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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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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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8~2025-12-28
칼럼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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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일반7%
사회일반3%
국제일반3%
야구3%
日프로야구3%
문화 일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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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승 키스보다 절실한 아내와의 키스

    일반인들은 평생 한 번 가보기도 힘든 좋은 코스에서 골프를 친다. 그것도 1년 내내 좋은 곳만 골라 다닌다. 보통 사람들은 돈을 내야 하지만 골프를 치면서 오히려 돈을 받는다. 우승이라도 하면 억대가 넘는 거액을 벌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이 프로 골퍼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부러움과 달리 프로 골퍼들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특히 세계 최고 무대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골퍼들은 개인 생활을 포기하면서 산다고 보면 된다.내년 PGA 투어는 개막전인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1월 4∼7일)를 시작으로 43개 대회가 열린다. 프레지던츠컵이 10월 초에 열리니 1월부터 10월까지 거의 매주 대회가 있는 셈이다. 대회는 대개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나흘간 열린다. 하지만 주중의 나머지 3일도 쉴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동과 연습 라운딩, 그리고 프로암대회가 기다리고 있다.컨디션 조절차 가끔 대회에 결장할 수도 있지만 다음 해 투어 카드(출전권)를 생각하면 자주 쉴 수는 없다. 그해 상금랭킹 125위 안에 들지 못하면 투어 카드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올해까지는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면 됐지만 내년부터는 2부 투어에서 1년을 뛰어 좋은 성적을 내야 다시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이 정글 같은 세계에서 “1년에 딱 10개 대회에만 출전하겠다”고 선언한 선수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PGA 투어에서만 12승을 거둔 스티브 스트리커(45·미국)다. 스트리커는 최근 골프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시즌엔 딱 10개 대회에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가 싫은 건 아니지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생활에 질려 버렸다”는 게 이유다. 더 큰 이유는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스트리커는 원래 많은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아니다. 올해도 43개 대회 중 19개 대회에만 나갔다. 올해 28개 대회에 나간 재미교포 존 허에 비해 9개 대회나 덜 나갔다. 내년에 그는 마스터스와 같은 권위 있고 상금액이 큰 대회만 골라서 나갈 계획이다. 10개 대회만 나가도 충분히 상금 랭킹 125위 안에 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설혹 당장 골프를 그만둬도 생활을 꾸려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프로 데뷔 후 상금으로만 3500만 달러(약 375억 원) 이상을 벌었기 때문이다. 그가 내년에 처음 출전하는 대회는 개막전인 현대 토너먼트다. 이 대회에는 타이거 우즈(미국)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같은 상위 랭커는 대거 불참한다. 하지만 스트리커는 올해 초 이 대회에서 우승했기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이 대회에 나서기로 했다. 좀처럼 보기 힘들어질 선수를 모셨으니 대회 스폰서인 한국 기업 현대차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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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겨여왕 김연아의 연하장… 새해 행복 많이 드릴게요

    “내년 3월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후배들과 함께 2014년 소치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노력할게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피겨 여왕’ 김연아(22·고려대)가 팬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냈다.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김연아는 오전 훈련을 끝낸 뒤 깔끔한 캐주얼 복장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틈틈이 장난을 치기도 하는 등 시종 밝은 표정이었다. 김연아는 “올해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선수 복귀를 결심한 뒤 독일 NRW트로피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김연아는 이달 초 열린 NRW트로피에서 올 시즌 여자 피겨 최고점수인 201.61점을 받으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인생의 목표를 이뤘다. 2014년 소치 올림픽은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려 한다. 부담 없이 하다보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향한 첫 단계로 2013년 1월 4∼6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KB금융그룹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3’ 겸 ‘제67회 전국남녀피겨스케이팅종합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 대회는 내년 3월 캐나다 런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남녀 국가대표 1명씩을 뽑는 대회로 김연아는 무난히 대표로 선발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선수권 순위에 따라 그 선수의 소속 국가에 올림픽 티켓이 배정된다.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서 1위 혹은 2위를 하면 한국은 3장의 올림픽 티켓을 얻는다. 3∼10위에 들면 2장을 얻을 수 있다. 김연아가 “더 노력해 많은 후배들과 소치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유다. 김연아가 7년 만에 복귀하는 국내 무대인 만큼 이번 종합선수권대회는 각종 화제를 낳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안전 문제와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종합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유료로 티켓을 판매한다. 시니어 경기가 열리는 5, 6일 경기가 티켓 판매 대상이다. 27일 오후 5시부터 인터파크를 통해 표를 팔기 시작했다. 총 3400석의 티켓을 판매한다. A석은 1만9800원, B석은 1만5400원이다. KBS2 TV가 6일 여자 시니어 대회를 생중계한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올 시즌 쇼트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와 프리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을 선보일 예정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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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 포인트]영어 정복? 골프 낭자에게 물어봐

    종목을 불문하고 해외에 진출한 선수들이 가장 먼저 부닥치는 장벽은 바로 언어다. 고교 졸업 후 미국 마이너리그에 진출한 한 야구 선수는 “영어를 못하다 보니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텅 빈 방안에서 벽을 보고 혼잣말을 한 적도 있다”며 외로움을 호소했다. 언어장벽에 갇힐 경우 여러모로 힘들어진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이젠 메이저리그 중심 타자가 된 추신수(30·신시내티)가 내년부터 LA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된 류현진(25·전 한화)에게 “하루빨리 영어를 배우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꿈꾸는 선수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낭자들을 본받아야 할 것 같다. AP통신은 26일 “최나연(25·SK텔레콤)은 올해 US오픈 등 2승을 거뒀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영어 실력 향상”이라고 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최나연은 시즌 최종전인 CME 타이틀홀더스에서 우승한 다음 날 골프채널의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이때 진행이 대본과 다르게 흘러갔지만 최나연은 유창한 영어 솜씨로 이에 대처했다. 이 통신은 ‘아름답게(beautifully)’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최나연의 영어 실력을 칭찬했다. 또 “최나연이 매 경기에 열심히 임했겠지만 영어 공부에는 더 열심이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실제로 최나연은 2011년 한 해 동안 캐나다 사람인 그레고리 모리슨 씨(36)를 영어교사로 고용해 ‘열공’을 했다. 최나연은 투어가 열리는 1년 내내 모리슨 씨와 동행하면서 실전영어를 배웠다. 올해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하루에 최소 한 시간씩 모리슨 씨와 전화하며 영어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나연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영어를 잘 못해 너무 불편했다. 하지만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게 된 뒤로 마음이 편해졌고 골프도 더 잘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최나연뿐 아니라 신지애(24·미래에셋), 유소연(22·한화), 서희경(26·하이트) 등 최근 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많은 한국 선수가 현지 언론과 무리 없이 인터뷰를 할 정도로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2008년 LPGA 사무국은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2년간 투어 자격을 유보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다. 안팎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며 없던 일이 됐지만 요즘 한국 선수들의 영어 실력이라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방침이었던 것 같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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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민, 보여주마… ‘ML 모자’ 쓸 자격

