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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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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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6~202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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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종 하루전 부활절 미사… “전쟁 즉시 멈추고 평화를”

    21일(현지 시간) 정오, 부활절 다음 날로 이탈리아 법정 공휴일인 ‘라 파스퀘타’를 맞아 한산해진 바티칸 시국 성베드로 광장에 종소리가 88번 울렸다. 이날 오전 7시 35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나이를 의미하는 숫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버지의 집’으로 향했다는 부음이기도 했다. 전날 약 3만5000명의 신자가 모여 가톨릭 희년(25년마다 돌아오는 은총의 해) 부활절 미사를 보던 광장에는 신자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교황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기 위해서다. BBC 등 주요 외신들은 교황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생전 고인의 낮은 자세와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는 태도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 대중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던 부활절에도 ‘평화’ 강조 교황은 선종 전날이며 부활절이었던 20일 미사에 약 20분간 참여했다. 이날 정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2층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고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후 부활절과 성탄절에만 특별히 하는 축복과 강론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의 첫마디를 숨찬 목소리로 열었다.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절을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이었다.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에는 교황청 차량을 타고 성베드로 광장을 둘러보면서 신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부활절 미사가 그가 대중과 만난 마지막 시간이었다. 교황은 부활절 때 마지막으로 대중을 만난 자리에서 평화와 포용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인사말 뒤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종교와 사상,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견해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가자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향해 “전쟁 당사자들이 전쟁을 즉시 멈추고 인질을 석방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굶주린 이들을 도와주길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또 “취약계층과 소외계층, 그리고 이민자들을 향한 경멸이 심각하다”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교황이 마지막으로 접견한 인물은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다. 교황청 등에 따르면 그는 20일 거처인 ‘카사산타마르타’에서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과 몇 분간의 짧은 면담을 가졌다. 면담은 밴스 부통령의 18∼20일 사흘간의 로마 방문 일정 막판에 깜짝 성사된 일정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이날 만남에서 교황이 밴스 부통령과 “이민자, 난민, 수감자 등 어려운 인도적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밴스 부통령에게 다시 한번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 퇴원 뒤 한동안 다양한 활동 펼쳐 교황은 올해 2월 14일 폐렴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38일간 입원했다. 큰 고비도 두 차례나 있었지만, 상태가 호전돼 지난달 23일 퇴원했다. 두 달간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유에도 신자들과 소통을 중시하며 평화 메시지를 내던 평소 활동을 재개했다. 거처에서 일부 업무도 처리하고 미사에도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교황은 이달 6일 퇴원 2주 만에 휠체어를 타고 코에 호흡용 튜브를 낀 모습으로 미사에 깜짝 등장하면서 활동 재개를 알렸다. 교황은 이날 “모두에게 좋은 일요일이 되길 바란다”라면서 메시지를 냈다. 부활절을 사흘 앞둔 ‘성 목요일(17일)’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한 교도소를 방문해 “여러분 곁에 있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상을 깨고 부활절 미사에도 참여해 마지막까지 소외계층에 대한 포용과 전쟁 반대를 호소하고 세상을 떠났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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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의 마지막 인사가 된 부활절…“전쟁 멈추고 평화를”

    21일(현지 시간) 정오, 부활절 다음 날로 이탈리아 법정 공휴일인 ‘라 파스퀘타’를 맞아 한산해진 바티칸 시국 성베드로 광장에 종소리가 88번 울렸다. 이날 오전 7시 35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나이를 의미하는 숫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버지의 집’으로 향했다는 부음이기도 했다. 전날 약 3만5000명의 신자가 모여 가톨릭 희년(25년마다 돌아오는 은총의 해) 부활절 미사를 보던 광장에는 신자들이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교황의 마지막 길을 애도하기 위해서다. BBC 등 주요 외신들은 교황을 추모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생전 고인의 낮은 자세와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는 태도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 대중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던 부활절에도 ‘평화’ 강조교황은 선종 전날이며 부활절이었던 20일 미사에 약 20분간 참여했다. 이날 정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2층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고 신도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후 부활절과 성탄절에만 특별히 하는 축복과 강론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의 첫 마디를 숨찬 목소리로 열었다. “형제 자매 여러분, 부활절을 축하합니다”라는 인사말이었다.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에는 교황청 차량을 타고 성베드로 광장을 둘러보면서 신자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었다. 부활절 미사가 그가 대중들과 만난 마지막 시간이었다.교황은 부활절 때 마지막으로 대중들을 만난 자리에서 평화와 포용을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인사말 뒤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한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종교와 사상, 표현의 자유와 타인의 견해에 대한 존중 없이는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특히 ‘가자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향해 “전쟁 당사자들이 전쟁을 즉시 멈추고 인질을 석방하고 평화를 갈망하는 굶주린 이들을 도와주길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또 “취약계층과 소외계층, 그리고 이민자들을 향한 경멸이 심각하다”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교황이 마지막으로 접견한 인물은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다. 교황청 등에 따르면 그는 20일 거처인 ‘카사산타마르타’에서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과 몇 분간의 짧은 면담을 가졌다. 면담은 밴스 부통령의 18~20일 사흘간의 로마 방문 일정 막판에 깜짝 성사된 일정으로 알려졌다. 교황청은 이날 만남에서 교황이 밴스 부통령과 “이민자, 난민, 수감자 등 어려운 인도적 상황에 대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밴스 부통령에게 다시 한번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 퇴원 뒤 한동안 다양한 활동 펼쳐교황은 올해 2월 14일 폐렴으로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38일간 입원했다. 큰 고비도 두 차례나 있었지만, 상태가 호전돼 지난달 23일 퇴원했다. 두 달간 요양이 필요하다는 의료진의 권유에도 신자들과 소통을 중시하며 평화 메시지를 내던 평소 활동을 재개했다. 거처에서 일부 업무도 처리하고 미사에도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교황은 이달 6일 퇴원 2주 만에 휠체어를 타고 코에 호흡용 튜브를 낀 모습으로 미사에 깜짝 등장하면서 활동 재개를 알렸다. 교황은 이날 “모두에게 좋은 일요일이 되길 바란다”라면서 메시지를 냈다. 부활절을 사흘 앞둔 ‘성 목요일(17일)’에는 이탈리아 로마의 한 교도소를 방문해 “여러분 곁에 있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상을 깨고 부활절 미사에도 참여해 마지막까지 소외계층에 대한 포용과 전쟁 반대를 호소하고 세상을 떠났다.임현석 기자 l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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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방, 가족 단톡방서도 후티 공습 기밀 유출…곧 사퇴할 듯”

    “헤그세스가 국방장관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 국방부의 ‘혼돈(chaos)’과 기능 장애가 대통령에게 방해가 되는 수준이다.”존 얼리엇 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20일 정치매체 폴리티코 기고문에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지도력을 강하게 비판하며 곧 사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해 11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부터 성비위, 인종차별, 음주 의혹 등에 직면했다. 지난달 15일 미국이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를 공습했을 때도 그가 공습 직전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있는 민간 메신저 ‘시그널’ 대화방에서 이를 공유한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가 터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이 와중에 그가 부인 제니퍼, 남동생 필립, 개인 변호사 팀 파를라토어 등 가족 및 지인과의 시그널 대화방에서도 이 공습 계획을 공유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0일 보도했다. 국방장관이 민감한 군사 정보를 사적 측근과 공유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 가족 단톡방서도 후티 공습 유출 의혹NYT 등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후티 공습 당일인 지난달 15일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제니퍼, 필립, 파를라토어 등 13명이 있는 대화방에서 FA-18 전투기의 출격 일정 등을 공유했다. 이 대화방은 헤그세스 장관이 올 1월 상원 인준 청문회를 준비하며 직접 만들었다.필립과 파틀라토어는 겉으로는 정부 직책이 있지만 여러 이해충돌 논란에 직면해 있다. 필립은 올 2월부터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선임보좌관으로 재직하며 국토안보부와 국방부와의 연락책 역할을 하고 있다. 파를라토어도 지난달 초 법무부의 군법무관단 소속 해군 중령으로 임관했다. NYT는 “두 사람이 후티 공습 정보를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고 질타했다. 아무런 직책이 없는 제니퍼 또한 올 2월과 지난달 최소 두 차례 이상 남편이 영국 등 동맹국과의 고위급 군사 회담을 가질 때 동석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헤그세스 장관은 이미 골드버그 편집장, J D 밴스 부통령,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핵심 인사가 포진한 또 다른 시그널 대화방에서도 후티 공습 계획을 공유해 비판받았다.이번처럼 가족과 지인이 있는 대화방에서 민감한 군사 정보를 공유한 건 더 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방부 참모 잇따른 이탈최근 국방부 간부들이 줄줄이 떠난 것 또한 헤그세스 장관의 각종 논란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엘리엇 전 대변인은 17일 사표를 낸 지 3일 만에 폴리티코에 전직 상관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게재했다. 조 캐스퍼 전 국방장관 비서실장도 18일 사임했다.이 외 댄 콜드웰 전 국방장관 수석고문, 다린 셀닉 전 국방장관 부비서실장 등은 15, 16일 헤그세스 장관으로부터 해고됐다.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의회 차원의 ‘시그널 게이트’ 조사가 이뤄지자 헤그세스 장관이 자신에게 순종적이지 않은 두 사람이 불리한 증언을 할까 우려해 해고했다는 추측이 제기된다.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장관 상원 인준, 지난달 24일 ‘시그널 게이트’가 처음 불거졌을 때 모두 헤그세스 장관을 두둔했다. 하지만 인준 당시 상원 100석 중 53석을 보유한 공화당에서도 반대표가 3표나 나와 상원의장을 겸하는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 간신히 인준이 통과됐다. 이 같은 부정적인 기류를 감안할 때 헤그세스 장관의 추가 비위가 드러나면 트럼프 대통령도 그를 감싸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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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국방, 아내·형 등 지인 단톡방에도 후티 공습계획 올렸다

