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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이 아니라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교생 실습에 나선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의 첫 수업이 진행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선여고 회당기념관 도서관. 김연아가 들어서자 학생 40여 명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김연아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고려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4학년 김연아입니다”라고 인사하자 또 한 번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학생들은 ‘선생님’ 김연아를 이처럼 뜨겁게 맞이했다.김연아는 자신의 전공인 피겨스케이팅 이론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자 어느새 여유를 되찾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각종 피겨 동작을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했고, 직접 피겨 기술을 몸동작으로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장난스레 자신이 가져온 피겨화의 냄새를 맡을 땐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50분간의 수업을 마친 김연아는 “처음 하는 수업이라 스케이팅을 할 때보다 더 긴장해 두서없이 이야기했는데 수업이 잘됐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교생실습 기간 동안 열심히 해 좋은 선생님이 되도록 하겠다”고 첫 수업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학생들은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2학년 만소영 양은 “상세하게 설명을 정말 잘해주시더라. 기분이 아주 좋았다. 복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의 골프 신성(新星) 이시카와 료(21·사진)는 시들해져 가던 일본 남자 프로 골프의 인기를 되살린 주인공이다. 2008년 프로에 데뷔한 뒤 이듬해 최연소 상금왕에 오르며 ‘이시카와 열풍’을 일으켰다. 곱상한 얼굴에 실력까지 뛰어나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요즘 일본프로골프협회(JGTO)가 이시카와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그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빼앗길까 봐다. 아마 시절을 포함해 일본 투어에서 9승을 올린 이시카와는 몇 해 전부터 PGA 투어 등 해외 출전을 늘리고 있다. 내년 PGA 투어 출전권을 따기 위해 이달 중순에는 미국으로 건너간다. 같은 기간인 5, 6월 일본에서 열리는 3개 대회에는 결장한다. 이시카와 덕분에 겨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투어로서는 이를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7일 열린 JGTO 이사회에서 이시카와의 3경기 결장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을 정도다. 이시카와의 결장은 갤러리 수 감소 및 시청률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급기야 에비사와 가쓰지 JGTO 회장은 이시카와에게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도 좋지만 가능한 한 많이 일본투어에서도 뛰어줬으면 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냈다. 투어를 총괄하는 회장이 선수 한 명에게 이례적인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시카와가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면 웃을 수도, 그렇다고 울 수도 없는 게 일본 남자 골프의 현실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두 번 상대해 삼진과 병살타로 물러났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타자로 발돋움했지만 추신수(클리블랜드)는 그동안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텍사스)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추신수가 마침내 다루빗슈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7일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홈경기에 6번 타자 겸 우익수로 출전한 추신수는 3회 2사 2루에서 다루빗슈의 바깥쪽 커터를 밀어 쳐 유격수 앞 내야안타를 기록하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엘비스 앤드루스가 1루로 던진 공은 1루수의 키를 훌쩍 넘어가는 악송구가 되면서 3루 주자는 홈도 밟았다. 이에 앞서 2회에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낸 뒤 2루 도루까지 성공했다. 2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 클리블랜드는 이날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의 결승 2타점 2루타 등에 힘입어 4-2로 승리했다. 다루빗슈는 6이닝 동안 삼진을 11개나 잡아냈으나 6안타 4실점(3자책)하면서 시즌 첫 패(4승)를 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사진)가 교생 실습에 나선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김연아가 8일부터 4주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진선여고에서 교생 실습을 한다”고 7일 밝혔다. 2009년 고려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한 김연아는 올해 4학년으로 5학기 이상 등록한 학부생에게 주어지는 교생실습 자격이 있다. 