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윤정]‘성범죄자 스쿨존 경보’ 요청 목소리 안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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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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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학부모들이 성범죄자들에 대한 감시시스템 확충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특히 전자발찌를 한 성범죄 전과자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접근을 막는 보안시스템 도입에 관심이 높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학교에 접근하는 위치정보를 학교나 경찰이 미리 알 수 있다면 아동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지만 현재는 법 때문에 관련 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본보 6월 16일자 A14면 참조
성범죄자 경보장치 개발하고도 법때문에…


여성단체와 학부모단체들 사이에서는 이미 이 같은 감시 장치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나무여성인권상담소 옥보연 부소장은 “성폭력에 대해서만큼은 가해자의 인권보다 피해를 볼 수 있는 아동들의 인권이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라며 “전자발찌 감시 시스템 기술이 갖춰져 있다면 도입을 적극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도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범죄자가 초등학교에 접근하면 학부모 등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경고 메시지를 보내주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는 “어린이 대상 성범죄 예방을 위해 시의 ‘유서울(U-서울) 어린이 안전시스템’과 법무부 전자발찌시스템을 연계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정현 의원(한나라당)도 “전자발찌 감시시스템에 대한 학부모들의 요구와 필요성을 감안해 관련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범죄 전과자라고 해도 위치정보를 함부로 공개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것. 현행법도 인권보호 차원에서 전자발찌를 찬 전과자의 위치정보는 국가기관에서 관리하고 엄격한 법적 요건을 갖춰야만 공개하는 등 제한하고 있다. 한 학교에 2000만∼3000만 원이 드는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고, 또 이런 감시 장치가 도리어 학부모들을 더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전자발찌 감시시스템이 100점짜리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동 성범죄가 날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제2의 김수철’이 나오지 않도록 이를 포함해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성범죄자 위치정보 기술을 개발한 한 회사 관계자는 “전자발찌를 찬 모든 성범죄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발찌의 공동주파수를 이용해 성범죄자의 접근 여부만 알 수 있도록 하면 성범죄자 개인정보도 지켜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침해 소지를 줄이면서 성범죄를 줄일 수 있도록 관계 기관들이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장윤정 사회부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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