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심

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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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심 기자입니다. 병원, 바이오, 제약, 헬스케어, 건강 분야를 취재합니다. "인생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다. 균형을 잡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입니다. 균형 잡힌 건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겠습니다.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건강100%
  • 신경 눌림 방치 땐 ‘꼬부랑 노인’… 척추관협착증, 재활도 중요

    《“서 있는 상태에서 몸을 살짝 숙이고 어깨에 힘을 뺀 후 아랫배와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좌우 체중 이동을 해보면 코어를 느낄 수 있다. 그 자세를 유지하며 걸으면 코어를 인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인지 훈련을 충분히 했다면 일상생활에서 코어를 느끼면서 지낸다. 이것이 습관화되면 허리 자체의 흔들림이 줄어 통증이 잡히고 허벅지 근육도 강화된다.”》척추관협착증은 신경 다발이 통과하는 척추관 면적이 좁아지면서 신경이 눌려서 발생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노화로 인한 퇴행이다. 눌린 신경을 풀어주지 않고 계속 두면 점점 힘이 빠지고 허리가 굽고 보행 기능을 잃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연간 약 180만 명에 이른다. 그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80% 이상을 차지한다.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면 허리 통증과 하지 방사통, 다리 저림 등이 생긴다. 하지만 증상을 겪는다고 모두 수술하는 건 아니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등 보존적인 방법으로 나아질 수 있다. 이대영 새길병원 병원장은 “보행 거리가 줄고 허리가 숙여지면서 노인처럼 걷는 등 상태가 나빠질 때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꼬부랑 노인이 되는 이유 할머니들이 굽은 허리 때문에 유모차(보행 보조기)를 밀고 걷는 모습이나 할아버지들이 조금 걷다가 앉아서 쉬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대부분이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허리나 다리 통증 때문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로 인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 주변의 인대나 뼈가 두꺼워져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터질 것 같은 보행 장애가 생기고 허리 통증도 심하다. 잠시 쉬거나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줄기 때문에 허리를 굽히고 걷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은 가만히 누워 있으면 증상이 없고 서거나 걸으면 증상이 나타난다. 가장 큰 특징으로 걸을 때 다리 통증을 꼽는다. 통증으로 인해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들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걸을 때 절뚝이거나 걷는 모습이 부자연스럽다면 통증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어 허리디스크와 구별된다. 협착은 오랜 기간 천천히 진행한다. 통증의 강도도 서서히 증가한다. 이 병원장은 “통증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질 수 있다”며 “평소 다리에 힘이 빠지고 보행 거리가 줄어든다면 근본적인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허리 수술은 최대한 미루는 게 좋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 70대에 척추 수술 등 몸에 부담이 큰 수술 치료를 받으면 아무래도 회복이 힘들다. 이 병원장은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허리 수술은 최대한 늦게 하라고 들었다’라는 것”이라며 “이는 잘못된 상식이며 수술 시기를 놓치면 걷는 기능을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리 척추관협착증의 수술적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압술이다. 보통 허리 수술 하면 척추에 나사못을 박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골 유합술이 꼭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다. 감압술은 최소 절개로 신경을 압박하는 비대해진 인대와 골극을 제거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최근 양방향 척추 내시경이 척추 수술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등 쪽에 5㎜ 정도의 작은 2개의 내시경을 통해 척추관 내 질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현미경 감압술보다 덜 침습적이기 때문에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다만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도 신경 병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어느 정도 뼈를 절제해야 한다. 이 병원장은 2023년 뼈를 절제하지 않고 내시경 수술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개발한 것.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에서 골 절제를 생략한 새로운 치료법이다. 이 병원장은 “척추에는 본래 정상적인 구멍이 있는데 내시경 기술을 활용해 이 구멍으로 접근했다”며 “멀리서 봤을 때 뼈가 가려져 안 보인다면 가까이서 보고 위가 아닌 아래로 구멍에 접근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절개해 수술할 때처럼 뼈를 건드리지 않고도 감압이 가능하다. 그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술 자체로도 척추 치료에 큰 도움이 됐으나 좀 더 발전시킬 가능성을 봤다”며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수술 위험을 줄이고 척추의 구조적 안정성을 보존하는 치료”라고 말했다.세계 최초 ‘골 절제 없는 감압술’ 환자 부담 최소화 협착증 수술에서 골 절제를 하지 않으면 출혈과 뼈 주변 조직의 손상이 적다. 뼈를 건드리지 않아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출혈 가능성도 작기 때문에 수술은 더 안전해진다. 구조적 안정성도 유지할 수 있다. 뼈는 기존의 모양 자체가 구조를 지탱하는 힘을 지닌다. 수술을 위해 뼈를 깎아내면 그만큼 척추뼈는 약해져 더욱 흔들린다. 수술 후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과거에는 이 흔들림을 막기 위해 스크루(나사못)로 척추를 고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은 그럴 필요가 없다. 척추질환은 노년기에 흔하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환자는 수술을 견디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병원장은 “전신마취의 위험성과 출혈, 감염 등 노인은 수술 후 회복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내시경과 뼈를 건드리지 않는 기술로 치료한다면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천성 기형이거나 협착 틈이 3㎜ 이하로 너무 좁은 경우만 제외하면 대부분 환자에게 시행할 수 있다. 수술 성공 여부는 수술을 집도하는 의료진의 역량에 달려 있다. 골 절제 없는 감압술을 하려면 해부학적 이해가 필요하고 양손을 능숙하게 쓸 수 있어야 한다. 새길병원은 4000건(마디 기준) 이상의 협착 수술을 골 절제 없는 감압술로 진행했다. 이 병원장은 “나이가 많은 환자는 보존 치료를 해야 한다”며 “척추 수술 때도 하반신 마취만 한 채로 대부분 환자와 수면 유도 없이 얘기하면서 수술한다”고 말했다. 골 절제 없는 감압술(NLBD)은 SCI급 저널에도 게재됐다.협착증 예방과 치료 핵심은 재활 훈련 치료 후에는 꾸준한 재활과 생활 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이 병원장은 “협착증 환자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이 아니라 코어를 인지하면서(느끼면서) 일상에서 허리를 적게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협착은 코어 힘을 떨어뜨려 균형을 잃게 만드는 것으로 결국 허리가 흔들리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 평소 아랫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코어 근육은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횡격막, 복횡근, 다열근, 골반기저근으로 이들 힘이 좋아야 허리가 흔들리지 않고 균형이 잡힌다. 머리와 팔의 무게가 아랫배와 허벅지로 분산되도록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걸을 때는 부드럽게 발을 내디딜 수 있는 균형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허리 협착증 증상① 주변에서 구부정하게 걷는다고 한다.② 똑바로 서려면 가슴을 펴야 한다.③ 똑바로 서려면 무릎을 굽혀야 한다.④ 언제부터인가 똑바로 자지 못한다.⑤ 허리가 아니라 등이 아프다.⑥ 보행 거리가 줄어든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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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습성 황반변성, 투여 간격 20주로 늘어난 고용량 치료제로 부담 낮춰”

    황반변성은 백내장, 녹내장에 이어 전 세계 주요 실명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신생 혈관이 만들어지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급격하게 진행하는 특성이 있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유승영 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를 만나 황반변성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우리나라에 황반변성 환자는 얼마나 되나.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약 50만 명 정도다. 황반변성은 유병 기간이 긴 병이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실명을 초래하는 나이 관련 황반변성 유병률은 60대 이상에서 약 1%, 80대 이상에서는 3% 정도다. 이는 100명 중 1명이 실명할 수 있는 황반변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황반변성은 주로 노화로 발생하는 ‘노인성 질환’인가. “신생 혈관성(습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노화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황반변성은 노인 실명 원인 1위 질환으로 꼽힌다. 두 번째로 큰 위험 요인은 흡연이다. 혈관 질환도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대사성 질환은 혈관의 대사 기능을 저하하고 혈관 벽을 약화해 병을 유발할 수 있다. 눈은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계속해서 빛을 받아들이고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세포가 활발히 작동하면서 노폐물이 발생하게 된다. 이 노폐물은 혈관을 통해 배출돼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이러한 혈관 기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노폐물이 망막과 혈관 사이에 축적되고 이것이 결국 병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황반 색소 밀도도 중요하다. 황반 색소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일종의 선글라스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해 많은 사람이 루테인을 복용하기도 하는데 루테인이나 지아잔틴이 황반에 실제로 도달하는 비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으로 녹황색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기를 권한다. 등푸른생선이나 연어처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을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황반변성은 어떻게 치료하나. “진행형 황반변성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신생 혈관이 생겨 시력을 손상하는 신생 혈관성(습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과 망막 신경세포가 말라 죽는 ‘위축성 황반변성’이다. 위축성 황반변성은 안타깝게도 현재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 신생 혈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질병이 매우 빠르게 진행돼 진단받으면 수개월 내 실명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 다행히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anti-VEGF) 요법이 도입되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신생 혈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망막 내 피가 차고 물이 고여 시신경을 손상하는 것이 문제인데 치료제를 통해 신생 혈관의 활성을 막고 출혈이나 삼출물을 억제한다.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를 통해 신생 혈관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우리 몸은 자연적으로 신생 혈관을 생성하게 돼 있어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해서 단번에 치료되지는 않는다. 치료를 통해 신생 혈관을 비활성화하고 신생 혈관이 더 이상 자라거나 새는 것을 막는 데 목적이 있다.”―신생 혈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 치료에 있어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 “신생 혈관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병이다. 따라서 주기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치료 간격을 얼마나 적절하게 유지하고 주사 횟수를 줄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에 혈관의 활성을 계속 억제해 시력을 개선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수다.” ―투여 주기 연장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지난해 새로 허가된 고용량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가 도움이 되나. “기존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는 초반에 한 달 간격으로 세 차례 주사를 맞아 신생 혈관의 활성을 낮춘 후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서서히 주사 간격을 늘려가는 방식이었다. 