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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 치우며 새로운 ‘황금의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18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은 전날보다 0.8% 오른 온스당 1258.30달러로 거래를 마감하며 이틀째 사상 최고가를 이어갔다. 심리적 한계선인 온스당 1250달러를 훌쩍 뛰어넘으며 장중 한때 1263.70달러까지 올랐다. 이런 금값 추이는 다른 금속 가격의 오름세도 부추겨 은과 백금, 팔라듐 등도 2% 안팎의 상승세를 보였다. 금값은 올해 1월 이후 현재까지 12% 오른 상태.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서 몇 주 안에 금값이 13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값이 2011년까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향후 6개월 안에 1275달러, 2011년에는 13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목표 가격을 제시했다. 지금처럼 왕성한 금 매수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말까지는 1400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왜 금값이 이렇게 오르는 걸까. MF글로벌의 톰 폴리키 상품거래 담당 분석가는 “글로벌 경기 회복이 난항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이 위험 투자를 회피하는 대신 안전자산인 금 투자를 도피처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17일 발표된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예상 밖으로 하락했고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등 경기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잇단 재정위기와 이로 인한 금융위기 여파도 심상치 않다. ‘더블딥’ 가능성과 함께 각국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상태를 유지하는 대신 출구전략은 연기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확산됐다. 미국의 경제전문 케이블채널인 CNBC는 19일 금값이 오르는 3대 이유로 (화폐가치 하락에 대한) 공포와 저금리, 중국을 제시했다. 특히 인플레이션이 아닌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시점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각국 정부가 디플레를 막기 위해 돈을 계속 찍어내고, 그 결과 화폐는 쓸모없는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금 선호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 엄청난 외환보유액을 확보한 중국이 금 투자 비중 확대를 잇달아 시사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아랍에미리트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 타워를 올려다보다 점심마저 놓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IBM 연구실.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Jeopardy)!’와 똑같이 꾸며놓은 세트장에서 퀴즈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모의 퀴즈쇼 참가자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버저를 누르고 ‘부르즈 두바이’(현 부르즈 칼리파)라고 답한 응답자는 IBM이 개발 중인 슈퍼컴퓨터 ‘왓슨’이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미래 인공지능(AI) 컴퓨터 시대를 열어갈 새 기대주”라며 왓슨을 상세히 소개했다. 왓슨은 IBM이 과거 선보인 슈퍼컴퓨터 ‘딥블루’의 후계자 격. 딥블루는 1997년 러시아의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맞붙은 체스 경기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연산 규칙과 논리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게임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 사례였다. 하지만 왓슨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말을 이해하고 때로 불규칙적인 언어의 흐름에 맞춰 명확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너무 어렵다”며 인공지능의 성역처럼 여기는 분야다. ‘제퍼디’만 해도 위트가 섞인 단편적인 특징이나 은유적, 암시적 단서만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도 해답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왓슨은 이 퀴즈쇼의 모의 진행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 6번의 게임 중 4번을 우승했다. 지난 3년간 백과사전과 성경에서부터 우화, 민속자료까지 수백 만 장의 정보를 입력받아 쌓아놓은 결과다. IBM은 왓슨이 딥블루보다 현실에서 효용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펌이 넘치는 정보와 서류 속에서 의뢰인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대한 답을 긴급히 찾아내야 할 때 왓슨이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퀴즈쇼 실험에서 왓슨은 때로 어이없는 답변을 내놔 연구진을 박장대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왓슨은 이르면 올가을에 실제 제퍼디에 출연해 경쟁자들과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왓슨 연구를 이끄는 IBM의 데이비드 페루치 수석 매니저는 “왓슨이 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7, 8초 걸린다”며 “1초 안에 본능적으로 버저를 누르는 인간이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위험이 계속되고 있다”며 2008년부터 한시적으로 취해온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1년 더 연장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5일 백악관 성명 및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한반도에서의 핵분열 물질 확산 위험이 미국 안보와 외교정책에 이례적이고 특별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국제비상경제권법에 따라 26일 시한이 종료되는 대북 경제제재를 1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 법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특정 국가를 제재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 대북제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6년 6월 26일부터 시행해온 것. 당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 프로그램 신고 등 비핵화 조치를 취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과 적성국교역법 적용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국제비상경제권법에 따른 행정명령을 통해 자산동결 등 일부 제재는 유지했다. 이번 결정으로 기존에 동결된 미국 내 북한 자산은 계속 동결되며 미국인의 북한 국적 선박에 대한 소유 및 운행, 임대차 및 보험 계약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대통령은 작년 6월에도 이 같은 제재조치 시한을 1년 늘린 적이 있다. 벤저민 창 미 국가안보회의(NSC) 부대변인은 “북한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하기 위해 적절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전쟁과 내란 기근 등으로 집을 잃은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14일 발표한 난민보고서에 따르면 국경을 넘은 1520만 명의 난민을 포함해 지난해 집을 잃고 타지를 떠도는 사람이 4330만 명으로, 1990대 중반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자국 내에서 고향 집을 잃고 내쫓긴 사람이 2710만 명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반면 자기가 살던 집으로 돌아간 사람은 2004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25만1500여 명만이 귀환했고, 나머지는 여전히 다른 지역이나 나라를 떠돌며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헤스 고등판무관은 “수단이나 이라크처럼 분쟁이 해결되는 듯했던 나라들의 상황이 여전히 정체 상태”라며 “특히 지난해엔 귀환한 난만 수가 20년 내 최악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의 경우 탈레반 정권이 축출된 지 1년이 지난 2002년부터 현재까지 고작 530만 명만이 귀환에 성공했다. 