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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김녕굴 용천동굴, 수원화성, 공주 송산리고분군, 안동 하회마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공연, 탐방, 전시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만나는 세계유산축전이 내년 8∼10월 △제주 △경기 수원화성 △백제역사유적지구(공주 부여 익산) △안동 등 전국 4개 지역에서 열린다. 올해 처음 시작한 세계유산축전은 인류의 자산인 세계유산의 가치를 다 함께 누리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한국의 서원(도산서원 소수서원 남계서원 등 9곳), 경주역사유적지구까지 모두 3개 지역에서 7∼9월 열렸다. 내년 행사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 각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마련한다. 제주는 ‘생명의 순환’을 주제로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에서 10월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행사를 진행한다. 평소 공개하지 않는 벵뒤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을 행사 기간에만 만날 수 있다. 이들 동굴을 돌아보는 특별탐험대를 꾸리는 한편 전시 및 아트프로젝트도 준비할 계획이다. 경북 안동에서는 하회마을 도산서원 병산서원 봉정사에서 ‘수용과 창의’를 주제로 9월에 행사를 연다. 슬로건은 ‘안동이 만든 세계유산, 미래를 만드는 인류가치’.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길게 늘어놓은 줄불에서 떨어지는 불꽃을 보고 음악과 함께 즐기는 선유줄불놀이를 한다.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은 야간 개방을 하고 서원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공주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 부여 정림사지와 능산리 고분군,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으로 구성된 백제역사유적지구에서는 ‘찬란한 유산, AGAIN 백제로’를 주제로 8월에 전통 공연과 첨단 기술을 융합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드론 퍼포먼스, 창작뮤지컬, 창작가무악극, 합창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공주선학리지게놀이, 은산별신제, 이리농악 등 무형문화재와 창작국악도 융합해 선보일 계획이다. 수원화성에서는 ‘수원화성 의궤가 살아있다’를 주제로 9, 10월 행사가 열린다. 정조대왕 행차를 비롯해 연희인 ‘낙성연’을 재현한다. 야간 군사훈련인 ‘야조’도 선보인다. 수원화성이 축성되는 모습을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성곽에 재현하고 정조의 삶을 주제로 빛을 이용한 라이트아트 작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회와 어린이 인형극, 조선시대 무과 시험을 재현하는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김종승 문화재청 활용정책과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올해 열린 세계유산축전은 시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고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불씨를 지피는 역할을 했다”며 “내년에도 지역별로 개성이 뚜렷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세계유산을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전 세계 한글 관련 학자와 교육자들이 모이는 ‘2020 세계한국어대회’가 21일부터 23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린다. ‘한국어, 한글 미래를 묻다’라는 주제로 올해 처음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세계인이 함께 누리는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학문적 성과를 나누고 미래를 전망한다. 31개국에서 340여 명이 참여한다. 국립국어원장을 지낸 남기심 전 연세대 교수가 ‘세계 속의 한국어와 한국어 연구’를 주제로 강연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한글의 우수성을 알려온 제프리 샘프슨 영국 서식스대 교수는 한자를 병기하지 않고 한글만 쓰는 한국의 문자 생활은 동음이의어이고 한글의 시각적 요소가 단순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일이라고 소개한다. 대회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강연을 볼 수 있다. 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인 서울대 장소원 교수는 “한국어학, 한국어교육, 한글문화 산업 관계자 등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이번 대회는 한국어 발전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국립한글박물관이 주최하고 세계한국어대회 조직위원회와 세종학당재단이 주관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엄마가 잠든 사이 괴물이 잡아갈까 무서운 아이. 