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vs 인간… 퀴즈대결 승자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IBM인공지능 슈퍼컴 ‘왓슨’ 올가을 퀴즈쇼서 한판 승부

“아랍에미리트에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이 타워를 올려다보다 점심마저 놓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의 IBM 연구실.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Jeopardy)!’와 똑같이 꾸며놓은 세트장에서 퀴즈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모의 퀴즈쇼 참가자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사이 버저를 누르고 ‘부르즈 두바이’(현 부르즈 칼리파)라고 답한 응답자는 IBM이 개발 중인 슈퍼컴퓨터 ‘왓슨’이었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미래 인공지능(AI) 컴퓨터 시대를 열어갈 새 기대주”라며 왓슨을 상세히 소개했다. 왓슨은 IBM이 과거 선보인 슈퍼컴퓨터 ‘딥블루’의 후계자 격. 딥블루는 1997년 러시아의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와 맞붙은 체스 경기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연산 규칙과 논리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게임에서 컴퓨터가 인간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 사례였다.

하지만 왓슨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말을 이해하고 때로 불규칙적인 언어의 흐름에 맞춰 명확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너무 어렵다”며 인공지능의 성역처럼 여기는 분야다. ‘제퍼디’만 해도 위트가 섞인 단편적인 특징이나 은유적, 암시적 단서만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일반인들도 해답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왓슨은 이 퀴즈쇼의 모의 진행에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 6번의 게임 중 4번을 우승했다. 지난 3년간 백과사전과 성경에서부터 우화, 민속자료까지 수백 만 장의 정보를 입력받아 쌓아놓은 결과다.

IBM은 왓슨이 딥블루보다 현실에서 효용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펌이 넘치는 정보와 서류 속에서 의뢰인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대한 답을 긴급히 찾아내야 할 때 왓슨이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아직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퀴즈쇼 실험에서 왓슨은 때로 어이없는 답변을 내놔 연구진을 박장대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왓슨은 이르면 올가을에 실제 제퍼디에 출연해 경쟁자들과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왓슨 연구를 이끄는 IBM의 데이비드 페루치 수석 매니저는 “왓슨이 답을 이끌어내는 과정은 7, 8초 걸린다”며 “1초 안에 본능적으로 버저를 누르는 인간이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