첫해에는 200만 명이 돌아갔지만 2008년에는 27만5000명, 지난해에는 5만7000명으로 귀환자 수가 현저히 감소했다. 치안 상황이 불안할뿐더러 집을 포함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프라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말리아와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콜롬비아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볼커 투어크 UNHCR 보호담당 이사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충돌 때문에 난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의 난민이 한 번 난민이 되면 5년 이상 계속되는 ‘난민 장기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민족 분규로 촉발된 키르기스스탄의 유혈충돌 사태가 격화되면서 사실상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13일 키르기스스탄 보건부와 AP통신에 따르면 10일 저녁 남부 오슈 시에서 키르기스계와 우즈베키스탄계 청년들이 유혈 충돌해 현재까지 최소 100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부상했다. 한 카지노에서 시작된 양측의 충돌이 대규모 폭동으로 이어지면서 이날도 도시의 건물과 차량 상당수가 화염에 휩싸였고 거리 곳곳에서는 총성이 오갔다. 피로 물든 시신들이 거리에 나뒹구는 장면도 CNN방송에 포착됐다. 오슈 시민들은 “도시 전체가 불타고 있다”며 “여기는 전쟁 상황”이라고 전했다. 오슈의 소요는 남부도시 잘랄아바트를 비롯한 인근 다른 지역은 물론 북부의 수도 비슈케크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AP와 AFP통신 등은 주변 마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다른 지역의 키르기스계 청년들이 무장한 채 남부 지역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자 오툰바예바 수반이 이끄는 키르기스스탄 과도정부는 잘랄아바트 및 인근에 국가 비상사태와 24시간 통행금지 조치를 선포하고 폭도에 대한 군과 경찰의 발포를 허용했다. 또 다른 지역에 주둔 중이던 군대 일부를 남부로 이동시켰다. 정부는 포고령을 내리고 “확산 일로인 폭력과 약탈 대학살을 막아야 한다”며 무기사용 승인 배경을 밝혔다. 오툰바예바 수반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군사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군대를 투입할 계획은 없다”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키르기스스탄 남부는 전체 550만 명의 국민 중 15%를 차지하는 우즈베크계와 키르기스계의 갈등이 계속돼온 지역이다. 더구나 올해 4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축출된 쿠르만베크 바키예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여서 정권교체 이후 정정 불안 수위가 높아졌다. 우즈베크계는 임시정부를 지지하는 반면 키르기스계는 바키예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전문가들은 과도정부 수립 후 이 지역에서의 내전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 오툰바예바 수반은 “바키예프 세력이 뒤에서 소요를 조장했다”며 비난했고, 벨라루스에서 망명 중인 바키예프 전 대통령은 “과도정부의 무능함이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맞섰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우즈베크 여성과 어린이 등 3만2000여 명은 우즈베키스탄 국경지역으로 피신하고 있다. 대규모 피란 행렬에 휩쓸린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인권 전문가를 현지에 급파했다. 키르기스스탄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은 특히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북유럽의 부국 핀란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이로써 핀란드는 유로존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진 더블딥 상태가 됐다. 9일 AFP통신과 BBC방송에 따르면 핀란드 통계청은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0.2% 하락한 데 이어 2분기 연속 GDP가 줄어든 것. 핀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4월부터 2009년 6월까지 마이너스 성장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3분기(7∼9월)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노키아를 비롯한 휴대전화와 종이 등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가 세계 무역량의 감소 및 최근 그리스발 유럽 경제위기 등으로 다시 타격을 받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바뀌었다. 핀란드의 올 1분기 수출규모는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2%, 이전 분기(지난해 4분기)에 비해서는 11%나 줄었다. 다만 수출의 부가가치는 높아지는 추세여서 4월 수출로 얻은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7% 늘어난 44억 유로에 달했다. 이는 2008년 11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핀란드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25%, 내년에는 2%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핀란드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8% 가까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뒤 올해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해외 수요가 붕괴된 점을 감안할 때 이 전망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핀란드 한델스방켄의 티나 헬레니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연속 감소세는 실망스럽고 놀랍다”며 “소비가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국가경쟁력에서 지난해 6위에 오른 나라다. 재정 건전성도 좋아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지난해 44%로 유럽연합(EU) 규정인 60%보다 낮고, 정부 채무비율도 EU의 재정적자 상한선인 3%를 밑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 멕시코 만 원유 유출을 야기한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유정에 뚜껑을 씌우는 작업을 마쳤다고 영국 BBC방송이 4일 보도했다. 이 작업은 원유가 유출되고 있는 손상된 파이프를 잘라낸 뒤 원유 분출을 막기 위해 해저 유정에 설치된 분출 방지기에 깔때기 모양의 뚜껑을 덮어 원유를 해상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원유와 가스가 불규칙하게 분출되고 있어 이 작업이 실제로 성공했는지는 작업 후 48시간이 지나 봐야 안다고 BBC는 전했다. BP는 8월까지 감압 유정 2개를 파 유정의 압력을 낮추기 전까지 완벽하게 원유 유출을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해안 경비대도 이 작업은 임시방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P는 앞서 유정의 분출 방지기 내부 파이프에 원유보다 무거운 고체 폐기물 및 점토 성분을 투입해 원유 유출을 차단하는 ‘톱 킬(top kill)’ 방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BP는 지금까지 이번 사고로 인한 비용이 9억9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미 연방정부는 방제 작업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이날 6900만 달러(약 830억 원)를 1차로 BP에 청구했다. 정부는 원유유출 사고와 관련된 방제작업 및 어민 피해보상 등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BP 측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 만 피해 현장을 3번째로 방문할 예정이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월드컵 경기가 벌어질 때 한국인들은 (TV 앞에서) 일상을 멈출 필요가 없다. 