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그들의 유니폼에는 네 번의 우승을 상징하는 별 4개가 새겨져 있다. 이제 하나를 더 보탰다. 영광스러운 다섯 번째 정상 등극의 꿈을 이룬 그들은 파란색과 흰색 꽃가루가 날리는 가운데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호했다. KCC가 동부의 거센 추격을 꺾고 역대 프로농구 최다인 통산 다섯 번째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KCC는 26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7전 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동부를 79-77로 눌렀다. KCC는 4승 2패를 기록해 2009년 이후 2년 만에 정상에 복귀했다. 승리를 알리는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KCC 하승진은 벤치로 달려가 자신에게는 어림없이 작은 유니폼을 껴입었다. 3차전에서 무릎 인대 파열로 입원한 자신의 백업 센터 강은식의 것이었다. 비록 함께 뛸 수 없어도 땀에 전 운동복만큼은 코트에서 거친 숨소리를 토해냈다. KCC의 동료애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이날 22득점, 9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한 하승진은 생애 첫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이번 시리즈에서 오버 액션으로 분위기를 주도했던 그는 이날도 루스볼을 다투다 끝까지 공을 놓지 않는 집념을 보였고 수시로 양팔을 번쩍 들며 1만2000여 관중의 환호를 유도했다. 지난 시즌 모비스와의 챔프전에서 부상으로 못 뛰며 패배를 떠안았던 하승진은 약점이던 체력을 끌어올렸고 공격할 때 오른손뿐 아니라 왼손까지 자유자재로 쓰며 상대 수비를 농락했다. 하승진은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의 5연패를 주도한 뒤 MVP에 선정된 누나 하은주의 축하 속에 동반 승전가를 불렀다. 하승진은 “내가 받아야 할 상이 아니다. 은식이 형을 비롯한 선배들의 몫이다. 누나가 MVP가 돼 부담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3시즌 연속 KCC를 챔프전으로 이끈 허재 감독은 선수 시절 두 번에 이어 감독으로도 두 번째 우승반지를 끼게 됐다. 2005년 사령탑 부임 후 시행착오가 많았던 허 감독은 마음고생이 심했던 시즌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KCC는 임재현을 뺀 나머지 선수들이 돌림병처럼 부상에 시달렸다. 챔프전에서도 추승균 강은식이 엔트리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강한 리더십으로 남은 선수들을 결속시켰고 적절한 전술 변화로 위기를 헤쳐 나갔다. 한때 눈 감고 농구한다는 비난을 들었던 임재현은 3쿼터에 결정적인 가로채기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기복이 많았던 슈터 강병현은 2점 뒤진 종료 35.6초 전 역전 3점슛을 꽂아 다음 달 입대를 앞두고 큰 선물을 안았다. 허 감독은 “지난 5개월 동안 입었던 겨울 파카를 더는 입지 않게 됐다. 고생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오늘밤 마음껏 취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박찬호(38·오릭스)가 이겨야 할 이유는 너무 많았다. 일본프로야구 데뷔전인 15일 라쿠텐과의 경기에서 6과 3분의 2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했지만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엔 2%가 부족했다. 팀 고참으로서 퍼시픽리그 최하위(2승 1무 6패)로 떨어진 팀 분위기를 추슬러야 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의 자존심을 보여줘야 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일본 무대에서 고대하던 첫 승을 따냈다. 22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안방 경기에서 두 번째 선발로 나선 박찬호는 7이닝 동안 3안타와 4볼넷만 내주고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으로 세이부 타선을 봉쇄했다. 오릭스의 2-0 승. 미국프로야구 필라델피아 시절인 2009년 5월 LA 다저스전 이후 709일 만의 선발승이다. 108개의 공 중 스트라이크는 64개,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6km. 평균자책은 1.98로 내려갔다. 첫 승을 향한 박찬호의 항로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제구력 불안을 노출하며 4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냈다. 직구 구속이 시속 140km 안팎에 머물렀고 공은 가운데로 몰렸다. 하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위기관리 능력이 빛났다. 박찬호는 1회 1사 후 두 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로 잡고 첫 번째 위기를 넘겼다. 2회에도 브라운과 아사무라 히데토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해 1사 2, 3루 위기를 맞았지만 무사히 넘겼다. 다음 타자인 아키야마 쇼고에게 2루 앞 땅볼을 내줬지만 2루수 고토 미쓰타카의 송구를 받은 포수 스즈키 후미히로가 달려드는 3루 주자를 몸으로 막아내 실점 위기를 넘겼다. 3회와 4회에도 주자를 내보냈지만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박찬호는 5회부터는 몸이 풀린 듯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세이부 타자들을 요리했다. 6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도 3경기 연속 안타를 치며 박찬호의 첫 승을 도왔다. 1회 오른쪽 안타를 치고 나가 3루까지 진출한 이승엽은 야마사키 고지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으로 쇄도하며 선제 결승 득점을 올려 박찬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박찬호 이승엽의 동반 활약 속에 오릭스는 3연패를 끊었다. 박찬호는 “많은 한인 앞에서 첫 승을 거둬 기쁘다. 