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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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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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5-04~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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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A 빈틈 파고든 신민재의 발…이것이 챔피언 LG의 ‘잠실 클래스’[어제의 프로야구]

    이것이 디펜딩 챔피언 LG의 클래스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LG가 만원관중(2만3750명) 앞에서 선두 KIA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패색이 짙던 경기였지만 상대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든 끝에 7-6,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일궈냈다. LG는 전날까지 KIA를 상대로 4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더구나 선발진의 무게에서도 KIA에 뒤졌다. LG는 올 시즌 처음 마운드에 오른 김윤식이 선발 등판한 반면 KIA 선발은 특급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었다. 네일은 전날까지 5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14을 기록하고 있었다. 실제로 경기 중반까지는 완연한 KIA의 페이스였다. LG가 1회 선취점을 냈지만 KIA는 3회초 김도영의 역전 2타점 2루타와 이창진의 적시타, 그리고 김선빈의 땅볼 타구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대거 4득점했다. KIA는 4회초에도 구원투수 김대현의 폭투 때 한 점을 더 달아나며 5-1로 앞섰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신민재의 발이었다. 5회말 1사 2루에서 신민재는 네일을 상대로 루킹 삼진을 당했다. 그런데 공이 포수 김태군의 글러브에 튕겨 땅에 떨어지면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상태가 됐다. 공을 잡은 김태군이 별 생각없이 공을 네일에게 토스하는 사이 신민재를 1루로 전력질주해 공보다 빨리 1루 베이스를 밟았다. LG로서는 2사 2루가 될 상황이 1사 1,2루 찬스로 이어졌다. 다음 타자 홍창기의 몸에 맞는 볼로 LG는 1사 만루를 만들었다. 하늘도 LG를 도왔다. 2번 타자 박해민의 타구는 다소 빠른 2루 땅볼로 보였으나 2루수 바로 앞에서 불규칙 바운드로 튀어 오르며 행운의 2타점 적시타가 됐다. 계속된 2사 1, 2루에서 문성주는 적시타를 때려 4-5, 한 점까지 따라 붙었다. KIA는 6회초 1점을 다시 달아났지만 LG는 6회말 다시 한 번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4-6으로 뒤진 1사 1, 2루에서 신민재는 중전 적시타를 때려 다시 한 점을 따라붙었다. 이어진 2사 1, 2루에서 박해민은 동점을 만드는 우전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그런데 박해민이 1루 베이스를 밟고 1루와 2루 사이에서 런다운에 걸린 사이 1루 주자이던 신민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홈으로 쇄도해 7-6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빠른 발의 신민재가 4타수 2안타 2득점 했고, 박해민은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선발 김윤식이 일찍 무너졌지만 LG는 든든한 불펜진으로 남은 이닝 동안 실점을 최소화했다. LG는 이날 모두 7명의 투수진을 총동원해 네일과 맞섰다. 마무리 투수 유용찬은 8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해 1과 3분의1이닝을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5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두산은 대전 방문경기에서 양석환과 양의지의 홈런을 포함해 안타 13개를 몰아치며 한화를 10-5로 꺾었다. 지난해 데뷔한 두산 우완 김유성은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프로 첫 승을 따냈다. 반면 전체 1순위로 입단한 한화 신인 황준서는 3과 3분의2이닝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한화는 이날 1만2000명 만원 관중을 동원해 13경기 연속 매진으로 이 부문 KBO리그 신기록을 세웠지만 6연패를 당했다. 삼성은 키움을 3-0으로 꺾었다. 선발 원태인이 7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셋업맨 김재윤과 마무리 오승환이 1이닝씩을 깔끔하게 책임져 팀 완봉승을 합작했다. 시즌 8세이브째를 거둔 오승환은 KBO리그 통산 408세이브를 기록해 이와세 히토키가 1999∼2018년 일본프로야구에서 남긴 아시아 통산 최다 세이브(407개)를 넘어섰다. 키움은 5연패의 늪에 빠졌다. 인천에서는 SSG가 KT를 5-2로 눌렀고, NC는 롯데를 4-0으로 셧아웃시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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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기종목 무너진 韓, 파리올림픽 선수단 200명 붕괴

    한국 남자 축구가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가장 적은 160명 이하의 선수가 파리 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아시아 예선을 겸한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수 규모를 170∼180명 정도로 내다봤다. 하지만 남자 축구가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에 실패하면서 선수 규모는 더 줄어 150∼160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리 올림픽 남자 축구 본선 엔트리는 18명이다. 한국이 여름올림픽에 200명 이하의 선수가 참가한 건 50명이 출전했던 1976년 몬트리올 대회가 마지막이다. 1980년 모스크바 대회에 불참했던 한국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210명이 출전했고 금 6개, 은 6개, 동메달 7개 등 모두 19개의 메달을 따내며 종합 순위 10위를 차지했다. 1988년 서울 대회엔 역대 가장 많은 477명이 출전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엔 312명이 나갔는데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직전 대회였던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줄곧 200명대를 유지했다. 파리 올림픽 출전 선수 규모가 200명 아래로 떨어진 건 종목 인원이 많은 단체 구기종목들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파리 올림픽 단체 구기종목은 축구, 농구, 배구, 하키, 핸드볼, 럭비, 수구 등 모두 7개다. 이 가운데 한국이 올림픽 출전 티켓을 따낸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헨리크 시그넬 감독(스웨덴)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 핸드볼은 11회 연속 올림픽 진출에 성공했다. 파리 올림픽 본선에선 노르웨이 독일 슬로베니아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의 강팀들과 같은 조에 속했다. 12개국이 참가하는 여자 배구에서 아직 5장의 파리행 티켓이 남아 있지만 세계 랭킹 포인트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차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은 단체 구기종목에서 전반적으로 하락세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핸드볼과 여자 농구 은메달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 동메달까지 대회마다 메달을 땄던 구기 종목은 2016년 리우네자네이루 대회에서 노메달에 그쳤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남자 축구, 여자 핸드볼, 여자 농구, 여자 배구, 남자 럭비 등이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두 대회 연속으로 메달이 없었다. 도쿄 올림픽 종목이었던 야구는 파리 올림픽에서 제외됐다. 한국의 파리 올림픽 메달 전망도 밝지 않다.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 6개에 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강세였던 유도, 레슬링 등 종목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자 단체전에서 10연패를 노리는 양궁과 국기 태권도, 펜싱 등에서 금메달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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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현진, ABS 판정 이의제기… KBO는 “7.8mm 낮아서 볼”

    지난해까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뛰다 올해 한화로 복귀한 투수 류현진(사진)은 24일 KT와의 수원 방문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공을 던지면서 볼 판정에 대한 불만을 여러 번 드러냈다. 한국프로야구는 올해부터 볼·스트라이크 자동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는데 제구에 일가견이 있는 류현진이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류현진은 등판 다음 날인 25일에도 KT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상대로 다시 한번 ABS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26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류현진이 던진 공과 관련된 투구 추적 데이터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다. 류현진이 문제 삼았던 대표적인 장면은 24일 KT전 3회 선두타자 조용호에게 던진 3구째 낮은 공이었다. 시속 140km의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 존 아래쪽 보더라인에 걸친 것처럼 보였는데 볼로 판정받았다. 깜짝 놀란 류현진은 곧바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KBO 사무국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 공은 ABS 중간 존 하단 0.15cm 위로 통과했지만 끝면 존 하단을 0.78cm 차로 통과하지 못해 볼로 판정됐다. ABS는 홈플레이트 중간면과 끝면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해야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 타자 조용호도 스트라이크로 봤던 4구째 몸쪽 공도 KBO 데이터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것으로 나왔다. 이 판정에도 류현진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KBO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23일 선발투수 문동주의 투구 때는 왼손 타자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이 후했다. 그래서 류현진도 같은 방식으로 게임 플랜을 세웠는데 24일의 ABS 존은 전날과 달랐다”고 말했다. KT 선수들도 안방인 수원구장 ABS가 다른 구장과는 조금 다르다고 보고 볼 배합을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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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드러움 더해 빨라진 정해영, 구원왕 넘본다