교사 자격증을 받기 위해선 졸업 전까지 4주간 교직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김연아는 모교인 경기 군포 수리고에서 교생실습을 할 수도 있었으나 이동거리가 멀어 서울 시내에 위치한 진선여고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아는 교생실습 기간 중에도 수업이 끝나면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개인 훈련을 계속할 계획이다.8일 오전 9시 40분 진선여고 회당기념관에서 시작되는 김연아의 교생실습은 약 50분 동안만 공개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아이스쇼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연아는 “아이스쇼가 끝나면 바로 교생실습을 하게 된다. 학생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걱정이지만 좋은 경험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진행된 아이스쇼 ‘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서울 라이벌 LG와 두산의 시즌 첫 대결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은 오후 4시 30분 현장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2만7000석의 전 좌석이 매진됐다. 만원 관중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까. 7회말 두산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노경은은 2아웃을 잡은 뒤 갑자기 제구가 흔들렸다. 유강남에게 첫 안타를 맞은 뒤 연속으로 세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투수에게 가장 나쁘다는 밀어내기 실점이었다. 스코어는 두산이 6-3으로 앞서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LG로 넘어가 있었다. 2사 만루 상황이라 큰 거 한 방이면 단숨에 동점이었다. 타석에 선 이진영은 끈질겼다. 볼을 끝까지 보면서 승부를 풀 카운트까지 몰고 갔다. 노경은이 던진 7구째 슬라이더(시속 136km)가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진영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딱 하는 타구음과 함께 공은 1루수와 2루수 사이로 강하게 날아갔다. 하지만 어느 샌가 달려온 2루수 허경민(사진)이 팔을 쭉 뻗었고 공은 거짓말처럼 허경민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두산을 살린 ‘더 캐치(The Catch)’였다. 허경민의 활약은 공격에서도 빛났다. 9번 타자로 출전한 허경민은 1-0으로 앞선 2회 1사 1, 3루에서 좌익선상에 떨어지는 2루타로 타점을 올렸고, 5-2로 앞선 6회 1사 1, 2루에서도 좌익선상 2루타로 소중한 추가점을 올렸다. 3타수 2안타 2타점 1몸에 맞는 볼. 허경민은 올해 처음 1군 무대를 밟은 무명이지만 고3이던 2008년 김상수(삼성), 오지환(LG), 안치홍(KIA), 이학주(탬파베이) 등 국내외를 누비는 스타들과 함께 ‘고교 5대 유격수’에 포함됐던 유망주였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돌아온 올해 오재원과 고영민 등 주전 2루수들의 부상 공백을 깔끔히 메워 두산 ‘화수분 야구’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두산은 허경민의 활약과 선발 김선우의 6이닝 2실점 호투에 힘입어 LG를 6-3으로 꺾고 이틀 만에 단독 선두에 복귀했다. SK는 3-3 동점이던 8회말에 터진 박재홍의 결승 2점 홈런에 힘입어 롯데를 5-3으로 이겼다. 한화는 삼성에 7-1로 승리했다. KIA와 넥센은 12회 연장 접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KIA는 3일 SK 경기에 이어 또 비겨 1986년 9월 8, 9일 MBC(LG의 전신) 이후 역대 두 번째로 2경기 연속 12회 연장전 무승부를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올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사령탑으로 부임한 다카기 모리미치 감독(71)은 70대의 나이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4년간 주니치의 감독을 지낸 뒤 해설자 등으로 활동하다 다시 주니치의 지휘봉을 잡았다. 50대 초반이었던 당시 팀의 에이스는 야마모토 마사(47)였다. 그는 1993년 17승, 1994년 19승으로 2년 연속 리그 다승왕을 차지했다. 1994년에는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도 받았다. 다카기 감독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됐지만 야마모토는 여전히 선수로 뛰고 있다. 그것도 한물간 퇴물로 선수 생명을 연장하는 게 아니라 또 한 번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야마모토는 지난달 30일 요코하마와의 안방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2승째이자 개인 통산 212번째 승리였다. 이날 승리로 그는 스기시타 시게루(211승)가 보유하던 주니치 선수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47세가 된 그가 올해 보여주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는 올 시즌 5경기에 등판해 33이닝을 던져 2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평균자책은 0.55로 센트럴리그 1위다. 홈런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4사구도 2개밖에 안 된다. 그는 던질 때마다 일본 야구사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달 15일 한신전에서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64년 만에 일본프로야구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경신했다. 30일 요코하마전 승리로 15일 만에 자신의 기록을 다시 한 번 넘었다. 22일 히로시마전에서는 1타점을 올려 센트럴리그 최고령 타점 기록도 세웠다. 젊은 시절부터 그는 강속구 투수가 아니었다. 시속 130km대의 직구지만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이 일품이다. 국내 최고령 승리투수 기록은 송진우(전 한화)의 43세 1개월 23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제이미 모어의 49세 150일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승엽(삼성)에게 지난해 4월은 잔인했다. 맘고생이 심했던 요미우리를 떠나 오릭스로 이적했지만 4월 말까지 타율 0.148에 1홈런, 5타점에 불과했다. 반면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대호(현 오릭스)는 타율 0.341에 4홈런, 16타점을 몰아치며 이름값을 했다. 