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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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기자입니다. 사건사고, 미중 경쟁 기사를 주로 씁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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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4-18~2024-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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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팩웨스트, 재정 건전한데도 주가 급락… “은행 신뢰 깨져 더 문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은행 팩웨스트뱅코프 주가가 4일(현지 시간) 50% 폭락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폐쇄 이후 사흘 연속 급락한 것이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1일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했지만 은행 위기가 진정되기는커녕 ‘다음 타자’로 거론되는 지역은행들의 주가가 급락하는 모양새다. 4일 뉴욕 증시에서 최근 시장이 지역은행 가운데 ‘약한 고리’로 주목하고 있는 팩웨스트 주가는 전날보다 50.42% 떨어진 3.17달러에 장을 마쳤다. 애리조나주 피닉스를 기반으로 하는 웨스트얼라이언스뱅코프(―38.45%)를 비롯해 시온스뱅코프(―12.05%) 코메리카은행(―12.28%) 등 다른 지역은행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 지역 은행 주가지수인 ‘KBW 지역은행 지수’도 전날 대비 3.51% 하락하며 사흘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팩웨스트나 웨스트얼라이언스는 올 3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과는 달리 예금이 안정적이며 보유 채권 손실이 적고 자본이 충분한 상태다. 그런데도 주가가 급락하면서 은행 위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미 규제당국은 지역은행의 주가 폭락 사태 배후에 공매도 세력의 ‘시장 조작’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에 착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 금융분석업체 오르텍스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지역은행 주가 하락에 건 공매도 투자자들이 3억7890만 달러(약 5077억 원)의 이익을 거뒀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부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SVB 사태’ 이후 주가 88% 폭락파월 “은행 시스템 견고” 강조에도“작은 불꽃에도 위험 번질것” 불안감… 스탠퍼드 보고서 “190개 은행 위험”美당국, 시장조작 가능성 조사 미국 금융당국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사태를 빠르게 진화했는데도 팩웨스트뱅코프와 웨스트얼라이언스뱅코프 등의 주가가 4일(현지 시간)까지 사흘 연속 폭락하자 지역은행발(發) 위기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지역은행에 대한 신뢰가 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은행이 3월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1일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 퍼스트리퍼블릭에 비해 재정 상태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팩웨스트는 전체 예금 75%가 예금 보증 한도(25만 달러) 이내이며 2일 기준 보유 현금 및 유동자산도 보증 한도 밖 예금액의 188% 수준으로 유동성이 우량하다. 퍼스트리퍼블릭이 90%에 이르던 고정금리 장기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 비율도 40%에 불과하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지역은행은 마른 장작 위에 있는 것 같다. 작은 불꽃에도 위험한 불길로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지역은행에 대한 투자자 신뢰 깨져” 팩웨스트는 이날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고 애를 썼다. 팩웨스트는 “27억 달러(약 3조5775억 원) 규모 대출을 매각 예정 자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퍼스트리퍼블릭 사태처럼 이례적 예금 (인출) 흐름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웨스트얼라이언스도 ‘자산 매각 검토’ 보도에 장중 주가가 62% 떨어지자 이를 즉시 부인하고 나섰다. 두 은행 주가는 5일 개장 전 거래에서 각각 26%, 15% 올랐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4일 팩웨스트 등이 건전한 재정 상태를 강조함에도 시장 안정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지역은행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전날 지역은행과 관련해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는 은행 위기에 선을 긋는 좋은 결과”라며 미 은행 시스템이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뒤 팩웨스트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 60% 떨어졌다. 자산 규모 2090억 달러(277조 원)로 미 16위 은행이던 SVB가 48시간 만에 파산한 것을 본 투자자들에게 지역은행의 미래 전망은 불확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미국 경제 곳곳에서 신용 경색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은행 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 “향후 190개 은행 도미노 파산” 우려도 공매도 세력이 지역은행 주가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이번 소요(사태)는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세력에 의해 심화됐다”고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 S3파트너에 따르면 팩웨스트 총발행주식에서 공매도 물량 비율은 SVB 사태 당시 4%에서 18%까지 급증했다. 웨스트얼라이언스도 3%에서 8%에 육박하게 됐다. JP모건에 인수될 때 퍼스트리퍼블릭 공매도 물량은 약 36%였다. 웨스트얼라이언스는 이날 “재정적으로 건전하고 수익성 있는 은행을 (시장에) 거짓되게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정부는 요동치는 지역은행 주가에 대한 ‘시장 조작’ 가능성에 메스를 들이대기로 했다. 주가 폭락이 지속되면 예금주들이 지역은행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수 있고 은행들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져 은행 위기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SEC는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위법 행위도 확인해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조사 배경을 밝혔다. 공매도 세력에 의한 시장 조작 가능성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스탠퍼드대 등이 지난달 발표한 ‘통화 긴축과 2023년 미국 은행 취약성’ 보고서는 은행 위기가 지속되면 미 은행 190개가 ‘도미노 파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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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15년된 왕좌, 362년된 왕관… 英 찰스3세 시대 연다

    영국 찰스 3세 국왕(75)의 대관식이 6일(현지 시간) 수도 런던에서 열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영국에서 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이다. 지난해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국왕에 즉위한 찰스 3세로서는 약 8개월 만이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부부는 이날 오전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재위 60주년을 기념해 2012년 제작한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한다. 왕실 근위대 및 기마병들이 호위하는 행렬은 ‘더 몰’ 대로를 거쳐 약 2.3km 행진한다.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때보다 행진 거리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고물가와 에너지 위기 등 사회 분위기를 감안했다. 오전 11시(한국 시간 오후 7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치러지는 대관식에는 정상 100여 명을 비롯해 전 세계 203개국 주요 인사 2200여 명이 참석한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에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한다. 우리 정부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참석한다. 대관식에서 찰스 3세는 성경에 손을 얹고 즉위 서약을 한 뒤 715년 된 대관식 의자에 앉아 대주교가 씌워 주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머리에 쓰게 된다. 1661년 제작된 왕관은 순금 틀에 루비 자수정 사파이어 같은 각종 보석으로 장식돼 있다. 무게는 2.23kg. 찰스 3세 손자 조지 왕자 및 커밀라 왕비가 이전 결혼에서 얻은 손자 손녀들이 명예 시동으로 나선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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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멸망의 날 같다”… 수단 군벌 교전 3주 만에 난민 33만 명[글로벌 포커스]

