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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 자메이카의 샛별 요한 블레이크(22)가 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에 등극했다. 우사인 볼트가 부정 출발로 실격된 뒤 열린 남자 100m 결선에서 블레이크는 9초9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월터 딕스(25·미국·10초08)와 2003년 파리 대회 우승자 킴 콜린스(35·세인트키츠 앤드 네비스·10초09)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깜짝 우승을 차지한 블레이크는 볼트의 훈련 파트너다. 볼트와 같은 글렌 밀스 사단의 기대주인 그는 가장 어린 나이(19세 197일)에 10초 벽을 깨며 볼트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급성장했다. 그의 최고 기록은 9초89다. 5월에는 9초80을 기록했지만 초속 2.2m의 뒤바람이 불어 무산되기도 했다.블레이크의 선전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대회 개막 전 전설적인 스프린터 아토 볼든(38·트리니다드토바고)은 아사파 파월을 1위, 블레이크를 볼트보다 앞선 2위로 전망했다. 파월이 불참한 상황에서는 블레이크가 우승할 수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예견한 것이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리스 그린(37·미국)도 27일 기자회견에서 "세계선수권 같은 큰 대회에서는 깜짝 스타가 언제든지 탄생할 수 있다. 블레이크는 다른 선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이변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들에게 설득력이 크지는 않았다.부담이 적었던 블레이크는 이날 예선부터 차분하게 자기 레이스를 펼쳤다. 27일 예선에서 볼트보다 0.02초 뒤진 전체 2위(10초12)로 예선을 통과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28일 준결선에서는 9초95를 찍어 10초05를 기록한 볼트보다 오히려 빨랐다.오후 8시 45분 경 트랙에 들어선 블레이크는 6레인 스타팅 블록을 차분히 점검했다. 20m 지점까지 가볍게 달리다 볼트와 손을 맞잡으며 선전을 다짐하기도 했다. 볼트가 실격 처리된 뒤에도 그의 얼굴은 동요하지 않았다. 두 번째 스타트에서 7명 중 다섯 번째인 반응속도 0.174초를 기록했지만 중반 이후 폭발적인 스퍼트를 펼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한편 백인 최초로 10초 벽을 무너뜨린 '백색탄환' 크리스토퍼 르메트르(프랑스)도 10초19의 기록으로 4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르메트르는 흑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단거리에서 강력한 대항마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7월 프랑스선수권에서 9초98로 우승하며 최초로 9초대에 진입했고 7월 프랑스선수권에서 9초92로 자신의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체격(189cm·74kg)이 볼트보다 작지만 최소 40.5걸음에 100m를 달릴 정도로 스트라이드(보폭)가 넓은 것이 장점이다. 보폭 각을 115도 정도까지 크게 벌릴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대구=이승건기자 why@donga.com대구=유근형기자 noel@donga.com}
"대구라고? 6·25 때 장사하며 피난 생활을 하던 곳인데…." 아들의 차가 동대구IC를 통과하자 93세 노모는 눈시울을 붉혔다. 노환으로 평소 자유롭게 대화하기 힘들지만 이 순간만큼은 많은 말을 쏟아냈다. 6·25 전쟁 이후 모자가 함께 대구를 찾은 건 60여년 만이다. 본사가 홈플러스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오전 경기 보기 캠페인 이벤트 당첨자 이정득(93), 손영성 씨(61·전 진천 덕산중 교장) 얘기다. 모자에게 대구는 약속의 땅이다. 청주에 살던 이 씨는 6·25 당시 대구로 내려가 장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전쟁 통에 헤어졌던 남편과 다시 상봉한 곳도 대구다. 이런 노모를 모시고 28일 대구스타디움을 찾은 손 씨는 "동아일보 덕에 어머니께 세계 최대의 육상 축제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선물을 드렸다. 이곳이 대구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어머니 이 씨는 지난해 2월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쳤다. 당시 병원에선 열흘 이상 살기 어렵다고 했지만 기적처럼 생환했다. 효자인 손 씨는 어머니를 전문 요양기관이 아닌 집으로 모셨다. 가족들의 지극 정성 덕에 지금은 휠체어를 타면 나들이도 문제없을 정도로 회복됐다. 이날 동행한 며느리 이종남 씨(59·청주 덕성초 교사)는 "어머니는 배구, 농구, 프로레슬링 등 역동적인 스포츠 중계화면을 보시면 기운이 난다"며 "대구 조직위의 배려로 휠체어를 탄 어머니를 본부석 바로 앞 특별 장애인석에 모실 수 있었다"며 감사해했다.대구=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한국인 개인 종목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 메달을 목에 거는 꿈을 이룰 기회 말이다. 28일 오전 9시 시작되는 남자 20km 경보에 출전하는 김현섭(26·삼성전자·사진) 얘기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쉽지 않은 목표다. 김현섭이 3월 세운 한국기록(1시간19분31초)은 올 시즌 랭킹 7위다. 미국 육상잡지 트랙앤드필드는 이번 대회 김현섭의 순위를 9위로 예상했다. 한국 선수단 중 유일하게 톱 10에 꼽혔지만 메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경보 대표팀 이민호 코치는 “메달 후보라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부담스럽지만 후회 없는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육상계는 김현섭의 성장속도와 홈그라운드 이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현섭은 한국인 최초로 1시간20분대를 깬 뒤 한국기록을 연거푸 갈아 치운 기록 제조기다. 살인적인 여름 훈련으로 지구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대구 시민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레이스를 펼치는 이점도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중국과 러시아의 양강 구도를 깰 다크호스로 김현섭을 지목한 이유다. 김현섭은 “올 시즌 랭킹보다 한 단계라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며 “시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열심히 걷다 보면 메달 획득이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스포츠레저부=양종구 차장 이승건 이종석 김동욱 유근형 기자 ▽사진부=김경제 부장 변영욱 기자▽사회부=이권효 차장 장영훈 김태웅 고현국 기자▽산업부=유덕영 기자▽교육복지부=한우신 기자▽전문기자=김화성 부국장}

