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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를 발표했다. 21일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이란 본토 공격을 감행하는 등 최근 대(對)이란 압박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만에 전격 휴전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를 두고, 분명한 외교 치적을 쌓으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을 곧 종식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동 분쟁이 길어지면 고유가 등으로 미국 경제의 부담도 커지는 만큼 이란 핵 시설 타격에 따른 성과와 조속한 휴전을 강조하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 집권에 따른 국내외 비판과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내심 휴전을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압도적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핵 시설 공격도 발생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교체’까지 언급했기 때문이다. ‘주적’ 이란에 대한 총공세 중이라 상대적으로 휴전 의지가 약할 수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휴전 제안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부터 이어져 온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감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뜻이다.● 치적 필요한 트럼프, 고유가+국내 반대 여론 부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휴전’을 택했다고 논평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패니코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빠른) 휴전 속도에 놀랐다”고 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본토 핵 시설 공격이란 ‘초강경 카드’를 통해 숙적 이란을 충분히 압박했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의 폭격 후 6개의 거대한 구멍이 난 이란 포르도 핵 시설의 위성 사진과 방공망이 와해된 이란의 무기력한 모습은 재집권 뒤 뚜렷한 외교안보 관련 치적이 없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히 성과로 강조할 수 있는 소재였다. 관세와 반(反)이민 정책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동에 계속 관여할 경우 고유가 등에 따른 유권자 불만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휴전을 이루는 데 공을 들였을 이유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이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불안을 느꼈다. 실제로 그는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형 에너지 기업에 “기름값을 낮추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야당 민주당은 물론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강경 보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또한 이란 공습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에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냈고, 보수층에서 영향력이 큰 스티브 배넌도 미국의 이스라엘-이란 충돌 개입에 대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정권 교체 위협 하메네이도 휴전 불가피 1989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하메네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자 상당한 위기 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집권 내내 경제 발전보다 중동 내 시아파 세력 확대, 핵무기 개발 추진 등에 골몰했다. 이로 인한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으로 군사 역량 부족까지 드러나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의 이반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 등은 이번 전쟁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빵을 구하기 위한 긴 줄이 목격되는 등 생필품 고갈에 대한 국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전쟁 중 하메네이가 ‘죽는다 해도 결사 항전에 나서겠다’는 ‘투사’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암살 위협에 대비해 수도 테헤란 일대의 지하 벙커에서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하메네이의 신변과 무관하게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신정일치 체제를 고수했던 이란 정치 체제가 변화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현실적으로 이란의 군사 역량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점 또한 이란이 휴전을 수용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전쟁 전 약 2000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전쟁에서 600∼700여 기를 소모해 미사일 비축량이 크게 줄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이란의 핵 역량이 제거됐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계속 공격을 이어가는 것을 원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전쟁에 따른 국민 불만, 경제적 부담,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의지 등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complete and total ceasefire)’에 합의했다”고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도 휴전 합의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12일 만에 양측은 휴전에 돌입하게 됐다. 전쟁 우려가 잦아들면서 23일 국제 유가는 전일 대비 약 7.2% 하락했다. 24일 주요국 주식시장은 일제히 상승했다.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오후 6시 2분경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가 ‘12일 전쟁’의 종식을 축하하게 될 것”이라며 휴전 합의를 공개했다. 이어 미국 동부 시간 24일 0시(한국 시간 24일 오후 1시)부터 이란이 먼저 휴전을 시작하고, 24시간 후 완전한 종전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네 시간 뒤 또 다른 글을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동시에 내게 다가와 ‘평화’를 말했다. 나는 지금이 (휴전을 위한) 바로 그때임을 알았다”며 휴전 합의를 자신이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휴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강하게 압박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1일 미 역사상 최초로 이란 본토의 핵 시설 3곳을 B-2 스텔스 폭격기로 공습한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 작전을 단행했다. 22일에는 이란의 ‘정권 교체’도 언급했다.23일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 합의 사실을 공개하기 전 이란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 등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다만 이란은 미국과 카타르에 발사 계획을 미리 알려 확전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전 통보해 준 이란에 감사하다”며 미군 사상자가 없다고 밝혔다.다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3일 이란 의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전면 중단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일각에선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위해 IAEA를 탈퇴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휴전 합의 발표 뒤에도 상대방이 공격을 가했다며 ‘휴전 위반’ 공방을 이어갔다.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에 미온적인 이스라엘이 휴전 합의를 위반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24일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은 (이란에) 폭탄들을 투하하지 마라. 조종사들을 복귀시켜라, 지금!”