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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세상’이라는 구호 아래 2012년부터 사회공헌활동을 본격화해 왔다. 매년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사회복지기관의 저소득층 어린이, 홀몸·장애 어르신들을 위해 카네이션, 운동화, 다과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나눔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에는 총 18개 복지기관을 통해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이웃들에게 20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지역상품권으로 지원함으로써 나눔을 실천하고 ‘착한 소비자 캠페인’에도 동참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돕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가정의달 5월이 우리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달이 되길 희망한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또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의 사회복지시설, 자가 격리자, 의료진, 취약계층 등을 위한 마스크 20만 장, 손세정제 6만 개, 생수와 블랙보리 총 31만9000병을 포함해 예방과 피해 복구를 위한 현금 등 총 12억 원을 지원했다. 전국적으로 확대 중인 ‘착한 임대인 운동’에 적극 동참해 회사가 소유해 소상공인에게 임대 중인 서울 부산 강원 전주 지역의 17개소에 대해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임대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생수와 간식을 긴급 제공하는 등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서울 지역 쪽방촌 거주민과 서울역 ‘따스한 채움터’의 노숙인 등 2000명에게 생수 1만8000병과 백설기 2500개를 순차적으로 제공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이 20일 동안 잠적한 사이 한국은 넘쳐나는 가짜 대북 정보로 몸살을 앓았다. 수술설, 뇌사설, 사망설 등 온갖 가능한 시나리오들이 쏟아졌다. 가짜 대북 정보가 이렇게 단기간에 많이 쏟아진 적은 없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크게 다섯 가지라고 본다. 첫째로 최근 대북 휴민트(내부 정보원) 시장은 극심한 가뭄이다. A급 정보는 고사하고 C급 정보도 얻기 어렵다. 정보에는 ‘양적인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으로 변화한다’는 ‘양질 전환의 법칙’이 적용된다. 정보가 많을수록 이를 종합한 판단의 질이 높아지는 것이다. 강력한 대북제재로 지난해 12월까지 해외 북한 무역일꾼, 근로자 대다수가 귀국하면서 정보원들이 대거 사라졌다. 코로나19로 북한이 1월부터 국경까지 폐쇄하면서 출장자도 없다. 북한 내부 휴민트도 믿기 어렵다. 김정은 등장 이후 국경 봉쇄와 전파 감시가 매우 강화됐다. 한국과 통화하려면 수십 리를 걸어 휴대용 전파탐지기 출동이 어려운 산에 가야 한다. 북한 주민이 이런 위험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하는 이유는 대개 돈을 위해서이다. 북한 내 탈북민 가족을 연결시켜 송금 수수료를 받거나 또는 정보를 보내 돈을 받는다. 이런 정보는 한국의 정보 수요를 파악해 자극적으로 가공됐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그 정보를 전달받는 사람까지 사익에 빠지면 가짜 뉴스가 된다. 대북 정보로 인지도를 얻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C급 정보마저 귀해지니 어쩌다 들으면 허겁지겁 터뜨리는 현상이 급증했다. 둘째로 신뢰하기 어려운 메신저들이 급격히 늘었다. 과거엔 기자들이 정보를 듣고 검증했고 오보에 책임도 져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중요한 정보 소스였던 탈북민들이 유튜브를 개설해 저마다 북한 정보를 전한다. 기자보다 더 치열하게 서로 속보 경쟁을 펼치며, 방송사를 본뜬 대담프로도 만든다. 이들은 정보 전달 훈련도, 오보에 대한 책임도 없다. 유튜브 같은 개인 미디어 동영상 서비스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도 책임 없는 1인 미디어 종사자를 급속히 늘렸다. 셋째로 편파적 대북 정보 수요층이 등장했다. 개인 미디어와 SNS 시장엔 팩트보다 ‘내 편이냐 아니냐’가 더 중요한 수십만 명의 구독자가 생겨났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나 세력을 비판하면 ‘내 편 미디어’가 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와의 전쟁에 필요한 분노의 소재다. 의혹을 계속 제공해주는 사람이 스타가 된다. 이런 수요층을 향해 가짜 뉴스와 비판 메시지를 적당히 버무리면 편파적 수요층은 환호한다. 북한 뉴스는 이런 수요층의 관심도가 매우 높다. 대북 정책에 대한 견해를 통해 내 편인지 아닌지를 쉽고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내 편’ 메신저가 말을 뒤집고 신뢰성에 의문이 생겨도 이들은 ‘박해받는 순교자’의 논리를 들이대며 오히려 “더 잘하자”고 격려하고 감싼다. 편파적 수요층은 김정은 잠적 기간 정부 발표를 신뢰한다는 유튜버에게 몰려가 ‘신고 테러’를 하기도 했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신고가 많은 유튜브 계정을 신뢰할 수 없는 계정으로 인지해 영상을 거의 노출시키지 않는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가짜가 뜨고 팩트가 가라앉는 것이다. 수십만 명의 세력이 수십억 명이 보는 서비스의 인공지능을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다. 넷째로 가짜 뉴스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가 그러한데, 진짜와 가짜 정보, 상대에 대한 비판까지 섞은 10분 남짓한 논평을 자극적 섬네일과 격앙된 목소리로 만들면 조회수가 크게 늘어난다. 100만 명이 보면 200만 원 정도 번다. 처벌도 사실상 없으니 얼굴에 철판만 깔면 쉽게 돈을 번다. 가짜 뉴스인 것이 드러나도, 얻는 이익이 잃는 이익보다 더 크게 되면 가짜 뉴스는 막지 못한다. 다섯째로 기성 언론도 조회수와 시청률에 매달려 정보력이나 신뢰성, 의도 등에 대한 검증이 소홀했다. 가짜 뉴스임이 밝혀져도 ‘인용’을 했다며 책임을 지려 하지 않으니 불신을 자초한 면이 있다. 가짜 뉴스를 없애긴 쉽지 않다. 미국 회사인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나 몰라라 하고, 정치인들은 점점 극단적 지지 계층에 의존해 선동 정치에 매달린다. 이러니 대북 정보 시장의 미래도 암울하다. 과연 해답이 나올 수 있을까.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덕을 적잖게 보는 듯하다. 장기간 잠적으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을 뿐만 아니라 내부 통제와 달러벌이까지 잘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로 궁지에 몰려 있었다. 명색이 국가인데 지난해 수출액은 2억 달러도 안 됐다. 한 달 수출이 1700만 달러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철수하면서 큰 돈줄이 또 막혔다. 김정은은 이런 위기 상황을 공포 통치로 돌파하려 했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그는 올 상반기 여러 간첩 사건들을 조작한 뒤 여기저기서 공개 처형을 진행해 사회에 두려움을 심어주려고 계획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이 계획을 바꾸었다. 이달 3일 김정은은 “방역조치가 길어져 해이되는 상황을 막고, 모여서 생일놀이와 결혼식 등을 벌인 사람들을 적들과 내통한 자들로 여기고 가차 없이 처벌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다. 결혼식이나 생일잔치만 해도 간첩 취급을 한다는 뜻이다. 21일엔 전국 각지에 코로나19 검열단을 파견해 각 지역의 동태를 실시간 보고하게 했다. 방역 지침 위반으로 4월 중순까지 처형된 사람이 700명이 넘으며, 해임된 간부가 3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간첩 사건을 조작할 필요가 없다. 김정은 잠적 와중인 19일과 20일 평양의 대형 상점인 ‘광복지구상업중심’에서 가구당 중국산 콩기름 5kg을 10달러에 판매했다. 이는 코로나19 발생으로 국경을 폐쇄하기 전 가격이다. 평양 사람들은 상점에 달려가 기름을 사는 데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사실 알고 보면 이 콩기름은 여러 돈주들에게서 약탈한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말 김정은은 국가전략물자 수입 계획을 승인하면서, 1월 말부터 차단했던 북-중 국경을 살짝 열었다. 3월 착공한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필요한 건재, 장비 부속품 등을 중국에서 들여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북한 사람들을 내보내지 않고 중국 화물 트럭으로 실어오라는 단서도 달았다. 중국 단둥에서 화물트럭 임대비는 4∼5배 뛰었다. 중국 기사도 북한에 들어갔다 나오면 보름 동안 격리돼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운행에 우리 돈으로 300만 원 정도 불렀다. 며칠 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의 운송 물량인 트럭 30대가 신의주 세관에 도착했다. 문제는 세관이 통보받은 수입량은 트럭 10대 분량인데, 무려 20대나 더 추가된 것이다. 세관은 상급기관인 국가보위성 세관총국에 보고했고, 정경택 국가보위상이 이를 김정은에게 보고했다. 보위성 반탐부국장이 현장에 나가 조사를 한 결과 13대는 평양시 무역업자들의 것이었고, 7대는 신의주시 무역업자들의 것이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조사가 시작되자 숨었던 업자들은 3일 만에 전부 체포돼 군법으로 처벌받게 됐다. 35% 정도의 이윤을 바라고 위험을 무릅쓰고 수백만 달러어치의 콩기름과 설탕을 들여오려던 무역업자들은 돈도 목숨도 잃게 됐다. 이를 빼앗아 상점에 팔아 번 돈은 고스란히 김정은의 주머니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세관이 잠시 열린다는 정보는 어떻게 새 나갔을까. 김정은 측근에서 새 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사건이 한 번으로 끝났다면 무역업자를 낀 고위 간부의 일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수상한 점이 있다. 20일부터 평양에서 갑자기 사재기가 벌어졌다. 올해 말까지 무역을 일절 못 한다는 소문이 하루 사이 퍼지면서 상품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 됐고, 주민들이 싸우면서 물건을 사는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그런데 며칠 뒤 유언비어를 유포시키고 물가를 올렸다는 죄명으로 여러 판매업자들이 잡혀갔다. 