“한국 팬들의 큰 관심과 사랑에 감사해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장애인 스프린터가 아닌 인간 피스토리우스로 지켜봐 주세요.”오랫동안 꾹 참고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듯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입국 후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이기에 더욱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가 25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앞 한 카페에서 일주일 남짓한 한국생활에 대한 감흥을 전해줬다. 대구 도착 후 언론과의 첫 단독 인터뷰다.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A기준기록(45초25)을 통과해 감동을 준 주인공.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해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보철다리)을 붙이고 레이스를 펼친다. 의족 모양이 칼날과 비슷해서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도 얻었다.피스토리우스는 먼저 한국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부터 전했다. 그는 동아일보 독자들에게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영광인데 한국 팬들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피스토리우스의 환한 미소와 친절한 태도는 한국 기자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사람치고는 티 없이 맑은 모습이었다. 입국 후 첫 트랙훈련을 한 24일엔 예정에 없던 인터뷰를 자청하기도 했다. 남아공팀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수많은 취재진이 눈에 띄자 스스로 기자들 앞에 선 것이다. 입국장에서 공식 인터뷰조차 사양하고 서둘러 숙소로 향하는 일부 스타들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이날도 피스토리우스는 선수촌 앞의 한 카페에서 카페라테를 시키는 등 편안한 모습이었다. 동석한 팀 매니저와는 귓속말도 주고받는 등 보통 20대 청년의 풋풋한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이야기가 시작되자 작심한 듯 “지나친 관심이 조금 부담되기도 한다”며 “특히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여준 관심이라면 사양하겠다. 나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똑같은 인간이다”라고 말했다.피스토리우스의 불편한 속내는 입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의족 논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넷에서 내가 의족을 바꿔서 올 시즌 기록이 좋아졌다는 글을 봤다.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다. 7년 동안 단 한 번도 의족을 바꾼 적이 없다”고 말했다.선수촌 생활에 대해서는 만족감도 표현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선수촌 지하와 식당이 연결돼 있어 너무 편리하다. 아파트의 방도 환상적이다. 한국문화를 익힐 수 있는 공간은 이색적이었다”고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주종목인 400m뿐 아니라 1600m계주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몇 번 주자로 나서도 문제없다. 나에게는 영광스러운 추억이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의 환한 미소는 28일 오전 11시 15분 남자 400m 예선경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애초부터 굴욕적인 대결이었다. 누구는 걷고, 누구는 뛴다니…. 이겨도 찝찝하고, 지면 망신살이 뻗치는 승부였다. 걷는 사람이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걷는 사람들이라도 말이다. 기자가 이 이상야릇한 승부에 말려들게 된 사연은 이렇다. 동아일보 육상팀 기자 중 막내이기도 했지만 가장 느리다는 게 그 이유였다. 고백하건대 기자는 태어나서 100m를 14초 이내에 끊은 적이 없다. 대학 입학 후엔 100m를 전력 질주한 적도 없다. 술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 탓에 더 느려졌을 것이 불 보듯 뻔했다. 20km 경보 선수들은 100m를 평균 23초대에 지난다. 하지만 전력으로 걸을 경우 18초 이내로 스피드를 올릴 수 있다. 기자가 조금만 방심하면 추월을 허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결 하루 전날 경보대표팀의 선수촌 숙소를 방문해 탐색전을 펼쳤다. 선수촌 102동 꼭대기 층에 자리한 숙소는 복층 구조로 쾌적했다. 숙소 안에는 전기 물리치료 기구, 마사지 침대, 체중계 등 경보 선수들의 고충을 읽을 수 있는 도구들이 가득했다. 20km에 출전하는 변영준(27·대구시청)은 “경보는 인간 본연의 상태에서 하는 운동이지만 가장 고통스러운 운동이기도 하다”며 “100m 대결로 해서 승부가 나겠습니까? 경보의 참맛은 15km 이후인데, 그냥 20km 달리기로 하시지요”라며 기자를 자극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20km 메달 후보로 주목받기도 했던 김현섭(26·삼성전자·올 시즌 랭킹 7위)은 “제가 유럽만 가면 잘 못하는데, 국내에서 하면 기록이 좋아져요. 기자님이 아무리 뛰어도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선수촌 아파트 밖으로 나와 경보 원포인트 레슨부터 받았다. 기자가 빠르게 걷는 폼을 보더니 50km가 주 종목인 박칠성(29·국군체육부대)은 “허리를 펴야 합니다. 아줌마처럼 허리 굽히고 시장 가면 안 되지요”라고 질책했다. 팔의 각도를 90도로 유지하고 오리궁둥이를 의도적으로 좌우로 흔들지 말라는 충고를 받아들였더니 속도는 배가됐다. 변영준은 “이 정도면 경보 대결도 할 만하겠는데요. 일단 걷는 걸로 대결하고 정 안 되면 뜁시다”라며 기자의 어깨를 으쓱하게 했다. 결전의 25일. 경보대표팀이 오전 훈련을 모두 마친 오전 11시경 선수들과 다시 만났다. 도로에서 펼치는 경기인 만큼 대구 동구 선수촌 옆 대로에서 대결을 시작했다. 어제의 충고들을 되뇌며 100m 경보 대결을 시작했다. 시작 호각이 울리자마자 김현섭과 변영준은 발바닥에 불이 나오는 로봇 ‘아톰’처럼 앞으로 돌진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따라가려 해도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기자는 선수들보다 25m가량 뒤처진 채 골인했다. 변영준은 “많이 따라붙었다고 자신하지 마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파울한 거 아시지요”라고 말했다. 자존심을 버리고 애초 기획대로 뛸 수밖에 없는 상황. 경보 선수는 걷고 기자는 뛰는 초유의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스타트는 뛰는 기자가 빨랐다. 50m 지점까지 치고 나가며 승리를 자신한 기자는 옆을 슬쩍 쳐다봤다. ‘헉∼.’ 기자의 시야 안에서 맹렬한 추격을 벌이는 두 선수가 눈에 보였다. 순간 ‘이대로 가다간 지겠다’며 오기가 발동했다. 기자는 선수들보다 15m 정도 앞선 15초7을 찍었다. 이겼지만 기자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경보 선수들이 말도 안 되는 이색 대결에 응해준 이유는 ‘국민의 관심’ 때문이다. 김현섭은 “유럽 대회에 나설 때면 시민들의 박수가 항상 부러웠다”며 “메달 후보라는 말이 부담이 되지만 홈에서 뛰는 만큼 올 시즌 랭킹인 7위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 성원이 절실한 경보 경기는 28일(남자 20km), 31일(여자 20km), 다음 달 3일(남자 50km)에 열린다.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 무리의 자전거 행렬이 선수촌을 누볐다. 익숙한 얼굴의 사나이가 선두를 이끌었다. 한바탕 자전거 레이스를 즐긴 그는 선수촌 식당이 자리한 챔피언 하우스로 왔다. 