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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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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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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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오리온-전갈… 89개 별자리 탄생 이야기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은 저마다 밝기가 다르다. 몇몇은 무리 지어 집단을 이루며, 대부분이 서로 다른 시간에 다른 위치에서 뜨고 진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변화는 계절의 흐름과 일치해 씨를 뿌리고 추수할 시기를 알려준다. 별은 땅과 바다에서 중요한 길잡이이자, 계절을 알게 해주는 생존의 도구였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별을 보며 상상력을 발휘했다. 별자리를 만들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지어냈다. 2세기 알렉산드리아 천문학자인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48개 고전 별자리 이야기를 ‘알마게스트’에 정리했다. 그리고 이는 약 1500년간 서양 천문학의 표준으로 위세를 떨쳤다. 이 책은 이런 별자리에 얽힌 경이로운 신화와 그 기원을 안내해 준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알마게스트’에 나오는 별자리 48개와 각 별자리에 관한 신화 속 이야기를 전한다. 이를테면 오리온자리는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에게 사랑받았지만, 오만함으로 인해 여신의 분노를 사고 전갈에 찔려 죽은 ‘오리온’의 전설을 담고 있다. 오리온을 쓰러뜨린 전갈 역시 ‘전갈자리’가 됐다. 전갈자리가 하늘에 떠오를 때면 오리온자리는 하늘에서 사라진다. 2부는 르네상스 이후 탐험과 과학혁명 시대에 새롭게 추가된 별자리 41개를 다룬다. 16세기 네덜란드 지도 제작자 플란시우스는 남반구 항로를 탐사하며 남십자자리와 비둘기자리, 외뿔소자리 등 별자리 16개를 새로 만든다. 17세기 폴란드 천문학자 헤벨리우스는 망원경으로 관찰해 도마뱀자리, 사냥개자리 등 북반구 별자리 7개를 추가했다. 이 책의 백미는 일러스트레이터 짐 티어니가 그린 삽화 50여 점이다. 별을 연결한 선이 영웅의 창이 되고 괴물의 꼬리가 되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별의 실제 위치와 밝기 등급에 맞춰 삽화를 그려, 별자리에 대한 정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록엔 계절별로 잘 보이는 별자리와 신화를 기록한 작가 정보를 수록해 실제 밤하늘을 보며 별자리를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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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미술 악동부터 여성-퀴어 아트까지

    “관객 수가 미술관의 성과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까.” 어쩌면 2026년을 맞는 한국 미술관에 던져질 화두는 이 질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관람객 337만여 명이 찾으며 ‘사상 최다’란 기록을 세웠다. 20, 30대 방문객이 전체의 63.2%를 차지했으며, 외국인 관람객도 약 21만 명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미술계에선 K컬처에 대한 관심을 ‘K아트’로 이어가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체계적인 연구와 정리를 바탕으로 한 기획 전시를 통해 국내외에서 K아트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국내에서 주목해야 할 미술 전시들을 살펴봤다.● “왜 허스트인지 설득할 수 있어야”현시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3월 개막하는 데이미언 허스트(61)의 회고전이다. 기대와 함께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미술가인 허스트는 동물의 사체를 포르말린을 채운 수조에 넣은 대형 설치 작품으로 1990년대 ‘현대 미술의 악동’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러나 유명해진 뒤엔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만 있을 뿐, 내용으로는 특별할 게 없는 ‘시장 조작자’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여기에 허스트가 2007년 익명 투자자에게 1억 달러(약 1447억 원)에 팔렸다고 밝혔지만, 이후 소장 중인 것으로 드러나 ‘거짓 마케팅 논란’이 일었던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같은 작품도 출품 예정이다. 한 미술계 인사는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지금 조명해야 할 공익적인 이유를 세심한 기획으로 설득하지 않는다면, 국립 기관이 해외 작가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허스트 전시 예정 소식을 계기로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내 미술관들이 사랑받은 건 젊은 층이 미술관에서 소셜미디어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졌고, 입장권이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시 기획자는 “‘무형의 가치’로 신선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여성 미술가들의 전시 눈길 올해 국내 미술계에선 한국 주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보는 전시들이 눈에 띈다. 특히 최근 꾸준히 조명되고 있는 여성 미술가와 퀴어 미술가 전시들이 많다.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선정되며 주목받은 1세대 조각가 김윤신(90)의 70년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3월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예정돼 있다. 지난해 작고한 1세대 여성 사진가로 ‘마녀’ 등의 시리즈로 성차별을 조명해 온 박영숙의 1960년대 흑백사진, 영상 작품을 복원한 대규모 개인전은 2월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린다.5월 갤러리현대는 ‘칠판 그림’을 그리는 1세대 이민 작가 김명희 개인전을 열며, 국제갤러리는 3월 박찬경 개인전 등을 준비하고 있다. 3월엔 아트선재센터가 아시아 성소수자 작가들을 후원해 온 홍콩 컬렉터 패트릭 선이 설립한 비영리 예술재단 ‘선프라이드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그룹전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을 만날 수 있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하반기인 8월부터 서도호의 개인전을 연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 하반기 열릴 예정인 ‘장 포트리에, 손상기’전, 5월 리움미술관이 독일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와 공동 기획한 1세대 여성 설치 미술가 그룹전 ‘환경, 예술이 되다’전도 관심이 높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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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미술의 악동’ 허스트 회고전 열린다…기대와 논란 동시에

