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기자

동아일보 스포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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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uni@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메이저리그30%
야구23%
골프12%
칼럼9%
생활/가정9%
스케이팅5%
각종 경기5%
인사일반2%
기타5%
  • 코르다, 리디아 고에 연장승… 14개월 만에 LPGA ‘V9’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던 넬리 코르다(26·미국)가 고향 팬들 앞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9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시즌 개막 후 2주 연속 정상에 도전했던 리디아 고(27·뉴질랜드)는 준우승했다. 코르다는 29일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초반 난조를 딛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4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코르다는 16번홀까지 더블보기 1개, 보기 3개로 5타나 잃었다. 17번홀(파5)에서 이글까지 잡아내며 경기를 먼저 끝낸 리디아 고에게 3타 차로 뒤졌다. 하지만 남은 두 홀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가 펼쳐졌다. 코르다는 17번홀 프린지에서 친 이글 퍼트를 홀에 떨어뜨린 데 이어 18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내며 단숨에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코르다와 리디아 고는 나란히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18번홀에서 진행된 2차 연장전에서 리디아 고가 3퍼트로 보기를 한 사이 코르다는 파를 세이브하며 최후의 승자가 됐다. 우승 상금은 26만2500달러(약 3억5000만 원)다. 코르다가 LPGA투어에서 우승한 건 2022년 11월 펠리컨 챔피언십 이후 14개월 만이다. 2021년 LPGA투어 4승과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코르다는 지난해 허리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회가 열린 브레이든턴 출신인 코르다는 “고향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나흘간 응원해 준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2010년 미야자토 아이(일본) 이후 14년 만의 LPGA투어 개막 2연승과 함께 명예의 전당 입성을 노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리디아 고는 이번 시즌 개막 대회인 지난주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성 포인트 27점에 1점만을 남긴 상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는 김세영이 공동 13위(3언더파 281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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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 왼손’ 세실리아 IOC 위원 “고 박만복 감독은 페루 배구 선수들의 아버지”

    “아버지 ‘미스터 박(Mr. Park)의 나라에 다시 오겠다는 오랜 꿈이 이뤄졌다.”1980년대 여자 배구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이던 세실리아 타이트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62·페루)은 36년 만에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 코트를 다시 밟은 뒤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타이트 위원은 선수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코트에 앉아 한동안 옛 기억에 빠져들었다.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관을 위해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타이트 위원은 페루로 돌아가기 전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을 찾았다. 이곳은 페루와 소련의 결승전을 포함해 서울올림픽 여자 배구 경기가 열린 경기장이다. 그는 페루 여자 배구대표팀 일원으로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 경기는 올림픽 배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치열했던 명승부로 꼽힌다. 1, 2세트를 페루가 먼저 가져갔고 소련이 3, 4세트를 따냈다. 마지막 5세트에서도 4차례나 동점을 이루는 접전 끝에 소련이 17-15로 승리했다.체육관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들은 은메달을 딴 페루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당시 페루 대표팀 사령탑이 고 박만복 감독(1936~2019년)이었기 때문이다. ‘페루 배구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박 감독은 1974년 페루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후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을 포함해 4차례 올림픽에서 페루 대표팀을 지휘했다. 타이트 위원은 “아빠 없는 가난한 소녀였던 내게 ‘미스터 박’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배구를 처음 시작한 내게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고 응원해준 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코트 밖에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박 감독이었지만 훈련만큼은 혹독하게 시켰다. 제대로 연습이 되지 않았다 싶으면 일요일에도 불려 나가 공을 받고 때려야 했다. 박 감독의 지도 아래 타이트 위원은 16세에 국가대표로 발탁돼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뛰었다. 이후 그는 ‘황금의 왼손(Golden Lefty)’으로 불리며 여자 배구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무릎 수술을 받은 그를 다시 코트로 이끈 것도 박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이제 너의 시간이 왔다”며 혼자 재활에 열중하던 그를 주장으로 임명했다. 비록 금메달 직전에 멈춰섰지만 올림픽 은메달은 페루 배구대표팀이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이다. 타이트 위원은 “‘미스터 박’이 평생 눈물을 보인 건 서울올림픽 결승전에서 패했을 때가 유일했다”며 “나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아버지같은 존재였던 그가 울자 모든 선수들이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박 감독은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배구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트 위원을 비롯한 제자들은 당시 행사가 열린 미국 보스턴을 깜짝 방문해 그의 헌액을 현장에서 축하하기도 했다.배구 선수에서 은퇴한 뒤 타이트 위원은 페루 국회의원을 지내며 여성과 청소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애썼다. 이후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제141차 IOC 총회에서 새 위원으로 선출됐다. 그는 “IOC 위원이 된 뒤 아버지의 나라에서 2024 강원 겨울 청소년올림픽이 열린다는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뻤다”며 “‘미스터 박’은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걸 가르쳐 준 분이다.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는 페루 청소년들을 위해 일했지만 IOC 위원이 된 지금은 전 세계 모든 선수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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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국 KIA감독 직무정지… “금품수수 의혹 수사 받아”

    프로야구 KIA가 호주 전지훈련 출발을 이틀 앞둔 28일 김종국 감독(사진)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김 감독이 금품 수수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KIA 구단 관계자는 이날 “김 감독의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된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이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KIA 구단은 25일 제보를 통해 김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걸 알게 됐다. 구단은 27일 김 감독과 면담을 갖고 이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김 감독의 혐의는 최근 프로 구단 입단을 미끼로 고액의 금품을 받은 독립야구단 간부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KIA 구단은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김 감독의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호주 캔버라에 차려지는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에게 맡기기로 했다. 김 감독에 대한 직무정지 조치로 KIA는 2년 연속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시즌을 준비하게 됐다. 작년에는 정규리그 개막을 사흘 앞두고 장정석 당시 KIA 단장이 포수 박동원(LG)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 과정에서 뒷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KIA 구단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 전 단장을 해임하고 팬들에게 사과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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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주르∼ PGA… 프랑스 선수 첫 환호

    ‘늦깎이 골퍼’ 마티외 파봉(32)이 프랑스 선수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파봉은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파봉은 2위 니콜라이 호이고르(덴마크)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 상금 162만 달러(약 21억7000만 원)를 챙겼다. 프랑스 선수가 PGA 정규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처음이다. 30대인 파봉은 올해 PGA투어 신인이다. 2013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약 10년간 무명에 가까웠다. 지난해 10월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 스패니시 오픈에서 185번째 대회 출전 만에 처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 덕분에 DP월드투어 상위권자 자격으로 2024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파봉은 1월 중순 PGA투어 데뷔전이던 소니오픈에서 공동 7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선 공동 39위를 했고 이어 올해 PGA투어 3번째 대회 출전 만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파봉은 이날 16번홀까지 2타 차 선두로 나서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17번홀(파4)에서 1.5m 거리의 짧은 파 퍼트를 놓치며 2위 그룹에 1타 차로 쫓겼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도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데 이어 세컨드샷도 깊은 러프로 보내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핀 2.5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며 1타 차 승리를 지켰다. 파봉은 “유럽에서 첫 우승을 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마침내 PGA투어에서도 첫 승을 거뒀다.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이번 대회 준우승을 한 호이고르는 쌍둥이 형제 라스무스 호이고르와 함께 프로 생활을 하고 있다. 둘은 2021년 DP월드투어에서 2주 연속으로 번갈아 우승하기도 했다.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는 김성현이 공동 50위(최종 합계 2언더파 286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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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헌재의 인생홈런]‘코트의 마법사’에서 기업 부회장 된 최희암 “걸어야 산다”

