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소개와 인사는 필요 없었다. 기괴한 영상과 이야기를 통해 인간 본성을 들여다보는 한국과 캐나다의 두 괴짜 감독. 7월 1일 개봉하는 SF영화 ‘스플라이스’의 빈센조 내털리 감독(오른쪽)과 ‘박쥐’의 박찬욱 감독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서로의 작업에 대해 쉼 없이 묻고 답했다. 결론은 하나. “금기를 넘나드는 파격을 두려워하는 영화는 아무 의미가 없다.” ■ 6·25때 맹활약한 두 유격부대6·25전쟁 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 중에는 계급도 군번도 없이 적진에 침투해 싸웠던 유격부대 대원들이 있었다. 이들의 활동상은 당시 부대 편성표와 전사자 명부 등에 그대로 기록돼 있다. 적군의 시체에서 신발을 벗겨 신어야만 했던 유격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의전원 폐지 수순?” 준비생-재학생들 패닉의대의 진입문턱을 낮추자며 도입된 의학전문대학원이 도입 5년 만에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교과부가 의전원 존폐를 대학들의 자율에 맡길 방침을 기정 사실화한 가운데 상당수 의대·의전원 병행대학들이 의대 체제로의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의대·의전원 병행대학 12곳을 전수조사해 의전원 존폐와 관련한 이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 달라이 라마 방일… 중국은 왜 모른척 할까중국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만 등장하면 ‘조건반사’처럼 날을 세웠다. 그의 방문을 허용한 나라들은 예외 없이 중국의 비난성명과 ‘보복’에 직면해야 했다. 18∼28일 달라이 라마의 일본 방문에 중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왜일까. ■ ‘예술사진 새 지평’ 만 레이展과 워커 에번스展예술 사진의 새 지평을 개척한 만 레이와 다큐 사진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 워커 에번스, 두 거장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을 또 하나의 예술매체로 격상시킨 만 레이와 정직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현실을 기록한 에번스. 이들 덕분에 사람들은 새로운 세상을 보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 오심으로 얼룩진 월드컵… 해법은 없나골라인 안으로 한참이나 들어갔다 튕겨 나온 것을 골로 인정하지 않은 판정 때문에 전 세계 축구팬이 흥분하고 있다. 우루과이 주심은 잉글랜드와 독일의 남아공 월드컵 16강전에서 명백한 오심을 했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축구도 비디오 판정이나 스마트볼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의 존치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침을 곧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동아일보가 현재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12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6개 대학은 이미 의대 체제 환원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대학도 대부분 의대로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의전원 제도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절반이 의대로 전환, 지방대는 관망 의전원은 의대 입학을 위한 과도한 입시경쟁을 줄이고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경험한 4년제 대학 졸업자를 의학교육입문시험(MEET)을 통해 선발한 뒤 의전원에서 4년간 수준 높은 의학교육을 실시한다는 취지에서 2005년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입시경쟁은 여전하고 이공계 학생들까지 의전원 입학 준비에 뛰어들면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또 대학 졸업→의전원 졸업→인턴(수련의)→레지던트(전공의) 과정을 거치려면 최소한 13년 이상 걸려 30대 후반의 졸업생들이 의학연구보다는 개업을 선호하는 현상이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의대들은 고교를 갓 졸업한 우수학생을 선발해 교육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의대와 의전원을 병행 중인 12개 대학 가운데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앙대, 동아대, 영남대 등 6개 대학은 의전원 존치 여부가 대학 자율에 맡겨지면 의대로 돌아가겠다고 대답했다. 이공계 황폐화, 의대와 의전원 사이의 학력 격차 등이 심각한 만큼 본래의 의대 체제로 돌아가겠다는 것. 서성옥 고려대 의대 학장은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보고 1년 전 찬반 투표를 시행했는데 72%의 교수들이 의대 체제 전환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와 한양대, 동국대는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지 않았다며 대답은 보류했지만 “내부적으로 의대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반면 아주대, 충북대, 전남대 등 3개 대학은 “교과부의 발표를 본 뒤 교수회의를 열어 논의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한 지방대 의대 학장은 “교과부에서 의전원으로 완전히 돌아서는 대학들에 내놓을 지원책을 보고 신중하게 향후 계획을 따져볼 것”이라고 전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시간차가 있겠지만 95% 이상의 대학들이 의대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비판이 많았다”고 말했다. ○ 의전원 학생들은 대혼란 의전원 시험을 준비해온 학생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지방대 의대 진학을 고민하다 서울 상위권 대학 생명공학부에 입학해 서울의 의전원을 준비해오던 대학생 배모 씨(24)는 “진학하고 싶은 학교의 의전원이 문을 닫을지 몰라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거나 공부를 계속하더라도 시험 유형이 비슷한 로스쿨 시험으로 전환하는 학생들도 등장하고 있다. 의전원 재학생들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소재 의전원 재학생 김모 씨(27)는 “입학하자마자 폐지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데 이럴 거면 애초 의전원을 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의대 학장들 사이에서는 교과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의대 학장은 “각종 지원금을 내걸고 대학들에 의전원을 도입하라고 해 체제를 전환하고, 투자를 해 의전원을 만들었더니 이젠 또 자율에 맡기겠다고 해서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2005년 의전원이 도입되면서 의학교육기관은 의전원으로 완전 전환한 대학(가천의과대, 건국대, 경희대, 경북대, 부산대, 이화여대 등 15개)과 의대·의전원 병행 대학 12개, 의대 체제를 고수하는 대학(관동대, 단국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등 14개) 등 3가지가 존재하고 있다. 