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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스타 소크라치스 지 올리베이라(사진)가 4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AFP 등 외신들은 소크라치스가 패혈증에 따른 쇼크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장출혈로 8월과 9월 두 차례 병원 신세를 졌다. 소크라치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20세기 최고의 선수 100인에 선정됐던 축구 영웅이다. 1970년대 브라질에 펠레가 있었다면 1980년대는 그의 시대였다. 지쿠, 팔캉, 세레주와 함께 ‘황금 4인방’으로 불렸다. 193cm의 큰 키에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명미드필더였다. 소크라치스는 축구 선수 생활 틈틈이 의학 공부를 하며 의사 자격증을 땄다. 은퇴 뒤에는 상파울루의 아인슈타인 병원에서 의사로 활동하면서 축구 관련 책도 썼다. 브라질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고 철학박사 학위를 받는 등 ‘닥터 소크라치스’로 불렸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트레이드마크인 턱수염에 흰 털이 부쩍 늘었다. 코트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지던 불호령도 예전만 못했다. 하지만 선수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며 작전 지시를 내리는 모습에선 아버지 같은 인자함이 묻어났다. 경희대 농구팀만 지도한 지 27년. 대학농구리그 최초로 26연승(포스트시즌 포함) 기록을 세우며 정규 시즌(22승)과 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경희대 최부영 감독(59) 얘기다. 경희대가 2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학농구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연세대를 65-62로 꺾고 우승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중앙대가 세운 25연승 기록을 깼다. 경희대는 쉽게 승리한 1차전과 달리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전반을 34-24로 앞섰지만 3쿼터부터 연세대의 맹추격을 허용했다. 4쿼터 종료 4분 40초를 남기고 58-58 동점. 그러나 경희대는 위기에 강했다. 김민구(2학년)가 저돌적인 돌파에 이은 레이업슛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민구는 양 팀 최다인 19득점에 7리바운드를 기록.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사제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현역 시절 저승사자로 불렸던 정재근 연세대 감독은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대표팀 시절 최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최 감독은 “정 감독이 자신의 농구를 펼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리라 믿는다”며 제자를 격려했다. 최 감독에게 경희대 사령탑 생활 27년간 영광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0년대에는 고려대와 연세대의 양강 체제에서 기를 펴지 못했다. 2000년대에는 김주성(동부)과 오세근(인삼공사)의 중앙대에 밀렸다. 최 감독은 “준우승을 수없이 많이 했다. 지난해에는 중앙대 선수 한 명 한 명을 가상해 연습했는데도 경기가 안 풀려서 너무 힘들었다”며 “어렵게 경희대 시대를 연 만큼 앞으로 더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52연승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18일부터 시작되는 농구대잔치에서 함지훈(전 모비스), 강병현(전 KCC) 등이 버틴 상무와의 대결도 피하지 않을 생각이다. 최 감독은 “중앙대는 연승 기록을 의식해 대회 출전을 안 하기도 했지만 우리는 정면승부를 하겠다. 비시즌에 용병이 빠진 프로팀과의 연습 경기에서도 대등한 경기력을 보인 만큼 자신 있다”고 말했다. 용인=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SK 문경은 감독대행은 평소 농구단을 환자에 비유하곤 했다. 그는 하위권에 머물던 시즌 초반 “빨리 중환자실에서 나와야 하는데…”라며 담배를 꺼내들곤 했다. 지난달부터 상승세를 타며 5할 승률을 이루자 “이제 일반 병동에 가도 되겠다. 5할을 넘기면 퇴원하겠다”며 웃었다. 시즌 전 꼴찌 후보로 거론되던 SK가 첫 3연승을 달리며 5할 승률을 돌파했다. SK는 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홈경기에서 오리온스를 101-100으로 잡았다. 11승 10패로 단독 5위다. SK는 이날 김승현 트레이드 여파로 어려움을 겪은 최하위 오리온스를 상대했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1일 감독 교체 파문을 겪은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이 12연패를 끊었듯 대외적 위기가 내부 결속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전 문 감독대행은 “10위지만 내용이 좋은 팀이다. 선수들에게 평소보다 잔소리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경기는 문 감독대행의 걱정처럼 쉽지 않았다. 오리온스의 크리스 윌리엄스-최진수 트윈타워에 고전하며 전반을 45-55로 뒤졌다. 전반 다소 부진하던 김선형이 3쿼터에 살아났지만 흐름을 뒤집지는 못했다. 하지만 SK의 뒷심이 빛났다. SK는 72-77로 뒤진 채 시작한 4쿼터에서 맹추격을 벌였다. 결국 종료 2분 45초를 남기고 김효범이 3점슛을 터뜨려 94-93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알렉산더 존슨이 연속 골밑 득점에 성공해 오리온스의 추격을 뿌리쳤다. 존슨은 21경기 연속 더블더블(25득점, 16리바운드)을 기록하며 재키 존슨(전 SK)의 이 부문 타이기록을 1개 차로 따라붙었다. 김효범도 3점슛 7개를 포함해 26득점하며 팀 승리를 도왔다. 외국인선수 허버트 힐(27득점, 12리바운드)이 돌아온 전자랜드는 천적임을 과시하며 인삼공사를 80-68로 이겼다. 2010년 11월 9일 이후 인삼공사전 8연승이다. 