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이새샘 차장

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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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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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2025-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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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⑬한류와 일류, 김치와 스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의 일본 덮밥집 ‘돈부리’.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2시경이었지만 음식점 앞에는 30명이 넘는 사람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 7월 문을 연 이곳은 하루에 300여 명이 찾는 인기 음식점이다. 주방장 이승화 씨(32)는 “일본 대형 덮밥 체인이 들어와도 성공하지 못했던 1990년대 말과 달리 일본 여행을 많이 하고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기 때문인지 일본 음식을 찾는 손님이 많다. 최근에는 40, 50대 손님도 늘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이 지역에서는 세 집 건너 한 집은 일본 음식을 취급할 정도로 일본 음식의 인기가 높다. 스시(초밥)나 라멘(일본 라면)이 많았던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일본식 카레, 튀김, 가정요리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선 최근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이 시들하던 한류 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걸그룹의 데뷔 콘서트마다 입장권이 매진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9시 뉴스에서 한국 걸그룹의 인기를 톱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음반 판매도 놀라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공식 데뷔한 ‘소녀시대’의 싱글 데뷔 앨범 ‘지니(GENIE)’는 발매 당일 일간차트 4위로 출발한 이후 데뷔 4주차인 10월 들어서도 일간차트 톱 10위권 내를 계속 지키면서 앨범 판매 10만 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쿄 긴자(銀座)의 야마노악기나 시부야(澁谷)의 타워레코드 등 대형 음반판매점들은 한국 스타의 대형 포스터 사진으로 도배한 K-POP(한국 대중음악) 코너를 별도로 설치했다. 일본에서는 K-POP이 주춤하던 한류(韓流) 붐의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평가한다. ‘겨울연가’와 용사마에 빠진 아줌마 세대와 ‘대장금’ 등 사극에 재미 붙인 중년 남성이 한류 1, 2세대였다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K-POP이 한류 3세대라는 것. 특히 한류 팬의 연령층이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한류와 구분되는 ‘네오 한류’, ‘신한류’라는 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을 친밀히 느끼는 한류 1998년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계기로 음식과 가요, 드라마가 대한해협을 가로지르며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03, 2004년 일본 안방을 사로잡은 TV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인 배용준 씨가 지난해 9월 문화기행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펴내자 책에 나온 코스를 따라가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었다. 대중문화로 촉발된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와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재일동포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도 줄었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10월 혹은 11월에 실시하는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친밀감은 1997년 37.9%에서 2009년에는 63.1%로 크게 증가했다. 일본에서 7년가량 유학하다 2004년경 귀국한 동북아역사재단 이명찬 연구위원은 “일본인들은 한국을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하다가 2000년대 들어 ‘겨울연가’ ‘대장금’ 등 TV 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을 또렷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식인이나 재일동포를 협박하는 일본 우익 세력의 태도까지는 바꾸지 못하고 있다.○ 문화 장르로 자리잡은 일류 한류가 충격파의 형태로 일본에 전해졌다면 일류(日流)는 가랑비처럼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부터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전파됐던 만화와 애니메이션 외에 소설 음식 패션 드라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4차에 걸쳐 국내 지상파 방송 부문을 제외하고 영화 비디오 음반 게임 방송 등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문호를 전면 개방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고, 일본 음식점에서 규동(일본식 쇠고기덮밥)과 라멘을 즐긴다. 이 같은 민간의 문화 교류는 정치 상황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 망언이 나오더라도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에서 사케(일본 술)를 즐기는 손님이 끊기거나 일본 소설 판매가 주는 일은 찾기 힘들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일본 문화는 한국에서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문화 교류는 갈등 후폭풍 완화하는 자양분” 사회 문화적 교류가 한일 관계의 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류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역사나 소설, 사상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한국의 역사와 문학 철학이 일본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동양사학)는 “대중문화나 음식 등 일본과의 교류는 아직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고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 일본작가)가 말했듯이 전쟁 체험 등 고난에서 우러나온 한국 문학의 진지함은 일본 문학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를 문화 우월주의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라멘을 먹으면서 일본 문화가 우월하다고 인식하지 않듯이 일본인들도 대부분 한국 문화를 여러 문화 중 하나로 즐긴다. 문화 교류는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개인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 있기 때문에 문화 교류의 필요성과 결과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화 교류를 통한 신뢰와 호감 쌓기는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갈등 이후 관계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한-일 대학생들, 교류활동 해보니… ▼“원폭의 고통도 일제의 만행도 같이 공감”대학생 한일교류단체 대표들이 직접 보고 느낀 일본 젊은층의 역사 인식과 한국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일까. 1986년 각각 설립된 한일학생회의와 한일학생포럼은 일본의 대학생 단체와 함께 매년 학술 세미나와 문화교류 활동, 역사현장 견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대학생 연합 동아리다. 두 단체의 대표로부터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한일학생회의는 올해 8월 일본에서 일본 학생들과 일본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의 증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본 학생들은 증언을 듣는 동안 대부분 너무나 슬픈 표정을 짓고 울기까지 했는데, 한국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무덤덤했어요. 토론 시간에 일본 학생들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여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피해자로서의 논리를 내세워 놀라기도 했죠.”(한희조 한일학생회의 위원장·18·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 한 위원장은 “한국 학생들이 ‘피폭자 개인적인 고통에는 공감이 가지만 일본이 자신들의 침략전쟁이라는 원인을 빠뜨린 채 세계평화를 위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일본의 침략 사례를 이야기하자 일본 학생들이 ‘우리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전개한 것 같아 부끄럽다’며 눈물을 비쳤다. 서로를 이해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일학생포럼도 올해 8월 일한학생포럼과 함께 한국에서 학술 심포지엄과 문화교류 활동을 펼쳤다. 올해 심포지엄 주제는 내셔널리즘, 북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였다. 신지연 한일학생포럼 회장(23·이화여대 영문학과 4학년)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대부분 학생들이 열린 사고를 갖고 있고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 올해는 나눔의 집을 찾아가 일본 학생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마음으로 그 아픔과 역사를 이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두 단체의 회장은 “한일 양국 대학생들의 직접적인 교류는 왜곡과 불신을 극복하고 더 나은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학생회의의 회원은 10여 명, 한일학생포럼의 회원은 20명이다. 적은 수이지만 이런 교류가 모여 한일 양국 이해의 기초가 된다는 믿음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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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자전거 타고 세계일주한 한 여성의 모험담

