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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을 정도였어요.” 최나연(24·SK텔레콤)은 중학 2년 때부터 절친한 사이인 청야니(22·대만)와 8개월 만에 동반 라운드를 한 뒤 혀를 내둘렀다. 7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최나연은 보기 없이 버디 5개로 5언더파 67타를 치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쳤다. 동반 라운드를 한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는 개인 최다인 버디 10개에 3퍼트로만 보기 3개를 해 7언더파 65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2타 차 공동 3위로 마친 최나연은 “청야니와는 2월 HSBC챔피언십 이후 처음 같은 조가 됐다. 시즌 5승을 거두며 세계 1위를 질주하는 청야니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야니는 폭발적인 백스핀과 공격적인 플레이로 18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노릴 만했다. 최상의 멘털 상태를 유지하려고 억지로라도 이가 드러날 정도로 웃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평소 김치 킬러로 유명한 청야니는 “수많은 팬이 ‘나연 파이팅’을 외치는 게 재밌었다. 오늘 저녁에는 갈비를 먹고 더 힘내겠다”며 “감사합니다”라는 한국말 인사까지 남겼다. 화제를 모은 원조 ‘빅3’ 대결에선 23개월 된 아들을 인천의 친정에 맡겨두고 출전한 김미현(KT)이 공동 5위(4언더파)에, 박지은이 공동 11위(3언더파)에 오른 반면 박세리는 공동 64위(4오버파)로 처졌다.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7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 개막하는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이번 시간에는 왼발 경사지에서의 어프로치 요령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기본적인 것 한두 가지만 지킨다면 비교적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주말골퍼들이 가장 까다롭게 생각하는 라이 중 하나인 왼발 내리막 경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공을 맞히기가 쉽지 않습니다. 잘 맞더라도 뜨지 않아 생각보다 멀리 굴러가기 때문에 거리감을 조절하기도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드레스를 할 때 어깨를 경사에 맞추는 것입니다. 무릎 허리 어깨를 경사면에 평행하게 서야 합니다. 그러면 평지와 같은 스윙 궤도를 유지할 수 있어 공을 맞히기 편합니다. 체중도 자연스럽게 왼발로 옮겨집니다. 클럽은 어떤 것을 써도 상관없지만 공을 띄우려면 로프트가 큰 것을 선택합니다. 상황에 따라 클럽 페이스를 더 오픈하면 공을 띄우기 쉽습니다. 임팩트 때 왼쪽 손목이 꺾이지 않아야 합니다. 어드레스 때와 같은 상태에서 임팩트가 돼야 클럽 페이스가 열린 정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항상 팔과 손목, 클럽 샤프트가 일직선이 되는 상태에서 임팩트한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공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이 구르므로 공을 떨어뜨릴 지점을 잘 정해야 합니다. 경사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굴릴 때의 개념을 가지고 계산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이 라이에서는 아예 공을 띄우려 하지 않습니다. 상황을 잘 판단해 굴리는 느낌으로 샷을 해야 성공률이 높습니다. 왼발 오르막 경사는 왼발 내리막 경사에 비해 쉽습니다. 공을 맞히기 쉽기 때문이죠. 다만 평소보다 더 뜨기 때문에 클럽 선택과 스윙 중 체중 분배만 잘한다면 평지처럼 할 수 있습니다. 이 라이에서도 경사에 따라 어깨를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체중은 항상 왼쪽에 많이 두도록 하세요. 어드레스부터 임팩트, 피니시까지 연결되는 동작에서 체중은 항상 왼쪽에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공이 지나치게 뜨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운스윙 때 머리가 뒤로 가면서 생각보다 공이 떠서 전체적인 비거리가 짧습니다. 이 점만 주의하면 공을 맞히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거리를 조절할 때는 경사도에 맞는 클럽을 선택해야 합니다. 경사도가 심하면 공이 더 뜹니다. 따라서 평지에서 56도 웨지를 잡는 거리를 남겨뒀다면 피칭 웨지나 9번 아이언을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그래도 공이 잘 뜨고 스핀도 생각보다 많이 걸립니다. 만일 러프에 있다면 백스윙 때 손목을 좀 더 빨리 꺾어줍니다. 그래야 스핀을 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죠. 페어웨이에 공이 있다면 손목을 쓰지 않는 편이 공을 더 정확하게 맞힐 수 있습니다.김인경 골퍼}

프로농구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48·사진)의 애창곡은 ‘마이 웨이’다. 그에게 휴대전화를 걸면 10년 넘게 프랭크 시내트라의 구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추 감독도 코트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고교 2학년 때 뒤늦게 농구를 시작해 남들보다 1년 늦게 졸업한 그는 홍익대와 아마추어 실업팀 기아 창단 멤버로 뛰었다. 기아 입단 후 유재학 정덕화 한기범 등 스타에 가려 1년 정도 식스맨으로 뛰다 상무에 입대했다. 제대 후 곧바로 은퇴해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일반직 사원으로 노무관리 업무를 봤다. “강성노조원을 상대하거나 서클 지원 같은 일을 했죠.” 회색 작업복에 익숙해져갈 무렵 코트 복귀 명령이 떨어졌다. “당시 연세대와 중앙대 출신 선수들의 파벌 싸움 끝에 방열 감독이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졌어요. 넌 양쪽 학교와 무관하니 매니저를 보라더군요.” 선수단과 구단 프런트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은 그는 숙소, 식당, 교통편 예약 등 궂은일을 맡았다. 1997년 기아를 떠난 그는 상무 감독으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특이하게 코치 경험은 전혀 없이 감독부터 시작한 케이스다. 이런저런 연줄을 중시하는 국내 코트에서 추 감독은 프로 감독 입성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모기업 부도 사태로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던 코리아텐더에서 러브 콜이 왔다. 이후 KTF가 코리아텐더를 인수하면서 한숨 돌렸다. 2009년 KTF에서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2년간의 야인 생활 끝에 올해 3월 오리온스 감독으로 복귀했다. 13일 시즌 개막을 앞둔 추 감독은 오랜 세월 팀 주위를 맴돌던 패배의식을 지우는 데 공을 들였다. 