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의 쌀’ 조선왕조실록 전문사전 편찬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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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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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선정-집필 거쳐 2018년 출판

종로에서 치도곤을 치는 장면.
종로에서 치도곤을 치는 장면.
“…서사는 매우 좋은 일이기는 하나 우리나라는 중국과 같지 않아 하기가 또한 어려우니 억지로 할 것은 없고, 만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금할 것이 없습니다.”(‘중종실록’ 중에서)

역사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사전 없이 이 문장을 읽는다면 정확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서사’라는 단어의 뜻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사(書肆)란 조선시대에 책을 사고파는 점포, 즉 서점을 가리키던 단어다.

이처럼 생소한 단어가 많은 조선왕조실록을 한층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최근 조선왕조실록 전문사전 편찬 작업이 진행 중이다.

22일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만난 원창애 장서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록 전문사전은 일반 사전과 달리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하는 주요 단어를 실록에 기반을 두고 풀이한 사전으로서 실록을 이해하기 위한, 실록에 딸린 사전을 뜻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사’ 항목을 보면 사전적 정의 외에도 서사의 등장 배경, 실록에 나오는 서사에 관한 기록과 그 의미, 변천과정 등이 함께 기술돼 있다.

2007년 11월부터 한국학진흥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시작된 사전편찬 작업에는 원 연구원을 비롯해 장서각연구소의 이정철, 서근식, 임선빈, 이선희, 서신혜 전임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종기념사업회가 인명, 지명 등 고유명사 분야의 사전편찬을 맡고 있다.

이선희 연구원은 “조선왕조실록이 완역됐지만 번역 초기에는 한국사 연구가 축적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떤 단어는 해석해서 풀이하고, 어떤 단어는 개념어로 그대로 남겨둬야 하는지조차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지금은 축적된 한국사 연구를 바탕으로 어떤 단어가 중요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중국은 현재 사기, 한서, 삼국지 등 주요 역사서에 이 같은 종류의 사전이 출판돼 있다. 북도 실록을 번역하기 전 ‘이조실록난해어사전’을 마련했다”며 역사서 이해에 이 같은 사전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전으로 편찬할 단어 선정, 집필안 마련, 집필자 선정 등이 연구원들의 몫이다. 법제, 정책, 의례, 도구, 음식, 놀이 등 단어의 범주가 방대한 만큼 항목별 집필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맡는다. 현재까지 집필된 약 2400개 항목에 90여 명의 집필진이 참여했다.

올해 10월 마무리된 1단계 사업에서는 단어 선정과 집필안 마련에 중점을 뒀지만 2단계 사업부터는 본격적으로 항목 집필에 나서 2018년에는 사전을 출판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앞서 2013년 10월경에는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정철 연구원은 “무슨 단어를 번역할지 정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 논문과 출판물을 샅샅이 훑어 실록에 나오면서 학문적으로도 의미 있는 단어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편찬 작업 초반에는 연구원들이 실록을 나눠 읽기도 했다. 실록에서 2∼5글자 단어는 모두 색출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약 20만 개의 예비단어 군도 만들었다.

건축 분야 집필에 참여한 정정남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교수(건축사 전공)는 “같은 이름의 건축물이라도 위치나 건물의 용도, 위상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특정 건축물 이름으로 실록을 검색한다면 이런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사전은 조선왕조실록 전체를 반영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게 실록 사전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조선왕조실록 사전 편찬 사례

[정의] 조선후기 군법(軍法)을 집행하거나 도적을 다스릴 때에 사용되던 형장(刑杖)의 하나.
[개설] 곤장은 한자로 ‘곤(棍)’이라 쓰는데, 태형과 장형을 집행할 때 쓰는 형장 ‘태(笞)’와 ‘장(杖)’과는 다르다…(후략)…
[내용 및 특징]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곤장은 조선전기에는 사용된 적이 없다. 조선 전기에 없었던 곤장이 정확히 언제 출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신보수교집록(新補受敎輯錄)』이라는 법전에 보면…(후략)…
[변천]
[의의] 조선시대 규정에 의하면 변방의 수령 등 군사권을 쥔 일부를 제외하고는 내지의 작은 고을 수령들은 곤장을 사용할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후략)…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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