자전거에서 내린 이는 다름 아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 전날 훈련에서 발목 통증을 호소하며 찌푸렸던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장난기 많은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24일 본보 기자가 세계육상선수권 역사상 처음으로 만들어진 대구의 최첨단 선수촌 안에서 볼트와 다시 만났다. 20일 선수촌 개장 후 국내 언론이 선수촌 미디어센터(SMC)의 정식 허가를 받아 내부를 취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당으로 향하는 볼트에게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발목 부상 상태부터 물었다. ‘한국 팬들이 당신의 왼쪽 발목 통증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고 하자 다소 어이없다는 듯이 두 팔을 들며 “무엇 때문에 걱정하는가. 나는 완전히 괜찮다. 자전거도 타지 않느냐”고 답했다. 선수촌에서 제공한 자전거는 선수들에게 인기 만점인 이동 수단이다. 볼트는 선수촌 내 식당에서 동료들과 식사했다. 한국에 와서 주로 먹던 치킨과 함께 야채, 밥, 고기 등을 골고루 섭취했다. 축구광답게 식사 중에는 TV에서 중계되고 있는 유소년 축구 경기를 시청했다. 100m와 200m 경쟁자인 이매뉴얼 콜랜더(트리니다드토바고)와는 반갑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식사를 마친 볼트는 “선수촌이 환상적이고 매우 편안하다”며 “대구스타디움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볼트뿐 아니라 선수촌 안에서 만난 선수들은 ‘환상적이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입주 전 개방된 최신형 아파트의 깔끔한 환경에 대한 찬사가 많았다.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의 룸메이트인 레만 페레스는 “방이 특급호텔보다 깨끗할 정도로 완벽하다”며 “아파트 지하가 바로 식당과 연결돼 있는 점도 편리하다. 움직이기 힘든 오스카도 이 점을 특히 좋아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도 선수촌 102동의 맨 꼭대기 층인 15층에 여장을 풀었다. 15층은 특별히 복층 구조로 설계됐다. 대표팀 주장 박태경(110m 허들·광주시청)은 “선수촌 김치가 엄마가 해준 것처럼 맛있다”며 즐거워했다. 선수촌 내 어디서든 무선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점도 화제다. 아나우크 하건 등 네덜란드 여자 400m 계주팀 선수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페이스북 화면을 기자에게 보여주며 “무선 인터넷이 잘되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 선수촌 사진을 페이스북을 통해 고향 친구들에게 전송했다”며 즐거워했다. 선수촌 내 사우나도 외국 선수들에게 큰 인기다. 사우나 출입 관리를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 이기형 씨(72)는 “옷을 모두 벗고 들어가는 시설이지만 하루 평균 30명 이상의 외국 선수단이 방문한다. 이탈리아, 미국, 인도 선수들에게 특히 인기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도 선수촌 곳곳에는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차 체험관, 에어컨이 부착된 간이 화장실, 정자, 당구장, 500mL 물통으로 채워져 있는 대형 냉장고, 슈퍼마켓, 카페, 도핑실 등 없는 게 없다. 선수촌 카페에서 만난 로널드 포베스(110m 허들·케이맨 제도)의 말이 대구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환경이면 모든 선수들이 집같이 느끼지 않을까요?”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1990년대 스타 볼던 “파월 1위, 볼트 3위” 전망에 ▼볼트코치 밀스 “그렇게 예상할 수도 있지만…”“말하지 않겠다.”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개인 코치인 글렌 밀스 씨는 24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볼트에 대한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아디다스가 마련한 이 자리에서 푸마의 유니폼을 입는 볼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밀스 코치는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다. 밀스 코치는 2004년부터 볼트와 손을 잡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달아 볼트를 3관왕으로 이끌며 최고의 지도자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볼트는 다른 스포츠용품 회사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함께 회견에 참석할 순 없었다. 볼트 대신 이날 회견장에는 아디다스 유니폼을 입은 여자 200m 우승 후보 베로니카 캠벨 브라운(29)과 남자 100m에서 최연소로 10초 벽을 깬 요한 블레이크(22)가 나왔다. 밀스 코치는 아디다스의 후원으로 자메이카에서 육상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블레이크는 그 학교의 대표적인 선수다. 하지만 밀스 코치는 제자 볼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진 않았다. 최근 1990년대 세계 육상계를 주름잡았던 아토 볼던(트리니다드토바고)이 이번 대회 남자 100m 우승자로 아사파 파월(29·자메이카)을 꼽고 2위 블레이크, 3위 볼트로 전망한 것에 대해 그는 “그렇게 예상할 수도 있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며 볼트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한편 4년 만에 트랙에 돌아온 남자 100m 스타 저스틴 게이틀린(29·미국)은 대구 선수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는 새롭게 태어났다. 그동안 배가 고팠다. 이제 다시 뛰어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2005년 세계선수권 남자 100m, 200m에서 우승했던 게이틀린은 2006년 7월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8년간 선수 생활을 금지당했다. 그 뒤 4년으로 자격 정지가 줄어 2008년 트랙으로 돌아왔다.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볼트 스타트, 박태환보다 4배 빨라 ▼ 0.146초 vs 0.65초.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육상 100m에서, 박태환(21·사진)이 수영 200m에서 각각 세계신기록과 아시아신기록을 세울 때 출발반응 속도다. 0.5초 이상 차이가 난다. 볼트의 약점은 느린 스타트다. 큰 키(195cm)에 다리가 길어 출발에는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9년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100m 결승에서 세계기록(9초58)을 작성할 때 볼트의 출발반응 속도는 0.146초로 전체 8명 중 4번째에 그쳤다. 그나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당시 세계신기록(9초69)을 세우며 우승할 때(0.165초)에 비하면 훨씬 좋아진 것이다. 반면 박태환의 출발반응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 200m에서 아시아신기록으로 우승할 때 출발반응 속도는 8명 중 1위였고, 올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 400m에서 우승할 때 출발반응 속도 역시 가장 빨랐다. 