오리온스는 최근 네 시즌 동안 10-9-10-10위에 그쳤다.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고 애썼어요. 고비를 넘길 수 있는 해결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였죠. 그렇다 보니 위기에서 번번이 무너졌어요. 이제 크리스 윌리엄스나 이동준이 그런 역할을 해주면서 누구와 붙어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어요.” 올 시즌 오리온스는 대구에서 고양으로 연고지를 이전하며 제2의 창단을 선언했다. 3일 고양에서 열린 첫 시범경기에는 3000명 가까운 팬이 몰려들었다. 창단 전문인 추 감독은 “재밌는 농구, 공격 농구 같은 말보다는 이기는 농구에 전념하겠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준다. 나는 잘 다져진 길보다는 개척을 즐긴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추일승 감독은△1979년 홍대부고 2년 때 키(184cm)가 크다는 이유로 뒤늦게 농구 시작△1980년 짧은 농구 구력을 만회하기 위해 1년 유급△1981년 유급생 선수 등록 규제에 따라 1년간 출전 금지△1982년 홍익대 농구부 창단 멤버 입학△1986년 기아자동차 농구단 창단 멤버 입단△1990년 제대 후 은퇴. 경기 광명시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에서 노무관리직원 근무△1991∼1997년 기아 농구단 주무△1999∼2003년 상무 감독△2003∼2009년 코리아텐더, KTF 감독△2011년 오리온스 감독(연봉 2억8000만 원)}
로리 매킬로이(22·북아일랜드)는 6월 US오픈에서 역대 최소타인 16언더파 268타로 우승하며 새로운 골프 황제 탄생을 알렸다. 당시 양용은(39·KB금융그룹)은 챔피언 조에서 함께 라운드를 하며 대관식을 지켜봤다. 양용은은 매킬로이에 10타 뒤진 공동 3위였다. 양용은이 4개월 만에 자신의 텃밭으로 매킬로이를 불러들여 리턴 매치를 벌인다. 6일 천안 우정힐스골프장(파72)에서 개막하는 코오롱 제54회 한국오픈 1,2라운드에서 이들은 지난주 미국 프로골프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이진명)과 맞대결을 펼친다. 세 선수는 6일 오전 11시 10분 1번 홀에서 티오프를 한다. 양용은은 "이 대회에 3번 출전해 2번 우승했고 한 번도 3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매킬로이 역시 "이번에도 양용은과 멋진 대결을 펼치고 싶다"며 응수했다. 시즌 3승째를 노리는 홍순상(30·SK텔레콤)은 초청 선수 리키 파울러(23·미국), 장타자 김대현(23·하이트)과 6일 오전 7시44분 10번 홀에서 출발한다. 잘 생긴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을 지닌 이들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7일 인천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파72)에서 막을 올리는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 조편성도 흥미롭게 됐다. 한국 여자 골프의 미국 진출 빅3로 이름을 날렸던 박세리(34), 김미현(34), 박지은(32)이 같은 조로 7일 오전 9시 56분 1라운드에 들어간다. 이번 대회에서 코리아 군단이 통산 100승에 도전하는 가운데 이들은 박세리가 25승을 김미현이 8승, 박지은이 6승을 거둬 39승을 합작했다. 박지은은 "1세대로 꼽히는 언니들과 3명이 같이 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어린 후배들이 큰 활약하고 있는 가운데 선배로서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회 3연패를 노리는 최나연(SK텔레콤)은 세계 1위 청야니(대만), 크리스티 커(미국)와 이날 10시 40분 타이틀 방어를 향한 시동을 건다. 이들 보다 한 조 앞서는 미셸 위, 신지애,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묶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주식을 투자할 때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주 국내 남녀 프로골프는 이런 원칙을 거스르는 것 같다. 굵직한 대회가 ‘동시 개봉’해서다. 올해로 54회를 맞은 코오롱 한국오픈은 6일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서 개막한다. 총상금 10억 원에 우승상금만도 3억 원이 걸렸다. 양용은 김경태 노승열 등 해외파에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리키 파울러(미국) 등 차세대 에이스들이 우승 사냥에 나선다.인천 스카이72골프장 오션코스에서는 7일부터 사흘간 국내 유일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이 열린다. 세계 랭킹 1위 청야니(대만)를 비롯해 세계 10위 이내 8명이 출전하는 별들의 잔치다. 7월 유소연의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통산 99승째를 달성한 뒤 아홉수에 묶여 있는 코리아 군단이 안방에서 100승에 마침표를 찍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측 대회 관계자들은 흥행 맞대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회 홍보와 갤러리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4일에는 천안과 인천의 대회 현장에서 주요 선수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해 선두 노승열에 10타나 뒤졌다가 역전 우승한 양용은은 “한국오픈에 세 번 출전해 우승 두 번, 준우승 한 번을 했다. 나와는 딱 맞는 대회”라며 타이틀 방어 의지를 보였다. 올 US오픈 챔피언 매킬로이도 “2년 전 공동 3위의 좋은 기억이 있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진 만큼 더 나은 성적을 내겠다”고 큰소리쳤다. 매킬로이는 내년에 미국 투어 진출로 선회한 배경에 대해 “나는 원래 변덕이 심하다. 빌 하스처럼 1000만 달러를 받고 싶다”며 웃었다. LPGA 스타들도 우승을 향한 출사표를 냈다. 3연패에 도전하는 최나연(SK텔레콤)은 “운, 인내심, 날씨의 3박자가 맞아야 우승할 것 같다. 다들 100승 부담이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 꼭 풀고 싶다”고 다짐했다.펄 신, 크리스티나 김 등 미국 국적의 재미교포까지 통산 100승에 포함된 데 따른 논란에 대해 최나연은 “한국 국적이든 아니든 한 동포가 아니겠느냐. 큰 문제 될 건 없다”고 주장했다. 머리를 붉게 염색하고 2년 만에 국내 대회에 나선 미셸 위는 “100승 얘기를 이번에 처음 들었다. 나 역시 한국적인 유산을 물려받았다. 한국 사람이 이긴다면 최상일 것 같다.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 달 전부터 롱퍼터를 사용하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그립도 매번 바꾸고 애를 먹었는데 이젠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허리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쉰 신지애는 “모처럼 휴식하며 뒤를 돌아볼 수 있었다. 