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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무인자동차(자동운전자동차) 개발에 주력해 온 구글이 미국 특허청(PTO)에서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다고 16일 BBC 등이 보도했다. 이로써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목적지까지 움직이는 꿈의 자동차 시대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지게 됐다.구글이 올 5월 신청해 이달 13일 받은 이 특허 기술은 차가 멈췄을 때 주차공간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차량의 현 위치와 진행 방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 구글은 아직 무인자동차의 상용화 시점을 못 박지 않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는 10년을 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구글은 자사의 웹지도인 ‘스트리트뷰’와 비디오카메라, 각종 센서 등 인공지능을 결합해 무인자동차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도요타 프리우스와 아우디TT 등의 모델에 여러 첨단 장비와 기술을 적용한 뒤 실제 도로에서 주행 실험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들 차량은 태평양 연안의 1번 고속도로 등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 곳곳에서 20만 마일(약 32만 km) 가까이를 달렸지만 거의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험 주행은 사람이 작동에 부분적으로 개입하는 형태였지만 이 중 1000마일은 아무런 도움 없이 기계의 힘으로만 달렸다. 다만 캘리포니아 주 구글 본사 근처에서 접촉사고가 한 차례 있었는데 사고 당시 무인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이 차량을 제어하고 있었다.시험 주행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구글은 인공지능 자동차가 일반도로에서 다닐 수 있도록 해 달라며 네바다 주를 상대로 로비를 벌여 올 6월 승인을 받았다. 이로써 네바다 주는 세계에서 무인자동차를 위한 교통규칙을 갖추는 첫 지역이 됐다.구글 측은 무인자동차가 음주나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완전 차단할 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도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글에서 무인차 개발을 총지휘하고 있는 제바스티안 트룬 스탠퍼드대 교수는 “모든 차량이 무인자동차가 되면 차들이 기차처럼 가까이 붙어 동시에 움직일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기름값과 차량 정체도 모두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특허 획득으로 구글이 무인자동차 상용화를 주도하는 모양새지만 세계 각국에서 개발 경쟁은 이어지고 있다. 독일에서도 베를린자유대 연구진이 폴크스바겐의 ‘파사트’를 기반으로 무인자동차를 개발하고 올해 시험운행을 마쳤다.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무인자동차 관련 연구가 활발하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율 주행 자동차 연구경진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이는 본격적인 무인자동차 양산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주행 보조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세계 최대 부호 중 한 명이자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이 5년 뒤 첫 발사를 목표로 상업용 우주선 개발에 나섰다. 이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올 7월 30년간 이어져 오던 우주왕복선 사업을 끝낸 이후 민간에서 바통을 이어받는 첫 시도다.앨런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주선 엔지니어인 버트 루턴과 손잡고 대형 우주선을 만들 예정”이라며 “2015년 시험비행을 거쳐 2016년 첫 무인발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앨런은 모선 역할을 하는 항공기에 로켓을 부착해 이륙시킨 뒤, 로켓을 공중 발사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상에서 직접 로켓을 쏘는 것보다 연료비가 적게 들어 경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모선은 보잉 747 여객기의 엔진 6대를 장착하고, 좌우 날개폭이 축구장보다 긴 116m의 초대형 항공기로 제작된다. 앨런은 이 모선으로부터 우선 무인로켓이나 상업위성을 발사하고, 앞으로 10년 안에는 ‘유료 승객’들을 정기적으로 우주에 태워 나르는 본격적인 상업 우주여행의 시대를 연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앨런은 “내가 어렸을 때 미국의 우주 프로그램은 열망의 상징과도 같았고 우주의 매력은 내게 여전히 남아있다”며 “이번 계획은 미국을 우주개발의 선두주자로 유지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시리아군이 반정부 세력의 최대 거점인 중부도시 홈스를 포위하고 최후통첩을 보냄에 따라 약 30년 전 ‘하마의 대학살’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현 대통령의 부친인 하페즈 당시 대통령은 1982년 무슬림형제단 주도의 반란을 무력 진압해 주민 2만 명을 학살한 바 있다.12일 자유시리아군 등 시리아 야권에 따르면 정부는 9일 홈스의 시위대에 “앞으로 72시간 내(현지 시간 12일 밤까지)에 무기를 반납하고 투항하지 않으면 폭격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야권 인사로 구성된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그동안 수집한 증거로 미뤄볼 때 정권이 홈스의 반체제 운동을 진압하고 다른 도시에도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대학살을 계획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현재 홈스에는 전기와 수도, 통신 서비스 등이 끊겼고 산발적인 교전 소리가 들리는 등 통첩 시한이 다가오면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한편 11일 시리아 전역에서는 정부의 시위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총파업이 일어났다. SNC는 “혁명의 승리와 민주국가 건설을 위한 총파업이 전국 12개 주에서 시작됐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이날도 어린이 5명을 포함해 23명이 숨졌다. 