하지만 박태환은 볼트에 비해서도 한참 출발이 느리다. 육상과 수영 선수들의 출발반응 속도가 이렇게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출발 자세가 다르다. 육상 단거리 선수들은 트랙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대는 크라우칭 스타트를 한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잔뜩 이동해 있기 때문에 점프를 한 뒤 입수해야 하는 수영 선수에 비해 유리하다. 수영 출발대(규정 각도 10도 이내, 통상 3도 사용)와 달리 선수가 자신에게 유리한 각도로 조절할 수 있는 육상 스타팅블록은 추진력을 극대화한다. 종목 특성에 따른 근육도 육상 선수가 유리하다.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는 “같은 단거리라고 하지만 100m를 10초 안팎에 달리는 육상과 50초 가까이 헤엄쳐야 하는 수영은 근육이 다르다. 육상은 순발력이 중요하지만 수영은 지구력이 먼저다. 출발 신호에 반응하는 데는 순발력 훈련에 주력하는 육상 단거리 선수가 앞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대구=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대구 날씨가 심상치 않다. 푹푹 찌는 무더위로 유명한 ‘8월의 대구’라고 하기엔 너무 선선하다. 23일이 처서(處暑)라고는 하지만 요즘 평균 기온이 지난해에 비해 섭씨 10도가량 낮다. 아침저녁으로는 20도 가까이까지 기온이 떨어진다. 지난해 8월에 유독 폭염(낮 최고 33도 이상)과 열대야(밤 기온 25도 이상)가 많았기에 최근의 ‘이상 저온현상’이 더 생경하다.》○ 선선한 날씨가 반가운 볼트 23일 선수촌에 입성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오히려 선선한 날씨가 반갑다는 반응이다. 고온다습한 대구의 불볕더위 적응을 위해 일찌감치(16일) 입국했던 볼트는 “예상보다 날씨가 덥지 않아서 좋다. 이 정도가 기록 내기는 더 좋다”며 “비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볼트는 그동안 오후 5시쯤 실시했던 경산육상경기장 적응훈련 땐 서늘한 날씨에 점퍼까지 입었다. 한국 단거리팀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오세진 단거리 대표팀 수석코치는 “경기 당일 날씨가 32도를 넘을까봐 걱정했는데 현재 낮 기온이 25∼30도라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온다습한 기온이 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까 걱정하던 대구 조직위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판매된 입장권 중 기업, 관공서 등 단체표가 많은데 폭염일 경우 경기장을 찾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한국 마라톤 경보팀은 비상 선선한 날씨가 오히려 걱정인 사람들도 있다. 더울수록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한국 마라톤과 경보 선수들이다. 날씨가 서늘할 경우 초반부터 기록 경쟁이 펼쳐진다. 객관적 전력이 열세인 한국에는 불리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으로부터 메달 후보로 주목받았던 경보 남자 20km의 김현섭도 선선한 날씨가 부담이다. 올 시즌 랭킹에서 김현섭(7위)보다 앞선 6명을 제치기 위해선 더운 날씨가 필수조건이다. 이민호 경보 대표팀 코치는 “요즘 일어나자마자 기온부터 체크할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다. 30도 이상의 폭염이어야 선두권 기록이 1시간 20분대로 처진다. 1시간19분31초의 한국기록을 가진 (김)현섭이가 메달권에 들려면 더워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수준과 6분 이상 뒤진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마라톤 대표 정진혁의 스승인 황규훈 건국대 감독은 “더워야 후반까지 따라붙었다가 승부를 걸 수 있는데 걱정이다”라며 “3바퀴를 도는 루프 코스이기 때문에 날씨가 시원하면 2바퀴째부터 선두권이 치고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단체전 메달(5명 중 3명의 기록으로 순위 가리는 번외 경기)에 도전하는 마라톤 대표팀은 기온이 예상보다 낮을 경우 선두 그룹에 집착하기보다 2, 3그룹에서 함께 뛰는 ‘플랜B’까지 마련했다.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파월과 경쟁하는 것을 즐긴다.”(우사인 볼트) “볼트든 누구든 신경 쓰지 않는다.”(아사파 파월) 한집안이다. 하지만 경쟁은 치열하다. 누가 우승하든 고국에는 똑같은 금메달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우승의 영광은 양보할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의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이 치열한 우사인 볼트(25)와 아사파 파월(29·이상 자메이카) 얘기다. 파월이 22일 인천국제공항을 거쳐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했다. 16일 들어온 볼트보다 6일 늦게 입국했다. 파월은 “볼트와 함께 입국하지 않은 것은 개인적으로 비행기편을 따로 예약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볼트와 함께 자메이카를 대표하는 남자 단거리 육상 선수인 파월의 100m 최고 기록은 9초72로 역대 5위. 꾸준히 9초대를 찍을 만큼 기복이 없다. 하지만 볼트와 타이슨 게이(29·미국)에 밀려 2인자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올해 볼트와 파월이 맞대결한 적은 없지만 기록에서는 파월이 앞서 있다. 파월이 9초78로 시즌 1위, 볼트가 9초88로 7위다. 파란색 모자, 티셔츠, 신발 등을 착용하고 입국장에 나타난 볼트와 달리 파월은 붉은색 모자에 검은색 티셔츠, 청바지 차림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힙합 음악 소리가 헤드폰 밖으로 흘러나올 정도로 볼륨을 높여 듣고 있던 파월은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준비가 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큰 경기에 강한 볼트와 달리 파월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약한 면모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파월은 “모두가 늘 우승할 수는 없기에 우승이 내 것이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파월이 대구에 도착한 시간에 볼트는 경산육상경기장에서 400m 계주 및 100m 훈련을 하고 있었다. 볼트는 다른 선수들과 장난을 치는 등 여유를 보였다.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빈말이 아니었다. 축구에 대한 강한 열망이 느껴졌다. 20일 대구에서 한국의 ‘축구 영웅’ 홍명보 올림픽팀 감독을 만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은퇴 뒤 축구 선수를 한다면 측면 공격수나 스트라이커로 뛰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말해왔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고 싶다’는 꿈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볼트의 바람은 어디까지 실현될 수 있을까. 