휴대전화의 모바일TV로 축구 경기를 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방송사와 통신사업자들이 모바일TV 시장 진출에 뒤늦게 뛰어드는 상황에서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31일 한국을 이 분야의 앞서가는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유럽이 모바일TV 서비스에 뒤처진 실태 등을 보도하면서 한국의 사례를 먼저 언급했다. 한국은 무료 모바일TV 시청이 일상화된 지 벌써 5년이 지났으며, 인구의 56%인 2700만 명이 현재 이를 정기적으로 시청한다는 것. 한국이 이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과 동남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남미 등도 속속 이에 가세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8000만 명에 이르는 휴대전화 사용자가 모바일TV를 시청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술표준과 콘텐츠 사용허가 등의 문제가 모바일TV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익 저하를 우려한 통신사업자들이 무료 모바일TV 서비스에 소극적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TV 인기가 치솟자 사업자들이 통신 가입자를 유지하기 위해 최근 이 서비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폭스와 NBC, 허스트, 콕스미디어 등 12개 방송사와 프로그램 제작사는 최대 1억5000만 명의 휴대전화 가입자에게 모바일TV를 제공해줄 조인트 벤처를 4월 설립했다. 5월에는 스프린트와 9개 방송사가 휴대전화와 넷북, 휴대용 DVD 플레이어를 통해 볼 수 있는 모바일TV 시험방송을 시작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 멕시코 만 원유 유출 규모가 1989년 알래스카 연안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엑손발데즈호 사건 당시의 유출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27일 뉴욕타임스와 AP통신은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지금까지 멕시코 만에서 유출된 원유가 약 1900만 갤런(7200만 L)으로 엑손발데즈호에서 유출됐던 1100만 갤런(4200만 L)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가장 낮게 계산해도 1800만 갤런으로 미 사상 최악의 규모다. 과학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따졌을 경우 유출 규모가 3900만 갤런(1억4800만 L)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했다.두 팀으로 구성된 정부 내 과학자들은 현재까지 바다 표면으로 흘러나온 기름의 양, 원유 유출 지점에서 촬영한 비디오 판독 결과, 컴퓨터 모델링 수치 등을 종합해 하루 원유 유출량을 1만2000배럴에서 최대 1만9000배럴로 추산했다. 이는 미 해양대기청(NOAA)에서 내놨던 수치(하루 5000배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이다.이런 조사 결과가 나오자 정부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는 비판이 급속히 고조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석유업체 BP에만 책임을 돌리면서 신속한 대응에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질타도 쏟아졌다.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 엄청난 ‘대재앙’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며 유출을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도록 하는 것은 나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멕시코 만 원유 유출을 막을 전문가와 기술을 보유하지 못해 BP에 의존해 왔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또 유출량 등에 대한 BP의 정확한 정보 제공 및 유출 차단 시도를 충분히 압박하지 못한 것도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지난달 20일 사건 발생 이후 멕시코 만을 방문했던 그는 28일 현장을 다시 찾아 사건 관계자들과 대책을 논의한다.BP는 원유 유출 구멍을 막기 위해 시도 중인 ‘톱 킬(top kill)’ 방식을 최소 24시간 이상 더 진행할 계획이다. BP는 여기에다 타이어나 골프공 같은 고체 폐기물을 집어넣어 유출 속도를 늦추는 ‘정크 숏(junk shot)’ 방식도 병행했다고 밝혔다. BP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출을 막기 위해 투입한 비용만 9억3000만 달러에 이른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인도에서 28일 마오쩌둥(毛澤東)주의 공산반군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 사고가 발생해 최소 80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반경 인도 동부 웨스트벵골 주 콜카타를 출발해 뭄바이로 향하던 야간운행 열차가 웨스트미드나포레 지역에서 갑자기 선로를 이탈했다. 이어 선로를 이탈한 총 13량의 객차 가운데 최소 5량이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화물열차와 충돌했다. 구조 당국은 용접기를 동원해 종잇장처럼 구겨진 객차에 남은 승객의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객차 내부에는 아직 50여 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장비가 부족해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경찰은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은 ‘낙살라이트’로 불리는 마오주의자들이 장악한 외딴 시골지역이다. 경찰은 이들 공산반군을 열차 사고를 야기한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 중이다. 웨스트벵골 주의 푸핀더 싱 경찰서장은 “사고 현장에서 마오주의 민병대인 PCPA가 뿌린 전단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다만 폭탄테러에 의한 폭발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마나타 바네르지 철도부 장관은 사건 당시 큰 폭발음이 들렸다는 증언을 바탕으로 “마오주의자들이 철로를 폭파한 결과”라고 주장한 반면 경찰당국은 “반군들이 45cm 길이로 철로를 끊어버렸다”고 말했다. 1만∼2만 명으로 추산되는 인도 마오주의 공산반군은 소수민족과 빈곤층을 위해 투쟁한다며 인도 정부기관과 경찰을 공격해 왔다. 최근 정부의 경제정책과 반(反)마오주의 움직임에 맞서 산발적인 게릴라전을 펴고 있다. 인도에서 지난해 1월 이후 현재까지 반군이 연관된 폭력사태로 사망한 사람은 1300여 명. 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가장 심각한 내부 안보 위협”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들은 4월 차티스가르 주 단테와다에서 매복 공격을 감행해 경찰관 76명을 사살했고 이달 17일에는 지뢰 공격으로 버스에 탄 12명의 경찰을 포함한 36명이 목숨을 잃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58)은 세계에서 가장 바쁜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유네스코가 명칭 그대로 교육과 과학, 문화 분야를 포괄하다 보니 사무총장 업무와 관련 없는 이슈는 찾기 어려울 정도.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부터 아랍, 아프리카, 아시아까지 이르는 해외순방 일정 역시 숨찰 만큼 빡빡하다. 보코바 사무총장이 올해 한국의 유네스코 가입 60주년을 맞아 취임 후 처음으로 22일 한국을 찾았다. 그는 지난해 잠깐 한국을 찾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3박 4일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 개회식’ 참석,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행사 참석 등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24일에는 이화여대에서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한번 소실된 유산 완전복구 힘들어저개발 - 개도국서 파괴 행위 잦아獨 엘베계곡 문화유산 지정취소는안타깝지만 큰 교훈으로 삼아야그는 “유네스코가 하는 일의 중요성에 비해 그 역할이나 존재가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며 연방 아쉬움을 나타냈다. “문화유산 보존 같은 유네스코의 활동은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확대하는 데 한국 사회는 물론 동아일보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한 첫날인 22일 밤 그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한국이 유네스코 가입 60주년을 맞는다. 