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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사춘기가 훨씬 길어졌어요. 지금의 10대에게 부모 세대의 10대를 기대하면 안 되는 이유죠.” 김영화 서울 강동소아정신과 원장(사진)이 ‘사춘기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비밀’(경향에듀)을 펴냈다. 끊임없이 자라는 청소년기의 뇌를 연구해 10대의 행동을 분석한 ‘10대 뇌 사용 설명서’다. 김 원장은 ‘내 아이 마음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와 정신 건강’ 등 10대 자녀 교육서를 여럿 출간했다. 그는 “과거에는 12∼18세를 사춘기로 생각했지만 요즘은 25세쯤 돼야 사춘기가 끝난다”고 설명했다. 뇌 과학자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청소년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왔는데 21세기 들어 청소년기의 뇌 변화가 25세가 돼서야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예전보다 청소년기가 길어진 원인에 대해서 김 원장은 “교육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며 “사회에 나가 경제활동을 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뇌 성장속도는 느리지만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신체 나이는 앞서기 때문에 10대들이 겪는 혼란은 배가된다. 청소년들이 쉽게 흥분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10대 범죄는 예전보다 범죄에 많이 노출돼 있는 환경적인 변화와 청소년기 신체적 변화의 합작품이에요. 원래 혼란의 시기인데 요즘 아이들은 더 길게 겪고 지나간다는 게 문제이지요.” 책은 불안정한 10대의 뇌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10대 자살과 관련해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이 눈에 띈다. 자살을 결심한 아이들은 50번 정도 이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주위에 보낸다. 이를 ‘도움요청(cry for help)’이라고 한다. 김 원장은 “자살하려는 아이들은 반드시 주변에 미리 죽음을 예고한다. 친구들은 다 아는데 부모만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안타까워했다. 어떻게 하면 10대 자녀를 비뚤어지지 않게 키울 수 있을까. 김 원장은 “자녀들의 말을 끊지 말고, 비판하지도 말고 묵묵히 진지하게 들어주라”며 “절대 친구들하고 비교하지 말고 대화의 주어를 ‘너’가 아닌 ‘나(부모)’로 맞춰보라”고 조언했다. 요즘 들어 자녀의 유사 자폐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오는 엄마가 부쩍 늘었다. 엄마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겪게 될 경우 자녀의 정서적인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자녀가 자폐증을 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 원장은 다음 저서에서 이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0대는 미래에 희망을 걸지 않는다. 가난의 대물림, 그로 인한 무력감과 체념은 몸을 팔아 당장의 끼니를 때워야 하는 동력이 된다. 1998년 청소년 에이즈 사망 가능성이 50%를 넘어섰다. 성관계와 에이즈 공론화에 인색하고 보수적인 남아공 사회에서 돌파구는 없어 보였다. ‘러브라이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남아공 청소년 에이즈 예방 캠페인 ‘러브라이프’가 성공한 비결은 또래압력에 있다. 성교육으로 겁을 주고 약도 주며 설교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음료수 스프라이트 광고 캠페인을 모델로 삼았다. 연예인의 가십거리, 음악, 패션, 스포츠 행사, 연애 정보 등 10대들의 관심사를 활용해 그들이 동참하고 싶어 하는 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에서 소녀들은 또래 소녀들이 콘돔 없이 성관계를 맺자는 남자 친구를 왜, 어떻게 차 버렸는지 듣는다. 그리고 자기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변화의 이유를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삶을 살아 가는 새로운 방법에 동질감을 느꼈어요. 나도 삶을 바꾼 내 친구처럼 될 수 있어요.” 책의 원제는 ‘Join the Club’이다. 뉴욕타임스와 내셔널지오그래픽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또래압력을 이용한 사회적 치유책의 위력을 강조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인 동기는 타인과의 결속감에 대한 염원”이라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또래압력을 비틀어 보기를 권한다. 총 10장에 걸쳐 제시되는 사회적 치유책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눈길을 끈다. 저자가 현장을 답사해 건져 올린 얘기들인 만큼 더욱 생생하다. 세르비아의 독재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물러나게 한 ‘오트포르(세르비아어로 ‘저항’이란 뜻)’ 학생 조직이 대표적이다. 기존의 민주주의 운동가들이 정당을 만드는 동안 오토포르는 파티를 벌였다. 이 학생 조직에서는 한밤중에 경찰을 피해 휴대전화를 지급받고 암호를 외우고 돌아다니다 체포되면 다음 날 록스타처럼 추앙을 받았다. 오트포르는 멋진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콘서트를 열었다. 이 조직은 비폭력 저항운동의 새로운 코드로 자리매김했다. 이 밖에도 저자는 인도의 카스트제도 완화, 미국 텍사스 주 소수민족 학생들의 미적분 점수 향상 등의 사례를 또래압력의 산물로 소개했다. 무함마드 유누스 총재의 그라민 은행도 또래압력의 좋은 본보기다. 돈도 부동산도 없는 방글라데시 극빈층에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의 평판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준 것. 이런 연대 담보는 빈곤이라는 거대한 사회 문제에 ‘손잡고 나아가기’ 방식을 채택하면서 빛을 발했다. 저자는 한 사람의 의지로는 해결하기 힘든 사회 문제를 가장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이 또래압력이라고 설명한다. 진짜 문제는 어둠의 수렁에 빠진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를 이룰 수 없는 고립된 개인들의 사회라는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곧 출간할 저서 ‘안철수의 생각-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김영사)에서 “앞으로 책임 있는 정치인의 역할을 감당하든, 아니면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세상의 변화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계속하든, 이 책에 담긴 생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나아가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동아일보가 입수한 일부 원고에서 그는 대선출마 의지를 분명히 밝히진 않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내 생각을 보다 많은 분들께 구체적으로 들려드리고 많은 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책 출간을 계기로 지금보다 안 원장의 행보가 더 적극적이 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책을 낸 뒤 시차를 두고 대선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수순이 유력하다. 