이제 이들이 갖고 있던 물자가 압류돼 시중에 팔리게 되면 그 돈은 또 김정은이 갖게 될 상황이다. 이쯤 되면 김정은이 코로나19 상황을 활용해 돈 있는 사람들을 약탈하고 있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엔 코로나19 전용 격리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월 말부터 50일간 여관 등에 격리됐던 1차 격리자들과 이들과 접촉한 뒤 25일간 자택 격리에 들어간 2차 격리자들도 모두 풀려났다. 그런데도 코로나19를 내세운 사회 통제는 전혀 약화될 기미가 없다. 김정은은 지금 자기에게 쏠린 세계의 시선을 느긋하게 즐기면서 어디엔가 숨어 상인들을 약탈할 새로운 꿍꿍이를 열심히 연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농심 백산수가 변하지 않는 물맛과 풍부한 미네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백산수는 백두산의 자연과 시간이 빚은 물이라는 점에서 타 생수와 차별된다. 백산수는 백두산에 내린 비와 눈이 수백만 년 동안 형성된 화산암반층을 따라 장시간 통과하면서 우리 몸에 유익한 각종 미네랄 성분을 머금은 물이다. 또 화산암반층이라는 거대한 천연 필터가 각종 불순물을 깨끗하게 걸렀다. 백두산의 풍부한 수량과 기온, 지질 등 천혜의 자연이 제 역할을 해 만들어낸 명작이라는 것이 농심의 설명이다. 이뿐만 아니다. 백산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원지에서 지층 압력에 의해 자연적으로 솟아 나오는 ‘자연용출수’다. 수맥이 섞일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연중 미네랄 수치가 기온에 관계없이 일정하며 계절에 따라 수질도 변하지 않는다. 물 전문가로 알려진 공주대 환경교육과 신호상 교수팀에 따르면 백산수는 국내서 판매되는 생수 중 마그네슘-칼슘 농도비(Mg/Ca)와 실리카 함량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생수는 칼슘 대비 마그네슘 비율이 1에 가까울수록 건강수로 분류된다. 백산수는 0.9 이상의 비율을 보이면서 일반 생수와 큰 차이를 보였다. 농심은 2006년에 백두산 원시림보호구역 내 내두천에서 모든 기준에 부합하는 최상의 수원지를 찾아냈다. 농심은 ‘세계 최고의 물을 세계 최고의 설비로’라는 철학 아래 백산수 공장에 세계 최고의 설비를 투자했다. 취수한 물을 안전하게 병에 담는 일이 좋은 수원지를 선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여과 시스템만 거치고, 백두산의 물을 그대로 깨끗하게 담고자 했다. 혹시 모를 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취수부터 생산, 물류, 출고까지 모든 과정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다. 이런 노력 끝에 마침내 백산수는 시간이 갈수록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생수로 자리 잡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어느 나라나 명목상의 권력 서열과 실질적 권력 서열은 다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북한의 실질적 권력 서열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북한의 실질적 권력 서열은 정점의 김정은과 그 아래 ‘스리 우먼(이설주, 김여정, 현송월)’으로 시작된다. 이 4명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신(神)계의 왕족이라 보면 된다. 그렇다면 인간계 권력 서열 1위는 누구일까. 노동당 상무위원인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도, 박봉주 총리도 아니다. 바로 김평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간부부장이었다. 북한에서 권력자를 찾으려면 인사권을 누가 쥐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김평해는 노동당 내각 보위성 보안성 중앙재판소 검찰소 무력성 총참모부 총정치국의 책임일꾼, 즉 중앙당 정치국에서 비준하는 간부 사업을 하는 책임자다. 가장 높은 레벨의 간부 임명을 맡고 있다. 김평해 밑의 부부장, 과장들이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중앙당 비서국 비준 대상 간부 임명을 담당한다. 김평해는 모든 고위급 간부들의 해임, 임명, 조동 등을 김정은에게 건의하고 또 지시를 받는다. 김평해는 당정군의 모든 고위간부들의 재임 기간, 미배치 간부 등을 꿰고 있다가 김정은의 히스테리적인 인사 조치에 맞게 적합한 인물을 선발하여 건의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자랑했다. 중앙당에서 오래 일한 사람을 지방에 파견하거나 또는 그 반대의 순환 경력을 갖게 한다거나 또는 보안, 보위, 군의 당 사업 경력이 없는 간부들이 해당 경력을 갖추게 할 시점을 정한다거나 하는 등의 ‘경력과정안’도 그가 정한다. 간부 스펙 관리까지 하는 셈이다. 이런 인간계 권력 1위인 김평해가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전격 해임됐다. 그리고 올해 초부터 ‘김평해 일당’ 숙청 작업이 시작됐다. 김정은 시대에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에 이어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대숙청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 2월 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이만건 노동당 조직지도부장과 박태덕 농업담당 부위원장이 해임된 사실은 한국 언론에서 크게 다뤘지만, 김평해는 언급이 거의 없다. 알고 보면 이만건과 박태덕 모두 김평해가 키운 사람들이다. 김평해는 1992년부터 2011년까지 20년 동안 평안북도 도당 조직비서, 책임비서를 역임했던 인물이다. 도당 책임비서는 노동당 비서와 동급의 고위직이다. 도당 책임비서가 가장 선호하는 지역이 평안북도다. 도 소재지인 신의주에 북한의 각 중앙기관 산하의 무역회사들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큰 명절 때마다 최소 수십만 달러를 뇌물로 받을 수 있다. 특히 김평해가 평안북도를 쥐고 있던 시기엔 폐철, 폐알루미늄, 구리, 철광석, 산림자원 등이 중국에 대거 팔려 나갈 때였다. 북한 무역일꾼들은 1995∼2005년을 외화벌이 황금기로 평가한다. 이런 시기에 ‘황금의 자리’에서 오래 버티기는 쉽지 않지만 김평해는 20년을 장기 집권했다. 이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처세술이 비상한지 알 수 있다. 당연히 김평해는 엄청난 재산을 축적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에게서 충신 중의 충신이란 조용한 감사 인사까지 받은 것을 보면 혼자 먹지 않고 많은 액수를 상납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책임비서로 있을 때 둘째 아들은 신의주 시당 간부부장을 지냈는데, 사생활이 부화방탕하고 마약을 복용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부친이 김정일의 신임이 두터워 전혀 문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그도 결국 숙청이란 뻔한 말로를 피해갈 수 없었다. 김평해가 지난해 말 숙청되고, 올 2월에는 그가 키웠던 김능오 평양시당 위원장, 이학송 김일성고급당학교 교장 등 심복들이 모두 출당·철직됐다. 이학송은 김평해가 도당 위원장을 하던 시기 신의주 시당 위원장으로 있었던 사람이다. 평북 도당 위원장 자리가 황금계란이라면 신의주 시당 위원장은 황금계란의 노른자위라 할 수 있다. 평안북도를 연고로 김평해가 키웠고, 또 그가 숙청된 뒤 ‘김평해 일당’으로 몰려 함께 숙청된 북한 고위간부는 올해 1분기에만 5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은 김정일 시대 말기 간부들이기도 하다. 김평해 사건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북한 권력의 가장 큰 세력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북한 간부들은 이를 보고 김정은 턱밑에선 누구도 온전히 살아남기 힘들다는 현실을 새삼 느끼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이 평양 인근의 자라공장 지배인을 새끼 자라를 죽였다는 이유로 처형한 일은 한국에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5월 19일 조선중앙통신은 ‘대동강자라공장’을 시찰한 김정은이 이런 말을 하며 격노했다고 전했다. “인민들에게 약재로만 쓰이던 자라를 먹일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던 장군님의 눈물겨운 사연이 깃든 공장이 어떻게 이런 한심한 지경인지 말문이 막힌다. 전기 문제, 물 문제, 설비 문제가 걸려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넋두리이다.” 조선중앙통신에는 이례적으로 ‘격하신 어조’ ‘격노’라는 표현이 3번이나 들어갔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는 2018년 발간한 저서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김정은이 “지배인을 심하게 질책한 뒤 처형을 지시해 즉시 총살이 집행됐다”고 썼다. 5년이 지난 지금 당시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사람들의 입을 통해 보다 더 상세한 상황이 북한 고위층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전언을 전하면 이렇다. 당시 김정은은 새끼 자라들이 거의 다 죽은 것을 보자 화를 내며 “야, 이 ×끼들아. 자라 다 죽을 동안 뭐 했냐”고 소리를 질렀다. 북한 매체들은 질책했다고 에둘러 표현하지만 김정일도 그렇고 김정은도 화가 나면 수시로 상욕을 퍼붓는다. 지배인이 황급히 나서 “전기가 없어 물을 끌어올 수 없고, 사료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변명하자 김정은이 “뭐라고 이 ×끼야. 어디 이런 ×끼가 다 있어” 하고 더 화를 냈다. 바로 그 순간 180cm가 넘는 거구의 김정은 호위병 두 명이 지배인 옆에 딱 붙어 서더니 양팔을 딱 붙잡고, 동시에 발로 무릎 관절을 차서 꿇어앉힌 뒤 팔꿈치로 뒷머리를 꽉 눌러버렸다. 지배인이 김정은 앞에 꿇어앉아 머리도 들지 못하고 말도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상태의 지배인에게 김정은은 온갖 욕설을 다 퍼부은 뒤 “이런 ×끼는 살아 있을 자격이 없어”라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호위병이 지배인을 질질 끌고 가 대기시켰던 승합차에 실었다. 김정은이 떠난 뒤 지배인은 즉각 총살됐다. 김정은이 살아 있을 자격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목격한 간부들은 공포로 질려 버렸다. 사실 지배인 입장에선 정말 억울한 일이다. 전기와 사료를 자기가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국가에서 공급하지 않는데 맨손으로 자라를 키울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김정은 앞에서 변명했다는 이유로 죽었다. 