    1990년대 연세대 농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최희암 전 감독(69)은 운동선수 출신으로는 드물게 기업인으로도 성공했다. 50대 중반이던 2009년 고려용접봉에 입사한 최 전 감독은 그해 중국 지사장을 시작으로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현재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몇 해 전까지 생산과 판매, 관리 등을 모두 총괄하다가 최근엔 대외업무와 영업, 신사업 개발 등을 맡고 있다.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던 탓에 그는 시험을 보고 연세대에 입학했다. 기업인이 된 후엔 당시의 공부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실업농구 현대의 창단 멤버였던 그는 조기 은퇴 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수입-통관 업무를 봤고, 현대건설로 옮겨서는 구매 업무를 맡았다. 현대건설에 다닐 땐 이라크 바그다드 공사 현장에 1년간 파견도 나갔다. 그는 “어릴 때 직장 생활을 해본 덕에 기업에 와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학 감독으로는 ‘코트의 마법사’란 별명을 얻었지만 프로 감독으로는 성공과 거리가 멀었다.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 감독을 맡았지만 상위권 진출에 실패했다. 그는 교만했던 마음을 이유로 들었다. 최 부회장은 “과거의 성공에 취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또 프로농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활용에 대해서도 올바른 해답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프로 감독으로의 실패는 ‘기업인’ 최희암에게는 훌륭한 공부가 됐다. 최 부회장은 기업인으로 변신한 이후 겸손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는 “주위의 모든 분이 내게는 스승이고 선생님이었다. 낮은 자세로 차근차근 배우다 보니 시행착오가 점점 줄었다”고 했다. 농구 감독과 기업인 중 무엇이 더 어려웠을까. 그는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더라”고 했다. 그는 “농구는 경기 전후 스트레스가 많지만 어쨌든 승패라는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기업은 일 년 내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며 “농구는 한 시즌을 망쳐도 다음 시즌이 있지만 기업은 한번 망하면 다음이라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사는 그는 걷기로 건강을 챙긴다. 그에게 골프장은 공을 치는 곳이라기보다는 걷는 곳이다. 그는 “건강을 위해 하루에 8000보는 걷자고 마음을 먹는데 생각보다 실천이 쉽지 않다. 그렇지만 골프장에 가면 1만2000보를 걷는다”고 했다. 80대 중반∼90대 초반 스코어를 치는 그는 “골프장에서는 내가 인기가 참 많다. 오히려 잘 못 치니까 동반자들이 즐거워하고 더 좋아해 주신다”며 웃었다. 선수와 감독 시절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던 그도 요즘엔 종종 술자리를 갖는다. 하지만 회식 이후엔 가능한 한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목적지보다 한두 정거장 먼저 내려 최대한 많이 걸으려 한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기업가로서도 은퇴한 뒤엔 한국 곳곳에서 ‘1년 살이’를 해보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사업상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너무 많더라. 동해에서 1년, 서해에서 1년, 제주에서 1년씩 살며 그 지역의 모든 것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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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트의 마법사→기업 부회장…최희암 “교만했던 나, 겸손하니 성공” [이헌재의 인생홈런]

    최희암(69) 하면 여전히 연세대 농구 감독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1986년부터 17년간 연세대 지휘봉을 잡은 최 감독은 대학과 실업팀이 모두 참가한 농구대잔치에서 팀을 두 차례나 정상으로 이끈 ‘명장(名將)]이었다. 서장훈, 문경은, 이상민, 우지원 등이 활약한 연세대는 1990년대 최강이자 최고의 인기 팀이었다. 최 감독은 이후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프로 감독으로서의 존재감은 딱히 두드러지지 않았다. 약체였던 전자랜드를 계약 마지막 해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것 정도다. ‘코트의 마법사’로 한국 농구에 큰 획을 그었던 최 감독은 현재 고려용접봉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2009년 이 회사 중국 다롄의 중국 지사장으로 시작했으니 올해로 16년째다. 2014년 귀국한 뒤 부사장과 사장을 거쳐 부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얼마 전까지 생산과 판매, 관리 등을 모두 총괄하다가 최근에는 대외업무와 영업, 신사업 개발 등을 맡고 있다. 서울 중구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건설 현장, 조선소, 자동차 공장 등 쇠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 우리 제품이 필요하다”며 “최근 ‘KSS’ 공법으로 내진 성능을 높인 ‘띠 철근’을 만들어 특허를 받았다. 지진이 났을 때 건물이 한 번에 무너지는 걸 막아주는 획기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 평생을 코트에서 살아온 그는 전자랜드 감독직을 그만둔 후 당시 구단주였던 홍봉철 대표의 친형인 홍민철 고려용접봉 회장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농구팀을 이끈 리더십으로 사람을 관리하고 성과를 내 보라”는 것이었다. 일 주일간의 고민 끝에 그는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한 달 교육을 받고 그해 11월 곧바로 다롄 지사장으로 부임했다. 최 부회장은 “농구팀은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갖고 움직인다. 상명하달의 분위기가 강하지만, 선수들 역시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그렇지만 기업에서는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일일이 설득해야 했다. 모든 걸 배운다는 자세로 솔선수범하며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뛰어난 선수가 아니었던 그는 공부로 연세대에 입학한 뒤 농구를 계속했지만 선수로는 끝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채 일찍 은퇴했다. 하지만 공부와의 끈을 놓지 않았던 덕에 직장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아마추어 농구 현대의 창단 멤버였던 그는 은퇴 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수입-통관 업무를 했고, 현대건설로 옮겨서는 구매 업무를 했다. 현대건설 시절엔 이라크 바그다드 공사현장에 1년간 파견도 나갔다. 그는 “운 좋게 어릴 때 직장생활을 해 본 덕에 이곳에서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던 거 같다”며 “농구 감독 생활을 오래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중국에서도 농구가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여기저기서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농구 감독 시절 그도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살았다. 그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오는 압박감은 경험해보지 않을 사람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경기 전 스트레스가 크지만 어쨌거나 경기를 치르면 이기건 지건 결과가 나오긴 한다”고 했다.이에 비해 기업이라는 건 한 방에 끝나는 게 없는 장기전이라는 차이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일일판매가 모여 월 판매가 되고, 월 판매가 모여 연간 실적이 된다. 365일이 은근한 스트레스다. 단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최 부회장은 또 “농구는 그나마 시즌을 치르기 전 준비할 때가 좋다. 희망도 있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시즌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시즌이 있다”며 “반면 기업은 한 번 망하면 다음이라는 게 없다. 살면서 느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감독 시절 누구도 이루지 못한 큰 성과를 냈던 그가 프로 감독으로는 크게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그는 “교만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최고”라는 마음이 강하다 보니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의 성공에 취해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또 프로농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활용에 대해서도 올바른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했다. 농구 감독으로의 실패는 ‘기업인’ 최희암에게는 훌륭한 공부가 됐다. 최 부회장은 기업인으로 변신한 이후 겸손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다. 그는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용접이라는 걸 처음 접했으니 주위의 모든 분이 내게는 스승이고 선생님이었다. 처음 1년 동안 모르는 건 인정할 수 있지만 2년 차부터는 창피해지고 싶지 않았다. 낮은 자세로 차근차근 배우다 보니 점점 시행착오가 줄어 들었다”고 했다. 기업인이 된 후 그는 원래도 없던 시간이 더 없어졌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그가 하는 거의 유일한 운동은 골프다. 주중에는 회사 일을 하고, 골프는 대개 주말에 친다. 최 부회장은 “중국 지사장 시절 거래처 관리를 위해 본격적으로 골프를 쳤다. ‘다 필요 없고 나랑 한 달에 한 번 골프만 치면 된다’는 현지 조선소 사장도 있었다”며 “귀국한 뒤에도 창원 공장 책임자로 일할 때 사업상 골프를 자주 쳤다”고 했다.농구 감독 시절 1년에 한두 번 골프장에 나갈까 말까 했던 그로서는 엄청난 변화다. 딱히 연습을 하지 않아도 워낙 자주 치다 보니 80대 중반~90대 초반 스코어를 낸다. 그는 “골프장에서는 내가 인기가 참 많다. 오히려 잘 못 치니까 동반자들이 즐거워하고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에게 골프장은 치는 곳이라기보다는 걷는 곳이다. 그는 “건강을 위해 하루에 8000보는 걷자고 마음을 먹는데 생각보다 실천이 쉽지 않다”면서 “그래도 골프장에 가면 카트를 타고 이동을 하는 경우가 있어도 1만 2000보는 쉽게 나온다”고 했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그는 저녁 약속도 많고 식사 자리도 많다. 선수와 감독 시절엔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던 그도 기업인으로 일하면서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종종 술자리를 갖는다. 그래도 틈틈이 몸을 움직이고 많이 걸으려고 노력한다.회사 주변에서 회식을 한 뒤에는 자동차 대신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 지하철에서 한두 정거장 일찍 내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이 있는 집까지 걸어간다. 창원 공장 시절에는 한 시간 정도 걸어 숙소까지 걷곤 했다. 이제는 농구 감독을 지냈던 시간과 기업인으로 살아온 시간이 비슷해져 가고 있지만 최 부회장은 여전히 농구와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원 홍천에서 열린 국제농구연맹(FIBA) 3X3 홍천 챌린저 2023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농구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어떻게든 내가 도울 수 있는 한 돕고 싶다”고 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온 그는 기업가로서 은퇴한 뒤의 꿈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사업상 이곳저곳을 많이 다니다 보니 우리나라에도 좋은 곳이 너무 많더라. 잠깐 여행이 아닌 ‘1년 살이’를 해당 지역에서 해 보고 싶다. 동해 도시에서 1년, 서해 도시에서 1년, 제주에서 1년 하는 식으로 여유 있게 그 지역의 모든 것을 느껴보고 싶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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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야구 로봇심판’ 스트라이크 존, 좌우 2cm씩 확대