또 어떤 포지션을 가장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축구 전문가들은 “기본기가 뒷받침된다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큰 키와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낼 수 있는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장신 선수들을 통해 볼트의 축구 선수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해봤다. ‘스트라이커’ 볼트의 최대 장점은 역시 폭발적인 스피드와 제공권이다. 볼트는 201cm의 장신 스트라이커 피터 크라우치를 연상케 하는 하드웨어를 지니고 있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상대 수비수에게 볼트는 크라우치보다 더 큰 공포심을 줄 수 있다”며 “조직적인 축구를 하는 프리미어리그의 빅4보다는 순간적인 역습에 능한 중하위권 팀에 가면 전술적 활용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공격수로서의 볼트는 약점도 갖고 있다. 축구에서 요구되는 스피드는 순간적인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20m 이상 달려야 최고 속력을 낼 수 있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볼트는 정해진 주로만 달려봤지 지그재그 달리기에 약할 수 있다”며 “크라우치는 장신임에도 발재간이 좋은데 볼트는 그 또한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볼트의 중앙 수비수로서의 가능성엔 회의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장신에 상체가 발달된 볼트가 몸싸움에 능할지 모르나 무게중심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는 볼트가 훌륭한 체격조건에도 골키퍼나 미드필더로 뛰기 어려운 이유기도 하다. 신 교수는 “리오 퍼디낸드(맨유) 같은 장신 중앙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경기의 맥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축구 경험이 부족한 볼트가 팀플레이를 해야 하는 포지션을 맡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스피드를 극대화할 수 있는 윙백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견해도 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축구계에서 빠르다는 의미는 11초 정도를 말하는데 볼트의 스피드는 무척 매력적이다”며 “드리블 능력만 있다면 호베르투 카를루스(브라질), 마크 오베르마스(네덜란드), 차두리 등과 같은 빠른 윙백의 자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선수들이 따라 뛸 하늘색 점선이 도로 위에 그려졌다. 마라톤 코스임을 알리는 깃발과 표지판들도 눈에 띈다. 출발선이자 결승선인 대구 중구 국채보상공원 주위엔 경기 진행을 도울 파란색 컨테이너 부스도 세워졌다. 21일 기자와 함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코스를 둘러본 황영조 동아일보 육상 해설위원(대한육상경기연맹 마라톤 경보 기술위원장)은 무척 설레는 표정이었다. “육상의 꽃인 마라톤 경기가 벌써 시작된 것 같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로 돌아간 기분입니다.” 대구 마라톤 코스는 듣던 대로 평탄했다. 표고차가 40m 전후에 불과하다. 수성못 주변에 언덕이 있지만 경기력에 영향을 주기 어려운 정도다. 황 위원은 “거의 평지를 달리는 수준이다. 날씨만 도와준다면 대한민국 땅에서 나온 마라톤 기록 중 최고 기록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개최 대회 최고 기록은 지난해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케냐의 실베스타 테이멧이 세운 2시간6분49초. 평탄한 코스는 한국 선수들에겐 부담이다.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위안거리는 루프 코스라는 점이다. 처음 뛰는 선수들은 지루함을 느끼기 쉽다. 대구 코스 경험이 많은 한국 선수들에겐 이점이 될 수 있다. 관건은 날씨다. 대표팀은 고온다습한 대구 지역 날씨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더울수록 기록보다는 순위 싸움에 레이스의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황 위원은 “대구 더위가 너무 빨리 꺾여서 오히려 걱정이다. 예상보다 덥지 않다면 두 바퀴째부터 치고 나가는 전술전이 펼쳐질 텐데…. 한국 선수들이 전력상 따라가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루프 코스는 선수에게는 고역이지만 관전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최대 세 번까지 선수들을 지켜볼 수 있다. 대구 시내가 하나의 거대한 경기장이 되는 셈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선호하는 방식이다. 황 위원은 “대구를 알릴 기회는 마라톤과 경보가 전부다. 많은 시민이 응원을 나와서 대구라는 큰 풍경화의 주인공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51세의 나이로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노린 멀린 오티(사진)의 꿈이 깨졌다. 자메이카 출신으로 2002년 슬로베니아로 귀화한 오티는 여자 400m계주 구성원으로 9번째 세계육상선수권 출전을 노렸다. 하지만 15일 자국 대회에서 계주팀이 기준 기록(44초60)보다 늦은 44초76에 그치면서 출전이 무산됐다. 오티는 주 종목인 200m에서도 슬로베니아 대표에 선발되지 못했다. 오티는 세계선수권에 8차례 출전해 14개의 메달을 획득한 역대 최다 메달리스트다. 하지만 올림픽에서는 은 3개, 동메달 6개에 그쳤다.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와 함께 불가능은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시작장애인 스프린터 제이슨 스미스(24·아일랜드·사진)가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피스토리우스(25·남아프리카공화국)와 희망의 역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18일 대구 선수촌 옆 훈련장에서 열린 공개 훈련에 앞서 “첫 메이저 대회에 출전해 영광스럽고 흥분된다”며 “올해 수립한 개인 최고 기록(10초22)에 못지않은 기록을 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스미스는 시력이 일반인의 10% 미만에 불과한 블라인드 러너(Blind runner)다. 정상인이 1m 떨어진 곳에서 또렷하게 볼 수 있는 물체도 눈 앞 10cm 가까이 와야 흐릿하게 보일 정도다. 하지만 스미스는 5월 플로리다에서 10초22를 기록하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의 B기준 기록(10초25)을 통과했다. J자 모양의 탄소섬유 의족을 착용해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로 불리는 피스토리우스에 이어 장애인으로는 두 번째로 세계육상선수권 티켓을 따냈다. 스미스의 기록은 한국 기록(10초23·김국영)보다 빠르다. 16일 대구에 입성한 스미스는 선수촌 생활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새로 지은 선수촌은 정말 환상적이다. 훈련장도 가깝고 음식도 만족스럽다”며 “대구 시민들의 환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프린터로서의 내 강점은 우사인 볼트 같은 유명 선수들보다 트랙에서 차분히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며 “장애가 있건 없건 누구에게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플레이스테이션, 디제잉, 기네스 맥주….‘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와 연관 있는 단어들이다. 볼트가 트랙을 벗어나면 언제나 곁에 두거나 즐겨 하는 것들이다. 