위기 때마다 포수가 잘 도와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야쿠르트 임창용은 히로시마와의 방문경기에서 5-0으로 앞선 9회 등판해 3연속 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점수차가 커 세이브로 기록되진 않았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신한은행 농구 코치로 인생 2막 여는 전주원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운동화가 아닌 구두를 신고 코트 밖에서 후배들을 지켜보면 가슴이 시릴 것 같네요.” 예정된 일이었지만 결정은 쉽지 않았다. 27년간 누빈 코트였기 때문이다. 20일 두 번째 은퇴를 선언한 포인트 가드 전주원(39)의 마음이 그랬다. 전주원은 1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해왔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1년 계약을 하며 마지막 시즌이라는 뜻을 전했다. 시즌이 끝나자 구단으로부터 ‘다음 시즌 전반기는 쉬고 주요 경기만 뛰면서 1년 더 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 그만두자’고 마음먹었다.○ 학창시절 우상은 허재 강동희 선수생활을 마무리한 전주원의 농구와의 인연이 궁금했다. 그는 “선일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농구부 합숙생활을 시작했는데 무척 고됐다. 5학년 때 엔트리에 들지 못해 소년체전에 못 나갔을 때 처음으로 오기가 생겼다. 그때의 승부욕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전주원의 롤모델은 여자선수가 아니었다. 당대 최고 스타이자 이번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을 다투고 있는 허재와 강동희 감독이 주인공이었다. 전주원은 “초등학생 시절 용산고에서 뛰던 허재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연구했다. 허재에게선 2 대 2 플레이를, 강동희에게선 완급 조절을 배웠다”고 했다. 그는 1991년 첫 대표팀 합숙에서 이들을 만났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 새 여성 지도자상을 꿈꾸다 전주원은 다음 시즌부터 신한은행의 정식 코치로 지도자생활을 시작한다. 여자 농구 최고 스타로선 소박한 출발로 비칠 수 있다. 일부에선 바로 감독을 맡아도 된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전주원의 생각은 달랐다. 착실히 단계를 밟겠다고 했다. 그는 “하는 농구와 보는 농구는 다르다. 감독은 선수 지도 말고도 대외업무가 많은 자리다. 여성 감독은 안 된다는 선입견도 넘어야 한다. 이런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배워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주원은 인생 2막의 꿈을 숨기지는 않았다. 그는 “언젠가 지도자로서 능력을 갖추면 대표팀 감독으로 올림픽 메달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원은 인생에서 ‘신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신한은행이 통합챔피언 5연패를 달성한 뒤 동아일보를 방문해 은퇴 후 첫 대면 인터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날 기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팬과의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전주원은 다음 달 10일 신한은행 훈련지인 안산에서 자신의 꿈을 시작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여자 농구의 전설, 전주원 인터뷰}

야구는 고도의 멘털 스포츠로 꼽힌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면 능력 발휘가 힘들다. 석연찮은 심판 판정이나 위기의 순간마다 강심장을 가진 선수가 빛을 발하는 이유다. 선두 SK와 3위 LG의 21일 문학 경기도 평정심이 승부를 갈랐다. 보크에 대처하는 양 팀 선발투수들의 자세가 승패를 좌우했다. LG 선발 주키치는 두 번의 보크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패배를 자초했다. 첫 번째 보크는 2회 1사 1, 3루 상황에서 나왔다. 왼손 투수는 1루 견제 시 자유발(와인드업 때 위로 올리는 발)인오른발을 정확히 1루로 향해야 하는데 1루와 홈 중간으로 향해 주자를 혼란시켰기 때문이다. 보크로 선취점을 헌납한 주키치는 심판판정에 격렬하게 항의했다. 이후 흥분한 상태에서 박정권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0-2로 끌려갔다. 3회 두 번째보크도 어김없이 추가점으로 이어졌다. 손을 모은 후 완벽하게 정지하지 않고 와인드업에 들어가 퀵피치를 범했기 때문이다.일본프로야구 박찬호(오릭스)도 비슷한 습관에 의한 보크로 고전하고 있다. 보크 때 2루까지 진루한 조동화는 정근우의 2루타로홈을 밟았다. 반면 SK 선발 이승호(37번)는 위기의 순간 강한 정신력을 보여줬다. 2회 보크를 범했지만바로 LG 이학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다. 4회 조인성에게 1점 홈런을 허용했을 때도 후속 타자를 범타로 막으며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초반 승기를 잡은 SK의 5-1 승리. 이승호는 6과 3분의 1이닝 동안 1안타(홈런)1실점하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LG에서 뛰던 2007년 7월 13일 이후 1378일 만의 선발승이다. 주키치는 4회 최정에게홈런까지 허용하는 등 3이닝 4실점해 시즌 첫 패배(2승)를 당했다. 이날 나온 보크 3개는 역대 3번째 나온 경기당 최다 보크타이 기록이다. 김선우가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두산은 넥센을 8-1로 이겼다. 김동주는 5회 1사 만루에서 3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역대 6번째로 1000타점을 달성했다. 삼성은 KIA를 4-3으로 이겼다. 한화는 롯데에 4-1 역전승을 거두고 6위로 올라섰다. 롯데는 지난해 4월 25일 이후 361일 만에 단독 꼴찌로 추락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국 메이저리그가 만화에나 등장할 만한 시속 171km 광속구(光速球)에 대한 논란으로 술렁이고 있다.신시내티의 쿠바 출신 왼손 투수 아롤디스 차프만(23)은 19일 피츠버그전에서 시속 106마일(약 171km)을 전광판에 찍었다. 차프만은 지난해 9월 샌디에이고에서 105.1마일(169km)을 던져 조엘 주마야(디트로이트)의 104.8마일(168km) 기록을 갈아 치웠던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날 차프만의 171km 강속구는 전광판에는 106마일로 표시됐지만 중계사인 폭스 TV의 레이더 건에는 105마일(169km), 메이저리그 계측 시스템에는 102마일(164km)로 다르게 나왔다.