이젠 좋은 모습 보여드릴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번번이 한국 선수의 발목을 잡았던 청야니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 선수들과 친했다. 나 역시 최선을 다해 승리를 노릴 뿐이다”라고 말했다.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태극기와 일장기가 내걸린 2000석 규모의 경기장은 관중으로 가득 찼다. 프로농구 KCC와 일본프로농구 bj리그 하마마쓰의 한일 챔피언전 2차전이 열린 2일 일본 군마 현 시부카와 사회체육관. 인구 8만 명 남짓한 소도시인 시부카와에서 처음 접하는 프로경기를 보려는 열기는 뜨거웠다. 입장료 1000엔(약 1만5000원)인 자유석뿐 아니라 5500엔(약 8만5000원)인 특석까지 빈자리가 없었다. 경기 전 소녀시대의 히트곡 ‘소원을 말해봐’ ‘지’ 등 흥겨운 한국 노래가 흘러나왔다. 새우깡 양파링 등 한국 과자를 파는 코너도 등장했다. 시부카와는 3월 동일본 대지진 참사와 원전 폭발사고를 겪은 후쿠시마에서 15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 시민들은 당시 참사를 지켜보며 공포에 떨었다. bj리그는 가라앉은 도시 분위기에 활력을 제공하고 내년에 신생팀이 출범하는 군마 현의 농구 붐업을 위해 2차전을 시부카와에 유치했다. 한일 1차전이 열렸던 시즈오카에서는 선수 소개 때 선수들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에스코트 키즈’로 후쿠시마에서 피난 온 어린이들이 나섰다. 이들 중에는 부모를 잃은 경우도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런 취지에 동참하기 위해 KCC 선수들은 전력을 다했다. 잦은 이동과 추승균 하승진의 부상 공백에도 신인 김태홍과 드션 심스, 전태풍 등을 앞세워 2전 전승으로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2차전에서 KCC는 전반을 10점 차로 뒤졌지만 76-69로 역전승했다. 두 경기 평균 24.5점을 터뜨린 심스는 최우수선수에 뽑혔다. 3점슛 7개를 넣은 이중원은 3점슛상을 받았다.시부카와=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어느덧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졌다. 이맘때가 되면 그의 가슴은 뛴다. 새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달라진 바람으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남다르게 느껴진다. 이런 설렘도 마지막이 될 수 있어서다.○ 지난 시즌 끝난 후 1년 계약 프로농구 KCC의 ‘소리 없이 강한 사나이’ 추승균(37). 그는 13일 시즌 개막을 앞두고 한일 프로농구 챔피언전에 출전하기 위해 KCC 선수단과 일본을 찾았다. 지난달 29일 시즈오카 1차전에 이어 2일 군마 2차전을 앞두고 만난 추승균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동갑인 LG 서장훈과 함께 국내 프로농구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추승균. 그는 1997∼1998시즌부터 15시즌을 줄곧 한 팀에서 뛰며 개인 최다인 다섯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우승으로 비어 있던 왼손 엄지손가락에 두툼한 반지를 끼며 다섯 손가락에 모두 영광스러운 ‘훈장’을 채웠다. “(이)상민이 형, (조)성원이 형과 함께했던 1998년 첫 우승, 2009년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71경기에 모두 출전해 정상에 섰던 게 특히 기억에 남아요.” 지난 시즌 종료 후 그는 1년 계약을 했다. “더 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죠. 후배들도 있고 욕심 부린다고 될 일은 아니에요. 지도자를 포함해 앞날을 준비해야 할 때고요.”○ 통산 1만 득점도 욕심 나네요 유종의 미를 꿈꾸는 추승균은 조심스럽게 두 가지 목표를 밝혔다. “정상에서 물러나고 싶어요.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여섯 번째 우승반지를 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꾸준히 달려온 결실이 될 1만 득점도 이루고 싶고요.” 추승균은 정규시즌 통산 9575점으로 서장훈(1만2545점)에 이어 2위다. 평균 14점을 넣은 페이스를 감안할 때 이번 정규시즌 54경기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그의 장수 비결은 뭘까. “꾸준히 운동하고 좋은 것만 먹어가며 몸 관리한 것뿐 아니라 마인드 컨트롤을 잘한 것 같아요. 낙천적인 성격이 아닌데 코트에선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자신감을 가지려고 했죠.”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주무시다 돌연사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 일을 계기로 늘 잘돼야 한다는 의식이 강했어요. 힘들 때면 예전 일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죠.” 프로에서 16년째 뛰면서 그와 호흡을 맞춘 감독은 신선우 허재 두 명뿐이다. 특별한 변화 없이 안정된 환경을 누린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자신에게 굳어진 모범생 이미지에 스트레스를 받아 일탈을 시도한 적도 있다던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후배 걱정을 늘어놓을 때였다. “요즘 신인들을 보면 체격은 좋아졌는데 세밀한 기술이나 시야는 오히려 약해요. 동생들이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에요.”군마=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농구 KCC 허재 감독(46·사진)은 요즘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 ‘광개토대왕의 후예’로 불리고 있다. 대표팀 감독으로 출전했던 중국 아시아선수권에서 기자회견 도중 중국 기자들이 조롱에 가까운 질문을 쏟아내자 욕설과 함께 자리를 분연히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이 담긴 동영상이 유포돼 화제를 뿌린 허 감독을 29일 일본 시즈오카에서 만났다. 허 감독은 KCC를 이끌고 한일프로농구 챔피언전에 출전했다. 대회 소개 팸플릿 표지에는 ‘영웅 허재 감독, 일본에서 대결’이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었다. 허 감독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회 직전 실제 경기장에서 훈련을 한 번도 못할 만큼 중국 텃세가 심했어요. 16개 출전 팀 중 중국만이 심판과 같은 숙소를 쓴 것도 이상해요. 한국 팀은 왜 라면 먹고 뛰느냐는 질문까지 받았죠.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허 감독의 용병술도 도마에 올랐다. 강병현과 조성민의 기용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다. “물론 내 패턴에도 문제가 있었어요. 하지만 양동근이 막히면 조성민보다 강병현에게 가드 역할을 맡기는 게 낫다고 봤어요. 다른 선수들이 일제히 문태종 얼굴만 쳐다보면서 공격이 제대로 안 풀렸어요. 패장은 유구무언인데 그만하죠.”허재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장외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강성에다 주당 이미지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라며 “한창때 유재학, 이충희 선배 등과 소주 70병을 나눠 먹은 적도 있었다. 요즘은 1병만 마셔도 핑 돈다”며 웃었다.10월 13일 시즌 개막을 앞둔 허 감독은 “이번 시즌 끝나고 하승진이 공익근무 요원으로 입대하고 귀화 선수 전태풍도 떠난다. 올 시즌에 2연패를 향해 다 걸기 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이날 KCC는 일본 bj리그 챔피언 하마마쓰와의 경기에서 하승진과 추승균의 부상 공백 속에서도 신인 김태홍(16득점)과 드션 심스(20득점, 14리바운드)의 활약에 힘입어 75-65로 이겼다. 2차전은 내달 2일 열린다.시즈오카=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동영상=허재, 무례한 中기자에 “X발, 진짜 짜증나게…”}