    “온 사방에 시체가 가득했다. ‘지구 멸망의 날(Doomsday)’ 같았다.” 북아프리카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거주 중인 누르 쿨라브 씨가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전한 현지 상황이다. 최근 우리 교민의 탈출 작전 ‘프로미스(Promise·약속)’로 큰 주목을 받은 수단은 지난달 15일부터 압둘 팟타흐 알 부르한 총사령관(63)이 이끄는 정규군과 무함마드 함단 다갈로(48)가 수장인 아랍계 민병대 ‘RSF’ 간 유혈 충돌로 사실상 내전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수단을 떠나 현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머물고 있는 쿨라브 씨는 “곳곳에 시체가 쌓였고 인근 산업지대는 불탔다”며 수십 년간 이스라엘이 사실상 봉쇄 중인 가자지구보다 수단이 더 참혹하고 열악한 상황에 처했다고 전했다. 3주 이상 이어진 양측의 교전으로 2일 기준 최소 550명이 숨지고 492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유엔에 따르면 난민 또한 최소 33만 명이 넘는다. 1956년 영국에서 독립한 수단은 이후 70여 년간 사실상 전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니파 이슬람을 믿는 북부의 부유한 아랍계와 기독교를 믿는 남부의 가난한 아프리카계 흑인 간 종교, 인종, 경제 갈등이 워낙 심각한 탓이다. 영국은 식민통치 내내 양측의 대립을 부추겼고 영국이 물러난 후에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11년 기독교계 흑인이 다수이며 유전을 대거 보유한 남부가 ‘남수단’으로 독립하자 가뜩이나 열악한 경제 상황이 더 나빠졌다. 부르한과 다갈로는 1989년부터 30년간 철권 통치를 펼친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전 대통령(79) 시절에는 같은 편에 속했다. 하지만 2019년 반(反)바시르 공동 전선을 구축해 그를 몰아낸 후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대립을 계속했다. 이번 유혈 충돌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양측 갈등의 역사가 워낙 오래된 데다 러시아,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리비아 등 주변국도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두 군벌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어 현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르한-다갈로-바시르 ‘삼각관계’ 바시르 전 대통령, 부르한, 다갈로는 모두 아랍계다. 바시르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필요에 의해 부르한과 다갈로를 번갈아 중용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을 사용했다. 그는 군부와 RSF 어느 한쪽이 더 많은 힘을 지녀 자신의 장기 집권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이런 라이벌 구도를 직접 짰다. 두 라이벌은 출신 성분과 이력이 정반대다. 부르한은 하르툼 내 ‘리버나일’ 부족 출신으로 군 엘리트 코스를 밟아 총사령관에 올랐다. 반면 다갈로는 남부 다르푸르의 ‘리제이가트’ 부족 출신으로 고등학교 중퇴 후 낙타 상인으로 일하는 등 어려운 삶을 살았다. 2003년 RSF의 전신인 아랍계 민병대 ‘잔자위드’ 수장 자리에 올랐다. 바시르 정권은 잔자위드를 앞세워 흑인에 대한 대대적인 인종 청소를 자행했다. 다갈로는 2003년부터 10년 넘게 흑인에 대한 학살, 성폭행, 납치 등을 저질렀다. 이를 마음에 들어한 바시르 전 대통령은 2013년 잔자위드를 RSF로 확대 개편해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뒀다. RSF를 자신의 사병(私兵)처럼 부리며 반대파 탄압을 도맡겼다. 다갈로가 잔자위드를 맡았을 때 그의 휘하에는 약 3000명의 병력만 있었다. 현재 RSF 조직원은 10만 명이 넘는다. 하지만 다갈로는 수단 주류 엘리트에게 멸시를 받아 정규군 지도자만큼의 위세를 누리지는 못했다. 부르한과 다갈로는 2019년 4월 쿠데타를 일으켜 바시르 전 대통령을 몰아냈다. 부르한이 국가원수 격인 군사과도위원회의 위원장을, 다갈로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시민들은 양측이 다 싫다며 민간정부 수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두 사람은 못 이긴 척 2021년 민간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기로 하고 시위대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두 사람은 2021년 10월 시위대를 총격으로 진압하며 과도정부를 강제 해산시켰다. 이후 권력의 중심을 누가 가질 것이냐를 두고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2022년 8월 대규모 홍수로 최소 1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자 사후 대처, 민심 수습 방안 등을 놓고 양측 대립이 더 격화했다. 군부는 인종 학살 등 과거 다갈로의 행적을 비판하며 자신들이 정권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RSF는 자신들이 진정한 이슬람 세력이며 군부는 세속주의자들이라고 맞선다. ● 1인당 GDP 98만 원 등 열악한 경제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수단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752달러(약 97만7600만 원)에 불과하다. 2015년부터 내전 중인 예멘(702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수단의 1인당 GDP는 2017년만 해도 3189달러에 달했지만 고질적인 내부 갈등, 홍수 같은 자연재해 등의 여파로 4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수단이 아프리카에서는 알제리, 콩고민주공화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영토(약 189만 km2)를 보유했고, 약 50억 배럴로 추정되는 석유, 금 등 풍부한 광물 자원이 있으며, 나일강 및 홍해와 모두 맞닿은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안타까움을 낳는다. 2011년 남수단의 독립 또한 가뜩이나 낙후된 경제와 사회 안정에 악영향을 미쳤다. 독립 전 수단 전체 석유 매장량의 약 75%가 남수단에 있었다. 바시르 정권은 중앙정부의 기능 약화로 각 지방에서 난립하던 군벌의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 이들에게 석유 판매대금의 일부를 지급하며 사회 안정을 꾀했다. 남수단의 독립으로 군벌에게 줄 돈이 없어지자 바시르 정권은 RSF를 통해 전국의 농장과 금광을 수탈하며 자금 확보에 나섰다. 이로 인해 물가가 치솟고 화폐 가치가 급락하는 등 민생경제가 사실상 무너졌다. 2018년 전국 곳곳에서는 ‘빵값 급등’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다. 2021년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83%에 달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수단의 문맹률은 약 40%에 이른다. 기대수명 역시 66세로 세계 평균(72세)보다 낮다. 인터넷 보급률도 28%에 불과하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평균(76%)에 크게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군부와 RSF의 충돌로 전국 곳곳의 수도, 전기, 통신망까지 끊겨 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 주변국 이해관계도 복잡 이런 상황에서 UAE, 이집트 등 수단의 주변국은 각각의 이해관계에 따라 군부와 RSF를 지원하며 양측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 UAE는 군부와 RSF를 모두 지원하며 양측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UAE 실권자인 만수르 빈자이드 알 나하얀 부총리는 다갈로의 오랜 후원자다. UAE는 동시에 정부군도 지원해 수단 내 영향력을 키웠다. UAE는 2020년 수단군이 통제하는 국영기업의 농업 사업에 2억2000만 달러(약 3000억 원)를 투자했다. 같은 해 부르한이 관여한 수단과 이스라엘의 외교 관계 정상화도 중재했다. 이집트는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 이집트는 나일강 상류 수자원의 소유권을 놓고 에티오피아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데 에티오피아를 견제하기 위해 국경을 맞댄 수단과 손을 잡았다. 이집트군은 지난달 초에도 수단군과 연합 군사훈련을 했다. 이번 교전 후에도 정규군을 지원했다는 설이 제기됐다고 미 외교매체 포린어페어스(FA)가 1일 진단했다. 러시아, 리비아 등은 RSF 쪽에 가깝다.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병 조직으로 불리는 민간 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은 금광 개발권, 홍해 연안 군사기지 사용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바그너그룹이 금광 개발권을 대가로 RSF 조직원을 훈련시킨 정황도 포착됐다. 리비아 민병대 또한 최근 RSF에 무기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 서방의 미숙한 개입이 이번 충돌을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과거 수단 특사 고문을 지낸 재클린 번스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NYT 기고를 통해 “수단 분쟁은 우리 잘못”이라고 자성했다. 시민사회가 어느 군벌도 신뢰하지 않으며, 어떤 군벌이 권력을 잡아도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면서도 손쉽고 빠른 해결을 위해 각 군벌 간 권력 분배를 통한 평화협정 체결에 초점을 맞춘 것이 실패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미국의 아프리카 전문가이며 지난해 수단 상황을 진단한 책 ‘미완의 수단 민주주의’를 공동 저술한 저스틴 린치 애널리스트 역시 또 다른 미 외교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를 통해 미국과 유엔이 정규군과 RSF의 통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평화협정을 추진한 것이 잘못이라며 “두 세력 간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순진한 정책이었다”라고 꼬집었다. 마리나 페터 독일·수단·남수단재단 이사장 또한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에 “현 사태는 ‘내전’이 아니라 (군벌 간) ‘권력 다툼’”이라며 둘 중 누가 승리해도 시민사회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민사회는 줄곧 군부 축출과 민주화를 원했다”고 강조했다.● 사태 장기화 불가피 군벌 영향력 축소가 핵심 전문가들은 양측이 모두 인접국을 후원자로 두고 장기적으로 싸울 수 있는 자원과 지원을 확보한 만큼 현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양측의 군사력이 엇비슷하다는 점도 사태 장기화 전망에 힘을 더한다. 현재 정규군은 전투기, 중화기 등 최신식 무기를 동원해 RSF를 공격하고 있다. RSF는 공항, 철도 등 각종 기간 시설을 장악해 사회 불안을 고조시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최근 RSF가 말라리아 등 각종 감염병 바이러스의 표본을 보관하고 있는 국립공중보건연구소를 장악했다는 설도 제기됐다. 과거 인종 학살을 자행한 RSF의 잔인한 행태를 감안할 때 현 사태가 생물학전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김동석 국립외교원 아프리카중동연구부 교수는 “RSF는 정규군에 비해 병력 규모가 작지만 다르푸르, 예멘 전투 등에 용병으로 파견된 경험이 있어 일부 전문가는 RSF의 군사력을 우위로 본다”며 “양측 충돌이 어느 한쪽의 승리로 귀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양측이 모두 ‘저쪽이 없어져야 내가 산다’는 식의 극단적 행태로 일관해 충돌 강도가 심화하고 있다”며 국제사회 또한 각 군벌의 영향력을 축소할 방안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흑인들이 주축이며 아직 군부나 RSF 중 누구와도 확실히 손을 잡지 않은 서부 반군의 개입 여부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황규득 한국외국어대 아프리카학부 교수는 “서부 반군이 누구와 협력하는지에 따라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양측 모두 서부 반군을 포섭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 상황이 시리아 내전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난민 사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엔은 최소 80만 명이 국경을 넘을 것이며 북아프리카 전역, 남유럽 등에도 인도주의 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23-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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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kg ‘성 에드워드 왕관’ 쓰고…英 찰스3세 대관식 거행