    ‘괴물 투수’ 류현진(25·전 한화)은 2013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는다. 다저스가 류현진을 잡기 위해 책정한 돈은 이적료와 6년간 연봉 등을 합쳐 6173만 달러(약 663억 원·옵션은 제외)나 된다. 류현진이 특급 대우를 받은 이유에 대해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이렇게 말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를 상대로 8과 3분의 1이닝을 2실점으로 호투한 장면이 스카우트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다.” KIA 윤석민(26)과 일본 라쿠텐의 다나카 마사히로(24·사진)에게 류현진은 훌륭한 본보기다. 양국을 대표하는 오른손 에이스 투수인 둘은 내년 시즌 이후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내년 3월에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메이저리그 팀들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 국가를 위해, 자신을 위해 해외파들이 주축이었던 1, 2회 대회의 대표팀과는 달리 제3회 대회의 한국 대표팀은 주로 국내파로 구성된다. 그나마 봉중근(LG) 김광현(SK) 등 주력으로 나설 만한 투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불참해 윤석민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윤석민에게 이 같은 상황은 더 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석민은 2010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지만 소속팀이 해외 진출을 불허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내년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윤석민은 자유롭게 모든 팀과 협상을 할 수 있다. 다나카는 최근 소속팀과 2013년부터 3년간 총액 12억 엔(약 153억 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윤석민과 다나카에게 WBC는 국가의 자존심을 살리고 메이저리그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석이조의 기회인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내년 3월 8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 ○ 구위는 이미 메이저리그급 올해에는 다소 주춤했지만 윤석민은 지난해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7승 5패에 평균자책 2.45를 기록한 윤석민은 다승과 평균자책, 탈삼진(178개) 등에서 선두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다나카의 2011시즌도 눈부셨다. 19승 5패에 평균자책 1.27을 기록해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을 받았다. 완투는 14번이나 했고 6번 완봉승을 거뒀다. 올해도 10승 4패 평균자책 1.87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오른손 정통파 투수인 둘은 모두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던진다. 특히 140km가 넘는 고속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윤석민과 다나카는 모두 최고 144km에 이르는 빠른 슬라이더를 던진 적이 있다. 구위만 놓고 볼 때 둘 모두 메이저리그에서도 선발 한 자리를 꿰찰 만하다. 이미 몇몇 구단이 윤석민을 눈여겨보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내년 시즌 후 다나카의 입찰에 참여할 팀이 10개가 넘는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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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하나,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혹자는 ‘가늘고 길게’라며 이들을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게 아닐까. LG의 내야수 최동수(41)와 왼손 투수 류택현(41) 얘기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비활동 기간에다 수은주가 영하 10도 아래로 내려간 추운 날씨였지만 이들에게 휴식은 없었다. 아침 일찍 잠실구장에 출근한 두 선수는 20세 넘게 차이 나는 어린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1994년에 프로에 데뷔한 둘은 내년이면 정확히 20번째 시즌을 맞는다. 같은 나이대의 스타급 선수들이 모두 은퇴한 가운데 이들만은 여전히 살아남았다. 내년 시즌 9개 구단 최고령 타자와 투수가 될 이들로부터 ‘장수 비결’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최동수 “모자란 재능이 절실함 깨웠다” 프로 데뷔 후 최동수는 주전 자리를 보장받은 시즌이 거의 없었다. 주전이 빠졌을 때 그 자리를 메우는 백업 선수가 그의 위치였다. 그가 붙박이 1군 선수가 된 건 30살이 넘어서였다. 3할 타율을 친 2007년은 그의 나이 36세 때였다. 그는 “잘 알다시피 난 스타 선수들에 비해 재능이 모자란다. 그 때문에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살았다. 운동을 쉬면 스스로 너무 불안해 쉬지 않고 운동을 해 왔다”고 했다. 그는 지옥 훈련으로 유명한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전 LG, SK 감독)으로부터 “내 훈련을 따라오는 유일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올해 타율 0.278에 1홈런, 37타점을 기록한 최동수는 “내년 시즌도 내 목표는 ‘풀타임 출장에 3할 타율’이다. 대타 요원이라고 설렁설렁 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야만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육체가 한계에 부닥칠 때 미련 없이 유니폼을 벗을 것”이라면서 “유니폼을 벗기 전에 희로애락이 묻어있는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는 게 꿈”이라고 미래 소망을 밝혔다. ○ 류택현 “도망치는 순간이 마지막” 한국 나이로 40세이던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을 때 모든 사람이 ‘류택현은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홀로 재활을 거쳐 2012년 선수단에 합류했다. 다만 선수가 아닌 플레잉코치로서였다. 등번호도 코칭스태프들이 주로 쓰는 90번이었다. 최근 그는 2000년부터 11년간 사용했던 ‘14번’을 되찾았다. 올해 30경기에서 3승 1패 3홀드에 평균자책 3.33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렸기 때문이다. 류택현은 “장수 비결이 그리 특별하진 않다. 아침 식사를 거르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며, 부상 방지를 위해 다른 선수들보다 스트레칭을 더 열심히 하는 등 선수로서의 기본을 지켰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는 “타자들을 압도할 구위는 아니지만 도망치지 않으려 한다. 마운드에서 도망치며 창피를 당하는 순간이 끝이다. 부족하나마 내가 갖고 있는 능력으로 한 타자라도 잡아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둘은 똑같은 대답을 내놨다. “특별하진 않지만 내가 맡은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노력했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한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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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화불패… 이상화, KB스피드스케이팅 대회 500m 가볍게 1위