    “해영아, 넌 왜 프로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대로냐.”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23)은 류중일 대표팀 감독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시 류 감독은 정해영을 두고 “던지는 모습을 보면 팔로만 던지는 느낌이다. 그렇게 던지면 시속 150km를 꾸준히 던질 수 없다. 따끔하게 혼냈다”고 말했다. 평소 웬만해선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류 감독으로선 이례적인 일이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정해영은 2년 차이던 2021년 34세이브를 따내며 팀의 ‘차세대 마무리’로 낙점받았다. 2022년엔 32세이브 2023년엔 23세이브를 기록했다. 기록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압도적인 구위는 아니었다. 프로 데뷔 첫해 평균 시속 143.1km였던 패스트볼 구속은 지난해에도 143.2km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지난겨울 정해영은 볼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호주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 전엔 미국 시애틀에 있는 한 야구 전문 기관에서 유연성 강화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그는 “공을 던지는 방식과 힘쓰는 방식을 다 바꿨다”고 했다. 올 시즌 들어 정해영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46.3km로 작년보다 3km 이상 빨라졌다. 패스트볼에 힘이 있으니 변화구도 덩달아 효과를 보고 있다. 정해영은 24일 팀이 6-4로 승리한 키움과의 경기에서 시즌 10세이브이자 통산 100세이브를 달성했다. 22세 8개월 1일 만에 100세이브를 채운 그는 임창용(23세 10개월 10일)을 넘어 역대 최연소 100세이브 투수가 됐다. 정해영은 내친김에 데뷔 후 첫 세이브 타이틀에 도전한다. 올해 세이브 타이틀을 차지하면 1998년 22세에 세이브 1위에 올랐던 임창용에 이어 KIA 선수로는 26년 만의 세이브왕이 된다. 또 2009년 20세에 세이브 1위에 올랐던 이용찬(NC)을 포함하면 프로야구 역대 세 번째로 어린 나이에 타이틀을 차지하게 된다. 이번 시즌 KIA는 투타에 걸쳐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며 시즌 초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팀이 앞서가는 경기가 많을수록 정해영의 세이브 기회도 늘어난다. KIA의 전신인 해태에서 포수로 뛰었던 정회열 동원대 감독(56) 아들인 정해영은 “지난해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신경이 쓰였는데 올해는 준비를 잘해 순조롭게 출발한 것 같다”며 “경기마다 집중하다 보니 최연소 100세이브를 한 것 같다”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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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68호 ‘쾅’… 최정, 이승엽 넘어 새 ‘전설’로

    20대에 ‘소년 장사’로 불렸던 SSG 중심 타자 최정(37)이 ‘국민 타자’ 이승엽(두산 감독)의 홈런 기록을 넘어서며 한국 프로야구의 새 레전드가 됐다. 최정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방문경기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5회 상대 선발투수 이인복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전날까지 이 감독과 함께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 공동 1위(467개)였던 최정은 이로써 개인 통산 468번째 홈런을 기록했다. 올 시즌 10호 홈런을 날린 최정은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19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도 남겼다. 최정은 프로 2년 차이던 2006년 홈런 12개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렸다. 2016년(40개)과 2017년(46개)에는 2년 연속으로 4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2021년에도 35홈런으로 홈런 1위를 하는 등 통산 3차례 홈런왕에 올랐다. 최정은 14일 수원 KT전에서 개인 통산 465호와 466호 연타석 아치를 그리며 이 감독의 기록에 빠르게 다가섰다. 16일 KIA와의 안방경기에서는 2-4로 뒤진 9회말 KIA 마무리 투수 정해영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2점 홈런을 쳐 이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17일 KIA전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투수 윌 크로우의 시속 150km짜리 패스트볼에 왼쪽 옆구리를 맞아 기록이 다소 미뤄졌다. 당초 심각한 부상으로 여겨졌지만 정밀 검진 결과 다행히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최정은 며칠 휴식을 취한 후 23일 사직 롯데전(우천 노게임)부터 다시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24일 경기 전 이숭용 SSG 감독은 “내 촉이 좋은 편이다. 오늘 최정이 홈런을 칠 것 같다”고 예언했는데 최정은 보란 듯이 홈런을 때려냈다. 1회와 2회 각각 유격수 뜬공과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던 최정은 4-7로 뒤진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인복의 초구 변화구를 잡아당겨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겨 버렸다. 최정이 베이스를 돌아 홈을 밟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이숭용 감독은 직접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대기록을 축하했다. 롯데 주장 전준우 역시 잠시 경기를 멈추고 축하 꽃다발을 선물했다. 홈플레이트에 바짝 붙는 타격 스타일을 고수하는 최정은 개인 통산 330개의 몸에 맞는 볼을 기록해 이 부문 세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정은 “솔직히 나도 몸쪽 공이 두렵다. 그렇다고 공을 두려워만 하다가는 좋지 않은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최대한 뒤로 빠지지 않고, 타구를 센터 방향으로 보내는 것에만 집중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정은 그렇게 몸쪽 공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며 한국 프로야구의 새 역사를 일궈냈다. 30대 후반에도 여전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최정은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500홈런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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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수 “수면제 대리처방 강요-보복, 반인륜적 불법”

    김현수 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36·LG)이 선수 시절 같은 팀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진 은퇴 선수 오재원(39)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회장과 오재원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시즌 동안 두산에서 함께 뛰었다. 김 회장은 24일 프로야구 선수 전원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오재원의) 수면제 대리 처방 사건은 선배라는 위치를 이용해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아 오도록 후배에게 강요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육체적, 정신적 가해를 하는 등 보복행위를 벌인 반인륜적인,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프로 데뷔 후 2022년까지 두산에서만 뛰다 은퇴한 오재원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된 뒤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오재원은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1차례에 걸쳐 필로폰을 투약하고 작년 4월엔 지인의 아파트 복도 소화전에 필로폰을 보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재원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두산 시절 팀 후배 8명과 지인 1명이 향정신성의약품인 수면유도제를 대신 처방받게 한 뒤 이를 전달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두산 구단은 3월 말경 자체 조사를 통해 이런 내용을 파악한 뒤 2주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다. 오재원은 후배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강요하며 이를 따르지 않으면 협박과 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프로 선수인 우리는 여러 가지 불법행위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유혹에 노출됐다면 부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올려 주면 좋겠다”며 “혼자서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면 고민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해 달라. 선수협회가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했다. 그는 또 “선배의 강압으로 후배들이 옳지 않은 일을 했다는 것이 더 안타깝고 화가 난다. 우리는 아직도 위계질서라는 말 아래 선배들이 선을 넘는 요구를 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일어난다”면서 “선배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비상식적인 요구를 해서도 안 되고, 후배들은 이를 받아줘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압적인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면 선수협회 고충처리 시스템에 신고해 달라고도 당부했다. 오재원 사건의 직격탄을 맞은 두산 구단은 “팬들과 리그 구성원께 죄송하다. 사건과 관련된 선수 8명은 변호사를 선임해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알렸다. 오재원이 은퇴한 뒤인 지난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도 “야구계에 이런 일이 벌어져 정말 안타깝다. 나를 비롯한 선배들의 잘못이다. 후배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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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르다, LPGA 5연승 최다 타이… 소렌스탐과 나란히