구속을 측정하는 레이더 건은 제품에 따라 구속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 레이저를 쏘는 위치에 따라서도 구속이 달라진다. 이 때문에 한국 미국 일본 프로야구에서 구속은 기록이 공인되는 분야가 아니다. 국내에선 홈 팀 레이더 건의 기록을 전광판에 공개하고 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농구 대통령’ 허재는 휠체어농구도 잘했을까. 정답은 ‘아니올시다’. 휠체어농구에서 공을 다루는 기술은 두 번째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아이스하키에서 스케이팅 실력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2010∼2011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을 다투고 있는 KCC 허재, 동부 강동희 감독이 체험한 뒤 울고 갔다는 휠체어농구에 기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홀트전국휠체어농구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고양시청 홀트팀의 훈련에 15일 동참했다. 홀트팀의 홈구장이자 대회 장소인 홀트일산복지타운 체육관은 기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팀원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라 오후 7시에 정규훈련이 시작되지만 대회를 앞둔 일부 선수는 오전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굴욕의 연속 첫 과제는 휠체어를 탄 채 공을 튀기며 전진하기. 말은 쉬운데 막상 대면한 현실은 암담했다. 두 손으로 휠체어를 밀자니 공을 둘 곳이 없었다. 한 손으로 밀자 휠체어가 회전하기 일쑤였다. 무릎에 공을 두고 두 손으로 휠체어를 밀자 방필규 코치(43)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가로채기 당하기 쉬워 금기시 되는 자세입니다. 안되겠네요. 땅에 있는 공 잡는 것부터 합시다.” 정지 상황의 백미인 자유투에서도 굴욕은 계속됐다. 기자의 손을 떠난 공은 번번이 림에 닿지도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좀 더 앞으로 나와서 해보세요”라는 배려성 지시가 다섯 번이나 이어졌다. 기자는 자유투가 아닌 골밑슛에 만족해야 했다.○ 다양하고 현란한 기술들 1부 선수들은 보통 70% 이상의 자유투 성공률을 자랑한다. KCC 하승진보다 낫다. 연방 이어진 굴욕에 의기소침한 기자를 위해 국가대표 조승현 씨(28)가 손수 시범을 보였다. 조 씨는 의족을 착용하고도 고교 2학년 때까지 농구선수로 뛰다 대학 시절 휠체어농구로 전향했다. 경기당 평균 2개는 성공시킨다는 3점슛, 지그재그로 짧게 이뤄지는 순간 방향 전환, 백드리블 등 휠체어를 탄 동작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휠체어를 기울여 쓰러지면서 쏘는 점프슛은 마이클 조든의 페이드어웨이슛을 연상하기 충분했다. ○ ‘14점 룰’의 철학 하지만 조 씨와 같은 특급선수 몇 명으로 최강 팀이 될 수 없다. 장애등급 합계가 14점을 넘지 못하는 ‘14점 룰’ 때문이다. 조 씨처럼 경증(4.5점) 선수를 투입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중증(1점대)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14점 규칙에는 함께하는 스포츠를 지향하는 휠체어농구의 철학이 담겨 있다. 조승현 씨는 “14란 숫자가 참 오묘하다. 균형과 긴장, 그리고 화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실제 강팀들은 개인기보다는 스크린 등 협력 플레이가 강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강의 휠체어농구팀을 꿈꾸는 홀트팀은 20일 국내 유일의 실업팀 서울시청과 대회 우승을 다툰다.고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42.195km를 가장 빠르게 달린 사나이가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기록으로 역사에 기록되지는 못한다. 왜 그럴까. 케냐의 제프리 무타이(30)는 19일 보스턴 마라톤 남자부에서 2시간3분2초로 우승했다.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8·에티오피아)의 세계기록(2시간3분59초)보다 57초나 빠르다. 그러나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무타이의 기록을 세계기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보스턴 마라톤의 코스와 레이스 운영방식이 IAAF 기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IAAF는 10여 년 전부터 직선형이 아닌 순환 코스에서 나온 기록만을 세계기록으로 인정하고 있다. 마라톤 대회 규칙은 ‘출발선과 결승선 사이 직선거리가 풀코스의 절반인 21km 이상 떨어져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직선에 가까운 코스를 달리면 내리막이나 뒷바람의 도움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보스턴에선 초속 6∼8m의 강풍이 불어 기록 단축에 도움을 줬다. 출발선과 결승선의 고도차가 기준(약 42m)보다 큰 것도 문제였다. 보스턴 마라톤은 출발선과 결승선의 고도차가 143m에 이르는 내리막 코스다. 광화문을 출발해 청계천 일대를 순환하다 올림픽 주경기장으로 골인하는 서울국제마라톤은 IAAF 기준에 부합한다. 광화문에서 주경기장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11km. 게브르셀라시에가 세계기록을 세웠던 베를린과 로테르담 마라톤은 순환 코스다. 8월에 열리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의 마라톤 코스도 국채보상운동공원 순환코스로 설계됐다. 다만 IAAF는 무타이의 보스턴 마라톤 기록을 시즌 최고 기록으로는 인정한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농구 대통령' 허재는 휠체어농구도 잘 했을까. 정답은 '아니올시다'.휠체어농구에서 공을 다루는 기술은 두 번째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휠체어를 자유자재로 다루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아이스하키에서 스케이팅 실력이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다.2010~2011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을 다투고 있는 KCC 허재, 동부 강동희 감독이 체험한 뒤 울고 갔다는 휠체어농구에 기자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20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열리는 홀트전국휠체어농구대회 출전을 준비 중인 고양시청 홀트팀의 훈련에 15일 동참했다.