    지난달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부인 제니퍼, 형 필, 개인 변호사 등 지인과 만든 민간 메신저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 예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공습에 앞서 구체적인 공습 계획을 사적인 대화방에도 유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헤그세스 거취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2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AP통신 등은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달 15일 예멘 공습 직전에 공습 작전 세부 정보를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해 부인과 형, 개인 변호사, 장관실 참모 등 총 13명이 포함된 사적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고 보도했다. 이 대화방을 통해 FA-18 전투기의 출격 일정 등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져 기밀 유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보도는 헤그세스 장관이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로 국방부 감사를 받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달 24일 월간지 ‘디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지난달 13일 알 수 없는 이유로 초대된 시그널 단체 대화방에서 부통령, 안보보좌관, 국방장관 등이 예멘 공습 작전을 의논했다고 공개했다.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 18명와 골드버그 편집장이 포함된 이 대화방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달 15일 폭격 2시간 전부터 공습 계획을 올렸다. NYT에 따르면 헤그세스 장관은 공습 직전에 행정부 최고위급 대화방과 사적 대화방을 오가며 동일한 공습 계획을 거의 동시에 올렸다. ‘국방, 팀 허들’이라는 이름의 이 사적 대화방은 헤그세스 장관이 올 1월 자신의 상원 인준청문회를 준비하며 직접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헤그세스 장관은 동맹국과의 고위급 군사 회담에 민간인인 부인 제니퍼를 최소 두 차례 동석시켰다는 의혹을 받는 등 소홀한 보안의식으로 계속해서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경질론도 거세지고 있다. 20일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헤그세스는 잘려야 한다”며 “헤그세스가 (부하 직원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다는 증거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사적 대화방 사건은 책임을 빠져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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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닝 아부’로 힘차게…트럼프의 아침방송 사랑[트럼피디아]〈20〉

    미국에선 한동안 관심에서 멀어졌던 아침 생방송 시사 토크쇼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백악관 참모들과 주요 부처 장관들은 연일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을 한 목소리로 옹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TV 시청 인구가 줄어든 시대에 이들이 굳이 아침 생방송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지 살펴봤다. ● 아침 시사프로 ‘본방사수’하는 트럼프트럼프 대통령은 아침마다 시사방송을 챙겨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루스소셜에 실시간 시청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 정치전문매체 액시오스는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의 3개월(2018년 11월~2019년 2월) 분량의 일간 일정을 입수해 “매일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를 ‘대통령의 시간’(Executive Time)이라고 명명하고 이 시간에 TV와 신문을 보고 참모들과 대화를 한다”고 보도했다. 늦잠을 자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업가 시절부터 수면 시간이 길지 않았고, 보통 6시 이전에 일어난다고 한다. 최근에도 이른 아침에 트루스소셜을 통해 중요한 공지를 발표하곤 했다. 일본 협상단과의 회담에 직접 참석하겠다는 발표도 오전 6시 18분에 했다. 아침 시사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TV 세대’ 정치인의 삶의 일부다. 1950년대 TV 보급과 맞물려 등장한 이래 주요한 메시지 확산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보다 뉴스 사이클의 속도가 느리던 과거에는 일요일 아침에만 시사방송을 했다. 이때 강조한 이슈가 다가오는 주의 헤드라인이 됐다. 일요 시사방송이 한 주의 이슈를 주도한 것이다. 1947년 NBC 방송이 ‘밋 더 프레스’를 시작하며 일요 시사방송 장르를 개척했고, 이어 1954년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이 출범했다. ABC 방송(1960년), CNN 방송(1993년), 폭스뉴스(1996년) 등도 뒤따랐다. 초창기에는 생방송과 녹화방송이 혼용되기도 했지만, 백악관 및 정부의 핵심 참모와 1:1 인터뷰, 전문가 패널 토론 같은 등의 포맷은 처음부터 쭉 이어져 왔다.그러나 2010년대 소셜미디어 등장으로 뉴스가 주말에도 쉼 없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일요 시사방송의 입지는 좁아졌다. 폴리티코는 2014년 기사에서 버락 오마바 행정부가 이를 역으로 이용해 “까다로운 질문에 즉석에서 답해야 하는 일요 시사방송 출연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아침 방송은 뉴스 사이클의 출발점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백악관에 입성하며 아침 시사방송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참모들을 TV에 대거 내보냈다. 그러나 지나친 아부 경쟁과 참모들의 발언과 백악관 공식 입장이 엇박자를 내는 일이 자주 발생하며 “전파 낭비”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2기 들어서는 ‘충성파’ 내각이 철저하게 사전 조율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등장 횟수도 크게 늘렸다. 평일이든 일요일이든 요일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고 있다. 방송 업계는 시청률 상승이라는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폭스뉴스는 올 1분기(1~3월) 시청률이 1996년 개국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침 시사방송은 백악관 미디어 전략의 핵심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참모가 아침 생방송에 출연해 한 발언이 그날의 뉴스가 되도록 공격적인 소셜미디어 여론전까지 펼치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위기 징조가 감지되면 더욱 자주 출연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적인 상호관세로 미 증시가 폭락하고, 전 세계가 불안에 떨던 이달 초에도 그랬다. 8일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CNBC),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폭스뉴스), 스티븐 미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블룸버그TV) 등 경제 참모들은 일제히 아침 시사방송에 출연해 “상호관세 일시 중단은 없지만, 무역 상대국들과 협상을 개시했다”고 일관된 메시지를 내놨다. 시장을 달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날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깜짝 발표했다.)17일 민주당의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이 직접 엘살바도르를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의 실수로 엘살바도르의 교도소로 추방된 합법 체류자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만나자 다음날 아침 방송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은 폭스뉴스에 출연했고, 백악관 ‘국경 차르’ 톰 호먼은 CNN에 이어 MSNBC까지 이날 아침에만 두 개의 방송에 나가 강경 이민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방송이 끝나면 2차전이 시작된다. 아침 방송에서 띄운 메시지를 그날의 뉴스로 확산시키는 작업이 곧바로 시작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백악관에서 운영하는 X 공식 부계정 ‘신속 대응 47’이다. 방송 직후 1~2분짜리 영상과 핵심 워딩이 여기에 올라온다. 백악관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를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내각을 꾸리며 후보들의 방송 출연 영상을 직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활용을 염두에 두고 언변을 중요하게 본 것으로 풀이된다. ● 위기 국면서 발견된 뜻밖의 순기능트럼프 대통령은 매일 아침마다 TV를 통해 얼굴을 보는 폭스뉴스 앵커들과 사적으로도 친한 사이다. 폭스뉴스의 간판 숀 해니티, 2013년 CNBC에서 폭스뉴스로 이직한 유명 경제 앵커 마리아 바티로모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9일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90일 유예 발표를 고심하던 와중에 바티로모의 방송을 본 것으로 알려지며 둘의 친분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바티로모는 평일 오전 6~9시 ‘모닝스 위드 마리아’를 진행한다. 9일 방송에는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출연해 “관세 정책으로 침체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했다. 바티로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날 발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제이미의 인터뷰를 봤다. 그가 요점을 잘 짚었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좌파 문화를 척결하겠다”라며 개혁을 예고한 수도 워싱턴의 문화·예술 공연장인 케네디센터의 이사로도 지명되는 등 대표적인 친트럼프 언론인으로 꼽힌다. 다만 다른 폭스뉴스 진행자들에 비해 관세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같은 날 다이먼 CEO에 앞서 가진 베선트 장관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에 대해 모두가 굉장히 들떠 있었다. 규제 완화, 에너지 자원 개발, 감세 정책까지. 그런데 이제, 갑자기 ‘쾅’. 관세 조치로 모든 게 바뀌었다.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다이먼 CEO의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강행에서 협상으로 선회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하는 앵커의 방송에서, 한때 직접 재무장관으로 영입하려 했던 월가 거물이 우려를 드러내자 이를 주의 깊게 들은 것으로 보인다. 의외의 효과지만 예스맨 참모만 기용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사방송이 얼마 남지 않은 직언의 통로가 되고 있다.20화 요약: TV 시대의 유물로 여겨지던 아침 시사방송이 다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하루 종일 뉴스 주도권을 쥐기 위한 메시지 창구로 이 방송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아침 직접 방송을 챙겨보는 만큼, 이 방송들은 아부로 가득한 그의 세계에서 뜻밖의 ‘직언 통로’로도 작동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미국 정치를 들여다보는 ‘트럼피디아’가 어느덧 20화를 맞았습니다. 어떤 분들이 읽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연재에 대한 의견이나 궁금한 점, 건의 사항을 asap@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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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관세 경고 파월 향해 “해임 더는 못 미뤄… 수개월간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해 “해임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17일(현지 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유력한 후임 의장 후보인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비롯한 참모들과 수개월간 논의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전했다.고율 관세 부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파월 의장을 조기에 교체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경기 침체가 심화될 경우를 대비해 파월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의 백악관 회담에서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그를 내쫓고 싶다면 아주 빠르게 그렇게 될 것이다. 나를 믿으라”고 답했다.WSJ에 따르면 파월 해임에 대해 워시 전 이사는 “파월이 간섭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파월 의장의 해임에 반대했다. 