전자랜드와 인삼공사는 각각 6위(10승 10패)와 2위(14승 6패)를 유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광은 감독 사퇴 후 우리은행의 첫 경기가 열린 1일 구리체육관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폭행의 피해자 박혜진이 인터뷰 요청을 거부한 채 라커룸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는 경기 시작 20여 분을 앞두고는 라커룸 뒷문을 통해 구단 차량으로 피했다. 기자들이 따라붙자 차량 창문을 연 뒤 “할 얘기가 없고 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고 짧게 답했다. 박혜진은 경기 시작 5분을 남기고 체육관에 들어와 벤치에서 자리를 지켰다. 우리은행 정장훈 사무국장은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에 출전시키려고 했는데 많은 기자들을 보고 선수가 놀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진상 파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던 구단 방침과는 달리 사태를 덮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여자농구 관계자는 “파문이 커지자 우리은행 선수들이 카카오톡(스마트폰 무료 문자 서비스)조차 확인하고 있지 않다. 구단이 선수와 외부를 차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의 구태의연한 대응과는 달리 우리은행 선수들은 코트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난적 KDB생명에 3쿼터까지 53-45까지 크게 앞섰다. 4쿼터 3분 26초를 남기고 60-60 동점을 허용했지만 KDB생명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고 70-65로 이겼다. 우리은행은 시즌 2승째(13패)를 거두며 지긋지긋한 12연패 사슬을 끊었다. 종료 버저가 울리자 우리은행 선수들은 눈물을 보였다. 박혜진은 그제야 웃음을 되찾았다. 한편 김광은 전 감독은 박혜진이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를 이날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문자메시지는 ‘말로 표현 못할 만큼 힘들고 괴로우신 거 알아요.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꼭 명예 회복시켜 드리겠어요’라는 내용이었다. 김 전 감독은 “선수가 출전 지시를 받고도 윗옷 지퍼를 올리고 얼굴을 파묻으면서 거부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옷깃을 잡아당기다 선수가 넘어지려고 해서 잡아줬을 뿐 폭행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감독 후임으로 우리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조혜진 감독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폭행은 없었다.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했다. 주장 임영희도 “목 쪽에 손이 간 건 맞지만 목을 조르지는 않았다. 감독님 명예 회복을 돕겠다”고 했다.구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정대현(33·전 SK·사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삐걱대고 있다.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정대현 측 에이전트는 지난달 23일 볼티모어와 2년간 총 320만 달러(약 36억 원)에 계약할 것이라고 전했다. 볼티모어 댄 듀켓 단장은 “정대현은 통산 평균자책이 2점을 넘지 않은 1급 투수”라며 영입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메디컬 테스트만 남았다던 정대현의 계약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볼티모어 지역신문 볼티모어 선은 1일 “정대현이 한국 복귀와 볼티모어의 40인 로스터 합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일주일 안에 입단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볼티모어 선이 거론한 ‘40인 로스터 합류’가 사실이라면 정대현은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스플릿 계약을 제의받은 것으로 보인다. 스플릿 계약은 메이저리그 잔류냐, 마이너리그 강등이냐에 따라 연봉이 크게 달라진다. 또 25인 로스터에 들어가기 위해선 내년 스프링캠프 때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야 한다.정대현은 지난달 18일 미국으로 떠나며 “스플릿 계약이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국내 구단들이 정대현에게 고액을 제시하며 복귀를 종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돔 구장에서 열리는 게 아니라고요? 지금 짓고 있는 줄 알았는데….” 타이중에서 만난 대만중앙통신 포산 쉬아오 기자는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내년 아시아시리즈 개최 장소가 돔 구장이 아닌 서울 잠실야구장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는 “영상 5도 이하의 날씨에 야구를 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꼬집었다. 삼성의 아시아 제패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내년 아시아시리즈 개최 프로젝트가 주목받고 있다. 각국 기자들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에 빛나는 한국의 개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KBO도 기존 4개국에 중국 올스타, 한국 준우승팀이 포함된 6개 팀으로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럴 경우 3개 팀씩 2개조로 나뉘어 예선을 하고 각조 1위가 결승에서 만나는 방식이 유력하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날씨다. 일본 데일리스포츠의 이와이 아키히로 기자는 “추운 날씨 때문에 부상을 우려한 일본 주전급 선수가 대거 불참할 공산이 크다. 