홀트팀의 홈구장이자 대회 장소인 홀트일산복지타운 체육관은 기합 소리로 쩌렁쩌렁 울렸다. 팀원 대부분이 직장인들이라 오후 7시에 정규 훈련이 시작되지만 대회를 앞둔 일부 선수들은 오전부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굴욕의 연속 첫 과제는 휠체어를 탄 채 공을 튀기며 전진하기. 말은 쉬운데 막상 대면한 현실은 암담했다. 두 손으로 휠체어를 밀자니 공을 둘 곳이 없었다. 한 손으로 밀자 휠체어가 회전하기 일쑤였다. 무릎에 공을 두고 두 손으로 휠체어를 밀자 방필규 코치(47)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가로채기 당하기 쉬워 금기시 되는 자세입니다. 안되겠네요. 땅에 있는 공 잡는 것부터 합시다."정지 상황의 백미인 자유투에서도 굴욕은 계속됐다. 기자의 손을 떠난 공은 번번이 림에 닿지도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졌다. "좀더 앞으로 나와서 해보세요"라는 배려성 지시가 5번이나 이어졌다. 기자는 자유투가 아닌 골밑슛에 만족해야 했다. ●다양하고 현란한 기술들 1부 선수들은 보통 70% 이상의 자유투 성공률을 자랑한다. KCC 하승진보다 낫다. 연신 이어진 굴욕에 의기소침한 기자를 위해 국가대표 조승현 씨(28)가 손수 시범을 보였다. 조 씨는 의족을 착용하고도 고교 2학년 때까지 농구 선수로 뛰다 대학 시절 휠체어농구로 전향했다.경기당 평균 2개는 성공시킨다는 3점슛, 지그재그로 짧게 이뤄지는 순간 방향전환, 백드리블 등 휠체어를 탄 동작이라곤 믿기지 않았다. 휠체어를 기울여 쓰러지면서 쏘는 점프슛은 마이클 조던의 페이드어웨이슛을 연상하기 충분했다. ●'14점 룰'의 철학 하지만 조 씨와 같은 특급 선수 몇 명으로 최강 팀이 될 수 없다. 장애등급 합계가 14점을 넘지 못하는 '14점 룰' 때문이다. 조 씨처럼 경증(4.5점) 선수를 투입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중증(1점대) 선수를 기용해야 한다. 14점 규칙에는 함께 하는 스포츠를 지향하는 휠체어농구의 철학이 담겨있다. 조승현 씨는 "14란 숫자가 참 오묘하다. 균형과 긴장 그리고 화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실제 강팀들은 개인기보다는 스크린 등 협력 플레이가 강하다"고 말했다. 국내 최강 휠체어농구팀을 꿈꾸는 홀트팀은 20일 국내 유일의 실업팀 서울시청과 대회 우승을 다툰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롯데는 2009, 2010년 시범경기에서 잇달아 1위를 했다. 잔뜩 기대를 안고 개막을 기다렸지만 초반부터 부진했다. 다행히 중반 이후 힘을 낸 덕분에 2년 연속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할 수 있었다. 아예 징크스가 되려는 걸까. 올해도 비슷하다. 시범경기에서 또 1위를 했지만 잔인한 4월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팀 타율 1위(0.288), 팀 홈런 1위(185개)였던 ‘타격의 팀’에서 방망이가 부진한 탓이다. 롯데의 팀 타율은 16일까지 0.228(6위)에 그쳤다. 홈런은 꼴찌(5개)다. 이달 초에는 6일 삼성, 8일 넥센에 잇달아 영패의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009년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런 롯데 타선이 모처럼 웃었다. 롯데는 17일 잠실에서 LG를 4-1로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홈런은 없었지만 장단 10안타를 몰아쳤다. 지난 시즌 타격 7관왕 이대호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이대호는 1-1로 맞선 5회 1사 1, 2루에서 결승 2루타를 때리는 등 5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롯데 선발 송승준은 5와 3분의 2이닝을 5안타 1실점으로 막고 세 경기 선발 등판 만에 첫 승을 올렸다. 올 시즌 롯데가 두 자릿수 안타를 때린 것은 모두 네 차례. 그중 세 번은 이기고 한 번은 비겼다. 롯데는 4승 8패가 됐지만 7위를 유지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선수들이 되레 나보고 힘내라고 한다. 그동안 의욕이 앞서 공격력이 저조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넥센은 목동에서 선두 SK의 연승 행진을 ‘5’로 끊었다. 넥센은 3-4로 뒤진 8회 2사 1, 2루에서 터진 유한준의 2타점 역전 2루타에 힘입어 5-4로 이겼다. 시즌 3연패이자 지난해 8월 8일부터 이어지던 SK전 7연패를 끊는 짜릿한 한 방이었다. 삼성은 대구에서 두산을 5-4로 눌렀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은 9회 등판해 승리를 지켜 4세이브로 두산 임태훈과 함께 이 부문 공동 선두에 올랐다. KIA는 광주에서 한화를 8-1로 대파했다. KIA 선발 로페즈는 삼진 10개를 뽑아내며 7이닝을 6안타 1실점으로 막고 3승으로 다승 공동 선두가 됐고 KIA 최희섭은 4회 솔로포로 첫 홈런을 신고했다.이승건 기자 why@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올 2월 은퇴한 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왼손 에이스 앤디 페팃. 1990년대 말부터 페팃이 월드시리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팬들의 관심은 그의 팔이 아닌 다리에 쏠렸다. 보크 논란이 되고 있는 그의 견제 동작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1루 견제 시 자유발인 투수의 오른발은 정확히 1루를 향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오른발은 1루와 홈의 중간 부근을 가로지르며 1루 주자를 혼란에 빠뜨렸다. 보크의 소지가 다분했지만 심판은 페팃에게 관대했다. 중계화면은 고심하는 심판들의 표정을 반복해서 잡으며 논란을 부추겼지만 보크에 대한 관대한 전통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의 박찬호는 엄격하게 보크를 선언하는 일본 심판들의 판정에 고전하고 있다. 일본에선 투구 전 완벽하게 정지해야 한다는 퀵 피치(quick pitch) 규정을 교과서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와인드업 전 공을 잡은 손을 가슴 부근에서 잠깐만 정지하는 간결한 투구 폼을 유지해왔다. 미국 생활 16년 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일본에 새 둥지를 튼 뒤 시범경기는 물론이고 연습경기, 자체 청백전에서 6번이나 보크 판정을 받았다. 개막전 선발 후보에서 4선발로 밀린 것도 보크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국은 관대-일본은 교과서적 보크는 이렇듯 상대적이다. 