    ‘코르다 천하’가 활짝 열렸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26·미국)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5개 대회 연속으로 정상에 올랐다. LPGA투어 최다 연속 우승 기록과 타이다. 코르다는 22일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클럽 칼턴우즈(파72)에서 끝난 LPGA투어 셰브론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코르다는 2위 마야 스타르크(스웨덴)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코르다는 이 대회 전통에 따라 18번홀 그린 옆 호수에 뛰어들며 ‘호수의 여인’이 됐다. 우승 상금은 120만 달러(약 16억5600만 원)다. 올 시즌 코르다는 ‘골프 여제’라 불리기에 손색없다. 올해 1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3월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과 포드 챔피언십, 이달 초 T모바일 매치플레이까지 이번 대회 직전까지 출전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날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5연속 우승을 일궜다. 올 시즌 코르다가 우승을 놓친 건 첫 출전 대회이던 1월의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공동 16위)가 유일하다. 코르다 이전에 5연승을 거둔 선수는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와 2004, 2005년에 걸쳐 같은 기록을 남긴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둘뿐이다. 2017년 LPGA투어에 데뷔한 코르다는 2022년까지 8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메이저대회인 KPMG PGA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2년 왼팔 혈전 증세로 수술대에 오르며 몇 개월을 쉬어야 했다. 지난해엔 허리 통증으로 몇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작년엔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세계 랭킹 5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자 “코르다는 이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수군거림도 들렸다. 코르다는 이번 대회 우승 후 인터뷰에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골프장 안팎에서 더 열심히 노력했다. 시련과 슬픔을 극복하면서 더욱 성숙해졌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강해진 코르다는 악천후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좋지 않은 날씨 때문에 이번 대회 3라운드의 남은 7개 홀과 4라운드 18개 홀 등 하루에 25개 홀을 도는 강행군을 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4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시작한 유해란이 초반 5개 홀에서 세 타를 잃는 사이, 공동 2위로 출발했던 코르다는 3, 4번홀 연속 버디로 승부를 뒤집었다. 10번홀(파4)에선 그린 주위에서 시도한 칩샷으로 버디를 낚는 집중력을 보였다. 코르다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코르다는 드라이버 샷보다는 아이언 샷이 단연 돋보인다. 이번 시즌 코르다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33위(264.7야드), 페어웨이 적중률은 61위(74.2%)인데 그린 적중률(75.9%)은 1위다. 코르다는 25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JM이글 LA 챔피언십에서 투어 사상 첫 6연승에 도전한다. 셰브론 챔피언십 4라운드를 마친 뒤 코르다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후반 9개 홀이었다. 우승한 지금에서야 겨우 숨이 쉬어진다”며 “일단 이 상황을 즐기면서 다음 대회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 좋겠다. 5연승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 유해란은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5위에 올라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전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2라운드까지 7오버파를 치며 컷 탈락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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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헌재의 인생홈런]‘명3루수’ 김용국 “팔굽혀펴기 100개면 어깨 이상 무”

    1980, 90년대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서 3루수로 뛰었던 김용국 TBC 야구 해설위원(62)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항상 유쾌한 사람이다. 지도자가 된 후에도 아들뻘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곤 했다. 그래서인지 그에겐 좋은 일이 많이 생긴다. 선수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과 인연을 맺진 못했지만 삼성 코치를 지내면서 5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그는 뛰어난 수비에 비해 타격이 약해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5년 2루수 부문 이 상을 차지한 나바로(도미니카공화국) 대신 단상에 올랐다. 그는 “꿈에 나바로가 나타나 기자분들과 감독님, 팬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 달라고 하더라”라고 말해 시상식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야구 ‘유급 코치’가 됐다. 실업야구 현대 피닉스 코치로 잠시 일했던 그는 1997년 가족을 모두 데리고 미국으로 코치 연수를 떠났다. 첫해엔 밀워키 산하 루키리그 코치를 했다. 이듬해인 1998년에는 밀워키 산하 싱글A에서 수비 및 주루코치를 맡았다. 그리고 3년째인 1999년 그는 밀워키 구단과 정식 코치 계약을 했다. 1년 차에 원정 식사비, 2년 차에 6개월 아파트 렌트비만 받았던 그는 렌트비 전액 지원과 함께 연봉 3만 달러를 받았다. 미국에서 동료들과 선수들은 그를 “용(Yong)”이라고 불렀다. 성실함과 낙천성, 친화력, 유머 감각까지 갖춘 ‘용 코치’는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원정 경기에 가면 한참 어린 선수들과 함께 식당에 가 맥주 한 병씩을 돌리곤 했다. 그는 “영어를 잘하진 못했지만 진심을 다해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몇 년 더 있었으면 마이너리그 감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LG, 삼성, KT 등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프로야구 선수로 11년, 지도자로 19년 등 30년간 현장을 누볐던 그는 요즘 야구 해설위원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삼성의 한 시즌 144경기를 모두 따라다니며 라디오 해설을 한다. 야구를 사랑하고 말솜씨가 좋은 그로서는 ‘천직’이다. 김 위원은 “편파 중계는 아니다. 다만 삼성을 중심으로 한 ‘편애 중계’인 것은 맞다”며 “야구 좀 아는 아재와 함께 맥주 한 잔 마신다는 기분으로 편하게 들어주시면 된다”면서 웃었다. 60대 나이에도 그는 배팅 볼을 던질 만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가 꼽은 비결은 팔굽혀펴기다. 그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틈만 나면 팔굽혀펴기를 한다. 한 번에 20개씩, 하루에 100개 안팎을 한다. 그런데 개수를 세는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대개는 팔을 굽혔다 올라올 때 숫자를 세지만 그는 내려갈 때 숫자를 센다. 그는 “팔굽혀펴기만 꾸준히 해도 어깨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 야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야구와 가까이 있으니 행복한 인생”이라며 “해설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야구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 언제까지나 야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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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하의 선동열을 무너뜨린 ‘용 코치’ 김용국…마이크 잡고 인생 2막[이헌재의 인생홈런]

    해태 타이거즈의 ‘검빨 유니폼(검정색 하의+빨간색 상의)’이 상대 팀 선수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던 때가 있었다. 특히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이 마운드를 지키던 1985년~1995년의 해태는 한국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에선 더욱더 강한 팀이었다. 선동열을 앞세운 해태는 1986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달성했다. 1990년에도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5연패를 정조준하고 있었다. 그해의 선동열로 말할 것 같으면 정규시즌 35경기에 등판해 22승 6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했다. 190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189개나 잡았다. 무엇보다 놀랍게도 그해 724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홈런은 단 1개만 허용했다. 하지만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0-0으로 팽팽하게 진행되던 5회초 무사 2루에서 선동열이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에는 타율 0.220, 4홈런의 김용국(62)이 있었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친 공은 평범한 1루수 방면 파울플라이. 그런데 이 공을 포수 장채근과 1루수 김성한이 서로 양보하다가 떨어뜨리고 말았다. 