의대·의전원 병행 대학들이 모두 의전원을 폐지할 시 현재 3013명 중 54.5%(1641명)인 의전원의 정원 비율은 38% 수준으로 떨어진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사람들 무관심이 가장 큰 적… 비용도 자기부담”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그라운드에서는 골대를 향한 현란한 드리블과 돌파, 힘이 넘치는 슈팅이 이어졌다. 26일 인천 연수구 동춘동. 길이 40m, 너비 20m의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에서는 쉴 새 없이 공에서 나오는 ‘차르르’ ‘차르르’ 하는 구슬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대를 한 양팀 5명씩의 시각장애인 선수는 공이 보이지 않았지만 귀를 쫑긋 세우고 마음을 집중해 ‘소리’를 차고 있었다. 경기를 향한 열정만은 월드컵 못지않았다. 이들은 시각장애인축구단 ‘소리를 차는 사람들(소차사)’ 회원.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축구를 할 수 있느냐’는 편견을 깨고 이들이 축구를 즐기게 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시각장애인 국가대표축구단 이창화 단장과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다산복지재단 등의 노력으로 1999년 서울 송파구에 시각장애인 전용 축구장이 생겼다. 이어 조약돌을 넣은 돼지저금통으로 축구를 하던 서울맹학교 선후배 10여 명이 모여 2000년 소차사를 창단한 것. 이제는 회원 50여 명이 서로 리그전을 치르며 실력을 키우는가 하면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세계대회에 참가하는 등 당당한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다. 국내 시각장애인 축구동호인클럽은 10여 개. 이들은 각자 생업이 있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매주 축구장을 찾아 훈련을 하고 있다. 2002년부터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시각장애인 김경호 씨(32)는 “회원들 대부분이 안마사 일을 하는데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도 아침 일찍 축구장에 나와 공을 찬다”고 말했다. 그는 “교통비와 축구화 등 각종 부대비용까지 모두 자부담이라 적지 않은 돈이 들지만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만은 국가대표급이다”라고 덧붙였다. 세간의 무관심이 때로는 섭섭하다. 일본은 이미 시각장애인 축구대표팀의 인기가 상당해 국제경기를 할 때면 ‘울트라 닛폰’과 같은 응원팀이 따라다니는데 국내에서는 시각장애인 축구단의 존재 자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시각장애인 축구대표팀은 2004년과 2008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서 각각 6전 전패와 4패 1무를 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2007년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IBSA) 아시아 시각장애인축구선수권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고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는 영국과 대등한 접전 끝에 2-1로 아깝게 졌다. 올해 8월 영국 헤리퍼드에서 열리는 세계장애인축구선수권에서는 꼭 ‘세계선수권 첫 승’을 거두겠다는 각오다. 인천=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2010학년도 입시에서 홍익대 미대는 ‘무실기 전형’이란 파격적인 입시 실험을 했다. 자율전공학부 100명을 실기시험 대신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바탕으로 한 심층면접을 통해 선발하고, 2013학년도부터는 아예 실기고사를 폐지하겠다는 지난해 홍익대 미대의 발표는 미술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막상 무실기로 학생을 뽑다 보면 홍익대의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홍익대는 무실기로 2010학년도 자율전공 신입생을 선발했다. 2009학년도에도 자율전공 학생을 선발했지만 이때는 50분가량 간단한 실기시험이 치러졌었던 만큼 ‘그림’을 아예 보지 않고 학생을 선발한 것은 처음이었다. ○ “첫 학기 만족스러워” 무실기 전형으로 선발된 2010학년도 신입생들의 첫 학기를 지켜본 학교 측은 일단 ‘만족스럽다’고 자평하고 있다. 최병훈 홍익대 미대 학장은 “아직 학생들의 구체적인 성적을 내보진 않았으나 교수들은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라며 “학생부와 심층면접 등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성취욕이 높은 학생들이 선발됐는데 그런 학생들의 높은 성취욕이 학교생활에서도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떨리는 한 학기를 보낸 학생들의 목소리에도 안도감이 묻어났다. ‘정답’이 존재하고 그 정답을 모방하게끔 하는 입시미술에 대한 거부감으로 독일 유학을 준비하다 자율전공학부를 통해 홍익대 미대 회화과에 입학한 오새얼 씨(19). 그는 “입학하기 전에는 ‘실기’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뒤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라며 “물론 실기 전형 학생들이 풍경화나 정물화 등에서의 표현능력은 뛰어나지만 무실기 전형 학생들이 창의력에서는 오히려 돋보이는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분석한 통계수치도 긍정적이다. 2010학년도 무실기 전형과 유사한 면접 위주의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된 2009학년도 자율전공 입학생들의 대학 성적이 실기를 치른 일반 입학생에 비해 뒤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전공 실기과목 평점평균에서 0.15점 정도 낮았으나 전공이론과 교양 과목에서는 도리어 자율전공 입학생의 평점평균이 각각 0.05, 0.13점 높았다. 실기과목에 대한 흥미나 집중도도 높았다. 자율전공 입학생들의 평균 전공실기 수강과목 수는 8.83개로 일반 입학생(4.98개)보다 훨씬 많았다.○ 실험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어 불과 한 학기가 지난 만큼 홍익대의 실험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남아있다. 서울의 한 미대 교수는 “사교육에 의해 훈련된 학생보다 창의적인 학생을 뽑겠다는 홍익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중요한 전형요소인 실기를 아예 빼는 것이 최선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있다. 