■ 2006년 프로농구 삼성 챔프 주역… 서장훈 이어 오예데지 LG 합류2006년 4월 프로농구 삼성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비스를 4전 전승으로 꺾고 우승했다. 국내 프로농구에서 4연승으로 챔피언에 등극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코트의 역사를 갈아 치운 주역은 삼성의 ‘쌍 돛대’ 서장훈(37)과 올루미데 오예데지(30)였다. 최강의 골밑 콤비였던 이들이 새 둥지 LG에서 다시 의기투합했다. 서장훈이 5월 전자랜드에서 LG로 옮긴 데 이어 오예데지가 교체 외국인선수로 지난 주말 팀에 합류했다. 2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LG전자 체육관에서 열린 고려대와의 연습경기에서 이들은 LG 유니폼을 입고 실전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오예데지의 등번호는 ‘00’이고 서장훈은 ‘11’로 삼성 때와 똑같다. 나이지리아 대표팀으로 지난달까지 국제대회에서 뛰며 소속팀을 내년에 열릴 런던 올림픽 본선으로 이끌었던 오예데지는 예전보다 더 단단해진 근육질 몸매로 눈길을 끌었다. 삼성 시절 203cm로 측정됐던 오예데지의 키는 205cm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왔다. 당시 신장 제한 규정이 있어 가급적 키를 줄이려고 했다는 게 LG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오예데지는 2010∼2011시즌 중국리그에서 평균 32분을 뛰며 14.7득점, 13.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나이지리아 왕족 출신으로 유명한 오예데지는 “국보급 선수라는 서장훈과 다시 만나 매우 기쁘다. 서장훈과는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아는 사이여서 수비할 때 편하다. 다른 동료들과도 힘을 합쳐 우승의 꿈을 이루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당초 서장훈은 LG로 옮긴 뒤 함께 뛰어본 선수가 전혀 없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그랬기에 오예데지의 가세가 누구보다 반갑기만 하다. “오예데지와는 2시즌 동안 한솥밥을 먹었어요. 서로를 잘 알고 있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LG 김진 감독은 “수비와 리바운드에 강한 오예데지를 영입해 골밑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고 말했다. 궂은일을 도맡아 할 오예데지는 서장훈, 문태영 등 뛰어난 공격력을 갖춘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LG는 1997∼1998시즌 프로에 뛰어들어 아직 우승한 적이 없다. 이들 황금 콤비의 어깨에 더욱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남자 프로골프 세계 랭킹 1위 루크 도널드(34·잉글랜드·사진)는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선 경매행사에 내놓아 비싼 값에 판 적도 있다. 올해 도널드는 마치 동양화와 서양화에 모두 능통한 화가라도 된 듯하다. 도널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유럽투어 상금왕 동시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2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끝난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최경주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1타 차로 연장전에 들지 못해 1000만 달러의 보너스에 도전할 기회를 날렸지만 18번홀(파3)에서 버디에 성공한 덕분에 41만8667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만약 실패했더라면 공동 4위가 돼 상금은 28만4000달러로 줄었을 것이다. 이 1타 차의 의미도 컸다. 버디를 성공한 데 따라 그는 시즌 상금 583만7214달러를 기록해 상금 랭킹에서 2위 웹 심프슨(576만8243달러)을 6만8971달러 차로 제쳤다. 도널드는 올 시즌 PGA투어 18개 대회에 출전해 대회당 평균 32만4290달러를 벌어들여 가장 효율적인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널드는 유럽투어에서 시즌 상금 377만8199유로를 기록해 2위 로리 매킬로이(215만1474유로)를 크게 앞섰다. 앞으로도 유럽투어 대회에는 더 출전할 계획이나 PGA투어의 남은 가을시리즈 대회에는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 투어챔피언십이 끝나면 통상적으로 간판스타들은 PGA투어의 잔여 대회에 출전하지 않는다. 쉬거나 해외 특급 대회에 초청받아 나간다. 하지만 심프슨이 상금왕을 노리고 가을시리즈 대회에 나서 20위 이내의 성적을 거두면 도널드를 추월할 수 있다. 도널드가 양대 투어 동시 상금왕을 노릴 수 있게 된 데는 4대 메이저대회뿐 아니라 월드골프챔피언십 대회 등 미국과 유럽 대회를 동시에 겸하는 대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도널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퍼트=돈’이라는 등식은 프로뿐 아니라 주말골퍼에게도 마찬가지다. 3퍼트에 지갑이 자주 열린다면 귀가 번쩍 뜨일 일이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롱 퍼터가 특효약처럼 떠올랐다는 소식이 들려서다. 26일 끝난 투어 챔피언십에서 빌 하스(미국)가 1144만 달러의 잭팟을 터뜨리며 양손에 모두 트로피를 든 데는 전가의 보도였던 벨리 퍼터(타이틀리스트 스코티캐머런 콤비)가 큰 힘이 됐다. 하스는 3차 연장전을 치른 18번홀(파3) 그린 에지에서 15m가 넘는 거리를 퍼터로 공을 굴려 컵 1.2m에 붙이며 천금같은 파를 낚아 승리를 결정지었다. 2년 전 벨리 퍼터를 접한 하스는 그린 상태와 컨디션에 따라 일반 퍼터와 번갈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시즌 PGA투어에서는 롱 퍼터 사용자가 전체 선수의 15% 정도까지 급증했다.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한 30명 중에선 6명이 롱 퍼터를 썼다. 효과도 만점이었다. 애덤 스콧(호주)은 4월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하며 재기를 알린 뒤 상승세를 탔다.