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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마이 유스’에서 배우 송중기가 연기하는 ‘선우해’는 아밀로이드증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인물이다. 드라마는 병마와 사랑, 관계의 변화를 그리며 시청자의 몰입을 높이지만 극 중 등장한 병명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다. 실제 아밀로이드증은 진단이 어렵고 치명적인 질환이다. 우리 몸의 단백질은 일정한 주기로 생성되고 분해되며 균형을 이룬다. 그러나 구조 이상이 생기면 일부 단백질이 분해되지 못하고 장기나 조직에 쌓여 섬유질 덩어리가 된다. 이를 아밀로이드라고 한다. 아밀로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어느 장기에 축적되느냐에 따라 증상은 다르게 나타난다. 심장에 쌓일 경우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으로 이어질 수 있다. ATTR-CM은 평소엔 괜찮다가 계단을 오르거나 누워 있을 때 숨이 차는 호흡곤란, 부종, 피로, 흉통, 실신, 부정맥 등 심부전 증상과 유사해 진단이 늦어지는 대표적 희귀질환이다. 문인기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ATTR-CM은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 오진이 잦고 치료받지 않으면 평균 생존 기간이 2∼3년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환자는 호흡곤란, 흉통, 피로, 부종 등의 증상을 호소하지만 흔한 심장질환으로 착각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현재 ATTR-CM 치료제는 타파미디스가 있다. 올해 3월부터 국내에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됐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도 장벽은 여전하다. 문 교수는 “전국 80여 개 병원에서 핵의학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지만 ‘극희귀질환’ 코드 인정을 받아야 산정 특례를 적용받는다”며 “이 코드는 전국 42개 병원, 병원당 5명의 지정 의료진만 부여할 수 있어 진단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일부 환자는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심장 조직검사까지 받아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에 직면한다. 문 교수는 “치료제 급여가 적용됐다고 해도 환자가 실제로 치료받기까지의 길은 여전히 멀다”며 “진단 체계의 표준화와 지역 격차 해소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속 병명이 더 이상 허구의 소재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아밀로이드증은 희귀하지만 조기 진단과 제도적 뒷받침이 환자의 생명을 좌우하는 질환이다. 시청자의 눈물 너머 현실의 환자는 진단과 치료의 사각지대에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인공지능(AI) 플랫폼 전문기업 ㈜아크릴(대표 박외진)이 지난 1일 연세대 디지털헬스연구원(원장 김현창)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공동 연구 협력(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아크릴의 AI 기술력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보유한 고품질 임상 데이터(CDW)를 결합해 의료 AI의 실질적 산업화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단일 기관 기반의 데이터 일관성과 용어 표준화, 장기 추적 진료 기록 등은 국내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 향후 질병 예후 예측과 생존율 분석, 고위험군 조기 발견 등에 활용돼 국가 의료 데이터 자산의 전략적 가치 제고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아크릴은 이번 협력을 통해 대규모 언어모델 운영체계(LLMOps) 기반의 에이전틱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헬스케어 특화 서비스를 본격 개발한다. 진단 중심을 넘어 개인 맞춤형 건강 증진과 질환 예방으로 AI의 활용 범위를 확장하고 연합학습을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 의료 AI 생태계 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박외진 아크릴 대표는 “인공지능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만으로는 부족하며 대한민국의 강점인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이 필요하다”며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데이터 디지털화와 단일 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어 데이터의 일관성과 확장성이 결합한 독보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크릴은 이러한 기반 위에서 병원 데이터를 중심으로 실질적 의료 AI 생태계를 구축해 글로벌 1위 수준의 의료 AI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크릴의 AAAI 연구소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 ‘AI 챔피언 대회’에서 630개 연구팀 중 상위 20팀으로 본선에 진출하며 의료 AI 분야의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에 출품한 ‘의무기록 자동화 특화 생성형 AI 기반 멀티에이전트 워크플로우 및 서비스’는 의료 현장의 진료 프로세스를 자동화·지능화하는 기술로 아크릴이 추진 중인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의 핵심 토대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모델은 아크릴이 보유한 의료 데이터세트와 공개 의료 데이터세트를 결합해 학습한 4B(40억 파라미터) 규모의 경량 파운데이션 모델로 자체 개발한 ‘다층 환각 억제’ 구조를 적용했다. 경량 구조 덕분에 대규모 GPU 기반 없이도 병원 내 독립 운영이 가능하며 다층 환각 억제 기술을 통해 초대형(100B 이상) 모델에 근접한 응답 품질을 구현했다. 이를 통해 실용성과 신뢰성, 비용 효율성을 모두 확보한 아크릴의 모델은 의료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AI 솔루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크릴은 이러한 기술적 기반을 토대로 의료 데이터와 생성형 AI를 결합한 의료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을 고도화하고 글로벌 수준의 의료 AI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세포외기질(ECM) 부스터, 피부 속 콜라겐을 깨운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서 쏟아지는 홍보 문구다. ‘콜라겐 부스터’라는 이름 아래 허가받지 않은 사체(死體) 조직 유래 제품이 미용 시술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허가 없는 제품, ‘인체 유래 콜라겐’의 함정 인체 유래 무세포동종진피(hADM) 성분을 함유했다는 ‘ECM 스킨 부스터’는 사체의 피부 조직에서 세포와 지방을 제거한 뒤 남은 단백질 구조체(콜라겐·엘라스틴 등)를 활용한다. 인체 조직을 가공해 만든다는 점에서 ‘인체조직유래 콜라겐’ 혹은 ‘무세포동종진피’로 불린다. 이 기술은 본래 화상·재건 수술 등 치료 목적의 이식재로 개발됐지만 최근 미용 시술 시장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이다. 인체 조직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식약처의 ‘조직은행’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시설·인력·품질관리 체계를 인증하는 절차일 뿐 제품의 의료기기·의약품 허가와는 별개다. ECM 스킨 부스터 제조사는 조직은행 허가를 보유하고 있지만 주사제로 피부에 주입되는 이 제품에 대해서는 별도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수의 의료기관에서는 이를 피부 재생·탄력 개선 시술용 주사제로 사용하고 있다. 한 피부 미용 클리닉 원장은 “과거에도 허가받지 않은 제품을 피부에 주사했다가 염증이 생겨 문제가 된 사례가 있었다”며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만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이 있는데 홍보에 밀려 현장에서 쉽게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자 식약처는 2023년 ‘피부재생 시술 시 허가된 제품 사용’을 권고하는 공문을 의료기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현재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서는 ECM 스킨 부스터를 홍보하는 의료인 계정이 여럿 포착된다. 일부는 시술 장면을 그대로 게시하거나 환자 사진을 활용해 ‘즉시 효과’를 강조한다. 의사가 직접 자신에게 시술하는 모습을 공개해 제품 신뢰도를 부각하는 사례도 있다. ‘ECM 스킨 부스터 시술 후기’ ‘ECM 부스터 효과’ 등의 게시물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환자 유치 마케팅에도 활용되고 있다. SNS에서 의료인들이 직접 나서 허가받지 않은 제품을 홍보하는 상황이다. 광고 심의를 거치지 않은 이러한 홍보는 의료법 위반 소지도 있다. 의료인이 의료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기관의 ‘의료광고 사전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는 허위·과장·비방 광고로 인한 환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의료인의 과열 홍보, 기업은 책임 회피 ECM 스킨 부스터를 제조·판매·유통하는 회사들은 “ECM 스킨 부스터는 치료 목적 제품이지만 사용 방식은 의사 판단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품을 출시한 뒤 ECM 재생 효과 등을 주제로 의료진 대상 세미나를 개최하며 사실상 미용 시술 제품으로 홍보했다. 회사는 치료 목적의 제품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시장에서는 피부 미용 부스터로 소비되는 이중적 전략을 펼친 셈이다. 일부 전문가는 안전성 검증의 부재도 우려한다. 한 클리닉 원장은 “아직 임상 데이터가 없고 프리온 단백질(PrP) 등 감염 인자 제거 검증이 공개되지 않았다”며 “피부에 직접 주사하기 때문에 회사는 민감도 높은 시험을 통해 안전성 여부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ECM 스킨 부스터를 판매하는 회사들은 ‘조직은행 허가’를 근거로 현행 법망을 비켜섰고 의료인들은 광고 심의 없는 SNS 홍보로 시장을 키웠다. 피해의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된다. 일부 의사는 “환자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의사들이 의료기기 허가도 받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면서 무분별하게 홍보하는 행위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환자는 ‘의사 추천’을 믿고 시술대에 오른다. 그러나 법적 책임의 경계는 모호하고 환자는 화려한 광고 속에서 허가·검증·안전성의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자생한방병원 자생메디바이오센터 약침원외탕전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실시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실사를 통과했다. 한방의료기관 원외탕전실 가운데 유일한 사례로, 국제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 이후 강화된 평가 기준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무균주사제 수준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생한방병원(병원장 이진호)은 이번 실사가 의약품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절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29일 밝혔다. 병원은 보건복지부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자하거(紫河車·태반 추출물) 약침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신청했으며, 이에 따라 식약처가 GMP 적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이번 실사에서 약침원외탕전실은 △자동화 설비 △전용 정제·멸균수 제조시스템 △위생·공정 관리 △품질 관리 체계 등 모든 항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청정도 시험, 질소 가스 제균 여과 시스템, 교차오염 방지를 위한 4대 동선 분리 등을 통해 고품질의 약침을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점이 인정됐다. 