이라고 썼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합의를 발표했다. 21일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이란 본토 공격을 감행하는 등 최근 대(對)이란 압박에 나섰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만에 전격 휴전을 선언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이를 두고, 분명한 외교 치적을 쌓으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란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전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전쟁을 곧 종식시키겠다”고 장담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동 분쟁이 길어지면 고유가 등으로 미국 경제의 부담도 커지는 만큼 이란 핵 시설 타격에 따른 성과와 조속한 휴전을 강조하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장기 집권에 따른 국내외 비판과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이란의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도 내심 휴전을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스라엘의 압도적 공습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핵시설 공격도 발생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교체’까지 언급했기 때문이다. ‘주적’ 이란에 대한 총공세 중이라 상대적으로 휴전 의지가 약할 수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휴전 제안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2023년 10월부터 이어져온 하마스와의 전쟁으로 인한 국민들의 불만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감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뜻이다.● 치적 필요한 트럼프, 고유가+국내 반대 여론도 부담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휴전’을 택했다고 논평했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패니코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빠른) 휴전 속도에 놀랐다”고 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본토 핵 시설 공격이란 ‘초강경 카드’를 통해 숙적 이란을 충분히 압박했다는 것을 강조할 수 있었다. 특히 미국의 폭격 후 6개의 거대한 구멍이 난 이란 포르도 핵 시설의 위성 사진과 방공망이 와해된 이란의 무기력한 모습은 재집권 뒤 뚜렷한 외교안보 관련 치적이 없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히 성과로 강조할 수 있는 소재였다. 관세와 반(反)이민 정책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동에 계속 관여할 경우 고유가 등에 따른 유권자 불만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빠른 휴전을 이루는 데 공을 들였을 이유로 꼽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이 유가와 천연가스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불안을 느꼈다. 실제로 그는 23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대형 에너지 기업에게 “기름값을 낮추라”고 압박하기도 했다.야당 민주당은 물론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강경 보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또한 이란 공습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에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냈고, 보수층에서 영향력이 큰 스티브 배넌도 미국의 이스라엘-이란 충돌 개입에 대해 “우리의 전쟁이 아니다”라며 지적했다. 또 23일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회사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 심화를 우려한다”고 답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민주당 하원의원 등은 “의회 동의 없는 대통령의 전쟁 결정은 탄핵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정권교체 위협 하메네이도 휴전 불가피 1989년부터 장기 집권 중인 하메네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을 언급하자 상당한 위기 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집권 내내 경제 발전보다 중동 내 시아파 세력 확대, 핵무기 개발 추진 등에 골몰했다. 이로 인한 만성적인 경제난으로 국민 불만이 고조된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이은 공습으로 군사 역량 부족까지 드러나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미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의 이반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P통신 등은 이번 전쟁으로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빵을 구하기 위한 긴 줄이 목격되는 등 생필품 고갈에 대한 국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특히 이번 전쟁 중 하메네이가 ‘죽는다 해도 결사항전에 나서겠다’는 ‘투사’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암살 위협에 대비해 수도 테헤란 일대의 지하 벙커에서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하메네이의 신변과 무관하게 1979년 이슬람 혁명 후 신정일치 체제를 고수했던 이란 정치 체제가 변화를 맞을 가능성도 제기한다.현실적으로 이란의 군사 역량이 현저히 약화됐다는 점 또한 이란이 휴전을 수용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란은 전쟁 전 약 2000기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전쟁에서 600~700여 기를 소모해 미사일 비축량이 크게 줄었다.한편 네타냐후 총리의 경우 이란의 핵 역량이 제거됐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계속 공격을 이어가는 것을 원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전쟁에 따른 국민 불만, 경제적 부담,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의지 등을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주도해 2500여 년간 이어졌던 페르시아 군주제를 무너뜨린 루홀라 호메이니(1900∼1989)의 손자 하산(53)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86)의 후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5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23일 보도했다. 호메이니가 사망한 1989년부터 이란을 이끌고 있는 하메네이는 장기 집권과 반대파 탄압, 고질적인 경제난 등으로 국민들의 적지 않은 불만에 직면해 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의 거듭된 공습으로 하메네이 정권의 취약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터라 후계 구도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호메이니는 7명의 자녀를 뒀다. 이 중 차남인 아마드(1946~1995)는 아버지를 도와 혁명에 깊게 관여했다. 한때 호메이니의 후계자 물망에도 올랐지만 49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아마드의 아들이 바로 하산이다. 조부, 부친과 마찬가지로 신학자로 활동하고 있다.하산은 젊은 시절 축구 선수로도 뛰었으며 개혁파와 보수파 모두와 두루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성 인권 등을 중시하며 중도파 거물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텁다. 특히 미국과 내내 대립하고 핵개발에 치중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등 강경 보수세력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등을 비판하는 기고도 냈다.이란은 이슬람 성직자 회의체인 ‘국가지도자운영회의’를 통해 최고지도자를 선출한다. 다만 이번 공습에 따른 비판과 무관하게 하메네이의 의중이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로이터통신은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56) 또한 차기 지도자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역시 신학자인 모즈타바 또한 부친의 후광을 앞세워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다만 하메네이 부자(父子)의 권력 세습 시도에 대한 국내외 비판과 저항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혁명의 주요 이유가 팔레비 왕조의 전제 왕정 체제 및 세습에 대한 반대였기 때문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위협해 불안이 커지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승인했고, 최종 결정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가 한다.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가 이 해협을 지나고, 이 중 80% 이상이 한국 등 아시아로 향한다. 그간 이란은 자국의 안보 위협이 있을 때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거론하며 일부 선박을 나포한 적은 있지만 전면 봉쇄를 추진한 적은 없다. 다만, 이란이 미국으로부터 첫 본토 공격을 당한 초유의 사태를 겪은 만큼 봉쇄를 비중 있게 검토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세계 경제에는 대형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해협 봉쇄에 대해 “극도로 위험하고 누구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란의 현재 군사력, 주변국과의 관계, 미국의 추가 공격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전격 단행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밴스 “호르무즈 봉쇄, 이란에 자살행위” 무엇보다 이란의 해군과 공군 역량을 감안할 때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은 그간 서방의 제재와 경제난 등으로 해상 봉쇄에 필요한 군사 장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는 “이란의 현재 해군력으로는 일부 선박을 나포할 수는 있겠지만 전격적인 봉쇄를 추진하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인근 걸프 산유국들과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주변 산유국들이 해협 봉쇄로 타격을 입으면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항하는 여론전에서 이들 국가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할 수 있어서다. 