홍익대 미대의 한 교수는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도 일부 보이고 또 가르치는 미대 교수들 입장에서는 기초가 제대로 안 닦인 학생들을 상대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교수들 사이에서는 무실기 전형에 대해 ‘오래갈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견해를 가진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실험’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서종욱 입학관리본부장은 “단순한 그림 기술보다는 창의성과 유연한 사고를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무실기 전형이란 결정을 내렸던 것”이라며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45년 전에는 ‘빈곤이 없는 국가’로 칭송을 받기도 했다.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영국의 경제학자는 ‘기적’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지금은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6·25전쟁 이후 60년간 진행된 북한 경제의 몰락사를 들여다봤다. ■ 10대들이 어떻게… 엽기살인 행각2년여 동안 알고 지낸 친구를 자신에게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때렸다. 나흘간 맞던 친구가 숨졌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인터넷으로 시신처리방법을 검색하는가 하면 한강에 친구의 시신을 버린 뒤에는 태연히 낮잠을 잤다. 10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엽기적인’ 10대 청소년 일당의 살인 행각이 드러났다. ■ 6·25전쟁 첫날 서울시민은 왜 느긋했나 재미교포 위진록 씨(사진)는 6·25전쟁 발발 직후 라디오방송을 통해 북한군의 남침 소식을 처음 전달한 방송국 아나운서였다. 그러나 그날 오후 위 씨는 축구경기를 보러 축구장을 찾았고 친구들과 대포 한잔을 하겠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렇다면 당시 서울시민들은 어땠을까. ■ 러 대통령 방미… 양국관계 ‘리셋’될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23일 미국 첨단 정보기술(IT)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방문한다. 구글의 에릭 슈미츠 창업자 같은 굵직한 IT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고 스탠퍼드대에서 강연도 하게 될 그의 행보에는 양국 관계 개선을 뛰어넘어 러시아 경제를 위한 야심 찬 목표가 숨겨져 있다는데….■ 예술지원에 ‘당근’ 줘야 문화가 웃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예술지원액은 계속 줄고 있다. 경기가 호전될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할까. 기부금을 일정 비율까지 세액 공제해 주는 프랑스의 예술지원 관련 세제는 참고가 될 만하다. 예술 협력을 ‘투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사고 전환의 노력이 필요하다. ■ 모의평가로 본 ‘EBS 수능 연계’ 다음 주면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성적표가 배부된다. 전문가들은 모의평가에서 EBS 연계율이 50%라고 분석했지만 학생들의 ‘체감 연계율’은 낮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가 ‘연계율’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체감 연계율을 높이는 게 수능 고득점의 비결이라는 분석도 있는데…. ■ 저축銀 PF대출 전산화…수시감시 체제 도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이 대출 관련 정보를 전산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업장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고도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가 저축은행과 건설사의 동반 부실을 막는 방어막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노후한 주택들이 이어진 골목 사이사이에는 좁고 가파른 계단이 뻗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간 동네 한쪽은 오전 시간임에도 음침했다. 한국과 그리스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리던 12일 10대들이 모여 친구를 살해한 가해자 한 명의 집도 그곳에 있었다. 이웃 주민들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얼마 전에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10대 네댓 명이 여자애를 때리고 있더라고요. 때리다가 계단 위로 끌고 올라가던데 한 여자애는 ‘먹을 것도 다 주는데 왜 도망 가냐’고 소리를 지르고. 워낙에 동네에 10대 무리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 시신 잔인하게 훼손한 10대 10대 청소년들이 또래 10대 여학생을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2일 자신들에게 험담을 했다는 이유로 김모 양(15)을 폭행, 살해하고 범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한강에 버린 혐의(살인 등)로 정모 군(15)과 최모 양(15)을 구속하고 안모 양(16)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모 군(19)에 대해서는 시신 유기를 주도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양, 안 양, 윤모 양(15) 등 3명은 9일 ‘집이 비었다’며 홍은동 최 양의 집으로 피해자 김 양을 불렀다. 인터넷 메신저로 알게 돼 가출할 때마다 어울리며 2년 남짓 알고 지낸 이들이었지만 김 양이 ‘행실이 나쁘다’며 자신들의 흉을 본 것을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지면서 김 양에 대한 주먹질이 시작됐다. 최 양의 남자친구였던 정 군도 합세하면서 무릎을 세운 ‘니킥’을 가하는 등 폭력은 점점 거세졌다. 심지어 피해자 김 양의 남자친구 이모 군(15)도 폭행에 가담했다. 도배 일을 하던 최 양의 부모가 지방에 가 있어 감시하는 어른이 없었던 가운데 이들은 나흘 동안 먹고, 자고, 때리고를 반복했다. 이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점점 강도가 세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몸을 구타당한 김 양이 숨진 것은 12일 저녁. 이들은 친구의 죽음에도 당황하지 않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시신 처리 방법을 의논하다 무거운 물체를 달아 한강에 버리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리고 한강에서 수심이 가장 깊다는 양화대교 부근을 유기 장소로 골랐다. 이들은 시신에 10원짜리 노잣돈을 넣어주고 이쑤시개를 불태우는 등 ‘간이 염(殮)’을 하기도 했다. 시신을 옮기기에 너무 무겁다는 얘기가 나오자 이 군(19)이 케이블TV 탐정만화의 장면을 떠올려 “혈액을 빼내 무게를 줄이자”며 목과 아킬레스힘줄을 훼손하고 6명이 집 다용도실에서 시신을 거꾸로 들어 피를 뺐다. ○ 음란·폭력물 쉽게 접해 10대 범죄 잦아 이 군(19)과 정 군, 안 양은 김 양의 시신을 벽돌, 시멘트 덩어리와 함께 담요에 넣어 13일 오전 6시 반경 택시를 타고 양화대교로 가 강물에 던졌다. 이들은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택시 운전사에게 “축제 때 사용할 조각상”이라고 둘러대는가 하면, 경찰이 혹시라도 조사를 시작하면 ‘김 양이 종적을 감췄다’라고 하자고 말을 맞추는 등 태연함을 보였다. 