    영국 찰스 3세 국왕(75) 대관식이 6일(현지 시간) 수도 런던에서 열린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영국에서 70년 만에 열리는 대관식이다. 지난해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로 국왕에 즉위한 찰스 3세로서는 약 8개월 만이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 부부는 이날 오전 버킹엄궁에서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사원으로 향한다. 왕실 근위대 및 기마병 들이 호위하는 행렬은 ‘더 몰’ 대로를 거쳐 약 2.3km 행진한다. 70년 전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때보다 행진 거리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고물가와 에너지 위기 등 사회 분위기를 감안했다. 오전 11시(한국 시간 오후 7시)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치러지는 대관식에는 정상 100여 명을 비롯해 세계 203개국 주요 인사 2200여 명이 참석한다.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질 바이든 여사가 참석한다. 해리 왕자는 부인 매건 마클 없이 홀로 참석한다. 대관식에서 찰스 3세는 성경에 손을 얹고 즉위 서약을 한 뒤 700년 된 대관식 의자에 앉아 대주교가 씌워 주는 ‘성 에드워드 왕관’을 머리에 쓰게 된다. 1661년 제작된 왕관은 순금 틀에 루비 자수정 사파이어 같은 각종 보석으로 장식이 돼있다. 무게는 약 2kg. 찰스 3세 손자 조지 왕자 및 커밀라 왕비가 이전 결혼에서 얻은 손자손녀들이 명예 시동으로 나선다.이지윤기자 asap@donga.com}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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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크렘린 드론공격에 “젤렌스키 제거해야”… 美, 러 자작극 의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관저인 모스크바 크렘린궁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은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및 미국이 공격 배후를 둘러싸고 진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 측은 4일 “미국의 사주를 받은 우크라이나가 공격 배후”라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보복을 천명했다. 일각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제거를 거론한다. 반면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맞선다. 이번 사태가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2일 모스크바의 대통령 관저(크렘린궁)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했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둘러싼 양측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제거해야 한다”며 극단적 보복을 예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아예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공격 사실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자작극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을 예고한 상황에서 양측이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확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진위 공방 속 메드베데프 “젤렌스키 제거” 러시아 측은 대대적인 보복을 천명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4일 “공격의 배후에 분명히 미국이 있다. 사건을 부인하려는 우크라이나와 미국의 시도는 완전히 어처구니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응할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내비쳤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3일 텔레그램에서 “젤렌스키와 그 파벌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암살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 또한 “우크라이나 테러 정권을 저지하고 파괴할 수 있는 무기 사용을 요구할 것”이라며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같은 날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북유럽 5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푸틴이나 모스크바를 공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핀란드에 이어 예고 없이 네덜란드를 깜짝 방문하는 등 유럽 주요국을 돌며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은 3일 “평가하긴 이르지만 러시아는 분명 ‘가짜 깃발’ 작전을 한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짜 깃발 작전이란 공격 빌미를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공격을 조작하는 전략을 말한다. ISW도 최근 러시아 방공망에 무인기 2대가 침투할 가능성이 희박하고, 사건 직후 러시아가 사전 조율된 듯 대응했다는 점을 들어 자작극 가능성에 동조했다.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측에 ‘크렘린궁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려 시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한다.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 내부에서도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모스크바 심장부가 뚫렸다는 점이 밝혀지면 러시아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적군이 모스크바를 공격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42년이 마지막이었다.● 우크라선 ‘불타는 크렘린궁’ 우표 논의러시아가 2차대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9일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곳곳에 대규모 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4일 20여 기의 무인기를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을 공격했다. 이 중 18기는 격추됐고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관 또한 “러시아 미사일 공격의 위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내 미국인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데이비드 캐틀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보·안보담당 사무차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저 케이블을 비롯한 핵심 기반 시설을 겨냥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 공격이 러시아의 자작극이라고 반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측은 현 사태를 꼬집기 위한 ‘기념 우표’ 발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3일 이호르 스밀랸스키 우크라이나 우정사업본부 본부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타는 크렘린궁’ 기념 우표를 발행할 생각이 있다며 관련 도안을 공개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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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삼성-SK 中공장에 반도체 장비 반입 다년간 허용을” 美에 요구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와 관련해 1년 유예 연장을 넘어 다년 유예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미중 갈등 와중에 중국에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줄이려면 1년 단위의 유예 연장만으론 부족하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발표했다. 다만 한국 기업에 대해선 올 10월까지 이 규제를 유예하기로 했고, 현재 양국 정부 간 규제 유예 연장 협상을 하고 있다. 미국은 ‘기존 반도체 공급망에 급격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전하며 유예 조치 연장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이날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조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투자와 기업 활동에 특별한 지원과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고도 밝혔다. 