볼트는 보통 선수들과는 다른 취미, 식성 등을 가지고 있다. 볼트의 이름(Bolt)으로 그의 모든 것을 풀어봤다.B-Bolt fashion(볼트 패션)볼트는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16일 대구에 도착했을 때 볼트는 티셔츠, 재킷, 모자, 신발을 모두 파란색으로 맞추었다. 자신의 의상과 용품을 담당하는 스포츠용품 업체 푸마에 주문해서 맞춘 것들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검은색 중심으로 코디를 했다. 모자는 항상 자신을 상징하는 UB(우사인 볼트의 약자)가 새겨진 것만을 쓴다. 볼트는 자신의 기분이나 방문하는 도시의 분위기에 맞춰 직접 옷과 신발 등을 골라 입는다. 공식석상에서 양복을 입을 때는 자신의 몸보다 한 치수 큰 것을 입는다. 신발도 한 치수 크게 신는다. 활동하기 편하기 때문이다.O-ordinary(보통의 하루)고향인 자메이카에서의 하루는 평범하다. 보통 볼트는 오전 9시 30분에 일어나 곧바로 운동을 시작한다. 운동을 마친 뒤 맞는 점심식사 시간은 좀 길다. 2시간 정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은 뒤 침대로 가서 잠을 청한다. 오후 4시에 다시 훈련을 재개한다. 훈련 중에도 볼트는 가만히 있기보다는 동료들과 대화를 하며 긴장을 푼다. 배가 고프면 동료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치킨 너깃을 먹는다. 대회가 없는 기간에는 저녁 때 밖으로 나가 자신이 좋아하는 기네스 흑맥주를 두 병 정도 마시며 하루를 마친다. 때로는 6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 미지칸 에번스 씨와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L-leisure (여가)볼트의 취미는 다양하다. 우선 스피드를 사랑해 드라이빙을 즐긴다. 볼트는 “나는 자동차를 사랑한다. 7대를 모았는데 모두 검은색이다. 그중 BMW M3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후원사인 푸마에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그에게 줬다. 항상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다닐 만큼 음악도 즐긴다. 자메이카 출신답게 레게음악을 좋아한다. 그는 “밥 말리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신곡들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힙합음악도 듣는다. 집에 있을 때는 지루함을 이기기 위해 가정용 오락기인 플레이스테이션을 이용해 게임을 즐긴다. 때로는 자메이카의 클럽에 들러 자신이 직접 디제이(DJ)로 나서기도 한다. 곡을 고르고 들려주는 디제잉을 하며 논다. 볼트의 디제잉은 수준급으로 알려졌다.T-taste(식성)볼트의 식성은 유난스럽다. 음식을 매우 조심스레 골라 먹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볼트는 인스턴트식품인 치킨 너깃과 햄버거를 즐겨 먹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자 육상 100m를 앞두고 무엇을 먹겠느냐”는 질문에 “치킨 너깃”이라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16일 볼트는 인천공항에서 대구행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던 중에도 패스트푸드 체인점인 KFC에서 치킨을 주문했다. 대구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볼트는 호텔 뷔페 식사를 이용하면서도 치킨과 스테이크를 주로 먹는다. 푸마 관계자는 “볼트가 17일 점심 식사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햄버거를 주문해 먹었다”며 “먹는 것에 관해서는 특별히 가리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대구=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번개’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가 달라졌다. 한마디로 좀 까칠해졌다. 특유의 익살스러운 표정, 힙합 가수를 연상케 하는 제스처, 특유의 쇼맨십은 찾아볼 수가 없다. 16일 한국에 온 이래 시종 웃음기 쫙 빠진 얼굴이다. 팬들의 환호에 친절히 화답하던 예전의 볼트가 아니었다. 큰 대회를 앞두고도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던 그이기에 한국 팬들은 더욱 생경할 수밖에 없었다.까칠한 볼트의 행동은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시작됐다. 취재진을 피해 예정된 A출구가 아닌 C출구로 빠져나가 기다리던 팬들을 아쉽게 했다.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타고 대구공항에 도착해서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가 준비한 공식행사를 거부한 채 대기 중인 승합차를 타고 숙소로 사라졌다. 대구공항에 모인 시민 서포터스 300여 명이 소고를 때리며 “웰컴 투 코리아, 우사인 볼트”를 외쳤지만 손만 가볍게 흔들었다.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한 17일도 비슷했다. 비공개 훈련지인 경산종합운동장에 들어서며 취재진과 마주친 볼트는 전날보다는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다. 훈련 중엔 동료들과 밝게 웃는 모습도 포착됐다. 하지만 훈련 시작 전 취재진이 빠지지 않으면 훈련하지 않겠다며 라커룸에 드러누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운동장 밖에서 담장 위에 올라 셔터를 누르는 사진기자들을 향해서는 찡그리기도 했다. 팀 매니저를 통해서 ‘훈련에 집중이 안 되니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볼트가 예민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이번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예전과는 다른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 생활 내내 큰 실패 없이 오르막만 올랐던 그가 아킬레스 힘줄과 허리 부상을 딛고 레이스에만 전념하기 위해 그동안과는 다른 정신 자세를 갖게 됐다는 분석.하지만 볼트의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계속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볼트는 20일 대구백화점에서 홍명보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과 함께 축구 기술을 전수받는 행사에 참석한다. 25일에는 대구 대덕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자메이카 대표팀 기자간담회에선 각오를 밝힐 예정이다. 무엇보다 100m 결선이 열리는 28일 밤엔 볼트 특유의 세리머니와 유쾌한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한편 볼트는 묵고 있는 그랜드호텔에서 다른 자메이카 선수들과 같은 일반실을 이용했지만 침대 바깥으로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도록 간이침대를 요청해 사용하고 있다. 키가 196cm인 그가 침대 바깥으로도 다리를 편하게 뻗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월드스타 볼트.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래저래 화제다.대구·경산=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아시아의 스프린터’ 장재근 동아일보 육상 해설위원(49·대한육상경기연맹 이사)은 요즘 대구 스타디움에 설 때마다 가슴이 뛴다. 27일 개막하는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문이다.