기존 임상시험 기준으로는 세 번의 초기 주사 후 두 달 간격으로 투여하는 것으로 허가됐는데 이 경우 환자가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하고 1년에 7∼10회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실제 임상에서는 초기 세 번의 주사 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2달 간격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길게 투여 간격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조정해 왔다. 치료 간격은 보통 1∼2주 단위로 조금씩 늘려가며 가능한 한 주사 횟수를 줄이고자 하지만 눈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부담이 컸다. 하지만 고용량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는 기존 약물의 용량을 4배 늘린 고농도 약제로 눈 속에서 더 오래 약효 성분을 지속할 수 있다. 단순히 주사 용량을 늘리는 방식은 시신경에 무리를 줄 수 있지만 고농도로 농축된 형태로 설계돼 부담 없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효과는 어느 정도로 유지할 수 있나. “고용량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 치료제 덕에 진단 첫해에도 매월 1회, 3번 투여 이후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여 간격을 최대 20주(5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첫 투여부터 4∼5개월 간격으로 늘리는 것은 아니다. 병의 진행 상황 및 활성화 정도를 관찰하면서 2개월 뒤에 투여를 진행할지, 3개월 뒤에 진행할지 고려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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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료 건수 우선하는 시대 끝나… 기술-인성 ‘융합 의사’ 키워야”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전공의 지도 교수들은 훗날 내가 만날 의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질 높은 수련 환경 개선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 속에 수련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복귀 조건으로 수련 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이 포함된 새로운 대정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달 말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앞두고 복귀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수련 병원들도 전공의 복귀를 대비해 분주하다. 고려대의료원 서보경 교육수련실장(고려대 의과대학 영상의학교실)은 “국내 전공의 수련 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리·지식 등 균형 잡힌 인재 키워야 연차, 치료 건수만으로 좋은 의사가 되는 시대는 끝났다. 환자와 공감하고 윤리적인 판단을 할 줄 아는 의사, 기술과 인성을 갖춘 전문가를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는 사회의 과제가 됐다. 고려대의료원은 올해 3월 미국 전공의·전임의 교육 인증위원회(ACGME)로부터 국내 최초의 ‘국제 허브’로 지정됐다. ACGME는 의사가 갖춰야 할 역량을 기준으로 수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수련 병원을 평가·인증하는 기관이다. 미국은 1981년 ACGME를 설립해 전공의 수련 교육과정과 수련 병원을 인증하고 역량 기반 교육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의 수련병원이 연방 건강보험 프로그램인 메디케어로부터 전공의 급여에 관한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전공의와 펠로(전임의) 수련 프로그램이 ACGME의 인증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질이 낮거나 평가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인증 취소나 시정 명령이 내려지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수련 시스템은 보건복지부가 수련 기관을 지정하고 정원을 승인한다. 각 학회는 수련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병원이 실무를 맡는 구조다. 전공의가 수련 기간에 어떤 역량을 갖췄는지 체계적으로 측정할 시스템이 없다 보니 결국 모든 평가가 전문의 시험으로 집중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필요한 역량 평가보다 시험 점수에 의존하는 구조다. 의사 교육의 판도를 바꾸는 핵심은 역량 기반 교육(CBME)과 마일스톤 평가다. CBME는 연차, 수련 시간보다 눈에 보이는 역량을 갖췄는지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핵심 역량은 6가지로 △환자 진료 능력 △자기 주도 학습 △전문성과 윤리 △의사소통 능력 △보건 의료 시스템 이해 △자원 관리 능력이다. 마일스톤은 전공의가 수련 중 도달해야 할 성장 이정표다. 미국에서는 이를 1∼5단계로 구분해 4단계 이상 돼야 전문의 자격이 주어진다. 시간이 흐른다고 전문의가 되지 않고 실제 성장과 역량이 기준이 된다. 교수뿐 아니라 환자·보호자·간호사·동료 의사, 본인까지 참여하는 360도 평가를 한다. 서 실장은 “CBME는 시간 채우기 수련이 아니다. 일정 수준의 실력을 갖춘 의사로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360도 평가는 전공의가 수련 기간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명확한 임무를 받을 수 있다.선진화된 교육 시스템 작동… 지도 교수 역량 중요 선진화된 교육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지도 교수의 변화가 필요하다. 전공의의 성장을 이끌고 평가의 질을 높이려면 교육자 자신도 새로운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고려대의료원은 지도전문의 역량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서 실장과 이영미 교수(의과대학 의학교육학교실), 김수진 교수(안암병원 응급의학과), 김완준 교수(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김호연 교수(안산병원 산부인과)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ACGME 연례 연수에 다녀왔다. 소규모 토론, 역할극, 대화 중심 피드백을 통해 역량 기반 교육을 실제 임상에 어떻게 적용할지 집중적으로 훈련받았다. 올 3월에는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ACGME 수석 부회장인 로라 에드거를 초청해 특강과 워크숍을 열었다. 고려대의료원은 한국 실정에 맞는 KUM-ACGME 자체 교육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전공의를 잘 가르치는 독립적이고 제도화된 수련 평가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최근 대한의학회를 중심으로 ‘전공의 수련교육원’ 같은 상설 기관 설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 실장은 “ACGME는 수련 제도를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공공 시스템으로 끌어올렸다”라며 “미국 병원들은 ACGME 인증 없이는 공적 의료보험 제도에서 지원되는 전공의 급여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병원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수련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 실장은 “KUM-ACGME는 전국 어디서 수련받든 일정 수준의 교육이 보장되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환자는 어떤 의사를 만나든 안전과 진료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대의료원은 올해 의료원 내부 인턴 교육에 이를 적용하고 내년엔 전국 병원과 경험을 공유할 계획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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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소식]근무 교대 때 인수인계서 자동 생성… 중환자실 의료진 도울 AI 비서 연구

    가톨릭대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인공지능뇌과학사업단의 고태훈 교수(의료정보학교실·사진)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보건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 중 ‘다기관-멀티모달 연합학습 기반 의료 인공지능 기술 시범모델 개발’ 연구 과제의 주관 연구 책임자로 선정됐다. 전국 주요 대학병원과 협력해 진행하며 향후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이 가능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이 목표다. 이번 연구에서 고 교수는 중환자실에 특화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한다. 중환자실은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집중 치료를 받는 곳이다. 의료진의 빠르고 정확한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환자의 생체신호, 전자의무기록, 의료영상 등 다양한 정보를 일일이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은 의료진에게 부담이 되기도 한다. 고 교수는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함께 학습할 수 있는 ‘멀티모달’ 기반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멀티모달은 다양한 형식의 정보를 한꺼번에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기술로 인공지능이 여러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는 방식이다. 개발될 ‘AI 에이전트’는 의료진의 실질적인 업무를 돕는 디지털 조수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간호사가 근무를 교대할 때 중환자의 상태 변화나 중요한 처치 내용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정리해 인수인계서를 생성해주는 식이다. 의료진은 시간을 절약하고 환자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번 과제는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강원대병원, 분당차병원과 함께 5개 주관 기관이 참여하며 공동 연구기관으로는 동산의료원, 부천세종병원, 이모코그(인공지능 개발 전문기업)가 함께한다. 과제의 총사업비는 약 23억7500만 원 규모로 5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수행될 예정이다.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병원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칠 계획이다. 고 교수는 “중환자실처럼 긴박한 환경에서 인공지능이 의료진의 손과 눈, 기억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장의 필요를 정확히 반영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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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어컨 빵빵하게, 환기도 안하고 틀면 ‘냉방병’ 위험[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에어컨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냉방 증후군, 일명 ‘냉방병’ 환자가 늘고 있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가 5도 이상 벌어질 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한다. 냉방병은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실내외 온도 차, 장시간 냉방에 노출, 에어컨 필터나 냉각수에 서식하는 세균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특히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증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도 냉방병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냉방병 증상은 두통, 전신 피로감, 근육통, 어지럼증 등이 있다. 감기와 유사한 호흡기 증상인 인후통, 콧물, 기침이 동반되기도 한다. 소화불량, 설사, 복통 등의 위장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나 생리통 악화도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손발이 붓거나 오한을 느끼는 증상도 발생한다. 냉방병과 감기의 구분이 어렵다면 냉방 환경을 벗어난 후 증상이 호전되는지 살펴보면 된다. 만약 37.5도 이상의 발열이 지속되거나 심한 근육통,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지속된다면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윤지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냉방병이 지속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감염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다”라며 “자율신경계 불균형이 만성화되면서 만성피로증후군이나 소화기 장애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천식, 알레르기질환, 심폐 기능 이상, 관절염,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나거나 기저질환이 악화할 위험이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냉방병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냉방기 사용을 줄이면 대부분 호전된다. 실내외 온도 차는 5도 이내로 유지하고 실내 습도를 50∼60%로 조절하는 것이 좋다. 에어컨 필터는 2주마다 청소하고 2∼4시간마다 5분 이상 환기해야 한다. 긴소매 옷이나 얇은 담요를 준비해 찬 공기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등 건강한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찬 음식이나 찬 음료 섭취를 제한하고 수면 시에는 배를 따듯하게 덮고 취침하는 것이 냉방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고열, 심한 근육통, 호흡곤란 등이 동반될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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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 암 수술, 종양 제거-청력 회복 ‘두마리 토끼’ 다 잡아야