    자전거를 타고 15개월 안에 세계일주를 마쳐야 한다. 경비는 한 푼도 갖고 떠날 수 없고 오히려 5000달러를 벌어서 돌아와야 한다. 1894년, 이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여성 애니 런던데리. 그녀는 자신의 자전거에 광고판을 달고 다니는 곳마다 강연을 열고 자신의 사진을 팔아 경비를 마련했다. 애니의 후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그녀가 방문했던 곳의 기사와 각종 자료를 대조해 이 자전거 세계일주의 과정을 복원해 내고 거짓과 진실을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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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⑬한류와 일류, 김치와 스시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의 일본 덮밥집 '돈부리'.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2시 경이었지만 음식점 앞에는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8년 7월 문을 연 이 곳은 하루에 300여 명이 찾는 인기 음식점이다. 주방장 이승화 씨(32)는 "일본 대형 덮밥 체인이 들어와도 성공하지 못했던 1990년대 말과 달리 일본 여행을 많이 하고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기 때문인지 일본 음식을 찾는 손님이 많다. 최근에는 40, 50대 손님도 늘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이 지역에서는 세 집 건너 한 집은 일본 음식을 취급할 정도로 일본 음식의 인기가 높다. 스시(초밥)나 라멘이 많았던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일본식 카레, 튀김, 가정요리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본에선 최근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 한국 걸 그룹이 시들하던 한류 붐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 걸 그룹의 데뷔 콘서트마다 입장권이 매진되는 사례가 속출하자 일본 공영방송인 NHK가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9시 뉴스에서 한국 걸 그룹의 인기를 톱기사로 다루기도 했다. 음반판매도 놀라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8일 공식 데뷔한 '소녀시대'의 싱글 데뷔 앨범 '지니(GENIE)'는 발매 당일 일간차트 4위로 출발한 이후 데뷔 4주차인 10월 들어서도 일간차트 톱 10위권 내를 계속 지키면서 앨범 판매 10만 장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쿄 긴자(銀座)의 야마노악기나 시부야(澁谷)의 타워레코드 등 대형 음반판매점들은 스타의 대형 포스터사진으로 도배한 K-POP(한국 대중음악) 코너를 별도로 설치했다. 일본에서는 K-POP이 주춤하던 한류(韓流) 붐의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평가한다. '겨울연가'와 욘사마에 빠진 아줌마 세대와 '대장금' 등 사극에 재미 붙인 중년 남성이 한류 1,2세대였다면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 K-POP이 한류 3세대라는 것. 특히 한류 팬의 연령층이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으로 확산되면서 기존 한류와 구분되는 '네오 한류', '신 한류'라는 조어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을 친밀히 느끼는 한류 1998년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계기로 음식과 가요, 드라마가 대한해협을 가로지르며 한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2003~2004년 일본 안방을 사로잡은 TV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인 배용준 씨가 지난해 9월 문화기행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펴내자 책에 나온 코스를 따라가며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이 인기를 끌었다. 대중문화로 촉발된 관심이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와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인들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재일동포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도 줄었다. 일본내각부가 매년 10월 혹은 11월에 실시하는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친밀감은 1997년 37.9%에서 2009년에는 63.1%로 크게 증가했다. 일본에서 7년가량 유학하다 2004년경 귀국한 동북아역사재단 이명찬 연구위원은 "일본인들은 한국을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하다가 2000년대 들어 '겨울연가' '대장금' 등 TV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을 또렷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일본 지식인이나 재일동포를 협박하는 일본 우익 세력의 태도까지는 바꾸지 못하고 있다. ●문화 장르로 자리잡은 일류 한류가 충격파의 형태로 일본에 전해졌다면 일류(日流)는 가랑비처럼 한국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개방 이전부터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전파됐던 만화와 애니메이션 외에 소설 음식 패션 드라마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4차에 걸쳐 국내 지상파 방송부문을 제외하고 영화 비디오 음반 게임 방송 등 대중문화를 전면 개방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무라카미 하루키나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고, 일본 음식점에서 규동과 라멘을 즐긴다. 일본 대중문화 동호회의 인터넷 카페인 '일본TV'의 회원수는 47만 여명으로 미국 드라마 카페 '미드 영어자막…' 회원 수 21만 여명을 압도하고 있다. 이같은 민간의 문화교류는 정치 상황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일본에서 망언이 나오더라도 일본식 선술집 이자카야에서 사케를 즐기는 손님이 끊기거나 일본 소설 판매가 주는 일은 찾기 힘들다. 문화평론가 김지룡 씨는 "일본문화는 한국에서 한 장르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문화교류는 갈등 후폭풍 완화하는 자양분" 사회 문화적 교류가 한일관계의 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한류로 인해 한국의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역사나 소설, 사상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지 않다. 이 때문에 한류의 경제적 효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한국의 역사와 문학 철학이 일본에서 출판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동양사학)는 "대중문화나 한국음식 등 일본과의 교류는 아직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고 "오에 겐자부로(노벨문학상 수상 일본작가)가 말했듯이 전쟁체험 등 고난에서 우러나온 한국문학의 진지함은 일본 문학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류를 문화 우월주의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라멘을 먹으면서 일본문화가 우월하다고 인식하지 않듯이 일본인들도 대부분 한국 문화를 여러 문화 중 하나로 즐긴다. 문화교류는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한다. 한영혜 서울대 일본연구소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개인들의 욕구가 다양해지는 흐름 속에 있기 때문에 문화교류의 필요성과 결과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문화 교류를 통한 신뢰와 호감 쌓기는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갈등 이후 관계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자양분이 된다"고 말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한-일 대학생들, 교류활동 해보니…“원폭의 고통도 일제의 만행도 같이 공감”대학생 한일교류단체 대표들이 직접 보고 느낀 일본 젊은층의 역사인식과 한국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일까. 1986년 각각 설립된 한일학생회의와 한일학생포럼은 일본의 대학생 단체와 함께 매년 학술세미나와 문화교류활동, 역사현장 견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대학생 연합 동아리다. 두 단체의 대표로부터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 경험에 대해 들어봤다. 한일학생회의는 올해 8월 일본에서 일본학생들과 일본 히로시마 원폭피해자의 증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일본 학생들은 증언을 듣는 동안 대부분 너무나 슬픈 표정을 짓고 울기까지 했는데, 한국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무덤덤했어요. 토론 시간에 일본 학생들이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여했다. 세계평화를 위해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피해자로서의 논리를 내세워 놀라기도 했죠." 한희조 한일학생회의 위원장(18·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1년)의 말. 한 위원장은 "한국 학생들이 '피폭자 개인적인 고통에는 공감이 가지만 일본이 자신들의 제공한 침략전쟁이라는 원인을 빠뜨린 채 세계평화를 위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일본의 침략 사례를 이야기하자 일본학생들이 '우리의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전개한 것 같아 부끄럽다'고 눈물을 비쳤다. 서로를 이해하며 세미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일학생포럼도 올해 8월 일한학생포럼과 함께 한국에서 학술 심포지엄과 문화교류활동을 펼쳤다. 올해 심포지엄 주제는 내셔널리즘, 북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였다. 신지연 한일학생포럼 회장(23·이화여대 영문학과 4년)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것보다 대부분 학생들이 열린 사고를 갖고 있고 서로를 이해하려 한다. 올해는 나눔의 집을 찾아가 일본 학생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났는데 마음으로 그 아픔과 역사를 이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두 단체의 회장은 "한일 양국 대학생들의 직접적인 교류는 왜곡과 불신을 극복하고 더 나은 한일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학생회의의 회원은 10여 명, 한일학생포럼의 회원은 20명이다. 적은 숫자이지만 이런 교류가 모여 한일 양국 이해의 기초가 된다는 믿음이다. 한 위원장은 "일본 학생들도 우리와 같은 생각"이라며 일한학생회의의 한 학생이 보내온 감상을 전했다. "우리들은 태어난 장소도 , 자라온 환경도, 지금까지 받아온 교육도, 합병(한일강제병합)에 대한 입장도 다릅니다. 그러나 여름회의를 통해서 우리들은 과거의 사건에 대한 슬픔을 공유했습니다. 그것은 어떤 훌륭한 이론이나 의견보다도,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었습니다. 국적과는 관계없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공감이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 국가를 넘어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교류가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느꼈습니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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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정신병자 지젤’, 원작 뛰쳐나오다…마츠 에크 모던발레 한국초연