정부는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유예 연장을 이끌어 낸다는 목표다. 다만 미국 내에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년 유예를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일단 1년간 유예를 연장한 뒤 협상을 지속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한국 기업의 중국 공장에 대해 최소 1년 유예를 연장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 기업들이 중국에 반입할 수 있는 반도체 장비 기술 수준에 한도(cap on level)를 두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는 이 한도를 높이는 방안 또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기업 중국 공장의 양적 업그레이드 한도가 10년간 5%로 제한된 만큼 질적 업그레이드를 보장하는 것이 협상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반도체-AI-바이오 등 14개 핵심기술 中견제… 美, 기술표준 선점나서“자금지원 받은 기업만 참여 허용”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를 비롯한 14개 핵심 신흥 기술 분야 국제 표준 개발 전략을 내놨다.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첨단 산업의 국제적인 ‘룰 세팅’을 주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미 백악관이 4일(현지 시간) 발표한 ‘핵심 신흥 기술 표준 전략’에는 반도체(chips) 바이오(bio) 배터리(battery) 등 BBC 산업과 함께 통신 네트워크, AI, 양자컴퓨터, 자율주행, 핵심 광물 공급망, 사이버 보안 등이 포함됐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중국 등 전략적 경쟁자들은 다른 나라의 혁신을 늦추고 독재정부의 군사, 산업 정책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해 핵심 신흥 기술 분야에서 국제 표준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며 “미국이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미래 표준 개발에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연방 자금을 받은 기업에만 표준개발기구 참여를 허용할 방침이다. 반도체 분야 표준 개발에 참여하려면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신청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미-유럽연합(EU) 무역기술위원회(TTC), 쿼드(Quad) 같은 미국 주도의 국가 간 협력체를 통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표준 개발을 논의할 예정이다. 첨단 기술 공급망뿐만 아니라 기술 표준에서도 동맹 위주로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9일 ‘제11차 한미 과학기술공동위원회’를 열어 미국과 우주, 양자, 바이오 등 과학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 자리에는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라티 프라바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비롯해 양국 고위급 인사 6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차세대 신흥·핵심기술대화’를 신설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양자컴퓨터 등 첨단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와 전문인력 교류를 활발히 하기로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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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BAT, 北에 담뱃잎 몰래 판매… 美, 역대 최대 8400억원 벌금

    미국 정부가 북한에 담뱃잎을 팔아 대북 제재를 위반한 영국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에 8000억 원대 벌금을 부과했다. BAT는 ‘던힐’ 등을 생산하는 세계 2위 담배 회사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5일 북한 같은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및 은행사기법 위반으로 BAT에 최소 6억2900만 달러(약 8366억 원) 벌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BAT는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북한에 14년간 총 4억1500만 달러(약 5520억 원) 상당의 담뱃잎을 팔았다. 판매 대금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 조선광선은행 부대표 심현섭의 지시를 받은 중국인 2명이 미국계 은행을 통해 BAT 측에 송금했다. 이들은 10년간(2009∼2019년) 적어도 310차례에 걸쳐 7800만 달러(약 984억 원)를 BAT 측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BAT 측은 거래 상대가 북한임을 숨기기 위해 유령 회사를 만들고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현섭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불법 외화벌이를 지휘한 혐의로 24일 한국과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국장은 이날 “BAT는 미국 제재를 우회하고 미국법을 위반하는 교묘한 계획에 관여했다”며 “법무부 대북제재 위반 벌금 사상 최대 규모를 부과해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말했다. 잭 볼스 BAT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사업 활동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 담뱃잎으로 담배를 만들어 밀수출해 올린 수익 약 7억 달러(약 9310억 원) 대부분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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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北에 담뱃잎 판 英BAT, 8400억원 벌금 내라”…역대 최대규모

    미국 정부가 북한에 담뱃잎을 팔아 대북제재를 위반한 영국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에 8000억 원대 벌금을 부과했다. BAT는 ‘던힐’ 등을 생산하는 세계 2위 담배 회사다. CNN방송을 비롯한 미 언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5일 북한 같은 테러지원국에 상품이나 기술 수출을 금지하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및 은행사기법 위반으로 BAT에 최소 6억2900만 달러(약 8366억 원) 벌금을 매겼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BAT는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북한에 14년간 총 4억1500만 달러(약 5520억 원) 상당의 담뱃잎을 팔았다. 판매 대금은 중국 랴오닝성 단둥 조선광선은행 부대표 심현섭 지시를 받은 중국인 2명이 미국계 은행을 통해 BAT 측에 송금했다. 이들은 10년간(2009~2019년) 적어도 310차례에 걸쳐 7800만 달러(약 984억 원)를 BAT 측에 보냈다. 이 과정에서 BAT 측은 거래 상대가 북한임을 숨기기 위해 유령 회사를 만들고 관련 서류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현섭은 가상화폐를 활용한 불법 외화벌이를 지휘한 혐의로 24일 한국과 미국 정부의 독자 제재 명단에 오르기도 했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국장은 이날 “BAT는 미국 제재를 우회하고 미국법을 위반하는 교묘한 계획에 관여했다”며 “법무부 역사상 최대 규모 벌금을 부과해 대가를 치르게 했다”고 말했다. 잭 볼스 BAT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사업 활동에서 발생한 위법 행위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 담뱃잎으로 담배를 만들어 밀수출해 올린 수익 약 7억 달러(약 9310억 원) 대부분을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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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외교, 우크라 침공 정당화 ‘24분 궤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장광설을 늘어놓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빈축을 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특별 군사 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부르는 말)의 목적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수년간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일으킨 안보 위협을 제거하고 우크라이나 정권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문제를 지정학적 맥락과 분리해 고려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공격적이고 변덕스러운 헤게모니를 휘두르고 있다”고 미국을 탓했다. 이번 회의 주제인 다자주의에 관해 그는 “유엔 중심 세계 질서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일부 회원국이 ‘규범 기반 질서’로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대체하려고 든다”고 주장했다. 또 “누구도 소수의 서방더러 인류를 대변하라고 허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규범 기반 질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 진영에서 내세우는 슬로건이다. 라브로프 장관 발언은 이날 참석한 15개국(상임 5개국, 비상임 10개국) 대표 가운데 가장 긴 24분 동안 이어졌다. 안보리는 매달 15개 이사국이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는데 이번 달은 러시아 차례였다. 반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회의를 시작하며 “러시아가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위반한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막대한 고통을 초래했고 세계 경제 대혼란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라브로프 장관 바로 옆 좌석에 앉아 있었다. 유럽연합(EU) 27개국 대사들은 안보리 회의 시작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을 낭독한 올로프 스코그 주유엔 EU대사는 “러시아는 ‘유엔 헌장과 다자주의의 수호자’라고 주장하나 진심이라면 우크라이나에서 당장 모든 병력을 무조건적으로 철수하라”고 규탄했다.