안 원장을 인터뷰한 대담자는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이고 책의 1판 1쇄 발행일자는 이달 19일이다.안 원장은 서문에서 “기업 현장에서, 학교에서,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그리고 청춘콘서트를 포함한 대화의 자리에서 많은 분들과 함께 ‘우리가 열망하는 사회’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그런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도 함께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 딸을 포함한 미래세대가 꿈을 키우고 행복을 느끼며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루어 가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이 책에는 그런 토론과 고민의 결과들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은 경제 교육 통일 외교 국방 등 국가 현안에 대해 전문가들을 만나 공부해 왔다.▼ “청소년 경쟁상대는 자기 자신… 잠재력 극대화를” ▼부제도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인 만큼 그가 출마를 결심할 경우 집권 비전에 해당하는 내용이 책에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그는 제 교수가 ‘인생에서 성공이란 무엇으로 정의할 수 있느냐’고 묻자 “제 인생에서 성공의 의미는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며 “내가 죽고 난 후에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와는 다른 긍정적인 무언가를 이 세상에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다.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거나 좋은 제도, 좋은 책, 바람직한 조직 등을 통해 세상에 흔적이 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안 원장은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당부할 말’을 묻는 질문엔 “사회구조의 문제와 상관없이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경쟁과 비교의 대상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는 게 좋다. 옆에 있는 친구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라”고 조언했다. 또 “내가 받은 것을 장차 일부라도 돌려줘야 할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이란 책의 한 구절을 생활신조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평범한 사람이 노력을 거듭한 끝에 원래 천재였던 사람보다 더 빛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문제에 부딪히면 나는 남보다 시간을 두 배 곱절 더 투자할 각오로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인도하는 빛을 발견한 듯한 감동을 받았다”는 것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어릴 적 음식을 남겼을 때 부모에게서 이런 잔소리를 들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농부들이 피땀 흘려 가꾼 음식을 남기면 안 된다’, ‘우리 때는 쌀 한 톨도 소중했다’, ‘굶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떠올려 봐라’ 등 집집마다 엇비슷하다. 여리고 맑은 동심에 죄책감을 불러일으켜 효과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얼핏 머리가 굵어진 어른들을 위한 잔소리 모음집처럼 보인다. 하지만 먹는 만큼 버려지는 음식과 우리의 잘못된 소비습관에 주목하고,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구성 면에서는 개인적인 관찰과 사실, 영화 이야기를 섞은 ‘하이브리드 인문서’로 볼 수 있다. 영화감독 투른이 4개 대륙을 누비며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 ‘쓰레기 맛을 봐(Taste The Waste)’ 이야기와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실태를 정리하는 한편, 프리랜서 언론인 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는 식량 낭비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학문적 접근을 꾀한다. 책 내용의 핵심은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절반이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는 사실. 현장 취재로 얻은 생생한 사례와 각종 수치가 실태의 심각성을 부각시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은 매년 300만 t의 빵을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이는 스페인 국민 전체가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전 세계 물 소비량의 4분의 1은 나중에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식품을 생산하는 재배지로 들어간다. 이렇다 보니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들이 페이지마다 가득 담긴다. 외양이 깨끗한 제품을 진열하기 위해 구부러진 오이, 울퉁불퉁한 감자, 한 군데 멍든 사과들은 상자째 버려진다. 유통기한이 소비자들에게 음식을 버리는 면죄부로 작용한다는 논리도 흥미롭다. 꽉 들어찬 냉장고를 정리하며 식품을 버릴 때 유통기한은 양심의 가책을 떨쳐 버릴 수 있도록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저자는 ‘소비자는 자기가 보고 듣고 맛보는 감각보다 생산자가 표기한 날짜를 더 신뢰한다’고 꼬집는다. 생산자가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사례 모음도 참고할 만하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세인즈베리스는 1+1 제품을 ‘오늘 하나를 구입하면 다음에 필요할 때 다른 하나를 가져가기’ 식으로 탈바꿈시켰고, 네덜란드 슈퍼마켓 체인 점보는 유통기한이 이틀 남은 물건을 진열장에서 발견하는 손님들에게 무료로 가져가도록 하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폐기물을 줄였다. 이 밖에도 저자는 줄이고 재분배하고 재생하는 간단한 원칙 ‘RRR(Reduce, Redistribute, Recycle)’을 제시해 경작지에서 식탁까지 오는 유통 과정에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길을 안내한다. 혹시 우리는 ‘지금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아니라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들을 구입하고 있지는 않은가.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며 과일을 마구 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과잉의 시대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가 굶어 죽어 간다는 사실에 그치지 않는다. 