그랬던 둘의 운명이 1년 만에 거짓말처럼 뒤바뀌었다. 일본 오릭스로 이적한 이대호는 2할대 초반의 타율에 머물고 있다. 반면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친정팀 삼성으로 돌아온 이승엽은 4할대 타율(0.406)에 5홈런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부진이라 말할 수 없는 이대호 둘의 성적이 1년 만에 뒤바뀐 가장 큰 이유는 양국 투수들 간의 수준 차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올림픽 등에서 한국이 종종 일본을 꺾었지만 그건 단기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의 에이스급 투수는 일본의 1, 2선발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3선발 이하 투수들은 제구력이나 변화구 등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승엽이나 김태균(한화), 이범호(KIA) 등 일본 야구를 경험한 선수들은 “일본에선 패전처리 투수들을 상대로도 홈런을 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대개의 홈런은 실투에서 나온다. 몸쪽이나 바깥쪽으로 제대로 제구된 공을 홈런으로 연결할 확률은 높지 않다. 일본 투수들이 이대호를 상대로 던지는 공엔 실투가 거의 없다. 집중 견제를 하면서 던지기 때문이다.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칠 테면 치고 말 테면 말라’는 식으로 요리조리 피해 던진다. 이 때문에 이대호는 30일 현재 볼넷을 14개나 골랐다. 퍼시픽리그 단독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롯데에선 이대호를 걸러 보내면 홍성흔이나 강민호를 상대해야 했다. 그렇지만 팀 타율이 6개팀 중 5위인 오릭스에선 이대호의 뒤를 받칠 선수가 별로 없다. 이대호로선 외로운 싸움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타격폼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게 그렇다. 조급해하지 않고 공을 끝까지 본다. 30일 세이부와의 경기에서는 7회 후지타 다이요의 실투성 투구(한가운데 높은 직구)를 받아쳐 시즌 2호 홈런도 때렸다. 4-4 동점을 만드는 소중한 홈런이자 인내로 만들어낸 홈런이었다. 오릭스는 이날 9회 말 발데리스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5-4로 이겼다.○ 홈런 스윙으로 돌아온 이승엽 홈런의 대명사였던 이승엽은 2006년 요미우리 4번 타자로 41개의 홈런을 쳤다. 30홈런도 두 번(2005, 2007년)이나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부상에 따른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작아졌다. 홈런 스윙이 아니라 공을 맞히는 데 급급한 짧은 스윙을 했던 것이다. 올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것도 예전의 호쾌한 스윙을 되찾는 것이었다. 겨우내 훈련한 효과는 시즌 시작과 함께 빛나고 있다. 그가 날린 5개의 홈런은 대부분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적극적인 타격을 해서 얻은 결과다. 니퍼트(두산), 로페즈(SK), 바티스타(한화) 등 홈런을 친 상대 투수 역시 에이스급이다. “홈런 30개는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분위기다. 이대호와 이승엽의 홈런레이스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최근 몇 년간 롯데는 ‘4월병’을 앓았다. 2008년 이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이상하게도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4월에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롯데는 지난해 4월 30일 7승 2무 14패(승률 0.333)로 7위에 그쳤다. 2010년에는 11승 17패(승률 0.393)로 6위, 2009년에는 8승 15패(승률 0.348)로 최하위였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롯데의 ‘춘곤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롯데는 4월의 마지막 경기였던 29일 사직 LG전에서 5-0 완승을 거두고 8개 구단 가운데 두산과 함께 가장 먼저 10승 고지에 올랐다. 두산과 함께 승률 0.667(10승 1무 5패)로 공동 선두다. 승률 0.667은 1982년 팀 창단 후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가장 좋았던 해는 1986년의 0.684. 이날 승리의 일등공신은 새 외국인 투수 셰인 유먼이었다. 키 195cm의 장신 왼손 투수인 유먼은 이날 최고 시속 149km의 빠른 공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LG 타선을 9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삼진은 7개나 잡았다. 투구 수는 103개. 5회 선두 타자 정의윤에게 좌전 안타를 맞지 않았으면 노히트 노런을 기록할 뻔했다. 1안타 무4사구 완봉승은 프로야구 통산 3번째 나온 진기록이다. LG 타선은 정의윤과 2회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1루를 밟은 김일경을 제외하곤 누구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유먼의 완봉승은 생애 첫 기록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21경기, 마이너리그 283경기 등 총 304경기에 등판해 완투만 2번 했을 뿐 완봉은 없었다. 유먼은 올해 4경기에서 3승 무패에 평균자책 1.53을 기록하며 롯데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두산은 잠실에서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운 KIA를 상대로 4-3으로 역전승하며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두산 정수빈은 2-3으로 뒤지던 7회 1사 1, 3루에서 기습 보내기 번트로 동점을 만들었고, 4-3으로 앞선 9회 수비 때는 신종길의 안타 때 3루로 뛰던 윤완주를 호송구로 잡아내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화는 넥센을 6-3, 삼성은 SK를 9-4로 이겼다. 한편 이날 프로야구가 열린 4개 구장에는 모두 8만6033명의 관중이 들어 역대 최소인 65경기 만에 100만 관중(101만1006명)을 돌파했다. 