이들은 범행 직후에도 다시 최 양의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잤으며 윤 양은 교회에도 나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부모가 없거나 이혼한 결손가정 아이들로, 학교도 자퇴 또는 장기 결석 중이었다”면서 “범행은 엽기적인데 정작 본인들은 얼마나 큰일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며 혀를 내둘렀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전영실 연구위원은 “청소년들이 음란물폭력물 등을 쉽게 접하면서 모방이나 충동범죄가 더욱 잦아지고 있다”며 “아이들, 특히 방임된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6·2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수도권에 특성화 캠퍼스를 추진하던 대학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 유임에 안도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 일부 대학들은 지자체장 교체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서강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남양주와 경기에서 한나라당 소속인 이석우 시장과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연임에 성공함에 따라 남양주 제2캠퍼스 건립 계획이 탄력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서강대는 2015년까지 ‘서강대 남양주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하고 2월 남양주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서울 캠퍼스의 5배 규모(82만5000여 m²)로 국제 영재학부와 대학원, 연구단지 등을 세운다는 계획은 선거 과정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한나라당은 캠퍼스 건립 추진이 지역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며 찬성한 반면 민주당은 ‘빈껍데기’라며 회의적 입장을 보였던 것. 서강대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비칠까봐 최대한 발언을 자제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시장 교체 시 추진계획 변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파주 미군반환기지 용지에 ‘이화글로벌캠퍼스’를 추진하는 이화여대는 “이인재 파주시장 당선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이화여대 캠퍼스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대학들은 표정이 그리 밝지 못하다. 많은 단체장들이 연임에 실패하면서 지금까지의 캠퍼스 건립을 위한 노력에 혼선이 일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특히 연세대는 당황하는 표정이다. 연세대는 송도캠퍼스 추진 초기부터 안상수 인천시장(한나라당)과 적극적으로 공조해왔고 안 시장 역시 송도캠퍼스를 자신의 대표적 치적으로 홍보하며 재임 성공 시 해외명문대 유치에 앞장서 송도를 글로벌 대학도시로 키워 나갈 것을 공언해왔다. 시가 강의동과 연구시설 등을 짓는 비용 6500억 원을 전액 부담키로 하는 등 인천시의 연세대에 대한 지원은 파격적이었다. 송영길 당선자(민주당) 역시 연세대 동문이지만 연세대는 시장 교체로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역시 개교를 준비 중인 고려대 홍익대 등도 인천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 중이다. 중앙대는 2007년 11월 김황식 경기 하남시장(한나라당)과 하남시 옛 미군기지(캠프 콜번) 자리에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하는 것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올 2월에는 안상수 인천시장과 인천 검단신도시 제2지구에 인천캠퍼스를 건립한다는 내용의 MOU도 체결했다. 그러나 이교범 하남시장 당선자(민주당)는 하남 캠퍼스 설립에 신중한 입장을 표하고 있다. 중앙대 관계자는 “새 시장의 업무 인수가 끝나면 대화를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낙태를 도와주겠다며 미혼인 임신부를 유혹해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낙태 시술을 돕겠다’는 인터넷 글로 20대 임신부를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신모 씨(39)를 20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인터넷 쪽지 등을 통해 ‘산부인과 사무장인데 낙태를 도와주겠다’라며 낙태를 고민하던 임신 6주 상태의 A 씨(23)에게 접근했다. 그렇게 A 씨에게 다가간 신 씨는 서울에 살던 A 씨를 대구 동대구역 근처로 오게끔 해 지난달 27일 경북 경산시 자신의 집에 데려가 흉기로 위협해 두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씨는 ‘간호사 숙소에서 낙태 시술을 받게 해 주겠다’며 A 씨를 안심시켰고 성폭행 뒤에는 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A 씨와 가족에게서 140여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에 사는 신 씨는 2002년 강도강간 등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성범죄 등 전과 8범으로 해당 지방 경찰의 관리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들이 성범죄자들에 대한 감시시스템 확충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특히 전자발찌를 한 성범죄 전과자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접근을 막는 보안시스템 도입에 관심이 높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학교에 접근하는 위치정보를 학교나 경찰이 미리 알 수 있다면 아동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지만 현재는 법 때문에 관련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단체와 학부모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 같은 감시 장치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옥보연 부소장은 “성폭력에 대해서만큼은 가해자의 인권보다 피해를 볼 수 있는 아동들의 인권이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라며 “전자발찌 감시 시스템 기술이 갖춰져 있다면 도입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도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초등학교에 접근하면 학부모 등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어린이 대상 성범죄 예방을 위해 시의 ‘유서울(U-서울) 어린이 안전시스템’과 법무부 전자발찌시스템을 연계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정현 의원(한나라당)도 “전자발찌 감시시스템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와 필요성을 감안해 관련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범죄 전과자라고 해도 위치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 현행법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의 위치정보는 국가기관에서 관리하고 엄격한 법적 요건을 갖춰야만 공개하는 등 제한하고 있다. 