이런 가운데 시리아 당국은 이미 예정돼 있던 지방의회 선거를 12일 강행했다. 전국에서 약 1만7500명을 뽑기 위해 4만3000명이 후보로 등록한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오랜 기간에 걸친 정국불안의 영향으로 매우 저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홈스의 한 주민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린 선거를 하는 줄도 몰랐다”며 “홈스 거리에선 알아사드 정권의 꼭두각시나 다름없는 후보들의 사진을 누구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주택에 불이 나 소방차가 출동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은 불은 끄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불난 집이 ‘소방 요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가 ‘정의란 무엇인가’ 강의 때 토론을 위해 제시했던 상황과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 실제로 발생했다.11일 현지 지역 언론에 따르면 5일 오전 5시경 테네시 주의 한 외딴 농촌마을에 사는 비키 벨 씨의 이동식 주택에 불이 났다. 잠자던 그를 벨 씨의 애완견이 깨웠을 때 집 안은 이미 연기로 자욱한 상태였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집을 탈출한 벨 씨는 즉시 ‘911’에 화재 신고를 했다.신고를 받은 인근 소도시 사우스풀턴의 소방대원들은 즉각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트럭 등 화재 진압장비를 모두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출동과정에서 벨 씨가 연간 75달러(약 8만6250원)의 소방 요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소방대원들은 차의 시동을 끄고 한가하게 도로 한편에 앉아 불구경만 했다. 벨 씨는 집과 가재도구가 잿더미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사우스풀턴 시의 이 같은 냉정한 소방정책은 20여 년 전 시작됐다. 벨 씨가 사는 마을은 시 경계 밖인 데다 외딴 오지라서 기본적인 소방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다만 이 지역 사람들에겐 매년 75달러를 내고 사우스풀턴 시 소방 서비스를 이용하는 옵션이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 다수가 ‘설마 내 집에 불이 나겠느냐’는 생각에 요금을 내지 않았다. 벨 씨도 그중 하나였다. 소방대원들은 벨 씨의 집이 ‘고객 목록’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화재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대신 요금을 성실히 납부한 다른 이웃집에 불이 옮아붙는지만 면밀히 관찰했다. 소방당국의 이 같은 조치를 두고 “소방관의 사명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 일고 있다.하지만 시의 태도는 강경하다. 돈을 내지 않은 집들 불마저 꺼주면 돈을 낸 집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데이비드 크로커 사우스풀턴 시장은 “예외를 인정해 주기 시작하면 누구도 돈을 내지 않을 것이고 주민들의 소방 요금이 없으면 소방서 운영을 할 수 없다”며 “다만 재산이 아닌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라면 요금 납부 여부에 관계없이 긴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지역의 소방정책은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서 논란거리가 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이 마을의 다른 집에서 발생한 화재 때도 소방당국은 출동만 했을 뿐 소방 요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재 진압을 하지 않았다. 당시 집주인은 “불만 꺼준다면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돈을 주겠다”고 애원했지만 소방관들은 끝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화재 현장에서 요금을 받기 시작하면 어느 누구도 연간 정액요금을 미리 내지 않을 것이란 논리였다.소방당국의 이런 냉정함에 주민들이 익숙해진 것일까. 벨 씨는 이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의 정책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방당국에 악감정은 없다. 우리가 목숨이라도 건진 것과 소방차가 출동해 불이 다른 집으로 번지지 않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2006년 7월 트위터 서비스 개시 이래 지구촌의 모든 트위터 이용자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미국 워싱턴의 국회도서관에 영구 보존된다. 트위터에 공개를 염두에 두고 올린 글은 모두 시대상을 반영하는 사료로 간주하는 것이다.8일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미국 국회도서관과 트위터사는 트위터 서비스 시작 이후 공개적으로 올라온 게시물을 디지털 아카이브에 보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비공개로 설정해놓은 사적인 글들은 소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도서관에 보관될 트위터 게시물들은 도서관의 허락을 받은 연구자와 역사가들에 한해 시대상을 연구하는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 도서관의 디지털 프로그램 매니저인 빌 리퍼지 씨는 “트위터는 우리 시대의 독특한 기록이며 또한 독특한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평가했다.문제는 방대한 양의 게시물을 저장할 만한 공간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것. 