    올해부터 프로야구 스트라이크 존이 홈플레이트 양쪽으로 2cm씩 총 4cm 늘어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4일 올 시즌 제1차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열고 흔히 ‘로봇 심판’이라고 부르는 볼·스트라이크 자동 판정 시스템(ABS)의 시행 세칙을 확정했다. KBO는 새 시즌부터 로봇 심판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맡긴다. KBO는 “스트라이크 존을 야구 규칙에 나온 그대로 적용하면 볼넷이 늘어날 수 있다. 급격한 존 변화로 인한 현장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렇게 결정했다”며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에서 ABS를 운영할 때 양쪽을 2.5cm씩 확대 운영한 사례를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 존의 위·아래 영역은 ‘인간 심판’의 판정 평균 결과를 근거로 타자 키의 27.64∼56.35% 높이로 결정했다. 야구 규칙은 ‘유니폼의 무릎 아랫부분’부터 ‘어깨 윗부분과 바지 윗부분 중간의 수평선’까지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규정하고 있다. 투수가 던진 공은 홈플레이트 중간과 끝부분을 지날 때 이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스트라이크가 된다. 포수가 공을 잡는 위치나 방식과는 상관없다. KBO는 이와 함께 투구 제한 시간(피치 클록)은 주자가 없을 때는 18초, 있을 때는 23초로 하기로 했다. 메이저리그보다 각 3초 길다. 타자와 타자 사이에는 3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포수는 피치 클록이 9초 남은 시점까지 포수석에 앉아야 하고, 타자는 8초가 남았을 때까지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수비팀은 볼, 공격팀은 스트라이크를 받는다. 올 시즌 전반기에는 피치 클록이 시범 운영 대상이라 이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경고만 받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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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 고영표 ‘5년 100억’ 계약 눈앞

    프로야구 KT의 ‘에이스’ 고영표(33·사진)가 총액 100억 원대 계약을 앞두고 있다. KT 관계자는 “고영표와 비(非)자유계약선수(FA) 다년 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현재 5년 계약에 합의했다. 총액 100억 원을 기준으로 옵션 등 세부 조건 조율만 남았다”고 23일 전했다. 고영표가 5년 100억 원에 사인하면 SSG 김광현(4년 151억 원), NC 구창모(6년 125억 원)에 이어 비FA 투수로는 세 번째로 많은 돈에 계약하게 된다. 야수를 포함하면 삼성 구자욱(5년 120억 원)에 이어 네 번째다. KT 창단 멤버인 고영표는 지난해에 12승 7패, 평균자책점 2.78을 기록했으며 2024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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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추어 골퍼, 33년만에 PGA 우승 트로피

    12세 때 출전한 동네 골프 대회에서 ‘꿈의 59타’를 쳤다. 중학생 시절엔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는 프로 선수와 내기 골프를 쳐 돈을 딴 적도 있다. 15세 때는 섭씨 40도에 이르는 무더위 속에서 콘페리(2부)투어에 출전한 선수의 캐디백을 멨다. 어릴 때부터 남달랐던 닉 던랩이 아마추어 선수로는 33년 만에 PGA투어 정상에 올랐다. 미국 앨라배마대 2학년인 던랩은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에 있는 피트다이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29언더파 259타를 기록한 던랩은 크리스티안 베자위덴하우트(남아프리카공화국)를 한 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던랩은 1991년 투손 오픈 우승자 필 미컬슨(미국) 이후 33년 만에 PGA투어 정상을 차지한 아마추어 선수가 됐다. 이날 20세 29일이 된 던랩은 PGA투어 역대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을 거뒀다.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은 조던 스피스(미국)가 2013년 존디어 클래식에서 남긴 19세 11개월 17일이다. 아마 최강자인 던랩은 2021년 US주니어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2023년엔 US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전까지 두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선수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뿐이었다. 여기에다 던랩은 우즈도 하지 못했던 ‘아마추어 PGA투어 우승’까지 더하며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3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던랩은 7번홀(파4) 더블보기로 샘 번스(미국)에게 한때 선두 자리를 내줬지만 16번홀(파4) 버디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PGA투어에서 5승을 거둔 번스는 17번홀(파3) 티샷을 물에 빠뜨리며 우승 경쟁에서 떨어져 나갔다. 한 타 차 선두로 18번홀(파4)을 시작한 던랩은 티샷 실수에도 파를 세이브하며 우승을 지켰다. 던랩은 “아마추어로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결과는 이미 예정돼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 75타를 치든, 65타를 치든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던랩은 프로 선수가 아니어서 우승 상금 151만2000달러(약 20억 원)는 2위를 한 베자위덴하우트에게 돌아갔다. 던랩은 우승자 자격으로 2025년까지 2년간 PGA투어 출전 카드를 얻었다. 이번 대회 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던랩은 지난주 4129위에서 4000계단 넘게 뛰어오른 68위에 자리했다. 아마추어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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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 던랩, 33년만에 PGA 아마 우승 도전