    청신경 종양과 외이도 암은 귀에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청신경은 뇌에서 한 뿌리로 출발해 세 갈래로 갈라져 속귀까지 연결되는 신경이다. 이 세 갈래의 신경 가운데 하나는 청각을 담당하는 와우(달팽이관) 신경이다. 나머지 두 개는 평형을 감지하는 전정신경이다. 청신경 종양은 이 신경을 감싸고 있는 신경초에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매년 새로 발생하는 환자가 500∼600명 정도다. 귓구멍 입구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길을 외이도라고 하는데 이 관에 발생하는 암을 외이도암이라고 한다. 외이도암은 귓속 피부에서 발생하는 피부암의 일종이다.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외이도암도 발병률이 매우 낮은 희귀 암으로 1년간 국내에서 새로 발생하는 환자는 100명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난청 유발하는 희귀 암 청신경 종양의 경우 종양이 신경과 주변 구조물을 누르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청력 저하와 이명, 어지럼증이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갑자기 청력이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이 나타나지만 대개는 청력이 서서히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니 소리가 조금씩 안 들려도 노화로 오해하다가 종양이 상당히 커진 뒤에야 발견하는 환자도 많다.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조기 발견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의 청신경 종양은 한쪽 귀에만 발병한다. 청력 저하나 이명 같은 증상이 한쪽 귀에서 두드러진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청신경 종양 치료는 크게 방사선 치료인 감마나이프와 수술로 나뉜다. 종양이 작은 경우 감마나이프나 내시경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청신경 종양과 달리 생명을 위협하는 외이도암은 조금만 커져도 삶의 질이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주변 조직을 침범하지 않은 1∼2기는 완치율이 80∼90%지만 암이 뼈를 지나 뇌·혈관·신경·귓바퀴 등을 침범한 3기 이후에는 50% 미만으로 완치율이 뚝 떨어진다. 그래서 외이도암은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수술은 귀 뒤쪽을 절개해 암이 침범한 부위와 그 주변 조직까지 광범위하게 제거한다.귀 암, 종양 제거뿐만 아니라 청력 회복 여부도 중요 환자 삶의 질을 생각하면 종양 제거만큼 청력 보존 여부도 중요하다. 종양의 위치나 크기, 신경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 후 청력 보존이나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치료법에 따라서도 청력 손상 정도가 달라진다. 문인석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은 청력이 소실된 환자에서 내시경으로 종양을 제거한 후 바로 인공와우를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라면서 “종양 제거부터 청력 회복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획기적인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양이 커질수록 수술 후 청신경과 와우를 보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조기 수술이 청력 복구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는 지난달 국내 최초로 청각 임플란트 시술 3000건을 달성하며 국내 청각 회복 치료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89년 고 김희남 교수가 국내 최초로 인공와우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고 이원상 교수와 최재영 교수(현 연세대 의대 학장)가 국내 최초로 청성 뇌간이식술을 시행했다. 국내 최다 중이 임플란트 수술, 국내 최다 골전도 임플란트 수술 등 청각 회복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달성했다. 문 교수는 과거 인공와우 이식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청신경 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내시경을 통한 종양 제거와 인공와우 이식을 동시에 시행하는 혁신적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키기도 했다. 문 교수팀의 최근 논문에 따르면 인공와우 이식술을 동시에 시행한 환자는 종양 제거 후에도 80% 이상의 환자가 청력 테스트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으며 이 중 4명은 문장 인식률이 80% 이상이었다. 내시경 기반 수술법은 기존보다 침습성이 낮고 회복이 빠르다. 종양 제거와 함께 동시에 시행하는 인공와우 수술은 청력을 잃은 종양 환자에게 실질적인 회복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문 교수는 “청신경 종양과 외이도암은 발병률이 낮은 질환에 속한다”면서 “청신경 종양을 실제로 치료하는 전문의는 많지 않은 반면 인터넷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너무 많은 정보가 난무해서 오히려 환자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고 우려했다. 청신경 종양은 종양의 크기와 위치, 신경 손상 정도, 현재 청력과 수술 후 예측 청력, 평형 기능, 안면 마비 유무, 환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종양 크기가 같아도 환자마다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치료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인공와우란?청신경을 직접 자극해서 소리를 감지하도록 고안한 전자기기다. 보청기를 사용해도 청력이 향상되지 않는 고도의 감각 신경성 난청 환자가 인공와우 이식술의 대상이 된다. 청신경 종양으로 청력이 손상된 환자도 종양 제거 시 청신경을 보존하면 인공와우 이식술로 청력을 되찾을 수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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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중기 무릎 퇴행성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가 대안 될수도”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현재 근본적인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다. 약물요법은 일시적으로 통증과 염증을 억제해 주는 정도다. 따라서 임상 현장에서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근 강스템바이오텍의 줄기세포 기반 융복합 치료제 ‘오스카(OSCA)’가 임상 1상에서 무릎 통증을 50∼100%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업계는 연골 재생 등 구조적 개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환자 108명을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 중이다. 오스카의 임상시험 조정자인 윤경호 경희의료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무릎 퇴행성관절염과 현재 임상 진행 상황 등을 자세히 물었다.―무릎 퇴행성관절염에 관해 간단하게 알려달라.“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무릎이 구조적으로 변형되고 기능이 떨어져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흔히 뼈의 관절 면을 감싸고 있는 관절연골이 마모돼 연골 밑의 뼈가 노출되고 관절 주변의 활액막에 염증이 생긴다. 관절 질환 중에서 가장 흔하며 유전적 요인, 비만, 관절의 외상, 염증으로 인한 연골 손상 등으로 발병한다. 어려서부터 오랜 기간 관절에 병을 앓으면 골관절염이 생길 수 있고 이런 경우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발생한다.”―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가장 흔한 증상은 무릎 통증이다. 특히 계단을 오르내릴 때 통증이 더 심하다. 질환이 진행되면 무릎이 붓고 물이 차며 하루 종일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에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건 노화다. 피부와 연부 조직의 노화, 골막이 늘어나고 무릎 주위의 근육·힘줄·인대도 퇴행성변화가 생긴다. 윤활액은 관절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연골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윤활막에서 만들어져서 관절로 분비된다. 윤활막이 노화되면 무릎에 영양을 공급하기 어려워져서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치료는 어떻게 하나?“현재까지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하는데 적절히 치료하면서 악화를 예방하고 지연시켜 준다. 가장 중요한 치료 방법은 운동이다. 특히 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유연성을 기르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활액막은 적당한 자극을 받아야 영양분을 무릎에 골고루 공급할 수 있는데 이때 운동으로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이런 방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비교적 활동적인 사람에게는 뼈의 모양을 올바르게 하는 교정술을 시행한다. 이 밖에 관절연골을 이식할 수도 있지만 이식술은 국소적인 영역에 이상이 있을 때만 시행한다. 연골의 마모가 넓게 퍼져 있는 퇴행성관절염에는 시행하지 않는다. 관절염이 매우 심해서 여타의 방법으로도 낫지 않거나 나을 가능성이 없는 경우 인공관절 치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현재 많은 약물요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진통 주사다. 진통제나 비스테로이드계 소염제를 사용해 통증을 완화하고 부은 관절을 가라앉힌다. 약물은 관절의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통증을 줄여주고 운동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약물치료와 함께 반드시 운동 치료를 병행해 관절 주위의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진행하고 있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임상시험은 어떤 것인가?“오스카는 무릎 관절강 내 1회 주사 투약으로 통증·기능 개선과 연골 재생 등 구조적 개선 효과를 목표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다. 제대혈(탯줄 혈액)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에 연골 분화 미세 환경을 조성하는 무세포성 연골 기질이 더해진 첨단 바이오 융복합 치료제다. 오스카는 염소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확보한 바 있다. 임상시험 계획서 준비 과정부터 임상시험 디자인과 평가 방식에 대해 조언한 바 있으며 현재 임상 1상과 2a상의 임상시험 조정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2∼3단계의 중등도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관절강 내 한 번 투여 후 6개월 관찰 기간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이다. 또한 1년, 2년, 5년 시점까지 장기 추적을 하도록 설계된 임상시험이다.”―국내에서는 임상 약물이나 줄기세포에 대한 편견도 많다. 또 위약군에 배정될 수 있어 쉽게 참여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떠한가?“현재 진행 중인 2a 임상시험에서는 3분의 1의 대상자가 위약군에 배정돼 있다. 또한 장기 추적 조사를 통해 위약군에 대해서도 12개월까지의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위약군에 대한 관리는 매우 중요하고 까다롭다. 강스템바이오텍도 이 점을 충분히 잘 인식하고 있어 위약군에 배정된 대상자도 12개월 이후 별도 임상시험을 통해 시험약 투약이 될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선제적인 조치는 안정적으로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위약군에 배정된 환자도 치료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진행 중인 임상이라 조심스럽지만 효과는 어떤가?“1상 결과 희망은 보였다. 미세 골절 등으로 인한 연골 하골이 무너지는 것에 약간의 효과를 확인했다. 용량을 나눠서 시험을 진행했는데 저용량에서는 증상에 큰 변화가 없었지만 고용량을 투여했을 때 증상이 좋아진 환자가 있다.”―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이 있다면….“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개발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 무릎 골관절염 질환이 진행될수록 환자 삶의 질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걷기도 어려워져 지팡이 같은 보조 기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래 걷거나 운동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현재는 근본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의 신체적 부담이 축적되고 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중등도 수준인 2∼3등급만 돼도 참을 수 없는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술 전, 경증∼중등증 단계에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스카 같은 줄기세포 치료제가 대안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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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과 10번 넘게 싸워 이긴 20대 ‘턱걸이 챔피언’

    입안과 턱, 목 쪽에 계속해서 암이 재발해 세상을 포기하려던 소년이 10번이 넘는 수술을 이겨내고 본인처럼 투병 중인 환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직접 나섰다. 운동을 통해 암을 극복해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해 ‘턱걸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된 김동호(23) 군의 희망적인 이야기가 최근 서울아산병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됐다.동호 군은 7살 때 입안이 부어 어머니 손에 이끌려 충남 서산시의 집 근처 병원을 찾았다. 원인을 모르겠다던 소아청소년과, 치과를 거쳐 찾은 이비인후과에서는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뒤 당장 큰 병원을 가보라고 했다. 입안을 붓게 만든 원인은 두경부 지방육종. 지방세포에서 악성종양이 생기는 희귀 암이다. 입과 목에 생긴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종양은 계속해서 재발했다. 특히 종양이 생긴 위치가 얼굴인 만큼 동호 군은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신경과 혈관이 특히 많은 부위라 수술 난도도 높았다. 한 번이면 끝날 줄 알았던 수술이 두 번, 세 번 이어지자 그 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며 동호 군을 포기했다. 절벽 끝에 선 동호 군의 가족은 마지막 희망을 안고 2014년 1월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반복된 수술로 동호 군의 얼굴은 많이 손상돼 있었고 마음마저 지친 상태였다.‘꼭 도와주고 싶다’라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고경남 교수를 비롯해 이비인후과, 성형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의 협진을 통해 동호 군은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동호 군의 입안 종양은 끈질기게 재발했고 커진 종양이 얼굴 뼈를 밀어내 신경이 끊어져 얼굴 오른쪽에 마비가 오기도 했다. 지겹도록 재발하는 암 때문에 세상을 포기하려는 모진 마음을 먹기도 했다.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갔다가 간신히 마음을 다잡은 동호 군은 ‘운동을 통해 암을 극복해 보자’라는 결심을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 선생님의 조언을 떠올린 것이다. 방 문틀에 철봉을 달아 하루에 한두 시간씩 매일 집에서 턱걸이 연습을 했다. 