    “관객 수가 미술관의 성과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을까.”어쩌면 2026년을 맞는 한국 미술관에 던져질 화두는 이 질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해 관람객 337만여 명이 찾으며 ‘사상 최다’란 기록을 세웠다. 20, 30대 방문객이 전체의 63.2%를 차지했으며, 외국인 관람객도 약 21만 명에 이르렀다.이 때문에 미술계에선 K컬처에 대한 관심을 ‘K아트’로 이어가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체계적인 연구와 정리를 바탕으로 한 기획 전시를 통해 국내외에서 K아트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올해 국내에서 주목해야 할 미술 전시들을 살펴봤다.● “왜 허스트인지 설득할 수 있어야”현시점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3월 개막하는 데이미언 허스트(61)의 회고전이다. 기대와 함께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작지 않기 때문이다.영국 미술가인 허스트는 동물의 사체를 포르말린을 채운 수조에 넣은 대형 설치 작품으로 1990년대 ‘현대 미술의 악동’이라 불리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그러나 유명해진 뒤엔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만 있을 뿐, 내용으로는 특별할 게 없는 ‘시장 조작자’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여기에 허스트가 2007년 익명 투자자에게 1억 달러(약 1447억 원)에 팔렸다고 밝혔지만, 이후 소장 중인 것으로 드러나 ‘거짓 마케팅 논란’이 일었던 ‘신의 사랑을 위하여(For the Love of God) 같은 작품도 출품 예정이다. 한 미술계 인사는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지금 조명해야 할 공익적인 이유를 세심한 기획으로 설득하지 않는다면, 국립 기관이 해외 작가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허스트 전시 예정 소식을 계기로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제기된다. 지난해 국내 미술관들이 사랑받은 건 젊은 층이 미술관에서 소셜미디어 ‘인증샷’을 남기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졌고, 입장권이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전시 기획자는 “‘무형의 가치’로 신선한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여성 미술가들의 전시 눈길올해 국내 미술계에선 한국 주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보는 전시들이 눈에 띈다. 특히 최근 꾸준히 조명되고 있는 여성 미술가와 퀴어 미술가 전시들이 많다.2024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작가로 선정되며 주목받은 1세대 조각가 김윤신(90)의 70년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3월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예정돼 있다. 지난해 작고한 1세대 여성 사진가로 ‘마녀’ 등의 시리즈로 성차별을 조명해 온 박영숙의 1960년대 흑백사진, 영상 작품을 복원한 대규모 개인전은 2월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린다.5월 갤러리현대는 ‘칠판 그림’을 그리는 1세대 이민 작가 김명희 개인전을 열며, 국제갤러리는 3월 박찬경 개인전 등을 준비하고 있다. 3월엔 아트선재센터가 아시아 성소수자 작가들을 후원해 온 홍콩 컬렉터 패트릭 선이 설립한 비영리 예술재단 ‘선프라이드재단’과 공동 주최하는 그룹전 ‘스펙트로신테시스 서울’을 만날 수 있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하반기인 8월부터 서도호의 개인전을 연다. 전남도립미술관에서 하반기 열릴 예정인 ‘장 포트리에, 손상기’전, 5월 리움미술관이 독일 뮌헨 하우스 데어 쿤스트와 공동 기획한 1세대 여성 설치 미술가 그룹전 ‘환경, 예술이 되다’전도 관심이 높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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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년전 디자인 ‘미니멀리즘 가구’… 가구 ‘본연의 기능’ 깨우다

    “제대로 된 의자도 하나 살 수 없는 사회가 과연 제대로 된 사회인가?” 1970년대에 미국 뉴욕에서 텍사스 외곽 외딴집으로 이사 간 미국 예술가 도널드 저드(1928∼1994)는 당시 푸념하듯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 글을 쓸 무렵 저드가 살았던 텍사스 마파는 농업 지대였다가 1950년대 이후 중산층이 생겨나고 있었다. 가구 수요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이 옛 스타일을 어설프게 흉내 낸 가짜 앤티크나 대량 생산 플라스틱 제품이었다. 이에 저드는 침대부터 책상과 의자, 선반까지 직접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1970∼1990년대 그가 만든 나무와 금속, 합판 소재 38점이 한국에서 전시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전시·문화 공간 ‘현대카드 스토리지’에서 열리는 ‘도널드 저드: 가구’전이다. 이 전시를 감상하려면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전시장에서 마주한 가구들이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직각과 직선의 장식이 거의 없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지하 1층에서 전시된 금속 선반은 백화점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가구 브랜드가 떠오를 정도. 하지만 이 가구들이 30∼50년 전 디자인됐다는 걸 고려하면 놀랍기까지 하다. 저드는 당시 ‘좋은 가구’를 찾고 싶었지만 찾을 수 없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텍사스건 뉴욕이건 대부분 사람이 고를 수 있는 가구는 화려하고 과도하게 장식된 빅토리아 가구의 모조품이다. 이 가구들은 전통적이거나 보수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게 아니라 그냥 과거를 모방한 것이다.” 저드가 싫어한 건 의자 바닥 면에 채워진 푹신한 솜이나 팔다리 끝에 추가된 잎사귀 혹은 동물 발 모양의 장식 등이었다. 그는 이러한 장식이 의자 본연의 기능인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생겨난 군더더기’라고 봤다. 그 장식을 왜 넣어야 하는지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관점에서 저드가 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모든 기준을 원점에서 생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우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소나무를 이용하고, 어디에 쓸지 기능을 생각해 치수를 재고, 그에 맞는 마감까지 현지 이웃 목수들과 함께 작업했다. 지하 2층 전시장에 가면 보이는 연단 같은 커다란 책상은 저드가 드로잉하거나 스케치하며 썼다. 일어서서 작업할 수도 있도록 높이가 맞춰져 있으며, 책상의 상판은 약간 기울어져 있다. 가까이 가보면 종이가 놓여 있던 곳만 색이 바래지 않아 하얗게 남은 흔적이 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뭘까. 저드는 ‘자기만의 것’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스위스나 텍사스가 왜 직접 차를 생산하지 않고 다른 곳에서 수입해 오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유통의 독점은 진정한 혁신을 막는다. 모두가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의자나 작지만 좋은 책을 만들 수 없게 된다”고 꼬집는다. 20세기 후반 대량 생산과 세계화가 가속되면서 모든 사람이 비슷한 물건을 쓰는 현실에 대한 경고이기도 했다. 저드가 지금 백화점에서 미니멀리즘 가구가 유행하는 걸 보면 뭐라고 말할까. 그것이 진정 마음과 취향에 와닿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면, 똑같이 비판적으로 바라보지 않을까. 예술의 개념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했던 미니멀리즘 예술가, 저드의 일상이 어떤 철학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가 직접 만들고 썼던 가구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 전시다. 내년 4월 2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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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상주의 화풍 만들기 前 실험작, 30년뒤 ‘건초더미’ 연작 주인공으로

    집안의 사업을 물려받으라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향을 떠나 파리로 온 클로드 모네. ‘화가로 살겠다’는 강한 의지로 불탔던 20대 청년은 화실에서 만난 친구 오귀스트 르누아르, 알프레드 시슬리와 함께 이젤과 화구를 들고 퐁텐블로 숲으로 향한다. 당시는 많은 학생이 화실에서 옛날 작품이나 모델을 보며 누드화, 역사화를 그리던 때. 그럼에도 세 청년이 자연으로 향한 건 “숲으로 나가서 빛을 잡아라”는 스승 샤를 글레르의 조언 덕이었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에 출품된 ‘샤이의 건초더미’는 모네가 스물세 살에 그린 풍경화다. 배경은 퐁텐블로 숲 근처 샤이의 들판. 그런데 모네 하면 흔히 떠오르는 짧고 빠른 붓 터치나, 물체의 표면에 반사된 빛의 효과가 이 그림에선 보이지 않는다. 모네가 아직 인상주의 화풍을 만들기 전인 초기의 그림이기 때문이다. 이때 모네는 자연으로 나아가 풍경 그리기에 몰두했던 바르비종 화가들의 영향을 받아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었다. 이 그림을 그리던 해 살롱전에 작품 두 점이 받아들여지는 ‘약간의 성과’는 있었지만, 그는 이제 막 시작하는 화가였다. 그리고 2년 뒤, 살롱전에 출품한 작품이 거부당한 걸 계기로 모네는 완전히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인상파 스타일의 그림이었다. 이 작품은 넓은 들판 위로 해 질 녘 하늘의 다채로운 색감과 길게 펼쳐진 구름을 그렸다. 자칫 밋밋해 보일 수 있었던 그림이나, 모네는 추수를 마치고 농부들이 쌓아 놓은 건초더미를 바위처럼 커다랗고 무겁게 그려 넣었다. 30년 뒤 모네는 이 건초더미를 다시 그림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1890년 여름 말부터 1891년 봄까지 제작된 ‘건초더미’ 연작이다. 유명한 인상파 화가가 된 모네는 이때에는 건초더미를 캔버스 전면으로 가져와 커다랗게 그린다. 그리고 태양 빛의 기울기에 따라 달라지는 건초더미의 색을 수십 점의 캔버스에 다채롭게 담아 한자리에 함께 전시한다. 파리 갤러리에 전시된 ‘건초더미’ 연작은 미국 애호가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성공을 거뒀다. 모네는 자신이 20대에 그린 ‘샤이의 건초더미’를 평생 작업실에 보관했으며, 세상을 떠난 뒤엔 아들에게 물려줬다고 한다. 샌디에이고 미술관은 모네가 청년 시절 열정을 담았던 야외 사생 작업을 돌아보고, 후대 화가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이 작품을 보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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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포터-배트맨 포진 ‘100년 워너’… OTT 공룡 넷플이 삼킬 판[글로벌 포커스]

