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여사의 변함없는 민주화투쟁, 깊이 존경”… 미얀마 방문 클린턴 美국무와 역사적 만남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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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친서 통해 “우린 언제나 당신을 지지”

“여사의 용기 넘치고 변함없는 투쟁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미얀마 방문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저녁 옛 수도 양곤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와 ‘사적인 저녁식사(private dinner)’를 함께했다.

양곤 시내 한 미국 외교관의 자택에서 이뤄진 역사적인 만남에서 클린턴 장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낸 개인 서신도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편지에서 “우리는 언제나 항상(now and always) 여사를 지지하고 있다”며 “난 여사의 용기 넘치고 변함없는 투쟁을 오랫동안 존경해 왔다”고 썼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클린턴 장관과 수치 여사는 2일 공식 대담도 가질 예정이다.

49년 만에 미얀마를 찾은 미 국무장관인 클린턴 장관은 이번 방문에서 이 나라를 ‘미얀마(Myanmar)로 칭할지, 버마(Burma)로 불러야 할지 매우 조심스러운 표정이다. 1988년 쿠데타를 일으킨 버마 군사정부는 이듬해인 1989년 국호를 미얀마로 바꿨다. 식민지 잔재를 없애고, 버마족이 다수(약 68%)를 차지하는 나라에서 소수 인종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버마라는 국호는 1886년부터 1948년까지 이 나라를 지배한 영국 식민시대부터 사용됐다.

하지만 미국 등 주요 서방 국가들은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과 민주화운동 유혈 탄압에 항의하며 공적인 자리에서도 예외 없이 기존 이름인 버마를 고수해 왔다. 특히 수치 여사를 비롯한 미얀마 야권에서는 군부가 만든 새 국호가 “정당성이 없다”며 사용을 극도로 꺼려 왔다. 세계 주요 언론이나 국제단체들은 각자의 방침에 따라 두 가지 이름을 혼용해서 써 왔다.

하지만 양국 간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서 미국은 미얀마의 국호를 놓고 새로운 고민을 하게 됐다. 이전처럼 ‘버마’로 칭하자니 이제 막 개혁을 시작한 미얀마 정부의 반감을 살 수 있고, ‘미얀마’로 바꾸려니 국제사회와 민주화 세력의 항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클린턴 장관은 이번 순방 중에 국호 사용 자체를 자제하면서 ‘당신의 나라’ ‘이 땅’과 같이 에둘러 표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일 보도했다.

실제 클린턴 장관은 1일 양곤 방문에 앞서 수도 네피도에서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을 만나 “오바마 대통령과 본인(클린턴 장관)은 ‘당신’과 ‘당신의 정부’가 국민(your people)을 위해 취한 각종 조치에 고무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세인 대통령은 “클린턴 장관의 방문으로 두 나라 사이에 역사적인 새 장이 열렸다”고 화답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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