두산-KIA의 잠실 3연전(경기당 2만7000명)과 롯데-LG의 사직 3연전(경기당 2만8000명)은 모두 만원 관중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베이징 올림픽 남자 역도 77kg급 금메달리스트 사재혁(27·강원도청)이 체급을 변경해 출전한 평택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27일 경기 평택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평택 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남자 85kg급에 출전한 사재혁은 인상 167kg, 용상 203kg을 들어 합계 370kg으로 각 부문에서 모두 3위에 올랐다. 원래 77kg급인 사재혁은 이번 대회에서 85kg으로 체급을 변경했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무리하게 체중을 감량하는 대신 평소 체중(80kg)을 유지하며 체력을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또 그동안 정체됐던 자신의 최고기록을 향상시키려는 생각도 있었다. 사재혁은 인상에서는 자신의 최고 기록(165kg)을 경신하는 데 성공했으나 용상에서는 자신의 종전 기록(211kg)을 넘는 데 실패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그는 오후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왼손에 든 시가에선 짙은 향내가 풍겼다. 얼마나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일광욕을 즐겼던지 시가 끝에서 재가 떨어지면서 옷 위로 쏟아졌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매일 있는 일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유일한 유럽투어인 발렌타인 챔피언십 2라운드가 열린 27일 경기 이천 블랙스톤GC. 당초 미겔 앙헬 히메네스(48)를 만나기로 한 곳은 클럽하우스 내 인터뷰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했다. “이런 날엔 야외에서 시가를 피워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선수였다. ○ 즐겨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그는 인터뷰 내내 시가를 맛있게 물고 있었다. “향기가 좋다”고 하자 “향보다는 맛이 더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여 분에 걸친 인터뷰 동안 그는 정말 많이 웃었다.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도 ‘엔조이(Enjoy·즐기다)’였다. 그는 색다른 매력을 가진 골퍼다. 대부분의 프로 골퍼와 달리 그는 시가와 와인을 즐긴다. 때로는 위스키도 마신다. 그리 크지 않은 키에 배까지 볼록 튀어나온 아저씨 몸매지만 당당하게 꽁지머리를 하고 다닌다. 스피드광으로 빨간색 페라리를 모는 게 취미다. “골프도 중요하지만 인생은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골프도 자유분방하게 친다. 그는 15세에 처음 골프를 배웠다. 고향 스페인 말라가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공을 줍고 캐디를 하면서 거의 독학으로 스윙을 익혔다. 그의 코치는 열두 살 위의 친형이었다. 교과서적인 스윙을 구사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비거리는 짧아도 어프로치와 퍼트는 훨씬 감각적이다. 그랬던 그가 4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인생과 골프를 즐기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에 내 인생을 바쳤고, 골프 덕분에 나는 인생의 모든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그러니 어찌 골프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 인생은 마흔부터 그는 이른바 중년의 희망이기도 하다. 18세 때인 1982년 프로로 전향한 그는 29세에야 유럽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선수 생활의 전성기는 40세가 되면서부터였다. 2003년 이후에 거둔 승수만 12승이다. 46세 때인 2010년에는 유럽투어에서 3차례나 정상에 올랐다. 그는 “유명해지거나 돈을 벌기 위해 골프를 치는 게 아니다. 그냥 필드에서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요즘도 첫 라운드 1번홀에서 첫 티샷을 할 때면 뭉클한 것이 가슴속에서 끓어오른다”고 했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출전 자격이 있지만 그는 “난 유럽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럽을 무대로 뛴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갈까. 그는 “젊은 선수들과 겨뤄 이길 자신이 있는 한 이 무대에서 계속 뛸 것”이라고 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요즘은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도 열심히 한다”고 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그는 이날 2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몰아치며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전날 부진했던 배상문은 4타를 줄여 중간합계 1언더파로 공동 18위, 1타를 줄인 양용은은 중간합계 1오버파로 공동 37위에 자리했다.이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가 한국 양궁의 최고 훈련 파트너? 7월 열리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사상 첫 전 종목 석권(남녀 개인전 및 단체전)을 노리는 태극 궁사들이 야구장을 찾아간다. 5월 초 열리는 터키 안탈리아 양궁 월드컵을 통해 남녀 3명씩의 국가대표를 최종 선발하는 한국 양궁 대표팀은 5, 6월 3, 4차례에 걸쳐 야구장에서 실전 훈련을 하기로 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등을 앞두고 양궁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관중 및 소음 적응 훈련을 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탁 트인 공간에서 관중의 함성을 들으면서 실전 훈련을 하는 데 야구장만 한 장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개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야구장 훈련을 대폭 늘려 잡은 것은 훈련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양궁 메달리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장 효과가 컸던 훈련을 꼽아 달라’는 설문에서 가장 많은 답변이 나온 게 바로 야구장 훈련이다. 25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장영술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올림픽과 같은 큰 경기에서 맞닥뜨리는 긴장감을 가장 유사하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야구장이다. 