    영화 ‘해리 포터’, ‘배트맨’과 TV 시리즈 ‘프렌즈’, ‘왕좌의 게임’…. 세계적으로 팬덤이 있는 이 작품들은 모두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가 소유한 지식재산권(IP)이다. 1923년 설립돼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WBD가 매물로 나온 가운데, 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인 넷플릭스가 유력한 인수 협상자로 등장했다는 소식에 글로벌 미디어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넷플릭스의 WBD 인수는 아직은 조건부 계약 단계지만, 성사될 경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극장 중심 영화 산업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무려 720억 달러(약 104조 원) 규모의 이번 거래를 통해 넷플릭스는 WBD가 갖고 있는 IP를 흡수해 ‘할리우드의 메이저’로 도약하려는 꿈을 꾸고 있다. WBD의 OTT 서비스인 HBO맥스 구독자도 품을 수 있는 건 덤이다.● ‘알바니아 군대’의 반격 2010년 아직은 신생이던 넷플릭스가 DVD 우편 대여 서비스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던 무렵의 일이다. 당시 타임워너(현 WBD)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뷰커스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넷플릭스가 할리우드를 위협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알바니아 군대가 세계를 정복할 것 같은가?” 미국인들에게 유럽의 영향력 없는 국가로 여겨졌던 알바니아에 넷플릭스를 빗댄 차별적 발언이었다. 당시 대부분이 케이블TV로 영화와 드라마를 시청했고, 그 중심에 타임워너가 있었다. 이 발언이 공개된 뒤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회의에서 알바니아 국기가 그려진 모자를 직원들에게 배포하며 유머로 대응했다. 그런데 그 ‘알바니아 군대’가 WBD의 코앞까지 다가와 성문을 열고 들어가기 직전인 상황이 벌어졌다. 워너브러더스는 1923년 설립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스튜디오다. 1927년 최초의 유성 영화인 ‘재즈 싱어’를 만들어내며 무성 영화 시대를 끝낸 회사다. 1940년대 ‘루니툰스’로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1950년대 TV에 진출했다. 1989년 타임사(社)와 합병해 당시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인 ‘타임워너’가 됐다. 2000년대에도 영화 ‘해리 포터’와 ‘반지의 제왕’ 시리즈, ‘다크 나이트’, ‘인셉션’ 등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프랜차이즈 콘텐츠로 지위를 굳건히 했다. TV에서도 ‘프렌즈’, ‘왕좌의 게임’과 DC코믹스 시리즈(배트맨, 슈퍼맨 등)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2016년 AT&T에 인수돼 워너미디어로 재편된 뒤 2020년 OTT 확산 추세에 맞춰 HBO맥스를 론칭했으나 팬데믹 등을 겪으며 고전해 왔다. 2022년엔 디스커버리와 합병하며 WBD가 됐지만, 케이블 구독자의 이탈과 박스 오피스 부진 등의 악재가 이어졌다. 결국 부채가 쌓이고 주가도 폭락하며 최근 매물로 나왔다.● OTT 전쟁에 마침표 찍나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WBD 매각은 6월 9일(현지 시간) 데이비드 재슬러브 회장이 케이블(TNT, CNN, 디스커버리)과 스튜디오·스트리밍(워너브러더스, HBO, DC) 분할 계획을 발표하며 시작됐다. 10월 초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 일가가 600억 달러(주당 24달러)를 제안했으나 거부당하자, 10월 말부터 넷플릭스가 비공식적으로 인수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1월 1, 2차 입찰을 거쳐 주당 28달러를 제시한 넷플릭스가 인수의 선두주자로 부상했고, 12월 5일 독점 협상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WBD 인수를 통해 콘텐츠 강화와 구독자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미 시장에서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등이 ‘마블’이나 ‘스타워즈’ 같은 강력한 IP를 내세운 전략을 펴면서 넷플릭스는 구독자 확충에 정체를 겪어 왔다. 이런 상황을 WBD가 갖고 있는 HBO맥스의 1억2800만 명 구독자와 ‘해리 포터’, ‘배트맨’, ‘왕좌의 게임’ 등 핵심 IP를 흡수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넷플릭스는 HBO맥스를 포함한 미국 내 구독자가 약 4억2800만 명으로, 점유율이 4할에 육박하며 압도적 1위를 굳히게 된다. 포브스는 “스트리밍 전쟁에 종결부를 찍을 것”이라고 했다. 변수는 남아있다. 넷플릭스와의 입찰 경쟁에서 밀렸던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인수 금액을 1080억 달러로 높이며 인수전 2라운드에 돌입했다. CNBC에 따르면 파라마운트는 “엘리슨이 인수 제안을 위한 금융 404억 달러와 파라마운트를 상대로 제기되는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개인 보증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거래가 진행되는 동안 가문 신탁을 철회하거나 자산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독점 악몽이 벌어지나” 넷플릭스의 WBD 인수 소식은 곧장 엄청난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미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WBD 인수를 “반독점 악몽(anti-monopoly nightmare)”으로 규정한 뒤 “넷플릭스-워너 결합은 스트리밍 시장의 절반을 장악하게 돼 구독료 인상, 콘텐츠 선택권 축소 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마이크 리 상원의원도 “반독점 규제와 관련해 많은 문제(red flag)가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폭스뉴스에 “넷플릭스 시장 점유율이 크게 상승해 반독점 규제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할리우드 노조 등 창작자 집단의 반발도 거세다. 미국작가조합(WGA)은 성명을 내고 “일자리 감소, 임금 하락, 콘텐츠 다양성 저하를 초래하는 이 합병을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감독조합(DGA)도 “넷플릭스와 긴급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미국배우조합(SAG-AFTRA) 역시 “플랫폼 독점 강화로 협상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인수가 가뜩이나 하향세인 영화관 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넷플릭스가 WBD를 인수한 뒤 극장용 영화 제작을 줄일 수 있고, 제작하는 영화도 OTT 가입자 확대를 위한 ‘미끼용’이 될 수 있단 추측이 나오는 탓이다. 영화관 단체인 ‘시네마 유나이티드’의 마이클 올리리 회장은 “넷플릭스의 WBD 인수는 극장 생태계를 위협하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대형 영화관은 물론이고 작은 지역의 단관 스크린이 있는 영화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이런 우려에 대해 “‘더 배트맨 파트2’ 등의 작품은 극장 개봉을 유지할 것이며, 미국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 규제 심사는 워너브러더스 주주총회 이후인 내년 1월 8일경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연합(EU) 규제 당국인 경쟁총국(DG COMP)의 독점에 관한 본격 심사는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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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미술 전문 매체가 뽑은 내년 亞서 주목할 전시 7선은?