이때부터 북한 간부들 속에선 김정은이 화가 났을 때 대처 요령이 생겨났다. 아무리 억울해도 절대 변명하면 안 된다. 김정은이 화가 났을 때 바로 무릎을 꿇고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지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죽기를 각오하고 집행하겠다”고 대답해야 그나마 살 확률이 높아진다. 2013년 5월 미림승마구락부 건설 도중 처형된 북한군 설계연구소장도 똑같은 방식으로 죽었다고 한다. 김정은이 “지붕이 왜 내가 그려준 그림과 반대로 향했냐”고 화를 내자 “겨울에 대동강에서 강풍이 불면 지붕이 날아갈 수 있어 방향을 바꾸었다”고 설명하려 한 것이다. 그러자 김정은이 “이 ×끼가 누구 맘대로 설계를 뜯어고쳐. 이런 놈 필요 없어”라고 화를 냈고, 호위병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꿇어앉게 한 뒤 김정은의 욕설이 다 끝나자 끌고 갔다. 다음 날 처형된 설계연구소장의 죄명은 ‘1호 행사 방해죄’였다. 끌려간 사람도 똑같은 방식으로 죽는 것은 아니다. 김정은이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놈” “숨 쉴 자격이 없는 놈” 하면 그나마 총살당해 시체라도 남긴다. 그러나 김정은이 “땅에 묻힐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하는 순간 고사기관총에 형체가 사라지거나, 화염방사기로 태우거나, 장갑차로 밀거나, 개에게 먹히거나 등 각종 방식으로 그 간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봉건 왕조에서도 신하는 왕에게 상소를 할 수 있었다. 직언을 했다고 신하를 바로 죽이는 일은 연산군과 같은 극히 몇몇 폭군 시대에나 있었다. 신하가 직언은 고사하고 변명을 좀 했다고 파리 목숨처럼 죽는 지금의 북한을 먼 훗날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아울러 21세기 세습 왕조 ‘정은군’ 시대는 어떻게 막을 내렸다고 역사에 기록될지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010년 6월 남아공 월드컵. 김정훈 감독이 이끄는 북한 축구대표팀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참가했다. 김정훈 감독은 북한의 최고 스타가 됐다. 그는 대표팀 감독 재임 4년 동안 한국에도 여러 차례 경기하러 와서 남쪽에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원정 사상 첫 16강의 쾌거를 이룬 대회로 기억된다.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6강에 진출했지만 우루과이에 2 대 1로 패했다. 북한에 남아공 월드컵은 악몽 같은 패배의 기억이다. 첫 경기에서 북한은 브라질과 만나 접전을 펼쳤지만 2 대 1로 아깝게 패배했다. 그러자 평양이 흥분했다. 브라질과 거의 비등하게 싸울 정도면 두 번째 경기인 포르투갈전은 이길 수 있다고 착각했다. 김정은은 포르투갈전을 생중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잘만 하면 후계자의 위대한 ‘영도업적’으로 크게 부각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북한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에 7 대 0으로 비참하게 완패했다. 허무한 패배의 현장은 북한 안방에 그대로 전달됐다. 얼마나 충격이 컸는지 4·25체육단에 모여 응원하던 북한군 장성들 중에서 총참모부 종합계획국과 축지국의 소장(한국 준장) 두 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할 정도였다. 월드컵이 끝나고 한 달 뒤쯤 한국 언론과 외신들에는 김정훈 감독이 건설장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그는 그해 1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의 ‘감독의 밤’ 행사에 참가했다. 강제노동설은 지금도 북한 보도의 대표적 오보 사례로 조롱받고 있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이다. 당시 김 감독이 귀국 후 강제노동을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것도 그냥 건설장이 아니었다. 비행장에 내리는 즉시 체포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북한군 노동교화연대에 끌려갔다. 김 감독의 원 소속팀인 4·25체육단은 군 소속이라, 형기를 받은 군인 죄수들이 수감돼 강제노동을 하는 곳에 간 것이다. 김정은의 지시는 아니었다. 그가 언제 분통을 터뜨릴지 몰라 수하의 아첨꾼들이 미리 손을 쓴 것이다. 당시 선수들은 다행히 1주일 동안 사상투쟁회의를 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김 감독이 강제노동을 한다는 뉴스가 나오자 8월 국제축구연맹(FIFA)은 북한에 해명을 요구했다. AFC도 11월 감독의 밤 행사에 그를 참가시킬 것을 지시했다. 문제가 커진 것이다. 북한은 부랴부랴 김 감독을 석방해 평양 낙랑구역 보위사령부 초대소에 데려다 빡빡 깎았던 머리를 기르게 하고, 몸 보양도 시키며 두 달 가까이 부산을 떤 끝에 11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를 AFC 행사에 출석시켰다. 해외에 나와 있던 북한 관계자들은 김 감독의 숙청설이 나오자 그가 원 소속팀인 4·25체육단 축구감독으로 돌아갔다고 해명했다.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석방된 김 감독은 4·25체육단의 2군 격인 소백수축구팀 감독으로 강등됐다. 이렇게라도 살아나는 듯했던 김 감독은 몇 달 뒤 아내와 딸까지 포함해 온 가족이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누구도 그의 생사를 아는 사람이 없다. 그가 왜 사라졌는지에 대해선 북한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감독이 사라진 이유는 만수대예술단 무용수 출신인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는 역시 무용수 출신으로 김정일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모친인 고용희와도 친분이 있었다. 축구 영웅으로 존경받던 남편이 월드컵 이후 하루아침에 죄수가 되자 아내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구명운동을 시작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는 여러 간부들을 만나 고용희와의 친분까지 입에 올렸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당시 김정은은 모친의 출생지에 특히 민감하던 때였다. 백두혈통임을 과시하기 위해 외모마저 할아버지 김일성과 닮게 만드느라 노력했는데 모친이 ‘후지산 줄기’라는 것이 드러나면 큰일이었다. 생모를 언급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었다. 김 감독과 가족은 어디로 끌려갔을까. 지방에 추방시켜도 소문이 퍼질 위험은 남아 있다. 그러니 처형은 면했다 해도 완전통제구역인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로부터 벌써 10년 가까이 지났다. 살아 있긴 할까. 44년 만에 북한을 월드컵 본선 무대로 이끌었던 김정훈 감독이 숙청된 뒤 북한 축구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북한 소식통들을 통해 입수한 ‘처형’ 사례가 있다. 지금까지 입수한 사례는 3건이지만 더 있을 수도 있다. 북-중 관문인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지난달 16일 두 명이 총살됐다. 한 명은 압록강 철교 아래쪽 강성무역회사 전용 부두 담당 보위지도원이었다. 강성무역회사는 무연탄과 광물 밀수출 분야에선 최고 실적을 자랑하는 회사 중 하나로 전용 부두까지 갖고 있다. 이곳 국가보위성 소속 요원은 신의주에서도 끗발이 대단한 자리다. 그러나 코로나19 의심 증세 때문에 허망하게 총살됐다. 14일 그를 진단한 의사는 감염증 환자로 판단했다. 하지만 당시엔 믿을 수 있는 진단 키트가 평양밖에는 없었다. 환자를 평양에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송에 앞서 취조가 시작됐다. 북한은 1월 22일부터 국경을 폐쇄했는데 23일 뒤인 2월 14일에 증세가 나타난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취조를 하니 아닌 게 아니라 중국인과 접촉한 위법 행위가 적발됐다. 부두에 배가 많다 보니 밤에 몰래 중국에 가 밀무역을 하는 건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김정은은 2월 초 방역 규정 위반자에게 군법을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보위지도원은 감염자로 찍힌 지 이틀 뒤인 16일 총살됐다. 감염이 의심됐기 때문이 아니라 김정은의 지시를 감히 우습게 봤다는 죄로 본보기 삼아 죽인 것이다. 같은 날 총살된 또 다른 사람은 평안북도 보안국(경찰청) 간부였다. 그는 2월 10일경 격리된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건물 출입을 막고 나선 요원들과 시비가 붙었다. 평소 몸에 밴 갑질 근성이 발로해 “너 따위가 나를 막느냐”며 행패를 부린 것이다. 이 간부는 현장에서 즉시 체포됐다. 당국은 도 보안국 성원들을 모이게 한 뒤 체포된 간부를 끌어내 견장을 뜯고 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그 역시 김정은의 지시를 우습게 여겼다는 죄로 처형됐다. 방역 규율 위반자로 처형된 첫 사례는 지난달 초 북부 나선시에서 나왔다. 중국에 다녀와 격리됐던 무역일꾼이 몰래 대중목욕탕에 간 사실이 적발돼 곧바로 총살됐다. 운 좋게 총살형을 면한 간부도 있다. 평안북도 보위부 외사처장은 격리가 싫어 1월에 중국에 다녀온 사실을 보고하지 않고 숨겼다. 대좌(대령)급 간부인 그는 도 보위부에서 상위 5위 안에 드는 실세다. 그런데 그의 운전기사가 술에 취해 이 사실을 발설했다. 간부는 즉시 체포돼 신의주시 근처 협동농장 농장원으로 쫓겨났다. 그나마 처형을 면했으니 다행인지 모른다. 강성무역회사 보위지도원이 감염자로 의심된다는 보고는 문경덕 평북 도당위원장을 통해 김정은에게 곧바로 전달됐다. 김정은은 평양에서 유능한 의사 100명을 신의주로 파견하는 한편 신의주와 인근 동림군을 봉쇄할 것을 지시했다. 신의주 시당위원장은 통제를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5일 해임됐다.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는 보도는 1월부터 나왔다. 그러나 3월 초인 지금까지 북한에 감염자가 속출한다는 정보는 개인적으로 들은 바가 없다. 아무리 북한이 은폐의 달인이라 하더라도 여기저기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면 완전히 숨기긴 어렵다. 물론 의심되는 사람을 족쳐 위법 행위를 실토 받고 바로 처형하니 진짜 감염자라면 병원을 찾아가 검사받으려 할까 싶긴 하다. 북한은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치사율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는 파라티푸스, 장티푸스, 콜레라가 주기적으로 퍼지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대개 전염병에 무덤덤하다. 