동호 군은 무언가에 열중하는 것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됐다. 근육운동을 시작한 이후 동호 군의 체격은 커졌고 움츠러들었던 마음마저 점차 회복돼 갔다. 다행히 종양도 예전처럼 빠르고 크게 진행되지 않아 항암과 약물치료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고 종양 제거술만 매년에 한 번 정도 받으면 될 정도로 호전됐다. 2020년 7월 그렇게 또 한 차례의 수술을 받기 전날, 온라인 턱걸이 대회가 개최된다는 소식에 동호 군은 턱걸이 영상을 찍어 출전했다. 다음 날 수술이 끝난 동호 군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건장한 신체의 청년들과 대결한 턱걸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연락이었다. 얼굴의 종양 때문에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던 동호 군이 이를 극복하고 ‘턱걸이 챔피언’이 된 희망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의 응원과 칭찬의 댓글이 쏟아졌다. 동호 군은 이를 계기로 자신의 이야기가 다른 질병을 앓고 있는 환우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암을 이겨낸 투병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결심했다. 동호 군은 “치료의 고통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의료진의 노고 속에서 무사히 자랐기 때문에 그만큼 제 목숨은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교수님들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고통을 겪고 계신 환우분들,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같이 힘냅시다!”라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처음 병원에 왔을 때 힘들어하고 왜소했던 동호가 언젠가부터 진료실에 들어올 때마다 점점 더 건장한 청년이 돼 와서 매번 놀랐다. 반복되는 수술과 재발은 신체적으로도 고되지만 특히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되기 마련이다. 동호가 힘든 치료 과정을 이겨내고 턱걸이 챔피언까지 돼 다른 환우들에게 희망을 준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맙고 존경스럽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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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굴-손 커지는 ‘말단비대증’… 진행 더뎌 진단에만 10년 걸려

    말단비대증은 내분비 대사질환 중 대표적인 희귀질환이다. 성장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인해 발생 하는데 많은 경우 뇌하수체 종양이 원인이 된다. 말단비대증 국내 환자 수는 18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 수 100만명 당 약 4명 정도다. 얼굴 모양의 변화, 손발 크기 증가 등 특징적인 증상과 함께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해 환자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말단비대증에 대한 인식 부족과 환자 간 교류도 제한적이라 조기 발견과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구철룡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엘레나 발라시 스페인 카탈루냐국제대 내분비학 부교수(유럽내분비학회 희귀질환 위원장)를 만나 말단비대증의 진단과 치료에 관해 자세히 물었다. ―말단비대증이라는 질환이 생소하다. 설명 부탁드린다. 구철룡 교수=“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상태를 통틀어서 말단비대증이라고 한다. 정상적으로 성장호르몬이 분비해야 하는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겨서 성장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가 약 95%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키 성장을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많이 맞는데 이 경우에도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공급하면 드물게 말단비대증이 생길 수 있다. 성장호르몬과 관련된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신경 내분비 종양이 생길 때도 말단비대증이 드물게 나타날 수 있다.” 엘레나 발라시 교수=“말단비대증은 뼈와 근육 등 신체 전반에 걸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전신 질환이다. 기본적으로는 연조직, 안면, 손, 다리, 발목 등에 증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코를 심하게 고는 것, 목소리가 깊어지는 것, 코가 넓어지고 손이나 발이 커지는 것, 턱 등이 돌출되는 것, 치아 사이가 많이 벌어지는 것, 혀가 너무 커지는 것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갈비뼈 통이 넓어져서 흉곽이 커 보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악성 종양, 수면무호흡증, 관절 통증, 근골격계 이상,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고혈압과 더불어 뇌하수체 종양이 주위 구조를 압박해 두통, 시야결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말단비대증에 취약한 군이 있는가? 인종별로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엘레나 교수=“가족력이 있거나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특별한 고위험군은 없다. 대부분의 연구에서 성별에 따른 발생률과 유병률에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인종적인 차이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 교수=“성별에 따른 차이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남녀 유병률이 숫자로 보면 45대55, 48대52 정도로 비슷하다. 수치로 보면 국내외 모두 5∼10%가량 여성에서 유병률이 조금 더 높게 나타난다.” ―말단비대증 진단은 어떻게 하나? 엘레나 교수=“환자의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 1(IGF-1)을 먼저 측정한다. 성장호르몬 수치는 변동이 커서 단일 측정만으로는 진단적 가치가 낮다. 성장호르몬이 간에 작용하면 IGF-1이 분비된다. 뇌하수체종양이 성장호르몬 과분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IGF-1의 분비가 증가하며, 일정한 수치가 유지되기 때문에 IGF-1 수치를 먼저 측정한다. 확진을 위해서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OGTT)를 통해 성장호르몬 과분비를 진단한다. 정상적으로는 포도당을 섭취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억제된다. 하지만 말단비대증 환자는 이 기능이 약해져 포도당 섭취 후에도 성장호르몬 수치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유지되거나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들 환자의 성장호르몬 최저 수치는 정상인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므로 OGTT를 통해 성장호르몬의 최저 수치를 측정해 진단에 활용한다.” ―외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 많은 질환인 것 같은데 조기 진단은 가능한가? 구 교수=“말단비대증은 외모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만 의료진이 이에 관심을 가져야만 진단이 되는 질환이다. 내분비학회를 통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마스크 착용률이 증가하자 말단비대증 발생률이 갑자기 감소한 바 있다. 말단비대증은 희귀질환으로 환경적 변화로 인해 발생률에 변화가 생기는 질환이 아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진단율이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진단에는 통상 10여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엘레나 교수=“말단비대증은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종양 성장에 시간이 걸리고 이와 함께 증상도 서서히 진행되므로 환자가 신체 변화를 늦게 자각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만나는 주변 사람도 변화를 빨리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 깨닫거나 옛날 사진 속 모습을 비교해보고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질환의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질병 부담률이 높아지므로 진단 지연은 큰 문제가 된다.” ―희귀질환은 대개 진단의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따라 숨겨진 환자들이 있을 가능성은 없나? 구 교수=“말단비대증 진단을 위한 호르몬 검사는 상대적으로 비싸고 기본 국가건강검진 등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임상적으로 얼굴 모양의 변화, 당뇨병·고혈압 등이 어린 나이에 발생했거나 치료가 안 될 때 의료진이 먼저 의심하고 접근해야 알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 선제적인 검사를 요청하기는 쉽지 않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엘레나 교수=“말단비대증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합병증 탓에 사망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수술, 방사선치료, 약물치료 단계로 진행된다. 우선 뇌하수체 선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시도한다. 수술이 성공적이지 않거나 어려운 경우에는 방사선요법, 약물요법을 차례로 시행한다. 수술 후 선종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으면 방사선치료를 통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성장호르몬 과잉 분비를 조절한다. 다만 방사선치료는 효과가 수년 후에 서서히 나타나는 경우도 있으며 치료 과정에서 뇌하수체 기능 저하로 인한 호르몬 결핍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에 뇌하수체 종양이 보이는 경우에만 시행이 가능하며 시신경과 같이 방사선 치료에 취약한 구조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면 시행이 어렵다. 지름 1㎝ 이상의 거대 선종은 수술로 말끔하게 제거하기 어려운데 이때에도 약물을 사용해서 성장호르몬 과잉 분비를 조절한다. 약물요법에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 성장호르몬 수용체 길항제, 도파민 작용제 등이 사용된다. 소마토스타틴 유사체 주사제는 일반적으로 4주 간격으로 투여되며 치료 반응에 따라 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말단비대증의 원인인 뇌하수체 종양을 제거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조절된다는 것인가? 구 교수=“수술은 말단비대증 치료의 1차 선택지다.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면 성장호르몬 분비가 정상화될 수 있다. 그런데 뇌하수체 종양 제거는 고난도 수술로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치료 성적이 크게 달라진다. 해외 지침에서는 연간 30∼50건 이상의 뇌하수체 종양 수술 경험이 있는 기관에서 수술하도록 하고 있다. 즉 실력이 뛰어난 신경외과 전문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런 숙련된 의사가 없는 경우에는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수술 성적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을 먼저 하게 된다. 말단비대증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지정 센터의 의료진 실력이 지속해서 향상되고 있기 때문인데 수술 성공률은 세계 최고 수준에 가깝다. 다만 국내에서는 해외 지침이 아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 기준에 따라야 하므로 약물 치료 접근이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수술이 어렵다는 신경외과 의사의 소견이 있어야만 약물치료가 가능하며 약제도 단계적으로 정해진 순서에 따라서만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의학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국내 임상 환경에서는 제한적인 치료 옵션이 적용되고 있다.” ―말단비대증의 치료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구 교수=“일반적으로 소마토스타틴 유사체는 10년 이상 투여한다. 최근에는 치료를 통해 안정적인 임상 수치를 유지하는 환자에게 투약 간격을 기존 4주에서 8주까지 투여 간격을 연장하여 주사 횟수를 줄이는 치료도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장기 치료에 대한 환자의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30∼40%의 환자의 경우 치료 옵션이 아주 제한적이라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에서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에 조절이 되지 않을 경우, 성장호르몬 수용체 길항제를 이차 약제로 사용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해외 지침에서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 단독 치료 시 약 60%의 반응률을 보이므로 효과가 불충분할 경우 다른 약제를 병행하는 옵션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는 한 가지 약제만 단계적으로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다. 예를 들어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와 성장호르몬 수용체 길항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한 가지는 비급여로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아쉽다. 환자의 상태에 맞춰 다양한 약제를 활용하고 싶지만 지침은 제한이 많은 상황이다.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보다 심평원의 지침을 엄격히 따라야 하는 현실에 어려움을 느낄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말단비대증 환자나 치료 환경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구 교수=“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희귀질환과 관련된 환우회를 조직하기란 쉽지 않다. 말단비대증을 비롯한 희귀질환 환우회 조직의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다빈도 질환과도 차이를 보이는데 희귀질환 환자들은 자신의 질환이 사회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해 환우회를 통해 환자들이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가 차원의 정책적 변화를 요구하려면 환자들이 적극 참여해 의견을 내야 한다. 의료진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엘레나 교수=“한국도 환우회 등을 통해서 환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유럽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 등에 환우회 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유럽내분비학회에는 환자들이 준회원으로 가입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다. 