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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泣斬馬謖). 올림픽 메달 기대주 이대명(24·경기도청)을 국가대표 명단에서 제외하기로 한 한국 사격계의 심경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대한사격연맹은 올해 런던 올림픽에 13명의 선수를 파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올림픽 쿼터는 14장을 땄지만 1장은 국제사격연맹에 반납한다.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이대명을 데려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3관왕 이대명은 한국 남자 권총의 간판 진종오(33·KT)의 후계자로 손꼽히는 선수다. 6차까지 치러진 대표 선발전에서 이대명은 10m 공기권총과 50m 권총 등 두 종목에서 각각 3위를 했다. 국제사격연맹은 세부 종목당 한 국가에서 2명씩만 출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종목 모두 1, 2위에 오른 진종오와 최영래(30·경기도청)가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다. 최영래를 둘 중 한 종목에만 출전시키고 메달 가능성이 높은 이대명에게 나머지 한 종목 출전권을 주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었다. 대한체육회도 사격연맹 측에 “경쟁력이 있는 남자 권총에 한 명을 더 데려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맹은 고심 끝에 이 제안을 거절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표 선발전 기록으로만 선수를 선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당장 메달이 급하다고 원칙을 깰 순 없었다”고 했다. 이대명이 아니라 진종오가 탈락했다 해도 구제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진종오는 이런 말을 했다. “선발전 내내 너무 긴장해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올해는 어떻게든 통과했지만 다음 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할 자신이 없다.” 치열하고 살벌한 사격의 대표 선발 방식이 런던 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본인의 장점? ‘잘 웃고, 잘 먹고, 쾌활하다.’ #본인의 단점? ‘한번 입을 열면 너무 시끄럽다.’ 20일 충북 진천 선수촌에서 열린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할 사격 국가대표 미디어데이 자료에 나와 있는 김장미(20·부산광역시청)의 프로필 일부다. 한국 사격계가 꼭꼭 감춰왔던 김장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필 그대로 발랄, 유쾌, 명랑한 사격 소녀였다. 김장미는 올 초 한국 사격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신데렐라다. 성인무대 첫 출전이었던 올해 1월 아시아선수권 10m 공기권총에서 깜짝 우승을 거두더니 4월 런던 프레올림픽 25m 권총에서는 세계 신기록(796.9점)까지 세웠다. 런던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김장미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한 우유업체로부터 CF 제의까지 받았다. 갑작스러운 관심은 약보다는 독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사격계는 그때부터 ‘김장미 지키기’에 돌입했다. 단칼에 CF를 거절하게 한 건 물론이고 일체의 언론 인터뷰도 불허했다. 이날 미디어데이는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김장미를 공개한 유일한 행사였다. 김장미는 “저보고 ‘강심장’이라고 하시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전 나이가 어리잖아요. 잘하면 좋고 못해도 그만이죠. 아마 올림픽에도 다 저보다 나이 많은 선수들만 출전하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김장미는 운동 신경을 타고났다. 어릴 땐 육상 선수로 대회에 출전한 적이 있다. 중고교 시절에는 합기도로 대회에 나가 메달도 여러 개 땄다. 또 중학교 2학년 때까진 소총 선수로 금메달을 땄는데, 이듬해엔 권총으로 전향해 소년체전에서 우승했다. 그는 “오른쪽 어금니 뻐드렁니 때문에 소총 자세가 불편해 권총으로 바꿨어요. 그런데 권총을 해 보니 복장도 편하고 총도 짧고 편해서 좋아요”라고 했다. 그동안 한국 여자 사격의 올림픽 메달은 여갑순이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 따낸 금메달과 강초현의 2000년 시드니 대회 은메달로 모두 소총이었다. 올해 런던에서는 ‘명랑 권총 소녀’ 김장미가 첫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진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9개 구단 단장(NC 포함)은 이달 초 실행위원회를 열어 내년 경기운영 방식을 확정했다. 월요일 경기 없이 팀당 128경기(총 576경기)를 치르는 안이었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월요일에 경기를 하면 경기 수(팀당 136경기, 총 612경기)는 늘지만 특정 팀이 휴일 없이 14연전을 치르는 데다 팀 이동거리도 길어져 비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름도 지나지 않아 입장을 바꿔야 했다. 19일 9개 구단 사장이 모인 임시 이사회에서 10구단 유보와 함께 월요일 경기 및 중립경기 실행을 재검토하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10구단에 찬성했던 한 구단 사장은 “10구단으로 안 가는 대신 월요일 경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9구단 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9구단 체제에서는 팀당 최대 4일까지 쉬는 문제가 발생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경기를 적게 하면 수익이 줄어든다. 결국 KBO는 보름 전에 버렸던 ‘팀당 136경기 카드’를 다시 주워 와야 했다. KBO는 이 방식을 택할 경우 1군 등록 선수를 늘리거나 연장전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팀당 128경기든 136경기든 둘 다 차악(次惡)일 수밖에 없다. 일단 선수가 피해를 본다. 팀당 128경기를 하면 현행(133경기)보다 경기 수가 줄어 통산 기록 달성에 불리하다. 반면 월요경기를 실시하면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주전 선수는 휴식 없이 2주 내내 출전하는 경우도 생긴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야구팬들이다. 팀당 128경기를 하면 좋아하는 팀을 볼 기회가 줄어든다. 월요경기를 해서 경기 수가 늘어난다 해도 지방 팬들은 소외당할 가능성이 높다. 월요경기는 각 팀의 이동거리 증가를 막기 위해 중립경기로 치를 계획인데 중립경기는 흥행을 위해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결정이 나오든 선수와 팬이 피해자가 되는 기형적 구조의 원인은 홀수인 9구단 체제다. 이런 상황을 만든 건 9구단은 허용하고 10구단은 불허한 KBO 이사회다. 자신의 이익만 앞세운 구단들 탓에 정작 프로야구의 근본인 선수와 팬이 멍들고 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힘차게 도약해야 할 한국 프로야구가 흔들리고 있다. 프로야구의 미래를 좌우할 제10구단 창단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총재와 9개 구단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임시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하기로 했다. 》 ‘당분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10구단 창단 안이 언제 다시 상정될지는 알 수 없다. 사실상 ‘무기한 표류’인 셈이다. 내년부터 9구단 NC가 1군에 참여하기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는 당분간 불안정한 홀수 구단 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 표결은 안 했지만 사실상 부결 며칠 전까지만 해도 10구단 창단 승인은 낙관적으로 보였다. 