자국산 원유 수출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J D 밴스 미 부통령은 이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그것(해협 봉쇄)은 이란 경제에 자살행위”라고 했다. 특히 이란은 해협 봉쇄에 나섰다가 미국의 추가 공습을 받아야 하는 위험도 안고 있다. 이란이 봉쇄에 나선 뒤 이곳을 항해하는 미국이나 미 동맹국 선박과 충돌이 발생하면 미국은 이를 추가 공습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 이란이 해협 봉쇄까지 나서진 않고, 해협에서 교란 작전을 펼칠 가능성도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은 “이란이 호르무즈에 대한 전면 봉쇄에 나설 가능성은 적지만,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간헐적인 교란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르무즈해협 내 병목 지역은 폭이 50km 정도지만, 대형 유조선이나 군함이 지나는 항로는 폭이 9∼10km에 불과해 선박 나포 등은 비교적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이란은 2021년 1월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를 해상 오염 의혹이 있다며 억류하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방향으로 호르무즈해협 초입에 들어서던 초대형 유조선 2척이 미국의 이란 폭격 직후인 22일 항로를 정반대 방향으로 급변경하는 등 해협 일대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란, 미국 내 ‘잠복세포’ 활성화 가능” 일각에선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 공격이나 미국 본토 테러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중동 19개 지역에 미군 약 4만 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 NBC에 따르면 이란은 며칠 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이란 핵시설 공격에 대응해 미 본토를 공격할 ‘잠복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한편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커지며 인근 지역에 파병된 청해부대의 임무 및 작전 태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군 소식통은 “청해부대는 이번 사태 이전부터 방호태세를 강화해 유지해 왔다”며 “향후 추가 조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21일 이란 핵시설을 전격적으로 공습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 정세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중동의 대표적 친(親)미 국가인 이스라엘과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추진했고 두 나라에 ‘공동의 적’ 이란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기려 했다. 다만 사우디 내 강경 이슬람 세력 등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 이어 집권 2기에도 이 구상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다만 그의 뜻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오만 등 주요 아랍국이 이란과의 긴장 고조에 우려를 표했으며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이 중동 패권국으로 올라설 가능성에 반발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레바논 헤즈볼라, 예멘 후티 등 중동 내 친이란 무장단체가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귀결되든 최대 수혜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으며 아직까지 하마스가 억류 중인 민간인 인질 등으로 국내외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해 미국의 이란 공습을 실행시킨 만큼 핵심 지지층인 국내 보수층의 강한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이란 넘어 中-러도 견제 목적 미국 시사매체 타임은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사우디 등 더 많은 아랍국을 이스라엘, UAE, 바레인이 2020년 9월 맺은 ‘아브라함 협정’에 포함시키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대(對)이란 공동 견제 전선을 구축하려 한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을 넘어 중국, 러시아 등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려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쟁국에 “필요하다면 상대를 가리지 않고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메시지를 주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거의 모든 아랍국가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런 전략에 반감을 보인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이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점에 많은 아랍국이 우려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후티 등을 공격하는 정도는 방관해줄 수도 있지만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자신감을 갖고 ‘중동의 원톱 패권국’ 행세를 하는 것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이란, ‘제2 리비아’ 되나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동 공격에 나서면서 이란이 ‘제2 리비아’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의 여파로 42년간 리비아를 철권 통치했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졌다. 당시 서방 주요국 또한 카다피 사후 리비아에 대한 적절한 통치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리비아는 현재도 각종 군벌과 무장세력이 난립하는 무법지대로 전락했다. 서구 일각에서는 이란에서도 리비아와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시아파 신정일치 세력의 붕괴는 내심 원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중동의 주요 패권국인 이란이 무법지대에 빠지는 것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는 의미다. 특히 인구가 736만 명에 불과한 리비아와 달리 이란은 약 9000만 명을 보유한 강대국이어서 이런 이란이 정정 불안에 빠지면 국제 정세 또한 요동칠 수 있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 또한 이란이 리비아나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통치 중인 아프가니스탄처럼 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진단했다. FT는 이란처럼 많은 인구, 넓은 영토, 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진 국가가 ‘실패 국가(failed state)’로 전락한다면 리비아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의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혁명수비대의 잔존 세력이 곳곳의 무장단체와 결합해 서방 주요국을 위협한다면 이는 미국이 직접 떠안아야 할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대 수혜자는 네타냐후 이번 사태로 네타냐후 총리는 강한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책임 외에도 두 번째 집권 시절의 부패 혐의 등으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이란 공습을 이끌어낸 공로로 반대파를 제압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극우 연정 내부에서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등 강경 보수 인사들은 같은 날 일제히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지지와 칭찬 글을 올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올해 2월과 4월 각각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당시만 해도 이란 핵협상 체결을 선호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을 공습해야 한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번 이란 공격에 사용한 ‘벙커버스터’ 폭탄을 지원해달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에는 이를 거부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란 공습을 단행하면서 네타냐후 총리를 도와준 모양새가 됐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완료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포르도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란 내 가장 중요한 핵시설로 꼽혀 온 포르도가 완파돼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주장한 것이다.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의 작전명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를 거론하며 작전이 이란 현지 시간 22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25분 후에 끝났다고 공개했다. 그는 “이란은 작전 내내 공격을 감지 못했고, 우리는 기습 효과를 유지하려 했다”고 말했다.재집권 후 이란과의 핵 협상 체결에 공들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핵시설을 타격하자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린다. 