    ‘정신병동의 지젤’이 온다. 프랑스 리옹국립오페라발레단이 대구 대구문화예술회관(22, 23일)과 경기 성남아트센터(29, 30일)에서 공연하는 마츠 에크 안무의 ‘지젤’이다. 1982년 초연 당시 고전 발레의 비틀기와 재창조로 유명한 안무가 에크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 순진한 시골 처녀 대신 백치 소녀 음악과 대강의 줄거리는 고전 발레 ‘지젤’과 같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면면은 원작을 교묘하게 비틀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배경도 독일의 시골 마을이 아니라 욕망이 꿈틀대는 열대 화산섬으로 바꿨다. 고전 발레 ‘지젤’에서 순진하고 아름다운 시골 처녀로 등장했던 지젤은 마을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으며 자신만의 세계에서 사는 모자란 처녀로 탈바꿈한다. 약혼자 힐라리온은 지젤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저 지젤을 밧줄에 묶어 통제하려 들 뿐이다. 알브레히트와 그의 친구들은 쾌락을 즐기는 젊은 도시 귀족으로 등장한다. ○ 숲 대신 정신병동 고전 발레에서는 알브레히트에게 배신당한 지젤이 미쳐 춤추다 목숨을 잃는다. 에크가 안무한 ‘지젤’ 2막에서 지젤은 미친 채 정신병동에 수용된다. 원작에서 흰색 베일을 쓴 숲의 정령 ‘윌리’는 흰색 환자복을 입고 병동 침대의 흰색 시트에 몸을 숨긴 정신병동 환자들로 대체된다. ○ 영원한 사랑 대신 용서와 자아 찾기 고전 발레 ‘지젤’은 지젤이 알브레히트를 끝까지 윌리의 저주에서 지켜내고, 마침내 아침 종소리가 울려 알브레히트가 구원받는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지젤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중심인 셈이다. 에크의 ‘지젤’은 지젤의 사랑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알브레히트의 자아찾기와 힐라리온의 용서를 더해 결말을 새롭게 꾸몄다. 정신병동에서 광기의 밤을 보낸 알브레히트는 알몸이 된 채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질투의 화신으로 거칠고 공격적이었던 힐라리온은 알브레히트에게 덮을 것을 가져다준다. 4만∼13만 원. 031-783-8000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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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무용수 임혜경 씨 29일부터 고별무대

    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 연습실. 발레 ‘라 바야데르’의 음악이 몇 번이나 멈췄다 다시 울렸다. 토슈즈가 바닥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가쁘게 몰아쉬는 숨소리가 한데 뒤섞였다. 춤에 열중한 발레리나의 등에는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자잘한 근육이 문양처럼 새겨진 등, 7년 전 “아이를 낳으면 등이 뻣뻣해진다던데”라는 걱정을 들었던 바로 그 등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임혜경 씨(39)가 29일∼11월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라 바야데르’에서 고별무대를 가진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1994년 입단해 17년 세월을 보내온 그를 앞으로 유니버설발레단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된다. 올해 초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을 맡는 등 불혹의 나이에도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줬던 임 씨는 “이번이 가장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고별무대를 갖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발레단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역사를 같이 만들어 왔으니까요. 최고의 작품으로 최고의 무대에서, 아직 좋은 춤을 보여드릴 수 있을 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어요.” 발레단도 이번 무대에 정성을 기울였다. 발레리나로는 비교적 장신인 임 씨에게 맞는 파트너를 찾아 상대역인 솔로르 역에 볼쇼이발레단 주역무용수인 루슬란 스크보르초프 씨를 초청했다. 임 씨는 스스로 “발레리나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겪어 봤다”고 했다. 발레단 입단 당시부터 이국적인 미모와 174cm의 큰 키, 뛰어난 표현력으로 주목받았고 군무부터 주역까지 수많은 작품과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심각한 부상도 여러 차례 겪었고, 발레리나에게 금기라고까지 말하는 임신과 출산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이번에 맡은 ‘라 바야데르’의 무희 니키아 역할은 더욱 특별하다. 임 씨가 힘들 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워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2년 동안 발 부상으로 슬럼프에 빠졌었는데 1999년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초연에서 니키아를 연기하며 슬럼프를 털어버릴 수 있었죠. 2004년 아이를 출산한 뒤 몸이 마음을 따르지 못해 우울증으로 괴로웠을 때도 복귀작이 ‘라 바야데르’였어요. 2001년 학생 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미국 링컨센터 무대에 설 수 있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죠.” 발레리나로서 겪어야 했던 고비를 그렇게 ‘라 바야데르’로 극복해 왔다. “슬럼프 때는 토슈즈에 발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부상이 심했어요. 발레를 잠시 쉬어야겠단 생각까지 했죠. 그때 친구가 손수 만든 지갑을 선물해 줬는데 거기에 ‘발레리나 임혜경’이라고 수를 놓았더군요.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들었어요. ‘내 친구에게도 나는 발레리나구나. 내가 당당할 수 있는 이름은 바로 이거구나’ 하고요.” 그 뒤로는 ‘모든 일을 강물 흘려보내듯 하는 지혜와 대범함’이 생겼다고 했다. 후배 발레리나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이 같은 경험에서 나온 것처럼 보였다. “요즘 후배들, 정말 잘해요. 존중하고, 존경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초조해하거나 조급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임 씨는 현재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 원장을 맡으며 대학에도 출강하고 있다. 올해 4월 ‘2010 현대춤작가 12인전’에는 자신이 안무한 작품 ‘For a while’을 올렸다. 9월에는 아카데미 학생 90여 명이 출연한 제14회 유니버설발레아카데미 발레축제를 기획했다. 내년 1월에는 일본 미쓰코 마치모토 발레단 공연에서 주역도 맡을 예정이다. 이미 고별무대 이후를 차곡차곡 준비해온 셈이다. “왜 아쉽고 안타깝지 않겠어요. 더는 유니버설발레단 연습 스케줄이 없을 거라는 생각만 하면…. 그래도 이렇게 해야 해요. 좋은 모습으로,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떠나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그래야 앞으로 후배들도 그렇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떠나면서도 뒤에 남는 이들을 생각한다. 큰 눈을 또렷이 뜨며 “이제 시작이죠”라고 말하는 그의 등이 아름다운 이유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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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리뷰]가면 뒤 흔들리는 영혼, 그대 이름은 남자

    막이 오르면 커다란 뿔을 자랑하는 수사슴 인형이 무대 한쪽에 앉아 있다. 슈퍼히어로를 연상시키는 마스크를 쓴 남자 네 명이 등장한다. 액션영화 속 ‘합을 맞춘’ 무술 장면을 연상시키는 동작들이 이어지다가 별안간 무용수 한 명이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아주 먼 어느 곳, 네 명의 남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집에는 커다란 평면 스크린, 그리고 맥주와 고기가 가득한 냉장고가 있었습니다….” 9일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참가작의 하나로 이스라엘 현대무용가 요시 베르그와 오데드 그라프의 작품 ‘어느 더운 나라의 정비공 트리오’와 ‘네 남자, 앨리스, 바흐 그리고 사슴’이 무대에 올랐다. ‘네 남자…’에 등장하는, 동화(童話) 아닌 동화에서 부족한 건 여자뿐이다. 남자다운 남자, 진짜 남자, 마스크를 쓴 슈퍼히어로의 세계는 길을 잃고 헤매던 아름다운 여인 앨리스가 나타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남자들은 앨리스를 집에서 하룻밤 쉬고 가라고 설득한다. 앨리스가 뭐라고 답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이후, 남자들은 혼란에 빠진 채 번쩍거리는 사이키 조명 아래에서 춤을 춘다. 한 남자는 수사슴의 목을 잘라 사라진 뒤 옷에 피를 잔뜩 묻힌 채 등장해 다른 무용수를 모두 처치해 버리고 홀로 무대에 남는다. ‘네 남자…’는 마스크와 수사슴 인형 같은 소품이나 별안간 등장하는 동화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작품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직조했다. 유기적으로 전개되는 안무 역시 가슴을 두드리거나 어깨동무를 하는 등 이른바 ‘남자다운 제스처’들과 뒤섞이며 적절한 유머와 내러티브가 담긴 극의 일부로 녹아들었다. 공연이 끝난 뒤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안무가들은 “현대사회에서 ‘남자 되기’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에서 말하는 현대사회의 남자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기보다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마스크 쓴 슈퍼히어로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들의 기존 작품에서 본 듯한 장면이 일부 등장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막이 오른 뒤 관객들이 초조해질 정도로 오랫동안 음악만 틀어둔 점, 남자들이 나란히 서서 앞뒤로 오가는 반복 동작, 작품 초반의 음악이 특히 짙은 기시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점들을 제외하면 이 공연은 현대무용 강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 신예 안무가들의 연출력과 상상력을 감상할 기회로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I: 제13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20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세종M씨어터, 서강대 메리홀, 서울시내 일대. 02-3216-1185}