죽다 살아난 김용국은 5구째 빠른 공에 냅다 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런데 방망이 중심에 제대로 맞은 타구는 쭉쭉 뻗어가더니 왼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이 됐다. 김용국은 9회에도 선동열을 상대로 2타점 적시타를 치며 이날 팀이 얻은 4타점을 모두 올렸다. 충격을 받은 선동열은 2차전에서 김용철에게 또 홈런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삼성은 3전 전승으로 해태를 꺾었다. 김용국은 “돌이켜보면 타자로서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천하의 선동열을 상대로 혼자 4타점을 올렸으니. 아마 그때가 포스트시즌에서 해태를 처음 깬 시리즈였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해태를 꺾은 기쁨도 잠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던 삼성 앞에는 ‘신바람 LG’가 버티고 있었다. 그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LG에 4전 전패를 당했다. 여기서 다시 김용국의 말이다. “LG는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는데 두 번 다 내가 지분이 좀 있다. 1990년에는 삼성 선수로 4전 전패를 당했고, 1994년에는 태평양 유니폼을 입고 4전 전패를 당했다. LG가 8번 이겼을 때 난 8번 졌다.” 따지고 보면 한국시리즈에서 그만큼 많이 패한 선수도 찾기 힘들다. 당시 2002년 첫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 삼성은 한국시리즈에만 가면 이상하리만치 경기가 풀리지 않았고,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선수 때 못 이룬 꿈은 지도자가 돼서 이뤘다. 삼성은 2002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05년과 2006년에도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는데 그는 2006년 삼성 2군 코치로 재직하고 있었다. 삼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를 하며 마침내 ‘왕조’를 이뤘다. 그는 1군 수비코치로 영광의 순간을 함께 했다. 선수 시절 그는 명3루수로 불렸지만 골든글러브와는 인연이 없었다. 뛰어난 수비 실력에 비해 타격이 약한 편이었고, 3루수 포지션에는 한대화를 비롯한 강타자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당시 삼성 외국인 선수 나바로가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을 때 고국으로 돌아간 나바로를 대신해 대리 수상을 했다. 단상에 선 그는 “선수 생활 11년을 했는데 (아무 상도 못 받다가) 대리수상까지 하게 됐다”며 “꿈에 나바로가 나타났다. 나바로가 한국말을 못하고 나도 스페인어를 못하지만, 2년간 함께 하니까 대충은 알아듣겠더라. 첫째로 ‘기자 분들게 감사하고, 성적이 안 좋았는데 계속 기용해주신 류중일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전하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야구가 잘 될 때건 안 될 때건 그는 항상 유쾌한 사람이었다. 바로 그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그는 한국인으로는 처음 미국프로야구에서 월급을 받는 코치가 됐다. 선수 은퇴 후 잠시 실업야구 현대 피닉스 코치로 일했던 그는 1997년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미국으로 코치 연수를 떠났다. 첫해 그는 밀워키 산하 루키리그 코치를 했다. 이듬해인 1998년에는 밀워키 산하 싱글A에서 수비 및 주루 코치를 맡았다. 연수 코치 신분이라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첫해엔 원정 경기 때 받는 밀 머니(식사비)가 고작이었다. 2년차엔 구단에서 6개월 치 아파트 렌트비를 지원해 준 게 다였다. 하지만 3년째 그는 구단과 정식으로 코치 계약을 했다. 아파트 렌트비 전액 지원에 연봉으로 3만 달러를 받았다. 지금이야 3만 달러가 큰돈이 아니지만 당시 마이너리그 코치로서는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그는 “그대로 미국에 1, 2년 만 더 있었으면 마이너리그 팀 감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미국 코치 시절 그는 가운데 이름을 따서 “용(Yong)”이라고 불렸다. 성실함과 낙천성, 친화력과 유머 감각까지 고루 갖춘 ‘용 코치’는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영어를 잘하진 못했지만 진심으로 이를 커버했다. 원정 경기를 가면 한참 어린 선수들과 함께 나이트클럽이나 식당을 다녔다. 배고픈 마이너리거들에게 맥주 한 병씩을 돌리며 소통하려 애썼다. 필드에서는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배팅볼을 던졌다. 구단으로서는 ‘용 코치’ 같은 사람을 구하기 힘들었다. 1999시즌이 끝난 뒤 그의 연봉은 3만 5000달러로 뛰었다. 1년에 두 번 한국을 오갈 수 있는 비행기 표도 구해주기로 했다. 원하면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 승격도 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1999시즌 후 스카우트를 겸해 한국에 왔다가 LG 트윈스와 계약하게 된다. 그는 “미국 생활이 너무 재미있었다. 하지만 선수들과의 좋은 관계와 달리 주변 코치들에게서는 남모를 시기 질투를 받았다”며 “당시 LG 구단에서 손을 내밀어주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프로야구 선수로 11년, 지도자로 19년 등 30년간 현장을 누볐던 그는 요즘엔 대구 경북지역의 민영방송사 TBC에서 야구 해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말하는 것 좋아하고, 언변이 좋은 그로서는 ‘천직’과 같다. 그는 작년 하반기부터 단일팀 라디오 중계로 2200경기를 넘게 중계한 김대진 캐스터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구를 연고로 하는 팀이자 자신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삼성의 정규시즌 전 경기 144경기를 모두 따라다니며 라디오 중계를 한다. 걸쭉한 대구 사투리를 섞어서 하는 그의 해설에 대해 많은 팬들이 ‘전설’이라고 평가한다. 여기서 전설은 ‘傳說’이 아닌 ‘전에 없던 해설’의 줄임말이다. 대구 경북 지역이 아니더라도 애플리케이션 ‘티팟’을 다운받거나 유튜브 생중계를 통하면 어디에서나 ‘전설’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김용국 해설위원은 “편파 중계는 아니다. 다만 삼성을 중심으로 한 ‘편애 중계’인 것은 맞다”라며 “야구 좀 아는 아재와 함께 맥주 한 잔 마신다는 기분으로 들어주시면 된다. 브라질이나 미국 하와이 등 외국 청취자가 많아서 놀랐다”며 웃었다. 당초 KT 수석코치를 마친 뒤 해설위원 제의를 받았지만 하필이면 성대 쪽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느라 해설 데뷔가 늦어졌다. 대신 경주고 감독으로 2년간 후학을 지도했고, 2021년부터는 경기도 야구협회 감독관으로 활동하며 초·중·고와 대학야구, 그리고 독립리그 현장을 누볐다. 작년엔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7개팀) 선수들로 구성한 독립리그 대표팀의 코치로 일본에도 다녀왔다. 원래부터 건강 체질에 낙천적인 성격까지 갖춘 그이지만 성대 수술 후엔 건강에 더 신경을 쓴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피워왔던 담배를 단번에 끊었다. 그는 “마음을 먹자 금연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금은 1년에 200만 원 이상 아꼈다고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운동도 틈틈이 한다. 따로 시간을 내 피트니스센터를 찾기보다는 양치를 하면서 스쾃을 하거나 TV를 보면서 런지 동작을 하는 식이다. 그가 가장 추천하는 운동은 대표적인 맨몸운동 중 하나인 팔굽혀펴기다. 그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틈이 나면 팔굽혀펴기를 한다. 한 번에 20개 씩, 하루에 100개 내외를 한다. 그런데 팔굽혀펴기 개수를 세는 방식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대개는 팔을 굽혔다 올라올 때 숫자를 세지만 그는 내려갈 때 숫자를 센다. 그는 “팔을 뻗은 상태에서 버티고 있는 게 사실 크게 운동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팔을 굽히고 있는 상태에서 버티는 건 운동 효과가 좋다”며 “평생 이런 방식으로 팔굽혀펴기를 하다 보니 어깨가 전혀 아프지 않다. 지금도 여전히 배팅볼을 던질 수 있는 어깨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설을 하는 틈틈이 대구에 있는 모교를 찾아 재능기부를 한다. 프로야구 선수로 뛰었던 두 아들(동영, 동빈)이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차린 야구 레슨장에서 배팅볼을 던지기도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내가 좋아하는 야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야구를 할 수 있으니 너무 행복한 인생”이라며 “지금 하는 해설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야구의 재미를 느끼고 싶다.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미래의 나도 언제나 야구와 함께 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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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닷바람 뚫고, 무패 투수 넘고… 이정후 2호포 ‘쾅’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매코비만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뚫고 오라클파크 첫 홈런을 날렸다. 11경기 연속 안타를 친 이정후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대 한국 선수 데뷔 시즌 최다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새로 썼다. 이정후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애리조나와의 MLB 안방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홈런 1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0-1로 뒤진 1회말 상대 선발투수 잭 갤런의 높은 패스트볼(시속 150km)을 당겨 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58km, 비거리는 111m였다. 갤런은 애리조나를 대표하는 오른손 에이스다. 지난해 17승 9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하며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끌었다. 올해도 이날 경기 전까지 4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64를 기록 중이었다. 이정후는 처음 만난 갤런을 상대로 2구째 만에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전에서 MLB 데뷔 홈런을 친 이후 21일 만이었다. MLB에서 가장 아름다운 야구장 중 하나로 꼽히는 오라클파크는 왼손 타자가 홈런을 치기 힘든 구장이다. 홈플레이트에서 외야 오른쪽 파울라인 담장까지 거리가 94m로 왼쪽 담장(103m)에 비해 짧지만 대신 펜스 높이가 8m에 이른다. 왼쪽 펜스 높이는 2.4m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매코비만에서 야구장 쪽으로 부는 바닷바람 때문에 타구가 멀리 뻗지 않는다. 