베선트 장관은 14일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보석상자”에 비유하며 “결코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 일부 참모들은 파월 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해임을 압박하고 나선 건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에 대한 파월의 전망이 달라진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현상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상호관세 부과 발표로 국채 투매 현상까지 벌어진 이후인 16일 시카고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선 “지금까지 발표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며 “관세가 올해 내내 우리를 물가와 실업률 안정에서 더 멀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고관세로 인해 물가와 실업률이 동시에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 인하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그는 17일 트루스소셜에 “파월은 지금이라도 유럽중앙은행(ECB)처럼 금리를 반드시 인하해야 한다”며 “유가는 하락했고 식료품 가격도 내려갔고 미국은 관세 덕분에 부자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전날 “연준은 그 어떤 정치적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에 선을 그었다.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8년 파월을 의장으로 임명했지만 두 사람은 긴장관계를 이어왔다. 당시에도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파월 의장을 해임하겠다고 압박했다. 2019년 8월엔 파월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비교하며 X에 “누가 더 큰 적(enemy)인가?”라고 썼다.미 현행법상 연준 의장은 4년 임기가 보장돼 있고, 대통령이 연준 의장을 해임한 전례도 없다. 올 2월 파월 의장은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면서 “이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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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비리그’ 출신 트럼프 美 명문대와 싸우는 이유[글로벌 포커스]

    《‘아이비리그’ 출신 트럼프 美 명문대와 싸우는 이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보조금을 무기 삼아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 등 미국 명문 대학들과 ‘문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일 때부터 대학들이 유대계 학생을 보호하고, 학생 선발 및 학교 운영 과정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트럼프 대통령은 왜 모교를 포함한 명문대들을 압박하는 것일까.》“미국 대학들은 마르크스주의 광신자들과 미치광이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가 한창이던 지난해 여름 “미국 대학을 뜯어고치겠다”며 주장한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취임 뒤 각종 정부 보조금을 무기로 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인 ‘아이비리그’(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대, 컬럼비아대, 브라운대, 코넬대, 다트머스대, 펜실베이니아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명문대들을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3년 10월 7일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 전쟁’을 계기로 대학 캠퍼스에서 자주 벌어진 ‘반(反)유대주의 시위’에 대한 대학 당국의 소극적인 대응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판했다. 또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각종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반대 목소리를 높이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등을 상대로 연방정부 보조금 줄이기를 앞세워 강도 높은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처음에는 대학들이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버드대 등이 ‘학문의 자유’를 내걸고 정부 조치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갈수록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대학과 트럼프 행정부 간의 충돌이 역시 진보 성향이 강한 언론계, 문화계, 시민단체 등과 트럼프 행정부 간 갈등을 키우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진보 문화 메카’ 명문대 공격해 보수층 규합 트럼프 대통령이 대학들과 전례 없는 ‘문화 전쟁’을 시작하게 된 불씨는 지난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진 반이스라엘 시위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아이비리그를 중심으로 수십 개 대학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비난하는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너무 컸고, 이스라엘이 민간인 공격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학생들은 캠퍼스 내 텐트를 치고 농성에 나섰고, 대학 당국에 이스라엘이나 유대계와 관련된 기업의 주식을 매각하거나 기부금을 거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학 측이 난색을 표하자 학생들은 건물을 점거하고, 강의실을 파손했다. 시위가 가장 격렬했던 컬럼비아대에선 경찰이 학내에 진입해 학생 300명 이상을 체포했다. 당시 대선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트럼프 캠프는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좌파에게 지배당하는 대학의 정상화’를 내걸었다. 캠페인 영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학들이 열심히 일하는 납세자들로부터 보조금 수천억 달러를 받아 왔다”며 “이제 우리는 이 반미적 광기를 단번에 제거하고, 한때 위대했던 우리의 교육기관들을 급진 좌파로부터 되찾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의 상위권 대학들이 좌경화돼 있다는 보수층의 문제의식과 반엘리트 정서를 자극하는 ‘대학 때리기’ 전략이 득표에 도움이 될 거란 계산이 깔렸다.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단 점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또 장녀 이방카의 남편으로 트럼프 집권 1기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활동했던 재러드 쿠슈너 등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 유대계가 많은 것도 이유로 꼽힌다. 로널드 대니얼스 존스홉킨스대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고등교육에 대해 비판적 정서를 지닌 유권자들의 분노, 불안, 취약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천재성을 갖고 있다”고 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미국 대학들이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2012년 26%에서 지난해 45%로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정서에 기대 취임 직후 유대인 학생 보호 등을 명분으로 대학들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젠더 대학 선수들의 경기 참여를 금지하는 등 트럼프 진영의 핵심 의제인 DEI 폐기도 한몫했다. 앞서 2022년 펜실베이니아대 재학생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뒤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주최 수영대회에서 우승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일부 명문대는 정부 보조금 의존도 절반 육박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보조금을 앞세우는 건 대학들이 오래전부터 연방정부 보조금에 크게 의존해 왔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보조금을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 연방정부가 대학들에 대규모 보조금을 본격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한 건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기 개발 등 대학들과의 연구 협력 필요성이 커지자 미 행정부는 대학들에 대한 지원 규모를 크게 늘렸다. 미 교육부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당시 돈으로 3억 달러가 대학 보조금으로 투입됐다. 대부분 전쟁 수행을 위한 연구 지원 자금으로 사용됐다. 또 보조금을 받은 대학들은 군에 각종 기술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했다. 종전 후 정부 보조금 지급이 줄었으나 냉전이 격화되면서 규모가 다시 커졌다. 특히 냉전이 한창이던 1965년 고등교육법(Higher Education Act of 1965)이 통과되면서 지급 절차가 체계화됐다. 정부가 특정한 교육 및 연구 프로그램을 지정해 연간 보조금을 지급하고, 보조금 투입 전 프로그램을 검토하며 지출 감사권을 갖게 된 것. 이와 관련해 대학들의 보조금 의존이 과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NPR뉴스는 “대학들이 정부 보조금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의견이 분명히 있다”며 “일각에서는 2차대전 뒤 정부가 대학들에 보조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부풀려졌고, 지나치게 낭비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대학별로 차이가 있지만 연간 운영수익에서 정부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개 15%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대학은 이 비율이 절반에 육박하기도 한다. 대학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삭감에 민감한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을 삭감했거나 관련 계획을 갖고 있는 미국 주요 8개 대학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존스홉킨스대의 경우 연간 운영수익(88억7000만 달러)에서 정부 보조금(42억3000만 달러)이 47.6%를 차지한다. 미국 최고의 의학연구센터를 두고 있어 미 보건부 산하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거액의 지원을 받고 있는 데 따른 것. 뉴욕타임스(NYT)는 존스홉킨스대가 “연방 지원금 삭감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기관”이라고 전했다. 반이스라엘 시위에 앞장선 컬럼비아대와 노스웨스턴대 역시 연간 운영수익의 5분의 1 이상이 정부 보조금에서 나온다. 하버드대(10.6%), 코넬대(14.3%), 프린스턴대(17.5%), 브라운대(13.6%)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도 재정의 상당 부분을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한 펜실베이니아대가 6.3%로 의존도가 낮은 편이다.● 기부금 많아도 보조금 삭감 시엔 어려움 많아일각에선 대학들이 적립해 놓은 기부금으로 정부 보조금 삭감에 대응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하버드대의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세계 주요 대학들 중 최고 수준인 약 532억3500만 달러(약 77조 원)의 기부금을 적립해 놓았다. 프린스턴대는 334억200만 달러, 존스홉킨스대는 130억6300만 달러의 기부금을 각각 적립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기부금의 경우 대학들이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규모에 한계가 있다. 미국 대학에서는 기부자들이 사용처에 제한을 둘 수 있어서다. 예컨대 장학금 등의 특정 용도나 특정 시기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특히 기부금 원금은 건드릴 수 없고, 이를 활용한 투자 수익만 특정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하버드대는 기부금의 약 82%(435억9800만 달러)가 용도가 제한돼 있다. 브라운대(86%), 코넬대(83%) 역시 용도가 제한된 기부금 비율이 전체의 80%를 넘는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용도 제한 기부금 비율은 평균 약 69%다. 물론 대학들이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기부금으로 정부 보조금 삭감에 대응할 순 있다. 하지만 대학들이 이를 재정적으로 어려운 재학생들을 돕는 데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미대학경영협회(NACUBO) 설문조사 결과 대학 기부금 지출의 48%가 학생 재정 지원에 사용됐다. 대학들은 정부 보조금을 대부분 학술 투자에 사용해 왔다. 단기적 성과가 없더라도 교수, 학생들이 장기간 연구에 매달릴 수 있도록 지원한 것. 이에 따라 정부 보조금 삭감이 학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시사매체 디애틀랜틱은 “상아탑이 침범당했다(breached)”고 평했다. 최근 정부 보조금 지급이 일부 끊긴 프린스턴대의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NYT에 “이 자금은 지난 70년간 미국의 모든 주요 대학에서 연구를 위해 사용돼 왔다”며 “미국이 다른 곳보다 노벨상을 더 많이 수상하고, 새로운 암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건 이 덕분”이라고 했다. 2002∼2023년 컬럼비아대를 이끈 리 볼린저 전 총장은 CNN방송에서 “정부의 대학 보조금 삭감은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가장 심각한 침해”라며 “이는 신흥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버드대, ‘저항’에 앞장서 트럼프 행정부가 타깃으로 삼은 주요 대학들을 상대로 동결했거나 취소한 보조금만 최소 127억 달러(약 18조4150억 원)에 달한다. 지난달 7일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 전쟁 반전 시위에 앞장선 컬럼비아대에 대해 4억 달러(약 5800억 원) 상당의 보조금 및 정부 계약을 철회했다. 