한 학교에 2000만∼3000만 원이 드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또 이런 감시 장치가 도리어 학부모들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전자발찌 감시시스템이 100점짜리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동 성범죄가 날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2의 김수철’이 나오지 않도록 이를 포함해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성범죄자 위치정보 기술을 개발한 한 회사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찬 모든 성범죄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발찌의 공동주파수를 이용해 성범죄자의 접근 여부만 알 수 있도록 하면 성범죄자 개인정보도 지켜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면서 성범죄를 줄일 수 있도록 관계 기관들이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장윤정 사회부 yunjung@donga.com}
낙태를 도와주겠다며 미혼인 임신부를 유혹해 성폭행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낙태 시술을 돕겠다'는 인터넷 글로 20대 임신부를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 등)로 신모 씨(39)를 20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인터넷 쪽지 등을 통해 '산부인과 사무장인데 낙태를 도와주겠다'라며 낙태를 고민하던 임신 6주 상태의 A 씨(23)에게 접근했다. 그렇게 A 씨에게 다가간 신 씨는 서울에 살던 A씨를 대구 동대구역 근처로 오게끔 해 지난달 27일 경북 경산시 자신의 집에 데려가 흉기로 위협해 두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씨는 '간호사 숙소에서 낙태 시술을 받게 해 주겠다'며 A 씨를 안심시켰고 성폭행 뒤에는 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A 씨와 가족에게서 140여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에 사는 신 씨는 2002년 강도강간 등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은 성범죄 전과 9범으로 해당 지방 경찰의 관리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한 중국인 남성이 대형 태극기를 칼로 썬 뒤 프라이팬에 굽는 동영상이 공개돼 누리꾼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국내 한 포털사이트에 ‘태극기 먹는 중국인’이란 이름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 ‘Ku6’(www.ku6.com)에 게시돼 누리꾼들이 퍼 나른 이 영상에서 중국 남성은 도마에 태극기를 펼쳐 접은 후 중국요리를 할 때 흔히 쓰는 큰 칼을 이용해 잘게 썰었다. 양손에 칼 두 개를 들고 태극기를 다지기도 했다. 이어 이 남성은 그릇에 잘린 태극기와 소스, 계란 등을 넣고 저은 후 기름에 넣고 튀겨낸다. 동영상은 이 남성이 태극기 요리를 접시에 담은 뒤 마침내 테이블 위에 엎어버리는 데서 끝난다. 이 영상을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내 몸이 잘려나가는 기분”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외교통상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아무리 개인행동이라고 해도 외교부에서 중국 측에 확실하게 통보해야 한다”는 등 비판 의견이 올라왔다. 외교부는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 ‘중국인 태극기 요리’ 동영상과 관련해 “중국에 즉각적인 삭제 및 확산 차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인이 태극기를 요리하는 이 동영상이 양측 국민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삭제를 요청하는 한편 앞으로 자제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서울시교육청 인사비리에 연루돼 검찰에 기소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76)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16일 하늘색 수의를 입고 서부지법 법정에 선 공 전 교육감은 거동에 문제가 없는 건강한 모습이었지만 징역 4년형이라는 판결이 내려지자 끝내 고개를 숙였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김현미)는 이날 부하직원으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인사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 전 교육감에 대해 징역 4년, 벌금 1억 원, 추징금 1억4600만 원을 선고했다. 서울시교육감 출신이 비리로 실형 선고를 받은 것은 1988년 사학재단 수뢰 파문에 휘말린 최열곤 교육감 이후 처음이다. 재판부는 이날 공 전 교육감에게 3800만 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장모 전 인사담당 장학관(59)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벌금 4000만 원, 추징금 6025만 원을 선고했다. 공 전 교육감에게 2100만 원을 상납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 전 국장(60)에게는 징역 1년, 벌금 2000만 원, 추징금 2000만 원의 판결을 내렸다. 공 전 교육감의 차명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드러난 조모 전 비서관과 교육청 직원 이모 씨에게는 각각 500만 원과 2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공 전 교육감에게 돈을 전달한 전현직 교육장과 교장 등 간부 6명에게도 벌금 300만∼2000만 원을 선고했다. 한편 술에 취해 동료 장학사를 하이힐로 폭행한 뒤 경찰서에서 “뇌물을 줬다”고 털어놔 인사비리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고모 장학사(50·여)도 이날 서울시교육청 징계위원회에서 파면조치됐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9일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 베트남에서 도착한 아이 3명이 입국장에 모습을 보이자 윈티 홍띠엔 씨(26)는 달려가 이들을 품에 꼭 안고 눈물을 흘렸다. 얼싸안은 어머니와 세 아이는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남편 하나만 믿고 따라온 낯선 한국에서 남편을 떠나보내고 생계 때문에 아이들과도 생이별한 홍띠엔 씨의 유일한 꿈은 가족을 만나는 것이었다. 