그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격화되자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했다. 19일에는 “향후 2주 내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2주’의 협상 시한을 예고했다. 하지만 ‘2주’가 아닌 ‘2일’ 만에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 이 여파로 이란과 대리 세력이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정세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을 “트럼프의 가장 크고 위험한 외교 도박”이라고 평했다.● 유럽-이란 ‘빈손’ 회담 뒤 공격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 2주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만에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을 교란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그가 2주를 거론했을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부에서 이미 이란 공격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독일 프랑스 영국 외교장관 간의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공격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 외교 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점에 전 세계가 적응해야 한다”고 논평했다.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완벽한 성과를 못 냈고, 이란의 반격 능력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판단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6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고 진단했다. 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개심이 워낙 강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이란에만큼은 ‘비(非)개입주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는 집권 1기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을 전격 파기했다. 2020년 1월에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개 사살했다.● 美, “이란 정권 교체 목적은 아니다” 다만 미국이 확전을 막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야기한 위협을 무력화하려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CBS 방송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이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또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이란의 현 체제가 존속한다면 이란이 더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수 있다”며 이때 미국 또한 이런 이란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이번 공격을 “국제법 규칙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전례 없는 위반”이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이란은 21일 이스라엘 곳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22일 이란을 공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가능성이 얼마나 줄었는가가 미국과 이란의 분쟁 확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원자력기구(AEOI)는 22일 “적(이스라엘과 미국)들의 사악한 음모에도 핵 순교자들의 피로 탄생한 이 국가 산업의 평화로운 발전의 탈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공습과 무관하게 핵 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포르도는 끝장났다(FORDOW IS GONE).”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핵시설 3곳에 대한 공격을 완료한 뒤 트루스소셜을 통해 포르도를 콕 집어 거론했다. 이란 내 가장 중요한 핵시설로 꼽혀 온 포르도가 완파돼 이란의 핵 위협이 사라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공습의 작전명 ‘미드나이트 해머(Midnight Hammer·한밤의 망치)’를 거론하며 작전이 이란 현지 시간 21일 오전 2시 10분에 시작해 25분 후에 끝났다고 공개했다.재집권 후 이란과의 핵 협상 체결에 공을 들였던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핵 시설을 타격하자 그 배경에 큰 관심이 쏠린다. 그는 13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발발한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격화되자 이란에 대한 군사 조치를 거론했다. 19일에는 “향후 2주 내에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2주’의 협상 시한을 예고했다. 하지만 ‘2주’가 아닌 ‘2일’ 만에 전격 공습을 단행했다.이 여파로 이란과 대리 세력이 미국에 대한 보복에 나서면 중동을 넘어 전 세계 정세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을 “트럼프의 가장 크고 위험한 외교 도박”이라고 평했다.● 유럽-이란 ‘빈손’ 회담 뒤 공격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 2주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만에 공격한 것을 두고 이란을 교란하기 위한 의도적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정치매체 폴리티코 또한 그가 2주를 거론했을 때 트럼프 2기 행정부 내부에서 이미 이란 공격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고 전했다.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과 독일 프랑스 영국 외교장관 간의 협상이 무위로 끝나자 공격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언제든 이익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라며 “미국 외교 정책이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점에 전 세계가 적응해야 한다”고 논평했다.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완벽한 성과를 못 냈고, 이란의 반격 능력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판단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6개월 지연시키는 데 그쳤다고 진단했다.이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적개심이 워낙 강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는 시각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으며 이란에만큼은 ‘비(非)개입주의’를 적용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그는 집권 1기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체결한 이란 핵협정(JCPOA)을 전격 파기했다. 2020년 1월에는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무인기(드론)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공개 사살했다.● 美, “이란 정권 교체 목적은 아니다”다만 미국이 확전을 막으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야기한 위협을 무력화하려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J D 밴스 부통령도 같은 날 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란’이 아니라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CBS방송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란과의 외교 접촉에서 “정권 교체는 계획에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전했다.이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미국 또한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엄청난 비용과 희생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이란의 현 체제가 존속한다면 이란이 더 은밀하게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왕따 국가(pariah state)’가 될 수 있다”며 이때 미국 또한 이런 이란을 계속 상대해야 하는 수렁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란 외교부는 미국의 이번 공격을 “국제법 규칙에 대한 극악무도하고 전례 없는 위반”이라며 “온 힘을 다해 저항할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이란은 21일 이스라엘 곳곳을 미사일로 공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2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러시아의 지지를 요청하기로 했다. 중국 외교부도 22일 이란을 공격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했다.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 가능성이 얼마나 줄었는가가 미국과 이란의 분쟁 확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원자력기구(AEOI)는 22일 “적(이스라엘과 미국)들의 사악한 음모에도 핵 순교자들의 피로 탄생한 이 국가 산업의 평화로운 발전의 탈선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공습과 무관하게 핵개발을 지속할 뜻을 밝혔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의 총애를 잃은 것을 두고 실리콘밸리에서 눈물을 흘릴 이는 거의 없다.” 이달 초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와 세계 최고 부자의 전례 없는 ‘브로맨스’가 시끄러운 결말을 맺자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면서 두 다혈질 거물의 치열한 설전이 시작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머스크를 “정신 나간 그 남자”라고 부르며 악감정을 드러냈다. 