    • 201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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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자와 차 한잔]‘돈 잘쓰는 달인’ 주변엔 사람과 행복이 모여들어요

    인문학자가 돈 쓰는 법에 관해 책을 썼다. ‘돈의 달인, 호모 코뮤니타스’(그린비)다. 저자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연구원이자 고전평론가인 고미숙 씨.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수유너머에서 만난 고 씨는 “한국사회의 돈에 대한 생각이 너무도 획일적이라는 점에 충격을 받고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사회의식이 투철하다고 하는 분들도 자기 자신이 돈을 쓰는 방식은 아파트 평수 늘리고 차 사고 상품을 구매하는 것뿐이더라고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 나는 돈이 없다’ 이 두 가지 생각뿐, ‘돈을 어떻게 써야 하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이 없어요.” 지금까지 사랑과 연애를 하는 법(‘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공부를 하는 법(‘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에 관한 책을 썼지만 돈에 대한 책은 특히 더 어려웠다고 했다. 고 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에 대한 얘기를 성(性)에 관한 얘기보다 더 쉬쉬한다. 실은 돈에 대한 욕망이 들끓으면서도 아닌 척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지원을 받지 않으며 자급자족하는 연구공동체를 꾸려온 고 씨이기에 실제 경험이 풍부하게 녹아들어간 책을 쓸 수 있었다. 책 속에는 연구소에서 강좌를 듣거나 토론 조사 활동 등에 참가하는 10∼30대들의 경험과 인터뷰 내용, 고 씨가 주변에서 직접 본 사례들을 담았다. “여기 수유너머에서 활동하는, 중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가 자기 또래를 인터뷰했어요. ‘100만 원 생기면 뭐 할거냐’는 질문에 ‘명품 매장으로 달려가겠다’는 답이 나오더라는 거예요.” 친구들과 함께 쇼핑몰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것 외에는 관계 맺을 줄 모르는 10대,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어도 쓸 곳을 몰라 쇼핑중독에 빠지는 20대, 노후 대책 때문에 현재를 전전긍긍하며 사는 40, 50대…. 자립하지 못하고 대출을 받거나 카드로 무이자할부를 받으며 빚을 지는 것이 일상이 된 현대 한국의 모습이다. 이렇게 돈에 예속된 삶을 사는 모습은 고 씨가 ‘돈의 달인’이라고 부르는 이들과 대비된다. 길 위에 살며 공동체 안에서 삶을 꾸린 임꺽정의 모습이나 가난하면서도 제비를 치료해 주며 나눌 줄 알았던 흥부, 소액대출운동을 주창한 무하마드 유누스, 인도 철학자 비노바 바베 등이 고 씨가 말하는 돈의 달인들이다. 고 씨는 “돈의 달인들처럼 돈을 쓰면 돈이 물처럼 순환하고, 곧 관계가 형성되고 사람이 모인다”고 했다. 책 제목이 ‘호모 코뮤니타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코뮤니타스는 자본주의가 태동하던 19세기 사회학자들이 자본주의 사회를 뜻하는 소키에타스에 대항해 ‘화폐에 대항하는 공동체’라는 뜻으로 만들어낸 단어다. 진정한 돈의 달인은 돈에 먹히지 않고 돈을 활용해 공동체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인 셈이다. “우리 조상들은 돈 쓰는 법에 따라 사람 운명이 갈린다고 생각했어요. 돈은 그만큼 인간에게 중요하죠. 세상을 바꾸려 나서거나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전에, 지금 이 자본의 한가운데서 내 삶의 자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돈의 지혜를 모든 사람이 터득해야 한다고 생각해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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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나온 책]‘조선후기 불교사 연구’ 外

    ■ 조선후기 불교사 연구(김용태 지음·신구문화사)=숭유억불의 시대로 알려진 조선시대 불교사를 조망하고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모색했다. 저자는 조선후기 불교가 임제법통과 화엄교학의 이중구조를 갖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2만3000원. ■ 다문화코드(이성미 지음·생각의나무)=여성가족부에서 초대 다문화가족과장을 지낸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가족의 실생활과 어려움, 앞으로의 대안을 제시했다. 결혼이민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유형을 포괄한다. 2만3000원. ■ 일본재판에 나타난 재일코리안(재일코리안변호사협회 엮음·한국학술정보)=재일동포가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담았다. 재일동포의 역사는 물론 다양한 재판 사례를 통해 재일동포의 경험과 그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1만8000원. ■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마틴 자크 지음·부키)=중국을 경제대국으로만 살피는 시각에서 탈피해 중국이 앞으로 국제질서와 정치, 문화에 미칠 영향까지 분석했다. 저자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중국이 국민국가가 아닌 문명국가라는 점을 든다. 2만5000원. ■ 남쪽에서 보낸 일년(안토니오 콜리나스 지음·자음과모음)=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콜리나스의 성장소설. 기숙학교 고등학생 하노가 예술뿐 아니라 자연과 사랑, 운명의 의미를 찾아 고뇌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그렸다. 1만1000원. ■ 파도를 기다리다(고이케 마사요 지음·창비)=일본의 여성 시인이자 소설가인 고이케 마사요 씨의 소설집. 바닷가를 배경으로 네 남녀의 미묘한 관계를 통해 생의 불안과 관능을 그려낸 ‘타따도’를 비롯해 네 편의 단편이 실렸다. 1만1000원. ■ 긴가민가할 때 펼쳐보는 바른 말 사전(여규병 엮음·한울)=20여 년 동안 어문교열기자를 한 저자가 우리말 우리글 지식을 담아낸 책. 각종 인쇄물에서 발견한 표현과 규범의 잘못을 바탕으로 표제어 1만3000여 항목을 수록했다. 1만8000원.}

    • 2010-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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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의에 관하여’ 20선] 불평등의 재검토