    “2014년이 아니라 내년에 겨울올림픽이 열린다면 금메달은 무조건 이상화의 차지일 겁니다.” 한 빙상 관계자의 말처럼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상화(23·서울시청)는 요즘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렌베인에서 시작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 이후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는 이 종목 대회가 열린 1, 4, 5차 월드컵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한 대회마다 1, 2차 레이스가 열렸으니 6번 연속 1등을 한 것이다. 월드컵 대회 사상 6차례 연속 1위를 한 것은 이상화가 처음이다. 이상화의 거침없는 질주는 국내 대회라고 다르지 않았다. 이상화는 23일 서울 태릉 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KB금융 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십 겸 제39회 전국남녀 스프린트 선수권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8초16의 기록으로 여유 있게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자신이 2009년에 세운 한국 기록(37초2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대회 기록(38초51)은 무난히 넘었다. 그는 전날 1차 레이스에서는 38초18을 기록했다. 이상화는 경기 후 “딱히 비결이랄 건 없지만 끊임없는 연습과 노력을 해 왔다. 지난 시즌 중국 선수들을 비롯해 기량을 끌어올린 경쟁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여름 내내 초심으로 돌아가 연습했다”고 말했다. 이틀간 500m와 1000m를 두 차례씩 뛴 기록을 각각 점수로 환산해 단거리 최강자를 가리는 이 대회에서 이상화는 4차례 레이스 합계 144.375점의 대회 신기록으로 여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1000m에서는 각각 1분17초64, 1분18초43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자부에서는 역시 밴쿠버 겨울올림픽 남자 500m 금메달리스트인 모태범(23·대한항공)이 143.235점으로 우승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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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한기의 국가대표 골퍼들 스크린골프가 훈련 파트너

    골프 시뮬레이터의 대명사인 ‘골프존’은 지난달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내에 조성된 ‘골프 국가대표 훈련장’에 ‘골프존 드라이빙 레인지(GDR)’ 프로그램 2대를 기증했다. 골프 시뮬레이터가 실제 골프장을 스크린에 구현한 것이라면 GDR는 드라이빙 레인지(연습장)를 스크린에 그대로 옮긴 셈이다. 그러면 국가대표 선수들은 과연 스크린골프를 활용해 훈련할까. 정답은 ‘그렇다’다. 골프존 관계자에 따르면 12월 초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선수들은 추운 날에는 실외연습장 대신 실내에 설치된 GDR를 이용해 훈련을 하고 있다. 21일 찾은 골프존 아카데미 삼성점에는 겨울 동안 실력을 늘리려는 골퍼들로 가득했다. 순서를 기다렸다가 기자가 직접 체험한 GDR는 실제 드라이빙 레인지 못지않은 훈련 효과가 있었다. 가장 큰 장점은 상황별로 다양한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프로그램은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을 연습할 수 있는 ‘드라이빙 레인지’, 어프로치 연습에 집중할 수 있는 ‘쇼트 게임’, 연습에 게임 요소를 가미한 ‘챌린지’, 연습한 실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미니 라운드’ 모드 등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쇼트 게임 모드에서는 그린 주변부터 130m까지 원하는 거리와 지형을 자유롭게 선택한 뒤 반복해서 어프로치 연습을 할 수 있다. 파인스톤CC, 라엔느 리조트, 화성상록GC, 하이원CC, 스카이72CC, 남양주 해비치CC 등 6개 골프장의 쇼트 홀을 배경으로 실제 골프장에서 연습하는 느낌이 든다. 이와 함께 클럽별로 연습한 데이터가 축적이 돼 클럽별 자신의 비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스윙 동영상 등 레슨 장면은 골프존 아카데미 홈페이지에서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혼자 연습할 수도 있고 상주하는 레슨 프로로부터 레슨을 받을 수도 있다. 골프존 아카데미 관계자는 “상급자용 골프 시뮬레이터인 골프존 비전 센서가 달려 있어 초보자는 물론이고 고급 샷을 익히려는 중상급 고객도 많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에는 더 많은 골프 애호가들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골프존 아카데미는 지난해 6월 서울 삼성동에 1호점을 개장한 이래 올해까지 수도권에 15개가 문을 열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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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태 감독이 본 日 프로야구 최고 포수 아베 신노스케

    김기태 LG 감독이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코치로 있던 2007년의 일이다. 김 감독은 어느 늦은 저녁 고급 음식점에서 우연히 주장 아베 신노스케(33) 일행과 마주쳤다. 자연스럽게 합석이 됐고 술자리까지 이어졌다. 계산할 시간이 되자 아베는 “오늘은 제가 내겠습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한국 스타일’대로 손사래를 치며 계산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계산서에 찍힌 금액은 약 50만 엔(약 640만 원). 이제 와서 아베에게 돈을 내라고 할 순 없었다. 김 감독은 갖고 있던 현금을 탈탈 털고 신용카드까지 꺼내 식사비를 지불해야 했다. 김 감독이 회상하는 아베는 최고의 리더다. 그라운드에서는 엄한 선배지만 야구장을 벗어나면 듬직한 형으로 변신한다는 것이다. 그해 아베의 연봉은 1억4000만 엔(약 18억 원)으로 적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과하다 싶을 만큼 틈만 나면 후배들을 데리고 다니며 밥을 사고 술을 샀다. 2008년 연봉이 2억4000만 엔(약 31억 원)으로 올랐을 때 그는 “올해 밥값으로 엄청 많은 돈을 썼다. 내년엔 연봉이 더 올랐으니 사고 싶지 않아도 살 수밖에 없게 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스타 군단’인 요미우리가 올해 저팬시리즈 우승 등 최근 몇 년간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아베와 같은 든든한 구심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아베가 내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자가 된다. 전해 4억 엔(약 51억 원)을 받았던 아베는 19일 구단과의 협상에서 5억7000만 엔(약 73억 원)에 사인했다. 역대 일본 선수를 통틀어도 2004년과 2005년 사사키 가즈히로(당시 요코하마)의 6억5000만 엔(약 83억 원), 2002년 마쓰이 히데키(당시 요미우리)의 6억1000만 엔(약 78억 원)에 이어 사상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실력으로도 충분히 이 정도 돈을 받을 만하다. 아베는 가장 힘들다는 포수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팀의 4번 타자로 나서 타율 0.340에 27홈런, 104타점을 기록했다. 타율과 타점, 출루율 3관왕에 올랐고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로도 선정됐다. 김 감독은 “아베는 올해 전체 144경기 중 138경기에 나섰다. 그가 힘들어한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야구를 위해 태어난 선수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연봉 협상에 임하는 그의 태도다. 아베는 예전부터 구단과 줄다리기를 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이번에도 구단은 그에게 다년 계약을 제시하려 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그는 1년 계약을 고수했다. 그는 “다년 계약을 하면 아무래도 안이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어느 해에 못했는데 이듬해에 똑같이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건 나 스스로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야구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항상 스스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치열함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체력과 야구를 대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리더로서의 자질 등을 볼 때 아베는 국적을 떠나 본받을 만한 선수”라고 말했다. 지난해 조인성이 SK로 떠난 뒤 포수 포지션이 취약해진 LG는 아베 같은 선수가 더욱 절실해 보인다.:: 아베 신노스케는? ::△생년월일=1979년 3월 20일 △신체조건=180cm, 97kg △투타=우투좌타 △입단=2001년 요미우리∼ △주요 경력=정규시즌 MVP 1회, 저팬시리즈 MVP 1회, 올스타전 MVP 2회, 베스트나인 7회, 골든글러브 2회 등 △주요 국제대회 출전 경력=2000년 시드니 올림픽,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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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골프… 모자 위의 콧대