    지난해 US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자 닉 던랩이 아마추어 선수로는 33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우승에 도전한다. 미국 앨라배마대 2학년인 던랩은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와 버디 10개를 잡아내며 12언더파 60타를 쳤다. 3라운드까지 27언더파 189타를 기록한 던랩은 2위 샘 번스(미국)에게 3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4라운드를 맞는다. 던랩은 대회가 끝나는 22일 기준으로 20세 29일이 된다. 10번 홀에서 3라운드를 시작한 던랩은 11∼14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했고 16, 17번 홀 연속 버디로 전반에만 6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서도 6번 홀 이글 등으로 6타를 더 줄였다. 이날 던랩의 60타는 2017년 애덤 헤드윈(캐나다)이 남긴 코스 레코드(59타)에 1타 모자란다. 던랩은 “드라이버와 퍼트가 모두 좋았다. 특히 퍼트는 홀이 깔때기처럼 보일 만큼 잘됐다”고 말했다. 던랩은 최종 4라운드에서 번스, 저스틴 토머스(31·미국)와 같은 조로 경기를 한다. 던랩에게 4타 뒤진 단독 3위로 3라운드를 마친 토머스는 앨라배마대 선배로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15승을 기록 중이다. 던랩은 “앨라배마대 동문 2명이 우승을 다투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고 했다. 던랩이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 1991년 투산오픈 우승자 필 미컬슨(미국) 이후 33년 만의 아마추어 챔피언이 된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에선 2021년 이 대회 우승자인 김시우가 3라운드 중간 합계 20언더파 196타로 공동 5위에 올랐다. 임성재와 재미동포 마이클 김은 18언더파 198타로 공동 12위에 자리했다. 김주형과 김성현은 컷 탈락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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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방어로 인생 역전 양준혁 “축구로 재밌게 땀 흘려요” [이헌재의 인생홈런]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왼손 타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푸른 피의 사나이’ 양준혁(55·전 삼성 라이온즈)은 2010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한 뒤에도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그는 한 방송사의 야구 해설위원, 양준혁야구재단 이사장, 양준혁축구야구교실 원장, 경기 이천 양신리틀야구단 감독 겸 단장을 맡고 있다.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그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수산물 업체 대표다. 선수 시절 낚시가 취미였던 양준혁은 어느 날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에 정신을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경북 포항 구룡포에 있는 한 양식장을 사들이게 됐다. 도다리와 돌돔 등을 키웠지만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전복 양식을 하면서는 손해도 크게 봤다. 인근에서 발생한 사고에 따른 소음과 진동 여파로 애지중지 키우던 전복들이 모두 폐사한 것이다. 그는 “우리 쪽 실수는 아니었는데 전복은 모두 죽고,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포기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다 보니 또 다른 희망이 생겼다. 대방어로 단숨에 역전 만루홈런을 날린 것이다. 그는 5년 전부터 대방어 양식을 시작했다. 먼바다에서 6, 7kg짜리 무게의 대방어를 잡아 와 자신의 양식장에 넣어 10kg 이상으로 살을 찌워 출하했다. 그는 “야구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양식장에서 현재 1만2000마리 정도의 대방어를 키우고 있다”며 “대방어 양식으로 전국에서 1등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양준혁표 대방어는 지난해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 몇 년간 도매업자들에게 납품만 하던 양준혁은 작년 말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자신이 키운 대방어를 직접 가지고 와 경매에 참가했다. 당초 kg당 2만5000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최고 시세에 가까운 kg당 3만8000원에 낙찰됐다. 품질을 인정받으면서 작년 말에는 한 대형마트와 함께 대방어회 행사도 열었다. 대구에서 태어난 양준혁은 은퇴 후엔 서울을 제2의 고향 삼아 살았다. 그리고 ‘인생 3막’은 양식장이 있는 포항에서 본격적으로 살아보려 한다. 양준혁은 “작년에 저희 양식장 주변이 포항시에서 ‘해상 낚시터’로 지정받았다. 관광객을 위한 낚시터와 베이커리 카페 등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가 쉽지 않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는 축구로 꾸준히 건강을 유지한다. 축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친해진 유도 스타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61)가 그의 축구 멘토다. 그는 “어느덧 나도 50대 중반이다. 혼자서 운동하는 건 힘들기도 하고 재미도 없다. 축구를 통해 함께, 재미있게 땀을 흘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스타 출신들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사는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양식업과 함께 리틀야구단을 통해 좋은 선수들을 조기 발굴해 잘 키워 보고 싶다”며 여전히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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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방어로 역전 만루포…‘위풍당당’ 양준혁 “어부로 제3의 인생”[이헌재의 인생홈런]