낭비하는 작은 습관은 자원 고갈이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 등의 재앙이 되어 이미 우리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양악수술은 OO병원’, ‘라식 수술 OO만 건 국내 최다’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무수히 보고 듣는 광고 문구들이다. ‘획기적인 암 치료제 개발’ ‘커피 하루에 한 잔은 두뇌 회전 높여’ 같은 정보도 수시로 사람들의 눈과 귀를 파고든다. 이런 건강정보와 광고의 홍수 속에서, 알아 두면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진실을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병원에 관한 진실’을 말하기 위해 의사 출신 기자들이 입을 열었다. 동아일보 이진한, MBC 신재원 의학전문기자는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의료 상식부터 의사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에 대한 답까지 충실하게, 군더더기 없이 전달한다. 책에 따르면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은 복부 초음파와 명백한 중복 검사이므로 동시에 받을 필요가 없다. 갑상샘초음파검사로 진단하는 갑상샘 유두암은 생존율이 98%나 되는, 비교적 ‘착한’ 암이다. 대학 병원 응급실 진료 시스템을 설명해 놓은 대목을 읽으면 대학병원 응급실의 진료가 왜 느리고, 왜 의사들은 계속 바뀌면서 똑같은 질문을 해 대는지 등 의문이 풀린다. 이상적인 소아 응급실을 갖춘 병원도 소개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눈이 반짝 뜨일 만하다.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양악 수술과 관련해 수술을 받으면 좋은 얼굴형을 알려 주고 다이어트약과 소화제에 숨겨진 비밀도 파헤쳤다. 포괄수가제, 암 보험과 같은 의료 이슈도 진단했다. 120가지가 넘는 의료 상식과 분야별 최고 전문의가 전하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들이 책의 부가가치를 높인다. 앞에서부터 꼼꼼히 정독하는 것도 좋지만 관심 있는 질병이나 치료법에 관한 부분을 먼저 읽어도 좋을 듯하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올여름 화제작인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를 보면서 사람들은 드라마 속 법의 부조리에 유독 분노한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도리어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은 대중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만든 법이 왜 우리의 도덕과 상식을 배반하는지를 따지고 든다. 장기 매매처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고, 판결은 유죄 아니면 무죄로만 갈리며, 악행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바로 저자가 다루는 법의 모순들이다. 도덕적으로 악랄해 보이는 범죄가 기대보다 약한 처벌을 받을 때 사람들은 사법제도의 모순에 분노하고 사회정의를 의심한다. ‘추적자’ 속 평범한 형사 아버지가, 딸을 죽이고도 뉘우치지 않는 범인이 무죄 선고를 받자 이성을 잃었던 경우가 그렇다. 저자는 특히 기대 형량과 실제 형량 간의 딜레마를 다루는 대목에 방점을 찍는다. 예를 들어 음주 운전 중 행인을 치어 죽이고 경찰을 피해 달아난 범인은 한 번의 범행으로 살인, 뺑소니, 공무집행방해라는 다수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되지만, 한 차례 만남에서 성관계 도중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한 가해자에게는 단 한 건의 강간죄만 적용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저자는 이런 법의 부조리함이 근본적으로 논리 간의 충돌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유권자의 투표행위를 연구한 결과 발전한 ‘사회선택이론’을 도구 삼아 사람들이 별다른 의문 없이 받아들이거나 막연히 불편하게 느꼈던 법의 딜레마를 파헤친다. A, B, C 세 후보의 선호도가 A, B, C 순이라고 해도 A 후보와 C 후보가 맞붙을 경우 전자가 승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콩도르세의 역설’이 이론의 핵심이다. 법의 제정과 집행에서도 이 같은 역설이 성립되기 때문에 부조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배려해 철학 경제학 통계학 심리학 연구 결과를 망라하고 다양한 상황극을 제공한다. 다만 비유로 드는 이야기를 때로 장황하게 펼쳐놓아 문제의 본질을 놓치거나 흐리기도 하는 점이 아쉽다. 법에는 왜 허점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대해 일반인의 상식과 법률기관의 타당성 사이에서 빚어지는 간극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허점을 인지하고도 시정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어가는 데선 맥이 빠진다. 책의 감수를 맡은 금태섭 변호사는 추천사에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재미있게 읽었다면 그 다음에 읽을 책으로는 이 이상 가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로스쿨 재학생이나 로스쿨 입학을 희망하는 예비법조인들에게 일독을 권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문학 숲의 왕국(현길언 지음·물레)=어느 날 나무들이 인간에 반기를 들었다. 나무가 숲의 주인임을 공표하고 ‘나무 왕’을 뽑은 것. 하지만 정권을 잡기 위한 나무들의 다툼은 인간 세계와 흡사하게 반목과 혼란으로 가득 차게 되는데…. 1만2000원. 오레오레(호시노 도모유키 지음·은행나무)=히토시는 우연히 주운 휴대전화에 걸려온 전화를 받은 뒤 장난스레 그 휴대전화의 주인행세를 한다. 이후 타인들이 히토시를 휴대전화의 주인으로 태연스럽게 대하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데…. 끝없는 ‘자기 증식’을 그린 독특한 장편 소설. 1만3000원. ○ 인문·학술 신채호 문학연구초(김주현 지음·소명출판)=단재 신채호가 신문 잡지 등에 쓴 글 200여 편을 새롭게 발굴해 분석했다. 또 애국계몽기 연극개량론 관련 논설을 비롯해 여러 작품의 저자가 신채호임을 밝혔다. 4만8000원. 유라시아의 체제전환과 국가건설(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러시아·유라시아연구사업단 엮음·한울)=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유라시아 지역 12개 신생 독립국가의 국가 건설 과정과 전망을 담았다. 3만4000원.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사이먼 블랙번 지음·휴먼사이언스)=위대한 질문 시리즈 첫 번째 책. 철학의 본질적인 질문들이 과학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짚어낸다. 물리학 역사를 바꾼 20가지 질문을 담은 ‘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도 함께 출간됐다. 1만8000원. 조선왕실의궤의 비밀(아미가와 에미코, 기무라 요이치로 지음·기파랑)=경술국치 후 일본에 반출됐다가 10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조선왕실의궤. 일본 NHK 특별취재팀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의궤를 ‘약탈’한 것이 아니라 조선 왕족의 장례와 혼례를 제도화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가져간 것이라고 추정한다. 9500원. ○ 실용·기타 협동조합, 참 좋다(김현대, 하종란, 차형석 지음·푸른지식)=이론에 그치는 기존의 책들과 달리 호혜와 연대의 경제를 추구하는 협동조합의 현실적인 방향성을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제시했다. 1만5800원. 괜찮아, 아직 청춘이잖아!(김영아 지음·신원문화사)=현재에 지치고 미래를 걱정하며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독서치유상담사인 저자가 발 벗고 나섰다. 책을 통해 상처받은 영혼들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메시지들을 담았다. 1만2000원. 청개구리 성공신화(최중경 지음·매일경제신문사)=많은 개발도상국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한국의 경제 발전 비결을 전직 경제정책통이 자세히 소개했다. 한국 경제가 성공스토리의 연속은 아니었다며 실패한 정책에서 찾아낸 교훈들도 새겨볼 만하다. 2만 원.}