손난로를 주머니에 넣고 경기를 하면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소도 문제다. KBO는 잠실 단독 개최와 서울-사직 분산 개최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사직 개최는 롯데가 최소 준우승을 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삼성 류중일 감독도 “롯데가 올라와야 분산 개최에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타이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일전을 앞둔 비장한 투사의 모습은 없었다. 고국 팬들에게 멋진 작품을 선사하고픈 여유 넘치는 지휘자 같아 보였다. 29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을 앞둔 삼성 류중일 감독의 표정이 그랬다. 그는 초탈한 표정으로 “상대 선발로 누가 나오든 상관없다. 일본이 고민 좀 하라고 타순을 좌우 번갈아 지그재그로 짰다”며 전날 선발 투수 연막작전을 펼친 소프트뱅크를 우회적으로 꼬집었다.하지만 삼성은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선발 부족으로 장원삼은 4일 만에 등판했다. 설상가상으로 주전 포수 진갑용과 타격감이 좋던 신명철이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럼에도 류 감독은 “대체 포수 이정식은 송구 능력이 좋다. 진갑용은 일일 배터리코치로 볼 배합 지도를 하면 된다”며 긍정론을 폈다.○ ‘야통’ 아시아를 품다긍정의 힘이 아시아 챔피언을 탄생시켰다. 삼성이 예선에서 참패를 당했던 소프트뱅크를 5-3으로 설욕하며 한국의 첫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일궜다. 팬들은 류 감독을 ‘야통(야구 대통령의 줄임말)’으로 불렀지만 초보 감독에게는 왠지 어울리지 않는 별명이었다. 하지만 그는 감독 데뷔 첫해 한국시리즈에 이어 아시아시리즈까지 제패하며 ‘야통’의 이름값을 스스로 증명했다. 아시아시리즈 우승은 선동열 전 삼성 감독(2005년, 2006년), 김성근 전 SK 감독(2007, 2008년)도 두 번씩 좌절을 맛본 대업이다.‘선 후퇴 후 총공격’을 천명한 류 감독의 작전이 빛난 시리즈였다. 26일 예선에서 소프트뱅크에 0-9 충격의 패배를 당한 류 감독은 “결승을 위해 1.5군 투수를 투입했다. 결승에서 총력전으로 제대로 한판 붙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팬들은 주축 선수가 빠진 소프트뱅크를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삼성을 비난했다. 결승전 승리를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이날 삼성은 예선과는 180도 다른 면모를 보였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텼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말 1사 2루에서 박한이가 우치가와 세이치의 파울 타구를 20m 이상 전력 질주해 잡아내다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실려나간 것이다. 경기가 지연돼 몸이 굳은 선발 장원삼은 곧바로 마쓰다 노부히로에게 적시 2루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하지만 장원삼은 2회부터 안정감을 되찾았다. 경기 초반 왼손 선발 이와사키 쇼의 노련한 피칭에 끌려가던 삼성 타자들도 짧은 스윙으로 타구를 꾸준히 오른쪽 외야로 보냈다. 삼성의 ‘땜빵’ 라인업은 5회 드디어 폭발했다. 대체 포수 이정식의 안타를 시작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에서 박한이 대신 출전한 정형식이 2타점 역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삼성은 이후 박석민의 적시 2루타 등에 힘입어 5-1까지 앞서갔다. 이후 일본의 거센 추격을 따돌린 삼성의 승리.○ 2013년 WBC 감독 1순위로선발 장원삼은 6과 3분의 1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아시아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25일 호주 퍼스전에 이어 4일 만에 등판했지만 최고 구속 145km의 직구와 칼날 제구력으로 일본 타자들을 요리했다.류 감독은 감독으로서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감독 후보 1순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아시아까지 제패한 그의 형님 리더십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아시아가 주목하기 시작했다. 타이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승부처에서 2이닝까지 던지게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 한 번 선을 보여야죠.”삼성 류중일 감독은 소프트뱅크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마무리 오승환의 조기 투입을 시사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총력전을 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오승환을 알리겠다는 의미도 담겨있었다.류 감독의 지원에 힘입은 ‘끝판대장’ 오승환은 아시아시리즈에서 날개를 달았다. 27일 대만 퉁이전에서 뿌린 시속 152km의 돌 직구는 일본 팬들을 매료시켰다. 일본의 야후저팬 등 인터넷 사이트에선 ‘일본으로 스카우트하자’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통할 강속구다’ ‘투구 폼이 특이해서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다’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소프트뱅크의 간판타자 우치가와 세이치는 “오승환이 (결승전에) 등판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승환은 이날도 8회 무사 1, 2루에 등판해 2점(권혁의 자책)을 내줬지만 팀 승리를 지켜냈다.오승환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위해 2시즌을 더 뛰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시리즈를 계기로 일본 프로야구의 오승환 영입 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무대에서 선동열(전 주니치·KIA 감독) 임창용(야쿠르트)은 마무리 투수로 성공했다. 