특히 감기 정도 걸렸다고 약도 없는 병원에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북한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져봐야 찾아내기도 어렵고, 진단도 어려울뿐더러 사람들이 크게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는 뜻이다. 북한에선 코로나바이러스 정도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가 없다. 김정은은 대북 제재를 풀지 못한 창피스러움을 코로나 소동으로 두 달간 무마하고 사회 통제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사람들이 “코로나 환자가 없다면서 왜 아직까지 못살게 구느냐”고 불만을 가질 때다. 2일 김정은이 참관한 포사격과 3일 김여정의 원색적인 대남 담화는 그런 시각에서 봐야 한다. 코로나 통제로 지친 북한 인민들의 시선을 대남, 대미 도발로 돌릴 때가 온 듯싶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동원F&B가 최근 ‘남극 출신 펭귄’인 펭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신제품 ‘펭수참치 15종’을 선보였다. 2030 밀레니얼 세대에게 참치의 건강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의도다. 인기 스타로 부상한 펭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참치. 동원참치와 가장 잘 맞는 광고 모델인 셈이다. 펭수가 좋아하는 참치는 가장 대표적인 고단백 저칼로리의 스태미나 식품 중 하나다. 참치는 전체 영양 성분의 27.4%가 단백질로, 생선 가운데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다. 돼지고기(19.7%), 쇠고기(18.1%), 닭고기(17.3%) 등 육류와 비교해도 단백질 함량이 더 많다. 참치는 단백질 외에도 칼슘, DHA, EPA, 오메가6, 비타민 등 인체에 유익한 영양성분이 들어있는 건강식품이다. 또 참치에는 면역력을 증강시켜준다는 셀레늄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참치는 똑똑한 아이를 만들어주는 ‘브레인 푸드(Brain Food)’다. 참치와 같은 등 푸른 생선에 풍부히 들어있는 DHA는 뇌를 위한 최고의 영양소로 뇌기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미국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참치캔을 포함한 수산물의 주기적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동원F&B는 2000년 이후 ‘바다에서 온 건강’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워 참치의 건강성을 부각시켰고 광고, 홍보 등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은 건강을 지향하는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참치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냈다. 동원참치는 현재 매년 2억 캔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업계 최초로 총 누적 판매량 50억 캔을 돌파하며 국내 수산캔 시장에 신기원을 이뤄냈다. 2019년에는 누적 판매량 62억 캔을 돌파했으며, 이는 우리 국민(5100만 명 기준)이 1인당 121.6개를 섭취한 수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해 10월 16일 북한 매체들은 일제히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가는 사진을 공개했다. 노동신문은 “동행한 일군(일꾼)들 모두는 (김정은의) 위대한 사색의 순간들을 목격하며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 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아 안았다”고 전했다. 한국 언론들은 웅대한 작전이 무엇인지에 주목했지만, 알 수는 없었다. 북한이 언급한 웅대한 작전은 북-미회담 결렬에 따른 차후 전략이다.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 김정은이 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공개했다는 내용으로, 노동당 과장 이상급 간부를 의미하는 ‘중앙당 책임일군’에게만 학습 형식으로 공유됐다. 북한에서 최고 극비에 속하는 학습 내용을 지난해 단독으로 입수했다. 앞부분 몇 줄만 옮기면 이렇다. 중앙당 책임일군 학습요강(기관내 한함).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최근에 적들과의 여러 차례 회담을 진행하시고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들에게 말씀하시고 제시하신 차후 당의 정책 로선에 대하여. “나는 지난해와 올해에 있었던 적들과의 여러 차례 대결을 통해 우리가 얼마든지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처음 회담 전에 내가 예견했던 그대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내 의도를 실현하는 둘째 단계에 들어섰으며 그 실현은 곧 우리의 승리로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진 회담은 ‘적들과의 여러 차례 대결전’이라고 묘사된다. 간부들에게 기대를 주지 않기 위해 적이라고 묘사하긴 했겠지만, 표현대로라면 많은 사람들이 뭉클했던 판문점 도보회담은 김정은에겐 적과의 대결이었을 뿐이다.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도 대결전 승리를 위해 판문점 전투에 투입된 전사였다. ‘웅대한 작전’이라는 둘째 단계 시나리오를 요약하면 이렇다. 올해 한반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아간다. 그러면 한국 정부는 전쟁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국제사회의 승인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선 일정으로 한반도에 관심을 돌릴 여력이 없는 미국도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북한을 달래는 데 동의할 것이다. 미국이 끔쩍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을 압박해 달러가 다시 들어오게 만들고 한미 공조에도 틈을 벌린다. 이것이 김정은의 웅대한 구상이다. 중앙당 책임일군 학습요강은 입수된 지 좀 됐지만, 공개를 적잖게 고민했다. 그만큼 민감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학습 자료는 강사가 학습이 끝나는 즉시 기밀문서 취급실에 반환하며 참가자는 필기는 가능하나 이를 외부에 반출해선 안 된다. 그런데 중앙당 고위급을 대상으로 진행된 극비의 학습 내용이 한국 언론에 공개되면 북한 핵심부는 발칵 뒤집힐 수밖에 없다. 또 드라마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려는 찰나에 결말을 미리 공개해 버리면 분노한 김정은이 정보 유출을 막으려고 온갖 방법을 강구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정보를 얻기가 훨씬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를 공개하기로 결심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결부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나리오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지뢰 매설 등의 대남 도발이 되풀이될 수 있다. 국민이 “전쟁 나는 것 아니냐”며 두려움에 휩싸이면 한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이를 막겠다고 개성공단 및 관광 재개를 발표하게끔 상황을 끌고 간다. 이렇게 되면 김정은은 대북제재를 타개한 위대한 지도자가 되게 된다. 그런데 변수들이 생겼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말 선제적으로 북한 개별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가 알아서 관광을 재개한다고 하니 김정은은 좀 당황했을 듯싶다. 요새 북한은 대남 비난도 하지 않고 조용하다. 더 큰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향후 몇 달간 한국 관광객이 가지 않아도 북한은 할 말이 없게 된다. 드라마로 치면 예상치 못하게 촬영이 중단된 셈이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움츠러든 뒤 김정은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계획대로 공포 시리즈를 계속 제작할지, 아니면 결말이 공개된 시나리오를 폐기할지 알 수 없다. 어떻게 되든 놀라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살면서 북한이 세운 시나리오가 그들의 의도대로 마무리된 적을 거의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북한 당국이 중국을 거쳐 들어온 입국자를 한 달간 격리하고, 중국 등을 통해 코로나19 진단 키트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동계훈련 규모도 큰 폭으로 축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없다고 밝혔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16일 대북 소식통은 “북-중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등을 통해 북한에 들어온 사람들을 신의주에 1개월간 격리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진단·방역 체계가 취약하고 치료를 위한 의료설비, 장비, 인력마저 부족한 북한은 중국처럼 주거지역들을 아예 폐쇄해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는 ‘봉쇄식 관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12일부터 코로나19 의심 환자에 대한 격리기간을 기존 14일에서 30일로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북한 당국은 중국 주재 공관 등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키트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중국 등에 나와 있는 관계자들에게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알 수 있는 진단 키트들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구역에 있는 평양우의병원 정도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19 여파와 경제난으로 올해 북한군의 동계훈련 규모는 큰 폭으로 축소된 것으로 파악됐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실시 중인 동계훈련의 참가 인원 및 규모를 줄이고 있다. 