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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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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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이상한 작품이 왜 위대한 예술일까

    ◇현대미술가들의 발칙한 저항/김영숙 지음/216쪽·1만3000원·마로니에북스다다이즘 예술가 한스 아르프의 작품 ‘우연의 법칙에 따라서 제작된 콜라주’를 만드는 3단계. 종이를 아무렇게나 잘라 바닥에 떨어뜨린다. 그대로 캔버스에 붙인다. 제목을 짓는다. 치열한 창작열도, 불타는 노력도 눈에 띄지 않는다. 과연 이런 것도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현대미술이 난해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뒤샹 등 예술의 경계와 미(美)의 기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던 현대미술가들을 책 속에서 다룬다. ‘나라도 그릴 수 있겠다’ 싶은 작품들이 왜 위대한 예술로 평가받는지를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워홀의 작품이 훌륭한 이유를 현대사회의 단면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프랑스 철학자 보드리야르에게 현대사회는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가상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 대량생산으로 원본성과 고유함이 사라진 시대였다. 당대의 아이콘이었던 메릴린 먼로의 복제(사진)를 또다시 복제한 워홀의 작품에는 보드리야르가 말했던 ‘가상이 실재를 누르는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다. 피카소의 작품 중 ‘황소의 머리’라는 오브제가 있다. 역삼각형 머리에 두 개의 뿔, 단순하기 그지없는 이 작품의 진면목은 재료에서 드러난다. 쓰레기장으로 들어가기 직전의 자전거에서 안장과 핸들을 떼어내 황소 머리 모양으로 붙인 것이다. 저자는 피카소가 “도구의 역할을 벗어버린 존재로서의 사물, 혹은 어떤 사회의 쓰임 있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벗어버린 인간 존재 그 자체를 이 작품을 통해 구현했다”고 평가한다. 변기(뒤샹의 ‘샘’), 마그네슘으로 만든 평판(칼 안드레의 ‘마그네슘-마그네슘 평면’)…. 미술관은 예술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런 작품들을 전시해 놓고 권위와 아우라를 제공한다. 마이클 애셔의 ‘포모나 대학 프로젝트’는 이 같은 미술관의 역할을 풍자한 작품이다. 애셔는 대학 갤러리의 내부공간을 네모로 뚫어 바깥 풍경을 전시했다. 그러자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이 갤러리라는 공간에서는 공연히 멋있는 뭔가로 변신했다. 이 작품은 사서 소장할 수도 없고 다른 곳에서 전시할 수도 없다. 이렇게 발칙하고 ‘막 나가는’ 현대미술가들의 저항은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미술가들 역시 현실에 발 담그고 사는 이들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어찌 보면 그들 미술가는 나의 과거와 나의 미래를 함께 담고 있는 거울이다… 내가 알면서도 하기 싫었던 이야기들을, 혹은 내가 몰라서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그들은 그 거울 속에서 끊임없이 해댄다. ‘이게 아니지 않나요?’라고.”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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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동아일보

    ◇동아일보 ▽국장급 △미디어연구소장 박명식 △편집국 전문기자 오명철 ▽부국장급 △출판국 출판광고팀장 김태곤 △출판국 이기우 △고객지원국 전략지원팀장 최혜식 ▽부장급 △편집국 편집1부 차장 황규화 △〃 정치부 차장 이기홍 △〃 뉴스디자인팀장 김민식 △출판국 주간동아팀장 김현미 △고객지원국 마케팅개발팀 전략마케팅본부장 이희섭 △〃 지방동부팀 대구경북본부장 이호열 △2020위원회 김진경 ▽차장급 △편집국 편집1부 백승무 △〃 편집2부 황준하 △〃 정치부 윤상호 △〃 국제부 전승훈 △〃 국제부 뉴욕특파원 신치영 △〃 교육복지부 김상훈 △출판국 문화기획팀 주영권 △광고국 전략영업팀 전략영업파트 윤도현 △고객지원국 수도권팀 경인본부장 신동진 △사업국 문화사업팀 이덕규 △재경국 경영관리팀 나은주 △방송사업본부 전략팀 강병기 △출판국 출판팀장 차장급 안영배 △고객지원국 수도권팀 강서본부장 차장급 박해기 △사업국 스포츠사업팀장 차장급 이지훈 △편집국 산업부 차장 홍석민 △〃 스포츠레저부 차장 김종석 △고객지원국 수도권팀 강북본부장 차장급 함완식 △논설위원 부장급 이정훈 △편집국 교육복지부 차장 서정보 △〃 문화부 차장 정미경 △〃 통합뉴스센터 인터넷뉴스팀 편집위원 부장급 권순일 △〃 편집1부 차장급 이재일 △출판국 문화기획팀장 부장급 이형삼 △출판국 부국장급 계수미 △〃 부장급 안기석 △〃 차장급 정경택 △〃 차장급 윤성근 △경영전략실 경영총괄팀 차장급 정일균 △고객지원국 수도권팀장 부장급 전종현 △〃 수도권팀 경기본부장 차장급 이재민 △〃 〃 강북본부 차장급 손종태 △〃 〃 강서본부 차장급 성재모 △〃 지방동부팀 차장급 유영운}

    • 201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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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고동학]자크 라캉 연구하는 ‘라캉 독회’