    《“불평등 분석에서 중요하면서도 자주 부딪치는 문제는 소득불평등을 관심의 초점으로 집중한 데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직면하는 실질적인 기회불평등의 크기는 소득불평등의 크기로부터 쉽게 설명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것, 성취할 수 있거나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현재 모습을 만들어준 성취할 수 없는 것은 소득만이 아니라, 다양한 물리적, 사회적 특성들에도 의존하기 때문이다.”》 개인 능력별로 평등을 기준한다면 정의의 문제를 다룰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평등’이다. 기회 균등이나 자원배분의 공정성 등 사회가 정의롭다고 표현할 때의 조건들은 모두 평등이라는 가치와 직결돼 있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평등의 개념을 재검토한다. 저자는 “‘중요한’ 사회행위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 평등을 요구하게 되면, 좀 더 멀리 떨어진 ‘부차적인’ 영역에서 불평등을 수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한 공간에서의 평등이 다른 공간에서의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왜 평등인가’보다는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나아가 ‘무엇에 대한 평등인가’에 ‘왜 평등인가’의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는 모든 사람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려 하기 때문에 결국 자유에서의 평등을 추구하는 이론이다. 이 같은 견해의 근거는 인간 자신이 다원적이고 평등을 판단하기 위한 변수 역시 다양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사전적인 동일성을 포함해서 가정과 함께 진행되는 평등연구는 실제적일 뿐만 아니라 이론적인 문제의 중요한 측면을 빠뜨리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인간은 이질적 특성을 갖고 태어나는데 이 점을 고려하지 않은 채 평등을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무시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저자는 정의에 관한 여러 연구를 언급하면서 평등을 ‘기초재 분배’에 초점을 맞추려 하는 방향에 대해서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존 롤즈의 ‘정의론’을 두고 “롤즈가 자신의 차등원칙 속에서 ‘권리, 자유와 기회, 소득과 부, 자기존중의 사회적 토대’를 포함하는 기초재분배에 초점을 맞췄다”며 “기초재는 자유 일반의 구성요소가 아니라 기껏해야 자유의 수단으로 보인다는 사실에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반박한다. 결국 저자에 따르면 평등주의는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같은 외부적 요소뿐만 아니라 인간 그 자체, 즉 인간의 나이나 성별, 인종 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는 성취 수준일 뿐이지만 인간의 나이나 성별, 인종은 뭔가를 성취할 수 있는 자유와 직결된다. 인간의 나이나 성별, 인종이 모두 똑같거나 혹은 같은 취급을 받지 않기 때문에 침해되는 자유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혹은 인간의 능력치가 다양한 만큼 불평등의 양상도 다양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삶을 구성하는 가치 있는 기능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 좀 더 일반적으로 말해서 가치를 부여할 만한 근거를 지닌 목표들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유에 집중하자”고 말한다. 즉 불평등이나 빈곤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현재처럼 ‘저소득이냐 고소득이냐’와 같은 외부적 요인에 맞추지 않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기본능력이 있느냐 없느냐, 즉 능력 중심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저자는 나아가 능력 중심으로 불평등에 대한 관점을 전환할 때 빈곤문제를 위한 돌파구가 열린다고 말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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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은 씨 “담담… 미안하다”

    “아!”7일 오후 8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 경기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고은 시인의 집 앞에 몰려든 취재진과 마을 주민들 입에서는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비(非)유럽’의 ‘시인’에게 상이 돌아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AP통신은 예상 기사에서 고은 시인과 함께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 씨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이런 예상을 반영한 듯 그의 집 앞에는 예년보다 많은 100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렸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어느 해보다 수상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했기에 실망은 더 컸다.이날 고은 시인의 집 앞은 수상 발표 서너 시간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방송국 중계차량이 집 주위를 둘러쌌고, 주차공간을 찾지 못한 취재차량은 100여 m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야 했다.해가 졌는데도 모든 방에 불이 꺼진 그의 집에서는 어떤 인기척도 느낄 수 없었다. 부인 이상화 중앙대 영문과 교수는 오후 5시경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그쪽(스웨덴 한림원)에서 연락받은 것은 없다”며 “올해도 선생님은 ‘수상자 발표 뒤 집에 돌아오겠다’며 외출했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수상자 발표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담담하다. 많은 분이 오셔서 고생만 하다 돌아갔는데 미안하다. 더 할 말은 없다”고 밝혔다.마을 주민 정년희 씨는 “(시인이) 해마다 수상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상을 못 타셔서 지나다 만나도 인사를 못 건넸다. 이번에는 기대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고은 시인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외신에서 거론된 것은 2002년부터다. 이에 앞서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소설가 김동리 최인훈 이호철 한말숙 조정래 씨, 시인 서정주 김지하 씨 등이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 국내외에서 추천됐다.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문학의 번역·출판이 세계를 아우른 2000년대 이후 고은 시인은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2006년 이후엔 매년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왔다. 올해에도 한국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무산됐지만 문단 안팎에서는 머지않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올해 노벨 문학상에는 동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는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 씨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그는 아프리카에 대한 제국주의의 횡포를 고발하고 식민지 이후 아프리카의 현실을 묘사하는 작품을 주로 썼다. 도박업체들도 그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으나 예측은 빗나갔다. 이 밖에 아프리카 여성의 삶을 가장 내밀하게 해석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소말리아의 누루딘 파라 씨, 단골 후보인 알제리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아시아 제바르 씨,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를 쓴 미국의 필립 로스 씨,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씨 등이 수상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안성=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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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발레, 詩품고 가을 속으로…장선희발레단, 시 8편 올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기형도, ‘빈집’) 시인 기형도의 ‘빈집’과 발레 ‘빈사의 백조’가 어우러지고 노벨문학상 수상자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선택의 가능성들’에 맞춰 발레리노 다섯 명의 춤이 펼쳐진다. 15, 1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장선희발레단 가을기획공연 ‘시 읽는 시간’이다. 이 공연에서는 모두 여덟 편의 시를 소재로 한 여덟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잘랄라딘 루미의 ‘봄의 정원으로 오라’를 소재로 한 ‘사랑의 정원으로 오라’가 첫 무대를 연 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안지은이 백조를 연기하는 ‘빈사의 백조’가 뒤를 잇는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영철과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 진헌재, 민홍일, 이영도, 서동현이 출연해 샹송 ‘고엽’에 맞춰 춤을 추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김춘수의 ‘꽃’을 소재로 한 ‘하나의 몸짓, 하나의 의미’ 등도 공연된다.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한 중견시인 이문재 씨가 대본을 쓰고 뮤지컬 ‘남한산성’의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씨가 참여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첼로 3중주도 함께 호흡을 맞춘다. 이 작품의 예술감독을 맡은 장선희 세종대 무용과 교수는 “관객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진지한 시 가운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시도 넣었다. 각각 다른 작품이지만 여덟 작품 모두 ‘사랑’이라는 주제가 관통하는 공연”이라고 말했다. 3만∼10만 원. 02-467-2394, 02-3408-3280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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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동아일보]말로 메일-메시지 보내는 스마트폰 서비스 나왔다 外