지금까지 문화유산 보호 등에 대한 한국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급속한 경제성장 속에 전통문화를 잃어버렸다는 평가도 있는데…. “솔직히 한국을 잘 안다고는 못하겠다. 지난해 짧았던 첫 방한 이후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물론 (나의 국적인) 불가리아의 절인 야채와 매우 비슷한 김치를 좋아하기는 한다(웃음). 고려청자와 같은 한국 도자기에도 관심이 많다.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과 문화유산 보호 사이의 갈등은 어디서나 존재한다. 그럼에도 한국은 꾸준하고 고집스럽게 문화유산 보호에 앞장서 왔다고 본다. 특히 춤 공연 등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협력해온 점이 훌륭하다. 국제무대에서 좋은 사례로 언급될 만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천안함 사태로 안보 문제가 불거졌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을 누릴 정신적, 물질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동유럽 출신으로 냉전을 겪었기 때문에 안보 문제를 일상에서 안고 살아야 하는 상황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다. 지난해 DMZ를 방문했을 때는 베를린 장벽이 연상되기도 했다. 유네스코는 이처럼 평화를 위협하는 문제들에 대해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와 존중, 개방성을 증진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및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 외에도 많은 후보 유산들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세계문화유산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가. “이론적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문화유산 수에 제한은 없다. 기준에 맞으면 등재되기 때문에 수도 늘어나고 있다. 다만 등재 기준이나 조건 등이 계속 바뀌며, 새로운 요소들도 계속 추가되고 있다. 자연 경관 자체를 유산으로 보는 개념은 최근에 나왔다. 이에 따라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좋은 유산이 있더라도 등재 신청할 능력조차 없는 국가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있다.” ―한 나라의 유산을 다른 나라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의 경우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를 놓고 프랑스 정부와 계속 갈등을 빚어 왔다. “그것은 서로의 입장이 걸린 상호분쟁(bilateral dispute)이다. 양측이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각국의 유산 소유권 싸움에서부터 더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스페인과 라틴계 국가들의 유산 분쟁까지 역사적으로 매우 복잡한 문제다. (한국과 프랑스처럼) 유사한 분쟁이 세계적으로 매우 많다.” ―유네스코는 위기에 놓인 세계유산(World Heritage in Danger)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귀한 유산들이 왜 위기를 맞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인지 설명해 달라.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문화유산협약 체결 이후 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하고 있다. 문화유산을 가진 정부가 이를 보호하거나 유지할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고, 자연 재해로 유산이 파괴되는 경우도 있다. 유산의 가치나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한 가지 요인이다. 이런 문제는 특히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가에서 많이 발생한다.” ―전 세계적으로 각종 내전과 분쟁, 기아 같은 문제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유산의 파괴도 심각해지고 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런 폐해 앞에서 유네스코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우리에게 큰 도전이 되는 문제다.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석굴의 파괴는 인류 전체에 큰 손실이었다. 우리는 유산을 지키기 위한 펀드 등을 만들어 보존과 복구에 노력해 왔다. 바미안은 물론 다른 유산에 대한 연구 및 보호, 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전쟁으로 파괴된 유산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했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는 화재가 나서 귀중한 유산이 소실됐는데 지난해 현장을 방문해 보니 유네스코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우리가 기적을 만들어낼 수는 없지만 최선은 다하고 있다.” ―유산 파괴 사례가 꼭 후진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난해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은 개발을 앞세워 유산의 가치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유네스코 사상 최초로 등재 유산 리스트에서 삭제되는 불명예를 안지 않았나. “문제는 경제발전과 유산의 보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아주 많은 경우 유산이 우리 성공의 희생양이 되곤 한다. 엘베 계곡의 사례는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지만 좋은 깨달음을 준 측면도 있다. 강에 대형 다리를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개발 논리가 유산의 가치를 앞섰다. 이런 도전에 직면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아주 많다. 전통과 현대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네스코의 첫 여성 사무총장으로 취임했다. 여성들이 문화 예술 분야에 강점을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는데…. “다른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상위 직책을 맡고 있는 지도자급 여성은 아직 소수에 그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지난해 사무총장 선거 때 강력한 여성 후보들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4차 투표까지도 당선자가 나오지 않아 총 5차례 선거를 치러야 했다. 후보 5명 중 4명이 여성이었는데 나는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었다. ‘여성이어서 뽑혔다’는 말 대신 공정하게 선출됐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취임 이후에는 사무총장보 10명 중 5명을 여자로 선임했다. 이제 남녀 비율이 같다.” ―유네스코는 다루는 분야가 광범위해서 지나치게 분산돼 있다는 비판도 받는다.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7개월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기후변화에서부터 아프리카의 남녀평등 문제, 표현의 자유까지 유네스코가 다뤄야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우선적으로 유네스코를 알리는 일에 가장 신경을 썼다.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 가치와 역할이 소통되지 않으면 영향을 미칠 수 없고, 충분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걸프 만 원유 유출 같은 사건에 대한 유네스코의 관심이 역할을 부각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침 올해는 생물다양성의 해이기도 하다. “매우 도움이 된다. 기후변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여러 가지가 복잡하게 얽힌 심층적 문제다. 유네스코는 특히 해양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환경 분야의 과학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노력해 왔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교육도 우리가 맡고 있는 주 업무다. 에너지 사용 등에서 기존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화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때로 외로움을 느끼고, 길을 잃은 듯한 혼란스러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상태에서 문화와 유산은 자신감과 자아에 대한 확신, 평화를 줄 수 있다. 