    “읽을수록 어려운 글에 18년째 중독”정신과 의사-영화-사학자 등 저작물 읽고 번역서 내기도“정신분석학 핵심 파악하니 각자 전공분야 이해에 도움”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전이’라는 말과 ‘false being’, 그러니까 ‘거짓된 나’라는 말이랑 연결이 되시나요? 번역을 상당히 매끄럽게 하셨는데….” “처음 읽어봐서 그런지 좀 어렵네요. 서너 번 읽어봐야 알 것 같습니다.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지적해 주세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자크 라캉의 저작을 읽는 ‘라캉 독회’ 모임이 26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김종주 신경정신과의원에서 있었다. 진료실 뒤쪽에 마련된 세미나실 책상에는 그동안 회원들이 읽었거나 번역한 책, 혹은 정신분석학에 관해 회원들이 쓴 책 30여 권이 쌓여 있었다. 1992년부터 시작한 독회는 매달 둘째 주와 넷째 주 토요일에 열린다. 회원 수는 10∼15명. 둘째 주에는 라캉의 세미나(Ecrits)를 읽고 넷째 주에는 다른 학자들이 쓴 라캉 관련 저작을 읽는다. 지금까지 라캉의 세미나 중 1, 2, 3, 7, 11, 17, 20권을 읽었고 2006년 영어 완역본이 나와 이 완역본으로 다시 한 번 읽고 있다. 번역한 책으로는 ‘라캉 정신분석 사전’ ‘시선과 목소리’, 공동저작으로는 ‘코리안 이마고 1, 2’ 등이 있다. 이날 모임에서 읽은 책은 미국 듀크대에서 출판한 ‘Cogito and the Unconscious’ 2권. 슬라보예 지제크를 비롯한 학자들이 라캉의 사상을 해설한 책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병혁 서울시립대 교수(도시사회학)가 자신이 번역해 온 부분을 읽은 뒤 의문이 가는 부분에 대한 회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결국 여기선 ‘alienation’하고 ‘separation’이 어떻게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나요?” “둘 다 비슷하다고 보는 거죠. 라캉 자신은 세미나 11에서 아주 다른 것처럼 설명했는데 이 책에서는 결국 같다고 설명하고 있거든요.” 독회에는 정신과 의사, 언어사회학자, 매스컴과 영화학 전공자, 국사학자, 문학비평가 등 여러 분야의 학자가 참여한다. 라캉 본인이 정신과 의사이자 철학자, 정신분석학자이면서 그의 이론이 영화, 문학, 언어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며 전개되기 때문이다. “라캉을 맛으로 표현한다면, ‘뭔 맛?’ 정도가 되겠네요. 아무리 읽어도 점점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에요. 한발 한발 늪에 빠져드는 것처럼 푹 빠져 지금까지 공부하고 있죠.” 이 교수는 라캉이 어떤 이론가인지를 묻는 말에 농담처럼 말을 건넸다. 이렇게 ‘읽을수록 난해한’ 학자에게 10년이 넘도록 매달리는 이유를 물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매스커뮤니케이션)은 “라캉은 인간의 심리 형성 자체를 타인 의존적이라고 보는 등 과격한 인간관을 보이지만 오히려 그 점이 타인과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독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종주 신경정신과의원의 김종주 원장은 “실제 환자를 치료하면서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많이 느꼈는데 라캉을 공부하며 그 돌파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캉의 이론이 문학비평에서 많이 사용됐지만 제대로 알고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한형구 서울시립대 교수·국문학), “정신분석학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문제가 성적, 감각적인 문제인데 그런 힘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람 사는 문제를 다루는 역사 역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한국사)는 답도 돌아왔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느꼈던 한계를 라캉을 통해 돌파하려 한다는 답이 많았다. 이들은 지금 2권을 읽고 있는 ‘Cogito and the Unconscious’의 1권 번역을 끝낸 상태다. 김 원장은 “책을 낸 뒤 인세를 받으면 ‘정신분석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벌써 어디로 갈지 계획도 세웠다. “프로이트가 태어난 헝가리도 가야 하고 라캉의 도시인 파리도 가야 한다”고 말하던 김 원장은 “이런 책이 잘 팔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즐겁게 공부하고 있다”며 웃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자크 라캉(1901∼1981)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 철학자로 “무의식이 마음속에 있는 본능의 저장소가 아니라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1932년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지도를 받았으며 논문 ‘개성에 비추어본 망상증’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언어학과 구조주의적 입장에서 재해석했다. 1953년 프랑스정신분석학회를 창설하고 1966년 자신의 세미나를 정리한 ‘에크리(Ecrits)’를 출판해 명성을 얻었다.▼라캉 독회 회원들이 꼽은 대표적 명제▼-향락하라.(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사랑이 없으면 존재의 의미도 없다.(한형구 서울시립대 교수)-나는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생각하나 나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김종주 김종주신경정신과의원장)-무의식은 언어처럼 구조화되어 있다.(이병혁 서울시립대 교수)-당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말라.(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과장)-주체는 자기가 무엇을 말하는지, 심지어 말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박시성 고신대 의대 교수)-진실은 허구로 구성되어 있다.(임말희 눈출판사 사장)}

    •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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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30년대 제비다방-낙원회관 정확한 위치는…

    이상이 운영했던 다방 ‘제비’, 김두한의 거점이었던 ‘낙원회관’과 그 부하들이 드나들었던 바 ‘멕시코’의 정확한 위치는 어디일까? 여환진 씨(연세대 건축학과 석사과정)와 도미이 마사노리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한동수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는 종로와 명동거리의 시곗바늘을 1930년대로 되돌린 지도를 최근 복원했다. 이들은 1930년대 종로와 명동거리의 지적도를 완성한 뒤 번지수 상점 상호 등을 찾아냈으며 그 위에 옛 건물의 사진도 배치했다. 이 지도를 전시했을때 크기는 두 거리를 합해 25m에 이른다. 종로는 세종로 일민미술관(옛 동아일보 사옥)부터 동대문까지, 명동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옛 미쓰코시 백화점)부터 동국대 부근까지다. 직선거리로는 종로 2km, 명동 2.8km에 이른다. 여 씨는 “고서점에서 수집한 당시 전화번호부, 상인명부 등 상공회의소의 자료, 당시 신문기사와 신문광고를 모두 조사해 100%에 가깝게 복원해냈다”고 말했다. 복원에는 2008년 초부터 최근까지 1년 6개월 넘게 걸렸다. 여 씨는 수집한 자료를 통해 각 번지에 입점한 상점의 상호와 업종, 주소, 전화번호, 상점 주인의 국적을 알아냈다. 어릴 때부터 수집했던 4만여 장의 근대건축물 관련 엽서와 사진을 통해 당대 거리 풍경도 입체적으로 재현해낼 수 있었다. 이 지도에 따르면 다방 제비는 종로 44번지. 지금까지 알려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제일은행 본점 자리(종로 49번지)와는 광화문 방향으로 몇 개의 건물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여 씨는 “구보 박태원이 이상에 관해 쓴 글 중 제비가 조선광무소 건물 1층에 있다는 기록이 있다”며 “당시 전화번호부에서 조선광무소 주소를 찾아보니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장소가 달랐다”고 밝혔다. 낙원회관의 주소는 종로 2초메(丁目) 77번지였고 바로 건너편 14번지에는 김두한의 부하들이 자주 들렀던 바 멕시코도 있다. 명동과 종로거리를 함께 복원함으로써 당대 ‘일본인거리’와 ‘조선인거리’도 비교할 수 있다. 당시 종로에 가장 흔했던 상점은 옷가게, 즉 양품점으로 옷 신발 모자 등을 한꺼번에 팔았다. 이와 달리 명동은 신발, 모자, 와이셔츠 등 전문화된 매장이 많았다. 도미이 교수는 “1930년대 명동은 최신 유행의 거리이자 한국 중국 일본 사람이 뒤섞여 음식점을 내고 물건을 사고팔던 국제화된 거리였다”고 말했다. 종로는 상점의 주인이 자주 바뀌었으나 명동은 2, 3대를 이어 장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지도에 따르면 1930년대는 명동에 조선인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시기로 꼽을 수 있다. 여 씨는 “당시 일본에서 유학하며 근대 문물을 체득한 문인이나 예술인들이 명동에 카페와 커피숍을 차리기 시작했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 혼마치 83곳, 메이지마치 74곳, 종로 102곳 카페 및 커피숍의 상호와 주소를 알아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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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모네-고흐에 영향끼친 일본의 판화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이연식 지음/232쪽·1만5000원·아트북스모네와 고흐가 사랑했던 그림, 유럽 인상주의에 영감을 줬던 그림. 바로 일본의 풍속화 ‘우키요에’다. 우키요에의 탄생 배경과 특징, 그 속에 담긴 당대의 문화 사회상, 서양에서 우키요에가 각광을 받은 과정을 정리한 책이다. 우키요에의 우키요(浮世)에는 ‘뜬구름 같은 세상’이란 의미가 있다. 일본 에도(江戶) 시대에는 이 단어가 ‘지금 이 세상’, ‘현대’, 나아가 음란한 향락의 세계를 뜻하는 것으로 확장됐다. 우키요에는 이름 그대로 그때그때의 생활과 유흥에 관한 정보를 담은 실용적 목적의 풍속화였다. 유곽 요시와라의 풍경, 가부키 배우들의 얼굴, 미인도, 춘화…. 우키요에는 그 시대의 꿈과 환상을 담은 그림이기도 하다. 에도는 당시 신흥 도시로 전통에서 자유로웠다. 새롭게 성장하기 시작한 조닌(町人·상인과 수공업자) 계급은 자기들만의 문화를 만들어갔다. 저자는 “우키요에는 고급 예술이자 값싼 정보매체였다”며 “시기에 따라 발전하고 쇠퇴하며 어지러울 정도로 모습을 바꿔온 우키요에는 팔색조 같다”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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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경배-야만-욕망 오간 한중일 호랑이 삼국지