‘몸에 스테이플 박아 넣기. 손톱 뽑기. 황산 끼얹기.’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나 들어볼 만한 끔찍한 고문들을 시리아 정보기관이 자행해온 사실이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에 의해 밝혀졌다.HRW는 시리아의 감옥에 수감됐다 풀려난 200여 명을 인터뷰해 3일 발표했다. 81쪽의 ‘시리아 고문실태 보고서’엔 다마스쿠스와 홈스, 이들리브를 비롯해 시리아 전역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다 붙잡힌 사람을 조사하는 27곳의 고문센터에서 자행된 잔혹한 고문기술이 총 망라돼 있다. 시리아군 정보부 등 4개의 정보기관과 치안기관은 20여 가지의 고문기술이 이곳에서 사용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장기간 계속돼 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붙잡힌 시위자를 끔찍하게 고문해왔다는 것. 지난해 3월 아사드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래 시리아 정부군이 비인간적인 고문을 해왔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제기돼 왔다. 보고서에는 시리아 정보당국이 민간인에게 자행한 충격적인 고문기술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둘랍’은 머리와 다리를 자동차 타이어에 집어넣고 구타하는 것이다. ‘바사트 알 리’는 의자 형태로 접히는 십자가에 묶어 발바닥을 때리는 고문이다.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지난달 이들리브 수용소에 3일간 구금된 한 30대 남성은 “조사관이 손가락을 비틀고 가슴과 귀 등에 스테이플을 박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배터리에 전선을 연결해 성기에 전기충격을 두 번이나 가했다”며 “그렇게 3일간 세 번씩 나를 고문해 영영 가족을 보지 못하는 줄 알았다”고 밝혔다.고문 희생자는 대부분 18∼35세의 건장한 남성이지만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탈라크에 수감돼 있던 호삼 군(13)은 “배에 전기충격을 가했다”며 “세 번째 심문 때는 펜치로 발톱을 마구 뽑으며 ‘우리는 어른과 아이를 가리지 않고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라’고 협박했다”며 당시의 끔찍했던 순간을 전했다.한 전직 간수는 HRW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펜치로 수감자들의 손톱을 뽑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먹게 했다. 우리는 그들이 바닥에 흘린 피를 핥아먹게 했다”고 고백해 충격을 주었다.고문기술자들의 모욕행위도 폭로됐다. 지난해 봄 체포돼 40일간 독방에 감금됐던 반정부 활동가 타리크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벌거벗은 우리의 몸에 찬물을 끼얹거나 오줌을 누었다”고 회고했다. 전직 아랍어 교사인 아흐메드 씨도 “고문을 하다 피를 흘려 고문자들의 셔츠를 적시면 더러운 피를 묻혔다고 또다시 맞았다”며 “(고문자들이) 부츠를 벗어 입에 쑤셔 넣었고 강제로 ‘신은 없다. 오직 바샤르 알아사드만이 있을 뿐’이라고 외치게 했다”고 밝혔다. 부상자들을 치료하다 갇힌 한 치과의사는 화장실용 물로 물고문을 당하기도 했다.HRW는 보고서를 근거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같은 고문행위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 고문에 직접 가담한 관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HRW는 16개월째 계속되는 유혈사태로 숨진 희생자가 1만6500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수입 금수조치를 비롯한 추가 제재가 1일 발효됐다. 동시에 유럽 역내 보험사·재보험사의 이란산 원유 수송선박 보험이 금지되면서 이란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관심의 초점은 원유 수출량 감소 여부다. 이란은 평소 수출물량인 250만 배럴보다 약간 줄긴 했지만 여전히 하루 210만∼220만 배럴을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2일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미 5월부터 평소 물량보다 40%나 줄어 하루 평균 150만 배럴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이란의 1일 원유 수출 규모는 2010년 기준 사우디아라비아(763만 배럴)와 러시아(501만 배럴)에 이어 세계 3번째다.외신들은 제재에 따른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는 이란 시민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일 “시민들이 육류와 과일, 설탕도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와 같은 군인과 공무원의 임금이 체불되면서 정부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이란리알화의 가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0% 하락했다. 소비자물가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번 주 비공식 이란리알 환율은 달러당 2만1000이란리알로 18개월 전(1만1000이란리알)의 약 2배에 이른다. 이란리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달러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하지만 이란 당국은 제재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마무드 바흐마니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외환 보유액이 충분하다”며 제재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EU의 제재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영국 BBC방송은 “EU의 제재는 미국의 제재만큼 강력하지 않다”며 “경제에 타격을 줘도 정치 체제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다”라고 1일 분석했다. 한편 이란은 2∼4일 실시되는 혁명수비대 지상군 훈련에서 단거리,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국 핵시설을 공격하면 이스라엘에 보복 공격을 하겠다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민주화혁명 이후 선출된 대통령이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임명한 재판관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다.’ 지난달 30일 열린 무함마드 무르시 신임 이집트 대통령의 공식 취임식은 무슬림 대통령과 군부 간 진행되고 있는 힘겨루기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정장 차림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무르시 대통령이 이날 취임 선서를 한 곳은 헌법재판소. 