그래서 보는 관점에 따라 판정이 달라진다. 송재우 OBS 해설위원은 “미국은 주자 보호라는 본래 의도에 명백하게 어긋나지 않는 한 일본보다 보크에 관대하다. 게다가 타자 보호를 위한 규정인 퀵 피치는 미국에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투수의 오랜 습관에 관대하다면 일본은 교과서적으로 보크를 적용한다는 얘기다. 그럼 한국은 어떨까.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한국은 일본과 미국의 중간 수준으로 보크를 적용한다. 또 스프링캠프를 돌며 선수들의 부정 투구 동작을 개선하도록 지도하는 교육형 심판을 지향한다”며 “만약 박찬호가 한국에서 미국 스타일로 퀵 피치를 한다면 경고를 줘서 한 템포 늦추게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심판들은 논란이 될 만한 투구 견제 동작을 하는 선수에게 적극적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 전지훈련지에서도 안영명, 안승민(이상 한화) 등이 심판의 지적을 받고 투구 폼을 개선했다.○ 요주의 인물, 트레비스 이런 노력에도 심판들을 곤란하게 했던 투수도 물론 있다. 한국 심판들은 이선희(전 삼성), 선동열(전 해태) 등을 견제 도사로 꼽았다. 김광철 야구심판학교장은 “무릎을 살짝만 구부렸다 견제구를 뿌리는 선동열을 잡기 위해 심판들이 비디오테이프를 수십 번 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심판들의 레이더망에 잡힌 선수는 9일 시즌 첫 완봉승의 주인공이 된 트레비스 블랙클리(KIA)다. 1루 견제 시 자유발인 오른발을 들었다 그 자리에 놓거나, 1루와 홈 중간 지점으로 뻗기 때문이다. 페팃과 비슷한 견제 동작이다. 트레비스는 개막 전 “세계 어디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억울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조종규 심판위원장은 “보크는 계륵 같은 규정이다. 안 잡을 수도 없지만 너무 잡아도 전체 경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한국 심판들이 분명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이어서 종종 논란이 되지만 주자 보호에 반드시 필요한 보크. 올 시즌 한미일 야구 삼국지로 쏠린 팬들에게 야구 보는 재미를 더해주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허재 vs 강동희.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코트의 스타들이 감독으로 우승 반지를 다투게 됐다. 꿈의 무대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챔피언 결정전(7전 4선승제). 허재 감독이 이끄는 KCC는 11일 전주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5전 3선승) 4차전에서 105-95로 승리하고 1패 후 3연승으로 챔피언전 진출을 확정해 동부와 맞붙는다. 허 감독은 3시즌 연속 챔프전에 팀을 올려놨다. 허 감독과 동부 강동희 감독은 중앙대와 기아에서 12년 넘게 함께 뛰며 코트를 주름잡은 찰떡 콤비. 기아의 농구대잔치 7연패, 프로농구 원년 우승 등 황금기를 함께 누렸다. 코트 밖에서는 호형호제하는 사이. 챔피언전에 선착한 강 감독은 “허재 형이 플레이오프 치르는 내내 ‘결승에서 한판 붙자’고 했다. KCC와 명승부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허 감독도 4차전 시작 전부터 “빨리 끝내고 동희랑 한번 붙고 싶다”고 기대했다. 이날 경기는 박빙의 승부였다. 1쿼터에 전자랜드는 그동안 부진했던 가드진이 살아나면서 28-22로 앞섰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입대하는 전자랜드 정영삼은 1쿼터에만 7점을 올렸고 신기성도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1쿼터에만 어시스트를 6개나 올렸다. 하지만 KCC는 1쿼터에 잠잠하던 하승진과 강병현이 2쿼터부터 살아나면서 경기를 뒤집었다. 45-43으로 전반을 마친 KCC는 3쿼터엔 임재현의 3점슛과 하승진의 연속 골밑 득점 등을 묶어 10점차까지 달아났다. 전자랜드가 3점슛 5개를 집중시키며 추격의 불씨를 당겼지만 KCC도 강병현과 에릭 도슨이 3점슛으로 맞대응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승진은 21득점 12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하승진은 “3년 동안 뛰면서 최고의 선수라고 느낀 문태종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며 “동부의 수비가 좋지만 오늘처럼 100점 이상 넣겠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3위 KCC와 4위 동부의 챔프전은 16일 전주에서 시작된다. 전주=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지난해 프로야구는 왼손투수 전성시대였다. 다승왕 김광현(SK·17승), 평균자책 1위 류현진(한화·1.82), 다승 2위 양현종(KIA·16승)까지…. 각종 투수 개인기록 상단엔 어김없이 왼손투수들이 포진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얘기가 다르다. 왼손투수 3인방의 초반 성적이 신통치 않다. 괴물 류현진은 평균자책이 9.58까지 치솟았다. 특히 8일 LG전에서는 홈런 2개를 포함해 개인 최다 실점 타이인 7실점(6자책)을 하며 참담하게 무너졌다. 양현종의 컨디션도 좋지 않다. 3일 구원 등판해 연속 3볼넷을 내주며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선발로 나선 8일 두산전에선 3이닝 4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두 번째 선발 등판한 김광현도 마찬가지였다. 10일 삼성과의 문학 안방 경기에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마운드를 3회밖에 지키지 못한 채 팀의 4-9 패배를 지켜봤다. 김광현은 1회 삼성 박석민에게 선제 적시타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2회 2사 만루에선 또다시 박석민의 땅볼로 한 점을 더 내줬다. SK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이 4회 첫 타자 김상수에게 볼넷을 허용하자 곧바로 강판시켰다. 김광현은 3이닝 동안 제구력 불안을 노출하며 5안타 5볼넷 3실점해 시즌 첫 패배를 당했다. 반면 삼성의 오른손 에이스 배영수는 6과 3분의 1이닝 동안 3실점하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김광현을 무너뜨린 삼성 타선은 장단 13안타를 몰아쳤다. 삼성 이영욱은 동명이인 SK 투수 이영욱으로부터 4회 3점 홈런을 뽑아내는 진기한 장면을 연출했다. 