롯데 삼성 한화가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야구팬의 여론이나 전체적인 이사회의 흐름은 찬성 쪽이었기 때문이다. 합의에 이르지 못해 표결을 하더라도 승인에 필요한 7표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사회 개최 2, 3일 전부터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반대 측 구단들이 찬성 측 구단에 대해 대대적인 설득작업에 나선 것이다. 게다가 찬성 의사를 밝혔던 몇몇 구단도 표결에 거부감을 보였다. 표결을 할 경우 편 가르기로 비칠 수 있고 향후 10구단 창단작업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 될 게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대다수 이사가 표결에 부담을 느끼면서 KBO는 결국 표결을 강행하지 못했다. 명목상 당분간 유보였지만 실제로는 부결인 셈이다. 이사회는 “아마추어 야구의 전반적인 여건이 성숙된 뒤 10구단을 창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고교 20개팀, 중학교 30개팀 창단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퇴행은 불가피 내년부터 9구단 체제가 되면서 한국 프로야구는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는 “홀수 구단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월요일 경기와 중립지역 경기 편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파행적인 리그 운영은 불가피하다. 5월 실행위원회에서 결정한 내년 시즌 팀당 경기는 128경기다. 올해 133경기에 비해 5경기가 줄어 기록적인 면에서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짝이 맞지 않아 4일을 쉬는 구단도 나온다. 만약 월요일 경기를 편성해 팀당 136경기를 치른다고 해도 문제다. 이 경우 13일을 연속해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 우천 등으로 경기 일정이 밀리면 하루에 2경기(더블헤더)도 해야 한다. 선수들의 부상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홀수 구단 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구단 관계자는 “우리 실정에서 8개 구단이면 충분하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했다. 구단 수의 축소는 곧 리그의 퇴보를 의미한다. “그럴 바엔 9구단은 왜 만들었느냐”는 비난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선수협 “올스타전, WBC 보이콧” 제10구단 창단이 불발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10구단 유치 활동을 벌여온 경기 수원시와 전북도는 이사회의 결정에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예고한 바와 같이 올스타전과 내년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를 거부하고 선수노조를 설립해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10구단 창단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야구팬이 준 사랑을 특권인 양 생각하며 (구단들이) 프로야구 발전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겨울올림픽의 최고 인기 종목은 남자 아이스하키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때 아이스하키의 입장권 판매 수는 65만56장으로 대회 전체 관중의 절반에 가까운 46.8%를 차지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유치한 한국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실력이 워낙 처져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보장받지 못해 출전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자칫 남의 잔치가 될 우려마저 나온다. 최근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은 세계랭킹 28위인 한국이 2015년 연맹 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세계랭킹 18위 이내에 진입해야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3년 안에 국제대회 성적을 통해 10계단을 뛰어올라야 한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을 위해 한라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세계랭킹 2위인 핀란드에 한국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아이스하키 팀을 창단하기로 한 것이다. 한라는 2018년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내년 유로 한라(가칭)를 창단해 핀란드 2부 리그인 메스티스 리그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전 단계로 올해는 한라 소속 국가대표 선수 10명을 메스티스 리그 산하 HC 케스키 우시마와 키에코 반타 등 두 팀에 파견한다. 지난 시즌 영국 리그에서 뛰었던 박우상을 비롯해 김기성 김윤환 조민호 신상우 이돈구 김상욱 김우영 박성제 성우제 등이 2012∼2013시즌부터 메스티스 리그에 진출한다. 핀란드의 SM리가는 북미리그, 러시아리그와 함께 세계 3대 톱 리그에 속한다. 메스티스 리그는 SM리가의 하부 리그로 12개 팀이 있다. 유로 한라와는 별개로 안양 한라는 한국 일본 중국이 참가하는 아시아리그에 그대로 출전한다. 10명이 빠져나간 자리는 신인 선수들이나 베테랑 선수들이 채우기로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좌우할 ‘제10구단 창단’ 여부가 19일 결정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9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제10구단 창단 여부를 논의한다. 10구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인 가운데 일부 구단은 시기상조라며 반대하고 있어 격론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KBO는 만장일치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표결로 안건을 통과시키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를 하루 앞둔 18일 프로야구선수협회와 야구 원로모임인 ‘일구회’는 일제히 10구단 창단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땀’이었다 대졸 신고 선수 출신 KIA 한성구(24)가 선동열 감독의 눈길을 받게 된 이유는. 올해 초 KIA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선 감독은 새벽 운동을 갔다가 한성구와 마주쳤다. 선 감독은 한성구가 술을 마셨다고 생각했다. 한성구가 “러닝하고 있었다”라고 했지만 못 미더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직접 확인까지 했다. 그는 얼굴 가득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선 감독은 “그 후에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훈련을 했다. 야구에 대한 절박함이 보였다.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싶은 선수”라고 했다. 그러곤 14일 넥센전에 한성구를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넣었다. 그는 7번 지명타자로 메이저리거 출신 김병현을 상대로 3타점 2루타를 치는 등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하룻밤 사이 그는 무명에서 팀의 기대주로 거듭났다. #‘눈빛’이었다 전 소속팀(LG)에서 방출되고 현역으로 군대까지 다녀온 서건창(23)이 넥센에 입단이 가능했던 것은. 지난해 11월 전남 강진베이스볼파크에서 열린 입단 테스트엔 20여 명이 참가했다. 당시 2군 감독이던 박흥식 타격코치는 서건창에 대해 “플레이를 떠나 그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김시진 감독도 ‘눈빛이 강한 아이’로 서건창을 기억한다. 그는 유일하게 테스트에 합격해 신고 선수로 입단했다. 올 시즌 그는 잘나가는 넥센의 주전 2루수다. 15일 현재 타율 0.298에 16타점, 8도루를 기록 중이다. 