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무상, 바람이 운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은퇴 회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6일 03시 00분


‘바람의 아들’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33년간의 현역 선수를 마감하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할 때였다. 이종범은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팬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는 “언젠가 지도자로 다시 KIA 유니폼을 입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바람의 아들’은 끝내 눈물을 보였다. 33년간의 현역 선수를 마감하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할 때였다. 이종범은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팬에게 이별을 고했다. 그는 “언젠가 지도자로 다시 KIA 유니폼을 입고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지금부터 이종범 선수의 은퇴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19년 동안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천하의 이종범(42·KIA)이 그랬다. 33년간 가졌던 ‘선수’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기란 쉽지 않았다. ‘바람의 아들’은 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아쉬운 이별을 알렸다.

[채널A 영상] ‘바람의 아들’ 이종범 눈물 “나는 행복한 선수”

이종범은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은퇴 발표가 충동적인 행동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2008년 시즌이 끝난 뒤 하루도 은퇴라는 단어를 잊고 산 적이 없었다. 팀에 보탬이 안 되면 언제든 옷을 벗겠다는 각오였다”며 “올해도 4, 5월까지 주전으로 뛰지 못하면 은퇴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종범은 제2의 야구 인생은 KIA에서 시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는 게 야구밖에 없다. 많은 선배가 실패했던 사업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KIA 유니폼을 입고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고 싶다.”

하지만 이종범은 지쳐 보였다. 당분간은 재충전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오직 야구만 하면서 시야가 많이 좁아졌다.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시절 선진 야구를 경험했기 때문에 연수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야구 해설위원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겠다는 의미였다.

이종범은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수많은 영광의 순간을 경험했다. 그는 “1994년 역대최다인 도루 84개를 기록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아들 정후가 이 기록을 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전에서 결승 2루타를 치고 두 손을 번쩍 든 순간도 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종 담담하게 문답을 이어가던 이종범이었지만 끝내 눈물을 보였다. 가족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다. 그는 “슬럼프를 겪을 때마다 가족이 없었다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라며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종범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야구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큰절을 올렸다. 그러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그를 바라보던 사회자는 이렇게 말했다. “선수 시절에는 이루지 못했지만 제2의 인생에서는 꼭 타율 4할(이종범의 최고 타율은 1994년 0.393)을 치길 바랍니다.” 이종범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도 같을 것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이종범#은퇴#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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