현재 트위터에는 하루 평균 약 5000만 개의 게시물이 등록된다. 2006년 이후 게시된 등록 건수를 합치면 수백억 개에 이른다. 트위터 측은 막대한 분량의 트위터 메시지를 보관할 수 있는 대용량 서버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은 “이용자 중에는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올린 게시물이 영구 소장되지 않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부작용을 우려했다.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재판중 배심원 트윗질에 사형 판결 취소 ▼美법원 “부정행위… 재판 다시”배심원이 판사의 지시를 어기고 재판 도중에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가 사형 판결이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미국 아칸소 주 대법원은 17세 소년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확정된 에릭슨 디마스마르티네스에 대한 선고를 취소하고 재판을 다시 열라고 8일 판결했다. 법원은 “당시 재판 때 배심원 중 한 명이 판사의 지시를 어기고 트위터 메시지를 올렸고, 또 다른 배심원은 잠을 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배심원의 부정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디마스마르티네스의 재판 때 배심원이었던 랜디 프랑코 씨는 “이제 결정을 해야 하고, 가슴이 무너지게 될 것”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를 본 피고인 측 변호인은 판사에 항의했고 판사는 프랑코 씨에게 주의를 줬다. 하지만 그는 배심원 평결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또 한번 “이제 끝났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재판이 끝난 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배심원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디마스마르티네스의 사형 판결을 취소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고 아칸소 주 대법원은 “배심원은 재판 중에 재판에 대한 사색이나 생각,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해선 안 된다”며 재판을 다시 열라고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제는 법정에서 배심원들의 휴대전화 소지를 금지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덧붙였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이란이 자국이 4일 격추시켰다고 주장하는 미국 스텔스 무인정찰기의 영상을 8일 공개했다.이란 국영TV가 공개한 2분 30초 분량의 영상에는 이란 군 관계자들이 ‘미국 무인기 RQ-170’의 동체를 점검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아미 알리 하지자데 이란 혁명수비대 항공우주사단장은 영상에서 “혁명수비대와 이란 정규군의 공동 작전으로 격추했으며, 전자공격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동체 훼손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미 폭스뉴스는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영상에 나온 항공기가 미국의 무인기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특수 작전팀을 이란에 보내 무인기를 회수하거나 공습으로 파괴하는 방안 등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건의받았지만 전쟁 행위로 간주될 위험이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로이터통신은 테헤란발 기사에서 “서방의 이란 공습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이란인들이 불안과 공포에 사로잡혔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현지 주민들의 말을 인용해 이란 국민들이 생필품을 비축하거나 사재기에 나서고 있으며 외국인들도 불안감에 이란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개발 의혹이 외교채널로 해소되지 않으면 핵시설 공습 등 군사적 옵션을 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1947년 12월 9일, 인도네시아 자바 섬 서부의 라와게데라는 작은 마을에 네덜란드군이 들이닥쳤다. 가옥들을 샅샅이 수색한 군인들은 들판에 15세 이상의 남자들을 줄지어 세워 놓고는 인도네시아 독립군의 행방을 다그쳤다. 주민들 모두가 “모른다”고 말하자 갑자기 네덜란드군의 총질이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당시 인도네시아는 식민지배국인 네덜란드와 치열한 독립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라와게데의 학살’로 무고한 양민 431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의 시신은 폭우에 휩쓸려갔고 강물은 핏빛으로 물들었다. 마을엔 한동안 시신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학살 다음 날 한 여성은 남편과 12세, 15세 난 두 아들의 시신을 한꺼번에 땅에 묻어야 했다.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이 사건은 제국주의 네덜란드의 만행을 상징하는 가슴 아픈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인도네시아는 1949년 독립을 쟁취했지만 유족들의 한은 쉽게 풀릴 수 없었다. 1969년 네덜란드 정부는 인도네시아 독립전쟁 시절 자행한 네덜란드군의 위법 행위를 조사해 발표했다. 그러나 많은 사실을 축소, 왜곡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네덜란드는 이후에도 ‘깊은 유감’을 표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손해배상은 끝까지 거부했다.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사건 발생 62년째가 되던 2009년, 유가족들이 네덜란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네덜란드 내부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선 “라와게데 사건은 전쟁범죄이며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는 공감대가 확산됐고 유력 언론들은 사설을 통해 “전범에 공소시효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정부를 몰아세웠다. 