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지난달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롱 퍼터를 쓰는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에 올랐다. 투어 챔피언십 직전까지 페덱스컵 포인트 랭킹 1위였던 웹 심슨(미국)도 롱 퍼터 애호가이며 필 미켈슨(미국)과 어니 엘스(남아공)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롱 퍼터의 길이는 40인치 이상이다. 33∼35인치인 일반 퍼터보다 길다. 롱 퍼터는 샤프트 끝을 배꼽에 대는 벨리 퍼터(40∼43인치)와 가슴이나 턱에 대는 브룸스틱(빗자루) 퍼터(46∼45인치) 등으로 나뉜다. 퍼터는 18인치보다 작으면 안 될 뿐 최대 길이에 대한 규정은 없다. 롱 퍼터는 손목과 팔꿈치 등을 쓰는 군더더기 동작으로 퍼터 페이스가 열리거나 닫히는 현상을 피하고 몸에 가까운 중심에서 시계추 원리로 스트로크를 하게 돼 방향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다. 물리학자인 김선웅 고려대 명예교수는 “회전운동의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으면 정확성이 높아진다. 퍼터의 라이각(클럽 샤프트가 지면과 이루는 각도)이 90도라면 공의 직진성이 최고에 이른다”고 말했다. 퍼터와 몸이 ‘11자’를 이룬다면 이론상 직선 퍼트를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는 뜻이다. 일반 퍼터의 라이각은 70∼72도이며 샤프트가 길어질수록 퍼터가 세워지게 돼 벨리 퍼터는 73∼74도, 브룸스틱 퍼터는 74∼76도로 알려졌다. 핑골프의 롱 퍼터 중 샤프트 끝이 목에 닿는 제품의 라이각은 80도에 이른다. 하스의 퍼터는 43인치에 라이각은 71도. 전설의 골퍼 샘 스니드는 홀을 마주보고 다리를 모아 스트로크를 하는 크로켓 스타일의 희한한 동작을 취해 일반 퍼터로 롱 퍼터 같은 효과를 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들이 롱 퍼터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짧은 거리 스트로크의 직진성이 좋기는 해도 긴 퍼트의 거리감을 익히기에는 쉽지 않아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쇼트 퍼트도 브레이크가 많으면 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트가 길어 다루기도 어렵다. 한국캘러웨이골프 김흥식 이사는 “최근 롱 퍼터 문의가 늘고 있다. 특별 주문으로 구입할 수 있는데 4주 이상 걸린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탱크’ 최경주(41·SK텔레콤)가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2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끝난 투어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를 차지한 뒤 귀국길에 올라 27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인천 잭니클라우스GC에서 개막하는 신한동해오픈 출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장이었다. 하루를 꼬박 이동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최경주는 지친 기색을 찾기 힘들었다. 한국 나이로 43세인 최경주는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시즌 상금 400만 달러를 돌파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비결에 대해 그는 “누룽지는 오래 끓여야 맛이 나는 것 아니냐”면서 식이요법과 스윙 변화를 꼽았다. 3년 전 무리한 체중 감량으로 부진에 빠졌던 그는 “다시는 다이어트 안할 생각”이라며 웃었다. “아침에 곡물, 과일 등을 믹서에 간 선식을 먹습니다. 6시간 동안 버틸 만큼 에너지가 충분해요. 화장실도 편하고요.” 최경주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는 285.6야드로 137위에 불과하다. 최경주는 “집에 가면 PGA 통계 자료는 안 본다. 그걸 보다 보면 뭔가 다른 데 집착하게 된다. 내 게임과 무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데이터보다는 실제 상황에서 부딪치는 문제 해결에 주력한다는 뜻이었다. 최경주는 “솔직히 10야드만 더 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절실하다. 그래서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는 드로 구질을 익혔다. 공을 깎아 쳐서는 안 된다. 임팩트 때 오른손이 덮이면서 풀 릴리스하는 게 손쉬운 요령”이라고 말했다. 최경주는 “주위에서는 다 된 게 아니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5년 이상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케니 페리(51), 프레드 커플스(52)가 롤 모델이다. 내년에 통산 9승, 10승을 바라보는데 그중 메이저 대회가 포함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넘치는 의욕 속에 화려한 입담을 과시한 최경주. 그런 선배를 바라보던 김경태(25), 강성훈(24), 노승열(21) 등 후배 선수들은 기자회견장에서 좀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러프에 빠져버린 1000만 달러232야드의 18번홀(파3). 최경주(41·SK텔레콤)가 하이브리드클럽으로 친 티샷이 그린 왼쪽 짧은 러프에 떨어졌다. 클럽하우스 리더(경기를 먼저 끝낸 선두)였던 빌 하스(미국)와는 1타 차. 동타를 이루려면 버디가 필요했다. 17번홀(파4)에서 22야드 칩인 버디를 낚으며 갤러리를 열광시켰던 그는 비슷한 거리에서 회심의 칩샷을 날렸으나 핀을 향해 구르던 공은 홀 2m 전방에서 멈췄다. 최경주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배어 나왔다. 딱 1타가 부족했다. 26일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최경주는 7언더파 273타를 기록해 1000만 달러(약 119억 원)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우승 보너스와 144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동시에 노릴 수 있었던 연장전에 1타 차로 오르지 못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최경주는 41만8667달러의 상금에 플레이오프 랭킹 11위에 따른 보너스 30만 달러를 받게 됐다. 세계 랭킹 16위에서 14위로 상승했다. 8번홀(파4)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드로 구질의 티샷을 구사했으나 바람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면서 오른쪽 러프 지역의 맨땅에 떨어진 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겨 깊은 러프에 빠졌다. 네 번째 샷 만에 겨우 그린에 공을 올렸으나 3m 남짓 보기 퍼트마저 실패했다. 