 물었는데 시위사태 이후 연락이 안 돼요.” “민주화를 향한 아랍인들의 요구가 인근 국가로 파도처럼 퍼져나갈 겁니다.”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국이슬람중앙회(이슬람사원)에서 열린 ‘주마(Jumah·금요 예배)’에 참석한 이집트인 이브라임 알 하발 씨(33)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하며 가족 걱정과 함께 조국에 대한 새로운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이집트인 등 중동인 수십 명은 이날 예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고국의 소식과 가족 걱정에 애를 태웠다. 영국 BBC, 아랍위성방송 알자지라 등 외신으로 매일 현지 상황을 듣고 있는 이집트인들에게 가장 큰 걱정은 역시 가족의 안전. 한국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무함마드 압델메제드 씨(31·회사원)는 “매일 인터넷 화상통화로 일흔이 넘은 부모님의 건강을 확인했는데 시위가 발발한 뒤로는 인터넷이 안 돼 연락을 못하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아메르 제이마 씨(31·회사원)는 “무바라크 정권의 방송 등 언론 통제가 심해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카이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다고 한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날 만난 이집트인과 중동인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과 정치 개혁을 지지했다. 메드하트 제이마 씨(28·중고차 매매업)는 “이집트에서는 원칙도 인권도 없어 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살았다”며 “무바라크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예멘 출신 무함마드 알루아 씨(35·단기 체류)는 “독재에 억눌려온 중동국가 국민이 이집트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며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 다음 순서는 알제리와 요르단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초록바다' '우산' 등 어린이가 쉽고 재미있게 부를 수 있는 동요를 만들어 온 작곡가 이계석 씨가 3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이 씨는 1952년 "빨간 우산, 파란 우산, 찢어진 우산"이라는 가사로 유명한 '우산'을 시작으로 '초록바다'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와 '바닷가에서' '화음삼형제' '귀뚜라미 노래잔치' '도라지꽃' 등 지금도 애창되는 동요 150여 편을 작곡했다. 교과서에 실린 동요만도 12곡에 이른다. 어린이가 쉽고 재미있게 부를 수 있는 이 씨의 곡들엔 이 씨의 40여 년 초등학교 교사 경험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씨는 1922년 평안북도에서 태어나 서라벌예대 음악학과를 졸업하고 1947년 서울 효제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제1회 한국아동음악상 수상을 시작으로 동요 작가로 활동했으며 한국아동음악상 운영위원,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평의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왔다. 빈소는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아들 택남 씨(전 중앙고속 소장)와 딸 난수 인수 정수 현수 씨가 있다. 발인은 5일 오전 6시 반. 02-3410-6909.장관석기자 jks@donga.com}
‘계산 잘못했다가….’ 지난달 26일 오후 김포공항. 중국 상하이를 떠나 김포공항에 도착한 김모 씨(55)는 오랜만에 맛보는 고국의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을 크게 했다. 10년 만에 귀국한 김 씨는 설을 앞두고 그리운 가족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부풀었다. 그러나 이런 설렘도 잠시. 김 씨는 공항에서 나오기 위해 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당당하게 여권을 내밀었다가 곧바로 마약 밀반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김 씨는 2000년부터 2001년 1월까지 마약 6kg을 중국 칭다오에서 한국에 있던 공범 A 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당시 A 씨가 체포되자 2003년 10월 중국으로 도피했다. 당시 마약 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10년. 일반적으로 공범에 대한 공소시효는 범행이 완료된 시점부터 계산한다. 따라서 김 씨는 올 1월 중순이면 10년이 지나는 것으로 생각했고 이에 따라 이날 귀국했다. 하지만 이는 김 씨의 착각. 공범이 해외 등으로 도피할 경우 다른 한쪽의 최종심이 결정될 때까지의 기간은 공소시효에서 빠진다는 점을 몰랐던 것. A 씨가 기소된 2002년 3월부터 확정판결을 받은 2004년 1월까지의 기간이 김 씨의 공소 시효에 더 추가됐다. 김 씨를 구속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김 씨의 공소시효는 2012년 11월까지”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성심여대 총장을 지낸 김재순 아녜스 수녀(사진)가 83세를 일기로 지난달 30일 오후 4시 57분 선종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김 수녀는 1944년 서울 명동성당에서 가톨릭 세례를 받았으며 서울대 문리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 중이던 1958년 뉴욕에서 성심수녀회에 입회함으로써 수녀가 됐다. 1983년 아웅산 테러 때 숨진 김재익 대통령경제수석의 누나인 그는 1975년부터 1983년까지 성심여대 학장으로 봉직했고 1993년부터 1996년까지 성심여대 총장으로 학교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빈소는 서울 용산구 원효로 성심수녀회에 마련됐으며 장례 미사는 1일 오전 9시에 원효로의 성심여고 바라홀에서 열린다. 02-701-5501}
“결혼할 운명이 아닌데 결혼해 큰일 났다. 남편 전처의 영혼을 달래주는 천도재를 지내지 않으면 남편과 자식들에게 화가 미칠 것이다.”2007년 12월경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점집을 찾은 최모 씨(53·여)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미 남편이 다치고 부모가 고령으로 쓰러져 걱정이 컸던 최 씨는 자신이 늦은 나이에 결혼한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린 점쟁이 이모 씨(51·여)에게 ‘혹’할 수밖에 없었다. 이 씨에게 홀린 최 씨는 전 재산 5억 원을 천도재 비용으로 갖다 바쳤고 급기야 자신이 경리과장으로 있는 병원의 공금에도 손을 대 3년 동안 172억 원을 기도비 등으로 제공했다. 최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과 자식에게 화가 미친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돈을 갖다 주게 됐다”고 말했다.점쟁이 이 씨의 금품 갈취는 최 씨의 공금횡령 사실이 병원 직원에게 들통 나면서 끝났다. 