동명이인 맞대결에서 나온 홈런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이다. 두 게임 연속 두산에 역전패했던 KIA는 트레비스 블랙클리의 완봉 역투에 힘입어 8-0으로 이겼다. 이날 잠실 경기에서 KIA 선발 트레비스는 삼진 9개를 곁들이며 막강 두산 타선을 5안타로 틀어막았다. KIA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잠실 13연패의 사슬도 끊었다. LG는 대전에서 한화를 9-4로 물리치고 4연승을 달렸다. LG는 양대 리그로 치러진 해를 제외하고 시즌 5경기 이상 치른 상황에서 1997년 7월 16일 이후 13년 8개월 25일(5016일) 만에 리그 공동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홈런이 7개에 불과했던 한화 이대수는 시즌 3호 홈런을 터뜨리며 이 부문 선두로 나섰다. 롯데는 목동 방문 경기에서 넥센을 5-1로 이겼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사회인 야구 전성시대다. 국민생활체육회에 등록된 사회인 야구팀은 5300여 개. 등록되지 않은 팀까지 합하면 동호인 수는 20만 명에 이른다. 보는 야구에서 이제는 직접 치고 던지는 야구의 시대가 열렸다. 사회인 야구 열풍을 이끄는 사람과 풍경들을 소개한다.》 청소년기에 야구를 해본 사람이면 새 글러브를 산 날 밤에 했던 통과의례를 기억할 것이다. 뻑뻑한 새 글러브를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무거운 사전을 올려놓고 잠들었던 추억 말이다. 하지만 요즘 야구 동호인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전문 노하우와 기술로 무장한 ‘글러브 길들이기’의 명인(名人)들이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50점인 사람이 길이 잘 든 글러브를 낀다고 100점이 되진 않지만 100점인 사람이 나쁜 글러브를 사용하면 50점이 될 수 있다는 게 명인들의 말이다.○ 끈 풀어 형태 다시 잡는 기법 처음 활용 글러브 길들이기의 대표주자는 글러브 끈을 풀어 형태를 다시 잡는 기법을 처음 사용한 이전형 씨(34·cafe.daum.net/yagulang 운영)다. 이 씨는 2001년 성균관대 야구동아리 킹고의 주장 시절 야구 장비를 직접 수리하면서 글러브 길들이기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2003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야구용품사 ‘조이리 글러브’의 창립 멤버 출신이다. 2007년엔 일본 야구용품점에서 일하며 스팀 길들이기 비법을 전수받았다. 프로야구 선수 임태훈 정수빈(이상 두산), 황재균 전준우(이상 롯데), 추승우(한화) 등의 글러브가 그의 손을 거쳤다.○ 매월 100여 개 손질…“오일 많이 바르면 가죽 손상” 매월 100개 이상의 글러브를 길들여 줄 것을 요청받는 이 씨는 “사회인 야구 붐이 일면서 잘못된 글러브 길들이기가 유행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오일과 스팀기계를 과용하는 것은 지성 피부에 바셀린을 온몸에 바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죽에 오일을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스팀을 3분 이상 사용하면 글러브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포구면(Pocket·글러브 손바닥 부분)보다는 웹(Web·손가락 그물 부분) 부분에 길들이기를 집중하는 행위도 좋지 않다고 했다. 수익금의 일부를 야구 발전 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는 박상민 씨(cafe.daum.net/gloveas 운영), 바비(cafe.daum.net/basestory 운영) 등도 이 씨와 견줄 만한 글러브 길들이기의 신흥 명인으로 꼽힌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화 이대수는 2002년 프로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통산 홈런이 17개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타율 0.232에 7홈런 37타점으로 평범한 성적. 그런 그가 6일 대전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KIA에 9-9로 맞선 10회말. 이대수가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KIA 마무리 유동훈의 2구째 커브가 약간 높게 들어왔다. 이대수는 이를 그대로 끌어당겼다. 공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이대수는 자신의 첫 끝내기 대포로 팀의 10-9 승리를 이끌었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한화 투수 정재원은 10회에 6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동안 삼진 1개 등 무실점으로 막고 마수걸이 승리를 챙겼다. 이날 경기는 대포로 시작해 대포로 끝났다. KIA는 2-3으로 뒤진 2회초 1사 2, 3루에서 김선빈의 역전 3점 홈런으로 5-3을 만들었다. 한화 최진행은 3-6으로 뒤진 3회말 무사 1, 2루에서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동점 3점 홈런을 날려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렸다. 한화는 9회말 공격을 앞두고 7-9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한화는 이때부터 반전의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고동진이 왼쪽 2루타를 치고 나간 뒤 강동우의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2점 홈런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10회 이대수의 끝내기 홈런으로 드라마를 마무리했다. 목동에선 지난해 넥센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왼손투수 이현승이 이적 후 첫 선발승을 거뒀다. 그는 최고 시속 145km의 직구와 슬라이더를 앞세워 5와 3분의 1이닝 동안 홈런 1방을 포함해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5-2 승리를 이끌었다. 두산 타선은 상대 실책을 적극 활용했다. 1회 이종욱 정수빈의 연속 안타와 상대 선발 김성현의 폭투로 만든 무사 2, 3루에서 김현수의 희생타와 김동주의 적시타로 2점을 얻었다. 2-1로 앞선 3회에는 2사 후 김동주가 우중간 2루타에 이어 포수 허준이 공을 빠뜨린 뒤 김성현의 보크로 추가 득점했다. 7회에는 2사 1루에서 정수빈의 2루타와 김현수의 가운데 안타로 2점을 추가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두산 마무리 임태훈은 5-1로 앞선 9회 무사 1, 2루에 등판해 1실점했지만 승리를 지키며 2세이브째를 따냈다. 