과거 이집트 대통령들은 의회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해 왔다. 무르시 대통령도 이를 희망했다. 하지만 헌재가 지난달 14일 선거 과정의 불법을 이유로 하원 해산을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아무도 없는 의회 대신 다른 장소를 물색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9년 7월 임명된 파루크 술탄 소장을 비롯해 선서를 받는 재판관 전부가 무바라크에 의해 임명된 인사들이어서 무르시 대통령의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결국 이집트 최초의 민선 대통령인 무르시 대통령은 방청석이 텅 빈 헌법재판소 안에서 찡그린 얼굴로 맞은편에 앉은 술탄 소장 등 재판관 19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술탄 소장은 대통령을 향해 “이집트 최고의 사법기관에 오신 걸 환영한다. 당신이 이곳에 온 사실이 (대통령이) 이집트 헌법과 법률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속을 긁었다. 이에 대해 무르시 대통령은 선서가 끝난 후 취임사에서 “사법부와 입법부를 존중한다. 이 두 권력 체계가 모든 대통령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라며 3권 분립을 강조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새하얀 피부에 오뚝한 콧날, 깊은 눈매의 소유자인 안나 샤파코바 씨는 전형적인 러시아 금발 미녀다. 모스크바의 고급 주택이 모여 있는 부촌 올드아르바트 거리에 사는 그녀는 라이카 아카데미의 예술감독이자 틈틈이 러시아 예술연구원에서 사진전을 열고 사진학교에서 강사를 겸임하는 실력파 사진가다. 화려한 외모만큼이나 출중한 실력, 탄탄한 직업과 재력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그녀는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골드미스’다. 아직까지 짝을 못 찾은 이유에 대한 샤파코바 씨의 설명은 간단하다. “내가 만나본 러시아 남성 중 신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요즘 러시아에는 샤파코바 씨처럼 골드미스로 살아가는 여성이 늘고 있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25∼50세 미혼여성은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같은 연령대 미혼 남성의 3배에 이른다. 골드미스 급증은 러시아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중국의 신문 칼럼, TV 시트콤, 리얼리티 짝짓기 프로그램 등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는 단연 ‘성뉘(剩女·잉여 여성)’다. 성뉘는 ‘섹시해지기에는 너무 늙은’ ‘만 25세를 넘겨 (결혼 시장에서) 남겨진’ 여자들을 뜻하지만 미모와 날씬한 몸매, 재력과 고학력 등을 모두 갖춰 여유롭다는 의미도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한 관영언론은 연령에 따라 ‘노처녀 전사들(25∼27세)’ ‘승리자들(28∼30세)’ ‘성뉘의 장인(匠人·35세 이상)’ 등 3단계로 분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982년 5%였던 25∼29세 여성 중 미혼녀의 비율은 1995년에는 약 2배, 2008년에는 3배나 증가했다. 30세 이상 여성 중 미혼녀의 비율도 1995년 2%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6%로 뛰었다. 옛 공산권의 양대 산맥인 중국과 러시아에 골드미스가 넘치는 배경을 들여다보면 비슷한 면이 있다. 1990년대 자본주의가 유입되면서 양국의 국가 경제력이 향상됐고 새로운 체제는 가부장적 사회도 바꿔놓았다. 변화는 자녀, 특히 딸에 대한 높은 교육열로 나타났다. 한 자녀 정책으로 외동딸만 둔 중국 부모들이 딸을 남자보다 더 똑똑하게 키우려 했고 그 결과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는 성뉘가 양산됐다. ‘현대 사회의 초혼 연령과 결혼 형태 변화’를 연구한 논문은 “배운 여자들은 자신보다 못한 남성을 원치 않는 반면 남성은 자신보다 우월한 여성을 원치 않기 때문에 문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남성에게 의지하지 않고 골드미스들이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려는 경향도 강하다. 성뉘를 타깃으로 ‘중화민국에서 노처녀로 당당히 살아가는 법’ ‘웰컴 투 노처녀 월드’ 등의 제목을 달고 기획기사를 게재하는 코스모폴리탄, 하퍼스바자 중국판 등 각종 패션지나 여성지가 불티나게 팔린다. 러시아에서도 ‘담배와 술을 지나치게 즐기고 거짓말을 자주 하며 욕설도 심한’ 러시아 남성들과 사느니 혼자 여유로운 삶을 구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여자친구나 아내가 자신을 위해 청소나 빨래, 요리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러시아 남성이 대다수인 데다 모델처럼 꾸미길 강요하거나 고소득 전문직 여성에게 열등감을 느껴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도 종종 있어 여성들의 원성이 자자하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러시아 여성 정치권에서는 골드미스들을 겨냥해 “모권제 사회가 도래했다! 우리 모두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여성들의 연대를 주창하기도 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서서 일하거나 오랜 시간 일하는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출산한 아기는 다른 아기에 비해 뇌가 작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 메디컬센터의 알렉스 뷔르도르프 박사가 임산부 4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용사, 판매원, 교사 등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임신부들이 출산한 아기의 머리 크기가 다른 아기들에 비해 평균 3%(1cm)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BBC방송이 28일 보도했다. 또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하는 직업을 가진 임신부들이 낳은 아기의 몸무게는 일주일에 25시간 일하는 여성들이 낳은 아기보다 148∼198g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뷔르도르프 박사는 “뇌의 크기가 작다는 것만으로 아기의 건강 상태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인지 기능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육체적으로 오랫동안 일하게 되면 태반으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함과 동시에 태아에게 전달되는 산소와 영양분의 양이 제한된다”며 “장시간 일하는 임신부들은 자궁 내에서 자라는 태아의 건강과 발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비만을 막고 싶다면 사과를 껍질째 먹어라?’ 사과껍질에 비만을 억제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아이오와대의 크리스토퍼 애덤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사과껍질에 포함된 우르솔산이 칼로리 연소기능을 지닌 갈색지방과 골격근의 양을 증가시켜 비만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20일 전했다. 고지방 음식과 우르솔산을 함께 먹인 쥐 그룹은 고지방음식만 먹인 쥐 그룹에 비해 체중이 덜 늘었다. 