마침내 네덜란드 법원은 올 9월 네덜란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네덜란드는 소송을 제기한 유족 및 생존자 9명에게 각각 2만 유로(약 3000만 원)를 지급하기로 하고 정부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주인도네시아 대사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하기로 5일 결정했다. 비록 64년 만의 뒤늦은 사과지만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네덜란드의 태도는 진실을 영원히 은폐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반면 한국을 강점하며 저지른 숱한 죄악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는 과연 언제 이뤄질지 여전히 기약할 수 없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가 다음 주면 1000회째다. 일본은 네덜란드에서 역사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 인권을 존중하는 양심국가를 표방하려면.유재동 국제부 jarrett@donga.com}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64)은 미얀마 방문 마지막 날인 2일 아웅산 수치 여사(66)와 다시 만나 포옹을 하고 두 손을 마주 잡았다. 이들이 만난 곳은 수치 여사가 지난 20년의 세월을 대부분 가택연금으로 보냈던 옛 수도 양곤의 호수 주변 자택. 전날 저녁 양곤 시내 미국 외교관의 집에서 이뤄진 수치 여사와의 첫 만남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었던 클린턴 장관은 두 번째 만남에서는 재킷과 바지 정장 차림을 했다. 두 여걸은 하얀색 복층 건물인 집을 둘러보고 정원을 산책하며 얘기를 나눴다. AP통신은 “두 사람은 이날이 두 번째 만남인데도 마치 친자매처럼 유대감을 갖고 있는 듯했다”고 묘사했다. 클린턴 장관은 수치 여사에게 “이 나라의 국민들은 오랜 세월 동안 온갖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 나라가 세계무대에서 제 위상을 찾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수치 여사는 “우리는 미국이 우리 문제에 개입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민주화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것도 미국의 개입 덕분”이라고 화답했다. 수치 여사는 미얀마 야권과 정부, 미국, 중국 등을 함께 거론하며 “우리가 힘을 합쳐 앞으로 나간다면 민주화로 가는 길에 후퇴는 없을 것이다. 우린 아직 그 길에 서 있지 않지만 우방들의 도움과 이해가 받쳐 준다면 가능한 한 빨리 그곳(민주주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방문에서 클린턴 장관이 수치 여사에게 특별히 공을 들인 것은 미얀마 민주화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겠다는 뜻도 있지만 최근 미국이 전개하는 ‘대(對)아시아 외교’에서 성과를 내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중국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는 미얀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교두보와 같은 곳이다. AFP통신은 “클린턴 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미얀마 정권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수치 여사의 지지를 구했다”고 논평했다. 클린턴 장관은 또 미얀마 시민사회의 성장을 위해 미국 정부가 120만 달러(약 13억5000만 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여사의 용기 넘치고 변함없는 투쟁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미얀마 방문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저녁 옛 수도 양곤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와 ‘사적인 저녁식사(private dinner)’를 함께했다. 양곤 시내 한 미국 외교관의 자택에서 이뤄진 역사적인 만남에서 클린턴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낸 개인 서신도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편지에서 “우리는 언제나 항상(now and always) 여사를 지지하고 있다”며 “난 여사의 용기 넘치고 변함없는 투쟁을 오랫동안 존경해 왔다”고 썼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클린턴 장관과 수치 여사는 2일 공식 대담도 가질 예정이다.49년 만에 미얀마를 찾은 미 국무장관인 클린턴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이 나라를 ‘미얀마(Myanmar)로 칭할지, 버마(Burma)로 불러야 할지 매우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1988년 쿠데타를 일으킨 버마 군사정부는 이듬해인 1989년 국호를 미얀마로 바꿨다. 식민지 잔재를 없애고, 버마족이 다수(약 68%)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소수 인종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버마라는 국호는 1886년부터 1948년까지 이 나라를 지배한 영국 식민시대부터 사용됐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과 민주화운동 유혈 탄압에 항의하며 공적인 자리에서도 예외 없이 기존 이름인 버마를 고수해 왔다. 특히 수치 여사를 비롯한 미얀마 야권에서는 군부가 만든 새 국호가 “정당성이 없다”며 사용을 극도로 꺼려 왔다. 세계 주요 언론이나 국제단체들은 각자의 방침에 따라 두 가지 이름을 혼용해서 써 왔다. 하지만 양국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미국은 미얀마의 국호를 놓고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됐다. 