괴물 나라는 바다를 건너고 산도 넘어야 하는 먼 곳에 있다고 여긴다. 엄마가 “집까지 오려면 엄청 오래 걸리겠다”고 하자 아이는 고개를 젓는다. 스케이트를 신거나 자동차 혹은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다는 것. 엄마는 괴물이 타기에 자동차는 너무 작고 스케이트는 꽈당 넘어질 수 있다고 한다. 비행기는 너무 높아 아이처럼 괴물도 겁날 거라고 말한다. 그러자 아이는 “나 높은 데 겁 안 나!”라고 발끈한다. 엄마와 아이의 대화로만 이뤄진 글에, 어린이가 그린 것 같은 그림이 어우러졌다. 괴물이 집으로 오는 방법이 하나같이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닫는 아이. 고단하고 안쓰러운 괴물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되는 과정이 깜찍하다. 두렵거나 어려워 보이는 일도 요리조리 살펴보면 생각보다 무섭거나 힘들지 않다는 걸 신선한 방식으로 알려준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도 함께 떠올리게 돼 용기도 한 뼘 더 자란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라틴아메리카의 피카소’로 불리는 에콰도르 화가 오스왈도 과야사민(1919∼1999)의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회가 19일부터 내년 1월 22일까지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과야사민의 작품을 한국에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콰도르 국민화가 오스왈도 과야사민 특별기획전’에서는 ‘애도의 길’(1940, 50년대), ‘분노의 시대’(1960, 70년대), ‘온유의 시대’(1980∼1999년) 등 시대별 대표작과 유화, 소묘, 수채화, 작가의 생전 인터뷰 영상까지 모두 89점을 선보인다. 과야사민은 사회적 차별을 고발하고 민중의 문화와 정체성, 종교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그의 모든 작품은 에콰도르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9일에는 ‘평화를 위한 절망의 외침, 과야사민의 예술과 철학’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가 열린다. 18일 열리는 개막식에는 과야사민의 딸인 베레니세 과야사민과 앙헬리카 아리아스 에콰도르 문화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 무료이며 사전 예약해야 한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내년 1월 1일부터 종이신문 구독료에 대해 소득공제를 시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연 급여 7000만 원(세전) 이하의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를 실시하며 공제율은 30%, 공제한도는 도서 구입 및 공연 관람 비용,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등을 포함해 최대 100만 원이라고 15일 밝혔다. 신문 구독자가 구독 비용을 신용카드로 지급하는 경우 소득공제는 자동으로 적용된다. 지로, 계좌 이체로 비용을 지급했다면 신문 사업자에게 문화비 소득공제 전용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문체부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도서 구입비, 미술관 입장료 등 문화비의 소득공제 대상을 신문 구독료까지 확대함으로써 국민의 문화향유 지원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여론을 형성하며 토론의 장을 제공하는 등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만큼 소득공제를 통해 신문 구독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미국과 일본, 유럽 각국은 신문의 공적 가치를 인정해 국가 차원에서 신문 구독에 대해 세금 지원을 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제주에서는 지난해부터 생태 전문가와 예술가가 나무, 돌처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재료로 집을 짓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과학, 인문 분야 전문가도 예술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극단 배꼽은 충북 음성군 소이면 대장리에서 ‘우리마을원정대’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장리 어르신들을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은 뒤 연극 ‘라떼는 말이야’, 영상 ‘대장리 플렉스(flex)’를 만들었다.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문화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역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는 ‘2020 지역 연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통합결과 공유회’가 11, 12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서 예술가들과 예술교육가, 17개 지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관계자들은 고민을 털어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지역 주민을 지원 사업의 대상이 아닌 이웃으로 만나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짜인 프로그램을 이행하기보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직접 실행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단체 간의 연계도 중요하다. 