    ‘푸른 피의 사나이’ 양준혁(55)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왼손 타자 중 한 명이었다. 1993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2010년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때까지 통산 타율 0.316에 351홈런, 1389타점을 기록했다. 지금은 여러 기록들이 후배들에 의해 깨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는 한국 프로야구 타격 부분의 많은 기록들을 갖고 있었다. 방망이를 거꾸로 잡고도 3할을 친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양신’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만세 타법’과 땅볼을 친 후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은퇴한 지 14년이 흘렀지만 그는 여전히 야구와 관계된 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는 한 방송사의 야구 해설위원이자, 양준혁야구재단의 이사장이자, 양준혁축구야구교실의 원장이자, 이천 양신리틀야구단의 감독 겸 단장이다. 매년 말 또 다른 야구 스타 이종범과 함께 ‘희망더하기 자선야구 대회’도 개최한다. 그는 운동선수 출신 방송인의 선두 주자이기도 하다. 은퇴 이듬해인 2011년 채널A ‘불멸의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야구와 축구, 씨름 등 각종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짝짓기 예능과 가족 예능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한다. 양준혁은 “천성이 하루만 쉬어도 좀이 쑤신다. 은퇴 후 14년 동안 제대로 쉬어 본 건 코로나에 걸려서 일주일 격리했던 게 유일할 것”이라며 웃었다. 양준혁에겐 일반인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또 하나의 직함이 있다. 자신의 영문 이니셜을 따서 설립한 JH수산 대표다. 선수 시절 낚시가 취미였던 양준혁은 틈만 나면 경북 포항 앞바다로 나가 낚싯줄을 드리우곤 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포항 구룡포에 위치한 양식장을 사들이게 됐다. 그는 “워낙 낚시를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날 물고기 한 마리가 수면 위로 날아 오르는 모습을 보고 반하고 말았다”며 “그러다 매물로 나온 양식장을 샀다. 도다리와 가자미, 돌돔 등 물고기를 키웠지만 딱히 재미를 보진 못했다. 시행착오가 많았다”고 했다. 전복 양식 실패가 대표적이다. 한때 전복 양식을 했는데 일대에서 일어난 사고로 애지중지 키우던 전복들이 모두 폐사하고 말았다. 그는 “우리 쪽 실수는 아니었는데 전복은 모두 죽고,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포기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전력질주를 이어가다 보니 또 다른 희망이 생겼다. 바로 대방어로 단숨에 역전 만루홈런을 때린 것이다. 그는 전복의 실패를 딛고 5, 6년전부터 대방어 양식을 시작했다. 먼 바다에서 6, 7kg짜리 무게의 대방어를 잡아 와 자신의 양식장에 넣어 키우는 일이었다. 7, 8개월 가량 먹이를 주면서 최소 10kg이상으로 살을 찌웠다. 그는 “전국에 10여 개밖에 없는 축제식 양식장 중 하나인 우리 양식장이 대방어를 키우는데 무척 좋은 환경이라고 하더라. 야구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양식장에서 현재 1만2000마리 정도의 대방어를 키우고 있다”며 “물을 끊임없이 순환시키며 바다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 먹이를 주면 무지막지하게 먹어댄다. 대방어 양식으로 전국에서 1등 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양준혁 표 대방어는 지난해 업계에서는 큰 화제가 됐다. 품질과 크기 등에서 최상품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도매업자들에게 납품을 주로 하던 양준혁은 작년 말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자신이 키운 대방어를 직접 가지고 와 경매에 참가했다. 자신의 대방어가 어느 정도 가치인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당초 그가 생각했던 금액은 kg당 2만 5000원 정도였다. 그런데 경매 시작과 함께 그의 대방어는 당시 최고 시세에 가까운 kg당 3만 8000원에 낙찰됐다. 그는 “10마리를 내놓았는데 곧바로 10마리가 한꺼번에 모두 좋은 가격에 팔렸다. 우리가 제대로 대방어를 키우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작년 말에는 한 대형마트와 함께 대방어회 행사도 열었다. 그는 “첫날 행사에는 나도 직접 참여했다. 할인을 많이 한 이유도 있겠지만 거의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완판됐다”며 웃었다. 대구에서 태어난 양준혁은 은퇴 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서울에서 보냈다. 그는 자신의 어장이 있는 경북 포항에서 본격적인 어부로 ‘인생 3막’을 살아보려 한다. 양준혁은 “작년에 포항시로부터 저희 양식장 주변을 ‘해상 낚시터’로 지정받았다. 현재는 양식장 시설밖에 없지만 올해 여름까지는 관광객을 위한 낚시터와 베이커리 카페 등도 들어서게 된다”며 “일종의 바다 위의 야구장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낚시와 함께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하는 건 축구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긴 쉽지 않아도 축구를 통해 꾸준히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어느덧 나도 50대 중반이다. 혼자서 운동하는 건 힘들기도 하고 딱히 재미도 없다. 그래서 여러 명이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축구를 한다. 누군가와 함께하면 재미있게 땀을 흘릴 수 있다”고 했다. 축구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서 친해지게 된 유도 스타 출신 김재엽 동서울대 교수(61)가 그의 축구 멘토다. 김 교수를 통해 최수종, 이덕화 등 연예인들이 많이 소속된 일레븐FC에 들어가게 됐다. 양준혁은 “일레븐FC에서 매주 축구 경기를 뛴다. 25분씩 6번 정도 시합을 하는데 나는 한 번 차고, 한 번 쉬는 식으로 한다. 그런데 예순이 넘은 최수종 형님은 6번 모두 쉬지 않고 찬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서울 강남 개포동에서 운영하는 ‘양신스포츠아카데미’의 이름도 최근 ‘양준혁축구야구교실’로 바꿨다. 그는 “한 때 야구에서 ‘양신’으로 불렸지만 요즘 젊은 부부들이나 아이들은 내가 ‘양신’인지를 잘 모르더라(웃음)”며 “내가 야구를 오래 했지만 늦게나마 축구의 매력에도 푹 빠졌다. 가끔 성인들도 운동하러 오는데 이곳에서 4대4나 5대5로 풋살을 한다. 자연스럽게 운동도 되고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현재 초등학생 수강생의 비율도 축구와 야구가 비슷하다고 한다. 선수 시절부터 남다른 먹성과 큰 덩치로 유명했던 그는 지금도 딱히 음식조절을 하진 않는다. 맛있는 걸 양껏 먹되 대신 틈나는 대로 몸을 많이 움직이자면 된다는 주의다. 양준혁은 “좀 덜 먹으려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편하게 먹고 그만큼 더 뛰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누구에게나 일주일이 있지만 나는 그 일주일을 열흘처럼 보내려고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했다. 그에게 프로야구 지도자의 꿈은 없을까. 양준혁은 “지도자를 할 마음이 있었다면 은퇴 후 초창기에 현장으로 돌아갔을 것”이라며 “하지만 야구장학재단 사업이나 각종 유소년 사업 등도 뜻깊다고 생각했기에 지금까지 이 길을 걷고 있다”며 “많은 스타 출신들이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사는 사람이 한 명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어려운 환경을 어린이들을 위한 멘토리 야구단을 전국 6곳에서 운영하면서 연간 10억 원 이상을 쓰고 있다. 후원금도 받지만 모자랄 때는 사비도 낸다. 그는 “그럭저럭 양준혁 야구재단을 끌고 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후원을 부탁하고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에는 경기 이천에 엘리트 선수 육성을 위한 양신리틀야구단도 창단했다. 그는 “리틀야구단으로 시작해 장기적으로 이천에 중학교와 고교 야구부를 창단해 보고 싶다”며 “갈수록 선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나 같은 야구인들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좋은 선수들을 조기 발굴해 잘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야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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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LB닷컴 “류현진은 FA 투수중 저평가된 숨은 보석”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30개 팀의 스프링캠프 훈련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새 팀을 찾고 있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MLB.com은 19일 “저평가되고 있지만 깜짝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5명의 자유계약선수(FA) 선발 투수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류현진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류현진에 이어 제임스 팩스턴(36), 마이클 로렌즌(32), 제이컵 주니스(32), 카를로스 카라스코(37)도 기대 이상으로 활약할 수 있는 선발 자원으로 꼽혔다. 이 매체는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등은 1억 달러짜리 다년 계약을 하겠지만 이들 외에 숨겨진 보석 같은 투수들도 있다”며 “류현진을 비롯한 5명의 투수는 올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류현진에 대해서는 “전성기는 지났지만 여전히 선발 투수진의 한 축을 맡을 수 있는 강력한 자원”이라고 평가했다. 2022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이 지난해 후반기 복귀 후 선발 등판한 11경기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작년 8월 마운드에 복귀한 류현진은 52이닝을 던지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변수로는 부상 이력과 적지 않은 나이를 꼽았다. 류현진은 2015년 어깨 수술에 이어 2022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그 여파로 2017년 이후로는 한 시즌 100이닝 이상 투구가 3번밖에 되지 않는다. 이 매체는 “지난해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역대 최저인 시속 142km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아프지만 않다면 류현진은 제구력과 변화구 등 구속 저하를 상쇄할 좋은 도구들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류현진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새 시즌에 대비한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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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7세 필드 청년’ 랑거, 마스터스 마지막 도전