지원 축소 이유로는 “컬럼비아대가 유대계 학생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응하지 않았다”며 반유대주의 방조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추가 삭감에 나설 수 있다고 압박했다. 컬럼비아대에 지급할 예정인 총 50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조금을 볼모로 삼은 것. 컬럼비아대는 아이비리그에서도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대학으로 통한다. 결국 컬럼비아대는 전방위 압박에 2주 만에 백기를 들었다. 지난달 21일 정부 요구에 따라 학내 집회를 제한하고 중동학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것. 당시 로이터통신은 “대학본부가 교수진의 통제권을 빼앗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놀라운 항복”이라며 “수십 개 대학이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직면한 가운데 컬럼비아대가 위험한 선례를 만들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컬럼비아대는 15일 뒤늦게 트럼프 행정부에 ‘저항’하기로 다시 방침을 정했다. 클레어 시프먼 컬럼비아대 총장 권한대행은 이날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우리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컬럼비아대가 늦게나마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을 거부하기로 한 건 미국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의 결정이 큰 영향을 끼쳤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14일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과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연방정부가 하버드대를 통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지적 탐구를 할지 지시해선 안 된다”며 “하버드대를 비롯한 어떤 사립대도 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린다 맥마흔 미 교육장관은 “반유대주의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하버드대의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며 하버드대에 대해 90억 달러의 보조금과 정부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백악관은 하버드대가 저항 의지를 밝히자 보조금 22억9000만 달러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고, 공공기관으로서 인정받아 온 면세 지위도 박탈하려 하고 있다. 또 외국인 유학생 유치 프로그램에 대한 인증을 취소하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가 계속해서 정치적이고 이념적이며 테러리스트에서 영감을 받거나 이들이 지지하는 ‘병적인 행동’을 조장한다면 면세 지위를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서 과세해야 할 것”이라고 썼다. 이런 가운데 14일 가버 총장의 글이 공개된 후 24시간 동안 114만 달러(약 16억 원) 이상의 기부금이 쏟아져 들어왔다고 하버드대 학생신문 하버드크림슨이 17일 전했다.● 대학들 집단 소송 나서… 지속가능성은 불투명 주요 대학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도 시작됐다. 코넬대, 브라운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 등 9개 대학은 미 에너지부가 중단한 4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재개를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홉킨스대와 시카고대, 조지워싱턴대, 코넬대, MIT,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13개 대학도 NIH의 연구 자금 삭감 시도를 중단해 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9일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 이는 미국 대학에 대한 위협”이라며 정부의 불법적 요구에 소송을 제기해 학문의 자유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그가 의장을 맡은 미국대학교협회(AAU) 이사회도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연구와 무관한 이유로 연구 자금을 철회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생산적이다. 캠퍼스 내 차별 행위는 교육부와 법무부 조사 절차를 통해 시정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규탄했다. 다만, 대학들의 반발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NPR뉴스는 “대학들이 딜레마에 놓여 있다. 법적 싸움을 하면 소송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지금 당장 재정적 타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소송을 진행해 이번 보조금은 지켜낸다고 해도 향후 정부 보조금을 지속적으로 받아낼 수 있을지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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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또 ‘파월 해임’ 대놓고 요구…“금리 내렸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하는 방안을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 시간) 전했다. 자신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도 파월 의장이 연준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금리 동결을 고수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사저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워시 전 이사와 함께 파월 의장을 임기 종료 전에 퇴출시키고 그를 후임으로 임명하는 가능성에 대해 여러 차례 논의했다. 2018년부터 연준 의장을 맡았고 2022년 연임한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워시 전 이사는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말 것을 주장하면서 파월이 간섭 없이 임기를 마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또한 해임에 반대하고 있으나, 일부 참모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을 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해임을 공개 요구했다.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한 경제 혼란 가운데 파월 의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시도로 풀이된다.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루스소셜에 “너무 늦은 파월은 ECB처럼 진작 금리를 인하해야 했고, 지금이라도 반드시 인하해야 한다”며 “파월의 해임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적었다. 같은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 자리에서도 파월 의장 관련 기자단 질문에 “내가 그를 내쫓고 싶다면, 아주 빠르게 그렇게 될 것”이라며 “나를 믿어라”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앞서 2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하려는 시도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고 말하면서 “이는 법적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직접 임명한 인사이나 악연이 깊다. 당시에도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파월 의장을 공격했다. 2019년 8월에는 “파월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에 누가 더 큰 적(enemy)인가?”라고 X에 적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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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는 실패작” 모교 때리는 스터파닉의 ‘야망’[지금, 이 사람]

    “하버드는 실패작이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폐기 등을 놓고 정면 충돌한 가운데 하버드대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 16일 미 CNBC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엔 “유대인 학생들의 시민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납세자의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앞서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 발발 직후인 2023년 12월 의회 청문회에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학내 반(反)유대주의 움직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몰아붙이며 총장 낙마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 최고 명문대이자, 자신의 모교인 하버드대를 저격한 주인공은 트럼프의 측근으로 꼽히는 공화당 하원의원 엘리스 스터파닉(41·사진)이다. 이날 스터파닉이 출연한 방송이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훌륭하다(GREAT!!!)”라는 평을 남겼다. 이어 “(하버드에) 급진 좌파 새대가리들(birdbrains)이 강의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더 이상 연방 자금 지원을 받아선 안 된다”고 썼다. 14일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약 3조3000억 원)의 국가 보조금 지급 중단을 결정하자, 다음 날 스터파닉은 X에 “나머지 보조금까지 전액 삭감하자”고 주장했다. 체코계와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반유대주의 투쟁’의 선봉에 선 이유로는 정치적 야망이 꼽힌다. 스터파닉 의원은 2006년 하버드대 졸업 후 공직에 입문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백악관, 2012년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캠프 등에서 활동했다. 이후 고향인 뉴욕주 올버니로 돌아가 2014년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6선 고지에 올랐다. 스터파닉 의원은 명문대 총장들이 대거 참석한 미 의회 청문회에서 대학가의 진보 정책 등을 비판하며 총장들을 몰아붙여 주목받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상대 진영에 대한 “킬러(killer)”라고 칭찬했다. 또 지난해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도 검토했고, 2기 행정부 ‘1호 인사’로 주유엔 대사에 지명했다. 이후 하원에서 공화당의 과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스터파닉 의원의 주유엔 대사 지명을 철회했고 “의회에 남아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스터파닉 의원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뉴욕주지사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6일 미 국세청은 하버드대의 면세 지위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은 “하버드대가 30일까지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 폭력 활동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SEVP 인증이 박탈되면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I-20’ 비자 발급이 중단된다. 또 CNN은 16일 기준 미 전역 130개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 840명 이상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뒤 텍사스주 휴스턴대 수학과에 임용된 한국인 전모 교수가 13일 비자 취소로 인해 한국에 급히 귀국했다고 휴스턴크로니클이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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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는 실패작”…모교 때리는 야심가 스터파닉 ‘눈총’