이전처럼 ‘버마’로 칭하자니 이제 막 개혁을 시작한 미얀마 정부의 반감을 살 수 있고, ‘미얀마’로 바꾸려니 국제사회와 민주화 세력의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클린턴 장관은 이번 순방 중에 국호 사용 자체를 자제하면서 ‘당신의 나라’ ‘이 땅’과 같이 에둘러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실제 클린턴 장관은 1일 양곤 방문에 앞서 수도 네피도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을 만나 “오바마 대통령과 본인(클린턴 장관)은 ‘당신’과 ‘당신의 정부’가 국민(your people)을 위해 취한 각종 조치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세인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의 방문으로 두 나라 사이에 역사적인 새 장이 열렸다”고 화답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중국이 영국과 프랑스에 각각 판다 한 쌍씩을 보내준다. 중국은 과거 서방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진전시켜야 할 때마다 ‘판다 외교’로 돌파구를 마련해왔다.1일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에 따르면 중국은 내년 초 프랑스 중부의 보발 동물원에 판다 두 마리를 10년간 임대해줄 예정이다. 프랑스에 중국 판다가 오는 것은 1973년 중국 저우언라이 총리가 조르주 퐁피두 당시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한 이래 처음이다.또 중국은 올 초 영국과의 합의에 따라 ‘톈톈’(사진), ‘양광’ 등 중국 판다 두 마리를 4일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에 보낸다. 양국 고위 외교인사 및 동물학자들의 수년간에 걸친 노력으로 이번에 도착하는 이 판다들은 앞으로 17년간 영국에 머물 예정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올 7월 77명의 인명을 앗아간 노르웨이 테러사건의 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사진 왼쪽)가 의사들로부터 ‘정신이상’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브레이비크는 교도소가 아닌 정신병동에 보내질 가능성이 커졌다. 노르웨이 검찰은 29일 브레이비크의 정신상태를 감정해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정신과 의사 2명이 브레이비크를 면담한 뒤 검찰에 제출한 243쪽 분량의 심리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범행 당시 망상성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보고서는 “브레이비크는 자신만의 망상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며 “거창한 환상 속에서 그는 누가 살고, 죽어야 하는지를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는 국민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번 ‘처형’을 자행했다고 진술했다”며 “템플기사단이 유럽의 권력을 넘겨받아 자신이 이를 섭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덧붙였다.이번 감정 결과는 노르웨이 법의학위원회의 검증을 받은 뒤 법원에 제출된다. 법원이 브레이비크의 상태를 ‘정신이상’으로 최종 판결하면 그는 감옥이 아닌 정신병동에 구금된다.7월 테러 직후 법의학위원회 측은 “범행이 너무나 치밀하게 계획되고 실행돼 브레이비크가 정신이상으로 판정받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원래 이라크는 유대인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태어난 곳이자 율법학자들이 유대 경전 탈무드를 작성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수도 바그다드는 유대인들에게 수천 년 동안 텃밭과도 같은 성지였다. 하지만 이제 바그다드에는 유대인이 고작 7명밖에 남아있지 않고 이들마저도 살해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됐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28일 보도했다. 이 작은 유대인 커뮤니티가 소멸될 위기에 빠진 것은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때문이다. 최근 바그다드 유대인들은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관에 자신들과 함께 종교의식에 참여할 만한 유대인 외교관이 있는지 문의했다. 그런데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을 공개하면서 이들의 실명이 새나갔다. 신분이 밝혀진 이상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살해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유대인들의 신변 보호 활동을 하고 있는 영국 국교회 앤드루 화이트 신부는 “현재 미대사관 측과 협조해 이들을 출국시키려 하고 있지만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7명 중 한 명은 출국 의사를 밝혔지만 나머지는 “우리도 이라크인인데 왜 도망가야 하느냐. 죽더라도 이곳에서 죽겠다”는 태도다. 과거 메소포타미아로 불린 현재 이라크 지역은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이 많이 정착해 온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엔 바그다드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스라엘 건국, 중동전쟁 등을 계기로 이라크 정부 및 이슬람의 박해와 대량학살이 시작되면서 다른 나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라크 내 유대인들은 공개 예배를 보는 것은 고사하고 자신들의 신분 자체를 드러내는 것을 꺼리며 조용히 지내 왔다고 한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30일은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이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라는 용어를 처음 세상에 내놓은 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오닐 회장은 10년 전 브릭스 4개국이 앞으로 미국 일본을 제치고 세계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너무 앞서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 브릭스 국가들은 오히려 오닐 회장이 “너무 소심하게 판단했다”고 인정할 만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오닐 회장은 27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회장실에서 보는 관점’이라는 글을 보내 브릭스의 지난 10년을 회고하고 브릭스의 미래에 대한 과감한 예측을 남겼다. 