삼성 윤성환은 대구에서 ‘삼성 천적’ 롯데 송승준과의 투수전 끝에 1-0 승리를 이끌었다. 송승준은 삼성을 상대로 2008년 7월 3일부터 9연승을 달렸고 지난해에도 자신의 14승 가운데 3승을 삼성으로부터 따냈다. 반면 삼성 윤성환은 지난해 롯데에 4번 선발 등판했지만 승패 없이 평균자책 7.20으로 부진했다. 그러나 윤성환은 이날 6이닝 동안 삼진 4개를 포함해 5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첫 승을 신고했다. 이어 권오준(7회)-오승환(9회) 철벽 계투조가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송승준도 7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잡으며 4안타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아 패전의 멍에를 썼다. 삼성은 2회 박석민이 오른쪽 2루타를 날린 데 이어 가코의 1타점 적시타로 홈을 밟으며 귀중한 결승점을 올렸다. LG는 잠실에서 SK를 6-5로 꺾고 전날 역전패를 설욕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프로농구 삼성 새 사령탑에 김상준 중앙대 감독(43·사진)이 선임됐다. 김 감독은 6일 삼성과 3년간 연봉 2억8000만 원에 계약하기로 합의했다. 김 감독은 2006년 중앙대를 맡아 52연승 행진을 이끌었으며 지난해 대학농구리그에서 25전 전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중앙대 출신인 김 감독은 한국은행 나래 현대 등에서 뛰었으며 은퇴한 후 주유소 경영 등 이색 경력을 지녔다. 김 감독은 “전통의 명문 삼성의 감독이 돼 자부심과 함께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끈끈한 팀워크와 빠르고 강한 농구로 삼성의 브랜드에 걸맞은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5, 4, 3, 2, 1, 0∼.” 관중들의 외침과 함께 버저가 울린다. 마무리 슛을 터뜨린 김단비가 동료들에게 달려가 안긴다. 부둥켜안은 임달식 감독과 선수들 머리 위를 축포와 꽃가루가 흩날린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5년 연속 통합우승의 금자탑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신한은행이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KDB생명을 67-55로 꺾고 3연승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은 전반에 21-27로 뒤졌지만 3쿼터 들어 하은주(19득점 9리바운드)가 살아나며 경기를 뒤집었다.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평균 23득점을 폭발시킨 하은주는 기자단 투표에서 53표 중 35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신한은행의 통합우승 5연패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 보면 가히 금자탑이라 할 수 있다. 프로야구 해태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연패했지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통합우승은 1988년 한 번밖에 없다. 연속 통합우승은 프로야구 해태, 현대, 삼성, SK, 프로농구 현대, 프로배구 흥국생명 등이 기록한 2회가 최다. 신한은행의 대기록 뒤에는 스타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임달식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다. 임 감독은 엘리트 코스가 아닌 야전에서 실력을 키운 무명 지도자였다. 선수 생활도 화려함보다는 어려움이 많았다. 1987년 고려대 졸업 후 1993년까지 현대에서 뛰었지만 당시 최고 스타 허재와의 구타 사건 후 은퇴한 뒤 한정식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연구와 노력을 통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조선대 감독을 맡으며 팀을 2부에서 1부로 승격시켰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감독으로 부임한 2008년엔 데뷔 첫해 우승컵을 거머쥔 최초의 감독이 됐다. 올 시즌은 본인과 하은주, 김단비 등이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에 차출됐고 정선민까지 다쳤지만 이마저도 이겨냈다. 임 감독은 “통합 3연패 후부터 주변에서 ‘신한이 져야 여자프로농구가 산다’는 농담을 들을 때마다 힘들었다”며 “내년에는 성적만을 위한 농구에 머물지 않고 트레이드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새로운 신한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리빌딩은 하위 팀들에 어울리는 단어다. 대개 하위권 팀들은 리그 중반 이후 신진 선수를 시험하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반면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위권 팀들은 리빌딩을 할 여유가 없다. 전력을 보강하지 못한 우승 팀들이 종종 다음 시즌 추락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신한은행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핵심 선수들이 차출되면서 시즌 초반부터 어쩔 수없이 리빌딩을 실시했지만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내내 독주했다. 강영숙 김단비 최윤아 등이 신한은행의 미래를 책임질 만큼 성장했다. 신한은행을 더 이상 ‘정선민-전주원-하은주의 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다. ‘뉴 레알 신한’을 이끌 선두주자는 주장 강영숙(30)이다. 리바운드 수비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이지만 올 시즌 공격(평균 11.31점)에도 눈을 떴다는 평가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강영숙은 6개 구단 감독이 가장 탐내는 선수가 됐다. 상대가 더블 포스트로 나와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강영숙이 없었으면 챔피언 5연패도 없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 차세대 에이스 김단비(21)의 성장세도 무섭다. 