현재 자생한방병원의 약침은 전국 5000여 한방병원과 한의원에서 사용되고 있다.자생한방병원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식약처로부터 ‘만성 요통에 대한 자하거 약침의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 연구’를 위한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받았다. 연구팀은 다기관 임상시험을 통해 자하거 약침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다.자생한방병원 관계자는 “이번 GMP 실사 통과와 임상시험 승인으로 한의약 약침의 품질과 안전성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연구를 확대해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자생메디바이오센터는 약 7천 평 규모의 국내 최대 한방의약품 통합조제 시설로, 일반 한약과 약침 부문에서 보건복지부 원외탕전실 2주기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립암센터 원장, 중앙보훈병원장, 국군수도병원장을 지내며 ‘국가 암 정복 계획’을 설계한 유근영 서울의대 명예교수가 암 예방 지침서 ‘암을 이기는 습관’을 펴냈다. 한국 암 역학 연구의 개척자로 꼽히는 그는 “암의 가장 강력한 치료법은 예방”이라고 강조한다.국내 암 환자는 현재 259만 명에 이른다. 국민 5명 중 1명이 암을 경험했거나 치료를 받고 있으며, 사망 원인 1위 역시 암이다. 전체 사망자의 24%가 암으로 생을 마감한다. 이런 현실에서 암 자체를 예방하는 일은 건강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유 교수는 암 예방의 출발점을 ‘생활 속 선택’에서 찾는다. 짜거나 탄 음식을 줄이고 채소와 콩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과 적정 체중 유지, 금연·절주, 자외선 차단, 발암 물질 회피 같은 생활 습관이 면역 체계를 강화하고 염증 반응을 줄여 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책은 단순한 권고에 그치지 않는다. 암 예방에 좋은 음식, 암 환자를 위한 음식, 4주간 실천 계획 등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을 담았다. 특히 암 가족력이 있거나 중장년층 독자들이 일상에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저자는 암을 불가피한 운명이 아닌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암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시간 속에서 우리의 선택이 결과를 바꾼다”는 것이다. 조기 검진과 백신 접종, 그리고 이유 없는 체중 감소·지속되는 피로·몸의 멍울 같은 작은 신호를 놓치지 않는 태도가 조기 발견과 치료 성과를 좌우한다고 덧붙인다.유 교수는 한국인 2만 명을 20년 넘게 추적한 ‘한국인 암 코호트 연구’를 이끌었고 아시아 20여 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도 주도했다. 국립암센터 원장 시절에는 ‘국가 암 정복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 암 예방 실천 지침’을 마련하며 국가 단위의 암 예방 정책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340여 편의 논문과 30여 권의 저서를 남긴 그는 여전히 “암 예방은 결국 생활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매년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알츠하이머협회가 지정한 ‘세계 알츠하이머의 날’이다. 우리나라도 치매 극복을 위해 같은 날인 9월 21일을 ‘치매 극복의 날’로 지정했다.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작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91만898명으로 추정된다.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1명에 달하는 수치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치매 환자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노인 6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치매,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 진행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 언어, 판단력 등 여러 영역의 인지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치매의 50∼60%는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하는 신경 퇴행성 치매다. 뇌중풍(뇌졸중) 등 뇌의 혈액순환 장애에 의해 생기는 혈관성 치매가 20∼30%, 나머지 10∼30%는 기타 원인에 의한 치매다.알츠하이머형 치매는 65세 이후에서 가장 흔하며 서서히 발병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주된 증상은 기억 장애, 지남력(指南力: 오늘 날짜, 현재 시각, 본인이 있는 장소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장애, 주의력 장애, 언어장애, 시공간 기능장애, 전두엽 기능장애 등과 같은 신경 인지기능 이상이 있다.초기 단계부터 우울증 등 기분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별일 아닌 것에 쉽게 화를 내는 등의 감정 변화를 보이기도 한다. 병이 점차 진행하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믿는 망상, 헛것을 보는 환각, 음식이나 돈에 대한 집착이나 특정 물건을 주워 오는 이상행동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진단 때 보호자 설명 중요알츠하이머형 치매는 보호자가 의료진에게 환자의 증상에 대해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에 비해 인지기능에 변화가 있는지, 언제부터 어떠한 양상으로 나타났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 후엔 인지기능검사, 혈액검사, 뇌 영상 검사 등을 시행해 진단을 내린다.치매안심센터나 병원 초진 시 시행하는 10∼15분가량의 인지검사는 환자의 인지기능 수준을 간략하게 파악하는 선별검사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1∼2시간이 소요되는 정밀인지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학력이 높거나 증상이 가벼운 경우 선별검사에서는 정상 소견이 나올 수 있으므로 인지 저하 증상이 확실하다면 선별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정밀인지기능검사를 시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정밀인지기능검사에서 치매 또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확인될 경우 어떤 원인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와 뇌 영상 검사를 받게 된다. 자기공명영상검사(MRI)만으로는 치매 여부를 진단할 수 없다. 반드시 인지기능검사를 통한 인지 평가가 선행돼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떨어져 있을 뿐 아직 모든 일상생활을 스스로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 상태이다. 치매와 경도인지장애의 가장 큰 차이는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는지’ 여부다. 따라서 두 진단은 완전히 다른 병이라기보다는 서로 이어진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 때문에 발생하는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매년 인지기능검사를 추적 관찰해 기억력 저하의 악화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우울증도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전문 치료 상담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매로 이행되지 않고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조기 발견해 중증화 막아야현재 치매 치료는 중증으로 가는 것을 막는 걸 목표로 한다. 병을 없앨 수는 없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중증 치매로 악화하는 것을 늦추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시기를 연장할 수 있다. 약물치료가 주된 방법이지만 그 외에도 고혈압, 당뇨병, 흡연, 심장질환 등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는 것이 인지기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꼭 필요한 관절과 근육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운동치료,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해 현재 자신과 주변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을 다시 인식하게 하는 현실 인식 훈련, 저하된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인지 훈련 등의 비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현재의 기능을 극대화하고 최대한 오래 보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장혜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꿈의 신약’이라고 불리는 치료제 레켐비가 도입돼 환자에게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라며 “알츠하이머병의 원인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 이상단백질을 제거하는 약제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약 80%의 환자에서 뇌 내 아밀로이드 이상단백질이 감소했으며 이를 통해 중증 치매로 진행될 확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레켐비 치료제는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효과가 있지만 기억력 자체를 좋아지게 하는 약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 단백질, 신경염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레켐비 치료제는 그중 아밀로이드 베타를 직접적으로 해결할 뿐 문제 전체를 해결한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사회적 고립 피하고 운동·식습관 관리최근 연구에 따르면 40대, 심지어는 그 이전부터 치매의 과정이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부터 각 시기에 적절한 위험인자 관리가 필요하다.청소년기에 충분한 교육을 받은 환자는 그렇지 못한 환자보다 치매 위험성이 낮았다. 40∼50대의 중년기로 접어들 때는 머리 외상을 조심하고 고혈압, 과음, 비만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가장 발병률이 높은 노년기에는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증을 피해야 한다. 지속해서 사회 활동을 하고 사람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유산소운동과 스트레칭, 근력운동도 뇌를 보호하는 물질을 분비해 치매 관리에 도움을 준다. 매일 30분씩, 주 5회가량을 꾸준히 걷고 운동하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통곡물, 녹황색 채소, 견과류, 가금류 등 적절한 단백질 섭취와 등푸른생선 섭취를 권장하며 붉은 고기, 고지방 치즈, 빵, 설탕, 과자, 즉석식 등은 제한한다.장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정상적인 노화로 인해 젊었을 때보다 인지기능이 조금 떨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일상생활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치매를 의심하고 조기에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나이에 따른 기억 감퇴 증상□ 옛 친구의 이름이 갑자기 기억 안 난다.□ 예전에 잘 알고 있던 것이 기억 안 난다.□ 잘 감춰 둔 물건을 못 찾겠다.□ 약속하고서 깜빡 잊는 경우가 있다.□ 물건을 사러 가서 몇 가지를 잊는다.□ 답답하고 화나는 경우가 많지만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주로 ‘사소한’ 내용을 ‘가끔’ 잊는다.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이름이 기억 안 난다.□ 매일 하던 일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 매번 제 위치에 두는 물건을 찾지 못한다.□ 약속하고서 약속 사실을 잊는다.□ 물건을 사러 가서 왜 왔는지 몰라 그냥 온다.