    요즘은 예쁜 데다 골프까지 잘 치는 ‘엄친딸’이 꽤 많다. 한국 골프에 ‘여풍(女風)’이 분 건 오래된 얘기지만 올해는 ‘자유의 몸’이 된 엄친딸들이 대거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시즌은 끝났지만 물밑에서는 역대 가장 뜨거운 ‘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10월 ‘대형 신인’ 김효주(17·롯데마트)가 2년간 10억 원에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하면서 선수와 기업 간의 줄다리기는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나 이처럼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골프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錢爭)’을 들여다봤다.○ ‘최대어’ 김자영은 어디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선수는 ‘미녀 골퍼’ 김자영(21)이다. 올해 넵스와 계약이 끝나는 김자영은 새 스폰서를 찾고 있다. 그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가는 곳마다 ‘삼촌 팬’을 몰고 다녔다. 2년 전 넵스와 계약할 당시 우승이 없어 상대적으로 적은 계약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최상급 실력까지 선보여 몸값 폭등이 예상된다. 올해 2승을 거두며 여자골프 대상을 수상한 양제윤(20) 역시 LIG손해보험과의 계약이 끝나면서 향후 진로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귀여운 외모와 튀는 패션 감각을 지닌 양수진(21)도 넵스 잔류와 다른 스폰서로의 이적 사이에서 고민 중이다. 이 밖에 장하나(20)와 이정민(20·이상 KT) 등 대어급 선수들이 줄줄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신인상을 차지한 유소연(22)도 한화와 계약이 끝나 새로 계약을 해야 한다. 그는 지난해 한화그룹과 ‘연간 3억 원+α’에 계약했다.○ 골프계도 빈익빈 부익부 반면 빼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선수도 적지 않다. 올해 LPGA투어에서 상금왕과 최저 타수상 등 2관왕에 오른 박인비(24)와 일본에서 맹활약한 안선주(25)가 대표적이다. 일본 골프용품업체 스릭슨의 장비 후원을 받고 있는 박인비는 올해 스릭슨 로고가 달린 모자를 달고 뛰었지만 아직 메인 스폰서는 찾지 못했다. 2010∼2011년 2년 연속 일본 여자 투어 상금왕에 오른 안선주도 무적(無籍) 신세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스폰서들이 실력으로 선수를 평가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실력보다는 외모로 선수 후원을 결정하는 풍토가 생겼다”고 했다.○ 언제든 ‘거품’ 꺼질 수 있어 최근 일본 골프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파나소닉이 일본 골프계 최고 스타 이시카와 료(21)와의 후원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2008년부터 이시카와의 스폰서로 나섰던 파나소닉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 상황이 어려워지자 보증된 흥행카드를 포기했다. 골프계 관계자들은 한국에서도 언제든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기업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여자 골퍼들의 몸값이 너무 올랐다. 일부 선수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면서 시장이 풍성해 보이지만 경기 침체 속에 많은 기업이 선수 후원 여부 자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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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N&OUT]임창용의 ML 도전이 아름다운 이유

    “Show me the money(내게 먼저 돈을 보여줘).”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 나오는 명대사다. 미식축구 선수인 로드 티드웰(쿠바 구딩 주니어 분)은 자신을 찾아온 스포츠 에이전트 제리 맥과이어(톰 크루즈 분)에게 이렇게 외친다. 대개의 스포츠 스타들이 그렇다. 자신의 능력을 선보이기에 앞서 더 좋은 대우를 요구한다. 해외 진출을 노렸던 선수들 가운데 돈을 앞세우다 이적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최근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투수 임창용(36)은 특별한 선수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 야쿠르트에서 임창용은 연봉 3억6000만 엔(약 46억 원)을 받았다. 그런데 18일 MLB닷컴이 전한 바에 따르면 컵스는 임창용과 계약금 10만 달러(약 1억 원)에 계약했다. 알려진 바로는 임창용은 2년(1+1년)간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 원)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임창용이 내년과 후년에 최고의 활약을 보였을 때 가능한 액수다. 메이저리그가 보장되지 않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기에 경우에 따라선 채 50만 달러도 못 받을 수 있다. 연봉 반 토막 정도가 아니라 10분의 1토막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임창용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투수로 군림할 당시 그는 계약금을 제외하고 연봉 5억 원을 받았다. 그렇지만 2008년 불과 30만 달러(약 3억2000만 원)의 헐값에 일본 프로야구에 진출했다. 매년 맹활약하면서 연봉은 크게 올랐고 결과적으로 그는 일본에서 5년간 뛰면서 100억 원 이상을 벌어 들였다. 이번 메이저리그 도전도 같은 맥락이다. 야쿠르트에서 방출된 뒤 메이저리그 5개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돈으로 따지면 컵스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제시한 구단도 있었다. 하지만 임창용은 앞뒤 재지 않고 컵스를 택했다. “충분히 재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고 자신의 활용도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게 이유였다. 내년에 임창용은 10만 달러짜리 선수로 미국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가 갖고 있는 구위를 되찾는다면 2년 후에는 또 다른 ‘대박’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에는 자신감이 가득하다. “I will show you my ability(내가 먼저 능력을 보여줄게).”이헌재 스포츠레저부 기자 uni@donga.com}

    • 2012-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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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는 머리 운동… 생각하며 칠수록 고수 됩니다”

