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세계육상선수권 D-10]‘꼿꼿 주법’ 존슨 기록, 12년 지나도 꼿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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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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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기록들

마이클 존슨(미국)이 1999년 32세의 나이에 남자 400m에서 세운 세계기록(43초18)은 12년이 지난 올해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존슨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짧은 보폭으로 달리는 독특한 주법으로 세계선수권 200m와 400m에서 모두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아일보DB
마이클 존슨(미국)이 1999년 32세의 나이에 남자 400m에서 세운 세계기록(43초18)은 12년이 지난 올해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존슨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짧은 보폭으로 달리는 독특한 주법으로 세계선수권 200m와 400m에서 모두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아일보DB
스포츠에서 ‘기록은 언젠가 깨지게 마련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육상에서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10년 이상 묵은 세계기록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가 하면 2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있는 종목도 많기 때문이다.

육상의 세부종목 47개(남자 24개, 여자 23개) 가운데 10년 이상 된 세계기록은 모두 25개(남 13개, 여자 12개)나 된다. 이 중 여자 종목은 하나같이 20년이 넘은 ‘불멸의 기록’들이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연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지만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종목도 있는 셈이다.

불멸의 기록을 세운 주인공으로는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원조 인간새’ 세르게이 붑카 국제육상경기연맹 부회장(우크라이나)이 대표적이다. 그는 1985년 최초로 6m를 넘었고 1994년에는 6.14m의 세계기록을 세웠다. 이후 ‘6m 클럽’에 가입한 선수가 16명에 이르지만 그 누구도 붑카를 넘지는 못했다. 대구에서 세계선수권 2연패에 도전하는 스티븐 후커의 기록(호주·6.06m)도 붑카에 8cm나 모자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한국 팬들을 설레게 했던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는 전설로 남았다. 그의 100m(10초49), 200m(21초34) 세계기록은 23년 동안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그리피스 조이너 이후 100m 10초50을 깬 선수는 없다. 10초60대를 뛴 선수도 두 명뿐이다. 200m도 현역 1위 베로니카 캠벨브라운(자메이카·21초74), 2위 앨리슨 펠릭스(미국·21초81)보다 0.4초 이상 앞서 있다.

최고 스타 칼 루이스와 세기의 대결에서 승리한 마이크 파월(미국)의 멀리뛰기 세계기록(8.95m)도 기념비로 남았다. 1991년 도쿄 세계육상선수권에서 파월은 당시 10년 동안 65연승을 행진하던 루이스를 꺾고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년 동안 8.80m를 넘긴 선수는 없었다.

100m 그리피스 조이너(왼쪽),장대높이뛰기 붑카(오른쪽)
100m 그리피스 조이너(왼쪽),장대높이뛰기 붑카(오른쪽)
상체를 세운 숏다리 주법으로 유명한 마이클 존슨(미국)의 남자 400m 기록도 12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여자 800m의 자밀라 크라토츠빌로바(체코)의 1분53초28은 28년째 깨지지 않는 가장 오래 묵은 세계신기록이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세계신기록이 기대되는 종목은 여자 높이뛰기다. 개인 최고기록이 세계기록(2.09m)에 1cm 모자라는 2.08m인 블란카 블라시치(크로아티아)가 주인공이다. 그는 “대구에서 세계기록을 깨는 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라고 자신했다.

불멸의 기록 가운데는 도핑(금지약물 검사) 의혹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남자 높이뛰기 세계기록 보유자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는 도핑 문제로 육상계서그퇴출됐다. 30대 후반에 숨진 단거리 그리피스 조이너의 사망 원인도 약물 남용 후유증으로 알려져 있다.

육상대표팀 김기훈 코치(창던지기)는 “도약과 투척 종목에 10년 이상 된 세계기록이 많은 이유는 스테로이드 오남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도핑 과학은 지금보다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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