□ 힌트를 주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소한 내용과 중요한 내용을 ‘지속해서’ 잊는다. 자료 : 서울아산병원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진행성 암 환자는 치료 방법이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통증, 불안, 우울, 삶의 의미 상실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돕기 위해 ‘조기 완화의료’가 도입됐다. 암 환자에게 조기 완화의료란 암 치료가 진행 중이거나 진단 초기부터 환자의 증상과 정서·사회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말한다. 질 높은 조기 완화의료가 진행성 암 환자의 생존율을 2배 이상 높이고 우울을 절반 이하로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완화의료를 받았는지가 아니라 그 질적 수준이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 연구팀은 국내 12개 병원에서 진행성 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조기 완화의료의 질이 환자의 정신건강, 삶의 질, 자기관리 능력,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지난 22일 발표했다.2017년 9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진행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데이터를 활용한 2차 분석으로 연구팀은 이를 통해 환자가 경험한 완화의료의 질에 따라 예후 차이를 확인했다. 연구 시작 시점에서 두 그룹의 우울 유병률은 각각 35.5%와 40.3%로 비슷했으나 24주 후에는 질 높은 완화의료군이 14.7%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질 낮은 완화의료군은 39.1%로 두 그룹간의 차이가 확연했다. 2년 생존율도 질 높은 완화의료군은 25.0%였던 반면 질 낮은 완화의료군은 11.8%에 그쳐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삶의 질 분석에서는 MQOL(맥길 삶의 질 질문지)의 실존적·사회적 지지 영역에서 질 높은 완화의료군이 24주 시점에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으나 전반적 삶의 질을 평가한 EORTC QLQ-C15-PAL(유럽 암연구 및 치료기구위원회 삶의 질 평가 도구)에서는 두 그룹 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자기관리 전략은 18주와 24주 시점 모두에서 준비 전략과 실행 전략 점수가 질 높은 완화의료군에서 유의미하게 향상돼 환자가 질병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개선됐음을 보여줬다. 강은교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조기 완화의료의 ‘질’이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그동안 근거가 부족했던 영역에 학술적·정책적 의미를 더했다”며 “완화의료의 질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국내는 아직 완화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완화의료 서비스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질적 수준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통증과 증상 치료’ 온라인판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9월 29일은 세계 심장의 날이다. 심장 질환은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환이다. 서맥성 부정맥은 심박수가 정상 심박(분당 60∼100회)보다 느린 60회 미만으로 떨어지는 상태로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 체계 이상으로 발생한다. 장기에 필요한 혈액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피로감,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다른 질환과 혼동되기 쉬워 조기 발견이 어렵다. 방치하면 심부전이나 돌연사의 위험이 커지고 심방세동 등 다른 부정맥이 동반되면 뇌중풍(뇌졸중) 가능성도 커진다. 주로 65세 이상에서 발생하며 특히 80세 이상 고령층이 고위험군이다. 서맥성 부정맥은 그 위험성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박승정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대한부정맥학회 보험이사)는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지난 10년간 서맥성 부정맥 환자는 약 96% 증가했다”며 “하지만 국내 환자 약 5만 명 중 심박동기 삽입 등 근본적 치료에 나서는 비율은 12.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서맥성 부정맥 치료는 항부정맥제를 이용한 약물치료와 비약물적 치료인 인공심장박동기(심박동기) 이식술이 있는데 근본적인 치료법으로는 심박동기 이식술이 권장된다. 심박동기는 인체에 전기 자극을 전달해 심장이 정상 리듬을 유지하도록 돕는 장치다. 1950년대 말 등장한 이후 소형화, MRI(자기공명영상검사) 호환, 배터리 수명 연장 등을 거치며 60여 년간 발전을 거듭해 왔다. 그러나 빗장뼈 아래 피하 주머니를 만들어 기기를 이식하고 전극선을 연결하는 방식은 여전히 합병증 위험과 환자의 심리적 부담을 동반했다. 10년 전 임상 현장에 도입된 무전극선 심박동기는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으며 치료 추세를 빠르게 바꿔놓았다. 기존 심박동기가 성냥갑 크기였다면 무전극선 심박동기는 길이 2.6㎝의 비타민 알약 크기로 대퇴정맥을 통해 카테터로 심장 안(우심실 벽)에 바로 삽입된다. 기존의 심박동기 삽입술과 달리 겉으로 보이는 흉터나 돌출이 없고 시술 후 회복도 빠르다. 수영, 달리기 운동 등 어깨 움직임에도 제한이 없다. 무전극선 심박동기 ‘마이크라’ 시술 환자를 5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존 유선 심박동기 환자 대비 주요 합병증 위험이 53% 낮았다. 박 교수는 “무전극선 심박동기가 임상 현장에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며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며 더 광범위한 부정맥 환자에게 적용하는 방법이 논의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근래에는 심장 본래 리듬을 되살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 기술인 심장 전도계 조율술(CSP)도 개발됐다. 기존 유선 심박동기는 주로 심실 끝부분에 있는 전극선을 통해 전기 자극을 제공했는데 이는 심장의 자연적인 전기전도 체계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장기적으로는 심부전 발생 위험이 있었다. 이에 비해 CSP는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 경로를 따라 전극선을 배치해 더욱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심장을 활성화하고 심장 기능 저하 위험을 낮춘다. 박 교수는 “합병증 우려와 기기 이식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무전극선 심박동기, 심장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회복시키는 CSP 등 최신 기술은 모두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며 “심박동기 이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치료 시기를 지연시키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의료진과 함께 적극적으로 모색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질병관리청은 다음 달부터 ‘폐렴구균 20가 단백결합 백신(PCV20)’을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새로 도입하고 생후 2개월 이상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실시한다. 폐렴구균은 영유아에게 중이염, 폐렴, 수막염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세균성 병원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소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으로 예방접종이 매우 중요하다. 현재 소아 폐렴구균 국가예방접종 사업으로 13가 단백결합 백신(PCV13)과 15가 단백결합 백신(PCV15)을 지원하고 있다. 새로 도입할 PCV20은 기존 PCV15에 더해 8, 10A, 11A, 12F, 15B 등 5종의 혈청형을 추가로 포함하고 있어 모두 20종의 폐렴구균 혈청형을 예방할 수 있다. 이달 한국을 방문한 마크 반 데 린덴 독일 아헨대학병원 연쇄상구균 연구센터장을 만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방한 목적은…. “한국 방문은 이번이 네 번째다. 나는 독일에서 폐렴구균 관련 연구를 30년 가까이 진행해 왔다. 한국에는 여러 의료진과 과학자를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 관련 강연을 진행하며 백신이 질병 발현에 미치는 영향, 한국과 다른 나라 상황 비교, 백신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요소 등에 관해 설명하기 위해 방문했다.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연구 자료를 의료진과 공유할 수 있어 매우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혈청형 유병률 양상이 바뀌는지 궁금하다. “백신이 등장하기 이전의 혈청형 분포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그러나 백신이 등장한 이후 국가별 국가예방접종 사업에서 사용된 단백접합백신의 종류, 항생제의 과다 사용 여부 등에 따라 대체 혈청형의 차이가 발생하게 됐다. 생활 환경의 차이도 혈청형 유병률 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백신 외에도 장기적인 자연적 요인에 의해서도 혈청형 유병률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혈청형이 동일하게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어떤 혈청형은 더 강력한 병원성을 가진다. 폐렴구균 백신은 질병 위험성이 높은 혈청형으로 인한 질병 부담을 낮추는 데 이바지했다. 특히 소아에서 강력한 백신 효과를 관찰할 수 있는데 프리베나(PCV7)와 프리베나13(PCV13)이 도입되면서 폐렴구균 질환의 발병률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다만 이후 발생한 폐렴구균 질환자의 혈청형을 분석한 결과 전체 발생 수는 감소했으나 기존 백신(PCV13)에 포함되지 않은 비백신 혈청형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따라서 더 많은 혈청형을 포괄하는 백신을 도입해 질병 부담을 한층 더 낮출 필요가 있다.” ―기존 혈청형에 새로운 혈청형을 추가하는 형태의 백신이 좋은지 혹은 새로운 구성의 혈청형을 보유한 백신이 좋은지도 궁금하다. “기존 백신으로 예방해 온 혈청형을 접종에서 제외하면 해당 혈청형에 의한 감염이 다시 증가할 수 있다. 실제로 107가지 혈청형 가운데 주요 원인 혈청형을 차례대로 예방해 왔지만 기존 혈청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여전히 감염 위험이 남아 있다. 따라서 질병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기존 혈청형 예방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혈청형을 추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벨기에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11년 프리베나13 도입 이후 2세 미만 소아의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 발생률은 절반 가까이 줄었으며 혈청형 19A는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2016년 정부가 백신을 PCV10으로 교체하자 대부분 혈청형 19A에 의한 침습성 폐렴구균 질환이 증가했다.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혈청형을 먼저 예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벨기에의 당시 결정은 매우 안타까운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백신 설계의 핵심은 질병 발생 위험이 큰 혈청형을 안정적으로 예방하면서 새로운 혈청형을 추가해 남아 있는 질환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이 많아지면 백신 효과가 줄어들 수 있나. “중요한 것은 혈청형이 늘어남에 따라 수치상 면역원성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임상에서 질병 발생을 줄이는 예방 효과가 명확히 입증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평가할 때 면역원성과 실제 효과 두 가지를 보는데 면역원성보다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프리베나가 전 세계에 도입된 후 폐렴구균 질환과 관련된 질병 부담이 많이 감소했다. 