서울중부경찰서는 27일 무속인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최 씨도 횡령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최 씨 돈으로 3년간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장기 투숙하고 보석과 명품가방 40여 개를 사는 등 호사를 누렸으며 호스트바 2곳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27일 법원으로부터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뇌물)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13일 법원에서 기각됐던 강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그동안 난항을 거듭했던 이번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동부지법 이건배 부장판사는 이날 “사안의 중대성이 크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유상봉 씨(65·구속 기소)로부터 2009년경 건설공사 현장의 민원 해결, 경찰관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1억8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한 차례 영장 기각의 수모를 겪은 검찰은 재청구 영장도 기각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강 전 청장의 증거인멸 정황을 법원에 제시했다. 검찰은 이날 강 전 청장이 브로커 유 씨에게 소개한 경찰관 50여 명의 명단을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또 강 전 청장 측이 재직 당시 경찰청 부속실 근무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들과 사전에 입을 맞추려 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강 전 청장이 유 씨에게 지난해 8월경 4000만 원을 주면서 외국 도피를 권유했고 (유 씨가) 검거되면 자신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허위 진술을 부탁한 정황도 제시했다. 강 전 청장 측은 그동안 “경찰청장에 취임한 뒤 유 씨에게서 떡값 명목으로 400만 원씩 세 차례 받았을 뿐”이라며 인사 청탁 등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왔다. 또 검찰이 재청구한 구속영장도 유 씨의 진술에 의존한 부분이 많고 구체적인 물증이 부족하다고 반박해 왔다. 하지만 강 전 청장은 이날 구속수감되면서 “물의를 빚어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강 전 청장이 구속됨에 따라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 김병철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나머지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또 이들에 대한 신병처리를 마치는 대로 유 씨와 돈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된 문원경 전 행정자치부 차관, 정모 전 경찰공무원 등 전현직 정관계 인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는 상식과 형평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앞으로 나머지 관련자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국회가 국가인권위원회의 2011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 관련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크게 삭감한 것으로 나타나 인권위의 북한 인권 관련 연구와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26일 인권위 2011년 세출 예산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 예산은 48억1000만 원으로 이 중 북한인권 예산에는 2억 원이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 북한 인권 예산으로 배정된 3억3000여만 원보다 36%가량 줄어든 것. 인권위와 정부는 당초 3억1400만 원의 북한 인권 예산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는 2011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북한 인권 실태조사 용역 목적으로 인권위가 요구한 예산 1억 원을 전액 삭감했다. 또 자료집 발간과 도서 구입 목적으로 요구한 예산 4100만 원 가운데 1100만 원이 삭감됐으며 국제심포지엄 목적으로 요구한 예산도 100만 원이 삭감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25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이달 13일 법원에서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의 혐의 사실은 경찰관들의 인사 청탁 명목으로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구속 기소)에게서 10차례에 걸쳐 모두 1억1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였다. 그러나 25일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금품의 규모가 1억8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부하 경찰간부들을 시켜 유 씨가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는 데 도움을 주고 7차례에 걸쳐 7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추가한 것. 특히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의 명분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8월 도입된 검찰시민위원회를 우군(友軍)으로 끌어들였다. 서울동부지검은 24일 외부인사 8명으로 구성된 검찰시민위를 열어 강 전 청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안건에 올렸고, 시민위는 만장일치로 “상식과 형평에 맞춰 영장 재청구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영장이 기각된 이후 10여 일간 보강수사를 벌여온 검찰은 강 전 청장 구속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강 전 청장은 유 씨에게서 돈을 받은 단서가 포착된 전현직 경찰 간부와 공기업 사장 등 10여 명 가운데 수수금액이 가장 큰 데다 전현직 연루자를 통틀어 최고위직 인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강 전 청장에 대해 재청구한 구속영장마저 기각된다면 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 동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강 전 청장 영장 기각으로 ‘함바 게이트’ 수사가 한동안 삐걱거린 데 이어 서울서부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원곤 부장)이 한화그룹 전현직 임직원 5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마저 24일 모두 기각되자 검찰에서는 법원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서부지검은 25일 남기춘 지검장 주재로 수사팀이 회의를 열고 무더기 영장 기각 사태에 따른 대책을 논의했다. 