    미국의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 뉴스가 내년 아시아에서 주목해야 할 미술관 전시 7개를 꼽았다. 그중 하나로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윤신 개인전이 선정됐다.24일(현지 시간) 아트넷 뉴스는 아시아의 주요 작가 회고전, 판타지와 기억 저항을 키워드로 한 기획전, 실험적인 설치 작업 등으로 구성된 주요 미술관 전시 7선을 공개했다.먼저 호암미술관의 ‘김윤신 개인전’(2026년 3월 17일~6월 28일)은 91세를 맞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의 70년, 남북한 파리 아르헨티나를 거쳐 이뤄지는 작업 궤적을 한국의 전쟁 이후 조각사의 맥락에서 재조명한다.일본 가나자와 이시카와현립미술관은 ‘카모이 레이: 서거 40주년’ 회고전을 연다. 일본 화가인 카모이 레이(1928~1985)는 우울하고 극적인 인물화를 통해 인간 존재와 자아를 성찰한 작가라고 설명한다. 이 전시는 카모이의 작업 약 90점을 선보인다.홍콩 M+ 미술관의 기획전 ‘신화, 괴물, 망가’는 일본 에도시대 판화인 우키요에부터 인도네시아의 그림자극, 아시아의 초현실주의, 전쟁 이후 일본의 망가(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엮어 19세기 이후 아시아 시각문화에서 ‘판타지’의 계보를 추적한다.중국 베이징 UCCA 현대미술관은 독일 기반 설치 미술가 카스텐 횔러 개인전을 연다. 미술관 전체를 설치 작품과 커미션 작품을 통해 ‘의심의 실험실’로 만들어 관람객이 시간, 공간, 사회적 관계에 대해 갖는 감각을 교란하는 전시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올해 제25회를 맞는 시드니 비엔날레는 샤르자 아트 파운데이션의 후르 알 카시미가 예술 감독을 맡아, 미국의 문학가 토니 모리슨의 ‘재기억’(rememory)을 주제로 열린다. 기억과 망각 사이의 공간을 탐구하며, 여러 갈래로 나눠진 사람들의 집단 기억을 지워진 역사를 회복하는 정치적 도구로 제시한다. 시드니의 화이트 베이 발전소, 뉴사우스웨일스 미술관 등 전역 기관이 참여하며 호주와 해외 작가, 특히 선주민과 디아스포라 작가의 목소리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싱가포르 내셔널갤러리의 ‘Fear No Power: Women Imagining Otherwise’전은 동남아시아 출신 여성 작가 5명(니르말라 더트, 이멜다 카히페 엔다야 등)의 작업을 통해 탈식민, 개발주의, 냉전 속에서 실천한 조용하고도 지속적인 저항, 대안적 존재 방식을 조명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교육자나 커뮤니티 운영자로 활동하면서 여성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고정 관념을 거부하고 새로운 실천을 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밖에 시드니 화이트 갤러리의 기획전 ‘더 훌리건스’ 등이 주목할 전시로 꼽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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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갱의 신비로운 크리스마스 밤[김민의 영감 한 스푼]

    흰 눈이 두껍게 쌓인 오두막이 굽이굽이 펼쳐진 어느 시골 마을. 멀리 하늘에선 오렌지색 노을이 보입니다. 회색이 감도는 흰 눈과 차가운 겨울밤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을 제외하면, 이 그림에서 빛나는 건 석양과 여성들의 주홍빛 얼굴뿐입니다. 반짝이는 전구로 가득한 트리와 선명하고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그래픽이 행인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즘 크리스마스 풍경을 생각하면, 프랑스 화가 폴 고갱(1848∼1903)이 그린 이 ‘크리스마스 밤’은 낯설 만큼 고요하게 느껴집니다. 이날 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요?수수께끼로 가득한 밤 이 그림은 고갱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살던 타히티의 작업실에서 발견됐습니다. 고갱이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 지역의 마을인 퐁타벤에 머물 때인 1894년 그리기 시작해 1902∼1903년 완성된 유화입니다. 고갱의 서명이 그림 오른편 조각상 아래 단에 보입니다. 먼저 나란히 걸어가는 소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그림이 아기 예수의 탄생을 그린 것이라면, 두 마리 소는 그를 축복하러 가고 있는 것이겠죠. 후대 사람들은 이 작품의 제목을 ‘크리스마스 밤(황소들의 축복)’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들은 브르타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보고 그린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는 이렇게 시대와 지역이 뒤죽박죽 섞인 대목을 여럿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선 들판에 펼쳐진 오두막과 첨탑은 퐁타벤의 풍경이 맞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이 쓰고 있는 모자는 퐁타벤에서 약 20km 떨어진 르풀뒤라는 지역 사람들이 쓰던 것입니다. 물론 둘 다 브르타뉴 지역이니 둘을 섞어도 크게 이상하진 않죠. 그러나 여기에 이집트 벽화의 소가 등장하며 시대는 수천 년 전, 거리는 수천 km까지 벌어집니다. 게다가 오른쪽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장면을 묘사한 줄 알았던 돌 조각은 고갱이 갖고 있던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어느 서원 사진에서 가져온 모습입니다. 그러니 힌두교나 불교적인 내용을 담은 조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크리스마스의 이미지 고갱이 왜 이렇게 시대와 지역, 심지어 종교까지 마음대로 거리를 벌렸는지 알기 위해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다른 그림을 살펴봤습니다. 우선 현대인이 흔히 생각하는 크리스마스 이미지는 대부분 상업 광고나 일러스트가 미디어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됐습니다. 20세기 미국에서 사랑받았던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로크웰(1894∼1978)의 그림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니 산타, 루돌프, 크리스마스트리 같은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의 역사는 100년이 채 넘지 않은 셈입니다. 이런 것을 제외하면 수백 년 동안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 동방박사의 경배, 수태고지 같은 종교적인 내용을 충실하게 표현한 게 다수였습니다. 조토의 ‘탄생’(1303∼1305년)이나 보티첼리의 ‘신비한 탄생’(1500∼1501년), 뒤러의 ‘동방박사의 경배’(1504년) 같은 작품들이죠. 물론 이들은 교회가 의뢰한 것입니다. 그 속에서 마리아와 예수 등 인물을 좀 더 인간적으로 그리거나,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을 초호화로, 또 성인들의 옷도 화려하게 장식적으로 그리거나 하는 차이는 있습니다. 그러나 19세기 이전의 크리스마스를 표현하는 그림이란 성경의 내용을 신자들에게 설명하고 알리기 위한 목적의 설교적인 것들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수의 탄생을 알리는 19세기 이전의 크리스마스 그림, 그리고 화려함과 따뜻함으로 무장해 사람들을 매혹시키는 현대의 크리스마스 장식. 그 사이에 고갱의 ‘크리스마스 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자기만의 신비로움 고갱이 그림을 그리던 시기 뛰어난 화가들은 수백 년의 전통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표현을 찾기 위해 고심했습니다. 그러니 고갱이 엉뚱한 이미지를 가져와 섞은 것은 천사들이 내려와 축복하고 동방박사가 경배하며, 마구간에서 마리아와 요셉이 예수를 보고 기뻐하는 ‘전형적인’ 크리스마스를 벗어나기 위한 도전이었습니다. 고갱은 이 ‘챌린지’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을까요? 서로 관련 없는 형태들을 가져와 크기와 선, 배치를 조정하며 만들어내는 ‘고유의 리듬’을 고갱은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집트 벽화 속 소들의 머리 선, 르풀뒤 마을 여자들 모자의 선, 그리고 퐁타벤 마을 오두막의 동그랗게 솟은 처마 아래 윤곽선이 음악처럼 그림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처음엔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사실은 그림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어두운 푸른색의 부조가 무게감을 더합니다. 그리고 노을, 여자들의 얼굴, 눈이 녹은 길의 오렌지빛은 좌우로 펼쳐지며 수평선의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브르타뉴에서 타히티로 캔버스를 가져가며 고갱이 이 낯선 그림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결국 어릴 때부터 당연하게 배웠던 것에서 벗어나 수천 년 전 과거 현재, 수만 리 떨어진 곳과 여기 사이에서 모색하는 ‘자기만의 신비로움’입니다. 2025년의 크리스마스이브를 시끌벅적하게 보냈다면, 오늘 아침은 고갱의 고요한 ‘크리스마스 밤’으로 마음속 깊은 곳 신비로운 세계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에 발송됩니다. QR코드를 통해 구독 신청을 하시면 e메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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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트로폴리스…’ ‘젤리피쉬’ 작품상 공동수상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I―프롤로그, 디오니소스’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의 ‘젤리피쉬’가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받았다.