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중력 무시한 세계 최고의 날갯짓… ‘빈사의 백조’엔 관객도 숨 멎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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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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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 공연
무용수의 기량 ★★★★☆ 연주 ★★★

1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에서 유일한 외국인 단원인 유지연 씨가 ‘빈사의 백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고양문화재단
14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에서 유일한 외국인 단원인 유지연 씨가 ‘빈사의 백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고양문화재단

완벽에 가까운 주역 무용수의 기량, 군무의 완성도, 작품 선정의 높은 수준에 한국 관객을 위한 특별 선물까지. 14일 오후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열린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내한공연 마지막 날 ‘갈라’ 공연은 러시아 발레의 저력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이날 공연을 제목대로 ‘갈라’로 정의하기에는 어색함이 있다. 현대 발레의 혁신을 이끈 미하일 포킨, 마린스키 출신으로 미국 발레를 정립한 조지 발란신, 발란신의 영향을 받은 미국의 제롬 로빈스, 고전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까지 네 안무가의 완전한 네 작품을 올린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본디 갈라란 여러 작품에서 딴 ‘하이라이트 모음’을 뜻한다.

먼저 무대에 오른 발란신의 ‘스코틀랜드 심포니’는 멘델스존 ‘스코틀랜드 심포니’의 2∼4악장에 맞춰 스코틀랜드의 전통무용인 릴 댄스를 연상시키는 동작과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발레가 한데 어우러진 작품이다. 그런 만큼 모든 무용수가 다양한 동작을 해낼 수 있는지가 관건. 주역은 물론 군무진 모두 고른 기량을 선보이며 복잡한 동작도 쉽게 풀어냈다.

두 번째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는 쇼팽의 야상곡에 맞춰 서로 다른 사랑을 하는 세 커플이 등장한다. 마린스키의 주역급 무용수들을 아낌없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사랑에 발버둥치며 이별에 다다른 연인을 연기한 마지막 커플, 빅토리아 테레시키나와 다닐 코르순체프는 표현과 기술 양면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마지막은 프티파의 ‘파키타’ 중 그랑 파(군무와 독무 등 여러 춤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 한 묶음)였다. 현대에 들어 ‘파키타’ 전막은 공연되지 않고 그랑 파만 공연되며 옛 황실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려함이 살아있다. 비평가들이 현역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로 꼽는 울리야나 로파트키나는 안정적이고 우아한 연기를 선보였다. 일부 장면에서 정지 자세를 수정하거나 파트너와 호흡이 맞지 않는 등 실수가 있었지만 시종일관 중력을 무시한 듯 가벼운 점프와 완벽한 상체동작을 선보였다.

이날의 화룡점정은 ‘파키타’ 직전 공연된 마린스키의 유일한 외국인 단원 유지연 씨의 ‘빈사의 백조’였다. 다른 작품이 결정된 뒤 뒤늦게 추가된 공연으로, 한국 관객을 위한 선물이기도 했다. 이 공연으로 마린스키발레단에서 은퇴한다고 밝힌 유 씨는 온 힘을 다해 숨이 꺼져가는 백조를 연기했다. 짧은 무대가 끝나자 관객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 다시 무대에 등장해 다른 단원들과 함께 또 한번 기립박수를 받은 유 씨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99% 완벽한 공연이었지만 단 하나 오케스트라 연주가 옥에 티로 남았다. 마린스키 객원지휘자 파벨 부벨니코프가 한국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무용을 잘 받쳐주는 것도, 그렇다고 연주 자체의 완성도가 빼어난 것도 아닌 어중간한 연주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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