다음은 요약. 내가 2001년 ‘브릭스’를 처음 언급했을 때 이들 4개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에 불과했다. 나는 최대 14% 정도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봤는데 현재 18∼19%까지 높아졌다. (중국의 성장도 눈부시다) 중국은 독일을 따라잡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금은 일본마저 넘었고 독일에 비해서는 경제규모가 2배 가까이 된다. 브라질은 이탈리아와 비슷해질 것이라 봤는데 지난해 이미 이탈리아를 추월했다.10년 전 나는 브릭스 국가가 글로벌 경제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리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주요 7개국(G7), 주요 8개국(G8) 중 한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봤다.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브릭스는 주요 20개국(G20)을 통해 세계 경제구도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현재 브릭스의 경제규모는 약 13조 달러에 이른다. 조만간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을 추월할 기세다. 앞으로 10년 동안 12조∼13조 달러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브릭스와 비슷한 규모의 경제가 하나 더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마저도 성장률이 지금보다 둔화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으로 지난 10년 동안 보여준 추세대로 성장하면 규모는 20조 달러에 육박할 것이다. 중국도 연 7∼8%씩 성장할 것이고 인도는 더 가속이 붙을 것이다. 브릭스의 성공 스토리로 인해 다른 신흥국들도 이들과 비슷한 성장을 해보겠다는 열망을 갖게 됐다. 요즘 우리 회사는 ‘멕시코와 인도네시아, 한국, 터키(MIKT)’ 4개국을 눈여겨보고 있다. MIKT 4개국은 충분히 크고 중요한 나라들로 브릭스와 함께 ‘성장 시장’으로 묶인다. 앞으로 10년 뒤에는 MIKT와 브릭스를 합친 규모가 G7에 근접할 것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미국 법원은 뉴욕 시가 직원의 근무태만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본인의 동의 없이 승용차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설치한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뉴욕 항소법원은 전 뉴욕 시 노동부 직원 마이클 커닝햄이 낸 소송에서 시 정부의 조치가 ‘합리적’이라고 판결했다. 2008년 뉴욕 시 노동부는 커닝햄이 무단 결근을 하고 출근부를 조작한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미행을 했지만 커닝햄이 알아채는 바람에 실패했다. 이에 노동부는 그의 승용차에 GPS를 설치해 근무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지난해 해고했다. 법원은 “커닝햄이 과거에도 근무태도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적이 있고 이런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은 만큼 GPS를 설치한 당국의 조치는 합리적”이라며 “GPS가 비록 승용차에 24시간 부착돼 있었지만 이 장치에서 얻어낸 정보는 ‘근무 시간 중 그의 위치’와 관련된 것뿐이었다”고 설명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호주 국립대 연구진들이 동티모르의 제리말라이 동굴에서 동물 뼈로 만든 4만2000년 전의 낚싯바늘(사진)을 발견했다고 인터넷 과학전문매체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27일 보도했다. 인류가 바다를 항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약 5만 년 전부터로 추정되지만 지금까지 바다에서 고기를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증거는 약 1만2000년 전의 것이었다. 2005년에 처음 발견된 제리말라이 동굴에선 낚싯바늘 외에도 참치를 비롯한 어류의 뼈 등 1만여 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발견된 물고기 잔해 중 절반가량은 참치와 같은 원양어류로, 이처럼 먼바다에 사는 빠른 물고기를 잡으려면 복잡한 기술과 치밀한 사전 계획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티모르 섬은 육지동물이 거의 없어 고대인들이 식량을 얻기 위해 낚시에 전력을 기울인 것으로 추정된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굴나즈 씨(21)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넘었지만 그녀의 미래는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지금 그녀는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와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다. CNN 등 외신들은 여권(女權)의 불모지인 아프간 사회에서 한 여성이 겪고 있는 비참한 운명을 24일 전했다.2년 전 어느 날 굴나즈 씨의 집에 별안간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어머니가 병원에 간다며 집을 비운 사이였다. 이 남자는 대문과 창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그녀를 덮쳤다. 굴나즈 씨는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지만 남자는 손으로 입을 막고 손쉽게 그녀를 제압했다. 남자는 다름 아닌 그녀 사촌의 남편이었다.굴나즈 씨는 이 일을 혼자 묻어두기로 했다. 아프간 사회의 관습상 성폭행을 당한 것이 알려지면 가족들에 의해 ‘명예살인(honor killing)’을 당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사건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녀의 배 속에는 이미 성폭행범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경찰은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지만 그녀는 위로를 받기는커녕 간통범으로 몰려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12년 형을 받은 굴나즈 씨는 수도 카불의 가장 악명 높은 감옥에서 딸을 출산했다.