특히 백신 도입 전 소아에게서 중이염이 흔하게 발견됐고 아이들이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받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러나 폐렴구균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중이염 발생률이 크게 줄어들었다. 독일에서 아이들이 병원을 찾는 질병 1위를 차지했던 중이염이 17위까지 내려갔다. 단백접합백신은 다당 분자에 단백질을 접합시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혈청형 수가 늘어나면 더 많은 단백질이 체내에 들어가 혈청형별 면역원성은 다소 낮아질 수 있다. 다만 PCV7 개발 당시 면역원성 기준으로 설정된 0.35㎍/㎖ 이하를 보인 PCV13 혈청형 일부도 실제 임상에서는 충분한 예방 효과가 확인된 바 있다.”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해달라. “질병에 대응하는 방법은 2가지다. 첫 번째는 병에 걸린 후에 약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선제적으로 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당연히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PCV20은 한국의 소아에서 자주 발견되는 혈청형인 10A, 15B를 포함하고 있어 질병 부담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흔히 폐렴구균 백신 대상을 영유아로 한정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백신은 주기적으로 접종해서 백신 효과가 우리 몸속에서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어린아이는 국가예방접종 일정에 따라 예방접종을 잘 진행하지만 어른이 되면 병에 걸린 후 병원을 찾는다. 폐렴구균 백신은 청년과 중장년층까지 모두 맞아야 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헤일리온은 건강기능식품, 구강건강, 일반의약품 등 일상 건강관리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컨슈머 헬스케어 기업이다. 센트룸, 센소다인, 파로돈탁스, 오트리빈, 테라플루, 드리클로 등 40년 이상 전 세계 170여 개국에서 소비자와 의료 전문가에게 인정받아 온 유수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헤일리온 브랜드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는 김유섭 헤일리온 마케팅 전무에게 세계 판매 1위 멀티비타민 센트룸의 유통 채널 전략과 한국 시장에서의 제품 출시 전략, 차별화 포인트 등을 들어봤다. ―디지털 커머스 위주로 판매하던 센트룸이 처음으로 홈쇼핑 채널에 진출했다고 들었다.“헤일리온은 소비자를 최우선에 두고 많은 소비자가 건강과 웰니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번 홈쇼핑 진출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센트룸이 홈쇼핑에 첫선을 보이는 제품은 관절 건강기능식품인 ‘센트룸 타마플렉스 올인원 관절·연골·근육’이다. 제품 특성상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주요 고객층이다. 이분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관련 정보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유통 채널을 선택했다. 홈쇼핑은 최근 건강기능식품의 대표적인 판매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관련 방송이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고 관련 사업을 확장하는 등 홈쇼핑 채널이 건강기능식품의 새로운 판매 창구로 주목받고 있다. 홈쇼핑은 3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즐기고 소비자 충성도도 비교적 높아서 건강기능식품 판매 채널로서의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쇼호스트의 일목요연한 설명도 큰 장점이다. 타마플렉스와 같은 새로운 성분의 특징을 누구나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은 소비자의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된다. 센트룸은 이 같은 점 때문에 타마플렉스 올인원의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 외에 새로운 유통 채널로 홈쇼핑을 선택했다.” ―타마플렉스 올인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관절·연골·근육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복합 건강기능식품이다. 주요 성분인 타마플렉스 외에도 비타민 K2, 비타민 D, 칼슘을 한 알에 담아낸 것이 큰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 제품은 한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 주요 성분의 발굴과 선택, 포뮬러 개발, 제조·생산까지 모두 한국에서 이뤄낸 ‘한국형’ 관절 제품이다. 우리는 이 제품을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현실적이고 체감할 수 있는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려고 한다. 4월에 판매된 제품이라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헤일리온이 바라보는 한국 시장은 어떤가.“한국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센트룸 전 세계 매출에서도 한국은 10위 안에 든다. 특히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기준이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글로벌 본사도 한국 시장의 피드백과 성과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 시장 변화를 보면 전통적인 정제 형태뿐만 아니라 파우더, 구미, 복합 제형 등 다양한 제형의 진화를 겪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가 존재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현지화와 맞춤형 제품 개발이 가능하고 필요한 시장이다. 그 덕분에 원데이팩과 타마플렉스 올인원과 같은 제품을 다른 어느 시장보다 빠르게 출시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성공한 제품은 다른 국가의 모범 사례로 꼽히며 타마플렉스 올인원 역시 한국 시장에서의 반응을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센트룸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센트룸은 40년 이상 영양을 연구해 온 브랜드다. 전 세계 멀티비타민 브랜드 가운데 가장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미국 국립보건원이 후원한 대규모 장기 연구에 선정된 유일한 멀티비타민이다. 세계 1위 멀티비타민 브랜드로서 시장을 이끌어가는 리딩 브랜드인 만큼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고 과학에 근거한 효과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다. 한국은 이번에 처음으로 전문 연구기관과 함께 센트룸을 섭취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사용 자료를 조사했다. 단순 만족도 조사가 아닌 임상 영양 전문가에게 직접 문항 구성과 분석을 의뢰한 객관적이고 신뢰도 높은 관찰 조사였다.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이나 실제 적용 가능성에 중요하다고 평가하는 ‘외적 타당도’가 높은 연구로 진행한 것에 의의가 있다. 앞으로도 센트룸은 소비자가 적합한 영양을 보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도록 꾸준히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도 궁금하다.“브랜드 마케팅, 제품 이노베이션 등에 25년 이상 몸담아 왔다. 대부분의 시간을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소비재와 사노피 아벤티스, 화이자 등 제약사의 컨슈머 헬스케어 부문에서 일했다. 헤일리온에 와서 센트룸에 합류한 이후에는 타마플렉스 올인원, 원데이팩 등 한국 주도로 개발한 제품의 기획과 출시를 총괄했다. 소비자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을까, 어떠한 신제품이 한국에 필요할까, 우리가 개발할까 아니면 혁신 제품을 해외에서 가져올까 등을 고민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항상 소비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것은 헤일리온이 강조하는 점이다. 어떤 신제품을 개발할지, 그 제품이 가진 판매 포인트를 어떻게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풀어낼지, 어떤 유통 채널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다가갈지 등 전략의 흐름이 생기기 때문이다. 센트룸의 변치 않는 본질과 소비자 요구를 잘 결합해서 소통하는 것을 팀에 주문하고 있다. 센트룸은 일상 건강을 유지하는 보충제인 만큼 소비자의 셀프케어에 대한 필요성과 인식 강화도 메시지로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소비자 추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에 있어서는 개인 맞춤형, 편의성, 제형 다양화가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센트룸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제형과 복합 기능성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남녀 성별에 따른 기초 멀티비타민뿐만 아니라 타마플렉스 같은 신성분이나 제형에 변화를 준 제품으로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원데이팩처럼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이나 특정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맞춤형 제품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삼성서울병원이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발표한 ‘2026년 세계 최고 전문병원’ 순위에서 암 분야 세계 3위에 올랐다. 뉴스위크가 10일(현지 시각) 공개한 순위에서 삼성서울병원은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MD 앤더슨 암센터에 이어 아시아 병원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첫 방문 안내센터, 환자 두려움 덜어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의 전체 암 환자 5년 생존율은 75%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폐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63.6%로, 미국(28.1%)과 국내 평균(40.6%)을 크게 웃돌았다. 병원은 매년 ‘아웃컴북’을 발간해 암 치료 성적과 의료 질 지표를 공개하고 있다. 올해 다섯 번째로 발간된 아웃컴북에는 진단, 치료, 치료 후 관리 등 임상 지표가 담겼다.삼성서울병원은 암 진단을 받고 처음 병원을 찾는 환자를 위해 ‘첫 방문 안내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는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간호사들이 상주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맞이한다.이길호 간호사는 “남편과 사별한 뒤 어린 두 자녀를 키우던 30대 중반 여성 환자가 유방암 진단을 받고 혼자 병원에 왔다”며 “두려움에 한참을 울었고, 사정을 교수에게 전달해 맞춤 상담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안내센터는 환자의 사연을 듣고 문진 시트를 기반으로 맞춤 상담을 지원해 첫 진료의 부담을 줄인다.암 교육센터, 치료 넘어 사회 복귀 지원암병원은 2008년 ‘암 교육센터’를 개설해 치료 이후 환자의 삶 회복을 지원하고 있다. 당시 의료 현장이 암 제거에만 집중하던 분위기와 달리, 환자의 심리·사회적 회복을 중시한 점에서 새로운 시도였다. 암 교육센터는 암에 대한 두려움과 낙인을 줄이는 교육, 외모 관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환자들의 자존감 회복을 도왔다. 조주희 암 교육센터장은 “환자가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유방암 생존자는 “외모 변화로 사람을 만나기 두려웠지만 센터 교육으로 다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센터는 국내 최초로 직장 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 환자의 사회 복귀를 도왔다. 