신인왕에 도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성적이다. 올해 프로야구에 ‘신고 선수 돌풍’이 거세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거나 기존 팀에서 방출당한 뒤 신고 선수로 입단해 맹활약을 펼치는 반란의 주인공이 적지 않다. 올해 상위권을 달리는 LG에는 3명의 신고 선수 출신이 1군 무대를 밟았다. 지금은 모두 2군에 내려가 있지만 이천웅은 데뷔 3경기 만에 홈런을 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민재와 최영진은 안타로 손맛을 봤다. 2008년 두산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포수 최재훈은 백업 포수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KIA 이준호도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고 있다. 모두 절실함과 성실함을 갖췄다. 이들 신고 선수의 활약은 팀 분위기 전환에도 긍정적이다. 누구든 열심히 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타성에 젖은 기존 선수에게도 경종을 울릴 수 있다. 2000년대 말 ‘화수분 야구’로 유명했던 두산에서는 김현수와 이종욱 손시헌 등이 신고 선수를 거쳐 스타가 됐다. 올해는 과연 어떤 선수가 신고 선수 신화를 쓸까.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몸놀림이 둔한 포수를 원하는 팀은 없었다. 재능은 평범해 보였고 몸은 뚱뚱했다. 그나마 가능성을 인정받은 건 방망이 솜씨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구단으로부터도 지명 받지 못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렇지만 그는 야구가 절실했다. 살을 빼기 위해 죽기 살기로 뛰었다. 110kg이 훌쩍 넘던 몸무게를 몇 개월 만에 25kg이나 감량했다. 살을 뺀 뒤 그는 KIA에 테스트를 자청했다. 결과는 합격. 그렇게 지난해 KIA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가 올해 정식 계약 선수가 됐다. 연봉은 2400만 원. 하지만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한 그의 집념은 놀라웠다. 선동열 KIA 감독은 그를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하는 녀석”이라고 표현한다. 선 감독은 “올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 오전 5시에 아침 운동을 나갔는데 한 선수가 인사를 꾸벅 하더라. 새벽까지 술을 먹을 줄 알았는데 러닝을 하고 있었다. 이후에도 새벽 운동을 나갔다가 그 녀석을 여러 번 봤다”고 했다. 바로 그였다.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2개나 낀 ‘한국형 핵잠수함’ 김병현(넥센)을 무너뜨린 것은. 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KIA전. 무명인 한성구는 이날 7번 지명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까지 4경기에 대타나 대수비로 나와 11타수 6안타를 친 그를 선 감독이 깜짝 발탁한 것이다. 2회 첫 타석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김병현을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스윙을 했다. 그의 방망이는 1-0으로 간발의 리드를 지키던 3회에 터졌다. 2사 만루 상황에서 김병현의 2구째 직구를 밀어 쳐 우익수 키를 넘기는 3타점 2루타를 쳐낸 것. 5회 3번째 타석에서는 볼넷까지 골랐다. KIA는 이날 4타수 3안타 3타점을 친 한성구의 맹타에 힘입어 넥센을 9-6으로 꺾고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김병현은 5이닝 7안타와 5개의 4사구로 5실점하며 첫 승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SK는 잠실경기에서 에이스 김광현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발판 삼아 LG를 2-0으로 꺾었다. 김광현은 3차례 등판에서 3번 모두 승리 투수가 됐다. 삼성은 한화를 12-1로 대파했고 두산은 롯데에 8-7로 승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0구단으로 가는 대세는 분명해졌다.” 한국 프로야구가 10개 구단 체제로 확대 재편된다. 내년부터 9구단 NC의 1군 리그 참여가 확정된 가운데 올해 제10구단 창단이 결정되면 2014년부터 10개 구단이 1군 리그를 치르게 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총재와 9개 구단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이르면 다음 주 임시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KBO는 이날 전격적인 표결 강행을 통해 제10구단 창단 승인을 이끌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몇몇 구단이 절차상 문제를 들어 반대하면서 10구단 창단을 논의하는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만 대세는 10구단 창단 쪽으로 흐르고 있다. 당초 10구단에 반대하던 4개 구단(롯데 두산 한화 삼성) 가운데 두산이 찬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10구단 창단 승인에 필요한 7표를 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이 “10구단을 창단하려면 올해 8월 20일 드래프트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에 가까운 시일 내에 임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합의가 중요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엔 표결로 처리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표결 통과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임시 이사회에서 10구단 창단이 승인되면 10구단 탄생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양 총장은 “이사회 논의와는 별개로 10구단 작업은 상당히 진척돼 있다. 경기 수원과 전북도가 10구단 유치 활동을 벌여왔다. 몇 개 기업이 야구단 창단 의지를 밝혀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KBO 고위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이 야구단 창단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후보 기업 가운데 재계 2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난해 68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700만 관중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뜨거운 야구 열기에 탄력을 받은 한국 프로야구는 9구단에 이어 10구단 체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요즘 한국 프로야구가 뜨겁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 야구장을 찾는 관중이 크게 늘었다. 6일에는 역대 최소인 190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했다. 그라운드 이면의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도 뜨겁다. 바로 ‘제10구단 창단’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제9구단 NC가 창단해 내년부터 9개 구단이 1군 리그를 치르게 된 가운데 10구단 창단 여부를 놓고 기존 8개 구단의 견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왔다. 12일 이사회는 표결을 통해 10구단 창단 여부를 공식적으로 결정한다. 당초 반대하던 한 구단이 찬성으로 돌아서면서 10구단 창단이 급물살을 탈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찬성 측은 물론이고 반대 측의 논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발전에 10구단은 필수조건일까 아니면 시기상조일까. 》■ SK KIA LG 넥센 “이래서 찬성한다”“10구단 창단을 유예하고 9구단에서 멈추자는 건 이렇게 비유할 수 있다. 에베레스트 산을 등정하자고, 고지가 저기라고 같이 나왔는데 베이스캠프에서 주저앉은 꼴이다. 