실제 치료를 받는 당사자는 환자이기 때문에 이들의 의견은 사회적 자문 역할을 하며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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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게릭병 국내서 매년 400명 발병… MRI 등 이용 검사[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6월 21일은 ‘세계 루게릭병의 날’이다.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은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면서 근육이 마비돼 발음, 삼킴, 호흡장애 등을 유발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뇌에서 척수로 신호를 전달하는 상부 운동신경과 척수에서 근육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하부 운동신경을 모두 손상한다. 국내에서도 매년 300∼400명이 루게릭병으로 새로 진단받는다.경희대병원 신경과 오성일 교수는 “정상적인 의식과 감각 신경을 유지한 상태에서 초기에는 손발의 힘이 빠지는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몸이 마비돼 결국은 대부분의 일상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루게릭병을 진단받으면 평균 생존 기간이 3∼5년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에는 위루술(PEG)과 인공호흡기를 적극적으로 적용함에 따라 10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10% 정도 된다.루게릭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유전자 이상, 흥분성 독성, 산화 스트레스, 면역 염증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까지 여러 연구를 통해 20개 이상의 유전자가 발병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진단은 다른 신경계 질환과의 감별을 위해 다양한 검사를 활용한다. 임상 증상을 바탕으로 근전도 검사, 신경전도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통해 신경계 이상을 확인하고 근육의 활성과 신경 손상 정도를 평가한다.오 교수는 “국내 역학 연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약 3000명의 환자가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라며 “평균 발병 나이는 61세로 60대 초반에 집중돼 있고 남녀 성비는 약 1.6대1로 남성에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현재 치료는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리루졸과 에다라본 등의 약물치료가 대표적이다. 증상에 따라 위루술, 인공호흡기, 물리치료, 중재적 재활 등을 병행하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생체신호 분석, 유전자치료, 줄기세포 치료 등 다양한 임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오 교수는 “루게릭병은 희귀하지만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환자와 가족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해 조기 진단과 증상 관리가 중요하며 사회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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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인 86% “신장 투석? 잘 모른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콩팥병(만성신부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일반인 중 86%는 투석에 대해 잘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회장 김길원)는 4월 28일부터 5월 18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1184명(일반인 768명, 환자와 보호자 416명)을 대상으로 말기콩팥병과 투석 치료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지난 19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신장학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한 ‘급증하는 말기콩팥병, 지속가능한 치료의 길-재택 복막투석 활성화 정책 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만성콩팥병은 콩팥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손상된 경우로 병세가 진행되면 악성 신생물(암)보다도 더 큰 진료비를 부담하는 말기콩팥병에 이르게 된다. 말기콩팥병은 1인당 평균 진료비가 단일 상병 중 가장 높다. 말기콩팥병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투석과 신장이식이 필요하다. 투석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복막투석과 병원을 방문해 진행하는 혈액투석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인 그룹의 86.2%는 투석에 대해 잘 모른다(들어본 적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 84.9%, 들어본 적 없다 1.3%)고 답했으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환자와 보호자 그룹에서는 ‘들어본 적 있고 잘 알고 있다’라는 응답이 60.1%로 일반인 그룹보다 높았지만 ‘들어본 적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38.2%)라거나 ‘들어본 적 없다’(1.7%)는 응답도 39.9%에 달했다. 특히 복막투석에 대한 인식 수준은 현저히 떨어졌다. 일반인 중 60.9%는 ‘혈액투석만 들어봤다’라고 답했으며 12.6%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라고 답했다. 환자와 보호자 중에서도 ‘혈액투석만 들어봤다’(46.6%)라거나 ‘혈액투석·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6.3%)라는 응답이 52.9%에 달했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방법과 장단점 등에 관해 설명한 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묻자 일반인의 경우 복막투석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69.8%로 혈액투석(30.2%)보다 높았다. 또 혈액투석 중인 환자의 47.3%도 복막투석으로 변경을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면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 복막투석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치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신장학회는 복막투석 활성화가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 시급한 이슈라고 지적하며 재택 투석 관리료 신설, 운영 기반 마련, 전문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정책을 제안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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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의료 시스템’ 세계로 진출… 한국 의료기관과 맞춤형 진료

    《지난해 국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외국인 환자는 117만여 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최근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개한 ‘2024년 외국인 환자 유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202개국 117만467명의 외국인이 국내에서 의료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는 2009년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 시작 이래 최대 실적이며 전년 대비 93.2% 증가한 수치다.이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정확히 산출되지 않았지만 2023년 의료 지출액 3조9000억 원과 생산유발효과 6조9000억 원을 고려하면 단순히 계산해도 약 8조 원에 달하는 의료 지출과 14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예상된다.지난 4월 취재진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한국형 의료기관을 설립하고 국내 의료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오픈헬스케어의 ‘코리안 메디컬 센터’에 다녀왔다. 코리안 메디컬 센터는 현지 환자 진료는 물론 중증 환자를 한국의 의료기관에 전원·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 한국형 현지 클리닉지난해까지 16년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누적 환자는 504만7809명에 달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 실태 조사를 통해 진료비 규모와 현황을 더 정확히 파악할 방침이다. 또 일부 피부·성형외과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국제 의료 행사와 국가 협력을 통해 암·심장질환·척추·난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알리고 진료 과목을 다변화할 계획이다.질병 검사 전문기관 씨젠의료재단(이사장 천종기)은 2023년 7월 해외 의료 진출을 위해 의료 시스템 전문기업 오픈헬스케어(대표 이민철)를 설립했다. 오픈헬스케어는 카자흐스탄, 미국, 베트남에 임상 수탁 검사, 자가 테스트, 클리닉, 검진센터 등 다양한 헬스케어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의료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의 전신인 MPK클리닉은 2018년 알마티에 문을 열었다. 알마티는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다. 카자흐스탄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옛 소련과 현대적인 도시 풍경이 공존하는 곳이다.센터를 이끄는 민희석 대표원장(오픈헬스케어 의료본부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카자흐스탄 의료 면허를 취득한 내과 전문의다. 당시 MPK클리닉을 개원하고 카자흐스탄 의료진이 한국의 선진 의료 시스템을 바탕으로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에 애를 썼다.특히 당시 그가 대표로 있었던 한국 해외 의료사업 전문기업 메디컬파트너즈코리아(MPK)는 현지 보건부로부터 국가 지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문 검사기관으로 선정돼 대규모 검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민간 의료기관이 국가 지정 검사기관으로 선정된 건 MPK가 처음이었다. MPK는 씨젠의 진단 시약과 한국산 진단 장비, 한국인 전문 인력 등을 투입해 신속한 검사를 진행했다.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 검사센터까지 도입하면서 카자흐스탄 정부와 알마티시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개설 직후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직접 센터를 방문해 검체 채취 과정 등을 체험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등 선진 검사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알마티 꼭뎀에 있는 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는 1층에 클리닉과 채혈실, 원내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채혈실은 기자가 확인한 결과 이미 많은 현지 환자가 이용하고 있었다. 원내 채혈실 외에 오픈헬스케어가 카자흐스탄에 운영 중인 채혈소는 현재 5곳이다. 클리닉에는 의사 24명, 간호사 17명, 약사 2명, 임상병리사 24명이 있다.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안과,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현지인 의사가 환자를 진료한다.체계적인 한국 의료기관 전원 시스템 마련러시아인 환자는 러·우 전쟁의 여파로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카자흐스탄(1만4000명), 러시아(1만7000명), 몽골(2만5000명) 등 중앙아시아권 환자가 한국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안 메디컬 센터에서 주목할 것은 사전·사후관리센터(PPCC)다. 한국 의료기관과 연계해 환자의 치료 전후 관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국제 의료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하고 한국 의료진과 협력해 맞춤형 치료 방법을 제안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한국 의료기관으로 전원되기도 한다. 취재 당시에도 부천성모병원, 명지병원, 일산병원 등에서 지원 나온 한국 의료진이 현지 진료를 준비 중이었다. 사전·사후관리센터에서 한국 의료기관 방문 전 필요한 사전 검사를 할 수 있다. 한국 의료기관에서의 치료를 위한 원격진료, 약물 투여 등 사전 준비를 한다. 환자는 통역 서비스, 한국 의료기관의 예약, 의무 기록 등 행정적 지원도 받을 수 있다.카자흐스탄 ‘코리안 메디컬센터’ 하반기에 확장-이전중앙亞첫 ‘3.0 테슬라 MRI’ 도입… 카자흐스탄 최초 초정밀 CT 갖춰한국 의료시스템-헬스케어 사업… ‘현지 맞춤형’ 관리 서비스 제공한국에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환자는 클리닉에서 지속해서 관리받을 수 있다. 원격진료로 한국 의료진과 정기적으로 환자 상태를 공유하고 치료 방향을 조율한다. 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와 협력을 맺은 한국의 병원은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한양대 국제병원 등이다.민 원장은 카자흐스탄에 표준화된 진료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카자흐스탄처럼 의료 시스템이 열악할수록 의료기관의 격차가 크다”라며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우리 병원에 오는 환자도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현지 의사가 한국 의사와 같이 표준화된 진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건물 3층에는 진단검사실과 분자검사실, 병리검사실이 있다. 검사실에서는 분자 진단, 혈액학, 병리 검사가 가능하다. 교차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양압·음압 공조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분자 진단 검사실의 경우 최신 진단 기법인 ‘멀티플렉스 리얼타임 PCR’을 이용한 유전자 검사를 수행한다.하반기 대규모 코리안 메디컬 센터 확장·이전오픈헬스케어 코리안 메디컬 센터는 9월 아이제레 지역으로 확장 이전한다. 지하 1층∼지상 5층의 2158평(약 7133㎡) 규모다.의료 장비도 최신 기기로 갖출 예정이다.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내시경 검사기, 유방 촬영, 치과 영상 촬영부터 초음파, 골밀도 검사 기기를 갖춘다. 특히 3.0 테슬라 MRI는 중앙아시아 최초로 도입된다. CT도 256 슬라이스의 초정밀 영상진단 전산화 단층촬영이 가능한 기기로 카자흐스탄 최초다.