낯설기만 했던 한국 땅의 온정 덕분에 잡히지 않을 것만 같던 그 소원은 현실이 됐다.○ 남편을 잃고 아이 셋과 ‘생이별’ 홍띠엔 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열아홉의 나이로 무역업을 하던 남편과 결혼한 2003년. 하지만 2006년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졌고 남편은 곧 뇌종양으로 쓰러졌다. 2008년 수술을 받았지만 남편은 한국에 아내와 세 아이만을 남긴 채 떠났다. 당장 생계를 이어나가야 했지만 어린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곁에 없었다. 홍띠엔 씨는 결국 2008년 베트남 친정에 아이 셋을 두고 홀로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다. 살 집을 마련하지 못해 외국인 쉼터에서 지내는 처지였지만 식당 등에서 일하며 교통비와 방세, 식비를 제외한 40만 원 남짓한 돈을 베트남에 매달 보냈다. 생활을 다 정리하고 베트남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발길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남편의 나라인 데다 아이들 아버지의 나라를 등질 수는 없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 아이들은 한국인인걸요. 일주일에 2∼3번의 통화, 화상채팅으로 그리움을 겨우 달랬죠.” 물론 이산가족 생활은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녀 한국말을 곧잘 하던 첫째 정수(7)는 점차 말을 잊어갔고 용화(5)는 울먹이며 자꾸만 ‘엄마’를 불렀다. 막내 수영이(2)는 아예 엄마 기억을 잊어가는 듯했다. 또 이들 삼남매 모두 한국국적의 외국인 신분이다 보니 베트남에서 3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했다. 정수는 베트남 국적이었다면 학교에 다녀야 하지만 한국 국적이기 때문에 베트남 학교에 입학할 수 없었다. ○ 한국의 온정에 다시 만난 가족 그래도 행운이 따랐다. 2009년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음식을 파는 음식점 ‘레인보우 스푼’에 취직이 된 것. 월급은 85만 원 안팎으로 많지 않지만 베트남 문화를 알릴 수 있고 또 같은 처지의 결혼 이주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홍띠엔 씨에게는 그 이전까지의 직장과는 확연히 달랐다. 9일 일곱살 맏이의 생일날인천공항서 2년만의 재회“당당한 한국인으로 키울게요” 하루빨리 아이들을 데려올 그날을 그리던 홍띠엔 씨의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은 한국의 ‘정(情)’이었다. 그를 걱정한 복지관과 구청 등은 ‘홍띠엔 가족 재결합 프로젝트’를 구상해 주거지와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차곡차곡 준비해줬다. 어린이재단과 부산 동구 사회복지관은 앞장서서 홍띠엔 씨의 사연을 알려 후원금 2000만 원을 마련해 부산 동구 범일동에 작은 전셋집을 구했다. 부산 동구청의 직원들은 텔레비전과 세탁기 등을 선사했다. 부산의 몇몇 베트남전 참전용사는 120만 원을 항공료로 기부했다. 사회복지관은 “앞으로도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무상으로 돌봐주는 한편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구 환경미화원들도 월 몇만 원씩이나마 후원금을 내기로 했다. 다시 뭉친 가족은 9일 첫째 정수의 생일을 맞았다. 빡빡한 살림이다 보니 선물을 따로 마련하지 못했지만 엄마는 따뜻한 밥상을 차렸다. 생일 모자를 쓴 정수와 두 딸을 품에 꼭 끌어안은 홍띠엔 씨는 “이제 아이들이 아빠처럼 당당한 한국인으로 자라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에요. 잘 키울게요”라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한 유명 클럽 디제이(DJ)가 트위터와 자신의 블로그에 자살을 하겠다는 글을 올린 지 이틀 만에 실제로 숨진 채 발견됐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접했던 블로그 방문자들과 수백 명의 팔로어(Follower)는 그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에 휩싸였고 이 사실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과거 인터넷 게시판에 자살 계획을 알린 사례는 있었지만 이처럼 트위터로 죽음을 예고하고 실제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15일 오전 5시경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강나루터 인근의 한 건물 난간에 이모 씨(27)가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홍대입구 인근 클럽에서 DJ로 활동해 온 이 씨는 13일 이른 오전 트위터에 ‘자살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평소 운영하던 블로그에도 비슷한 시간에 ‘자살하러 갑니다. 저랑 조금의 인연이라도 있던 분들 사랑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을 본 팔로어와 블로그 방문자들은 ‘다시 한 번 생각하세요. 누군가는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라며 만류하는 등 이 씨를 걱정하며 행적을 알아보기도 했다. 이 씨는 2002년부터 클럽에서 활동해 온 유명 DJ로 2009년에는 다른 DJ들과 앨범을 발간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 글과는 별도로 어머니에게 ‘사랑합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며 경제적 문제를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의 트위터에는 ‘오 박지성’과 같은 월드컵 관련 글과 일상적인 글이 주를 이뤘으나 ‘우울증 극대화’ ‘좋은 사람은 빨리 떠나고, 예쁜 꽃은 빨리 지며, 좋은 날은 금방 간다는 명제를 의심하지 않는다’ 등 허무한 심리가 엿보이는 글도 있었다. 현재 트위터에는 이 씨의 실명과 나이, 직업 등과 함께 ‘트위터를 통한 예고 자살이 발생했다’ ‘오늘 아침 한강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등의 상황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경찰은 “이 씨가 글을 남기기 전 그의 합정동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며 “이 씨가 신변을 정리하고 불을 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재일교포인 박모 씨(45)는 국내 명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04년 초 경기 부천시에 성형외과 의원을 열었다. 개원할 때만 해도 기대에 부풀었지만 갈수록 환자가 줄었다. 정교한 시술이 필요한 성형외과 의사로서 경쟁력이 떨어졌던 박 씨는 2008년 8월 수소문해 ‘손 기술이 최고’라는 평을 받던 무면허 시술업자 신모 씨(53·여)를 영입했다. 신 씨는 의사면허도 없이 박 씨의 병원에서 주름살 제거수술 등을 했다. 2008년에도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속에 걸린 적이 있던 간호조무사 출신 김모 씨(38·여)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남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업하고 원장 행세를 했다. 