    ◇십이지신 호랑이/이어령 엮음/324쪽·1만5000원·생각의나무일본의 에도시대 화가 이토 자쿠추(伊藤若沖·1716∼1800)가 그린 그림에 나오는 호랑이는 ‘맹호도’라는 제목과 달리 혀를 내민 순박한 모습이다. 조선통신사가 가져온 한국의 민화를 본뜬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나라 때 이경량이 지은 기담소설 ‘인호전(人虎傳)’에는 자기 성질을 다스리지 못하고 호랑이로 변한 선비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내하지 못하고 동굴을 박차고 나간 단군신화의 호랑이와 닮았다. 이처럼 호랑이는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적 상징이었다. 세 나라의 학자 24명이 신화, 민담, 예술, 일상 속에 녹아 있는 각국 호랑이의 의미와 공통점, 차이점에 대해 글을 썼다. 세 나라의 호랑이가 서로 연관성이 있다는 점은 이름에서부터 드러난다. 진태하 명지대 국어국문과 명예교수는 “우리말 ‘호랑이’는 한자 ‘호랑(虎狼)’에서 연원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가 붙어 고유어처럼 변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호랑이는 ‘도라’라고 불렸다. 일본에서는 신석기시대에 호랑이가 멸종해 그 후로는 볼 수 없었다. 일본 고대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지만 일본에서 멸종된 동물이기 때문에 조선의 고어 또는 초나라의 방언 등 외국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설득력 있다고 하마다 요 데이쿄(帝京)대 일본문화학과 교수는 말한다. 한국과 중국의 민담에서 호랑이는 두려움과 포획의 대상이자 경배의 대상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다. 신의 사자 역할을 하는 신성한 호랑이도 나타나지만 어리석은 호랑이를 꾀로 속이고 위험에서 탈출한다는 식의 지혜 겨루기 이야기도 함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은 호랑이를 ‘상상의 동물’, 이국적 정서가 넘치는 존재로 진귀하게 여겼다. 그래서 백제나 신라 같은 이국(異國)에서 이를 퇴치하고 무용(武勇)을 선보였다는 호랑이 퇴치담이 많다. 호랑이는 유교, 불교, 도교에서도 서로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용주 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는 “유교에서 호랑이는 문명의 대척에 서 있는 존재, 야만의 상징, 문명 내부에 속한 질서 파괴자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질서와 제도를 뜻하는 ‘예(禮)’를 파괴하는 존재였던 셈이다. 탐관오리를 호랑이에 비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도교와 불교에서 호랑이는 인간의 세속적 욕망, 헛된 분노와 탐욕과 욕구를 뜻한다. 호랑이에게 쫓기고 잡아먹히는 구도자의 이야기는 호랑이가 갖는 이런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원효대사를 그린 초상화 중에는 호랑이 세 마리를 마치 수행원처럼 거느리고 있는 그림이 있다. 세속적 욕구를 극복하고 득도한 인물을 표현한 것이다. 세 나라에서는 모두 고대부터 호랑이를 악귀를 쫓고 복을 구하거나 권위를 표현하기 위한 예술의 소재로 사용했다. 한국에서 호랑이에 관한 창작이 가장 활발했던 것은 조선시대. 당시 민화 속 호랑이는 해학 익살 재치를 나타내며 자연스러운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중국의 경우 명, 청나라로 갈수록 육중한 몸집, 전체적으로 무겁고 후덥지근한 분위기, 붉고 화려한 색채 등 여러 특징이 나타난다. 일본의 호랑이 그림은 한국과 중국에 대한 영향과 조응하며 변해 왔다. 메이지유신 이후 사납고 도전적인 호랑이 그림이 등장했고 이는 조선 등 여러 아시아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당대 정치 분위기가 호랑이 그림에 고스란히 담긴 셈이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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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갯벌, 자연과 사람의 맛있는 만남