검찰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소환조사를 받은 한화그룹 임직원들이 회사로 돌아가 대책회의를 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많다”며 “구속수사가 불가피한데도 법원이 영장을 모조리 기각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강희락 전 경찰청장이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1억1000만 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이날 유씨와 강 전 청장을 대질 신문했다. 23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에 재소환된 강 전 청장은 이날 조사에서 “2008년 9∼12월 떡값 명목으로 400만 원만 받았다”며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그동안 강 전 청장이 인사청탁 대가로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혐의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강 전 청장은 물론이고 유 씨를 통해 인사청탁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과 강 전 청장 재임 중 부속실 근무자 등을 재소환해 혐의 사실 입증에 수사력을 모아 왔다. 특히 검찰은 유 씨가 경기지역 모 경찰서 H경감 등 승진 결격 사유가 있는 경찰관에게도 “(강 전 청장과도) 연결해 승진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강 전 청장 측은 이날 재소환 조사에서 “경찰청장에 취임한 뒤 유 씨에게서 400만 원씩 세 차례 받았을 뿐이며 특히 검찰이 (인사청탁이 이뤄졌다고) 제시한 기간에 받은 돈은 4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2005년 대구지방경찰청장 재직 때부터 200만 원씩 받아온 돈을 합해도 40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 강 전 청장 측의 주장이다. 강 전 청장은 도피자금으로 유 씨에게 4000만 원을 건넸다는 검찰 측 주장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청장 측은 브로커 유 씨가 인사청탁을 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으며, 검찰이 영장실질심사 때 인사청탁 증거로 가져온 통화기록에도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청장 측은 “유 씨가 인사청탁 명목으로 경찰들에게서 돈을 받은 뒤 경찰청 주변 커피숍에서 그냥 앉아 있다 전화만 한두 통 하고 나온 거라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서울 용산경찰서는 23일 이른바 ‘신길동 발바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김모 씨(40·무직)에 대해 강간 및 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 9월경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연립주택에서 혼자 살던 여성 A 씨를 성폭행한 것을 비롯해 모두 8건의 강간 및 강도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최근 3년여 동안 신길동 일대에서 일어난 연쇄 성폭행 사건을 지칭하는 말. 2008년 9월부터 이 지역에서는 연립주택에서 혼자 사는 여성 2명이 성폭행당한 것을 비롯해 최근까지 모두 10여 건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과 관련해 전현직 경찰 고위간부와 건설회사 임원 등에게 금품로비를 벌였다는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 기소)가 검찰에 체포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문원경 전 행정자치부 차관을 상대로 5억5000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유 씨는 지난해 11월 18일 문 씨를 상대로 5억5000만 원의 보관금 청구소송을 냈다. 유 씨는 소장에서 “2008년 문 씨에게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포스코건설 공사현장에 개설되는 함바집 운영권을 준다는 약속을 받고 개설 준비비용으로 3차례에 걸쳐 모두 2억 원을 지급했다”며 “그러나 약속한 함바집 운영권에 진척이 없으니 돈을 돌려 달라”고 밝혔다. 유 씨는 또 “2007년 7월 경기 남양주에 있는 부동산을 매수하면 큰 차익을 볼 수 있다고 해 공동 매수를 전제로 3억5000만 원을 문 씨에게 줬지만 사업(매수)이 진전되지 않았다”며 반환을 요구했다. 유 씨는 소장에서 문 씨의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으려 한 듯 문 씨를 ‘건설사 간부 신분’ ‘사업적 관계로 오래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관계’라고만 표현했다. 문 씨는 이 소송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응소하지 않아 법원은 다음 달 10일 유 씨가 변론 없이 승소하는 것으로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본보는 19, 20일 문 씨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문 씨는 소송 제기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이달 6일에는 통화에서 “유 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유 씨는 또 지난해 11월 말 정모 전 경찰공무원을 상대로 “부인 명의로 돼 있는 서울 종로구 구기동 건물의 수리비로 빌려준 돈 1억7850만 원을 돌려 달라”는 대여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다가 이달 11일 소송을 취하했다. 유 씨의 법률대리인인 김모 변호사는 “유 씨가 ‘합의가 됐으니 소송을 취하해 달라’고 했다”며 “합의 내용이 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유 씨는 지난해 11월 중순엔 조정근 웅지건설 사장을 상대로 6억6000만 원의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냈다. 유 씨는 소장에서 “조 씨가 2008년 3월경 인천의 건설사를 인수하면 관급공사를 많이 수주해 돈을 크게 벌 수 있다고 해 6억6000만 원을 빌려줬는데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 사장은 “동업자금이 오간 것으로 소송 과정에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로비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가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 기소)에게서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치안감)의 인사 청탁 명목으로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게 3000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유 씨는 검찰 조사에서 “2009년 10∼12월 당시 전북지방경찰청장이던 이 전 국장이 좋은 보직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 명목으로 매달 1000만 원씩 모두 3000만 원을 강 전 청장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이 돈은 강 전 청장이 유 씨에게서 받았다는 1억1000만 원 가운데 일부다. 