특히 이착륙, 원거리 비행에 기름이 많이 소모되는 공군 전투기 훈련이 큰 폭으로 줄면서 훈련에 참가한 북한의 공군 전력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감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정규군 창설 72주년이 되는 8일 건군절에 당초 대규모 열병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격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염병 방지를 위한 모든 대책을 총괄할 정도로 방역망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15일 ‘위생방역사업을 더 강하게, 더 광범위하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에 신형 코로나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은…”이라며 확진 환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0일부터 중국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 열차 운행을 중단해 국경을 봉쇄한 상태다. 하지만 복수의 북한 소식통은 평안북도 신의주 압록강변에 있는 강성무역회사 전용 부두를 관리하는 보위지도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강성무역회사는 북-중 무역을 위한 전용 부두까지 갖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로, 북한 광물 밀수출(密輸出) 업체 중 가장 크다. 대북 소식통은 “확진자가 국경 폐쇄를 선언한 지난달 30일 이후 밀무역을 위해 몰래 중국에 다녀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대책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군법으로 다스리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어 감염자는 처형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당국은 신의주를 완전 봉쇄했으며, 신의주시 노동당위원장은 코로나19 예방대책사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즉각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주성하 zsh75@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규진 기자}

북한 북부 나선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조치로 격리됐던 관료가 몰래 공공시설에 갔다는 죄명으로 총살됐다고 북한 소식통들이 12일 전했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0일 국경을 봉쇄하고, 그 이전에 중국에 다녀왔거나 중국인과 접촉한 사람은 무조건 보름 동안 격리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격리 기간에 지정 구역을 무단이탈하는 행위에 대해선 ‘군법으로 다스리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중국을 다녀왔다가 격리된 한 무역 관련 관료가 이달 초 몰래 대중 목욕탕을 방문했다가 발각돼 체포됐고 곧바로 총살형을 받았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들은 또 평안북도에서도 중국 방문 사실을 숨겼던 국가보위성 대령급 고위 간부가 최근 농장원으로 전격 강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설 연휴에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지 6년여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김경희가 죽었다고 알고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장성택도 부활하는 것 아니냐고 묻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장성택이 부활할 일은 없다고 본다. 2013년 12월 13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판결문을 보면 장성택에겐 ‘반당반혁명 종파분자, 만고역적, 대역죄인’ 등의 죄명이 들씌워졌다. 이 중 하나만 해당돼도 북에선 살아날 사람이 없다. 판결문은 맨 마지막에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 집행되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12월 12일 이전에 장성택을 죽였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제 장성택이 살아 나타나면 김정은은 지금까지 잔악한 지도자로 욕은 욕대로 먹고, 또 세계와 북한 주민의 신뢰까지도 철저히 잃게 된다. 장성택 처형 이후 수많은 그의 심복들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김경희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장성택 처형에서 김경희가 보인 태도에 대해선 그가 남편의 처형을 승낙했다는 주장과 강하게 반대했다는 주장이 엇갈린다. 김경희는 김씨 패밀리의 어른이자 장성택의 아내이다. 이런 그가 어떤 선택을 했을지는 아주 상식적인 문제다. 김경희와 장성택은 1990년대부터 사실상 별거 상태였다. 게다가 하나밖에 없던 자식인 장금송마저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자살했다. 그나마 부부의 연을 이어주던 끈이 끊긴 것이다. 20대 중반의 어린 김정은이 권좌에 오르자 중국은 이를 북한을 변화시킬 절호의 기회로 봤다. 2012년 8월 중국은 김정은도 아닌 장성택을 베이징으로 불렀다. 이때 중국 지도자들은 그에게 “개혁개방으로 간다면 실질적 권력을 잡도록 적극 밀어주겠다”는 언질을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비밀은 북에 전해졌다. 유출자로 지목된 저우융캉(周永康)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은 장성택이 처형된 직후 체포돼 국가비밀 누설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권력은 둘이 나누지 못한다. 만약 어린 조카를 우습게 보고 야심을 키운 장성택이 중국이란 엄청난 힘을 등에 업고 북한을 장악하면 김씨 가문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백두혈통을 자처하는 김씨 가문 최고 어른 김경희는 패밀리와 허울뿐인 남편 중 누굴 택할까. 북한은 사실상 김씨 패밀리가 오너인 재벌과 비슷하다. 창업주 김일성, 2대 김정일, 그리고 3대 김정은까지 내려왔다. 한국 재벌 중에 대가 끊기지 않았는데도 재벌의 딸이 남편을 선택해 성이 다른 사위에게 기업이 넘어간 사례는 없다. 패밀리 기업의 특징이 바로 이렇게 핏줄이 최우선 순위라는 점이다. 한국에는 장성택 숙청 이후 장씨 핏줄 3대가 멸문지화를 당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장성택 숙청 이후 그의 먼 친척들까지 보위부에 잡혀간 것은 사실이다. 이웃들은 그들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에 알려지지 않은 반전이 있었다. 장씨 집안은 사라진 지 일주일 만에 다시 평양에 나타났다. 장성택 조카들을 포함해 대다수가 거주지는 물론이고 직업까지 원상 복구됐다. 부관참시를 해도 모자랄 ‘만고역적, 대역죄인’인 장성택의 두 형은 지금도 ‘애국열사릉’에 애국자로 대접받으며 묻혀 있다. 물론 장성택의 혈육 중에 함께 권력의 단맛을 봤던 몇 명은 처형된 것도 사실이다. 장씨 집안의 복권은 몇 년 전에 정보를 들었고, 최근 내막을 잘 알 수 있는 소식통에 의해 교차 확인도 했다. 이들을 살려낸 것도 다름 아닌 김경희였다. 장성택의 제거로 힘이 빠진 그의 패밀리까지 멸족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김경희는 장성택과 사이가 나빠지기 전엔 장씨 집안의 어른 역할도 같이하며 시댁 식구들을 엄청 챙겼다. 그래서 아기 때부터 돌봐주며 키웠던 시댁 조카들까지 죽일 만큼 모질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김경희가 죽은 뒤에도 장씨 집안이 잘 살아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이 시점에 김경희는 왜 다시 등장했을까. 자신이 죽기 전에 김정은을 고모까지 죽인 파렴치범의 이미지에서 구해주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급격히 악화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체제 유지를 위한 공포의 악역을 자처하려는 것일까. 그 해답은 머잖아 자연히 알려지게 될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지난해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 직전 김정은은 정경택 국가보위상을 불러 보위성에 김정일 동상을 다시 세울 것을 지시했다. 동상 해체를 지시한 지 거의 3년 만이다. 동상 건립 자금도 대줄 형편이 못 돼 보위성은 올 초 모금을 시작했다. 김정일 동상이 보위성에 건립된다는 것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실 김정은 집권 이후 김정일 단독 동상을 구내에 제일 처음 세운 것이 국가보위성이다. 2012년 10월 동상 건립 행사에 김정은도 참석했다. 그런데 2017년 1월 이설주 외가 쪽 친척인 강기섭 민용항공총국장이 보위성에 끌려가 취조를 받던 중 사망하자 김정은이 대로했다. 그는 김원홍을 즉각 해임시켜 조사를 받게 하고 보위성 간부 3명을 처형했다. 그것으로도 화가 풀리지 않아 “국가보위성은 수령님들의 동상을 모실 자격이 없다”며 동상을 즉각 해체하라고 지시했다. 그랬던 김정은이 김원홍을 지난해 총살하고, 후임인 정경택 보위상에게 동상 건립을 다시 지시한 까닭은 명백하다. 한동안 불신했던 보위성에 다시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다. 보위성에 대한 재신임은 공포통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다. 김정은은 북-미 관계가 의도대로 풀리지 않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자인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수많은 사람이 굶어죽었던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경제가 파탄나면 민심 이반은 필연적이다. 주민을 통제하려면 외부를 향해 시선을 돌리게 하거나, 내부적으로 공포통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 도발은 쉽지 않다. 미국의 행동이 예측 불허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총사령관을 제거했듯이 북한의 도발에 상응한 군사적 보복을 가한다면 김정은은 궁지에 몰린다. 주민을 향해 수십 년 동안 “미국이 무서워하는 위대한 장군”이라 세뇌시켰는데, 미국의 공격을 받고도 가만있으면 비웃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에 보복하려니 감당할 자신이 없다. 결국 김정은이 확실히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내부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불안한 민심을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방법밖에 없다. 그걸 위해 보위성이 필요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지켜본 북한인지라 앞으로 보위성이 무엇을 할지 예상하기 어렵진 않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조만간 미제 또는 한국에 의한 간첩단을 적발했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대적인 반간첩 투쟁과 내부 처형을 시작하는 것이다. 