임재춘 커뮤니티 스튜디오104 공동운영자는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 조직과의 연계를 통해 단체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 관료와 일부 지식인이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한 예술 교육의 필요성이 커졌다. 전은주 한지개발원 강사는 온라인 한지 수업을 직접 시연했다. 어린이들은 미리 받은 키트에 담긴 나무줄기를 잘게 찢으며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고, 한지를 꼬아 줄처럼 만든 뒤 당겨보며 한지의 강도를 확인했다. 참가자들은 비대면 방식을 통해서도 문화예술교육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김소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시민교육본부장은 “문화예술교육의 무게 중심이 빠른 속도로 지역으로 옮겨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외부의 자원이 아니라 지역 내의 자원과 사람들로 구성된 문화예술 생태계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 문화예술이 지역 주민 모두에게 가닿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전남 강진에서 태어난 소년은 고등학교 때 관악대에서 클라리넷을 처음 접했다. 정신없이 클라리넷에 빠져들었고 음대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시골집 부모님에게 무릎 꿇고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소를 팔아 클라리넷을 사주셨다. 소년은 클라리네티스트이자 지휘자로 성장했고, 과거 자신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형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9년째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윤용운 씨(57) 이야기다. 그는 “비올라 첼로 클라리넷 등을 처음 본 아이들에게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들려주면 개성대로 옷을 골라 입듯이 각자 악기를 선택하고 몰입한다”고 했다. 윤 감독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음악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입을 좀처럼 열지 않던 아이가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조금씩 자기 얘기를 꺼내고,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아버지와 사는 소년은 고등학생이 돼 어린아이들을 가르치며 조금씩 웃기 시작했다.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다가 첼로를 전공하게 된 김나래 양(경북예고 2학년)은 “빠듯한 형편에 부모님에게 부담이 될까 봐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심을 굳혔고, 주변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예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 김 양은 “친구들과 같이 연주하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뛰어놀면서 소극적이던 성격이 밝아졌다. 첼로를 하며 즐거워하는 저를 본 엄마가 대학 졸업 후 포기했던 사진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신다”고 했다. 이어 또박또박 말했다. “여러 분들에게 참 많은 도움을 받았고 좋은 경험을 했어요. 저도 똑같이 베풀어주고 싶어요.” 수줍음을 많이 타 전화로 배달 음식 주문하는 것도 어려워했다는 소녀가 맞나 싶었다.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로 유명한 김려령 작가(49)는 최근 출간한 동화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에서 가난과 가족 문제를 털어놓고 친구가 되는 두 소년을 그렸다. 초등학교 5학년인 두 아이가 자신의 사정을 담담하게 밝히고, 꼼짝 않고 앉아 있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으며 노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이든 어른이든 힘들 때는 속내를 털어놓고 무엇이든 하면서 그 시기를 견디라는 응원 같다. 아이들은 가정에 힘든 일이 생기면 자기 탓이라고 여기거나 자신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스스로 두 발로 우뚝 서야 할 때가 있고, 타인에게 의지해야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은 부모와 사회에 의지해야 하고, 그게 부모와 사회의 역할이다”고 했다. 