오승환의 상품성은 더 크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 시즌 세이브왕(47세이브) 오승환이 일본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닮은꼴인 올 시즌 센트럴리그 구원왕 후지카와 규지(한신·41세이브)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역동적인 투구폼과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주무기 포심 패스트볼은 비슷하지만 변화구 구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타이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삼성 불펜의 필승조는 어느 팀에 가든 마무리 투수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삼성의 투수력이 강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없인 팀워크를 이루기 어렵다. 선발과 마무리 사이에서 묵묵히 ‘빛과 소금’이 되는 고참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삼성 투수진 가운데 최고참인 정현욱(33·1996년 입단)과 둘째 권오준(31·1999년 입단)이 그렇다. 둘을 소프트뱅크와의 아시아시리즈 결승을 하루 앞둔 28일 대만 타이중 스플렌더호텔에서 만났다. 둘은 전날 대만 퉁이와 격전을 치르고 28일 오전 2시가 넘어 숙소에 돌아온 뒤 녹초가 됐지만 표정만은 밝았다. 정현욱은 “최고의 선수가 모인 만큼 불펜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내가 등판하지 못해도 서운하지 않다. 팀을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하는 게 삼성 투수들이다”라고 말했다. 권오준은 “우리는 단체 러닝을 할 때 선배들이 선두에 설 정도로 솔선수범한다”며 자부심을 보였다.정현욱은 삼성 불펜의 정신적 지주다. 정현욱은 6월까지 삼성의 2군 훈련장인 경산 볼파크 주변에 집을 얻어 쉬는 날에도 훈련을 거르지 않는 성실맨이었다. 그는 “먼저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뛰어난 후배들이라 지시나 강요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2000년대 중반 최고의 구원으로 이름을 날렸던 권오준은 2008년 두 번째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당해 투수로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2010년 불가능할 것 같던 재활에 성공해 다시 마운드에 섰다. 그의 치열했던 재활 과정은 관련 학회에 보고됐을 정도로 기적적이었다.권오준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맹활약을 펼쳤다. 27일 아시아시리즈 퉁이와의 경기에선 3-3 승부처에 등판해 2와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가 됐다. 류중일 감독은 “권오준이 없었다면 결승에 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라며 칭찬했다. 권오준은 “부상에서 복귀한 후 이렇게 많이 던진 건 처음이다. 힘들지만 큰 경기에만 서면 더 재미있고 집중도 잘된다”며 일본과의 결승전 승리를 다짐했다.정현욱과 권오준은 29일 일본 소프트뱅크와의 결승전에서도 승부처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류 감독은 “정현욱은 일본전을 위해 아껴 뒀다. 권오준도 공이 좋아 히든카드로 대기시킬 것”이라고 했다. 삼성은 결승전 선발로 장원삼을 내세운다. 소프트뱅크는 이와사키 쇼가 선발 등판한다. 타이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야구장에 들어서는 삼성 선수들의 표정은 잔뜩 굳어있었다. 26일 무기력한 경기 끝에 일본 소프트뱅크에 0-9로 패한 충격이 그대로 전해졌다. 평소 장난기 많기로 소문난 유격수 김상수는 “수치심 때문에 잠을 잘 못 잤다”고 말했다. 대만 퉁이와의 아시아시리즈 예선 마지막 경기가 열린 27일 대만 타오위안 인터내셔널구장의 삼성 더그아웃 분위기는 비장했다. 양 팀 모두 1승 1패를 거둔 상황에서 사실상의 준결승이기 때문이다. 이날 호주 퍼스를 4-0으로 꺾고 3승으로 결승에 선착한 소프트뱅크와 재대결하기 위해서도 승리가 절실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실망한 국내 여론을 잘 안다. 이기고 지고를 떠나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키겠다. 박한이 채태인을 타순에 전진 배치해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전 참패란 예방주사를 맞은 삼성이 퉁이에 6-3 역전승을 거두고 2승 1패로 결승에 올랐다. 출발은 삼성이 좋았다. 류 감독의 기대대로 박한이가 3회 적시타를 터뜨려 선취점을 올렸고 채태인도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보탰다. 삼성은 4회 진갑용의 1루 땅볼 때 박석민이 홈을 밟아 3-0으로 앞서갔다. 하지만 퉁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4회 1점을 뽑은 데 이어 6회 대타 궈쥔유가 구원투수 권혁을 상대로 2점 홈런을 날려 3-3 동점이 됐다. 1만2000여 대만 홈 관중이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퉁이 쪽으로 기우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의 저력은 경기 막판에 빛났다. 해결사는 올 시즌 한국의 홈런왕(30개) 최형우였다. 8회 최형우는 구원투수 라이언 데이비드 글린의 가운데로 몰린 직구를 놓치지 않고 받아쳐 역전 2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9회 1점을 더 보탠 삼성의 승. 선발 배영수는 5회까지 5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주춧돌을 놨다. 3-3 동점인 6회 2사부터 등판한 권오준과 오승환은 뒷문을 봉쇄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은 29일 타이중에서 소프트뱅크와 결승전을 치른다.타오위안=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그는 그저 인사만 되풀이했다. 기자들의 질문도 수줍은 미소로 피해 갔다. 