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명화)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본심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심사위원 추천작 34편이 올랐다. 김명화 위원장은 “팬데믹 이후로 등장한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들이 메시지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무대를 보는 재미는 물론 대사를 듣는 문학적인 재미도 더해졌다”며 “여기에 정극 중심의 작품이 함께 나타나 균형감을 이룬 한 해였다”고 총평했다.작품상과 연출상(윤한솔), 무대예술상(백지영)을 함께 받은 ‘안트로폴리스 I’은 테베 왕가의 건국과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들을 벌하고 파멸을 안기는 이야기 ‘디오니소스’로 구성됐다. 고대 그리스 고전을 인간의 관점으로 풀어낸 독일 원작의 현대적 각색에 더해 한국의 연출가가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촌철살인의 이미지로 담아낸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또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여러 포커스를 활용해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박진감이 넘쳤다”, “백지영 분장디자이너는 신화와 현대를 부드럽게 공존시켰다”는 평이 나왔다. 또 다른 작품상 수상작인 ‘젤리피쉬’는 영국 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가 사랑과 관계,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이 강요받기보다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던 수작으로, 공존과 인간의 선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며 연출과 배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공연제작센터의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는 희곡상(권영준)과 연기상(박현미)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오랜만에 발견한 시극으로 정제된 언어로 사회의 아픔을 잘 반영했다”며 “나이 든 부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절절한 비극과 인간의 존엄을 일깨웠다”고 평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시극의 고양된 언어와 에너지를 상투적이지 않게 보여 줬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연기상 수상자 이종무 배우(‘굿피플’)는 “사건의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연기 포인트가 과하지 않으며 지식인의 속물적인 근성과 양심의 복잡한 양면을 잘 소화”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신인 연출상은 스토리 포레스트의 ‘아르카디아’(김연민 연출)에 돌아갔다. 톰 스토파드 원작의 과학 철학이 섞인 어려운 텍스트를 잘 소화하고 아르코 소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해 객석과 무대를 허문 점이 돋보였다. “카오스 이론에 기반해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연극 속에 관객이 있다는 연극의 기본 철학을 연출로 잘 소화해 냈다”는 평도 나왔다. 이 작품에 출연해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유한함을 탐구하는 발렌타인 역을 맡은 권일 배우는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또 다른 유인촌신인연기상 수상자는 두산아트센터 ‘마른 여자들’의 정제이 배우다. “신인이지만 늘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인물”, “이번에도 주연은 아니나 거식증에 걸린 인물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개념연극상은 ‘아나그노시스 사포’를 만든 창작집단 푸른수염과 안정민 연출이 받았다. 주로 연극을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 이뤄졌던 ‘낭독극’을 ‘낭송극’으로 이름을 바꾸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가다. 특별상에는 배우 색자가 선정됐다. 퀴어 배우인 색자는 ‘DRAG X 남장신사’, ‘곡비’,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 등의 작품에서 “편견과 온갖 위험을 통과하며 배우와 연기에 대한 해묵은 정의를 무너뜨리는” 연기를 선보여 왔다. “배우가 자신을 올곧이 내어 놓을 때 연극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는 심사평이 나왔다. 수상은 못 했지만 극단 돌파구의 ‘아이들’, 극단 백수광부의 ‘다 내 아이들’, 어처구니 프로젝트의 ‘벚꽃동산’, 무브먼트 당당의 ‘모스크바 밀사 선택’이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6일 열릴 예정이다.“현실 말고 연극에서, 비극을 느껴보시길”‘안트로폴리스…’로 연출상 윤한솔 씨“세상에 비극이 없으면 좋겠지만, 비극을 목격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극은 비교적 안전하게 그 비극을 목격하게끔 하는 장이 돼줄 수 있어요.” 국립극단 연극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 디오니소스’로 제62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윤한솔 연출가(53·사진)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연출한 ‘안트로폴리스…’는 “거친 듯 박진감 넘치는 촌철살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작품상까지 받아 3관왕을 차지한 작품. 윤 연출가는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작품이기에 더욱 고마운 상”이라며 “관객이 연극을 보는 동안엔 안온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사건과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트로폴리스…’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베 왕가의 건국 과정과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에 도전하는 자들을 벌하고 파멸에 이르게 하는 과정을 그렸다. 공연 초반 화려하고 우스꽝스럽던 분위기는 점차 고통과 광기로 추락한다. 윤 연출가는 “구원이나 용서를 전제하지 않은 ‘진짜 비극’이 오늘날 필요하다고 봤다”며 “나쁜 놈이 벌 받지 못해서 생기는 게 비극이라면, 그 비극을 무대에서 오롯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대형 스크린과 실시간 영상 등을 활용한 실험적 연출도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초점을 한 군데로 모으기보다는 여러 곳으로 분산시킴으로써 관객이 연극을 여러 각도로 바라보게끔 했다. 윤 연출가는 “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관객마다 집중하는 부분과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부 다르다”라며 “연극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야기가 벌어지는 방식과 태도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나는 기쁘다’로 연극 연출을 시작한 윤 연출가는 ‘활화산’, ‘엑스트라연대기’ 등 사회적 메시지가 강렬한 작품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다. 현재는 극단 ‘그린피그’ 상임연출가다. 등장인물과 무대 미술 등에 곁들이는 우스꽝스럽고 기괴한 ‘B급’ 정서는 그의 무기로 꼽힌다.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언정 작품이 감각적으로 다가가길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설교일 뿐이죠.”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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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연극상 작품상 주인공은 ‘안트로폴리스 I’·‘젤리피쉬’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I ―프롤로그, 디오니소스’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의 ‘젤리피쉬’가 제62회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동아연극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명화)는 15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최종 심사를 진행하고 수상작이 없는 대상을 제외하고 작품상 연출상 연기상 등 9개 부문 수상작과 수상자를 선정했다.올해 본심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심사위원 추천작 34편이 올랐다. 김명화 위원장은 “팬데믹을 이후로 등장한 사회 이슈를 다루거나 실험적인 시도를 한 작품들이 메시지를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 무대를 보는 재미는 물론 대사를 듣는 문학적인 재미도 더해졌다”며 “여기에 정극 중심의 작품이 함께 나타나 균형감을 이룬 한 해였다”고 총평했다.작품상과 연출상(윤한솔), 무대 예술상(백지영)을 함께 받은 ‘안트로폴리스 I’은 테베 왕가의 건국과 탄생 과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와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니소스가 자신의 신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인간들을 벌하고 파멸을 안기는 이야기 ‘디오니소스’로 구성됐다. 