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비밀경찰서’ 운영 중국계 2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뉴욕서 푸젠성 향우회 임원 활동
中비판 인사 감시-사법조사 방해”
中 “완전한 정치 농간” 혐의 부인

미국 검찰이 중국 비밀경찰서가 운영된 곳으로 지목한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통유리 외벽 건물. 중국계 미국인 2명이 이 건물 한 층을 빌려 향우회 간판을 내걸고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검찰이 중국 비밀경찰서가 운영된 곳으로 지목한 뉴욕 맨해튼 차이나타운의 통유리 외벽 건물. 중국계 미국인 2명이 이 건물 한 층을 빌려 향우회 간판을 내걸고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검찰이 뉴욕 맨해튼에서 중국 정부 비밀경찰서를 운영한 중국계 미국인 2명을 기소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비밀경찰서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 세계 50여 개국 가운데 비밀경찰서 관련 인물이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뉴욕 동부 연방검찰과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은 17일 “중국 비밀경찰서를 열고 운영한 중국계 미국인 루젠왕(61)과 천진핑(59)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각각 재미 중국 푸젠성 창러 향우회 고문(전 회장)과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중국 정부 비밀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미 사법당국 조사를 방해할 의도로 문건을 파괴, 은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브리언 피스 뉴욕 동부 연방지검장은 “이번 기소는 중국에 ‘우리는 당신들을 지켜보고 있으며 미국에서 당신들 활동을 막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검찰과 FBI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맨해튼 차이나타운 건물 한 층을 빌려 향우회 간판을 내걸고 비밀경찰서를 열었다. 이 비밀경찰서는 푸젠성 푸저우(福州) 공안국 산하 조직으로 밝혀졌다. 비밀경찰서 개소 직전 루젠왕은 푸젠성 양회(兩會)에 사흘간 참석한 뒤 돌아왔다.

중국 공안이 비밀경찰서 운영에 직접 개입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해 3월 루젠왕은 공안 관계자에게서 “캘리포니아에 사는 중국계 A 씨 행방을 확인해 달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수행했다. A 씨는 중국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반(反)체제 인물로 확인됐다.

FBI는 “루젠왕은 중국 공안 및 통일전선공작부와 오랜 기간 신뢰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계 미국인들의 반정부 집회가 예고되자 루젠왕은 15명을 모집해 친중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시 주석 방미에 동행한 공안 고위 관계자는 루젠왕에게 상패를 수여하며 치하했다.

지난해 10월 FBI가 비밀경찰서를 압수수색하자 두 사람은 공안 등과 주고받은 업무 관련 문자메시지를 삭제하고 비밀경찰서 운영을 중단했다. 이들은 17일 체포된 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의 해외 비밀경찰서 운영은 “근거가 전혀 없다”며 “(이번 기소는) 완전한 정치 농간”이라고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국제 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중국이 53개국에 비밀경찰서 102곳을 두고 있으며 한국에도 1곳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비밀경찰서 거점 의혹을 받는 서울 송파구 한 중식당을 수사 중이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중국 정부 비밀경찰서#fbi#세이프가드 디펜더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