    #1.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올라선 티잉 그라운드. 페어웨이는 유독 좁아 보인다. 그때 뒤쪽에서 캐디가 던지는 한마디. “왼쪽은 OB고 오른쪽은 해저드예요.” 그럼 대체 어디로 치란 말인가. 티샷은 하얀색 OB(운 좋으면 빨간색 해저드) 말뚝 뒤로 넘어가 버리기 일쑤다. #2. ‘오잘공(오늘 잘 맞은 공)’ 두 번으로 투온을 해냈다. 마음속은 벌써부터 ‘최소한 파, 잘하면 버디’를 외친다. 회심의 퍼팅. 하지만 이게 웬걸. 공은 급격한 내리막을 타고 그린과 에이프런을 지나 러프까지 굴러간다. 졸지에 네 번째 샷은 웨지를 잡아야 한다. 버디가 더블 보기로 돌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주말골퍼라면 누구든 한 번쯤 경험해 봤음 직한 일들이다. 돈 들이고 시간 쪼개 스트레스 풀러 간 골프장에서 이런 경우를 당하면 속된 말로 ‘멘붕(멘털 붕괴)’에 빠진다. 대다수 골퍼는 자신의 실력을 탓하기보단 애꿎은 골프장을 원망한다. “뭐 이런 코스가 다 있어!” 골프장 설계업체인 송호골프디자인을 운영하는 송호 대표(55)를 만났을 때 기자의 첫 질문은 “왜 골프장을 그렇게 만드느냐”였다. 송 대표는 한국에 49개, 외국에 7개 등 56개의 골프장을 설계한 한국의 대표 골프장 디자이너다. 최근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베스트 뉴 코스’ 가운데 드비치CC, 메이플비치CC, 킹스데일CC 등 3개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기자의 공격적인 질문에도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시종 웃음 띤 얼굴로 주말골퍼들이 좀더 쉽고 재미있게 골프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알아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될 ‘명언’이었다. ○ “머리 좋은 사람이 골프를 못 칠 순 있지만 머리 나쁜 사람은 골프를 잘 칠 수 없다.” 여기서 머리는 지능지수(IQ)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기억력, 공간 지각력, 상상력이 바로 머리다. 요즘 골프는 쇼트 게임, 특히 그린에서의 변별력을 테스트한다. 언듈레이션(높고 낮은 굴곡)이 많은 것도 골퍼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서다. 어떻게 굴려야 핀에 붙일 수 있는지 생각하고 쳐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주말골퍼는 가장 중요한 그린 퍼팅 라이 읽는 것조차 캐디에게 맡긴다. 생각 없이 놓인 대로 공을 치면 재미도 없고 실력도 늘지 않는다. 생각하고 치는 골프를 해야 한다. 어떤 골프장을 가더라도 홀마다 왜 이쪽에 벙커가 있고, 저쪽에 해저드가 있는지 생각하고 치라는 얘기다. ○ “골프에도 가속기와 브레이크가 필요하다.” 중급자 수준의 주말골퍼들이 범하기 쉬운 오류 하나. 핸디캡 1번 홀이건 18번 홀이건 똑같이 파를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설계자가 핸디캡 1, 2번 홀을 만들 때는 다 이유가 있다. 난해한 과제를 주고 골퍼를 유혹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면 엄청난 쾌감을 주지만 실패하면 그에 상응하는 페널티를 주겠다는 거다. 섣불리 덤비면 트리플 보기 또는 더블파(일명 양파)를 기록하기 십상이다. 어려운 홀에서 가속기를 밟으면 큰일난다는 메시지다. 골퍼들은 화가 나겠지만 나는 뒤돌아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물론 나 스스로도 내가 파 놓은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홀은 처음부터 돌아가는 게 정답이다. 인생 역시 가속기를 밟아야 할 때가 있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 골프도 마찬가지다. 처음부터 보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척 쉬운 게 골프다. 아마추어에게 파는 어렵고 보기하기엔 쉬운 골프장이 요즘의 흐름이다. ○ “골퍼의 모든 샷은 가치가 있다.” 내가 설계하는 모든 골프장은 쉬운 티샷을 보장한다. 드라이버 샷이 잘 맞든, 안 맞든 잔디밭 위에는 있게 만든다. 하지만 샷에 따른 보상도 확실하게 한다. 밸류(가치)가 높은 티샷에는 그린이 잘 보이게 만들고, 그렇지 않는 샷에는 확실한 차등을 둔다. 쇼트 게임은 더욱 그렇다. 그린에 언듈레이션을 많이 주지만 핀 주변 5∼6m는 평평하게 만들어 잘 친 샷에는 얼마든지 버디나 파를 노릴 수 있게 한다. 현대 골프는 힘의 운동이 아니라 머리 운동이다. 롱 게임보다 쇼트 게임이 중요하다. 프로의 세계에서도 5∼6m 퍼트를 넣느냐에 따라 그 골퍼의 수준이 달라진다. 그린에서는 힘과 거리 등 2가지를 동시에 테스트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골퍼가 연습장에 가면 드라이버와 아이언만 죽어라 연습한다. 그게 바로 골프가 어려운 이유다. ○ “골프장은 영원히 남을 문화유산이다.” 내가 생각하는 골프 코스는 문화유산이다. 내 아들과 손자가 골프를 칠 곳이기에 나무 하나, 벙커 하나를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대중적이면서도 작품성 있는 코스를 만들려고 한다. 지금까지 여러 골프장을 설계했지만 100% 마음에 드는 곳은 아직 없다. 이런 점이 좋으면 저런 점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골프장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바라는 것은 딱 세 가지다. 구릉지 형태의 좋은 지형을 만나고, 설계자의 뜻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법적인 인허가가 까다롭지 않으며, 의뢰인이 설계자를 믿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맡겨주는 것이다. 그런 조건이 주어진다면 움막을 짓고 그 옆에 살면서 몸과 마음을 바쳐 ‘꿈의 코스’를 만들고 싶다. 성남=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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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8일에 태어난 아기 돌잡이엔 골프공을…?

    “자녀를 훌륭한 골프 선수로 키우는 비결을 알려드릴까요?” 지난주 대만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에 동행했던 김길정 세마스포츠마케팅 부장이 빙긋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혹한 기자가 물었다. “뭔데요?”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음과 같았다. “28일에 아이를 낳으면 돼요.” 이게 뭔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그럴듯했다. 세마에 소속된 프로 골퍼인 박세리(35·KDB금융그룹)와 최나연(25·SK텔레콤) 신지애(24·미래에셋) 등이 모두 28일에 태어났다는 것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5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 박세리는 1977년 9월 28일생이다. 올해 US여자오픈 우승 등 LPGA에서 통산 7승을 거둔 최나연은 10월 28일에 태어났다. 한때 LPGA 세계랭킹 1위에 올랐고 올해 2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한 신지애의 생일도 4월 28일이다. 김 부장은 최근 소속 선수들의 프로필을 다시 정리하다가 이 같은 공통점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했다. 우연의 결정판은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역대 최연소로 통과한 고교생 김시우(17·신성고)다. 세마는 최근 김시우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는데 프로필을 만들다가 김시우가 1995년 6월 28일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부장은 “우연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골프 선수들에게 ‘28’이란 숫자는 뭔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세마는 10년 전 11월 28일에 처음 문을 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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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세 임창용 “돈보다 기회… ML 설렌다”