고대 그리스 고전을 인간의 관점으로 풀어낸 독일 원작의 현대적 각색에 더해 한국의 연출가가 한국의 사회적 상황을 촌철살인의 이미지로 담아낸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또 “스케일이 큰 작품인데 여러 포커스를 활용해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돼 박진감이 넘쳤다”, “백지영 분장디자이너는 신화와 현대를 부드럽게 공존시켰다”는 평이 나왔다.또 다른 작품상 수상작인 ‘젤리피쉬’는 영국 작가 벤 웨더릴의 동명 원작을 바탕으로 다운증후군이 있는 27세 여성 ‘켈리’가 사랑과 관계, 자립을 통해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냈다. “관객들이 강요받기보다 객석에서 자연스럽게 동화되었던 수작으로, 공존과 인간의 선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작품이며 연출과 배우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작품”이란 평을 받았다. 공연제작센터의 ‘그리고 바다를 오르다’는 희곡상(권영준)과 연기상(박현미)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오랜만에 발견한 시극으로 정제된 언어로 사회의 아픔을 잘 반영했다”며 “나이 든 부부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느끼는 절절한 비극과 인간의 존엄을 일깨웠다”고 평했다. 연기에 대해서도 “시극의 고양된 언어와 에너지를 상투적이지 않게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또 다른 연기상 수상자 이종무 배우(굿피플)은 “사건의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 연기 포인트가 과하지 않으며 지식인의 속물적인 근성과 양심의 복잡한 양면을 잘 소화”해 수상자로 선정됐다.신인 연출상은 스토리 포레스트의 ‘아르카디아’(김연민 연출)에 돌아갔다. 톰 스토파드 원작의 과학 철학이 섞인 어려운 텍스트를 잘 소화하고 아르코 소극장 공간 전체를 활용해 객석과 무대를 허문 점이 돋보였다. “카오스 이론에 기반해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연극 속에 관객이 있다는 연극의 기본 철학을 연출로 잘 소화해 냈다”는 평도 나왔다. 이 작품에 출연해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유한함을 탐구하는 발렌타인 역을 맡은 권일 배우는 유인촌신인연기상을 받았다.또 다른 유인촌신인연기상 수상자는 두산아트센터 ‘마른 여자들’의 정제이 배우다. “신인이지만 늘 연기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인물”, “이번에도 주연은 아니나 거식증에 걸린 인물의 역할을 잘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새개념연극상은 ‘아나그노시스 사포’를 만든 창작집단 푸른수염과 안정민 연출이 받았다. 주로 연극을 무대에 본격적으로 올리기 전 이뤄졌던 ‘낭독극’을 ‘낭송극’으로 이름을 바꾸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평가다.특별상에는 배우 색자가 선정됐다. 퀴어 배우인 색자는 ‘DRAG X 남장신사’, ‘곡비’,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등의 작품에서 “편견과 온갖 위험을 통과하며 배우와 연기에 대한 해묵은 정의를 무너뜨리는” 연기를 선보여왔다. “배우가 자신을 올곧이 내어놓을 때 연극이 얼마나 강력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심사평이 나왔다.수상은 못했지만 극단 돌파구의 ‘아이들’, 극단 백수광부의 ‘다 내 아이들’, 어처구니 프로젝트의 ‘벚꽃동산’, 무브먼트 당당의 ‘모스크바 밀사 선택’이 주목할만한 작품으로 언급됐다. 시상식은 내년 1월 26일 열릴 예정이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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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훈클럽 제73대 총무에 이하원 조선일보 외교안보 에디터

    관훈클럽은 제73대 총무로 이하원 조선일보 외교안보 에디터를 22일 선출했다. 이 신임 총무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조선일보에 입사, 워싱턴·도쿄특파원, 논설위원, TV조선 정치부장·메인뉴스 앵커 등을 지냈다. 임기는 내년 1월 11일부터 1년. 관훈클럽은 이날 제73대 임원진 중 감사로 김희준 YTN 해설위원, 김선걸 매일경제신문 논설실장을 선출했다고 밝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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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에 임진택 前 경기아트센터 이사장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에 임진택 전 경기아트센터 이사장(75·사진)을, 신임 이사장엔 강헌 전 경기문화재단(63·사진) 대표를 임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극 연출자이자 판소리 명창인 임 신임 원장은 1998년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강 신임 이사장은 대중음악 평론가로 활동했으며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 등으로 일했다. 임기는 각 3년.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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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선정

    한국연극평론가협회(회장 이화원)가 22일 ‘올해의 연극 베스트3’로 ‘삼매경’,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 ‘묵티’를 선정했다고 밝혔다.국립극단의 ‘삼매경’(이철희 연출)은 함세덕 원작 ‘동승’의 확장성을 연극적 언어로 증폭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극단 하땅세의 ‘걸리버 여행기: 줌 인 아웃’(윤시중 연출)은 전통적 서사 구조에 의존하지 않고 관찰의 거리 규모 시점을 핵심 장치로 인간을 탐구하는 실험성이 돋보였다. 극단 동의 ‘묵티’(강량원 연출)은 시적인 대사와 절제된 신체 연기가 앙상블을 이루어 호평받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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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아그네스’ ‘명성황후’ 배우 윤석화 별세

    “한 달을 살더라도 ‘윤석화’답게, 담대하고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2023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연극 ‘신의 아그네스’, 뮤지컬 ‘명성황후’ 등에 출연하며 한국 공연계 스타로 활약한 배우 윤석화 씨(사진)가 19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69세. 고인은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그는 2022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줄곧 투병해 왔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세이던 1975년 민중극단 연극 ‘꿀맛’으로 데뷔했다. 원래 교사나 현모양처를 꿈꿨으나 개성 있는 음색 덕에 CM(광고방송)송을 부르며 주목 받았다. 대중에게 친숙한 “열두 시에 만나요…”(아이스크림)와 “하늘에서 별을 따다…”(탄산음료)가 고인의 목소리다. 고인이 스타로 발돋움한 작품은 ‘신의 아그네스’였다. 1983년 직접 번역하고 주역을 맡은 이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그를 연극계 간판 배우로 만들었다. 실험극장 초연 당시 최장기 공연(532회)과 최다 관객 동원(10만 명) 등을 기록했다. 그는 연극 ‘덕혜옹주’(1995년), ‘햄릿’(2016년) 등에서 활약하며 배우 손숙, 박정자와 국내 연극계를 이끄는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역시 국내 초창기부터 ‘신데렐라’(1976년), ‘명성황후’(1996년)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2012년엔 제작자로 변신해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원더풀 타운’을 무대에 올렸다. 1994년 자신의 이름(石花)에서 착안한 잡지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했으며, 1999년 음악전문지 월간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다. 2022년 10월 런던 출장 중 쓰러진 고인은 악성 뇌종양이 발견돼 당시 20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고인의 마지막 무대는 2023년 배우 손숙의 데뷔 60주년 연극 ‘토카타’에 5분가량 섰던 우정 출연이었다. 1984년 동아일보 여성동아대상을 비롯해 동아연극상 연기상과 백상예술대상, 한국연극배우협회 올해의 배우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5년 어린이날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석기 씨와 아들 수민 씨, 딸 수화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21일 오전 9시. 02-2227-7500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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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정적인 붓 터치로 고백하는 성 베드로 참회의 얼굴 그리다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메디치 가문이 좋아했던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이들의 그림은 윤곽선이 뚜렷하고 정돈된 게 특징이다. 인물 얼굴도 결점 하나 없이 도자기 인형처럼 반짝인다. 라파엘로의 마리아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떠올려 보면 확실하고 분명한 표현이 더 잘 드러난다.