    ◇ 김준의 갯벌 이야기/김준 지음/428쪽·2만3000원·이후“갯벌은 단순히 흙이 쌓이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삶이, 역사가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서해 갯벌. 해양문화 연구자이면서 사진작가인 저자는 갯벌 사람을 만나고 직접 갯벌에서 꼬막을 캐며 갯벌의 생태와 특징, 어민들의 삶을 사진과 글로 담아냈다. 2000년경부터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동안 찍은 사진은 10만 컷이 넘는다. 세심한 관찰과 철저한 조사로 완성해낸 ‘갯벌문화보고서’다. 갯벌은 보물창고다. 미역과 다시마, 산호초가 자라서 ‘바다 숲’을 만들면 다양한 물고기의 산란처이자 서식처가 된다. 갯벌에서는 바지락, 모시조개, 꼬막 등 익숙한 이름부터 큰구슬우렁이, 왕좁쌀무늬고둥, 가시닻해삼 등 낯선 이름까지 다양한 생물이 살아간다. 바다에 침몰한 옛 선박과 해상유물을 고스란히 간직한 문화재 보고(寶庫)이기도 하다. 갯벌은 진수성찬이다. 저자는 전국의 갯벌에서 나는 제철 음식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다양한 관련 역사와 문화를 풀어놓는다. 한 해의 시작은 숭어회와 숭어알인 어란이다. 모치, 애정이, 무근사슬, 미패, 나무래미…. 여러 곳에서 잡히고 민초들의 사랑을 받은 덕분에 지역마다, 크기마다 숭어를 부르는 이름이 다를 정도다. 영산강 상류에서 잡히는 숭어의 알은 임금에게 진상할 정도로 귀했다. 여름에 제맛인 민어는 전남 신안군 임자도가 유명하다. 일제강점기에 이미 유명해서 제철이면 음식점 90곳, 요리점 15곳에 기생 130여 명이 상주할 정도였다. 이 밖에 가을에는 전어와 망둑어, 낙지, 겨울에는 홍어와 매생이를 놓칠 수 없다. 먹을거리가 풍부한 만큼 갯벌에 터를 잡은 마을도 많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의 작은 섬인 황도는 갯벌로 다시 살아난 마을이다. 1970년 천수만 간척 뒤 김 양식이 불가능해졌다. 다른 수입원이었던 조기잡이도 수입이 줄고 선원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쇠퇴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바지락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갯벌은 마을의 공동재산이기 때문에 마을 사람 모두에게 공평하다. 사람들은 이제 바지락 양식으로 가구당 연간 2000만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다. 이어 저자는 갯벌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 눈을 돌린다. 광양만은 국내 최대의 김 양식지였고 그 역사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자리도 모두 김 양식지였다. 제철소가 들어선 뒤 이곳 사람들은 한 달 200만 원을 받으며 정년을 걱정해야 하는 단순 노무직으로 살아간다. 저자는 ‘죽음의 호수’였던 시화호에서 새만금의 미래를 본다. 시화호는 방조제의 문을 열고 바닷물을 흐르게 한 뒤 살아날 수 있었다. “열여섯 살에 낙지 잡고 했응께. 열아홉 살에 다시 여기로 들어와서 스무 살에 낙지 잡고 김 양식도 시작했지라우….”(무안 갯벌 낙지잡이 정순환 씨) 예전 같지 않아도 사람들은 여전히 갯벌에 기대 살아간다. 배 짓는 목수 대목장 손정종 씨,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바다로 나가는 황도사람 홍길용 씨, 염전에 미쳐 프랑스에까지 가서 염전공부를 하고 왔던 상태도 박성춘 씨…. 이들의 생생한 육성 속에 바다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어민들의 삶을 담았다. 저자는 갯벌의 생물들과 어민들을 가리켜 “스승이자 환경운동가, 경제학자, 철학자”라고 표현하며 “이 책은 그들에게 바치는 나의 작은 수강료다. 어리석은 육지 것을 깨우쳐 준 것에 대한 작은 감사다”라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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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그린 이노베이션’ 外

    ◇ 그린 이노베이션(오자키 히로유키 지음·e-square)=일본 도쿄공과대 경영대학원에서 환경비즈니스를 강의하고 있는 저자가 말하는 차세대 그린경영의 본질과 전략. 저자는 각종 기술과 융합과 단계의 종합, 규제변화에 대한 발 빠른 대응 등의 방안을 조언한다. 1만8000원. ◇ 조선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권비영 지음·다산책방)=고종의 막내딸로 태어나 일본에 볼모로 잡혀갔던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 소설. 대마도 번주의 아들과 강제로 결혼하고 정신병동에 감금되기도 했던 굴곡 많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담았다. 1만1800원. ◇ 이별대행 에이전시(안네 헤르츠 지음·문학세계사)=독일식 칙릿을 표방한 자매 작가의 공동 집필로 탄생한 소설. 30세의 율리아가 정리해고를 당한 뒤 ‘이별 대행사’를 차린다는 줄거리 속에 다양한 사랑과 이별의 모습을 그렸다. 1만3000원. ◇ 필름 아카이브 이야기(오성지 지음·한국영상자료원)=저자는 2002년 9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정확히 7년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근무했다. 영화 자료를 정리하는 곳에서 일하면서 유럽과 북미의 영상 아카이브 역사 등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에서 책을 썼다. 저자는 아시아의 역사를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8000원. ◇ 상추CEO(류근모 지음·지식공간)=1997년 융자금 300만 원으로 유기농 상추 재배를 시작해 12년 만에 매출 100억 원대의 유기농 기업으로 일군 이야기다. 최초로 채소를 우체국 소포로 판매한 얘기 등이 실렸다. 1만2000원. ◇ 내 운명의 별 김진규(김보애 지음·21세기북스)=영화배우 고 김진규 씨의 아내인 저자가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고인의 파란만장한 인생 이야기다. 지금까지 불확실하고 미진했던 그의 생몰연도와 출연작, 학력과 경력, 사망 원인도 자료 검증을 통해 바로 잡았다. 1만4000원.}

    • 200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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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뉴욕에 산다는 것… 변화-적응의 반복

