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은 부단한 자아 성장의 과정… 삶의 논리 세우는 철학적 훈련 필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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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철학회 학술대회

고령화사회에서 철학의 역할을 고민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13일 오전 9시 대전 대전대에서 열리는 한국철학회 학술대회 ‘늙어감에 대한 철학적 고찰’. 철학뿐만 아니라 의학, 사회복지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모인다.

황경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기조강연 ‘에이징(aging)에 대한 철학적 성찰’에서 “죽음을 미리 직면해보고 깊이 성찰하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삶에 소아병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죽음에 대한 철학적 성찰은 잘살기 위한 필수적 선결요건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문준 건양대 교수는 ‘유학에서의 늙어감에 관한 지혜’에서 공자가 말한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 등을 곧 ‘어떻게 늙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봤다. 김 교수는 “(유학에서는) 늙어감의 과정은 인생의 진리와 합일, 이를 삶에 구현하려는 지속적인 발전 과정으로 인식하며, 따라서 부단한 자아 성장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인숙 동국대 교수는 노인들을 위한 철학 프로그램으로서 실존철학에 주목했다. 노년기에 겪는 불안이나 절망, 고독은 본질적으로 실존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노년기를 잘살아내는 데 인간의 실존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각자 자신의 삶의 논리를 세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철학적 사고 훈련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강신익 인제대 의대 교수는 ‘노화의 과학과 나이 듦 또는 늙어감의 철학’에서 “노화에 정해진 패턴이 있다고 믿기보다는 나만의 새로운 변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파악하는 것이 더 행복한 노년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인문학이나 철학 강좌 중에서도 노인들을 위해 특화된 강좌가 생겨 호응을 얻고 있다. ‘수유너머’에서 2009년부터 운영 중인 ‘6080세대를 위한 고전학교’가 대표적이다. 12월 16일까지 10주 프로그램으로 진행 중인 이번 강좌 주제는 ‘영화로 보는 근대성’이다. 박장금 고전학교 매니저는 “주로 근대성에 관한 강좌를 통해 어르신들이 직접 살아왔지만 미처 인식하지는 못했던 삶의 지반을 돌이켜보고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6개월 과정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2008년부터 운영 중인 ‘인문학아카데미’는 역사, 문학, 철학 등의 강좌를 전체 4학기 2년 동안 듣는 프로그램이다. 류종렬 철학아카데미 상임위원은 “정체성 문제나 각 철학자들의 시대 극복 노력, 갈등 해소 등을 주제로 한다. 노인들을 봉양하는 수준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가치를 느끼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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