검찰은 이 전 국장을 이번 주 안에 불러 인사청탁 사실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19일 전 강원랜드 카지노본부장 이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며, 유 씨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최영 강원랜드 사장을 곧 소환조사할 계획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18일 배건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감찰팀장을 소환해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2009년 3월경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서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배 전 팀장을 소개받은 뒤 5000만 원을 건넸다는 유 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유 씨는 당시 거의 수주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울산의 한 건설현장 식당 사업권을 경쟁업체 때문에 놓친 뒤 경쟁사 배후에 ‘청와대 인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 유 씨는 이 때문에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통해 청와대에 있던 배 전 팀장을 소개받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검찰은 배 전 팀장을 출국금지했으며 행정안전부에 공직자 재산등록 자료를 요청했다. 검찰은 배 전 팀장이 알려진 5000만 원보다 더 많은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배 전 팀장은 검찰 조사에서 “유 씨를 2009년경 두 차례 만난 적은 있으나 내 업무와 무관해 더 만나지는 않았다”며 청탁이나 금품 수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전 팀장은 사건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에서 9일 사표를 제출했다. 한편 검찰은 유 씨의 진술과 통화기록을 분석한 결과 유 씨가 한 지방경찰청장의 집무실에서 이 지방경찰청장이 보는 앞에서 강 전 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지방청장의 승진을 청탁했던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씨가 이런 식으로 강 전 청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경찰 인사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16일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 기소)에게서 금품을 받고 각종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는 김병철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소환해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김 전 청장은 청탁이나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청장은 이 사건 연루 의혹이 불거진 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로 전보 발령 조치됐다. 또 검찰은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이 유 씨로부터 다른 함바집 운영업자에게 고소당한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차명계좌로 수천만 원을 받은 정황을 파악하고 수사 중이다. 이 전 국장은 유 씨를 통해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게 인사 청탁을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안에 이 전 국장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유 씨가 강 전 청장을 만나기 전후 불과 몇 분 사이에도 인사 청탁자들과 수십 차례 통화를 한 사실을 토대로 유 씨가 강 전 청장에게 건넨 돈이 인사 청탁 목적이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강 전 청장의 혐의를 좀 더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인사 청탁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 5, 6명과 유 씨 간의 구체적인 통화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일부 경찰관은 다시 소환 조사했다. 유 씨와 통화한 경찰관들은 평소 유 씨와 자주 접촉해오다 인사철을 전후해 통화 빈도가 잦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초에 강 전 청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청은 앞으로 ‘함바 게이트’ 같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총경 이상 경찰 고위간부를 감시하는 내부 암행감찰 인력을 기존 7개 팀(2인 1조)에서 10∼11개 팀으로 늘리기로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운영권 비리 수사가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주춤하면서 검찰의 법원에 대한 불만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최근 C&그룹 비리사건,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등 주요 사건 수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불만이 누적돼 있던 상황에서 또다시 ‘함바 게이트’ 수사에서 강 전 청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C&그룹의 전 재무총괄 사장인 정모 씨에 대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검찰은 “그룹 내부의 자금 운용과정을 잘 알고 있는 정 씨가 연락을 끊고 잠적해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태였는데도 도주 우려가 없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정 씨는 며칠 뒤 재청구한 영장이 발부돼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도 지난해 12월 한화그룹 비자금 조성에 핵심적으로 관여한 의혹이 있는 한화그룹 전 재무담당최고책임자(CFO) 홍동옥 여천NC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서울서부지검은 홍 사장을 먼저 구속한 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계열사 부당지원 지시 의혹 등을 밝혀내려 했으나, 영장 기각으로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아직까지도 수사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강 전 청장 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서도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은 “강 전 청장이 지난해 8월 브로커 유상봉 씨에게 도피자금까지 건넸는데,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격앙된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혐의를 시인하면 증거인멸이나 도주할 염려가 없다고 영장을 기각하고, 부인하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하는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법원 관계자는 “영장 기각은 ‘낮은 수위’의 혐의 입증도 안 됐다는 의미”라며 “그렇다고 영장 기각이 곧 무죄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당사자의 방어권이 보장된 불구속 상태에서 유·무죄를 다투면 된다”고 반박했다. 