유산이 담고 있는 보편적 가치, 그리고 그것이 보여주는 역사는 공동체 사회에 자존감과 정체성, 자신감을 되찾아 줄 수 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유산은 중요하다. 많은 국가에서 유산은 주요한 수입원이자 경제성장의 바탕이 된다. 브라질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의 7% 이상이 문화에서 나온다. 신흥국에서 이 비중은 매우 높다. 유네스코는 이런 점을 더 널리 알리고 확산하고자 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보코바 사무총장은 누구?불가리아 출생으로 불가리아 외교부 장관을 지냈고, 1996년 부통령 후보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프랑스와 모나코 주재 불가리아 대사 및 유네스코 상주대표부 대사 등을 지내며 30년 이상 국제관계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외교통이다. 비정부기구인 유럽정책포럼의 창립자이자 의장으로서 유럽의 통합 및 인권, 다양성, 문화 간 대화 같은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다. 모스크바 국립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메릴랜드대 행정대학원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도 수학했다. 모국어인 불가리아어 외에 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등 4개국 언어에 능통하다. 지난해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거에서 모두 5차례의 선거 끝에 치열한 경쟁을 뚫고 최초의 동유럽 출신이자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됐다.―1952년 불가리아 출생―1976년 모스크바 국립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1989년 미국 메릴랜드대 행정대학원 수료―1990년 불가리아 사회당 당원―1996∼97년 불가리아 외교장관―1997년 유럽정책포럼 창립―1999년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수료―2009년 10월∼현재 제10대 유네스코 사무총장}
유럽이 ‘신(新)금욕의 시대’를 맞고 있다. 그리스발 재정위기에 직면한 유럽 각국이 대대적인 긴축재정에 나서면서 정부와 국민 모두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민 저항이 만만치 않은 데다 향후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동결하고 삭감하고 줄이고… 영국의 보수-자민당 연정은 출범 직후 13일 열린 첫 각료회의에서 각료들의 임금 삭감에 합의했다. 각료들의 임금을 5% 삭감한 후 5년간 동결하는 방안은 앞으로 연정이 진행하게 될 대규모 긴축안의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재정위기가 심각한 이른바 ‘PIIGS(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긴축 프로그램은 “가혹하다”는 원성이 나올 만큼 강도가 높다. 이미 그리스는 이달 초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이 거액의 금융지원 조건으로 요구한 재정 감축안을 확정했다. 공무원 급여 삭감 및 연금 축소, 세수 확대 등을 통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3.6%에 이르는 재정적자 규모를 2014년까지 3% 밑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스페인은 아기 1명당 2500유로에 이르는 출산장려금 지급제도도 폐지했고, 포르투갈은 12억 유로에 이르는 도로 및 철교 건설 국책사업을 무기한 연기했다.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등도 대폭 높였다. 아일랜드도 공무원, 각료 임금을 최대 20%까지 깎아 10억 유로의 절감 효과를 노리고 있다. 재정 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은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EU 재정안정 메커니즘(7500억 유로 규모)의 지원금 부담이 가장 많은 독일은 현행 65세인 연금 수혜 연령을 67세로 높일 예정. 일부 주에서는 국립극장 등의 폐쇄도 추진 중이다. ○ 유럽 경제 ‘양날의 칼’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부 국가의 중산층 사이에서는 빈곤에 대한 두려움이 번지고 있다. 승용차를 내다파는 등 씀씀이를 확 줄이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14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는 경기침체를 불러 장기적으로 경제회복 속도를 더 늦추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시위 도중 3명의 희생자를 낸 그리스의 거센 반발이 비슷한 방식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우려할 대목이다. 이날 스페인 노조는 정부의 긴축안에 맞서 20일부터 전국적인 파업을 선언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서 보낸 유년기 시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 영화에 담길 그의 어린 시절 종교활동 등을 놓고 벌써부터 논란이 한창이다. BBC방송과 AFP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영화감독인 다미엔 드마트라 씨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오바마 대통령의 유년기를 소재로 한 영화 ‘리틀 오바마’를 찍는다고 밝혔다. 그의 저서 ‘멘텡의 소년 오바마’가 원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카르타 교외의 멘텡 지역에서 4년간 살았다. 오바마의 어린 시절 애칭인 ‘리틀 배리’ 역은 인도네시아에 사는 12세의 미국 소년이 맡았다. 영화의 제작, 배급을 담당하게 될 인도네시아 최대 영화제작사 멀티비전 측은 “영화를 국제영화제에 출품하고 해외에도 수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최대 영화제작사인 멀티비전이 제작·배급하게 될 이 영화의 개봉은 오바마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는 6월로 정해졌다. 영화에는 어린 오바마가 이슬람 성지 메카 쪽을 향해 절을 하고, 코란을 암송하는 장면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선 당시 “이슬람 문화에 뿌리를 두고 무슬림 교육을 받았다”는 보수진영의 공격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민감한 내용이 될 수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영화사 측은 “그런 장면의 포함 여부는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섰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첨단 휴대전화인 스마트폰 특허 및 지적재산권 분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애플과 노키아, 구글 등 선두권 경쟁업체들이 서로 특허침해 소송과 맞소송을 잇달아 내며 치열한 법정 대결을 벌이고 있다. 외신들은 이 같은 법정분쟁을 ‘스마트폰 특허전쟁’ ‘게릴라전쟁’ 등으로 표현하며 그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시장이 급팽창함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업체들 간 경쟁은 뜨거워지는 추세여서 관련 소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의 스마트폰 제조회사인 HTC는 13일 미국 애플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또 소송이 끝날 때까지 애플사 아이폰은 물론이고 아이팟, 아이패드의 판매까지 금지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HTC는 애플이 자사의 특허 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애플이 3월 HTC를 상대로 낸 2건의 특허침해 소송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제기됐다. 당시 애플이 특허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 혹은 축소하는 기술부터 스마트폰 센서에 포착된 주변 정보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기술까지 무려 20건. HTC 제품이 검색엔진업체 구글의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양 측의 이번 공방은 사실상 애플과 구글의 맞대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키아는 이달 초 애플을 상대로 다섯 번째 소송을 냈다. 애플이 자사의 데이터 전송과 안테나 구성 등 5개 기술을 도용했다는 것이 이유다. ITC 외에 미 델라웨어 주 연방법원에도 소송을 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 노키아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리면서 최근 스마트폰 담당 대표를 교체하는 등 전열정비에 나섰다. 