    “하버드는 실패작이다.”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대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폐기 등을 놓고 정면 충돌한 가운데 하버드대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 16일 미 CNBC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엔 “유대인 학생들의 시민권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납세자의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앞서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 발발 직후인 2023년 12월 의회 청문회에서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학내 반(反)유대주의 움직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몰아붙이며 총장 낙마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 최고 명문대이자, 자신의 모교인 하버드대를 저격한 주인공은 트럼프의 측근으로 꼽히는 공화당 하원의원 엘리스 스터파닉(41)이다.이날 스터파닉이 출연한 방송이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훌륭하다(GREAT!!!)”라는 평을 남겼다. 이어 “(하버드에) 급진 좌파 새대가리들(birdbrains)이 강의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더 이상 연방 자금 지원을 받아선 안 된다”고 썼다. 14일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약 3조3000억 원)의 국가 보조금 지급 중단을 결정하자, 다음 날 스터파닉은 X에 “나머지 보조금까지 전액 삭감하자”고 주장했다.체코계와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반유대주의 투쟁’의 선봉에 선 이유로는 정치적 야망이 꼽힌다. 스터파닉 의원은 2006년 하버드대 졸업 후 공직에 입문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백악관, 2012년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 캠프 등에서 활동했다. 이후 고향인 뉴욕주 올버니로 돌아가 2014년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내리 6선 고지에 올랐다.스터파닉 의원은 명문대 총장들이 대거 참석한 미 의회 청문회에서 대학가의 진보 정책 등을 비판하며 총장들을 몰아붙여 주목을 받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상대 진영에 대한 “킬러(killer)”라고 칭찬했다. 또 지난해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도 검토했고, 2기 행정부 ‘1호 인사’로 주유엔 대사에 지명했다. 이후 하원에서 공화당의 과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스터파닉 의원의 주유엔 대사 지명을 철회했고 “의회에 남아 싸워 달라”고 당부했다. 스터파닉 의원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뉴욕 주지사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한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6일 미 국세청은 하버드대의 면세 지위 취소를 검토 중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받지 못하게 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은 “하버드대가 30일까지 외국인 유학생의 불법 폭력 활동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증’을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SEVP 인증이 박탈되면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 ‘I-20’ 비자 발급이 중단된다.또 CNN은 16일 기준 미 전역 130개 학교에서 외국인 학생 840명 이상의 비자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뒤 텍사스주 휴스턴대 수학과에 임용된 한국인 전모 교수가 13일 비자 취소로 인해 한국에 급거 귀국했다고 휴스턴크로니클이 전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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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 반기 하버드 지지”… 오바마-명문대 총장들 가세

    “하버드대는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불법적 시도를 거부하는 모범을 보였다. 다른 대학들도 따르길 바란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세금 제도를 이용해 (대학을) 협박하는 행위는 푸틴식 독재 정권이나 할 짓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겸 전 하버드대 총장) 하버드대가 미국 명문대 중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정책’ 수용을 거부한 가운데 15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1991년 하버드대 로스쿨 졸업),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1982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등 유명 동문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며 대학 측을 지지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던 컬럼비아대 또한 같은 날 “정부의 강압적 요구를 거부하겠다”며 동참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하버드대의 면세 자격을 박탈하겠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14일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약 3조3000억 원)의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도 결정했다.● 오바마―서머스 한목소리 비판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트루스소셜에 “하버드대가 계속 정치, 이념, 테러리즘적 ‘병’을 조장한다면 면세 자격을 박탈하고, 정치 단체로 규정해 과세할지 모른다”며 “면세 자격은 전적으로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데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썼다.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에 세금 징수까지 더해 대학 재정을 옥죄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미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은행에 예치해 둔 대학에 왜 납세자들이 보조금을 줘야 하냐”라며 “심각한 반유대주의가 만연한 곳에 자금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간 하버드대는 부호들의 기부금을 통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해 왔다. 면세 적용이 철회되면 이 같은 기부금 모금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1∼2006년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서머스 전 장관은 “면세 지위가 박탈되면 의학 및 과학 연구의 발전, 미국과 서구 사회의 가치 유지 등이 모두 파괴될 것”이라며 ‘독재’에 가까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행태가 더 많은 단결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학으로 확산 여부 주목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때 협상을 모색하던 하버드대가 ‘저항’ 모드로 바뀐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로부터 11일 받은 5쪽짜리 문건이 발단이다. 이 문건에는 학내 반유대주의 시위 단속, 입학과 교수진 채용 등 학제 운영에 대한 상세한 요구 사항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측은 이 요구가 1636년 개교 후 389년에 이른 하버드대의 역사와 전통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슷한 요구를 따르겠다고 밝힌 컬럼비아대가 아직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에 더 강경하게 맞서지 않았다는 학내 비판을 받아 온 컬럼비아대도 이날 하버드대의 ‘저항 선언’ 뒤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클레어 시프먼 컬럼비아대 총장 권한대행은 15일 성명에서 “연방정부가 우리에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가 무엇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누구를 고용할지를 정부가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 같은 날 크리스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도 “프린스턴은 하버드를 지지한다”며 동참했다. 두 대학의 저항이 미국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될지도 관심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프린스턴, 브라운, 코넬, 노스웨스턴대 등에도 지침에 따르지 않으면 연방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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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정부, 부산 영사관 폐쇄 검토… 해외 공관 27곳 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산 영사관 등 해외 공관 27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영사관은 한국 국민 대상 비자 발급 업무는 하지 않고, 부산·경북·경남·대구·울산·제주 지역의 미국 국민 관련 영사 업무를 담당해 왔다. 폐쇄 시 해당 업무는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으로 이관될 전망이다. 15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외교 공관 27곳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중 영사관은 부산을 비롯해 프랑스 5곳, 독일 2곳, 영국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각 1곳 등 총 17곳이다. 대사관은 룩셈부르크, 에리트레아, 몰타, 콩고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등 10곳이다. 국무부는 각 공관의 업무량, 인건비, 보안 등급 등을 바탕으로 폐쇄 대상 목록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 공관 폐쇄 방안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무부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을 절반 수준으로 삭감하는 과정에서 마련됐다. WP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은 국무부와 USAID의 내년 예산을 올해의 48% 수준에 불과한 284억 달러(약 40조5000억 원)로 책정했다. 예산 감축안에 따라 국무부 직원 8만 명 중 수만 명을 줄이고, 해외 공관을 폐쇄하기로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부산 영사관은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양국의 경제 교류와 우호 관계를 증진하는 차원에서 개설이 결정됐다. 이듬해 문을 열었지만 1998년 미 정부의 예산 절감 방침에 따라 폐쇄됐다가, 2007년 재개관했다. 부산 영사관은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과 관련된 영사 업무를 주로 담당해 왔다.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비자 발급은 서울에 있는 미국대사관이 전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 영사관이 폐쇄돼도 한국 국민들이 체감할 정도의 행정적 불편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산 영사관이 맡아 온 인근 지역 내 미국 기업 지원과 양국 국민 간 우호 증진 같은 외교 활동은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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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희토류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조사하라”…품목별 관세 매길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엔비디아 H20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15일(현지 시간) 미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를 포함해 가공 처리된 핵심 광물과 파생 제품 수입으로 인한 국가 안보 영향을 조사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13일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가자 이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 상무부가 가공된 핵심 광물과 희토류, 파생 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90일 이내 중간 보고서, 180일 이내 최종 보고서 및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향후 희토류에 대한 품목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엔비디아는 앞서 9일 미 정부로부터 H20의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미 정부는 14일 추가로 공지를 보내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엔비디아는 H20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 정부가 새 규제의 근거로 들었다고 밝혔다. H20은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할 수 있는 최고급 사양의 AI 반도체다. 미국이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을 제한하자 지난해 2월 출시된 제품이다. 저사양 반도체로 평가되나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는데 널리 사용된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H20을 사용해 개발한 AI 모델을 선보이자, 중국 내 H20 수요가 급증해 품절 사태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 달러(약 7조856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 증시 정규장에서 1.3% 상승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6.3% 하락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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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버드 “장악당하지 않겠다” 돈으로 쥐고 흔드는 트럼프에 반기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反)이스라엘주의 대응과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하버드대에 대한 보조금 등 22억9000만 달러(약 3조2747억 원)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와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미국 명문대들의 이념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거액의 정부 보조금 등 재정 지원을 무기로 컬럼비아대의 수용을 관철하는 등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버드대, 독립성 포기 않겠다” 이날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글에서 “우리 대학은 독립성을 포기하거나(surrender)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방정부가 하버드를 통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어떤 정부도 사립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하고, 어떤 지적 탐구를 할지 지시해선 안 된다”며 “하버드를 비롯한 어떤 사립대도 정부의 지배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은 트럼프 행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하버드뿐 아니라 어떤 사립대학도 연방 정부에 장악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1일 하버드대에 대한 87억 달러(약 12조4410억 원)의 보조금 지급과 2억5560만 달러(약 365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대학 당국에 통보했다.