혈당치도 정상 수준으로 유지됐고 지방간은 줄어들었다. 갈색지방의 양을 늘려 신체의 에너지를 연소시키는 활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르솔산은 사과껍질 외에 크랜베리와 프룬(말린 자두), 바질(민트과의 향신료) 등에도 많이 들어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온라인 과학전문지 ‘공중과학도서관’ 20일자에 실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무바라크는 불멸의 1인자라는 환각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았던 걸까.”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로 불렸던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84)이 이틀째 혼수상태에 빠졌다. ‘임상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 당선자 공식 발표 직전 귀를 닫아버린 것이다. 이집트 국영 연구소인 알 아람 센터의 디아 라슈완 연구원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아마도 자신의 후임자 이름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셰익스피어 비극의 한 장면 같은 마지막”이라고 논평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20일(현지 시간) 무바라크가 전날 오후 심장마비와 뇌중풍 증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 보안 관리는 무바라크가 혼수상태이지만 인공호흡기는 뗐으며 심장과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여러 기관도 기능을 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이집트 관영 메나 통신은 “무바라크의 심장이 19일 멈췄으며 심장충격기에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카이로 남부 토라 형무소 내 병원에서 마디 군사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아랍의 봄 시위로 30년 철권통치에서 쫓겨난 무바라크는 시위대 강경 진압 지시 및 부정 축재 혐의로 2일 법정 최고형인 25년 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이집트 시민 5만여 명은 19일 지난해 민주화의 성지 타흐리르 광장에 16개월 만에 다시 모였다. 이날 반군부 시위는 제1당인 자유정의당을 이끄는 무슬림형제단(형제단)이 주도했고 지난해 혁명을 주도한 자유주의 세력 단체를 비롯한 비이슬람 세력들도 동참했다. 형제단은 “이집트인들은 주권을 회복하고 군부 쿠데타를 저지하기 위해 희생을 각오하고 있다”며 혁명을 재점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위는 카이로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됐다. 무바라크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에 시위대는 “무바라크가 감옥을 나와 민간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첫 민선 대통령을 뽑는 대선 개표 결과가 21일 공식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무바라크 정권 출신으로 군부의 지지를 받는 아흐메드 샤피끄 후보 진영은 자체 조사 결과 샤피끄 후보가 51.5%를 득표해 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를 이겼다고 발표했다. 반면 무르시 후보 측과 세계 언론들은 무르시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내가 죽으면 무함마드 곁에 묻어다오.”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84)이 최근 형무소에 병문안을 온 부인과 묫자리를 의논하는 과정에서 남긴 유언이다. 무함마드는 3년 전 식중독으로 열두 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손자다. 장남인 알라의 아들로 무바라크는 손자를 끔찍이 아끼고 귀여워했다고 한다. 30년 독재를 휘두른 ‘20세기 파라오’의 마지막 퇴장은 이처럼 인간적인 면모와 권력무상을 실감케 할 비참하고 비굴한 모습이 뒤섞인 채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월 민주화 혁명으로 권좌에서 물러난 무바라크는 2일 법정 최고형인 25년형을 선고받고 이전까지 지내던 카이로 군병원에서 토라 형무소로 수감됐다. 그가 재임 중 정적들을 가뒀던 악명 높은 형무소다. 2일 법정에서 헬리콥터에 실려 형무소에 도착한 무바라크는 수감을 거부하며 2시간 반가량 억지를 부렸다. 당시 미국 ABC방송은 “무바라크가 울면서 헬기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 했다”며 “‘나는 가족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환자’라며 형무소에 들어가길 거부했다”고 전했다. 무바라크는 교도소로 이송된 뒤에는 분을 참지 못하며 “이집트가 나를 팔아먹었다” “모두가 내가 여기서 죽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바라크는 지난해 2월 축출된 뒤 이집트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시나이 반도 남단의 샤름 엘셰이크에서 6개월간 머물며 여유로운 생활을 누렸다. 구속 기소된 지난해 8월부터는 군병원에 머물며 자유롭게 가족의 방문을 받고 매일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위독설은 형무소 수감 나흘 후인 6일부터 흘러나왔다. 호흡 곤란을 비롯해 고혈압과 쇼크 증세가 동반됐으며 11일에는 심장 박동을 정상화하기 위해 심장 충격기도 두 차례 사용했다. ‘군부가 퇴임 후 신병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고 사임했는데 자신을 배신했다’는 생각에 화병과 우울증까지 겹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민주화 혁명으로 30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이집트가 16, 17일 이틀간 대통령선거 결선투표를 치른다. 지난해 2월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퇴진 이후 16개월 만이다. 결선투표에 오른 두 후보가 박빙의 지지율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의회 해산령’이라는 돌발 변수가 등장해 대선 정국을 더욱 안갯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집트 헌법재판소는 14일 하원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해산을 명령해 결선투표를 앞둔 표심을 예측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헌재는 해산령 외에도 ‘정치 격리법’이 위헌이라며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 총리를 지낸 아흐마드 샤피끄 후보(71)의 결선투표 진출을 정당화했다. 정치 격리법은 지난 10년간 구체제하에서 고위 공직을 맡았던 이들은 대선 후보로 출마할 수 없도록 제한한 법으로 샤피끄 후보의 출마 논란에 불을 지폈다. 무슬림형제단은 헌재의 판결이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이 창당한 자유정의당(FJP)의 모하메드 엘벨타기 부총재는 “완벽한 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혁명청년연합을 비롯한 6개 자유주의 정당과 단체도 “대선 결선투표는 군부의 권력 연장을 합법화하려는 ‘쇼’일 뿐”이라며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61·FJP 총재)에게 결선투표 보이콧을 촉구했다. 