위험할 순 있지만 다 같이 목표로 했던 것 아닌가. 그러면 가야 한다.”10구단 창단에 찬성하는 4개 구단 사이에도 적지 않은 이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장석 넥센 사장의 말처럼 지난해 제9구단 NC의 출범은 10구단 창단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 “10구단 출범은 순리다”지난해 NC가 경남 창원을 연고로 창단하려 할 때 반대표를 던진 구단은 부산을 연고지로 한 롯데가 유일했다. 하지만 10구단 얘기가 나오자 각종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구단이 늘었다. “만약 문제를 제기하고 반대를 하려 했다면 9구단 출범 때 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신영철 SK 사장은 “지난해 제9구단 창단을 결정할 때 현재 우리 야구 시장 규모라면 8개 구단으로 족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대기업들이 독점해 왔던 한국 프로야구 판에 새로운 자극을 줌으로써 활기를 불어넣어 보자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전체 파이를 키워 10구단까지 가자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고 했다. 이어 “반대 구단들의 논리도 공감할 부분은 있다. 그러나 부족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여건이 성숙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앞장서서 프로야구 판을 견인해 갈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을 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장석 사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도 야구는 활황이다. 9개에서 10개 구단으로 가는 건 순리다. 10개 팀이 되면 단기적으로 경기 수준 등이 떨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경기 수가 늘고 더 많은 선수가 유니폼을 입으면 전체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홀수 구단 체제로 가면 공멸할 수도 있다”홀수 구단 체제인 9구단 체제로 갈 경우 리그 운영이 파행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도 있다. 당장 NC가 1군에 참여하는 내년부터 팀당 경기 수가 133경기에서 128경기로 줄어든다. 또 최대 4일까지 경기를 치르지 않는 팀도 생긴다. 이삼웅 KIA 사장은 “짝수 구단 체제로 가지 않으면 모처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가 공멸의 길을 밟을 수도 있다. ‘짝수 구단으로 가야 한다’는 큰 틀에서 10구단 창단에 조건부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이장석 사장은 “경기 수의 축소는 리그의 퇴보를 의미한다. 야구는 기록경기인데 경기가 줄면 좋은 기록이 나올 수 없다. 이는 선수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 수를 늘려야 선수들의 체력과 기술, 나아가 국제 경쟁력까지 좋아진다”고 했다. 전진우 LG 사장은 “야구는 이미 스포츠를 넘어 많은 사람이 보고 즐기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10구단 창단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야구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다소 어려움이 있겠지만 10구단 창단은 야구 판 전체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찬성 의견을 밝혔다. ○ “막무가내식 창단은 지양해야 한다”이 4개 구단은 원론적으로 10구단 창단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무조건 10구단이 생겨야 한다’는 식의 여론몰이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도 보였다. 신 사장은 “야구인들 가운데는 ‘10구단 반대론자=야구의 적’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 야구는 많은 돈이 드는 비즈니스다. 무조건적 희생을 강요하는 건 옳은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10구단이 제대로 창단하려면 각 구단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 등 모두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해줘야 한다. 구체적 대안이나 제도적 뒷받침 없이 입으로만 10구단을 부르짖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이삼웅 사장도 “10구단 창단을 현행 프로야구계의 다양한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교 야구 활성화나 지역 연고제 등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롯데 두산 한화 삼성 “이래서 반대한다”“내가 욕먹는 건 상관없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분위기에 휩쓸려 프로야구가 망가지는 걸 지켜볼 수는 없다.”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반대의 중심에 선 장병수 롯데 사장의 주장은 한결같다. 야구팬의 비판이 쏟아지는데도 장 사장은 십자가를 짊어진 사람처럼 흔들림이 없다. 그가 독불장군처럼 비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10구단 반대’ 논리를 펴는 이유는 뭘까.○ “중견기업, 프로야구단 운영 감당 못 한다”장 사장의 ‘10구단 시기상조론’은 결국 ‘돈’ 문제다. 중소기업이 오랫동안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팬층이 두껍다는 롯데도 지난해 모기업에서 120억 원을 지원받았다. 매년 250억 원 이상 지원받는 구단도 있다. 지금 같은 구조에서 신생 구단이 꼴찌에서 벗어나려면 5년의 시간과 1000억 원 이상의 돈이 든다. 신생 구단을 맡는 기업은 자금 압박을 이겨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거기에 1군 무대에서 하위권을 전전하다 보면 팬들도 떠난다. 이러다 10구단이 망할 경우 프로야구 전체가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인구 대비 프로야구 구단 수가 많다는 것도 10구단 반대론의 단골 메뉴다. 인구가 약 3억 명인 미국은 프로야구 구단이 30개, 약 1억2000만 명인 일본은 12개다. 인구 1000만 명당 1개 구단꼴이다. 하지만 인구 약 5000만 명의 대한민국은 이미 9개 구단 체제다. 팬 확보가 쉽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 “야구 저변 확대부터 준비하라”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구단들은 “야구 저변을 확대하는 작업이 더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프로야구의 젖줄인 고교야구의 저변은 나날이 악화되는데 프로야구단 수만 늘리면 수준이 떨어질 게 뻔하다는 주장이다. 정승진 한화 사장은 ‘프로 구단 수가 늘면 중고교 야구팀 수도 늘어난다’는 논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프로야구 구단의 3군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선수 수급 구조를 가다듬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고교야구 수준은 갈수록 떨어져 프로 구단에서의 재교육이 절실한 상황이다. 프로 3군 육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3군이 활성화되면 코치진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장 사장은 기존의 8개 구단이 이미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롯데는 2007년 경남 김해에 상동 2군 전용 야구장을 건립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했지만 쓸 만한 선수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70명 정도의 2, 3군 선수를 육성하고 있지만 매년 1군에서 뛸 만한 선수를 만들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가 이 정도인데 10구단이 제대로 선수 수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김승영 사장 역시 지역 연고 부활 등 고교야구를 살리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10구단 창단과 지역 연고 부활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10구단 창단의 전제 조건은 결국 선수 수급이기 때문이다. 