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도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에 대해 불법적으로 무력을 사용한 주체가 오늘 회의 주제를 제안한 것은 슬픈 현실”이라며 라브로프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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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가상화폐 세탁’ 북한인 첫 동시제재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 사이버 분야 관련 인물에 대해 처음으로 동시 제재에 나섰다. 24일(현지 시간) 외교부와 미 재무부는 북한 국영 은행인 조선광선은행 부대표 심현섭(40)을 독자 제재 명단에 올렸다고 각각 밝혔다. 브라이언 넬슨 미 재무부 테러·금융 정보 담당 국장은 이날 심현섭 등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북한이 위법적 수단으로 국제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고 가상화폐로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개발 자금을 확보해 국제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은 올해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세 번 발사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접경 중국 랴오닝성 단둥 조선광선은행 부대표인 심현섭은 가상화폐 불법 환전을 지휘했다고 미 재무부는 밝혔다. 조선광선은행은 북한 대외 금융 업무를 총괄하는 조선무역은행 산하로 두 기관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이다. 심현섭은 2019년 9월부터 해외 각지 미국계 IT(정보통신) 기업에 신분을 속이고 개발자로 취업한 북한 공작원 수천 명 임금을 수천만 달러 상당 가상화폐로 송금받았다. 또 중국에서 일하는 장외시장(OTC) 가상화폐 트레이더 2명에게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가 훔친 가상화폐를 환전하도록 했다. 중국인과 중국계 영국인인 이 트레이더들은 2021년 위장회사를 내세워 라자루스가 훔친 수백만 달러어치 가상화폐를 실제 돈으로 바꿨다. 이 두 사람도 미 재무부 제재 대상에 올랐다. 재무부는 “북한은 금융 당국 감시를 피하고자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OTC 가상화폐 트레이더들을 통해 가상화폐를 환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IT업계 위장 취업은 북한의 새로운 외화벌이 전략이다.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북한 IT 인력이 해외 각지에서 신분을 위장해 취업한 뒤 매년 외화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이들을 고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도 지난해 5월 북한 IT 인력 위장 취업을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미 뉴욕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라자루스 같은 북한 연계 해커 조직은 지난해 16억5050만 달러(약 2조300억 원) 규모 가상화폐를 탈취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4억2880만 달러에서 4배 가까이로 늘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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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 위도, 이제 그만”… 조핸슨, 마블과 작별 선언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마블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블랙 위도’ 역을 맡아온 배우 스칼릿 조핸슨(39·사진)이 더는 마블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핸슨은 ‘아이언맨’에 함께 출연한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진행하는 더 굽(goop) 팟캐스트 방송에서 “(어벤져스 시리즈에 출연하는) 시절은 끝났다. 나는 할 만큼 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미국 버라이어티 등이 보도했다. 조핸슨이 연기한 블랙 위도는 2010년 영화 ‘아이언맨 2’로 어벤져스 시리즈에 첫 여성 히어로로 등장했다. 이후 모두 8편의 마블 영화에 출연했으며 2019년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생을 마감하며 시리즈에서 퇴장했다. 그러나 2021년 블랙 위도의 과거를 다룬 영화 ‘블랙 위도우’가 개봉해 일각에서는 속편 제작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핸슨은 “2012년에 영화 ‘어벤져스’를 찍었을 때 나는 28세였다. 그때는 미혼이었고, 마치 초등학생 때 가던 여름 캠프를 다시 간 기분이었다. 무척 즐거웠다”면서 “10년 넘게 한 캐릭터를 여러 번 연기하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했다. 조핸슨은 영화 ‘블랙 위도우’ 개봉 당시 디즈니가 계약을 위반해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며 2021년 7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그해 9월 디즈니와 합의했으며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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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 공동창업자 브린, 5억 달러 비영리단체 세운다

    세계 10위 부자인 구글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50·사진)이 5억 달러(약 6600억 원) 규모 비영리단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순자산이 930억 달러(약 124조 원)인 브린은 지난해까지 총 25억 달러(약 3조3000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브린이 신경계 질환 치료법과 기후 변화 대응책을 연구하는 재단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브린은 청정에너지 법안 지지 활동을 하는 다른 비영리단체에 올 들어 3만 달러(약 4000만 원)를 지원했다. 브린은 재단 설립 비용 대부분을 테슬라 주식을 매각해 조달했다. 2021년 7월 브린의 부인 니콜 섀너핸(38)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52)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같은 해 12월 3억6000만 달러(약 4000억 원) 상당의 테슬라 주식을 팔았다. 브린은 부인과 이혼 소송 중이다. 브린은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 연구에 주로 기부하고 있다. 관련 분야에 지난해까지 총 11억 달러(약 1조5000억 원)를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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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 위도, 이제 그만”…스칼릿 조핸슨, 마블과 작별 선언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마블 슈퍼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블랙 위도’ 역을 맡아온 배우 스칼릿 조핸슨(39)이 더 이상 마블 시리즈에 출연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핸슨은 ‘아이언맨’에 함께 출연한 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진행하는 더 굽(goop) 팟캐스트 방송에서 “(어벤져스 시리즈에 출연하는) 시절은 끝났다. 나는 할 만큼 했다”고 22일(현지 시간) 미국 버라이어티 등이 보도했다. 조핸슨이 연기한 블랙 위도는 2010년 영화 ‘아이언맨 2’로 어벤져스 시리즈에 첫 여성 히어로로 등장했다. 이후 모두 8편의 마블 영화에 출연했으며 2019년 영화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생을 마감하며 시리즈에서 퇴장했다. 그러나 2021년 블랙 위도의 과거를 다룬 영화 ‘블랙위도우’가 개봉해 일각에서는 속편 제작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핸슨은 “2012년에 영화 ‘어벤져스’를 찍었을 때 나는 28세였다. 그때는 미혼이었고, 마치 초등학생 때 가던 여름 캠프를 다시 간 기분이었다. 무척 즐거웠다”면서 “10년 넘게 한 캐릭터를 여러 번 연기하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경험”이라고 했다. 조핸슨은 영화 ‘블랙 위도’ 개봉 당시 디즈니가 계약을 위반해 금전적 손해를 입혔다며 2021년 7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그해 9월 디즈니와 합의했으며 합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지윤기자 asap@donga.com}

    • 2023-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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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만문제 불장난땐 타죽어”… 러 “무기지원, 한반도 정세에 영향”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밝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과 대만 문제 관련 발언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는 경고 수위를 한층 높여 한국에 대한 공개적인 압박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러가 한미의 밀착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중국은 전날 외교부 대변인에서 21일에는 장관으로 공격수의 격을 높였다. 친강(秦剛) 외교부장(장관)은 이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며 “누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일을 꾀하려고 하거나 중국의 주권과 안보에 대해 행동을 취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엄정히 통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거친 표현을 썼다. ‘불장난’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사용했던 표현이다.