그런데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엘 그레코(1541∼1614)의 그림 속 인물은 붓 터치가 지나간 자국이 훤히 보인다. 비단결처럼 깨끗하게 반짝여야 할 성인의 옷은 폭풍우에 휩싸인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남성이 느끼는 격정적인 감정. 이 그림의 모든 요소가 말해주고 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전시된 이 작품은 ‘참회하는 성 베드로’다.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자 자신도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한다.앞서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라고 했다. 베드로가 세 번째로 예수를 모른 척한 뒤 아침 닭이 울었고, 이때 베드로는 예수의 예언을 기억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림은 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그림의 왼쪽 작은 사람들은 천사와 막달라 마리아다. 막달라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에게 전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베드로는 이후 예수에게 다시 참회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재신임을 받는다. 그 때문에 ‘참회하는 베드로’는 고해성사를 정당화하는 데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엘 그레코가 활동했던 당시 스페인은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가톨릭 국가였다. 따라서 개신교 지역과 달리 종교화를 많이 그렸고, ‘참회하는 베드로’는 개신교가 반대하는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여겨져 여러 번 그려졌다. 엘 그레코가 그린 것으로 확인된 그림만 최소 6점이다.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다.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그림을 배우고 스페인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어로 ‘그리스 사람’이란 뜻이다.그의 작품은 피렌체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 미술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스페인 밖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에두아르 마네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마드리드와 그의 주 활동지였던 톨레도까지 직접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어린 시절 프라도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 매장’(1586년)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청색 시대의 대표작인 ‘카사헤마스의 장례’(1901년)를 그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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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에 명확한 붓터치-힘있는 옷주름…참회하는 베드로 담은 이 작품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메디치 가문이 좋아했던 그림을 그린 보티첼리와 라파엘로. 이들의 그림은 윤곽선이 뚜렷하고 정돈된 게 특징이다. 인물 얼굴도 결점 하나 없이 도자기 인형처럼 반짝인다. 라파엘로의 마리아나 보티첼리의 비너스를 떠올려보면, 확실하고 분명한 표현이 더 잘 드러난다.그런데 스페인에서 활동했던 화가 ‘엘 그레코(El Greco·1541~1614)’의 그림 속 인물은 붓 터치가 지나간 자국이 훤히 보인다. 비단결처럼 깨끗하게 반짝여야 할 성인의 옷은 폭풍우에 휩싸인 듯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비스듬히 돌린 채 하늘을 쳐다보는 남성이 느끼는 격정적인 감정. 이 그림의 모든 요소가 말해주고 있다.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의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전시된 이 작품은 ‘참회하는 성 베드로’다. 베드로는 예수가 체포되자 자신도 고문과 처형을 당할 것이 두려워 그를 모른다고 세 번이나 거짓말한다.앞서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베드로에게 ‘닭이 울기 전 너는 나를 세 번 부인할 것’이라고 했다. 베드로가 세 번째로 예수를 모른 척한 뒤 아침 닭이 울었고, 이때 베드로는 예수의 예언을 기억하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림은 이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그림 왼쪽 작은 사람들은 천사와 막달라 마리아다. 막달라 마리아는 천사로부터 예수가 부활했다는 소식을 듣고 베드로에게 전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 베드로는 이후 예수에게 다시 참회하고 사랑을 고백하며 재신임을 받는다. 때문에 ‘참회하는 베드로’는 고해성사를 정당화하는데 자주 사용됐다고 한다.엘 그레코가 활동했던 당시 스페인은 종교개혁을 반대하는 가톨릭 국가였다. 따라서 개신교 지역과 달리 종교화를 많이 그렸고, ‘참회하는 베드로’는 개신교가 반대하는 고해성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미지로 여겨져 여러 번 그려졌다. 엘 그레코가 그린 것으로 확인된 그림만 최소 6점이다.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다. 크레타섬에서 태어나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에서 그림을 배우고 스페인으로 이주해 활동했다. 엘 그레코는 스페인어로 ‘그리스 사람’이란 뜻이다.그의 작품은 피렌체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아카데미 미술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스페인 밖에서 재조명받기 시작했다. 에두아르 마네는 엘 그레코의 그림을 보기 위해 마드리드와 그의 주 활동지였던 톨레도까지 직접 방문했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피카소는 어린 시절 프라도미술관에서 그의 작품 ‘오르가스 백작 매장’(1586)을 보고 영감을 얻어 청색 시대의 대표작인 ‘카사헤마스의 장례’(1901)을 그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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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아끼는 것을 내놓을 때, 난 이 세상의 일부가 됩니다”

    어느 크리스마스 날, 네덜란드 로테르담 조용한 마을의 6세 소년은 테이블에 가득한 선물을 보고 기뻐한다. 그중 영국산 미니어처 자동차 ‘딩키 토이’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고 검은 자동차를 품은 아이에게 엄마가 말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들이 있단다. 그 친구들을 위해 선물 하나를 주는 건 어떠니? 그 선물은 네가 소중히 여기고, 조금은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어야 해.” 아이는 망설이다 딩키 토이를 엄마에게 건넸다. “제 마음이 바뀌기 전에 가져가세요.” 약 40년 뒤 어른이 된 소년은 스위스 출신 예술가 피필로티 리스트의 작품에 매료된다. 2시간 넘게 몰입한 그는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된다. 다만 아끼는 장난감을 건네듯, 그 작품을 수장고에 넣는 대신 공공 미술관에 전시하기로 했다. 이렇게 수집한 작품 500여 점을 네덜란드 주요 미술관에 기증한 이가 작가 겸 미술 수집가인 한 네프컨스(71)다. 대만을 찾은 네프컨스 작가를 신베이시립미술관(NTCAM)에서 10일 만났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으로 작품 기증 및 제작 후원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엔 NTCAM과 벨기에 앤트워프 현대미술관(M HKA), 핀란드 키아스마 현대미술관(Kiasma), 한국 아트선재센터 등 4개 미술관과 협업해 작가를 후원하는 ‘유라시아 무빙 이미지 커미션’ 프로젝트 발표를 위해 대만을 찾았다. 한네프컨스재단은 2009년부터 세계 60여 개 미술관과 협업해 작품 제작 지원을 해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미술관을 아우르는 공모 프로그램으로, 규모도 12만 달러(약 1억7600만 원)로 기존(10만 달러)보다 늘었다. 각 미술관이 작가를 추천하면 심사를 거쳐 내년 초 선정 작가를 발표한다. 네프컨스 작가는 심사에 관여하지 않는다. ‘나눔의 기쁨’이라는 책을 만들기도 한 그는 “나는 ‘작품 수집가’보다는 ‘대화와 관계의 수집가’라는 말이 더 좋다”며 “큐레이터와 작가들이 나누는 대화와 선택을 통해 내가 몰랐을 작품들을 자세히 보게 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책 읽기와 공상을 좋아했던 저는 창문 밖으로 축구하며 뛰어노는 친구들을 구경만 하는 아이였어요. 시골 마을에서 나와 마음이 맞는 대화를 할 친구가 없다는 걸 느꼈지요.” 어린 시절부터 연결에 대한 갈망이 있던 그는 33세 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양성 판정을 받았고, 49세엔 뇌염을 심각하게 앓았다. 먹고, 걷고, 말하고, 읽고, 쓰는 방법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했던 ‘죽음의 위기’는 세상을 다르게 보게 했다. “33세에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했죠. 거기서 물질적인 것은 절대 1순위가 아니었습니다. 내게 중요한 건 글쓰기, 그리고 예술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었어요.” 네프컨스 작가가 만든 ‘연결 고리’를 통해 빌 비올라, 로니 혼, 펠릭스 곤살레스토레스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미술관에 기증됐다. 