애플 역시 유사한 특허침해를 이유로 노키아에 맞소송을 냈다. 이 밖에 모토로라는 블랙베리 제조업체인 RIM을 상대로 무선인터넷(Wi-Fi) 관련 등 5건의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코닥 역시 디지털 이미지 기술을 문제 삼아 RIM과 애플을 제소했다. 운영체제 브랜드를 놓고는 유명작가 집안까지 소송에 가세했다. 미국의 공상과학소설(SF) 작가 필립 K 딕의 유족은 구글의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와 스마트폰 ‘넥서스원’이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에 나오는 이름을 도용했다며 1월 구글을 제소했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원작이기도 한 이 소설에는 넥서스라는 복제인간 안드로이드가 등장한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배신자 영국, 혼자서 얼마나 잘 버티나 보자.' 영국이 그리스발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재정안정 메커니즘에 불참키로 한 것에 대해 유럽 이웃국가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2일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이 EU의 구제금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뒤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이 참여를 거부한 것은 EU의 재정안정 메커니즘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4400억 유로의 재정안정 기금. 16개 유로존 국가 외에 비(非)유로존 국가들은 자발적인 참여 형식으로 재원을 분담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유로통화 도입 반대여론이 높은 스웨덴은 물론 폴란드 같은 동유럽 소국까지 모두 11개 비유로존 국가들이 여기에 참여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런데 막상 유럽의 금융허브를 자처해온 영국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의 장 피에르 쥬이에 전 유럽담당 장관이자 현 금융서비스위원회 회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영국 혼자 잘 살아 보라. 유로존의 이웃을 무시한 영국은 문제에 부딪혀도 신만이 도울 것이다"며 저주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투기꾼들의) 다음 타깃은 영국이 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의 단결을 보여주지 않는 영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고 힐난했다. "유럽은 유로존과, 비유로존이지만 유로를 이해하는 국가들, 그리고 영국의 셋으로 나뉜다"고 냉소하기도 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 관계자들은 영국이 그리스발 금융위기에 타격받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파운드화가 다음 공격 대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하지만 영국이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EU는 물론 이웃 국가들에 도움을 청해서는 안 된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독일 일간지들은 "영국은 금융위기가 섬나라만 피해갈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고 비꼬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신임 총리의 친구이기도 한 프레드릭 라인펠드 스웨덴 총리는 EU 구제금융 불참에 대한 영국의 입장을 바꾸라고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안데르스 보르그 스웨덴 재무장관은 "유럽의 금융 중심인 영국이 불참하는 재정안정 시도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며 "(대륙의) 금융위기에 런던 증시가 타격받는 데는 며칠도 안 걸린다"고 말했다. 영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GDP 대비 12%로 그리스보다 높은 것은 물론 유럽 최고 수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등이 영국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EU도 최근 "새 영국 정부의 최대 시급현안은 재정적자 감축"이라며 영국 재정적자 위기를 경고했다. 영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찰스 그랜드 유럽개혁센터(CER) 이사는 "사람들이 영국에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며 "영국이 동맹을 잃으면 향후 EU의 헤지펀드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7500억 유로(약 1083조 원)에 이르는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이 아시아의 경기 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등 아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거대 구제금융으로 흘러넘치게 될 자금이 아시아의 자산 거품을 위험수준까지 부풀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발 금융위기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이 예상보다 심각한 인플레이션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초저금리 정책 기조는 이미 아시아의 자산가격 급등에 일조했다. 여기에 EU의 재정안정 메커니즘 및 미국 유럽 간 통화 스와프 협정이 가동되면 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될 개연성이 높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부터 국채 매입을 시작했다. HSBC의 프레드릭 뉴먼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해법은 아시아 문제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해 3월의 24.2%보다 6.3%포인트 더 늘었다. 소비자물가지수도 계속 오름세다. 인도네시아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였는데도 1분기 경제성장률이 5.7%에 이른다. 인도와 호주는 경기 과열 우려 때문에 최근 연달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유럽 은행들이 아시아에 거액을 대출하거나 투자해 놓은 점도 문제를 가중시킬 요인으로 꼽힌다. 유럽 은행들의 아시아(일본 제외) 대출 규모는 1조1000억 달러로 미국(3560억 달러)이나 일본(2230억 달러)보다 많다. 유럽에 풀린 돈이 이 금융 연결고리를 통해 수익성 높은 아시아 시장에 대거 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약세인 유로를 싼 값에 빌려 아시아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유로 캐리 트레이드’ 가능성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10일 보고서에서 “아시아는 너무 많은 투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며 “글로벌 자금의 유입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자산 거품 등으로 중앙은행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은 출구전략을 미룬 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상당수 아시아 정부의 향후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재정위기에 처한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가격은 EU의 재정안정 메커니즘 구축 소식에 힘입어 급등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유럽연합(EU)의 파격적인 조치는 ‘충격요법(shock and awe strategy)’을 통해 그리스발(發) 금융위기가 불러올지 모르는 유로존의 붕괴를 막겠다는 메시지다.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EU 재무장관회의는 ‘그리스 전염’을 막아야 한다는 데에는 의견동의가 이뤄졌으나 구체적인 지원시스템의 시행 방안을 놓고 의견이 갈려 회의 시작 11시간이 지난 다음 날 오전 2시가 돼서야 합의안이 도출됐다. 합의안에 따르면 16개 유로존 국가는 4400억 유로 규모의 ‘유럽안정화기금’을 조성하고 특별 전담기구도 둔다. 3년 기한인 이 기금은 재정위기 국가가 요청을 할 경우 차관뿐 아니라 채무보증 형식으로 지원된다. EU 집행위원회가 운영해 온 기존 5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안정 지원기금도 600억 유로를 추가로 더 늘린다. 