그는 이렇게 차린 병원에서 2009년 4월부터 10월까지 600여 명을 상대로 점 빼기, 사마귀 제거 등의 시술을 진행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출신인 서모 씨(56·여)도 의사면허 없이 인천 등지에 4개의 성형외과를 차려놓고 의사를 고용해 20억 원 상당의 수입을 챙겼다. 불법 의료기관에 의사면허를 빌려주거나 사이비 성형 시술자를 고용한 의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사면허를 대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심모 씨(68) 등 의사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무면허 성형 시술자를 채용한 혐의로 재일교포 의사 박 씨를 지명 수배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박 씨의 병원에 취업했던 신 씨, 의사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김 씨와 서 씨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 씨 등 의사 8명은 김 씨와 서 씨에게 의사 면허를 빌려줘 이들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병원 5곳을 설립해 운영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면허가 없는 개인이 병원을 설립하면 불법이다. 면허를 빌려준 의사들은 대개 병원 경영난과 고령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로 사례금 400만∼700만 원을 받고 면허를 대여하거나 월급 2000여만 원을 준다는 말에 넘어가 비의료인 아래서 진료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의사들이 돈의 유혹에 빠져 불법의료 관행을 돕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재일교포 출신인 박모 씨(45)는 국내 명문의대를 졸업하고 2008년 초 경기도 부천시에 성형외과 의원을 열었다. 개원할 때만 해도 기대에 부풀었지만 갈수록 환자들이 줄었다. 정교한 시술이 필요한 성형외과 의사로서 경쟁력이 떨어졌던 박 씨는 2008년 8월 수소문해 '손 기술이 최고'라는 평을 받던 무면허 시술업자 신모 씨(53·여)를 영입했다. 신 씨는 의사면허도 없이 박 씨의 병원에서 주름살 제거수술 등을 했다. 2008년에도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속에 걸린 적이 있던 간호조무사 출신인 김모 씨(38·여)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남의 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업하고 원장행세를 했다. 그는 이렇게 차린 병원에서 2009년 4월부터 10월까지 600여명을 상대로 점 빼기, 사마귀 제거 등의 시술을 진행했다. 성형외과 상담실장 출신인 서모 씨(56·여)도 의사면허 없이 인천 등지에 4개의 성형외과를 차려놓고 의사를 고용해 20억 원 상당의 수입을 챙겼다. 불법 의료기관에 의사 면허를 빌려주거나 사이비 성형 시술자를 고용한 의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사 면허를 대여한 혐의(의료법 위반)로 심모 씨(68)등 의사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무면허 성형 시술자를 채용한 혐의로 재일교포 출신 의사 박 씨를 지명 수배했다고 14일 밝혔다. 또 박 씨의 병원에 취업했던 신모 씨, 의사면허를 빌려 병원을 개설한 김모 씨와 서모 씨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심 씨 등 의사 8명은 김 씨와 서 씨에게 의사 면허를 빌려줘 이들이 2002년부터 최근까지 서울과 인천 지역에서 병원 5곳을 설립해 운영하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가 없는 개인이 병원을 설립하면 불법이다. 면허를 빌려준 의사들은 대개 병원 경영난과 고령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들로 사례금 400만~700만 원을 받고 면허를 대여하거나 월급 2000여만 원을 준다는 말에 넘어가 비 의료인 아래서 진료행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병원 간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의사들이 돈의 유혹에 빠져 불법의료 관행을 돕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서울서부지검이 부하들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인사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징역 5년, 벌금 2억1200만 원, 추징금 1억4600만 원을 구형했다. 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 전 교육감은 전현직 교육장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장모 전 장학관(59·구속기소)과 김모 전 국장(60·구속기소)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순수한 의미로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인사 직전, 직후에 돈이 오갔고 돈을 건넨 이들은 모두 승진과 요직 발령 등의 혜택을 누렸다”라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이 과연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의심스럽다. 교육계의 비리사슬을 끊으려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공연에 대한 목마름이 그만큼 컸던 것일까. 눈앞에서 펼쳐진 요정과 네 남녀의 소동, ‘한여름 밤의 꿈’에 무더운 오후 공연장을 찾은 장애인들은 더위도 잊은 채 행복한 ‘꿈’에 빠져들었다. 요정들의 춤에 함께 손을 흔들었고 마술에 빠져 변심한 애인 때문에 힘들어하는 주인공에겐 “어떡하냐”며 걱정 어린 한숨을 내쉬었다. 어떤 남성에게 사랑의 묘약을 발라줘야 할지 고민하는 요정에겐 “오른쪽 남자”라고 훈수를 뒀다. 1시간여 만에 공연이 끝났다. “공연 재밌게 봤느냐”는 질문에 한참을 웃던 한 장애우는 “좋았어요”라고 또박또박 대답했다. 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나눔교회에서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 식구 150여 명이 ‘문화 선물’을 받았다. 바로 요정들의 장난으로 사랑하는 상대가 바뀌는 해프닝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희극 ‘한여름 밤의 꿈’. 공연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2시간이 훌쩍 넘는 연극을 1시간 분량으로 각색해 공연장을 찾은 서울시극단은 화려한 의상과 연기력으로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엄마, 저건 뭐야” “깜깜해. 나갈 거야”라며 교회 공연장을 낯설어하던 관객들은 극이 시작되자 서서히 배우들의 춤과 대사에 빠져들었다. 