    독일 골프의 레전드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가 올해 마지막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한다. 랑거는 18일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터스에 나가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다른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출전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알렸다. 매년 4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열리는 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는 골퍼들에게 꿈의 무대다. 유럽투어를 주무대로 뛰며 42승을 거둔 랑거는 마스터스에서 두 차례(1985, 1993년) 우승했다. 랑거는 메이저대회 정상과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최초의 독일 선수다.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평생 출전권을 얻은 그는 지난해까지 40번이나 마스터스에 참가했다. 랑거는 50세 이상이 출전하는 PGA 챔피언스투어 최다승(46승) 기록 보유자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코스 세팅이 까다로운 마스터스에선 근래 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63세이던 2020년 대회가 마지막 컷 통과였다. 랑거는 “다른 선수들이 9번 아이언으로 온그린을 시도할 때 나는 3번 아이언이나 2번 하이브리드를 잡아야 한다”며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랑거가 올해 마스터스에서 컷을 통과하면 마스터스 역대 최고령 컷 통과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64세이던 지난해 컷을 통과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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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은 ‘제2의 클로이 김’ 만날 좋은 기회”

    “제2의 클로이 김, 제2의 에일린 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9일 개막하는 2024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을 위해 한국을 찾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71)은 대회의 성공 개최를 자신하며 이렇게 말했다. 6년 전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평창, 강릉, 정선, 횡성 일대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79개국 1803명의 선수가 참가해 15개 종목에서 81개의 금메달을 놓고 기량을 뽐낸다.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에선 항상 특별한 일이 생긴다.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에선 미래의 올림픽 스타가 될 재능 많은 어린 선수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당장 2년 뒤인 2026 이탈리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무대를 누빌 것”이라고 말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엔 역대 겨울청소년올림픽 참가 선수 341명이 출전했다. 스노보드의 클로이 김(24·미국)과 프리스타일 스키의 에일린 구(21·미국 중국 이중 국적)가 대표적이다. 2016 릴레함메르 청소년올림픽 2관왕 클로이 김은 2018년 평창,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연속 제패했다. 2020 로잔 청소년올림픽 2관왕인 에일린 구 역시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바흐 위원장은 “남자 선수들에 비해 어린 여자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한 채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IOC는 이런 선수들이 올림픽의 꿈을 키우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에는 남녀 선수가 거의 같은 비율로 출전한다.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에서는 평창 올림픽 시설을 그대로 사용한다. 바흐 위원장은 “어린 선수들이 평창의 레거시(유산)를 누릴 수 있어 다행이다. 선수들은 6년 전 자신의 영웅들이 뛰었던 곳에서 경기하게 된다. 이번 대회의 레거시는 다시 미래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평창이 눈과 얼음을 보기 힘든 나라 선수들을 위해 ‘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바흐 위원장은 “평창기념재단은 모범적인 선례를 만들고 있다. 많은 나라 선수가 도움을 받았다. 포럼과 세미나 등을 통해 올림픽의 가치도 널리 알리고 있다”고 칭찬했다. ‘드림 프로그램’에 참여해 겨울 스포츠를 익힌 아르헨티나, 몽골, 이란,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네팔 등 6개국 청소년들이 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바흐 위원장은 IOC가 자라나는 미래 세대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올해 7월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브레이킹과 서핑 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는 “IOC는 전통적인 스포츠와 새 시대 스포츠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시작된 후 줄곧 그래 왔다”며 “IOC는 젊은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e스포츠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묻자 그는 “‘예스’이자 ‘노’라고 말할 수 있다. e스포츠의 올림픽 진입은 차츰 논의할 수 있지만 이미 자체적으로 큰 대회를 치르고 있다. 현재로선 관련 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2036년 여름올림픽 유치 의사에 대해서도 바흐 위원장은 “IOC로서는 훌륭한 옵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서울은 1988년 올림픽의 레거시를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과 올해 강원 겨울청소년올림픽의 레거시도 이어갈 수 있다. 세 차례의 올림픽 개최를 통해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행정가들을 배출했다. 2036년 올림픽 유치를 원하는 도시들이 여럿 되지만 서울도 강력한 경쟁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서독 펜싱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딴 바흐 위원장은 은퇴 후 변호사로 일하다가 스포츠 행정가로 변신해 세계 스포츠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스포츠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상대를 존중하는 법도 배웠다. 이기고 지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며 “내 인생엔 수많은 도전이 있었고 항상 성공했던 것도 아니었다. 가끔 패배했지만 모든 위기는 동시에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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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나간 1.3m 버디… 눈앞에서 날아간 안병훈 첫승

    “자만하지 말라는 것 같다. 아직 열심히 해야 하고 갈 길이 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첫 우승 문턱에서 멈춘 안병훈(33)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하지만 안병훈은 최근 출전한 대회에서 매번 우승 경쟁을 펼치며 다가올 우승이 멀지 않음을 알렸다. 안병훈은 15일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연장 접전 끝에 공동 준우승했다. 이날 6타를 줄인 안병훈은 최종 합계 17언더파 263타로 그레이슨 머리, 키건 브래들리(이상 미국)와 연장 승부를 벌였다. 그동안 PGA투어 181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만 4번 했던 안병훈은 182번째 대회에서 준우승 횟수를 ‘5’로 늘렸다. 2024시즌 개막 대회였던 지난주 더 센트리에서 단독 4위를 한 데 이어 다시 톱5에 들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준우승 상금 73만8700달러(약 9억8000만 원)를 챙겼고 페덱스컵 랭킹 2위로 올라섰다. 53위였던 세계 랭킹도 50위 안으로 진입하게 된다. 안병훈으로선 연장전 마지막 퍼트가 아쉬웠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첫 번째 연장전은 안병훈에게 유리하게 펼쳐졌다. 안병훈은 3번째 샷을 홀 1.3m 거리에 붙였다. 브래들리는 약 5m, 머리는 약 12m를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머리에게 미소 지었다. 머리의 퍼트는 12m를 구른 뒤 거짓말처럼 홀로 빨려 들어갔다. 반면 안병훈의 퍼트는 홀컵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갔다. 이날 안병훈은 정규 홀에서도 우승 기회가 있었다. 선두 브래들리에게 한 타 뒤진 공동 2위였던 안병훈은 18번홀에서 약 240야드를 남기고 3번 아이언으로 친 세컨드샷을 홀 4m 거리에 떨어뜨려 이글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이글 퍼트가 홀컵을 살짝 빗나가면서 연장전에 들어갔다. 안병훈은 “세컨드샷이 정확히 원하던 곳으로 갔다. 퍼트도 잘했는데 브레이크를 잘못 읽었던 것 같다”며 “전반적으로 탄탄한 한 주였다. 마지막 마무리가 아쉽지만 지금까지 경기력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탁구 스타 안재형-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은 잇단 시련을 딛고 부활에 성공했다. 2016년 PGA투어에 데뷔한 안병훈은 2021년 페덱스컵 랭킹이 146위로 떨어지면서 투어 카드를 잃었다. 이듬해 콘페리투어(2부)를 거쳐 PGA투어에 복귀한 안병훈은 지난해 플레이오프 직전 마지막 대회였던 윈덤챔피언십 공동 준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탔다. 작년 가을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한 성분이 포함된 기침약을 먹었다가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와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안병훈은 상승세를 탄 최근의 경기력을 두고 “지난 몇 달간 쉬면서 매 라운드가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 돌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알코올 의존증과 교통사고 후유증을 이겨낸 머리는 4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데 이어 연장 첫 번째 홀에서도 12m 롱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PGA투어 통산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우승 상금 149만4000달러(약 19억8000만 원)를 받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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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 169km 힉스, 이정후와 같은 곳 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중 한 명인 조던 힉스(28·사진)가 이정후(샌프란시스코)와 팀 동료가 됐다. MLB.com은 14일 “샌프란시스코가 힉스와 4년 총액 4400만 달러(약 579억 원)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눈에 띄는 건 힉스의 보직이다. 그동안엔 주로 불펜투수로 뛰었으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한다. 2018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데뷔한 힉스는 MLB를 대표하는 불펜 투수다. 경기 막판 등판해 짧은 이닝을 전력투구하며 빠른 공을 뿌렸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에서 토론토로 트레이드되면서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그는 패스트볼과 싱커 두 구종의 평균 구속이 100마일(시속 161km)을 넘겼다. 최고 구속은 105마일(시속 169km)까지 찍었다. 힉스는 지난해 65경기에 등판해 3승 9패 13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했다. 삼진을 81개나 잡아내는 동안 볼넷은 32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11승 21패 51홀드 32세이브, 평균자책점 3.85다. 선발 투수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2022시즌 초반 선발 투수로 8차례 나선 적이 있다. 선발로 나선 경기에선 대부분 조기 강판되면서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샌프란시스코는 2021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로비 레이에 이어 힉스까지 영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선발진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다. 레이는 지난해 5월 팔꿈치 수술을 받아 전반기 등판이 어렵다.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힉스 역시 선발 투수로 팀 전력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MLB 선수들의 이적에 관한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MLB 트레이드 루머스’는 샌프란시스코의 선발진 추가 보강에 무게를 실으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와 있는 류현진을 포함해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마이크 클레빈저, 마이클 로렌젠 등을 언급했다. 류현진은 검증된 선발 투수로 평가받는다. 류현진과 이정후가 같은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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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빈후드 애로’ 주현정 “양궁의 갈증, 골프로 풀어요”[이헌재의 인생홈런]