    ◇ 뉴요커, 뉴욕을 읽다/애덤 고프닉 지음·강주헌 옮김/352쪽·1만3000원·즐거운상상5년 전 모습이 완전히 묻혀버려 흔적조차 찾기 힘든 곳. 이 책이 묘사하는 뉴욕이다. 저자는 1995년부터 5년간 파리에서 산 경험을 담아 ‘파리에서 달까지’를 펴낸 작가이자 잡지 ‘뉴요커’의 저널리스트다. 지도를 사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곳, 끝없이 적응해야 하는 도시, 뉴욕의 면모를 저자의 일상생활을 통해 담아낸다. 저자의 딸 올리비아에게는 찰리 라비올리라는 상상의 친구가 있다. 뉴욕 맨해튼에서 자란 올리비아인 만큼 라비올리 역시 ‘뉴요커’다. 가장 큰 특징은 바쁘다는 것. “항상 자동응답기하고만 얘기해.” “라비올리는 만날 일 때문에 바빠요.” 라비올리와 장난감 휴대전화로 통화를 한 뒤 올리비아가 하는 말이다. 심지어 나중에는 라비올리의 비서 로리가 등장해 둘 사이를 연결해 준다. 그가 뉴욕으로 돌아온 지 약 1년이 됐을 때, 뉴욕에서는 9·11테러가 일어났다. 뉴욕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가을이었다. 소식이 퍼지자마자 사람들은 상점에 음식을 사러 몰려들었다. 그러나 ‘비상식량을 비축하겠다’던 애초의 본능은 “뭐든 소비하고 사서 마음의 평안을 얻어야 한다는 본능”으로 신속하게 변해갔다. 스테이크,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버터…. 그날 뉴욕 사람들이 장바구니에 넣은 음식의 목록이다. 공포의 파장은 애도와 슬픔으로, 다시 치유의 의지로 변해갔다. 저자는 당시 뉴욕 사람들이 느꼈던 혼란과 슬픔을 이렇게 표현한다. “뉴욕 사람들은 치유의 길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었다. ‘치유’의 증거는 ‘정상’의 회복이었다. …틀에 박힌 일상과 불합리하고 얼빠진 삶으로 되돌아가는 게 정상이지만 그런 태도는 슬퍼해야 할 사건에 대한 모욕이었다.” 저자는 책에서 작가 지망생 신분으로 뉴욕에 온 뒤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경험, 아이들이 연극 ‘피터팬’에서 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상(飛上)위원회’까지 구성하는 뉴욕의 학부모들에 관한 이야기 등을 펼쳐놓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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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테마 에세이]목도리박유희

    눈이 내릴 듯 하늘이 무거운 12월이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레이먼드 브릭스 원작, 다이앤 잭슨 감독의 애니메이션 ‘스노맨’(1982년). 많은 이에게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가장 슬픈 동화로 기억되는 영화다. 그것은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던 눈사람이 시간과 함께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는 것처럼, 우리 어린 시절도 그럴 수밖에 없음을 어쩌면 너무나 참담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눈사람이 녹아버린 자리에 덩그마니 남아 있던 목도리의 남루함과 그로 인한 오랜 아픔은 그것을 잘 말해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 엄정한 현실을 아는 순간 소년의 어린 시절은 끝남에도 불구하고, 그의 주머니에는 눈사람과 북극에 놀러갔을 때 산타클로스에게서 받은 푸른 목도리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학창시절을 보낸 1980년대 여학교에서는, 학과 진도와 기말시험이 끝나고 나면 학생들이 뜨개질거리를 가져와 틈틈이 목도리를 뜨곤 했다. 조개탄 난로의 열기와 그 위에서 김을 내는 알루미늄 도시락, 그리고 뺨이 발개진 소녀들이 뜨개질에 열중하던 모습은 한가롭고 정겨운 겨울 풍경이었다. 나도 꽤 여러 개의 목도리를 짜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난다. 고운 빛깔의 털실뭉치를 사고, 그것을 다시 동그랗게 감아, 긴 목도리를 뜨는 정성은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는 믿음과 그로 인한 기쁨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들이 뜬 목도리들은 누군가의 목을 감싸 추위로부터 그의 온기를 지켰을 것이다. 요즘은 체온 조절을 위한 털실 목도리는 거의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싸고 품질 좋은 공산품의 생산과 바쁜 도시 생활로 목도리를 직접 뜨개질하여 선물하는 일 또한 드문 일이 되었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푸른 목도리는 문득 ‘추억’으로, 때로는 ‘꿈’이나 ‘낭만’으로 우리 마음을 설레게 하지만 그것이 눈사람에게조차 목도리를 매주었던 손길로 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한 해가 다 가는 12월, 마음이 음산하고 살 속이 시린 것은 우리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자기의 푸른 목도리만 만지작거리고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문득 궁금해진다. 그 목도리를 뜨던 소녀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고려대 HK연구교수·영화평론가}

    • 200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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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동영상 ‘발견 → 삭제요청’ 1분이면 끝