현행 전면 드래프트제는 사실상 지역 내 유망주를 방치하게 만든다. 사명감을 갖고 유망주들을 키우기 어렵다. 유망주의 해외 유출도 막을 길이 없다.”○ “10구단 하더라도 결국 한두 구단은 망한다”10구단 반대론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이어야 프로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건 편향된 시각이다”라거나 “제9구단 NC의 1군 진입을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에서 승인해 놓고 10구단 창단을 반대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라는 견해가 나온다.그런데도 장 사장의 ‘10구단 필패론(必敗論)’은 굳건하다. “짝수 구단 체제로 가야 하기 때문에 10구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허약한 논리다. 현재 팀 수가 홀수냐 짝수냐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10구단을 창단한다 해도 (어차피 몇 해 뒤 어떤 구단이 망하면) 8구단 또는 9구단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0구단 때문에 프로야구가 다시 퇴보하길 바라는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프로야구계의 ‘뜨거운 감자’이던 제10구단 창단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르면 올해 안에 10구단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구본능 KBO 총재와 9개 구단 사장단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 여부를 전격적으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10구단 창단 여부는 당초 이날 이사회의 정식 안건이 아니었다. 10구단에 찬성하는 구단과 반대하는 구단의 수가 비슷해 표결을 거쳐도 통과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보 취재 결과 찬성하는 구단은 5개 구단(SK KIA LG 넥센 NC)이고 반대하는 구단은 4개 구단(롯데 두산 한화 삼성)이다. 구 총재가 찬성표를 던진다 해도 10구단 창단 의결에 필요한 7표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최근 10구단 창단에 대한 뜨거운 여론을 등에 업고 반대 구단 하나가 찬성 쪽으로 돌아서면서 10구단 창단 건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계 원로는 “12일 이사회에서 KBO가 그동안 마련해 놓은 제10구단 창단 마스터플랜을 이사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유치 희망 기업과 도시 등도 공개될 수 있다. 표결 통과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에서 6월의 셋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부모에게 최고의 선물은 자식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미국 출신의 LG 외국인 투수 벤저민 주키치는 ‘아버지의 날’인 10일 부모님께 뜻 깊은 선물을 했다. LG와 두산의 서울 라이벌전이 열린 잠실구장. LG는 이날 시구자로 주키치의 아버지 마크 주키치 씨를 초대했다. 마침 선발 투수 역시 주키치였다. 마크 씨는 경기 전 마운드에서 아들을 따뜻하게 포옹한 뒤 포수 미트를 향해 차분하게 공을 던졌다.전날까지 주키치는 7승 무패에 평균자책 2.17로 다승과 평균자책은 물론이고 승률까지 세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날 주키치는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1회초 두산 선두타자 최주환에게 좌중간 3루타를 허용한 것을 시작으로 6이닝 동안 8피안타에 3점을 내줬다. 하지만 화끈한 타선의 지원을 등에 업고 승리 투수가 됐다. LG는 0-1로 뒤진 1회말 2사 1, 2루에서 최동수의 적시타로 간단히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2사 만루 찬스에서는 김태완이 두산 선발 김선우의 8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LG 타선은 5-3으로 쫓긴 7회말 다시 한 번 불을 뿜었다. 한 이닝 동안 13타자가 7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묶어 대거 9득점한 것. 정성훈, 서동욱, 김태군, 이병규(7번), 이병규(9번) 등 5명의 타자가 2루타를 쳐 역대 한 이닝 최다 2루타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LG는 14-4로 대승을 거두고 지난해 6월 11일 이후 1년 만에 단독 2위에 올랐다. 또 올 시즌 두산과의 경기에서 7승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했다. 8승 무패에 평균자책 2.34가 된 주키치는 세 부문 1위를 굳게 지켰다. 한화는 12일 만에 선발 등판한 박찬호가 5와 3분의 1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는 동안 타선의 지원을 얻으며 넥센을 8-1로 꺾었다. 박찬호는 시즌 3승(4패)째. SK는 삼성을 11-3, 롯데는 KIA를 6-3으로 각각 이겼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타율 4할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한화 김태균(30)의 4할 타율 달성이 가능할지에 대해 수도권 한 구단의 전력분석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야구에서는 3할만 쳐도 수준급 타자 소리를 듣는다. 4할 타자는 ‘타격의 신’이라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41년 테드 윌리엄스(0.406) 이후 한 번도 4할 타자가 나오지 않았다. 78년 역사를 갖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누구도 4할 고지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백인천이 0.412를 기록했다. 백인천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 타율에 가장 근접했던 건 1994년의 이종범(0.393)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까지 일본 롯데에서 뛰었던 김태균이 3개월째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49경기를 치른 7일 현재 타율 0.414(169타수 70안타)이다. 타격 2위 넥센 강정호(0.343)에게 큰 격차로 앞서 있다. 기술적으로 김태균은 4할에 가장 근접한 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콘택트 능력과 파워를 갖췄고 선구안도 좋다. 4할을 치려면 볼넷을 많이 골라야 하는데 김태균은 7일까지 32차례나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 넥센 박병호(33개)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김태균 특유의 타격 자세도 타율 유지에 유리하다. 김태균과 같은 오른손 타자들은 대개 왼쪽 발을 들었다가 몸 전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공을 친다.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태균은 국내 타자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제자리 턴’을 한다. 최대한 몸을 투수에게서 멀리 떨어뜨린 준비 자세를 취한 뒤 공이 날아오면 왼발을 들지 않고 제자리에서 허리를 돌려 간결하게 방망이를 휘두른다. 힘도 좋아 시즌 초반까지 1010g짜리 방망이를 썼다. 요즘엔 체력 배분을 위해 930g으로 방망이 무게를 줄였지만 다른 타자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무거운 편이다. 4할 도전의 최대 변수는 부상과 체력 저하다. 김태균은 5월 말 감기몸살을 앓은 뒤 며칠간 타격감이 급격히 떨어졌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도 이겨내야 할 숙제다. 