    “돈요? 많으면 좋지만 구애받진 않아요. 많으면 많이 쓰면 되고, 없으면 적게 쓰면 되죠.” 임창용(36·전 야쿠르트)은 ‘쿨’한 남자다. 야구에 대해서도 그렇고, 돈에 대해서도 그렇다. 일본에서 뛸 때 그는 비시즌이면 예전 한국에서 함께 뛰었던 동료나 후배들을 일본으로 초청하곤 했다. 그들을 최고급 호텔에서 재우고 용돈도 줬다. 올 초 야쿠르트의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시원시원했다.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돈에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적당히만 주면 (일본 잔류보다는) 메이저리그를 먼저 고려할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한국에서는 야구를 할 만큼 했다. 일본에서도 5년째 뛰고 있으니 충분히 할 만큼 했다. 이제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그랬던 임창용이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 미국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와 입단에 합의한 임창용은 계약서에 사인하기 위해 13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년(1+1년)’에 최대 500만 달러(약 54억 원)를 받는 조건이다. 1년 후 양측 모두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임창용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군림하긴 했지만 올해 팔꿈치 부상으로 7월 수술을 받았다. 일러야 내년 7월 이후에나 복귀할 수 있다. 나이도 내년이면 37세가 된다. 이런 이유로 야쿠르트는 시즌이 끝난 후 미련 없이 임창용을 방출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보였던 그의 구위에 매력을 느낀 메이저리그 구단이 여럿 됐다. 컵스를 포함해 5개 팀이 임창용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임창용은 심사숙고 끝에 컵스를 선택했다. 이번에도 선택 기준은 돈이 아니었다. 임창용의 에이전트인 박유현 씨는 “돈으로만 따지면 컵스는 5개 팀 중 밑에서 2번째였다. 훨씬 많은 돈을 제시한 팀이 있었지만 컵스는 임창용의 재활부터 향후 활용 방안까지 구체적인 플랜을 제시했다. 창용이도 돈보다는 기회를 원했다”고 말했다. 재활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임창용은 이번 오프시즌에 컵스와 2년 950만 달러(약 102억 원)에 계약한 일본인 투수 후지카와 규지(전 한신)와 마무리 경쟁을 벌이게 된다. 임창용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진 값진 성과다. 정확히 10년 전 임창용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처절한 실패를 맛봤다. 그해 역대 개인 최다승인 17승(6패)을 거둔 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지만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서 65만 달러(약 7억 원)라는 초라한 금액을 제시받고 국내 잔류를 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먼저 임창용을 모셔가기 위해 나섰다. 임창용은 “꿈이 현실로 이뤄져 무척 기쁘다. 미국에서도 내 이름에 걸맞은 야구, 팬에게 즐거움을 드리는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창용은 한국에서 13시즌 동안 104승 66패 168세이브, 평균자책 3.25를 기록했고, 일본에서는 5년간 11승 13패 128세이브, 평균자책 2.09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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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개국에 ‘골프존’… 세계 그린에 ‘볼빅 공’

    올해도 한국 골퍼들은 세계를 주름잡았다. 박인비(24)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차지했다. 최나연(25·SK텔레콤)과 신지애(24·미래에셋)는 각각 메이저대회인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했다. 일본 여자 투어 상금왕은 전미정(30·진로저팬)의 차지였다. 남자 골퍼 중에는 이동환(25·CJ오쇼핑)이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단독 1위에 올랐다. 고교생 김시우(17·신성고)는 역대 최연소로 Q스쿨을 통과했다. 선수들만 선전한 게 아니다. 골프 시뮬레이터 업체인 골프존과 국산 골프공의 대명사 볼빅, 그리고 샤프트 생산업체 MFS골프는 올해 글로벌 리딩 골프업체로 도약했다. ○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골프존 골프존은 2009년 남극 킹조지 섬의 세종과학기지에 스크린골프 기계를 기증했다. 실외 활동이 어려운 한국 대원들이 스포츠와 여가를 즐기도록 한 거였다. 이후 세종과학기지 내 스크린골프 시설은 인근 외국 기지 대원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중동 사막 한가운데서도 한국 주재원들은 쾌적하게 스크린골프를 즐긴다. 한국 골프 시뮬레이터 시장을 석권한 골프존은 이처럼 전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친숙한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골프존은 현재 북미와 러시아 유럽 중동 동남아 등 세계 43개국에 골프 시뮬레이터를 수출하고 있다. 이 분야 세계 1위다. 또 캐나다 일본 중국 대만 등 4개 법인을 통해 현지에 스크린골프 매장을 열기도 했다. ○ ‘넘버 원’을 향해 가는 볼빅 최근 볼빅에는 희소식이 하나 날아들었다. 올해부터 볼빅의 컬러볼을 사용하는 태국 선수 폰나농 파뜰룸이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히어로 위민스 인디언 오픈’에서 우승한 것. 그는 국산 골프공으로 유럽에서 우승한 최초의 선수로 기록됐다. 볼빅은 세계 시장 공략에 한창이다. 8월에는 미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며 세계 최대 골프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지난해부터 LPGA와 파트너 협약을 맺어 중계 때마다 로고를 노출하고 있다. LPGA 2부 투어인 시메트라 투어 전 경기에 공식 연습공을 후원하고 있다. 볼빅은 또 중국과 동남아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올해 6월 처음 아시안투어를 개최한 데 이어 내년 1월에는 호주에서 열리는 유럽투어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도 연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무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 시장에서 볼빅의 판매는 급증하고 있다. MFS골프도 1993년 미국 법인 설립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및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연구진과 협력해 개발한 16각 샤프트 ‘OZIK(오직)’을 캘러웨이 테일러메이드 미즈노 나이키 등 7개 메이저 용품사에 공급하며 미국 ‘데렐 서베이’가 발표한 ‘2012년 미국 드라이버 샤프트’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골프 선수와 업계가 ‘윈-윈’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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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LPGA 개막전서 만난 박세리 “현재 사귀는 사람 있어”