최경주는 “우승 상금 1000만 달러를 의식해 가끔 압박이 찾아와 몇 번 실수가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페덱스컵 리셋 포인트가 최경주(13위)보다 낮은 25위였던 하스가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1위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시스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막판까지 흥미를 끌기 위해 플레이오프 성적에 따른 리셋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평소 성적을 무시한 채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인트 랭킹 1위였다가 이번 대회 공동 22위의 부진으로 포인트 랭킹 2위로 밀려난 웹 심슨(미국)은 “진정한 최고 선수를 가리는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팀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는 “우리가 구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며 흐뭇해했다. 29일 개막하는 신한동해오픈 출전을 위해 27일 귀국하는 최경주 역시 “1년 내내 고생한 선수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아쉬운 순간은 많았지만 잊지 못할 한 해였다”고 말했다. 사실상 PGA투어를 마감한 그는 올 시즌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과 투어챔피언십 선전 등으로 22개 대회에서 상금 443만 달러를 벌어 상금 랭킹 4위에 올랐다. 25개 대회에서 역대 한 시즌 최다인 458만 달러를 기록한 2007년에 버금가는 제2의 전성기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연못서 건져올린 1000만 달러 ▼투어 챔피언십 우승으로 1000만 달러의 우승 보너스를 받게 된 빌 하스는 골프 명문가 출신이다. 아버지는 PGA투어에서 아홉 차례나 우승한 제이 하스다. 삼촌인 제리 하스는 1994년 네이션와이드 투어(2부 투어)에서 3승을 거뒀고 1985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31위까지 올랐다. 이번 대회 캐디로 나선 제이 하스 주니어는 프로 골퍼 출신으로 빌 하스의 친형이다. 어릴 적부터 골프와 익숙했던 하스는 2004년 웨이크포리스트대 4학년 때 10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04년 프로로 전향한 뒤 한동안 부진했지만 2006년 퀄리파잉 스쿨을 통해 PGA 무대에 진출했다. 하스는 2010년 밥 호프 클래식과 바이킹 클래식에서 우승한 데 이어 최고의 보너스가 걸린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올 시즌 최고 스타로 발돋움했다. 하스는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연장전 두 번째 홀인 17번홀(파4)에서 티샷을 연못 가장자리에 떨어뜨려 위기를 맞았지만 연못에 한 발을 담근 채 물에 반쯤 잠긴 공을 그린 위에 올린 뒤 파를 잡아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스는 이 샷에 대해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으로 쳤다.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샷이었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32야드의 18번 홀(파3). 최경주(41·SK텔레콤)가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친 티샷이 그린 왼쪽 짧은 러프에 떨어졌다. 클럽하우스 리더(경기를 먼저 끝낸 선두)였던 빌 하스(미국)와는 1타 차. 동타를 이루려면 버디가 필요했다. 17번 홀(파4)에서 22야드 칩인 버디를 낚으며 갤러리를 열광시켰던 그는 비슷한 거리에서 회심의 칩샷을 날렸으나 핀을 향해 구르던 공은 컵 2m 전방에서 멈췄다. 최경주의 얼굴에 진한 아쉬움이 배어나왔다. 딱 1타가 부족했다. 26일 미국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GC(파70)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최경주는 7언더파 273타를 기록해 1000만 달러(약 119억 원)의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우승 보너스와 140만 달러의 우승 상금을 동시에 노릴 수 있었던 연장전에 1타 차로 오르지 못했다. 공동 3위를 차지한 최경주는 41만8667 달러의 상금에 플레이오프 랭킹 11위에 따른 보너스 30만 달러를 받게 됐다. 이날 플레이오프 랭킹 상위 선수들이 줄줄이 부진했기에 최경주는 우승만 했다면 2500점의 랭킹 포인트를 추가해 단번에 1140만 달러를 챙길 수 있었다. 8번 홀(파4) 더블보기가 뼈아팠다. 티샷이 슬라이스가 나면서 오른쪽 러프 지역의 맨 땅에 떨어진 뒤 두 번째 샷은 그린을 넘겨 깊은 러프에 빠져 네 번째 샷 만에 겨우 그린에 공을 올렸으나 3m 남짓 보기 퍼트마저 실패했다. 최경주는 "우승 상금 1000만 달러를 의식해 가끔 압박이 찾아와 몇 번 실수가 있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페덱스컵 리셋 포인트가 최경주(13위)보다 낮은 25위였던 하스가 이번 우승으로 페덱스컵 포인트 1위가 되면서 플레이오프 시스템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막판까지 흥미를 끌기 위해 플레이오프 성적에 따른 리셋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면서 평소 성적을 무시한 채 로또와 같은 일확천금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포인트 랭킹 1위였다가 이번 대회 공동 22위의 부진으로 포인트 랭킹 2위로 밀려난 웹 심슨(미국)은 "진정한 최고 선수를 가리는 방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반면 팀 핀첨 PGA투어 커미셔너는 "우리가 구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가 나왔다"며 흐뭇해했다. 29일 개막하는 신한동해오픈 출전을 위해 27일 귀국하는 최경주 역시 "1년 내내 고생한 선수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 같지는 않다. 아쉬운 순간은 많았지만 잊지 못할 한 해였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사실상 미국PGA투어를 마감한 그는 올 시즌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과 투어챔피언십 선전 등으로 21개 대회에서 상금 443만 달러를 벌어 상금 랭킹 4위에 올랐다. 25개 대회에서 역대 한 시즌 최다인 458만 달러를 기록한 2007년에 버금가는 제2의 전성기였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최혜정(27·볼빅·사진)은 3라운드에 76타를 쳤다. 선두에게 5타 뒤진 공동 11위였다. 우승은 힘들 줄 알았다. 하지만 4라운드에 주말 골퍼가 흔히 말하는 ‘그분’이 오셨다. 전날보다 14타나 적게 쳤다. 최고의 하루였다. 25일 평창 알펜시아트룬CC(파72)에서 끝난 국내 여자 메이저대회 KLPGA챔피언십. 최혜정은 버디 10개로 코스 레코드인 10언더파 62타를 몰아쳐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2위 양수진(넵스)을 1타 차로 제쳤다. 시즌 첫 승이자 2007년 하이트컵 이후 4년 만에 통산 2승. 최혜정의 소속사인 국산 골프공업체 볼빅은 ‘신토불이 우승’으로 평가했다. 국내 남녀 1부 투어에서 최혜정처럼 국산 공을 사용해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최혜정은 지난해 계약한 볼빅으로부터 우승상금 1억4000만 원의 50%인 7000만 원의 보너스까지 받게 됐다. 