샤피끄 후보 진영은 헌재의 판결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판결 소식이 전해진 후 샤피크 후보는 “이 역사적인 판결로 ‘짜깁기법’(정치 격리법)의 시대는 끝났다”고 외치며 카이로 외곽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았다고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TV가 15일 전했다. 샤피끄 후보의 출마 합법성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타흐리르 광장으로 뛰쳐나와 “샤피끄는 반혁명세력” “군부가 구체제 요소들을 하나씩 되살리고 있다”며 분노했다. 이번 대선은 ‘이슬람 세력 vs 구체제 인사’의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달 23, 24일 치러진 대선 1차 투표에서 무슬림형제단의 지지를 받는 무르시 후보와 샤피끄 후보가 각각 1,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첫 총선에서 무슬림형제단은 총 498석 중 47%의 의석을,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인 알누르당이 25%를 차지했다. 그런데 선거법상 전체 의석의 3분의 1은 정당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후보들에게 할당키로 되어 있는데, 독립 후보로 등록해 당선된 상당수가 정당 소속인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헌재는 이를 이유로 전체 의회 구성을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또 정치 격리법에 대해서도 “관직에 앉았다는 것 자체를 범죄로 규정할 수 없다”며 위헌 판결을 했다. 또한 “더구나 샤피끄는 법이 통과되기 전에 후보로 등록했으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의회 해산령이 떨어짐에 따라 1월 의회에 이양됐던 입법권은 다시 군부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AP통신은 15일 “이번 2차 투표가 치러진 후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에 따라 군부가 틀어쥔 행정권과 입법권이 정상적으로 넘어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제 인사 샤피끄 후보가 당선되면 군부가 권력을 순순히 넘겨줄 수 있지만 무르시 후보가 당선되면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AP통신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의회가 없는 동안 군부가 입법권을 행사하면서 새 헌법을 직접 제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해체되기 전 의회는 이집트의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지만 초안조차 작성되지 않은 상태다. 헌법이 없다면 대통령의 권한을 보장하는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결선투표에서 승리한다 해도 꼭두각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전면적 내전’ 상태의 시리아 사태를 두고 프랑스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중 처음으로 군사 개입을 적극 제안하고 나섰다. 그동안 ‘시리아 학살’에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서방 국제사회가 전격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은 13일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7조를 적용해 시리아 군사 개입을 허용해야 한다”며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헌장 7조는 공격적 행위로 해당 국가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안보리가 경제 제재에서부터 군사 개입까지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담고 있다. 파비위스 장관은 러시아를 향해서도 “무력 개입에 반대해 온 러시아가 이 제안에 동의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프랑스는 지난해 리비아 내전에서도 서방국가로는 처음 군사 개입을 제안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군사 개입에 물꼬를 터 리비아 반군에 승리를 안긴 전례가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개입을 이끌었던 것처럼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이번 제안도 국제사회의 행동을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시리아 사태는 단순한 ‘내전’에서 ‘미국 및 서방 vs 러시아 중국’의 국제 대리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시리아 무기 공급을 두고 벌이는 미국과 러시아의 장외 공방전이 치열하다. 미국과 러시아는 각각 반군과 정부군 편에 서서 무기를 지원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시리아 제재를 이행하지도 않은 채 되레 정부군에 공격용 헬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이에 대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헬기는 방어용이다. 미국이 반군을 도와주면서 시리아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지원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과 정부 관리들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카타르 등과 함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는 반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CIA와 국무부 관리들은 자유시리아군이 무장하는 데 필요한 병참로를 확보하도록 돕고 있으며 반군이 조직화할 수 있는 통신 장비와 정부군의 공습을 효율적으로 피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 사우디와 카타르는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한편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입 업체 로소보로넥스포르트의 이고리 세바스티야노프 부사장은 “시리아에 대한 중단거리 방공포 공급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시리아 사태 해결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 프랑스의 무력 개입 제안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유로 2012의 A조 예선 러시아와 폴란드 경기를 앞두고 개최국인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곳곳에서 양국 축구팬들이 난투극을 벌였다. 소련시절 위성국가로 짓밟혔던 구원(舊怨)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러시아 축구팬들 5500여 명이 바르샤바 시내에서 가두행진을 벌이던 도중 폴란드 청년들의 공격을 받아 충돌이 빚어졌다고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뉴스 채널 러시아투데이(RT) 등이 12일 보도했다. 응원을 위해 원정 온 러시아 축구팬들은 이날 옛 소련연방이 무너지고 러시아공화국이 탄생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인 ‘러시아의 날’을 맞아 경기가 열리는 국립경기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경기장에 가까워질 무렵 포니아토프스키 다리에서 폴란드 청년 100여 명이 행렬에 달려들면서 순식간에 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들을 제지하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고무탄과 최루탄을 발사했고, 폴란드 청년들은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다. 