요즘 김태균을 상대하는 투수들은 장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집중적으로 몸쪽 깊숙한 공을 던진다. 6일 경기에선 롯데 투수 김성배로부터 허리를 강타하는 공을 맞기도 했다. 4할을 치고 있지만 김태균은 자신의 성적이 불만족스럽다. 홈런(6개)과 타점(36개)이 생각만큼 많이 나오지 않아서다. 6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김태균은 “안타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집중력으로 만들어낼 자신이 있다. 그런데 홈런은 힘과 밸런스, 자세 등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져야 나온다. 그 느낌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또 그는 “기회가 왔을 때 4할에 한번 도전하려는 마음은 있다. 하지만 팀의 4번 타자로 홈런과 장타를 더 많이 치는 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승리였다.” 한대화 한화 감독이 모처럼 함박웃음을 지었다. 6일 롯데와의 대전 홈경기에서 3-2로 신승한 뒤의 일이다. 이날 경기는 한 감독의 생각대로 모든 게 맞아떨어졌다. 로테이션대로라면 이날 한화는 에이스 류현진이 선발로 나서야 했다. 그런데 막상 선발 마운드에 오른 것은 전날까지 2군에 머물던 송창식이었다. 여기엔 여러 가지 포석이 깔려 있었다. 류현진은 한국 최고의 왼손 투수지만 유독 낮 경기에서는 부진했다. 상대 선발이 롯데 에이스 송승준이라는 점도 고려했다. 한화로선 에이스인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류현진이 패하면 1패 이상의 악영향이 미친다. 이날 송창식의 피칭은 한 감독의 기대 이상이었다. 올해 1군에서 단 1승도 없던 송창식은 막강 롯데 타선을 맞아 5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3안타 3볼넷 1실점으로 잘 던졌다. 최고 시속 147km의 빠른 공을 주무기로 슬라이더와 커브 등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타선 역시 송승준을 효과적으로 무너뜨렸다. 0-0이던 2회 2사 1, 3루에서 오선진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1-1 동점이던 5회에는 강동우의 중전 적시타와 한상훈의 2루타로 승부의 균형을 깼다. 한화는 6회부터 바티스타-정재원-마일영-안승민으로 이어진 불펜을 총동원해 3-2,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깜짝 선발’ 송창식은 시즌 첫 승이자 지난해 8월 21일 잠실 두산전 이후 290일 만의 선발승을 따냈다. 2연승을 거둔 한화는 7일 류현진을 내세워 롯데와의 3연전 싹쓸이에 도전한다. 넥센은 강정호의 연타석 홈런을 앞세워 LG를 5-3으로 꺾었다. 홈런 선두 강정호는 15, 16호 홈런을 연달아 쏘아 올리며 9경기 만에 홈런 갈증을 풀었다. 삼성 이승엽도 KIA와의 경기에서 8회 시즌 12호 2점 홈런을 치며 팀의 12-3 대승에 일조했다. 두산은 연장 10회에 터진 김동주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SK를 2-1로 이겼다. 한편 이날 경기가 열린 4개 구장에는 6만4305명의 관중이 찾아 역대 최소인 190경기 만에 300만 관중을 돌파(305만7899명)했다. 광주, 목동구장(이상 1만2500명)과 대전구장(1만3558명)은 만원을 기록했다.대전=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2000년 겨울의 어느 날. 서울 송파구 잠신중학교에선 네덜란드 올림픽대표 출신 왼손 투수 유리안 로베주의 공개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그를 보기 위해 8개 구단 스카우트가 총출동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로베주는 들러리였다. 얼굴에 솜털이 가득한 한 중학생 투수가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쌀쌀한 날씨에서도 최고 시속 134km의 직구를 던져 스카우트들을 놀라게 했다. 로베주의 최고 구속(131km)보다 더 빨랐다. 그는 유승안 경찰청 감독의 아들 유원상(26·LG)이었다. 이듬해 메이저리그로 연수를 간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간 유원상은 고등학교 때 이미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졌다. 2년간의 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억5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한화에 입단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성장은 더뎠다. 공은 빨랐지만 투구가 들쭉날쭉했다. 어떤 날은 누구도 치기 힘든 공을 던지다가도 다음 등판에선 초반에 무너지곤 했다. 타고난 재능을 살리지 못한 채 평범한 투수가 됐다. 한화는 지난해 시즌 도중 그를 LG로 트레이드했다. 그런데 이 트레이드가 그의 천재성을 새로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올해 유원상은 LG는 물론이고 8개 구단 오른손 투수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구위를 뽐내고 있다. 그는 5일 현재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8경기에 등판해 1승 1패 2세이브를 거뒀다. 평균자책은 1.14에 불과하다. 홀드도 11개나 기록해 박희수(SK·15개)에 이어 이 부문 2위다. 유원상의 올해 투구는 전국구 에이스인 KIA 윤석민과 닮았다. 유원상은 불펜 투수고 윤석민은 선발 투수라는 것 외에 둘은 모두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진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140km가 넘는 고속 슬라이더를 던지는 몇 안 되는 투수기도 하다. 올해 유원상은 최고 143km, 윤석민은 144km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유원상은 “지난해까지 선발로 주로 나서면서 완급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볼펜으로 보직을 바꾼 올해는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지고 있다. 위기 상황에 등판해도 공격적인 피칭을 할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의 LG는 허약한 불펜 때문에 뼈아픈 역전패를 자주 당했다. 하지만 올해 LG는 셋업맨 유원상-마무리 봉중근으로 이어지는 막강 뒷문을 갖췄다. 깨질 듯하면서도 깨지지 않는 LG의 ‘5할 본능’의 핵심은 단연 유원상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77년 창단한 북일고는 지난해까지 전국 대회 우승만 23번 차지한 야구 명문이다. 김태균(한화)과 고원준(롯데), 유원상(LG) 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다. 하지만 유독 황금사자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1990년대까지는 결승전 무대도 밟지 못했다. 2002년 창단 후 처음으로 황금사자기를 들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 후 3차례(2003, 2007, 2009년)나 준우승에 그쳤다. 2009년부터 지휘봉을 잡은 이정훈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내 손으로 꼭 다시 한 번 황금사자를 품고 싶다. 준비도 충분히 했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 감독은 지난해까지 3년간 전국대회에서 10번 결승전에 진출해 5번 우승했다. 하지만 단일 언론사 주최 고교 야구 대회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황금사자기를 차지하지 못한 게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었다. 이 감독은 부임 첫해 이 대회 결승에서 충암고에 0-3으로 완패한 아픈 기억도 있다. 황금사자에 목말랐던 북일고가 10년 만에 금빛 황금사자의 주인이 됐다. 북일고는 3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제6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전반기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장충고를 4-2로 꺾고 대회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전 상대 장충고는 2007년 이 대회 결승에서 북일고에 0-3 완패를 안긴 팀. 북일고는 5년 만에 열린 리턴매치에서 설욕에 성공했다. 이날 양 팀 모두 에이스를 선발로 내세우지 못했다. 