그리고 당부했다. “자신이 어찌 할 수 없는 일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지금 이 시간, 온 힘을 다해 신나게 놀라고 말하고 싶어요. 마음을 튼튼하게 하는 행복한 추억을 만들려면 지금 즐거워야 합니다.” 이들을 보며 힘겨워하는 이의 어깨를 다독이는 예술의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예술을 통해 사람이 사람을 품어주고 치유하는 작은 기적이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세상 곳곳에서.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산타가 될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이 있다. 바로 산타 유치원이다. 아이들은 순록을 돌보고 썰매 타는 법, 살금살금 걷는 법, 크리스마스 노래를 배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산타 할아버지에게 온 엄청난 편지들을 정리하고 선물 포장도 돕는다. 산타 할아버지와 숲으로 전나무도 베러 간다.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쓴 자그마한 아이들이 차근차근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과정이 수채화 그림에 맑게 담겼다.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깜빡 잊고 마당에 둔 전나무를 강당에 세우고 예쁘게 꾸민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양말 속에 든 선물을 꺼내 보고 마냥 좋아하는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사랑스럽다. 크리스마스를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맞는 그림책이다. 책 앞뒤 면지에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여러 나라말로 정리된 크리스마스 축하인사도 소리 내어 읽어보자. 크리스마스가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데뷔했을 때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한 시상식이었습니다. 그런 무대에서 이런 상을 받게 돼 벅찹니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6일 열린 2020 Mnet Asian Music Awards(MAMA)에서 ‘Song of the Year’를 포함한 4개 대상을 모두 휩쓸고 ‘Best Dance Performance Male Group’ 등 총 8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자 감격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RM은 “모두 힘든 시기지만 내일은 오고 아침은 찾아온다. 때로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적으로, 때로 기타 선율처럼 담담하게 무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CJ ENM이 개최하는 MAMA는 1999년 ‘Mnet 영상음악대상’으로 출발해 2009년 MAMA로 바뀌었다. 마카오, 싱가포르, 홍콩, 일본, 베트남에서 열렸던 MAMA는 코로나19로 올해 처음 온라인 생중계로 개최됐다. 행사 한 달가량 전부터 진행한 K팝 부문 투표에는 5억3000만여 건의 표가 모여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배우 송중기의 사회로 이날 6시간 남짓 진행된 MAMA는 K팝의 최신 트렌드와 역사를 응축한 무대였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세븐틴, 트와이스, NCT, 아이즈원, TXT, 마마무 등 K팝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보아는 ‘Inspired Achievement’를 수상하며 세계 무대를 앞서 개척하고 수많은 가수에게 영감을 준 공적을 인정받았다. 시상자로 배우 이정재, 박서준, 임수정, 유연석 등이 참석했다. MAMA는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꼽힌다. ‘센 언니’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화사(‘Best Dance Performance Solo’)와 제시(‘Favorite Dance Performance Female Solo’)는 수상 후 울먹이며 인사를 하다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웨이션브이(‘Favorite Asian Artist’ 수상)는 “지난해 MAMA에 나오고 1년 만에 다시 나오게 됐다는 게 믿을 수 없다”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트와이스는 신곡 ‘Cry For Me’를 깜짝 발표하며 세계 팬들에게 새 곡을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시각특수효과(VFX) 등 첨단 기술도 적극 활용해 눈 돌릴 틈 없이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를 선보였다. 대관람차가 돌아가고 열기구가 떠다니는 도심, 신비로운 숲, 산호와 물고기가 가득한 바다 등은 가수들의 공연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특히 어깨 수술을 받아 무대에 설 수 없는 방탄소년단의 슈가를 가상으로 구현해 나머지 6명의 멤버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펼친 장면은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까지 MAMA에는 두아 리파, 닥터 드레, 스눕 독, 보비 레이를 비롯해 스티비 원더, 존 레전드, 위즈 칼리파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참여했다. 