    9일 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 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인 스윙잉 스커츠 레이디스 마스터스 최종일. 세계 각국의 수준급 골퍼들이 모인 대회였지만 챔피언 조는 ‘박세리 키즈’인 최나연(25·SK텔레콤)과 신지애(24·미래에셋), 박희영(25·하나금융)의 차지였다. 한 관계자는 “아마 시절 얘들 3명이 ‘빅3’로 불렸다. LPGA의 주역이 된 이들이 챔피언 조에 함께 모인 건 정말 오랜만”이라고 했다. 대회에선 연장전 끝에 최나연이 우승했고, 신지애는 공동 3위, 박희영은 공동 13위를 했다. 자신을 본보기 삼아 세계적인 골퍼로 성장한 이들을 바라보는 박세리(35·KDB금융그룹·사진)의 심정이 궁금했다. 이날 최종 라운드를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박세리는 “나로 인해 골프라는 험난한 길에 들어선 것 같아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정말 잘 커준 이들을 볼 때마다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국 골퍼로는 처음으로 LPGA 투어 무대에 진출했고, LPGA에서만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살아 있는 전설’이다. 후배들에게 그는 여전히 넘고 싶고,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다. 박세리는 “오랫동안 함께해 왔던 (박)지은이, (김)미현이가 은퇴하면서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생각에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고 했다. 박세리는 이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잊지 않았다. “골프는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 단계에 맞게, 아프면서 성숙해 가는 것이다. 즐기면서 치는 게 중요하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과도한 부감을 가지면 선수 생명이 짧아질 수 있다.” 최근 부상으로 고전했던 그는 올해 대우금융 클래식에서 모처럼 우승을 맛봤다. 이번 대회에서도 공동 9위라는 괜찮은 성적을 올렸다. 그는 “앞으로 언제까지 선수 생활을 할진 모르겠지만 짧고 굵게 할 것이다. 이후엔 제2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인생 2막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결혼이다. 박세리는 “지금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정을 꾸리는 것이다. 언젠가는 ‘골퍼 박세리’가 아닌 ‘인간 박세리’로 살아야 하지 않겠나. 결혼식 때 꼭 오셔서 많이 축하해 주셨으면 한다”며 웃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는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타이베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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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전엔 꿈일 뿐이었지만… 박병호-서건창 ‘인생 역전’

    지난해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12월 11일. 넥센 박병호와 서건창에게 골든글러브는 남의 얘기였다. 고작 66경기에 출전한 박병호는 하루 전 결혼식을 올리고 미국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서건창은 더했다. 그해 10월 테스트를 받고 팀에 합류한 서건창은 정식 선수 등록도 하지 못한 채 전남 강진의 2군 연습장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인 올해 12월 11일. 그들은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었다.○ 넥센 3명 배출 ‘최다’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 올해 타율 0.290에 31홈런, 105타점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박병호는 프로야구 기자단 투표로 진행된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에서 총 유효표 351표 가운데 275표를 얻으며 ‘황금 장갑’을 거머쥐었다.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서건창은 더욱 극적이었다. SK 정근우, KIA 안치홍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서건창은 154표로 안치홍(116표)을 38표 차로 제쳤다. 그는 2006년 류현진(LA 다저스) 이후 6년 만에 신인왕과 골든글러브를 동시에 차지한 선수가 됐다. 그는 “재작년 이맘때 군대에서 보초를 서며 골든글러브를 타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 상상만 했을 때는 어떤 기분인지 잘 몰랐는데 직접 상을 타보니 다른 수상자가 왜 우는지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넥센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강정호까지 더해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3명의 골든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했다.○ 손아섭, 313표로 최다득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던 투수 부문에서는 삼성의 왼손 에이스 장원삼(128표)이 넥센의 나이트(121표)를 불과 7표 차로 제치고 생애 첫 황금 장갑의 주인공이 됐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접고 올해 국내에 복귀한 삼성 이승엽은 지명타자 부문에서 9년 만에 골든글러브를 다시 받았다. 통산 8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승엽은 한대화, 양준혁과 최다 수상 타이를 기록했다. 3명을 뽑는 외야수 부문에서는 손아섭(313표·롯데), 이용규(199표·KIA), 박용택(194표·LG)이 나란히 황금 장갑을 차지했다. 313표를 얻은 손아섭은 득표율 89.2%로 최다 득표의 영광도 안았다. 포수 부문은 롯데 강민호, 3루수 부문은 SK 최정의 차지였다. 특별 부문인 페어플레이상은 박석민(삼성)이 차지했고 사랑의 골든글러브와 골든포토상은 각각 김태균(한화)과 김광현(SK)에게 돌아갔다. 골든글러브 수상자에게는 제트에서 제공하는 300만 원 상당의 글러브와 가방, 100만 원 상당의 나이키 상품권이 부상으로 수여됐다.조동주·이헌재 기자 djc@donga.com}

    • 201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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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연도 환호… 최나연, 연장끝 스윙잉 정상

    “아이요∼.” 최나연(25·SK텔레콤)이 친 결정적인 샷에 함께 경기를 지켜보던 대만 기자들의 ‘안타까운’ 감탄사가 터졌다. 9일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장(파72·630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013시즌 개막전인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최종 라운드. 공동 선두(3언더파 213타)로 경기를 마친 최나연과 루 테레사(대만)는 18번홀(파5·440야드)에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에서 두 명 모두 파를 기록한 뒤 다시 같은 홀에서 맞은 연장 두 번째 홀. 최나연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휘더니 깊은 러프에 빠졌다. 하이브리드로 친 두 번째 샷도 오른쪽 러프로 들어갔다. 반면 루는 깔끔한 티샷에 이은 세컨드 샷으로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공을 보냈다. 승기는 루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오늘의 샷’이라고 할 만한 멋진 샷이 나왔다. 105야드 거리에서 7번 아이언을 꺼내 든 최나연이 가벼운 스윙으로 공을 핀 3m에 붙여버린 것. 승리를 확신하던 대만 기자들의 탄식이 나올 만했다. “아이요∼.” 곧 이은 루의 세 번째 샷 때 대만 기자들의 입에서 이번에 탄식이 터져 나왔다. 최나연의 샷에 당황한 루의 웨지 샷이 홀을 훌쩍 지나 에이프런까지 흘러가 버렸기 때문이다. 루의 버디 퍼트가 홀을 비켜간 뒤 최나연은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 2013시즌 KLPGA 첫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과 시즌 마지막 대회 타이틀 홀더스까지 거머쥐며 2승을 올린 최나연은 올해 마지막 출전 대회마저 제패하며 한 해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우승상금은 15만 달러(약 1억6000만 원). 최나연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했던 통산 우승 횟수인 ‘12’를 써 왔다. 오늘 우승으로 앞으로는 13을 쓸 수 있게 됐다. 2013년이 무척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4언더파 단독 선두였던 최나연은 이날 ‘박세리 키즈’의 대표주자인 신지애(24·미래에셋) 박희영(25·하나금융) 등과 함께 모처럼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했다. 신지애는 정혜진(25·우리투자증권), 양수진(21·넵스), 유소연(22·한화), 시모무라 마유미(일본), 아사하라 무뇨스(스페인) 등 5명과 함께 1언더파 215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올 시즌 KLPGA 2관왕 김하늘(24·비씨카드)과 박세리(35·KDB금융그룹)는 이븐파 216타로 공동 9위에 자리했다. 타이베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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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 LOVE NA YEON”… 대만 골프팬 최나연 앓이