피바람이 분다는 뜻이다. 보위성은 지금쯤 필요한 순간에 간첩으로 둔갑시킬 희생양을 열심히 고르고 있을 터이다. 손쉬운 수법은 북-중 국경에서 외부와 통화하는 사람 몇 명을 몰래 색출해 점찍어둔 뒤 간첩단으로 둔갑시킬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정부가 구상 중인 대북 개별관광이 시작됐을 때 한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간첩으로 체포되는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과거 보위성이 간첩을 잡았다고 연 기자회견들을 보면 시나리오가 너무 엉성해 실소가 나오는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2016년 7월 16일 노동신문에 주성하란 이름이 10번이나 오르내린 일도 있었다. 당시 북한은 북-중 국경에서 납치한 탈북자 고현철 씨를 간첩이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주성하 놈은 ‘동아일보’ 기자의 탈을 쓰고 미국과 괴뢰정보원의 막후조종을 받으며 우리 주민들에 대한 유인납치 만행을 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나를 “남조선의 ‘북 인권’ 단체들을 배후조종하는 수잰 숄티의 ‘디펜스포럼’과 연결돼 미국과 남조선의 유인납치 단체들 사이에 자금을 중계해주고 연계를 맺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숄티 대표를 만난 적도, 대화한 적도 없는데 너무 터무니없이 엮으니 어이가 없었다. 보위성은 발표 내용에 등장하는 다른 탈북민들에 대해선 ‘민족 반역자’라고 지칭하면서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렸지만, 나에 대해선 그런 수식어를 빼놓았다. 탈북한 사람이 동아일보 기자를 한다는 사실만은 주민에게 숨기고 싶었던 모양이다. 보위성은 앞으로 간첩단 사건을 발표해도 내겐 막을 능력이 없다. 다만 ‘주성하의 지시를 받는 간첩’을 잡았다는 치졸한 시나리오는 없길 바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2017년 10월 12일 평양 만경대혁명학원 창립 70주년 행사가 열렸다. 항일 빨치산 유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1947년에 설립된 이 학원은 지금도 북한 체제를 수호하다 죽은 사람들의 자식을 데려와 핵심 간부로 양성한다. 이날 학원을 찾은 김정은은 학원을 돌아보며 예술 공연도 관람한 뒤 운동장에 나왔다. 그런데 이런 행사에 늘 세트처럼 준비되는 체육 경기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은 옆에 있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에게 “왜 체육 경기를 조직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당시 68세였던 황병서는 우물쭈물하다가 33세 김정은이 재차 묻자 입냄새가 날까 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중앙당과 토론을 하고 그렇게 했다”고 대답했다. 이 대답에 김정은은 “중앙당이 너와 토론하는 상대냐”며 버럭 화를 내고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차에 올랐다고 북한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은 노동당은 혁명의 향도자, 승리의 기치라고 선전한다. 노동당의 두뇌인 중앙당은 철저히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누구와 토론이나 합의를 보는 곳이 아닌 것이다. 황병서는 당시 명목상 북한의 2인자였다. 그는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아경기 때 김정은의 전용기를 타고 특사 자격으로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을 대동하고 남쪽에 와 주목을 받기도 했다. 2017년에도 김정은을 포함해 단 4명뿐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었고,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북한군 총정치국장, 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었다. 이런 황병서조차도 마음대로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는 것이다. 물론 김정은이 화를 낸 것은 비단 체육 경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군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하는 황병서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였다가 폭발했다고 봐야 정확할 것이다. 다음 날 군 총정치국에 대한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시작됐다. 수장인 황병서를 비롯한 총정치국 간부 몇 명은 ‘혁명화’를 시작했다. 황병서에게 주어진 혁명화는 중앙당 잡부였다. 하루 종일 넓은 중앙당 청사 구내를 빗자루로 쓸고 정원의 화초를 다듬는 등 온갖 잡일을 다 했다. 가장 큰 굴욕은 출퇴근 시간에 중앙당 청사 정문에 서서 어제까지 부하였던 간부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해야 했던 일이었다. 중앙당이 어떤 곳인지 ‘촌수’를 까먹은 황병서에 대한 김정은의 확실한 교육이었다고 할 수 있다. 황병서가 혁명화를 시작하고 한 달쯤 뒤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그가 “당에 대한 불순한 태도 때문에 처벌됐다”고 보고했다. 이후 황병서가 처형됐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난무했다. 하지만 황병서는 이듬해 2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북한에서 발표한 그의 직책은 노동당 1부부장이었다. 이를 기초로 통일부는 그가 조직지도부 1부부장에 올랐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실제로는 이때 황병서가 선전선동부 1부부장으로 복권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살아나는 듯했던 황병서는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모습을 감추었다. 지난해 7월쯤 황병서의 운명이 완전히 끝났다는 정보가 북한에서 입수됐다. 떵떵거리며 살던 황병서의 집안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황병서의 셋째 사위다. 황병서의 배경을 등에 업고 가장 교만하게 놀던 사람 중 하나인 그가 사라진 것이다. 국토환경보호성 당위원회 간부처장으로 장인이 혁명화할 때도 무사했던 인물이다. 반년 가까이 황병서가 어떻게 됐는지 알기 위해 각방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처형된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과 달리 황병서의 행방은 쉽게 파악되지 않았다. 교화소에 갇혔다는 정보, 평양 근교 노동자로 강등됐다는 정보 등이 혼재돼 있었다. 하지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은 황병서가 지난해 5, 6월경에 김원홍과 함께 처형됐다고 전해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황병서가 처형됐다고 보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처형 보도의 특성상 단언하진 않겠다. 여러 정보를 종합하면 황병서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김정은은 2인자였던 황병서나 김정은의 ‘저승사자’였던 김원홍은 내외부에 줄 충격 때문에 간부들도 모르게 조용히 없앤 것으로 보인다. 차수 왕별을 달고 김정은 앞에 무릎 꿇은 채 손으로 입을 막고 보고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준 황병서였지만, 토사구팽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음 순서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논문 조작 의혹으로 시작된 이른바 ‘조국 파동’은 올 하반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그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재임 때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어 조국발 국정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대책이 쏟아졌지만 집값은 떨어질 줄 몰랐고, 무역 갈등과 지소미아 종료 논란으로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탄핵받을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 몇몇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커 내년 전망마저 어둡게 하고 있다.<국내 10대 뉴스>1.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 부정 의혹 올 8월 9일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명되면서 조 전 장관 가족의 도덕성 논란이 불거졌다. 딸의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와 사모펀드 투자 등으로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이례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대학가와 서울 광화문에선 조국 사퇴 요구 집회가, 서초동에선 검찰 개혁 촉구 맞불 시위가 벌어졌다. 지명 67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부인과 동생, 5촌 조카가 구속됐고, 조 전 장관도 기소될 예정이다. 2.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 범위와 제재 해제 등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결렬됐다.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긴급 회동해 한반도 긴장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10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마저 결렬되면서 한반도는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3. 정부 대책에도 집값 폭등 올해 내내 서울 집값이 전 국민의 관심사였다. 정부의 잇따른 대책에도 서울 집값은 꺾일 줄 몰랐고, 그 상승세는 시간이 갈수록 가팔라졌다. 반년 만에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아파트값이 수억 원씩 뛰면서 ‘미친 집값’이라는 말까지도 터져 나왔다. 정부는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부활시키고, 이달에는 15억 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강력 대책을 쏟아냈다.4. 