기가 막힌 일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법원 판사는 “감옥을 나가게 해줄 테니 그 대신 아이의 아빠와 결혼하라”고 강요했다. 그러면 ‘혼외정사’는 자연히 없던 일이 되고 ‘실추된 가족들의 명예’도 살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성폭행범과 결혼하라는 얘기에 굴나즈 씨는 물론 처음엔 강하게 반발했다.하지만 결국 이 끔찍한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형기를 마치고 나간다 해도 그녀는 여전히 가족들 손에 의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처지였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으로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건 두 살배기 딸이었다. 굴나즈 씨는 “딸은 아무런 죄도 없다. 내 삶은 이미 망가졌지만 내 자식의 삶은 나보다 나아야 한다”고 말했다. 굴나즈 씨의 이야기는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은 한 촬영팀이 그녀의 딱한 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알려졌다. 굴나즈 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여성들을 위해 촬영에 응했지만 정작 EU가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여성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막판에 개봉을 취소했다. 미국 국무부는 22일 브리핑에서 “아프간 사법당국이 굴나즈 씨의 권리를 존중해 적절한 법 집행을 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향후 굴나즈 씨가 정말 성폭행범과 결혼하고 감옥에서 풀려날지는 불투명하다. 다만 아프간 검찰은 23일 “굴나즈 씨의 형기를 3년으로 줄인다”고 발표하며 혐의를 ‘간통죄’에서 ‘사건을 빨리 신고하지 않은 죄’로 수정했다. 상대 남성은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며 간통죄 혐의로 다른 교도소에 갇혀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리비아 과도정부 군인들이 19일 남부 사막에서 무아마르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이슬람을 체포한 직후 손가락 3개를 잘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이프 이슬람은 체포 직후 공개된 사진에서 오른손 엄지 및 검지, 중지 등 손가락 3개에 두꺼운 붕대를 감고 있었다. 사이프 이슬람은 체포 직후 “한 달 전 나토군의 공습으로 다쳤다. 리비아인이 아니라 나토로부터 공격당한 게 그나마 신에게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은 23일 “군인들이 보복 차원에서 손가락을 잘랐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탄지역의 한 병사는 리비아 언론에 “병사들이 사이프 이슬람의 손가락을 자르는 걸 봤다”고 말했다.내전 초기 사이프 이슬람은 국영 TV에 출연해 리비아 반군을 “쥐새끼들”이라고 비난하면서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그 후 그의 손가락은 반군들에게 ‘분노의 타깃’이 됐고 이들은 “언젠가는 그의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고 맞서왔다. 하지만 추정만 무성할 뿐 손을 다친 정확한 경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역시 ‘아랍의 봄’의 선두주자다웠다. 국민의 힘으로 독재자를 축출한 중동 민주화 도미노의 발원지로 지난달 평화롭고 공정한 자유선거를 치러낸 튀니지에서 22일 첫 제헌의회가 열렸다. 올해 초에 꽃핀 재스민 혁명이 마침내 첫 열매를 맺은 것이다. 개회식에 참석한 의원 및 고위 인사들의 표정에는 스스로의 힘으로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날 개회식은 수도 튀니스 외곽에 있는 바르도궁에서 열렸다. 1881년 프랑스와의 보호령 조약이 체결된 역사적 장소이자,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 독재 시절의 ‘거수기’ 의회가 열리던 곳이기도 하다.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엔나흐다당의 라체드 간누치 대표는 “신과 민주화 운동의 순교자들, 그리고 이 역사적인 날을 위해 싸운 모든 이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전체 217석의 튀니지 의회는 새 헌법을 제정하고 차기 총선까지 나라를 이끌 총리와 내각을 지명한다. 총선에서 승리한 온건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당은 세속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인 공화의회당(CPR), 중도좌파를 표방한 에타카톨당과 이미 연정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엔나흐다당의 하마디 제발리가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총리를, CPR의 몬세프 마르주키가 실권이 없는 상징적 직위인 대통령 자리를 각각 맡기로 했다. 의회 의장엔 이날 에타카톨당의 무스타파 벤 자파가 선출됐다. 이날 바르도궁 주변에는 시민 1000여 명이 모여 제헌의회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여성단체 회원들은 새 정부가 여성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들도 모여 국가 보상을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경찰 단속에 항의한 분신자살로 민주화 운동에 불을 지핀 청년 행상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어머니도 모습을 보였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2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한국 국회의 한미 FTA 통과를 환영한다”며 “한미 FTA는 양국 경제에 혜택을 주는 윈윈 협정”이라고 말했다. 