강 전 청장이 유 씨에게서 돈을 받은 점은 어느 정도 인정되지만 이 돈이 경찰관 인사 청탁의 대가인지 소명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검찰은 강 전 청장이 경찰청장으로 부임해 경찰 인사권을 쥐고 있던 때인 2009년 8∼12월에 건네진 1억1000여만 원이 포괄적으로 뇌물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으나, 법원은 직무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한편 서울동부지검은 강 전 청장의 혐의에 대한 보강수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14일경으로 예정했던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는 연기했다.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기소)에게서 경찰관 인사 청탁과 함께 1억1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고 있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서울동부지법 최석문 영장전담판사는 13일 오후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에 대해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이런 상태에서 강 전 청장을 구속하는 것은 방어권을 부당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최 판사는 또 “이미 확보된 증거 자료와 유 씨가 구속돼 있는 점에 비춰보면 강 전 청장이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넘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도주할 우려도 없다”고 덧붙였다.법원이 강 전 청장의 혐의사실 자체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지금까지 유 씨에게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단서가 포착돼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전현직 경찰간부 등에 대한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앞서 강 전 청장은 이날 오후 2시 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현재 심경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 조직에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강 전 청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지난해 8월경 유 씨에게 준 4000만 원은 증거인멸을 위한 도피자금이 아니라 내가 이전에 받았던 돈을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유 씨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을 추가로 출국금지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은 또 대기발령 조치된 김병철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 등도 조만간 소환해 유 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는지 조사할 계획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조현오 경찰청장은 12일 ‘함바 게이트’와 관련해 총경 이상 경찰 간부 553명 전원을 대상으로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 기소)와 만난 적이 있는지 자진신고를 받은 결과 41명이 유 씨와 접촉한 사실이 있다고 신고했다고 밝혔다.이들 가운데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요청으로 유 씨와 접촉한 총경 이상 경찰간부는 25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1명은 김병철 울산경찰청장, 5명가량은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과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 등의 지시를 받고 유 씨를 만난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개인적으로 유 씨와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다.조 청장은 자진신고자 중 유 씨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사례가 5건이 있다고 공개했다. 유 씨에게 제공받은 금품은 현금과 와인, 홍어 등이었으며 저녁식사를 대접받거나 택배로 배달된 물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이 중 현금과 택배 물품은 유 씨에게 되돌려줬다고 신고했다.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12일 이 전 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유 씨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유 씨가 2009년 3월 이 전 청장의 부임 인사차 집무실로 찾아간 당일 이 전 청장 계좌로 현금 20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을 유 씨에게서 건네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전 청장은 “유 씨가 그즈음 찾아온 것은 맞지만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계좌에 입금된 돈은 아내가 준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박 전 2차장이 지난해 봄과 여름 2차례에 걸쳐 유 씨에게서 수천만 원을 받고 경기지역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내는 데 도움을 준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08년 유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을 최근 추가로 출국금지 조치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박진우 기자 pjw@donga.com▲동영상=강희락 검찰 출석…“물의 일으켜 죄송”}