유재수 감찰 무마 및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 2017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무마하고 영전을 이어가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수뢰 혐의로 올 12월 구속됐다. 감찰 중단을 요청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에 더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 청와대를 직접 겨냥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5. 일본 제품 불매 운동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은 일본은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통해 경제 보복에 나섰다.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을 막고,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에서 한국을 배제했다. 우리 정부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며 반격을 가했다. 11월 이후 양국 관계는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만 배상문제의 해법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6. 화성 연쇄살인 진범 이춘재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 정체가 33년 만에 드러났다. 올해 9월 경찰은 처제를 강간 살인해 무기수로 복역 중인 이춘재(56)의 유전자(DNA)가 화성 사건 피해자 유류품에서 나온 땀 세포 DNA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춘재는 총 10건의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옥살이를 했던 윤모 씨(52)는 지난달 재심을 청구했다.7. 헝가리 유람선 침몰로 한국인 26명 사망 실종 5월 29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대형 크루즈선과 충돌하며 침몰했다. 이 사고로 배에 탔던 한국인 관광객 33명 중 25명이 숨졌고, 한 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현지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유람선에는 선원이 부족했고 우천 시 운항에 필요한 장치도 없었다. 유람선을 들이받은 크루즈 ‘바이킹 시긴’호의 유리 C 선장은 현재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이다.8.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올해 ‘로켓’을 탔다. 한국 영화 최초를 넘어 세계 영화의 마천루를 향해서.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잇달아 챙겼다. 내년 열리는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의 수상 가능성도 기대된다. 사회적 메시지에 스릴, 유머를 섞은 봉준호식 블랙코미디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한국영화 역사의 미답지를 밟아가고 있다.9. ‘차붐’ 넘어선 손흥민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이 한국 축구역사를 새로 썼다. 11월 7일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통산 123골로 차범근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세웠던 한국인 유럽 최다골(121골) 기록을 넘어섰다. 26일 현재 126골. 손흥민은 한 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투표에서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인 22위에 올랐다. 10. 선거법·검찰개혁 법안 패스트트랙 지정 논란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는 올해 4월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 여야 간 사생결단식 충돌은 올해 내내 이어졌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 4·15 총선은 새로운 지형에서 치러지게 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 체제의 악명 높은 저승사자였던 74세의 김원홍 전 국가보위상이 올해 5, 6월 사이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정은 체제가 막 첫걸음을 떼던 2012년 4월 국가보위부장으로 임명돼 2017년 1월 해임될 때까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비롯한 수많은 고위 간부 처형에 앞장섰다. 김원홍이 2003∼2010년 사이 북한군 보위사령관(한국 기무사령관과 비슷함)으로 있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의 손에 처형당한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저승사자도 토사구팽의 운명은 피하지 못했다. 어쩌면 예고된 결말이기도 하다. 1973년 국가보위부 창설 이래 이 죽음의 부서 수장들은 모두 자살이나 처형,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김원홍의 몰락을 불러온 결정적 계기는 2017년 1월 말 강기섭 민용항공총국 총국장을 죽게 만든 사건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정은이 노동당 후보위원에 불과한 강기섭의 빈소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며 시신을 쓰다듬는 장면이 북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강기섭은 김정은의 처가 쪽 친척인데, 단순한 친척 이상의 역할을 했다. 김정은의 역점 사업이던 순안공항 신축 공사를 완성한 이가 강기섭이었다. 이때 건설 자금을 해결하기 위해 고려항공총국 운송회사가 만들어졌다. 북한에는 택시 영업으로 돈을 버는 다양한 중앙기관 소속 운송회사가 많다. 2017년 당시 고려항공에는 소속 택시의 숫자도 가장 많았고 운행법에서 특혜도 많이 받았다. 이렇게 번 돈으로 강기섭은 공항 신축을 마무리했다. 나아가 김정은의 새 전용기까지 러시아에서 사왔다. 장성택을 비롯해 북한의 내로라하는 간부들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을 해낸 것이다. 강기섭이 잘나가자 김원홍은 뒷조사를 시작했다. 비리가 많으니 직접 조사하겠다고 김정은의 승낙도 받았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받은 혹독한 고문에 강기섭이 그만 쓰러졌고, 이송된 병원에서 의식도 차리지 못한 채 죽었다. 강기섭이 입을 열지 않고 죽다 보니 김원홍은 무고한 사람을 죽인 셈이 됐다. 김정은은 격노했다. 김원홍은 그때까지 칼잡이로서 결단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정은의 신임만 믿고 사람들을 무작정 잡아다 심한 고문을 일삼다 보니 원성이 자자했다. 사실 깨끗한 간부도 없거니와, 보위부 조사실에서 거꾸로 매달려 전기고문을 받다 보면 안 한 짓도 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분노에 찬 김정은은 용도 폐기 결정을 내렸고, 김원홍을 곧바로 해임했다. 보위성엔 집중 검열이 시작됐고, 그 결과 조직부 간부 3명이 처형됐다. 김원홍은 몇 달 조사를 받고 북한군 총정치국 보위사령부 담당 과장으로 좌천됐다가 2년 뒤 처형됐다. 요즘 김정은은 현직에서 바로 죽이지 않는다. 쩍하면 죽인다는 해외 여론을 의식해서다. 그 대신 언론의 주목에서 사라지길 기다렸다 처형한다. 김원홍은 미국에 핵 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다 처형됐다. 터무니없는 죄명이었다. 김원홍의 가족도 동반 몰락했다. ‘철’이란 외자 이름으로 알려진 김원홍의 아들은 한때 해외에서 김정남 다음으로 돈을 흥청망청 쓰던 인물이었다. 그는 통일전선부 산하의 해외출장소 책임자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근무하며 마약, 위조화폐 밀매 등 온갖 불법을 저질렀다. 현지 경찰에도 여러 차례 체포됐는데, 그때마다 보위성 해외 파견 요원들이 총동원돼 구출해냈다. 뇌물로 꺼내지 못하면 인질극까지 벌여 맞교환하기도 했다. 나중엔 현지 경찰이 “붙들어 봐야 또 풀려날 놈”이라며 체포할 생각조차 하지 않을 정도였다. 대다수 북한 고위간부나 그 자식들과 마찬가지로 김철도 마약중독자였는데, 중독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아버지가 해임돼 조사를 받을 때 김철은 심장발작을 일으켜 죽을 뻔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처형됐으니 마약중독자 아들의 결말도 뻔했다. 나는 이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김원홍에게 비참한 말로의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의 후임 정경택 국가보위상도 결코 다를 수 없다. 정경택은 군 총정치국 조직부장이던 2016년 2월 리영길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비판하는 노동당 확대회의에서 김정은에게 “가장 맵짜게 토론을 잘한 똑똑한 사람”이란 칭찬을 받았다. 이후 그는 보위성 당 사업을 지도하는 중앙당 8과 책임지도원으로 영전했다가 보위상까지 출세했다. 부디 정경택이 “나만은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전임자들의 교훈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북한 체제에 예외란 없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뉴스를 다루다 보면 일반 상식으로 예상하기 어려운 기상천외한 일을 경험할 때가 있다. 2005년 8월 북한 신의주지역 거주민에게서 현지 사업가의 비리 제보를 받은 일이 대표적이다. 노동당 원자력지도부 산하 강성무역회사 강모 사장(당시 47세)이 임금을 떼어먹고, 노인들을 구타하고, 첩을 4명이나 두고 있는데도 처벌받지 않고 잘산다는 내용이었다. 제보자는 참다못한 사람들이 중앙당에 신고했지만 강 사장에게 매수된 주요 간부들이 제보를 묵살하고, 신고자의 신원만 노출돼 피해를 본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 언론에 이런 내용이 실리면 북한 고위층도 비리 사실을 알게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화교를 통해 기자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수고도 감수했다. 결국 이 내용은 동아일보에 기사화됐고, 강 사장은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최근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다. 이번에는 강원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지막지한 약탈을 고발해 달라는 북한 주민의 제보였다. 