국내외 아티스트가 교류하는 글로벌 무대로 자리매김한 것. 매년 선보였던 컬래버레이션 무대도 탄성을 자아냈다. 서태지와 아이유(2014년), 레드벨벳과 NCT127(2017년), 박진영과 마마무(2019년)에 이어 올해는 제시와 화사가 비의 ‘깡’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협업을 보여줬다. MAMA가 세계적인 위상을 갖게 된 데 대해 김현수 CJ ENM 컨벤션라이브사업부장은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한 결과”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각종 무대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와 평생 수집한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씨(사진)가 금관문화훈장을 받는다. 2004년 문화유산과 관련해 정부포상을 시작한 이후 문화훈장 중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손 씨에 대해 “국보·보물급 문화재를 조건 없이 국가에 기증해 왔으며 올해 2월 국보 ‘김정희 필 세한도’를 기증해 국민 모두의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6일 밝혔다. 은관문화훈장은 전통건축의 우수성을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평생을 바친 고(故) 신영훈 지용한옥학교 명예교장과 전통 화살 복원과 계승에 헌신한 유영기 국가무형문화재 제47호 궁시장 보유자가 받는다. 보관문화훈장 수훈자는 전통 풍수나침반인 ‘윤도’의 계승 발전에 힘쓴 김종대 국가무형문화재 제110호 윤도장 보유자, 천연기념물 자원 연구를 통해 자연유산 보존에 기여한 황재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명예연구원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바나나 자매인 바나 나나 나바 할머니. 셋은 꼭 붙어 있다. 사이좋게 지내지만 TV 채널을 놓고 다투기도 한다. 날씨 좋은 어느 날, 할머니들은 온천, 과일 가게, 고향으로 각각 가려다 셋으로 쭉 갈라진다. 온천욕을 즐기던 바나 할머니는 원숭이가 입맛을 다시며 다가오자 얼른 도망친다. 과일 가게에서 싱싱한 바나나들과 얘기하던 나나 할머니는 자신을 버리려는 가게 주인을 골탕 먹이고 달아난다. 고향 섬에서 꼬마 바나나를 보며 어린 시절 추억을 곱씹던 나바 할머니는 꼬마 바나나를 먹으려는 코끼리를 내쫓는다. 같이 있을 때는 투덜거리고 싸우지만 막상 떨어져 있으면 그리워지는 가족의 의미를 재치 있게 풀어냈다. 세 할머니는 이제 몸은 붙어있지 않지만 마루에 앉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나란히 함께한다. 꽃무늬 이불 하나를 같이 덮고 잠든 할머니들의 표정이 평온하다. 작은 일상도 정겹게 만드는 존재. 바로 가족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서양화가 성연웅의 연작시리즈 ‘소풍’의 10번째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혜화아트센터에서 12월 4∼16일 열린다.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삶은 소풍’이라는 개념으로 선보였던 전작들의 맥을 이어 체크무늬 형상을 통해 삶은 씨줄 날줄처럼 엮인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선택의 순간에 처한 사람들이 역동적인 몸짓으로 고비를 이어나가는 모습도 표현했다. 성 작가는 “삶에 대한 애착과 가족애, 선택에 대한 자기성찰적 모습을 담았다”고 말했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지금 하고 있는 무언가는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건지 모른다. 베토벤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었기에 슈베르트는 영감을 받아 작곡한다.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싶어 사람들은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기관사가 기차를 잘 운행해 지휘자가 공연장에 제때 도착했고, 콘서트홀 직원들이 조명과 좌석을 점검했기에 공연이 착착 진행된다. 감기에 걸린 삼촌 대신 숙모와 공연장에 간 소녀. 음악을 들은 소녀에게 변화가 시작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오묘한 인연을 ‘때문에’가 반복되는 시 같은 글과 서정적인 그림으로 담아냈다. 소녀는 작곡을 하고, 지휘자가 돼 어릴 적 연주를 들은 콘서트홀에서 자신의 음악을 선보인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파장이 일어난다. 운명을 결정짓는 일은 물론 작은 일이라도 우연과 필연의 정교한 조합으로 꽃을 피운다는 걸 찬찬히 들려준다. 은은한 여운 속에 깨닫게 된다. 삶은 신비로움과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음을.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020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대상으로 한국관광공사의 ‘Feel the Rhythm of Korea’(한국의 리듬을 느껴보세요·오디오 부문·사진), 해양수산부의 ‘치어럽 캠페인’(공익광고), 경찰청의 ‘호프테이프’(옥외·인쇄), 인천시교육청의 ‘근로계약서 대봉투’(커뮤니케이션디자인·프로모션)가 선정됐다고 24일 밝혔다. 