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문제를 언급하며 이 같은 표현을 썼다. 20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정부의 대미 ‘굴욕외교’에 대한 한국 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에 아부하기 위한 충성의 증표로 주변국,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0일 ‘우크라이나 관련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대변인 논평’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공급은 공개적인 반(反)러 적대 행동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크렘린궁 대변인의 회견에 이은 이날 경고에서는 북한을 노골적으로 끌어들였다. 러시아 외교부는 “무기 지원은 해당 국가와 러시아의 관계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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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中-러 파상공세… 尹외교 ‘신냉전’ 시험대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와 북-중-러 관계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군사정찰위성 1호기 완성 사실을 밝힌 북한은 24일 출국하는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전후해 도발 버튼을 누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겨냥해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밝힌 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노골적으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중 갈등 심화 속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더욱 격화된 신냉전 기류 속에 한국도 본격적으로 편입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1일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윤 대통령이 공을 들인 한일 관계까지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취임 1년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진정한 외교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신냉전 기류를 틈타 도발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13일 미 본토까지 핵투발이 가능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을 날리더니 하루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미를 겨냥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게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18일에는 군사정찰위성의 “계획된 시일 내 발사”까지 공언했다.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인 친강(秦剛) 외교부장(장관)은 21일 “최근 중국이 무력이나 협박으로 대만해협의 현상을 일방적으로 바꾸려고 시도한다는 등의 기이하고 황당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면서 “이러한 발언은 최소한의 국제 상식과 역사 정의에 위배되며 그 논리는 황당하고 결과는 위험하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한 “(대만해협 긴장 고조는)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발언을 겨냥한 것.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외교부가 전날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한 것과 관련해 이날 “한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면서 외교 경로로 항의한 사실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발언을 둘러싼 긴장도 증폭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의 보복 가능성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러시아에 거주 중인 한인 피해 등을 우려해 주요 지역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미국은 오히려 러시아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가 한국에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과 조약 동맹을 맺고 있다. 우리는 이 약속을 매우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尹-바이든 ‘대만-우크라’도 논의… 대통령실 “中-러에 할말은 할것” 北中러 파상공세… 尹외교 시험대“文정부 ‘전략적 모호성’ 틀 바꿔야… 한미일 공조가 더 중요해진 시점”中-러와 갈등 속 정면돌파 나서“한반도 안보에 위험한 선택” 우려도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해 러시아와 신경전을 펼친 데 이어 중국과는 대만 문제를 놓고 강공을 주고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당한 외교는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내걸었던 핵심 기조”라면서도 “한미일 공조가 더욱 중요해진 시점인 건 맞다”고 밝혔다. 정치·외교적 입지 강화를 넘어 경제적 실익 등까지 고려할 때 중-러에 각을 세우더라도 한미 동맹은 물론이고 한일 관계에 더 힘을 쏟을 때라고 보고 있다는 것. 윤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둔 만큼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발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중-러와 대결 구도 속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신냉전 구도에 한 발 더 들이게 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 중심 동맹 열차의 앞자리에 올라타야 동맹 구도에서 소외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북한과 대치 중인 한반도 특수성을 고려할 때 중-러와 각을 세우는 건 위험한 선택”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文정부 저자세 외교…할 말 하는 게 정상적 관계”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대통령실은 대만 문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을 두고 중국, 러시아와 동시에 긴장이 고조된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로이터 인터뷰나 중-러 양국 반발에 따른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등이 이례적인 건 아니란 입장이다. 러시아의 대량 학살 등 발생 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고려한다거나 대만 문제를 무력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 국제규범이나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원칙이라는 것. 다만 대통령실은 최근 중-러에 대한 윤 대통령 발언이나 정부 대응이 문재인 정부는 물론이고 지난해 새 정부 출범 뒤 유지된 기조와 비교해도 다소 강경해진 건 인정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의 다른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땐 ‘중국은 큰 산이고 우리는 작은 봉우리’라는 식의 저자세 외교를 펼쳐왔다”며 “할 말은 하는 게 정상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제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를 상대할 때도 국민들이 보기에 비정상적인 상황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외교안보 분야 최대 관심사인 대만 문제나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의도적으로 적극 대응해 바이든 행정부에 밀착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문재인 정부 당시 동북아 외교정책의 틀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선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한미 간 협력, 한미일 안보 강화, 우크라이나 지원 등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글로벌 이슈를 말한다고 할 때 우크라이나 현상, 국제질서 동향 등을 (정상들이) 말씀하실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소식통은 “심화된 신냉전 구도의 색깔이 다양한 의제에 묻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사이 애매한 태도, 글로벌 시장에서 소외” 윤석열 정부와 중-러 간 관계를 보는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러시아가 이젠 ‘적대적 행위’를 하는 국가로 우리를 인식한다는 것”이라며 “걱정스럽다”고 했다. 러시아에서 북한에 대한 첨단 무기 지원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는 등 한국을 압박한 것을 두곤 “경계감과 반감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이 신냉전 구도에 편입되는 상황에 대해선 “대미 공조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서방과 발을 맞추는 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봤다. 박종수 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은 최근 러시아에서 나온 위협 발언들이 “한국을 적국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지 교민이나 러시아를 여행하는 한국인들을 상대로 보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북-중-러는 모두 세계적인 핵 강국”이라며 “미국의 핵우산만 믿는 건 무책임하다”고도 했다. 반면 다른 외교 소식통은 “서방 동맹을 이끄는 미국이 중-러에 대놓고 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 최소한의 파이도 챙기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때처럼 ‘회색 지대’ 전략으로 일관하면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부터 소외될 것”이라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 20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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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대만문제 불장난땐 타죽어”…러 “무기공급은 적대행위”