당겨 치는 타구가 많은 왼손 타자에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왼손 타자 이정후가 시즌 개막을 앞둔 2월 스프링캠프 때 “오라클파크에서 홈런을 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정확한 타격으로 2루타 등 장타를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이런 불리한 조건을 딛고 안방 팬들 앞에서 첫 홈런을 신고했다. 이정후가 베이스를 도는 동안 샌프란시스코 타자가 홈런을 치면 울리는 웅장한 뱃고동 소리가 구장에 퍼졌다. 이정후는 5-3으로 앞선 8회말 1사 2루에서 상대 팀 구원투수 미겔 카스트로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밀어 쳐 3루수 옆을 빠져나가는 1타점 2루타를 만들었다. 맷 채프먼의 안타 때 3루를 밟은 이정후는 마이클 컨포토의 우전 안타 때 홈으로 들어와 이날 2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이정후는 8일 샌디에이고전부터 11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2015년 피츠버그 강정호(은퇴), 2016년 볼티모어 김현수(현 LG)의 10경기 연속 안타를 넘어선 한국 선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최다 기록이다. 이달 초 타율이 0.200까지 떨어졌던 이정후는 최근 세 경기 연속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로 시즌 타율을 0.289(83타수 24안타)로 끌어올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16개의 안타를 날리며 7-3으로 승리했다. 6번 타자 포수 패트릭 베일리는 ‘스플래시 히트’(우익수 뒤 관중석을 지나 매코비만에 떨어지는 홈런)를 포함해 4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김하성(샌디에이고)은 이날 토론토와의 안방경기에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5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갔다. 샌디에이고는 2-5로 패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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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세웅-윤동희 없었으면 어쩔 뻔…롯데 8연패 탈출, 김태형 감독 안도[어제의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길었던 8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났다. 2015년 감독직을 맡은 뒤 생애 최다인 8연패를 경험했던 김태형 롯데 감독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롯데는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의 호투와 7회 상대 실책을 틈타 6득점 ‘빅이닝’을 만들어내며 9-2로 승리했다. 롯데의 승리는 7일 두산 베어스전 이후 11일 만이자 9경기 만이다. 연패를 끊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롯데는 1회 레이예스와 전준우의 적시타로 2점을 선취했다. 하지만 3회초 롯데 공격이 끝난 후 벌어진 벤치클리어링 이후 흐름이 바뀌었다. 이날 벤치클리어링은 LG 선발 투수 켈리와 롯데 2번 타자 황성빈의 신경전에서 비롯됐다. 황성빈의 주루플레이와 피치 클록 위반 등에 신경이 예민해진 켈리가 3회초를 마친 후 더그아웃으로 향하면서 롯데 벤치를 향해 뭔가를 말한 게 발단이었다. 이후 양팀 선수들이 일제히 그라운드로 뛰어나왔으나 큰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 벤치클리어링 이후 LG는 4회말 김현수와 오스틴의 연속 희생플라이로 동점을 만들었다. 연패 중인 롯데로서는 전날의 5-6 역전패가 다시 생각날 만 했다. 하지만 전날과 달리 롯데는 이날 다시 앞서가는 점수를 올렸다. 2-2 동점이던 6회초 정보근 타석에서 대타로 나선 이정훈이 켈리를 상대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때리며 소중한 추가점을 올렸다. 이후 LG 수비진이 급격히 무너졌다. 7회 선두타자 윤동희가 바뀐 투수 김유영을 상대로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빗맞은 2루타를 출루했다. 2번 타자 황성빈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오지환이 제대로 잡아내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주자 1, 3루가 됐다. 후속 레이예스의 땅볼 타구를 잡은 2루수 신민재 역시 2루를 무리하게 밟으려다 타자와 주자를 모두 살려줬다. 그 틈을 타 3루 주자 윤동희가 홈을 밟았다. 계속된 무사 1, 2루에서는 전준우의 땅볼 타구를 잡은 투수 김유영의 2루 송구가 외야로 빠져나가면서 2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왔다. 병살타가 되어야 할 타구가 안타를 친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모처럼 기세를 탄 롯데는 7회에만 대거 6득점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톱타자로 출전한 윤동희가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공격을 이끌었고, 함께 테이블 세터를 이룬 2번 타자 황성빈도 5타수 2안타 2득점 1도루로 힘을 보탰다. 롯데 타선은 이날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박세웅이 6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7회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신인 전미르는 5타자를 상대하며 1과 3분의2이닝 퍼펙트 피칭을 선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그동안 타격이 좀 침체 되어 있었는데 오늘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활발한 타격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오늘 승리로 연패를 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선발 박세웅이 잘 던져줬고 이어 나온 전미르, 최준용이 잘 막아줬다. 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원정 응원으로 힘을 실어준 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삼성은 대구 안방경기에서 두산을 5-2로 꺾고 주중 3연전을 싹쓸이했다. 삼성이 두산과의 3연전을 스윕한 것은 2013년 6월 7∼9일 이후 3966일이다. 2021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후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선발 등판한 이승현이 5이닝 1피안타 무실점 6탈삼진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전날까지 1군에서 등판한 147경기에 모두 구원으로만 나섰던 이승현은 148번째 등판에서 선발승을 따냈다. 1회부터 구자욱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삼성은 이성규의 2타점 2루타와 김현준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1회에만 4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3회에는 김영웅이 우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삼성은 최근 4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SSG는 인천 안방 경기에서 선두 KIA에 7-5로 승리했다. 5-5로 동점이던 7회말 2사 2, 3루에서 SSG 에레디아의 땅볼 타구를 잡아낸 KIA 유격수 박찬호의 1루 송구가 뒤로 빠지는 사이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기록상에레디아의 내야 안타에 이은 박찬호의 송구 실책으로 기록됐다. KT는 고척스카이돔에서 키움을 3-0으로 꺾고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KT 선발 투수 벤자민은 8이닝 1피안타 2볼넷 무실점 6탈삼진 호투로 시즌 2승(1패)째를 챙겼다. 창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화-NC전은 미세먼지 탓에 취소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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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후, 9경기 연속안타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사진)가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로 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18일 마이애미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에 3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257에서 0.270(74타수 20안타)으로 올랐다. 이정후는 MLB 데뷔 18경기 만에 20번째 안타를 날렸다. 이전까지 MLB 무대를 밟았던 11명의 한국 타자들을 모두 제친 역대 최소 경기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6년 볼티모어에서 데뷔한 김현수(현 LG)의 19경기였다. 마이애미가 왼손 투수 트레버 로저스를 선발 투수로 내세우자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왼손 타자 이정후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타순 8자리를 모두 오른손 타자로 채웠다. 이정후 역시 초반에는 로저스를 상대로 고전했다. 1회 첫 타석에서 3루수 땅볼,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내야 안타로 2사 1, 2루 기회를 만들며 로저스를 강판시켰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오른손 투수 앤서니 벤더를 상대로 유격수 키를 살짝 넘는 좌전 안타를 때렸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3-1로 승리하며 3연전을 2승 1패로 마감했다. 이정후는 19일 애리조나와의 안방경기에서 10경기 연속 안타에 도전한다. MLB 데뷔 첫해 10경기 연속 안타를 친 한국 선수는 2015년 강정호(당시 피츠버그)와 2016년 김현수 2명뿐이다. 지난해 NC 소속으로 한국프로야구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에릭 페디(시카고 화이트삭스)는 이날 캔자스시티전에 선발 등판해 MLB 복귀 첫 승을 거뒀다. 앞선 3차례의 등판에서 승리가 없었던 페디는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2년간 삼성에서 뛰다 올해 볼티모어와 계약한 알베르트 수아레스도 7년 만의 MLB 복귀전인 미네소타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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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수의 여인’ 유소연 떠나면… ‘장타자’ 방신실이 잇는다