이후 통증·영양·정신건강·가족 돌봄을 아우르는 암 치유센터로 발전했고 2024년에는 암 환자 삶의 질 연구소를 설립해 환자보고결과에 기반한 지원 모델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상담 챗봇과 독일 샤리테와의 협력으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치료 성적과 삶의 질, 두 축 함께 강화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은 “미국의 유수 암병원과 경쟁해 세계 3위에 오른 것은 큰 성과”라며 “저렴한 의료비에도 세계적 치료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 모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삼성서울병원은 다학제 진료와 패스트트랙을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 고령·심혈관 질환 동반 암 환자 진료 등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 CAR-T 세포치료, 정밀 의료, 양성자 치료 등 첨단 치료법을 도입해 성과를 높였다.국내 암 임상시험 건수 1위, 글로벌 인증 임상시험 기관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세계 주요 병원과의 협력으로 치료 성적을 강화하고 있다. 병원은 앞으로도 국제 학계와 의료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넓혀 세계적 암센터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국립암센터 한지연 박사(치료내성연구과), 김선신 박사·박찬이 박사(표적치료연구과) 연구팀이 난치성 폐암 환자 유래 암세포를 활용해 유전체 변화와 약물 반응성을 추적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다. 특히 동아시아를 포함한 우리나라에서는 상피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 돌연변이 빈도가 높아 이를 표적으로 한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치료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초기 치료 반응률은 높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 시작 후 1∼2년 내 약물내성이 발생해 새로운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난치성 폐암 환자 34명으로부터 치료 과정 중 폐암의 재발 시점마다 채취한 총 73개의 종양 표본을 확보해 종양의 유전적 변화를 시간 흐름에 따라 추적 분석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이 운영하는 약물 반응성 예측용 ‘약물 유전체 플랫폼’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EGFR과 TP53 돌연변이를 중심으로 종양의 진화 유형을 분류하고 유형별로 치료 저항성 기전과 효과적인 약물 조합이 달라짐을 규명했다. 특히 EGFR 변이가 소실되면서 내성이 발생한 환자군에서는 EMT(상피-중간엽 전이) 활성화로 기존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어 단일 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두 가지 저항성 세포 유형을 명확히 구분했으며 그중 치료와 무관하게 남아 있는 세포군을 재발 위험 인자로 확인하고 폐암 전이 및 예후 악화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연구진의 폐암 환자 세포를 활용한 약물 유전체 플랫폼은 실제 환자의 종양 반응과 높은 유사성을 보여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모델을 개발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 연구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 생명과학 저널이자 생화학 분자생물학회 공식 학술지인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지방대 출신이라서 한계를 가질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그들이 선택한 길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다.” 조선대 의대·치대 출신 의사 3명이 의료계의 편견과 냉소 속에서도 새로운 치료법을 개척해 성공을 일궈냈다. 그들은 업계에서 ‘무모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환자를 위한 길이라면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환자와 동료 의사들의 신뢰를 얻으며 대한민국 의료계의 혁신을 상징하는 인물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히딩크 무릎 살린 지방대 출신 의사송준섭 원장의 집념 송준섭 강남제이에스병원 원장은 1969년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 의대를 졸업했다. 송 원장은 한때 이름 없는 월급 의사였다. 그러나 그는 지금 국내를 넘어 해외 환자들이 찾는 무릎 줄기세포 치료의 권위자로 불린다. 송 원장을 널리 알린 계기는 2014년 1월 한국 축구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의 무릎 수술이었다. 당시 무릎 퇴행성관절염의 표준 치료는 인공관절 수술이었다. 그러나 인공관절 수술을 원치 않았던 히딩크 감독은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 수소문 끝에 송 원장을 만났다. 막 국내 허가를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은 의료계에서도 낯선 기술이었다. 경험도, 선례도 없는 수술을 앞두고 송 원장은 히딩크 감독에게 ‘해본 적 없는 시도’임을 솔직히 밝혔다. 그러나 환자의 의지와 의사의 신념은 결국 도전으로 이어졌다. 수술을 준비하며 그는 6개월간 카티스템 설명서를 파고들었지만 여전히 ‘처음’이라는 불안은 남아 있었다. 척추마취로 진행한 수술에서 히딩크 감독은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로 수술 과정을 직접 지켜봤다. 무릎뼈를 두드릴 때마다 그는 “대한민국”을 외치며 긴장된 분위기를 깨뜨렸다.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1년 뒤 재방문한 히딩크 감독의 무릎에는 연골이 재생된 모습이 확인됐다. 히딩크는 “내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인 무릎 건강을 송준섭 박사에게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의료계는 “국가 영웅을 상대로 위험한 시도를 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연골 재생은 진짜 의학이 아니라 마술 같은 속임수”라며 ‘유리겔라의 마술’에 빗댄 냉소 섞인 시선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송 원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2016년부터 줄기세포 연골 재생 수술의 효과를 논문으로 입증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흐르며 그의 연구는 인용되고 신뢰를 얻게 됐다. 비판은 점차 줄었고 지금은 전국을 넘어 해외 환자들이 송 원장을 찾는다. 송 원장은 여전히 매 수술이 시험과 같다고 말한다. 내시경 화면에 새하얀 연골이 보일 때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측은지심’이라고 표현한다. 환자가 의사의 한마디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는지 알기에 수술 실력만큼이나 환자를 안심시키는 말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질타를 감내한 20년척추 내시경 세계 선두에 선 김현성 원장 송 원장과 조선대 의대 88학번 동기이자 신경외과 전문의인 김현성 청담해리슨병원 원장은 척추 수술의 새로운 길을 연 인물로 꼽힌다. 그가 수련받던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척추 수술은 절개형 수술이 주류였다. 난도가 높았고 합병증도 잦았다. 김 원장은 “환자에게 덜 침습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며 일찌감치 최소 침습 척추 수술과 척추 내시경 수술에 주목했다. 그러나 당시 이 분야는 걸음마 단계였다. 초창기 척추 내시경 수술은 “배우기도 어렵고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거센 질타를 받았다. 학회 발표장에서는 냉소 섞인 질문이 쏟아졌고 많은 의사가 도전을 포기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질타와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세상의 흐름을 바꾸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는 그의 회상은 당시의 고난을 보여준다. 20여 년간의 개발과 연구 끝에 상황은 바뀌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척추 내시경 수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수많은 외국 의사가 한국을 찾아와 배우고 있으며 척추 치료의 패러다임은 절개에서 최소 침습으로 이동했다. 김 원장이 걸어온 길은 그 변화의 한 축이었다. 그의 꿈은 명확하다. 첫째, 척추 내시경 수술을 척추 치료의 주류로 올려놓는 것. 둘째, 이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건강한 100세 시대를 위해 척추와 관절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최소 침습 척추 수술로 환자의 삶의 질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의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인류를 위한 진정한 봉사라는 신념과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의지로 환자를 만난다. 그는 인류를 위한 의학 발전은 지속될 것이고 척추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그 흐름을 이끌어야 한다는 포부를 이어가고 있다.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치료는 하지 않는다미니쉬로 치과 패러다임 바꾼 강정호 원장“크라운은 치아를 크게 깎아내야 해서 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치료였습니다.” 강정호 미니쉬치과병원 원장은 기존 심미 치료의 한계를 넘어선 ‘미니쉬’를 개발한 치과의사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치과계는 심미성과 속도를 앞세운 래미네이트와 급속 교정 열풍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무분별한 치아 삭제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재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강 원장은 “예뻐지기 위해 건강한 치아를 깎아내는 것이 맞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을 품었다. ‘가족에게 권할 수 없는 치료는 하지 않는다’는 철학은 새로운 대안을 찾게 했다. 2009년부터 그는 치아 삭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수복법 연구에 돌입했다. 핵심은 ‘수복물을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기공 기술로는 두꺼운 보철물밖에 제작할 수 없어 치아 삭제가 불가피했다. 강 원장은 고가의 CAD·CAM 밀링머신 도입, 숙련 기공사 양성 등 과감한 투자를 이어갔다. 수십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얇고 정밀한 세라믹 수복물을 구현했고 깨지지 않으면서도 자연 치아와 같은 접착 기술까지 완성했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래미네이트와 다를 바 없다” “얇은 세라믹은 금방 깨진다”는 악평에 심지어 ‘사기꾼’이라는 비난까지 뒤따랐다. 그러나 환자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프지 않고 치아를 덜 깎고 자연스러운 심미성까지 살린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병원은 환자들로 북적였다. 돌파구는 학회 무대였다. 정밀가공 기술, 접착 프로토콜, 생체 모방 이론을 바탕으로 한 임상 사례가 공개되자 “치과 교과서를 새로 써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반신반의하던 동료 의사들이 강 원장의 철학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미니쉬 코스’를 통해 전문 의료진 양성이 본격화됐다. 2025년 8월 현재 미니쉬 코스를 수료한 치과 전문의는 290명이며 한국·일본·미국·캐나다 등 전 세계 75개 병원에서 미니쉬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임상 건수는 18만5000건을 넘어섰다. 강 원장은 미니쉬를 단순한 시술이 아니라 ‘자연 치아의 물성과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는 철학’으로 설명한다. 미니쉬는 초정밀 가공으로 치아 외면과 수복물이 화학적으로 한 덩어리가 된다. 재료 역시 자연 치아와 물성이 가장 가까운 장석류 세라믹을 택해 맞은편 치아 손상을 줄였다. 