    검색창에 ‘카라 뮤직비디오’라고 친 뒤 검색 사이트를 지정하자 곧바로 해당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카라 뮤직비디오가 검색됐다. 각종 웹하드나 P2P사이트처럼 인증 절차가 필요한 경우에도 자동으로 로그인해 동영상을 찾는다. 불법동영상을 발견한 뒤에는 바로 삭제를 요청하는 e메일을 해당 사이트 사업자에 보낸다.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불법저작물 추적과 관리를 자동화해 정확도를 높이고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ICOP(Illegal Copyrights Obstruction Program)-Ⅱ의 시연회가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저작권보호센터가 주관했다. 2010년 1월 가동을 시작하는 ICOP-Ⅱ는 2009년 3월부터 운영한 ICOP-Ⅰ의 업그레이드판이다. 음원만 검색 가능했던 ICOP-Ⅰ은 12월 중순까지 총 853만 곡에 해당하는 4200만 MB(메가바이트)의 불법음원을 발견했다. ICOP-Ⅱ는 음원 외에 동영상까지 관리대상을 확대하고 웹하드와 P2P사이트는 물론이고 각종 포털사이트와 손수제작물(UCC)사이트까지 검색 범위를 넓혔다. 시연회에서 김상진 저작권보호센터 기술연구팀장은 “ICOP-Ⅱ는 자동검색 및 특징점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저작물을 모니터링해 즉시 삭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종합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특징점 인식기술’은 저작물의 특징이 될 만한 극소량의 데이터를 추출해 이와 일치하는 저작물을 온라인에서 검색하는 기술이다. 일종의 ‘저작물 DNA’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두고 이를 기반으로 불법저작물을 찾는 셈이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저작물을 변형하거나 일부만 게시하더라도 불법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음원 15만 곡, 영화 2000편, 방송 3000편의 DNA를 저장했다. 앞으로 신규저작물을 중심으로 계속 추가할 예정이다. 김 팀장은 “상영 전 영화라도 저작권자와 합의해 미리 저작물 DNA를 ICOP-Ⅱ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두면 불법저작물이 등장했을 때 실시간으로 발견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불법영상물의 온라인 유통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튜브나 구글처럼 해당 사이트가 해외 사업자일 경우 삭제를 요청하는 e메일만 발송할 수 있을 뿐 실질적으로 삭제하도록 할 방법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작권보호센터 측은 “앞으로 새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는 해외 사이트의 국내저작물도 검색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등 해외 불법저작물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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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에 해로운 호랑이 없애자” 조선 ‘민본주의’가 포획 장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한국인에게 호랑이는 과연 어떤 존재인가. 2010년 경인년 호랑이해를 앞두고 15일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을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선사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한반도에 함께 살았던 호랑이와 인간의 관계, 호랑이가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미친 영향 등을 조명하는 자리다.○ 호랑이와의 만남울산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에는 줄무늬 호랑이와 점박이 표범 등 호랑이 14마리가 등장한다. 이 땅에 등장하는 호랑이에 대한 최초의 예술적 표현이다.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발표문 ‘호랑이, 산신령을 태우고 산을 호령하다’에서 암각화, 고구려 고분벽화, 토우, 단군신화 등 각종 유물과 신화 민담 속 호랑이의 의미를 분석했다. 천 과장은 전통문화 속에 나타난 호랑이의 의미를 △효와 보은의 수호자 △용맹함과 날렵함을 지닌 벽사((벽,피)邪)의 상징 △절대적인 권위와 힘 △포악, 사나움, 어리석음의 대명사로 분류했다.○ 인간-호랑이의 균형 붕괴김동진 한국교원대 교수는 발표문 ‘백성을 위해 호랑이를 잡은 조선’을 통해 “한반도에서 유지되던 호랑이와 인간의 생태적 균형이 무너진 것은 조선이 건국하면서부터”라고 밝혔다.고려 때까지의 불교적 세계관에서는 인간과 호랑이가 동일한 위계를 갖는 자연의 일부였기 때문에 호랑이 살상이나 적극적인 포획을 장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시대 민본주의를 내세웠던 유교적 세계관은 인간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위민제해(爲民除害·백성을 위해 해를 없앤다)’를 내세워 적극적인 호랑이 포획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태종 때 첫 기록이 등장하는 ‘착호갑사(捉虎甲士)’는 호랑이를 포획하는 군대였다. 정부는 호랑이를 잡는 사람을 포상했고 이로 인해 백성들 역시 호랑이 포획을 출세와 부의 수단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한반도에서 사라진 호랑이한반도에서 호랑이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일제강점기였다. 엔도 기미오(遠藤公男) 일본 야조회(野鳥會) 명예회장은 ‘한반도의 호랑이는 왜 사라졌을까?’에서 “조선사람이 수렵을 허가받은 건수는 한일강제병합 후 10년 동안 일본인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반도의 호랑이를 멸종시킨 것은 일제의 남획”이라고 지적했다. 1922년 경북 경주 대덕산에서 호랑이가 잡혔다는 기록을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 호랑이는 흔적을 감췄다.‘호랑이의 삶, 인간의 삶’을 발표하는 이항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장은 “한반도에서 호랑이와 인간은 최소 10만 년 이상 함께 살아왔다”며 “100년이 흐른 뒤 22세기엔 우리가 한반도에서 호랑이의 작은 삶을 허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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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경제학자가 말하는 고미술의 매력

    ◇ 고미술의 유혹/김치호 지음/360쪽·2만2000원·한길아트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다. 그런데 고미술 책을 썼다. 1987년 업무에 지쳐가던 저자는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낙관도 찍혀 있지 않은 매화 민화 한 점과 마주친다. 그 뒤 20년이 넘도록 고미술의 유혹에 몸을 맡겨 왔다. 월급의 두 배가 넘는 거금을 주며 옛 도자기를 사들이고 고구려 와당에 빠져 중국을 여행했다. 도공의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철화분청병, 시골 청년 같은 건장함을 지닌 박천반닫이, 고려 ‘청자’ 대신 고려 ‘토기’…. 저자가 관심을 갖는 고미술품은 대부분 소박하지만 고유의 멋이 살아있는 것들이다. 그동안 저자가 쌓아온 내공은 특히 고미술품 위작과 감정 현장의 이야기에서 도드라진다. 저자는 위작이 나오는 이유와 역사 속 위작의 사례, 한국 고미술품 시장의 위작 사건들, 감정 논란을 지켜본 경험 등을 서술한다. 고미술상의 안목과 상도덕을 아쉬워하는 저자의 목소리와 감정실명제, 정부의 고미술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저자가 내놓은 해결 방안은 새겨들을 만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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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조선 양반의 일생’ 外

    ◇ 조선 양반의 일생(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글항아리)=다양한 고문서와 사진자료를 통해 조선 양반의 생애를 재구성했다. 한국의 양반, 중국의 사대부, 일본의 무사 등 3국의 지배계급을 비교하고 양반사회를 지탱했던 경제구조, 처절했던 과거 공부와 성인식 결혼식 등 일상문화를 담고 있다. 2만2000원. ◇ 맛있고 간편한 과학도시락(김정훈 지음·은행나무)=생활 속에서 접하는 과학의 원리를 재미있게 엮었다. 도로 상부에 설치된 과속 단속카메라의 원리, 김연아의 ‘명품 점프’ 속에 숨은 과학 원리, 우주에서 맨몸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1만3000원. ◇ 2012 지구 대전환(김재수 지음·소피아)=온난화 현상, 지구 자기장의 역전, 지축 이동 등의 변화가 2012년경에 집중될 수 있다는 주장을 다양한 사진 자료와 함께 펼친다. 저자는 이런 변화가 지구의 종말이 아니라 지구의 진화와 도약을 위한 필연적 과정이라고 말한다. 1만2000원. ◇ 프리메이슨, 빛의 도시를 건설하다(크리스토퍼 호댑 지음·밀리언하우스)=미국 건국 과정과 워싱턴으로의 수도 이전 과정에서 프리메이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도면, 사진을 통해 프리메이슨이 자신들의 이념을 워싱턴의 건물에 숨겨뒀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1만3000원. ◇ 사랑은 아무나 한다(이대동창문인회 엮음·개미)=문학평론가 김미현 씨, 소설가 함정임 씨, 시인 정끝별 씨 등 이화여대동창문인회 출신들의 글을 엮었다. ‘사랑’을 주된 소재로 75편의 글이 실렸다. 1만1000원. ◇ 닥터스-의학의 일대기(셔윈 눌랜드 지음·살림)=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부터 이발사 대접을 받던 외과의사의 지위를 향상시킨 앙브루아즈 파레, 수술 시 소독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조지프 리스터 등 의학의 진보를 이끌었던 의사 15명의 일대기를 담았다. 2만5000원. ◇ 만주족의 청제국(마크 C. 엘리엇 지음·푸른역사)=만주족이 한족에 동화됐다는 지금까지의 주류담론에 이의를 제기한다. 저자는 만주족이 무술, 근면강직을 강조하는 ‘팔기제’란 고유의 전통을 통해 청 말까지 민족성과 정체성을 유지했다고 강조한다. 3만5000원. ◇ 클래식 수첩(김성현 지음·아트북스)=어디서부터 클래식 음악 감상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일간지 음악담당 기자가 쓴 짤막한 칼럼들을 모았다. 클래식 음반계의 폭탄세일, 안다고 티내기 위한 박수, 떠오르는 신예 음악가들 등 클래식 분야의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수록됐다. 1만5000원. ◇ 눈물이라는 뼈(김소연 지음·문학과지성사)=1993년 ‘현대시사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고독, 그리움, 한 등 시인의 내면풍경과 자의식을 섬세하고 감각적인 시어로 담아냈다. 7000원. ◇ 독일미학(유형식 지음·논형)=독일 예술철학의 정수였던 학자들 칸트 헤겔 셸링 니체 하이데거 가다머 베냐민 아도르노 등을 대상으로 한 15편의 논문들로 구성됐다. 고전에서 현대까지 독일 예술철학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온 과정을 살필 수 있다. 2만8000원 ◇ 쉽고 재밌는 인류 이야기(제임스 데이비스 지음·기파랑)=책의 부제는 ‘호모 에렉투스에서 빌 게이츠까지’이다. 미국 언론인 출신의 저자는 석기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역사 속의 주요 인물들을 소개한다. 다큐멘터리 형식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2만1000원.}