관광공사의 ‘Feel…’은 서울 부산 전주 강릉 안동 목포의 명소에서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선율에 맞춰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단원들이 유쾌하게 군무를 추는 영상으로 유튜브 등에서 누적 조회수가 5억 건에 이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손을 내밀고, 또 그 손을 잡는 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용기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가난, 가족 문제를 겪는 두 소년이 서로에게 차츰 다가가 손을 맞잡는 과정을 그린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문학과지성사·사진)을 출간한 김려령 작가(49)가 말했다. 75만 권이 판매된 청소년 소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로 잘 알려진 그가 3년 만에 신작 동화로 돌아왔다. 김 작가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초등학교 5학년 현성이는 철거될 비닐하우스에서 엄마 아빠와 산다. 삼촌에게 속아 집을 날렸기 때문이다. 같은 반 장우는 아빠가 재혼해 새엄마와 서먹하게 지낸다. 둘은 마트에 갔다 우연히 만나 비닐하우스촌을 둘러본다. 화훼단지였지만 이제는 버려진 비닐하우스 하나를 아지트로 삼은 둘은 꼼짝 않고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촬영해 올린 동영상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 조회수가 늘어나고 댓글이 줄줄이 달리자 이를 계속 올린다. “실없는 놀이 같지만 사실 둘은 치열하게 성장하고 있는 겁니다. 없는 놀이도 만들어내고, 잘 몰라도 함께하면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알아가는 게 아이들이라는 걸 동영상 올리기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현성이와 장우는 움츠러들지 않고 담담하게 집안 사정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진다. 김 작가는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아이들에게 ‘쉽지 않겠지만 지금 즐거워질 수 있는 작은 실마리를 찾아보라’고 하고 싶다”고 했다. 안 그러면 나중에 후회한다는 것. “어릴 적 비닐하우스에서 살던 친구가 있었어요. 속상해서 울기도 했지만 놀 때는 누구보다 신나게 놀았어요. 아련하고 유쾌하게 가슴에 남은 친구예요. 힘든 시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그 친구처럼 당차게 견뎌냈으면 해요.” 작품은 결코 우울하지 않다. 그 나이 때 남자아이들이 나눌 법한 실감 나는 대화가 웃음을 자아낸다. 마트에 수제비를 만들 밀가루를 사러 갔다 만난 둘은 밀가루가 강력분, 박력분, 중력분으로 나뉘어 있자 고개를 갸웃거린다. “얘는 강력한 애고, 얘는 박력 있는 앤가?”(현성) “수제비는 강력하게 해야 하냐, 박력 있게 해야 하냐?”(장우) 이야기를 더 주고 받다 장우가 “아빠가 요리할 때 박력 넘치기는 한데”라고 하자 둘 다 박력분을 산다(박력분은 주로 과자를 만들 때 쓰고 수제비는 중력분으로 만든다). 둘은 집 이야기를 하며 툴툴거리다가도 컵라면은 싹 비운다. ‘컵라면은 언제나 맛있으니까’라며. 구체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묘사 덕에 둘은 실제 존재할 것 같은 아이들처럼 느껴진다. 김 작가는 “먼저 다가갈 수도 있고, 다가오는 친구를 맞이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이어 “어른들은, ‘너를 위해서’라며 하는 말이 진짜 아이를 위한 건지, 자신이 못한 걸 강요하거나 왜 못하냐고 다그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물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작품을 쓰는 동안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들을 따라가는 여정이 즐거웠다고 했다. “현성이와 장우가 내 손을 꼭 잡고 걱정만 하는 저를 안심시켜 주는 것 같았어요.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울타리가 돼 주고 있는지 반성하게 됐죠. 동화는 늘 아이들을 통해 저를 돌아보게 해요. 제가 동화를 사랑하는 이유지요.”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누나가 씹던 껌이 사이먼 머리카락에 붙었다. 누나가 머리카락을 잘라내고 다듬지만 사이먼의 머리는 엉망이 된다. 친구들은 “까치둥지”라고 놀린다. 울먹이며 달려가는 사이먼. 이를 본 로즈 할머니는 낚싯대를 가져와 “놀림에 걸려드는 건 낚시 미끼를 무는 것과 같다”며 미끼를 물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 아이들은 외모, 이름 등 작은 것으로도 놀리고, 놀림받은 아이는 상처받는다. 초등학교 상담교사를 지낸 저자는 아이들이 놀리는 건 친구가 반응을 보이는 게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있거나 오히려 맞장구를 치면 재미가 없어져 놀리는 걸 그만둔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꺼내거나 웃어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놀리는 아이와 멀리 떨어지는 것도 좋다. 