    윤석열 대통령이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밝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과 대만 문제 관련 발언을 놓고 중국과 러시아는 경고 수위를 한층 높여 한국에 대한 공개적 압박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중러가 한미의 밀착을 견제하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2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관련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대변인 논평’이라는 보도자료를 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공급은 공개적인 반(反)러 적대 행동으로 간주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전날 크렘린궁 대변인의 회견에 이은 두 번째 경고에서 북한을 노골적으로 끌어들였다. 러시아 외교부는 “무기 지원은 해당 국가와 러시아의 관계에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반도 정세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한반도 상황을 지렛대 삼아 북한과 밀착을 강화하겠다는 식으로 우리 정부를 위협한 것이다. 전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손에 있는 걸 보면 그들(한국)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쓴 바 있다. 중국은 전날 외교부 대변인에서 21일에는 장관으로 공격수의 격을 한층 높였다. 친강(秦剛) 외교부장(장관)은 이날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 핵심”이라며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누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일을 꾀하려고 하거나 중국의 주권과 안보에 대해 행동을 취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엄정히 통고한다”고 덧붙였다. 강경하게 국익을 관철하는 중국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의 상징적 인물인 친 부장은 외교 분야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총아’로 꼽힌다. 20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윤석열 정부의 대미 ‘굴욕외교’에 대한 한국 내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에 아부하기 위한 충성의 증표로 주변국,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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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그너그룹 용병 “우크라 민간인 300여명 죽여”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용병들이 어린이 약 40명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민간인 300여 명을 사살했다고 증언했다. 18일 영국 일간 가디언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민간 군사업체 바그너그룹 전 용병 2명은 전날 러시아 인권 단체가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그룹 상부 지시로 격전지에서 피신해 있던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참혹하게 죽였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병(私兵)으로 불리는 바그너그룹은 ‘푸틴의 셰프’로 통하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특수부대 출신 인사와 함께 2014년 만들었다. 이 용병들은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거점도시 바흐무트에 투입됐다고 했다. 아자마트 울다로프는 “프리고진의 명령을 받아 9층짜리 아파트 지하에 숨어 있던 민간인 300∼400명을 모두 죽였다”며 “다섯 살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총을 쐈다. 우리가 죽인 어린이는 40명 정도”라고 말했다. 부상당한 우크라이나군 전쟁포로도 죽였다고 밝혔다. 다른 전 용병 알렉세이 사비체프는 “올 1월 탈영하다 붙잡힌 러시아군 용병과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죽였다”며 “60명 정도 되는 이들을 참호에 집어넣고 수류탄을 던졌다. 그래도 죽지 않은 사람은 불태웠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이었다. 단 하나의 행동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비체프는 살인죄로 러시아에서 복역하다 지난해 9월 전쟁에 투입됐다. 바그너그룹은 전장에서 6개월을 복무하면 석방시켜주는 조건으로 러시아 재소자 수만 명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너그룹은 이날 “두 사람 증언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특히 어린이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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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우크라 무기지원’ 가능성 시사… 러 “전쟁 개입” 반발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땐 인도적 지원이나 재정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그간 정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밝힌 것.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국의 무기 지원은 확실히 이 전쟁에 대한 개입을 뜻한다”고 반발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보도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26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에 보조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통령실은 “전제가 있는 답변이다.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북한의 우리 파트너들의 손에 있는 걸 보면 그들(한국)이 뭐라 할지 궁금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8일 “(군사)위성발사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준비를 다그쳐 끝내라”고 지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26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군사정찰위성 1호기’ 완성 사실을 밝히며 “계획된 시일 내 발사”를 지시한 것. 윤 대통령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확장억제도 있지만 초고성능, 고위력 무기들을 개발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방미 앞둔 尹, 우크라 지원 고민… 러 “눈에는 눈” 보복 위협 로이터 인터뷰서 “민간 학살” 전제군사지원 가능성 열어두자 논란대통령실 “정부 입장 바뀐 것 아냐”러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경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 방미를 앞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민간인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학살’ 등 전제 조건을 달았지만 처음으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고수해 온 ‘살상 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바꿀 수 있음을 처음 시사한 것. 러시아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엄포를 놓았다. ● 방미 앞 尹, 우크라 무기 지원 가능성 첫 시사 윤 대통령은 19일 공개된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만약 민간인에 대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 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적 또는 재정적 지원만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침략을 받은 나라를 지켜주고 원상회복을 시켜 주기 위한 다양한 지원에 대한 제한이 국제법적으로나 국내법적으로 있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방위 및 재건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언급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민간인 학살 등) 전제가 있는 답변”이라며 “(무기 지원 불가라는) 정부 입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가능성조차 차단했던 기존 방침과 달리 조건부라도 무기 지원 여지를 남긴 자체가 입장 변화란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방미를 앞두고 미국 및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정부가 무기 지원 등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을 좀 더 공세적으로 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입장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도 담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국의 경제적 능력이나 국제적 지위에 걸맞게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 진영의 대오를 맞춰야 한다는 책임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 기밀 유출 사건에선 문건의 진위와 별개로 미국의 무기 지원 요청에 대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미군 포탄을 제공하려면 정책을 변경할지 등을 두고 고심하는 대화 내용이 알려진 바 있다.● 러 “우리 최신 무기 북한 손에” 엄포 윤 대통령 발언이 알려진 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한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비우호적인 입장을 취해 왔고 이것(무기 지원 시사)은 그 일환”이라고 반발했다.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더 나아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의 적을 열렬히 도와주겠다는 새로운 자들이 나타났다”고 정면으로 한국을 겨냥했다. 이어 “러시아의 최신 무기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이웃, 북한의 우리 파트너들 손에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은 뭐라 말할지 궁금하다”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보복을 경고했다.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할 경우 한-러 관계는 파탄 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의 무기 지원이 실제 이뤄질 경우 러시아 내 우리 교민이나 기업 등에 대한 불이익 등 한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의 반응이 나온 직후 대통령실은 “러시아 반응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발언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익에 심대한 위해를 가하는 결정”이라며 “분쟁지역에 대한 군사지원은 국익을 해치는 행위이고 결단코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과 관련해선 “이런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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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기사-콘텐츠 도둑질”… WSJ, 오픈AI에 소송 검토