    • 20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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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예술] “알래스카는 우리 땅이오”

    ◇ 내일로부터 80킬로미터/이레이그루크 지음·김훈 옮김/336쪽·1만2800원·문학의숲이레이그루크. 저자의 이름이 낯설다. 이누피아트(알래스카 북부 이누이트 족)식 이름이다. 그의 고향, 알래스카 코체부에 만은 날짜변경선에서 동쪽으로 불과 80km 떨어진 곳이다. 1941년에 태어난 저자에게는 윌리엄 헨슬리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날로우르미트(백인 등 외지인을 가리키는 이누피아트 말) 선교사들이 알래스카 원주민을 개종시키면서 영어식 이름을 지어주기 시작해 당시에는 이미 영어식 이름을 따로 짓는 문화가 정착돼 있었다. 이누피아트이면서도 영어식 이름을 가져야만 하는 현실은 알래스카 원주민들이 처했던 운명을 보여 준다. 책은 알래스카에서 나고 자라 미국에서 공부한 뒤 알래스카 원주민을 위한 권리 찾기에 나섰던 저자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원주민 고유의 삶과 문화를 기록한 책이자, 날로우르미트의 시각이 아니라 이누피아트의 시각으로 쓴 알래스카 역사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상점 진열대 맨 앞에 나와 있던 캔디바는 저자에게 참을 수 없는 ‘바깥의 유혹’이었다. 대가는 컸다. 이가 모조리 썩어 심한 치통을 겪었다. 날로우르미트들이 들여온 술을 마시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고통받고 목숨을 잃기까지 했던 이누피아트 어른들의 모습이 겹친다. 사냥과 낚시로 생존을 이어가는, ‘석기시대의 황혼’ 같았던 저자의 어린 시절은 학교를 진학하며 점점 흐릿해진다. 저자는 “과거를 돌이켜볼 때마다 학교 수업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철저히 배제됐다는 사실을 결코 잊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1890년대 말부터 원주민 학생들은 학교에서 모국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고 밸런타인 성찬을 마련하며 미국식 삶을 익혔다. 유난히 책을 좋아하던 저자는 15세가 되던 해, 미국 테네시 주로 유학을 떠난다. 1950, 60년대를 미국에서 지내며 흑인인권운동을 지켜본 그는 고향 알래스카의 현실에 점차 눈을 뜬다. 보호구역 내에서 ‘관광자원’으로 살아가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삶은 곧 알래스카 원주민의 미래였다. 유럽 개척자가 신대륙을 ‘발견’했기 때문에 권리를 가진다는 논리는 알래스카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특히 알래스카가 주로 승격하면서 연방정부는 주정부에 세원을 마련하도록 주 소유의 땅 42만 km²를 고를 권한을 부여했다. 그 땅에 원래부터 살고 있던 원주민들의 권리는 무시됐다. 저자는 1966년 11월 25세의 나이로 알래스카 주 하원의원에 당선돼 원주민들의 토지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운동을 주도해 나간다. 친구들이 집에 초대하면 방바닥에 쓰러져 곯아떨어질 정도로 바쁘게 생활하길 5년, 마침내 1971년 원주민들에게 알래스카 땅의 16%에 해당하는 땅을 배정하고 나머지 땅을 포기하는 대신 9억6250만 달러를 지불한다는 법안이 통과된다. 세월이 흘러 저자는 알래스카 사회의 원로가 됐다. 그는 이제 100년이 넘도록 전통과 문화를 부정당한 채 열등하다는 자기비하에 시달려야 했던 알래스카 원주민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고유의 언어 구사, 자연에 대한 외경심, 뛰어난 사냥 솜씨…. 이누피아트 일리트쿠세이트(이누피아트의 정신 혹은 소중한 특성들)를 지키기 위한 삶을 살아가며 저자는 때때로 힘을 얻기 위해 외친다. “아아리가아 이누우루니! 나쿠우루크 마니 누나!(살아있다는 건 좋은 일이야! 여기는 좋은 곳이야!)”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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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자본주의 시각서 본 中경제 파워

    ◇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조반니 아리기 지음·강진아 옮김/604쪽·3만3000원·도서출판 길이탈리아 출신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애덤 스미스의 이론을 재해석하고 그람시, 마르크스, 슘페터 등의 이론을 비판적으로 재구성한 뒤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몰락을 분석한다. 저자는 중국이 공산권 국가지만 오히려 ‘자본론’을 쓴 애덤 스미스의 이론으로 분석할 여지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스미스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시장의 자기조정성을 신뢰하지 않았으며 친노동·친농업의 경로가 올바른 발전 방향이라고 봤다. 토지 사유권을 인정하지 않고 자본과 기계보다는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점 등 중국 경제의 발전 방향은 이 같은 스미스의 입장과 맞물린다. 중국의 발전상은 미국이 베트남전쟁의 실패, 9·11테러 등을 거치며 부(富)와 힘 모두에서 헤게모니를 잃어가는 것과 대조된다. 결론에서 저자는 자국 중심적 시장기반 발전, 강탈 없는 축적, 대중의 참여를 통해 정책을 만들어가는 정부 등을 중국이 진정한 세계 체제의 선두로 나서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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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 타인을 위한 배려? 이타심? 알고보면 이기심서 비롯된 것