다섯 가지 방법을 여러 사례와 함께 차근차근 짚어준다. 아이가 놀림받고 속상해한다면 상처받지 않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아이의 가슴속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고 마음은 더 단단해질 것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아리랑 환상곡’의 익숙한 선율이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웅장하게 울렸다. 오케스트라 대형으로 배치된 발광다이오드(LED) 패널 55개에는 연주하는 단원 한 명 한 명이 비춰졌다. 실제 무대에 선 이는 이 곡의 지휘를 맡은 권정환 지휘자뿐이고, 단원들의 연주는 녹화한 영상으로 대체됐지만 실황 연주처럼 느껴졌다. 이날 열린 ‘꿈의 오케스트라’ 10주년 기념 공연 ‘아이 콘택트(I CONTACT)’는 코로나19로 인해 유튜브로 중계됐다. 취약 계층 아동 및 청소년이 악기를 배우는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의 한국형 프로그램인 ‘꿈의 오케스트라’(꿈오)에서 활동하는 단원 중 200여 명이 참여했다. 애잔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는 꿈오 홍보대사인 가수 헨리가 바이올린을, 김나래 양(경북예고 2학년)이 첼로를 협연했다.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4악장’,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 꿈오에서 10년간 가장 많이 연주한 5곡을 모은 ‘찬란한 꿈의 조각들’에서는 오산 강릉 평창 공주 대구의 단원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돼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악기 이름도 몰랐던 아이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빚어낸 소리는 풍성하고 맑았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꿈오는 2010년 8개 기관에서 단원 470명으로 시작해 현재 49개 기관에서 28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누적 단원은 1만9700여 명, 강사는 4000여 명에 이른다. 꿈오 운영비용은 문체부와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3년간 지원하고 이후 3년은 지자체가 절반을 부담한다. 이렇게 6년이 지나면 지자체가 온전히 맡아 운영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정도만 알던 아이들은 클라리넷, 오보에, 팀파니, 콘트라베이스 등 난생처음 본 악기를 배우며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익혀나간다. 김나래 양도 초등학교 5학년 때 꿈오 통영에서 첼로를 처음 만났다. “첼로 소리를 들으면 편안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김 양은 빠듯한 형편 때문에 고민하다 첼로를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꿈오 선생님이 개인 레슨을 해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아카데미에 합격해 중학교 2학년 때 버스로 왕복 9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과 통영을 혼자 오갔다. 이후 경북예고에 진학했다. “내성적이어서 배달 주문 전화도 잘 못했는데 꿈오에서 모르는 친구들이랑 같이 연주하면서 밝아졌어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어요. 저처럼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도 가르칠 거예요. 제가 받은 만큼 나누고 싶어요.”(김 양) 음악, 친구와 어울리며 아이들은 달라졌다. 꿈오 고창에서 활동한 한 학생은 부정적인 성격이었지만 콘트라베이스를 배우며 자신감을 얻었고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어린 학생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꿈오 충주에 다니는 학생의 어머니는 “아이 일기장에 우울한 내용만 있어 마음이 아팠는데 악기를 배우면서 어느 대목이 연주가 잘 안 된다며 의욕을 보이거나 즐거운 얘기도 쓰며 밝아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싫어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던 한 학생은 꿈오 오산에서 첼로를 배우고 파트장이 되면서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는 “더 많은 경험을 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찾아 가겠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꿈오 성동에서 지도하고 있는 윤용운 음악감독은 “하얀 백지 상태의 아이들을 보며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아이들이 개성대로 악기를 선택해 배우며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줘 오히려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서로를 알아가는 이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음악은 힘이 세다.”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가을바람이 쌀쌀해지면 문화부로 걸려오는 전화가 많아진다. 