한때 자신의 ‘퍼스트 버디’(1호 친구)로 이름을 날린 머스크를 정신병자로 취급한 것. 두 사람 간에 설전이 이어지고 관계가 틀어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비호 아래 최근 우주산업 관련 기업인 스페이스X 등의 사업 영역을 거침없이 확장해 간 머스크의 행보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보복 욕구’가 강한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가 정부와 함께 진행했거나, 추진하려던 사업들을 그냥 두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머스크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빅테크 기업들의 이권 경쟁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테크 우파’(Tech Right·기술 산업에 종사하거나 기술 친화적이면서 보수적 정치 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머스크 대신 사업적,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머스크의 퇴장,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로 웃고 있을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머스크, 올트먼 UAE 데이터센터 사업 무산 시도지난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자 실리콘밸리에선 머스크와 사이가 안 좋은 기업인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 중 재단을 설립해 2억7000만 달러(약 3700억 원) 이상을 트럼프 선거캠프에 기부했다. 또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을 발로 누비면서 그의 핵심 측근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임명돼 130일간 공무원 해고와 예산 삭감 등 연방정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자신의 사업 영역인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소셜미디어, 우주산업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경쟁사를 견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가 2023년 11월 자신의 X 계정에 남긴 글은 의미심장했다. “적들로 가득 찬 큰 묘지가 있다. 여기 누군가를 더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머스크가 당시 겨낭했던 실리콘밸리 최대 앙숙은 생성형 AI인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올트먼에 대해 “사기꾼 샘”이라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올트먼에 의해 오픈AI가 당초 정관과는 달리 영리 법인으로 바뀐 것에 불만을 품은 것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올트먼에 대해 “악마로 변했다”고 직격했다. 사실 둘은 과거 절친한 사업 파트너였다. 2010년대 초반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 사장이던 올트먼이 온라인 결제서비스 페이팔을 창업해 성공을 거둔 머스크에게 조언을 구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그 후 올트먼이 2015년 선진 AI를 개발한다며 오픈AI를 설립하자, 머스크는 5000만 달러(약 690억 원)를 초기 투자하고 이사회 멤버에 합류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오픈AI의 주도권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서 둘은 원수가 됐다. 머스크는 오픈AI가 비영리 기조를 지킨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이사회를 떠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CEO를 노리고 오픈AI 이사회에서 올트먼과 대립했지만, 결국 올트먼에게 밀렸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막아 달라는 소송을 내는 등 현재까지도 올트먼과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민주당원인 올트먼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재선 확정 직후 위세가 높아진 머스크에 대해 “영웅으로 생각하며 자라왔다”고 말했다.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트먼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올트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목말라하는 미국 투자로 환심을 사는 전략을 취했다. 총 5000억 달러(약 690조 원)를 들여 미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한 것. WSJ는 당시 머스크가 해당 계약 내용을 사전에 듣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오픈AI 주도로 아랍에미리트(UAE)에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도 무산시키려 했다고 한다. 자신의 AI 계열사 xAI가 해당 사업에서 배제된 데 따른 일종의 보복이었다. 그는 발주처인 UAE 국영기업 G42에 xAI를 사업에 참여시키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투자 승인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와 결별한 상황에서 올트먼의 사업 확장을 위한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페이팔 공동 창업한 틸에 수주 경쟁력 밀릴 가능성지난해 미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고, 선거캠프에 후원도 한 페이팔 공동창업자 피터 틸도 머스크가 퇴장한 덕을 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틸은 벤처투자사 ‘파운더스 펀드’ 창립자이자 빅데이터 분석기업 팔란티어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틸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관심을 보여 왔다. 또 머스크와 경쟁을 벌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사람도 사업을 둘러싼 악연을 갖고 있다. 머스크의 온라인뱅킹 업체 엑스닷컴은 틸의 온라인 결제 업체 컨피니티와 2000년 합병해 페이팔을 탄생시켰다. 이후 틸은 대표직을 맡던 머스크가 신혼여행을 간 사이 이사회를 설득해 머스크를 몰아낸 뒤 자신이 CEO에 올랐다. 신기술에 열광하던 머스크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시스템 교체를 강행한 게 원인이었다. 다만, 틸은 벤처캐피털을 통해 머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에 초기 투자하는 등 관계를 완전히 끊지는 않았다. 틸은 머스크의 사업 수완을 인정하며 “나라면 머스크의 반대편에 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취약할 때 선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힌 공통점이 있다. 틸은 머스크보다 앞서 트럼프 집권 1기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해 왔다. 최근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틸의 영향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틸은 머스크와 달리 공직을 맡지 않았지만 공화당 내 기술전략가이자 후원자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신이 설립한 밴처캐피털 미스릴캐피털에서 일하던 예일대 로스쿨 출신의 J D 밴스를 지난해 미 대선 때 부통령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현재 부통령이 밴스란 점에서 그의 ‘용병술’은 성공한 것. 또 틸이 트럼프 행정부 내 핵심 이너서클 인사란 것을 보여준다. 틸은 실리콘밸리 안팎에서 테크 우파이자 확고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충성파로 꼽힌다. 이미 틸도 머스크 못지않게 연방정부 계약을 통해 실리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방어(MD) 체계 골든돔(Golden Dome) 프로젝트에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가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우버 임원 출신으로 미 국방부 연구공학(R&E) 차관에 임명된 에밀 마이클 등 틸과 가까운 관계자들이 정부 곳곳에 포진한 것도 정부 계약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틸과 접점이 있는 최소 12명의 인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페이팔 창업 멤버로 백악관 AI 및 암호화폐 차르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색스와 틸의 개인 재단 CEO 출신으로 미 복지부 차관에 기용된 짐 오닐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틸이 이끄는 팔란티어는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사업자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AI를 활용한 팔란티어의 군사 데이터 솔루션은 미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부 등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팔란티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주가가 90% 이상 급등하며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팔란티어 군사 솔루션을 쓰는 이스라엘군이 13일 이란 공습을 개시하자, 팔란티어 주가가 급등해 16일 기준 시가총액이 3337억 달러(약 457조 원)에 달한다. 반면 골든돔 구축 과정에서 미 국방부와 스페이스X 간 계약이 추진됐으나, 최근 트럼프-머스크 갈등 직후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그 빈자리를 미국의 방산 스타트업인 안두릴 등이 파고들고 있다. 안두릴은 AI 기반 무인기, 안전관리 체계, 데이터 분석 기술을 제공한다. 안두릴은 올트먼의 오픈AI와 협력 관계다. 