지적장애로 집중하기가 어려운 학생들이 중간 중간 물을 찾는 일은 있었지만 공연 내내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지적장애를 가진 딸의 손을 잡고 이날 공연을 함께 본 홍모 씨(37·여)는 “이 같은 연극 공연은 정말 오랜만이다”라며 “딸아이가 제대로 집중을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재미있게 지켜봐 뿌듯했고, 연극 수준 자체도 기대 이상이라 나도 즐겁게 공연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들이 만난 이 연극은 ‘함께해요 나눔예술. Happy Tomorrow’의 일환으로 마련된 공연. ‘함께해요 나눔예술. Happy Tomorrow’는 예술을 접하기 힘든 시민들에게 공연을 선사함으로써 이웃사랑을 실천하자는 취지에서 동아일보, 세종문화회관, 현대건설이 공동 기획한 ‘행복 나눔 프로젝트’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서울시무용단, 서울시합창단 등 세종문화회관 소속 9개 문화예술 전문단체는 동아일보, 현대건설과 함께 올해 말까지 6개월 동안 보육원, 복지시설, 재활센터, 병원, 장애인복지관 등 문화소외계층과 청소년 등 우리 이웃을 찾아 120회의 맞춤형 문화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문화 나눔 활동을 펼쳐오던 중 장애인이나 노인 등 아예 공연장을 찾기 힘든 사람들에게 찾아가는 공연이 의미 있다고 판단해 이에 공감한 동아일보, 현대건설과 함께 나서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서울시극단의 이창직 연출가는 “장애, 비장애를 떠나 모두가 즐길 수 있게끔 힙합적 요소나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를 가미했다”며 “공연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아 깜짝 놀랐는데 앞으로도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는 협약식도 이루어졌다. 공연을 즐긴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 식구들의 박수 속에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 세종문화회관 박동호 사장, 현대건설 김중겸 사장은 협약서를 교환한 뒤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 이명자 관장에게 교육용 컴퓨터를 지원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서울서부지검이 부하들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 인사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 전 교육감에 대해 징역 5년, 벌금 2억1200만 원, 추징금 1억4600만 원을 구형했다. 9일 서부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공 전 교육감은 전현직 교육장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장모 전 장학관(59·구속기소)과 김모 전 국장(60·구속기소)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순수한 의미로 도움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인사 직전, 직후에 돈이 오갔고 돈을 건넨 이들은 모두 승진과 요직 발령 등의 혜택을 누렸다"라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피고인이 과연 진심으로 뉘우치는 지 의심스럽다. 교육계의 비리사슬을 끊으려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공 전 교육감은 최후 변론에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라며 "순수한 충정으로 돈을 준 이들에게는 아량을 베풀어 달라"고 말했다. 공 전 교육감은 교육청 간부들로부터 뇌물 1억4600만 원을 받고 부정 승진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4월 구속 기소됐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동영상 = ‘인사비리’ 혐의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

“장애인으로 인정되면 혜택이 엄청나게 주어진다니까.” 생활형편이 어려운 화물트럭 운전사 박모 씨(42)에게 지난해 12월 유혹이 찾아왔다. 우연히 알게 된 한 병원 사무장이 장애인 3급으로 등록하면 갖가지 복지 혜택이 있다며 500만 원만 내면 지체장애 3급 장애진단서를 끊어주겠다고 한 것. 혹시나 들키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지만 “진단서만 주민자치센터에 제출하면 장애인 등록이 어렵지 않다”는 그의 말에 결국 박 씨는 500만 원을 넘기고 위조 장애진단서를 받았다. 위조 장애진단서로 복지 혜택을 누려온 가짜 ‘장애인’과 진단서를 떼어주는 대신 억대의 돈을 챙긴 병원 사무장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일 돈을 받고 장애진단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등)로 S병원 사무장 김모 씨(68)를 구속하고 김 씨에게 가짜 장애진단서를 의뢰한 2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212명은 2008년 1월부터 올해 3월 사이 김 씨에게 20만∼500만 원을 주고 의사의 도장이 찍힌 지체장애 진단서를 받아 이를 서울 등 전국 주민자치센터 170여 곳에 제출해 3·4급 장애인으로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들에게서 3억2000여만 원을 받아 챙겼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1∼6급 장애인으로 인정받으면 지하철 요금 무료, 휴대전화 통화 35% 할인, 자동차 취득세 및 등록세 면제, 소득세 공제(1인당 연 100만 원) 등의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혜택에 비해 등록이 너무 쉽다는 점. 주민자치센터에서 장애인 등록과 심사를 진행하지만 의료기관에서 발행하는 장애진단서가 등급결정 및 심사에 절대적이기 때문에 ‘장애진단서’ 한 장만 제대로 갖추면 등록이 가능했다. 보건복지부 업무지침상 자치센터에서 장애인 등록 시 병원 원무과와 의사에게 진단 사실을 확인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공무원은 서류만 보고 절차를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만든 진단서는 병원 기록에 없는 문서라 전화 한 통이면 위조 여부를 알 수 있었지만 서류를 그대로 접수해 주는 허술함 때문에 이런 범행이 생겼다”며 “장애인 복지 혜택을 노린 유사 범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가 올해 3급 중복 장애 이상의 중증 장애자라고 등록한 4만1000명을 재심사한 결과 34.5%가 장애 등급을 높이거나 허위 진단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1∼5월 조사 결과 장애인 재심 대상자의 3%인 1470명은 아무런 신체장애가 없었다. 시각장애 3급으로 등록한 A 씨는 자동차 운전면허를 발급받아 차량을 몰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상 시각장애 1∼5급은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다. 또 조사대상자 중 30.9%는 등록 당시 장애 등급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는 가짜 장애인이 실제 장애인의 연금 혜택을 잠식한다고 보고, 올해 안에 장애인 연금 수령 대상자 가운데 부실한 진단서를 첨부한 신청자를 대상으로 뇌파 및 시신경 진단기 등을 동원해 허위 진단을 가려낼 방침이다. 올해 1, 2급 중증 시각장애로 등록한 연금 신청자 중 객관적인 눈 상태와 의사 진단서가 일치하지 않을 경우 병원의 첨단 장비로 망막과 시신경 등의 검사를 병행할 계획이다. 청각장애의 경우에도 소리에 따라 변화하는 뇌파를 측정하는 유발-반응 청력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