    이제 말로 e메일을 쓸 수 있다. 구글코리아는 6일 스마트폰에 대고 말하면 그대로 글자가 입력돼 e메일과 문자메시지 등을 보낼 수 있는 ‘말로 쓰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선보였다. 1997년 영화배우 안성기 씨가 악당과 격투를 하다가 지원요청을 위해 ‘본부’를 외치자 전화가 걸렸던 휴대전화 광고를 기억하시는지. 그 후 13년, 스마트폰 세상에선 수백만 문장을 알아들어 말로 검색을 하고 글도 쓰고 보내는 일이 현실이 됐다. ■ 中“지금이 패권외교 할 땐가” 내부논란중국이 높아진 경제력과 민족주의 정서를 뒷심으로 삼아 패권외교를 펼치는 데 대해 중국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다. 경제적 파워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장과 주변국의 견제를 불러일으켜 부작용이 크다는 신중론이 치열하게 맞서는 것. 중국 외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을까. ■ 北핵실험이 백두산 폭발 앞당긴다?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006년 10월 8일 평양 주재 중국 외교관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이 ‘핵실험으로 백두산이 너무 흔들리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들어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핵실험과 백두산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 오바마 대학교육 대개혁안 발표‘커뮤니티 칼리지가 해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년제 직업전문대학인 커뮤니티 칼리지를 적극 키우겠다는 교육개혁 청사진을 내놨다. 앞으로 10년 동안 커뮤니티 칼리지 졸업생을 추가로 500만 명 더 배출해 산업현장의 고급기술자로 양성하겠다는 것. 2년제 대학에서 공부해 빨리 일자리를 찾으라는 ‘오바마 플랜’이 약효를 발휘할까. ■ 인문한국 지원사업 성과와 한계2010년 기준으로 연간 약 400억 원이 투입되는 인문한국(Humanities Korea) 지원사업이 올해로 출범 3년째를 맞이한다. 10년간 매년 1억∼15억 원을 지원해 안정적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학제 간 연구를 촉진하고자 한 HK사업. 그동안의 성과와 개선점을 짚어 봤다. ■ 판소리 명창 21명 한자리에판소리와 무술은 닮은 점이 있다. 스승과 제자의 엄격한 도제식 교육을 통해 득음(무공)을 하고, 계파별로 경쟁하며 자존심 싸움을 한다는 것 등. 현존 최고 판소리 명창 21명이 갈고닦은 소리를 한자리에 모여 경쟁하는 자리가 열린다. 명창들도 긴장하고 있다는데…. ■ 김연아, 새 코치 오피가드와 계약‘피겨 여왕’ 김연아(20·고려대)가 새 코치를 영입했다. 김연아의 선택을 받은 코치는 미국인 페어 선수 출신 피터 오피가드(51). 선수 경력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고 은퇴 뒤 페어 팀을 주로 지도해왔던 오피가드를 선택한 것은 의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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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한국(HK) 지원사업 3년… 이달까지 1차평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한국(HK·Humanities Korea) 지원사업이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2007년 출범한 HK사업은 학문후속세대(연구자) 양성,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 타 학문과의 학제 간 연구 등을 목표로 인문학 관련 연구소를 지원하는 제도. 대형 연구소의 경우 연간 최대 15억 원을 10년간 장기 지원한다. 2007년 처음 선정된 연구소 23곳은 3년간 1단계 사업을 마치고 그동안의 연구 과정과 성과 보고서를 한국연구재단에 제출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은 10월 말 1단계 평가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연구원 1인당 연간평균 논문 수 2.41건 HK사업에는 지금까지 모두 55건의 과제가 선정됐다. 지원예산은 2007년 200억 원, 2008년 326억 원, 2009년 394억 원이었다. 이 중 대형 과제에 연간 10억∼15억 원, 중형에 5억∼8억 원, 소형에 3억 원 이내를 10년간 지원해 왔다. 정식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했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은 유망연구소로 선정해 연간 1억 원을 3년간 지원했다. HK사업 출범 당시 한국연구재단이 내세운 가장 큰 목표는 ‘연구소 내 연구주체 양성’이다. 강의를 하지 않도록 하거나 일주일에 HK연구교수는 6시간, HK교수는 3시간 이하로 제한해 연구에만 전념하는 연구 인력을 확보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2009년 기준 유망연구소를 제외한 각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인력은 모두 1151명. 이 중에서 연구보조원을 제외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받는 HK교수와 HK연구교수, 일반연구원은 685명으로 전체의 약 60%에 달한다. 인문한국연구소협의회에 따르면 HK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2007∼2010년 발표한 논문 수는 1인당 매년 평균 2.41건, 저서 또는 역서는 매년 평균 1.01건이다. 2009년 한 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의 전임교수 1인당 논문 수가 각각 평균 0.68건, 0.73건, 0.77건이었던 것보다 높다. HK사업 선정 연구소들은 고문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거나 총서를 발간해 연구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기여해 왔다. 영남지역 고문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나 한림대 한림과학원의 개념사 총서 발간 등이 대표적인 예다. ○ 과제 선정·평가 미흡…대학 비협조도 문제 그러나 이 같은 성과 한편으로는 과제 선정 방법을 두고 논란이 일거나 대학의 비협조로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K사업은 10년 뒤 현재 채용한 HK교수 중 약정된 인원을 연구소 소속 전임교수로 채용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연구 지속성을 배려하고 학제간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 대학은 이 같은 전임교수 임용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현재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지역 연구소의 김모 교수는 “연구소에 전임교수를 두는 것은 전에 없던 실험적 시도인 데다 대학 측이 인건비 부담이나 다른 연구소와의 형평성을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편이다. 직함은 교수더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비정규 연구원과 다를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K연구소 선정은 크게 각 분야의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이 참여하는 전공심사와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과학본부장, 역사철학단장, 어문학단장, 사무총장 등이 참여하는 종합심사로 진행된다. 전공심사에 참여했던 서울지역의 유모 교수는 “전공심사에서 여러 과제를 한꺼번에 심사하다 보니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평가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국연구재단이 창의적인 과제를 선정하기에 적절한 평가진을 구성할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공심사는 심사평과 결과를 공개하지만 종합심사 내용은 선정작업보다 예산배분 위주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 것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객관적, 상대적 평가가 어려운 인문학의 특성을 고려해 질적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만 이를 담보할 기준이나 평가방식이 여전히 미흡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개인 연구나 학과 차원의 연구도 중요하지만 한국 고유의 담론과 학파가 생기기 위해서는 연구소 단위의 연구가 중요하다. 제도나 평가기준 등은 보완하되 HK사업을 통해 새로운 신분의 교수제도가 성립되는 만큼 장기적으로 지켜보며 인문학의 풍토와 체질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인문한국(HK) 지원사업 현황―출범: 2007년―현황: 2007년 23과제, 2008년 10과제, 2009년 22과제 선정 및 지원. 총 55개 연구소 지원 중―예산: 2007년 200억 원, 2008년 326억 원, 2009년 394억 원, 2010년 394억 원 지원―성과: 2009년 기준 HK연구소 소속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은 총 2370편, 저서 역서는 1017권}

    • 201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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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연과학]Q: 씨없고 줄기로 번식… 대량생산 과정 수천명 학살… 끊임없이 병에 시달리는 과일은?