그는 2021년 ‘미니쉬테크놀로지’ 회사를 설립해 전 세계 확산을 준비 중이다. 독일 비타(VITA)사와 협력해 ‘미니쉬 블록’을 독점 공급받으며 치료에 최적화된 장비·재료·IT 솔루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강 원장은 “과잉 진료하지 않고, 치아에 해 끼치지 않고, 아프지 않게 치료하는 것이 철학”이라며 “미니쉬를 통해 ‘내 치아 평생 쓰기’라는 목표를 세계적으로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준섭·김현성·강정호 원장의 길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꼬리표, 업계의 냉소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환자 중심 철학이 이끈 도전과 성공.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그들의 집념은 결국 우리나라 의학 발전과 환자의 이익으로 이어졌다. 그들의 발자취는 후배 의사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한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 환자를 위한 길은 결국 인정받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일교차가 커지고 몸이 쉽게 지치는 계절, 가을은 중년 여성에게 더욱 민감하게 다가온다. 난데없이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밤에 땀을 흘리며 뒤척이는 경험은 단순한 컨디션 저하가 아니라 갱년기의 신호일 수 있다. 갱년기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분비가 급격히 줄면서 나타나는 신체·정신적 변화다. 평균 50세 전후로 찾아오며 안면홍조·발한·불면·우울감·피로·관절통 등 다양한 증상이 동반된다. 실제로 국내 45∼55세 여성의 절반 이상이 갱년기 증상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고 보고됐다. 갱년기 신체적 증상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불안과 우울증 등 정서적, 심리적 영향은 종종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채 더 커질 수 있다. 갱년기 여성은 불면증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2024년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 갱년기 증상 경험자 47.8%가 불면증을 겪었다. 이 중 64.9%는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될 정도로 심한 불편을 호소했다. 불면증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히 마음가짐이나 스트레스 때문이 아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체온조절, 심박수, 수면 리듬을 관장하는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해진다. 밤이면 몸을 각성하는 교감신경 활성이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과도하게 활성화하면서 심장이 두근거려 잠들기 어려워진다. 갱년기 우울증도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세로토닌, 도파민 등 주요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감정 조절 능력 저하로 이어진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좌절감과 불안감이 심화하며 심할 경우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나이 탓’으로 치부되기 쉽다는 점이다. 증상을 방치하면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만성질환 위험이 커지고 회복도 어려워진다. 갱년기는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관리에 따라 노후 건강의 질이 달라진다. 치료의 핵심은 호르몬 보충 요법(HRT)과 생활 습관 개선이다. HRT는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 증상을 완화하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다만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전문의 상담이 필수다. 또한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금주·금연, 스트레스 관리가 갱년기 극복에 큰 도움을 준다. 최근에는 콩 아이소플라본, 오메가3 지방산 등 건강기능식품이나 명상·요가 등 심신 안정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갱년기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건강한 노년을 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정기검진을 통해 심혈관질환, 골다공증 등을 미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가톨릭대학교 가톨릭중앙의료원 기초의학사업추진단 첨단세포치료사업단 김기표 교수(의생명과학교실) 연구팀이 진행하는 ‘알츠하이머병 대상 뇌 질환에서의 갑상선호르몬 대사 및 탈수초 공동기전 공략 Fist-in-class 치료제 개발’ 과제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사업(국가 간 연구 협력 지원) 신규 과제로 선정됐다. 이 연구는 향후 3년간 매년 5억 원씩 총 15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이번 국책 연구과제에서 유전성과 산발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로부터 유래한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를 활용한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피부나 혈액세포를 되돌려 만들어낸 줄기세포로 이 세포를 뇌의 희소돌기아교세포(수초를 만드는 세포)로 분화시켜 실험에 사용한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 세포가 보이는 특징적인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또한 갑상선호르몬을 기반으로 한 신약 후보 물질(갑상선호르몬 유사체)의 치료 효능을 평가한다. 세포 수준에서 어떤 기전을 통해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알츠하이머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이다. 기억을 잃고 일상생활이 점점 힘들어지는 병이다. 지금까지는 뇌 속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때문에 신경세포가 망가진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또 다른 요인이 밝혀지고 있다. 뇌 속에서 콜레스테롤 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탈수초’라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막(수초)이 손상되는 과정이다. 이렇게 되면 뇌의 백질(신경세포 연결망)이 망가지고 결국 기억력과 인지기능이 빠르게 떨어진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 병리 기전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김 교수팀이 주목하는 연구 도구는 ‘수초 오르가노이드(myelin organoid)’이다. 오르가노이드는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작은 장기 모형으로 실험실에서 인체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할 수 있다. 수초 오르가노이드는 신경세포의 축삭을 감싸 보호하는 수초 구조를 본떠 만든 뇌 모형으로 이를 통해 수초의 발생 과정을 연구하고 약물 스크리닝 및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국내외 유수 연구진과의 협력으로 진행된다. 성균관대 삼성융합의과학원 융합의과학과 이재영 교수와 호주 모나시대 스티브 페트라토스 교수가 함께 참여한다. 이 교수는 갑상선호르몬 대사의 결함이 알츠하이머병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히고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가능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페트라토스 교수는 갑상선호르몬 유사체의 안정성 및 독성을 평가하고 신약 후보 물질의 화학적 특성, 제조 공정, 품질관리 체계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글로벌 공동연구는 호주 모나시대와의 지속적인 협력으로 국제적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진 간 지식 및 기술 교류를 촉진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난치성 뇌 질환 문제 해결의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치료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며 “개인 맞춤형 알츠하이머병 치료법을 제시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노년 환자는 입원 후 섬망, 낙상, 합병증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백지연 교수, 장건영 전문의는 65세 이상 노년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위험 가능성을 평가하는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를 국내 처음 개발했다.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고위험군 노년 환자를 신속하게 식별하고 예후와 악화 가능성까지 평가해 환자 집중 관리와 치료 성과 향상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아산병원은 입원 환자의 약 40%가 65세 이상이며 노년 환자 비율은 매년 1.5% 내외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특성상 중증 노년 환자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병원은 고위험군 노년 환자를 조기 선별하기 위해 임상 허약 척도를 국내에서 선도적으로 도입해 사용해 왔다. 그러나 주로 환자의 이동 능력 평가에 치중돼 있어 다양한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평가자 주관에 따른 오류 가능성도 남아 있어 예측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연구팀은 섬망, 낙상, 욕창, 병원 내 사망 등 노년 환자의 주요 위험 요인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 기존에 활용하던 임상 허약 척도와 추가 임상 데이터를 통합한 검사 도구 개발을 추진했다. 2021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한 65세 이상 노년 환자 2만1757명의 진료 데이터를 기계 학습 기법으로 분석해 입원 첫날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에서 확보되는 18개의 변수를 검토했다. 임상 허약 척도, 혈청 알부민 수치(영양·면역력), CRP 수치(염증 반응), 혈색소(빈혈 여부), 입원 전 복용 약물 수 등 총 5가지 지표를 가장 강력한 예측 요인으로 도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를 개발하고 기존 평가 도구인 임상 허약 척도, 나이와 비교해 예측 성능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노년 환자 위험 요인 예측 정확도 83.7%를 보이며 우수한 성능을 나타냈다. 기존에 활용하던 임상 허약 척도의 예측 정확도는 79.8%, 나이를 통한 예측 정확도는 63%에 그쳤다.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동일한 임상 허약 척도 점수를 가진 환자군 내에서도 위험도를 세분화해 점수를 매긴다. 같은 ‘허약’ 판정을 받은 환자 중에서도 어떤 환자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정밀하게 가려낸다. 또한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 점수가 높을수록 퇴원 후 30일 내 재입원이나 응급실 재방문, 입원 기간 연장, 신속대응팀 호출 등 다양한 위험 발생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은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를 의료정보시스템에 내재화해 실제 환자 진료에 적용하고 있다. 