장난기 많고 넉살 좋기로 소문난 삼성 간판타자 박석민의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그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왼손 중지 인대를 다쳐 제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석민은 “무리하지 말라”는 구단의 배려에도 의지를 보여 아시아시리즈 엔트리에 막판 합류했다. 아직 자신 있게 취재진 앞에 서기가 부담스러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25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털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 첫 경기 호주 퍼스전에서 박석민을 3번 3루수로 선발 기용했다. 류 감독은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호주 선발 대니얼 슈밋의 구속이 시속 140km대 초반에 불과해 적응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고 믿음을 나타냈다. 류 감독의 기대대로 박석민은 펄펄 날았다. 0-1로 끌려가던 3회말 1사 1, 3루에서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승부를 2-1로 뒤집었다. 이후 최형우의 1루 강습 안타 때 상대 1루수가 공을 더듬는 사이 재치 있게 홈을 파고들어 득점까지 했다.박석민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1회에는 몸을 날리는 호수비를 선보였고 7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는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잡아 재빨리 홈에 송구해 더블 플레이를 이끌었다.박석민의 5타수 2안타 2타점 활약에 8회 신명철의 쐐기 만루 홈런까지 터진 삼성은 퍼스를 10-2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선발 장원삼은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곁들이며 4안타 2실점으로 호투해 승리 투수가 됐다. 삼성은 일본 소프트뱅크와 26일 오후 1시 예선 2차전을 치른다.타이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그는 그저 인사만 되풀이했다. 기자들의 질문도 수줍은 미소로 피해갔다. 장난기 많고 넉살 좋기로 소문난 삼성 간판타자 박석민의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그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데는 이유가 있다.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다친 왼손 중지 인대 부상 때문에 제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석민은 "무리하지 말라"는 구단의 배려에도 의지를 보여 아시아시리즈 엔트리에 막판 합류했다. 아직 자신 있게 취재진 앞에 서기가 부담스러웠던 이유다. 하지만 삼성 류중일 감독은 25일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 첫 경기 호주 퍼스전에서 박석민을 3번 3루수로 선발 기용했다. 류 감독은 "컨디션이 100%는 아니지만 호주 선발 대니얼 슈미트의 구속이 시속 140km대 초반에 불과해 적응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며 믿음을 나타냈다. 류 감독의 기대대로 박석민은 펄펄 날았다. 0-1로 끌려가던 3회말 1사 1, 3루에서 2타점 2루타를 터뜨려 승부를 2-1로 뒤집었다. 이후 최형우의 1루 강습 안타 때 상대 1루수가 공을 더듬는 사이 재치 있게 홈을 파고들어 득점까지 했다.박석민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1회에는 몸을 날리는 호수비를 선보였고 7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는 까다로운 땅볼 타구를 잡아 재빨리 홈에 송구해 더블 플레이를 이끌었다.박석민의 5타수 2안타 2타점 활약에 8회 신명철의 쐐기 만루 홈런까지 터진 삼성은 퍼스를 10-2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선발 장원삼은 6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곁들이며 4안타 2실점으로 호투해 승리 투수가 됐다. 삼성은 대만 퉁이와 26일 오후 1시 예선 2차전을 치른다.타이중=유근형기자 noel@donga.com}

#만남 1.2008년 봉황대기 고교야구대회 결승. 대구고 에이스 정인욱은 당시 고교 최고 타자로 평가받던 경북고 김상수만 나오면 감독의 고의볼넷 지시 때문에 정면승부를 할 수 없었다. 정인욱은 대구고의 2-1 승리를 이끌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하지만 ‘김상수를 피해갔다’는 마음의 짐을 간직해야 했다.#만남 2. 2009시즌 프로야구 드래프트. 정인욱과 김상수는 나란히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상수는 1차에, 정인욱은 2차 3라운드에 지명됐다. 어색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둘은 단짝이 됐다. 서로 정면 대결할 운명은 아니었던 모양이다.프로 3년차 정인욱과 김상수는 올 시즌 투타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정인욱은 SK와의 한국시리즈 때 류중일 감독으로부터 “오승환 다음으로 공이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김상수는 류중일-박진만의 계보를 이을 대형 유격수 후보로 평가받았다. 삼성은 아시아 시리즈에 외국인 투수 2명과 안지만 등 주축 선수들이 빠졌다. 그래도 목표는 여전히 우승이다. 삼성이 우승컵을 거머쥐기 위한 키 플레이어는 바로 정인욱과 김상수다. 이들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아기 사자’다. 둘을 24일 대만 타이중에서 만났다.둘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김상수는 “수비할 때 마운드에 서 있는 인욱이를 보면 오승환 선배 못지않게 자신감이 넘친다. 그 배짱이 부럽다”고 말했다. 정인욱은 “상수는 포지션이 다른데도 알 수 없는 자극을 주는 친구다. 기복 없이 꾸준히 잘하는 점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이들에게 아시아시리즈는 성인이 된 뒤 첫 국제무대다. 그래서 각오도 남다르다. 김상수는 “중학생 때 아시아시리즈에서 뛰는 박진만 선배를 보며 이 무대를 꿈꿨다. 무척 설렌다”고 했다. 