민 원장은 “의료의 국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라며 “전 세계와 발맞추기 위해서는 우리도 싱가포르의 풀러턴헬스그룹과 같은 다국적 의료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소 10개국 이상에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풀러턴헬스는 아시아태평양 굴지의 통합 건강 시스템이다. 2010년 싱가포르에서 설립해 500개가 넘는 의료 시설을 가지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9개 시장에서 의료 제공사로 구성된 대규모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의료 서비스와 맞춤 관리·자문을 제공한다.박건상 오픈헬스케어 총괄의료원장은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과 IT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카자흐스탄에 도입해 정확하고 신속한 진료, 효율적인 한국형 건강관리와 의료 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진단검사 기술과 수준 높은 진료 서비스로 질병의 진단과 예방, 치료, 건강관리까지 카자흐스탄 국민을 위한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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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적 낙인’ HIV, 이젠 예방 시대… 1회 주사로 6개월 효과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확인된 첫 에이즈 환자는 1985년 해외 근무 중이던 당시 25세 남성 A 씨다. 그는 동료에게 헌혈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받던 중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 감염 판정을 받았고 곧바로 귀국해 보건 당국에 의해 1호 환자로 공식 확인됐다. 이후 A 씨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꾸준히 이어왔으며 보고된 지 40년이 지난 현재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A 씨가 오랜 기간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치료제의 발전이 있다. HIV 치료제가 처음 개발된 1987년 이후 약 40년간의 진보를 거치며 HIV는 이제 잘 관리하면 평균 기대수명과 차이가 없는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여러 약을 병용하는 칵테일 요법으로 복용 부담과 부작용이 컸지만 현재는 하루 한 알로도 바이러스 억제가 가능할 만큼 치료가 간편하고 안전해졌다.치료제의 발전은 예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렙(PrEP, 노출 전 예방 요법)’은 HIV 비감염자가 약을 먹어 HIV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출 전 예방 요법은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경구제뿐이지만 최근에는 6개월에 한 번 투약하는 장기 지속형 주사도 개발돼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하루 한 알에서 6개월 한 번 주사까지 ‘예방’으로 지난해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는 캡시드 저해제라는 새로운 혁신적 기전을 기반으로 한 레나카파비르의 기초 연구와 임상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이를 ‘2024년 올해의 혁신’으로 선정했다.레나카파비르는 HIV 캡시드 단백질에 직접 작용하는 최초의 캡시드 저해제로 바이러스 유전물질을 감싸 보호하는 보호막(캡시드 단백질)의 기능을 저해한다. 이러한 기전 덕분에 레나카파비르는 단일 단계에서 작용하는 다른 HIV 치료제와 달리 세 가지의 서로 다른 단계에서 HIV 복제와 증식을 다중으로 억제할 수 있다.임상 연구에 따르면 레나카파비르는 시스젠더(생물학적 성별과 심리적인 성별이 서로 일치) 여성 대상 HIV 감염 예방 효과에서 기존 경구제인 트루바다 대비 100% 감염 예방률을 보였다. 이어 시스젠더 남성, 성전환자, 논바이너리(남녀라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에서 벗어난 제3의 성)를 대상으로 트루바다 대비 99.9% HIV 감염 위험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이러한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지난 1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레나카파비르의 노출 전 예방요법 적응증을 허가했다. 유럽도 2월 의약품청(EMA)에 신속심사 허가 신청이 제출돼 상용화가 기대되는 상황이다.한국도 본격적인 HIV 예방 체계로 전환 중2023년 국내 신규 HIV 감염인은 1005명이다. 그중 20∼40대가 약 80%(802명)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젊은 층 중심의 HIV 신규 감염이 지속 발생함에 따라 감염 취약군은 대상 HIV 선별검사 시행으로 감염 조기 발견과 치료 연계가 중요해지며 국내에서도 질병관리청의 ‘노출 전 예방 요법 지원 사업’이 시행됐다.질병청의 노출 전 예방 요법 지원 사업은 HIV 신규 감염 예방을 목적으로 처방을 희망하는 감염 취약군(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 또는 성전환 여성, 파트너가 HIV 감염인인 경우, 고위험 직업군)은 올해 1월부터 종료 시까지 HIV 항원·항체 검사비 급여 본인 부담금 전액, 처방 전 검사비 급여 본인 부담금 전액, 본인 부담금 6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약제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희망자는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운영하고 있는 성소수자 에이즈예방센터 iSHAP(아이샵) 홈페이지를 통해 노출 전 예방 요법 지원 사업 참여 의료기관과 처방 가능 병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노출 전 예방 요법으로 HIV 신규 감염 감소이미 해외에서는 노출 전 예방 요법 활성화를 통해 HIV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현재 전 세계 79개국이 노출 전 예방 요법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으며 800만 이상 누적 사용량을 기록하고 있다. 아프리카, 미국, 영국, 브라질이 노출 전 예방 요법 사용 상위국이며 아시아태평양에서는 호주, 베트남, 태국, 대만이 포함된다.FDA는 2012년 노출 전 예방 요법을 허가해 2023년 기준 사용자 43만 명을 달성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19년 미국의 HIV 감염병 종식 계획을 발표해 노출 전 예방 요법 필요 인구 내 실제 처방 비율을 2025년까지 50%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2012년 시작해 10년 만에 노출 전 예방 요법이 필요한 인구의 72%까지 달성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출 전 예방 요법 활성화의 배경에는 ‘마그넷 프렙 캐어’ 프로그램이 있었다. 국가 주도 프로그램으로 HIV 검사부터 약물 처방, 복약순응도 관리까지 종합적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제 샌프란시스코는 이 제도를 통해 HIV 신규 감염인이 2012년 478건에서 10년 만인 2022년에는 157건으로 67% 급감했다.아시아 국가에서는 대만이 노출 전 예방 요법 활성화를 통해 HIV 신규 감염인 수를 감소시켰다. 대만은 2018년 처방 요건을 충족하는 대상에게 처방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했다. 이후 2021년부터 처방 의향자가 노출 전 예방 요법 약제 1병 비용으로 3병을 처방받을 수 있는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18년 프렙 도입 이후 지난 7년간 HIV 신규 감염인이 62% 급감하는 결과를 확인했다.한국서 예방과 치료 막는 문제, ‘사회적 낙인’HIV가 관리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됐음에도 국내 HIV 감염인에 대한 인식은 성소수자 혐오와 맞물려 뿌리 깊은 차별과 낙인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낙인은 감염인의 심리적 고립과 치료 중단을 불러올 뿐만 아니라 예방할 기회조차 차단한다.‘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 인권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인의 자살률은 일반 국민 전체의 자살 사망률 대비 10배 높다. 전 세계 자살률이 1위인 한국에서 자살률 원인 1위가 HIV 감염인인 것으로도 드러났다. 또한 감염인의 사회적 낙인 경험 지표는 3.5점(5점 만점)으로 독일(2.0), 남아프리카공화국(2.1) 등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이처럼 왜곡된 인식과 사회적 낙인을 우려해 HIV 검사나 병원 방문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감염 사실을 늦게 알게 돼 치료나 예방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노출 전 예방 요법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1%(147명)에 불과했다. 이는 감염 가능성이 높음에도 상당수가 예방 수단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최재필 교수는 “노출 전 예방요법은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신규 감염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공중보건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치료와 바이러스 억제율이 높은 국내도 감염인이 치료를 잘 유지하면 이들을 통한 감염전파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적인 예방 치료제가 국내에도 도입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이는 HIV 감염 종식을 향하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인정보 노출 우려 등의 이유로 노출 전 예방 요법 정식 처방을 주저하는 사람은 해외 직구나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약물을 불법으로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필요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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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도암으로 엄마 잃어… 1억원 넘는 신약 치료비 등 개선 노력”

    담도암은 우리나라 환자가 전 세계에서 사망률 1위, 발병률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치명적인 암이다. 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치료 접근성이 낮은 ‘소외된 암’이기도 하다. 담도암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통로인 담도에 생긴 암을 말한다. 특별한 초기 증상이 없어 진단 시 이미 전이된 경우가 많다. 예후가 좋지 않고 사망률이 높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2년 담도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29.4%로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담도암 명명백백(冥明百百)’은 한국혈액암협회가 담도암 환자를 응원하고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달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하는 캠페인이다. 다른 암 환자보다 상대적으로 소외된 담도암 환자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기획됐다. 12일 기준 1만3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고 5만 명 서명이 목표다. 캠페인 홈페이지에서 서명에 동참할 수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담도암 명명백백 홍보대사인 배우 김규리 씨를 북촌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씨는 2003년 담도암으로 어머니를 잃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어머니가 담도암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종합병원 세 곳에서 검진받았지만 이렇다 할 진단을 받지 못해 소화제만 복용하는 상황이었다. 이후 증상이 악화해 병원을 다시 방문한 후에야 담도암 진단을 받았다. 이미 담관에서 담도로 전이된 상태였으며 수술이나 적극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남은 시간이 5개월 정도라는 말을 들었다. 대부분의 환자가 저희 어머니처럼 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는다고 알고 있다. 당시 아주 혼란스러웠다. 초음파검사를 받은 이후 의사에게 어머니가 암일 가능성이 높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믿기 어려웠다. 암 확률이 95%라는 설명에 나머지 5%의 가능성은 없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일주일 뒤 어머니는 담도암 말기 판정을 받았고 치료 방법이 마땅치 않아 자택에서 요양했다. 암은 면역력을 크게 떨어트려 작은 문제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어머니도 비슷한 이유로 예상보다 빠르게 저희 곁을 떠나셨다. 담도암은 예후가 매우 좋지 않아 환자 10명 중 7명이 5년 이내에 사망한다. 병상에서 어머니를 간호하며 담도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질환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고 환자와 가족이 겪는 어려움을 온몸으로 겪었다. 힘든 상황에 놓여 있는 담도암 환자의 입장에 깊이 공감하게 돼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캠페인에 참여하게 됐다.” ―캠페인 활동을 통해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담도암 치료 환경이 개선되길 바란다. 어머니가 치료받았던 시점에는 적절한 치료제가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효과를 확인한 신약이 허가돼 있음에도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혁신적인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이 담도암 1차 치료에 허가돼 있지만 1년 치료에 1억∼1억5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하다. 치료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가로막혀 치료받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 국내 담도암 사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도 타 암종 대비 낮은 치료 접근성에 있다고 생각한다.” ―캠페인 홍보대사로 참여하며 느낀 소감이나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지 어느덧 두 달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최근 출연한 영화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이 기회를 활용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캠페인을 소개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에도 관련 영상을 게시했다. 이후 여러 환자와 가족이 사회적 인지도가 낮은 담도암을 널리 알려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줬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남은 이야기는 치료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경제적인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망설이고 있다는 환자의 사연이었다. 