각 진료과 의료진은 실시간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어 고위험군 환자에 대한 대응이 더욱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이은주 교수는 “노년 환자들은 질병과 나이만으로 고위험군 환자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노년 환자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를 세분화해 환자를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진은 집중 관리가 필요한 환자를 빠르게 판별해 적절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지연 교수는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는 복잡한 검사나 장비 없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라며 “급성기 노인 위험 척도가 국내 노년 환자 진료의 새로운 기준이 돼 환자들이 안전하게 치료받고 합병증 없이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의료관리자협회 저널’ 최신 호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경희대학교(총장 김진상)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김소은·김현진 연구원, 우세린 연구교수, 고려대 강지승 교수)이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집한 102개국의 사망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30여 년간의 자살 사망률 변화를 분석하고 2050년까지의 예측 전망을 내놨다.연구팀은 1990년부터 2021년까지의 자살 사망률을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약 30%의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1990년 인구 10만 명당 10.3명이었던 자살 사망률은 2021년에 7.2명으로 줄었다. 남녀 모두 감소했는데 남성은 이전과 같게 여성보다 약 3.5배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지역별 차이도 뚜렷했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는 정책과 사회적 노력으로 자살률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미주 일부 국가는 오히려 자살률이 높아졌다. 이는 자살 문제가 단순히 보편적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각 지역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향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베이지안 기반 미래 예측 모델링’을 적용했다. 이 방법은 사전 정보와 새로운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사건이나 미지의 확률을 추론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현재와 같은 감소세가 유지되면 2050년에는 전 세계 평균 자살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6.5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세부 분석에서는 청년층, 특히 25세 미만의 젊은 세대가 가장 높은 위험에 놓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업 스트레스, 취업난, 경제적 불안정성 등 세대 특유의 부담이 자살 위험에 깊이 작용함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연구진은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김소은 연구원은 “국가·성별·나이별 차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장기적 예측까지 제시한 최초의 연구”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우세린 연구교수는 “자살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청년층과 특정 지역은 여전히 위태롭다”라며 맞춤형 정책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동건 교수는 “국제 협력을 통해 자살 증가세는 멈출 수 있었지만 여전히 취약계층과 사회적 보호망이 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연 교수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학술적 성과를 넘어 앞으로 어떤 계층과 지역이 더 큰 위험에 놓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연구는 경희대를 중심으로 고려대, 하버드 의과대학 등 다국가 공동 연구진이 협력해 이룬 성과다. 전 세계 102개국의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하고 미래까지 예측한 이번 연구는 각국 정부가 정신 건강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 자료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자살 문제는 단일 국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사회나 문화적 배경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에 국제적 연대와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발표를 넘어 실제 정책과 제도로 이어져 세계적인 자살 예방 노력에 이바지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정신 건강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정신 건강’에 게재됐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암 치료 방법은 일반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필요에 따라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며 보완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수술 전에 먼저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항호르몬제를 투여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전이 위험을 막는 ‘수술 전 통합 치료(Total Neoadjuvant Therapy·TNT)’가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장암 치료에 TNT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비뇨생식기능 보존이 중요한 직장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TNT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항암제 투약해 종양 사라지면 수술 안 하기도직장암은 좁은 골반에 위치해 수술하기 어렵다. 또 방광, 자궁, 전립샘(전립선) 등 주요 장기와 가까워 암이 진행되면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국소 재발률도 높다. 수술 이전에 TNT를 진행하면 종양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수술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유승범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TNT를 진행한 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가 있었다”며 “2, 3년 이후엔 직장암은 대부분 TNT 방식으로 치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는 TNT 관련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국제 의료계 지침은 이미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TNT 관련 지침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이우용·이사장 정순섭)는 29일 직장암에 관한 국내 TNT 치료 지침을 발표한다. 수술을 진행하기 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먼저 받는 방식이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암 치료에서도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을 쉽게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를 조기에 억제하기 위해 활용됐다. 다만 TNT는 선행 항암치료를 다소 확장시킨 개념이다. 과거 선행 항암치료는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중 일부만 수술 전에 진행하고 나머지는 수술 뒤에 실시했다. 반면 TNT는 할 수 있는 모든 요법을 수술 전에 실시해 전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막고 수술 이후 환자의 체력이 떨어져 항암제를 투약하지 못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수술을 받지 않고 종양이 사라지면 정기적인 추적이나 관찰만 할 수도 있다.● 직장암 넘어 방광암-폐암 등 적용 가능성 TNT는 국내에선 주로 직장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방광암 폐암 위암 췌장암 등에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면역 체계를 깨워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와 암세포의 특정 신호만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를 TNT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방광암의 경우 TNT와 보조 면역치료를 결합한 전략이 무병 생존율(재발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을 끌어올렸다. 김재헌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항암제 효과가 좋아지면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활용해 방광을 떼지 않고도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방광을 떼지 않아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폐암에 면역항암제를 TNT로 적용한 결과 치료 후 암이 영상검사나 조직검사에서 사라진 환자 비율인 ‘병리학적 완전관해율’과 무병 생존율이 높아졌다. 위암과 췌장암에서도 TNT 개념을 적용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환자에겐 선택지가 늘었다. TNT 적용 여부에 따라 삶의 질과 장기 보존, 재발 가능성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새로운 암 치료의 흐름이 이제 막 열린 것”이라며 “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모여 치료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다학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계는 임상 결과가 쌓이고 다학제 협력이 강화되면 TNT가 암 치료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암마다 특성이 제각기 달라서 치료 순서 최적화, 장기 데이터 축적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며 “방사선 치료 기간과 항암제 투여 순서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연구에서 지적됐다”고 말했다.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암 치료 방법은 일반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필요에 따라 항암 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하며 보완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수술 전에 먼저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항호르몬제를 투여해 종양 크기를 줄이고 전이 위험을 막는 ‘수술전 통합 치료(Total Neoadjuvant Therapy·TNT)’가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해에는 직장암 치료에 TNT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비뇨생식기능 보존이 중요한 직장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는 TNT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항암제 투약해 종양 사라지면 수술 안 하기도직장암은 좁은 골반에 위치해 수술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광, 자궁, 전립선 등 주요 장기와 가까워 암이 진행되면 전이될 가능성이 크고 국소 재발률도 높다. 수술 이전에 TNT를 진행하면 종양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수술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유승범 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TNT를 진행한 뒤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가 있었다”며 “2, 3년 이후엔 직장암은 대부분 TNT 방식으로 치료할 것”이라고 말했다.