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스타디움을 바라보면서 현역 시절 참가한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와 1988년 서울 올림픽 현장이 떠올라서다. 그는 “당시엔 긴장해서 대회 분위기도 제대로 느끼지 못했다. 이곳에 오면 100m 출발선에 서는 상상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17일 그와 함께 최첨단으로 무장한 대구 스타디움을 둘러봤다. 장 해설위원은 한눈에 봐도 청량감을 주는 대구 스타디움의 푸른색 몬도 트랙 이야기부터 꺼냈다. 몬도 트랙은 반발력이 좋아 ‘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이탈리아 몬도사의 제품이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세계기록 3개(100m, 200m, 400m계주)를 쏟아낸 중국 국가체육장 운동장도 바로 몬도 트랙이다. 지금까지 230여 개의 세계신기록이 몬도 트랙 위에서 쏟아졌다. 몬도 트랙은 마이클 존슨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200m 세계기록을 세운 후 “마법의 양탄자다. 내가 아닌 트랙이 기록을 세웠다”고 말했을 정도다. 장 해설위원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때 잠실 종합운동장에 몬도 트랙이 깔려 있었다면 당시 서말구 선배의 한국기록(10초34)은 내가 먼저 깨지 않았을까”라며 “당시 100m 한국기록을 세우지 못해 200m 전문 선수로 불렸는데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장 해설위원의 100m 최고 기록은 당시 한국기록에 0.01초 뒤진 10초35. 그가 세운 200m 한국기록(20초41)은 26년이 지났지만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최첨단 전광판과 음향 시설에 대해선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낮에 전광판을 봤는데도 마치 어두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 같이 밝다”라며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만 해도 아나운서의 말은 울림이 심했다. 대구 스타디움을 찾는 육상 팬들은 육상의 참 맛을 즐길 수 있는 복 받은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대구 대회 조직위는 대구 대회를 명품 대회로 치르기 위해 초대형 6분할 전광판을 준비했다. 주전광판(24m×9m)과 보조전광판(17m×9m)은 기존보다 1.5배나 커졌다. 조명시설도 램프 수를 늘려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상태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음향 시설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췄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사진 판독 주임 역할도 맡는다. 1000분의 1초 차로 가려지는 육상의 승부를 최종적으로 가리는 곳으로 대구 스타디움 맨 꼭대기 층에 있다. 그는 “시스템 판독이 끝날 때까지 선수의 국적을 알 수 없다. 최종 우승자를 클릭할 때 신상정보가 나오는데 짜릿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라며 “항상 그 순간에 한국 선수의 이름이 뜨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겠다”라며 후배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스포츠에서 ‘기록은 언젠가 깨지게 마련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육상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10년 이상 묵은 세계기록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가 하면 2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는 종목도 많기 때문이다. 육상의 세부종목 47개(남자 24개, 여자 23개) 가운데 10년 이상 된 세계기록은 모두 25개(남 13개, 여자 12개)나 된다. 이 중 여자 종목은 하나같이 20년이 넘은 ‘불멸의 기록’들이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연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지만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종목도 있는 셈이다. 불멸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으로는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원조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 국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우크라이나)이 대표적이다. 그는 1985년 최초로 6m를 넘었고 1994년에는 6.14m의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후 ‘6m 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16명에 이르지만 그 누구도 붑카를 넘지는 못했다. 대구에서 세계선수권 2연패에 도전하는 스티븐 후커의 기록(호주·6.06m)도 붑카에 8cm나 모자란다.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 팬들을 설레게 했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는 전설로 남았다. 그의 100m(10초49), 200m(21초34) 세계기록은 23년 동안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그리피스 조이너 이후 100m 10초50을 깬 선수는 없다. 10초60대를 뛴 선수도 두 명뿐이다. 200m도 현역 1위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자메이카·21초74), 2위 앨리슨 펠릭스(미국·21초81)보다 0.4초 이상 앞서 있다. 최고 스타 칼 루이스와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한 마이크 파월(미국)의 멀리뛰기 세계기록(8.95m)도 기념비로 남았다. 1991년 도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파월은 당시 10년 동안 65연승을 행진하던 루이스를 꺾고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년 동안 8.80m를 넘긴 선수는 없었다. 상체를 세운 숏다리 주법으로 유명한 마이클 존슨(미국)의 남자 400m 기록도 12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여자 800m의 자밀라 크라토츠빌로바(체코)의 1분53초28은 28년째 깨지지 않는 가장 오래 묵은 세계신기록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세계신기록이 기대되는 종목은 여자 높이뛰기다. 개인 최고기록이 세계기록(2.09m)에 1cm 모자라는 2.08m인 블란카 블라시치(크로아티아)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구에서 세계기록을 깨는 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불멸의 기록 가운데는 도핑(금지약물 검사) 의혹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남자 높이뛰기 세계기록 보유자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는 도핑 문제로 육상계서그퇴출됐다. 30대 후반에 숨진 단거리 그리피스 조이너의 사망 원인도 약물 남용 후유증으로 알려져 있다. 육상대표팀 김기훈 코치(창던지기)는 “도약과 투척 종목에 10년 이상 된 세계기록이 많은 이유는 스테로이드 오남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도핑 과학은 지금보다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LIG손해보험이 프로배구 수원·IBK기업은행컵에서 첫 승을 거두고 준결리그 진출에 희망을 걸 수 있게 됐다. 14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B조 2차전에서 LIG손해보험은 대한항공을 3-2(25-23, 25-23, 22-25, 28-30, 15-13)로 물리쳤다. LIG손해보험은 삼성화재가 16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대한항공을 꺾을 경우 조 2위로 준결리그에 진출한다. 반면 대한한공이 이기면 세 팀이 점수 득실까지 따져야 한다. 도로공사는 여자부 B조 경기에서 GS칼텍스를 3-1(25-19, 25-18, 24-26, 25-15)로 꺾고 준결리그 진출을 확정했다.}