정인욱 역시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일본 오키나와에서 아시아시리즈를 대비해 열심히 훈련했다. 방에 들어오면 바로 곯아떨어질 정도였다”고 했다.둘은 이번 대회 한일전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김상수는 “저팬시리즈 우승팀과 한판 승부를 한다니 흥분된다. 그동안 한국 타자들을 괴롭힌 스기우치 도시야랑 맞붙고 싶었는데 이번에 출전하지 않는다니 아쉽다”고 했다. 정인욱은 “올해 스프링캠프 때 니혼햄과 경기한 적이 있는데 타자들이 공을 맞히는 기술이 탁월했다. 타순 전체가 ‘커트의 달인’ 이용규(KIA) 선배 같았다”며 일본 팀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김상수는 아시아시리즈에서 주전 유격수를 맡는다. 정인욱은 한국시리즈 때처럼 롱 릴리프다. 류 감독의 표현대로라면 선발 투수가 안 좋으면 바로 투입되는 ‘1+1 선발’ 역할이다. 정인욱은 “감독님께 일본전 선발을 하고 싶다고 졸랐는데 안 되더라. 그래도 선배들을 떠받치는 보직을 맡게 돼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둘의 꿈은 오랫동안 삼성에서 많은 우승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들은 “올해 삼성의 간판 투수와 타자는 오승환-최형우 선배라고 한다. 5년 안에 우리가 그만큼 성장해 삼성의 우승을 이끌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정상(정인욱-김상수의 약자) 듀오의 도전은 25일 호주 퍼스전부터 시작된다. 삼성은 장원삼이 선발로 나선다. 타이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보너스 게임 하러 대만까지 온 게 아닙니다. 우승하기 위해 왔습니다.” 굳게 다문 입 사이로 간간이 미소가 흘러나왔다. 각국 챔피언 사령탑들 사이에서 거침없이 목표를 밝히는 모습에선 자신감이 엿보였다. 이날 ‘우승’이란 단어를 입 밖에 낸 사람은 삼성 류중일 감독이 유일했다. 프로야구 삼성이 한국의 첫 아시아시리즈 우승을 향해 출사표를 냈다. 23일 대만 타이중에 도착한 류 감독은 스플렌더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승에 대한 열망을 보였다. 그는 “대만은 낯설지 않다. 대학과 국가대표 시절 전지훈련을 하러 자주 왔다. 25년 만에 온 대만에서 우승까지 하고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4년 동안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는 흥행 부진 때문에 2009년부터 열리지 못했다. 삼성은 3년 만에 부활한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의 5연패 저지와 한국의 첫 우승을 노린다. 25일부터 호주의 퍼스, 일본의 소프트뱅크, 대만의 퉁이와 예선 풀리그를 펼친다. 2위 안에 들면 29일 결승에서 정상에 도전한다. 삼성의 정상 도전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스틴 저마노, 더그 매티스 등 용병 듀오와 차우찬, 윤성환 등 국내 좌우 에이스가 전력에서 이탈했다. 안지만, 조동찬은 기초 군사훈련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다. 주축 타자 박석민도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지 못해 제 컨디션이 아니다. 오승환, 정현욱, 정인욱, 권혁 등 막강 불펜이 건재한 게 그나마 위안이다. 류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빠져 걱정스럽지만 상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라며 “첫 호주전부터 최선을 다하겠다. 결승행의 고비인 대만전에는 컨디션이 가장 좋은 배영수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때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6일부터 일본 오키나와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소프트뱅크도 이날 도착했다. 소프트뱅크는 저팬시리즈 7경기에서 평균 1.28점밖에 허용하지 않은 투수 왕국이다. 7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친 스기우치 도시야(정규시즌 8승, 평균자책 1.94), 와다 쓰요시(16승), 퍼시픽리그 다승왕 데니스 홀턴(19승) 등이 빠졌지만 4, 5선발도 만만히 볼 수 없다. 아키야마 고지 감독은 “우승한 지 사흘밖에 안 돼 선수단에 긴장감이 남아 있다. 주축 투수들이 빠져 아쉽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08년 SK의 발목을 잡았던 타격의 팀 퉁이도 대만 국가대표 1루수 가오궈칭을 앞세워 홈에서 이변을 꿈꾸고 있다. 호주리그 2010∼2011시즌 우승팀 퍼스 히트도 복병으로 평가받는다.타이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만년 꼴찌 팀이었던 오클랜드가 2002년 미국 프로야구 역사상 첫 20연승을 거두는 과정을 그린 영화 ‘머니볼’이 화제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빌리 빈 단장은 가난하고 실력 없는 오클랜드를 탈바꿈시키기 위해 ‘머니볼(Moneyball) 이론’을 도입한다.머니볼은 ‘저비용 고효율’으로 골리앗에 대적하는 다윗 전략이다. 이름값 대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를 선발하는 게 원칙이다. 야구 저술가인 빌 제임스가 정립한 머니볼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 야구계로부터 냉대를 당했다. 하지만 머니볼을 받아들인 빈 단장은 제이슨 지암비 등 특급 선수들을 내보내고 외면받던 선수들을 모아 백조로 변신시켰다. 머니볼의 핵심은 타율보다는 OPS(출루율+장타력)를, 평균자책보다는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아웃카운트를 늘릴 가능성이 높은 희생 번트와 도루도 지양한다.이제 머니볼은 미국에서 큰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메이저리그 팀 연봉 29위(4200만 달러)인 탬파베이의 앤드루 프리드먼 단장은 머니볼을 도입해 팀을 신흥 강호로 이끌었다. 타율은 낮지만 OPS가 높은 최희섭이 LA 다저스에 입단한 것도 빈 단장의 조력자 폴 디포데스타 전 단장의 영향 때문이다. 머니볼 이론을 국내 프로야구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제임스가 고안한 머니볼(출루율×장타력×타수=득점) 공식에 올 시즌 프로야구 성적을 대입하면 1위 삼성을 제외한 7개 구단의 머니볼 예상 득점은 실제 득점과 거의 비슷했다. 