한국 작가 김희천, 안정주, 남화연 등도 작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 “내가 아끼는 걸 다른 이에게 주는 것. 지금 사회에서 가장 저평가된 가치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냄으로써 나는 이 세상의 일부가 됩니다. 일상에서 그보다 더 풍요로운 일이 있을까요?”신베이=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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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日 강제징용 희생자, 70년만의 귀향記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던 저자는 1989년 가을 일본 홋카이도에서 ‘이상한 스님’, 도노히라 요시히코를 만난다. 도노히라 스님은 일본 사회에서 차별당했던 아이누 사람들의 장례를 정성껏 치러줬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다’고 여겼다. 그뿐만 아니라 이 스님은 마을 숲에 묻힌 유골을 찾아내 불교식으로 화장해 주고 있었다. 이 유골은 1935∼1943년 홋카이도 슈마리나이 댐 공사에 강제 동원됐다가 사망한 조선인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당시 공동 육아를 연구하던 저자는 슈마리나이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도노히라 스님에게 화장을 멈춰 달라고 했다. “좋은 뜻으로 잘하고 계신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적인 범죄 현장이자 범죄 희생자가 묻혀 있는 자리입니다. …전문가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지금은 (제가) 논문 쓰는 게 급합니다. 빨리 논문을 쓰고 한국에서 교수가 되면 학생들과 다시 오겠습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가 된 저자는 9년 뒤인 1997년 여름 슈마리나이를 다시 찾았다. 그리고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자신의 제자들은 물론 일본인, 재일 교포, 대만 청년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한 가운데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동아시아공동워크숍’이 만들어졌고, 발굴은 학계 사람들은 물론 예술가와 지역 사회까지 참여하는 평화와 화합의 장이 됐다. 이 과정을 저자의 글과 구술 녹취록을 바탕으로 풀어낸 책이다. 저자인 정병호 교수는 지난해 세상을 떠났다. 슈마리나이 풀숲에 묻혀 있던 유골 115구는 결국 광복 70년 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왔다. 일본 땅에서 일본 스님이 분골했고, 일본 절이 마련한 117개의 유골함에 담긴 채. 그리고 삿포로에서 그냥 비행기에 실려 오는 것이 아니라 도쿄, 오사카, 교토, 히로시마, 시모노세키까지 일본 열도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기억의 길’을 만들면서 천천히 한국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단지 유골의 이동이 아니라 존엄의 회복을 위한 행진이라고 믿었다”고 회고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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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쏘공’·‘당신들의 천국’ 등 한국 문학 대표작 펴낸 문학과지성사…50주년 기념식

    1970년대부터 줄곧 한국 사회에서 문학의 역할을 모색해 온 출판사 문학과지성사가 12일 창사 50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식을 개최했다. 같은 동명의 계간지를 모태로 하는 문학과지성사는 1975년 12월 12일 창립했다.문학과지성사는 계간지 ‘문학과지성’(1970년 창간)을 함께 만들던 문학평론가 김현, 김치수, 김병익, 김주연과 변호사 황인철이 함께 세웠다. 초대 대표인 김병익 평론가는 이날 행사에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그 때 우리는 문학이요 지성이요 높이 외쳐 불렀지만 시대가 지난 오늘은 밝은 그러나 조용하고 낮은 목소리로 문학이요 지성이요 절을 올린다”고 했다.김주연 평론가는 이날 연단에 올라 “먼저 간 회사를 세운 동인들 김현 김치수 황인철의 얼굴이 생각난다. 이어 오생근 김종철이 후진으로 참가했는데 모두 일곱 사람 중 세 사람이 남았고 참 일찍 갔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그립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문지가 문학 인생의 출발이었고 그 때나 지금이나 저와 같이 느낄 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50년이 지난 지금부터는 인공지능(AI)까지 포괄하는 전면적인 융복합 자세와 능력으로 새 시대를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광호 현 대표이사는 “50주년을 맞으니 두 장면이 생각난다. 1980년대 ‘문학과지성’이 신군부에 의해 폐간됐다가 1988년 ‘문학과사회’로 복간한 때, 2013년 45명 주주가 지분을 모두 양도해주어 문지문화협동조합 지주회사를 만든 일”이라며 “이 과정에서 문지는 아무도개인적 지분이 없는 독특한 소유구조를 갖게 됐다. 문학에 비유해서 말하면 문지는 우리 모두가 주인이자 손님”이라고 말했다.문학과지성사는 1976년 최인훈 전집을 비롯해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등 한국 문학사를 대표하는 소설을 냈을 뿐아니라, 지난해 600호 출간을 맞은 ‘문지 시인선’으로도 정현종, 마종기, 이성복, 황지우, 최승자, 김혜순, 기형도 등 한국 문학의 상징적인 작가들의 시집을 출간했다.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도 등단하기 전인 1993년 ‘문학과사회’(1980년 ‘문학과지성’이 폐간하고 1988년 ‘문학과사회’로 복간)에 시 다섯 편을 발표했고, 시집인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는 2013년 문지 시인선으로 발간했다. 문학과지성사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한국 문학사를 정리한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 ‘젠더’, ‘사랑’, ‘폭력’ 등 4가지를 키워드로 문학사를 정리한 책 ‘동시대 문학사’ 시리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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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달라 마리아의 ‘회심’ 순간

    화려한 펜던트와 럭셔리한 옷을 입고 머리 장식까지 한 상태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성. 그를 설득하려는 듯 왼쪽에서 손짓을 하며 말을 걸고 있는 또 다른 여성. 화려한 여성과 달리 장신구도 하나 걸치지 않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은 노란색 천으로 가렸다. 마치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이들은 누구일까.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르네상스에서 인상주의까지’전에 출품된 이 그림은 오랫동안 두 가지 오해를 받았다. 첫째는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이 대조를 이루는 건 허영심과 겸손함을 대비시켜 보여 주려는 의도라는 것. 때문에 이 그림은 과거 ‘겸손과 허영의 우화’라 불리기도 했다. 둘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렸다는 오해다. 다빈치가 그린 작품으로 여겨진 이유는 오른쪽 여성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서 드러나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사람이나 사물 형태를 윤곽선 없이 빛과 그림자를 이용해 드러내는 이러한 표현 방식을 이탈리아에선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라 한다. 이건 바로 다빈치가 만들어낸 방식이다.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와 이 그림 속 얼굴을 비교해 보면 이해하기가 더 쉽다. 다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은 이후 수백 년 동안 수많은 화가들이 따라했다. 이 그림을 그린 밀라노 화가 베르나르디노 루이니도 그랬다. 또 루이니의 다른 그림을 살펴 보면, 이 작품이 그저 단순히 화려한 여성과 검소한 여성을 대비시킨 게 아니란 점도 알게 된다. 바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루이니는 막달라 마리아를 여러 차례 그려 왔고, 막달라 마리아를 상징하는 주요 소품 중 하나가 그림에서 여성이 쥐고 있는 ‘향유병’이다. 향유병은 성경에서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발과 머리에 부은 향유를 담고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속세의 허영을 버리고, 검소한 옷차림인 ‘성녀 마르타’의 설득으로 예수를 따르게 된다. 향유병은 막달라 마리아가 물질적인 유혹을 벗어 던지는 순간을 강조하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36년 앤 R 퍼트넘과 에이미 퍼트넘이란 인물이 세상을 떠난 여동생 이레네를 추모하며 샌디에이고미술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이후 미술관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짜 화가가 누구인지, 내용은 무엇인지가 밝혀졌다. 흥미로운 건 성경에선 허영을 버리고 검소함을 가지라고 강조하지만, 그림 속 두 여성은 똑같은 비중으로 묘사됐다는 점이다. 인간은 삶에서 어떤 가치를 따를 것인가. 화가는 그 선택의 몫을 관객에게 넘겨주고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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