이에 따라 올트먼이 머스크 대신 골든돔 프로젝트의 수혜를 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주사업, 아마존 등 후발 주자들에 뺏길 위험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항공우주국(NASA), 국방부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머스크와의 협력을 꺼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NASA는 스페이스X를 대신할 민간 우주기업들을 물색하고 있다. 이미 로켓랩, 스토크 스페이스, 블루오리진 등의 기술 개발 수준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 블루오리진은 WP 사주이기도 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이끌고 있다. 블루오리진은 2000년 설립돼 올 초에야 지구 궤도에 로켓을 처음 올렸다. 머스크가 지난 15년간 439차례나 로켓을 발사하고 이 중 99% 이상 성공한 것과 비교하면 기술 격차가 상당히 크다는 게 나타난다. 머스크는 블루오리진의 로켓이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며 공개적으로 조롱하기도 했다. 앞서 올 2월 머스크는 DOGE 수장 자격으로 인사관리처(OPM)를 통해 NASA 등 230여 개 정부기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성과를 적어 내라”고 압박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머스크가 한 번 발사할 때마다 41억 달러(약 5조9000억 원)가 드는 NASA의 대형 로켓 발사 프로젝트를 구조조정하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그러나 머스크의 스페이스X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었다. 5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온라인 설전 끝에 머스크가 “대통령의 계약 취소 발언에 따라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X에 올린 데 따른 것. 이후 그는 해당 글을 삭제하며 후회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WP에 따르면 NASA와 국방부는 머스크의 오락가락 행보를 보면서 ‘믿을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됐다.● 저커버그, 게이츠도 머스크와 ‘불편한 관계’ 마크 저커버그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창업자도 머스크의 퇴장을 반길 가능성이 있다. 그는 2023년 머스크가 인수한 X에 맞서 스레드를 출시한 뒤 관계가 틀어져 ‘격투기 대결’까지 서로 운운하기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머스크와의 관계가 불편하다. 2022년 테슬라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게이츠가 공매도에 나선 사실이 머스크 귀에 들어간 것. 당시 머스크는 게이츠에게 “테슬라에 대해 5억 달러(약 6900억 원) 규모의 공매도에 베팅했느냐”고 따져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머스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캠페인을 벌이던 게이츠를 향해 자신은 백신을 안 맞겠다며 게이츠를 ‘얼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았다. 많은 실리콘밸리 거물이 머스크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머스크의 광폭 행보 덕을 보기도 했다. 머스크가 DOGE에서 정부 기능을 실리콘밸리 기술로 대체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정부 업무 영역에서 첨단 기술 도입은 테크 기업들이 그동안 요구해 온 사항이다. WP는 “DOGE는 기업이 정부보다 비용 절감과 서비스 혁신에 뛰어나다는 실리콘밸리의 주장과 보수주의 이론을 현실 세계에 적용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퍼스트 버디’ 머스크의 퇴장이 테크 기업들에는 아쉬울 수 있는 대목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전통적으로 한일 양국 간 인식 차가 가장 극명한 부문은 과거사다. 이번 공동 여론조사에서도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를 둘러싼 한일의 인식 차이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과거에 비해선 그 차이가 다소 줄어들었다.변화는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좀 더 두드러졌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포함해 과거사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한국인의 80%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다만 ‘해결됐다’는 대답은 17%로, 2015년 공동조사 때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일본은 같은 질문에 대해 46%가 ‘해결됐다’고 답했다. 2015년 조사 땐 49%가 이같이 답했다.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가 충분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은 13%만 ‘충분하다’고 답했다. 이는 2015년 조사 때보다는 12%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일본인은 67%가 ‘충분하다’고 답해 2015년 조사보다 2%포인트 늘었다. 일본에선 ‘미흡하다’는 응답도 22%로 10년 전 조사(20%)보다 2%포인트 늘었다.‘한일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보느냐’란 질문엔 한국인의 42%, 일본인의 17%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대답했다. 최근 한일관계를 둘러싼 갈등 요인이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이 한국 쪽에서 더 강하게 반영된 흐름으로 풀이된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의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통상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같은 경제 불확실성 속에 한국과 일본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향후 한일 간에 가장 협력해야 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한국 응답자는 ‘경제’를 꼽은 비율이 37%로 가장 높았다. 일본도 ‘경제’ 응답 비율이 28%로 안보(3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특히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일 국민 대다수는 중국보다 미국을 중시해야 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경제를 고려할 때,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의 77%, 일본인의 80%가 각각 미국을 꼽은 것. 중국을 중시한다는 응답자는 한국 14%, 일본 11%에 그쳤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일 간 무역의 핵심을 차지하는 첨단 ‘소부장’(소재·부품·기술 장비) 부문 협력에 관한 질문을 별도로 제시했다. 여기에서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70%였다. ‘현 수준 유지’는 19%, ‘약화해야 한다’는 5%에 그쳤다. ‘협력 강화’ 응답은 세대별로도 전 연령대에서 65%를 넘었고, 정치 성향별로도 보수층(78%)과 진보층(69%)에서 모두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한국 경제계에서도 일본과의 경제 협력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최근 힘을 얻고 있다.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일 무역 규모가 772억 달러(약 106조 원)로 1965년 이후 352배가량 급증했다. 무협은 “과거 수직적 분업 관계였던 양국 무역이 상호 보완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향후 ‘소부장’ 분야에서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한국과 일본의 경제 상황을 비교할 때 양국 모두에서 ‘한국이 낫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온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의 경제와 생활 상황이 더 나은 것 같나’란 질문에 양국 모두 ‘비슷한 것 같다’는 응답이 40%대로 가장 많았다. 한국인 중에서는 한국이라는 응답(29%)이 일본(26%)보다 소폭 높았던 반면 일본인 중에서는 한국(37%)을 고른 응답자가 일본(12%)의 3배를 넘었다. 10년 전 이뤄진 공동 여론조사에서 “한국이 일본과 경제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22%, 일본인은 26%만 ‘그렇다’고 답해 비교적 낮은 평가가 나왔던 것과 비교된다.한편 이번 공동 조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던 캐나다 캐내내스키스에서 17일(현지 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진행됐다. 동아일보는 1010명을 대상으로 9∼10일, 아사히신문은 1124명을 대상으로 7∼8일 전화조사를 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22일)을 맞아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양국이 가장 협력해야 할 분야로 한국인들은 ‘경제’를, 일본인들은 ‘안보’를 각각 꼽았다. 북-중-러 밀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 등 경제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한국과 일본이 관련 분야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한일 간에 가장 협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한국은 경제(37%)를 꼽은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역사 문제(28%), 안보(20%), 저출산고령화 대책(12%) 순이었다. 일본에선 안보(34%)에서 우선 협력해야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이어 경제(28%), 역사 문제(24%), 저출산고령화 대책(8%) 순이었다.‘한일 간 방위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한국에선 60%, 일본에선 56%로 양국 모두 반수를 넘었다. 반면 방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한국 37%, 일본 30%였다. 