특히 공동 6위 두산은 시즌 총 득점(614점)에 3점 많은 617점이 나왔다. ‘타율보다는 OPS가 중요하다’는 머니볼의 주장도 국내 프로야구에서 상당 부분 맞아떨어졌다. 올 시즌 팀 득점은 타율이 아닌 OPS와 비례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동 6위 LG는 높은 타율(0.266·4위)에 비해 OPS(0.715·6위)가 낮아 득점이 저조했다. 반면 3위 SK와 삼성은 타율에 비해 높은 OPS로 상위권을 유지했다.머니볼의 ‘평균자책이 낮은 투수가 반드시 좋은 투수는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다. 평균자책에 비해 낮은 WHIP를 기록한 투수들은 실제 투구 내용은 좋은 것으로 분석됐다. 로페즈(KIA)는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16명 가운데 평균자책 10위(3.98)지만 WHIP는 3위(1.16)였다. 만약 오클랜드 빈 단장이 국내 구단을 이끈다면 어떤 투수에게 관심을 가질까. 평균자책은 다소 높지만 낮은 WHIP를 기록한 박현준(LG) 오재영(넥센) 박정진(한화) 등이 후보로 꼽힌다. 이들은 비슷한 성적을 내는 투수와 비교해 연봉이 낮은 점도 매력적이다.머니볼은 국내 야구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도루나 희생 번트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게 그렇다. 김정준 전 SK 전력분석팀장은 “미국은 빅볼이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어 머니볼이 틈새 전략으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도루와 번트가 투수에게 주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이론”이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배수의 진을 치고 꺼내든 마지막 카드가 적중했다. 외국인 선수 애론 헤인즈 영입 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프로농구 LG 김진 감독 얘기다. 부진에 허덕이던 LG이지만 용병 교체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사실상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이다. 프로농구는 8주 이상의 부상 진단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곤 두 번의 용병 교체만 허용한다. LG는 이미 매그넘 롤을 교체했다. 더구나 한 경기 평균 15.5개의 리바운드를 잡아주는 확실한 센터 올루미데 오예데지를 버리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김진 감독의 판단은 냉철했다. 정체된 팀을 변화시키기 위해 높이보다는 스피드와 득점력을 갖춘 지난해 득점왕 헤인즈(사진)를 택했다. 김진 감독은 “시즌 중반 이후를 생각하면 모험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더 늦어지면 6강 진입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시즌 전부터 구상했던 빠른 팀 컬러를 위해 헤인즈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헤인즈 효과는 첫 경기부터 나타나지는 않았다. 헤인즈는 복귀 전인 10일 인삼공사전에서 23점을 올렸지만 동료와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 이날 LG가 7연패를 당하자 용병 교체가 성급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한국 무대 경험이 풍부한 헤인즈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12일 동부전에서 개인적인 움직임보다는 문태영 서장훈 등 동료들을 배려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7연패 탈출의 선봉장이 됐다. 헤인즈 본인도 40분 전체를 소화하며 더블더블(22득점 12리바운드)을 기록했다.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의 막강 트리플 타워를 앞세워 올 시즌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동부를 상대로 한 승리라 의미가 남달랐다. 이후 LG는 4연승을 달렸다. 21일 현재 헤인즈는 5경기에서 평균 28.4득점 11.2리바운드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김진 감독은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할 때보다 오히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며 “무엇보다 헤인즈로부터 파생되는 공격이 많아져 팀 전체에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우∼.” 2차 연장 종료 6.6초 전. 101-102로 뒤진 원정팀 LG가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자 20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 모인 6000여 SK 홈 팬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함성은 잠시 후 탄식으로 바뀌었다. LG의 해결사 문태영이 천금같은 역전 페이드어웨이슛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뒤집었다. SK 김선형은 약 30m 가까운 거리에서 버저비터를 노렸지만 림을 맞고 튕겨나갔다. LG가 적지에서 2차 연장 혈투 끝에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LG는 31득점 13리바운드를 기록한 문태영을 앞세워 SK를 103-102로 꺾고 4연승을 달렸다. LG는 SK와 함께 7승 9패로 공동 6위에 올랐다. LG는 전반까지 SK에 38-50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애론 헤인즈(27득점 13리바운드)가 4쿼터 종료 2분 29초 전 5반칙 퇴장당할 때까지 맹활약하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테크니컬 파울 2회로 퇴장당한 서장훈과 헤인즈의 공백 속에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 건 문태영이었다. 