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반유대주의 차별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지 못해 하버드대의 평판이 심각한 위협에 처했다”며 이 같은 조치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유대인 혐오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신학·교육·보건대학원 및 의과대학에 대한 외부감사와 DEI 프로그램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입학과 채용 전반에 대한 데이터를 연방정부에 넘기라고도 했다. 유대계인 가버 총장은 “정부의 요구사항 중 일부는 반이스라엘주의에 대한 대응이나, 대부분은 하버드의 ‘지적 환경’을 직접 규제하겠다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방정부는 학생과 교직원을 감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 1조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버 총장의 글이 공개되고 몇 시간 뒤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대에 대한 22억9000만 달러 규모의 보조금 지급 및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슨 필즈 백악관 대변인은 “고등교육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제어되지 않는 반유대주의를 종식하고 납세자의 돈으로 인종차별을 지지하는 하버드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파 유대계 총장의 반격 하버드대가 트럼프 행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나머지 대학들의 반격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국 주요 대학 60여 곳을 상대로 보조금 지급 중단 등을 앞세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타깃으로 삼은 8개 상위권 대학을 상대로 동결했거나 취소한 연구 자금만 최소 127억 달러(약 18조1610억 원)에 달한다. 4억 달러(약 5720억 원) 상당의 보조금이 삭감된 컬럼비아대의 경우 지난달 21일 정부 요구를 수용했다. 앞서 하버드대는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유대계 헤지펀드 큰손으로 하버드대 동문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앞장선 사퇴 운동의 여파로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이 올 초 물러났다. 이후 유대계 경제학자 겸 보건학자인 가버 총장이 취임 직후 강경한 반유대주의 대응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보조금 등을 지렛대로 과도한 요구를 해오자, 최고 명문대로서 자존심과 철학을 지키기 위해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주요 대학들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날 코넬대, 브라운대, 프린스턴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캘리포니아공대 등 9개 대학이 미 에너지부가 중단한 4억 달러(약 5720억 원) 보조금의 지급 재개를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존스홉킨스대와 시카고대, 조지워싱턴대, 코넬대, MIT, 캘리포니아대, 펜실베이니아대 등 13개 대학도 보건부 산하 국립보건원(NIH)의 연구 자금 삭감 시도를 중단해 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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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희토류 통제 등 ‘비관세 급소’ 공략… 美국채 매각할수도

    中 희토류 수출중단, 美와 ‘하이브리드 통상전쟁’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에 들어갔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양국은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관세에 초점을 맞춰 통상전쟁을 벌였지만, 트럼프 2기에는 희토류, 영화, 채권, 유학생 제재 등으로 전장을 넓히고 있다. 관세와 비관세 요소가 합쳐진 ‘하이브리드(Hybrid) 통상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NYT에 따르면 중국은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디스프로슘, 이트륨 등 7종의 희토류를 당국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는 통제 목록에 올렸다. 앞서 올 2월에도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5개 희토류의 수출 통제를 실시했고, 이달 초 예고했던 것처럼 수출 통제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통제 목록에 오른 광물들은 무인기(드론), 로봇, 배터리 등에 널리 쓰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에도 사용된다. 그간 중국이 이 광물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와 미국 산업계가 무방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NYT는 진단했다.이 외에도 중국은 10일 자국 내 상영 미국 영화 수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빅테크 기업인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도 개시했다.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며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올 1월 기준 7610억 달러(약 1103조3450억 원)를 보유한 미 국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원 통제, 기업 제재, 채권 매각, 환율 조작 등 통상전쟁에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은 셈이다.미국도 중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고성능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제재 강화 등으로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일주일 안에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하겠다. 누구도 (관세) 면죄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스마트폰 등 일부 제품에는 “일정 부분 유연성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중국 생산 비중이 87%에 이르는 애플 아이폰 등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감안해 일부 제품에는 관세를 면제하거나 관세율을 낮출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中, 희토류-국채 ‘비관세 급소’ 공략… 美, 中유학생 비자취소 압박[하이브리드 통상전쟁]美국채 하락에 상호관세 유예하자NYT “中, 트럼프 아킬레스건 확인”… “美, 경제 베트남戰 수렁에” 지적도美, 과학 전공 中유학생 실태 파악… 트럼프 1기땐 1000여명 비자 취소“중국이 미국에 해를 끼칠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145%에 달하는 미국의 ‘관세 폭탄’에 연이은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서는 중국을 두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린 평가다. 중국은 올 2월과 이달 총 12종의 희토류를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수출할 수 있는 통제 목록에 올렸다. 특히 13일 수출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사마륨, 가돌리늄,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작에 많이 쓰인다. 미국과 통상전쟁 중인 중국이 미국에 필요한 광물 위주로 ‘맞춤형 제재’를 가했단 분석이 나온다. 반면 다른 나라와의 협력은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14∼18일 동남아시아 주요 교역국인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순방에 나섰다. 그는 베트남 매체 기고에서 “관세전쟁에는 승자가 없고 보호주의에는 출구가 없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도 중국인 유학생 단속 같은 압박카드의 활용을 저울질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의회는 최근 주요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 중인 중국인 유학생 실태 파악에 들어갔다. 규제를 위한 사전 조사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또 이달 들어 12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이 교통법규 위반 등 사소한 일로 학생 비자를 취소당했다. 양국의 통상전쟁이 관세와 비관세 요소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 영화 수입 규제로도 반격 나선 中 중국은 최근 다양한 비관세 조치로 반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올 2월 4일 대중국 수입품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같은 날 미국의 대표 빅테크 기업 구글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개시하며 받아쳤다. 이달 10일에는 미국 영화의 수입을 줄이겠다고 밝혔다.미국 국채 매각도 사용 가능한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일 상호관세 부과 후 각국 투자자들이 보유했던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서 국채 가격이 하락하자(국채 수익률 상승) 같은 달 9일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일본에 이은 세계 2위 미 국채 보유국인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이 국채 투매임을 확인했다고 진단했다.중국의 최근 행보를 두고 트럼프 집권 1기 때인 2018년 1차 양국 통상전쟁을 교훈 삼아 미국을 압박할 다양한 카드를 오랜 기간 준비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대미 수출 비중을 2018년 19.2%에서 지난해 14.7%로 낮췄다. 그 대신 희토류처럼 확실한 우위가 있는 반격 카드를 마련했다. 1차 통상전쟁 때처럼 수출 경쟁력을 위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출 가능성도 있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포린어페어스(FA) 기고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경제적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 美, 中 유학생 카드 만지작미국은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규제에 나서는 것도 검토 중이다. WSJ에 따르면 최근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런대 등은 미 의회로터부터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STEM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의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청을 받았다. 핵심 과학기술 분야를 전공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규제 대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일부 과학기술 전공 중국인 유학생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2020년에는 1000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 비자가 취소됐다. 현재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은 약 28만 명으로 전체 유학생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반도체 분야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준비 중인 미국이 대중국 첨단 기술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동맹국들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중국에 대한 제재 동참 여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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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 폭등” 아이폰 민심 반발에… 트럼프 관세 또 주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 노트북, 메모리칩, 반도체 장비 등 20개 품목을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11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국이 중국에 총 14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뒤 중국 생산 비중이 87%에 이르는 애플 아이폰 등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소비 심리 또한 냉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관세 폭격’ 뒤 미 전역에선 ‘아이폰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대표 테크기업으로 시가총액 1위인 애플 주가도 급락했다. 결국 ‘아이폰 민심’에 부담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후퇴’ 처방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면제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라며 “약 한두 달 안에 발표될 반도체 품목 관세에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도 포함될 것”이라며 ‘상호관세’와 ‘특정 제품 및 산업의 부문별 관세’는 별개 사안이라는 뜻을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조만간 의약품 관세 또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11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은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통해 스마트폰, 노트북,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컴퓨터 프로세서, 평면 디스플레이, 반도체 장비 등을 상호관세 면제 대상으로 공지했다. 