미국과 프랑스와 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는 TNT 관련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국제 의료계 지침은 이미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TNT 관련 지침이 추진되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회장 이우용·이사장 정순섭)는 29일 직장암에 관한 국내 TNT 치료 지침을 발표한다.사실 수술을 진행하기 전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먼저 받는 방식이 낯선 것은 아니다. 이미 다른 암 치료에서도 종양 크기를 줄여 수술을 쉽게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전이를 조기에 억제하기 위해 활용됐다.다만 TNT는 선행 항암치료를 다소 확장시킨 개념이다. 과거 선행 항암치료는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중 일부만 수술 전에 진행하고 나머지는 수술 뒤에 실시했다. 반면 TNT는 할 수 있는 모든 요법을 수술 전에 실시해 전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막고 수술 이후 환자의 체력이 떨어져 항암제를 투약하지 못하는 문제도 줄일 수 있다. 수술을 받지 않고 종양이 사라지면 정기적인 추적이나 관찰만 할 수도 있다.● 직장암 넘어 방광암-폐암 등 적용 가능성TNT는 국내에서 주로 직장암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방광암 폐암 위암 췌장암 등에도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면역체계를 깨워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와 암 세포의 특정 신호만 차단하는 표적치료제를 TNT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방광암의 경우 TNT와 보조 면역치료를 결합한 전략은 무병 생존율(재발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김재헌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항암제 효과가 좋아지면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를 활용해 방광을 떼지 않고도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며 “방광을 떼지 않아 삶의 질이 좋아진다”고 말했다.폐암에 면역항암제를 TNT로 적용한 결과 치료 후 암이 영상검사나 조직검사에서 사라진 환자 비율인 ‘병리학적 완전관해율’과 무병 생존율이 높아졌다. 위암과 췌장암에서도 TNT 개념을 적용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환자에겐 선택지가 늘었다. TNT 적용 여부에 따라 삶의 질과 장기 보존, 재발 가능성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태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새로운 암 치료의 흐름이 이제 막 열린 것”이라며 “외과와 내과, 영상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가 모여 치료 방법에 대해 논의하는 다학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국내 의료계는 임상 결과가 쌓이고 다학제 협력이 강화되면 TNT가 암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암마다 특성이 제각기 달라서 치료 순서 최적화, 장기 데이터 축적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며 “방사선 치료 기간과 항암제 투여 순서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최근 연구에서 지적됐다”고 말했다.홍은심 헬스동아 기자 hongeunsim@donga.com}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 판막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이렇게 심장 출구가 막히면 호흡곤란, 가슴 통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장판막 질환은 75세 이상 고령자 10명 중 3명에서 발견될 만큼 흔한 질환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심장질환은 지난 10년간 암에 이어 국내 사망 원인 2위로 꼽혀왔다. 그러나 암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기 전까지 별다른 자각이 없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중희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진단과 최신 치료법, 중증 심혈관질환 치료에서 지역 거점병원의 역할까지 자세히 알아봤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나이가 들면서 심장판막이 퇴화하고 석회화되면서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다. 류머티즘성 판막 질환이나 과거 염증성 질환의 후유증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호흡곤란, 흉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 발현 후 2년 내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의 약 50%가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될 만큼 치명적인 질환이다. 돌연사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응급의학적으로 ‘응급’은 치료를 지연할 경우 1∼2일 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를 의미한다. 대부분의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는 즉각적인 응급 처치는 필요하지 않지만 무증상 환자라도 갑작스럽게 심부전이나 쇼크가 발생한다면 응급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이 있더라도 전신 상태가 안정적이라면 정해진 치료 시점에 따라 계획적으로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대부분은 호흡곤란, 가슴 통증, 실신 등 세 가지 주요 증상이 나타나 검사를 받는 과정에서 진단된다.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 검사 중에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도 많다. 심장 초음파 검사가 주된 진단 방법으로 활용된다. 판막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적 이상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효과적인 검사다. 숙련된 의료진의 판독으로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판막 면적이 1.0㎠ 미만, 평균 압력 차가 40㎜Hg 이상, 최대 혈류 속도가 4.0m/s 이상, 이 중 하나라도 나타나면 중증으로 진단한다.”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나. “무증상 중증 환자는 3∼6개월 간격으로, 중등증 이하 환자는 6개월∼1년 간격으로 정기적인 초음파 추적 관찰이 권고된다. 증상이 동반된다면 판막 치환술이 필요하다. 치료는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수술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외과적 수술 또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 중 적절한 방식을 선택한다.” ―TAVI 시술은 어떤 것인가. “TAVI는 흉부를 절개하지 않고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 기구를 삽입해 좁아진 판막 안에 새로운 인공 판막을 위치시키는 방법이다. 판막이 심장에 도달하면 정확한 위치에서 서서히 펴지며 기존 판막을 옆으로 밀어내고 자리를 잡는다. 새 판막은 스텐트 구조로 고정되며 정상적인 혈액 흐름을 유지한다. 이 과정은 엑스레이 영상 유도하에 정밀하게 이뤄진다. 기존 수술과 비교했을 때 신체 부담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특히 고령 환자나 고위험군 환자에게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공판막은 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나. “TAVI에 사용되는 판막은 생체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석회화나 혈전 형성 등으로 기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기존 판막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고 새 판막을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고령 환자가 많다는 점에서 수술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는 기존 판막 안에 새로운 판막을 삽입하는 ‘판막 내 판막 시술’이 활용되고 있다.” ―TAVI 시술의 효과는 어떤가. “국내는 아직 10년 이상의 장기 추적 데이터를 전국 단위로 확보하진 못했다. 하지만 주요 기관별로는 중장기적인 임상 결과가 있다. 해외는 10년 이상 추적한 다수의 임상 연구를 발표했다. 대표적인 게 ‘NOTION trial’로 수술 치료와 자가 확장형 판막을 사용한 TAVI 시술을 받은 저위험 환자를 10년간 추적 관찰한 임상 연구다. 비교 결과 전체 사망률과 심부전으로 인한 재입원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혈류 역학 지표(심장 초음파로 측정한 압력 차 등)는 TAVI가 수술보다 더 우수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최근 저위험군 환자에 대한 자가 확장형 판막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5년 차 데이터가 공개됐는데 압력 차 지표에서 TAVI가 수술 대비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술 후 합병증도 있나. “대표적인 합병증은 시술 부위 출혈과 전도 장애(방실 차단)가 있다. 출혈은 대퇴동맥 삽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시술자의 숙련도에 따라 발생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일반적으로는 1%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도 장애는 인공판막이 심장의 전기신호 전달 부위를 자극할 경우 발생하며 일부 환자(5∼10%)는 박동기 삽입이 필요할 수 있다. 드물지만 치명적인 합병증으로는 대동맥 파열이 있으며 시술 전 컴퓨터단층촬영(CT) 평가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TAVI는 모든 병원에서 시술 가능한가. “TAVI 시술은 고난도 중재 시술로 분류된다. 심장내과뿐만 아니라 흉부외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 다학제적 협진이 필수다. 일정 건수 이상의 시술 경험과 기반이 요구되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 3차 의료기관에서 시행되고 있다. 다만 심장 특화 역량이 있는 일부 2차 병원에서는 예외적으로 시행되는 사례도 있다.” ―강원 지역 환자의 특징이나 치료 접근성은 어떤가. “강원도는 고령 인구 비율이 높고 지역이 넓어 병원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 때문에 증상이 있음에도 치료 시기를 놓치고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 내원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지역 환자가 더욱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협진 시스템과 진료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많은 환자가 장거리 이동 없이 양질의 시술을 받고 있다. 우리 병원은 지역 내 유일하게 TAVI의 독립 시술 여건과 역량을 갖추고 있는 3차 의료기관이다. 1·2차 의료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강원 지역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현재 총 75개 의료기관과 협약을 맺은 공공 의료 네트워크의 핵심축이다. 진료 의뢰·회송, 공동 진료, 기술 자문과 교육을 통해 강원 지역 내 의료 전달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보건의료 시스템의 안정성 제고에 이바지한다.” ―마지막으로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나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예후가 좋은 질환이다. 최근에는 시술 방법이 다양화되고 고위험군뿐 아니라 비교적 건강한 고령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졌으니 증상이 의심되면 미루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길 권한다.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도권까지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더라도 본원에서 충분히 고난도 치료가 가능하므로 하루빨리 내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