    나무처럼 생겼지만 실은 풀이다. 이 과일을 기르는 최초의 농장은 7000여 년 전에 생겼다. 지금은 전 세계에 농장이 퍼져 있다. 이 과일 덕분에 대규모 공장식 농업 기술이 발달했고, 바다를 건너 과일을 운송하는 다국적 과일산업이 비롯됐다. 한 정권을 무너뜨리기도, 또다시 세우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수십 년 이내로 이 과일을 먹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손가락을 연상시키는 노란색의 길쭉한 과일, 바로 바나나다. 자연과 생태를 아우르며 다양한 주제의 글을 발표해온 저자는 바나나를 따라 역사와 경제, 정치, 과학의 영역을 넘나든다. 바나나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어디에 나올까? 저자는 성경이라고 답한다. 흔히 사람들이 사과라고 생각하는 선악과가 실은 바나나라는 추측이다. 고대 성경에는 선악과가 사과라고 명시하는 구절이 없고, 성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코란에서 선악과가 열리는 나무를 부르는 고대 아랍어 ‘탈’은 바나나 나무로 번역되고, 이 나무는 “길게 드리운 그늘 아래 열매가 층층이 쌓인다”고 묘사된다. 바나나의 외관과 일치한다. 아시아에서 주로 재배되던 바나나는 7세기 중엽 아프리카로 넘어갔고 다시 유럽으로 전파됐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 과일을 손가락을 뜻하는 아랍어 ‘바난’을 따서 바나나라 부르기 시작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에 전파된 바나나는 세계화를 잉태했다. 바다를 건너 해외 농산물을 수출, 수입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이 시기에 생겨난 것이다. 바나나 회사 보스턴 프루트는 금세 물러지고 썩는 바나나를 운송하기 위해 냉장유통 체계를 개발했다. 훗날 유나이티드 프루트로 변신해 대표적인 바나나 브랜드 ‘치키타’를 만들어낸 회사다. 중남미에서 수확된 바나나는 얼음이 가득 든 배를 타고 뉴올리언스 항에 내린 뒤 미국 전역의 냉장보관창고로 이송됐다. 수천 개의 얼음덩어리를 사용하는 냉각 방식 때문에 뉴올리언스의 수입상 바카로는 멕시코 만 일대의 얼음공장을 모두 사들이기도 했다. 바카로가 세운 바나나 회사 이름이 스탠더드 프루트, 바로 지금의 돌(Dole)이다. 1900년 1500만 송이였던 미국 내 바나나 소비량은 1910년 4000만 송이로 늘어났다. 바나나 회사의 출현은 비극의 시작이기도 했다. 바나나 회사는 싼값에 바나나를 생산해 내기 위해 중남미의 땅을 헐값에 사들이고 노동력을 착취했다. 회사는 각 나라의 정권과 유착했다. 바나나에 쓰는 농약 ‘보르도액’에 중독된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세계화의 어두운 뒷면이다. “12시가 되자 3000명이 넘는 주민과 노동자, 여자와 아이들이 역전 광장으로 몰려나와 인근 거리를 가득 메웠고, 그들의 앞을 줄지어 늘어선 기관총이 가로막았다…14정의 기관총이 동시에 대답했다….”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이 생생히 묘사한 이 장면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29년에 일어난 콜롬비아 바나나 대학살이다. 1920년대 초부터 정당한 보수와 작업환경을 요구하는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1928년 10월 노동자 3만2000명이 파업에 나섰다. 바나나 회사는 콜롬비아 정부를 압박했다. 결국 12월 5일 계엄령이 선포됐다. 다음 날 시에네가 도시 광장에 예배에 참석하기 위해 바나나 노동자와 가족들이 모였다. 5분 안에 구역을 깨끗이 비우라는 명령을 받은 콜롬비아 군인들은 기관총 4정으로 무차별 사격을 했다. 이날 미국 대사는 “(군인들이) 1000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보고했다. 이후 콜롬비아에는 지금까지도 불법 조직이 활개를 치고 게릴라전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콜롬비아와 라틴아메리카 전체에서 바나나 기업이 개입한 결과 빚어진 불안정성이 제도적 취약성이라는 전통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대학살 당시 바나나 회사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바나나병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파나마병이었다. 바나나는 무성(無性)인 데다 씨도 없다. 그 대신 땅에 묻힌 구근처럼 생긴 알줄기에서 가지 모양의 기관이 자라나고 여기서 다시 알줄기가 생기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결국 세상의 모든 바나나는 한 조상에서 나온 셈이다. 종이 다르더라도 유전자는 거의 일치한다. 이 결과 바나나는 질병에 굉장히 취약해졌다. 거대한 농장에서 한 작물만 생산하는 플랜테이션 농업의 특성상 흙을 통해 전파되는 파나마병은 급속하게 전염됐다. 한번 흙이 오염되면 그 농장을 떠나 다른 곳에 농장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당시 주로 재배되던 그로미셸종은 1965년 공식적으로 재배가 중단된다. 그 뒤를 이어 파나마병을 이겨낸 바나나가 지금 우리가 먹는 캐번디시종이다. 그러나 캐번디시종 역시 위기를 맞고 있다. 1980년대 말 변종 파나마병이 아시아 지역에서 창궐하기 시작했다. 아시아의 토종 바나나는 이 변종 파나마병에 내성이 있지만 외국에서 건너온 캐번디시종은 변종 파나마병을 이겨내지 못했다. 이 병은 지금도 확산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바나나가 단순한 과일이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주식이기도 하다. 저자는 “세계인의 바나나 캐번디시에 퍼진 전염병은 수십 종의 주식용 바나나에도, 그 병을 이기기 위해서 꼭 필요한 생물다양성을 지닌 수백 종의 바나나에도 퍼질 수 있다”고 염려한다. 과연 바나나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명쾌한 답을 내리는 대신 유전공학, 전통적 식물 육종법을 통한 새로운 바나나 종 개발, 유기농 농법 등 다양한 대안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상세히 소개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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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동네 돌다가 제주도까지 몰고간 자전거 여행기

    2005년 일민미술관에서 ‘외출금지’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던 저자는 불현듯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자전거를 타고 길을 나선다. 가깝게는 서울 인근, 멀게는 전남 해남군의 땅끝마을과 제주도까지 이르는 자전거여행기를 두 권으로 묶었다. 저자는 장터와 농가, 들판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소박한 일화를 소개하면서 ‘여행은 정(情)’이라고 말한다. 직접 찍은 사진과 여행 중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도 함께 실려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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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의 선물’에 담긴 조선의 德治

    “지난 날 단오날에/선방(扇房)에서 은혜의 부채 내리셨네/내가(內家)에서 새로 만든 것이기에/긴 여름도 그것 때문에 시원했지….”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쓴 시의 한 구절이다. 이때의 부채는 임금이 하사한 부채를 가리킨다. 조선 후기 임금은 때마다 신하들에게 선물을 내렸다. 단오날에는 부채, 새해에는 약과 음식, 동지절에는 책력, 한여름에는 얼음, 한겨울에는 귤이었다. 조선 국왕은 왜 선물을 했을까. 이에 답하는 논문이 30일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서 열린 ‘조선의 왕조체제와 선물’ 워크숍에서 발표됐다. 김혁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HK교수의 ‘왕의 선물: 조선왕조의 정치경제학’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왕의 선물은 유교의 덕치(德治)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대학’ 치국(治國)편에는 왕이 재물을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재물이 모이면 백성이 흩어지고 재물이 흩어지면 백성이 모인다”고 나온다. 재물을 나누어주는 일을 왕의 책무로 본 것이다. 김 교수는 “덕 그 자체는 초월적 가상으로 접근 불가능하지만 ‘너그러움’이라는 단서를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다. 왕은 선물을 통해 너그러움을 표현했고 이것이 바로 왕이 덕을 갖고 있다는 증거로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왕이 내리던 선물 중에서도 부채는 대부분 순수하게 선물 목적으로만 생산, 유통됐다. 김 교수는 “국왕이 증여하는 절선(節扇)은 그의 인격과 직접 연결된 것으로 국왕이 자신의 일부를 신하들에게 떼어 준다는 것을 상징했다. 국왕은 이 증여를 통해 이념적으로 잠재된 군신 관계를 눈앞에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발표문에서 제시한 단오 부채의 생산과 유통 구조를 보면 왕의 선물은 일반 백성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왕이 직접 하사하는 대상은 양반가와 삼군영뿐이지만 선물용 부채를 생산, 상납하는 각 지역 감영의 감사가 고을 수령과 관리들에게 단오 부채를 나누어 주었다. 동시에 백성들이 부채의 재료를 상납하고 이를 부채로 제작해 국왕에게 올리는 상납의 흐름도 존재했다. 선물은 예치의 실현이기도 했다. 김 교수가 당시 영남 감영의 절선소(節扇所) 문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가문마다 받을 수 있는 부채는 100자루, 40자루, 30자루 등으로 각각 달랐다. 100자루를 받을 수 있는 가문은 7곳뿐이었다. 김 교수는 “부채 선물에서 나타난 포함과 배제의 원리는 조선의 왕조 체제를 표상한다. 이는 ‘예기’에 나오는 ‘예는 서인(庶人·서민)까지 내려가지 않고, 형(刑)은 대부(大夫) 이상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구절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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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이 쑥쑥!…책, 동심을 만나다]이것도 안돼, 저것도 안돼… 이유가 뭐죠?