삶과 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현재 투병 중인 환자나 가족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의 말이 있다면…. “매우 조심스럽지만 환자와 가족 모두 용기를 잃지 말고 힘을 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디 용기를 잃지 말고 특히 가족과 보호자는 자신의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족이 든든하게 버텨줘야 환자도 힘을 낼 수 있다. 어머니를 간병했던 물리적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심리적으로는 5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 시간을 통해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삶 전체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직접 느꼈다. 형제가 많아 돌아가며 간호했던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힘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같은 상황에 부닥친 분들에게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담도암 환자와 가족을 위한 현실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마지막으로 캠페인 영상에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대중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현재 총 5만 명을 목표로 담도암 명명백백 캠페인 공식 사이트에서 응원 메시지를 받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담도암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한다. 사이트에 방문하면 담도암에 대한 정보와 함께 환자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약 1만3000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더 많은 사람이 응원 메시지를 남겨 목표인 5만 명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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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면역항암요법, 장기 생존-간 기능 유지 가능한 치료로 주목”

    《치료법의 발전으로 이제 암은 ‘정복할 수 있는 질환’으로 여겨지지만 간암은 다르다. 간암 환자 중에는 만성간염이나 간경변증 같은 기저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진단 시점부터 이미 간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간암 치료에서 간 기능은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치료 효과를 좌우할 수 있는 ‘간 기능 유지’에 대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높지 않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간암 리포트: 간 기능 다시 보기’ 기획을 진행했다. 마지막 회는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인터뷰다.》국내 암 사망률 2위를 기록하는 간암은 주로 B형 간염, C형 간염, 간경변 등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서 발생한다. 따라서 ‘간질환의 종착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기저질환과 함께 간 기능이 저하된 경우도 많아 항암 치료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간암 치료의 핵심은 환자의 생존 기간을 최대한 오래 연장하는 것과 간 기능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특히 간 기능이 떨어지면 치료 옵션이 제한되고 결국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에 항암 치료 초기부터 간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존 간암 1차 치료법은 간 기능 저하, 식도 정맥류 출혈 등 부작용에 따른 미충족 수요가 존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중면역항암요법(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이 1차 치료 옵션으로 부상하며 기존 표준 치료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를 만나 간암 치료에서 간 기능 유지의 중요성과 주목받고 있는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국내 간암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면…. “간암은 대부분 ‘병든 간’에서 발생한다. 즉 B형 간염, C형 간염, 간경변 등 간암의 주요 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에게 잘 발병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B형 간염에 의한 간암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그 비율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알코올성 간질환에 의한 간암은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만성 간질환과 함께 간 기능이 떨어지면 항암 치료가 어렵다는 점이다. 다만 만성 간질환이 있다고 해서 모든 환자의 간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음주가 간 기능 악화의 주된 원인인데 이러한 환자는 간 기능 저하로 인해 항암 치료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간암 환자의 항암 치료에서 다른 암종 환자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항암 치료가 까다롭다. 과거에는 진행성 간암으로 진단되면 치료법이 없어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면역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제들이 등장하며 간암 치료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간암 1차 치료에서 이중면역항암요법이 새로운 표준 치료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치료 대비 어떤가. “현재 간암 1차 항암 치료에는 면역항암제-표적치료제 병용요법과 이중면역항암요법 두 가지가 사용된다. 이중면역항암요법은 면역항암제인 더발루맙과 트레멜리무맙을 함께 사용하는 치료법으로 특히 추적 관찰 연구를 통해 5년 장기 생존 가능성을 제시함과 동시에 간 기능을 비교적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며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는 위·식도 정맥류 출혈 발생 위험이 낮다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실제로 치료 도중 정맥류 출혈로 사망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어 출혈 위험이 큰 환자에게서는 병용요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특히 주요 간문맥에 종양이 침범한 환자는 정맥류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 더욱 조심해야 한다. 이중면역항암요법은 면역 반응은 더욱 효과적으로 활성화하면서도 출혈 부작용이 없어 치료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중면역항암요법을 사용한 환자 중 기억에 남는 환자 사례가 있다면…. “현재 이중면역항암요법으로 치료 중인 한 환자는 컴퓨터단층촬영(CT)상 종양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호전을 보였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많은 환자가 건강보험 적용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간암 환자 7명 중 1명은 치료를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효과적인 항암 치료 옵션이 허가되면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다면 장기 생존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부디 희망을 잃지 말고 끝까지 치료를 이어가길 바란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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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 구축…“대한민국 백신 주권 실현 앞당겨”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 ‘정몽구 미래의학관’이 지난 16일 공식 개관했다. 정몽구 미래의학관은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전주기 백신 개발 플랫폼이다. 고려대 의과대학(학장 편성범)은 이날 준공식을 열고 미래 감염병 대응을 위한 융합형 연구 기지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에는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원 고려대 총장, 윤을식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승명호 교우회장 등 정재계와 학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몽구 미래의학관은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코로나19) 대유행 당시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이 신종 감염병 연구와 백신 개발을 위해 고려대에 100억 원을 기부하면서 시작됐다.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한 고려대의료원의 강한 의지와 맞물려 미래 감염병 대응 역량을 민간 주도로 끌어올리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민간 주도 최고 수준의 기반정몽구 미래의학관의 핵심 시설인 고려대 의대 백신혁신센터는 백신 개발 전 과정을 포괄할 최첨단 연구 기반을 갖추고 있다. 대규모 생물 안전 3등급(BL3)과 동물실험이 가능한 ABL3 시설을 포함해 IVIS 광학 영상 시스템, 고속 세포 분석 장비, G3 로봇 워크스테이션 등 최신 장비가 대거 도입됐다. 임상시험 검체 분석의 품질을 인증하는 GCLP 수준의 분석 시설도 구축 예정이다. 센터는 이미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협력해 mRNA 플랫폼 기반 한타바이러스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이며 최근 긍정적인 중간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차기 대유행 유발 가능성이 높은 바이러스 ‘X’로 지목한 한타바이러스는 고(故)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백신(한타박스)을 개발했다. 고려대 연구진은 2027년 임상 1상 완료를 목표로 연구를 가속하고 있다.융합 연구 허브로 도약… 오픈 이노베이션 전진기지 고려대의료원은 백신혁신센터를 감염병 백신 연구개발의 중심으로 성장시키고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바이오·의료 융합 혁신의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대, 안암, 구로, 안산병원 교수진은 물론 의학, 바이러스학, 면역학, 역학, 통계학 등 국내외 최고의 다학제 전문가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재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정몽구 미래의학관은 백신 연구에 최적화된 공간”이라며 “정몽구 명예회장이 감염병 극복과 국민 건강 회복에 이바지해 달라는 뜻으로 큰 애정과 지원을 보여줬기에 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기부자의 숭고한 마음을 이어받아 정몽구 미래의학관이 한국의 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전 세계 백신 연구를 선도하는 무대가 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정몽구 미래의학관이 한국의 백신 주권을 확보하고 세계 보건 위기에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거점이 되기를 바란다”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메디사이언스파크, 글로벌 바이오 클러스터로 확장 정몽구 미래의학관 개관은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를 글로벌 첨단 융합 연구 콤플렉스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메디사이언스파크에는 혁신 신약 제조기업 셀랩메드의 GMP 제조시설,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빅데이터 분석센터’, 의료 기술 스타트업을 위한 의료기술지주 공유오피스 등이 입주해 연구·임상·산업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통합형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최근 해외에서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이 보고되고 있는데 정몽구 미래의학관 개관으로 백신혁신센터가 더욱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나서게 된 것은 참으로 뜻깊고 반가운 일”이라며 “첨단 의학 기술과 융합 연구의 전당이 될 정몽구 미래의학관 건립을 후원한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윤을식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감염병 대유행 시기에 우리는 질병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정몽구 미래의학관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백신 개발 플랫폼을 고도화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국산 백신을 반드시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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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츠하이머병 감별, 진단의 새로운 전환점 제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속속 승인받으며 치매 치료에 대한 불씨를 살리고 있지만, 다양한 원인 질환으로 발현되는 특성상 증상만으로 치매 종류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미국과 한국 연구진이 혈액을 이용한 알츠하이머 병리 검출 방법을 공동 발표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조한나 교수는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메모리·에이징 센터(Memory and Aging Center) Lawren VandeVrede 교수팀과 국제 공동연구팀을 결성해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에 보이는 임상 모습을 관찰했다.치매는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다양한 원인 질환에 따라 종류가 나뉜다. 임상 증상만으론 구별이 어렵고 여러 발병 원인이 혼재돼 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있는 진단 도구에는 제약이 많았다. 이에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핵심 병리 기전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생체 지표인 p-tau217 물질이 전두측두엽 치매 검사 지표로도 활용할 수 있는지 연구했다.