신춘문예 때문이다. 응모 방법과 관련된 여러 질문이 줄을 잇는다. 신춘문예 문의 전화가 늘어나면 한 해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데 올해는 유독 연초부터 문의 전화가 많았다. 1, 2월쯤으로 기억한다. “당선되면 저작권은 누가 갖게 되나요?”라고 묻는 이가 있었다. 이런 질문은 처음이었다. 올해 1월 저작권 문제로 김금희 최은영 이기호 작가가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해 40여 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상문학상 발표가 취소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았다. 수상작에 대한 저작권을 이 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사에 3년간 양도하고 작가가 개인 단편집을 낼 때 수상작을 표제작(책 제목이 되는 작품)으로 쓸 수 없다는 계약 조항에 작가들은 강력 반발했다. 이를 계기로 작가의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물 위로 떠올랐다. 참고로 본보의 경우 신춘문예 당선작에 대한 저작권은 당선자 본인이 갖는다. 신춘문예 문의 전화는 1, 2월을 지나 봄, 여름에도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때문인 것 같다는 확신이 점점 강해졌다. 외출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기 어려워지자 집에서 글을 쓰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문득 12월에 마감하는 신춘문예의 응모 방법이 미리 궁금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925년 국내에 처음 신춘문예를 도입한 본보에는 이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 영화 ‘동주’에는 윤동주(강하늘)의 사촌 송몽규(박정민)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소식에 집안이 들썩이는 장면이 나온다. 좋아하면서도 쑥스러워하는 몽규, 언제나 한발 앞서가는 그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동주의 얼굴을 비춘다. 실제 동아일보 수상작 명단에는 1935년 콩트 부문에 송한범의 ‘숟가락’이 있다. 송한범은 송몽규의 필명이다. 당시 표기로는 ‘술가락’이라고 돼 있다. 집안에 먹을 게 떨어져 고민하던 ‘나’는 해외로 망명한 장인이 결혼 축하 선물로 보낸 은숟가락(당시 표기 ‘은술가락’)을 맡기고 쌀을 구해오겠다고 아내를 설득한다. 간신히 아내를 달래 쌀과 반찬을 구해오고 밥상이 차려진다. 한데 아내는 아무리 권해도 눈물만 흘릴 뿐 밥을 먹지 않기에 살펴보니 그제야 아내의 숟가락이 없음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가난으로 인한 고통과 그로 인해 벌어진 아이러니를 짧은 글에 압축적으로 녹여낸 솜씨가 돋보인다. 올해 본보의 신춘문예 마감일은 12월 4일이다. 이전에 비해 응모작 수가 크게 늘었는지는 최종 집계를 해 봐야 알겠지만, 피부로 느끼기에 올해 신춘문예 열기는 정말이지 뜨겁다. 모든 게 처음 겪는 일투성이여서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은 2020년, 작가를 꿈꾸는 이들은 어떤 글을 쓰고 있을까. 광기로 가득할까,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될까. 혹은 고독을 처절하게 잘근잘근 씹고 있을까. 한 달여 후에는 궁금증이 풀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판을 쉼 없이 두드리며 새해 첫 지면의 주인공을 꿈꾸는 이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박옥주 파이프오르간 독주회 ‘오르간으로 드리는 성찬례’가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18일 오후 7시 반 열린다. 박옥주는 서울주교좌성당 오르가니스트로, 이번 공연에서 수도원을 위한 미사와 성공회 전례 미사곡B를 연주한다. 성공회 전례미사곡B는 성 니콜라 성가대가 협연한다. 전석 무료이며 후원금은 성공회 작은 교회를 위해 사용한다. 이화여대를 나온 박옥주는 독일 프라이부르그 국립음대 전문연주자과정 및 독일 자브뤼켄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우등 졸업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숲속 동물들 사이에서 늘 혼자인 웜뱃. 오소리를 닮고 뒤뚱뒤뚱 걷는 모습이 이상하게 생겼다며 아무도 놀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땅 파기를 좋아하는 웜뱃은 매일 땅굴을 만든다. 토끼, 캥거루, 코알라는 굴 파는 소리가 시끄럽고 숲이 구멍투성이가 됐다고 투덜거린다. 어느 날 큰 불이 숲을 집어삼킨다. 두려워하는 동물들에게 웜뱃은 “어서 이리 와!”라고 외치며 이들을 땅굴 속으로 대피시킨다. 지난해 호주에서 6개월간 큰 산불이 났을 때 웜뱃의 땅굴로 작은 동물들이 피신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이다. 온순한 웜뱃은 다른 동물들을 굴속에 보듬어줘 당시 영웅으로 떠올랐다. 힘겹게 달려오는 코알라의 새끼를 캥거루가 건네받고, 웜뱃과 다른 동물들이 힘을 합쳐 엄마 코알라가 굴에 들어오는 걸 돕는 책 속 장면은 실제 일어났을 법한 일처럼 느껴진다. 자신을 멀리한 이들에게 기꺼이 손을 내미는 웜뱃. 내 마음 한 자락에 나누고 품어주는 너그러움이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