지원대상국도 헝가리 라트비아 루마니아 등 비(非)유로존 국가에서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로존 국가까지 확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또 EU 지원 규모의 절반에 이르는 최대 2500억 유로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조성된 총 7500억 유로의 지원금 운용 방식과 절차는 최근 그리스에 적용된 구제금융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EU 관계자는 “회원국 의회 승인 등 필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회원국들이 신속하게 진행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안데르스 보르그 스웨덴 재무장관은 “시장이 늑대 떼(투기세력)에 집단공격을 받고 있다”며 “약한 국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한편 유럽중앙은행(ECB)도 채권시장 개입을 결정했다. ECB는 성명을 내고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유로존의 공공 및 민간 채권시장에 개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흘 전만해도 ECB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가 “채권 매입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극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 ECB의 국채 매입은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때문에 강한 거부반응을 보여 온 최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위기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장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유럽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미국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ECB 및 영국 스위스 등 유럽국가와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익명의 한 미국 고위 관리는 “유럽이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한 만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이를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그리스 재정위기가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로 확산될 경우 아직 불안한 미국의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통화스와프 협정은 미국이 그리스발 금융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의 유럽증시는 강한 반등세를 보였고 아시아증시도 최대 3% 가까이 상승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영국은 왜 대출보증 거부했나달링 英재무 “EU 일원이지만 유로존 국가 아니다”▼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무려 11시간 동안이나 진통을 겪은 까닭은 영국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영국은 다른 회원국들의 압력에 밀려 전반적인 구제금융 기금 설립에는 동의했으나 ‘구제금융 메커니즘’ 중 한 부분인 4400억 유로에 대한 대출 보증에는 끝내 참여를 거부했다. 비유로존 국가라는 게 이유였다.앨리스터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BBC방송에서 “이번 합의는 유럽을 위한 매우 훌륭한 결정”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비(非)유로존 국가까지 보증의무를 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발을 뺐다. 영국은 EU의 일원이기는 하지만 유로존 국가는 아니다.달링 장관은 6일 끝난 영국 총선에서 과반 의석 정당이 없는 ‘헝(hung) 의회’ 상황인 점을 고려해 보수당 및 자유민주당과 사전 협의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유로화 안정을 책임져야 하는 주체는 유로존 국가들이지 영국이 아니라는 데 영국 내 모든 정당이 만장일치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한편 더타임스는 영국이 대출보증 의무에서 자유로워지긴 했지만 구제금융 기금 설립에는 동의했기 때문에 향후 EU 회원국들의 채무 불이행(디폴트) 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지게 될 부담금액은 기존 70억 파운드에서 150억 파운드로 확대된다고 전했다.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450억 유로의 구제금융으로 그리스는 2011년 초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엔? 이 자금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를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시장의 답변은 ‘아니요(no)’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 및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에 대해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한 시장의 반응이다. 거액의 지원금이 수혈될 예정인데도 그리스 국가부도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 속에 유로화의 존폐 여부까지 거론된다.○ 급한 불은 껐는데… 23일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 발표 직후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잠시 급락세를 보였으나 다시 반등해 10.23%까지 올랐다. 22일 최고치(10.56%)에 근접한 수치다.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8.67%로 소폭 하락에 그쳤다. 이는 구제금융이 시간벌기용 땜질 처방일 뿐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그리스의 빚 규모와 증가 속도 때문에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럽신용관리(ECM)’의 로스 팸필런 대표는 “이번 지원은 치료가 아니라 반창고를 붙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리스 정부는 일단 85억 유로의 외채 만기가 도래하는 다음 달 19일 이전에 IMF와 EU의 자금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MF와 EU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 달 6일까지 구체적인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면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각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이를 통과시키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독일 등에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질 경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소지도 있다. 회원국 중 가장 많은 84억 유로를 부담해야 하는 독일은 5월 9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 부담을 우려하는 유권자들의 반발에 직면한 상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독일이 지원을 거부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스 내부 잡음도 시끄럽다. 그리스 노조는 IMF가 정부보다 더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자 “다음 달 초 또다시 대규모 파업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유로존과 세계경제 또다시 흔들? IMF와 EU가 나섰는데도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는 유로존은 물론이고 세계경제를 흔드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25일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향후 주요 20개국(G20)의 경제전략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우려한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24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 등과 만난 자리에서 “조속한 금융구제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IMF는 그리스의 요청에 신속하게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소위 ‘PIGS’ 국가로 확산되면 유로존이 붕괴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스페인은 그리스가 아니다”라며 여파 차단에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유로화는 지난 5개월간 달러 대비 12% 하락한 상태.