최혜정은 2003년 KLPGA 정회원이 됐지만 협회 규정을 어기고 이듬해 미국 투어에 진출해 2년간 국내 대회 출전 금지의 중징계를 받았다. 최혜정은 “미국 경제가 너무 안 좋아 국내에 전념하게 됐다. 다혈질 성격을 다스린 게 우승 비결”이라며 웃었다. 여주 캐슬파인GC에서 매치플레이로 열린 한국남자프로골프투어 먼싱웨어 챔피언십 결승에서 해병대 출신 미남 골퍼 홍순상(SK텔레콤)은 박도규를 3홀 남기고 4홀 차로 꺾었다. 시즌 2승째를 거두며 상금 1억 원을 받은 홍순상은 시즌 상금 3억7700만 원으로 김경태(3억6400만 원)를 제치고 상금 선두에 올라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9세 노장 마리아 호세 마르티네스 산체스(스페인)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한솔코리아오픈에서 우승했다. 세계 랭킹 36위로 왼손잡이인 마르티네스 산체스는 25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열린 단식 결승에서 세계 82위 갈리나 보스코보예바(카자흐스탄)를 두 세트 연속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2-0(7-6, 7-6)으로 이겨 통산 5승째이자 시즌 2승째를 거뒀다.}

《고졸 출신에게 프로농구 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1997년 프로 출범 후 지난해까지 고졸 학력자가 유니폼을 입은 적은 없었다. 다음 달 13일 개막하는 올 시즌에는 이정표 하나가 세워진다. 2월 여수전자화학고를 졸업하고 모비스에 입단한 이우균(19·사진)이 주인공이다.》 22일 용인 모비스 체육관에서 만난 이우균은 앳된 얼굴로 “시즌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뛴다. 내가 잘 돼야 다른 고졸 출신 후배들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빵과 햄버거를 실컷 먹을 수 있어서 농구부에 들어간 이우균은 고교 시절 평균 20점 가까이 넣는 공격력에 스피드와 근성을 지니고도 174.6cm의 단신 핸디캡에 발목이 잡혔다. 동기 3명이 고교 2학년 때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로 진로가 결정된 반면 그는 갈 데가 없었다. 지난해 7월 종별선수권에서 팀을 3위에 이끌며 미기상을 받은 것을 끝으로 농구를 관둘 결심을 했다. “공부해서라도 대학에 가고 싶었어요.” 그런 그에게 한국농구연맹(KBL)의 프로 지망 오디션격인 일반인 드래프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드래프트 날은 마침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는 날이었다. 농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갖고 있던 기량을 다 쏟아 부어 합격의 기쁨을 누린 뒤 올 1월 2군 드래프트에서 모비스의 지명을 받았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그의 자질을 눈여겨봤다. 역대 최연소 프로농구 선수가 된 그는 최고령인 LG 서장훈(37)과는 열여덟 살 차이가 난다. “감독님이 내 이름을 부르는 순간 믿어지지 않았어요.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죠.” 이우균은 현역 시절 명가드였던 유재학 감독과 같은 포지션이다. 양동근, 김현중 등을 길러내며 가드 제조기로 유명했던 유 감독 밑에서 이우균은 새롭게 농구에 눈을 뜨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 보강을 위해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날 정도로 땀을 쏟았다. 연봉 2500만 원인 2군 신분이지만 비시즌 동안 잠재력과 기량 향상을 보여 1군 엔트리 등록이 유력하다. 첫 월급으로 부모님 옷을 사드리고 여행 경비를 드렸다는 이우균은 “겨우 문은 열었다. 이제부터는 살아남는 게 중요하다. TV로 봤던 형들과 맞서기 위해 열심히 배우겠다”고 다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키가 207cm인 LG 서장훈이 놀란 표정으로 어딘가를 쳐다봤다. 23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LG체육관에서 중국프로농구 베이징 덕스와의 친선경기를 위해 코트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골대 밑에 자신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선수가 있었다. 베이징 센터 쑨밍밍(28)이었다. 쑨밍밍의 키는 236cm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큰 농구선수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국내 최장신 하승진(221cm)뿐 아니라 북한에서 이름을 날렸던 이명훈(235cm)보다 크다. 쑨밍밍의 상의 유니폼에는 ‘14XL’이라는 사이즈가 표시돼 있었다. 쑨밍밍은 11월 시즌 개막에 대비하기 위해 20일 베이징 선수단과 한국 전지훈련을 와 모비스 LG KCC 등 프로팀들과 경기를 치른 뒤 28일 출국한다. 한국에 처음 온 쑨밍밍은 335mm 신발을 신고 몸무게가 160kg이 넘으며 식사량도 엄청나다. 입국 후 피자 크기의 파전 반 접시에 낙지볶음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웠다는 그는 전날 점심 때 순댓국에 공기밥 세 그릇을 게 눈 감추 듯 먹어치웠다. 전날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15분 정도를 뛰며 까치발만으로 덩크슛을 날렸던 그는 이날 무릎이 신통치 않아 벤치를 지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허리 부상 시련 딛고 3년 4개월 만에 국내대회 출전 ‘버디퀸’시차 때문에 2시간밖에 못 잤다는 그의 목소리에선 힘이 넘쳤다. 늘 당당했던 예전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가슴이 설레요. 긴장도 되네요.”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버디퀸’으로 이름을 날리던 박지은(32)이다. 그는 22일 평창 알펜시아트룬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제33회 메트라이프 한국경제 KLPGA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21일 귀국했다. 국내 대회 출전은 2008년 5월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평소 통화가 안 되기로 유명하던 박지은이 20일 휴대전화로 연결된 것만 해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변화는 또 있었다.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뒤 국내 대회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이 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에 2주 연속 홈팬 앞에 나선다. LPGA투어 하나은행챔피언십과 국내 여자프로 하이트챔피언십에 초청을 받았다. 오랜 부상으로 뛰고 싶어도 뛸 수 없었던 갈증을 풀기 위해서다. “아직 박지은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 기뻐요. 