대북 제재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김정은은 올해 “사법기관이 산림자원을 중국에 팔아 돈을 버는 장사꾼들을 단속 통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잣 도라지 더덕 오미자 등과 같은 산지 식물을 국영 무역기관이 관리하면서 수출도 하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제보자에 따르면 강원도 간부들은 김정은의 지시를 앞세워 개인 상인에 대한 약탈 허가라도 받은 듯이 무지막지한 단속을 일삼고, 상인들의 물품을 빼앗아 개인적으로 착복하고 있다. 강원도당 위원회는 “비법(불법)적인 장사 활동을 타격하여 자금난을 극복하라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며 아예 도 검찰소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웠다. 북한에서 산이 많은 강원도는 잣이 유명하다. 이곳에서 잣을 구입해 중국으로 팔던 개인 상인들이 이번 조치로 특히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함경북도 출신 상인들이 당한 피해액만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재산을 날리고 파탄 위기에 내몰린 이들도 생겼다. 잣과 누에고치를 비롯해 약 12만 달러어치를 몰수당한 함북 김책지역의 한 여성은 ‘빚단련(빚 재촉)’에 시달리다 견디지 못하고 아비산을 먹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잣 구매 자금은 대개 선불로 치러진다. 양강도 혜산에서는 대금을 주고도 잣을 받지 못하자 앙심을 품은 중국 상인이 살인 청부를 의뢰해 중태에 빠진 남성도 발견됐다. 중국인의 빚 독촉에 북한 상인이 여성과 아이들을 유괴해 중국에 팔아먹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잇따르고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아무런 조치도 나오고 있지 않다.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결부돼 있어서다. 강원도 잣 몰수 작업은 강원도 검찰소 7처장 한철민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십분 활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다. 몰수한 최상품 잣을 몰래 최고가인 6000달러에 팔아치운 뒤 몰수조서엔 품질이 나쁜 상품이어서 2000달러에 처분했다고 적고 차액을 빼돌리는 식이다. 그는 이 외에도 다른 산림 자원과 수산물 등을 당의 방침에 따라 취하는 조치라며 마구잡이로 몰수하거나 불법행위를 눈감아 주며 사욕을 챙기고 있다. 한철민은 또 원산시내 젊은 미모의 여성 상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보호해 준다는 명분을 내세워 성관계를 맺거나 협박을 통한 성폭행도 수시로 일삼는다고 한다. 북한에선 돈 많고 여자 많은 권력자들 대부분이 마약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철민도 예외는 아니어서 늘 차에 필로폰 10g 정도를 싣고 다닐 정도로 마약에 중독돼 있다. 한철민의 뒷배를 봐주는 인물이 있다. 박정남 강원도 도당위원장이다. 그는 6·25전쟁 당시 소년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경력을 인정받아 한국의 도지사 격인 도당위원장까지 올랐다. 3년 전 국가보위성에서 그의 비리를 알고 제거하려 했다. 하지만 김원홍 보위상이 먼저 숙청되면서 그에 대한 처벌 문제는 유야무야됐다. 박정남 역시 필로폰 중독자다. 강원도는 김정은이 자주 방문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박정남 같은 탐관오리가 김정은의 뒤를 쫓는 모습을 지켜보는 북한 주민들의 심정은 어떨까. 19세기 말 갑오농민전쟁은 고부군수 조병갑의 약탈을 참지 못한 백성들이 들고일어나면서 시작됐다. 현 상황을 내버려둔다면 김정은의 고향인 원산에서 경자년인 내년에 인민봉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1997년 북한에서 사기당한 중국인 사업가 50여 명이 시위를 하려 관광객으로 위장하고 평양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고려호텔에 들어왔다. 고려호텔에서 노동당 중앙당사 정문은 400m 정도 떨어져 있다. 중앙당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 당국이 대책을 세워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이들이 호텔 앞에서 시위를 벌이려 할 때 뒤늦게 상황을 깨달은 북한 관광 가이드 두 명은 필사적으로 이들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마침 지나가던 군용차 한 대가 이 광경을 봤다. 군관 두 명이 내리더니 차에 시동을 걸 때 사용하는 쇠막대기를 들고 고함을 지르며 시위대에 달려들어 마구 때렸다. 중국인들은 혼비백산해 호텔로 도망쳤다. 다음 날 평양 주재 중국 대사관은 “군인들의 폭행에 우리 공민 여러 명이 다쳤다”고 항의했다. 북한은 사과했다. 정작 김정일은 “군관들이 진짜 배짱이 좋다”며 특진시켜 주었고,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22년이 지난 요즘에도 이런 일은 계속되고 있다. 평양시내 여러 호텔에는 떼인 돈을 받겠다고 들어와 버티는 중국 상인들이 적잖다. 몇 년씩 버티다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 있는 만수대 언덕에 올라가 난동을 부리는 중국인도 있다. 이런 일이 김정은에게 보고되면 대외적 위신을 하락시켰다는 이유로 채무자는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중국인도 입국이 금지돼 북한에 다시 올 수 없다. 이런 분쟁 처리는 중앙당 해외사업부가 담당한다. 북한 간부들은 이런 일을 처리하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다. 이는 북한 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요즘 이런 분쟁 중재에서 중국인들의 환영을 받는 여인이 나타났다. 최선희 국무위원 겸 외무성 부상의 조카 최수경이다. 최선희의 오빠가 중앙통계국 국장인데, 그의 딸이다. 최수경은 대중 석탄 수출을 하는 무역기관에서 일했다. 대북 제재로 석탄 수출이 막히자 새로운 돈벌이를 위해 ‘해결사’로 변신한 셈이다. 그는 평양에서 버티는 중국인들을 만나 사연을 듣고 관련 내용을 최선희에게 전한다. 떼인 돈을 받아주면 총금액의 30∼50%를 수수료로 받는다. 중국인들은 최선희가 실세라는 사실을 잘 알기에 최수경에게 적극 매달린다. 북한 관계자들도 최선희가 개입하면 어떻게 하든 돈을 갚아주려 한다. 최선희가 김정은에게 말하면 회사는 사라지고 자신은 감옥에 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이 해결되면 최수경은 수수료를 받고, 상당 금액을 최선희에게 건넨다. 이런 식으로 최선희가 챙긴 돈이 수십만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에서 최선희식 비리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권력을 가진 간부 거의 대부분이 권력을 이용해 뒷돈을 챙기기에 바쁘다. 다만 대북 제재를 풀어야 할 최선희가 대북 제재로 어려워진 북한 업체들에서 돈을 받는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김정은은 요즘 원산갈마관광단지 조성을 위해 쓸 돈이 없어 고민인데, 최측근은 몰래 달러벌이에 열심인 모양새다. 최선희는 남쪽 신문에 이런 식으로 자신의 비리 사실이 폭로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사실 이 얘기를 쓸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의 전임 한성렬 부상도 뇌물죄로 처형됐었다. 하지만 공개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최선희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행동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이 끝난 뒤 외무성은 회담 파탄의 책임을 통일전선부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리며 그들 때문에 김정은이 망신당한 것처럼 몰아갔다. 그 결과 올해 5월 김영철은 당 책벌을 받고 통전부장 자리에서 밀려났다. 김성혜 실장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고, 김혁철 전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박철 아태 부위원장은 출당·철직돼 가족과 함께 지방에 추방됐다. 외무성의 입김이 커지면서 남북 관계도 파탄 났다. 요즘 외무성도 매우 초조해진 듯한 느낌이다. 시간은 하염없이 가는데 성과가 없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과 최선희는 요즘 미국을 압박하는 성명을 연이어 발표했다.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 지난 칼럼에서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의 실각 내막을 자세히 다룬 뒤 김정은은 북한 장성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켰다. 정보가 새나간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통전부의 복수를 해주는 듯한 이 칼럼이 나가면 통전부나 외무성 간부들의 스마트폰 사용도 금지될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스마트폰을 쓰는 것과 이 칼럼은 전혀 관련이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군 관련 조직 간부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전면 금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군 관련 기관의 비밀엄수가 되지 않는다”며 군사 관련 기관 간부들의 지능형손전화기(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군 총참모부 총정치국 인민무력성 인민보안성(경찰) 국가보위성(한국의 국가정보원에 해당) 간부들은 27일부터 ‘비아(VIA)전화기’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비아전화기는 고위급 간부들에게 지급된 비밀유지용 2G폰으로, 전화와 문자만 가능하다. 그러나 간부들은 도청이 되는 비아전화기의 사용을 꺼려 지금까지 스마트폰을 써왔다. 소식통들은 “이번 조치는 김정은 집권 이후 처음으로 실각된 리영호 전 북한군 총참모장(77)이 필로폰 사건에 연루됐다는 북한 내부의 극비 사항이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등 군 관련 기관의 비밀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외부로 새나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했던 리 전 총참모장은 실각한 지 3년 뒤인 2015년 북한군 총참모부 작전국 1처 부처장으로 평양에 돌아왔고, 2017년 김일성군사대학 전술부학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는 14일자에 게재된 ‘마약에 빠져 파면된 북한군 총참모장’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리 전 총참모장이 필로폰 사건에 연루됐다는 북한 내부의 극비 사항을 자세히 다룬 바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