    18일 미국 텍사스주 우들랜즈의 더 클럽 칼턴우즈(파72)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은 한국 선수들과 인연이 깊은 대회다.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ANA 인스피레이션 등으로 불렸던 이 대회는 2022년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미션힐스CC에서 열렸다. 우승자가 캐디와 함께 18번홀 그린 옆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전통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대회 장소를 텍사스로 옮긴 뒤에도 우승자가 연못에 빠지는 전통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2004년 박지은을 시작으로 유선영(2012년) 박인비(2013년) 유소연(2017년) 고진영(2019년) 이미림(2020년) 등 6명의 한국 선수가 ‘호수의 여인’이 됐다. 이 중 박인비와 유소연, 고진영은 이후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다. 2017년 우승자 유소연(34)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16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 지난달 자필 편지로 은퇴 의사를 밝힌 유소연은 챔피언스 디너 등에 참석하며 마지막 추억을 쌓고 있다. 2011년 초청 선수로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이듬해 LPGA투어에 정식으로 데뷔했다. 2012년 LPGA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2017년엔 이 대회를 포함해 2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그해 유소연은 한국 선수로는 역대 세 번째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LPGA투어 6승을 포함해 프로 통산 18승을 거둔 유소연은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질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인데 많은 분한테서 좋은 에너지를 받으며 지내왔다”며 “골프를 통해 배운 것들을 가지고 그동안 받은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제2의 인생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LPGA투어 무대에 첫발을 내딛는 선수도 있다. 유소연과 같은 매니지먼트사 소속인 ‘장타자’ 방신실(20)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방신실은 지난주 기준 세계 랭킹 37위에 올라 상위 40명에게 주어지는 출전권을 따냈다. 지난해 KLPGA투어에서 장타 1위(262야드)에 오른 방신실은 호쾌한 드라이브샷을 앞세워 신인으로는 유일하게 2승을 거뒀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LPGA투어 데뷔를 메이저대회에서 하게 된 방신실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뛴다”며 “컷을 통과하는 게 1차 목표다. 첫 단추를 잘 끼운 뒤 더 높은 목표를 잡아 보겠다”고 했다. 방신실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퀄리파잉 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투어 시드를 받을 수 있다. 고진영(29)과 신지애(36)를 포함해 한국 선수 20명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세계 랭킹 6위로 한국 선수 중 랭킹이 가장 높은 고진영은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이후 약 7주 만에 투어에 복귀한다. 파리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는 신지애도 세계 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대회에 나선다. 신지애의 L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지막 우승은 2012년 브리티시여자오픈이다. 최근 출전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26·미국)는 LPGA투어 최다 타이인 5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 총상금은 790만 달러(약 109억 원), 우승 상금은 120만 달러(약 16억6000만 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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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O, 오심은폐 논란 심판 3명 직무배제… 김태형 감독은 “ABS판정 못 믿어” 비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 ‘오심 은폐’ 논란을 부른 이민호, 문승훈, 추평호 등 3명의 심판을 직무 배제하고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 KBO는 15일 허구연 총재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조치는 14일 NC와 삼성이 맞붙은 대구 경기에서 ABS 도입 후 처음 불거진 오심 논란에 따른 것이다. 문제의 장면은 NC가 1-0으로 앞선 3회말 나왔다. NC 이재학이 삼성 이재현에게 2구째를 던진 순간 1루 주자 김지찬이 2루를 훔치려다 아웃됐다. 투구 자체는 볼 판정을 받았다. 이후 이재학이 공 3개를 더 던진 상황에서 강인권 NC 감독이 문 주심에게 ‘ABS 판정 결과를 전달받는 KBO 태블릿PC에는 2구째가 스트라이크로 나왔다’며 어필했다. 심판진은 4심 합의를 진행한 뒤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이미 다음 투구가 진행돼 어필 시효가 지났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로 태블릿PC에 결과가 늦게 떠 NC는 뒤늦게 항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재학은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1-3 역전을 허용했고 NC는 결국 5-12로 졌다. 그런데 TV 중계화면에 논란이 될 만한 장면이 잡혔다. 4심 합의 과정에서 심판팀장인 이민호 1루심이 문 주심에게 “볼로 인식했다고 하세요. 아셨죠? 우리가 빠져나갈 (방법은) 그거밖에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이 전파를 탄 것. 주심과 동시에 ABS 판정을 전달받는 3루심 추 심판도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KBO는 “ABS 판정 수신에 혼선이 발생했을 경우 ABS 현장 요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양 팀 더그아웃에서도 주심, 3루심과 동일한 시점에 판정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음성 수신기 장비를 배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태형 롯데 감독(사진)은 ABS 시스템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14일 키움과의 고척 경기를 앞두고 “ABS에 대해 현장에서 불만이 많다. 솔직히 믿을 수가 없다”며 “(시끄러운) 말을 없애기 위해 도입된 로봇심판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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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헌재의 인생홈런]‘왕발’ 하형주 “부산에선 등산, 서울에선 걷기”

    ‘왕발’의 유도 스타 하형주(62)는 살면서 많은 것을 이뤘다. 22세이던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25세에 대학교수가 됐다. 모교 동아대에서 4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작년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꼽은 인생 최고의 순간은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도, 대학교수가 됐을 때도 아니다. 중학교 때 누나한테서 신발을 선물 받았을 때가 가장 기뻤다고 한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유독 발이 컸다. 현재 310mm짜리 신발을 신는 그는 어릴 때 맞는 신발이 없었다. 그래서 온 학교를 맨발로 다녔다. 친구들과 공을 찰 때도 맨발로 찼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 국제시장을 다녀온 열 살 위 큰 누나가 미군들이 신던 운동화를 사 왔다. 하형주는 “발에 맞는 신발을 태어나서 처음 신어봤다. 얼마나 좋던지 한동안 밥 먹을 때도 운동화를 안고 먹고, 잘 때도 안고 잤다”고 했다. 그는 원래 씨름 선수였다. ‘씨름의 고장’ 진주에서도 불과 6개월 만에 알아주는 선수가 됐다. 하지만 그는 부산체고로 전학해 유도로 전향한다. “이왕 운동을 할 거면 올림픽 종목을 해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전국체전에는 레슬링 선수로도 출전했다. 중량급 체급에 나갈 선수가 없자 그가 대신 출전한 것이다. 경기 규칙 정도만 익힌 채 출전했는데 그레코로만과 자유형 두 종목에서 모두 우승했다. 동아대에 입학해서는 학교 뒤편 구덕산 편백나무를 훈련 파트너 삼아 하루 1000번씩 밭다리 후리기를 연마했다. 인근 사찰의 스님이 “덩치가 큰 어떤 학생이 나무를 못 살게 군다”는 민원을 대학 총장실에 넣기도 했다. LA 올림픽 금메달은 이 모든 과정이 잘 어우러진 결과다. 그는 씨름과 레슬링에서 배운 기술들을 골고루 써가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의환향한 그는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대학 입학 때부터 꿈이던 교수가 되기 위해서였다. 25세에 교수가 됐지만 배움이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1990년대 중반 성균관대 박사 과정에 다시 입학해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했다. 동아대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서울 성균관대에선 학생으로 공부한 끝에 3년 반 만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난해 8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로 취임한 그는 “국가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으니 언젠가는 봉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국민이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에 살 때 그는 등산으로 건강을 지켰다. 그는 “틈만 나면 산에 올랐다. 친구들도 함께 산을 올랐다가 내려온 뒤 막걸리도 한 잔씩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직장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있는 올림픽공원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었다. 그 덕분에 수시로 올림픽공원 이곳저곳을 걷는다. 그는 “올림픽공원은 세계적으로도 훌륭한 공원이다. 이곳에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잘 관리한다면 세계적인 명품 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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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발’로 다니던 ‘왕발’ 하형주, 올림픽 金보다 더 기뻤던 순간은…[이헌재의 인생홈런]