커크 대표는 이어 “우리는 한미 FTA가 최대한 빨리 발효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하게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재미교포 사회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황원균 한미 FTA 미의회비준위원장(전 북버지니아 주 한인회장)은 “아침에 일어나 한국에서 한미 FTA가 국회에서 통과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이경석 한인기업인협회장은 “한미 FTA가 발효되면 앞으로 미국 정부조달시장에 진출하는 미국 소재 한국 기업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석 뉴욕한인유권자센터 상임이사는 “지금은 야당 반발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승적 차원에서 잘된 것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준 전 미 연방하원의원은 “순진한 서민들을 선동해 한미 FTA 이슈를 내년 선거에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주요 외신들은 한국 국회의 비준안 처리를 긴급 타전했다. AP통신은 서울발 기사에서 “야당 의원이 의사당에서 최루탄 가루를 뿌려 국회 경위가 그를 끌고 나가는가 하면 몸싸움과 고성도 오갔다”며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또 “이런 혼란스러운 장면은 한국 국회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2008년 한 야당 당직자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장 문을 해머로 부순 일도 소개했다. AFP통신도 “최루탄 가루가 뿌려지자 의원들이 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며 처리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도했다.로이터통신은 “이번 비준안 강행 처리로 정국이 한동안 경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영국 BBC는 “한국의 농민과 일부 노동자들이 생계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로 협정에 반대하고 있다”며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법안 강행 처리는 리스키(risky)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

페루 리마에 사는 빅토리아 비고 씨(49)는 1996년 셋째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아기는 미숙아로 태어나 세상의 빛을 본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죽고 말았다. 아이를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비고 씨는 병원에서 의사들끼리 하는 얘기를 우연히 엿듣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자신도 모르게 입원해 있는 자신의 난관을 묶는 불임수술을 했다는 것. 비고 씨는 그 후 지금까지 15년 동안 임신을 못 하고 있다. 그녀는 “난도질당한 느낌이다. 엄마와 여성으로서 내 권리를 빼앗겼다”고 통탄했다. 페루에서 이런 일을 당한 사람은 비고 씨뿐이 아니다. 현지 인권단체들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사진)이 집권했던 1990년대에 2000명이 넘는 여성이 동의 없이 불임수술을 당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선 보고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피해 여성이 20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추정도 한다. CNN과 남미 현지 언론들은 21일 “올해 7월 집권한 오얀타 우말라 정부가 후지모리 정권 당시 자행된 강제 불임수술 의혹에 대해 지난달부터 전면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페루의 인권·여성단체들에 따르면 당시 정부 주도로 강행된 불임수술은 안데스 산맥이나 아마존 강 유역 원주민들이 사는 산골 마을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문맹률이 높은 이들 지역의 출산율을 낮춰 국가 전체의 빈곤율을 떨어뜨려 보겠다는 취지였다. 병원들마다 불임수술 할당제까지 도입됐다. 페루 여성단체 간부인 로시 살라사르 씨는 “의사나 간호사들에게 한 달에 3명 이상 불임수술을 하게 하고 이를 지키면 인센티브를 줬다”고 증언했다. 의사들은 다른 질병으로 찾아온 여성 환자들을 몰래 수술하거나 남편 등 가족을 협박해 강제로 동의서를 쓰게 하는 방식으로 할당량을 채웠다고 한다. 또 수술 대상자가 대부분 빈곤층임을 이용해 상품 등을 미끼로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정 원주민들이 사는 몇몇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져 또 다른 ‘인종 학살’이 아니냐는 논란도 거세게 일었다. 이 문제가 표면화된 것은 2000년대 초 페루 정부와 한 피해자 가족의 소송 건이 알려지면서부터다. 1996년 33세였던 마리아 메스탄사 씨는 “당신은 이미 자녀가 5명이 넘어 불임수술에 동의하지 않으면 감옥에 갈 수 있다”는 병원 측의 협박에 못 이겨 불임수술을 받은 뒤 그와 관련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사법당국은 2009년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이 건에 대한 수사를 보류했다. 하지만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가 올해 대권에 도전했다 실패하면서 불임수술 문제에 대해 전반적인 재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수술 피해자들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지만 후지모리 정권 당시 관료들은 “수술동의를 일일이 받았다”며 맞서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보건장관을 지낸 마리노 바우에르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정책은 빈곤층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고 하물며 (수술을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1990∼2000년까지 권좌에 머물렀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이미 부패 등의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