이 충돌로 러시아인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난투극에 가담한 양국 축구팬 123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CNN은 13일 전했다.▲동영상=‘동유럽 앙숙’ 러-폴란드 축구팬 유혈충돌러시아 축구팬들은 평화행진을 약속했는데도 폴란드 청년들이 갑자기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폴란드 시민들은 “러시아 축구팬들이 옛 소련기를 앞세워 행진한 것은 도발 행위나 다름없다”며 비난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이날 바르샤바의 한 카페에서도 복면을 쓴 50명의 폴란드인이 러시아 축구팬을 향해 돌과 연막탄을 던지며 공격했다. 식민 역사와 정치적 악연으로 점철된 두 나라의 이번 사태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같은 슬라브족인 양국은 각각 966년 가톨릭(폴란드), 988년 그리스 정교(러시아)를 국교로 삼아 불화의 씨앗을 키워왔다. 17세기 초 리투아니아와 연방국을 구성한 폴란드는 러시아를 침략해 모스크바를 직접 통치한 적도 있지만 1795년 강대국으로 자라난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다. 또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독립한 폴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다시 소련에 국토를 분할 점령당했다. 1940년 옛 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군 장교와 경찰, 대학교수, 성직자, 의사 등 약 2만2000명을 사살하고 암매장한 ‘카틴 숲 학살 사건’은 폴란드인이 분노하는 대표적 사건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이 자행한 만행임을 뒤늦게 인정하면서도 국가적으로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폴란드는 러시아에서 독립하려는 체첸반군과 그루지야를 지원하고 있어 양국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날 양국 간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장에는 ‘폴란드 대통령은 러시아에서 암살당했다’는 플래카드까지 등장했다. 2010년 4월 10일 카틴 숲 학살 70주년을 맞아 폴란드의 레흐 카친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관리들이 추모행사에 참석하러 가는 길에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서 비행기 사고가 일어나 탑승객 96명이 전원 사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아랍 위성방송계의 양대 산맥인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가 도전장을 받았다. 제3의 아랍권 위성 TV 알마야딘이 11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첫 전파를 내보내며 출범한 것. 아랍어로 ‘광장’이라는 뜻의 알마야딘은 튀니지와 이집트 카이로, 이란의 테헤란 등 3곳에 지국을 두고 있다. 알마야딘은 “기존 아랍권 방송이 ‘아랍의 봄’ 등을 비롯한 아랍 지역 문제에 대해 편향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며 이들에 맞서는 대안 미디어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알마야딘이 등장한 배경에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간의 뿌리 깊은 갈등이 깔려 있다.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는 모두 수니파가 지배하는 걸프 아랍국의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카타르 도하에 본사를 둔 알자지라는 카타르 국왕 하마드 빈 칼리파 알사니의 투자를 받아 설립돼 1996년 11월 개국했다. 알아라비야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레바논, 아랍에미리트의 민간 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2003년 세웠다. 익명의 아랍계 기업들이 출자해 세운 알마야딘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Reality As It is)’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방송을 실질적으로 이끌 갓산 빈 짓두 씨는 알자지라 TV 출신의 튀니지 저널리스트다. 그는 알자지라가 리비아 시리아 예멘 혁명은 비중 있게 보도하는 반면, 바레인에서 발생하는 유혈 사태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고 비난하며 지난해 4월 알자지라를 뛰쳐나왔다. 그러나 알마야딘이 시리아와 이란, 레바논의 시아파를 대변하는 창구가 되어버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 ‘아랍 국가주의’를 추종하는 빈 짓두의 성향으로 미뤄 균형적인 보도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시리아 정부군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반정부 세력이 쿠르드족 출신의 새로운 지도자를 뽑으며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10일 터키 이스탄불에 거점을 둔 시리아 반정부시위 연합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신임 의장으로 압둘바세트 시에다 씨(56·사진)를 선출했다. 시에다 의장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도시인 아무다 출신으로 다마스쿠스대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뒤 스웨덴에서 20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고대문명 전문가인 그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다”며 국제사회에 군사 개입을 강력히 호소할 방침임을 천명했다. 시리아 반군이 국내에서 직접 정부군에 대항해 시위를 벌여 왔다면, 망명 인사 및 야권 세력이 중심이 돼 창설한 SNC는 시리아 바깥에서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8월 SNC가 구성될 때부터 초대 의장직을 맡아온 부르한 갈리운 전임 의장은 이슬람주의자, 민족주의자, 자유주의자, 독립주의자 등 다양한 반정부 세력으로 구성된 SNC를 충분히 대표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지난달 17일 사임했다. 신임 의장의 선출이 쿠르드족을 반정부 시위대로 규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시리아 야권인사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시리아 내 쿠르드족은 약 1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유혈사태 희생자가 최소 1만4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했다. 9일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는 정부군과 반군이 치열한 시가전을 벌이며 111명이 숨져 휴전 발효 이후 하루 사망자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홈스 지역에서는 반군이 정부군 미사일 기지를 장악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아라비야가 보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