최고의 재능, 화려한 외모, 불혹을 넘기지 못한 짧은 생애까지…. 역대 최고의 여자 스프린터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1959∼1998)의 삶은 영화배우 메릴린 먼로(미국·1926∼1962)와 닮았다. 그리피스 조이너의 100m(10초49), 200m(21초34) 세계기록은 먼로가 출연한 수많은 명작처럼 불멸의 기록으로 남아 있다. 긴 손톱과 매니큐어, 곱슬머리를 가리기 위해 썼던 모자 달린 유니폼은 그를 트랙 위의 패션모델로 기억하게 만드는 키워드다. 먼로의 바람에 날리는 원피스처럼 말이다. 신기록 당시 뒤바람 논란,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설 등 1998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각종 화제의 중심에서 살았다는 점도 닮았다. 세계 육상 팬들이 그를 불세출의 육상 스타로 기억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그리피스 조이너의 아성을 넘어설 스타가 탄생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역 여자 100m, 200m 최고 스타들의 기량을 합쳐도 그리피스 조이너의 기록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피스 조이너의 100m 세계기록은 역대 두 번째로 빠른 카멜리타 지터(미국·10초64)보다 0.15초나 빠르다. 그리피스 조이너 이후 10초50을 깬 선수가 없을 뿐 아니라 10초60대를 뛴 선수도 두 명뿐이다. 그의 기록은 한국 남자 100m 최고 기록인 10초23과도 0.25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리피스 조이너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둔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10초70대였던 세계기록을 단숨에 10초40초대까지 끌어내렸다. 당시 초속 2.0m의 뒤바람이 불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00m도 마찬가지다. 그리피스 조이너의 기록은 현역 1위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자메이카·21초74), 2위 앨리슨 펠릭스(미국·21초81)보다 0.4초 이상 앞서 있다. 그럼에도 이번 대구 대회에서 ‘포스트 그리피스 조이너’ 시대를 열 여자 스프린터들의 경쟁을 지켜봐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먼저 펠릭스의 여자 200m 세계선수권 4연패가 초유의 관심사다. 여자 200m는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을 모두 재패한 선수가 없을 정도로 이변이 많은 종목이다. 세계선수권 연속 우승도 멀린 오티(2연패·슬로베니아), 펠릭스(3연패) 등 두 명밖에 하지 못했다. 4연패를 이루기 위해서는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내준 캠벨브라운을 넘어서야 한다. 전문가들은 캠벨브라운이 내리막을 걷고 있어 펠릭스의 우세를 점치고 있다. 펠릭스는 남자의 마이클 존슨(미국) 이후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200m와 400m 동시 석권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400m는 ‘단거리의 마라톤’으로 불릴 정도로 단거리 선수들에겐 어려운 종목이다. 펠릭스가 1600m 계주까지 3관왕을 달성한다면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와 함께 대회 최우수선수(MVP)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00m에서 그리피스 조이너에 가장 근접한 선수로 평가받는 지터가 ‘무관의 제왕’에서 벗어날지도 관심이다. 현역 최고 기록 보유자인 지터는 2005년 헬싱키, 2007년 오사카 세계선수권 3위를 제외하면 유독 큰 대회와 인연이 없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표에서 탈락하며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모리스 그린(미국)의 스승 존 스미스를 만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2009년 100m 현역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올해까지 대구 국제육상경기대회 100m 3연패를 하는 등 대구 스타디움과 인연이 깊은 점도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든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준준플레이오프다!” 4강 싸움을 벌이고 있는 4위 롯데와 5위 LG. 양 팀이 12일부터 잠실 외나무다리에서 주말 3연전을 펼친다. 팬들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팀을 가리는 ‘준준플레이오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열광하고 있다. 절묘하게 뒤바뀐 두 팀의 행보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다. 시즌 초 부진에 허덕이던 롯데는 3일 4위를 탈환했다. 한때 단독 1위까지 치고 나갔던 5위 LG는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비아냥거림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결전을 앞둔 양 팀의 11일 경기는 희비가 엇갈렸다. 롯데는 넥센에 역전승을 거두며 사기를 끌어올렸다. 반면 LG는 KIA에 재역전패하며 전날 한 이닝 12득점을 폭발시켰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사직에서 롯데는 0-3으로 끌려가던 4회 강민호과 황재균의 연속 홈런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8회에는 김주찬의 결승 내야안타 때 3루 주자 조성환이 홈을 파고들어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1점을 더 보탠 롯데의 5-3 승. 롯데 마무리 김사율은 6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했다. 광주 원정에 나선 LG는 7과 3분의 1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친 KIA 선발 양현종에게 눌려 2-3으로 졌다. KIA는 2-2로 맞선 7회 터진 신종길의 역전 적시타에 힘입어 재역전승을 거뒀다. 3-2로 앞선 8회 1사1, 2루에서 등판한 KIA 한기주는 1과 3분의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5세이브를 기록했다. 잠실에서 두산은 1538일 만에 선발승을 거둔 김승회의 6과 3분의 2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SK를 3-1로 이겼다. 한화는 대구에서 선두 삼성을 4-2로 잡았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