면제 품목에는 중국산 제품도 포함되며 미국 동부 시간 5일 0시 이후 이미 관세가 적용됐던 제품도 소급 적용을 받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상호관세 조치에 대해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아이폰 등의 가격 급등을 우려한 미국 소비자에게 희소식”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통상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백악관 측은 반도체 등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며 “반도체 등의 품목별 관세는 따로 부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0% 관세로도 美가계 年672만원 타격… 인플레에 관세 오락가락[美, 스마트폰-PC 관세 혼선]中생산 비중 높은 애플, 관세 피해 커… “아이폰값 오를라” 사재기까지 등장러트닉 “ 반도체-의약품에 품목 관세, 상호관세와 달리 협상 불가” 강조GM, 캐나다 車생산 중단 500명 해고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11일(현지 시간) 스마트폰, 노트북 등 20개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면제하자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 조치가 사실상 미국 대표 테크기업 애플을 위한 ‘맞춤형 면제’라고 분석했다. 미국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미국 내 스마트폰 시장의 65%를 점유하고 있다. 또 아이폰(87%), 아이패드(80%), 맥북(60%) 등 주요 제품을 대부분 중국에서 대량 생산한다. 중국에 총 14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결정이 시행되면 애플 제품 가격이 치솟아 판매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최근 미 소비자들이 “아이폰 값이 오르기 전 미리 사두자”며 ‘사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3일 ABC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면제가 “영구적이지 않다”며 한두 달 내에 반도체, 스마트폰, 의약품 등에 품목별 관세를 별도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이들 제품의 품목별 관세는 상호 관세와 달리 협상이 불가하다고 했다. 또 어떤 형태로든 관세 부과 조치를 이어갈 것임을 밝힌 것이라, 관세를 둘러싼 세계 경제의 혼란과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관세 부과로 인한 미국 내 물가 상승 우려와 소비자 부담 또한 커지는 추세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 보편 관세 추가 부과로도 미 수입품 물가가 2.9% 오르고, 가계가 연평균 4700달러(약 672만 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같은 날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4.0%에 달할 것”이라며 연준 목표치 2.0%보다 훨씬 높다고 우려했다. ● ‘상호관세 제외’는 애플 위한 ‘맞춤형 면제’ 중국 생산 비중이 높은 애플은 대(對)중국 상호관세에 따른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시넷 등에 따르면 현재 1199달러(약 171만 원)인 아이폰16 프로맥스 가격은 관세가 125%만 올라도 2698달러(약 386만 원)로 뛴다. 999달러(약 143만 원)인 맥북 에어 13인치의 가격 또한 2248달러(약 321만 원)로 오른다. FT는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생산 비중을 줄이고 인도로 생산기지를 다각화하려 노력했지만 여전히 아이폰 공급망의 80%가 중국에 있다”며 애플이 이번 면제를 환영할 것으로 전했다. 일각에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1기 때부터 가까웠다는 것도 이번 조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이번 면제를 ‘대기업용’이라며 애플, 델, HP, 엔비디아 등이 수혜를 봤다고 진단한 이유다. 면제 절차가 매우 불투명하고 자의적이어서 대통령과 접촉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기업만 고율 관세의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미국 노동자를 위한 관세를 외치는 트럼프 측 주장과 달리 권력자와 대기업만 혜택을 본다는 취지다. 쿡 CEO는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통령과 독대했다. 올 1월 20일 취임식에는 개인 자격으로 100만 달러(약 14억3000만 원)를 기부했다. ● 소비·물가·국채 투매 우려 지속 또 트럼프 행정부의 스마트폰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락가락 관세 정책으로 인한 월가와 실물 경제시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우선 미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가 냉각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11일 미시간대가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보다 6.2포인트 떨어진 50.8을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6월(50.0)을 제외하면 지수 집계가 시작된 1970년대 이후 최저치다. 미래 경기에 대한 기대지수도 47.2로 198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1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은 6.7%로 1981년 이후 44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미 국채에 대한 투매 현상이 심화하자 9일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상호관세의 ‘90일 유예’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11일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매도세가 이어졌다. 이날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 대비 0.19%포인트 상승(국채 가격 하락)한 4.58%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의 전기상용차 생산을 일시 중단하고, 직원 5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3일부터 모든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해외 생산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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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 대응은 팀쿡처럼”…트럼프 향한 ‘인맥 로비’의 기술

    “관세에 관해서는 팀 쿡이 되어라.”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대상으로 상호관세 면제를 ‘깜짝 발표’하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 시간) 이 같은 제목의 사설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1기 때부터 사적인 관계를 다져온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발표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WSJ은 “정치가 시장의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는 ‘관세 경제’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인맥 로비전’에서 뒤처지는 기업이 고율 관세의 피해를 뒤집어쓸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이날 WSJ은 스마트폰과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 관세 면제를 ‘대기업 면제’로 규정했다. 애플, 델, HP, 엔비디아, TSMC 등을 이번 발표의 최대 승자로 꼽았다. 그러면서 “면제 절차가 매우 불투명하고 자의적”이라며 “정치적 영향력이 부족한 업종과 로비스트를 고용할 여력이 없는 소규모 제조업체에게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과 애플을 든든한 우군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쿡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그와 독대했다. 1월 20일 취임식에도 개인 자격으로 100만 달러(약 14억 원)를 기부했다. 백악관 복귀 후에도 즉각 찾아갔다. 2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쿡이 백악관 집무실에 왔는데 미국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고, 멕시코에 있는 공장도 미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WSJ은 별도 기사에서 “쿡이 수년에 걸쳐 트럼프와의 관계를 매우 세심하게 다졌다”고 전했다. 쿡은 집권 1기 때 장녀 이방카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남을 추진했다. 특히 권력자와 직접 소통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감안해 로비스트를 통하지 않고 직접 응대에 나섰다. 잦은 전화와 식사를 통해 접촉면을 늘렸고, 한 번에 하나의 용건만 강조하는 방식으로 소통해 애플의 요구 사항을 각인했다. 대외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최대한 성의를 보였다. 2019년 중국과 관세 전쟁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아이폰 등 전자제품에 대한 관세를 면제시켜주자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맥 컴퓨터 공장의 중국 이전을 취소했다. 이를 두고 “애플이 미국에 새 공장을 지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주장에도 동조해주며 직접 나서 공장 견학을 시켜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경영인과 달리 쿡은 본인이 직접 내게 전화한다. 그래서 그가 훌륭한 경영자인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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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통령의 워라밸…폭락장에도 골프친 이유는? [트럼피디아]〈1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글로벌 상호 관세 발표 뒤 미 뉴욕 증시는 3, 4일(현지 시간) 이틀간 6조6000억 달러(약 9646조 원)가 증발했다. 그리고 주말이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트루스소셜에 “끈기 있게 버텨라”고 적더니 6일에는 골프 라운딩 영상을 올려 비판받았다. 국민 고통에 둔감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일과를 보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주말을 보내고 있는지 살펴봤다. ● 미국 대통령의 ‘워라밸’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단 한 번도 주말 내내 백악관에 머문 적이 없다. 2월 22일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례행사에 참석한 주말을 빼고는 항상 트럼프 가문 소유 골프클럽이나 마러라고 리조트로 향했다. 사실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나 사저에서 주말을 보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역시 주말이면 사저로 갔다. 델라웨어주 웰밍턴에 있는 자택이나 레호보스 별장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다만 조용히 주말을 보냈다. 성당에 미사를 보러 가거나 상점가에 외출할 때를 빼고는 거의 포착되지 않았다.바이든 전 대통령은 2021년 CNN 타운홀 행사에서 “백악관에서는 편하게 있기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의 절친이자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테드 카우프먼은 미 공영라디오(NPR)에 그가 주말마다 사저로 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일어난 모습 그대로 잠옷을 입고 대강 아침을 만들어 먹고 싶다고 합니다.”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 크로포드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8년의 임기 동안 490일을 보냈다. 워싱턴에서 비행기로 4~5시간 거리지만 거의 매 주말 방문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각자의 목장에서 주말을 보냈다. 이들은 목장에 가지 못하는 주말에는 캠프 데이비드로 향하곤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예외적인 사례였다. 그는 2008년 대선 승리 후 “그래도 두 달에 한 번 정도는 집에 가고 싶다”고 했으나 CBS뉴스에 따르면 취임 첫해에 딱 한 번 2박 3일간 자택에서 주말을 보냈다. 대신 주말을 대부분 백악관에서 보냈다.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사저가 일리노이주 시카고 도시 한복판에 있는 탓에 경호 문제 등으로 가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대통령의 ‘금융 치료’트럼프 대통령은 2013년부터 오바마 대통령이 골프를 치기만 하면 트위터에 게시글을 올렸다. 대통령이 골프를 칠 시간이 있냐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뉴욕 증시가 폭락하던 3, 4일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장 투어’를 돌고 있었다. 목요일인 3일 저녁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5시경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골프장에 도착했다. 이 골프장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 대회의 만찬에 참석했다. 4~6일에는 팜비치에 있는 골프장 2곳에서 골프를 친 뒤 6일 밤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주말을 주말답게 보낸다는 점에서는 전임 대통령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그의 주말이 전부 트럼프 가문의 영리 활동과 연관되어 있어 이해 충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흘간 방문한 골프장은 모두 트럼프 가문 소유 골프장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3일 LIV 골프 대회가 열린 ‘트럼프 내셔널 도럴 골프클럽’의 객실 643개는 주말 내내 매진이었다. 