    ‘왕발’이란 별명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도 스타 하형주(62)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이뤘다. 22살의 나이에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25살의 이른 나이에 대학교수가 됐다. 모교 동아대에서 40년 가까이 학생들을 가르쳤고, 지난해부터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감사로 일하고 있다.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그의 꿈은 육사에 진학해 군인이 되는 것이었다. 운동 선수의 길로 접어들면서 포기해야 했던 꿈은 아들과 딸이 직업군인이 돼 대신 이뤘다. 특히 딸 하늘 씨는 육사를 졸업한 뒤 ‘한미연합사단’에서 만난 미 육군 장교 마일스 가브리엘슨 씨와 결혼했다. 역대 1호 한미 현역 장교 커플이었다. 하지만 그가 꼽은 인생 최고의 순간은 올림픽 금메달도, 대학교수도 아니었다. 중학교 때 큰 누나에게서 신발 선물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그는 유독 발이 컸다. 현재 310mm짜리 신발을 신는 그는 대아중에 다닐 때부터 ‘왕발’로 유명했다. 당시 학생들은 실내에서 학생화를 신어야 했는데 문제는 그의 발에 맞는 신발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온 학교를 맨발로 다녔다. 운동화도 접어서 신어야 했기에 친구들과 공을 찰 때도 맨발로 찼다. 선도부도 그만은 예외로 봐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 국제시장을 다녀온 10살 위 큰 누나가 미군들이 신던 세무 운동화를 사 왔다. 하형주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에 맞는 신발을 신어봤다. 얼마나 좋았던지 한동안 밥 먹을 때도 운동화를 안고 먹고, 잘 때도 안고 잤다”며 “큰 누나는 내게는 하늘과 같은 존재였다. 운동을 할 때도 메달에 대한 욕심보다는 올바른 정신과 가치관을 심어주던 분이었다”고 말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중학생 때까지 그는 발은 컸지만 빼빼 마른 체형이었다고 한다. 몸이 커지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말 씨름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진주상고에 진학해 씨름을 본격적으로 익히면서 실력이 부쩍 늘었다. 진주는 예전부터 씨름으로 유명했는데 고 최욱진 장사(1960~2011년)가 그의 진주상고 동기였다. 그는 “동기들에 비해 늦게 씨름을 시작했지만 몇 개월 만에 다 이기게 됐다. 단 한 명 욱진이만 꺾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도 욱진이는 정말 뛰어난 장사였다”고 회상했다. 몇 달 뒤 그는 부산체고로 전학해 유도로 전향한다. “이왕 운동을 할 거라면 올림픽 종목을 해보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씨름 기술을 결합한 유도로 그는 단숨에 유도계의 강자로 올라섰다. 2학년 때부터 전국대회에서 입상을 하더니 3학년 때는 그를 상대할 선수가 없었다. 만약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았다면 그는 1984년이 아닌 1980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딸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전국체전 레슬링 종목에 출전한 적도 있다. 당시 부산체고는 유도부와 레슬링부가 같이 운동을 했는데 레슬링 고중량 종목에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덩치가 큰 그가 대신 출전하게 된 것이다. 간단한 규칙을 익히고 출전한 전국체전 레슬링에서 그는 그레코로만과 자유형 두 종목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큰 덩치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는 동아대에 다닐 때에도 있다. 함께 연습할 파트너를 찾기 힘들었던 그는 학교 뒤편 구덕산에 있는 편백나무를 연습 파트너로 삼았다. 하루 1000번 이상 편백나무를 상대로 밭다리 후리기 기술을 연마했다. 그런데 어느 날 대학 총장실로 항의 전화가 걸려 왔더란다. 인근 사찰의 스님이 “덩치가 산만한 어떤 학생이 나무를 못살게 군다”는 것이었다. 총장은 스님에게 사정을 설명했고, 하형주를 불러서는 오히려 용돈을 줬다. 그는 나중에 태릉선수촌에 들어와서도 나무에 대고 밭다리 후리기 연습을 이어갔다. 1984년 LA 올림픽에서 그가 금메달을 딴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모두 잘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운동을 시작할 때 배웠던 씨름 기술이 결정적이었다. LA 올림픽에서 가장 큰 고비는 8강에서 만난 당시 세계 랭킹 1위 미하라 마사토(일본)과의 대결이었다. 하형주는 씨름에서 익힌 들어메치기 기술을 응용해 미하라를 매트 위에 내리 꽂았다. ‘한판’이 명백했지만 심판진은 ‘절반’을 선언했다. 그러자 하형주는 이번엔 반대 방향으로 다시 한 번 들어메치기를 성공시켰다. 또 다시 절반 판정을 받았지만 승리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금의환향한 그를 향한 유혹은 엄청났다. LA 올림픽 선수단 기수를 맡았을 정도로 대표팀의 얼굴이었던 그가 금메달까지 땄으니 그를 데려가려는 실업팀도 많았고, 광고를 찍자는 회사도 많았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대학원 진학이었다. 그는 “동아대에 입학한 순간부터 막연히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유혹이 있었지만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고 했다. 금메달리스트인 그가 1984년 대학원 조교로 들어가서 받은 첫 월급 명세서엔 13만 5000원이 찍혀 있었다. 그렇게 준비한 끝에 그는 25살의 어린 나이에 ‘교수님’이 됐다. 교수의 꿈은 이뤘지만 그에게 여전히 배움이 고팠다. 막상 강단에 섰지만 학생들에게 가르치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유도라면 자신 있었지만 이론이나 다른 종목을 가르치기엔 역량이 부족했다.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하면서 월급을 받는 게 너무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1990년대에 성균관대 박사과정에 입학해 스포츠심리학을 다시 배웠다. 부산 동아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서울 성균관대에 와서서 학생으로 공부를 하는 나날이 계속됐다. 3년 반 만에 박사 학위를 딴 그는 “당시 3시간을 가르치려면 사흘 밤낮을 준비해야 했다”며 “오랜 시간을 들여 꾸준히 하다 보니 이제는 3시간 수업 정도는 가볍게 할 정도가 됐다”며 웃었다.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는 마음속으로 한국 체육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날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는 “국가로부터 많은 은혜를 받았으니 언젠가는 한국 체육을 위해 봉사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선수 시절 경험을 살려 진천선수촌장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다 기회가 닿아 국민체육진흥공단 감사로 일하게 됐다. 그는 “온 국민이 체육을 즐기면서 건강한 삶, 행복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한다”며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태어난 조직인 만큼 서울 올림픽 정신에 부합되는 정책들을 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부산에 살 때 그는 가벼운 등산으로 건강을 지켰다. 부산에는 구덕산을 비롯해 금정산 등 그리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산들이 많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편백나무와 씨름을 하던 구덕산 바로 아래 집이 있었다”며 “틈만 나면 산을 올랐다. 친구들도 주변에 많이 있어서 함께 산을 올랐다가 하산한 뒤 막걸리도 한 잔씩 마시곤 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직장이 있는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었다. 덕분에 수시로 올림픽공원 이곳저곳을 걷고 또 걷는다. 점심 식사 후 20~30분 산책도 하고, 아침 저녁으로 혼자 걷기도 한다. 그는 “올림픽공원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보기 힘든 훌륭한 공원”이라며 “이곳에 스토리텔링을 입히고 흥미로운 국제 대회까지 개최한다면 더 세계적인 명품 공원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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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진 ‘골프 황제’… 마스터스 3R 82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9·미국)가 마스터스 역대 최다인 24회 연속 컷통과 기록을 세운 지 하루 만에 자신의 메이저대회 역대 최악 스코어로 무너졌다. 우즈는 14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3라운드에서 10오버파 82타를 쳤다. 티샷, 아이언샷, 퍼트 모두 난조를 보인 우즈는 버디 2개를 잡는 동안 더블보기 2개와 보기 8개를 쏟아냈다. 우즈는 전반 9개 홀에서만 42타를 쳤는데 이는 자신의 역대 마스터스 9개 홀 최악의 기록이었다. 1996년 프로에 데뷔한 우즈가 18홀에서 80대 타수를 적어 낸 건 이번이 다섯 번째다. 메이저대회만 따지면 2002년 디오픈 3라운드 81타, 2015년 US오픈 1라운드 80타에 이어 세 번째다. 모든 대회를 포함한 역대 최악 스코어는 2015년 메모리얼 토너먼트 3라운드에서 남긴 85타다. 우즈는 2021년 교통사고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이 발목을 잡았다. 악천후로 인해 1라운드에서 13개 홀밖에 마치지 못한 우즈는 13일에 1라운드 잔여 홀을 합쳐 23개 홀을 돌아야 했다. 우즈는 3라운드를 마친 후 “몸이 충분히 풀리지 않았다. 원하는 곳으로 샷을 보내지 못했고, 쉬운 퍼트도 여러 번 놓쳤다”고 말했다. 2라운드를 공동 22위로 마쳤던 우즈는 3라운드 후 공동 52위로 밀려났다. 우즈는 “내 팀과 함께 마지막 라운드를 준비하겠다”며 대회 완주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우즈는 부상 후유증으로 3라운드 도중 기권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중간 합계 7언더파 209타 단독 선두로 15일 최종라운드를 맞는다. 2022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그는 생애 두 번째 그린재킷에 도전한다. 안병훈은 공동 9위(1언더파 215타)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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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정, 465-466호 연타석 아치… 이승엽 홈런기록 1개 차 맹추격