    ◇ 백기사 신드롬/메리 라미아, 메릴린 크리거 지음·이창신 옮김/324쪽·1만3800원·미래인상대를 언짢게 하거나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말과 행동을 극도로 조심한다, 상대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상대보다 내가 더 잘 아는 경우가 많다, 상대를 위해 그 모든 것을 해주는데도 상대가 몰라준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 중 해당 사항이 있다면, 당신은 ‘백기사 신드롬’일 가능성이 높다. 백기사 신드롬은 말 그대로 타인을 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이들의 증세를 말한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타심도 실은 이기적인 욕구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백기사의 진짜 목적은 자신의 과거 속에 숨은 용을 처단하는 것이다…백기사는 상대를 선택하거나 상대를 대하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을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다.” 저자들은 주로 부부나 연인 관계를 사례로 들며 백기사의 유형, 원인 등을 제시한다. 감정이입이 지나친 백기사는 어린 시절 양육자의 행복을 걱정하며 무거운 책임을 졌던 경우가 많다. 이들은 타인을 구원하면서 내가 구원을 받는 듯한 대리만족을 얻으려 한다. 비뚤어진 백기사는 어렸을 때 수치심과 무력감을 느낀 이들이다. 상대가 나를 이상화하고 인정하기를 기대하며 상대를 묶어두려 한다. 무서운 백기사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찾아 그들을 구원하려 하지만 동시에 상대가 순종적이지 않으면 관심을 끊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학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백기사 신드롬의 가장 좋은 극복 방안은 건강한 자의식을 가진 ‘균형 잡힌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균형 잡힌 구원자는 자기성찰 능력을 갖고 자신을 지나치게 비하하거나 이상화하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상대를 구하는 관계가 아니라 균형과 상호협력으로 이뤄진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역시 특징이다. 상대를 내가 고칠 수 있다는 헛된 희망 대신 상대를 나와는 다른 독립된 존재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백기사가 자신의 행동 뒤에 숨은 동기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타인을 구원함으로써 자아를 치유하려는 노력은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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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정 교육안은 한국사 말살” 역사학 36개 단체 반대 성명

    역사학계가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2009 개정교육과정’에 대해 “한국사를 배우지 않고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사연구회, 한국서양사학회,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사학회 등 36개 역사학 관련 단체는 11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가 11월 25일 내놓은 역사과 고등학교 선택과목 조정방안은 역사교육에서 한국사가 사라지는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안은 고교 2, 3학년 선택 과목의 하나인 ‘한국문화사’를 없애고 고교 1학년 ‘역사’는 선택과목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광 한국사연구회장(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은 “교과부는 한국문화사는 1학년 역사 과목에 보충하겠다고 말하지만 2009년 안을 보면 이론상 고등학교 때 역사를 한 번도 배우지 않고 졸업할 수 있는 체제”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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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단신]‘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전남대 호남학연구원’ 外

    ■ 강원대 인문과학연구소와 전남대 호남학연구원은 12일 오전 10시 강원대 도계캠퍼스 국제회의장에서 ‘감성과 인문치료’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다. 채연숙 경북대 교수가 ‘감성적 자아의 문학적 치유과정’, 홍경자 한양대 교수가 ‘감성과 철학상담’, 김선의 강원대 교수가 ‘인문치료 고통에 대해 묻다’, 한순미 전남대 교수가 ‘현대 치유담론에 대한 성찰’을 발표한다. 033-250-7253■ 서울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은 2010년 2월 15일까지 ‘조선왕조의 관인(官印)’전을 연다. 관인은 국가기관이 공적으로 사용한 인장(印章). 조선 왕조는 중요한 국가 통치 수단의 하나로 여겨 엄격히 관리했다. 160여 점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는 대한제국 때 정부기구의 개편으로 관인도 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02-3701-7640}

    • 20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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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 연구, 동아시아 큰 흐름에서 봐야”

    “학생시절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겪으며 일본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칠지 그 답을 일본고대사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임나일본부설의 허구성을 밝히며 일본고대사와 한일관계사 연구에 매진해온 김현구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65·사진)가 2010년 2월 정년퇴임한다. 1985년 같은 과 교수로 부임한 지 25년 만이다. 김 교수는 8일 고려대에서 가진 고별강연에서 “‘일본근현대사’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조용하게 떠나려 했지만 학과장의 제의로 이 자리에 섰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김 교수가 1977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로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국내의 일본사 연구는 불모지였고 귀국 후의 전망도 불투명했다. 일본학계는 세밀한 주제 하나에도 수십 편의 논문이 나와 있어 파고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학계의 ‘수준 차’를 절감했다. “당시 와세다대 교환교수였던 강만길 고려대 교수와 1년 정도 함께 자취를 했는데 술만 마시면 강 교수가 한국사로 전공을 바꾸라고 권유하더군요. 잠깐 흔들렸던 때도 있었죠.” 김 교수는 “매일 책과 씨름하다 보니 일본 고대사 연구가 임나일본부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한국과의 관계에서 객관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후 삼국통일 전후의 한일관계사 연구에 매진했다. 당시 한반도 남부에 왜군이 들어왔었다는 기록은 남아 있지만 이는 백제의 선진문물과 왜의 군사력을 서로 교환했던 것일 뿐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연구 성과로 내놓았다. 이 같은 성과를 정리한 논문 ‘야마토 정권의 대외정책’으로 1985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교수는 한국 역사학계가 자국 중심적 연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동아시아가 협력관계로 나아가는 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사, 세계사의 흐름에서 한국사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 교수는 퇴임 후 대중 역사서를 집필할 계획이다. 현재 구상 중인 것은 임나일본부설에 관한 연구결과를 쉽게 풀이한 책. 한국어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를 내고 일본어로 ‘한반도남부경영론은 사실인가’를 펴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또 “요즘 역사 드라마와 소설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아 생명력이 짧다”며 “그간 모은 사료를 바탕으로 김춘추의 삼국통일 활약상을 그린 역사소설을 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0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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