대형 전광판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고 관중의 함성을 들으면 누구나 흥분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감정을 조절해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훈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런던 올림픽 양궁 대회장은 로즈 크리켓 경기장에 설치된다. 야구장과 유사한 환경이다. 그동안 한국 양궁은 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를 포함해 30개의 메달을 수확했지만 전 종목 석권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프로야구를 훈련 파트너로 삼은 한국 양궁이 런던에서 오랜 꿈을 실현할지 주목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까지 삼성은 ‘8회 야구’를 했다. 8회까지만 리드하면 9회에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라는 승리의 보증수표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오승환의 성적은 53경기 등판에 1승 47세이브, 평균자책 0.63. 블론세이브는 단 한 번 있었다. 유일한 승리를 거둔 5월 20일 대구 두산전이었다. 올해도 오승환은 건재한 것 같았다. 22일 한화와의 청주 경기까지 3차례 등판해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3세이브를 따냈다. 2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 2-0으로 앞선 9회초 오승환이 등판할 때까지만 해도 이변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올 시즌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롯데는 달랐다. 결코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오승환을 무너뜨린 것도 롯데 타선이었다. 선두 타자 전준우에게 불의의 솔로 홈런을 얻어맞은 게 시작이었다. 이어 홍성흔에게 안타를 맞은 뒤 박종윤에게 보내기 번트를 대 줘 1사 2루가 됐다. 손아섭을 고의사구로 걸러 맞은 1사 1, 2루에서 강민호를 삼진으로 잡아 한숨을 돌리나 했으나 황재균에게 좌익수 앞 적시타를 맞아 2-2 동점을 허용했다. 오승환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신본기를 볼넷으로 내보내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김주찬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은 뒤 안지만과 교체됐다. 안지만마저 후속 조성환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오승환의 실점은 6점으로 늘어났다. 2006년 5월 17일 두산전에서 기록한 5실점을 넘긴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 팀이 2-6으로 패하면서 오승환은 2009년 7월 16일 두산전 이래 1013일 만에 패전 투수가 됐다. 한화는 난타전 끝에 KIA에 16-8로 크게 이겼다. 양 팀 선발로 나선 윤석민(KIA)과 박찬호(한화)는 나란히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박찬호는 제구력 난조를 보이며 4이닝 5안타 6볼넷 4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윤석민 역시 전반적으로 공이 높게 몰리면서 5회 장성호에게 2점 홈런을 맞는 등 5이닝 7안타 5실점으로 부진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광주=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6일부터 나흘간 경기 이천 블랙스톤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국내 유일의 유럽투어이자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개막전인 발렌타인 챔피언십에서 한국 선수들이 첫 우승을 노린다.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우승과 한 번도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08년 첫 대회에서 그레임 맥도웰(북아일랜드)이 우승한 뒤 2009년 통차이 짜이디(태국), 2010년 마커스 프레이저(호주), 지난해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까지 4차례 모두 외국 선수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기대를 모으는 주인공은 아시아 선수 첫 메이저 챔피언인 양용은(40·KB금융그룹)이다. 그는 24일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그동안 발렌타인 대회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항상 씁쓸하게 돌아갔다. 이번엔 나를 비롯해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진출해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배상문(26·캘러웨이)과 2010년 일본투어 상금왕 김경태(26·신한금융그룹)도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우승자인 웨스트우드는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년 전까지 그는 별 볼일 없는 선수였다. 2004년 뉴욕 메츠에 1순위로 입단한 유망주였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내내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결국 메츠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2008년 미네소타로 트레이드됐다. 