    주현정(42)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박성현, 윤옥희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그때보다 더 큰 화제를 모았던 건 선수 생활 말엽인 2014년이었다. 그해 콜롬비아에서 개최된 세계양궁연맹 1차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비공식 연습에서 주현정은 과녁 한가운데 명중시킨 화살 끝을 다른 화살로 꿰뚫어 버렸다. 두 개의 화살이 이어져 기다란 한 개의 화살이 됐다. 0.0058%의 확률로 나온다는 일명 ‘로빈후드 애로’였다. 정작 주현정은 “보통 사람들은 신기해하지만 수천, 수만 발을 쏘는 한국 여자 양궁에서는 드물지 않은 일”이라면서 “당시도 처음 든 생각은 ‘에이, 아까운 화살 하나 버렸네’였다”며 웃었다. 같은 해 열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출전권을 후배 이특영에게 양보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았던 그는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에 방해가 돼선 안 되었기에 내 욕심을 버렸다”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한국 여자 양궁은 그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2015년 은퇴한 그는 현재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주현정 양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100명 가까운 수강생 중 70% 정도는 학생이고, 나머지 30%는 성인이다.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그는 “많은 분이 ‘일주일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몇몇 주부 수강생은 ‘가슴이 모처럼 다시 뛰는 것 같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주현정 양궁클럽’이 짧은 시간 안에 자리 잡게 된 데는 한국 양궁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러진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금메달 4개를 따냈다. 이후 “양궁을 배우고 싶다”는 전화가 빗발쳤다. 수강생이 늘면서 그는 지난해 공간이 훨씬 넓은 현재 장소로 이전했다. 그는 양궁 메달리스트들의 모임인 ‘명궁회’ 회장도 맡고 있다. 수시로 초등학교 등으로 재능기부를 다니고, 지역에서 열리는 생활체육 대회도 살뜰하게 챙긴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골프를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선수 시절 여자 선수 중 유독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던 그는 ‘장타자’다. 드라이버로 평균 180m, 멀리 칠 때는 220m를 보낸다. 그는 “지금도 양궁이 그립지만 시위를 당길 때마다 통증이 찾아온다. 양궁의 갈증을 골프로 푼다”며 “두 종목 모두 멘털이 중요하다. 침착하게 준비하고, 힘을 빼고 치거나(골프) 시위를 놓아야 한다(양궁)는 점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수영과 볼링 등을 열심히 했다. 주변에서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 보라”는 말도 들었을 정도다. 이제 그 열정을 골프에 쏟아보려 한다. 80대 중반을 친다는 그는 “양궁과 골프 모두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도 매력”이라고 했다. 그는 “양궁 저변을 확대하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한국 양궁이 지금처럼 세계 정상을 유지하려면 엘리트 체육뿐만 아니라 생활체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선수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생활체육을 통해 한국 양궁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 20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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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058% 확률 ‘로빈후드 애로우’ 주현정의 소감은? 이게 韓양궁 클래스[이헌재의 인생홈런]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 여자 양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양궁 단체전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올림픽부터 가장 최근에 끝난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한국 여자 선수들은 여자 단체전에서 9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해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한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 10연패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아무리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라 해도 남미에 있는 콜롬비아 언론이 한국 양궁을 크게 다룰 일은 별로 없다. 그런데 2014년 콜롬비아 언론 ‘엘 콜롬비아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한 때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던 주현정(42)을 대서특필했다. 눈앞에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해 세계양궁연맹(WA) 1차 월드컵이 열린 차 콜롬비아 메데린에서 한국 양궁 선수들은 대회 전 비공식 훈련을 하고 있었다. 주현정은 연습 도중 과녁 한가운데 명중시킨 화살 끝은 다른 화살로 또 한 번 꿰뚫어버렸다. 두 개의 화살이 이어져 기다란 한 개의 화살이 됐다. 0.0058%의 확률로 나온다는 일명 ‘로빈후드 애로우’였다. 세계양궁연맹도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는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하지만 놀라운 건 주현정 및 한국 양궁 대표팀 선수들의 반응이었다. 마치 큰일이라도 난 듯 사진을 찍고 취재에 나선 현지 언론과 달리 주현정은 그저 담담했다. 주현정은 “연습 때는 화살을 많이 쏘다 보니 화살끼리 ‘도킹’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그날 ‘로빈후드 애로우’를 쏜 뒤에도 처음 든 생각은 ‘에이, 아까운 화살 하나 버렸네’ 였다. 맞은 화살은 더이상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큰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사진을 찍자고 했을 때도 민망했다”며 웃었다. 그는 “경기 때는 로빈후드 애로우를 기록한 적이 없다. 하지만 연습 때는 심심찮게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20번 이상은 한 것 같다”고 했다. 주현정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혜성처럼 등장했다.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그가 한국 양궁의 신데렐라로 등장한 것이다. 당시 소속팀이던 현대모비스에서 양창훈 감독을 만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난 원래 활을 빨리 쏘는 스타일이었다. 많은 분들이 그걸 불안하게 생각했는데 양 감독님은 달랐다. 오히려 ‘시원시원하게 쏘니까 속이 뻥 뚫린다’고 칭찬해주셨다. 그때부터 자신감이 붙었다”고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그가 처음 출전한 메이저대회였다. 그는 박성현, 윤옥희와 짝을 이뤄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2009년 울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수많은 영광의 순간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빛나는 장면 중 하나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나왔다. 엄마 선수였던 그는 3명을 뽑는 대표 선발전을 3위로 통과했다. 오른쪽 어깨 통증을 딛고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그는 대회를 앞두고 출전 자격을 4위 이특영에게 양보했다. 어깨가 아픈 자신이 후배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국가대표 자리를 선뜻 내놓은 ‘아름다운 양보’였다. 주현정을 대신한 이특영이 선전하면서 한국 여자 대표팀은 그해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 수확에 성공했다. 금메달을 확정 지은 후 한국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응원하던 주현정을 경기장으로 데리고 와 함께 세리머니를 하며 눈물을 쏟았다. 