연구팀은 2008년 8월부터 2022년 7월까지 UCSF 메모리·에이징 센터에서 임상 평가를 받고 사후 뇌 조직을 기증한 총 349명을 연구 대상 집단으로 삼았다. 연구 대상군에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임상 증후군 환자가 속했다. 연구팀은 p-tau217, 신경 손상 정도를 보여주는 NfL(Neurofilament Light Chain), 신경계 염증 상태를 나타내는 GFAP(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등 세 가지 바이오마커의 농도를 정밀 분석 장비(SIMOA)로 살폈다.그 결과, 사후에 측정된 혈액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군이 가진 p-tau217 농도(평균 0.28 pg/mL)가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평균 0.10 pg/mL)보다 높게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이 동반된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가 보인 p-tau217 농도(평균 0.19 pg/mL)도 알츠하이머병이 없는 경우(평균 0.07 pg/mL)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연구팀은 혈액 속 p-tau217 물질이 알츠하이머병 신경병리를 진단함에 매우 우수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치매 연관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AUC)를 0.95로 유지해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전형적인 알츠하이머 집단에서는 0.98에 달하는 정확도를 보였으며 알츠하이머병 집단이 아니라도 0.89의 비교적 정확한 성능을 유지했다. 반면, 바이오마커로 기대를 모았던 NfL과 GFAP는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에서 낮은 점수를 보였다. 또한 p-tau217 물질과 함께 사용해도 진단 가치를 크게 높이지 못했다.연구팀은 전측두엽 치매로 진단된 환자군 중 약 23%는 알츠하이머 병리를 함께 보유한 것도 밝혔다. 두 가지 치매 형태가 동반된 경우, 인지 기능 검사 점수를 포함한 기억력, 실행 기능, 시공간 능력 등 인지 영역 전반에 걸쳐 더 나쁜 수행 정도를 나타냈다. 또한 뇌 뒤쪽 피질 위축이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도 함께 보고했다.연구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조 교수는 “혈액 기반 p-tau217 물질이 다양한 치매 환자군에서 알츠하이머 병리를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연구 성과가 매우 높다”라며 “향후 정확한 감별진단, 치료제 선택, 예후 예측 등에 p-tau217 물질이 핵심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나라 치매 진단과 연구 환경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논문은 JAMA Neurology 최신호에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를 사용한 알츠하이머와 비 알츠하이머 임상 증후군에서 알츠하이머 신경병리학 검출’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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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케어 소식]AI기반 초음파 기술로 고위험 산모 케어 새 지평

    GE헬스케어 코리아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산부인과 의료진을 대상으로 ‘볼루손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고위험 산모 케어를 위한 최신 초음파 기술과 임상 적용 사례를 소개했으며 GE헬스케어의 차세대 초음파 플랫폼인 ‘볼루손 엑스퍼트 BT25 버전’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연사로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권자영 교수와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이대엄마아기병원 이경아 교수가 참여했으며 고위험 산모 진료의 중요성과 최신 초음파 진단의 임상적 적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고위험 산모는 임신 중 고혈압, 당뇨병, 조기 진통 등 다양한 합병증의 발생 위험이 커 정밀한 조기 진단과 체계적인 관리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이러한 진료 환경에서 초음파 기술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조망하고 산부인과 전문의들의 실제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 방안을 논의했다. 볼루손 엑스퍼트 시리즈는 빔포머 채널을 기반으로 한 리릭 아키텍처와 울트라 고화질 기술을 통해 고해상도 이미지를 제공한다. 특히 신규 BT25 버전은 BSI(Blood Specking Imaging) 기술인 그래픽 플로 기술을 탑재해 복잡한 혈류 흐름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한다. 새롭게 출시된 RAB7 프로브에는 3D 해상도를 향상하는 XD 클리어 기술이 적용됐으며 AI 기반 실시간 영상 인식 기능인 소노리스트라이브가 탑재됐다. 권 교수는 임신 1기 심초음파 검사와 고위험 산모 진단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권 교수는 초음파를 이용한 심장 기형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산부인과 진료를 위한 초음파 기술의 발전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이대서울병원에서 작년 개원한 이대엄마아기병원의 고위험 산과 센터장으로서 5000여 건의 분만과 500쌍 이상의 쌍둥이 출산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초음파 기술이 산부인과 진료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강조했다. GE헬스케어 코리아 김용덕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도 고령 임신 증가, 만성질환을 동반한 임산부 증가로 고위험 산모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라며 “이러한 상황에서 정밀하고 신뢰도 높은 초음파 기술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는 주요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의료진의 실질적 임상 경험과 지견을 기반으로 앞으로도 진단의 정확성과 임상의의 편의성을 모두 고려한 혁신적인 솔루션을 통해 대한민국 고위험 산모 진료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더 나은 의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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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소식]초음파로 ‘심장 비대’ 원인 진단 AI 기술 개발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윤연이 교수 연구팀이 심장 초음파 영상만으로도 좌심실 비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원인까지 구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좌심실은 폐에서 산소를 받은 혈액을 온몸으로 보내는 심장의 핵심 부위로 전신에 산소를 공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좌심실의 벽(심근)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심장 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좌심실 비대’라고 하며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법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좌심실 비대 진단에는 심장 초음파가 1차 검사로 널리 활용되지만 검사자의 맨눈으로는 심실 내 미세한 구조 차이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어 자기공명영상(MRI)과 같은 추가적인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단이 지연되면 치료가 늦어지고 심부전, 돌연사 등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진단 방법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윤 교수 연구팀은 심장 초음파 영상만으로도 원인을 감별할 수 있는 AI 기반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심장 초음파 영상에서 심근의 미세한 패턴과 형태 변화 등 총 1만9839개의 특징 정보를 수치화해 AI가 질환별 패턴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좌심실 비대 여부 진단과 대표적인 원인 질환인 고혈압성 심장병,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 아밀로이드증을 구분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외부 병원의 독립된 검증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의 성능을 평가한 결과 비후성 심근병증 96%, 심장 아밀로이드증 89%, 고혈압성 심장병 83%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AI 모델이 세 가지 질환 모두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분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고혈압성 심장병의 진단 민감도는 기존 심장 초음파 방식에서 33%였으나 AI 모델에서는 75%로 향상됐다. 비후성 심근병증의 F1 점수도 0.57에서 0.87로 높아져 전반적으로 AI 모델이 기존 방식보다 우수한 진단 성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감도는 실제 환자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비율이며 F1 점수는 진단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 지표다. 이번 연구는 AI가 분석 과정에서 중요하게 판단한 영상 부위가 시각적으로 나타나 의료진이 직접 그 근거를 확인할 수 있어 진단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실제 임상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 교수는 “임상 현장에서 좌심실 비대의 원인 규명이 지연되면서 치료 기회를 놓치거나 나쁜 예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 진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1차 검사인 심장 초음파 단계에서 원인 질환을 더욱 빠르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진단이 어려운 파브리병, 다논병 등의 희귀질환이나 운동선수에게서 나타나는 생리적 좌심실 비대의 감별을 돕는 AI 모델로 연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협회 학술지 ‘Circulation: Cardiovascular Imaging(심혈관영상저널)’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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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가락 펼때 ‘딸깍’ 느낌나면 ‘방아쇠 손가락’ [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손가락의 반복적인 사용은 손과 손목에 여러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이 크게 늘면서 손목이나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졌다.‘방아쇠 손가락’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는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가져온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방아쇠 손가락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최근 10년간 50%가 넘게 늘었다. 특히 50대 여성이 가장 많았는데 2023년 기준 50대 여성 환자가 6만3879명에 이르렀다.손가락에는 손가락 힘줄을 싸고 있는 약 7개의 도르래(활차)가 있다. 손가락을 굽히는 힘줄이 움직일 때 제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르래가 좁아지거나 힘줄이 두꺼워지면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동작을 하기 어려워진다. 힘줄이 도르래에 걸려 있다가 한 번에 통과하면서 ‘딱’ 하는 소리가 나면서 움직여진다. 마치 방아쇠를 당길 때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기 때문에 방아쇠 손가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방아쇠 손가락이 발생하는 원인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통은 반복적인 주먹의 움켜쥠이나 직업과 취미 생활에서 반복적인 손의 사용이 원인이 된다. 운전대를 오래 잡는 직업, 골프나 테니스처럼 기구를 쥐고 하는 운동, 손이나 손가락에 힘을 주는 가사 노동을 빈번하게 하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발생률이 수배까지도 올라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진단은 어렵지 않다. 특징적으로 손가락을 못 펴다가 ‘탁’ 하고 펴지는 느낌이 있거나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할 때 ‘딸깍’ 하고 걸리는 느낌이 있으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진찰만으도 진단할 수 있으나 다른 병변을 배제하기 위한 X-레이와 초음파검사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할 때는 딸깍거림이 사라지면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도르래 부위를 눌러 봤을 때 압통이 있고 아침에 증상이 더 심하다면 딸깍거림이 없더라도 방아쇠 손가락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방아쇠 손가락의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다르다. 경증의 방아쇠 손가락은 손 사용을 줄이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불편감이 심하다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구기혁 교수는 “손바닥에서 손가락이 시작하는 부위에 있는 A1 활차에서 발생하므로 스테로이드는 손바닥에 주사한다”라며 “주사 이후 일주일 후부터는 대부분 증상이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반복해서 맞으면 심한 합병증인 힘줄 파열이 보고된 바 있어 2회를 초과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신중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에도 재발하거나 효과가 없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부분 마취하에 약 1.5㎝ 정도만 절개하는 수술로 5∼10분가량 소요된다. 수술은 방아쇠 손가락의 원인이 되는 손바닥의 A1 활차를 절개해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를 열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수술 직후부터 바로 가벼운 일상생활에서 손 사용이 가능하다. 이와 동시에 유착을 막기 위해 수술 직후부터 손가락을 굽혔다 펴는 재활 운동을 시작한다. 반복적인 손의 사용과 오랫동안 강하게 쥐는 동작은 피하는 것이 좋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 2025-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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