    “초콜릿도 한 상자 다 먹고 싶은데, 왜 안 돼요? 말도 안 돼요!” 못하는 게 너무 많은 꼬마 피콜로에게 세상은 ‘말도 안 되는 것’투성이다. 길에 혼자 공놀이하러 나가는 것도 안 된다, 밤새 텔레비전 보는 것도 안 된다…. 불만을 터뜨리는 피콜로에게 엄마 아빠는 안 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규칙과 규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알려주는 줄거리로 책 말미에는 어린이가 직접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순서도 마련했다.}

    • 20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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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국제철학학교 소재 첫 다큐 만든 니시야마 유지 교수

    1983년 프랑스 파리 5구역 데카르트 거리의 한 건물에서 국제철학학교가 설립됐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 도미니크 르쿠르 등이 세운 이 학교는 국가지원금을 재원으로 비영리로 운영된다. 일반 대학과 달리 학위나 시험이 없고 학비나 입학자격도 없다. 강의는 모두 토론 중심의 세미나 형식이고 서평회나 심포지엄도 열린다. 현재 세미나만 연간 100회 정도 열리고 있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는 연세대 국학연구원 주최로 국제철학학교를 소재로 한 첫 다큐멘터리 영화 ‘철학의 권리’ 상영회가 열렸다. 이 작품의 감독은 바로 프랑스 철학을 전공한 철학자이자 이번 영화로 감독 ‘데뷔’를 한 니시야마 유지(西山雄二·39·사진) 일본 도쿄메트로폴리탄대 교수. 그는 이 상영회에 참석해 70여 명의 관객과 함께 영화를 관람한 뒤 약 3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회에도 참여했다. 니시야마 교수는 “철학은 본래 ‘좀 더 잘 생각하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된 인류 보편의 권리다. 이 같은 욕망과 달리 국가의 지원이나 대학 같은 제도의 보호를 받으면서 생겨온 괴리를 영화를 통해 사유해 보고 싶었다”고 영화를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영화는 국제철학학교의 교실 풍경이나 수업 내용을 담지 않는다. 그 대신 이곳의 전현직 프로그램 디렉터(국제철학학교의 세미나를 주관하는 역할) 6명에게 철학교육이 필요한 이유와 철학의 본질적 역할 및 의미를 묻는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영화에서 “국제철학학교에서 철학은 처음부터 존중받는 위치를 포기했다” “철학을 지키는 것은 사회를 지키는 한 방편이다” “국제철학학교에서 철학은 언제나 무엇에 대한 관계로 열려 있다” “철학에서의 지식 전달은 제도화된 지식이 아니라 질문의 형태를 띤다” 등의 답을 내놓는다. 이 영화는 지난해 9월부터 일본과 중국 홍콩 미국 프랑스 등에서 30회가 넘는 상영회가 개최됐다. 2011년에는 영국과 독일 불가리아 등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니시야마 교수는 “영화를 완성하고 보니 대답만 있고 대화가 없다는 반성이 들었다.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가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상영회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문학의 위기, 철학의 위기가 세계 공통의 현상이라는 뜻이겠죠. 하지만 영화를 통해 여러 관객을 만나 대화하다 보면 그런 위기, 극복 방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리라는 희망도 갖고 있습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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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김두식 前한겨레신문 사장

    김두식 전 한겨레신문 사장(사진)이 28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고인은 1968년 동아일보를 통해 언론계에 입문한 뒤 1988년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해 한겨레신문 사회교육부·경제부 편집위원, 논설위원, 광고국장, 상무이사를 거쳐 1994년 6월부터 1995년 3월까지 제6대 대표이사를 지냈다. 유족으로 부인 이윤정 씨, 아들 형일(CJ푸드빌 부장) 형진(엑스오비스 과장), 딸 정현 보현 씨(대학 강사)와 사위 정현철 씨(사업)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0월 1일 오전 8시 10분. 02-2072-2014}

    • 20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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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 리뷰]한-러 정상커플 ‘二色 몸짓’

    프랑스 백작부인의 조카 라이몬다는 연인이자 기사인 장 드 브리엔을 전쟁터에 떠나보내고 그리움에 젖어 잠든다. 꿈속에서 재회한 연인과 행복한 춤을 추지만 그는 곧 사라지고, 별안간 동양의 낯선 기사가 나타난다. 기사는 열렬히 사랑을 고백하지만 라이몬다는 공포에 질려 기절한다. 신비롭고 환상적이면서도 낯설고 두렵다. 고전발레 ‘라이몬다’가 동양과 서양의 만남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25일부터 서울 예술의 전당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라이몬다’는 13세기 십자군전쟁 시기 헝가리 왕국이 배경이다.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마리우스 프티파의 원작을 재안무했으며 전막 공연으로는 국내 초연이다. 한-러 수교 20주년 기념 공연으로 한국 국립발레단 주역 무용수와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가 번갈아 무대에 선다. 프티파 안무로 초연된 1898년 당시 러시아의 오리엔탈리즘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작품이기도 하다. 압데라흐만이 장 드 브리엔과의 결투에서 힘없이 패하는 모습은 19세기 서양 제국주의와 유럽 중심적 사고를 반영하는 동시에 서유럽보다 동쪽에 위치해 끊임없이 이슬람권과 갈등해야 했던 러시아 역사를 담고 있다. 이처럼 서양과 동양의 갈등을 그린 작품에서 서양의 무용수와 동양의 무용수들이 만나 호흡을 맞췄다는 점은 역설적이면서 의미 깊다. 25일 공연에서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주원과 김현웅이 각각 라이몬다와 장 드 브리엔 역을 맡았다. 26일에는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마리야 알라시와 알렉산드르 볼치코프가 주역으로 나서고 압데라흐만과 라이몬다의 친구들 등 주요 배역에도 러시아 무용수들이 나서 국립발레단 군무와 함께 무대에 섰다. 이들 출연진은 여러 면에서 우열을 판가름하기 어려운 실력을 선보였다. 김주원 특유의 섬세한 상체 표현력은 발끝으로 선 채 헝가리와 러시아 민속춤을 응용한 독특한 상체 동작을 연달아 선보이는 1막 독무에서 생생히 살아났다. 알라시는 모든 장면에서 압도적인 기술적 완성도를 보였고 음악과의 조화도 훌륭했다. 정확하고 높은 도약과 회전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 김현웅, 종종 회전 동작에서 몸의 축이 흔들렸지만 유연성과 탄력이 뛰어났던 볼치코프도 많은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반면 초연인 탓인지 한국 무용수들이 다소 경직된 모습을 보인 점, 26일 공연에서 러시아 무용수들이 군무진과 부딪히거나 무대 공간 활용에서 실수를 보인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25일 첫 공연 커튼콜에서 관객들은 안무가 그리고로비치가 무대에 등장하자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작품 속에서 갈등으로 끝을 맺었던 동양과 서양은, 그렇게 관객의 충분한 사랑에 값하는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무대 위에서 만났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i: 5000∼12만 원. 30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대극장. 02-587-6181}

    • 201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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