미네소타에서도 2년간 마이너리그를 오르내리며 1승도 거두지 못했다. 2010년 캔자스시티로 옮긴 뒤에야 메이저리그 첫 승을 따냈지만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그해 12월 오클랜드 유니폼을 입었지만 한 달 만에 다시 방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돈 쿠퍼 투수코치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쿠퍼 코치로부터 슬라이더를 전수받은 뒤 팀의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생애 처음으로 풀 시즌을 뛰며 9승 9패 평균자책 3.75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명이었던 오른손 투수 필립 험버(30)가 메이저리그 사상 21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사이 영(보스턴·은퇴), 샌디 쿠팩스(LA 다저스·은퇴), 랜디 존슨(애리조나·은퇴), 로이 할러데이(필라델피아) 등 전설적인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22일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방문경기. 이전까지 완봉은커녕 완투도 한 번 해보지 못했던 험버는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오른쪽 타자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시애틀 타선을 압도해 나갔다. 퍼펙트게임에 아웃카운트 3개만을 남겨둔 마지막 9회말 수비. 험버는 선두 타자 마이클 손더스에게 볼 3개를 내리 던지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침착하게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6구째 138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그는 2사 후 브렌던 라이언을 상대하면서 다시 한 번 풀카운트에 몰렸다. 그러나 험버는 역시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선택했다. 7구째 138km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그 순간 화이트삭스 선수들은 모두 험버에게 달려들어 축하인사를 건넸다. 9이닝 무안타 무4사구 9삼진의 퍼펙트 투구였다. 투구 수는 96개였고 경기는 2시간 17분 만에 끝났다. 화이트삭스의 4-0 승리. 험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기쁘다.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싶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그의 연봉은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약간 웃도는 53만 달러(약 6억 원)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가 사상 첫 디비전1 A그룹 승격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은 22일 폴란드 크리니차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1 B그룹 폴란드와의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3-2로 역전승하며 5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내년 시즌부터 디비전1 A그룹으로 승격하게 됐다. 그러나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아이스하키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냉정히 평가할 때 한국의 겨울올림픽 출전은 산 넘어 산이다.○ 러시아와 붙으면 20골 차이 2000년대 아시아리그 창설 이후 한국 아이스하키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1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기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4-2로 꺾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수준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한국이 2015년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세계랭킹 18위 이내에 진입하면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올림픽에는 보통 상위 12개국이 참가하지만 흥행 등을 위해 주최국에 어드밴티지를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 18위가 쉬운 게 아니다. 6개국이 속한 디비전1 A그룹의 상위 단계인 월드챔피언십에는 모두 16개국이 포진해 있다. 일례로 지난해 아스타나-알마티 겨울 아시아경기 카자흐스탄(세계랭킹 16위)과의 대결에서 한국(31위)은 1-9로 완패했다. 러시아(1위)나 핀란드(2위) 등 강팀과는 20골 차이가 난다는 게 허튼소리가 아니다.○ 잔칫집에서 망신당할 수도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역시 비슷한 고민에 직면했다. 이에 일본은 신체조건과 기술이 좋은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혼혈 선수를 중심으로 무려 7명을 귀화시켰다. 그런 노력 끝에 일본이 얻은 성과는 14개국 출전에 13위를 한 것이었다. 현재 한국에서도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비슷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최소한 5명 정도는 귀화시켜야 세계 18위를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 피부색이 다른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데 대한 국민들의 반발도 고려 대상이다. 북미나 유럽의 교포 선수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이 경우 해당 선수들은 군대에 가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젊은 선수들을 위해 상무 창설을 요청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 아이스하키엔 시간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출전국 수와 경기 방식 등은 2015년 5월경 국제연맹 총회(장소 미정)에서 결정된다. 외국 선수가 한국에 귀화해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규정상 2년 이상 한국 리그에서 뛰어야 한다. 