지난해 체코 세계선수권과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다녀온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정규시즌 득점 5위(13.5점)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주득점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윤아(26)도 포스트 전주원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전주원이 완급조절 능력이 뛰어난 정통 포인트 가드라면 최윤아는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조직 농구에 능하다. 임 감독은 “최윤아가 있어서 신한은행은 완전히 다른 색깔의 무기를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경남 창원에 사는 이진성 씨(50·회사원)는 최근 롯데 자이언츠와의 30년 인연을 끊기로 결심했다. 창원을 연고로 하는 엔씨소프트 창단 과정에서 보인 롯데의 옹졸한 태도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차로 1시간이 훌쩍 넘는 부산 사직구장을 1년에 20회 이상 방문하는 열혈 롯데 팬이었다. 그는 “마산 홈경기를 1년에 6경기밖에 안 하면서 지분을 주장하는 롯데를 보면 분통이 터진다”며 “올해부터는 사직에 가지 않겠다. 언제 열릴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엔씨소프트의 2군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 지역의 야구 민심이 심상치 않다. 롯데에 대한 불만은 31일 엔씨소프트 창단 승인식과 함께 지지자 이탈로 구체화될 기세다. 본보 기자가 직접 창원, 부산 시민 각 10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해 야구 민심을 읽어봤다.창원체육관, 창원시외버스터미널 등지에서 만난 창원 시민들의 롯데에 대한 분노는 예상보다 컸다. 롯데 팬이라고 밝힌 68명 가운데 26.5%가 지지 구단을 엔씨소프트로 바꾸겠다고 답했다. 롯데와 엔씨소프트를 함께 응원하겠다는 야구팬(44.1%)까지 합하면 창원의 롯데 팬 중 열에 일곱은 고향 구단에 관심을 두겠다는 얘기다. 계속 롯데만 응원하겠다는 답은 20.6%에 불과했다.응답자 가운데 88%가 엔씨소프트 홈경기를 보고 싶다고 밝힌 점도 창원 시민들의 기대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46%가 1∼4회, 27%는 5회 이상, 12%는 10회 이상 창원 홈경기를 관람하겠다고 답했다.창원의 야구 민심에 불을 지핀 것은 롯데의 제9구단 반대가 결정적이었다. 68%의 창원 시민이 롯데의 엔씨소프트 창단 반대가 불쾌하다고 답했다. 창원 효성중공업에서 일하는 이진영 씨(27)는 “이대호 연봉 문제에 이어 롯데가 계속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 1년에 10번은 사직에 갔는데 갈 마음이 뚝 끊겼다”고 말했다.이는 비단 창원 시민들만의 감정은 아니다. 부산역과 부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부산 롯데 팬 72명 중 6.9%가 엔씨소프트로 지지 구단을 바꾸겠다고 했다. 19.4%는 둘 다 응원하겠다고 답했다. 다수는 아니지만 부산에서도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롯데 팬들이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특히 부산 시민들은 롯데에 대한 섭섭함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엔씨소프트에 대한 부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부산역에서 만난 박현민 씨(28·회사원)는 “롯데의 태도는 야구 도시 부산에 걸맞지 않았다. 창원과 엔씨소프트가 투자한 만큼 롯데도 부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시민의 30%가 고향 구단에 불만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경남의 야구팬들은 롯데와 엔씨소프트의 상생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엔씨소프트가 공식 창단한 만큼 한국 야구 중흥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200번째 설문에 응한 롯데의 30년 팬 장철수 씨(45·물류업)의 진언은 ‘지금의 혼란이 미래 한국 야구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했다.“전체 프로야구의 파이가 커지면 롯데에도 결국 이득입니다. 뉴욕 양키스와 메츠, LG와 두산처럼 멋진 부산-창원 더비를 만들어야죠. 상상만으로도 흥분되지 않나요.”창원·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같은 듯 달랐다. 묘한 경쟁 심리가 엿보였다. 엔씨소프트의 창단으로 술렁이고 있는 창원과 부산의 야구 민심이 그랬다. 야구 도시 부산의 롯데 팬들은 창원보다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 부산 롯데 팬이라고 밝힌 72명 중 ‘계속 롯데만 응원하겠다’고 한 사람은 55.6%. 창원의 20.6%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창원 시민들은 ‘롯데와 엔씨소프트 둘 다 응원하겠다’는 응답(44.1%)이 더 많았다. 하지만 부산 팬들은 상대적으로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러한 미묘한 온도차는 ‘창원 팬들이 엔씨소프트에 영입하고 싶은 선수’에서도 드러났다. 창원 팬들은 타 구단보다 롯데 선수들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엔씨소프트 영입 희망선수 1위에서 3위는 이대호(15명), 홍성흔(11명), 강민호(11명)로 모두 롯데 선수다. 전준우(2명), 조정훈(1명), 배장호(1명) 등 다른 롯데 주축 선수들도 창원 야구팬들은 영입을 원하고 있었다. 반면 부산 롯데 팬들은 이대호만은 뺏기지 말아야 한다고 발끈했다. ‘엔씨소프트에 어떤 선수를 내주기 싫은가’라는 질문에 대답한 68명 중 26명이 ‘이대호’라고 답했다. 홍성흔(13명), 강민호(11명), 전준우(7명), 손아섭(2명)도 부산 팬들의 절대 사수 명단에 들었다. 물론 주축 선수들이 엔씨소프트에 전격 영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부산과 창원 팬들의 경쟁 심리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부산 지역의 한 언론인은 “부산과 경남 민심은 같은 듯 많이 다르다. 이번 프로야구 9구단 창단 과정에서도 미묘한 경쟁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이는 부산-창원 더비의 성공을 위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리안 특급’ 박찬호(오릭스), ‘추추 트레인’ 추신수(클리블랜드), 류현진(한화), 김현수(두산) 등을 영입했으면 좋겠다고 답한 창원 팬들도 있었다.창원·부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