문태영은 95-97로 뒤진 1차 연장 막판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점프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그는 2차 연장에서도 LG의 6점을 모두 책임지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반면 SK는 1차 연장에서 5반칙 퇴장당한 알렉산더 존슨(33득점 12리바운드)의 빈자리가 컸다. 인삼공사는 안양 홈에서 오세근(24득점 15리바운드)-로드니 화이트(22득점 11리바운드) 트윈타워가 맹활약하며 모비스를 80-70으로 잡고 3연승했다. 2위 인삼공사는 시즌 11승째(5패)를 거두며 선두 동부에 2경기 차로 다가섰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최다승 타이기록(362승 신선우)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KT는 최하위 오리온스를 95-82로 꺾고 단독 3위(11승 6패)에 올랐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내우외환(內憂外患).’ 프로농구 최하위로 떨어진 오리온스의 어려운 현실과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다. 안으로는 간판 센터 이동준이 오른쪽 무릎 인대 부상으로 4∼5주간 전력 이탈이 불가피해졌다. 밖으로는 김승현 사태의 최종 해결을 위한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임의탈퇴 선수 김승현이 요구한 ‘트레이드를 전제로 한 복귀’에는 공감했지만 선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승현을 센터 영입 카드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선뜻 응할 구단이 나타날지도 미지수다.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김승현을 못 가게 하고 싶은데…. 해결 과정이니 말을 아끼고 싶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해결 과제가 산적한 오리온스는 17일 고양 홈에서 선두 동부와 만났다. 시종 끌려가던 오리온스는 4쿼터 막판 75-76까지 추격했지만 연속 실책이 나오며 75-80으로 졌다. 경기당 평균 실점이 66.3점에 불과한 동부의 짠물수비를 맞아 70점대 득점을 올린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선두 동부는 최하위 오리온스를 4연패에 빠뜨리며 13승(2패)째를 거뒀다. LG는 창원 홈에서 교체 용병 애론 헤인즈가 37득점을 폭발하며 삼성을 82-65로 대파했다. 지난해 득점왕 헤인즈는 한국 복귀 후 3경기에서 평균 27.3득점 하며 시즌 초 부진에 빠졌던 LG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고양=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신한은행이 연장 혈투 끝에 삼성생명을 잡고 선두를 질주했다. 리그 1, 2위 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16일 안산 안방경기에서 신한은행은 전반을 12점 차(27-39)로 뒤졌지만 연장 접전 끝에 79-76으로 역전승했다. 2연승을 달린 신한은행은 8승째(2패)를 거두며 2위 KDB생명에 1.5경기 차로 앞서갔다. 삼성생명은 4패째(6승)를 당하며 3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생명은 전반부터 김계령, 이선화, 이유진 등 센터 3명을 2명씩 기용하는 물량 공세로 신한은행의 골리앗 하은주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67-67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전에 들어갔다. 삼성생명은 연장 초반 하은주(17득점 6리바운드)-강영숙(21득점 5리바운드)의 막강 트윈타워에게 연속 6실점하며 무너졌다. 신한은행 김단비는 더블더블(16득점 10리바운드)을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편 삼성생명의 혼혈선수 킴벌리 로벌슨(본보 8일자 A30면 참조)은 대만 국적의 여자 쇼트트랙 단거리 유망주 공상정(본보 10일자 A29면 참조)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16일 국적심의위원회를 열고 로벌슨과 공상정의 복수국적 획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우수 인재로 대한체육회의 추천을 받아 복수국적이 허용된 체육인은 남자농구 문태종, 문태영을 포함해 4명으로 늘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치매와 싸우면서도 감독직을 포기하지 않았던 지도자에게 스포츠 아카데미 격려상이 수여됐다. AP통신은 미국 여자대학농구 명장 팻 서밋 감독(59·테네시대·사진)이 미국 스포츠 아카데미가 주는 밀드레드 베이브 디드릭슨 자하리아스 격려상을 수상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상은 역경을 이겨낸 스포츠 스타에게 수여된다. 고환암을 앓았던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40)이 수상하기도 했다. 서밋 감독은 자신의 이름처럼 정상(Summit)에 선 명장이다. 2009년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남녀 농구 사상 최초로 통산 1000승을 돌파했다. 한 시즌 33경기를 치르는 미국 대학농구에서 1000승은 연 25승을 올려도 40년이 걸리는 대기록이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은메달 주역인 그는 무릎 부상으로 22세의 젊은 나이에 모교 지휘봉을 잡았다.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따냈다. 2006년에는 6년간 평균 130만 달러에 계약해 미국 여자 농구 사상 처음으로 감독 연봉 1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테네시대 감독으로는 3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서밋 감독은 정상의 자리에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시련과 맞닥뜨렸다. 2010∼2011시즌 중 치매 증상을 보인 것이다. 서밋 감독은 8월 테네시대 홈페이지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초기 진단을 받았음을 모두에게 알렸다. 그는 “알츠하이머병을 앓아도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감독직을 계속 수행해 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