1박 숙박료는 최대 1만3000달러(약 1900만 원)에 달한다. 4일에는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 ‘트럼프 인터네셔널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에 나섰다. 전날 마러라고에서는 보수 정치단체의 모금행사가 열렸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연사로 나선 이 행사에는 수백 명이 참석하며 리조트 수입을 올려줬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모금행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지지 슈퍼팩(정치자금모금단체) ‘마가’(MAGA)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했다. 인당 참가비가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 원)인 이 행사에 약 20명이 왔다. 화장품 대기업 에스티로더의 상속자 로널드 로더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100만 달러 만찬’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후 벌써 네 번 열렸다. 이달 24일에도 만찬이 예정되어 있다. 매번 비슷한 규모로 행사를 열었다면 조만간 만찬으로만 총 1억 달러(약 1460억 달러)를 모금하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 대 1 식사도 응하고 있고, 돈을 더 많이 내면 이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 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기업인들이 500만 달러를 내고 트럼프 대통령과 독대하려고 줄을 섰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3선에 도전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모금 중인 이유는 무엇일까. NYT는 “공화당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고, 와이어드는 소식통을 인용해 “퇴임 후 지을 기념 도서관 건립 비용을 모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 마러라고에는 그림자가 없다블룸버그통신은 토요일이었던 5일 트럼프 대통령의 저녁 식사에 참석한 사람들의 전언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느 평범한 저녁처럼 수영장이 딸린 야외 테라스 식당에서 어렵사리 회원권을 구해 그를 만나러 온 사람들에 둘러싸여 식사를 했다. 평소 루틴대로 최애곡 빌리지피플의 ‘YMCA’를 크게 틀어놓고 춤도 췄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재밌고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NYT가 전한 전날 LIV 골프 대회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한없이 밝은 팜비치에서는 경제 불안에 따른 고통을 감지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마러라고 일상은 에서 다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에도 2시간을 날아가 마러라고에 갔다. 현지 매체 팜비치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겸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태운 에어포스원은 11일 오후 8시경 팜비치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날 둘은 마러라고에서 열린 공화당계 모금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잦은 주말 비행에도 불구하고 민생 현장은 거의 찾지 않고 있다. 취임 직후인 1월 24일 허리케인과 산불 피해를 입은 노스캐롤라이나, 캘리포니아, 네바다주를 묶어서 돈 당일치기 순방이 사실상 마지막이었다. 1기 때와 비교해 부쩍 줄어든 국내 일정을 두고 한 측근은 “최고령 대통령인 점을 감안해달라”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이처럼 백악관 아니면 각종 ‘트럼프’ 골프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보고 겪은 세상의 사실상 전부다. 그가 만나는 외부인도 대부분 선물과 용건을 들고 찾아오는 해외 정상과 기업인 뿐이다. 그가 평범한 미국인의 삶과 더욱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19화 요약: 역대 미국 대통령은 주말이면 백악관을 떠나 휴식을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대부분의 주말을 보낸다. 다만 각종 행사로 돈을 쓸어 담으며 이해 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취임 후 83일간 거의 백악관과 마러라고만 오간 동선 탓에 미국인의 삶과 격리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동아일보가 아카이빙한 미니 히어로콘텐츠 ‘트럼프 2.0 폴리시 맵’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한 눈에 확인하세요.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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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에 ‘관세 유예’ 설득 16시간… 키맨은 ‘온건파’ 베선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 유예를 ‘깜짝’ 결정한 배경으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사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집권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등 주요 인사의 전방위적 설득이 꼽힌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특히 이들의 설득은 미 동부 시간 8일 오후 9시부터 9일 오후 1시(한국 시간 9일 오전 10시부터 10일 오전 2시)까지 16시간 동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베선트 장관의 영향력이 급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파’로 분류되는 그는 ‘강경파’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등에게 밀려 존재감이 다소 부족한 듯 보였다. 하지만 베선트 장관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휴일을 함께 보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때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이 관세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득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러트닉 장관 대신 그에게 일본과의 통상 협상을 맡겼다.● 크루즈-와일스-다이먼 등 전방위 설득 트럼프 대통령은 미 동부 시간 8일 오후 9시 폭스뉴스의 시사 프로그램 ‘션 해니티’ 쇼를 시청했다. 이 방송에는 그레이엄 의원, 크루즈 의원 등 공화당 의원 7명이 출연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관세 후폭풍을 우려하며 “하루빨리 관세 협상을 타결하라”고 촉구하자 대통령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WP는 이 방송이 나간 뒤 대통령이 의원들과 1시간 넘게 통화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지지 성향이 강한 텍사스주가 지역구인 크루즈 의원은 “관세를 유지하면 상대의 관세 보복을 초래할 것이고, 이것이 텍사스주와 미국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호소했다. CNN에 따르면 와일스 비서실장도 “공화당의 주요 의원이 관세에 분노한 지역구 유권자들의 전화를 계속 받고 있다”며 대통령을 거듭 만류했다. 9일 오전 8시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하는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 또한 폭스뉴스에 출연했다. 그는 “관세로 물가가 오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만났고 카린 켈러주터 스위스 대통령과도 통화했다. 켈러주터 대통령 또한 미국의 관세 피해로 경제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스위스는 이날 0시부터 31%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결정타는 베선트 점심 면담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적으로 유예를 결정한 시점은 9일 점심 때 이뤄진 베선트 장관과의 면담으로 추정된다. AP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당초 약속됐던 한 오찬 행사의 참석을 미루고 급히 백악관에 와서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통령에게 “미 국채 수익률 급등(국채 가격 하락) 추이가 심각하다”며 불법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추진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베선트 장관은 중국과 다른 나라를 구별해서 대응하자며 “중국을 출구전략(off-ramp)으로 사용하자”고 조언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그는 “중국을 공격하면 사람들이 좋아한다. 중국 공격의 강도를 끌어올리고, 다른 나라와는 협상하자”며 대통령을 설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1시 18분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전격 발표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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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유예 ‘키맨’은 베선트…“中 공격에만 집중” 트럼프 설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63)이 중국을 제외한 나라에 부과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깜짝 발표’를 이끈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관세 정책 집행과 관련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협상파’로 분류되는 베선트 장관은 그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등 ‘강경파’에 밀려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접촉을 부쩍 늘리며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했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 융단폭격’ 대신 중국에 대한 관세 공격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베선트 장관의 의견을 수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9일(현지 시간) 통상 전쟁의 운전석(driver’s seat)에 이제 베선트 장관이 앉아있다고 전했다.● ‘깜짝 발표’ 결정타는 베선트 면담폴리티코,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증시 폭락에도 좀처럼 굽히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180도 돌린 결정타는 베선트 장관과의 면담이었다. 이날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채 금리 급등(가치 하락) 추이가 심각하다며 “이러다간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국정과제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부채 상환 비용이 가파르게 늘어 연방정부 재정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 대해선 관세 부과를 완화하고, 중국에는 강경책을 유지하는 이른바 ‘갈라치기 전략’을 제시했다.특히 이날 오전 7시 중국이 대미 관세를 84%로 50%포인트 인상하겠다는 보복 조치를 발표하자 베선트 장관은 “중국을 출구전략(off-ramp)으로 사용하자”고 더욱 강하게 주장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사람들이 중국을 때리면 좋아한다”며 “중국 공격의 강도를 끌어올리고, 다른 나라들과는 협상에 나서자”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18분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전격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베선트 장관과 러트닉 장관만 백악관 집무실 오벌 오피스로 긴급 호출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은 발표 사실을 뒤늦게 접했다.● “월가의 천재”… 사임설 극복베선트 장관은 월가의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 출신이다. 1962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민주당 후원자인 조지 소로스가 운영하는 소로스펀드 매니지먼트에서 활동했다. 이곳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거친 뒤 2015년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을 창업했다. 베센트는 2017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후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월가의 천재”라고 부르며 총애했다.그러나 베선트 장관은 최근 사임설도 일부 제기되며 입지가 흔들렸다. 재무장관직을 놓고 경쟁해 껄끄러운 사이로 알려진 러트닉 장관 등의 목소리가 정책에 더 많이 반영되고, 언론의 관심도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언론은 당분간 베선트 장관이 관세 정책을 지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선트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 수습 과정에서 베선트 장관을 중용하면서 참모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AP통신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도 중국과의 통상 전쟁중 나바로 고문과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이 관세 정책을 놓고 대립했었다고 전했다.관련 기사: 베선트 장관의 라이벌 러트닉 장관은 누구?“관세 지휘 러트닉, 말 뒤집는 독선자… 신뢰 못해” 비판 커져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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