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유로화가 공중 분해될 수도 있다”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그리스가 경제 회생에 실패할 경우 유로존에서 탈퇴시켜야 한다는 강경론도 여전하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과장된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사악하고 음흉한 웃음,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 내레이션과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배경음악….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애니메이션으로 후보의 ‘아바타’를 만들어 약점을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악의적인 광고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서 급속히 퍼지는 이런 정치광고가 앞으로 새로운 장르로 자리 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이베이 최고경영자(CEO)였던 공화당의 멕 휘트먼 후보(여)를 묘사한 정치광고(사진)가 대표적이다. ‘메가타’로 불리는 이 광고에서 휘트먼 후보와 똑같이 생긴 아바타는 자신의 고급 전용기 앞에서 잇몸을 드러내는 천박한 웃음을 지으며 재력을 자랑한다. 억만장자인 그가 민주당의 제리 브라운 후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3050만 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고, 개인자금도 3900만 달러나 쏟아 부은 것을 비꼰 내용이다. 휘트먼 후보에 반대하는 민주당 인사들과 노조 관련 단체에서 제작했다. 상원의원 자리를 노리는 HP CEO 출신의 칼리 피오리나 후보 진영이 내놓은 광고는 더 섬뜩하다. 경쟁 후보인 바버라 박서 상원의원의 아바타를 풍선처럼 부풀어서 미 전역을 떠다니는 모습으로 그렸다. 7분이나 계속되는 이 광고에서 박서 의원의 뚱뚱한 아바타는 미 전역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사람들을 위협하는 암적 존재로 묘사된다. 음산한 음향효과 속에 내레이션은 “박서 의원은 세금을 뜯어가는 위선자”라는 비난을 반복한다. 이런 광고들은 유튜브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 오르자마자 조회수가 급증하며 누리꾼의 관심을 모았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한 정치광고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제작할 수 있는 데다 경쟁 후보의 생김새나 행동 전력(前歷)을 심술궂게 묘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거운동원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뿐만 아니라 케이블TV 등에서도 방영돼 전파 속도가 빠르다. ‘캠페인 미디어 연구그룹’의 에번 트레이시 대표는 “정치광고의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아메리칸드림을 되찾고, 역사를 만들고, 진보를 이뤄내는 데 동참하기를 촉구합니다. 한 표를 행사해 주십시오.” 미국의 역사적 건강보험 개혁안이 통과되기 직전, 하원의원들을 상대로 마지막 연설을 마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펠로시 의장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다음으로 건보 개혁안 통과에 가장 많이 기여한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스킨십을 앞세우는 특유의 정치적 수완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개혁안을 밀어붙여 최대 정치적 승자로 떠올랐다. CNN 방송은 “펠로시 의장이 워싱턴의 강력한 실세이자 ‘딜 메이커(deal maker)’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민주당의 내부 분열로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의원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 하는 히스패닉과 흑인 의원들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반대파들을 설득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는 사이 민주당의 결속을 위한 ‘집안 단속’을 도맡다시피 한 것. 올 초 민주당이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여론을 돌리기 위해 축소된 수정안을 제안했을 때는 “이게 애들 장난인 줄 아느냐”고 냉소하며 단칼에 거부하기도 했다. 그 대신 “민주당 의석을 가장 많이 확보한 지금 해내지 못하면 영원히 못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격려했다. 신념을 바탕으로 정책을 이끌어낸 그를 보고 애나 에슈 의원은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 뒤에서 강철같이 버텨주었다”고 했고, 스테니 호이어 원내대표도 “이번 성공을 위해 가장 많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브루킹스연구소 토마스 만 연구원은 “펠로시 의장은 근대사의 가장 힘 있고 능력 있는 하원의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미국인 37% “건보개혁하면 내게 불리”민주당, 11월 중간선거 역풍 맞을수도21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개혁법안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승리’로 분석되고 있지만 앞으로 정치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는 논란이 적지 않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11월로 다가온 중간선거 등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되레 ‘정치적 대가’를 치를 여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타임스는 “21일 하원에서 가결된 건보개혁안을 둘러싸고 장기적인 정치적, 법적 공방이 전개됨에 따라 이 논쟁이 제2라운드에 들어가게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건보개혁을 주도한 민주당과 이에 반대한 공화당 간에 극한 당파적 대립이 계속될 것이며 이 논쟁은 11월 중간선거를 넘어 각 주 의회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다음 대통령 선거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건보개혁을 단독 처리하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점에서 ‘정치적 대가’를 치를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사회보장이나 고령층에 대한 정부의 의료지원(메디케어) 도입과는 달리 이번 건보개혁이 공화당의 완전한 반대 속에 단독 처리됐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근현대사를 통틀어 주요 법안 통과 과정에서 공화당의 찬성표를 단 1표도 얻지 못한 사례가 없었다고 지적한 대목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아픈 부분. 애초 초당적 협력을 통해 최선의 개혁안을 이끌어 내겠다는 약속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도 건보개혁안 통과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미국인은 28%에 그친 반면에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응답은 37%에 이르렀다. 건보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중간선거뿐 아니라 법정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지니아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3개 주 법무장관들은 ‘모든 국민이 보험에 가입할 것을 요구한다’는 법안의 내용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으로서는 걱정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모든 국민에게 건강보험의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기본 취지가 순수하고 실제로 제도를 시행해 보면 과거의 방식에 비해 오히려 많은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특히 34명이 당론과 달리 지역구의 사정이나 개개인의 판단에 따라 소신투표를 했고, 의회와 행정부가 건보개혁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