북일고 에이스 윤형배는 전날 덕수고와의 경기에서 9이닝을 완투하며 무려 147개의 공을 뿌렸다. 장충고 에이스 조지훈 역시 충암고와의 준결승에서 138개의 공을 던졌다. 이들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양 팀 제2선발 중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승부의 관건이었다. 북일고에서는 이 역할을 선발 투수 정혁진이 해냈다. 왼손 투수인 정혁진은 7명의 왼손 타자가 포진한 장충고 타선을 맞아 5와 3분의 2이닝을 3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다. 3-1로 앞선 6회 2사 3루에서 마운드를 이어받은 윤형배는 수비 실책으로 1실점(비자책)을 내줬을 뿐 3과 3분의 1이닝 동안 안타나 볼넷을 1개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투구로 승리를 지켰다. 북일고 타선은 1회부터 3회까지 매회 1점씩 뽑아내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5번 타자 신승원은 3-2로 앞선 9회초 1사 1, 3루에서 귀중한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포수 신승원은 수훈상과 타격상(0.533), 최다타점상(10개)을 휩쓸었다. 4경기에 등판해 3승에 평균자책 0.41을 기록한 윤형배는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창원=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승엽과 김태균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로 연수를 갔던 노석기 LG 전력분석팀 과장(당시 SK 전력분석 코치)의 말이다. 당시 오릭스 유니폼을 입고 있던 이승엽(현 삼성)과 롯데 김태균(현 한화)은 연일 고전 중이었다. 이들의 실력이 모자라서 한 얘기가 아니었다. 노 과장은 “일본 투수들은 한국 선수에게 홈런 맞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는 것 같았다. 한국 선수에게 홈런을 맞은 투수를 2군으로 보낸 감독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일본 투수들은 한국 선수와 승부를 하려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올해만 해도 29일 현재 양 리그에서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 중인 선수가 13명이나 된다. 이들이 던지는 유인구는 스트라이크와 볼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이승엽의 회고 한 토막. “한국에선 2스트라이크 3볼 상황이면 웬만하면 스트라이크를 던진다. 그런데 일본 투수들은 그런 상황에서도 포크볼로 유인구를 던지더라.” 유인구를 참지 못하면 질 수밖에 없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안 좋은 공에 방망이가 나가고 스윙 밸런스가 무너진다. “용병으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이승엽은 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15개의 홈런을 쳤지만 타율이 0.201에 그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대호의 4월도 잔인했다. 일본 투수들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좋은 공으로 살짝 시험해 보더니 정규시즌이 되자 투구 패턴을 180도 바꿨다. 유인구 일변도의 승부를 한 것이다. T-오카다 등의 부진 속에 집중견제를 받은 이대호는 4월까지 홈런 2개에 타율 0.233에 머물렀다. 4월 18일 소프트뱅크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타율이 1할대(0.196)로 추락하기도 했다. 단 하나 고무적이었던 건 이대호가 인내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타율은 안 좋았지만 볼넷을 14개나 골랐다. 리그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5월 들어 상황은 달라졌다. 일본 투수들이 이대호에게 정면승부를 걸어오기 시작했다. 이대호가 만만해져서가 아니다. 승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19일 야쿠르트와의 경기에선 1-2로 뒤진 9회 2사 후 상대 마무리 토니 버넷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 2점 홈런을 쳤다. 이튿날 경기에선 2-1로 앞선 9회 오시모토 다케히코를 상대로 쐐기 2점포를 터뜨렸다. 25일 히로시마전에선 3-3 동점이던 연장 10회 무사 1, 2루에서 일본 무대 첫 끝내기 안타도 날렸다. 5월 들어서만 8홈런에 타율 0.312(80타수 25안타)의 상승세다. 일본 투수도 완벽할 순 없다. 10개를 던지면 실투가 한두 개 나오기 마련이다. 이대호는 먹이를 기다리는 맹수처럼 참고 기다리다 실투가 들어오면 좋은 타구로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투수들의 유인구까지 안타로 연결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투수들이 쫓기게 된다. 노 과장은 “원래 좋은 타자였지만 일본처럼 타자들에게 불리한 현실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타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09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 SK의 한국시리즈 7차전을 기억하시나요. 9회말 SK 투수 채병용의 손을 떠난 저를 KIA 나지완이 받아쳤지요. ‘딱∼’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저는 잠실구장의 밤하늘로 떠올랐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양 팀 선수단은 물론이고 만원 관중의 눈이 저 하나만 바라보고 있더군요.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지요. 제가 왼쪽 스탠드에 내려앉는 순간 KIA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난리가 났습니다. 반면 SK 선수들은 고개를 떨구더군요. 제 몸짓 하나에 이날 경기를 지켜본 수백만 명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야구공’입니다. 흔한 말로 저는 요즘 ‘대세’입니다. 저를 보러 매일 수만 명의 관중이 야구장을 찾죠. 얼마 전엔 역대 최소인 126경기 만에 200만 관중을 돌파했습니다. 김승연 한화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등도 저를 보러 왔고요. 지난해에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도 손자 손녀와 함께 야구장 나들이를 했지요. 쑥스러운 얘기지만 인기 그룹 ‘소녀시대’도 제 팬이라고 하네요. 몸무게가 145g밖에 되지 않는 저의 어떤 점이 이처럼 많은 사람을 웃기고 울리는 것일까요. 치명적인 저의 매력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생하얀 가죽에 빨간 매듭을 지은 단순한 겉모습과 달리 저는 무척 속이 깊답니다. 가장 안 쪽에는 코르크와 특수고무로 이뤄진 코어가 있습니다. 방망이에 부딪칠 때 딱∼ 소리가 나는 건 바로 이 코르크 때문입니다. 또 고무로 인해 반발력이 생기죠. 여기서 중요한 게 고무의 배합입니다. 너무 많이 넣으면 공이 너무 잘 튀고, 적게 넣으면 잘 날아가지 않지요. 요즘 일본 프로야구에선 ‘날지 않는 공’ 때문에 말이 많죠. 반발력이 잘 생기지 않도록 고무를 배합했기 때문입니다. 코어는 양털 실로 감싸 둥그렇게 만듭니다. 프로야구에서 사용하는 공은 양털 함유량이 90% 이상이어야 합니다. 양털실을 감은 뒤엔 소가죽을 씌워 공 모양을 만들죠. 여기까지의 공정은 모두 기계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소가죽을 꿰매 매듭을 만드는 작업만은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기계로는 매듭의 간격과 높이 등을 일정하게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제 몸의 매듭은 정확하게 108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왠지 ‘백팔번뇌(百八煩惱)’가 연상되지 않나요. 그래서 흔히 야구가 인생에 비유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108개의 매듭은 야구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죠. 투수들은 직구 외에도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포크볼 등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는데요.