그나마 외국에서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 선수가 그렇다. 하지만 현재 협회나 체육회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선수 보강 움직임은 거의 없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한국 아이스하키의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설혹 올라간다 하더라도 강팀에 큰 점수 차로 지는 등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남은 시간은 3년. 소 잃고 난 뒤 외양간을 고쳐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승엽(삼성)이 2005년 일본 프로야구 롯데에서 뛸 때의 일이다. 당시 롯데 사령탑이었던 보비 밸런타인 감독은 운동장에서 훈련하던 선수들에게 갑자기 “명상을 하라”고 했다. 뜬금없는 지시였지만 모든 선수는 군말 없이 이에 따랐다. 일본에서 감독은 ‘신(神)’이나 마찬가지다. 선수단 구성부터 팀 운용까지 감독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일본 감독들은 선수들에 대해 쓴소리도 자주 한다. ‘불호령’을 뜻하는 ‘가미나리(雷)’란 기사 헤드라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일본에서 신 대접을 받던 밸런타인 감독이 미국에서 굴욕을 당했다. 올해 메이저리그 보스턴 감독으로 컴백한 그는 16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부진에 빠진 4번 타자 케빈 유킬리스에 대해 “육체적, 정신적으로 경기에 임할 자세가 돼 있지 않다”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일본에서와는 달리 보스턴에선 난리가 났다. 유킬리스는 이튿날 “감독의 정확한 의중을 듣고 싶다”며 감독실을 찾아갔다. 팀 동료들도 유킬리스의 편에 섰다.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일본에선 그런 말이 통할지 몰라도 여기선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밸런타인 감독이 유킬리스에게 사과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팀 분위기는 말이 아니다. 팀 성적도 20일 현재 4승 8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다. 이번 소동은 일본과 미국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됐다. 일본이 ‘감독의 야구’라면 미국은 선수가 중심이다. 일본에선 선수 못지않게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 감독이 많다. 그러나 선수 평균 연봉이 344만 달러(약 38억 원)에 이르는 메이저리그에선 100만 달러도 못 받는 감독이 수두룩하다. 일본에선 ‘보비 매직’이란 찬사를 받으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밸런타인 감독도 미국에선 평범한 감독 중 한 명이라는 얘기다. 그럼 한국 야구는 어떨까. 한국 역시 현재까지는 감독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하지만 김태균(한화)처럼 연봉 15억 원을 받는 선수가 나오고 야구선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선수협의회의 영향력도 강해지고 있다. 요즘 같은 추세로 한국 야구가 더 발전한다면 10년 후에는 미국식으로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이헌재 스포츠레저부 uni@donga.com}

시범경기 막판 LG 김기태 감독이 정성훈을 4번 타자로 낙점하자 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정성훈은 일반적인 의미의 4번 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3루수인 그는 한 시즌 최다 홈런이 2005년 현대 시절 기록한 17개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도 10홈런을 쳤을 뿐이다. 거포라기보다는 중장거리 타자다. 김 감독이 그런 정성훈을 4번 타자에 포진시킨 것은 왼손 타자가 많은 팀 사정을 고려해서다. 그나마 오른손 거포였던 조인성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SK로 이적한 영향도 컸다. 김 감독은 “홈런보다는 득점 찬스에서 한 방을 쳐 줄 해결사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현역 시절 ‘해결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대화 한화 감독과 같은 3루수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랬던 정성훈이 연 이틀 한 감독을 울렸다. 18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진 7회 박찬호를 상대로 역전 투런 결승 홈런을 터뜨렸던 정성훈은 19일 경기에서 0-0으로 팽팽하던 9회초 류현진을 상대로 선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15일 KIA전 이후 4경기 연속 홈런 행진이다. 정성훈의 홈런이 없었다면 이날 승리는 한화의 차지가 될 뻔했다. 곧 이은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장성호가 류택현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승부는 연장 승부 끝에 극적으로 갈렸다. LG는 연장 10회초 2사 후 양영동과 이대형의 연속 안타로 만든 1, 3루 찬스에서 대타 이병규가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를 쳐 2-1을 만들었다. 한화 역시 10회말 공격 2사 2루에서 강동우가 좌익수 앞 안타를 쳤으나 2루 주자 하주석에 홈에서 간발의 차로 아웃되며 동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한화 선발 류현진은 이날 9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삼팔선(38세에 퇴직), 사오정(45세가 정년)이 일반화된 요즘 세태에서 LG 왼손 투수 류택현(41)의 부활은 반갑다. 17일 현재 4경기에 나와 벌써 2승을 챙겼다. 13일 KIA와의 경기에서는 조웅천(전 SK)이 보유하고 있던 투수 최다 출장 경기 기록(813경기)도 넘어섰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투수인 제이미 모이어(50·콜로라도)에 대면 류택현은 ‘어린아이’나 마찬가지다. ○ 50세에 전설을 던지다 등번호 50번의 모이어는 18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6안타 2실점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49세 150일째에 따낸 승리로 잭 퀸(브루클린 다저스)이 1932년 세웠던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49세 70일)을 80년 만에 경신했다. 