    하루 5700만 명이 찾는 미국 소셜미디어 레딧이 빅테크 인공지능(AI)의 자사 콘텐츠 무료 활용에 제동을 걸고 “비용을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빅테크가 언론사 기사, 소셜미디어 대화 내용 등을 AI 학습에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제동을 건 것이다. 18일(현지 시간) 레딧은 자사 사이트에 있는 대화 데이터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가 생성형 AI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레딧 콘텐츠를 무료로 가져다 쓰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다. 레딧의 거대한 대화 데이터는 빅테크가 경쟁적으로 개발 중인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과외 선생님’ 역할을 해왔다. 스티브 허프먼 레딧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레딧을 긁어 가치를 창출하면서 이를 사용자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NYT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 언론사 2000여 곳이 소속된 뉴스미디어연합(NMA)도 집단 대응을 고심 중이다. AI ‘공짜 학습’에 제동챗GPT 학습에 언론사 기사 무단사용WSJ “적절한 라이선스 받아야”트위터-레딧 “데이터 보호” API 유료화 “사람이 노력하고 투자해 만든 콘텐츠가 (AI 학습에) 끊임없이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뉴스미디어연합(NMA)의 대니얼 코피 부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같이 말하며 AI 학습에 뉴스 콘텐츠가 어느 정도 활용되고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NMA는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캐나다의 2000여 개 언론사가 소속된 미디어 단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두 요소로 학습에 필요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 이를 소화할 만한 뛰어난 컴퓨팅 파워가 꼽힌다. 문제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수많은 사람들이 창조한 콘텐츠라는 점이다. 언론사 기사, 소셜미디어 대화와 개인 콘텐츠, 학술 논문, 프로그램 개발 코드 등이 대표적이다. 온라인에 공개된 콘텐츠라도 허가 없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한지가 AI 학습 저작권 논란의 핵심이다.● ‘뉴스 어디서’ 질문에 언론사 줄줄 올해 2월 전직 WSJ 기자가 챗GPT에 ‘어떤 뉴스를 활용해 학습했는지’를 묻자 챗GPT는 로이터통신, NYT, 가디언, BBC, WSJ 등을 비롯해 매우 많은 언론사, 학술 논문 등에서 배웠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개발자 코드 공유 공간인 깃허브에서 실제 오픈AI가 ‘GPT-2’를 개발할 때 언론사 뉴스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을 밝혀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SJ는 오픈AI에 소송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 모회사 뉴스코프는 2월 투자자들에게 “WSJ 기자들이 작성한 기사를 AI 학습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누구든 우리로부터 적절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MS의 빙AI나 구글 바드가 사용자 질문에 답할 때 언론사 기사 내용을 요약해 알려주고, 링크도 제대로 걸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미 언론사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언론사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도 ‘우리 콘텐츠로 빅테크가 돈을 버는 것은 불공평하며 저작권 침해’라며 반기를 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12월 “놀랄 일도 아니지만 방금 오픈AI가 AI 학습을 위해 트위터 데이터베이스에 액세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는 이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위터는 결국 올 2월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유료화했다. 레딧도 2008년부터 무료로 운영하던 API 공개 정책을 18일 ‘상업적으로 이용 시 유료’ 조건을 달아 트위터의 뒤를 이었다. NYT는 “레딧의 유료화 정책은 AI 학습과 관련한 소셜미디어의 움직임에 있어 중요한 사례”라고 평했다.● “개발 코드 무단 사용” 소송전도 지난해 11월 익명의 개발자 집단은 자신들이 온라인에 올린 소프트웨어 개발 코드를 MS와 오픈AI가 무단으로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개발 코드를 쉽게 만들어 주는 AI인 MS의 코파일럿, 오픈AI의 코덱스가 깃허브 등에 올라와 있는 코드로 학습하고, 이를 익명화해 AI 답변으로 제공하고 있어 저작권이 침해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우리가 개발 코드를 공유할 때, 저작자 이름이나 라이선스를 명기하도록 해왔다”며 “하지만 AI는 오픈 소스 조건을 무시하고 무작위로 학습한 뒤 이를 배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무단 사용 논란에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필요한 경우 콘텐츠 거래를 통해 AI를 학습시켰다. 특정 영역의 고품질 데이터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사, 소셜미디어, 개발자, 아티스트, 이미지 업체 등이 모두 반발하고 있어 논란과 소송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콘텐츠에 담긴 사적인 정보가 답변에 노출된 사례도 나오자 이탈리아는 임시로 챗GPT 사용을 중단시킨 상태다. WSJ는 “(대용량의 언어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는) AI 기술이 산업적인 규모의 지식재산권 도용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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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中 비밀경찰서’ 운영 중국계 2명 기소

    미국 검찰이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정부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중국계 미국인 2명을 기소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비밀경찰서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 세계 50여 개국 가운데 비밀경찰서 관련 인물이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뉴욕 동부 연방검찰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은 17일 “중국 비밀경찰서를 열고 운영한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61)과 천진핑(59)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각각 재미 중국 푸젠성 창러 향우회 고문(전 회장)과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중국 정부 비밀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미 사법당국 조사를 방해할 의도로 문건을 파괴,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브리언 피스 뉴욕 동부 연방지검장은 “이번 기소는 중국에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미국에서 당신들 활동을 막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검찰과 FBI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맨해튼 차이나타운 건물 한 층을 빌려 향우회 간판을 내걸고 비밀경찰서를 열었다. 이 비밀경찰서는 푸젠성 푸저우(福州) 공안국 산하 조직으로 밝혀졌다. 비밀경찰서 개소 직전 루젠왕은 푸젠성 양회(兩會)에 사흘간 참석한 뒤 돌아왔다. 중국 공안이 비밀경찰서 운영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3월 루젠왕은 공안 관계자에게서 “캘리포니아에 사는 중국계 A 씨 행방을 확인해 달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수행했다. A 씨는 중국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반(反)체제 인물로 확인됐다. FBI는 “루젠왕은 중국 공안 및 통일전선공작부와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계 미국인들의 반정부 집회가 예고되자 루젠왕은 15명을 모집해 친중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주석 방미에 동행한 공안 고위 관계자는 루젠왕에게 상패를 수여하며 치하했다. 지난해 10월 FBI가 비밀경찰서를 압수수색하자 두 사람은 공안 등과 주고받은 업무 관련 문자메시지를 삭제하고 비밀경찰서 운영을 중단했다. 이들은 17일 체포된 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은 “근거가 전혀 없다”며 “(이번 기소는) 완전한 정치 농간”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53개국에 비밀경찰서 102곳을 두고 있으며 한국에도 1곳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비밀경찰서 거점 의혹을 받는 서울 송파구 한 중식당을 수사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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