서로의 호감도를 묻는 질문에 ‘좋다’는 응답이 한국에선 23%, 일본에선 19%가 나왔다. 이는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10년 전인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보다 한국은 18%포인트, 일본은 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업무 효율성을 높여 향후 몇 년 내 직원 수도 줄어들 것이다.” 17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앤디 제시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직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생성형 AI 활용을 권하며 이렇게 밝혔다. AI의 효율성이 갈수록 높아져 고용 여건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 빅테크 기업들이 사회적 파장을 감안해 업무 효율성 자체에 대한 언급을 꺼려 온 만큼 이례적인 글이란 반응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 선두주자인 아마존 CEO의 AI 업무 효율화 지침에 대해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I가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대기업이 지금까지 내놓은 가장 냉혹한 논평 중 하나”라고 평했다. 이날 제시 CEO는 “우리가 더 많은 생성형 AI 도구와 에이전트를 도입함에 따라 우리의 업무수행 방식도 바뀔 것”이라며 “현재 수행 중인 업무의 인력은 줄고, 지금과는 다른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조건적인 인원 감축이 아닌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업무 효율화 방침도 밝혔다. 그러면서 “아마존은 1000개가 넘는 생성형 AI 관련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라며 아마존 고객 서비스뿐 아니라 사내 시스템도 AI로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관리, 재무 등 모든 사업부에 걸쳐 여러 AI 업무 효율 도구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향후 몇달 안에 도입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고용 규모가 큰 아마존은 경기 동향에 큰 영향을 받는 유통업체로 기술 수용성도 높다는 점에서 미국에서 고용 동향을 가늠하는 기준이 돼 왔다. 아마존은 전 세계에서 150만 명, 미국에서만 110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유통업체 월마트(미국 내 160만 명 고용)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고용주다. WSJ는 최근 주요 기업들이 AI 도입을 감안해 직무와 직책을 통합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고용업체의 약 41%가 AI 기술 발전에 따라 인력을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는 미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AI가 향후 1∼5년 안에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최대 20%까지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미국 기술 분야 채용 중 약 25%가 AI 기술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는 가운데 외교부는 17일 오후 1시부터 이란 전역에 여행경보 3단계(적색경보)인 ‘출국 권고’를 발령했다. 외교부는 이날 “이란에 체류 중인 국민들은 공관의 안내에 따라 가급적 신속히 출국하고, (이란 지역) 여행을 계획한 국민들은 취소 또는 연기해 달라”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이란의 튀르키예·이라크 국경지대에 대해서만 ‘출국 권고’를 내렸고,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다른 지역들에 대해서는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였다. 여행경보는 총 4단계인데 1단계는 일상적 유의, 2단계는 여행 자제, 3단계는 철수 권고, 4단계는 여행 금지로 분류된다.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기존에 ‘여행 금지’ 경보가 내려졌던 가자지구 등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대해 이날부터 ‘출국 권고’로 여행 경보가 상향됐다. 이란과 공습을 주고받는 이스라엘에선 한국 교민 23명이 16일(현지 시간) 인접 국가인 요르단으로 육로를 통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중국 당국도 현지 자국민 보호에 나섰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의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은 17일(현지 시간)부터 모든 직원에게 거주지 또는 대피소 같은 안전시설에 머물 것을 지시했다. 미국 대사관은 16일 긴급 안전 공지를 통해 “이스라엘 민방위사령부의 지침과 안보 상황을 고려해 대사관 업무를 중단한다”고도 밝혔다. 앞서 16일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이 이스라엘 경제중심지 텔아비브에 위치한 주이스라엘 미 대사관 분관 인근에 떨어지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도 17일 이스라엘과 이란 거주 자국민들에게 주변 국가로 철수할 것을 권고했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을 선제 타격한 데 이어 연일 공습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이란 핵 개발 역량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 깔려 있다. 현재 이란은 포르도 핵 시설에 핵 무기화에 필요한 고성능 원심 분리기 3000여 개를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3년 3월 포르도에서 83.7% 순도의 우라늄 농축 물질을 발견했다. 통상 우라늄 농축 비율을 90%까지 높이면 핵무기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또 지난달 IAEA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60%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도 408kg 보유하고 있다. 핵 관련 전문가들은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을 확보하는 데는 2∼3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 왔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경우, 3개월 안에 핵무기 9∼10개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3일 공습 직후에도 이 점을 공격 이유로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진행된 비핵화 협상에서도 농축 권한을 두고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완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에 이란 측은 저농축 우라늄 사용을 허가해 달라는 입장이었던 것이다.한편 이스라엘군이 집요하게 이란을 공격 중이지만 현재 상황에선 미국의 추가 무기 지원 없이 지하에 숨겨둔 이란 핵심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군은 이란 핵 시설 일대와 전력망을 초토화시켜 최대한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전략인 ‘간접 파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군은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 설비를 파괴하는 대신에 주변을 마비시켜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공격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하 약 80m 암반 터널에 위치해 현재 보유 중인 무기로는 파괴가 사실상 불가능한 포르도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대신에 인근의 전력 생산 및 송전소 등 접근 가능한 외부 기반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NYT는 이스라엘 군은 첩보 요원을 통해 포르도 설비 진입구를 확인하고, 이를 타격해 봉쇄해 버리는 전략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모두 핵 시설을 직접 파괴하는 것보다 작전 기간이 길고 타격 범위도 더 넓어지는 공격 방식이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을 선제 타격한데 이어 연일 공습을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이란 핵 개발 역량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이 깔려 있다. 현재 이란은 포르도 핵 시설에 핵 무기화에 필요한 고성능 원심 분리기 3000여 개를 설치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3년 3월 포르도에서 83.7% 순도의 우라늄 농축 물질을 발견했다. 통상 우라늄 농축 비율을 90%까지 높이면 핵무기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또 지난달 IAEA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60% 수준으로 농축된 우라늄도 408lg 보유하고 있다. 핵 관련 전문가들은 이란이 무기급 우라늄을 확보하는 데는 약 2~3주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이스라엘 측은 이란이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할 경우, 3개월 안에 핵 무기 9~10개 확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13일 공습 직후에도 이 점을 공격 이유로 강조했다. 그동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이란 간 진행된 비핵화 협상에서도 농축 권한을 두고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완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이란 측은 저농축 우라늄 사용을 허가해달라는 입장이었던 것이다.