이날 샌디에이고 선발 앤서니 베이스는 그의 나이의 절반인 25세였다. 톱타자로 상대한 캐머런 메이빈 역시 25세였다. 아들뻘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노익장을 과시한 것이다. 2년 전 팔꿈치가 아파 필라델피아에서 방출됐을 때만 해도 그의 재기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은퇴 대신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재활 훈련을 하면서 TV 해설가로 활동했다. 올해는 불러주는 팀이 없어 초청선수 자격으로 콜로라도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 동안 젊은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실력으로 선발 한 자리를 꿰찼다. 직전 2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을 투구했으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2패만을 당했다가 세 번째 도전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125km 직구로 살아남는 법 메이저리그에는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즐비하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나 조엘 주마야(미네소타)처럼 160km 이상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들도 있다. 그에 비하면 모이어의 직구는 초라하게 느껴진다. 140km는 고사하고 130km를 넘는 적도 드물다. 2년 전 평균 직구 구속은 어지간한 투수들의 슬라이더에도 미치지 못하는 128km였다.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이날도 그는 평균 시속 125km의 직구를 던졌다. 타자들은 뻔히 보이는 그의 공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다. 이유는 몸쪽과 바깥쪽을 찌르는 제구력이다. 여기에 변화구 5종 세트(싱커, 컷 패스트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날은 특히 직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들어오다 날카롭게 떨어지는 컷 패스트볼이 잘 통했다. ○ 강속구보다는 제구력이 정답 ‘국보 투수’로 불렸던 선동열 KIA 감독은 항상 “투수는 빠른 공보다는 제구력만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모이어도 그렇고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의 야마모토 마사(46)도 그렇다. 일본 프로야구 최고령 투수인 야마모토는 15일 한신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46세 8개월 4일에 일궈낸 선발승으로 1948년 하마사키 신지(한큐)가 갖고 있던 48세 8개월 기록을 64년 만에 경신했다. 그의 직구 역시 130km대로 빠르지 않지만 절묘한 제구력을 자랑한다. 더욱 중요한 건 야구에 대한 열정이다. 모이어와 야마모토, 류택현은 모두 지난 2년 사이에 큰 수술을 받고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이들은 야구장에서 후배들과 경쟁하고 땀 흘린다는 자체에 무한한 행복을 느낀다. 언젠가 한 기자가 모이어에게 “언제쯤 은퇴할 생각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글쎄, 물음표로 남겨두고 싶군. 1년 전일 수도, 2년 전일 수도 있었을 테니. 아니 5년 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야.”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3일의 금요일 밤. LG 마무리 투수 리즈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멘탈 붕괴’에 빠진 것 같았다. KIA와의 잠실경기 5-5 동점이던 11회초. 마운드에 오른 리즈는 첫 타자 차일목을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4타자 연속 볼넷을 내줬다. 주무기인 직구만 16개를 던졌지만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후속 안치홍에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2개를 꽂은 뒤 4구째 직구를 던지다 안타를 맞고 이상열과 교체됐다. 리즈의 난조 속에 LG는 6-8로 졌다. 리즈의 마무리 전환은 김기태 감독의 야심 찬 카드였다. 뒷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선발투수로 11승을 거둔 리즈를 마무리로 돌린 것이다. “역전패의 충격은 보통 패배보다 2∼3배는 된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리즈가 무너진다는 것은 LG 투수진 운용이 시작부터 엉망이 된다는 걸 의미했다. 김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패배 직후 “리즈가 다음번엔 잘할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이틀 후인 KIA전에서 9회까지 5-3으로 앞서자 김 감독은 어김없이 리즈를 마무리로 등판시켰다. 리즈는 이날도 첫 타자 나지완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김원섭을 병살타, 신종길을 3루수 앞 땅볼로 잡아내며 승리를 지켰다. LG에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6월 17일 SK와의 경기에서 마무리로 나섰던 신인 임찬규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4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역전패한 것이다. LG는 그 경기를 계기로 내리 하락세를 탔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리즈의 부활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골퍼 최경주(42·SK텔레콤·사진)가 지난해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하면서 받은 상금 중 15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자신의 이름을 딴 ‘최경주 재단’에 기부했다. 재단 측은 이 기부금을 청소년 장학사업과 골프문화 향상 사업 등에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