주현정은 “예전 같았으면 어깨가 찢어지는 한이 있어도 대표 자리를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대표 최종 선발전 후 후배들의 눈물을 보면서 내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내가 한국 대표팀의 금메달에 방해가 되선 안 되겠구나’라고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이듬해인 2015년 25년간 정들었던 활을 내려놨다. 현재 주현정은 경기 용인 처인구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주현정양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사거리 30m가 나오는 널찍한 실내 공간에서 수강생들을 지도한다. 100명 가까운 수강생 중 70% 정도는 초등학생부터 고교생까지의 학생들이다. 하지만 양궁을 취미로 하는 성인들도 20~30명이 된다. 손자와 함께 온 70대 어르신은 양궁의 매력에 푹 빠져 오히려 더 열심히 활을 쏜다고 한다. 서울에서 매주 이곳을 찾는 수강생도 있다. 주현정은 “한 번 수업이 60분 가량 된다. 많은 분들이 ‘일주일간의 스트레스를 날리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씀해 주신다. 몇몇 주부 수강생들은 ‘활을 잡고 난 후 모처럼 다시 가슴이 뛰는 것 같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모두 ‘엘리트 선수’를 목표로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학업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활을 쏘는 학생들이 훨씬 많다. 그는 “아이가 활을 쏘면서 사춘기를 무난히 보내고 있다는 말씀을 부모님들로부터 듣곤 한다”고 했다. 엘리트 선수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20여 명 가량이다. 주현정은 그들에게 착실히 기본기를 가르친 뒤 양궁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시킨다. 그는 “사실 돈을 번다기보다는 학생과 성인들을 가르치면서 느끼는 성취감이 훨씬 크다”며 “한때 양궁을 했던 선수 출신 두 분을 코치로 모셨다. 저도 은퇴를 했지만 은퇴 선수 출신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다는 보람도 있다”고 했다. ‘주현정양궁클럽’이 짧은 시간 안에 자리를 잡게 된 데는 한국 양궁의 힘이 결정적이었다. 주현정이 처음 클럽의 문을 연 것은 2021년이었다. 당시엔 사거리가 10m 밖에 되지 않는 크지 않은 공간이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인테리어도 남편과 함께 직접 했다. 그는 “양궁을 하려면 장비가 꽤 필요하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장비를 더 많이 구입해 누구든 편히 몸만 와서 배우게 하자는 생각이었다”며 “처음 수강생이 1명일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벽에 못을 박다가 수업을 한 적도 있다”고 했다. 제대로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몇 달 되지 않아 수강생은 20~30명으로 늘었다. 그리고 2021년 여름에 열린 도쿄 올림픽이 그에겐 큰 기회가 됐다. 한국 양궁은 도쿄 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을 제외한 4개 종목 금메달을 땄다. 각각 3관왕과 2관왕에 오른 여자 양궁의 안산과 남자 양궁의 김제덕의 활약이 빛났다. 때마침 그는 여름 휴가를 떠나 있었는데 휴대 전화 등을 통해 “나도 양궁을 배우고 싶다”는 전화가 빗발쳤다. 받을 수 있는 데까지 사람을 받았더니 비는 시간 없이 140명의 수강생이 가득 찼다. 주현정은 “지금은 다소 줄어 80~90명의 수강생이 있다. 더 나은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작년 9월에 훨씬 넓은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궁클럽 운영 외에도 양궁 메달리스트들의 모임인 ‘명궁회’ 회장도 맡고 있다. 명궁회 회원들과 함께 초등학교 등을 돌며 재능기부를 다닌다. 지역에서 열리는 학생 양궁 대회나 생활체육 대회의 살림을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골프를 통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은퇴 후 한동안 수영을 열심히 했던 그는 요즘엔 틈이 될 때마다 필드를 걸는다. 선수 시절 여자 선수 중 유독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던 그는‘장타자’이기도 하다. 드라이버로 평균 180m, 멀리 칠 때는 220m 가량 보낸다. 그는 “요즘도 여전히 양궁을 하고 싶지만 활시위를 당기면 선수 때 아팠던 어깨에 통증이 있다. 그래서 골프를 대신 친다”며 “따지고 보면 골프와 양궁은 비슷한 점이 많다. 준비과정도, 피니시 과정도 비슷하다. 침착하게 어드레스를 한 뒤 힘을 빼고 치거나 시위를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80대 중반 스코어를 친다는 그는 “양궁과 골프 모두 끊임없이 코칭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도 공통점 중 하나다. 올해는 골프를 한 번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고 말했다. 양궁을 통해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결혼을 하고, 양궁클럽까지 운영하게 된 그는 “앞으로 양궁 저변을 확대하는 게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한국 양궁이 지금처럼 세계 정상을 유지하려면 엘리트 체육뿐 아니라 생활체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점점 선수층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지만 한국 양궁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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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비 아빠’ 김시우 소니오픈 2연패 도전, “하와이 신혼여행 와서 우승… 축복의 땅”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시우(29·사진)에게 미국 하와이는 ‘축복의 땅’이다. 2022년 12월 결혼한 김시우는 지난해 1월 신혼여행을 겸해서 간 하와이에서 통산 4번째 PGA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소니오픈이 그 무대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7승을 거둔 오지현(28)이 그의 아내다. 두 달 뒤 아빠가 되는 김시우가 좋은 기억이 가득한 소니오픈에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김시우는 12일부터 나흘간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라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리는 PGA투어 시즌 2번째 대회 소니오픈(총상금 830만 달러·약 109억 원)에 출전한다. 만삭의 아내도 이번 대회에 동행한다. 김시우는 한국 미디어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결혼하고 나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아내가 3월 초 출산 예정이어서 이번 소니오픈이 함께 다니는 마지막 대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시우는 지난주 하와이에서 열린 PGA투어 시즌 개막전 더 센트리에서 20언더파 272타로 공동 25위를 했다. 4라운드를 치르는 동안 보기는 3개밖에 내지 않으며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PGA투어는 소니오픈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파워랭킹에서 ‘디펜딩 챔피언’인 김시우를 8위에 올려놨다. 지난해까지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했던 김시우는 지난주 대회에선 일반 퍼터를 들고나왔다. 그는 “일반 퍼터로도 자신감을 찾았다. 비시즌 동안 일반 퍼터로 연습을 많이 했다. 브룸스틱을 안 쓰는 건 아니다. 거리감을 맞추는 데는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대회에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김시우는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지난해 우승도 했고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까지 진출했다. 올해도 1승 이상 거두면서 투어 챔피언십으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소니오픈에는 안병훈, 이경훈, 김성현 등 4명의 한국 선수가 출전한다. 지난주 더 센트리에서 4위에 오른 안병훈의 기세가 좋다. PGA투어는 안병훈을 이번 대회 파워랭킹 6위에 올렸다. 안병훈은 그동안 PGA투어 181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아직 우승이 없다. 시즌 개막전 우승자 크리스 커크(미국)는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24-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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