    SSG 중심 타자 최정이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이승엽 두산 감독이 갖고 있는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개)에 한 개 차로 다가섰다. 최정은 14일 KT와의 수원 방문경기에 3번 타자 3루수로 출전해 7회와 9회 연타석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개인 통산 466호 홈런을 기록한 최정은 2개의 홈런만 더하면 이 감독을 넘어선다. 시즌 7, 8호포를 기록한 최정은 로하스(KT)와 한유섬(SSG·이상 7개)을 제치고 홈런 단독 선두가 됐다. 리그를 대표하는 오른손 홈런 타자인 최정은 개막전이던 지난달 23일 롯데전 홈런을 시작으로 홈런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올 시즌 출전한 18경기에서 8개 홈런으로 경기당 0.44개를 기록 중이다. 앞선 세 타석에서 삼진, 좌익수 뜬공, 삼진으로 물러났던 최정은 4-1로 앞선 7회초 2사 1루에서 박시영의 3구째 슬라이더(시속 129km)를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5m의 대형 홈런으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한 방이었다. 최정은 6-1로 앞선 9회초 1사 1루에서는 조이현의 한가운데 슬라이더(시속 130km)를 가운데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비거리는 130m. SSG는 최정의 연타석 2점 홈런 등에 힘입어 KT를 8-1로 꺾고 2연승했다. 이 감독은 지난해부터 “어차피 최정이 내가 가진 모든 기록을 깰 것”이라고 말해 왔다. 지난해 이 감독의 통산 최다 득점(1355개)을 넘어선 최정은 이날 현재 1383득점을 기록 중이다. 개인 통산 27번째 연타석 홈런을 날린 최정은 이 감독이 보유한 통산 최다 연타석 홈런 기록(28개)에도 1개 차로 다가섰다. 경기 후 최정은 “통산 최다 홈런을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홈런이 아닌 안타를 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며 “생각보다 빨리 목표에 다가서니 긴장감이 다소 있다. 냉철한 마음으로 지금 페이스를 유지해 기록 달성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선 4차례의 등판에서 승리 없이 1패, 1홀드만 기록했던 SSG 선발 투수 오원석은 5와 3분의 2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선두 KIA는 대전 방문경기에서 한화를 5-2로 꺾고 6연승을 달렸다. KIA는 2-2 동점이던 7회초 2사 1루에서 이우성의 중월 2루타 때 결승점을 뽑았다. 소크라테스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난 KIA는 9회초 김호령의 솔로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최하위 롯데는 이날도 키움에 5-7로 무릎을 꿇으며 최근 6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2-7로 끌려가던 롯데는 8회 2점을 따라붙었고, 9회에도 최항의 2루타로 1점을 뽑았다. 하지만 계속된 2사 1, 3루에서 1루 주자 손호영이 2루 도루를 시도하다 객사하면서 최근 6연패의 늪에 빠졌다. 키움은 4연승. 삼성은 대구 안방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앞세워 NC를 12-5로 대파했고, 두산은 잠실 라이벌 LG를 9-5로 꺾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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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비 전문? 방망이도 화끈…LG ‘복덩이’ 구본혁, 라이벌 두산 격파 선봉[어제의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LG는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주중 3연전에서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다.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 지붕 라이벌’ 두산과의 대결은 그래서 더욱 중요했다. 하루 빨리 연패에서 벗어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했다. LG를 연패의 늪에서 구해낸 것 ‘수비 전문’ 내야수로 알려진 구본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구본혁은 방망이로 끝내 주는 남자가 됐다. LG는 경기 초반 두산 선발 곽빈의 구위에 눌려 6회까지 0-1로 뒤졌다. LG는 7회초 1사후 문보경의 우전 안타와 오지환의 볼넷으로 1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박동원이 곽빈에게 삼진을 당하며 찬스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왼손 타자 문성주 타석 때 두산 벤치는 투구 수가 108개에 이른 곽빈을 내리고 왼손 투수 이병헌을 구원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렇지만 두산 벤치의 결정은 결과적으로는 LG에는 좋은 기회가 됐다. 문성주는 이병헌의 초구를 가볍게 밀어쳐 좌전 적시타를 때렸고 스코어는 1-1 동점이 됐다. 이번엔 LG 벤치가 승부수를 띄웠다. 왼손 타자 신민재 타석 때 오른손 타자 구본혁을 대타로 기용한 것. 구본혁은 벤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구본혁은 이병헌을 상대로 우중간에 떨어지는 소중한 적시타를 때려내며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만 해도 구본혁은 수비만 잘하는 선수였다. 입단 첫해인 2019년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3년 연속 1할 대 타율에 머물렀다. 하지만 상무에 입대한 2022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336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상무에서 3할에 육박하는 0.295를 쳤다. 군 복무를 마치고 올해 다시 LG에 와서는 중요한 순간마다 대타로 출전해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4일 NC전에서는 연장 11회 1사 2,3루 기회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렸고, 6일 KT전에서는 9회말 1사 만루에서 생애 첫 끝내기 만루 홈런까지 터뜨렸다. 그리고 이날도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나와 결승타를 작렬시켰다. 올 시즌 LG가 거둔 9승 가운데 3승이 구본혁의 결승타로 만들어졌다. 구본혁은 경기 후 “수비가 좋아서 경기 후반 주로 대수비로 출장했는데 요즘은 대타도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매일 (선발로) 나가도 잘 쳐야죠”라고 말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구본혁은 이날까지 타율 0.450(20타수 9안타)에 1홈런 9타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은 0.700, OPS는 무려 1.126에 이른다. LG 선발 투수 켈리는 7이닝 2안타 2볼넷 1실점(비자책)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LG 불펜진 역시 한 점차 승리를 잘 지켜냈다. 마무리 투수 유영찬은 두산 3~5번 타순을 상대로 삼진 2개를 포함해 퍼펙트 피칭을 하며 시즌 2세이브 째를 따냈다. KIA는 대전 원정경기에서 한화를 8-4로 꺾고 4연승을 달리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KIA는 0-1로 뒤지던 2회 최형우의 솔로포로 동점을 만든 뒤 3회 김도영의 좌중월 솔로포로 역전에 성공했다. 4회에는 공격형 포수로 거듭난 한준수가 적시타를 때려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김도영은 3-2로 쫓긴 2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를 때리는 등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한준수 역시 3타점 경기를 했다. 대구에서는 2위 NC가 5연승을 달리던 삼성을 8-3으로 물리쳤다. NC 외국인 선발 대니얼 카스타노가 6이닝 2실점으로 3승째를 수확한 가운데 중심 타자 박건우가 1회와 5회 홈런을 치며 공격을 이끌었다. 키움은 새 외국인 투수 엔마누엘 헤이수스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돌아온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의 활약을 앞세워 롯데를 9-4로 완파하고 3위로 뛰어올랐다. 헤이수스는 6이닝 동안 단 1개의 안타를 내주는 동안 삼진을 10개나 잡아냈다. 이용규는 올해 첫 1군 출장에서 3타수 3안타 1볼넷 1몸에맞는볼로 5번이나 출루했다.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며 야심차게 출발한 롯데는 최근 4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KT는 수원 안방에서 SSG 랜더스를 8-3으로 물리쳤다. SSG 최정은 1회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솔로포로 통산 464번째 홈런을 때렸으나 팀 승리로 빛이 바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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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충돌한 황대헌… 11위 마쳐 국가대표 ‘탈락’

    잇단 반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황대헌(강원도청)이 다음 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승선에 실패했다. 황대헌은 12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4∼2025시즌 국가대표 2차 선발전 남자 1000m 준준결선 2조에서 1분26초217의 기록으로 4명의 출전 선수 중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랭킹포인트 추가에 실패한 황대헌은 11위로 선발전을 마쳤다. 국가대표 명단에 포함되려면 8위 안에 들어야 한다. 황대헌은 이날 마지막 바퀴를 남겨두고 추월을 시도하다 서이라(화성시청)와 가볍게 부딪친 뒤 뒤로 밀려났다. 황대헌은 골인 후 두 손을 들며 ‘상대 선수에게 밀렸다’고 항의했지만 주심은 ‘정상적인 플레이였다’며 모든 선수의 기록을 그대로 인정했다.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는 등 한국 쇼트트랙 에이스로 활약했던 황대헌은 이번 시즌 반칙이 유독 잦아 구설에 올랐다. 황대헌은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차 월드컵과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지원(서울시청)에게 반칙을 3차례나 범했다. 이어 1차 선발전 1000m 예선에서는 박노원(화성시청)에게 반칙을 범해 실격당했고, 2차 선발전 500m 결선에서도 박장혁(스포츠토토)을 제치려 인코스를 파고들다가 반칙 판정을 받았다. 황대헌에게 페널티가 선언되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터지기도 했다. 2023∼2024시즌 월드컵 랭킹 1위에 오르고도 황대헌의 반칙 때문에 대표팀 자동 선발 기회를 놓쳤던 박지원은 이날 남자 1000m 결선 파이널 B에서 1위를 차지했다. 랭킹포인트 3점을 추가한 박지원은 1, 2차 선발전에서 총 92점을 받아 남자부 전체 1위로 태극마크를 차지했다. 박지원은 “어려운 길이었지만 이겨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오직 선발전에만 집중했다”며 “오늘로 선발전이 끝났으니 그간 쌓였던 일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대헌이 사과하면 받아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문제도 앞으로 충분하게 생각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여자부에서는 최민정(성남시청)이 1000m 결선 1위로 심석희(서울시청)를 제치고 선발전 1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랭킹 1위 김길리가 세계선수권 1500m 금메달로 자동 선발된 가운데 김길리, 최민정, 심석희가 다음 시즌 여자부 개인전 우선 출전 자격을 얻게 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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