    “귀여워요.” “매력적이에요.” “섹시해요.” 수십 명의 대만 팬은 앞다퉈 최나연(25·SK텔레콤)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몇몇 팬은 최나연의 영어 머리글자인 ‘CHOI’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최나연의 얼굴이 프린트 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7일 대만 타이베이 미라마르 골프장(파72·6303야드)에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개막전을 겸해 열린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 1라운드는 최나연을 위한 무대였다. 이날 갤러리 수는 예상보다 많지 않았다. 세계 랭킹 1위이자 대만 출신인 청야니(23)가 부상을 이유로 불참한 게 이유였다. 하지만 최나연 조에는 수백 명의 갤러리가 줄을 이어 따라다니며 그를 응원했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던 최나연은 팬들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밖으로 나와 일일이 팬들의 모자와 공에 사인을 해줬다. 한류 아이돌을 능가하는 인기였다. ‘최나연 팬클럽’의 회원이라는 한 여성 팬은 “최나연의 모든 게 좋다. 그를 만나기 위해 오늘 회사에 휴가를 내고 골프장에 왔다. 회원들끼리 메신저나 문자를 통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최나연을 따라 다닌다”고 말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간 클럽하우스엔 이 골프장의 오너인 황신충 회장(85)이 기다리고 있었다. 4년 전 중풍이 와 몸이 편치 않은 황 회장은 최나연과 만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다. 기념사진을 찍을 때는 평소 잘 올라가지 않던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대만 팬들의 ‘최나연 앓이’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최나연은 “작년 대만 대회에 왔을 때 호텔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그런데 팬 수십 명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 말은 안 통했지만 함께 근처 오락실에 가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이런 소문이 퍼지면서 팬클럽 회원 수는 더욱 늘었다. 그는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사임다비 대회 때 청야니와 동반 플레이를 했는데 대만 팬들이 응원을 왔었다. 모두 청야니를 응원할 줄 알았는데 몇몇은 ‘CHOI’라고 쓴 모자를 쓰고 나를 응원했다”라며 웃었다. 한편 이날 최나연은 버디 5개와 보기 1개로 4언더파 68타를 치며 크리스티 커(미국) 등 4명과 함께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들의 뒤를 이어 공동 6위에 오른 7명은 박인비(24)와 신지애(24·미래에셋) 유선영(26·정관장) 김하늘(24·비씨카드) 정혜진(25·우리투자증권) 이미림(22·하나금융) 변현민(22) 등 모두 한국 선수였다.타이베이=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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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허 “내년엔 메이저 제패… 꿈이 자라고 있어요”

    지난해 이맘때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Q)스쿨에서 재미교포 존 허(허찬수·22·사진)는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108홀을 도는 ‘지옥의 레이스’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그는 통한의 보기를 범하며 최종 순위 2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상위 25위까지만 주는 출전권을 1타 차로 놓친 것이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앞선 순위의 선수 두 명이 다른 규정을 통해 출전권을 받으면서 그는 턱걸이로 올해 PGA투어 출전권을 따낼 수 있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5일 그는 평생에 한 번뿐이라는 PGA투어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됐다. PGA투어 ‘올해의 신인’은 2012시즌 공식 대회에 15차례 이상 출전한 회원들의 투표로 선정했다. 존 허는 찰리 벨잔, 버드 컬리, 테드 포터 주니어(이상 미국), 요나스 블릭스트(스웨덴) 등과 경합을 벌인 끝에 ‘올해의 신인’ 주인공이 됐다. 관례에 따라 득표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1990년 PGA투어에 ‘올해의 신인’상이 도입된 이래 아시아계 선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그가 보여준 활약으로 볼 때 예견됐던 수상이었다. 존 허는 올해 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로버트 앨런비(호주)와 8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또 신인 가운데 유일하게 30명만 출전할 수 있는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톱10에 네 차례나 이름을 올리며 상금도 269만2113달러(약 29억 원)를 벌어 상금 랭킹 28위에 올랐다. 존 허는 “한국 투어에서 뛰었던 경험을 현명하게 활용했다. 한국인으로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아 기쁘다. 내년에는 메이저 대회나 큰 대회에 출전하는 등 올해와는 다른 일정을 짜야 할 것 같다. 잘 준비해서 모든 경기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고 더 많이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PGA투어 올해의 선수에는 ‘새로운 황제’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가 선정됐다. 세계랭킹 1위 매킬로이는 올해 PGA투어에서 4승을 거뒀고 평균 타수(68.87타)와 상금(804만7952달러·약 87억 원)에서도 1위에 올랐다. 1997년 22세의 나이에 올해의 선수가 된 타이거 우즈(37·미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수상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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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골프 내년 개막전 왜 12월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3일 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2013 시즌은 불과 나흘 뒤인 7일 개막한다. 7일부터 9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의 미라마르 골프장(파 72)에서 열리는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가 그 무대다. 한 해가 끝나는 12월에 다음 시즌 개막전이 열리는 이유는 뭘까. KLPGA가 12월에 다음 시즌 개막전을 외국에서 개최하기 시작한 건 2007년 현대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부터다. 가장 큰 이유는 날씨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날씨가 추워 12월에 대회를 열기가 쉽지 않다. 스폰서를 맡은 현대자동차는 중국 시장 공략의 일환으로 12월 대회 개최지로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중국을 선택했다. 그런데 KLPGA는 11월 중순 국내에서 마지막 대회를 끝낸 뒤 이듬해 시즌에 뛸 선수를 가리는 시드전(퀄리파잉 스쿨)을 연다. 출전권을 딴 선수들이 곧바로 이 대회에 참가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대회가 개막전이 됐다. 올해는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대만여자프로골프협회(TLPGA)가 주관하던 스윙잉 스커츠 대회를 KLPGA가 향후 3년간 공동으로 주관하기로 하면서 이 대회가 KLPGA투어의 내년 시즌 개막전이 된 것이다. 총상금 80만 달러(약 8억7000만 원)가 걸린 대회인 만큼 스타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상금왕 박인비(24)를 필두로 메이저대회 챔피언 최나연(25·SK텔레콤), 신지애(24·미래에셋), 유선영(26·정관장)이 모두 출전한다. 한국 투어에서는 올해 상금왕 김하늘(24·비씨카드)과 대상 수상자 양제윤(20·LIG손해보험), 김자영(21), 양수진(21·이상 넵스), 허윤경(22·현대스위스) 등이 나선다. 아마추어 세계 랭킹 1위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도 초청받았다. 올해 부진했던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는 고국에서 부활을 노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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