2006년 부산 해운대경찰서장이던 김철준 부산지방경찰청 차장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당시 부산경찰청장)으로부터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평소 잘 아는 형님 한 분이 찾아갈 테니 한번 만나보라”는 지시였다. 다음 날 집무실로 김 차장을 찾아온 사람은 최근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된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였다. 유 씨는 “부산 기장군의 한 건설현장 함바집 운영권을 따고 싶으니 건설현장 소장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고 김 차장은 그 지역을 담당하는 경찰 정보관을 유 씨에게 연결해 줬다. 3년 뒤인 2009년 8월에도 강 전 청장은 김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유 씨가 전화할 테니 애로사항을 조치해 달라’고 지시했고 김 차장은 얼마 뒤 “관내 건설현장 소장을 소개해 달라”는 유 씨의 전화를 받았다. 이때 유 씨는 “강 전 청장을 만나러 가는데 승진이라든지 부탁할 건 없느냐”고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현직 경무관과 총경 등 경찰간부 여러 명이 강 전 청장의 소개로 유 씨를 접촉했던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경찰청이 총경 이상 간부로부터 이날까지 취합한 ‘유 씨 접촉 여부 자진신고’에는 김 차장과 총경 4명 등 최소 5명이 강 전 청장 등의 부탁을 받아 유 씨와 접촉한 적이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구경찰청 소속 김모 총경은 일선 경찰서장 시절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의 부탁으로, 충남경찰청 김모 총경은 강 전 청장의 소개로 유 씨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9일과 10일 검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대구청의 김 총경은 “지난해 10월 28일 유 씨가 서장실로 찾아와 경주 건천에 건설 중인 양성자가속기 건설현장에 도시락 공급을 하려는데 경주시장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며 “그러나 나는 거간꾼이 아니고 개인영업을 하는 일에 시장을 소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밝혔다. 유 씨를 김 총경에게 소개했던 김병철 청장은 6일 해명자료를 통해 “유 씨를 몇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사업 관련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유 씨의 사업 편의를 위해 부하를 연결시켜준 사실이 드러난 것. 충남청 김 총경은 당진경찰서장이던 2006∼2007년 강 전 청장(당시 경찰청 차장)의 전화를 받고 집무실에서 유 씨와 만났으며, 2008년 천안서장 때도 유 씨를 만났다고 자진신고했다. 김 총경은 유 씨의 청탁을 모두 거절했다고 밝히고 금품 수수도 부인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11일 “내가 직접 자진신고를 받아봤지만 신고 내용만으로 보면 형사입건을 하거나 징계할 만한 대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감찰담당관실에 자진신고 내용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도록 지시했다. 한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이날 유 씨로부터 경찰 인사 청탁 등과 함께 1억 원가량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강 전 청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또 검찰은 유 씨로부터 3500만 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12일 오후 2시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경찰 간부 6명의 재산 변동 내용을 파악하고자 행정안전부에 최근 수년간 공직자 재산등록 자료를 요청했다. 이 6명은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박기륜 전 경기경찰청 2차장, 김병철 울산경찰청장,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이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박진우 기자 pjw@donga.com}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운영권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10일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함바집 브로커 유상봉 씨(65·구속 기소)에게서 경찰 인사 청탁 등과 함께 1억 원가량의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조사했다. 검찰은 11일 새벽까지 10여 시간 동안 강 전 청장을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검찰은 이르면 12일 강 전 청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검찰은 강 전 청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유 씨의 진술 외에도 유 씨가 돈을 건네기 위해 강 전 청장을 만나러 갈 때 동행했던 유 씨 주변 인사의 진술, 강 전 청장과 유 씨 간의 통화기록 등을 확보해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10일 오후 2시 굳은 표정으로 검찰청사에 도착한 강 전 청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곧바로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유 씨에게서 3500만 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을 이번 주에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또 검찰은 유 씨로부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 배건기 감찰팀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배 팀장은 비리 의혹에 연루된 데 책임을 지겠다며 9일 청와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현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뜻에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배 팀장은 “유 씨를 2009년경 두 차례 만난 적이 있으나 내 업무와는 무관해 더 만나지 않았다”며 “나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유 씨와 빨리 대질신문을 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지난해 3월경 유 씨가 배 팀장을 만나러 간다며 현금 5000만 원을 챙겼다”면서 “유 씨가 혼자 간다며 나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내려준 뒤 승용차로 청와대로 간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배 팀장이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강 전 청장과 자주 통화했던 것으로 안다”며 “강 전 청장은 2009년 배 팀장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동영상=강희락 검찰 출석…“물의 일으켜 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