한편 이스라엘군이 집요하게 이란을 공격 중이지만 현재 상황에선 미국의 추가 무기 지원 없이 지하에 숨겨둔 이란 핵심 핵 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군은 이란 핵 시설 일대와 전력망을 초토화해시켜 최대한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전략인 ‘간접 파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 시간)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스라엘 군은 이란의 포르도 지하 핵 설비를 파괴하는 대신, 주변을 마비시켜 핵 개발을 지연시키는 공격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지하 약 80m 암반 터널에 위치해 현재 보유 중인 무기로는 파괴가 사실상 불가능한 포르도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는 대신, 인근의 전력 생산 및 송전소 등 접근 가능한 외부 기반 시설을 타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NYT는 이스라엘 군은 첩보 요원을 통해 포르도 설비 진입구를 확인하고, 이를 타격해 봉쇄해버리는 전략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모두 핵 시설을 직접 파괴하는 것보다 작전 기간이 길고 타격 범위도 더 넓어지는 공격 방식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이 협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때로는 그들이 싸워서 해결해야(fight it out)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 카드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묵인한 데 이어 양국 간 무력충돌을 막는 중재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이란 공습 중단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중동의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방위와 관련해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G7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자국은 관련이 없다며 거리를 두면서도 친(親)이스라엘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차 이란에 “협상 기회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습에 위축된 이란이 외교 협상에 나서고, 미국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이 국제 갈등 중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무력충돌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는 평화의 중재자가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에선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현지 시간) 이란에 선제공격을 가하며 핵과 군 관련 시설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정확하게 타격하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식별 기능과 정보력을 대규모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군과 AI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같은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구글, MS, 팔란티어와 함께 목표물 자동 식별 기술과 방어 체계 등을 개발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여기서 확보한 기술을 특정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드론 등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를 활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등을 다수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측은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관련된 시사점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드론과 AI 기반 정보, 감시, 정찰의 긴밀한 통합 작업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표적을 확인하고 상대 드론을 방어하는 이스라엘군의 기술은 팔란티어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팔란티어는 AI를 활용해 드론이 자율적으로 비행 중 지형을 탐색하고,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 체계 기술을 담당한 뒤 살상용 드론 명중률이 50%에서 80%로 높아졌다. 드론 방어 기술도 강력하다. 이스라엘도 같은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본토에서 날아오는 드론 공격의 90%가량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은 메타, 구글, MS 출신 인사들과도 협력해 AI 시스템 ‘라벤더’를 개발해 가자전쟁에도 투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연계 의심자 3만3000명의 표적 명단을 생성했다. 또 이들에 대한 공격도 감행했다. 이스라엘 온라인 매체 ‘+972 매거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벤더 시스템이 사람을 식별하면, 이들에 대한 공격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다수의 드론 운용이 가능해졌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스라엘이 13일 이란에 선제공격을 가하며 핵과 군 관련 시설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정확하게 타격하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식별 기능과 정보력을 대규모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군과 AI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온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팔란티어 같은 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구글, MS, 팔란티어와 함께 목표물 자동 식별 기술과 방어 체계 등을 개발해 왔다. 이스라엘군은 여기서 확보한 기술을 특정 표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드론 등에 접목시키고 있다. 이를 활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 등을 다수 암살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측은 최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관련된 시사점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드론과 AI 기반 정보, 감시, 정찰의 긴밀한 통합 작업이 있었다”고 분석했다.특히 AI를 기반으로 표적을 확인하고 상대 드론을 방어하는 이스라엘군의 기술은 팔란티어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팔란티어는 AI를 활용해 드론이 자율적으로 비행 중 지형을 탐색하고, 목표물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팔란티어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운용 체계 기술을 담당한 뒤 살상용 드론 명중률이 50%에서 80%로 높아졌다. 드론 방어 기술도 강력하다. 이스라엘도 같은 기술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란 본토에서 날아오는 드론 공격의 90%가량을 막고 있다고 주장한다.한편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은 메타, 구글, MS 출신 인사들과도 협력해 AI 시스템 ‘라벤더’를 개발해 가자전쟁에도 투입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연계 의심자 3만3000명의 표적 명단을 생성했다. 또 이들에 대한 공격도 감행했다. 이스라엘 온라인 매체 ‘+972 매거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라벤더 시스템이 사람을 식별하면, 이들에 대한 공격 지시를 내리는 방식으로 다수의 드론 운용이 가능해졌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
15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이 협상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때로는 그들이 싸워서 해결해야(fight it out)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핵협상 카드로 이스라엘의 공습을 묵인한 데 이어 양국 간 무력충돌을 막는 중재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이란 공습 중단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말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중동의 핵심 우방인 이스라엘 방위와 관련해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이란 협상 전망에 대해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만 했다.G7 정상회의에서 이스라엘-이란 무력충돌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자국은 관련이 없다며 거리를 두면서도 친(親) 이스라엘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재차 이란에 “협상 기회가 남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공습에 위축된 이란이 외교 협상에 나서고, 미국의 우라늄 농축 중단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핵 협상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시간을 갖고 이스라엘의 공격을 관망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국이 국제 갈등 중재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무력충돌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는 평화의 중재자가 되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실에선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동 갈등 확대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보다 세계가 불안정해졌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