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이 이처럼 다양한 변화를 일으키는 건 바로 이 매듭 때문입니다. 매듭이 공기의 저항을 어떻게 받느냐에 따라 움직임이 달라지거든요.●로이렇게 태어난 저는 각 팀의 주문에 따라 경기장으로 보내집니다. 프로야구에 사용되는 공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로고가 찍혀 있죠. 현재 스카이라인과 빅라인, 맥스 등 3개 업체가 NC를 포함한 9개 구단에 경기용 공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팀마다 차이가 있지만 각 팀은 연간 3만 개 내외의 공을 사용합니다. 프로야구 구단만 계산해도 연간 약 30만 개의 공을 쓰는 셈이지요. 제 기억에 유독 강하게 남아 있는 분은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입니다. 김 감독은 2007년부터 지난해 중반까지 SK 지휘봉을 잡았는데요. 그분이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건 다들 아시죠. 훈련을 많이 하니 저를 더욱 많이 필요로 했지요. 다른 팀이 3만 개를 쓸 때 SK는 4만 개로도 부족했습니다. 아침 먹고 훈련, 점심 먹고 훈련, 저녁 먹고 훈련, 심지어는 경기 끝나고도 훈련을 했거든요. 가끔 선수들의 수비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직접 펑고(수비 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 주는 것)를 하기도 하셨죠. 저, 정말 많이 아팠습니다.●병프로야구 한 경기에 사용되는 공은 100∼120개입니다. 이 가운데 경기가 끝난 뒤 수거되는 공은 절반 정도죠. 나머지 반은 팬들이 가져갑니다. 제가 홈런이나 파울 등으로 관중석에 떨어졌을 때 주워 가는 것이죠. 이런 공은 복 받은 친구들입니다. 공을 주운 팬들이 무척 소중하게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특히 롯데 경기를 좋아합니다. 롯데 팬들 사이에 ‘아주라 응원’이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롯데 관중석에 파울볼이 떨어졌을 때 어른이 공을 잡으면 롯데 팬들은 입을 모아 “아주라”를 외칩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아이에게 공을 주라’는 뜻으로 애정 어린 강요인 셈이죠. 공을 건네받은 어린이 팬의 환한 얼굴을 보는 건 더할 수 없는 기쁨이랍니다. 야구 관계자들에 의해 수거된 공들은 재활용 과정을 거칩니다. 경기에서 한 번 사용된 공은 거의 새 공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공들은 경기 전 타자들의 감을 살려주기 위한 배팅볼로 쓰이죠. 배팅볼을 많이 쳐 낡으면 실내연습장의 티(tee) 배팅장으로 이동합니다. 주로 실내에 머물지만 비가 오거나 궂은 날씨일 때는 다시 야외의 신선한 공기를 맡기도 해요. 그런 날에 새 공을 쓰는 건 아깝기 때문이랍니다. 저희 가운데 몇몇은 미국이나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각 팀의 스프링캠프나 마무리 캠프에 따라가거든요.●사경기용→배팅볼용→티배팅용을 거친 저희들은 말 그대로 만신창이가 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나 사회인 야구 선수들에게 KBO 마크가 찍힌 저희는 여전히 귀하신 몸입니다. 프로 구단들은 자신들이 쓸 수 없는 공들을 따로 모아 지역 내 고교나 대학 야구팀에 보내곤 합니다. 너무 많이 써 매듭이 풀리고 실밥이 터진 공이지만 어린 선수들은 정성스레 저희를 꿰매 다시 씁니다. 어린 선수들의 손길은 어찌 그리 따뜻한지요. 또 저희 중 일부는 캄보디아나 베트남같이 공이 귀한 나라로 기부되기도 합니다. 쿠바로 간 친구들도 있답니다. 몇 해 전 아마 최강인 쿠바 선수들이 친선 경기를 위해 우리나라에 왔을 때 경기 후 낡았다고 버림받았던 저희들을 대거 챙겨갔다고 해요. 국내건 해외건 저희는 방망이에 맞고 흙바닥에 긁히기 일쑤죠. 하지만 이 또한 저희들의 기쁨입니다. 저희를 통해 실력이 좋아진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거든요. 끝으로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을 빌려 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야구공의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이대호가 퍼시픽리그 홈런 단독 선두에 올랐다. 28일 요코하마 구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인터리그 경기.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한 이대호는 0-2로 뒤진 4회초 상대 선발 후지이 슈고의 3구째 한가운데 낮은 체인지업을 퍼 올려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 홈런을 때렸다. 시즌 10호 홈런으로 윌리 모 페냐(소프트뱅크·9개)를 제치고 리그 홈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대호는 이날 2루타 1개를 포함해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팀은 1-2로 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화의 ‘괴물 투수’ 류현진은 어지간해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데 올해 넥센에 입단한 메이저리거 출신 김병현과의 선발 맞대결이 성사된 뒤엔 “오랜만에 기대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올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그에겐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었다.25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둘의 맞대결은 모든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빅 매치였다.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만원 관중(1만2500명)이 구장을 가득 메웠다.명불허전이었다. 둘은 모두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누구 한 명의 손을 들어주기 힘든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졌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승리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18일 삼성전에 이어 올해 2번째로 선발 등판한 김병현은 빼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최근 몇 년간의 실전 공백 탓에 제구력 난조를 보이는 와중에도 힘 있는 구위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1회초 1사 후 몸에 맞는 볼 2개와 볼넷 1개로 맞은 1사 만루에서 폭투로 한 점을 내준 게 이날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계속된 1사 2, 3루 위기에서는 최진행과 김경언을 연이어 삼진으로 돌려세웠다.6이닝 2안타 4사구 5개, 1실점의 호투. 최고 시속 146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삼진은 5개를 잡았다. 김병현은 팀이 2-1로 앞선 7회초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뒤 마운드를 박성훈에게 넘겼으나 불펜진의 난조로 첫 승 달성에 실패했다.류현진도 불운하긴 마찬가지. 7이닝 6안타 2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수비진의 고질적인 실책성 플레이 때문에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줬다. 또 8회까지 최진행의 역전 2점 홈런 등으로 4-2로 앞섰지만 마무리 투수 바티스타가 9회에 2점을 내주며 그의 승리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구석구석을 찌르는 최고 시속 151km의 직구와 가장 느린 100km의 커브는 관중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삼진도 10개나 잡았다.한화는 연장 10회에 터진 백승룡의 적시타에 힘입어 5-4로 승리하며 최근 6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한편 롯데는 박종윤의 투런포를 앞세워 두산을 8-4로 꺾었고, 삼성은 1회부터 SK를 몰아치며 7-1로 대승했다. SK는 최근 4연패. KIA는 LG에 5-2로 역전승하며 시즌 첫 4연승을 내달렸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