몸 상태도 좋아졌고 후반기 들어 샷감도 살아난 만큼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해야죠.”2004년 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안니카 소렌스탐을 제치고 베어트로피를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린 박지은. 하지만 이듬해 허리 부상이 심각해지면서 복대를 차고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상태는 더욱 악화돼 2년 전 고관절 수술에 지난해 다시 허리 수술까지 받으며 슬럼프에 허덕였다. 클럽을 놓을 각오로 수술대에 올랐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나을 만하면 통증이 재발하면서 이대로 은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하지만 시련은 오히려 그를 강하게 만들었다. “힘들어서 눈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때려치울까 망설였죠. 쉬는 동안 골프 중계를 보면서 ‘나는 여기서 뭘 하고 있나’ 하는 생각에 이대로 관둘 순 없다고 스스로 채찍질했죠. 허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연습을 게을리했던 나태한 자세에서 벗어나려고 했어요.” 올 들어 컨디션을 회복한 박지은은 출전 자격이 되는 모든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0개 대회 미만으로 출전한 그는 올 시즌 14개 대회를 소화하고 있다. 감전된 듯 찌릿찌릿하던 허리도 괜찮아져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해졌다.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병행했다.“전 대회 출전은 신인 때인 2000년 이후 처음이에요. 개근상이라도 받아야 해요. 미국 대회가 너무 줄어들어 경기 감각을 되찾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차츰 자신감이 살아나고 있어요.”5월 애브넷클래식 1라운드에서 67타를 치며 공동 선두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는 공동 13위로 마쳤다. 지난해 고려대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논문만을 남겨둔 박지은은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남자친구도 있어 새로운 인생도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당면 과제는 프로 골퍼로서 마지막 꽃을 피우는 일이다. 골프 스타 중에는 정상을 질주하다 한 번 추락하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데이비드 듀발(미국)이 그랬고 최근 타이거 우즈(미국)도 비슷한 처지다. 박지은은 어떨까. “골프는 멘털 게임이라고 하잖아요. 육체적으로 준비가 됐다고 다 되는 건 아니에요. 리듬을 다시 찾아야 하고…. 오래 쉬다 보면 조급해지고 소심해지거든요. 쉽지 않겠지만 이겨내야죠. 여기서 주저앉을 순 없어요.”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2남 1녀 중 막내딸인 그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공주 대접과는 거리가 멀었다. 치과 사무원으로 일하느라 집을 비우는 부모님을 대신해 열세 살이나 많은 큰오빠 밑에서 자랐다. 작은오빠와는 세 살 차이였다. 골프 선수인 큰오빠 덕분에 집이 골프장 페어웨이를 끼고 있었기에 두 동생은 골프놀이에 매달렸다. 심심풀이 게임은 아니었다. 퍼트와 칩샷 내기를 해 지는 쪽이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버려야 했다. 작은오빠를 이기려는 마음에 어릴 때부터 승부근성을 키웠다. “내 장타는 오빠와 경쟁하며 멀리 치려고 노력했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후일 폭발적인 비거리를 갖춘 그는 과거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새 역사를 쓴 16세 천재 소녀 알렉시스 톰프슨(미국)이었다. 톰프슨은 19일 미국 앨라배마 주 프랫빌 RTJ 골프 트레일(파72)에서 끝난 나비스타 클래식에서 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했다. 1995년 2월 10일생으로 홈 스쿨링을 통해 고교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그는 16세 7개월 8일의 나이로 역대 LPGA투어 최연소 챔피언에 등극했다. LPGA투어 61년 역사에서 최연소 우승 기록은 1952년 새러소타 오픈에서 말린 해그(미국)가 기록한 18세 14일이었는데 당시 경기는 1라운드로 치러졌다. 2라운드 이상의 멀티 라운드 최연소 우승 기록은 폴라 크리머(미국)가 2005년 사이베이스 클래식에서 기록한 18세 9개월 17일이다. 캐디를 맡은 아버지 스콧 톰프슨은 “눈물을 겨우 참았다. 이보다 더 딸이 자랑스러울 수 없다”며 기뻐했다. 큰오빠 니컬러스는 2006년 PGA투어 멤버가 돼 현재 2부 투어에서 뛰고 있다. 작은오빠 커티스는 루이지애나주립대 골프부 장학생이다. 톰프슨의 등장에 미국 골프계는 흥분하고 있다. 원조 천재 소녀였던 미셸 위가 우승한 것은 20세였다. 타이거 우즈 역시 미국프로골프투어 첫 승은 20세에 했다. 최근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LPGA투어는 스폰서 기근과 침체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았다. 180cm의 큰 키에 금발, 실력까지 갖춘 톰프슨의 가세를 대형 호재로 반겼다. 다섯 살 때 골프를 시작한 톰프슨은 일찍이 스타성을 인정받았다. 열두 살 때인 2007년 US여자오픈에서 사상 최연소로 본선 진출권을 얻었다. 열네 살 때 이 대회 1, 2라운드에 공동 선두로 나서기도 했다. 톰프슨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276.63야드의 드라이버 비거리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올 시즌 장타 1위 대만의 청야니(271.13야드)를 압도했다.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선 327야드를 날린 적도 있다. 장타 비결은 큰 어깨 회전과 하체가 리드하는 다운스윙이 꼽힌다. 골프다이제스트 분석에 따르면 톰프슨은 테이크 어웨이 단계부터 어깨 턴을 이용해 백스윙을 낮고 길게 빼주며 엉덩이 회전은 최소로 줄여 상체와 하체의 꼬임을 극대화한다. 백스윙 톱에서 골반을 왼쪽으로 틀어주면서 강력한 다운스윙에 들어간다. 톰프슨의 사용 드라이버는 코브라 S2로 8.5도 로프트에 샤프트 플렉스는 S다. 지난해 6월 프로로 전향한 그는 18세 이상만이 회원이 될 수 있는 LPGA투어 나이 제한 규정에 걸렸다. 하지만 투어 측의 특별 허용으로 올해 퀄리파잉(Q)스쿨에 응시해 1차 예선을 10타 차 1위로 통과했다. LPGA투어 비회원 우승자에게는 다음 시즌 출전권을 부여하지만 연령 제한에 따라 Q스쿨에 합격해야 투어에서 뛸 수 있다. 검증된 그에게 특례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톰프슨의 돌풍에 막혀 코리아 군단의 통산 100승 도전은 또 실패로 끝났다. 재미교포 티파니 조가 5타 차 2위에 머물렀다. 전날 2위였던 이미나(KT)는 공동 6위(9언더파)에 그쳤다. 다음 대회는 10월 7일 인천 스카이72골프클럽에서 열리는 하나은행챔피언십이다. 아홉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계) 선수들은 홈 팬 앞에서 100승 정복을 노리게 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